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이슈브리핑
[Global NK 논평] 미국 해양패권의 미래와 한국의 전략: 한미 조선협력과 대북 정책을 둘러싼 미국 의회의 역할

■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한미조선협력과 마스가(MASGA): 포괄적 한미동맹의 첫 걸음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용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협상 과정 가운데 한국 대표단의 고심 끝에 나온 용어이다. 한미조선협력에 대한 아이디어와 제언은 사실 관세협상 이전부터 이미 많이 제기되어왔다. 오히려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되었던 빈도 수에 비해 실질적인 한미조선협력의 결과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이미 작년 2월 바이든 행정부의 해군부 장관 카를로스 델 토로 (Carlos Del Toro)는 HD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하였고 한국 조선소의 생산시설과 함정 건조 역량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국내 조선업은 쇠락하였지만, 중국과의 해군력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조선협력은 필수적이다. 세계적인 조선업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북핵 문제와 중국과의 관계를 포함한 많은 외교 현안에서 미국과의 공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한국에게도 한미조선협력은 서로가 흔쾌히 주고 받을 수 있는 포괄적 한미동맹의 중요한 첫 걸음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한미조선협력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이 미국의 국내정치적, 법적 장애물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려는 주도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해군력 증강 및 조선 관련 법안들과 한미조선협력의 법적제약  최근 미국 의회에서 다소 고무적인 법안의 초당적 발의가 이뤄진 바 있다. 지난 8월 1일 하와이의 에드 케이스(Ed Case) 민주당 의원과 괌의 제임스 모일런(James Moylan) 공화당 의원이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법(Merchant Marine Allies Partnership Act)을 함께 발의한 것이다. 이 법안은 미국 선박이 한국, 일본 등 동맹국 조선소에서 선박 개조 시 50%의 수입 관세를 면제하고 동맹국 제조 선박의 미 연안 운송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20년에 제정된 존스법(Jones Act)에 의하면, 미 연안을 항해하는 모든 선박들은 미국인에 의해 건조, 소유, 운행되어야 하는데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법은 동맹국과의 조선협력을 위해 동맹국들에 대해서 이 규제들을 예외로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 법안은 하원의 교통 및 인프라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다.  존스법에 더해 동맹국의 조선업 협력의 법적인 제약으로 작용하는 법은 번스-톨레프슨법(Byrnes-Tollesfson Act)이다.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은 미 해군이 직접 외국 조선소와 해군 선박을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하청업체나 하도급업체를 통한 계약 또한 금지한다. 대통령의 면제권(waiver)을 예외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전시와 같이 특수한 상황이 아닌 한, 면제권을 대통령이 작동할 만한 상황은 현실적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번스-톨레프슨 법은 건조뿐만 아니라 유지, 보수, 정비 (MRO: Maintenance, Repair, Overhaul) 또한 해외에서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별도로 가지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미국 또는 괌을 모항으로 하는 해군 함정은 미국 또는 괌 외부의 조선소에서 유지, 보수, 정비를 받을 수 없다. 다만 연안전투함(LCS: Littoral Combat Ship)의 경우나 항해 중 수리의 경우, 그리고 적대적 행위 또는 개입으로 인해 발생한 파손의 수리일 경우에는 외부의 조선소에서 수리될 수 있도록 예외가 적용되는 범위를 정해 놓았다.  2024년 자료를 기준으로 할 때, 296척의 미 함정 중 40척만이 미국이 아닌 해외의 기지를 모항으로 하고 연안 전투함은 총 22척에 불과하다. 따라서 번스-톨레프슨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특히 일본의 요코스카 해군기지와 사세보 기지와 같이 미 함정들의 모항을 보유하지 못한 한국의 경우는 한미조선업 협력이 현실화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요코스카와 사세보를 모항으로 삼는 미 함정들이 있기 때문에 이 함정들에 대한 유지,보수,정비(MRO)를 담당하고 있다. 2024년 11월 한화오션에서 수주하여 시행한 2건의 MRO 사업도 미국이나 괌을 모항으로 하지 않는 미7함대에서 발주한 사업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방위사업청의 강환석 차장은 지난 8월 6-7일 워싱턴을 방문해 미 해군부 제이슨 포터 연구개발획득차관보를 만나 미 함정을 미국 내 조선소에서만 건조하도록 규정한 번스-톨레프슨 법 개정의 규제 완화 필요성을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강 차장은 법적 현황을 감안해 한국의 조선사가 함정을 건조하거나, 블록 모듈 형태로 생산 및 납품한 후 미국 현지 조선소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식 등의 다양한 협력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법안들이 발의 단계에서는 많은 언론의 보도를 타지만, 발의는 입법의 시작 단계일 뿐 발의 이후에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지 않거나, 회부되어도 계류되거나 상하원의 투표를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런 실질적인 변화를 도출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의 해군력 증강과 한미조선협력의 실질적 변화에 있어서 의회의 역할이 상당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사실 미 함정의 동맹국 건조를 위한 번스-톨레프슨 법안을 개정하는 법안(Ensuring Naval Readiness Act: ENA Act)은 2024년 6월에도 발의된 바 있었다. 그러나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2025년 2월에 재발의 되어 현재는 상원국방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4월 행정명령과 연동되는 법안인 미국 함정 건설, 항만 인프라 번영, 안보 법안 (the SHIPS Act: the Shipbuilding and Harbor Infrastructure for Prosperity and Security for America Act) 또한 상원과 하원에 각각 관련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어 있지만 심의(hearing) 일정은 잡혀져 있지 않다. 지난 6월에 발의되어 외국 선박의 미 연안 운송을 허용하는 내용의 미국 수역 법안 (the Open America’s Waters Act) 또한 같은 상황에 놓여져 있다. 전술한 4개의 법안 중 가장 진전이 있어 보이는 법안은 가장 최근에 발의된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 법이지만, 이 또한 상황에 따라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계류되지 않거나 하원이나 상원의 투표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해양조치계획 추진 동력 약화  해양패권국은 전략수준의 해양세력전이가 벌어질 때 역사적으로 해군력 증강을 위해 국내적인 자원추출능력을 극대화하거나 다른 전역에 배치된 함정을 세력전이가 발생하고 있는 전역으로 이동시키는 모습을 보여왔다.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의 양적해양세력전이가 진행중인 가운데, 지난 4월 “해양지배권 회복(Restoring America’s Maritime Dominance)”이라고 명명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정명령과 그 안에 담긴 해양조치계획(Maritime Action Plan)은 전형적인 전자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무부, 전쟁부, 상무부, 노동부, 교통부, 무역대표부, 본토방위부가 망라되어 총동원되는 이 해양조치계획의 제출기한이 벌써 2개월 이내로 다가온 반면,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최근 해양조치계획을 담당하는 백악관과 해양사무국의 주요 인력들이 행정부를 떠나갔기 때문이다. 백악관 국가안보실의 해양 및 산업역량 수석비서관을 맡고 있던 이언 베닛(Ian Bennitt)은 지난 7월말 트럼프행정부를 떠났다. 국가안보실 비서실장(National Security Council Chief of Staff) 브라이언 맥콜맥(Brian McCormack)의 사임에 더해 베닛의 사임은 총 7명의 해양사무국(the maritime office) 참모 중 5명이 7월에 사임한 이후의 추가적인 인력 손실이다. 7월의 이 같은 인력의 이동은 4월 행정명령과 해양조치계획 실행의 추진력이 행정부 차원에서 약화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추정을 가능케한다. 2개월 후 해양조치계획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섣부른 예단은 피해야겠지만, 우선 4월에 비해 행정부의 행정명령 실행 동력이 일부 약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 해양패권국의 자원추출능력의 증진에 행정부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은 입법부이다. 19세기말 프랑스와 러시아와의 동맹이 지중해에서의 영국의 해군력우위에 도전을 가하자, 영국 의회는 스펜서 프로그램 (the Spencer Program of 1893)과 함께 해군 예산에 편성되어 있지 않은 함정 건조와 연안시설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법안 (Naval Works Act of 1895, Naval Works Bill of 1896)을 통과시킨 바 있다. 1930년대 미국 의회 또한 1934년부터 연속적인 함정 건조 법안을 통과시켜 일본에 의한 해양세력전이를 방지하였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해양조치계획을 추진하는 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와 함께 현재 미국 의회가 해양 및 선박건조 관련 법안에 대해 전향적인 모습으로 힘을 더할 수 있을지 여부가 미국의 해군력 증강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한국이 함정 건조나 유지, 보수, 정비와 같은 조선업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동맹국의 조선업 분야에 대한 법적인 제약이 의회를 통해 제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행정부와 의회에 대한 동시관여와 북한에 대한 접근  트럼프 행정부의 해양조치계획이 성공하려면 의회에서 발의된 해군력 증강, 조선업 투자, 동맹과의 조선 및 MRO 협력과 관련한 법안들이 동시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어야 한다. 그 때 미국은 장기적으로 중국에 의해 발생하는 양적해양세력전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미뤄볼 때, 행정부와 입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함정 건조와 조선업 재건의 진전이 잘 이루어질지, 그리고 만약 진전이 있다면 언제쯤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의 해군력 증강에 대한 필요성은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일정부분 공유되고 있지만 다른 국내정치적인 요인들이 현행법 개정과 입법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최대의 노동조합인 미국노동총연맹 산업별조합회의(the American Federation of Labor and Congress of Industrial Organizations’ metalworkers division)의 철강노동지부(metalworkers division)는 동맹국 조선소를 이용하는 법안을 바이든 행정부 시기부터 반대해왔다. 철강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직업적 안정성을 해친 다는 이유로 최대 노조의 조직력에 기반한 반대 및 로비를 할 경우, 정치인들은 이 같은 압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조선업계의 당사자들은 미국의 전투함정건조에 대한 외주를 주는 방안을 미 조선업계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그들은 현행 법 개정과 새로운 입법을 반대하는 동시에 미국 조선업 인프라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반대는 미 조선업계가 함정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2020년의 경우 미 조선업계가 인도한 총 선박 중 미국 정부기관에 공급된 비율은 3% 미만이었지만, 대형 심해 선박 15척 중 14척은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에 인도되었다. 미 조선업계는 함정과 관련된 사안에 있어서는 아직 강한 보호주의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외국 조선소에서 전투 함정을 건조할 때 무기체계에 대한 정보나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까지 우려하는 국가안보적 고려가 추가될 경우, 외국 조선소에서의 함정 건조에 대한 반대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의 조선소 노동자들이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조선소에 고용되어 일했다는 사실도 우려를 증폭시킨다고 보기도 한다. 지난 100년 동안 존스법을 폐지하기 위한 시도들이 좌절되었다는 사실은 미국 내 조선업계와 노조 로비의 영향력이 강력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러한 미국의 국내정치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이 관세협상 과정에서 레버리지로 제시했던 마스가 프로젝트를 제대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 행정부와의 긴밀한 협의에 더해 미국 의회에 대한 적극적인 관여 및 로비를 펼칠 필요가 있다. 언급했던 방사청과 미 해군부 간의 지난 8월 6-7일의 협의는 한미 행정부 간의 협의라고 볼 수 있다. 한미 행정부 간의 협력 또한 최근 지연되고 있는 관세협정의 여파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 차원의 행정명령과 해양조치계획이 이미 공표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과의 해군력 격차에 대한 우려와 위협 인식이 강화될수록 조선업현대화와 신속한 함정 건조에 대한 요구는 힘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 같은 정치적 모멘텀이 미국에서 상실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행정부를 넘어 의회와 기업 및 민간 차원의 미국 의회에 대한 동시 관여를 펼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국회와 기업, 그리고 민간 차원에서 함께 대미 의회 로비를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지속적으로 미국의 행정부 뿐 아니라 의회에 대한 관여 노력을 기울일 때, 한미조선업협력의 정치적 기반이 마련되고 미국의 국내법 수준의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의회에 대한 한국의 다각적인 관여 노력은 우선 미국의 해군력 증강과 관련한 한미조선업협력을 위해 필요하다. 나아가 한국의 의회 관여는 북한과 얽혀있는 비확산, 평화체제, 그리고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이라는 현안에 대한 한미간의 의견차를 좁히고 한반도를 둘러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데에도 필요한 정책 아이디어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지난 7월 11일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을 통과시키고 “한반도에서 미군 감축 혹은 연합사령부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국방장관이 이러한 조치가 국익에 부합한다고 의회를 통해 인증받기전에는 금지된다는 조항을 적시하였다. 1년 마다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따라 매년 새롭게 제정되는 법안이지만, 주한미군 규모에 대해 미 의회 또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미 의회가 한국이 장기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대북정책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주한미군 규모와 역할 문제에 접근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통해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북한 문제에 대한 장기적 목표를 조정해나가야 한다. 비핵화에 대해서 보다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미 의회와의 협의 체계를 잘 구축하는 것은 한미공조가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공동의 장기비전위에 세워지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미 행정부와 의회에 대한 동시 관여 정책의 출발은 미 해군력 증강과 한미조선업협력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미 의회에 대한 적극적인 관여는 대북정책에 있어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장기적 비전을 한국과 미국이 공유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 오인환_EAI 수석연구원; 서울대학교 강사.  ■ 담당 및 편집: 오인환_EAI 수석연구원; 정종혁_국립외교원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2) | ihoh@eai.or.kr 

오인환 2025-09-29조회 : 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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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논평] 한미동맹의 현대화: 동맹비전과 핵심분야

