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률 EAI 시니어펠로우(동덕여대 교수)는 미국 패권의 구조적 쇠퇴 인식을 바탕으로 대등한 위치에서 ‘안정적 공존’을 모색하는 2026년 중국의 대미 전략 진화를 심층 분석합니다. 저자는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미국과는 실용적 거래와 협상을 시도하고 다른 한편 유럽, 글로벌 사우스 등을 향한 전방위 외교를 적극 추진해 자국 주도의 다극 질서를 구축하려는 선제적이고 주도적인 외교 전략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 시니어펠로우는 미중 간의 전격적인 타협이나 ‘그랜드 바겐’ 과정에서 한국의 이익이 간과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정부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한중 전략대화를 조속히 복원하고 긴밀한 소통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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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의 국제질서에 대한 인식의 변화: 미국 패권과 미국 주도 국제질서의 쇠퇴
2025년 하반기 이후 중국 학계는 전후 미국이 주도해온 기존 국제질서의 붕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이미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비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기존 국제질서의 붕괴를 촉발한 주요한 배경은 미국 패권의 쇠퇴라고 인식하고 있다. 정치적 영향력, 경제력, 군사력, 기술 수준 네 가지 측면에서 미국의 국력을 검토한 결과 미국의 패권은 구조적으로 내부로부터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左希迎 2025).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부과, 그리고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에게 더 많은 국방비와 국제적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내부 문제로 초래되고 있는 패권 약화를 지연시키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행보를 ‘온정적 패권’에서 ‘약탈적 패권’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左希迎 2025). 트럼프 행정부는 ‘약탈적 패권’ 행위로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패권 약화를 지연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패권의 쇠퇴를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더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중국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세계 체제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구축되지 못한 채 기존 질서가 쇠퇴하는 불안정성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냉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국제질서의 상당부분을 훼손시키고 있고 2028년 이후 미국 민주당 정부가 집권한다고 해도 이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및 보호주의 정책으로 인해 주요 강대국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신뢰가 크게 약화되어 향후에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를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참여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백년 만에 도래하고 있는 국제질서의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과 직접적인 대립과 경쟁의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자국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되 세계 평화를 지키는 국가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면서 장기적인 전략 계획을 수립해가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초래되고 있는 국제질서의 급격한 변화와 불확실성 증대가 일단 도전보다는 기회의 측면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 시기 중국을 힘들게 했던 체제와 가치에 기반한 미국의 세력권 확장과 ‘신냉전’의 대결 구도가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확장하고 역할을 확대해 갈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생기고 있고 이를 통해 국익을 신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대만문제와 같은 핵심이익을 제외한 분야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실용적 거래에 기반한 타협과 정책 조율을 해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 중국은 비록 미국의 패권이 쇠퇴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과학기술, 군사력 등에서 중국을 압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발전을 통제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패권의 쇠퇴라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략적 자원을 세계적 확장에서 패권 유지에 필수적인 핵심 영역에 집중하고, 주요 전략 경쟁국에 대한 ‘표적 봉쇄’를 시행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중국은 2025년 12월 발표된 미국 국가 안보 전략 보고서(NSS)에는 외형상으로 이전에 비해 중국에 대해 완화된 입장을 표명한 듯 보일 수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미국은 여전히 주요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에 대해 더욱 정밀하고 실용적이며 지속적인 ‘표적 봉쇄’를 시행하려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王鹏 2025).
중국은 국제질서에 대한 변화된 인식을 바탕으로 2026년 중국 외교의 화두는 이른바 미국과 차별화 하는 중국식의 독특한 대국 외교를 통해 중국이 주도하는 다극 질서를 구축하는 설계와 시나리오를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을 직접 겨냥하여 대립·경쟁을 심화하기 보다는 유럽, 아세안, 글로벌 사우스, 다자주의에 외교력을 집중시켜서 이른바 중국이 주도하는 다극 질서를 구축하는데 더욱 매진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우회적인 방식을 통해 미국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회피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사실상 미국을 견제하고 대응해가는 효율적인 선택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다.
