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 국제정치경제(IPE) 패널은 9인의 연구진으로 구성된 “미중경제전쟁과 한국” 연구팀을 2022년 9월 발족하였습니다. 연구진은 날로 격화되는 미중경제전쟁을 주요 산업 및 기술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의 경제안보 개념과 전략을 추적하며 향후 한국이 취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합니다.

 

멀티미디어
[동아시아연구원-최종현학술원-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공동주최 학술포럼] 미중 전략경쟁 속 대중 및 대일전략

신정부 대일전략 제언   손열 : 한일 관계와 대일 정책은 정권에 따라서 진폭이 상당히 있었던 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평가에서, 그 당시 저희 동아시아 연구원에서 했습니다만, 최하로 꼽았던 게 한일 관계와 대일 정책이었고, 윤석열 정부는 너무 빨리 끝나서 아직 조사는 못하고 있습니다만 아마도 잘한 것 중에 거의 탑에 올라가는 게 대일 정책과 한일이 아닌가 그러니까 짧은 기간을 두고 롤러코스터처럼 굉장히 큰 진폭을 보였던 외교분야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의 대일 정책과 관련해서도 또 한 번 롤러코스터를 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우려들을 상당히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이제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 것은, 첫번째는 신정부의 대일 정책인데 과거의 3년 동안의 대일 정책 연장선상에서 과연 순항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예측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에 몇 가지 말씀을 해 주신 게 있는데 지난 정부의 대일 정책을 계승하겠다, 지난 과거에 했던 그 합의는 준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역사 문제가 중요한데 역사 문제와 협력 과제들을 이렇게 뒤섞는 거는 별로 좋은 것 같지 않다라고 하는 세 가지가 전 정부의 대일 정책의 기조를 계승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따라서 일본이나 미국은 비교적 안도하는 분위기인데 과연 이 기조가 5년 계속할 수 있을 것 인지와 관련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관련해서는 두 가지 저희가 생각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우리 국내 상황이 어떻게 전개가 될 것인지 왜냐하면 한일 관계의 지난 한 10년의 롤러코스터를 보게 되면 그것이 외부적인 어떤 변화에 결과라기보다는 양국의 국내정치 변화와 관련된 롤러코스터인 측면이 더 컸기 때문에 따라서 한국의 내부의 사정 그리고 마찬가지로 일본도 변수니까요. 그래서 앞으로 몇 년간의 일본 정치도 좀 얘기를 좀 해 봐야 될 것 같다라는 게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그렇게 해서 기조가 계속 유지될 것인지 만약에 유지가 된다고 하면 한일 간에 이른바 미래 지향적 협력의 내용은 어떻게 되는 거냐 다시 말해서 뭘 해야 되는 거냐 하는 이슈가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일본의 변화를 조금 말씀을 드리면서 시작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온 이후에 일본 외교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불안과 불신에 있습니다. 본래 일본 정부의 기본적인 대미 관계의 기조는 여기 나와 있는 것처럼 자유주의 국제 질서라는 게 일본의 국익을 수호하는 데 아주 핵심적인 조건이기 때문에 그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서 미국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된다라는 게 일본 정부의 포지션입니다. 다시 말해서 미일 동맹은 단순히 일본을 방어하는 차원을 넘어서 지역 질서나 지구 질서 자유주의적 질서를 수호하는 수준으로 엘리베이트 시키겠다, 그래서 미일 정상회담의 타이틀은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이렇게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올해 트럼프 리스크를 통해서 변화하게 되는데, 일본의 입장에서는 미국 패권 혹은 지구적 자유주의 질서를 미국과 함께, 특히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그 쇠퇴하는 만큼의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채워 나가겠다는 그러니까 마이너 파트너로서 공동 리더십을 행사하겠다고 하는 상당히 야심 찬 비전이고 목표였습니다. 그것들이 트럼프 정부가 들어오면서 결정적으로 흔들리는 이유는 트럼프 정부는 일본 정부가 그동안에 바이든 정부와 함께 내세웠던 가치를 기반으로 한 국제 질서를 받아들이지 않고, 동맹 관계도 더 이상 가치의 기반은 아니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가치관 외교 혹은 가치 외교를 일본 외교의 전략 외교라고 해서 굉장히 중시하는 것이 아베 외교의 핵심이었는데 트럼프 2기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지금 대혼란에 빠진 상황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일본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동맹에 대해 대강 이 두 가지로 얘기들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안보 동맹 임에도 불구하고 동맹국이 미국의 노동자와 기업에 얼마만한 이익을 가져 다주는 것인지가 동맹을 평가하는 굉장히 중요한 기준, 그리고 두번째 미국에 초래할 안보 리스크를 얼마나 경감해 줄 수 있는지 그러니까 동맹국인 일본이 안보 위협을 얻게 되면 그것이 미국으로 전가가 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미국이 져야 될 부담을 동맹국인 일본이 얼마만큼이나 떠맡을 수 있을 것인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트럼프는 이 두 가지의 기준에 의해서 일본과의 동맹 재조정을 나서고 있고 그 협상 과정에서 일본이 지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은 항상 그랬지만 미국은 동맹국과의 상호 의존의 비 대칭성. 그것을 경제적으로도, 안보적으로도 동맹국이 미국에 과잉 의존을 하고 있는 구조를 협상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그 속에서 딜이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현재 트럼프 리스크와 관련한 일본 내에 분위기 중에 하나는 동맹의 일체화는 계속해 나가야 되는데 그와 동시에 미국에 대한 동맹의 과잉 의존을 일정한 정도로 좀 감축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하는 얘기들, 다시 말해서 경제적으로 중국에 대한 과잉 의존해서 탈중국화를 해가는 과정에서 역으로 미국에 대한 의존이 굉장히 강화되었기 때문에, 이 탈중국, 탈미국 의존 이것들을 좀 본격적으로 생각을 해야 된다고 하는 분위기들이 상당히 떠오르고 있다라는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앞으로 5년간의 일본의 변화를 우리가 좀 가늠하는 하나의 축이 되지 않을까 따라서 여기 플랜 A, 플랜 B로 이렇게 나눴습니다.   플랜 A라고 하는 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일본인데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미국의 패권 질서 유지를 돕는 미일 동맹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집단적 자위권을 확대해서 일본의 군사 개입을 글로벌하게 확장하고 미국과의 통합 억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 방위비도 증액을 하고 자유와 개방의 인도 태평양 전략을 적극적으로 행해 나가는 것, 그런 속에서 일본을 indispensable ally로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는 거냐. 그것은 결국 트럼프 정부의 동맹의 기준을 가능한 한 맞춰주자고 합니다. 안보에서 그렇게 가고 경제 차원에서도 미국의 노동자와 기업의 이익을 가능한 한 맞춰주는 형태의 대미 투자 확대 그리고 일본의 국내 시장을 개방해서 미일 간에 현재의 무역 역조를 확대 균형으로 장기적으로 그렇게 이루어 나가는 것이 플랜 A입니다. 이것과 동시에 플랜 B는 이렇게 계속 가면 미국 의존이 점점 심화되는 거 아니냐 과잉 의존이 지속, 심화되면 지금 갖고 있는 미국에 대한 불안, 불신이 커질 텐데 일본이 어떤 전략을 취해야 될 것인지에 대해 플랜 B가 상당히 나오고 있습니다.   플랜 B의 핵심은 세계 질서를 지탱하는 미국 패권은 더 이상 유지되기는 상당히 어려운 거 아니냐 그렇게 되면 뭔가 새로운 대안이 나오기보다는 당분간은 질서가 굉장히 유동적이 되고 그런 속에서 리스크가 굉장히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그 리스크 관리가 제일 중요하니까 효용성을 최대화하는 것은 버려야 되고 리스크 관리 혹은 저감과 관련된 방향으로 미국에 대한 과잉 의존을 축소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 그것이 일본의 완전한 자립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미국과의 혹은 주요국과의 적정한 수준의 상호 의존을 만들어 나가는 게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사력 강화도 군사적 자립, 자강 얘기를 하셨는데 그쪽으로 방위비도 사용하고, 미국에 대한 hedging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자주의 적극적으로 해야 되고, 또 소다자. 그러니까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 표현으로 동지 국가와의 연대를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그 점에서 동맹과 자립의 일정한 균형을 서서히 좀 맞춰 나가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대중국 억제 체제는 철저하게 유지를 한다고 하는 것, 경제 외교는 미일 간의 상호 의존의 적정한 균형 그리고 미중일 간에 또 적정한 균형이 필요하고, 역시 굉장히 중요한 기제는 CPTPP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을 통한 자유주의 질서의 회복, 이런 것들이 플랜 B로 요즘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표는 일본 쪽에서 나온 것인데 이번에 주요 정당들의 대외 정책들을 이렇게 정리를 했는데 잘 아시다시피 참정당이 1석에서 15석으로 확대를 하고 국민민주당이 또 약진을 했습니다. 참정당은 우파 포퓰리스트, 반 글로벌리즘 정당이죠. 국민민주당도 대외 정책에 있어서는 동맹의 비대칭성에 대한 우려와 그 대안을 마련을 해야 된다는 입장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정책 서클 내에서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함께 정치권에서도 이번에 약진한 두 소수 정당을 보면 플랜 B쪽으로 약간의 무게가 실리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물론 일본이 지금 그렇게 흘러간다고 해서 제가 예단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만 일본의 분위기가 지금 상당히 유동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말씀을 드렸고요.   한일 간에는 제가 지금 일본의 딜레마를 얘기를 말씀을 드렸는데 여기 계신 분들은 그것을 상당 부분은 한국의 딜레마로 또 받아들여질 것 같아요. 그만큼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한일 간의 동병상련 같은 게 있고 그것이 전략적 협력에 필요성을 높여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필요성과 함께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국내적인 여건도 상당히 조성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이 표를 좀 말씀드려야 되는데 저희 연구원에서 이번에 여론조사를 한 결과인데 일본에 대한 인상입니다. 2020년을 기준으로 기점으로 해가지고 엄청나게 5배가 증가를 했고 나쁜 인상은 또 그만큼 하락을 해서 굉장히 큰 골든 크로스가 일어났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일본을 싫어하는 이유는 역사 문제인데 역사 문제는 지금 풀린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에 대한 인상은 굉장히 꾸준하게 아주 단단하게 상승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본에 대한 인상의 호전에 이유가 있는 것이죠. 요인들을 분석해보면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 일본의 관광, 대중 문화, 식문화 등의 대한 한국 국민들의 평가가 인상의 가장 큰 요인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일본에 대한 신뢰까지도 상당히 견인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무슨 얘기냐 하면 기존의 한일 관계의 기존 문법은 이런 거잖아요. 역사 문제가 터지게 되면 상대국에 대한 불신이 일어나게 되고 양국 간의 불신의 spiral이 작동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서로 협력을 경원 시하는 악순환이 벌어졌는데, 최근 현상을 이렇게 보면 역사 문제는 역사 문제대로 남아 있고 즉, 역사 문제가 이런저런 이슈들이 계속 분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상대국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하는 것이 큰 변화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조금 전에 얘기했던 불신의 스파이럴로 떨어질 가능성보다는 계속 역사 문제와 경제, 외교적 협력은 서로 분리가 돼서 작동을 할 수 있다 라는 것을 우리 여론조사로 볼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국민 레벨에서 지금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 보수 그리고 여야 사이에 한일 관계를 보는 눈은 굉장히 다릅니다. 여기에 보시면 진보는 신정부 출범 이후에 한일 관계가 좋아질 거라고 보고 있고 보수는 압도적으로 나빠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이념 성향별 한일관계 개선 태도에 대한 평가인데 여기에 보시면 2022년을 기점으로 해가지고 양극화가 굉장히 강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서 그리고 일본에 대한 인상이 보수 진영에서 급격하게 상승을 하고 진보는 하락을 하거나 정체돼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무슨 얘기냐 하면 보수 진영이나 윤석열 지지자들은 윤 정부의 전향적 관계 개선 정책에 대해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고, 이재명 정부가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판단을 하는 반면에, 진보 세력들은 그간 대일 정책 개선에 대해서 굉장히 불만을 갖고 있었지만 신정부는 잘 해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입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와 최근에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그리고 현 정부의 일본 기조를 놓고 보면, 보수 진영의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지지가 하나 있고, 진보 진영 쪽에서는 이재명 정부를 적극적으로 지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간 반대해 온 윤 정부 대일 정책을 신정부가 계승하는 것에 대해서 지지의 입장을 보이는, 따라서 어느 정도 순항을 예상을 할 수가 있는 것이죠.   앞으로 한일 관계의 첫 번째 변수는 한국의 국내 정치가 되겠습니다. 일본 문제를 놓고 진보, 보수가 상당히 갈려져 있는 속에서 진보 진영이 계속 이재명 정부의 대일 정책을 지지할 것인지 그리고 이재명 정부는 지금의 대일 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를 할 수 있을 것인지, 국내 정치 동학이 하나의 변수가 될 것이다는 것 하나. 즉, 이 정부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약화되는 경우 전통적 진보지지층의 결집을 위해 일본에 대한 비판적 입장으로 선회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점. 두번째는 일본인데 기회가 되면 좀 말씀을 더 드리겠습니다마는 일본은 지금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합에 의한 안정 정권이 대강 종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본 정치는 다시 여러 정당 간에 이합집산과 연합 정치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왜냐하면 지금 자민당과 공명당 두 당만의 연합으로는 국정을 운영할 수가 없기 때문에 다른 정당과의 사안별 연합이든지 혹은 다른 형태의 연합 과정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렇게 되는 경우, 정치가 상당히 불안해지고 대외문제보다는 국내정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따라서 한일관계 관리에 대해 정책적 우선순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요인이 하나가 있을 수 있고, 두번째는 참정당 변수인데 자민당의 이탈표가 참정당,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래서 자민당 내에서는 표를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 더 우파적인 성향을 강화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 목소리들이 지금 나오고 있고 그것이 앞으로 한일 관계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한국 새정부의 대중전략   손인주 : 오늘 제가 맡은 부분은 새 정부의 외교 정책 중에서도 중국 전략을 중심으로 크게 두 가지 주제에 대해 초점을 맞춰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오늘날의 중국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관점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제가 중국의 이중성, 양면성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두번째로는 이러한 중국과 어떻게 공존하면서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그 방향성과 세 가지 정도의 전략을 제안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날 시진핑 시대에 한편으로 중국은 상당히 공세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부 불안감 약간 체제의 구조적 취약성도 가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 두 얼굴을 동시에 이해하지 못하면 중국의 전략과 행동을 정확히 이해하고 해석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먼저 공세적 중국에 대한 부분입니다. 중국의 외부적 자신감과 공세적 태도는 물질적 힘. 다시 말하면 경제적 부상 또 과학기술의 굴기라는 힘에 바탕을 둔 것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는 정신적인 요소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세계관, 역사관 비전도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진핑 정부는 아시다시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핵심 국가 목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 내러티브는 반신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대만 문제 남중국해 동중국해 문제까지 연결되는 상당히 구체적인 외교 안보 전략의 정당화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중국은 대만 문제를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라 1895년 청일전쟁 이후 무너진 천하 질서의 회복으로 해석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는 대만의 상실은 외세 지배의 상징이자 중화민족 민족적 트라우마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시진핑 주석은 반복적으로 대만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천명하며 인민해방군의 군사 훈련을 통해 역사적 회복의 의지를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동중국해, 남중해의 해양 주권 주장 역시 팽창보다는 회복이라는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는 듯 합니다. 최근 봉쇄성의 대표적 사례가 호주를 놀라게 한 중국 해군의 해상 군사 훈련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한 주요 매체를 통해서 보도가 됐지만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의 공해상에서 처음으로 실탄 훈련도 했습니다. 호주를 한 바퀴 돌면서 아예 군사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였고요.   그리고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 경계선으로 여겨지는 대만 해협의 중간선을 넘는 무력 도발의 횟수인데 이것도 굉장히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상화될 정도로 도발이 벌어지다 보니 계획하지 않은 우발적인 충돌, 공군 전투기 간의 충돌에 의해서 예기치 않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리스크도 커지고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중국 통치자들은 내부적으로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듯합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건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중국 공산당의 1당 체제가 붕괴되거나 아니면 시 주석의 권력을 상실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국가 사회 관계에서 사회 통제 관리는 표면적으로는 잘 이루어지고 있고요.   당 안에서도 관리는 크게 문제는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안에서의 나오는 메시지, 그리고 밖에서의 메시지는 상당히 내부적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되는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는데 저는 이것은 시진핑 주석이 등장하기 전인 후진타오 2기부터 더 심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서 몇 가지 추정을 하자면 경제 성장률의 둔화 그것이 또 실제로 시 주석 이후는 두 자릿수, 한 자릿수 따로 굉장히 떨어졌고 그 다음에 실업 문제. 특히 청년 실업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고요. 그 다음에 사회주의 국가 정체성을 표방하고 있는 중국 안에서의 빈부 격차 불평등 이게 심각해지고 있고 여기에 대한 설명, 설득에 어려움도 겪고 있는 것 같고 반부패 운동을 계속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부패 문제가 있고 그 다음에 최근에는 또 후계자 문제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권력 투쟁의 가능성이 있는데 가장 근본적인 것은 공산당 1당 독재 체제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인 것 같습니다.   공산당이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 공과가 있는데 이게 영원히 이 체제. 정치 모델로 가야 되는가에 대한 중국인에 대한 설득. 이 부분에서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파악합니다. 중국 공산당이 이 위기감을 안고 더욱 강한 통제와 감시 체제를 구축해 왔습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의 등장 이후 권력 집중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도 반부패 운동이 특히 작년부터는 중국 지방의 기층 하급 관리에 대한 반부패 운동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소위 말하는 호랑이. 큰 권력자들의 집중했는데 지금은 소위 말하는 개미, 파리에 해당하는 기층 하급 관료에 대한 반포가 강화되고 있고요. 또 올해 들어서는 당 안에서의 정풍 운동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강한 통제는 경제 활력을 약화시키거나 사회적 역동성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고 이것은 다시 체제의 정당성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불안감은 외교와 군사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중국이 공세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때로는 자신감만의 표현이 아니라 불안의 반작용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의 공세적 행동을 볼 때 그 이면에 숨겨진 구조적 취약성 위기 의식도 함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공사 불안의 이중성을 가진 중국과 공존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 한 세 가지 정도의 원칙과 전략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번째는 ‘원칙적 다원주의’ 다시 말씀드리면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은 하나의 목소리를 강요하는데 그럴수록 한국은 헌법적 가치인 자유 그리고 다양성, 법치를 기반으로 하는 원칙적 외교를 지켜야 합니다. 이 단순한 강경론도 유화론도 아닌 원칙 위에선 유연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 또는 비판적인 의견, 낙관론, 비관론 다양한 시각을 자유롭게 한국의 공론장에서 논의할 수 있어야 됩니다. 하지만 만일에 중국이나 다른 국가 기관이 부당하게 우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다면 법에 따라서 엄정하게 대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 한국 주도의 동심원 전략 라는 것인데 이것은 한국 외교의 어떤 프라이러티 중요성에 있어서 물질적인 파워라고 쓰여 있는 세로축은 물질적인 군사력, 경제력, 과학 기술력을 포함하는 겁니다. 그것의 중요성이 한국에 더 가까울수록 그 부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고요. 가로축에 있는 정체성은 이 제도라든지 규범 역사관에서 얼마나 한국과 수렴하느냐는 부분인데,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하는 다층적 전략을 구사하면 하자는 것을 제안 드립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의 경우에는 여전히 국력의 중요성과 정체성의 수렴성 측면에서 핵심적인 동심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제가 하나의 예로서 보여드리는 거 앞으로 5년 ~ 10년 뒤에는 또 위치가 바뀔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현재로서 중국의 경우에는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지만 한국의 과학 기술과 문화력, 문화 발전에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이 국제법에 근거한 주권 존중, 또 대량 살상무기 사용하는 국제 규범 등은 한국과 공유하고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항해의 자유, 인권, 역사관 등의 정체성과 원칙의 영역에서는 양국 간의 간극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또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의 발전 모델이 서구의 발전 모델보다 우월하다는 이념 공세도 펼치면서 글로벌 차원의 체제 경쟁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새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또 섬세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동시에 미중 패권 경쟁의 격화 속에서 미국의 동맹인 한국이 가진 전략적 공간의 제약도 냉철하게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로 공동 회복 탄력성에 대한 개념입니다. 미중 전략 경쟁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한국의 단독 대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유사 입장 국가들과 함께 공동 회복 탄력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해야 되는 것인데 사실 이거는 저희가 작년 연말 국가미래전략원 영어 보고서에서 담았던 핵심 논리이기도 합니다. 이 개념은 이 글로벌 네트워크와 글로벌 시스템의 위험 리스크와 연쇄적 피해의 가능성을 즉시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도록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대응 전략을 통해서 잠재적 도발자의 강압적 힘의 행사를 제약하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과 연계된 공급망, 해운망, 그 다음에 군사동맹, 정보통신 등의 여러 네트워크의 복원력을 높여야 합니다. 그러면 이제 도발 효과를 감소시킴으로써 도발자의 강압 사용 역량을 제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서 또 한국, 미국, 일본 삼각 공조를 계속 지금 상황이 변하고 있어 협력 체제를 유지하기 쉬운 건 아니겠지만 외교, 안보 뿐만 아니라 경제, 금융 면에서 2+2 협력 체계를 유지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미중 간의 극단적 충돌을 방지하면서도 중국의 복합적 도전을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발전시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또 중국과의 양자 관계에서는 외교 채널을 다변화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중국의 정책 결정 과정을 볼 때는 시진핑 주석의 영향이 압도적입니다. 따라서 정상회담이 중요합니다. 실무회담도 중요하지만 정상회담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고요. 그 다음에 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국의 경우에는 국무원의 힘이 별로 없습니다.   의회도 마찬가지고 결국은 기승전결 공산당인데 이 공산당들과 협의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는데 저희 한국의 여당, 야당이 개별적으로 접촉하기는 매우 힘든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중국의 국무원 행정부에는 국무원과 공산당 그리고 한국의 초당적인 의회와 또 한국 행정부가 같이 2+2의 협의 채널을 구축하는 노력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제안 드립니다.   그리고 지금 공급망 대화도 필요합니다. 또 필요하고 그건 또 다음 세션이 더 자세히 나오기 때문에 넘어가겠습니다. 문화 또 초국가적 범죄 협력에 대한 협력도 필요하고 그 다음에 한국과 중국 양자 뿐만 아니라 일본까지 들어간 한중 협력 채널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슬라이드는 중국, 미국이라고 하는 것은 미국, 중국, 우리나라 국가에게 너무나 중요합니다. 그래서 미국, 중국과 더불어 협력하면서도 그 너머를 바라보는 글로벌 전략적 사고를 반드시 해야 될 때가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령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도 줄여 나가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 어 저희와 민간 차원의 이미 교류가 있는 동유럽이든지 동아프리카, 남미, 중동, 인도 등의 해외 생산 기지를 확대하면서 해외 거점 생산 기지와 한국을 물류 네트워크, 해상 물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글로벌 전략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 워싱턴조차도 중국 전략에 대한 확실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지금 오히려 한국의 목소리, 아이디어가 국제 사회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원칙적 다원주의 항구적 동심원 전략 또 네트워크 기반의 공동 회복력 강화 등이 새 정부의 대중 정책과 외교 전략 수립에 유용한 레퍼런스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손열_동아시아연구원 원장. ■ 손인주_서울대 교수.     ■ 담당 및 편집: 오인환_EAI 수석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2) | ihoh@eai.or.kr    

손열ㆍ손인주 2025-07-28조회 : 218
멀티미디어
[동아시아연구원-최종현학술원-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공동주최 학술포럼] 한미동맹의 미래와 대북전략