■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한미동맹은 변화된 안보환경과 미국의 동맹전략 변화, 한국의 국력 신장 등으로 중대한 변곡점에 있다. 동맹의 비전을 어떻게 설정하고 그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한·미군의 역할과 책임을 발전시키느느냐에 따라 동맹이 추동력을 발휘하여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한미는 변화하는 지역 안보 환경 속 동맹의 미래 방향에 대한 공동의 이해를 바탕으로 동맹의 능력과 태세 강화 등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으며, 양측은 확장된 억제력을 유지하면서 한반도에서 미국과 한국군의 역할과 책임을 재조정하는 것(Rebalancing Roles and Responsibilities)을 목표로 한미동맹 현대화를 협의하고 있다.[1]   한미군사동맹은 1953년 10월 1일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 탄생되었다. 한미동맹은 지난 70여 년에 걸쳐서 한반도에서 전쟁 억제를 통해서 평화를 유지하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발전과 10대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지원-비대칭동맹(Supported-Asymmetric Alliance)에서 호혜적-대칭동맹(Reciprocal-Symmetric Alliance)으로 발전하고 있는 한미동맹은 동맹을 새롭게 재조정하여 변화하는 안보전략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전략인식 하에 이 글에서는 안보환경에 대한 포괄적 전략평가를 하고자 한다. 이어서 한미동맹 현대화의 핵심분야를 동맹의 비전, 동맹 역할 확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북핵 도전, 방위비 · 국방비 증액 6개 분야로 선정하여 현실태와 추진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I. 안보환경에 대한 포괄적 전략평가   한미동맹은 소련의 “동방우회 세계적화전략” 일환으로 감행된 한국전쟁 시 공산주의 확산을 차단하는 혈전을 통해서 태동되었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국지도발과 테러 등 새로운 형태의 군사위협에 대처하면서 베트남전쟁에 참전하였다. 소련의 붕괴와 동유럽국가의 해체로 냉전이 종식되었다.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질서가 정착되어 가는 듯했으나 2001년 9·11테러사건을 계기로 테러와의 국제전쟁인 아프간전쟁과 이라크전쟁이 계속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 중국이 2010년 일본의 GDP를 추월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중 패권경쟁시대로 진입했다.   국내정치적 재편과 국제정치적 갈등이 교차하면서 국제사회 곳곳에서 무력분쟁이 진행되고 있으며, 지정학적 긴장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로부터 2025년 6월 3일 대통령 선거까지 있었던 일련의 사건은 한국 민주주의의 쾌거였다. 한국의 남남갈등, 지역·세대·젠더·계층 간의 갈등도 안보적 관점에서 도전이다. 진보·보수정부에 따라 혼돈의 대북 및 통일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남북한 대비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한국이 북한에 의해 군사분야에서 휘둘림을 당하는 형국이다.   북한의 대외전략은 체제생존전략과 대중국·러시아 균형외교를 유지하면서 대남·대미 적대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2] 북한군은 유사시 비대칭 전력 위주로 기습공격을 시도하여 유리한 여건을 조성한 후 조기에 전쟁을 종결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신냉전을 전략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과 러시아는 2024년 6월 18일 북러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을 체결하였고 러·우전쟁에 1만 1천 명의 북한군 전투병력을 파병하여 현대전을 경험하고 있으며, 군사위성이나 ICBM 재진입 기술, 핵추진잠수함 건조 지원 가능성과 러시아군의 참전 담보는 한미동맹에 위협이다.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더 이상 동족이 아닌 교전 중인 적대국가로 규정하면서[3] 절멸(絶滅)해야 할 대상으로 대사변을 독려하고 있다. 북한은 2024년 현재 50여 기의 핵탄두 보유와 90여 기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4] 2027년에 180여 기의 핵무기와 10여 기 ICBM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한반도는 물론 미 본토를 위협할 것으로 평가된다.[5]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1년 청년교양보장법, 2023년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해 북한 주민을 더욱 통제하고 있고, 악화일로의 경제적 압박으로 체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기치를 내 건 트럼프의 부활로 세계경제와 안보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과 중국식 현대화를 강조하는 시진핑의 장기집권은 무력수단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대만점령을 위한 전면적 무력시위를 하면서 해양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반접근지역거부전략(A2&AD, Anti-Access & Area Denial)을 노골화하고 있다. 일대일로구상(BRI, Belt & Road Initiative)에 의해 중국 중심의 해상, 지상, 디지털 세계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사우스국가들 간의 연대와 지역기구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BRICKS[6] 세력권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중국, 유럽 경제가 둔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관세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AI기술개발과 AI주도신산업 등 신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지구가 지각변동을 일으키면서 인류를 위협으로 내몰고 있다.   신냉전시대 융합지정학으로 지정학적 중심지대가 유럽에서 아시아로 전환되고 있으며, 핵심행위자가 강대국 중심에서 강대국·중견국이 연계 융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동맹의 역학이 양자동맹에서 다자안보로 융합하며, 아시아안보와 유럽안보의 연결성이 강화되는 추세이다.[7]   한미동맹은 위협인식을 공유하면서 평화롭고 안정된 세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복합 안보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서 동맹의 비전을 재정립하고, 미국과 한국군의 역할과 책임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II. 한미동맹의 현대화 핵심이슈   1. 동맹의 비전   1) 한미동맹의 공헌   한미동맹의 지난 70여 년을 되돌아 보면서 한미동맹의 공헌을 평가하고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한미동맹의 비전과 전략기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6·25전쟁의 혈전을 통해서 태동된 한미동맹은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제도화되었다.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 영토를 되찾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된 한국인의 전사상자는 1,612,477명(군인 전사망자 137,899 주민 373,599, 부상 군인 450,741 주민 680,367, 포로·행방불명 군인 32,838 주민 납치 303,212 행불 84,532), 미군은 129,514명(전사망자 33,643, 사상자 92,134, 포로 3,737)에 달했으며,[8] 미군은 연인원 485만 여명(육군 283만, 해군 160만, 공군 42만)[9]이 참전하였다.   6·25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한국에게 미국은 1999년까지 1조 3,976만 달러를 원조하였다.[10] 최빈국인 한국이 경제발전을 거듭할 수 있도록 기술이전, 한국 상품 수입, 경제발전의 노하우 전수 등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움을 받았던 나라가 도움을 주는 유일한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미국은 풀브라이트 장학금 등으로 한국의 젊은이들을 유학시켜, 선진학문과 과학기술을 학습하고 귀국해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 한미동맹의 경제적 가치는 미군이 주둔함으로써 국방비 절약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 매년 한국 국방비의 2배로 추정된다.[11] 미국은 직간접적인 개입정책을 통해 독재정권을 견제하였고, 언론의 자유와 인권, 법치주의가 한국사회에 뿌리내리게 하는 데 기여했다.   한미동맹은 주한미군, 연합사, 한미협의체를 통해서 전쟁억제 기능을 수행해왔다. 주한미군이 주둔함으로써 미국은 북한의 무력남침을 미국과의 전쟁으로 간주, 개입을 보장함으로써 전쟁억제에 기여했다. 한미연합사는 전시 대비 작전계획을 발전시키고, 다양한 한미연합 연습을 통해서 미 증원 전력의 한반도 전개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전쟁억제에 기여해왔다. 또한 한미협의체로서 한미 국방부 장관 간 안보협의회의(SCM,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와 양국 합참의장 간 군사위원회회의(MCM, Military Committee Meeting)를 연례적으로 개최해, 한반도 안보평가와 위협 관리를 통해서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12]   한편 한미동맹은 미군 주도의 한미연합 방위체제에서 동맹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안보의식을 초래하였고, 한국군의 정체성 혼란과 군사력 운용 자율성이 제한받는 등의 역기능적인 영향을 미쳤다.   2) 한미동맹의 비전과 전략기조   한미동맹의 비전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 동북아 안보협력 제도화, 글로벌 자유주의 국제질서 구축이다.   동맹의 전략적 기조로 첫째, 한미동맹은 자유, 민주, 법치주의, 시장경제, 인간의 존엄성을 핵심가치로 한다. 둘째, 혁신과 창의력을 발휘하여 끊임없이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전략적 자율성을 보장한다. 셋째, 한미동맹은 호혜주의 동맹을 추구한다. 넷째, 동맹으로서 한미 양국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 사명감을 갖고 책임을 다하는 동맹이다.   한미동맹의 미래비전을 한반도, 동북아, 글로벌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한반도 차원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이다. 2023년 4월 23일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여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동맹국은 한반도의 모든 구성원들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로 하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한반도를 지지한다”고 천명하였다.[13] 한미동맹의 사명은 자유 통일한국을 실현하는 것이다. 통일한국의 출현은 문명사적으로 냉전체제가 종식된다는 의미가 있다. 가난과 인권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2천 6백만 북한 동포를 해방시킬 뿐만 아니라, 내란과 독재정권으로 실패한 국가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게 될 것이며, 동서양 문명을 융합 글로벌 문명공동체를 태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통령 직속 한미통일한국협의위원회(ROK-U.S. Korean Unification Consultative Committee)를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 통일한국의 비전을 발전시키고 통일한국 실현전략을 개발하면서 정책화하는 것이다.   동북아 차원에서 역내 국가들과 상호교류 협력 등 신뢰구축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동북아의 갈등과 대립의 질서를 협력과 공존질서로 전환하는 데 공동의 리더십을 발휘한다. 남·북·미·일·중·러·몽골이 참여하는 동북아안보협력기구를 제도화시킨다. 지역내 재해재난에 공동대처하기 군, 의료진, 경찰, NGO로 구성된 동북아 신속대응군(Rapid Response Forces)을 창설하여 재해 재난 발생시 신속 전개하여 인도적 지원·재난구조(HA&DR, Humanitarian Assistance & Disaster Relief) 작전을 수행하도록 한다.[14]   글로벌 차원에서 한미동맹은 평화유지활동,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대해적작전, 해상 교통로 보호, 사이버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수호한다.   2. 한미동맹의 역할 확대   한미상호방위조약 전문 “태평양지역에서 공격을 받았을 때는 동맹 당사국 중 어느 일국이 태평양 지역에서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대하여 공동 대처한다”와 제3조 “태평양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동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15]는 동맹정신에 의거 태평양지역에서 적대 세력이 자유우방국을 무력 공격을 하여 미군과 무력충돌을 하면 동맹국인 한국의 참여는 당연하다.   그 동안 한국은 동맹정신에 의거 1965-1973년까지 베트남전쟁에 2개 전투사단과 연인원 325,517명이 참전하였으며 사망자 5,099명, 부상자 11,232명 등 전사상자의 희생이 있었다.[16] 이라크전쟁에 자이툰사단이, 아프간 전쟁에 오쉬노부대가 파병하였던 것도 동맹정신과 한미상호방위조약 정신에 의한 것이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 시, 중국군 항모전력이 제1도련선을 장악하려 할 때 제주 함대기동사령부[17] 전력을 투입하여 중국군을 차단하는 작전을 할 수 있으며 중국군이 대만을 침공할 때 오키나와에 전개되어 있는 미해병기동군과 함께 한국 해병대가 중국군의 상륙을 저지하는 작전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18] 이는 한반도 전쟁 억제력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가치를 공유하는 자유우방국이 침략을 당한다면 동맹의 정신에 의거 도전하는 세력이 중국이든 러시아든 공격에 공동 대처해야 한다고 본다. 2023년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지역내 도전, 도발, 위협시 공동대응”하기로 선언하였고,[19] 한미일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2024년 11월 한미일 협력사무국을 서울에 설치하기로 합의하였다.[20] 한국 합동참모본부와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일본 작전통합사령부의 전략기획요원과 안보전문가로 편성한 한미일군사협력TF (ROK-U.S.-Japan Trilateral Military Cooperation Task Force)운용을 제안한다. 한반도 전쟁, 대만 전쟁, 한반도 및 대만 동시전쟁 시나리오를 상정하여 시뮬레이션 워게임을 통해 사태별 한미일의 역할과 책임을 식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고, 유사시 군사작전에서 승리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3.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라이스(Condoleezza Rice 미 국무부 장관은 2006년 1월 23일 한미 전략대화를 통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해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혁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에 합의하였다.[21]   전통적으로 주한미군은 북한의 군사 위협을 억제하는 방어적 임무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최신 안보환경에서는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미중 전략경쟁 등 주요 국제 현안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도 대만,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의 미국 주도 다영역 작전에 참여하는 등 범지역적 임무 수행으로 영역이 대폭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22]   주한미군이 북한 위협 관리 뿐만 아니라 한반도 이외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있을 때 재전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와 관련하여 인태지역에 무력충돌 시 역외 차출(flow-out)은 1회로 하고 주일미군기지를 경유하여 재전개함으로써 한반도가 발진기지로 반복해서 운용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23]   또한 최근 패트리엇부대를 중동지역으로 재배치했을 때 5세대 전투기 F-35를 대체전력으로 순환배치했듯이,[24] 주한미군 전력이 차출 이전 또는 차출과 동시에 대체전력 조치 후 차출 할 수 있도록 미 측과 합의해야 할 것이다.   한편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군은 안보공약의 약화로 비쳐저 북한이나 중국으로 하여금 침공을 유인할 수 있으므로 주한미군의 전력을 오키나와, 괌, 필리핀으로 재배치하거나 철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동북아의 전략적 중심인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4.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한미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할 의지가 분명하다. 트럼프 정부는 잠정국가방위전략지침(Interim National Defense Strategic Guidance)을 통해서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 미 본토 방어에 주력하고, 동맹국에게는 북한 위협 억제 역할의 대부분을 맡기겠다”고 밝히고 있고,[25] 이재명 정부도 임기내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26]   군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시진핑과 김정은이 야합해서 대만과 한반도에 동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개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은 주일미군 전력과 괌도의 전력은 물론 주한미군 전력까지도 대만 전쟁에 투입하게 될 것이며, 한국은 독자적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미국의 안보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27]   한미 국방부 장관은 2014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COTP, Conditions-based Operational Control Transition Program)에 합의하였다.[28] 조건 1 한국군이 연합방위 주도에 필요한 군사 능력 확보, 조건 2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보, 조건 3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역내 안보환경이다.   한미 국방부 장관은 2018년 10월 31일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 4성 장성을 사령관으로, 미군 4성 장성을 부사령관으로 임명하는 미래연합군사령부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하였다.[29]   2025년 8월 현재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따라 조건 충족여부를 평가해보면, 조건 1-2는 충족되었고 조건 3이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조건 1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군사능력 확보는 우리 군이 연합방위 및 전구작전을 주도하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정보, 작전, 군수, 통신 분야의 능력으로 구성돼 있어 상당수준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되며, 조건 2 동맹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필수능력 구비는 한국군이 3축체계를 구축했고, 전략사령부를 창설하였으며, 한미 재래식-핵통합(CNI, 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 작전계획 발전 등으로 충족된 것으로 평가하였으며, 조건 3 한반도 및 지역 안보 환경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하였다.   전작권 전환을 아무런 준비없이 떠밀려 전작권 전환이 이루진 상태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재앙이다. 국민, 정부, 한국군, 동맹 4차원에서 철저하면서 치밀한 준비를 통해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30]   (1) 국민 및 정부 차원 추진전략   대한민국 국민은 과다하게 동맹에 의존하는 안보에서 벗어나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라를 지킨다는 자주국방 의식과 자유민주주의 가치안보로 무장해야 한다.   국민통합이 안 되고 내분에 휩싸이며 평화지상주의에 빠져 있을 때 외부의 적은 여지없이 침략해 왔다. 어떠한 경우도 내우가 외환을 초래케 해서는 안 된다. 오늘의 불안정한 정국은 통합·상생·협치의 정치를 통해 안정화되어야 한다.   국가안보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국가급 차원 전쟁지도체제를 확립해야한다. 