2. 중국의 대미관계 인식과 전략의 진화
중국이 미국 패권의 쇠퇴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이면에는 2025년 하반기 이후 대미 관계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2024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될 때만 해도 중국은 트럼프 1기에서의 통상 마찰 등 거칠게 충돌했던 경험으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대해 상당히 우려와 경계를 했다. 2025년 1월 트럼프 당선인과의 첫 전화 통화에서 시진핑 주석은 당선 축하 인사와 함께 작심하고 중국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에 대한 존중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대만문제는 중국의 국가주권과 영토보전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미국의 신중한 처리를 희망한다고 요청했다 (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5a).
2025년 상반기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와 수출 통제 강화, 그리고 중국의 강력한 맞대응이 이어지면서 미중관계는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그런데 격렬한 갈등과 대립을 거친 후 양국은 예상 보다 빠르게 타협을 모색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미중간 관세 협상이 5월부터 5차례 진행되었고 2025년 10월 30일에는 마침내 부산에서 정상회담이 열렸다. 양국 정상은 이 자리에서 관세 및 수출통제를 잠정 중단하기로 타협하고 1년간의 전략적 휴전에 합의했다.
중국은 2018년 이후 미국의 공세와 압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축적해 온 경험과 경제, 기술, 군사력 등 국력 신장을 기반으로 2025년에는 미국의 관세 및 수출 통제에 단호하고 결연하게 대응하여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통상 압박에서 주요 강대국 중 유일하게 미국과 대등한 수준의 보복 조치로 맞대응 했고,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부각하고 있다. 심지어 2025년 9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데 대한 대응으로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라는 카드로 맞대응하여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를 제어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후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전략이 약화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가(MAGA) 운동을 전개하는데 중국은 직접적인 타켓이라기 보다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이제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고 관리하는 데 경험, 자신감, 그리고 전략을 갖추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은 향후 미중관계의 미래를 설계하고 시나리오를 주도해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刁大明 2025).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1기에서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을 시작한 이후 중국은 8년여의 경험이 축적되었고 이제는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심지어 핵강국간 '상호 확증 파괴' 상황이 핵 사용의 억제를 가져왔듯이 중국의 강력하고 효율적인 맞대응 과정을 통해 미국과 중국이 상호 상대방의 경제와 공급망을 심각하게 교란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한 이른바 '상호 확증교란(确保相互干扰)' 상황이 조성되었다는 해석도 등장했다. 이를 근거로 향후 중국은 미국과 무역 갈등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맞대응과 협상이 반복되는 패턴은 기본적으로 지속될 수도 있지만 큰 흐름은 안정화의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미중관계가 대립과 갈등으로부터 타협으로 전환하는 회복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기대와 평가대로 견제와 압박보다는 타협에 동조할지는 불확실하다. 그렇지만 중국 내에서 2025년 하반기 이후 대미관계에서 이례적으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낙관적인 주장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의 이러한 인식과 태도의 변화가 실제 정책과 전략으로 어떻게 투영될 것인지는 2026년 연이어 진행되는 정상회담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해볼 필요는 있다. 그럼에도 최근 중국이 제시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중국은 이제 미국과의 관계에서 반응적이고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지 않고 대등한 위치에서 선제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견인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3. 미국과 협상을 통한 ‘안정적 공존 관계’ 조성과 전략적 의도
1) 미중 ‘안정적 공존관계’를 향한 타협 및 거래 가능성
중국내에서 대미 외교에서의 자신감 증대는 미중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에 대한 논의로 확장해가고 있다. 2025년 부산 정상회담에서 시진핑과 트럼프 양국 지도자가 비록 일시적 휴전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예상 외로 갈등과 대립을 자제하고 타협을 모색하려는 시도를 했고 2026년에도 상호 방문을 통한 정상회담을 약속하면서 그 어느때 보다도 미중간의 타협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중국이 최근 대미외교 현장에서 강조하고 있는 키워드에도 미묘하지만 중요한 변화가 감지된다. 중국은 정상회담에서 항상 핵심 이익과 레드 라인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대한 경계와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예를 들어 시진핑 주석은 2021년 11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분리주의 세력이 우리를 도발하고 압박하거나, 심지어 레드 라인을 넘는다면, 우리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레드 라인을 언급한 바 있다.
