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국과 일본 국민의 대미(對美) 신뢰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8일 공개됐다.
집권 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반발심이 동맹국에서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8일 동아시아연구원(EAI)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1회 한·미·일 국민상호인식 조사 및 제12회 한일 국민상호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회견에는 한국 EAI와 일본 아시아퍼시픽이니셔티브(API), 미국 한미경제연구소(AEI) 등 공동 여론조사를 진행한 3국 싱크탱크 인사들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응답자 27.6%와 일본 응답자 34.9%는 각각 올해 한미, 미·일 관계가 악화됐다고 인식했다. 특히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됐다. 한국에서는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작년보다 12%포인트 늘어난 30.2%에 이르렀다. 일본 역시 미래 미·일 관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44.7%로 긍정적 인식(23.6%)을 크게 앞질렀다.
손열 EAI 원장은 한일 국민의 미국에 대한 신뢰 저하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 관세전쟁 등 미국 정책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이 강요하는 고율의 상호관세에 대해 한국이 80.9%, 일본은 76.5%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한국은 지난달 극적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서도 55.6%가 반대 의견을 나타내 32.8%에 머무른 찬성 응답을 크게 앞섰다. 주한·주일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한일이 적게 부담하고 있다는 미국 주장에 동의한다는 비율은 한국 4.1%, 일본 3.7%에 불과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에 비해 안보정책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주한·주일미군 역할 재조정에 대해 한일 국민 모두 ‘대체로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응답자 중 48.4%가 ‘주한미군의 임무와 기능을 중국 견제로 전환하는 데 대해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반대는 35.5%였다.
중국에 대한 위협감은 한국 국민이 가장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응답자 가운데 73%가 ‘중국은 한국의 군사적 위협’이라고 인식했다. 이는 일본 68.7%, 미국 58.6%를 넘어서는 수치다.
또 ‘대만해협에서 중국이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한 한국 응답자는 72.1%에 달해 미국 42%, 일본 42.1%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손 원장은 “한일 양국 국민이 중국 도전에 강한 경계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중국이 해양 패권을 추구하고 한국과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구조물 설치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은 상황 등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한일관계 개선을 지지하는 양국 여론은 견조한 흐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도전과 트럼프 대통령의 강압적 태도에 대한 전략적 인식 공유 등 ‘동병상련’이 양국 간 결속력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럼에도 한국에 대한 일본 국민의 인상은 나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호감도는 2023년 37.4%에서 올해 24.8%로 떨어졌다. 손 원장은 “현재 한국의 집권 세력이 반일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불신과 의구심, 그리고 계엄과 탄핵, 정치적 대립 등 한국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