국가안보회의(NSC, National Security Council)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국가안위와 국민안전에 심대한 위기가 발생할 때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회의를 주관하고,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안보정책을 내실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싸워 이길 수 있는 전쟁지도체제[31]를 구축해야 한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든다는 것은 전쟁을 예방하는 전략일 뿐 아니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략이다.   예비전력 관리 및 전시 동원태세를 구축해야 한다.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어서 동원령이 선포될 경우 전쟁수행을 위한 부대의 확장이나 손실보충 등 작전소요를 신속 정확하게 충원하기 위한 예비역 및 군복무를 마친 보충역을 동원, 소집하는 등 전시 동원태세와 인력동원, 물자동원 태세를 구축해야 한다. 1달에 한번씩 실시하는 민방위훈련도 실전상황을 의식하는 훈련이되어야 한다.   동시에 전작권 전환에 유리한 안정적 안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남북 정치 군사대화를 추진하고 한미중 전략대화를 통해서 한반도의 안보환경을 평화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2) 군차원 전작권 전환 추진전략   우리 군은 유사시 조기에 제공권과 제해권을 장악하면서 적의 전쟁지도본부 등 전략적 중심을 무력화시키고 제3국의 개입을 차단하면서 고속기동전으로 핵심요충지역을 공정・상륙작전 등을 통해 장악, 국경선을 확보, 전쟁을 종결하는 전략을 추진한다.   정보감시 및 종심타격전력을 조기에 확보하고,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M-SAM, Medium Surface-to-Air Missile)과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L-SAM, Long Surface-to-Air Missile), 대화력전 전력 등을 확보하여 전략적 타격체계를 구축한다.   전쟁지휘, 정보판단, 작전기획, 작전지속능력 등 전쟁수행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또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상부지휘구조를 개편하는 것은 시급하다. 이원화된 군정・군령을 일원화시켜 합참의장에게 합동군사령관 기능을 부여하고, 각 군 참모총장을 작전지휘 계선에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작전, 훈련, 인사를 통합하는 생명력있는 군으로 거듭날 수 있다.   (3) 동맹차원 전작권 전환 추진전략   전작권 전환 이전에 한미는 합참, 연합사, 유엔사, 주한미군사 간의 상호관계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합참은 한미통수기구(National Authority) 및 한미안보협의회의와 군사위원회를 통해 미래연합사에 전략지침과 작전지시를 하달한다. 동시에 국지도발 작전수행 최고사령부 역할을 수행한다. 연합사는 전쟁에 대비 작전계획을 발전시키고 한미연합훈련을 주관하며, 유사시 한반도 전구작전을 지휘하는 사령부 역할을 수행한다. 유엔사는 평시 정전협정을 이행 집행하고 유사시 전력제공을 하면서 유엔사의 일원으로 전개되는 전투부대는 미래연합사에 전술통제로 전환, 단일지휘체제에 의해 전쟁을 수행한다. 주한미군사는 평시 한미연합전비태세를 유지하고 전시 미증원전력과 함께 연합사 작전통제하에 전시 임무를 수행한다. 이를 전작권 전환시 전략지시 3호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미래연합군 사령부의 지휘구조[32]로서 한국군 대장을 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을 부사령관으로 임명하고 참모조직으로 참모장은 미군, 부참모장은 한국군, 한반도 지상작전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작전참모부장은 한국군 장성이, 기획참모부장은 장차계획 발전과 증원전력 전개 등을 고려시 미군 장성이, 정보참모부장은 한국군 장성이 맡는 편성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구사령관은 지상작전 사령관이 수행하고, 미 증원 항공전력 등을 고려하여 공군구성군 사령관은 미7공군 사령관이, 해군구성군 사령관은 항모를 포함 전개전력 등을 고려하여 미7함대 사령관이, 연합특수전 사령관은 한국 특전사령관이, 연합해병대 사령관은 한국군 해병대 사령관이 수행하는 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전 사령관은 미군이, 사이버전 사령관은 한국군 장성이 맡는 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엔사에 군사협조본부를 운용하여 본부장에 유엔사 부사령관을 임명하고, 유엔사 회원국의 전투부대 파병시 미래연합사에 전술통제로 전환하고, 유사시 한반도에 인도적 지원을 위해 참여하게 될 국제기구(IGO) 및 비정부기구(NGO) 등과 협조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연합사령관 직속 전략팀을 운용하여 미래전략을 수립한다.   군의 감시·정찰과 작전기획, 지휘 능력을 향상해 대북 억제 태세를 구현하고,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 위에서 전작권 전환의 이행 로드맵을 마련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다.[33] 한미 국방부는 9월 23∼24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27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한미가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 추진현황 점검하고 조건 충족의 상당한 진전에 공감했다"고 밝혔다.[34] 2026년 2단계 FOC 검증을 통과하면 한미는 전작권 전환의 목표연도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35] 2028년을 전작권 전환 목표연도로 설정하여 목표연도 직전 해인 2027년 마지막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Full Mission Capability) 검증까지 통과하면 전작권 전환을 위한 미래연합사령관 임무수행능력 평가가 완료된다. 한미 국방부 장관은 한미 양국 대통령에게 전작권 전환을 건의하여 전시작전통제권을 2028년 1월 1일부로 한국군에게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5. 북핵 도전에 대한 응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엄중하다. 핵미사일 선제공격으로 남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포괄적인 대응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한국형 3축체계를 끊임없이 보완하고, 일체형 확장억제 이행, 방어준비태세 격상 시 전술핵 자동 전개, 한반도 핵균형과 신평화전략 등 포괄적인 응전전략이 요구된다.[36]   (1) 한국형 3축 체계 보완   첫째, 한국형 3축 체계를 보완한다. 킬체인(Kill Chain) ·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Korea Air & Missile Defense) · 대량응징보복(KMPR, 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으로 구성된 핵 · WMD(Weapons of Mass Destruction) 3축 체계의 효용성을 높이는 한편, 전력구조의 최적화를 지향한 High-Low개념을 적용한 고가의 정보·감시·정찰(ISR, Intelligence Surveillance Reconnaissance) 전력, 요격 미사일을 포함한 첨단기술전력과 드론을 포함한 재래식 전력의 적절한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 3축 체계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자 핵의 민감도를 낮추는 방안으로 북한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고 기능적 무력화를 유도할 수 있는 비살상무기체계의 사용이나 사이버전과 전자전, 정치심리전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사이버안보 차원에서 북한의 사이버 침투에 대비한 통합조정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이버기본법을 제정하고, 기능이 약화된 사이버작전사령부를 사이버방첩사령부로 승격시켜 군사기밀이나 첨단기술이 북한이나 외국군에 유출되지 않도록 사전 예방활동을 철저히 해야한다.[37]   (2) 일체형 확장억제 이행   둘째, 워싱턴 선언과 일체형 확장억제를 이행한다. 2023년 4월 26일 한미정상 간 합의한 한국형 확장억제를 내실있게 이행해야 할 것이다. 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운용하고, 미국 핵전쟁과 한국 재래식 전쟁 지원 실행계획 발전과 핵억제 전력의 연합 교육·훈련을 강화한다. 핵전쟁 시 운용을 위한 범정부 도상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전략핵잠수함, 전략폭격기 등 전략 자산을 정례적으로 시현한다. 또한 한국군의 전략적 타격체계와 한미의 4D(탐지 Detect, 교란 Disrupt, 파괴 Destroy, 방어 Defend) 대응개념을 전쟁의 영역 내로 통합 발전시킨다.   또한 한미 정상 간에 2024년 7월 11일 서명한 한미 간 한반도에서의 핵 억제와 핵 작전을 위한 가이드라인 문서(ROK-U.S. Guidelines for Nuclear Deterrence and Nuclear Operations on the Koran Peninsula: Guideline Documents)[38]를 구체화한다. 한미 양국 간 정보 공유를 확대하는 안보 프로토콜, 위기와 우발사태 발생 시 핵 협의 프로세스, 핵전략과 기획운용, 한미 간 재래식-핵 통합(CNI, Conventional- Nuclear Integration), 미국 핵 작전 시 한국 재래식 무기 지원, 전략 대화, 훈련·연습·시뮬레이션·투자활동, 위험 감소를 위한 연습 등을 포함한 한미핵협의그룹 워크프레임의 신속한 진행을 추진해야 한다.   (3) 방어준비태세 격상 시 전술핵 자동 전개   셋째, 한미연합군의 방어준비태세 격상 시 전술핵무기를 자동 전개한다. 한반도의 전략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평시 한반도에 전술핵을 순환 배치 또는 유사시 전개하는 방식으로 한반도 안보가 긴장되어 방어준비태세(DEFCON)가 격상될 때 전술핵무기를 즉각 전개한다. 이를 위해서는 핵무기의 사용 절차, 보관, 장착훈련, 비용 등에 대한 한미 양자 협정을 체결하고, 전용 저장고(WS3, Weapons Storage and Security System) 건설, 전술핵무기 이동, 장착훈련 등의 단계를 밟아 추진한다.   (4) 한국군 핵무장을 통한 한반도 핵균형   넷째, 한국의 핵무장을 통한 한반도 핵균형과 신평화안보전략를 추진한다. 트럼프 정부가 워싱턴 선언을 이행하지 않거나, 전술핵 재전개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한국의 핵무장은 불가피하다. 핵무장을 위한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핵잠재력을 확보하는 1단계, 국가 비상사태 시 NPT를 탈퇴하는 2단계, 대미 설득 및 미국의 묵인하에 핵무장을 추진하는 3단계, 남북 핵균형 실현 후 북한과의 핵감축 협상을 통해 핵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4단계로 추진한다.[39] 다만, 한국의 핵무장은 남북 핵 감축 합의가 이루어지거나 통일과 동시에 전량 폐기한다는 조건부로 추진한다   6. 방위비 증액 및 국방비 GDP 대비 4% 단계적 증액   (1) 방위비 증액   2026년부터 5년간 한국이 부담할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어 2026년 분담금 총액이 2025년 대비 8.3% 증가한 1조 5,192억원으로 결정되었다.[40] 이를 준수하는 것이 관례이며 기본이다.   추가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면 다음 몇가지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41] 첫째, 주한미군이 한국방어와 중국 견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면 둘의 역할을 비교해서 대중 견제 기여도에 해당하는 만큼 분담액을 축소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방위비 산정측면에서도 한국도 일본처럼 주한미군 토지 및 수도 전기세, 공항 및 고속도로 통행료는 물론 카투사 지원비도 직접지원비에 포함시켜야 한다.   셋째, 일본이나 독일 보다 동맹기여도가 높다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① 동맹국으로서 한국이 베트남전쟁시 2개 전투사단 참전, 이라크전쟁시 자이툰 부대, 아프간 전쟁에 오쉬노부대 파병은 일본이 이라크전쟁 일부 재정지원과 제한된 병력지원, 독일의 아프간 파병과는 압도적으로 차별화 된다.   ② 평택기지이전비용으로 12억 달러의 91%인 10억 9천만 달러를 한국이 부담하였다.   ③ 2024년 IMF 기준 GDP 대비 국방비 측면에서도 한국이 GDP 1조 6,466억 달러, 국방비 460억 달러 2.7%, 일본이 4조 3,900억 달러, 국방비 502억 달라 1.1%, 독일이 GDP 4조 9,200억 달러, 국방비 860억 달러 1.8%로 훨씬 국방비를 많이 운용하고 있다.   ④ 2008-2017년 미국으로 무기구매 측면에서도 사우디, 호주에 이어 3위로 지난 10년 동안 7조 6,000억 원, 67억 3,100만 달러를 구매하였으며 일본의 무기 구매액인 37억 5천 만 달러의 2배다. 이는 고스란히 미국의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⑤ 경제규모와 주둔병력 대비 방위비 분담금을 고려할 때 한국은 미군 2만 8,500명에 1조 5,192억 원(11억 달러), 일본은 5만 4천 명 주둔에 방위비 2조 599억 원(17억 3,830억 달러), 독일 주독미군은 3만 6천 명 미군주둔에 방위비 9,441억 원(7억 9,670만 달러)이다. 이를 GDP 대비 방위비 분담비율로 환산했을 때 한국은 0.053%, 일본은 0.034%, 독일은 0.019%로 가장 높다.   넷째, 적정 방위비를 분담하는 대신 한국군 전력증강에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제한사항을 풀도록 해야 한다. 한미 군사과학기술 공동연구개발을 통한 기술이전은 물론 한반도 전구지역에 전술핵무기 재배치와 나토형 핵공유, 핵재처리능력과 농축우라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위협에 대비하여 원자력 추진 잠수함 개발을 허용하는 등의 반대급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공정하고 상호호혜적인 협상이 되어야 하고, 방위비 협상시 현재 보다 적정 증가비는 얼마이며 최대 얼마까지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직접지원비에 대해서 인건비, 군사건설 유지, 군수지원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100% 우리가 지원하도록 하고 나머지 요구비용인 한반도에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및 주한미군 무기 및 장비 운용유지비 등은 미국이 맡고, 한국이 미해군 함정 유지·보수·운용(MRO, 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을 한다.   (2) 국방비 단계적으로 3.5% 증액   북핵 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주변국의 불특정 위협에 대처하며, 미국의 대외 국방정책 및 군사력 운용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방위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긴요하다. 정권을 초월한 안정적인 국방비 보장이 필수적이다. 국방비는 국가의 생사존망을 가름하는 절대적 개념으로 국민전체를 수혜자로 하는 공공재임을 재인식해야 한다. 자주국방 및 방위역량확충을 위한 국방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42]   중장기적으로 한국방위에서 대미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춰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한 재원확보를 위해 국방비를 치밀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국제정치 무대에는 영원한 동맹이 있을 수 없음에 유의하여 언제든지 홀로 설 수 있는 자주적 방위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 미국에 의존하는 전력을 단계적으로 대체하여 미군과 연합없이도 전쟁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립형 군대를 육성해야 한다.   2025년 현재 한국의 국방비는 GDP의 2.67%(GDP 1조 6466억 달러, 국방비 460억 달러)이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북핵위협대비 전력 증강 등 21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는 바, 전작권 전환과 연계해서 국방비를 단계적으로 3.5% 증액할 할 필요가 있다.[43]   III. 결론 및 정책 제안   한미동맹의 미래비전을 한반도, 동북아, 글로벌 차원에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한반도 차원에서 한미동맹의 비전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 동북아 차원에서 지역안보협력 제도화, 글로벌 차원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 구축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정책제안은 아래와 같다.   첫째,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대통령 직속 한미통일한국협의위원회를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 한미정책입안자와 전문가로 편성하여 통일한국의 비전을 발전시키고 통일한국 실현 추진전략을 개발하면서 한미동맹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군통수권자 직속의 전작권 전환 추진위원회를 신설하여 전작권 전환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전작권 전환 추진위원회에서는 전작권 전환 조건 재검토 전환 목표연도 설정, 국민과의 전략적 소통, 대미 협상 지침 하달, 국민 · 정부 · 국회 · 군 · 동맹 차원 조치 사항 식별, 분기별 전작권 전환 추진 실태 체크, 전쟁 지도체제 구축, 국방비 증액, 상부 지휘구조 개편, 전작권 전환 이후 안보 구상 등을 한다.   셋째, 주한미군 전력이 한반도 이외의 우발사태지역으로 재전개시 차출 이전 또는 차출과 동시에 대체전력 조치 후 flow-out 할 수 있도록 미 측과 합의해야 할 것이다.   넷째, 동맹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한국 합참, 미국 인태사령부, 일본 통합작전사령부의 전략기획요원과 전문가로 편성된 한미일군사협력TF 설치를 제안한다. 한반도 전쟁, 대만 전쟁, 한반도 · 대만 동시전쟁 시나리오를 상정하여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 사태별 한미일의 역할과 책임을 식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되어 방어준비태세 격상 시 전술핵무기를 자동 전개할 수 있도록 미측과 협의한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에 전술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확장억제는 한계가 있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핵무기의 사용 절차, 보관, 장착훈련, 비용 등에 대한 한미 양자 협정을 체결하고, 전용 저장고(WS3, Weapons Storage and Security System) 건설, 전술핵무기 이동, 장착훈련 등의 단계를 밟아 추진한다.   태평양지역에서 무력공격 시 동맹국인 한국에게도 공격을 받는 것으로 인식 공동 대처한다는 동맹정신,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혁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는 것, 북핵은 대한민국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어 방어준비태세가 격상 시 전술핵 즉각 전개, 확장된 동맹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방비 증액을 추진함으로써 한미동맹은 호혜적-대칭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1] “美, ‘한미 동맹 현대화’ 협의 공식화… “韓 방위 부담 확대 필요,” 《조선일보》, 2025년 7월 24일.   [2] 전재성, “신정부의 대북전략, 주요변수와 대응전략,” 최종현 학술원-동아시아연구원-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공동주최 「글로벌 복합위기,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전략 방향」 학술포럼, 2025. 7. 24, 한국고등교육재단컨퍼런스홀.   [3] 이중구,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남북관계 전망,” 『통일정책연구』, 통권 제33권 1호 (2024).   [4] SIPRI, SIPRI Yearbook 2025 (Stockholm: SIPRI, 2025), p.182.   [5] Bruce W. Bennett, Kang Choi, Myong-Hyun Go, Bruce E. Bechtol, Jr., Jiyoung Park, Bruce Klingner, and Du-Hyeogn Cha, Countering the Risks of North Korean Nuclear Weapons (Santamonica: RAND, April 12, 2021).   [6] BRICS는 Brasil, Russia, India, China, South Africa를 모체로 2002년 발족되었으며 Saudi Arabia, Egypt, United Arab Emirates, Ethiopia, Indonesia, Iran 7개국이 2024-2025년 가입해 회원국은 11개국이다.   [7] 반길주, “신냉전 개념을 통해 본 국제질서,” 이관세·반길주·최영준·조성렬·이승주·최용환·전재성, 『신냉전 시대는 도래하는가?』(서울;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2024).   [8] 박동찬, 『통계로 본 6·25전쟁』 (서울: 군사편찬연구소, 2014).   [9] 국방군사연구소, 『한국전쟁 피해통계집』(서울: 국방군사연구소, 1996), p. 135.   [10] 김충환, “부산총회 결과와 국회의 역할,” 『국제개발협력』 2011년 4호 (2011), p. 51.   [11] 정경영,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의 미래,” EAI Issue Briefing, 2018. 7. 24.   [12] 정경영, 『피스 크리에이션, 한미동맹과 평화창출』(파주: 한울아카데미, 2020), pp. 150-184.   [13] The White House, “Leaders’ Joint Statement in Commemoration of the 70th Anniversary of the Alliance between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he Republic of Korea,” April 26, 2023. https://bidenwhitehouse.archives.gov/briefing-room/statements-releases/   [14] Chung Kyung-young, “Building a Military Security Cooperation Regime in Northeast Asia: Feasibility and Design,” PhD Dissertation, University of Maryland (2005), pp. 345-348.   [15] 이승만 기념관, “한미상호방위조약 원문 (1953년 10월 1일)” 건국대통령 업적과 연구자료 제공 (Accessed: 2025. 8. 20).   [16] 최용호, 『베트남전쟁과 한국군』(서울: 보라, 2010).   [17] “‘해상 3축체계 중추’ 해군 기동함대사령부 닻 올렸다,” 《국방일보》, 2025. 2. 3: 2025년 2월 3일 창설된 제주기동함대사령부는 해상교통로 보호, 대북 대비 태세 유지,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청해부대) 파병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8200톤급 이지스 구축함(DDG-Ⅱ), 정조대왕함을 비롯한 구축함 10척과 1만 톤급 군수지원함(AOE-Ⅱ) 소양함 등을 운용한다.   [18] “함께할 때 더 강해져”… 하나된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 전개,” 《아시아 투데이》, 2025. 8. 6: 연합상륙훈련은 한미 해병대가 KMEP(Korea Marine Exercise Program)의 핵심 훈련으로 매년 실시하고 있다. KMEP는 한미 해병대의 연합작전 수행능력과 상호운용성 향상을 위한 미 해병대의 한반도 전개 훈련 프로그램이다.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 해병대 III-MEF 3사단 장병 1500여 명이 참가해 해병 제1사단, 2사단, 6여단, 연평부대, 항공단, 군수단 장병들과 실전적 전투기술 및 전술을 공유한다.   [19] The White House, “The Spirit of Camp David: Joint Statement of Japan,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Aug 18, 2023).   [20] 외교부, 『2024외교백서, 2024년도 국제정세와 외교활동』(서울: 외교부, 2025).   [21] 국정홍보처, “‘전략적 유연성’관련 설명 자료,” 2006. 1. 23.   [22] “한반도 중심에서 인도태평양 다영역 작전 체제로,” 전세계가 한국만 보고 있다 “주한미군의 판도가 180도 뒤바뀌게 된 이유” (Accessed: 2025. 8. 19).   [23] 김정섭, “트럼프 발 3중도전과 능동적 동맹변화,” 최종현 학술원-동아시아연구원-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공동주최, 「글로벌 복합위기,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전략 방향」” 학술포럼 2025.7.24, 한국고등교육재단빌딩 컨퍼런스홀.   [24] “전작권 전환, 지름길 택하면 한반도 대비 태세 위태로울 수 있다,” 《조선일보》, 2025. 8. 11.   [25] Alex Horton and Hannah Natanson, “Secret Pentagon memo on China, homeland has Heritage fingerprints,” The Washington Post, March 29, 2025.   [26] “국정위, '국정 운영 5개년 계획' 발표 … "임기 내 전작권 전환",” 《뉴데일리》, 2025. 8. 13.   [27] “‘타이완 전쟁’ 시 한국 스스로 방어해야…미국도 한국 판단 존중할 것,” VOA, 2024. 1. 20.   [28] 국방부, “전작권 전환의 3대 조건,”대한민국 정책브리핑 www.korea.kr (Accessed: 2025. 7. 30).   [29] “Resolution of the Department of Defense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he Ministry of National Defense of the Republic of Korea: Guiding Principles Following the Transition of Wartime Operational Control,” https://kr.usembassy.gov/ (Accessed: 2025. 3. 28).   [30] 정경영, 『전작권 전환과 국가안보』(서울: 도서출판 매봉, 2023), pp. 105-129.   [31] 하정열, “대통령의 전쟁지도 개념 검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정책연구보고서, 2010. 9: 전쟁지도란 평화 시 전쟁을 억제하고 유사시 승리하기 위해 통수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국가전략과 군사전략을 통합, 조정, 통제하여 국가 총역량을 조직화하는 지도역량과 기술을 지칭한다.   [32] 정경영, “전작권 전환과 북핵 포괄적 응전전략 및 군구조 개편,” 한국핵안보전략포럼 엮음,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1 당위성과 추진전략』(서울: 블루앤노트, 2025), pp. 343-375.   [33] “국정기획위, 전작권 전환 “일체형과 병렬형 중 검토 필요,” 《경향신문》, 2025. 8. 13.   [34] “한미 국방부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에 상당한 진전 공감," 《연합뉴스》, 2025년 9월 24일.   [35] “정부, 美 국방비 증액 요구에 ‘전작권 전환’ 연계 방침,” 《동아일보》, 2025년 8. 7.   [36] 정경영, “전작권 전환과 북핵 포괄적 응전전략 및 군구조 개편,”한국핵안보전략포럼 엮음,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1 당위성과 추진전략』(서울: 블루앤노트, 2025), pp.343-375.   [37] 김희철, “북한 사이버 해커 8100억원 탈취, 우리의 대응책은?,” 한양대 국가전략연구소・안보협업연구소 공동 주최 「최근 북한 ICT 현황과 전망」 학술회의 (2022. 11. 30).   [38] The White House, “Joint Statement by President Joseph R. Biden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President Yoon Suk-yeol of the Republic of Korea on US-ROK Guidelines for Nuclear Deterrence and Nuclear Operations on the Korean Peninsula,” (July 11, 2024). https://bidenwhitehouse.archives.gov/briefing-room/statements-releases/   [39] 정성장, 『왜 우리는 핵보유국이 되어야 하는가: 패권경쟁 시대, 전쟁을 막을 최선의 안보 전략』 (서울: 메디치미디어, 2023), pp.119-139.   [40] “2026년 주한 미군 한국 분담금, 내년보다 8.3% 늘어 1.5조원,” 《조선일보》, 2024. 10. 5.   [41] 정경영, 『피스 크리에이션, 한미동맹과 평화창출』(파주: 한울아카데미, 2020), pp.184-191.   [42] 전제국, “국방비 소요 전망과 확보 대책,” 『새 정부의 국방정책 방향』(서울: 한국전략문제연구소, 2017. 7. 15), p.138.   [43] “정부, 美 국방비 증액 요구에 ‘전작권 전환’ 연계 방침,” 《동아일보》, 2025. 8. 7.      ■ 정경영_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 담당 및 편집: 오인환_EAI 수석연구원; 정종혁_국립외교원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2) | ihoh@eai.or.kr 

정경영 2025-09-19조회 : 2519
논평이슈브리핑
[Global NK 논평] 중국 전승절 이후 세계질서 재편과 북한의 부상: 한국 외교의 선택지

■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9월 3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 전승절 행사와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톈진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는 미국 주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비판하는 움직임이 더욱 가시화되었다는 점에 관심을 끈다. 톈진 회의는 SCO 창설 이래 가장 큰 규모로, 20여 개국 정상 및 10개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했다. 특히 주의를 끈 점은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참석했다는 사실로, 인도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 속에서 인도 외교정책의 향방을 놓고 많은 논의가 제기되었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에 25%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여, 기존 관세와 합쳐 총 5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인도는 그간 중국과 국경분쟁 등 갈등을 겪고 있었지만 미국-인도 관계의 긴장 속에 중국과 협력노선을 보이며 균형외교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텐진 회의는 기존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새로운 다극 체제를 구축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의지가 강력하게 드러난 회의였고, 여기서 채택된 텐진선언은 미국 중심의 기존 질서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인도 역시 반서방 연대에 참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었다.  인도는 쿼드 참여 국가로 향후 미국, 일본 등과의 관계를 고려하고, 역사 해석에 대한 중국과의 견해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전승절 열병식에까지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텐진회의에 연이어 개최된 전승절 기념식은 전체적으로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대한 대안제시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끈다. 두 행사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국가들의 정상이 참여했다. 민주주의 국가들도 다수 참여했지만 중국, 러시아, 북한을 비롯하여 권위주의 강대국들이 회의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와 명백한 대비를 보인다. 또한 세계 9개 핵보유국 가운데 5개국 정상이 참여하여 군사적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더구나 핵무기 개발의 문턱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진 이란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과거 권위주의 연대가 주로 추상적 원칙이나 정치적 담론에 머물렀다면, 중국이 주도한 두 행사는 권위주의 국가들의 연대가 단순한 외교적 구호를 넘어 실질적으로 글로벌 거버넌스의 또 다른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열병식에 등장한 중국의 무기들은 권위주의 연대가 강고한 군사력에 뒷받침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해주었다. 중국은 더 이상 첨단 무기 생산에서 미국을 따라가는 추격자의 지위가 아니라 신무기를 앞서 개발하는 선두주자의 위치로 넘어가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가들 간 세계질서에 대한 비전, 구체적인 국가의 이익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이미 새로운 글로벌 질서가 도래했다고 선언하면서 기존의 유럽 중심 질서를 강하게 비판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푸틴 대통령이 2022년 2월 베이징을 방문해 ‘새로운 세계 질서’를 외쳤던 장면을 연상시키며, 그 연장선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럽의 우크라이나 쿠데타 지지로부터 비롯된 정당한 대응이라고 주장하였다. 많은 정상들이 이러한 논리를 지지하는 모습은, 권위주의 연대가 단순한 외교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기존 국제 질서의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문제 삼는 실질적 세력화 과정임을 보여준다. 중국 역시 미국 중심의 일방주의적 행위에 대한 반대를 강조하며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다극적 질서를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처럼 현재 국제질서의 근본 규범들, 예를 들어 타국의 주권존중, 핵비확산 등의 규범을 명시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다. 중국은 향후 국제질서의 리더로 등장하기 위해 UN과 같은 국제기구를 중시하며 현존하는 국제규범을 포용하면서 미국보다 정당한 리더십 행사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국제제재를 명시적으로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북중러 삼각 관계가 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북한, 러시아와 양자회담을 하지만 3자회담을 하거나 삼각관계를 제도화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자신들의 비전과 이해를 공유하고, 중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가들을 불러모아 새로운 세계 질서의 출발점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이는 권위주의 연대가 군사적 역량을 동반한 국제정치 질서로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만약 이 연대가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연합과 군사적으로 경쟁을 지속할 경우, 더 이상 미국의 일방적 승리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패권 재조정 전략과 미래의 불확실성  현재 미국은 패권의 재조정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패권의 경제적 기반을 회복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대외 개입의 우선 순위를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차원의 변화 시도는 오히려 국제질서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미국의 일국 패권을 바탕으로 한 자유주의 질서를 재정비하려는 과정이 전체 질서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은 반드시 협력적이라고 볼 수 없는 세 가지 논리가 공존하며 추진되고 있다. 첫째는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면서 세계적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미국 군사 전략 공동체의 논리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우고 중국을 강력히 견제하며 동맹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미국의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려는 시도다. 둘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경제적 논리이다. 관세 부과, 미국 내 투자 증액, 신기술 투자 등을 통해 미국 패권의 경제적 기초를 재건하고, 나아가 경제적 패권 자체를 확보하려 한다. 이는 군사력을 뒷받침하는 기반으로서 경제를 중시하는 접근이지만 동맹에 대한 압박 때문에 첫째 논리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다. 셋째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입장에서 비롯된 논리이다. 국제관계를 하나의 사업으로 바라보며, 외교와 전쟁이라는 고전적 수단보다 경제적 이해관계를 앞세운다. 분쟁 해결 역시 비전통적인 계산을 통한 접근이 많으며, 개인적 업적에 대한 관심, 노벨상 수상 등 개인적 어젠다를 중요한 동기로 삼고 있다.  미국 패권 재조정전략의 향후 성패에 따라 미국 주도 질서의 미래는 몇 가지로 예측해 볼 수 있다. 첫째, 미국이 경제적 기반을 회복하고 다시금 일국 패권 주도의 자유주의 질서를 복원하는 경우다. 둘째, 미국을 제외한 자유주의 국가들이 협력하여 다자주의적 자유주의 질서를 구축하는 경우다. 셋째, 미국 스스로가 다자주의적 자유주의 질서를 수용하며 책임과 권한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경우다. 이 세 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바람직한 경로로 평가될 수 있다.  자유주의 진영의 미래와 별개로 미국이 배제된 비자유주의적 질서를 추구하는 시나리오도 현실화되고 있다. 전승절 행사에서 나타났듯이 중국과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주도하여 다자주의라는 외피를 유지하더라도 위계적이고 배타적인 질서를 형성하려는 경향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중간 단계에서는 다자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권위주의적 질서로 수렴하는 경로가 나타날 수 있다.  결국, 단일한 질서가 확립되지 못한 채 서로 다른 질서들이 혼재하는 다권역 세계가 도래할 수 있다. 각 질서는 고유의 역사적 맥락과 사상적 기반을 반영하며, 단순한 국제질서를 넘어 권역화된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권위주의 연대 속 북핵문제의 향방과 한국의 대응  북한 문제는 이러한 국제질서 변화 과정 속에서 김정은의 전승절 행사 참여로 더욱 중요해졌다. 북한의 참여는 단순히 북·중 양자 관계나 북·중·러 3자 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에 대항하는 새로운 국가들의 질서 형성 노력에 북한이 일원으로 참여했음을 보여준다. 민주주의 국가들이 국내적 퇴행을 겪고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쇠락을 방관하는 반면, 권위주의와 독재 국가들은 오히려 국제질서의 민주화를 주장하며 스스로를 정당성과 평등성의 수호자로 자처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북한은 고무될 수밖에 없으며, 자신이 새로운 질서의 정당한 일원이라는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북한은 한국, 미국과의 협상보다는 권위주의 연대 속에서 불가결한 동맹이라는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연대의 서열 속에서 중요성을 강화화기 위한 외교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가 단순히 중국과 러시아의 묵인으로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라, 비확산 체제 자체가 약화됨으로써 국제 제재와 불법성 담론이 무효화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유엔 제재 역시 새로운 기준에 따라 재검토될 수 있다고 믿으며, 권위주의 연대의 일원으로서 국제적 지위와 실질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될 것이다. 북한 외교는 권위주의 연대 속에서 핵무기 보유와 경제 발전을 병행하는 공격적 외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북한 비핵화의 기본적 전제들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비확산 체제(NPT) 속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원리적으로 정당하며, 유엔 제재가 유지되고, 중국도 이를 대체로 수용한다는 가정이 있었다. 