트럼프 발 3중 도전과 능동적 동맹 변환   김정섭: 안녕하십니까 세종연구소의 김정섭 수석 연구위원입니다. 저는 한미 동맹 현안 관련돼서 좀 말씀드릴 건데요. 지금 트럼프 발 여러 가지 다중적인 도전들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돼서 우리가 어떻게 인식을 하고 대응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동맹 현안이라고 하면 크게 세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방위비 분담’, 작게는 SMA 방위 분담 협상을 얘기하지만 넓게는 이제 국방비 나토와 같은 증액 문제도 있고요. 그것이 하나가 있고 또 하나는 ‘주한미군의 전반적인 재조정’, 여기에는 전략적 유연성도 있고 주한미군 감축도 있고요. 또 이 지역에 있어서 인태 지역 전반의 어떤 통합군 사령부들의 어떤 연쇄적인 개편 그런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과 다 맞물리는 건데, ‘전작권 전환 문제’가 있죠. 미국이 요구하는 것들이 동맹 변환에 사실 내부적인 좀 모순이 있는데 우리로서는 좀 딜레마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좀 살펴보고 결론적으로 우리가 이걸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저는 능동적인 동맹 변환이라고 좀 이름을 붙여봤는데 이것을 어떻게든지 우리가 막아보겠다 현상 유지를 하겠다 이런 것은 좀 어렵지 않느냐 앞으로는 이 불가피한 현실은 현실대로 인정을 하고 또 어디까지나 이런 변화가 우리한테 분명히 도전이 되는 건 분명하지만 기회적인 측면도 있지 않느냐 이런 차원에서 우리의 주도적인 동맹 변환의 자세도 갖출 필요가 있다라고 생각이 듭니다.   먼저 문제 제기로 서요. 국제 질서가 지금 아시다시피 대전환기이고 한미 동맹에서도 지각 변동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것은 뒤에 제가 이제 따로 말씀드리겠고요. 말씀드린 동맹 3대 현안도 그렇고요.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약간 패키지 딜 얘기가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관세 문제부터 시작해서 동맹 현안들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좀 ‘주고받기 식’ 협상을 하자 우리가 지킬 것은 무엇이고 또 양보할 수 있는 것은무엇인지 또 완벽하게 요구할 것은 무엇인가 이런 생각들이 좀 있었는데, 물론 전체적인 큰 틀에서 그렇게 접근할 수는 있겠죠. 근데 저는 그 패키지 딜로 접근한다고 해서 이 어려운 문제가 자동적으로 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이 듭니다.   무슨 말씀이냐 하면 사실 내용적으로 들여다보면 어떤 이슈도 우리가 우선순위를 정해서 지금 나와 있던 현안들 중에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나눠서 어떤 것들은 양보할 수 있고 어떤 것들은 양보할 수 없는지에 관하여 구분하기조차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개별 현안들 자체에 대한 내실 있는 우리의 분석과 사고가 먼저 선행돼야 될 것 같다라는 것이고요. 그 바탕 위에서 패키지들은 차후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제목에서도 삼중 도전이라고 했던 것은 이런 겁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지금 세계 전략이 변화하면서 대 한반도 방위에 대한 커미트먼트(commitment)는 좀 약화되고 있는 건 분명하지 않습니까? 그러면서도 또 우리로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라든지 이런 주제가 제기되면서 미중 연루의 위험은 반대로 증가하는 것이고요. 그러는 와중에 동맹 비용 자체는 올라가고 있고 사실 좀 모순되는 거죠. 한반도 방위에 대한 커미트먼트(commitment)를 줄이고 미국이 우선순위를 갖는 쪽에 한국이 같이 하자고 하면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이라든지 여러 가지 동맹 비용은 더 내라고 하는 것을 저는 삼중 도전이라고 해봤고요. 특히나 여러 가지 이슈들 하나하나도 문제지만 근본적인 동맹의 도전은 기본적으로 동맹이 토대로 하고 있는 공통된 위협 인식과 어떤 전략 방향에 대해서 한미 간에 이견이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것이 이제 중요한 문제라고 보고요. 그래서 이런 것을 짚어보면서 우리가 좀 더 전향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한번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아까 세 가지 현안이라고 했는데 첫 번째는 비용 압박과 전가죠. 나토에서도 합의했듯이 국방비 GDP 대비 5%로 상향한다 이런 비슷한 것들이 한국한테도 적용될 경우의 문제인데요. 사실 이게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거의 좀 실현 불가능한 숫자죠. GDP 5%라는 것은 지금 우리가 2.33%거든요. GDP 대비 그러니까 이게 2배 이상 늘어나야 되는 건데 우리 국방비가 지금 정부 총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 10% 정도 됩니다. 근데 이렇게 맞추면 2배 이상 돼야 돼요. 사실 거의 불가능하죠. 정부 재정 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대부분 경직성 경비, 준 경직성 경비 줄일 수 있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국방비 이참에 좀 늘리고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은 좋지 않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우리 정부 재정에서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룸은 많지 않다.   물론 5%가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겠고 나토가 했던 것처럼 예를 들어서 순수 국방비 3.5%, 나머지 범 안보 비용 1.5 % 이렇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조차도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라는 거고요. 특히 저는 여기서 조금 우리가 생각해 봐야 될 것이 나토에 적용됐으니까 아시아 동맹에도 적용될 수 있겠구나라고 그냥 쉽게 생각하기보다는 한 번 우리가 나토와의 한미 동맹의 차이를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사실 나토는 지금 트럼프가 이렇게 압박을 하니까 그 5%를 받아들였지만 이번에 유럽 국가들 스스로도 유럽이 그동안의 안보에 대해서 좀 경시했다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 나토 유럽 회원국들의 어떤 방위비 분담 문제는 사실은 굉장히 나토 동맹의 고질적인 이슈였다. 이번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나토 회원국들도, 유럽 회원국들도, 여기에 대해서 어떤 각성을 했고 그런 차원에서 합의가 됐었는데 한미 동맹에서 우리가 안보 무임승차국이라고는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시아 동맹국 중에서 우리가 지금 GDP 대비 국방비도 가장 높고, 50만 정예 강군을 유지하고 있고, 여러 가지 때문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게 생각하고 있어야 될 것 같고요. 만약에 가능하다면 물론 나토처럼 유연하게 3.5%과 같은 식으로 해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 더 정공법은 사실은 우리 한국의 국방력이 늘어나야 된다면 또 늘어날 부분이 분명히 있고요. 그렇다면 정말 필요한 소요에 기반해서 소요를 식별하고 그리고 미국과도 그것을 같이 공유하고 그러면서 우리 국방력을 늘려나가고 그것이 결국에 미국의 부담을 낮추고 이런 식으로 가는 것이 맞는 접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까 숫자를 먼저 정해놓고 그것을 맞추려고 하고 지금 나토처럼 예를 들어서 매년 이행 계획을 내고 이런 작위적인 방법보다는 정말 우리 국방이 강해져야 될 부분을 식별해서 국방력을 높여 나가고 국방비가 올라가는 것이 결과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이 들고요.   그 다음에 방위 분담 재협상은 지금 현재 우리 12차 SMA가 불과 한 7~8개월 전에 합의가 됐었죠.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건데요. 내년에 1조 5천억 정도로 시작해서 쭉 올라가는 겁니다. 근데 트럼프는 지금 한국에 대해서 계속 100억 불 얘기를 많이 하고 있거든요. 이게 현재 합의된 금액보다 한 거의 10배 되는 숫자입니다. 그러니까 현실적이지 않은 숫자인데 이것을 과연 파기하고 재협상까지 하게 될지.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정부 간 합의가 유지돼야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만약에 불가피하여 협상이 다시 재개될 수밖에 없다면은 이제 분담금 책정 방식을 현재는 이제 총액형이라고 큰 틀에서의 총액 속에서 합의를 하고 소요를 찾아나가는 방식인데 지금 일본이 하는 것처럼 이 소요 베이스로 총액을 나중에 산출해 나가는 소요형으로 이런 접근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에는 소요를 하나하나 따져서 하면 너무 늘어날까 봐 걱정해서 사실 우리는 총액형을 유지했었는데 트럼프 식으로 너무 막무가내로 요구하다 보면은 오히려 소요형으로 꼼꼼히 따지면 급격한 증액은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물론 전제는 지금 방위 분담이라는 게 기존의 세 가지 항목이거든요. 인건비, 군수 지원, 시설 건설 그 항목 외에 신규 항목이 생기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말씀드리는 거고 지금 아마도 만약에 미측의 방위 분담을 얘기한다면은 저 기존의 틀이 아니라 이것을 벗어나서 신규 항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겠죠. 연합훈련이라든지, 전략자산 전개 비용까지 ‘한국에서 부담을 해라’ 이런 말들이 나올 수가 있겠습니다. 저기 B-1B 폭격기라든지, 항모 전단이 왔을 때 폭격기는 1시간당 비용이고요. 650 - 700만 불 되는 거는 하루 운용 비용인데 보통 한 번 오면 항모 같은 경우에는 열흘 정도 왔다 갔다 하니까 엄청난 비용이죠.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가 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이슈는 주한미군 조정입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주한미군 월스트리트저널에 나왔었죠. 한 4,500명 정도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 국방부에서 전략적 유연성 문제, 여기에 있는 주한미군이 더 이상 붙박이군으로 북한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역내에 어떤 위기 상황에 주한미군이 활용된다는 것이죠. 이것은 우리 한국이 미중 충돌에 있어서의 어떤 발진 기지로 사용되는 문제 때문에 지난 노무현 정부 때, 부시 행정부 때도 이것이 아주 예민한 동맹 이슈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2006년에 라이스 - 반기문 장관 간의 합의가 있었습니다. 사실은 굉장히 타협적 성격이었죠. 당시 노무현 정부는 주한미군의 부시 행정부가 전략적 유연성 이슈를 제기했을 때 여기에 대해서 아주 좀 자세한 절차 조건을 규정하려고 시도했었습니다. 사전에 컨설테이션(consultation)을 어떻게 하고 거기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어느 정도의 통제권을 갖고 싶어 했지만 결국에는 성공하지는 못했고 서로 존중한다. 그 문구 나중에 보시면 알겠지만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고 또 미국은 한국 국민이 원치 않는 분쟁에 개입한다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한국 국민들의 생각을 존중한다는식으로 사실 타협이 됐었는데 이 문제가 더 예민하게 부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이제 주한미군이 감축되면 어떤 부대들과 전력들이 조정을 받을 것이냐에 관해서도 여러 가지 얘기들이 있습니다. 스트라이크 여단 한 4,500명 규모 될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이고. 또 A-10 공격기대는 이미 이제 퇴역 예정이고요. 지금은 F-16을 오산 기지로 지금 다 몰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산에는 F-35가 이제 신규 배치될 것으로 거론은 됩니다만 안 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미 7공군에 여기 오산 군산 기지가 두 개가 있는데 군산 기지는 그냥 빌 수도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정부의 대북 전략: 주요 변수와 대응 전략   전재성: 저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그리고 오늘은 동아시아연구원에서 국가 안보 관련된 부분을 좀 돕고 있습니다. 주제는 이제 신정부 대북 전략입니다. 신정부가 명확한 대북 전략이 있지는 않습니다. 워낙 빨리 정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는 점 그래서 있는 전략을 분석할 수는 없는 상황인 것 같고요. 이제 북핵 문제 시작된 지 32년이 지났는데 국제 질서도 아주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우리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대북 전략의 근본 목적이나 아니면 그 리듬 타임프레임(time frame)이 정부가 5년 안에 할 수 있는 일의 맥시멈 이런 거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통일이 가장 좋은 목적이겠지만 아주 소극적으로는 전쟁 방지 정도 중간에 북한의 비핵화도 있을 수 있고, 남북 교류 협력도 있을 수 있고요. 하지만 그 스펙트럼이 다 완전히 열린 상태에서 대북 전략의 목표를 새롭게 설정해야 되는데 북한은 사실 변화가 옳든 그르든 소위 신냉전이라고 해서 많은 변화를 이미 전략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에 비해서 우리 정부는 지난 두 정부가 주로 양자 관계에서 남북 간에 굉장히 북한에 접근을 하거나 또는 아예 관계를 최대한 갖지 않으려고 하는 왔다 갔다 하는 좀 보수 진보 차원에서의 혼돈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보수 진보의 스펙트럼으로 다루기에는 굉장히 다른 조건으로 가고 있어서 지금 대북 전략에서 어떤 주요 변수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먼저 목적이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그 조건이 너무 바뀌고 있어가지고요.   예전에는 우리의 대북 정책은 남북 관계가 가장 중요한 변수였고 북한의 내부 상황이나 북한의 대남 전략이 제일 중요한 변수였는데 지금 북한이 이미 유럽의 군사 행위자가 됐고 북중러 삼각관계도 상당 부분 진행이 되고 있는 데다가 우리 의사와 아주 밀접하지 않은 채로 북미 정상회담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을 다루는 방식이 우리의 대북 전략과는 굉장히 다른 형태로 갈 수 있겠다. 그래서 우리의 대북 전략이 남북 관계에 얼마나 중요한 변수가 될지 그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부분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대북 전략은 사실 우리의 외교 전략이나 우리의 경제 전략의 결과로 올 수 있는 전략이 될 수도 있겠다. 우리의 대북 전략이 어떤 면에서는 최우선순위로 하거나 또는 독립 변수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는데 그게 꼭 나쁜 거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다른 전략을 잘 해나가다 보면 앞의 김정섭 선생님 말씀하신 대미 전략이나 또는 대중, 대러 전략을 잘 하다 보면 대북 전략에 또 다른 기회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우리의 신정부 대북 전략을 생각하는 관점이 과거하고는 좀 달라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런 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 몇 가지 변수를 간단간단하게 썼는데 첫 번째는 북한의 대외 전략인데 우리가 생각하고 많이 본 것처럼 이미 한 2, 3년 전부터 북한은 우리의 대북 전략과 사실상 상당 부분 무관하게 북한 스스로 추구하고자 하는 대외 전략을 추진해 왔다. 그것이 대외 외교 전략이기도 하고 군사 전략이기도 하고요. 또 대내 정치 경제 전략이기도 한데 많은 분석가들이 지금 북한의 국제적인 전략적 지위는 어떤 면에서는 탈냉전 이후 가장 좋은 상황에 처해 있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참전이 장기적으로는 굉장히 북한한테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외교적 지위나 또는 군사 기술 이전 경제력 부분에서 굉장히 좋은 지위를 주고 있기 때문에 그게 우리에게는 대북 레버리지(leverage)를 약화시키는 상황으로 작동하고 있어서 과연 북한 나름의 타임 스케줄과 전략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변수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두 번째는 북한의 약점인데 경제 상황 변수입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은 분석이 있는데 북한 경제를 전공하시는 분들 말씀을 들어보면 여전히 내부 상황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이제 올해 5개년 계획이 마감되면서 전반적인 평가가 있을 거로 보이지만 작년 올해 들어서 북한의 여러 경제 지표들 특히 환율이나 식량 값에 대한 변화는 거의 탈냉전 이후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것이 북한 경제의 불안정을 나타내는 것인지 아니면 작년부터 시작된 국가의 통제하에 유지되는 배급 경제나 경제 상황 변화의 한 단면인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게 중요한 것은 이제 북한이 대남이나 대미 협상에 나올 수 있는 인센티브(incentive) 중에 하나는 좀 적극적으로 얻을 게 있어서 나오는 파지티브(positive)한 인센티브(incentive)도 있겠지만 내부 정치 경제가 곤란을 겪고 있을 때 그것을 타결하기 위한 대북 경제제재 해제라든지 관계 변수가 있겠지만 사실 그런 것을 추동할 만큼 북한의 경제 상황이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는 게 이제 두 번째 변수이고요.   세 번째는 러시아 변수인데 많은 분석이 있었습니다만 북러 간의 경제 교역은 거의 10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절대 액수로 보면은 특히 북중 무역에 비해서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고 러시아가 중국을 대신해서 북한의 경제를 해결해 주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탈북자 인터뷰도 좀 해봤는데요. 러시아가 주는 밀 같은 것이 북한 경제 상황과 딱 맞지 않기 때문에 특히 국가 배급 형태로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라고 합니다.   반면 이제 전략적인 효과 이게 지금 북한이 추구하는 여러 가지 첨단 무기 기술일 수도 있고 또 작년 동맹조약 8조인가요? 그것을 보면 AI나 첨단 기술 이전 조항도 있기 때문에 군사 기술 부문에서의 러시아의 도움이 주관적으로 북한의 전략적 계산에는 굉장히 작용을 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서요. 이런 면에서 지금 김정은 체제는 북러 협력으로 단기적으로는 굉장히 강화되고 있다는 판단을 북한이 내릴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미 정상회담도 반드시 열릴 것이다’라는 관측이 다수인 것 같고요. 트럼프 이후 대미국의 대통령은 김정은과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미국 대통령 중에 지금 앞으로 닥칠 굉장히 많은 외교 사안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굳이 하려고 하지는 않을 거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기회이자 경계 요인이기도 한데 과연 북미 정상회담이 미국이 원하는 형태로 열릴 것이냐?   정상회담이 열리고 결과가 있더라도 한반도 문제 전체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라는 생각은 듭니다. 이게 주관적인 생각인데요. 북한도 지난 1기 행정부 때 트럼프 대통령하고의 정상회담에서 김여정 담화였나요? 그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우호적이지만 결국 미국 전체가 대북관을 바꾸지 않으면 정책 성과가 없었다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여태까지 해온 이 6개월간의 대외 정책을 보면 각 지역의 안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브로커(broker)라는 용어를 썼는데 예전에는 스테빌라이저(stabilizer)나 밸런서(balancer)나 미디에이터(mediator) 이런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미국의 단기적 이익을 좀 더 앞세우고 지역의 전체적인 안보 구도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좀 적은 단기적인 미국 이익 중심의 협상 타결형의 외교를 추구해 왔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양국의 이익 구조상 우리가 원하는 형태 아까 선생님 말씀하신 한반도 방위나 안정을 위한 타결이 있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게 그렇게 안 됐을 때 마치 하노이 실패 이후에 굉장히 많은 후속 어려움이 있었듯이 실패 시 파급 효과라고 쓴 부분인데요. 완전한 추정이긴 한데 더 이상 북핵을 해결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라는 회의론이 증가하거나 또 미국의 영향력도 약화되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우려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에 대한 한국의 실망이나 부정적인 반응도 있을 수 있을 것 같고요. 그 이후에 북한이 핵실험을 할 수도 있고 등 그래서 우리 입장에서는 신정부 5년 임기 내에 트럼프 대통령 임기와 다음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있을 텐데 두 시기를 좀 총괄적으로 보고 북미 관계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대북 군사 억제 태세 변수는 아까 우리 김 박사님께서 잘 말씀해 주신 부분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대북 정책은 궁극적으로는 아주 강력한 좀 더 장기적인 대북 군사 태세가 중심이 되어야 그 위에 북한에 대한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나 외교가 성립할 수 있는데 우리의 대북 억제력을 규정하는 변수가 중국 또는 미국의 대중 전략, 아까 대만 말씀하셨는데 그거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에 이게 남북 간의 양자 관계에서 우리의 대북 태세가 결정되기 어렵고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인데 그것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망에 따라서 또 다르고 또 유럽 변수도 있고 그런 면에서 우리의 대북 태세를 결정하는데 우리가 자주적으로 가는 게 물론 중요하긴 하겠지만 그전에 해결해야 될 변수들이 굉장히 많아진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의 전략 환경은 신정부가 등장해서가 아니라 변화하는 세계 질서와 북한의 대외 전략의 변화 속에서 굉장히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미 맞이했는데 우리가 잘 대처를 해 왔느냐 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북한도 나름대로 긍정, 부정적인 환경이 있긴 한데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인센티브(incentive)가 훨씬 많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에 비해서 우리의 대북 전략의 환경은 대북 전략을 잘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미국 또는 중국 변수 또 군사력의 변수 등을 고려해서 대응 전략의 기조를 삼아야 되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다.   우리 동아시아연구원에서도 지속적으로 대북 군사나 경제 제재 또 인게이지먼트(engagement)와 북한의 발전과 같은 복합 전략 얘기를 많이 해 왔었는데 우리의 1대 1의 대북 억제력도 물론 중요하고 경제적인 레버리지(leverage)도 있어야 되고 미국도 물론 중요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도 우리의 대북 정책이 중요한 변수인데 사실 하나하나 살펴보면 신정부가 만만하게 의지할 수 있는 외세가 별로 있지 않다. 미국도 그렇고 중국, 러시아는 더욱 그렇고요. 일본도 자기 어젠다가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신정부의 대북 전략은 현재 정해져 있는 바는 없다.     ■ 김정섭_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전재성_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 서울대 교수.     ■ 담당 및 편집: 오인환_EAI 수석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2) | ihoh@eai.or.kr    

김정섭ㆍ전재성 2025-07-25조회 : 352
워킹페이퍼
[트럼프 복귀와 미국 시리즈] 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정책 전망: 외교정책결정집단을 중심으로

