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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논평] 북한 8차 당대회 최대 성과와 9차 당대회 전망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ditor's Note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의 성과를 분석하며 9차 당대회를 전망합니다. 저자는 8차 당대회의 최대 성과로 국방(핵·미사일 전력 고도화)과 외교(북중러 연대 강화)를 꼽으며, 다가올 9차 당대회에서는 ‘승리·성과’ 프레임을 강조하며 핵·재래식 통합 전력 강화와 신기술 기반 전쟁 준비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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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차 당대회를 앞두고 북한은 8차 당대회 과업 마무리와 성과에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다. 지난 5년의 각 분야별 종합결산이 9차 당대회에 발표될 2026~2030년의 5개년 계획의 방향성과 연계된 만큼 8차 당대회의 마지막 해인 2025년은 각 분야별로 과업 달성 홍보와 성과를 내기 위한 속도전으로 바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차 당대회 기간 동안 북한이 기대 이상으로 과업을 달성하며 최대 성과로 손꼽을 수 있는 분야는 국방과 외교다. 러-우 전쟁의 장기화와 미중간 전략적 경쟁 심화에 따른 국제구조의 불안정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덕분이다.

 

국방 분야의 목표와 성과

 

북한은 2021년 8차 당대회 때 핵무력건설대업완성을 위해서 핵기술 고도화, 핵무기 소형경량화, 전술무기화를 강조하며 ① 극초음속 무기 개발, ② 초대형 핵탄두 생산, ③ 15,000km 사정권 내 타격 명중률 제고, ④ 수중 및 지상 고체연료 ICBM 개발, ⑤ 핵잠수함 및 SLBM을 “전략무기 5대 과업”으로 제시하며 조기에 목표를 달성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군수산업의 핵심적 목표도 무장장비의 ① 지능화, ② 정밀화, ③ 무인화, ④ 고성능화, ⑤ 경량화 실현을 요구하며, 국방과학기술발전 및 군수생산목표와 과업들을 2025년 이내로 무조건 수행해서 최강의 군사력 담보를 요구했다.

 

7차 당대회의 국방 성과가 신형 ICBM 화성-15형의 첫 시험발사로 ‘핵무력 완성 선언’이라면, 8차 당대회는 ‘핵무력 대업완성’을 위한 전반적 역량의 구축기로 평가할 수 있다.[1] 첫째, 핵무기 수량 증대와 핵 투발 수단들이 한층 더 다종화되었고 신형 개량화 주기가 짧아졌다. 영변 농축시설의 단계적 확장에 더해, 지난 6월에는 영변 핵단지 내에 새로운 농축시설의 건설 정황이 위성에 포착됨에 따라[2] 2025년 북한의 핵무기 생산 물질은 127~150기 수준으로 증대되었고 2030년에는 201~243기, 2040년에는 344~429기로 증대될 추세다.[3] 북한은 ICBM 화성-17형의 첫 시험발사는 2022년에, 화성-18형은 2023년, 화성-19형은 2024년에 시험발사를 통해 성능을 고도화시키고 있으며, 고체연료에 기반한 화성-18, 19형 중 화성-19형은 시험발사 후 “최종 완결판 ICBM”이라고 선전했다. 지난 10월 당창건 80주년 열병식에는 다탄두 모양을 띤 ‘화성-20형’을 최신형으로 선보였다. 또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6나 및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 개량형, 신형 지대공미사일 시험 발사 등 다종화된 투발수단의 성능 향상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더욱이 수중 핵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2023년 9월에는 '김군옥 영웅함'이라는 전술핵 탑재 잠수함 진수식을, 2025년 4월과 6월에는 각각 5,000톤급 최현호와 강건호를 진수했다.

 

둘째, 핵능력 고도화에 기반한 법, 정책, 계획 등이 구체화되고 가시화됐다. 2022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는 선제 핵공격이 포함된 핵무력정책법이 발표됐고, 북한은 2022년 12월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2023년을 전술핵무기의 대량생산과 핵탄의 기하급수적 증가에 기반한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의 해로 설정했다. 그에 따라 2023년 3월에는 국가핵무기종합관리체계 《핵방아쇠》가 발표됐고, 8월 31일에는 김정은 집권 이후 최초로 전군 지휘 훈련 실시와 재래식 전력과 핵사용의 배합을 골자로 하는 일종의 ‘新 남침 작전계획’이 공개됐다. 2023년 12월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는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여 남조선 전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가 강조됐고,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들어선 2025년부터는 핵무력 임전태세와 핵방패론 및 육해공군의 현대화가 강조됐다. 핵무기는 “흥정물”이 아니라 “불변의 실전용”[4] 이고 “핵은 곧 평화이고 주권이며 국가헌법이 부여한 정당방위수단”으로 “국가수반이 천명한 새로운 핵무력 강화노선은 일관되게 견지해 나가야 한다”[5] 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셋째, 조직변화로는 군정지도부 역할 확대와 당중앙군사위원회 운영 효율화가 증대됐다. 제8기 당중앙군사위원회 개최 현황에도 운영의 효율화가 드러났다. 2021년에는 2회, 2022년에는 1회, 2023년에는 ‘전쟁준비태세 완비’와 더불어 이례적으로 4회, 2024년에는 0회, 2025년에는 1회 등 연도별 당중앙군사위 확대회의 개최의 편차는 외부 요인, 즉 러-우 전쟁에 따른 북한의 군사적 지원 시점과 대남 적대정책 강화시점과도 겹친다. 한편, 2022년 9월 핵무력정책법과 전술핵 훈련이 시작되면서 북한은 국가핵무력지휘기구 구성 및 운영에 대한 조직재편도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미사일총국은 2023년에 최초 식별됐고, 탐지전자전총국은 2025년에 최초 식별됐다. 또한 해군력 강화 및 해상방위력 강조에 따라 해상지도국 임무와 역할도 변화됐고 증대됐다.