미·중 관계가 완화되면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협력할 것이라는 기대도 존재했다. 그러나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틀이 약화되고 권위주의 연대가 힘을 얻는다면, 이러한 전제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결국 북핵 문제는 군축 회담의 여부나 비핵화 협상 자체보다, 국제질서의 근본적 재편 속에서 논의되어야 할 사안으로 전환되고 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서방의 쿠데타 지원 탓으로 돌릴 때 전승절 참가국 다수가 이를 지지한 것처럼, 북한도 유사한 논리를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을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이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 속에서 전략적 지위를 강화하고, 핵무기 보유를 정당한 자위 수단으로 정당화하려는 근거가 된다.  향후 트럼프식 스몰딜이 북핵 문제 해결에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낙관적 속단은 이르다. 트럼프의 외교는 사업적 거래에 가까우며 국제정치의 본질적 수단인 외교와 군사적 수단을 외면하는 한계가 있다. 스몰딜이 성사되더라도 한반도의 전략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은 낮고, 오히려 국내 정치 분열이나 연합훈련 중단 등 파급력이 클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한국의 비핵화 노력은 남북 간 혹은 북·미 양자 간 접근만으로는 달성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북한은 글로벌 거버넌스 속에서 전략적 지위를 제고하고 있으며, 자유주의 질서의 향방에 따라 핵무기 고도화와 외교적 입지를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먼저 향후 국제질서에 대해 어떠한 전망을 제시하며 전반적으로 외교국면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미 관계와 자유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권위주의 연대를 주시하고 이상적 국제질서를 통해 갈등을 완화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서 북한 비핵화 가능성을 치밀하게 계산해야 한다.  현재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현재 유효할 수 있으나, 국제질서가 변화하고 진영 간 세력균형이 변하면 또다시 바뀔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북한은 권위주의 연대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국에 대한 통일 노력을 다시 본격화할 수 있으며, 군사력과 국력, 외교력이 강화되면 한국을 향한 태도도 달라질 것이다.  결국 통일에 대한 북한의 구상은 힘의 균형 위에서 수립되는 것이다. 한국은 이에 휘둘리기보다 국제질서의 향방을 주시하며, 한반도의 미래와 통일 전략을 주체적으로 구상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정책은 국제 질서의 변화 속에서 비핵화와 통일 문제를 장기적·구조적 관점에서 조정해 나가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 해법이 아니라, 한국이 지향하는 국제질서와 통일 비전에 대한 적극적이고 독자적인 전략적 구상이다. ■   ■ 전재성_EAI 원장;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담당 및 편집: 오인환_EAI 수석연구원; 정종혁_국립외교원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2) | ihoh@eai.or.kr 

전재성 2025-09-18조회 : 807
논평이슈브리핑
[EAI 이슈브리핑] 한국인의 한미일-북중러 블록화 인식과 핵무장 지지 여론 분석: 2025 EAI 동아시아 인식조사 결과 분석

Ⅰ. 이재명 정부 출범과 최고치를 기록한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율     [그림 1] 북핵 위협 지속시 한국 핵보유 찬반 (2016-2025) 2025년 6월 4일, 역대 최다 득표이자 49.42%의 최종 득표율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수인 171석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입법부와 행정부를 모두 장악한 이른바 ‘슈퍼 여당'이 탄생하였다(연합뉴스 2025a; 연합뉴스 2025b). 강력한 국정 운영 동력을 바탕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초기부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다. 대표적으로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고, 북한도 이에 호응하여 대남 소음 방송을 중지하는 등의 긍정적인 움직임이 나타났다(연합뉴스 2025c; 연합뉴스 2025d). 이러한 변화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남북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는 북핵 위협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 출범은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도에 중요한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되었다. 일례로 2018년 ‘평창의 봄’ 당시 한국인의 핵무장 찬성 비율은 43.3%까지 낮아졌으며, 이는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인의 외교안보 인식 조사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핵무장 반대 여론(50.3%)이 찬성을 앞지른 사례였다([그림 1]).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달리 2025년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율은 다시 2024년의 수치를 상회하며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림 1]과 [그림 2]에서 확인되듯,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경우 한국은 핵무장을 해야한다”는 명제에 대체로 동의하거나, 전적으로 동의하는 비율은 작년의 71.4%보다 3.7% 증가한 75.1%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체로 동의한다는 비율은 34.8%에서 34.9%로 변화해 0.1% 밖에 증가하지 않은 반면,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비율은 36.6%에서 40.2%로 나타나 3.6%의 증가폭을 보였다. 이는 자체 핵무장에 대한 강력한 지지층이 더욱 공고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역대 최대치의 핵무장 지지 여론 형성의 원인은 무엇일까? 지속되고 있는 미중경쟁과 한미일 대 북중러 간 블록에 대한 인식은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본 이슈브리핑은 2025년 동아시아인식조사에서 드러난 새로운 추세들을 중심으로 작년까지 확인되었던 핵무장 지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그대로 작동하고 있음과 미중 경쟁 속 블록화 인식이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양자간의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작년과 비교하여 북한에 대한 위협인식은 증가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뚜렷하게 나타난 가운데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가 감소하였기 때문에, 한편으로 증가한 핵무장지지율은 현재 악화된 남북관계와 미국이 제공하게 되어있는 확장억제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가 과거보다는 개선될 것이라는 다수응답은 한국인의 북한 문제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보여준다.   [그림 2]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동의 정도 (2024-2025)   Ⅱ. 2025년 조사결과 특징: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 미중 전략경쟁의 선명성, 그리고 북러의 밀착   올해의 핵무장 지지율이 작년보다 높아졌다고 해서 현재 남북관계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작년보다 더 부정적으로 변하거나 미래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더 낮아진 것은 아니다. 2023년 12월 말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천명 이후 표면적으로 최악의 남북관계 속에서도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와 10년후 남북관계 전망에 있어서는 2024년에 비해 올해 다소 개선된 모습이 나타났다. [그림 3]에서 보듯, 현재의 남북관계 평가에 대해서 “매우” 또는 “약간 나쁘다”고 대답한 비율은 작년의 83.2%에서 올해 76.3%로 6.9% 감소한 반면, “보통이다”와 “약간 좋다”는 응답률을 합친 비율은 16.5%에서 23.4%로 6.9% 증가하였다. 남북간의 대립이 깊어질 것이라는 응답률도 15.8%에서 13.4%로 미세하게 줄어든 한편,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의 비중은 22.5%에서 31.2%로 8.7% 증가하였다([그림 4]). 특히 남북관계 개선 전망은 진보층(47.2%)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보수층은 19.6%에 그쳤다.   [그림 3] 현재의 남북관계 (2024-2025)   [그림 4] 10년 후 남북관계 전망 (2024-2025) 따라서 남북관계 자체에 대한 평가나 미래 전망은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율 상승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요인이 올해 역대 최대 핵무장 지지율을 견인하였을까? 한국이 당면한 최대위협과 가장 중요한 외교관계에 대해 올해 응답자들의 보여준 새로운 모습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림 5]에서 선명하게 나타나듯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한국이 당면한 최대 위협요인으로 꼽은 응답자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여 2023년에 최고치인 56.3%를 기록했다가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며 올해에는 33.2%를 기록해 2021년과 비슷한 수치로 회귀하였다. 반면 미중 전략경쟁과 갈등을 한국이 직면한 최대 위협요인으로 꼽은 응답률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며 최근 5년간 최고치인 64.9%에 이르렀다. [그림 6]에서도 한국에 가장 중요한 외교 관계를 한미관계로 뽑은 비중이 올해 90.7%에 달하며 최고치를 경신하였고 남북관계와 한중관계를 꼽은 비중은 각각 42.2%와 43.2%로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그림 5] 한국이 당면한 최대위협 (2021-2025)   [그림 6] 한국에 가장 중요한 외교관계 (2021-2025) 종합해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바이든 행정부, 그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막론하고 미중 경쟁의 선명성이 지속되는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는 상황이 핵무장 지지율의 상승과 일정한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본고는 회귀분석을 통해 기존 연구들이 강조하는 핵무장 지지요인들(위협인식, 동맹변수, 정치이념 및 당파성, 연령 변수 등)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블록화에 대한 인식과 핵무장 지지율의 급증이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Ⅲ. 통계분석: 2025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여론과 한미일 대 북중러 블록화 인식   올해 동아시아 인식조사는 2025년 4월말의 인구통계정보에 근거해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한 1509명 패널에 대한 웹조사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대선 직후인 6월 4일과 5일에 걸쳐 시행되었다. 구체적인 여론조사 개요는 [표1]과 같다. 미중경쟁 속 한국인의 블록화 인식과 관련해서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한 지지를 묻는 기존 문항에 더하여,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어떤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문항을 추가하였다. 먼저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확인하기 위해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2024년 EAI 이슈브리핑 분석(김양규 2024)에서 확인했던 주요 변수의 영향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지하는 사람일수록, 그리고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과 동일하게 밀착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일수록, 핵무장을 지지한다는 양의 상관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표 1] 2025 EAI 동아시아 인식조사    2025 EAI 동아시아 인식조사 모집단  전국의 만 18 세 이상 일반 국민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 (97만여 명) 중 정치사회패널 (7만여 명) 표집방법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 할당 (2025년 4월 말 인구통계정보) 표본크기  1,509명 표본오차  무작위추출 전제,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2.5%p 조사방법  웹 조사 응답률  22.5%(6,701명에게 발송하여 1,509명 최종 응답) 조사일시  2025.6.4.~2025.6.5. 조사기관  ㈜한국리서치 (대표이사 노익상) 응답자 구성  [성별]  남성 49.6%; 여성 50.4%  [연령]  18~29세: 15.3%  30대: 15.0%  40대: 17.4%  50대: 19.5%  60대: 17.8%  70대 이상: 15.1%   1.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북핵위협, 확장억지 신뢰성, 블록화 인식 확장억지 신뢰성과 핵확산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안보 위협, 동맹국이 제공하는 안전보장 확약(commitment)의 신뢰성(credibility), 핵무기 보유국이 가지는 국제정치적 지위(status)와 명예(prestige), 핵무장을 옹호하는 국내정치세력 등을 핵무장 여론 활성화의 주된 요인으로 꼽아왔다(Sagan 1996-1997; Singh and Way 2004; Jo and Gartzke 2007; Solingen 2007; Kroenig 2009; Bleek 2010). 2024년 EAI 동아시아 인식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은 (1) 북핵에 대한 위협인식, (2)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 그리고 (3) 국내정치지형에서 보수적 성향이 강해질수록 핵무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확인하였다(김양규 2024). 올해 조사에서도 이러한 변수들의 영향력과 함께, 한미일 대 북중러 블록화 인식이 핵무장 지지에 미치는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를 살펴보고자 순서형 로지스틱스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전술한 바와 같이 한국의 핵무장 지지도는 5점 척도로 측정하였고, 통계분석 결과는 [표2]와 같다.   [표 2]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지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독립 변수 모델 1 (안보위협) 모델 2 (안보위협, 남북관계인식) 모델 3 (안보위협, 남북관계인식, 블록화인식) 모델 4 (안보위협, 남북관계인식, 블록화인식, 정당지지) 모델 5 (전체) 북한의 선제타격 가능성 인식 0.572*** (14.38) 0.561*** (13.97) 0.492*** (12.01) 0.477*** (11.58) 0.489*** (11.77) 미국의 확장억제 충분 인식 -0.281*** (-7.13) -0.271*** (-6.74) -0.257*** (-6.31) -0.263*** (-6.38) -0.273*** (-6.58) 현 남북관계 평가   -0.0992 (-1.68) -0.108 (-1.81) -0.0739 (-1.22) -0.0260 (-0.42) 미래 남북관계 평가   -0.0872 (-1.34) -0.0453 (-0.69) -0.0160 (-0.23) -0.0212 (-0.31) 한미일 3국 안보협력 지지     0.421*** (8.89) 0.352*** (7.13) 0.323*** (6.47) 북한이 대러·대중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인식     0.353*** (3.49) 0.328** (3.22) 0.290** (2.81) 더불어민주당 지지       0.00858 (0.06) 0.0386 (0.26) 국민의힘 지지       0.760*** (4.62) 0.442* (2.52) 지지정당 없음       0.0669 (0.43) -0.0278 (-0.18) 세대         0.140*** (4.38) 정치성향 (진보→보수)         0.0919** (3.25) 성별 (남→여)         -0.0448 (-0.45) Cut 1 -1.678*** (-8.63) -2.194*** (-6.41) -0.593 (-1.56) -0.599 (-1.51) 0.136 (0.30) Cut 2 -0.375* (-2.05) -0.891** (-2.67) 0.767* (2.04) 0.766 (1.95) 1.508*** (3.31) Cut 3 -0.0710 (-0.39) -0.587 (-1.76) 1.084** (2.88) 1.086** (2.76) 1.832*** (4.01) Cut 4 1.635*** (8.66) 1.123*** (3.35) 2.879*** (7.51) 2.909*** (7.26) 3.687*** (7.92) 관측수 (Observations) 1509 1509 1509 1509 1509 * p<0.05, ** p<0.01, *** p<0.001 괄호 안은 t 값   예상되는 대로 북한에 대한 위협인식과 미국의 확장억제가 충분한가에 대한 인식은 핵무장 인식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모델 1-5). 구체적으로 북한의 핵 선제공격이 가능성이 크다고 믿을수록, 미국의 확장억제가 북핵위협에 대응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믿을수록 한국의 독자적 핵능력 보유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와 미래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다.   이번 분석에서 새롭게 주목한 블록화 인식은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지지도와 북한이 향후 어떠한 대중 및 대러 전략을 펼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응답자들의 인식을 통해 측정하고자 하였다. 두 변수 모두 꾸준히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수임이 확인된다(모델 3-5). 이는 (1)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을 지지하는 사람일수록, (2) 북한이 대러, 대중 관계를 동시에 강화하며 중러 블록에 편승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일수록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하는 경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세대, 그리고 정치이념 성향 변수도 유의미한 요인임이 확인된다(모델 4-5). 국민의힘을 지지할수록, 고령일수록, 또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가질수록 핵무장을 지지하는 경향이 작년에 이어 올해 조사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된다.   2.