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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논평] 최근 북한경제의 플러스 성장 지속은 북한주민의 민생회복을 의미하는가?
정승호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교수

Editor's Note

정승호 인천대학교 교수는 최근 북한의 경제성장 추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의 민생은 오히려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분석합니다. 정 교수는 북한의 시장물가 급등세와 경제에 대한 중앙집권적 통제 강화에 주목하고, 북한 주민의 민생경제는 여전히 코로나 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제시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북한의 민생경제가 어렵더라도 이를 고리로 한 남북 협력이 단기간에 추진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직접 협력보다는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을 고려할 것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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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경

 

2025년 8월 발표된 한국은행의 「2024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2024년에 전년대비 3.7%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었다.[1] 2005년 3.8%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며, 작년 3.1%에 이은 2년 연속 플러스 성장이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북한 GDP를 100으로 설정하고, 한국은행의 연도별 성장률을 적용해 보면, 2024년 101.8을 기록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림1> 참고).

 

<그림1>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북한 성장률(오른쪽 축)과 GDP 추이(2019=100, 왼쪽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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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은행

 

그럼 과연 북한 주민들의 민생도 GDP 추이가 보여주듯,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였을까? 최근의 시장 물가 추이와 북한 당국의 정책 동향을 살펴보면, 오히려 민생은 더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환율과 곡물 가격 등 북한의 시장지표와 코로나19 이후 지속되고 있는 중앙집권화 강화 정책을 중심으로 북한 주민들의 민생 실태 변화를 분석하고자 한다.

 

2. 시장물가의 급등세

 

먼저 살펴볼 것은 민생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시장물가이다. 현재 북한의 물가 흐름은 단순히 '상승'이라는 표현보다는 '급등'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수입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북한 원/미국 달러 시장환율은 2025년 8월 기준 38,861원을 기록했다. 시장물가의 대표 지표인 쌀값은 20,961원으로 2만원 선을 넘어섰다(〈그림 2〉 참고). 이 수준은 2009년 화폐개혁 실패 이후 급등했던 시장물가가 2013년부터 안정되기 시작한 뒤 거의 10년 만에 다시 나타난 급등세이다. 물가 안정기 동안 원/달러 환율은 8,000원대, 쌀값은 5,000원대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수준은 장기 평균 대비 4배 이상이다.

 

<그림2> 2019년 이후 북한 시장환율(원/달러)과 쌀 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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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ailyNK 「북한시장동향」

 

이러한 물가 상승의 배경에는 북한 당국의 정책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임수호(2025)는 2024년 4월 외화 사용 금지 정책과 그에 따른 정부의 외환 정책에 대한 불신을 주요 원인으로 보았다.[2] 최지영(2024)은 2000년 이후 북한 당국이 민간 보유 외화를 흡수하기 위해 취한 재정법, 전자결제법, 중앙은행법 개정과 화폐 유통에 대한 국가 통제강화 조치를 그 배경으로 꼽았다.[3] 한편,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는 없지만 통화 증발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AsiaPress, RFA 등의 보도에 따르면, 2023년 말부터 북한의 주요 산업 부문 근로자의 월급이 10~40배까지 오른 것으로 보도되었다.[4] 충분한 정부 재원이 없는 상태에서 발권을 통해 인상된 임금을 지급했다면, 통화량 증가로 인해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가파른 물가 상승은 주민들의 생계 부담을 높이고 민생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3. 경제에 대한 중앙집권적 통제 강화

 

물가 상승과 함께 주민들의 생계에 부담을 주는 또 다른 요인은, 북한 당국의 경제 전반에 대한 중앙집권적 통제 강화이다.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 실패와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북한 당국의 정책 기조는 시장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에서 국가 주도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곡물 유통과 공산품 판매 등 유통 부문이 주요 통제 대상이 되고 있다. 곡물 부문에서는 '양정법'이 2020년, 2021년, 2022년 세 차례나 개정되면서 국가의 양곡 판매 권한이 법적으로 명문화되었다. 후속 조치로 시장 내 곡물 판매가 금지되며 국가가 운영하는 양곡판매소에서만 판매가 허용되었다. 이와 유사하게, 2021년 개정된 ‘사회주의 상업법’에서도 국가의 판매 기능이 확대되었다. 탈북자 증언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시기부터 시장 운영 시간과 판매 품목이 제한되는 한편, 공산품 유통이 시장에서 국영상점 중심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민 다수가 시장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정책은 주민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5] 예컨대 곡물 판매가 금지되면, 곡물 판매상뿐만 아니라 이를 운반하거나 가공(떡, 술 제조, 판매 등)하는 일자리를 포함한 연관 생계 활동 전반이 위축된다. 또한 곡물 유통의 비효율을 초래해 앞 절에서 설명한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한편, 양곡판매소나 국영상점 역시 실질적으로는 개인이 국가로부터 임대하여 운영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국가기관과 정치적으로 연계되어 있거나 일정 수준의 자본을 보유한 계층은 소득을 늘릴 수 있지만, 시장에서 자리세를 내고 장사하던 개인 상인들은 오히려 소득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구조는 시장 기반 생계 수단의 축소와 소득 격차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4. 경제성장률과 민생 간의 관계 변화 가능성