2023년 11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 주석은 시종일관 안정적이고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중미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면서 동시에 중국은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이익, 수호해야 하는 원칙, 그리고 지켜야 하는 마지노선이 있다는 점도 역설했다. 그리고 2024년 11월 리마 정상회담에서는 대만문제, 민주주의와 인권, 제도와 체제, 그리고 발전권은 중국이 절대 용납하지 않는 4대 레드라인이다(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4)라고 명시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2025년 하반기 이후에는 대만문제에 관해서는 여전히 강하게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안정, 상호이익, 협력을 더 많이 강조하면서 미국에 대한 경계보다는 타협의 메시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예컨대 2025년 10월 30일 부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더 이상 레드 라인을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무역과 경제 협력은 미중 관계의 균형추이자 원동력이 되어야 하며, 걸림돌이나 갈등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양측은 협력의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하고 상호 보복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5b)고 경제협력에 방점을 두었다. 그리고 2025년 11월 2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시진핑 주석은 협력은 양국에 이롭고 대립은 양국에 해롭다는 원칙이 실천을 통해 거듭 검증된 상식이며, 미중 상호 성취와 공동 번영이 실현 가능한 현실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5c) 라며 재차 협력을 강조했다.
정상회담 키워드의 변화는 앞서 중국 연구자들의 중미관계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중국내의 이러한 변화는 실제 객관적인 분석과 판단의 결과일 수 도 있지만 더욱 분명한 것은 중국이 현실적으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적극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미중관계를 안정화 하려는 정책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미중관계에서 수동적이고 반응적이기 보다는 양국관계의 새로운 방향을 설계하고 시나리오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의지도 피력하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2025년 12월 매년 개최되는 ‘국제정세와 중국외교’ 세미나 연설에서 미국과의 관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5d). 즉 “미중 상호 호혜적 상호작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건전하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미중 관계 발전을 도모할 것이다”며 중국이 구상하는 새로운 미중관계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향후 중국은 미국과 대등한 역량을 기반으로 각자 독자적인 전략으로 경쟁하는 상황이 진행될 것이고, 이에 따라 양국은 대립과 경쟁의 강도를 조절하고, 상호 전략적 변화를 수용함으로써 평화 공존의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达巍, 2025). 예컨대 미중 관계는 역사상 처음으로 두 민족주의 강대국의 관계로 변화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시진핑 주석의 ‘중국 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모두 민족주의적 목표를 내세우고 있어 반드시 상충되는 것은 아니며 미국과 중국은 적어도 서로를 방해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6년에는 4월 트럼프의 방중, 11월 APEC 정상회담, 그리고 12월 G20 정상회담 등 여러 차례의 미중 정상회담이 예상되는 만큼, 중국은 이러한 계기를 통해 양국간에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공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중 양국이 상호 현실적인 요구를 충족하는 안정적인 양자 관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예컨대 푸단대학교 우신보 교수(Wu Xinbo 2026)는 미중간의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제안하고 있다. 우교수는 그랜드 바겐이 쉽지 않으므로 우선 상대적으로 합의가 쉬운 무역과 경제분야에서 협상을 시작해 상호 신뢰를 쌓고, 이후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더 복잡한 지역 안보 문제와 글로벌 이슈로 협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대두 등 미국으로부터의 수입과 미국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대신, 미국은 수출 통제를 완화하고 중국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를 줄이는 거래를 진행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미국은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중국은 희토류와 핵심 광물 수출 제한을 그에 상응하게 자제하는 거래를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무역, 경제분야에서의 합의를 발판으로 보다 복잡한 지정학적 경쟁, 예컨대 한반도, 남중국해, 대만문제에서의 위험 관리를 위한 협의로 진전시켜 가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대만문제는 미중 관계의 미래를 좌우할 가장 중대한 과제로 상정하고 갈등의 확대를 막기 위해 미국은 대만에 자제를 요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여 노골적인 '독립' 행동을 취하지 못하도록 막고 중국은 대만 주변에서의 군사 활동을 줄임으로써 선의를 보여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영역에서는 양측이 국제 질서에서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협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기존 질서를 완전히 전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안정을 유지하면서 일부 다자 기구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 서방 국가의 대표성을 강화하려는 것임을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실질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왕지스 교수는 ‘미국은 중국의 체제 전복을 포기하고, 중국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도전하지 않는다는 전략적 명확성'을 상호 주고받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王缉思, 2026). 아울러 왕 교수는 미중 관계를 더이상 '개선'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서로의 레드 라인을 명확히 하고 그 안에서 각자의 이익을 챙기는 실용적 '공존'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요컨대 왕이 외교부장의 제언 등 중국내 일련의 논의를 요약해 보면 중국은 이른바 백년만의 국제질서의 전환기를 맞이하여 미국과의 관계에서 이제 대등한 위치에서 상호 이익에 대한 실용적 차원의 거래와 협상을 통해 안정적인 공존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
2) 중국의 전략적 의도와 과제
중국의 새로운 제안은 다분히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 본능을 포착하고 이를 전향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그럼에도 실제 타협이나 거래가 성사되기에는 상당한 제약과 한계가 있다. 첫째, 중국은 체제의 특성상 시진핑과 트럼프 양 지도자가 주도하는 그랜드 바겐 가능성을 기본적으로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예외적으로 독단적이고 거래 주의적 성향이 강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중국 체제와는 달리 미국 대통령은 임기가 있고 권한도 견제되고 있어 독단적으로 거래를 관철시킬 수 만은 없는 한계가 있다. 시진핑 트럼프간의 거래가 성사된다 해도 이것이 곧바로 미중관계의 장기적 안정화를 담보하지는 않을 수 있다.