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지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그렇다면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한미일 안보협력 지지를 종속변수로 놓고, 대만해협에서 유사 사태 발생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 중 군사적 지원(탄약지원~파병)을 선택한 응답자와 한국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은 미중갈등이라는 선지를 선택한 응답자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미중갈등 인식 모델을 기존의 모델에 더해 독립변수로 추가해보았다([표 3]).   [표 3]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지지요인 변수 (설명) 모델1 (북한위협인식) 모델2 (미중갈등인식) 모델3 (정당지지) 모델4 (인구통계요인) 모델5 (전체) 북한 선제공격 인식 0.375*** (9.57)   0.345*** (8.76) 0.280*** (7.02) 0.268*** (6.67) 북한 위협 인식 0.619*** (4.90)   0.719*** (5.32) 0.422** (3.03) 0.356* (2.53) 대만 유사시 한국의 군사적 지원   0.926*** (8.06) 0.791*** (6.77) 0.688*** (5.79) 0.635*** (5.24) 미중 갈등 위협 인식   0.054 (0.52) 0.293** (2.60) 0.245* (2.16) 0.220 (1.93) 더불어민주당 지지       -0.217 (-1.50) -0.103 (-0.69) 국민의힘 지지       1.324*** (8.02) 0.993*** (5.60) 지지정당 없음       0.413** (2.63) 0.333* (2.10) 세대         0.051 (1.60) 정치 성향         0.140*** (4.96) 성별         -0.162 (-1.60) cut1 -1.770*** (-10.52) -2.833*** (-22.13) -1.621*** (-9.42) -1.737*** (-8.42) -1.248*** (-4.08) cut2 -0.136 (-0.98) -1.245*** (-16.39) 0.026 (0.18) -0.057 (-0.31) 0.433 (1.48) cut3 0.220 (1.60) -0.904*** (-12.68) 0.389** (2.71) 0.319 (1.75) 0.814** (2.78) cut4 2.647*** (16.87) 1.443*** (18.30) 2.888*** (17.50) 2.989*** (14.80) 3.533*** (11.46) 관측수 (N) 1509 1509 1509 1509 1509 * p<0.05, ** p<0.01, *** p<0.001 괄호 안은 t 값   대만에서 미중간 군사적 충돌 발생 시 한국이 군사적으로 지원하며 개입해야 한다고 보는 이들일수록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을 더욱 강하게 지지하는 경향이 있음이 모델 2-5에 걸쳐 확인되었다. 한국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미중 갈등이라고 답한 사람 일수록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 강화를 지지하는 경향성이 있음이 확인되었으나(모델3-4), 다른 통제변수들이 포함된 모델에서는 그 통계적 유의미성이 사라졌다.   이외에도, 북한 위협인식, 국민의힘 지지, 무당층, 보수적인 정치성향들은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 지지와 통계적으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본 변수들은 모두 앞선 회귀분석 모델에서도 동일하게 사용되었던 변수들로써, 이들 변수가 두 회귀분석 모두의 통제변수로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다중공선성(multicollinearity)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본 연구는 분석에 활용된 독립변수를 대상으로 선형회귀(linear regression) 모형을 별도로 수행한 뒤, 분산팽창계수(VIF: Variance Inflation Factor)를 확인하였다. 분석 결과 모든 변수의 VIF 값은 2.29 이하로 나타나, 일반적으로 문제가 되는 5~10 이상의 값을 훨씬 하회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덜 지지하는 경향성은 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 하지 않았다. 한편으로 중도 혹은 부동층으로도 볼 수 있는 무당층도 민주당 지지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 지지하는 경향성이 확인되었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한국 안보에 가장 큰 위협으로 북한의 핵능력을 선택한 이들도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음이 모델 1, 3, 4, 5에 걸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를 통해 입증되었다.   종합하면, 북핵을 가장 큰 위협으로 느끼거나 대만 해협에서 미중 충돌시 한국이 군사적인 지원을 하며 개입해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한미일 삼자 군사협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한국인 중에서 북핵에 대한 위협인식 또는 미중갈등과 대만위기라는 블록화 인식이 강할수록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을 지지할 개연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3. 북한의 신냉전 전략 추진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앞서 살펴본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라는 블록화 인식의 또 다른 축은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는 인식일 것이다. 북한이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고 러시아와 상호군사지원을 위한 군사조약을 맺는 등 최근 북한의 행보는 한국인들의 블록화 인식에 영향을 어느 정도 미쳤을 것으로 가정하여 추가로 회귀분석을 실시해보았다([표 4]).   올해 새롭게 추가된 문항 47에서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 동일하게 밀착할 것이라는 선지를 선택하는 응답에 영향을 미친 변수들을 확인해 보았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핵 선제공격 가능성이 크다고 인식하는 사람인 경우, 북한이 대중, 대러와 밀착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인식하였고, 북한의 위협을 한국이 직면한 안보위협 중 가장 큰 위협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북중러 블록화의 형성을 강하게 인지하는 경향이 보였다. 그러나 모델 4와 모델 5에서 나타나듯 다른 통제변수를 추가할 때 그 유의성이 약화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한미일 3국 안보협력 지지에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던 대만 유사시 한국의 군사적 지원 변수는 모델 3-5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해석하면, 대만에서 미중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때 한국이 적극적으로 군사적인 개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 밀착하여 강한 블록을 형성할 것이라고 보는 경향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직관적으로는 대만 문제에 있어서 적극적인 한국의 개입을 지지할 정도로 한미동맹 또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북중러의 연대 혹은 블록화 경향이 유지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인식하는 것일 수 있다. 한편 국민의힘 지지자와 고령층은 북중러 블록 형성 인식에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모델 4에서만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며, 나머지 변수들을 포함시킨 모델에서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Ⅳ. 결론 및 정책적 함의   이상의 2025년 동아시아 인식조사에 대한 회귀분석을 통해,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율에 미중 경쟁 속에서 더욱 선명해지고 있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블록화 경향에 대한 인식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음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신정부의 출범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특히 정치이념적으로 진보 성향의 응답자들 사이에서 확인되지만, 녹록지 않은 안보 현실과 미중 경쟁이 추동하는 블록화 인식과 함께, 국민의힘 지지자층, 고령층, 그리고 보수층을 중심으로 핵무장 지지 여론은 작년보다 더욱 높게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지하는 정당이 따로 없는 무당파 층에 속한 응답자들 사이에서도 핵무장 지지 경향이 확인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한 핵무장 지지 여론을 고려할 때, 신냉전 혹은 블록화 담론이 힘을 얻을수록 핵무장 선호가 더욱 과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는 과거 냉전시기의 이념 대립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미국은 더 이상 자유주의 진영의 맏형 역할을 자임하지 않고, 동맹국에 대해서도 거래주의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북중러 연대에서 실질적인 역량을 제공하는 핵심국가는 러시아가 아닌 중국이다. 또한 미중 전략 경쟁 역시 현재 어느 측도 절대적으로 공고화할 수 있는 일방적 패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를 단순히 이데올로기적 대결로 환원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과거 냉전 시기와는 다른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21세기형 미중 경쟁구도를 보다 정교한 정책 언어로 설명하고, 한국 내 핵무장 여론을 자극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앞선 회귀분석 결과에서 확인되었듯, 한국인의 인식 속에서 미중 경쟁이 심화될수록 한미일 안보협력의 강화와 대만 유사시 한국의 군사적 지원에 대한 지지가 함께 높아지는 경향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북중러 협력 강화 및 블록화 인식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어쩌면 이미 한국인들은 ‘한미일 대 북중러’ 또는 ‘신냉전’이라는 단순한 도식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복합적인 동아시아 안보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참고 문헌   고동욱. 2025. “李대통령, 오후 2시부로 군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지시,”「연합뉴스」.6월 11일. https://www.yna.co.kr/view/AKR20250611150500001?section=news (검색일: 2025. 6.17.)   김양규. 2024. “2024 한국인의 핵무장지지 분석: 워싱턴 선언의 안심 효과 사라졌나?” 『EAI 이슈브리핑』 동아시아연구원 (10월 22일) https://eai.or.kr/new/ko/pub/view.asp?intSeq=22669&board=kor_issuebriefing&keyword_option=&keyword=&more= (검색일: 2025. 6. 17)   김호준. 2025. “합참 "오늘 北대남 소음방송 없어"…대북 확성기 중지에 호응,”「연합뉴스」.6월 12일.https://www.yna.co.kr/view/AKR20250611150500001?section=news (검색일: 2025. 6.17.)   이유미. 2025. “李대통령, 1천728만표 얻어 '역대 최다 득표' 기록(종합),”「연합뉴스」.6월 4일. https://www.yna.co.kr/view/AKR20250604019551001 (검색일: 2025. 6.17.)   임형섭. 2025.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당선…'계엄사태 심판' 3년만에 정권교체(종합)”「연합뉴스」. 6월 4일. https://www.yna.co.kr/view/AKR20250603035000001 (검색일: 2025. 6.17.)   Bleek, Philipp C. 2010. “Why Do States Proliferate? Quantitative Analysis of the Exploration, Pursuit, and Acquisition of Nuclear Weapons.” In Forecasting Nuclear Proliferation in the 21st Century, Volume 1: The Role of Theory, ed. William C. Potter and Gaukhar Mukhatzhanova. Stanford: Stanford University Press.   Jo, Dong-Joon, and Erik Gartzke. 2007. “Determinants of Nuclear Weapons Proliferation.”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51, 2: 167–194.   Kroenig, Matthew. 2009. “Importing the Bomb: Sensitive Nuclear Assistance and Nuclear Proliferation.”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53, 2: 161–180.   Sagan, Scott D. 1996-1997. “Why Do States Build Nuclear Weapons? Three Models in Search of a Bomb.” International Security 21, 3 (Winter): 54-86.   Singh, Sonali, and Christopher R. Way. 2004. “The Correlates of Nuclear Proliferation: A Quantitative Test.”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48, 6: 859-885.   Solingen, Etel. 2007. Nuclear Logics: Contrasting Paths in East Asia and the Middle East,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 김양규_국방대학교 교수.     오인환_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     ■ 담당 및 편집: 오인환_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2) | ihoh@eai.or.kr  

김양규 2025-06-18조회 : 2539
스페셜리포트
[신정부 외교 정책 제언 스페셜리포트] ④ 복합 대북전략과 남북관계의 재구성

I. 북한의 대외전략과 남북관계   1. 북한의 대외전략 북한은 신냉전의 세계를 추구한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2021년 최고인민회의 석상에서 최초로 신냉전을 언급한 이래, 2024년 12월 8기 11차 전원회의에서 “자주세력권의 장성과 약진이 두드러지고 패권세력권의 립지가 급격히 약화 쇠퇴”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패권세력권”에 반미 세력을 결집한 “자주세력권”이 충돌한다는 세계관이다.   북한은 냉전 시기와 같은 진영을 구축하기 원한다. 러시아와 협력을 확장하고 결국 중국을 포함한 진영을 확고히 하여 그 안에서 생로를 찾으려 한다. 성공한다면 북한에 대한 제재는 무의미해지고, 진영 안에서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으며, 종국에는 핵 보유도 사실상 용인될 수 있다.   대남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선포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상이다. 대한민국을 더는 동일한 민족과 통일의 대상이 아닌 적대적 이념을 표출하는 적성국으로 규정하여 한미일과 북중러 신냉전의 축을 명확히 하려는 시도이다.   따라서, 향후 대미관계와 비핵화 협상도 이전과는 다른 신냉전 구도를 상정한 접근이 예상된다. 2018년 6월 발표된 미북 싱가포르 합의에 포함된 미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같은 구호를 걷어내고, 북한은 미국을 적대국 위치에 고착시키며 미국과 소련이 했던 형태로 ‘핵군축’을 추구할 수 있다. 냉전시기 미소 양측의 군사적 대립이 구조화된 상태에서 우발적 충돌과 핵 확전 등을 방지하기 위한 협상과 같은 형태이다. 북한은 군사적 대립을 제거하여 미북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를 모색하는 협상이 아닌 “오히려 신냉전 구도를 기정사실화하는 협상 프레임”을 추진할 수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도 신냉전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 시도로 읽힌다. 2024년 6월 체결된 러북간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은 1961년 소련 시절에 체결된 『우호·협조·상호원조 조약』을 사실상 복원한 것으로 판단된다. 1961년 중국과 체결하여 여전히 유효한 『우호·협조·상호원조 조약』과 더불어 북한은 중러를 결박하려는 모양새이다.   최근 북중관계는 불편함이 표출되고 있지만, 양국관계의 근본적 역동이 소멸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과 한미동맹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을 자산으로 간주해야 하고 북한도 결국 경제와 안보 양면에서 대중국 의존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중간 전략적 경쟁이 격화되고,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인 대북접촉을 시도한다면 2017-18년 역동에서 확인됐듯이 북중 정상회담을 포함한 급격한 관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   2. 남북관계 김정은이 2023년 말과 2024년 초 “북남관계가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 관계”라는 선포한 적대적 두 국가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더는 대한민국을 같은 민족으로 통일의 대상이 아닌 “남조선 전 령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하는” 영토 완정을 국시로 확인했다. 북한 내 이미 확산된 한국문화를 차단하고 사상이완을 막기 위해 고강도 내부 결속을 위한 선택으로 판단된다. 더불어 평화통일이라는 미명 하에 시도된 ‘우리민족끼리’라는 담론이 더는 한국 사회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라는 김정은의 발언은 한국 정부의 성격과 상관없이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후 북한이 보여준 동해선과 경의선 폭파를 통한 대남 단절과 사고로 한국으로 표류해 온 북한 주민의 귀환을 위한 소통 거부는 한국과의 철저한 단절이 단기 선택이 아님을 강변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노선 전환에 대한 한국 내 대북관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주변국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 북한은 중국과 함께 가장 비호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통일에 대한 국내 선호는 20대의 경우 ‘통일이 매우 필요하다’ 또는 ‘통일이 약간 필요하다’라는 통일 지지 응답율이 2018년 48%, 2019년 41.7%, 2020년 35.3%, 2021년 27.8%, 2022년 27.4%, 2023년 28.2%, 2024년 22.4%로 하락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통일의식조사).   국내에서도 북한이 주창한 적대적 두 국가론과 궤를 같이할 수 있는 남북한 두 국가론이 제시되기도 했다. 여야 주류 정치권 모두에서 비판을 받았지만, ‘남북이 상호실체를 인정한 두 국가론에 기반하여 평화공존을 추구해야 한다’라는 주장은 이전부터 제기되어온 바 있다. 한국의 대북 및 통일정책에 대한 재검토와 국내 공감대 확보의 필요성이 확인된다.   II. 복합 대북전략   전술한 북한의 대외전략 및 남북관계는 김일성이 1964년 2월 27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4기 제8차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3대 혁명역량 강화노선’을 여전히 차용하고 있다. 북한 내(북반부) 혁명역량 강화를 위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포하여 한국의 영향력을 원천 차단하는 동시에 핵과 재래전 역량을 확충하여 군사적 우위를 확고히 하려 한다. 한국 내(남반구) 혁명역량 강화는 대북정책에 대한 남남갈등을 야기하여 북한에 유리한 정책 방향을 도출하려 한다. 