I. 2024년 트럼프 재선의 의미와 미국 외교정책   2024년 한 해동안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미국 국내정치를 주요 변수로, 국제안보환경을 상수로 취급하면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파급효과를 전망하는데 주력했다. 여론조사 기관의 예상과 달리 트럼프(Donald J. Trump) 후보의 명확한 승리로 대선이 마무리되었으며,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을 축하하고 의기투합하려는 각국 정상의 행보가 눈에 띄는 가운데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에 저항하는 반군세력이 갑작스럽게 승기를 잡는 등 국제정치의 역동성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운동을 중심으로 결집한 공화당 소속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승리는 현상타파 공약의 승리이자 미국 시장의 개방과 불필요한 국력의 해외투사를 거부하는 폐쇄적 의제(closed agenda)의 승리였다. 후보의 속성이나 양당의 선거 캠페인, 지지기반의 인구학적 변화도 중요했지만 현직자에게 불리한 구조적 요인이 유의미하게 작용했는데, 이는 팬데믹 이후 확산된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현직자들이 대거 교체되는 세계적인 현상의 일부였다. 저자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공화당 내 보수적 민족주의 전통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바 있다(권보람 2024).. 특히, 미국의 국가 이익을 우선시하는 민족주의와 국제 공공재 제공 차원에서 대외개입을 중시하는 국제주의 간 조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가 미국 외교정책의 방향성과 구체적 결과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공화당이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까지 장악한 단점정부로 출범하기 때문에 대통령 중심의 정책 추진력을 제도적으로 확보해 놓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반엘리트주의(Anti-elitism), 경제적 포퓰리즘(populism)으로 지지기반을 동원하고 연방정부에서 주와 지역 정부에 이르기까지 충성파를 기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약하다. 또한 트럼프의 재선으로 인해 MAGA 지지세력이 공화당 내 주류로 세력화되어 외부세력에 의한 운동정치가 정당정치를 지배하는 형국이다(손병권 2024).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기존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타파하는 것을 지향하며, 국제규범과 제도를 거부하고 자유무역과 동맹체제를 재편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정책 추진력 확보에 더한 MAGA 의제의 선점이 예고되면서 공유된 가치가 아닌 이익 기반의 미국 우선주의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투사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본 고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수 외 공화당을 포함한 조직, 국가 수뇌부 차원의 외교정책결정집단을 조명함으로써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전망한다. 미국이 당면한 국제안보현안 중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러-우 전쟁에 초점을 맞추어 외교정책결정집단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이것이 동맹국에 주는 함의를 도출한다.   II. 미국 외교정책결정집단의 구성   1. 개인   공화당에서 세 번 연속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는 이제 대중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그의 2024년 유세가 2016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새롭게 야기된 국제 위기에 대한 대응 의지 표명을 꼽을 수 있다. 트럼프는 2022년 2월에 발발한 러-우 전쟁에 의해 발생한 불필요한 인명 피해를 비판하고 미국의 국익과 부합하는 종전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Knickmeyer 2024). [1] 그는 202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으로 바이든(Joe Biden) 행정부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이는 러시아에 대한 억제 실패로 이어져 국제안보의 불안정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Rashid 2024). [2] 또한 트럼프는 푸틴(Vladimir Putin) 의 무력사용이 기발하고 효과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자신의 임기 중에는 미국이 존중받았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억제가 유효했다고 강조했으며(Dress 2022; Griffiths and Haltiwanger 2022), [3] 바이든 행정부의 억제 실패로 심화된 강대국 간 연대와 핵경쟁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우선, 트럼프는 러시아와 중국 간 연대가 지난 3년반 동안 강화되었고, 이란과 북한까지 합세한 상황에서 이들은 더 이상 다른 세력의 도움이 불필요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경고했으며(Bloomberg July/16/2024) [4] 핵무기의 파괴력을 강조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억제 실패로 핵무기 사용이 쉽게 거론되는 등 정상화되었다는 지적과 함께 미국의 핵 사용 능력이 제대로 시연되지 못함을 비판했다(Trump 2024b). [5] 이런 배경 속에서 트럼프는 대외 개입에 대한 자제(restraint), 특히 미군의 직접적인 군사개입에 일관되게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는 2003년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해외에서의 민주 국가 건설을 비판해온 이력과 일맥상통하는 모습이었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처벌 방식에 대한 입장 표명도 있었다. 그는 나토(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의 대응과 지원 부족 때문에 미국이 우선순위가 낮은 국제 분쟁에 과도하게 개입하며 국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Trump 2024a). [6] 러시아를 처벌하는 경제제재의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으며, 사후 대응보다 강한 억제에 기반한 공격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7] 또한 자신의 첫 임기동안 승인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덕분에 우크라이나가 효과적인 방어전을 펼칠 수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8] 트럼프는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며 푸틴 대통령,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대통령과 각각 직접 소통하여 24시간 내 종전 합의를 성공적으로 도출하겠다고 공언했다(Forest 2023). [9] 대선후보 TV토론 중 사회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루 내로 러-우 전쟁을 해결하겠냐는 질문에, 트럼프는 두 정상과 유지해 온 좋은 관계와 그에 대한 존경심을 바탕으로 자신의 대통령 임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협상을 성공시키겠다고 답했다(Schatz 2024). [10] 정치인의 선거 레토릭(rhetoric)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트럼프는 불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거나 전쟁에 연루되는 것을 거부하고, 이제 재선의 부담을 덜었기 때문에 외교정책 모험보다 평화 창출자(peace maker)로서의 업적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강할 수 있다. 즉, 이민과 경제 등 MAGA 국내 의제 관철을 충성파 관료에 일정 부분 위임한 채 본인은 정상외교를 통한 외교정책 성과 만들기에 집중하고자 할 수 있다.   2. 국가   미국 수뇌부가 연속성 있게 유지해온 국가전략, 즉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전략의 목표는 탈냉전 이후 미국과 중국 간 국력 격차가 예상보다 빨리 좁혀지면서 대중국 견제로 수렴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최우선적 위협으로 인식되어왔으며, 오랜 담론경쟁 끝에 미국 대전략의 궤도는 팽창주의가 아닌 축소지향적인 쪽으로 정해졌다. 집권 기간동안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재편하고 국제주의와 다자주의, 자유무역주의를 약화시키려는 의지와 행태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위(primacy)를 추구하는 대전략의 기본요소인 군사적 패권, 동맹국에 대한 안전보장, 국제제도와 시장으로의 통합, 그리고 핵 비확산은 유지되었다. 이는 미국 수뇌부의 관성에 더해 미국 외교정책결정을 주도하는 기득권층(the establishment)이 대통령을 효과적으로 견제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Porter 2018).   2025년 이후 미국이 직면한 국제안보환경은 국내정치 상황, 대통령의 주도 능력에 더해 기존 수위 추구 전략에 변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20여년동안 지속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공식적으로 종결되었지만 중동을 포함한 여러 지역 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러-우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지속되며 규칙기반 국제질서가 현격히 약화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지정학의 귀환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하고 있고, 대안적 질서 형성을 위한 강대국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탈진영적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도 정치력을 확보했다. 또한 중국의 핵전력 확대가 가속화되면서 미국은 핵을 보유한 복수의 강대국을 동시에 억제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한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어 미중 간 세력균형 변화추이가 완화되는 가운데 미중 전략적 경쟁은 더욱 첨예화 중이다. 미국 주도의 격자형 동맹 네트워크가 중국 주도의 경제, 안보 구조(Global Security Initiative: GSI, Global Development Initiative: GDI)와 대립하면서 한반도 주변에 한미일 대 중러북 대립 구도가 형성되었다. 이렇듯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도전이 증대하는 가운데 국내정치적으로는 재정적자 증대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고,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어 민주적 거버넌스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파생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는 미국 우선주의 2.0, 대중국 우위 선점,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로 정리해볼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의 글로벌 동맹전략과 연계되어 있다. 우선, 2024년 공화당 정강은 미국의 국익이 “미 본토 방어, 국민과 국경, 위대한 성조기, 신이 부여한 권리 보호에서 시작한다”고 규정하고, 미국의 외교정책은 가장 본질적으로 중요한 미국 국익 수호를 위해 수행된다고 공언했다. “미국의 국익에 따라 때로는 독립적으로 행동한다”고 명시한 것이 트럼프 2기 미국 우선주의 2.0의 특징이다(Fleitz 2024).   중국은 미국의 인태지역 및 글로벌 리더십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경쟁국으로 반드시 저지해야 하는 대상이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 특히 대만에 대한 거부적 방어 강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로써 국가안보 논리를 앞세워 경제적 효율성보다 회복력을 강조하는 등 단기적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미래 장기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전략적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맹국의 역할과 책무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불확실한 미래의 이익을 위해 현재의 비용을 감수하게 만드는 대중국 디커플링(de-coupling) 등의 압박이 동맹국에게 더 강하게 가해질 전망이다. 군사안보적인 차원에서 미국은 전략적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태지역 내 동맹의 군사 및 국방자원의 통합을 추진하며 군사력 건설, 핵전력 증강 및 현대화를 추구하는 한편, 산업자원 통합까지 시도하며 동맹 협력에 기반한 방위산업 기반 증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CSIS 2024). 이러한 변화는 동맹 활용 전략이 미국의 동맹역할 확대, 동맹자원 활용 극대화, 비용 절감을 위한 동맹국과의 핵-재래식 안보지원 분업화 등의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동맹 대상의 핵 억지에 기반한 미국의 안보 지원은 지속되지만, 동맹국이 재래식 군사안보에 기여할 것을 확대하는 요구는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The Heritage Foundation 2023). [11]   2024년 공화당 정강은 또한 미국군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현대화된, 치명적 군대로 발전시킬 것을 천명하고 첨단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조한다. 미국은 특히 두 개 이상의 전구에서 동시적, 전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분쟁 가능성에 대한 검토와 경계를 높이고 다양한 처방을 내리고 있다(RAND Corporation, 2024). 일례로 상원 군사위원장 로저 위커(Roger Wicker)가 주도해서 작성한 “21세기 힘에 의한 평화: 미군에 대한 투자(21st Century Peace Through Strength: A Generational Investment in the U.S. Military)” 보고서는 미국 국방예산 5% 인상을 비롯한 핵전력 확대 등을 파격적으로 제언하고 있다.   3. 조직   외교정책결정집단에서 조직, 그 중에서 정당은 정권 획득과 다수당 지위 구축을 추구하면서 당론을 통해 지지기반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결집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공화당은 2016년 트럼프가 아웃사이더로서 대선 후보로 처음 지명되고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래, 전통적 보수 정당에서 트럼프의 당으로 변모했으며, 이는 당내 통제와 개인화를 토대로 기존 보수 지지층을 선동하고 동원하는 그의 전략에 따라 건설된 측면이 있다(김유진, 강인선 2024). 2020년 재선에 실패하고 2022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하면서 트럼프의 당내 입지가 약화되는 고비도 있었지만, 트럼프는 큰 어려움 없이 올해 경선을 통과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그의 당선으로 인해 공화당은 MAGA를 지향하는 이념적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더욱 결집하게 되었으며, 당과 의회, 연방정부 내 주요 보직에는 MAGA 성향의 인사가 지명되고 있다.   MAGA 세력이 공화당의 주류가 된 듯하지만 여전히 당내에는 다양한 정파가 공존하고, 주요 외교정책 현안에 대한 차별적 비전 내지는 정책 선호도와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보수적 민족주의자들은 대체로 미국의 생활방식과 사회를 보존하기 위해 대외관여(deep engagement)에 신중하지만, 외교정책에 대한 다양한 동기 중심으로 적극적 개입주의에서 소극적 비개입주의에 이르는 스펙트럼을 그려볼 수 있다(Dueck 2019). 한 축에는 글로벌 공공재 제공을 부담하고 대외문제에 적극 개입하고자 하는 보수적 개입주의 성향의 전통적 공화당 세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 축에는 비용을 절감하고 국제분쟁에 대한 연루를 회피하려는 보수적 비개입주의 세력이 있다(Dueck 2019). [12] 그리고 그 사이에는 국제규범을 배제한 미국 일방주의를 주창하고 평소 비개입을 유지하다가 미국 이익이 침해 받으면 몇 배로 강하게 응징하는 보수적 강경주의(hard-liner) 세력이 있다. 트럼프가 바로 여기에 속하며, 개입주의와 비개입주의적 요소를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그가 어떤 보수주의 대전략과 외교정책을 지향할지 예상하기가 어렵다.   4. 소결   미국 외교정책결정집단을 개인, 국가, 조직 차원에서 살펴보면 이질적인 동기를 갖는 행위자들이 공존하기 때문에, 미국의 대전략 아래 외교정책의 방향성은 결정되어도 추진 내용과 강도는 조직 내 행위자들의 능동성(agency)에 인해 조정될 수 있다.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서 총 득표수와 선거인단의 과반 이상을 얻어 국민으로부터 강한 권한을 부여 받았다고 자평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정책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노골적으로 발산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의회를 우회해서 본인 주도로 외교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고, 입법보다 행정명령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일 것이다. MAGA 충성파들이 막강한 외교정책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대통령을 호위한다면 미국 예외주의 기조는 약화되고 미국 국력과 영향력에 결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각료들의 실전 대응 능력과 의회와 관료제의 절차, 국가안보 전문가 집단의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외교정책결정집단 내 다양한 행위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최종 미국 외교정책 산물이 도출된다고 보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조직 내 MAGA 세력의 결집이 얼마나 지속되는지가 중요하다. 이념이 아닌 실리 중심의 사고를 하는 트럼프는 MAGA 세력과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트럼프 지지자의 상당수는 그의 말을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된다(McCreesh 2024). 금년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들, 특히 2020년에 비해 과반 이상이 트럼프를 지지한 청년층(18-29세) 중에는 이민과 기후변화, 작은 정부에 대한 MAGA 의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절반 정도였다(Thomson-Deveaux 2024). 게다가 현재 MAGA 운동의 핵심은 트럼프 개인이며, 그를 대체할 인물이 없는 상황이다(Siders 2024). 이를 통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MAGA 깃발 아래 모인 지지자들의 결집 정도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기간 동안 약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어진 4년이라는 대통령 임기는 실제 정책을 수행하고 평가하기에 얼마나 충분한 시간인지 불분명하다. 실제 트럼프의 정책 내용이나 실효성보다 변화라는 시대 정신을 좇아 그를 선택한 유권자들의 기대와 인내심도 중요한 변수이고, 국가나 조직의 이익보다 사익을 중시하는 트럼프 개인도 중요한 영향 요인이다. 밴스(J.D.Vance)와 일론 머스크(Elon Musk)로 각각 대표되는 포퓰리즘과 역동주의가 진화하고 융합됨으로써 미국 공화당의 미래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것이다(Douthat 2024).   III. 러-우 전쟁 사례 적용   2022년 러-우 전쟁 발발 이후부터 2024년 선거기간 동안 트럼프의 관련 발언을 보면,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국익과 무관한 유럽 전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 핵심이다. 비용을 절감하고 연루를 회피하고자 하는 미국 외교정책결정집단의 개인이나 조직의 동기와, 대중국 우위를 선점하려는 국가의 동기가 합치되기 때문에 종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물론, 미국 국민도 전쟁에 대한 피로도가 높다. 지난 8-10월에 실시한 갤럽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응답자의 52%가 가능한 빠른 종전을 원하고, 종전 지지자 중 52%는 빼앗긴 영토를 일부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Vigers 2024).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미국인의 의견을 묻는 11월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에서는 당파적 결과가 도출되었다. 공화당 지지자의 42%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과도한 지원을 해준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 지지자의 13%만 이에 동조했으며, 공화당 지지자 중 러시아 침공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미국의 책임이라고 인식하는 응답자는 36%로 민주당 지지자의 65%보다 현저히 낮았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미국 국익에 대한 주요 위협이라고 보는 민주당 지지자는 42%인 반면 공화당 지지자는 19%에 그쳤다(Copeland 2024).   미국이 러-우 전쟁 당사자에게 제안하는 협상안은 키스 캘로그(Keith Kellogg) 우크라이나 특사가 주도해서 설계하고 대통령이 승인하는 방식으로 결정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직후 양국 정상과 연락했으며, 이미 젤렌스키 대통령과 직접 만난 바 있다. 공화당 내 러-우 전쟁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있기 때문에 실제 해법은 이와 조율될 여지가 있다. 켈로그 특사는 러시아에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확대 가능성과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지연을 채찍과 당근으로, 우크라이나에게는 무기 지원 축소나 전격 중단 가능성을 매개로 협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영토 회복을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외교적 수단만 활용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분적인 대러 제재 완화와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러시아의 자금지원이 필요하며, “포괄적이고 검증가능한, 안전보장을 제공해주는 합의”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Kellogg and Fleitz 2024). 트럼프는 본인이 러-우 전쟁 종결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는데, 이는 평화 창출자로서의 업적 만들기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개인의 종전 의지가 충만하다고 러-우 전쟁 당사자와 이해관계자, 전황이 자동으로 협조해주는 것은 아니다. 미중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러-우 전쟁의 종전을 계기로 미-러 관계가 회복될 가능성도 있지만, 예비협상 단계에서 푸틴이 과도한 요구를 하게 될 경우, 트럼프가 수용하지 않을 수 있고, 전쟁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   한편, 공화당 내 러-우 전쟁에 대한 지원과 종전 방식에 대한 여러 시각이 존재한다. 보수적 개입주의 성향의 사람들은 러시아의 불법적 우크라이나 침공이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주권에 주는 부정적 영향을 비판하고,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지속을 주장한다. 일례로,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행정부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 NSC)와 국무부에서 근무한 코리 샤케(Kori Schake)는 군사력으로 뒷받침되는 외교가 전쟁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인데,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미 정보당국이 우크라이나와 나토 동맹국에게 러시아의 공격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상황에서 미흡하게 대처했을 뿐 아니라 왜 우크라이나 방어가 대승적으로 중요한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Schake 2022). 그는 러-우 전쟁을 통해 미국이 2023년 국방지출의 5% 미만을 투입하고 미군을 단 한 명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전략적 이익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전쟁은 러시아군을 소모했고, 러시아의 불법 행위를 묵인하는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약화시켰기 때문에 미국에게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을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미국의 입지가 강화되었다는 논리였다(Schake and Tavares 2023). 연방정부의 지출을 줄이고자 하는 공화당의 목표는 중요하지만,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금의 60%가 미국 방위산업 기업에 환원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Schake 2023).   국무장관을 역임한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는 현 행정부의 제한적 무기 지원을 적극적 무기 지원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강력한 대러 경제제재 추진을 주장했다. 그는 유럽보다는 중국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나토의 방위비 분담율을 3%로 인상해 유럽 자체의 방위력을 키울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Urban and Pomepo 2024).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맥코넬(Mitch McConnell)을 비롯하여 2024년 4월, 의회 표결 당시 우크라이나 지원법에 찬성한 의원들(상원 22명, 하원 101명)도 보수적 개입주의자 성향이라고 볼 수 있다.   공화당 내 아시아 중시 기반 선택적 개입주의를 옹호하는 인사들도 있는데, 처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임 국방부 부찬과보 엘브리지 콜비(Elbridge Colby)나 미주리주 상원의원 조시 홀리(Josh Hawley)는 중국의 견제가 최우선순위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제한하고 대만 유사시에 대비 인태지역에 미군의 전력과 자원을 비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NSC 자문위원이었던 제이콥 그리기엘(Jakub Grygiel)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진정한 아시아 우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럽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을 확대해 적극적 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Grygiel 2024).   마지막으로 보수적 강경주의 성향의 인사들은 미국 본토 방어와 국내문제 우선주의를 토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제한을 주장한다. 러-우 전쟁의 종전 없이는 미국의 탈유럽과 인태지역 집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평화협상을 통한 조속한 종전과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을 위한 나토 동맹국의 국방력 강화와 역할 확대를 촉구한다. 대표적으로 밴스는 유럽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축소와 아시아 집중을 역설하며 우크라이나 문제를 미국의 우선순위로 삼는 것에 반대한다. 지원 자체를 거부하기보다 우크라이나가 자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수준만 허용해야 한다고 선을 긋는다. 밴스는 현 수준의 러-우 영토 경계를 기준으로 비무장지대를 건설하고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중립을 보장하며, 미국의 중장기적 지원이 어떤 형태로든 유지된다는 내용의 협상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빼앗긴 영토 수복과 나토 가입은 불허하지만 비무장지대 수호를 위한 미국의 중장기적 지원은 일정 정도 유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Ferguson 2024).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MAGA 기반 보수적 강경주의 성향의 외교정책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에 트럼프가 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요청하지 않는다면 지원은 자연스럽게 중단될 것이다. 그럴 경우, 상하원에 남아 있는 전통적 공화당 세력인 보수적 개입주의자들이 제도와 절차를 통해, 소신과 지역구의 특성에 따라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막으려는 등의 초당적 노력에 동참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개인 외에도 국가, 조직 차원의 외교정책결정집단이 작동함으로써 최종 정책결정이 이루어진다는 과정을 이해하고 불확실성의 범위를 좁혀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IV. 결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예견되는 방향성은 적대국뿐 아니라 동맹국에게도 큰 부담이다. 트럼프 개인의 동맹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공화당 내 보수적 민족주의자들은 기본적으로 동맹에 대해 회의적이고 이들의 안보 편승을 방지하고 연루를 회피하는 것이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식한다(Priebe et al. 2024, 154-155). 트럼프 집권시 어떤 외교정책 현안을 우선시할지는 불분명하지만 현재로서는 개인, 국가와 조직 차원의 동기가 합치되는 러-우 전쟁 해결부터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전쟁은 한국과 지리적으로는 거리가 멀지만 지정학, 지경학적으로 한반도 안정과 연계되어 있다.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동맹을 맺고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상황인 만큼, 대북 협상의 우선순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트럼프가 러-우 전쟁 종전에 대한 중국의 기여 필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한 것을 보면, 유럽과 아시아를 연계하는 이 현안이 다자화 되어 관리와 대응이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자산을 집중하려는 미국의 거대 계획에도 다시금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트럼프의 이념 아닌 실익과 협상 기반의 정책결정 방식은 동맹국에게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신중하면서도 창의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   참고 문헌   권보람. 2024. “미국 공화당의 미래와 한반도 안보.” 동아시아연구원: EAI 이슈브리핑. https://eai.or.kr/...issuebriefing.   김유진, 강인선. 2024. “트럼프의 공화당 장악: 트럼프의 정당 건설, 공화당 엘리트와 지지층을 중심으로.” 『국제지역연구』 33, 2: pp. 37-69.   손병권. 『티파티 운동과 위대한 미국 운동.』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24.   Baker, Josh. 2024. “21st Century Peace Through Strength: A Generational Investment in the U.S. Military.” Mitchell Institute for Aerospace Studies. May 31. https://mitchellaerospacepower.org/...PeaceThroughStrength.pdf.   Bloomberg. 2024. “The Donald Trump Interview Transcript.” July 16. https://www.bloomberg.com/...transcript/.   Copeland, Joseph. 2024. “Wide Partisan Divisions Remain in Americans’ Views of the War in Ukraine.” Pew Research Center. November 25. https://www.pewresearch.org/...ukraine/.   CSIS. 2024. “National Security Advisor Jake Sullivan on Fortifying the U.S. Defense Industrial Base.” December 4. https://www.csis.org/...base.   Douthat, Ross. 2024. “JD Vance, Elon Musk and the Future of America.” New York Times. December 7. https://www.nytimes.com/...trump.html.   Dress, Brad. 2022. “Trump on Putin Plan to Recognize Breakaway Ukraine Regions: ‘This Is Genius.’” The Hill. February 22. https://thehill.com/...is/.   Dueck, Colin. 2019. Age of Iron: On Conservative Nationalism.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Ferguson, Niall. 2024. “Trump, Vance’s Doctrine of Military Realism a Sign of Hope for Ukraine – and Not Isolationist.” New York Post. July 23. https://nypost.com/...isolationist.   Fleitz, Fred et al. 2024. An America First Approach to U.S. National Security. America First Press.   Forrest, Jack. 2023. “Trump Won’t Commit to Backing Ukraine in War with Russia.” CNN. May 11. https://edition.cnn.com/...index.html.   Vigers, Benedict. 2024. “Half of Ukrainians Want Quick, Negotiated End to War.” Gallup. November 19. https://news.gallup.com/...war.aspx.   Griffiths, Brent D., and John Haltiwanger. 2022. “Trump Slams Biden’s ‘Weak Sanctions’ on Russia, Despite Previously Suggesting That Russia's Past Invasions Weren't a Big Deal.” Business Insider. February 23. https://businessinsider.com/...2022-2.   Grygiel, Jakub. 2024. “The Right Way to Quickly End the War in Ukraine.” Foreign Affairs. July 25. https://www.foreignaffairs.com/...ukraine.   The Heritage Foundation. 2023. Project 2025: Policy Agenda. April. https://www.project2025.org/policy/.   Trump, Donald. 2024a. @realDonaldTrump. TRUTH Social. April 18.   Trump, Donald. 2024b. @realDonaldTrump. TRUTH Social. September 15.   Kellogg, Keith, and Fleitz, Fred. 2024. “America First, Russia, & Ukraine”. America First Policy Institute. April 11. https://americafirstpolicy.com/...ukraine.   Knickmeyer, Ellen. 2024. “Trump Insists Russia’s War Should End. But He Won’t Say If He Wants Ukraine to Win.” AP News. September 11. https://apnews.com/...f66030a1d.   McCreesh, Shawn. 2024. “The Trump Voters Who Don’t Believe Trump.” New York Times. October 14. https://www.nytimes.com/...rhetoric.html.   Miranda, Priebe, John Schuessler, Bryan Rooney, and Jasen Castillo. 2024. “Competing Visions of Restraint.” International Security 49.2.: 154–155.   Rashid, Hafiz. 2024. “Trump Confesses He Spoke to Putin About ‘Dream’ to Invade Ukraine.” New Republic. June 28. https://newrepublic.com/...ukraine.   Newsweek. 2022. “Donald Trump Says Ukrainians ‘Use So Well’ the Weapons He ‘Gave’ Them.” March 2. https://www.newsweek.com/...1684356.   Copeland, Joseph. 2024. “Wide Partisan Divisions Remain in Americans’ Views of the War in Ukraine.” Pew Research Center. November 25. https://www.pewresearch.org/...ukraine/.   Siders, David. 2024. “‘I Think We’re in Trouble’: Is There a Future for MAGA After Trump?” Politico. November 4. https://www.politico.com/...00185283.   Schatz, Joseph J. 2024. “Trump Just Showed How He’d Approach the War in Ukraine.” Politico. September 11. https://www.politico.com/...00178595.   Porter, Patrick. 2018. “Why America's Grand Strategy Has Not Changed: Power, Habit, and the U.S. Foreign Policy Establishment.” International Security 42.4.: 9–46.   RAND Corporation. 2024. Report of the Commission on the National Defense Strategy. July 29. https://www.rand.org/...commission.html.   Schake, Kori. 2022. “America’s Russia Policy Has a Biden Problem.” New York Times. February 11. https://www.nytimes.com/...nato.html.   Schake, Kori. 2023. “The Case for Conservative Internationalism.” Foreign Affairs. December 4. https://www.foreignaffairs.com/...internationalism.   Schake, Kori, and Joe Tavares. 2023. “A Beneficial War? How Russia’s Invasion of Ukraine Has Enhanced the United States’ Strategic Position in the World.”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February 24. https://www.aei.org/...world/.   Urban, David J., and Mike Pompeo. 2024. “A Trump Peace Plan for Ukraine.” Wall Street Journal. July 25. https://www.wsj.com/...926348cf.     [1] “I want the war to stop. I want to save lives. I think it’s the U.S. best interest to get this war finished and just get it done.”   [2] “When Putin saw [the U.S. withdrawal from Afghanistan], he said, ‘You know what? I think we’re gonna go in [to Ukraine] and maybe take my …’ This was his dream. I talked to him about it. His dream.”   [3] “I said, ‘How smart is that?’ He’s going to go in and be a peacekeeper. That’s the strongest peace force. We could use that on our southern border. That’s the strongest peace force I’ve ever seen. There were more army tanks than I’ve ever seen. They’re going to keep peace, all right.”; “If properly handled, there was absolutely no reason that the situation currently happening in Ukraine should have happened at all. I know Vladimir Putin very well, and he would never have done during the Trump Administration what he is doing now, no way!”   [4] “This is a different world than it was three and a half years ago,” “The worst thing that happened is we’ve allowed, because Biden is a stupid person, he’s forced Russia and China to get married. They’re married. Then they took in their little cousin, Iran, and then they took in North Korea. They don’t need anybody else.”   [5] “Russia has today threatened to use Nuclear Weapons, and we have Low IQ individuals, the same that messed up Afghanistan (who don’t have a clue!), in charge of this deadly situation. NO GOOD — NOT ACCEPTABLE.”   [6] “Why isn’t Europe giving more money to help Ukraine? Why is it that the United States is over $100 Billion Dollars into the Ukraine War more than Europe, and we have an Ocean between us as separation! Why can’t Europe equalize or match the money put in by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in order to help a Country in desperate need? As everyone agrees, Ukrainian Survival and Strength should be much more important to Europe than to us, but it is also important to us! GET MOVING EUROPE!”   [7] “What we’re doing with sanctions is we’re forcing everyone away from us. So I don’t love sanctions… I found them very useful with Iran, but I didn’t even need sanctions with Iran so much. I told China that, and Russia is in a similar position.”   [8] Russia has gotten in deeper than they ever thought possible [in Ukraine, because of] the weapons that I gave and that the Ukrainians used so well.”   [9] “If I’m president, I’ll have that war settled in one day, 24 hours. I’ll meet with Putin, meet with Zelenskyy… and within 24 hours, that war will be settled.”   [10] “I know Zelenskyy very well and I know Putin very well. I have a good relationship. And they respect your president. OK? They respect me. They don’t respect Biden. How would you respect him? Why? For what reason? He hasn’t even made a phone call in two years to Putin.” “I will get it settled before I even become president. If I win, when I’m president-elect, and what I’ll do is I’ll speak to one, I’ll speak to the other, I’ll get them together.”   [11] “재래식 전력: 중국에 대한 거부적 억제를 강화한다. 미국 재래식 전력 계획을 중국의 대만 침공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대비하고,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전쟁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자원을 배분한다. 동맹국들은 재래식 방어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확대해야 하며,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 이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한국이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어를 주도할 수 있도록 능력을 부여한다.” Project 2025, 4장 국방부(Christopher Miller)   [12] “the basic hardline instinct is to maintain very strong defenses, punish severely any direct threat to U.S. citizens, refuse international accommodations, and otherwise remain detached from multilateral commitments.” Dueck 2019, 33.     ■ 권보람_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     ■ 담당 및 편집:이소영, EAI 연구보조원     문의 및 편집: 02 2277 1683 (ext. 205) | sylee@eai.or.kr  

