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의 사랑방 수업에 참여하기 전에 저는 이미 국제정치학에 대한 어느 정도 정형화된 관점을 확립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첫 수업에 참여하여 ‘복합세계정치학’이나 ‘해석학’과 같은 단어들을 접하고서는 그러한 제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사랑방을 수강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와 같은 단어들은 어디까지나 책 속의 개념들이었을 뿐, 제가 하고 있는 공부와 직접 연결된다고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랑방 수업을 들으면서 하영선 교수님의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를 넘어선 “어떻게 이해를 하고 갈등의 세계정치학이 아닌 사랑의 세계정치학을 할 것인가”를 다루는 지도를 받으면서 제 관점을 확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해한다’는 말의 의미가 해석학을 접함으로써 새롭게 와닿았습니다. 이전에는 다량의 사료와 논문을 읽어 논점을 요약하고 논리적 빈틈이 없도록 재구성해 설득력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강의를 들으며 해석학을 접한 이후에는 ‘이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을 읽고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이해를 하나의 ‘기술’이나 ‘방법’이 아니라 개인은 선이해와 편견을 가진 존재로서 전통과 마주치는 일종의 ‘사건’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텍스트와 마주할 때 제 지평과 텍스트의 지평이 어ᄄᅠᇂ게 만나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태도로 발전하였고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만의 이해의 영역이 이러한 지평의 융합(fusion)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이와 더불어서 하영선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복합 세계정치는 국제정치학이 단순히 국가 간 힘의 관계를 모형화한 체계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각 시대와 문명이 구축해온 시공간 질서가 교차하는 장에서 역사 속의 행위자들이 어떤 문제의식 하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되짚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텍스트의 행간을 읽고서 당대인들의 애환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사료들이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목소리로 들리기 시작하는 경험을 추후 사랑방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경험해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매주 사랑방 여정에 동참해주신 동기분들, 열정적으로 지도해주신 하영선 교수님, 그리고 프로그램이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EAI 직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한 학기 동안 학업적인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진로나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