국제혁명 역량 강화는 신냉전 진영주의 구축과 동시에 한미동맹 형해화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한국 신행정부 대응은 이러한 북한의 전략과 의도를 면밀히 파악한 바탕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정책 목표는 현 김정은 체제가 추진 중인 선핵(先核)을 넘어서 비핵안보·선경(先經)으로 진화토록 한국이 지원하는 것이다. 위의 그림으로 표현하면 3분면 억제국면에서 1국면 신뢰국면으로 유도를 모색한다.   현재 북한이 고위력 전략핵과 저위력 전술핵을 모두 개발하여 미 본토와 한국, 일본, 괌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 중이다. 특히 북한은 재래전 상황에서도 핵을 사용한 확전을 감행하고, 선제공격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표출 중이다. 2022년 4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 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 전투무력이 동원되게 된다”라는 발언(조선중앙통신, 2022.4.5.)과 같은 달 25일 김정은의 “핵의 제2사명” 발언이 이를 표상한다. 2024년 4월과 5월, 2025년 5월 공개된 “국가 최대 핵 위기 사태경보인 《화산경보》”와 “국가 핵무기종합관리체계인 《핵방아쇠》”는 핵태세를 완비해 나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복합 대북전략은 우선 북한 핵에 대한 능동적 억제가 요구된다. 2국면으로 전환을 위해서라도 북한 핵에 대한 억제를 강화하여 핵의 군사·정치적 효용성을 낮추어야 한다. 현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 방안은 한미가 발전시켜온 맞춤형 확장억제를 더욱 제도화하는 것이다. 한미는 동맹 차원에서 최대치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여 확장억제를 발전시켜야 한다.   작년에 한미 핵협의 그룹’(NCG)이 도출하고 양국 정상이 추인한 ‘공동지침’을 지속 이행해야 한다. 동 지침은 북한 핵억제를 넘어서 북한 핵에 대응, 한국과 미국의 북한 핵 대응능력을 통합하는 ‘핵 재래식 통합’(Conventional & Nuclear Integration: CNI), 평시 북한 핵 대응에 대한 최대치의 연합대비태세 유지 등을 포함한다. 나아가 한미는 기존의 북한 재래식 도발에만 국한되어온 작전계획을 북한 핵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형태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확장억제의 제도화가 완성돼야만 한국 내에서 제기되는 독자 핵무장론, 미국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등의 주장을 상쇄할 수 있다. 독자 핵무장은 미국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고 북한 핵에 대한 외교적 해결보다는 군사적 수준을 최종적으로 선택한다는 측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요원하게 한다. 전술핵 재배치도 한국 내 배치 시 대상 지역 주민의 격렬한 반대가 예상되고, 군사적 측면에서도 효용성이 떨어지며,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북한이 선핵을 포기하고 비핵안보·선경(先經)을 선택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미북간 비핵화 협상이 결실을 보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신냉전체제를 구상하며 대안 경제 모델을 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제한된다. 미소 냉전 때와는 달리 미중 관계가 진영으로 절연되어 탈동조화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불어 미소 냉전 때와 같이 인류의 최종 발전단계를 포함한 이데올로기적 동질성도 부재하다. 트럼프의 미국은 자국 우선을 추구하고,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은 반미라는 기치와 정치제도 측면에서 권위주의적 특성만을 공유한다.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시절에서도 소련, 중국, 북한 관계는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갈등과 협력의 반복이었음을 고려할 때 북한이 원하는 공고한 진영 구축은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북한이 충분히 인지하도록 한국은 미국과 일본,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한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와도 협력을 모색해서 북한의 노선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북한이 보유한 핵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긴장을 조성하여 이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중국과 러시아에 결코 긍정적이지 않음을 설득해야 한다.   더불어 미북 협상도 단순한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질적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견지하는 것이다. 동 목표를 상실할 경우 북한은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이 되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정치·외교적 수단은 소멸되고 군사 대치만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북한 비핵화 목표를 포함하여 단계별 비핵화 조치와 이에따른 상응조치를 포함한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상응하는 완전한 제재 해제는 매우 지난한 과정임을 명심해야 한다. 2018-19년 이른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기간에 표출된 지나친 낙관론에 따른 비핵화론은 지양해야 한다. 정확한 정보에 따른 가능성과 한계를 면밀히 판단하여 한국은 미국과 공동의 북한 비핵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도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대북 억제를 지속하더라도 북한에 관여하는 노력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역대 한국 정부가 진보는 관여를 보수는 억제만을 선택해 온 굴레에서 벗어나 같은 국면에서 억제와 관여가 모두 작동토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정치·군사 상황과 별개로 지속하고,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 지원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를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므로 일방적 대화 제의는 오히려 반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남북이 공통으로 원할 수 있는 영역부터 시작해야 한다. 확성기 방송의 잠정 중단을 통해 북한 오물풍선 살포와 전방지역 소음 방송 중단을 모색하고, 무인기도 정전협정 존중 차원에서 남북 상호 자제를 제안할 필요가 있다.   다만,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포한 이상 한국 신정부의 성격과 상관없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만을 위한 노력은 오히려 북한의 반감이 있을 수 있고, 미국, 일본 등과의 대북 공조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셋째, 북한을 신뢰 국면으로 이끌도록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 특히, 세계질서 변화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북한 문제는 세계 주요 의제와 연계되는 양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파병함으로써 유럽과 한반도가 연결되었다. 러우 전쟁이 남의 나라 전쟁이 아닌 한국의 문제가 된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도 러우 전쟁 종전과 종전 이후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북한 문제도 함께 풀어내야 할 상황에 봉착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특히 핵을 포함한 군사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 문제를 더욱 중국과의 관계에서 인식할 것이다. 일례로 트럼프 행정부가 1기에 이어 2기에도 강화하고 있는 핵무기 현대화 작업은 중국의 핵능력 증강에 대한 대응 차원이지만, 북한에 대한 억제와 대비태세에도 영향을 준다. 다만, 중국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중국이 최근 수년간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전무한 상황에서 비핵화를 위한 중국 견인은 한계가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생성형 AI가 가져오는 국제질서 변화와 새로운 지정학의 부상은 기존 군사·외교전략 패러다임의 변화로도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생성형 AI 활용으로 핵에 대한 감시·정찰·타격 능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므로 북한 핵은 효용성을 상실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을 포괄적으로 고려하여 북한 문제에 대한 국제차원에서 대응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술 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지정학에 맞춰 남북으로 한정한 대화의 틀과 대북정책을 다양한 조합, 한러, 한미러, 한일중 등으로 변화시켜 대응하거나, 의제별로 분화하여 다루는 등의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이 품고 있고 핵의 전략적 가치가 결코 지속될 수 없음을 인식시킨다면 북한이 관여와 신뢰 국면으로 진입하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결국, 한국은 한반도와 인태지역의 새로운 질서 건축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뢰를 통한 최종 목적지인 통일을 추동해야 한다. 북한이 ‘통일포기 선언’을 하고 적대적 두 국가를 선포한 이상 통일을 위한 환경 조성은 이전보다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나, 한국은“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는 헌법 4조를 추구해야 한다. 통일만이 북한 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인위적인 북한 정권 교체와 같은 일방적 방법이 아닌 긴호흡의 상호 신뢰구축을 통해 달성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통일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 대북정책을 통해 남북한의 공존과 교류, 종국에는 통일이 가능할 것이라는 인식도 지양해야 한다.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대남관계의 완벽한 단절이 목표 중 하나이므로 한국의 일방적 관여와 대화 요구는 북한 노선을 파괴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더불어 시간이 지날수록 약화되는 통일에 대한 한국내 여론에도 대응해야 한다. 당위성과 현실성 차원에서 모두 부정되는 통일에 대한 지지를 회복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통일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인적 자원과 제도적 측면이 약화되었다. 인력 양성 사업이 중단되고, 관련 분야가 폐쇄되는 현상이 확산되어 전반적 통일 역량이 제한되고 있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기존의 단선적 통일론을 넘어서 복합 통일 구상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칭 『한반도 통일 2050 구상』으로 미래를 향한 한반도 통일의 모습을 제시해야 한다. 19~20세기 분단과 통일 논의를 넘어서 21세기 통일 구상을 담아야 한다. 기존 안보와 번영의 통일 담론 외에도 환경, 문화, 정보지식 등의 다양한 영역을 기반으로 거버넌스(통치)를 포함하여 한반도 통일 모습을 그려야 한다. 특히 전술한 생성형 AI가 가져올 패러다임의 변화를 포함한 통일 구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2050년 북한의 경제 질서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선핵 노선으로 경제를 병진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를 초월한 경제 모델을 구상하는 것이다. 그간 통일론이 기존 틀에 갇혀 전진하지 못했으므로, 장기 통일 구상을 통해 남북이 공멸을 피하고 공존을 넘어서 함께 발전하는 공진을 통한 통일을 구상해야 한다. ■     ■ 박원곤_EAI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송채린, EAI 연구원     문의 및 편집: 02 2277 1683 (ext. 211) | crsong@eai.or.kr  

박원곤 2025-05-27조회 : 2946
스페셜리포트
[신정부 외교 정책 제언 스페셜리포트] ③ 인공지능 기술을 중심으로 한 신정부 기술 외교 전략

I. 배경   2025년 현재 인공지능 경쟁은 미국과 중국의 AI 모델 및 기술 인프라 주도권 싸움을 중심축으로, EU의 규범 선도 전략, 영국 일본 한국 중동의 AI 발전 전략, AI 무기 규제와 글로벌 AI 안전 거버넌스 모색 등의 양상으로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기술 수준을 넘어 경제 안보 규범 부문에서 진행 중인 세계질서 재편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21세기 경제적 번영은 물론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국제 규범을 주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 확보와 활용은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국가들은 인공지능 기술 혁신 역량과 활용을 제고하기 위해 투자 증대와 인력 양성에 애쓰는 한편, 인공지능 기술 개발 및 활용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기술외교 전략을 짜고 있다.   2025년 5월, 미국 상원이 개최한 "AI 경쟁에서의 승리" 청문회에 참여한 샘 알트먼과 기업인들은 이구동성으로 AI는 인터넷보다 더 큰 변화를 몰고 올 기술이며, 현재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도전자인 중국과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단순히 기술 개발을 넘어, 기술을 전 세계에 확산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미국이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하려면 인프라와 에너지를 포함한 포괄적인 영역에서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국가간 협력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올해 초 중국 스타트업의 생성형 AI 모델 'DeepSeek-R1'이 저비용고효율 모델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미국 주도 AI 발전에 대한 대안적 모델로 관심을 모았다. 딥시크로 자신감을 얻은 중국 정부는 2025년 양회(两会)에서 인공지능(AI)을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삼는 'AI+' 전략을 제시하였다. 양회는 '임바디드 인텔리전스(Embodied Intelligence 具身智能)' 개념을 언급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커넥티드카, AI 스마트폰 등 제조업 중심의 AI 응용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제조업을 넘어 금융, 교통, 공공서비스, 의료, 교육, 복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AI를 적용하여 혁신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동수서산(東數西算)' 프로젝트를 통해 동부 지역의 데이터를 서부 지역에서 처리하는 데이터센터 및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각국의 정책과 관행을 존중하는 기반 위에, 폭넓은 공감대를 가진 글로벌 AI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및 표준 규범을 형성하고, 유엔(UN) 산하에 글로벌 AI 거버넌스 기구의 설립을 지원하는 'AI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추진해 왔다. 중국은 AI 논문 및 특허 출원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중국 AI 모델이 중동, 라틴 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2025년 스탠포드 인덱스에 따르면 미국은 40개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을 개발하여 중국(15개), 유럽(3개)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양적 우위가 유지되는 와중에 중국 모델과의 성능 격차가 2023년 두 자릿수에서 현재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중국의 AI 도전이 부분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기존 미국의 압도적 우위에 균열이 발생하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 추세가 지속될 것인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말 ‘인공지능법’을 최종 통과시킨 이후, 2025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AI 액션 서밋'에서 2,000억 유로 규모의 공공 및 민간 AI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신뢰할 수 있는 AI'를 위한 글로벌 규범을 주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25년 4월 OpenAI, Google DeepMind, Anthropic, Meta 등 주요 AI 기업과 MIT, 스탠퍼드, 칭화대, 중국과학원 등을 포함한 세계 유수의 학술기관과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한 AI 안전 회의를 개최하였다. 싱가포르는 자국이 미중 양국과 모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AI 안전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촉진하고 AI 안전 분야에서의 중립적 조정자 역할을 강화하여, 글로벌 AI 거버넌스 구축에 기여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원 의존적 경제에서 기술 중심 국가로의 구조 전환을 내세우며 국부펀드(PIF)를 활용해 AI 기업 ‘Humain’을 설립하고, 아랍어 기반 AI 모델과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EU, 싱가포르, 사우디 아라비아는 물론 일본 한국 호주 캐나다 등 많은 국가들은 미중이 주도하는 글로벌 인공지능 기술발전의 지평속에서 자국의 입지를 마련하고 공고히 하기위한 AI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유엔총회 결의안에서 164개국이 자율 무기의 위험을 국제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동의했고 이의 후속 조치로 2025년 5월 유엔에서 AI 기반 '킬러 로봇'의 규제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미국 중국 러시아의 입장 차이로 구속력 있는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UN을 위시한 다양한 국제기구들-OECD, UNESCO, G7은 물론 개별국가나 기업 수준에서 인공지능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 역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현재 AI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AI 정책은 글로벌 AI 전개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AI 혁신과 안전 규제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한 반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의 ‘AI 기술의 안전・보안・윤리・책임 등에 대한 행정명령’을 폐지하면서 AI 안전 규제보다는 혁신을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였다. 바로 이어 ‘미국의 인공지능 주도권에 대한 장애물 제거 행정명령’을 발표하였고 180일 이내로 미국의 글로벌 인공지능 주도권 강화와 경쟁력 및 국가안보 증진 실현을 위한 인공지능 실행 계획을 수립해 대통령에게 제출할 것을 지시하였다. 