권보람 2024-12-19조회 : 1071
워킹페이퍼
[트럼프 복귀와 미국 시리즈] ⑥ 신우파의 부상과 미래 미국

I. 서론   본 연구는 공화당의 중장기적 변화가 어떻게 미국의 정치 지형을 형성해 나갈지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2008년 금융위기와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의 취임 등의 이벤트를 기폭제로 삼아, 티파티(Tea Party) 운동과 위대한 미국 복원(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운동이 차례로 정당기구를 포획하면서 공화당은 점차 이념적으로 극우화되어 왔다(손병권 2024). 과거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과 색맹(color-blind) 원칙을 기반으로 했던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이후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은 거의 소멸되고, 대신 포퓰리즘과 백인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급진 우익정당으로 변화한 것이 오늘날 “위대하고 오래된 정당(G.O.P)”의 현실이란 것이 본 논문의 기본 문제의식이다(Linker 2024b).   이에 본문에서는 먼저 (포스트-)트럼프 시대, 공화당의 탈자유주의화를 주도해 온 신우파의 이념 체계를 J.D. 밴스(James David Vance)와 패트릭 드닌(Patrick J. Deneen)의 사상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이어서 3장에서는 반엘리트주의, 백인기독민족주의, 보수적 사회민주주의, 신가부장제와 같은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이들이 만들어가려는 미래 미국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신우파의 “체제 전환(regime change)” 프로젝트를 공동체주의의 타락이라는 차원에서 비판한 후, 또 다른 의미의 탈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의 구축이 가능할지를 타진해 볼 것이다.   II. 탈자유주의 우파의 주류화   1. J.D. 밴스: MAGA 운동의 사도 바울   2024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밴스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심장했다. 이는 트럼프 이후 공화당의 이념적 중심축이 어디로 기울지, 어떤 정체성을 지닌 정당으로 진화해 갈지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공화당 기득권층과 완전한 결별을 시도하는 신우파의 정당 내 지위가 공고화되었음을 상징한다(Wallace-Wells 2024). 다시 말해, 밴스가 트럼프에 의해 일종의 “세자 책봉”을 받은 것은 향후 공화당이 트럼프’주의’를 교조화하는 탈자유주의 세력에 의해 장악될 가능성을 표현한 것으로, 극우 포퓰리즘 운동이 공화당을 제도적 운반체로 삼아 미국 정치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사실 밴스는 그 이전부터 단순히 트럼프에게 충성을 바치는 흔한 공화당 정치인 무리 중 하나에 그치지 않고, 신우파 혹은 탈자유주의 이념 운동의 핵심적 리더로 떠오르고 있었다. 다시 말해, 밴스는 트럼피즘(Trumpism)에 사상적 깊이를 더해 트럼프 시대에 시작된 급진적 보수주의 혁명 혹은 반혁명(counterrevolution) 구상을 더욱 체계화하려는 움직임을 주도함으로써, 오늘날 젊은 극우세력이 추구하는 “체제 전환” 프로젝트의 중심에 자리 잡아 왔다(Klein 2024). 이 때문에, 스티브 배넌(Steve Bannon)은 밴스가 MAGA 운동의 “신경 중추(nerve center)”로서, 비유컨대 “사도 바울”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마치 사도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교리화하여 널리 전도한 것처럼, 트럼피즘의 “복음”을 방방곡곡에 확산하는 열렬한 “개종자”의 사명을 밴스가 맡을 것이라는 예언이다(Ward 2024a). 특히 배넌은 밴스가 그간 월스트리트의 금융 엘리트에 의해 장악되었던 미국을 다시 생산적 경제로 복귀시키고 대외팽창적 제국을 해체시킴으로써 중산층 복원에 기여할 것이라는 큰 기대를 나타냈다(Pogue 2024).   이와 같이 정치사적 중요성을 지닌 인물인 밴스의 사상적 궤적을 잠시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2016년 트럼프 당선의 사회경제적 원인을 설명해 주는 책으로 정평이 나면서 그를 일약 저명인사로 만든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Hibilly Elegy)”에는 밴스의 고단했던 성장환경이 잘 드러나 있다. 잭슨주의적 포퓰리즘의 진앙지인 러스트 벨트의 저학력 백인노동계급 출신으로서 밴스는 미국 내에서 힐빌리(hillbillies), 레드넥(rednecks), 백인 쓰레기(white trash) 등의 비칭으로 불려 온 사람들의 비극—대를 이은 가난과 소외, 만연한 약물중독과 자살, 윤리규범의 쇠퇴와 가족의 해체 등—을 담담하게 서술하였다. 그러나 이 자서전을 저술할 때만 해도 밴스는 빈곤의 개인 책임을 강조하고, 자조와 근면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자유지상주의적 사상의 보유자였다(Vance 2017).   그러나 밴스는 3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가톨릭에 귀의하면서 일종의 사상적 전회를 경험하게 된다. 구교의 사회 교리(social teaching)의 영향을 받아 기성 신자유주의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학습하게 된 것이다(Ahmari 2024b). 여기서 또한 중요한 것은 가톨릭이 앞서 말한 “전통주의”와 상통하는 반자유주의적 세계관의 기초를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2020년 그는 한 가톨릭 저널에 자신의 개종의 의미를 설명하는 에세이를 기고하였는데, 본래 독실한 신자였던 할머니(“Mamaw”)와 힐빌리 문화의 영향에 따라 개신교도로서 성장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다. 그러나 해병대원으로 이라크에 파병되어 전쟁의 참상을 겪으면서 점차 신앙심이 약화되었고, 급기야 제대 후 오하이오 주립대와 예일 로스쿨 등을 다니며 그곳의 자유주의적, 세속주의적 엘리트 문화에 동화되어 버렸다고 고백한다. 그 공간에서 종교를 믿는 것은 무지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취급되었기에, 자신은 의식적으로 무신론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내 물질적 성공에 집착하는 경쟁문화에 지독한 회의에 빠지게 되어 정신적 방황기를 겪게 되었고, 결국 2019년 세례를 받으면서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찾는 구원을 받게 되었다(Vance 2020).   어찌보면 전형적인 “돌아온 탕아”의 서사를 제시한 셈인데, 흥미롭게도 밴스는 이러한 가톨릭 귀의를 “저항(resistance)”에의 참여라 정의내리고 있다. 즉, 자신의 개종은 일개인의 사적 선택이 아닌 현대 사회의 세속적, 개인주의적 흐름에 저항하는 정치적 행위, “능력주의 지배계급(meritocratic master class)” 중심의 자유주의적 사조에 대한 사상적 반격으로서 규정한 셈이다(Vance 2020; Elie 2024). 실제로 최근 포스트리버럴 청년 우파들 사이에서 구교로의 개종이 상당히 많이 관찰되는 추세이며, 아래에서 살펴볼 드닌을 비롯해 많은 신우파 지식인들이 가톨릭 신도라는 공통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끊임없이 유동하며 불안정감을 주는 현대 사회와 정반대로 2000년의 역사를 지닌 구교가 “전통”, “도덕”, “고향”, “공동체”와 같은 노스텔지어의 원점을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Boorstein 2024; Liedl 2024; Linker 2024a).   종교적 “회심(repentence)” 이후에 구체적으로 밴스의 반자유주의적 정치사상의 내용물을 채워준 것은 다양한 급진 우익 지식계의 담론들이었다. 가령, 서부 스트라우스주의(West Coast Straussianism)의 본거지로서 트럼프의 첫 부상 때부터 그에 대한 정치철학적 지지논리를 개발했었고, 최근에는 각성주의(wokism)에 맞선 문화전쟁 수행에 매진해 온 클레어몬트 연구소(Claremont Institute)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Wilson 2024; Zerofsky 2023). 또한 실리콘벨리 내 극우 트렌드의 대표주자로서 반민주주의와 기술지상주의 철학을 지닌 피터 틸(Peter Thiel)은 그의 오랜 멘토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밴스는 “신반동주의(NRx)” 운동의 구루(guru)이자 왕정주의자(monarchist)인 커티스 야빈(Curtis Yarvin) 같은 대안우파(alt-right) 온라인 하위문화의 인물들과도 접점을 지니고 있다(Ward 2024b; 2024c).   이처럼 밴스의 반체제적 정치관념에 영향을 미친 이데올로기적 조류들이 다수 거론되지만, 단연 돋보이는 것은 하버드 법대 교수인 에이드리언 버뮤얼(Adrian Vermeule), 포퓰리스트 잡지인 컴팩트 매거진의 편집장인 소랍 아마리(Sohrab Ahmari) 등이 주도하고 있는 탈자유주의적 가톨릭 사상가 집단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이 집단의 대표적 이데올로그로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노터데임 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 정치학과 교수인 드닌이다. 오늘날 신우파 세력은 드닌의 작업을 자신들의 정치 운동에 대한 사상적 로드맵으로 여기고 있다(Ward 2024c). 따라서 그의 사유를 추적하다 보면, 공화당의 신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탈자유주의 우파집단이 추구하는 정치적 비전을 보다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2. 패트릭 드닌: 탈자유주의적 “체제 전환”의 사상가   2023년 5월 17일 늦은 오후, 미국 가톨릭 대학에서 열린 “체제 전환: 탈자유주의적 미래를 향하여(Regime Change: Toward a Postliberal Future)” 출판기념회가 시작되기 직전에 모습을 드러낸 밴스는 당일 행사의 주인공인 드닌에게 곧바로 돌진하듯 다가가 격하게 포옹하였다. 그리고 저자의 강연 후 열린 패널토론회에서 밴스는 “탈자유주의 우파”임을 자처하면서, 의회 내에서 자신의 역할은 “명백히 반체제적(explicitly anti-regime)”인 것이라고 발언하였다(Ward 2023). 본인이 드닌의 사상적 추종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이에 화답하듯 드닌은 2024년 7월 밴스가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자 트럼프식 포퓰리즘을 더욱 진전시킬 “이상적 후보자”라고 찬사를 보냈다(Liedl 2024).   학문의 여정에 있어 드닌은 학부 시절부터 박사과정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대표적인 공동체주의자인 윌슨 캐리 맥윌리엄스(Wilson Carey McWilliams)의 지도를 받으며, 미국 정치사에서 실전된 비자유주의 전통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국 정치사상 학계에서 자유주의가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연대, 관습, 공동체와 같은 가치를 강조하는 대항적 조류의 존재를 재발견하고, 이러한 전통이 현재 미국 사회가 직면한 긴급한 문제 해결에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는 소수파적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초기 시절에만 해도 드닌의 반자유주의 철학은 전후 맑스주의의 영향과 뒤섞여 상당히 좌경화된 색채를 띠었으며, 그 후에도 드닌의 사유에는 반자본주의적 경향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이후 프린스턴대를 거쳐 조지타운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시기, 드닌은 가톨릭 신앙에 심취한 동시에 점차 우경화된 모습을 보였으며, 2008년에 발생한 대침체(Great Recession)를 자유주의 문명의 경제적·자연적 한계를 결정적으로 입증한 사건으로 해석하였다(Ward 2023).   이어서 2018년, 드닌은 그간의 자유주의 비판작업을 집대성한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Why Liberalism Failed)”를 출간하면서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비록 초고 자체는 2016년 대선 전에 이미 완성된 것이었으나, 당시 논란의 중심이었던 트럼프 현상의 출현을 근대 서구 자유주의 프로젝트의 궤적이라는 거시적 분석틀로 설명함으로써 진보 진영으로부터도 큰 찬사를 받았다. 근대 자유주의의 무절제한 개인주의 방종 혹은 사적 이익 추구가 낳은 불평등 증대와 정부/기업으로의 권력집중, 사회의 원자적 파편화와 전통규범의 상실, 자연환경의 파괴 등을 비판하면서, 당대 미국인들이 느끼고 있는 소외와 분노는 자유주의의 실패가 아닌 성공 때문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특히 기존 좌파와 우파, 민주당과 공화당의 세계관이 모두 자유주의적 합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성 정치 세력들은 현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정당성 위기에 대한 책임을 공유해야 하며, 자유주의 철학 외부에서만 문명적 해법이 찾아질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미국 사회에 근본적인 화두를 제시하였다. 여기서 비자유주의적 대안이란 바로 고대적 의미의 덕성(virtue)을 함양하고 공동선(common good)을 지향하는 시민 공동체(=공화주의) 전통—19세기 초, 알렉시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이 방문했을 때 미국에서 발견하고 찬양했던 타운 민주주의—의 복원을 의미한다(Deneen 2019).   그러나 이후 드닌의 자유주의 비판은 훨씬 더 급진화되어 탈자유주의적 체제 전환을 추진하는 변혁 이데올로기의 형태로까지 진화하였다. 기성 자유민주주의 시스템 하 보수와 진보 모두가 합의하고 있는 리버럴 컨센서스를 초월하기 위해, 혁명적 변화를 추동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최근 저서, “체제 전환(Deneen 2023)”의 핵심 문제의식이다. 사실 2018년 저술의 결론에서만 해도 드닌은 지역의 작은 공동체들의 잠재성에 주목하면서, 이들의 부활과 지방 자치의 확산이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대안—“자유주의 이후의 자유”—을 제공할 것이라고 서술하였다(Deneen 2019, 262-269). 그러나 이후 전세계적인 포퓰리즘 운동의 부상을 역사의 긍정적 돌파구로 인식하게 되면서 드닌은 자신의 제안이 지나치게 온건했다고 반성하게 된다. 그리하여 신우익세력이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기구를 장악해 급진적으로 “공동선 보수주의(common-good conservatism)”의 비전을 관철하는 “체제 전환”을 새로운 목표로 삼게 된다(Ward 2023).   보다 구체적으로 이 체제 전환이란 좌우를 막론하고 부패해 버린 자유주의 지배계급을 축출하고 탈자유주의 신질서를 건설하려는 프로젝트로서, 기성 헌정주의 제도의 프레임은 유지하되 근본적으로 상이한 비자유주의적 에토스를 그 속에 주입하는 과정을 의미한다(Deneen 2023, xiv). 그리고 이 정치적 변동을 추동하기 위해서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로마에서 발견했던 혼합정체와 평민들의 전술을 차용하여, 탈자유주의 철학으로 무장한 새로운 보수 엘리트와 포퓰리스트적 대중 간의 계급동맹—“귀족포퓰리즘(aristopopulism)”—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Deneen 2023, 151-185). 이러한 사상적 진화과정에서 드닌은 2019년 “비자유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오르반 총리의 초청으로 헝가리를 방문하여, 그와 함께 탈자유주의 질서의 미래에 대해 논하는 등 해외의 권위주의 세력과 연대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특히 그는 오르반 치하의 헝가리가 “국가와 정치질서가 보수적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증진할 수 있다는 것을 예시하는, 현대 자유주의에 맞서는 저항의 한 모델을 제공해준다”고 상찬하였다(Ward 2023).   III. “체제 전환” 이후의 미국   많은 신우파 세력들과 마찬가지로 밴스의 세계관 근저에는 미국문명이 “쇠퇴”하고 있다는 종말론적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그는 미국의 현재 모습이 기원전 1세기 로마 공화국 말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미국 사회의 정체(stagnation)와 타락 상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기성 정치계급에게는 부재하다는 사실에 있다. 따라서 앞서 드닌의 견해처럼 새로운 정치세력에 의한 근본적인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신우파들은 트럼프의 집권이 광범위한 포퓰리스트 민족주의 혁명—역사의 순환을 다시 가동시키는 작업—의 첫걸음을 떼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막 시작된 이 MAGA 혁명을 더욱 급진화해 미국 사회 전반의 재구조화를 이끌어가야만 하는 것이다. 때문에 밴스는 자신의 프로젝트가 향후 수십 년이 소요될 장기적 과제라고 설명한다(Ward 2024a).   이하에서는 밴스와 함께 상원에서 그의 강력한 우군인 조시 홀리(Josh Hawley, R-MO)의 주요 언설들을 전거로 삼아 탈자유주의 세력이 과연 장기적 과제수행을 통해 실현하려는 미래 미국의 모습은 무엇인지를 분야별로 살펴 보고자 한다.   1. 포퓰리스트적 민족주의: 우리 vs 그들의 분할   1) 반엘리트적 엘리트주의   총론적 차원에서 신우파 세력은 포퓰리즘의 정의에 따라 이분법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즉, 세상 사람들을 “악당”과 “희생자”로 나누어 설명한다. 한쪽 편에 “미국에서 제외되고 잊혀진 곳”, “작은 마을들”에 살고 있는 순수한 근로 인민이 존재한다면, 다른 편에는 이들을 착취하며 억압하는 국내(“미국 지배계급”, “부패한 워싱턴 내부자들”, “월스트리트 귀족들”, “다국적 기업들”)와 국외(“중국 공산당”,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의 수많은 빌런들이 도사리고 있다(Vance 2024). 이처럼 선명한 내집단과 외집단, 자아와 타자의 구분과 적대를 통해 MAGA 운동은 자신의 포퓰리즘적 에너지를 축적하게 된다.   2021년의 한 인터뷰에서 밴스는 엘리트 사회의 실상에 대해 각성하게 되는 과정을 “빨간약을 먹은 것(redpilled)”에 비유하였다. 그 깨달음을 통해 현재 미국에서 인민은 거의 아무런 힘도 갖고 있지 못하며, 모든 권력은 “과두정(oligarchy)”이 독점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맞서 싸우려면 꽤나 과격하고 극단적으로 행동해만 할 텐데, 이는 기성 보수우파들이 불편해 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Konstantinou 2024).   이 같은 공화국 말기적 상황이 초래된 것은 트럼프 집권 전까지 미국의 통치계급이 계속해서 자신들의 사익만 앞세우다 국정수행에 참담하게 실패해 왔기 때문이다. 가령, 기득권층의 대표 인사인 바이든은 자신의 정치 커리어 내내 북미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NAFTA) 창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 가입, 이라크 전쟁 개전 등과 같은 재앙적 정책들을 지지했었고, 이런 식으로 엘리트 계층의 이익만 챙기는 잘못된 결정들의 대가는 온전히 평범한 미국인들이 치러왔다(Vance 2024). 이런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트럼프의 개혁을 가로막아 온 이른바 “심층 국가(deep state)” 혹은 “행정 국가(administrative state)”의 해체가 필요하다. 이에 밴스는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연방 기관들의 재편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2기 행정부에서는 모든 중간급 관료들, 행정 국가의 공무원들을 해고한 후 그 빈자리를 “우리 사람들”로 채워 넣어야 하며, 만약 이 과정에서 법원이 훼방을 놓는다면 과거 앤드루 잭슨(Andrew Jackson)이 그러했듯 이를 무시해 버려야 한다고 발언했다(Konstantinou 2024).   이 지점에서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밴스의 기득권층 비판이 기성 좌우 스펙트럼의 구분선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는 기존 공화당 지도부마저도 “자유주의 체제(liberal regime)”의 일부로 간주하면서, 시장 근본주의와 해외 개입주의 사조에 찌든 리버럴 엘리트들과 그들이 구축해 놓은 체제 전체에 반대하는 혁명적 변화를 촉구한다. 이런 맥락에서 왜 밴스가 종종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등 민주당 좌파와 입법활동 과정에서 협력적 관계를 맺어 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그들이 모두 대자본의 특별이익에 대한 비판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밴스는 워런이 비록 이념적으로 자신과 극과 극인 골수 좌파이지만, 미국 사회가 근본적으로 망가졌다는 점을 인식하고 고민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때때로 함께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한다(Ward 2024a).   2) 백인기독국가의 복원   한편, 국가 정체성 정치의 차원에 있어 탈자유주의 우파세력은 바이든-해리스 진영의 “신조적 민족(creedal nation)” 개념에 대한 안티테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바이든은 오랜 주류 자유주의적 전통에 따라 미국을 “하나의 관념(America is an idea)”, “세계역사상 가장 강력한 관념(most powerful idea in the history of the world)”으로 정의했으며, 생명, 자유, 행복 추구의 권리를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인다는 독립선언문의 핵심문구를 반복해 인용한 바 있다(Biden 2019; 2024a; 2024b).   이와 대조적으로 밴스는 자신의 부통령 후보 지명수락 연설을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와 미국인의 의미를 “조국(homeland)”과 “민족(nation)” 개념으로서 구획지었다. 급진 우익의 노선에 잘 부합하게, 그에게 있어 미국이란 추상적인 일련의 “관념”이나 “원칙”이 아닌(“American is not just an idea”) “공유된 역사와 공통된 미래를 가진 사람들의 집단”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밴스가 이 집단 정체성의 성격을 부연설명하기 위해 동부 켄터키주 애팔래치안 산맥에 위치한 본인 가문의 선산(先山)을 예로 들었다는 점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남북전쟁 시기부터의 조상들이 대를 이어 그곳 공동묘지에 안장되어 왔으며, 자신 부부와 자식들까지 묻히게 되면 7대가 한곳에 모이게 된다고 한다(Vance, 2024). 근본적으로 혈연과 장소의 공동체—“피와 땅(blood and soil)”—로서 민족 정체성을 규정하는 근대 유럽식의 내셔널리즘이 밴스의 정치사상에 짙게 깔려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Luce 2024).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홀리 상원의원은 2024년 7월 “전국 보수주의 회의(National Conservatism Conference)” 연설을 통해 기독 민족주의를 옹호하였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애초에 기독교의 이상을 추구한 청교도들이 건설한 사회로서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e)의 신국(City of God) 비전이 “언덕 위의 도시(City on a Hill)” 형태로 현실화된 것이다. 더구나 제한정부론, 양심의 자유, 인민주권 같은 미국 민주주의 핵심 원칙들도 모두 기독교 민족주의의 유산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오늘날 이런 미국의 민족적 정수가 좌우 모두로부터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진보파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기독문명을 과거로부터의 낡은 족쇄취급을 하며 그것을 좌파 다문화주의 이념으로 대체해 버리고자 시도해 왔다. 그런데 정작 더 큰 문제는 우파 엘리트들에게 있는데, 이들이 지난 30년 동안 기독교 전통을 등한시하고 신자유주의나 세계화 같은 세속적 이념에 잠식되어 버렸다. 이에 반해 홀리는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고, 주일에 교회를 나가는 미국인들이야말로 보수 진영의 진정한 중추라고 강조하면서, 공화당이 미국에 제시할 미래 청사진은 오로지 기독 민족주의 전통 하나뿐이라고 주장한다(Hawley 2024).   트럼프 캠프가 대선 기간, 반이민 토착주의(nativism)에 입각해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애완동물을 먹고 있다는 가짜뉴스를 살포했다든지, 민주당이 기성 백인 유권자를 대체해 버리려고 국경을 일부러 개방해 자신들을 지지해 줄 유색인 유권자들을 데려온다는 식의 소위 “거대한 교체(Great Replacement)” 음모론을 퍼트린 것은, 이상의 종족종교적 민족(ethnoreligious nation) 관념의 소산이라고 볼 수 있다(Serwer 2024).   2. “사적” 영역에서 “전통”의 복귀와 “미덕”의 증진   고대적인 공사 구분법을 따랐을 때, 사적 영역에 속하는 경제와 가족(/젠더)관련 정책영역에서 신우파는 트럼프와 꽤나 선명하게 구분되는 면모를 나타낸다. 트럼프에 비해 이들이 훨씬 교조적으로 반근대, 반자유주의, 전통주의 등으로 개념화되는 반동적 가치관을 체계화시키고 있기 때문인데, 바로 이 지점이 신우파가 기성 MAGA 운동을 확연히 “급진화”시키는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기실 이 사적 영역에 있어 트럼프는 전혀 사회보수주의적 원칙을 강조할 입장에 있지 못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 자신의 경제적 치부과정이나 여성관계 등에 있어 트럼프의 삶의 궤적은 사법적 단죄의 영역에 근접해 있기에, 고전적 덕성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 반면, 밴스나 홀리 같은 탈자유주의 세력은 스스로의 개인적 삶에서부터 공공정책에 이르기까지 “원리주의적”으로 경제와 가족의 문제에 접근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1) “보수적 사회 민주주의” 경제학   경제정책 노선에 있어 공화당의 통설(orthodoxy)에 변화를 가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 트럼프이다. 2016년 대선에서 본래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러스트 벨트 지역 저학력 백인노동계급의 표를 획득해 “블루 월(Blue Wall)”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주류 정치권, 특히 “신민주당” 시기 우경화한 리버럴들에 실망한 이들에게 새로운 정치경제적 대안을 제시한 것이 주효했다(Berman 2023; Posner 2024b; Zelizer 2024). 그러나 집권 후 실행된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살펴보면, 대외영역에서는 대규모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를 관철해 기성 자유무역노선에서 이탈하는 데 성공했지만, 대내부문에서는 사실상 신자유주의 기조가 지속되었다. 자신의 반엘리트 레토릭과 달리 큰 폭의 법인세 감세를 단행하는 등 기성 공화당의 친대기업 입장을 고수했던 것이다(Scheiber 2024; Posner 2024a). 소위 “금권적 포퓰리즘(plutocratic populism)”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던 지점이다(Sandel 2023, 364-365).   이와 대조적으로 신우파 그룹은 반자유방임주의 노선을 명확히 해왔는데, 아마리는 이들이 “보수적 사회민주주의”의 본능—사회문화적 가치에서는 보수적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좌파적인 경향성—을 지녔다고 평가한다(Ahmari 2024a). 특히 원칙적 차원에서 반독점과 친노조 입장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탈자유주의 우파는 기성 친기업, 반노조 스탠스의 레이건주의적 공화당은 물론 티파티로 대변되는 자유지상주의적 포퓰리즘과도 대척점에 서 있다. 신우파 세력의 확장에 따라 공화당의 미래를 둘러싼 가장 치열한 경합이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놓고 벌어질 전망이다.   실제 입법활동에서도 신우파 의원들은 워렌(D-Mass.), 셰러드 브라운(Sherrod Brown, D-OH), 라파엘 워녹(Rafael Warnock, D-GA)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의 경영진 보너스를 회수하는 법안, 철도산업의 과잉 효율성 추구를 제어하는 법안, 인슐린 가격인하 법안 등 좌파적 의안을 공동 발의해 왔다. 정치경제적 개혁문제에 있어서는 “초당적” 행보를 마다하지 않아 온 셈이다(Ahmari 2024b). 또한 이들은 2023년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을 공개 지지하였으며, 미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노조 중 하나인 국제 트럭 운전자 연대(“Teamsters”)의 위원장이 2024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 나와 사상 최초로 연설하는 것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2) 가부장제 2.0   트럼프의 반여성적 언사가 무지막지한 원초적 마초성의 표현인 것에 반해, 신우파는 철학적 수준에서 성차별주의를 체계적으로 구성해 오고 있다(Field 2024). 즉, 밴스는 단순히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거나 여성관련 추문을 일으키는 수준이 아니라 정치적 의제로서 “전통적” 가족과 성역할을 부활시키려는 신우파의 구상을 대변한다(Lewis 2024). 더 깊은 차원에서 보면, 이들의 신가부장적 어젠다 설정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도덕적 가치를 규정하고 이를 사회에 부과해야 한다는 탈자유주의(/통합주의) 사상에 근거한 것으로, 미국 사회의 도덕적 재건이라는 미션을 추구한다(Beauchamp 2024a).   이들은 오직 자기실현과 개인적 만족만을 최우선시하는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와 그 파생물인 페미니즘과 LGBT 사상 등의 범람이 가족의 위기를 불러왔으며, 그 위기의 가시적 결과물이 출산율 하락이라고 생각한다. 신우파 세력이 이런 미국 사회의 인구학적 붕괴위기의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바로 “전통적”인 남녀 이분법적 성역할의 부활, 나아가 “신가부장제(neopatriarchy)”적인 가족모델의 복원이다. 즉, “전통적 부인(tradwife)”의 이미지에 따라 여성의 역할은 출산과 돌봄으로 귀착되어야 하고, 남성은 가장으로서 가족을 부양하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Beauchamp 2024b).   가령, 밴스는 “하나의 중산층 일자리로 충분히 가족을 부양하고 존엄을 유지하며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자신의 이상이 실현된다면, “내 아들이 성장하면서 그의 남성다움—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지지,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맥킨지에서 일하는지 여부보다 더 중요한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발언하였다(Field 2024). 다른 한편, 홀리는 한 걸음 더 아나아가 “미국이 필요로 하는 남성적 덕성”을 탐구하기 위해 고대신화와 성경까지 그 계보를 추적해 들어간다. 그는 현대 사회가 남성성을 위협함으로써 남성들이 자신의 올바른 역할 모델을 상실한 채, 스스로의 본능과 성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그러므로”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영웅들, 성경 속의 다윗과 같은 성군의 이야기들을 통해 용기, 절제, 책임감, 성실, 자기희생 같은 남성적 덕목을 재발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런 건강한 남성성의 회복을 통해 남성들이 다시금 사회의 기둥이 됨으로써 현대 미국의 여러 사회적 혼란과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Hawley 2023).   보다 구체적인 정책적 차원에서 이들은 헝가리의 오르반 정부를 롤 모델처럼 여기는데, 헌법 개정을 통한 동성결혼 금지, 결혼한 부부에게 자녀 수에 비례해 혜택을 제공하는 출산장려정책 등을 통해 전통적인 가족중심의 가치를 증진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Field 2024). 이런 맥락에서 밴스는 사람들이 “속옷을 갈아 입듯 배우자를 바꾸는” 세태를 비판하면서 무과실 이혼(no-fault divorce) 금지, 자녀가 없는 사람들에 대한 중과세, 아이를 낳은 가정에 투표권 가중부여 등의 정책을 제시한다. 결혼을 안하고 자녀가 없는 성인들에게 패널티를 주려는 구상인 셈이다(Beauchamp 2024b). 부통령 후보 지명 후 알려져 큰 논란을 낳았던 밴스의 “자식없는 캣맘(childless cat ladies)” 발언은 이런 점에서 볼 때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은 나라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존재이기에, 국가운영의 자격이 없다는 논리가 그의 사고근저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Lewis 2024).   IV. 결론   현재 미국 사회에서 탈자유주의적 방향성은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차원에서 자유주의적 근대성의 최첨단을 상징해 온 미국의 주류 정치공간에 반근대, 반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전통주의 또는 원리주의 세력이 부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물론 밴스가 대변하는 MAGA 운동세력의 급진적이고도 권위주의적인 모습이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과정에서 배제되고 망각되어버린 백인노동계급에 대한 관심은 혼돈에 빠진 미국의 미래모색에 있어 귀담아들을 만한 문제제기이다. 다시 말해, 어찌 되었든 트럼프 시대의 공화당은 기성 신자유주의 컨센서스가 불러온 후과에 대한 비판 및 대안을 자신 나름의 방식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그에 대한 찬반여부와 무관하게—평가할 지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반대진영인 민주당에서 아직까지도 탈자유주의 우파에 비견될만한 본격적인 주류 세력 교체 과정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2016년 대선 캠페인 와중에 트럼프 지지자들을 “개탄할만한 자들(deplorables)”로 비하했던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이나, 이번 대선에서 마찬가지로 그들을 “쓰레기(garbage)”로 지칭한 바이든의 무신경은 반성하지 않는 리버럴 엘리트의 면모를 있는 그대로 내비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무반성이 현재 패배해 버린 민주당의 한계선을 형성하고 있다. 자신들도 공화당 주류와 함께 수십 년간 신자유주의 지구화 프로젝트를 추구하여 경제 양극화를 야기하였고, 이로 인해 극우 포퓰리즘의 길을 닦는데 공모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하는데, 단순히 MAGA 진영을 “이상하다(weird)”는 식으로 밀어붙여서는 진보적 개혁정치 대신, 자신의 지지층만을 격동시키는 부족주의 정치에 머물고 말 것이다(Sandel 2024; Stephens 2024).   물론, 기성 자유주의 합의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민주당의 정책에도 일정 부분 반영된 바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뉴딜 혁명의 추억을 소환하며 워싱턴 컨센서스의 극복을 추구해 온 동시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 하원의원 등으로 대표되는 젊은 좌파블록도 민주적 사회주의와 같은—오랫동안 미국사에서는 주변화되었던—비미국적(혹은 북유럽적) 노선을 모색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Lipsitz 2023). 최근 민주당 주류를 깜짝 놀라게 만든 대학가의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예시해 주듯, 향후 밀레니얼 세대의 반기득권적 여론이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지 여부에 따라 왼쪽으로부터의 탈자유주의 패러다임도 모멘텀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루이스 하츠(Louis Hartz)의 고전적 정의에 따르면, 미국은 늘 로크적 자유주의가 전일적으로 지배해 온 상상의 공동체였다(Hartz 2012). 그런 면에서 좌우 스펙트럼 모두에서 움트고 있는 탈자유주의적 사조의 도전은 미국의 근원적 정체성 자체를 뒤바꿀 수 있는 미국사의 유례없는 국면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 미국내 사회세력간 경합의 결과는 미국뿐만 아니라 자유국제질서 전체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점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건 세계사적 계기를 경유하고 있는 셈이다. ■   참고문헌   손병권. 2024. 『티파티 운동과 위대한 미국 운동: ‘리얼 아메리카’의 회복을 위한 저항운동』. 서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Ahmari, Sohrab. 2024a. “Hillbilly energy.” New Statesman, July 15. https://www.newstatesman.com/...energy (검색일: 2024.11.4.).   ______. 2024b. “JD Vance is Republicans’ Best Chance to Reclaim the Political Center.” New York Post, July 17. https://nypost.com/...center/ (검색일: 2024.11.4.).       Beauchamp, Zack. 2024a. “Where J.D. Vance’s Weirdest Idea Actually Came From.” Vox, July 30. https://www.vox.com/...postliberalism (검색일: 2024.11.4.).   ______. 2024b. “The Right’s Plan to Fix America: Patriarchy 2.0.” Vox, August 13. https://www.vox.com/...patriarchy-2-0 (검색일: 2024.11.4.).   Berman, Sheri. 2023. “Why the U.S. Right Doesn’t Like Free Markets Anymore.” Foreign Policy, April 3. https://foreignpolicy.com/...markets/ (검색일: 2024.11.4.).   Biden, Joe. 2019. “Joe Biden: America Is an Idea.” The Washington Post, April 25. https://www.washingtonpost.com/...video.html (검색일: 2024.11.4.).   ______. 2024a. “Remarks by President Biden in Statement to the American People.” The White House, July 24. https://www.whitehouse.gov/...people/ (검색일: 2024.11.4.).   ______. 2024b. “Remarks by President Biden During Keynote Address at the Democratic National Committee Convention, Chicago, IL.” The White House, August 19. https://www.whitehouse.gov/...chicago-il/ (검색일: 2024.11.4.).   Boorstein, Michelle. 2024. “JD Vance’s Catholic Conversion Is Part of Young Conservative Movement.” The Washington Post, July 29. https://www.washingtonpost.com/...-vp/ (검색일: 2024.11.4.).   Deneen, Patrick. 이재만 역. 2019.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 자유주의의 본질적인 모순에 대한 분석』. 서울: 책과 함께.   ______. 2021. “A Tyranny without Tyrants?” American Affairs Journal, 5.1.   ______. 2023. Regime Change: Toward a Postliberal Future. London: Forum.   Elie, Paul. 2024. “J.D. Vance’s Radical Religion.” The New Yorker, July 24. https://www.newyorker.com/...religion (검색일: 2024.11.4.).   Field, Laura K. 2024. “JD Vance Has a Bunch of Weird Views on Gender.” Politico, July 24. https://www.politico.com/...-00170673 (검색일: 2024.11.4.).   Hartz, Louis. 백창재·정하용 역. 2012. 『미국의 자유주의 전통: 독립혁명 이후 미국 정치사상의 해석』. 서울: 나남.   Hawley, Josh. 2021. The Tyranny of Big Tech. Washington, D.C.: Regnery Publishing.   ______. 2023. Manhood: The Masculine Virtues America Needs. Washington, D.C.: Regnery Publishing.   ______. 2024. “Christian Nationalism Founded American Democracy.” The Daily Signal, July 9. https://www.dailysignal.com/...nationalism/ (검색일: 2024.11.4.).   Klein, Ezra. 2024. “Transcript: Ezra Klein on the V.P. Debate.” The New York Times, October 2. https://www.nytimes.com/...debate.html (검색일: 2024.11.4.).   Konstantinou, Lee. 2024. “The Gods of Silicon Valley.” Arc: Religion, Politics, Et Cetera , September 24. https://arcmag.org/...valley/ (검색일: 2024.11.4.).   Lewis, Helen. 2024. “J. D. Vance’s Very Weird Views About Women.” The Atlantic, September 11. https://www.theatlantic.com/...679773/ (검색일: 2024.11.4.).   Liedl, Jonathan. 2024. “JD Vance Is a Catholic ‘Post-Liberal’: Here’s What That Means — And Why It Matters.” National Catholic Register, July 24. https://www.ncregister.com/...liberal (검색일: 2024.11.4.).   Linker, Damon. 2024a. “The Post-liberal Catholics Find Their Man.” The Atlantic, August 8. https://www.theatlantic.com/.../679388/ (검색일: 2024.11.4.).   ______. 2024b. “The Dead-Enders of the Reagan-Era GOP.” The Atlantic, March 19. https://www.theatlantic.com/.../677800/ (검색일: 2024.11.4.).   Lipsitz, Raina. 권채령 역. 2023. 『미국이 불타오른다: 세상을 바꾸고 정치를 뒤흔드는 미국의 젊은 진보 』. 파주: 롤러코스터.   Luce, Edward. 2024. “Trump, Vance and American Blood and Soil.” Financial Times, September 18. https://www.ft.com/...ca281d8877ac (검색일: 2024.11.4.).   Pogue, James. 2024. “Steve Bannon Has Called His Army to Do Battle-No Matter Who Wins in November.” Vanity Fair, October 9. https://www.vanityfair.com/...order (검색일: 2024.11.4.).   Posner, Eric. 2024a. “Is a Pro-Labor Republican Party Possible?” Project Syndicate, August 29. https://www.project-syndicate.org/...2024-08 (검색일: 2024.11.4.).   ______. 2024b. “Why Many Workers Now Vote Republican.” Project Syndicate, October 29. https://www.project-syndicate.org/...2024-10 (검색일: 2024.11.4.).   Sandel, Michael. 이양수 역. 2012. 『정의의 한계』. 고양: 멜론.   ______. 이경식 역. 2023.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 서울: 와이즈베리.   ______. 2024. “How Kamala Harris Can Win.” The New York Times, July 27. https://www.nytimes.com/...strategy.html (검색일: 2024.11.4.).   Scheiber, Noam. 2024. “Can the G.O.P. Really Become the Party of Workers?” The New York Times, August 24. https://www.nytimes.com/...vance.html (검색일: 2024.11.4.).   Serwer, Adam. 2024. “J. D. Vance’s Empty Nationalism.” The Atlantic, July 19. https://www.theatlantic.com/...679116/ (검색일: 2024.11.4.).   Stephens, Bret. 2024. “There’s One Main Culprit if Donald Trump Wins.” The New York Times, October 22. https://www.nytimes.com/...democrats.html (검색일: 2024.11.4.).   Vance, J.D. 김보람 역. 2017. 『힐빌리의 노래: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서울: 흐름출판.   ______. 2020. “How I Joined the Resistance.” The Lamp, April 1. https://thelampmagazine.com/...resistance (검색일: 2024.11.4.).   ______. 2024. “Read the Transcript of J.D. Vance’s Convention Speech.” The New York Times, July 18. https://www.nytimes.com/...speech.html (검색일: 2024.11.4.).   Wallace-Wells, Ian. 2024. “The Rise of the New Right at the Republican National Convention.” The New Yorker, July 18. https://www.newyorker.com/...convention (검색일: 2024.11.4.).   Ward, Ian. 2023. “‘I Don’t Want to Violently Overthrow the Government. I Want Something Far More Revolutionary’.” Politico, June 8. https://www.politico.com/...00100279 (검색일: 2024.11.4.).   ______. 2024a. “Is There Something More Radical than MAGA? J.D. Vance Is Dreaming It.” Politico, March 15. https://www.politico.com/...00147054 (검색일: 2024.11.4.).   ______. 2024b. “The Seven Thinkers and Groups That Have Shaped JD Vance’s Unusual Worldview.” Politico, July 18. https://www.politico.com/...00168984 (검색일: 2024.11.4.).   ______. 2024c. “Is There More to JD Vance’s MAGA Alliance Than Meets the Eye?” Politico, September 13. https://www.politico.com/...00177203 (검색일: 2024.11.4.).   Wilson, Jason. 2024. “Revealed: JD Vance Promoted Far-Right Views in Speech about Extremists’ Book.” The Guardian, August 22. https://www.theguardian.com/...book (검색일: 2024.11.4.).   Zerofsky, Elisabeth. 2023. “How the Claremont Institute Became a Nerve Center of the American Right.” The New York Times, June 15. https://www.nytimes.com/...conservative.html (검색일: 2024.11.4.).     ■ 차태서_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이소영, EAI 연구보조원     문의 및 편집: 02 2277 1683 (ext. 205) | sylee@eai.or.kr  