 

최근 북한 경제의 흐름은 경제성장률과 민생경제 간의 관계에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2000년대 초반 시장화가 확산되던 시기에는 경제성장률과 주민 생활 수준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고, 경우에 따라서는 주민 생활의 향상이 성장률보다 더 뚜렷했을 수도 있다. 이는 한국은행 추정치가 주로 공식경제에서 이루어진 생산을 기초로 산정되며, 비공식경제의 생산은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6,351명의 북한이탈주민 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통일부의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1일 3끼 식사를 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1년 이전 56.3%에서, 2012년 이후에는 89.7%로 30%p 이상 증가하였다.[6]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관계가 약화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의 2024년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산업별로 살펴보면, 성장폭이 컸던 분야는 중화학공업(10.7%)과 건설업(12.3%)이다. 중화학공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군수물자의 생산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보이며, 건설업은 북한 당국이 농촌 지역 주택 건설 등 정책 우선순위를 해당 분야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민생과 직접적 연관성이 높은 경공업(-0.7%)과 농림어업(-1.9%)은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전쟁 등으로 인한 생산 확대나 외화 수입 증가가 있더라도, 그 혜택은 주민보다는 북한 당국에 귀속되기 쉽다. 최근 외화 유입의 양상을 보더라도 양상은 다르지 않다. 일례로 가상자산 해킹 수익은 정권의 외화 자원만 확대할 뿐, 민생 개선으로 이어질 개연성은 낮다.[7] 요컨대, 전쟁 특수와 가상자산 해킹 수입 모두가 민생보다는 정권의 수입 확대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최근 북한의 플러스 성장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의 민생경제는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중앙집권화 정책은 국제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응해, 국가의 가용 자원을 최대한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러한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정부 통제력의 회복이나 일부 정책 성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비효율과 민생경제의 후퇴라는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북한 당국은 유의해야 한다.

 

5. 정책적 시사점

 

북한의 민생경제가 어렵더라도 이를 고리로 한 남북 협력이 단기간 내 추진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 코로나19 국경 봉쇄 기간에도 북한은 우리 정부의 의료·민생 지원 제안을 거절한 바 있고, 최근 7월 28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서도 “한국과 마주 앉아 논의할 문제가 없다”며 남북 대화 재개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민생 개선을 위해 북한과의 직접 협력보다는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 OCHA: United Nations 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Humanitarian Affairs) 자금추적서비스(FTS: Financial Tracking Service)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북한에 지원된 금액은 280만 달러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590만 달러에 비해 90% 이상 줄었다. 지원 국가는 스위스,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에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국경봉쇄가 해제된 이후 재개되고 있는 국제기구, NGO의 활동을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입장 변화를 염두에 두고 민생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협력 의사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고위급 회담 등 가시적 ‘성과’를 서두르는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자칫 ‘북한에 끌려간다’는 인상을 주게 되면, 인도적 지원에 대한 국내 여론의 반발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 

 

 

[1] 한국은행. (2025). 2024년 북한경제성장률 추정결과. https://www.bok.or.kr/portal/...201264

 

[2] 임수호. (2025). 최근 북한시장 환율-물가 재급등의 배경과 시사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https://www.inss.re.kr/...41037505&bbsId=ib

 

[3] 최지영. (2024). 「북한의 국가 유통 강화 정책과 시장지표의 변동」, 온라인시리즈 CO 24-68, 통일연구원. https://www.kinu.or.kr/...=127918

 

[4] AsiaPress. (2024, 1월 5일). <북한내부> 파격적인, 10배 넘는 '임금 인상' (1)국영기업과 공무원의 노임을 일제히 인상... 그래도 월수 4500원 정도. https://www.asiapress.org/korean/2024/01/nk-economys/wage-increase/, RFA. (2024, 1월 9일). 북, 노동자월급·식량배급가격 시범적 동시 인상. https://www.rfa.org/...01092024091414.html, RFA. (2024, 4월 29일). 북 공장기업소 노동자 월급 20배 인상 전면 시행. https://www.rfa.org/korean/...04292024095034.html

 

[5] CSIS(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가 북한에 실제 거주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 주민 가계 소득 중 시장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도 75%이상으로 보고하였다. CSIS. (2024). Paradise evaporated: Escaping the no-income trap in North Korea. https://beyondparallel.csis.org/paradise-evaporated-escaping-no-income-trap-north-korea/

 

[6] 통일부. (2024).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 보고서. https://unikorea.go.kr/...47387&pageIdx=1

 

[7]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암호화폐 해킹을 통해 약 30억 달러 이상을 탈취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2024). Final report of the Panel of Experts submitted pursuant to resolution 2680 (2023) (S/2024/215). https://undocs.org/...DeviceType=Desktop

 

 


 

■ 정승호_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교수.

 


 

■ 담당 및 편집: 오인환_EAI 수석연구원; 정종혁_국립외교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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