아울러 OpenAI(AI 연구 및 개발), Oracle(데이터 관리 및 클라우드 인프라 제공), SoftBank(자금 조달)의 협력하에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중국의 AI 기술발전에 대응하여 미국의 AI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대규모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AI 부문에서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의 AI 혁신 강화와 투자 증대는 중국 EU 일본 등 많은 국가들의 AI 투자를 끌어 올리며 AI 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2025년 3월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53개 중국 기업을 포함한 80개 기업에 수출 통제를 발표하여 첨단기술의 대중 수출 통제가 트럼프 2기에서도 지속될 것임을 알렸다. BIS는 해당 기업들에 대한 수출 통제 이유로 중국의 군사 현대화, 인공지능 및 양자 컴퓨터 기술 발전 지원 등을 언급하였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대중 수출 견제(protection)와 아울러 반도체법을 통한 국내 첨단제조 역량강화 지원(promotion) 및 EU 일본 대만 한국과의 기술동맹(partnership)을 동시에 추진하였고 소위 3p 정책이 세트로 진행되면서 대중 기술 굴기 견제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2기는 미국 우선주위를 내세우며 첨단제조 지원과 기술 동맹에 대해 다른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어 이것이 대중 견제 효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아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대신 관세를 통해 미국내 첨단 제조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동맹국과의 협력보다는 압박을 통해 미국이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 하고 있다. 반도체는 구리 의약품 등과 함께 상호관세 미적용 대상으로 거론되었고 대신 이에 대해 품목별 관세 부과가 예고되어 향후 반도체 및 인공지능 관련 관세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산 제품에 대해 32%의 관세를 부과하였으나, 대만의 반도체 산업이 미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반영하여 반도체 제품은 일시적 예외로 두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 규제와 관세 압박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자유무역질서 쇠퇴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가들은 첨단기술 역량을 강화하면서 이를 위한 국제협력의 틀을 다시 짜고 섬세한 기술외교를 통해 자국의 번영과 안보를 추구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II. 제언   한국은 강점을 가진 AI 기술력과 반도체 기반 인프라에 토대한 인공지능 전략을 마련하여 추진해 왔고 인공지능기본법 마련, 2024년 ‘AI 서울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혁신 안전 포용을 내세운 글로벌 AI 거버넌스를 제안하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루어진 내용들만으로 AI 시대를 헤쳐나가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인공지능이 번영 안보 가치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인공지능 역량과 활용 수준 및 글로벌 영향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정책들이 요구된다.   먼저 기술외교의 토대가 되는 AI 인프라 및 인력에 대한 투자가 대폭 확충되고 보완되어야 한다. 한국은 1980년대 초 과감한 투자와 함께 반도체 기술 혁신 역량을 발전시켜 왔으며 이것이 현재 우리의 가장 중요한 외교적 자산이 되고 있다. 우리가 확보하게 될 인공지능 기술이 향후 중요한 외교적 카드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를 위한 투자가 바로 지금 이루어져야 한다. 2024년 한국의 AI 투자는 정부 민간을 합쳐 총 3.7조 (원) 정도로 추정되며 이는 미국 190조 (원), 중국 52조 (원)과 비교할 때 경제규모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많이 부족하다. 정부는 작년에 2027년까지 총 6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지만 현재까지 이루어진 투자 실적은 계획에 비해, 또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AI 투자 부족의 가장 현저한 사례가 최신 AI칩인 엔비디어의 H100 확보 숫자로 확인된다. 지속적인 인공지능기술 발전을 위해 최첨단 칩의 확보가 중요한데 현재 한국은 약 2000개 정도를 확보한 상태이고 이는 미국의 수백만, 중국의 10만 정도(추정)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상황이다. 재원확보와 함께 칩의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기술외교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국내 AI 인력의 경우 절대적인 숫자의 부족도 문제이지만 국내 AI 인력의 40%가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 AI 발전을 위해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시급한 대응방안이 요청된다. 아울러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에 관건이 되는 에너지 확보와 개인정보 보호 등 제도적 여건들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기술외교에는 기술발전을 위해 외교를 활용하는 측면과 외교적 소통이나 성과를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두가지 측면이 존재한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활용 확대를 위해 과연 외교가 중요한지 질문해 본다. 일차적으로 기술발전을 위한 국내 투자와 인력양성 및 각종 지원 정책들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술발전이 진공상태나 국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지 않음은 명백하다. 연구개발 활동 자체가 국제적인 교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원천기술이나 필요한 소재와 장비 등의 수입이 필요하고 또 개발된 기술 상품을 외국에 수출하기도 한다. 자유주의 세계경제질서가 원만하게 작동하는 시기에는 압도적으로 비용이나 효율성의 측면에서 국경을 넘는 기술 교류가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수출규제나 관세인상으로 자유주의 세계정치경제질서가 불안정한 시기에는 외교 안보적 고려가 비용과 효율성의 논리를 압도하게 된다.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발전을 위해 어떻게 국제협력의 틀을 짜고 어떤 국가들과 더 긴밀하게 협력할 것인가를 조정할 때 기술 내적 상황과 외교안보적 상황을 동시에 고려할 수 밖에 없고 기술외교가 중요하다. 여기서는 특히 인공지능 기술외교의 관점에서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내용들을 제시한다.   먼저 AI 반도체를 통해 기술내적인 상황을 점검해 본다. 한국의 메모리나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미국에 주요 제조장비와 IP를 의존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수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하 이다. 인공지능모델을 돌리는데 들어가는 최신 칩 H100은 미국 엔비디어에서 설계하고 대만 TSMC가 생산한다. 반면 한국 반도체는 실리콘, 게르마늄, 텅스텐 등 핵심원자재의 많은 부분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고 한국 반도체의 절반 이상이 중국(홍콩포함)으로 수출된다. 삼성이나 SK하이닉스는 중국에 제조시설을 두고 생산한다. 미국과의 협력이 중단되어 미국이 가진 강력한 카드인 반도체 장비와 최신 칩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면 한국 반도체 생산과 인공지능 기술 발전은 바로 멈출 수밖에 없다. 반면 중국과의 협력이 감소하면 한국 반도체 생산과 수출은 차질을 빚게 된다. 현재까지 중국은 한국의 기술과 반도체 수입을 필요로 하여 한국에 대한 압박이 크지 않지만 중국의 반도체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중국이 가진 가장 위협적인 카드는 한국의 반도체 제조기술을 따라잡는 것이다. 지난 수년동안 미국의 수출통제로 중국의 반도체제조 기술혁신 속도가 느려지면서 한국기업들에게 시간을 벌어 주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한국 기술외교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당분간 미국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술외적인 상황에서 특히 언급할 만한 요소는 자유주의 세계경제질서와 한국의 안보 및 번영의 관련성이다. 1970년대 이후 본격화된 한국의 경제성장은 한미동맹과 자유무역질서에 토대하여 이루어졌다. 한국 기술혁신 역량강화 역시 미국 주도의 개방적 글로벌 혁신체제 하에서 진행되었다. 현재 미중경쟁과 미국의 수출규제 및 관세인상으로 자유주의 세계경제질서가 쇠퇴하고 글로벌 공급망 및 혁신체제의 블록화가 진행되면서 이로 인한 물가인상 경기침체 연구개발비용증대 등의 부작용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자유주의 경제질서의 쇠퇴와 글로벌 공급망 및 혁신체제 블럭화로 인한 충격을 가장 앞서서 맞고 있으며 어떤 형식으로든 공동번영을 위한 규칙 기반의 자유주의 경제질서 회복과 재편을 위해 나서 힘을 모아야 한다. 공동번영을 위해 함께 만들어가는 소위 공생공진 자유주의 세계경제질서에서, 한국에게 미국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 양국 경제의 상호보완적 측면에서 중요한 파트너이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을 위시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하며 자유주의 세계경제의 재편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은 글로벌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고 우리에게 없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생공진의 자유주의 세계경제질서의 재편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파트너로서 한국 기술외교의 가장 중요한 대상이다. 한미 양국은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인공지능 워킹그룹(Korea-US AI Working Group)을 출범시켜 머신러닝 및 AI 개발, 국제 AI 표준화, 연구 협력, 정책 상호운용성, 국제 AI 거버넌스 등을 주요 협력 분야로 설정하였으나 실질적인 협력이 진행되지 못했다. 미국은 202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AI 안전 연구소 국제 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of AI Safety Institutes) 회의를 개최하였고, 여기서 양국은 AI 모델의 안전성 평가와 국제 표준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새 정부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안전성에 관해 정부 차원은 물론 연구소 대학 기업을 망라하여 다양한 주체들간의 양국 인공지능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불안정한 국제질서 속에서 동맹 파트너이며 원천기술 보유국인 미국과의 첨단기술 협력 확대가 중요하며 특히 방위비나 관세 등에서 압박을 받는 반대 급부로 우리보다 협력의 동기가 약할 수 밖에 없는 미국에 보다 더 적극적인 신기술 협력 아젠다를 제시하고 실행해야 한다. 현재 미국 정부효율하에 연구개발 예산 축소가 진행중이다. 와중에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분야 및 대중국 견제에 활용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한미 첨단기술 협력을 주도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양국 첨단기술 협력이 과거와 같이 과학기술 자체의 목적을 중심으로 진행될 경우는 분산적 협력이 의미가 있고 큰 문제가 없지만, 현재와 같이 전체 국가안보나 외교 전략 측면에서 첨단기술 협력을 진행하는 경우 이러한 전략적 협력을 총괄적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조율해 할 기술외교의 구심점이 필요하다.   미중 경쟁 상황에서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 발전은 우리로 하여금 중국과의 기술외교를 어떻게 전개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더 깊게 하도록 요청하면서 보다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외교 역량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력 강화로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 축소되는 것을 사실이지만 대중 기술외교 채널을 유지하고 향후 구체적 협력을 발전할 수 있는 씨앗을 뿌리는 것이 필요하다. 전략적으로 덜 민감한 과학기술 부문을 중심으로 대학이나 연구소 기업들간의 네트워크가 유지되고 협력이 진행될 수 있도록 대중 외교를 회복하고 관리하면서 물꼬를 터주어야 한다.   AI 기술발전 가속화와 함께 안전성 개인정보보호 등 확보에 대한 요청이 증대하고 있다. 한국은 2024년 유럽연합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공지능 발전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일명 AI 기본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AI의 개발과 활용을 촉진하면서도 윤리와 안전, 신뢰 기반의 생태계 구축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인공지능 진흥과 규제의 균형을 맞추며 주요 내용으로 국가 차원의 AI 전략 수립 및 갱신 의무화, 위험 기반 AI 등급 분류 및 정부 대응 가이드라인, 공공부문 데이터 개방 확대, AI 윤리 원칙 준수 의무 및 평가 기준 마련 등을 포함하고 있다. UN, OECD, UNESCO, G7 등 국제기구는 물론 미국 중국을 위시하여 영국 네덜란드 싱가포르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가 글로벌 AI 규범과 거버넌스를 제안하였다. 한국은 GPAI(Global Partnership on AI), OECD AI 원칙, G7 AI 프로세스, UN AI 거버넌스 논의 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AI 서울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서울 선언을 통해 AI거버넌스 가치로 안전, 혁신, 포용을 제시하였다. 일단 첫 발을 띤 상황에서 AI 발전과 신뢰를 균형 있게 고려하고 격차를 줄이는 내용을 담는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거대 인공지능 기업들과 강대국의 영향력 확대 속에서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데이터와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지역 언어와 문화, 가치관 등을 반영한 LLM에 토대를 둔 소버린(Sovereign) AI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AI 기술혁신을 소수 빅테크들이 주도하면서 자국의 독자적인 플랫폼이나 LLM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들이 자국의 정체성이나 국익을 반영하지 못하는 인공지능 결과물이 가져오는 위협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국가의 독자적 AI 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소버린 AI 전략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슈퍼컴퓨터 역량 강화와 자체적인 AI 모델 개발에 대한 요청이 높다. 프랑스의 ‘미스트랄 AI,’ '르챗,' 핀란드의 ‘사일로 AI,’ 영국 문화와 역사에 초점을 맞춰 설계고자 하는 '브릿GPT,' 엔비디아와 협력해 일본어 특화 LLM 개발 등이 시도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한국형 소버린 AI 개발 및 확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네이버가 한국어 기반, 한국 사회·문화적 맥락을 담은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하였고 이를 토대로 중동, 동남아 지역에 최적화된 소버린 클라우드 및 소버린 AI 개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 생태계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소버린 AI 개발과 확장이 중요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Global South와의 인공지능 양자/다자 협력을 확대하면서 Global South의 포괄적 AI 전환을 지원하는 패키지를 개발하고 제시해야 한다. 현재 사이버안보 분야에서 Global South, 특히 아세안국가들과의 협력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2024년 11월, 한국과 아세안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으며, 사이버안보, 국방, 공급망,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인공지능 부문의 협력도 함께 진행하며 한-아세안 디지털 플래그십 사업 등을 통해 개도국과의 기술협력을 확대하고, 아세안을 넘어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협력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한국 기술외교의 출발점은 우리가 인공지능을 통해 어떤 국가와 어떤 세계질서를 만들어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빅테크가 주도하는 미국이나 권위주의 국가가 AI 발전을 이끄는 중국이 지향하는 것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미국식 모델이나 중국식 모델이 아니라면 한국식 모델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사회적 합의가 모아져야 한다. 이는 단지 소버린 AI 개발을 넘어 그 안에 어떤 내용과 가치를 담을 것인지를 포함하는 한국의 미래 정체성에 핵심적인 부분이다. 인공지능이 제기하는 도전과 위험들에 대한 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위협의 정체는 불분명하다. 루쉰은 분명히 적대세력들이 포위하고 있는데 분명한 적을 찾을 수 없고, 아군과 적군의 구분이 모호하며, 명확한 전선이 형성될 수 없는 상태를 무물지진(無物之陣)으로 표현한 바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압도적이고 얼마간 매력적이면서 동시에 위협적인 아직 그 정체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대상이 우리를 무물지진으로 내몰고 있다. 현재까지 분명한 것은 한국의 안보와 경제성장을 지원했던 자유주의 세계경제질서의 쇠퇴가 진행되는 가운데 인공지능의 위협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글로벌 AI 거버넌스의 구축 또한 난망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지속적인 번영과 안보를 위해 요청되는 공생공진의 규칙 기반 자유주의 세계질서로의 재편이 한국만의 소망이 아니라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세계질서속에서 많은 국가들이 함께 바라보는 지향점이 될 수 있다. 미중패권 경쟁이 지속되는 와중에 우리는 공생공진의 자유주의 세계질서로의 재편 및 우리의 안보와 번영에 중심을 두고, 한편으로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활용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미중 경쟁과 인공지능이 제기하는 도전과 위험을 파악하고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힘을 규합하고 연대하는 기술외교를 펼쳐야 한다. ■     ■ 배영자_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송채린, EAI 연구원     문의 및 편집: 02 2277 1683 (ext. 211) | crsong@eai.or.kr  

배영자 2025-05-27조회 : 3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