차태서 2024-12-19조회 : 2171
워킹페이퍼
[트럼프 복귀와 미국 시리즈] ③ 2024년 대통령 선거를 통해 본 미국 민주당의 미래

“우리는 그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왔습니다. 우리는 국내에서 변명하지 않고 산업 전략(industrial strategy)을 추구할 것이지만, 우리의 파트너들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고하게 약속합니다. 우리는 우리 파트너들이 우리의 산업전략에 함께하길 바랍니다. 사실 우리는 산업전략의 성공을 위해 우리 파트너들이 반드시 우리와 함께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 브루킹스 연구소에서의 연설 중에서(Sullivan 2023)   "바이든은 그의 민주당 선임자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산업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그러나 증거에 따르면 그는 여전히 월스트리트, 베이징, 그리고 환경단체의 로비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수주의자들의 과제는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결코 산업 정책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진정한 보수적인 통찰력으로 산업정책을 강화해야 합니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트럼프 2기 국무부 장관 예정자), 워싱턴포스트 사설 투고 중에서(Rubio 2024a)   Ⅰ. 서론: 21세기 미국 산업정책의 등장?   자유시장경제의 모델로 여겨지는 미국에서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이라는 용어는 미국정치 속 여전히 논쟁적인 표현이다. 2023년 4월, 바이든 행정부의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취했던 정책이 현대화된 산업정책(a modern industrial policy)이었다고 자평하며 이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Sullivan 2024). 설리번이 곧 있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유산을 강조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을 승계한 해리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다소 과장된 표현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그동안 사회정책의 측면에 국한하여 큰 정부를 지향한 민주당의 정책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레토릭(rhetoric) 상의 변화는 최근 10년 동안 미국 정치의 지형에서 일어났던 변화를 짐작케 한다.   미국의 산업정책이라는 표현은 미국 정치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식자층에게도 어색한 표현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 이유는 미국이라는 국가가 시장중심(market-oriented) 경제정책으로 부를 축적한 국가로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질서의 구축과 유지를 위해 막대한 양의 자원을 쏟아 붓기도 하였다. 주지하다시피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와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등 세계화를 이끌었던 국제기구들은 미국의 강력한 의지와 리더십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1992년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으로 당선된 민주당의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 이후로는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연방정부 차원에서 자유무역 정책의 기조 하에 금융 자유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최첨단 산업으로의 지원이 국가 정책 기조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았다. 클린턴 대통령(1993-2000)이 8년의 임기를 통해서 민주당을 자유무역의 정당으로 바꾼 지 20여년이 지난 후 등장한 트럼프 행정부는 인종주의적 수사로 중남미에서 유입되는 이민자들이 미국에 정착하는 것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규제하였고, 그들을 잠정적 범죄자로 취급하여 관리했다. 동시에 멕시코와 국경을 면한 주에 큰 장벽을 건설하는 등 이전 행정부에서는 시도하지 못했던 정책들을 실현했다. 무역정책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의 행정부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를 경유하지 않고 주로 행정명령에 의존하여 자유무역이라는 정책 기조 하에서는 시도될 수 없었던 여러 보호주의 정책들을 과감히 추진하였고, 미국 기업들과 미국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틱톡(TikTok)과 같은 중국이 소유한 기업이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미국인들의 개인정보를 쉽게 수집하고 이용하는 것을 못하도록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미국 안팎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정치 성향과 정책선호에서 비롯된 일인지, 이미 미국 사회에서 진행된 구조적인 변화 속에서 대중들의 집단적인 정책 선호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여러 주장들이 제기되었다. 여러가지 해석들이 분분한 가운데 대다수의 대중들과 정치 전문가들이 동의할 수 있었던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정책 패키지가 2016년 이후의 미국 대중들에게는 큰 설득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중간 선거 및 대통령 선거의 투표장에서 안정적으로 트럼프주의를 계승한 사람들이 대다수 높은 지지율을 받는 현상으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20년 선거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불만을 품은 대중들이 민주당의 후보 바이든을 선택하며 민주당이 다시 백악관을 차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트럼프 1기를 경험하며 예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파격을 경험하며 동맹국과 미국의 자유주의 질서에 의존하였던 동맹국들은 과거의 질서가 다시 복원될 것이라고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바이든 당선자는 민주당의 여러 계파들 간의 입장차이를 능숙하게 조율했던, 경험 많은 정치인이자 오바마 대통령을 든든하게 뒷받침했던 부통령 출신이기 때문에 2016년 대선 패배를 반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던 민주당원들에게는 안정적인 선택지로 여겨졌다.   주지하듯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1기에 시행되었던 여러 보호무역 정책들을 폐기하보다는 거의 대부분 계승했다(Lighthizer 2023, Introduction). 어쩌면 조 바이든은 정치 신인 도널드 트럼프가 어떻게 공화당의 외부에서 핵심을 장학하며 결국 미국 정치에서 최정상에 올랐는지를 면밀히 벤치마킹(benchmarking)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티파티 운동(tea party movement)의 핵심 주장인 작은 정부론, 균형 재정 등의 원칙을 받아들이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포퓰리즘과 뒤섞인 백인 민족주의(white nationalism)를 내세워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에서 제조업이 장기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문제를 포함하여 특정 지역에 경제적 곤궁이 집중된 문제, 마약 문제 등 다양한 미국 사회의 문제들을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진단했다.   트럼프가 지목한 거의 모든 문제들의 원인은 “우리”에 있지 않고 우리의 선의를 악용한 “그들”에게 있었으며 이 전략은 선거에서 대중들을 설득할 매우 유용한 도구였다. 트럼프 지지자들로서는 트럼프와 같은 정치의 외부자(outsider)가 아니면 누가 나서서 과거 정치 관행을 무시고 연방정부를 이용해서 그 동안 자유무역 원칙이라는 말로 묵인되었던 불공정한 거래를 중단시키고 미국에게 부당이익을 챙겼던 세력들에게 체벌을 가할 것인지 의문이었을 것이다. 또한, 미국 사회에서 빈부의 차가 더 커질수록 중산층 유권자들에게 치안을 강화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더욱 시급한 과제로 다가오는데, 이에 대해서 트럼프는 명쾌한 진단과 해답을 제공해준다. 즉, 정부의 한정된 재원을 축내는 복지의존층과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어 미국 사회에 정착하는 불법이민자들(the undocumented)로부터 문제가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들을 기존 법률체계에서 허용된 수준보다 더 철저하게 규율하고 격리하는 것이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2020년 대통령 선거의 승리 이후에도 확실한 동원(mobilization) 효과를 갖는 트럼프의 통치 원리와 선거전략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쉬운 방법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정책들을 그대로 존속시키는 것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무역정책 영역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에 도입된 여러가지 보호주의 장치들을 같은 대통령 명령을 통해 폐기하지 않고 그대로 존속시켰다는 사실로 뒷받침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존속하거나 확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바로 이 글의 주제인 산업정책에 해당하는 정책들을 입법과정을 통해 도입한 것이다. 2020년의 선거 이후 하원에서 민주당은 222석을 차지하며 213석에 그쳤던 공화당에 근소한 의석수의 차이를 만들며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하여 입법 활동을 할 수 있었고,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50석으로 매우 근소한 우위를 점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하원의 다수결을 이용하여 IRA를 통과시키고 결국 상원에서 민주당과 뜻을 함께하는 두 명의 인디펜던트(Independent) 상원의원을 포섭함으로써 50:50의 교착상태를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부통령이 팽팽한 균형을 깨는 의사결정을 내릴 권한을 갖게 되고, 결국 당시 부통령인 해리스가 민주당의 산업정책 안을 지지함으로써 바이든 행정부는 중간선거 전인 2022년 여름에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1]   두 법안의 통과로 바이든 행정부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연방정부의 공적 자금을 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되었다. 즉, 바이든 행정부는 시장에 개입하는 근거를 현 시점에서 친환경 에너지(clean energy)를 이용하여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논리에서 찾았다. 또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부터 시작된 중국과의 무역전쟁 속, 반도체 부문과 전기차 부문을 포함한 최첨단 산업 영역에서 미국 제조업의 생존을 위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목적으로 법안을 구성하였다. 법안 통과가 만든 새로운 투자 조건 속, 한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을 포함한 첨단산업과 관계된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 진출하여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미국 기업 및 다른 해외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법안이 명시한 여러 조건들을 만족시키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세금 혜택을 받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2020년 대선에서부터 이러한 정책들을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의 정책 패키지로 묶어서 홍보하였다. 바이든은 환경을 보호하는 목표를 산업정책 안에 넣어 이전 트럼프 행정부와 정책적인 차이를 만들고자 하였다. 보호주의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며 무역전쟁의 승리에만 초점을 둔다는 인상을 주는 트럼프 전 행정부와는 달리, 바이든은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미국경제의 체질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해 연방정부가 나서서 새로운 인센티브 구조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그동안 미국 정책 커뮤니티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정책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는데, 이는 많은 이들이 산업정책을 자의적으로 승리자와 패배자를 결정하는, 근거 없는 정책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업정책은 성공하기보다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을 낳고 실패할 것이라는 시각이 정책 커뮤니티의 분위기였다. 바이든은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을 극복하기 위해 특정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강조하기보다 친환경적인 경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시한 것이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은 당내 좌파 세력으로부터 바이든 대통령이 충분히 개혁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피해갈 알리바이를 제공해주었다. 그린 뉴딜이라는 용어는 당내에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 하원의원(뉴욕)을 비롯한 민주당내 좌파 성향의 의원들이 사용하던 표현이었다.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원을 개발할 수 있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한다는 아이디어는 자칫 민주당의 지지세력 중 일부에게만 재정지원을 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일정 정도 거리를 둘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주었다.   요약하면,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를 거쳐 국내정치적 변수들을 경험하며, 2022년 여름 이후 미국적인 산업정책이 법제화되고 관련 예산 배분을 통해 형태를 갖추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과정은 여러 정책적인 목적과 정치적인 의도가 중첩된 복잡한 정치적 과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바이든 시대의 새로운 정치경제적 시도들을 보다 긴 역사적 호흡 속에서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본 고에서는 바이든 행정부 이후 미국 산업정책이 보호무역주의, 대중국 무역전쟁, 그리고 그린 뉴딜 등의 다양한 정책적 의제 및 목표를 가진 채 모습을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에서 입법화된 산업정책이 곧 시작될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는 성공적으로 시행될 것인지, 혹은 일방적으로 폐기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정책 지향을 갖고 다른 모습으로 변모할 것인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본 고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2절에서는 미국 국가의 정책역량과 국가형성을 다룬 문헌들을 통해 미국은 어떤 방식의 산업정책을 펼치는 것이 가능한지를 이론적으로 논의한다. 또한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미국 학계와 정계 안팎에서 진행되었던 산업정책 논쟁을 살펴보고 이것이 어떻게 민주당의 일부 정치인들에게 수용되었는지 보인다. 3절에서는 트럼프의 대중국 무역전쟁과 보호무역주의가 어떻게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와 과학법, 그리고 IRA로 이어졌는지 설명한다. 4절에서는 2024년 대선 이후 미국 산업정책의 향방은 어떠할지 루비오 상원의원의 보고서(report)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II. 예비적 고찰: 미국 국가의 정책역량과 미국식 산업정책   1. 미국의 정책역량   본격적으로 미국 산업정책의 과거와 현재를 논의하기에 앞서 미국이라는 국가의 행정적이고 정책적인 역량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미국 정부는 유럽의 선진 산업국가들에 비해 다른 방식으로 형성되었고, 그 결과 채택된 정책 선택지가 다르며, 국가의 정책 수행 과정도 다른 국가들과 구분되는 특징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 정부의 구성 방식과 정책 역량을 두고 많은 학술적인 논쟁이 있었다(Novak 2008). 먼저 서유럽의 중앙집중화된 국가와 비교했을 때, 미국 정부를 약한 국가(weak state)로 보며 이를 막스 베버(Max Weber)와 같은 학자가 언급한 근대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해 발생한 문제로 보는 입장이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베버는 근대화 과정에서 국가 관료제가 더욱 발전하고 그 안에서 국가를 운영하는 공무원은 직무상 전문화(professionalism)되고 그들을 중심으로 펼칠 정책 역량도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점에 따르면, 모든 국가가 근대화의 과정을 경험하는 만큼 국가 간에 나타나는 정책 역량의 차이는 근대화의 과정이 얼마나 진행되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 기준을 미국에 적용할 경우, 미국은 아직도 국가의 정책을 수행할 체계적 관료제를 완성하지 못했으며, 중앙정부의 권한도 주정부와의 역할 분담 속에서 크지 않은 약한 국가로 볼 수 있다(정영우 2023, 7-9).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오직 단일한 기준으로 국가의 형성(state-building) 과정을 이론화하여, 정작 미국정부가 어떠한 방식으로 통치를 하는지 실증적으로 탐색하는 것을 방해한다. 미국 정부가 민간 부문과 함께 협력하여 제휴하는(associative) 형태로 거버넌스를 구성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대부분의 정책 분야에서 보이지 않는(out of sight) 것을 특징으로 삼는다는 브라이언 베일로(Brian Balogh)의 연구 역시 이러한 획일적인 시각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Balogh 2009).   로버트 리버만(Robert Lieberman)이 미국, 영국, 프랑스 3국의 인종 정책의 수행을 비교한 논문에서 강조한 것도 베일로의 논지와 다르지 않다(Lieberman 2002). 인종차별을 개선한다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세 국가 정부는 모두 정책적 노력을 경주했지만, 그 성과는 서로 달랐다. 리버만은 다른 두 국가에 비해 미국이 1960년대 이후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 정책을 강력하고 성공적으로 추진하였고 이것이 사회에 만연한 구조적인 차별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평가하였다. 리버만이 보기에 미국정부의 정책 성과가 다른 두 국가에 비해 차이를 보였던 이유는 강력하게 중앙화되지 않은 미국 연방정부의 구조 때문이었다. 그러나 리버만의 주장은 역설적이다. 보통 막스 베버의 시각을 받아들인 연구자들이라면 보통 국가가 강력하게 중앙집중화된 관료제를 갖추지 못해서 효율적으로 정책을 실행할 수 없다고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리버만은 오히려 강력한 중앙행정기구가 없기 때문에 미국에서 더욱 강력하고 인종의식적인(color-conscious) 인종차별시정정책이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정책의 강력한 수행 기구가 부재한 상황에서 차별시정정책은 처음부터 민권운동, 전문 변호사 집단, 그리고 평등경제기회위원회(Equal Economic Opportunity Commission)의 수사관, 그리고 차별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판단한 연방 법원의 판사들에 이르기까지 여러 행위자들 사이의 협조로 시행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들 행위자들은 상호간 받아들일 수 있는 법 해석과 그 적용을 경험적으로 확립할 수 있었고, 이것이 비교정치학적인 관점에서도 매우 강력하고 포괄적인 차별금지조치의 법제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자들은 미국 정부의 정책 수행 능력을 두고 미국은 태생적으로 약한 국가(weak state)이며, 이러한 제도적 특징 때문에 여러 정책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시각은 국가 간의 제도적 배열(arrangement)의 차이를 근거로 시행 정책의 종류와 그 성패의 차이를 설명하는 접근법에 많이 반영되어 있는데, 높은 경제발전을 이룩한 미국이 왜 상대적으로 저발전된(underdeveloped) 복지국가에 머무르고 있는지(Hacker and Pierson 2002; 2010), 아니면 연방정부의 주도로 왜 효과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취하지 못하는지를 탐구한 연구들이 해당된다(Weir 1993).   요약하면, 미국정부와 그 정책 역량을 판단할 때 연구자들이 단순히 강한 국가/약한 국가라는 분석틀로는 정책의 시행 방식과 그 효과성을 분석하는데 무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정부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덜 조직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비효율적인 정책 집행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미국 정부의 정책 수행 관행은 중앙정부(federal government)와 지방정부(state governments)가 권력을 나눠 갖는 연방제도와 산업화보다 먼저 온 민주주의로 인해 관료제가 미발달 되어 있으며, 국가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민간 부문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빌려 쓸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형성되었다. 또한, 도금 시대(Gilded Age)에 대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한 민주당의 정당머신(political machine 또는 party machine)이 정치적 지지를 보내준 대가로 소속된 사람들에게 공직 및 공공 서비스를 제공했던 관행과, 여기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부문을 대폭 축소하고 작은 정부와 의도적으로 관료의 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정치개혁을 시도한 혁신주의 시대(Progressive Era)를 거치며 ‘미국식’으로 정착되었다. 미국이라는 국가는 다른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과 다르게 통치하며, 외부인의 시각에서 관찰할 때, 특정한 정책 목표를 전국적인 규모로 달성함에 있어 효율적으로 자원을 동원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2. 미국 산업정책 논쟁   일반적으로 산업정책이란 정부가 여러가지 정책수단을 통해 특정 산업이나 산업 부문의 발전을 위하여 직간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행위들을 말한다. 이 정책은 정부 부처의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에 근거한 경우가 많으며, 그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한정된 자원을 어느 분야에 집중 지원할 것인지 결정하는 행위가 발생하기도 한다. 주지하듯, 국가들은 여러가지 구조적, 제도적, 그리고 문화적 이유로 다른 방식의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내적, 대외적인 환경 변화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산업 전략을 받아들이기도 한다(Shonfield 1977).   미국의 건국자 중 한 명인 알렌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은 신생 공화국인 미국의 경제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치산업(infant industry)보호론을 주장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해밀턴의 주장은 경제발전을 위한 국가 전략을 넘어 미국 중앙정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질문과 맞닿아 있었다. [2]   미국에서 산업정책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은 건국 과정에서부터 계속되었는데, 미국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고 인식되었던 197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재등장했다. 1970년대 미국은 여러 사건들을 통해 경제 위기를 경험했다. 도시폭동, 민권운동, 반전운동 등 여러 형태의 사회운동을 경험했던 1960년대를 경유하여 동부, 중서부의 전통 제조업이 모여 있던 지역들은 빠르게 탈산업화를 경험했다(Sugrue 2005). 한 가구의 생계를 책임져 주었던 전통적인 블루칼라 직종들은 전통적인 제조업 밀집 지역이었던 동부와 중서부로부터 빠른 속도로 사라졌고, 이는 미국인들에게 큰 위기의 의식을 심어주었다. 또한 미국은 1971년 닉슨 정부의 금태환(gold-dollar convertibility)정지선언과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를 경험하며 대외경제적 위기를 경험했고(Ki and Jeung 2020), 1973년과 1979년의 오일쇼크는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을 심화시켰으며, 급변하는 원자재 가격과 달러가치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미국 기업들은 도산했다.   1970년대를 경험한 뒤 미국에서는 미국에 맞는 산업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하였다. 한 경제학자에 따르면, 이러한 주장은 주로 1980년부터 1984년에 학계에서, 그리고 언론에 집중적으로 등장했다(Norton 1986, 4). 그 중에서 터러우(Lester Thurow)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경쟁력의 저하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세를 감면하고 전반적인 긴축재정을 감행하는 한편, 소비세를 늘려 개인의 소득세를 대체하는 재정정책을 산업 부문별 지원정책과 병행하자는 주장을 학계 및 비즈니스 위크(Business Week)와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설파했고, 이는 산업정책을 둘러싼 광범위한 토론을 촉발했다(Norton 1986, 33; Thurow 1980; 1981; 1984; Business Week 1982).   1980년대 산업정책을 주장한 여러 전공분야의 학자들의 주장을 정리한 노턴(R. D. Norton)에 따르면, 이 당시 산업정책 논쟁에 참여한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한 부류는 이른바 근대화론자들(modernizers)로 미국의 산업경쟁력이 떨어진 것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다른 한 부류는 보존론자들(preservationists)로, 한 지역에서 제조업이 폐업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게 될 파급력을 생각해서 이를 막거나 완화하자는 입장을 내세웠다(Norton 1986, 4). 이들의 주장은 결국 산업경쟁력과 같이 단일 경제지표로 측정하기 어려운 개념을 어떻게 측정하며 이것의 시계열적인 변화를 분석하고 확인하는 학술적인 과제와 연결되었다. 또한, 만약 산업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확인된다면, 관료제 조직이 커지고 자원배분을 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때 벌어진 부패의 문제, 관료들의 취사선택 행위의 자의성, 지원을 받기 위해 지역구의 이해관계만을 우선하는 정치행태(pork-barrel politics) 등의 부작용을 피해 어떻게 산업정책을 구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당대의 학자들에게는 학술적인 문제와 실제 정책을 실행하는 문제 모두 해답을 찾기 어려운 난제였다.   빌 클린턴 행정부 1기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히(Robert Reich)는 이러한 논쟁 속에서 등장했으며, 지미 카터(Jimmy Carter)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고 1984년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정된 월터 몬데일(Walter Mondale)을 포함한 민주당의 정치인들의 경제정책에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되었다(Norton 1986, 34; Reich 1982; 1983; 1984). [3] 라이히는 유럽 방식의 노동자 훈련 프로그램을 미국식으로 수용하자는 주장을 펼쳤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물질적인 풍요를 가져왔던 경직된 대량생산체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라이히는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유연하게 생산조직을 구성하고, 동 조직에서 활약할 인적 자본(human capital)을 국가의 정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보았다. 라이히가 제안한 산업정책은 민주당의 주 지지 집단이었던 조직된 노동 세력의 반발을 유발했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미국의 노동조합들이 힘들게 확보한 집단적인 임금 협약체제와 임금단체 협상을 통해 노사간의 타협물로 만들어진 업무분장 체제가 이제는 무용하다고 보는 시각이 전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라이히의 주장은 빌 클린턴 정부를 거쳐 민주당의 중앙파(Centrist Democrats 혹은 New Democrats)가 주도한 민주당 경제정책 패키지 중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잡았고, 여러 형태로 당대의 정책의제와 결합하여 등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한 맥락하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노골적인 보호무역 정책에 대한 대응으로 바이든 정부는 산업정책적인 요소들을 담은 두 법안을 통과시켰다.   III. 트럼프-바이든의 정치경제적 유산   1. 