둘째, 거래에서 중요한 것은 이익의 등가적 교환 못지 않게 신뢰이다. 그런데 미국내 주류 정치인과 고위 정책결정자들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중국과의 거래와 협상에 대해 여전히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최근 중국내의 협상과 거래 논의 자체가 중국이 2035년을 겨냥하여 설정하고 있는 이른바 현대화 강국 로드 맵의 토대를 만드는데 집중하기 위한 ‘시간 벌기’ 용 제안일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중국정부와 중국의 전략적 의도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어 ‘그랜드 바겐’과 같은 방식의 거래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 이례적으로 거래와 타협 방안들이 정부와 학계를 통해 적극적으로 개진되고 있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안정화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타협이 중국의 기대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협상 제안 이면에 다른 전략적 고려와 의도가 내재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첫째, 중국 역시 미국과의 공존을 위한 협상을 제의하는 이면에는 일단 트럼프 집권 시기의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미국의 압박과 통제를 일시적으로라도 회피하면서 시간 벌기를 하려는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중국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민자 과잉 단속 문제 등으로 정치적 곤경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중국과의 거래를 통한 일시적 타협은 고려해 볼 만한 선택지일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중국이 미국산 대두 등 농산물과 에너지(LNG) 구매, 펜타닐 원료 차단 협조, 미국내 제조업 직접 투자 확대, 그리고 희토류 수출 통제 해제 등의 제안을 한다면 거래를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의 입장에서도 2026년은 주지하듯이 ‘15차 5개년 규획’의 원년으로서 그 어느때 보다도 국내 발전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다. 15.5 규획의 안정적 출범과 성패는 시진핑 체제의 안정화와 시진핑의 장기집권 가도에 매우 중요한 변수이다. 따라서 시진핑 정부는 내부적으로 경제 구조개혁과 활성화, 그리고 기술자강에 집중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와의 대립과 갈등을 최소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무역 및 기술 통제를 돌파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가 있다. 따라서 중국은 비록 미국과의 그랜드 바겐 까지는 안되더라도 최소한 무역 및 경제 분야에서의 스몰 딜이 성사되어 일시적 휴전을 연장시키는 차선책도 상정하고 있을 수 있다.
둘째, 중국은 미국을 향해 안정적 공존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사실 미국을 제외한 국제사회의 다른 국가들을 의식한 제안일 가능성도 있다. 즉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생겨난 외교 공간을 중국의 안정성, 확정성, 책임감 등 외교적 수사를 적극적으로 발신하면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것일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강압적이고 예측불허의 정책 행보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에게 중국은 정책의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부각시키면서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와 관련 왕이 외교 부장은 2025년 12월 연설에서 이례적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중국의 5대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즉 격동의 세계 정세에 중국은 ‘안정의 닻(稳定锚)’역할을 하고, 새로운 주변 환경에서는 든든한 버팀목(主心骨), 변화하는 국제질서의 ‘길잡이 (定盘星)’역할을, 그리고 세계 경제의 발전을 견인하는 성장 엔진(主引擎) 역할과 국제 도덕 위기에 균형추(压舱石)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국제질서의 전환기에 오히려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확장해 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와 극명하게 대비시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을 향해 안정적 공존을 지속적으로 제안하면서 동시에 미국의 패권 쇠퇴의 기회를 적극 포착하여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과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전방위 광폭 외교를 병행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다극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을 주도하고 유럽, 중동, 아세안,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실질적 협력과 연대도 강화해 가고 있다.