 

결국, 김정은이 2020년 3월 현지지도에서 밝혔던 8차 당대회에 제시하겠다는 신방위 정책은 전략핵, 전술핵 동시 발전과 선제적 핵사용에 기반한 공격성 향상과 운용 능력의 구축이라 할 수 있다.

 

외교 분야의 목표와 성과

 

2018년 남북정상 회담을 전후로 시작된 김정은의 정상외교는 북중, 북미, 북러 정상간의 양자회담으로 이어지며 7차 당대회의 외교적 성과로 부각됐지만, 미북간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자 김정은의 정상외교는 가시적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8차 당대회의 외교적 성과는 다르다. 2024년 6월의 러북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대한 조약은 군사 자동 개입이 포함된 1961년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보다 협력 범위와 구성이 한층 더 확장됐고 구체화됐다. 또한 2025년 9월 중국 전승절 80주년 참석 등 김정은의 정상외교는 양자에서 다자의 장으로 확장됐다.

 

8차 당대회에서 냉전으로의 회귀를 시사한 대외관계 원칙의 우선순위도 발견되며, 구체적으로 대외관계의 원칙은 ‘자주-평화-친선’에서 ‘자주-친선-평화’는 북러, 북중의 전략적 관계 강화와 북중러의 전략적 연대로 발전됐다. 동시에 북한은 미국과 한국을 각각 ‘주적’과 ‘제1의 적’으로 정의 내리며 2022년 6월 5차 전원회의부터는 ‘선대선’ 원칙을 없애고 ‘강대강, 정면승부’ 투쟁원칙으로 일관하고 있다. 2023년 1월 신년사를 대체한 6차 전원회의 결과[6]는 이러한 정책의 원인을 국제관계 변화로 돌리고 있다. 국제관계구도가 신냉전체계로 명백히 전환되었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됐다며 북한은 대외사업 원칙으로 ‘국위제고’, ‘국권수호’, ‘국익사수’를 제시했다. 나아가 북한 스스로 ‘강국의 지위’를 자처하며 이에 걸맞는 공화국의 외교사를 써나가야 한다며 한미일에 대해서는 핵강압을, 친러 국가를 비롯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는 전략적 연대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9차 당대회 목표와 정책 노선 방향

 

2022년 러-우 전쟁과 2025년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미중 관세 대결이 8차 당대회 과업 추진에 호기로 작용한 만큼, 9차 당대회는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던 8차 당대회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9차 당대회에서는 국방과 외교의 업적을 앞세워 ‘승리’와 ‘성과’를 부각시키며 각 분야별 발전 과업들이 적극적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국방분야는 핵·재래식 병진정책 강화가 언급된 만큼[7] 재래식 전력 현대화를 통한 북한식 핵재래식 통합 운용(CNI) 역량 강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크라이나전 경험에 따라 드론전 등 신흥기술에 기반한 저비용 고효율 군사역량 구축과 공군, 해군 역량 강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정책도 기존의 ‘정비·보강’ 정책에서 ‘전면적 부흥, 변혁의 새시대 발전 5개년 계획’ 비전 등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9차 당대회에서 핵준비태세 요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수정주의 국가들과의 전략적 연대를 통한 ‘전면적 부흥과 변혁’을 통한 성장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국방비에 대한 국가자원 쏠림 현상은 8차 당대회 기간보다 한층 더 높을 것이고, 9차 당대회 기간 안에는 러-우 전쟁의 종식 가능성에 따른 북한의 대외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9차 당대회에서 제시될 향후 5년, 2026~2030년은 국제구조 및 동북아 지역의 주요 전환점이 만들어지는 결정적 국면이기도 하다. 북한은 국제체제 변환 국면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핵무력과 대남강압을 한층 더 공세적으로 접근해 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E.N.D(교류, 정상화, 비핵화) 이니셔티브가 작동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행위자에 초점을 맞춘 ‘관여와 압박’의 논쟁과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국제체제 변환 국면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 창출’ 모색이 더 필요해 보인다. ■ 

 

[1]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ICBM급 ‘화성-15’발사 후 핵무력완성을 선언한 이후, 5주년이 되는 2022년 11월 29일 노동신문에는 11월 18일 ‘화성-17’형 발사에 대해서는 “우리의 힘, 지혜와 기술로 만든 자력갱생의 창조물”이라며 각종 주체무기들의 성과를 나열함. 2024년 10월 31일 ‘화성-19’형 시험발사에 대해서는 ‘화성-18’형과 함께 운용할 “최종 완결판 ICBM 확보”와 “핵 패권·전략무력의 절대적 우세·패권적 지위 확보”를 강조하며 김정은은 “패권적 지위의 절대 불가역성”과 전략 핵무력의 “절대적 우세 영구화”를 위한 결정적 이정표라고 자평함. 「조선중앙통신」, 2024.11.1.

[2] “영변 새 핵시설 위성에 포착”, 「KBS」, 2025.6.10.

[3] 이상규, “최근 북한의 핵무기 생산 능력 변화 분석과 비핵화 고려사항”, 「안보전략 FOCUS」, KIDA., 2025.7.17.

[4] 「조선중앙통신」, 2025.2.8.

[5] 「조선중앙통신」, 2025.2.18.

[6] 「로동신문」, 2023.1.1.

[7] 김정은은 9월 11·12일 국방과학원 장갑방어무기연구소와 전자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면서 9차 당대회에서 핵무기와 상용무력(재래식 무기)의 병진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힘. 「조선중앙통신」, 2025.9.13.

 


 

■ 이호령_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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