트럼프의 유산과 민주당의 변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패배한 이후, 민주당은 빠르게 변화했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워 중남미에서 유입되는 이민자들을 통제하고자 한 시도나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금의 인상을 요구한 일,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설립부터 깊이 관여한 국제기구들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며 다자주의 대신 미국 중심의 일국주의를 추구한 일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적 가치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한 비난에 몰두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2016년 대선 패배와 그 이후 트럼프 행정부를 경험하며, 민주당 정치인들은 트럼프 정책의 정치적 효용에 대해 재평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 전의 민주당의 경제 정책 선호로 보면 매우 급진적인 변화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2016년 패배 이전 민주당은 경제적으로 자유무역주의, 시장 개방에 집중하고 정치적으로는 정체성의 정치에 매진하였다. 사실 빌 클린턴 정부의 탄생 이후 민주당은 거의 십 수년 동안 백인 유권자들에게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자유무역이 소비자 전체에게 가져다줄 이익에 비해서는 참을 만한 고통이며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라고 강변해 왔다. 동시에 민주당은 그동안 저소득 백인 노동자 계층이 비숙련 저임금 직종을 노리고 유입되는 불법 이민자 행렬을 보고 느끼는 불안감과 이에 대한 공격적인 반응을 모두 인종주의적 혐의를 갖는, 못 배운(uneducated) 반응이라 치부하였고, 공적인 장소에서 이런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진정한 문제는 이와 같은 민주당의 정책 입장이 실제로 경제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백인 유권자들의 삶에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저임금 노동시장은 점차 값싼 불법 이민자들로 채워지게 되고, 백인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처지가 점차 열악해지는 이유를 불법 이민자들의 무분별한 유입 때문이라고 쉽게 단정지었다. 이렇게 백인 노동자 계층의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불만을 방기한 민주당이 2016년 대선의 패배 이후로 크게 변화하게 된 것이다(Teixeira and Judis 2023, chapters 2 and 7).   특히 민주당은 일견 비이성적이고 포퓰리즘적으로 보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 내용과 그 효과에 대해서 면밀히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Lighthizer 2023, chapter 1). 트럼프 행정부에서 무역대표부 대표를 지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시장으로 들어오는 외국 제품에 대해 관세를 늘리고, 한국 가전제품 생산 업체들을 포함한 외국 기업들이 덤핑이나 국가 보조금 제도를 이용하여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을 불공정한 관행이라 규정, 이를 적극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다(Lighthizer 2023, chapter 1). 라이트하이저는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통해 미국의 대외 경제 의존도를 완화시키고 무역 적자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Lighthizer 2023, chapter 4). 이는 공화당 주류 세력의 밖에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좋은 기회로 작용했는데, 공화당 내부의 한 세력으로 존재하는 자유무역주의자들을 견제하는 동시에 미국 연방정부가 안보와 국익을 위해 시장에 개입할 새로운 명분과 수단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다른 무역 상대국과의 불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은 제조업 종사자인 블루칼라 유권자들에게 강한 설득력을 지녔던 것으로 보인다.   라이트하이저는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이던 시절, 2020년 대선 캠페인 기간부터 이러한 트럼프 정책의 성과에 주목하고, 상당 부분 수용하였다고 주장했다(Lighthizer 2023, Introduction). 구체적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미국 제조업의 부흥을 목적으로 무역정책을 사용하는 것에 적극적이었으며, 트럼프 행정부 때 도입된 대중국 무역 관세를 철회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였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고위직을 오랫동안 역임한 라이트하이저가 자신의 업적을 과장해서 평가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유산이 차기 정부에 상당 부분 계승되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 같은 평가는 전반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이는 2021년 6월 23일 백악관 직속 국가경제위원회(National Economic Council: NEC) 위원장이 발표한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4] 그 중에서 첫 번째 의제인 글로벌 공급망 복원력(Supply Chain Resilience)의 내용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미국 제조업을 재육성하고 중국 기업을 포함한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미국 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첨단기술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바이든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벤치마킹했다는 서술과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정책 기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무역주의의 성격을 띠는 관세 설정 이외에 적극적으로 산업정책을 제시한 적은 없었다. 2018년 10월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National Science & Technology Council: NSTC)에서 발표한 “미국 첨단 제조업 리더십 확보 전략(Strategy for American Leadership in Advanced Manufacturing)” 보고서를 통해 산업정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첨단 산업 육성 계획이 발표되었지만, 이 보고서가 정부 예산 계획을 포함한 정책으로 발표된 적은 없다(NSTC 2022). 2020년 선거에서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결코 미국 제조업 분야를 대상으로 한 산업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5] 트럼프의 공격적인 무역정책을 이어받아 어떤 종류의 산업정책을 시행할 수 있을지는 오로지 바이든 행정부에 맡겨진 과업이었다.   2. 바이든의 산업정책과 정치적 유산   그 후 1년 뒤인 2022년 8월 반도체와 과학법과 IRA가 미국 의회를 통과하였고, 바이든 대통령이 최종 서명을 함으로써 발효되었다. 앞서 미국 국가경제위원회가 제시한 산업정책을 중심으로 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이 두 법을 통해서 구체화되었다. [6] 일반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산업정책으로서 두 법안이 지닌 함의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두 법안에 근거하여 반도체 산업, 배터리 산업, 그리고 전기차 산업 등을 포함한 첨단 제조업 산업을 대상으로 전례 없는 수준의 규제력을 행사할 것이다. 외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얻는 대가로 미국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고용을 창출해야 하며 핵심광물과 같은 민감한 재료를 생산에 이용하는 경우에는 미국 정부가 선정한 우려 집단(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으로부터 획득한 원료가 일정 비율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생산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만약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못할 경우 해당 기업은 미국 정부로부터 세액공제 등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으며, 이는 곧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2024년 11월의 선거 전 우리의 관심을 끄는 질문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한 산업정책이 정치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 여부일 것이다. 민주당 해리스 후보에게 바이든의 산업정책은 곧바로 호재로 작용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바이든 행정부가 통과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두 가지 법안이 실효성을 거두고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수 년의 시간이 흘러야 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법안 중 반도체와 과학법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 점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반도체와 과학법의 정치적 효과는 훨씬 뒤에 판단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법에서 반도체 제조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지원될 390억 달러의 예산 중 2024년 5월 기준 전체 예산의 77% 정도가 용처가 정해진 후 투자되는 중이며, 나머지 23%의 기금은 지금 시점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업에 순차적으로 투자될 계획이다. [7] 이미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미국 반도체 생산 업체에 자금이 투여되어 당장의 고용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 법이 유권자들의 선호에 두루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편, IRA의 효과는 거의 없거나 트럼프의 공격으로 상쇄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정치인들은 오래 전부터 해당 법안이 부당하며, 인플레이션을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공화당 정치인들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전기차 구매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세액 공제의 형태로 지원되는 보조금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024년 7월 15일에 블룸버그 통신과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이러한 주장을 이어가며 IRA에 따른 그린 에너지 지원 정책이 실상은 산업 발전에 기초가 되는 에너지의 공급 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Bloomberg 2024). 이러한 주장이 2024년 11월 5일 선거일에 유권자들의 판단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펼친 산업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반면, 유권자들은 높은 금리와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이에 따라 트럼프 진영은 바이든 행정부의 산업정책과 구별되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할 필요도 없이 현 정부의 물가 관리 정책만을 문제 삼으며 선거를 우세하게 이끌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IRA 지원 대상인 녹색 에너지 산업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를 인터뷰한 폴리티코(Politico)의 2024년 7월 18일 기사였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인터뷰에 응한 노동자가 바이든 정부의 수혜를 많이 받은 일터에서 근무하지만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 때문에 체감되는 경제 지표는 매우 부정적이어서 현 정부를 지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폴리티코의 기사처럼 이러한 상황은 4년 전 바이든을 지지했던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정서일지도 모른다(Bade and Hill 2024).   IV. 2024년 이후 미국의 산업정책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밴스 캠프의 경제 메시지는 복잡할 것이 없이 현 정부의 고금리, 고물가 정책을 비난하는 것에 집중되었으며, 이는 큰 효과를 거두었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 중국에 대한 무역 제재 강화, 그리고 동맹국을 상대로 미국이 부당하게 부담했던 여러 가지 특혜를 철회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어떤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서 이를 실현할 것인지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 트럼프의 리더십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에서부터 시작된 무역정책과 산업정책의 연계는 트럼프 행정부 2기에 상당 부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 상·하원의 동의를 거쳐 법으로 제도화된 바이든 행정부의 산업정책은 지속성을 갖고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2023년 의회를 통과한 IRA와 반도체와 과학법은 행정부의 의도적인 지연 전략과 예산 배분에서의 파행으로 본래의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해당 법안으로부터 수혜를 입는 지역 중에 공화당 우세 지역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양상은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외교 수장이라는 중요한 자리를 맡게 될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플로리다 상원의원이 밝힌 산업정책에 대한 생각을 통해 우리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떠한 방식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계승할지를 추정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차기 행정부의 국무부 장관직(Secretary of State Department)에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목하였다. 상원의원으로 활동했던 루비오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본 장의 처음에 인용한 기고문을 포함하여 산업정책이 왜 필요한지를 여러 수단을 통해 꾸준히 홍보했다. 그 중에서 2024년 9월 9일에 발표된 “The World China Made – ‘Made in China 2025’ Nine Year Later”라는 루비오 상원의원실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차기 공화당의 산업정책에 대한 단상을 엿볼 수 있다(Rubio 2024b).   이 보고서는 바이든 정부와 워싱턴의 정계에서 받아들여지는 시각을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비판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흔히 공산주의 체제에서 국가가 깊이 관여하는, 중국 제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은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자본주의 체제를 갖춘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루비오의 보고서는 이것이 안일한 현실인식임을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보여주었다. 실상은 중국은 농업기계 부문을 제외하고 지난 10년간 선언한 경제 목표 대부분을 초과 달성하였던 것이다. 그 중에서 전기차, 에너지-전력, 조선, 고속철도의 4가지 산업 부문에서는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루비오는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대담한 산업정책(bold industrial policy)”과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유도하는 탈규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였다(Rubio 2024a, 57).   루비오의 정책 제안이 어떠한 방식으로 트럼프 정부에서 실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다시 말해, 국무부 장관이 될 루비오의 정책 제안이 어떠한 방식으로 산업 주무 부처의 정책 실행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지, 그리고 국가의 강력한 시장 개입을 전제하는 “대담한 정책”들이 동시이 어떻게 기업에게 부과되는 규제를 줄이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속,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외교 수장이라는 자리를 맡은 정치인의 정책 선호는 트럼프 행정부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루비오의 정책 제안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전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1기와 구분되는 본격적인 산업정책이 도입된다면, 그 외양은 바이든 IRA와 반도체와 과학법에서 보여주는 친환경 에너지 및 반도체 산업으로 재정이 지원되었던 것과 달리 첨단기술 분야를 넘어 국가 안보와 연관된 제조업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의 통치원리 속에서 어떻게 이러한 정책 목표를 수행할 수 있을지, 그리고 개별기업에 정부의 규제를 줄이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동시에 이행할 수 있을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트럼프-바이든-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며 미국정부의 산업정책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트럼프가 시작한 무역전쟁과 경제안보 의제의 전면화,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 의회가 통과시킨 두 가지 법안, 그리고 그린뉴딜과 산업정책은 재등장한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 큰 과제를 남겼다. 이러한 흐름이 중장기적으로 미국 정치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 가지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정치 양극화의 환경 속에서, 그리고 경제 안보라는 이슈가 미국의 외교정책 및 통상정책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시점에서 미국이 산업정책을 시행한다면, 다른 국가들과 다른 ‘미국적인’ 방식으로 시도할 것이라는 점이다. ■   참고 문헌   정영우. 2023. “미국정치발전과 미국 정부 연구를 위한 연구 노트.” 글로벌정치연구 16, 2: 1-21.   Arcuri, Gregory. 2024. “Innovation Lightbulb: What's Left of the CHIPS Act Funds?”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Newsletter. May 8. https://www.csis.org/...funds (검색일: 2024년 7월 24일)   Atkinson, Robert D., Doug Brake, Daniel Castro, Nigel Cory, Stephen Ezell, Caleb Foote, David M. Hart, Joe Kennedy and Robert Rozansky. 2020. “Trump vs. Biden: comparing the Candidates’ Positions on Technology and Innovation.” Information Technology and Innovation Foundation: ITIF. https://www2.itif.org/...biden.pdf (검색일: 2024년 7월 24일)   Atlantic Council. 2021. “The Biden White House plan for a new US industrial policy.” June 23, https://www.atlanticcouncil.org/...policy/ (검색일: 2024년 7월 24일)   Bade, Gavin, and Meredith Lee Hill. 2024. “Biden has poured billions into Rust Belt economies. His ‘Blue Wall’ is crumbling anyway.” Politico. July 18. https://www.politico.com/...00167994 (검색일: 2024년 7월 24일)   Balogh, Brian. 2009. A Government out of Sight: The Mystery of National Authority in Nineteenth-Century America.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Bloomberg. 2024. “The Donald Trump Interview Transcript.” July 15. https://www.bloomberg.com/...true (검색일: 2024년 7월 24일)   Business Week. 1982. The Reindustrialization in the United States since 1870. New York: McGraw-Hill.   Hacker, Jacob S., and Paul Pierson. 2002. “Business Power and Social Policy: Employers and the Formation of the American Welfare State.” Politics & Society 30, 2: 277-325.   Hacker, Jacob S., and Paul Pierson. 2010. Winner-Take-All Politics: How Washington Made the Rich Richer-and Turned Its Back on the Middle Class. New York: Simon & Schuster.   Ki, Youn and Yongwoo Jeung. 2020. “Ideas, Interests, and the Transition to a Floating Exchange systern,” Journal of Policy History 32, 2: 151-82. https://doi.org/10.1017/S0898030620000020.   Lieberman, Robert C. 2002. “Weak State, Strong Policy: Paradoxes of Race Policy in the United States, Great Britain, and France.” Studies in American Political Development 16, 2: 138-61. https://doi.org/10.1017/S0898588X0200007X.   Lighthizer, Robert. 2023. No Trade is Free: Changing Course, Taking on China, and Helping America's Workers. New York: HarperCollins.   Subcommittee on Advanced Manufacturing Committee on Technology. 2022. “National Strategy for Advanced Manufacturing.” N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Council. https://www.whitehouse.gov/...10072022.pdf (검색일: 2024년 7월 24일)   Norton, R. D. 1986. “Industrial Policy and American Renewal.”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24, 1: 1-40.   Novak, William J. 2008. “The Myth of the ‘Weak’ American State.” The American Historical Review 113, 3: 752-772.   Reich, Robert B. 1983. The Next American Frontier. New York: Penguin Books.   Reich, Robert B. 1982. "Industrial Policy: Ten Concrete, Practical Steps to Building a Dynamic, Growing and Fair American Economy." The New Republic. 28-31.   Rubio, Marco. 2024a. “Why I Believe in Industrial Policy – Done Right.” The Washington Post. April 2. https://www.washingtonpost.com/...right/ (검색일: 2024년 12월 12일)   Rubio, Marco. 2024b. “The World China Made: ‘Made in China 2025’ Nine Years Later.” The Office of Senator Marco Rubio. https://www.rubio.senate.gov/...Made.pdf (검색일: 2024년 12월 15일)   Shonfield, Andrew. Modern Capitalism.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77.   Thurow, Lester. 1980. The Zero-Sum Society. New York: Basic Books.   Weir, Margaret. 1992. Politics and Jobs: The Boundaries of Employment Policy in the United States.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Sugrue, Thomas J. 2005. The Origins of the Urban Crisis: Race and Inequality in Postwar Detroit-Updated Edition. Kindle edition.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Sullivan, Jake. 2023. “Remarks by National Security Advisor Jake Sullivan on Renewing American Economic Leadership at the Brookings Institution.” The White House. April 27. https://www.whitehouse.gov/...institution/ (검색일: 2024년 12월 12일)   Teixeira, Ruy, and John B. Judis. 2023. Where Have All the Democrats Gone?: The Soul of the Party in the Age of Extremes. New York: Henry Holt and Company.     [1] 미국 의회 안에서도 정치적 양극화 상황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2021년 1월에 회기를 시작한 117대 미국 상원은 IRA의 통과를 두고 50:50으로 대립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 내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띄며 재정 건전성 회복 및 보수주의 가치관을 정책목표로 내세우는 청견연합(Blue Dog Coalition) 소속인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조 맨친(Jo Manchin) 상원의원의 의사가 법안 통과에 매우 결정적이게 되었다. 맨친은 민주당 정부의 정부지출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민주당의 이전 법안 (Build Back Better Bill)을 반대하였고 부결시켰는데 이러한 맨친 상원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본 법안은 산업정책의 요소를 다수 가지고 있는 동시에 연방정부의 적자를 줄이고 화석연료 기술에 대한 개발 지원안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2] 헌법제정을 두고 연방주의자들(Federalists)과 반연방주의자들(anti-Federalists) 사이에서 벌어진 논쟁에서 반연방주의자들은 영국 제국주의에 맞서 힘들게 독립을 쟁취하였는데 다시 중앙 정부로 권력을 집중시킨다면 영국 제국주의가 보여준 것과 비슷한 부패와 권력의 전횡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연방주의자들은 이러한 우려가 일정 부분 타당하더라도 신생 공화국의 생존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행정력을 집중하여 효율적으로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해밀턴은 후자 그룹에 속한 건국자로서 그가 주장한 유치산업보호론은 미국의 경제적인 예속 상태를 끊고 진정한 독립을 이뤄내기 위한 중, 장기적인 경제전략인 동시에 미국 중앙정부의 정책역량을 강화 시켜 신생 공화국에 당면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국가건설(state-building) 방식에 대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진 제임스 메디슨의 중재안(the Virginia Plan)에서는 해밀턴이 주장이 모두 반영되지는 않았다.   [3] 1980년대 산업정책에 관심을 보였던 민주당 정치인들을 당대 유행했던 비디오 게임 제조 회사 이름을 따서 the Atari Democrats이라고 불렀으며 이들은 산업정책을 통해 첨단기술을 육성하고 산업의 구조조정을 감행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았다. 이 그룹에는 게리 하트(Gary Hart, CO), 엘 코어(Al Gore, TN), 딕 게파르트(Dick Gephardt, MO), 폴 통가스 (Paul Tsongas, MA)가 포함되어 있다.   [4]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 기조는 다음의 다섯 가지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1) Supply Chain Resilience; 2) Targeted Public Investment; 3) Public Procurement; 4) Climate Resilience; 5) Equity. (Atlantic Council 2021-06-23).   [5] 이는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nformation Technology & Innovation Foundation: ITIF)에서 2020년 9월에 발간한 양당 대선 후보의 기술 정책을 비교한 자료집에서도 지적된 사항이다. (ITIF 2020) 특히 해당 전자문서의 23페이지를 참조할 것.   [6] 두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분석하는 것은 이 글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는 일이다. 또한, 법안의 세부 내용이 한국 기업들에 미칠 영향에 대한 법적 자문 및 경영 자문을 제공하는 목적으로 작성된 글도 이미 많이 소개되어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두 법안에 대한 구체적 소개를 생략할 것이다.     ■ 정영우_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이소영, EAI 연구보조원     문의 및 편집: 02 2277 1683 (ext. 205) | sylee@eai.or.kr  