4. 중국의 대미 전략의 변화와 한반도 정책의 영향과 함의
중국은 2026년을 겨냥하여 이른바 중국 특색의 대국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피력하고 있다. 중국이 대국 외교를 새삼 강조하는 이유는 15.5 규획의 착수와 미국과의 안정적 공존관계 확보가 사실상 2026년의 가장 중요한 외교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대로 15.5규획과 대미외교는 상호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대미관계의 안정적 공존 확보는 15.5 규획 성패의 중요한 변수이고 15.5규획의 성공은 대미 외교에서 중국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왕이 외교부장이 제시한 2026년 7대 외교 과제에 주변국가들과의 운명공동체 건설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지만 주변 외교 역시 15.5 규획과 대미 외교의 성취를 위한 배경이면서 종속변수이다. 한반도는 중국에게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주변외교의 대상이다. 그렇지만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은 중국의 발전전략과 대미외교에 영향을 받아 매우 유동적이다.
최근 매우 이례적으로 2개월 사이에 연이어 두 차례의 한중 정상회담이 개최 된 것은 양국 정부가 공히 관계 회복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런데 정상회담이 이례적으로 연초에 전격적으로 성사된 이면에는 중일 갈등, 한일정상회담, 미중정상회담, 그리고 북미회담의 가능성 등 외생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부인키 어렵다. 미중 관계를 비롯한 국제정세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한중관계 회복의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2016년 사드 갈등처럼 최악의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관계 복원의 의지도 확인 되었지만 동시에 양국간 여전히 상호 상이한 기대와 요구를 하는 전략적 동상이몽의 상황이 엄존한다는 것도 새삼 확인되었다. 한중관계 34년의 역사에서 지속적으로 양국관계의 최대 변수이자 장애였던 북한과 미국 요인이 관계 복원의 중요한 길목에서 다시 한번 양국의 서로 상이한 요구로 소환되었다. 한국은 정상회담 의제로 북한문제 등 한반도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에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과 대만문제에 대한 한국의 전략적 선택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더욱이 중국이 미국을 향해 비록 일시적일 수 있지만 공존을 위한 거래와 협상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우교수의 이른바 그랜드 바겐에서 한반도 문제도 순차적으로 양국간 거래가 필요한 의제로 제시되었다. 우교수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억제정책 보다는 미중이 공동으로 보장하는 평화 메커니즘, 예를 들어 4자 회담 재개를 통한 상황 관리의 방식으로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 모두 북핵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북한의 비핵화를 언급조차 회피하고 있는 상황에 있다. 비록 학자의 제언에 불과하지만 현재의 흐름상 미중이 일시적 휴전에 돌입하기 위해 한반도 문제를 한국과의 협의 없이 거래의 제물로 소모할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실용외교의 기치 하에 한미동맹의 현대화와 한중관계의 전면 복원이라는 상충될 수 있는 외교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북한 핵보유를 결코 수용할 수 없는 한국의 입장에서 북미대화도 주시하고 대비해야 하지만 동시에 미중간의 전격적인 타협 가능성도 상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 준비도 필요해진 상황이다. 2026년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가 중대한 실험대에 올라설 수 있다. 한미, 한중, 미중, 북미 관계가 상호 복잡하게 연계되고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되고 한국이 그 상황에서 소외되거나 또는 희생될 우려가 없지 않다. 그 어느때 보다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복합 방정식을 풀어가기 위한 전략적 고민과 대비가 중요해졌다.
우선 한중관계에서는 관계 복원도 중요하지만 예측불허의 상황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그동안 중단되었던 다양한 층차의 전략대화를 속히 복원하여 양국간에 긴밀한 소통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한중 양국이 지속적으로 전략 대화를 유지하여 상호 상정하고 있는 최대의 기대치와 최소의 레드라인에 대해 보다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한중 양국이 외생 변수의 복합 도전으로 인한 한반도의 돌연한 상황 악화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관계 복원을 위한 우선 과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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