정영우 2024-12-16조회 : 4209
워킹페이퍼
[트럼프 복귀와 미국 시리즈] ④ 산업정책 논쟁으로 본 2024 미국 대선

Ⅰ. 2024년 미국 대선 분석 및 국내 정치 전망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로 마무리되었다. 트럼프는 일곱 개의 경합주 - 미시간(Michigan), 위스콘신(Wisconsin),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 애리조나(Arizona), 조지아(Georgia), 네바다(Nevada),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 에서 모두 승리하며 예상보다 큰 차이로 승리를 거두었다. 특히 전국 단위 득표율에서 트럼프가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 민주당 후보를 앞선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16년과 2020년 선거에서는 전국 득표율에서 밀렸던 트럼프가 세 번째 도전에서 승리한 것은 미국 정치의 구조적 변화와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본 고는 트럼프의 승리 원인을 분석하고, 2024년 선거에서 다루어진 주요 경제 및 사회 현안들, 그리고 유권자들의 투표행태를 검토한다. 이를 통해 이번 선거 결과가 미국 정치 지형에 미친 영향을 규명하고, 민주당이 2026년 중간선거 그리고 2028년 대선을 앞두고 고민해야 될 지점들을 짚어본다.   1. 트럼프 승리 원인: 인플레이션   2024년 바이든 행정부가 재선을 준비하고 있을 때만 해도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이 높지 않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바이든 행정부는 단점정부(unified government)였던 2021년~2022년(제117대 의회) 굵직한 법들을 연방의회에서 통과시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 수립에 성공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로 피해를 본 서민을 위한 구제 금융법(American Rescue Plan Act), 낙후된 인프라 개선을 위한 투자법(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참전 용사를 위한 보건법(Honoring our PACT Act), 제한적이지만 총기 사용 규제를 강화하는 법(Safer Communities Act), 반도체 생산 및 연구 육성을 목적으로 한 지원법(The CHIPS and Science Act), 그리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이라는 이름의 친환경정책, 보건, 세제 관련법이 있었다. 이 중에서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 내 외국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과 일맥상통하는 동시에, 미국 정치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구체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정책의 효과를 체감하기에는 미국 내 물가가 너무 올랐던 점이 문제였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물가 현안이 주목을 받은 경우는 1980년 이후 2024년이 처음이다. 1980년 당시 재선을 노리던 카터(Jimmy Carter) 대통령은 오일 쇼크, 물가 상승, 주 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레이건(Ronald Reagan) 후보에게 패배하였다. 레이건 행정부 이후 미국 국내 현안으로 인플레이션은 주목받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자유무역이 확산되는 세계화 과정에서 미국 내 인플레이션 유발 요인들이 해외로 나가는 현상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다가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관세를 올려 자유로운 물품의 이동을 제한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급망에 교란이 생겼는데, 트럼프 행정부 말기와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 팬데믹으로 손해를 본 서민들을 구제하겠다는 목적으로 돈을 풀며 물가가 급속도로 상승한 것이다. 2022년 6월 물가상승률은 9.1%에 달했는데, 이는 카터 행정부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중반에 들어와서 물가상승률은 낮아진다. 2023년에 들어서는 물가상승률이 4% 미만으로 떨어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정보는 (1) 코로나 팬데믹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돈을 풀어 어쩔 수 없이 생긴 인플레이션을 (2) 임기 3년차 때부터는 확실하게 잡아 현재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는 것이었겠지만, 일반 유권자들이 느끼는 정서는 4년 전에 비해 물가가 올랐다는 사실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심지어 선거를 몇 달 앞두고 파월(Jerome Powell)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이자율을 낮추는 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물가를 잘 관리하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결정임을 인지하는 유권자의 수는 많지 않았다. 결국 인플레이션에서 비롯된 가계 경제의 어려움에 대한 심판으로서 선거 구도가 잡힐 수 밖에 없었다.   2. 트럼프 승리 원인: 불법이민과 국경 문제   불법이민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불법이민자 문제가 복잡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경제적 이유이다. 미국의 농축수산업은 불법이민자들의 노동력 없이는 운영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농업을 보면, 2000년대 중반 전체 노동자의 약 50%가 불법이민자였고, 2020년대에 들어서도 약 40%의 노동자가 불법이민자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불법이민자를 모두 추방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경제적 충격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노동력 부족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임금 인상 역시 야기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물가 상승 요인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법적 이유이다.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르면 미국 땅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받는다. 부모가 불법이민자라 할지라도 본인이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미국 시민권자이다. 이 상황에서 불법이민자를 색출하여 추방하는 정책을 강화하면 부모를 추방하고 아이는 미국에 두는 결정을 하거나, 아니면 불법이민자 부모와 시민권자 아이를 모두 추방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두 가지 방법 모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불법이민자 문제 및 이민법 개혁 문제는 난항을 겪었다. 2000년대부터만 봐도 부시(George W. Bush) 행정부에서 1.5세 불법이민자(부모의 손에 이끌려 어린 나이에 월경해 미국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시민권 부여 가능성까지 열어둔 법(Development, Relief, and Education for Alien Minors Act: DREAM Act) 논란이 뜨거웠고, 이 법이 의회에서 좌초됨에 따라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발효한, 1.5세 불법이민자에게 갱신 가능한 취업 기회를 주는 내용의 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그리고 이것을 폐기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 등이 잇달아 관찰된다. 역설적으로 2000년대 이후 유입되는 불법이민자의 수가 가장 작았고 불법이민자 추방이 가장 많았던 행정부는 오마바 행정부이다. 부시 행정부 때는 불법이민자의 유입이 심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 어느 정도 안정화된 불법이민자의 수는 트럼프 행정부 말기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였으나 코로나 때문에 급감했고,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면서 코로나 상황에서 벗어남에 따라 급증하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급증하는 불법이민자 문제를 직시하고 있었다. 임기 초기 해리스 부통령을 중남미에 보내 불법이민자 유입의 뿌리를 건드리고자 했으나 실패하였다. 그리고 연방의회에게 새로운 이민법 제정을 요구하였으나 이 역시 뜻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연방정부의 미온적인 반응을 참지 못한 주 정부(텍사스, Texas)가 주도적으로 국경 봉쇄를 시행하자, 국경 문제의 관할권은 연방정부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거는 사건도 발생하였다. 이 소송은 연방대법원에서 바이든 행정부(연방정부)의 승리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불법이민자 유입 문제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일각에서는 연방의회가 법을 만들어 이민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을 책임회피라고 보았다.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통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정치인들의 노력으로 상당히 많은 양의 공화당 입장이 반영된 초당적인 이민법 개정안이 연방상원에서 논의되었다. 2024년 초 민주당 머피(Chris Murphy), 무소속 시네마(Kyrsten Sinema), 공화당 랭포드(James Lankford) 상원의원이 초당적으로 발의한 이민법 개정안은 장외에 있던 트럼프의 반대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선거운동 기간에 좋은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이민 문제가 연방의회 내 합의로 선거 전에 마무리 되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뒤늦게 대통령의 직권으로 (전면적이지는 않은) 국경봉쇄를 실시하고, 그 결과 불법이민자의 유입량은 2024년 하반기에 눈에 띄게 줄게 된다. 하지만 불법이민자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불식시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3. 해리스 패배 원인: 임신중절 문제   임신중절 문제가 미국 정치의 핵심 의제가 된 것은 2022년 돕스 대 잭슨(Dobbs v. Jackson) 연방대법원 판결 때문이다. 이 판결은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사건에 의해 보장된 여성의 임신중절권을 크게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돕스 판결은 임신중절권의 보장 여부를 주 정부에게 맡겨야 된다는 판결인데, 적지 않은 수의 주 정부에서 과거보다 임신중절권을 크게 제한하는 주 법들을 만들어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일부 보수 성향이 강한 주에서는 임신중절권의 ‘완전 금지(full ban)’까지도 만들었는데, 강간 혹은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일 지라도 여성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임신중절을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는다. 이에 따라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이 현안은 핵심적인 의제가 되었고, 예상보다 그 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했던 여러 이유 중의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해리스가 임신중절 문제를 선거운동의 핵심 메시지로 삼은 이유는 이것이 트럼프와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돕스 판결은 연방대법원에서 6-3으로 결정된 것으로, 다수 의견을 제시한 판사들이 모두 보수 성향의 판사들, 즉 공화당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판사들이고, 그 중 세 명이 트럼프 행정부 때 지명된 판사들이라는 점이 부각 대상이었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지명한 세 명의 연방대법원 판사들이 아니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는 주장을 트럼프가 임신중절권 제한에 기여했다는 선거운동 레토릭(rhetoric)으로 만들어 접근했다. 그런데 문제는 트럼프가 직접적으로 임신중절권의 제한을 입에 담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 동안 트럼프는 임신중절권이 언급될 때 마다 말을 아꼈다. 따라서 트럼프와 임신중절권 간의 관계는 연방대법원이라는 매개를 통해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뿐이고, 이러한 간접적 관계를 일반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2022년 중간선거는 기본적으로 주 단위의 선거이기 때문에 주 정부에서 결정하는 임신중절권의 범위가 주요한 현안으로 작동했겠지만, 대통령 선거는 연방 단위의 선거이기 때문에 이 현안의 파괴력이 약했다. 게다가 2022년 판결 이후 2년이 지난 시점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이 현안을 재활용하는 데에서 비롯된 피로감 역시 무시하기 어려웠다.   4. 해리스 패배 원인: 민주주의의 위기   민주당이 적극 활용한 또 다른 현안은 ‘민주주의의 위기’ 담론이다. 이것은 2021년 1월 6일에 대선 결과에 불복한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이 연방의회 의사당에 침입한 사건을 환기시키면서 이 사건의 배후에 있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서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에 덧붙여 트럼프가 걸려있는 총 네 건의 형사소송도 언급되었다. 이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설득 될만한 부분이 많다. 2021년 1월 6일 의사당 침입 사건을 직접 이끌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조지아 주지사와 주무장관에게 전화하여 부정 선거임을 확인하라는 통화 기록은 공개된 바 있고,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데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부정선거론을 확산시켰기 때문에 대통령직에 어울리지 않은 인물이라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임기 중 두 번 연방하원에 의해 탄핵되었고, 러시아의 선거 개입을 도왔거나 방조했다는 혐의로 특별검사의 조사까지 받았을 뿐 아니라, 트럼프 1기 때 주요 보직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들 역시 트럼프가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 인물이라는 의견을 뒷받침해준다.   문제는 이 주장이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미 정치인과 유권자 차원에서 양극화(polarization)가 심화되었기 때문에 특정 정치인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은 정파적인 논리의 연장선에서 이해되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민주주의 위협’ 논리가 많은 일반 유권자들이 신뢰하지 않는 기성 정치권 혹은 기존 정치제도 수호의 논리로 들렸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내집단(in-group)과 외집단(out-group)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엘리트와 기성 정치인들로 구성된 외집단을 정책 결정과정에서 배제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이라고 믿는 유권자들에게 ‘위기에 봉착한 민주주의 수호’라는 메시지는 현상 유지 혹은 기득권 유지의 메시지로 잘못 읽힐 가능성이 컸다.   II. 2024년 선거에 나타난 유권자 지형 변화   그렇다면 트럼프의 승리를 가져온 유권자의 투표 행태는 어떠한가? 출구조사(exit poll) 결과를 보면 과거에 비해 소수인종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트럼프를 더 선택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물론 절대적인 수치만을 보면 여전히 소수인종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선호하고 있지만, 2008년과 2012년 소위 ‘오바마 연합’이 형성되었을 때의 수치와 2016년과 2020년 선거 결과와 비교해 보면 소수인종 유권자의 친공화당·친트럼프 성향이 확연하다.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 남성에게서 이러한 경향성이 크게 나타난다. 그러나 대졸 백인 여성 유권자들이 과거에 비해 민주당 후보를 더 지지했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에 기반해 공화당이 다인종 연합 정당이 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흑인·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재정렬(realignment)을 의미한다고 판단하기엔 시기상조이다. 미국 정치에서 통용되는 재정렬(남부 민주당 지지 백인 유권자들이 공화당으로 전향하는 긴 흐름)의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해 보면 성급한 결론은 곤란하다(Schickler 2016).   또한 이번 대선에서 고졸 백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고졸 백인 유권자들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상징적(문화적) 현안 입장에 의해 투표했음을 시사한다. 해리스가 흑인 여성 후보였다는 점, 최근 미디어 환경이 변함에 따라 미국 대도시 지역에서 벌어지는 지엽적인 범죄, 성 지향성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Pierson and Schickler 2024). 다음선거에서도 이러한 ‘문화전쟁(culture war)’이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를 나누는 주요 사안이 될 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번 대선의 주목할 만한 특징임에는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2020년과 달리 생애 최초 투표자들이 해리스보다 트럼프에게 더 많은 표를 주었다. 보통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유색인종 비율이 높고, 교육수준이 높으며, 다양성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서 민주당 친화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올해 여름 대학가를 강타한 친팔레스타인 시위(pro-Palestine protests)가 있을 때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다른 세대에 비해 20-30대에게서 친팔레스타인·반이스라엘(pro-Palestine·anti-Israel) 성향이 높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2020년 생애 최초 투표자들이 진보정당 후보 바이든을 더 많이 선택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2024년에는 보수정당 후보 트럼프를 더 지지했다는 것이 인플레이션 및 이민 문제 등 주요 선거 현안에 대한 입장이 반영된 결과인지, 아니면 근본적 선거 지형변화일지는 앞으로 추가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소수 인종 유권자와 생애 최초 유권자의 투표 행태에 변화가 관찰되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 나타난 투표행태 정보만을 보고 섣불리 미국 유권자의 지형 변화를 논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대졸자/고소득자의 정당’, 공화당은 ‘고졸자/저소득자의 정당’이라는 구도가 확연해졌다는 것이다(Grossman and Hopkins 2024).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이것은 유권자 지형만 보여줄 뿐 정당의 정책과 일치하지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고졸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구체적으로 폈던 것은 바이든 행정부이지 트럼프 행정부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1기는 감세 정책을 추진하여 고졸 노동자의 안녕에 도움을 주었을 수 있지만, 사실 2017년 감세법(Tax Cuts and Jobs Act)은 과거 공화당 주도의 감세법과 마찬가지로 부자들에게 더 큰 혜택을 주었다. 즉, 정책 차원에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저소득층 노동자 정당이고 공화당이 부유층 정당이다. 다만 공화당·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활용한 전략은 저소득층 노동자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화 현안’이다. 이민 문제, 인종 문제, LGBTQ 문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맥락에서 공화당의 통치 철학을 잘 요약해 주는 개념으로 금권주의 포퓰리즘(plutocratic populism)을 주목해야 한다(Hacker and Pierson 2020). 이 개념은 1980년 이후, 더 짧게는 민주당이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받아들인 1992년 이후 미국 정치의 현주소를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준다. 금권주의 포퓰리즘의 내용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공화당은 1980년 레이건 이후 ‘가진 자(haves)’의 정당이었음. 공화당은 집권할 때 마다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민영화 등의 ‘가진 자’의 의제를 충실히 정책으로 실현시켰음.   2) 공화당의 정책들은 심각한 경제 불평등을 낳음(시장과 정치 간 고리를 외면하는 경제학자들은 다른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정책이 불평등을 심화시켰음’을 검증한 정치학 연구들은 무수히 많음).   3) 실제로 미국의 정치 제도를 보면 ‘금권주의(plutocracy)’라고 부를 만한 요소들이 많음. 대표적으로 선거자금법. 2010년 시민연합 대 연방선거관리위원회(Citizens United v. FEC)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슈퍼팩(Super-PAC)을 비롯한 ‘가진 자’의 큰 손이 선거 및 정책 결정과정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함.   4) 그런데 ‘가진 자’에게 하나의 큰 장애물이 있음. 그것은 ‘일인일표제’에 근거한 민주주의 선거제도임. 억만장자인 자기도 한 표고, 가난한 노숙자도 한 표임. 아무리 돈이 많고, 아무리 유력 정치인들과의 네트워크가 있다 해도, ‘가진 자’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없음.   5) 이에 사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극소수의, 공화당을 적극 지지하는 ‘가진 자’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됨. 그 와중에 발견한 것이 문화전쟁 전선임. 개신교 가치관, 전통적인 가족관, 오랫동안 유지되어왔던 인종 간 위계질서,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국가정체성 등을 활용하여 넓은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자 함(그러나 정작 ‘가진 자’ 자신들은 이것에 관심 없음).   6) 다시 말해 공화당은 (1) 극소수의 ‘큰 손’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정당인데, (2) 선거 목적으로 전통 가치관·국가정체성을 활용해 ‘가지지 못한 자’들의 표를 확보하는 정당이라는 이야기임. 첫 번째 부분이 금권주의, 두 번째 부분이 포퓰리즘, 합쳐서 금권주의 포퓰리즘임.   트럼프가 1기 행정부 때 감세법을 제외하고는 고졸 백인 노동자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편 적이 없다는 사실, 역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그들의 이익을 위한 산업정책 정책을 폈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다는 사실은 금권주의 포퓰리즘의 맥락에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III. 민주당의 미래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는 겉으로 보아 1980년대부터 시작된 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종말을 의미한다. 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감세를 통해 투자를 촉진하며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냉전 종식 후 미국은 다자주의적 자유무역을 지향하며 글로벌 경제와의 연결을 강화했지만, 이러한 경제정책은 결국 경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해외로 일자리가 유출되고, 전통적인 제조업 지역의 경제가 침체되면서, 많은 중산층 유권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로 인해 트럼프는 ‘시골의 고졸 백인 기독교 신자 남성’들의 표심을 파고들며, 그들의 불만을 정치적 자산으로 변환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정책을 보면 여전히 부유층 친화적인 흔적이 남아있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 1992년 클린턴(Bill Clinton)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유지하고 있었던 자유주의 경제정책의 후폭풍을 2016년 선거에서 쓰라리게 경험한 바 있다. 뉴딜 연합의 일원으로서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해 왔던 고졸 백인 노동자 계층이 트럼프 쪽으로 기울어짐에 따라 예상치 못한 패배를 맛보았던 것이다. 이에 근본적인 태세 전환을 시도하여 내세운 바이든이 2020년 백악관을 탈환하면서 노골적인 친노동, 친노조 정책을 취하게 된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유사했다는 점, 그리고 대내적으로는 민주당 내 급진파인 샌더스(Bernie Sanders)의 목소리와 유사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바이든이 가져온 민주당 내 변화가 2024년 선거의 승리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은 앞으로 민주당의 미래를 점검하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   전술한 바와 같이 해리스의 패배는 기본적으로 거시경제적 요인의 함수이다. 그러나 흑인 남성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지지를 과거에 비해 덜 얻었다는 점, 생애 첫 유권자의 지지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이 고졸 백인 노동자들의 동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곱씹어 볼만한 지점이다. 일각에서는 사회문화 현안에서 민주당이 취하고 있는 진보적 입장, 즉 ‘정치적 올바름성(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대중의 반발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민주당이 선거에서 선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Lilla 2018). 하지만 이 주장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선 해리스의 선거운동은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를 강조한 바 없다. 트럼프 선거운동도 트랜스젠더에 대한 광고를 제외하고는 2016년 혹은 2020년에 비해 문화 현안에 집중하지 않았다. 만약 정체성 정치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쳤다면 2020년에 왜 바이든이 승리했는지를 설명하기 어렵다. 2020년은 공권력에 의한 플로이드(George Floyd) 사망사건이 촉발시킨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극에 달해 있었던 시기였는데 말이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2024년 선거를 복기하면서 나오는 분석이 2004년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것이다. 2004년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의구심과 사회 기저에서 흐르고 있는 문화적 자유주의(예를 들어 동성간 결혼 합법화 및 줄기세포 활용)가 얽혀있던 시기였다. 2000년 논쟁의 여지가 있는,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된 부시의 재선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결과는 민주당 후보 케리(John Kerry)의 패배였다. 이 결과를 복기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일반 국민들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이성적으로만 접근한다는 점(Westen 2007), 동성간 결혼과 같은, 시골 백인 중산층에게 인기 없는 현안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Frank 2004) 등이 지적되었다. 하지만 이 지적사항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크게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민주당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 오바마를 내세워 승리를 거둔다.   문제는 오바마 당선부터 새롭게 대두된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에 대한 반발이 정치권을 휩쓴 것이다. 우선은 오바마 당선에 큰 도움이 되었던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월가(Wall Street)의 이익을 대변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취했다. 망해가는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해 동원된 막대한 세금에 많은 유권자들이 불만을 표출했고, 이는 ‘티파티 운동’으로 이어진다(Skocpol and Williamson 2012). 이 운동은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대승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한편, 오바마의 인종 정체성이 본격적으로 정치 현안이 되었다. 대표적으로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아 미국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는 음모론(birther conspiracy)의 확산을 주목해야 한다. 이 음모론의 재생산에 앞장섰던 인물이 트럼프였다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는 2012년 재선에 성공했다.   2008년과 2012년 오바마의 정치적 성공은 민주당으로 하여금 진보적인 방향으로 미국이 움직이고 있다는 착각을 가져다 주었다. 2015년 연방대법원이 동성간 결혼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오버거펠 대 호지스 사건(Obergefell v. Hodges)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은 이제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Hillary Clinton)을 배출한 준비가 되어있다고 믿었다. 이 연장선상에서 다음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은 히스패닉, 흑인 여성, 동성애자 등으로 꾸며지게 된다. 2020년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 중에서 백인 남성은 바이든과 샌더스 밖에 없었다. 나머지 후보들은 여성(Elizabeth Warren, Amy Klobuchar), 흑인(Cory Booker), 흑인 여성(Kamala Harris), 아시아계(Andrew Yang), 히스패닉(Juan Castro), 게이(Pete Buttigieg) 등이었다. 이 때 민주당은 전통적 이미지의 중도 성향 후보 바이든을 선택하였고, 좋은 결과를 낳았다.   공교롭게도 2016년과 2024년 여성 혹은 소수인종 후보를 내어 실패한 민주당은 미국 사회에 내재된, 그리고 아마도 트럼프의 등장으로 증폭된 성·인종차별주의의 물결을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2028년에 백악관을 탈환하기 위해서는 ‘젊은 바이든’으로 불릴 수 있는 중도성향의 백인 남성 후보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고려도 필요하다. 만약 민주당을 이탈한 고졸 백인 노동자 계층의 포섭이 필요하다면 중도성향보다는 조금 더 노동친화적인 입장을 보이는 ‘젊은 샌더스’를 키워야 할 것이다. 바이든은 중도성향으로 시작하여 집권 후 친노동 성향으로 전환한 경우이다. 해리스의 실패는 그녀의 정체성(성 및 인종)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월가를 비롯한 기득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정체성 정치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고졸 백인 유권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젊은 백인 남성 후보가 필요하다. 이 범주에 속하는 인물로는 현재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 주지사 샤피로(Josh Shapiro)와 켄터키(Kentucky) 주지사 배쉬어(Andy Beshear) 등이 있다.   한편 민주당에서 2004년 패배에서 2008년 승리로 간 공식을 재현한다고 결심하면 맞불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문화 현안 혹은 경제 현안에서 급진적인 입장을 보이는 후보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다. 이 범주에는 수많은 정치인들이 존재한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뉴섬(Gavin Newsom), 교통부장관 부티지지(Pete Buttigieg), 급진파 여성 연방하원의원 오카시오-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 미시간 주지사 휘트머(Gretchen Whitmer) 등이 있다.   역사적으로 민주당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는 집단들이 공존하는 정당이었다(Grossman and Hopkins 2016). 뉴딜 연합은 중공업지대의 노동자, 이민자, 소수 인종뿐만 아니라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자인 남부 백인까지 끌어안은 집단이었다. 오바마 연합도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 노동자와 소수인종 및 대졸자 엘리트를 묶은 집단이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가치와 이념에 기반한 공화당에 비해 변화의 폭도 크고, 모순되는 정책을 생산하기도 한다. 트럼프화된 공화당과 경쟁하기 위해 민주당이 어떠한 정체성을 띠어야 하는지를 단언하기는 어려우며, 클린턴에서 오바마로 이어진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유지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곧 친노동, 친소수자 정당으로 고착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선거자금 동원과 지출이 자유로운 미국 선거 맥락에서 ‘큰 손’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기란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   참고 문헌   Frank, Thomas. 2004. What’s the Matter with Kansas? How Conservatives Won the Heart of America. New York: Metropolitan Books.   Grossman, Matt, and David A. Hopkins. 2024. Polarized by Degrees: How the Diploma Divide and the Culture War Transformed American Politics.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Grossman, Matt, and David A. Hopkins. 2016. Asymmetric Politics: Ideological Republicans and Group Interest Democrat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Hacker, Jacob S., and Paul Pierson. 2020. Let them Eat Tweets: How the Right Rules in an Age of Extreme Inequality. New York: W. W. Norton.   Lilla, Mark. 2018. The Once and Future Liberal: After Identity Politic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Pierson, Paul, and Eric Schickler. 2024. Partisan Nation: The Dangerous New Logic of American Politics in a Nationalized Era.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Schickler, Eric. 2016. Racial Realignment: The Transformation of American Liberalism, 1932-1965.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Skocpol, Theda, and Vanessa Williamson. 2012. The Tea Party and the Remaking of Republican Conservatism.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Westen, Drew. 2007. The Political Brain: The Role of Emotion in Deciding the Fate of the Nation. New York: Public Affairs.     ■ 하상응_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이소영, EAI 연구보조원     문의 및 편집: 02 2277 1683 (ext. 205) | sylee@eai.or.kr  

하상응 2024-12-16조회 : 832
워킹페이퍼
[트럼프 복귀와 미국 시리즈] ①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양극화 정치

Ⅰ. 2024년 미국 대선 분석 및 국내 정치 전망   2024년 11월 5일에 치러진 선거는 여러 차원에서 예상을 뛰어넘었다. 한 마디로 일찍 개표 결과가 완료된 트럼프(Donald J. Trump)의 완승이었다. 7개의 경합주를 모두 휩쓴 이번 선거 결과는 2016년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처음 등장해서 여론 조사 예측과 달리 힐러리(Hillary Clinton) 후보에게 낙승했던 시기 와도 비교할 만하다. 더구나 팬데믹 이후 사전 투표(early voting)가 활성화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7개의 경합주들 중 개표 완료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들이 꽤 있었다. 지난 2020년 대선 당시에는 화요일 선거의 최종 결과가 토요일에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대선 결과는 예측과 빗나갈 정도의 속전속결이었다. 특히 위스콘신(Wisconsin)과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 주가 대선 이전에 선거법을 개정해서 소위 밤샘 개표를 가능하도록 한 점이 이유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대선 기간 내내 박빙의 여론 조사 결과를 보여 왔고, 대선 결과 판정에 적어도 며칠은 걸릴 것이라던 많은 선거 전문가들의 전망이 모두 맞지 않는 선거 및 개표 결과였다.   트럼프 후보의 완승으로 끝이 난 이번 선거에서는 공화당 후보가 7개 경합주를 모두 석권했을 뿐만 아니라 2004년 대선 이후 최초로 총 득표수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앞선 결과가 나왔다(그림 1 참조). 이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현직인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인 케리(John Kerry) 상원 의원을 선거인단과 총득표 모두에서 이겼던 상황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는 선거에서 낙승한 차원을 넘어서서 공화당이 소위 “트럼프 연합(Trump Coalition)”을 형성했다는 평가까지 존재한다.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가 행한 투표 분석 중, 특이한 점은 거주지, 교육 수준, 인종 구성, 연령 등 다양한 차원에서 트럼프 지지도가 이전 대선보다 높아졌다는 사실이다(그림 2 참조). 백인 구성이 절반 미만인 290개 카운티(county)들에서는 지지율이 7퍼센트 포인트 올랐으며 흑인 유권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도 트럼프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특히 흑인 남성 득표가 차이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투표한 유권자들 중 71퍼센트가 백인 유권자였는데, 이는 지난 1992년 미국 대선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사실 가장 커다란 지지율 변화는 라티노(Hispanic) 인구가 1/4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들에서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라티노 지지를 확보했었는데, 이번에는 9퍼센트 포인트를 상회하는 지지율 증가를 기록한 셈이다. 이는 소수 인종이나 청년, 여성 등에 의존하는 정체성(identity) 선거 방식을 활용해 왔던 민주당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지점이다. 심지어 트럼프 등장 이후 오히려 민주당으로 지지가 편향되어 왔다고 알려졌던 대학 재학 이상의 고학력 유권자 그룹 역시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를 더욱 증가시킨 것으로 확인된다.   <그림 1> 대선 총 득표수 비교 <그림 2> 대선 지지율 변화 비교 출처: 270 To Win 2024. 출처: The New York Times 2024.   이번 2024년 미국 대선의 트럼프 승리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지표 또한 존재한다. 우선 총 득표에서 트럼프가 앞선 것은 맞지만, 해리스(Kamala Harris)와의 차이가 11월 21일 기준 1.6퍼센트 포인트에 불과하며 개표가 완전히 종결되면 더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었다. 또한 늘 그렇듯이 미국 대선은 50개 주 중 불과 몇 개의 경합주에 의해 그 결과가 좌지우지 되는데, 이번에도 미시건(Michigan), 위스콘신, 펜실베니아 세 곳에서의 23만 5천명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는 분석이 있다. 보통 대통령 선거의 완승은 의회 선거 관련 “후광 효과(coattail effects)”로도 증명이 되나 이번 선거는 그렇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Edwards III 1979; 서정건 2021). 다시 말해, 이번 연방 상원 선거의 경합주였던 애리조나(Arizona), 네바다(Nevada), 미시건, 위스콘신, 펜실베니아 중 4곳에서 민주당이 의석을 지켰고, 펜실베니아 한 곳에서만 공화당에게 패배했다. 펜실베니아 선거조차도 현역 상원 의원이 선거 후 거의 20일만에 패배를 시인할 정도로 초박빙 승부였다. 따지고 보면 이번 선거를 통해 공화당이 새 상원의 다수당이 된 이유는 몬태나(Montana), 오하이오(Ohio), 그리고 웨스트 버지니아(West Virginia) 등 공화당 초강세 지역에서 상원 선거를 이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원 선거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새로 한 석을 추가했으며 결국 내년 1월 3일에 개원하는 119대 하원에서 의석 분포는 공화당 220명, 민주당 215명으로, 역대급의 작은 의석 수 차이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편 내년 1월 3일에 개원하는 새 연방 상원에서 공화당이 53석을 확보했다는 것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과반을 넘는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트럼프 입법 사안 중 예산 조정 절차(budget reconciliation)에 태울 수 있는 법안들의 통과 가능성이 올라갔다는 점이다. 트럼프 시대와 바이든 시대 들어 가장 중요한 두 개의 법안, 즉 2017년 트럼프 세금 인하법(Tax Cuts and Jobs Act of 2017)과 2022년 바이든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 모두가 상원에서 필리버스터 규칙의 적용 없이 단순 과반으로 통과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서정건 2023). 한편 지난 11월 13일 공화당 상원에서는 당선자까지 포함한 총 53명이 참여하여 새 원내 대표를 선출하는 표결이 있었다(그림 3 참조). 선거 직전까지 숀 해너티(Sean Hannity), 터커 칼슨(Tucker Carlson), 일론 머스크(Elon Musk) 등 트럼프의 최측근들이 대대적으로 나서서 스콧(Rick Scott, R-FL) 상원 의원을 지지하고 뜐(John Thune, R-SD) 의원을 저지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막판까지 누구에게도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고 결국 2차 투표에 가서 뜐 의원이 코닌(John Cornyn, R-TX) 의원을 물리치고 새 상원의 공화당 원내대표로 등극하는데 성공하였다. 사실 뜐 의원이나 코닌 의원은 모두 전통파 상원의원으로 분류된다. 이들의 합산 표는 40명으로, 스콧 의원이 얻은 13명보다 월등히 많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뜐 의원의 경우, 트럼프와 대립하는 유형이라기보다는 조용히 상원을 운영하면서 사안별로 트럼프와 공화당 온건파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 예컨대 트럼프가 요구하는 휴회 중 장관 임명(recess confirmation) 같은 변칙적인 의회-행정부 관계 변화에 대해서도 다소 순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스콧 의원처럼 상원 의회 규칙관을 교체하거나 필리버스터를 없앤다는 등의 과격한 상원 변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공언한대로 난민 신청을 엄격하게 만든 강경 이민법안의 경우, 상원 규칙관에 의해 필리버스터 적용 법안이 되므로 이는 의회를 통과하기 어렵게 된다(손병권 2021).   <그림 3> 119대 상원 공화당 원내 대표 당내 선거 출처: The Hill 및 저자 계산.   하원의 경우 마이크 존슨(Mike Johnson) 현 하원 의장이 지난 13일 공화당 내부 선거에서 경쟁자 없이 차기 하원 의장 후보로 선출되었다. 트럼프는 당선자 신분으로 하원 공화당 의원들을 만나서 존슨 의장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공언하였고, 존슨 의장은 트럼프를 두고 “돌아온 왕(comeback king)”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원 공화당의 비공개 회의에서 구두 표결(voice vote)을 통해 공화당 하원 의장 후보 자리를 차지한 존슨에 대한 진정한 도전은 내년 1월 3일 하원 의장 선출 과정이 될 것이다. 공화당 내부의 프리덤 코커스 등 강경파 의원들이 존슨 의원을 완전히 지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118대 하원 개원 당시처럼 하원 의장을 뽑지 못해 대혼란이 벌어진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일단 낮아 보인다. 다만 사안에 따라 얼마든지 존슨 의장에 대한 반란표가 등장할 수 있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 역시 2기 행정부에서 공화당 하원 강경파 의원들을 상대로 예상보다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II. 양극화 시대의 미국 대선과 정당 정치   이론적 차원에서 생각해 볼 때는 우선 1980년 레이건 승리 미국 대선과 이번 대선을 비교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에 가장 크게 기여한 요소라 볼 수 있는 인플레이션 상황이 유사하다. 미국 경제의 쇠락 및 2차 석유 파동 이후 역대 급으로 높아진 물가 수준 및 에너지 위기를 놓고 당시 민주당 대통령이었던 카터(Jimmy Carter)는 구체적인 정책이나 대국민 레토릭(rhetoric) 차원에서 모두 실패했다. 집안에 난방기를 끄고 옷을 두껍게 입으라는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미국 국민들은 분노했고, 반대로 카터를 비롯한 모든 정치인에게는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정책 처방이 없었다. 통상적으로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려고 하지만 높아진 카드 및 대출 이자를 물어야 하는 일반 서민들에게는 정치적으로 역효과만 불러일으키게 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1980년 대선에서 카터가 레이건(Ronald Reagan)에게 패배한 이후 미국의 어떤 대선에서도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선거 이슈가 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이번 대선에서 인플레이션이 미칠 정치적 파괴력에 대해 지난 44년 동안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과 전망이 거의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잘 알려진 대로 1980년 레이건 혁명(Reagan Revolution)의 또 다른 중요 차원은 1932년 루스벨트 당선 이후 건설된 뉴딜 연합(New Deal Coalition)의 시대를 마감했다는 점이다. 1800년 제퍼슨 당선(Revolution of 1800) 이후 100년도 훨씬 넘게 미국은 적극적 정부라는 개념을 알지 못했고, 인정하지 않았다. 대공황을 겪는 과정과 2차 대전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루스벨트는 연방 정부가 국민들을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정책과 메시지를 내놓게 된다. 이 과정에서 행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었고, 뉴딜 연합은 루스벨트의 4선 및 트루먼(Harry S. Truman)의 페어딜(Fair Deal) 정책으로 미국 정치의 새 판을 짜게 된다. 또한 뉴딜 연합의 공고함은 정책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향후 선거 승리를 담보할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 구축 차원에서도 발견된다. 도시 거주민, 흑인 유권자, 유태계 미국인, 여성 및 청년층을 동원하여 만들어진 뉴딜 선거 연합은 이후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 전략뿐만 아니라 의회 권력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서도 민주당에게 사활적인 요소가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효율적인 관료제는 방만한 운영으로 비판 받게 되었고, 지나친 정부 간섭으로 둔갑하면서 1980년 레이건 혁명을 통해 해결책이 아닌 문제점으로 치부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이번 대선과 관련된 두 가지 사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림 4> 1980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비교 출처: 270 To Win 2024.   첫째, 정부효율성위원회(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라 명명된 기관을 통해 트럼프가 연방 관료제 혁파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국가 성격을 둘러싼 오래된 논쟁과도 연결되는데, “약한 국가(Week State)” 대 “강한 국가(Strong State)” 논쟁에 이어 소위 “깊숙한 국가(Deep State)” 개념이 부각되고 있는 중이다. 예의 공화당 정권에서 늘 있었던 문제 제기임에 틀림없을 뿐만 아니라 스코우로넥 등(Skowronek, Dearborn, and King 2021)의 지적대로 모든 대통령들은 자신의 행정부를 새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런데 1기 행정부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2기 행정부의 최대 개혁 안건을 들고 나온 트럼프의 향후 행보는 의미심장하다. 1기 행정부 당시 절반을 채우지 못한 인사 조직 및 기존 제도권 인사들에 의해 자신의 통치가 방해 받았다고 굳게 믿는 트럼프는 선거 기간 동안에도 집권하면 척결할 대상으로 “깊숙한 국가, 전쟁주의자들(warmonger), 그리고 세계주의자들(globalists)”을 꼽은 적이 있을 정도이다. 연방 행정부 개혁 문제는 의회의 권한 이양(delegation)과 행정부의 재량 권한, 공무원의 중립성 의무 및 보호와 민주적 책임성, 그리고 기관 쟁의를 둘러싼 사법부의 판결 및 주장 등 가히 미국 정치의 전체를 아우르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Crouch, Rozell, and Sollenberger 2020). “깊숙한 국가” 논쟁은 단일 행정부 이론(unitary executive theory)과 더불어 향후에도 미국 정치학의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머스크와 라마스와미(Vivek Ramaswamy) 같은 트럼프 못지 않게 예측 불허의 인사들이 위원회(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를 주도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미 월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기고를 통해 규제 혁파, 인원 감축, 비용 절감 등의 입장을 밝힌 두 공동 위원장의 향후 행보가 집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림 5> 2024년 미국 대선과 트럼프 지지율 선회 출처: The New York Times 2024.   둘째, 1980년 레이건의 승리가 뉴딜 연합의 한 축인 적극적 정부 개념을 공략함으로써 미국 정치를 다시 작은 정부 시대로 되돌려 놓았다면,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승리는 뉴딜 연합의 또 다른 축인 정체성 정치를 흔들어 놓았다는 점이 흥미롭다(서정건 2019). 사실 1980년과 1984년의 공화당 압승 이후에도 정체성 전략은 2008년 오바마 대선에 이르기까지 그 명맥을 공고하게 유지해 왔다. 소수 인종 및 여성, 청년 표심은 기본적으로 70 대 30 비율 이상으로 민주당에게 쏠렸고, 민주당의 정당 기반이 되어 왔다. 다만 슈머(Chuck Schumer)로 상징되는 민주당과 월스트리트의 결탁, 노조와의 약해진 유대감, 기후 위기를 둘러싼 엘리티즘(elitism)의 가능성 등은 2008년 흑인 대통령 등장과 2016년 아웃사이더 트럼프 등장 이후 백인 노동자 유권자들의 공화당 흡수를 촉발시켰다. 물론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과반을 넘는 라티노 남성의 지지 및 흑인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 상승을 거둔 것에 대해 섣부른 예단은 어렵다. 민주당 후보가 흑인 여성이었고 불법 이민 문제가 첨예한 상황에서 라티노 남성 유권자들의 표심 변화를 항구적인 것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트럼프 당선을 통해 만들어진 젠더(gender)와 인종(race) 간의 결합 문제는 향후 미국 정치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림 5>는 거주지, 인종, 학력, 산업, 세대(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등 전 영역에서 늘어난 트럼프 지지세를 보여준다.   2024년 미국 대선이 향후에 중대 선거(critical election)라고 구분될 수 있을지를 전망하기에는 당연히 아직 이른 시점이다. 미국의 역사상, 학자들 간에 합의를 이룬 중대 선거들로는 대체로 평균 약 40년을 주기로 다음의 대통령 선거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연방 정부가 아닌 주 정부 중심으로의 미국 정치 회귀와 지속을 확정 지었던 1800년 제퍼슨(Thomas Jefferson) 선거, 엘리트가 아닌 대중 중심의 정치와 선거 시스템을 새로 구축한 1828년 잭슨(Andrew Jackson) 선거, 공화당을 창당하여 향후 남북전쟁이라는 전대미문의 내전을 촉발하고 노예제 폐지 및 공화당 일당 체제를 만들어낸 1860년 링컨(Abraham Lincoln) 선거, 포퓰리즘을 저지하고 산업 및 금본위제를 중심으로 한 국가 발전 방향을 정립했던 1896년 맥킨리(William McKinley) 선거, 적극적 정부 개념을 사상 최초로 도입하여 미국의 정부와 시장, 권력과 국민 간의 관계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은 1932년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 선거, 그리고 뉴딜 연합을 혁파하면서 세금 인하 및 강한 국방이라는 정통 보수 이념의 작은 정부 시대를 개척한 1980년 레이건 선거 등이 중대 선거로 알려져 있다. 2024년 미국 대선이 시기적으로 보면 1984년 레이건의 압승 재선에 이어 40년 만에 치러진 선거임에 틀림없다. 앞서 지적한대로 레이건 대선이 작은 정부 회귀라는 이념적 차원에서의 중대 선거였다면, 이번 트럼프 선거가 정체성 정치의 약화라는 현실적 차원에서의 중대 선거였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마치 1860년 링컨 선거가 잭슨 민주당 시대로부터 공화당 전성시대로의 전환을 이루어 냈던 것에 비해 1896년 맥킨리 선거가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William Jennings Bryan) 주도 하의 민주당 포퓰리즘을 흔들어 놓았던 것과도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트럼프 시대를 전망해 보자면, 내년 119대 상원에서 트럼프 내각 인준 절차라든지 트럼프 세금 인하법 연장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축소)폐기 등 중요 법안들의 경우, 단순 과반, 즉 50명이 찬성하면 된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트럼프 내각 인준을 좌초시키거나 단순 과반 법안을 부결시키기 위해서는 공화당 상원 의원 4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4명의 후보로는 소위 “C2M2” 의원들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콜린스(Susan Collins, R-ME), 캐서디(Bill Cassidy, R-LA), 맥코넬(Mitch McConnell, R-KY), 머카우스키(Lisa Murkowski, R-AK)가 그들이다. 이 중 콜린스, 캐서디, 머카우스키 의원은 2021년 2월 트럼프 2차 탄핵 당시 찬성표를 던졌던 의원들이다. 맥코넬 의원은 2026년에 은퇴하는 전통파 의원으로서 트럼프와 종종 대립했던 적이 있다. 이 중 콜린스와 캐서디 의원은 2026년 선거에 나서야 하는데, 콜린스 의원이 대표하는 핵심 주는 해리스가 이겼던 주이다. 캐서디 의원이 대표하는 루이지애나(Louisiana) 주는 소위 정글 프라이머리(jungle primary)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 캐서디 의원이 예비 선거에서 낙마할 일이 없으므로 트럼프의 압력이 덜한 곳이라고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만일 이들 4명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단합하여 반대표를 던진다면 트럼프 어젠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2026년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은 20명의 현역 의석을, 민주당은 13명의 현역 의석을 지켜야 하지만 공화당 쪽에서 재선이 불확실한 의원은 콜린스와 틸리스(Thom Tillis, R-NC) 정도 밖에 없다. 이에 비해 민주당 쪽은 오소프(Jon Ossoff, D-GA)와 피터스(Gary Peters, D-MI) 등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임기 4년 동안 적어도 연방 상원은 공화당 다수당 지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III. 트럼프 2기 행정부 전망의 정치학   2024년 미국 대선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전망하는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며, 향후 이번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다양한 실증 자료들이 향후 더 많이 분석되어야 한다. 2024년 대선의 총 득표율조차도 현재 AP 통신(AP News) 전망과 쿡 리포트(Cook Report) 데이터가 다를 정도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아직 취임도 전에 무수한 논란을 낳고 있는 충성파 인선이 가져올 파장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트럼프 주도 하의 단점 정부(unified government)가 내년 1월에 시작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1기 행정부 당시에도 첫 2년간인 2017년과 2018년은 단점 정부 상황이었다. 당시에도 행정 명령 위주의 정치, 트위터를 통한 혼돈의 메시지 정치, 김정은 위원장과의 싱가포르 회담 등 탑 다운(top-down) 방식의 정치를 통해 미국 정치 시스템과 무관한 리더십을 보인 대통령이 트럼프였다. 오직 충성파들로 채워진 내각을 중심으로 4년이라는 짧은 기간을 종횡 무진할 트럼프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2기 전망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트럼프의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중요하다. 이는 수정헌법 22조에 의해 2028년 대선에 나설 수 없는 4년 임기의 트럼프 대통령 시대와 직결되어 있다. 일반적인 예측으로는 이민 문제가 1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민 이슈를 다루기 위한 백악관 내 책임자(czar)도 임명해 둔 상태이고 자신의 최측근인 밀러(Steve Miller) 역시 주도권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우선순위이지만 이는 러시아의 푸틴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라는 또 다른 주요 행위자들의 전쟁 관련 선택들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시간을 요한다고 볼 수 있다. 중국과의 통상 문제 역시 정책 우선순위에 속한다. 관세를 최상의 정책 도구라고 믿는 트럼프가 이를 무기로 휘두를 나라가 중국이며, 대통령의 적극적인 정치적 리더십을 쉽게 보여줄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들은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가 아닐 수 있다는 현실을 시사한다. 더구나 북한 문제가 트럼프 정책으로 연결되려면 미국정치화(Americanization) 절차가 필요한데, 지난 번 북미정상회담 이후 이 과정이 얼마나 생략된 채 트럼프가 전격적으로 이슈화 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이다.   한편 또 다른 고려 사항은 일각의 분석과 달리 트럼프의 외교 정책 관련 권한이 레임덕(lame-duck) 현상과 상관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력의 시간은 두 번째 임기 첫 해 정도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 해에는 대통령 소속 정당이 고전하는 중간 선거가 정해져 있고, 3년 차부터는 모든 언론과 정당 내부 사정이 차기 대선 주자들에게 관심을 쏟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이러한 분석이 대통령의 의회 관련 국내 정치에 주로 국한된다는 사실이다.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이 재선 후 첫 해인 2005년에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 개혁과 관련하여 주식 시장을 이용한 일부 사립화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패한 적이 있다. 이처럼 국내 정치 관련 재선 대통령의 권력에서는 주로 레임덕 현상이 비교적 속히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히려 외교 정책과 관련된 영역에서는 자신의 치적(legacy)을 쌓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일반적으로 보인다. 일례로 클린턴 대통령의 대북 유화 정책이나 중국과의 자유 무역 정책 모두 재선된 임기의 마지막 해에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민 정책, 세금 정책, 연방 정부 개혁 등 우리에게 덜 중요한 미국 국내 이슈들은 중간 선거 이전에 단점 정부 상황에서 트럼프가 밀어 붙일 가능성이 큰데 비해, 안보와 통상에 이르는 대외 정책은 트럼프 4년 내내 트럼프가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둘째, 트럼프의 정책 우선순위가 정해지면 이들이 행정 명령으로 집행 가능한 것들인지 아니면 의회의 승인 혹은 폐기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들인지 분석해 보아야 한다. 관세 부과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중국에 대한 60퍼센트 이상의 관세 정책은 행정 명령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전 세계 모든 수입품들에 대한 10퍼센트 보편 관세의 경우 절차상의 흠결을 이유로 진보 성향의 연방 판사(federal judge)에 의한 집행 정치 가처분 신청 상황을 상정해 볼 수도 있다. 이민 정책 관련해서도 불법 이민 추방 같은 과격한 정책은 행정부 주도 하에 행정 명령으로 가능하지만 사법부의 제동 역시 작동할 수 있다. 예컨대 난민 지위 신청을 엄격하게 만드는 법안의 경우 상원의 필리버스터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입법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 반도체 과학법(CHIPS and Science) 역시 상원의 필리버스터에 막혀서 폐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경우 단순 과반으로 폐기가 가능하지만 공화당 지역구에 집중된 혜택들로 인해 정치적으로 복잡한 국면을 맞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의 정책들이 행정 명령 차원에서 진행될지 아니면 의회 및 사법부와 연결되는지를 둘러싸고 구체적인 정책의 성공 가능성이 결정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또 다른 4년이 미국 정치의 완벽한 변화(transformation)의 시기로 귀결될 것인지 아니면 4년을 건너뛰어 만들어진 또 다른 일탈(aberration) 시대로 종결될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치의 모든 사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한다. ■   참고 문헌   서정건. 2019. 『미국 정치가 국제 이슈를 만날 때: 정쟁은 외교 앞에서 사라지는가 아니면 시작하는가』. 서울: 서강학술총서.   ______. 2021. “미국 117대 의회 선거와 미국 정치 변화” 『의정연구』 27, 1: 197-204.   ______. 2023. “미국 국내 정치와 경제 안보: 미국은 중국을 ‘어떻게’ 견제하는가?” 『국가전략』 29, 3: 5-31.   손병권. 2021. “미국 의회 예산조정절차의 정파적 성격과 활용에 대한 경험적 검토” 『한국정당학회보』 20, 4: 5-42.   Bloch, Matthew, Keith Collins, Robert Gebeloff, Marco Hernandez, Malika Khurana and Zach Levitt. 2024. “Election Results Show a Red Shift Across the U.S. in 2024.” The New York Times, November 6. https://www.nytimes.com/...shift.html.   Conley, Patricia H. 2001. Presidential Mandates: How Elections Shape the National Agenda.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Edwards III, George C. 1979. “The Impact of Presidential Coattails on Outcomes of Congressional Elections,” American Politics Quarterly 7, 1: 94-108.   Levitt, Zach, Keith Collins, Robert Gebeloff, Malika Khurana and Marco Hernandez. 2024. “See the Voting Groups That Swung to the Right in the 2024 Vote.” The New York Times, November 8. https://www.nytimes.com/...victory.html.   Skowronek, Stephen, John A. Dearborn, and Desmond King. 2021. Phantoms of a Beleaguered Republic: The Deep State and the Unitary Executive.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Jeffrey P. Crouch, Mark J. Rozell, and Mitchel A. Sollenberger. 2020. The Unitary Executive Theory: A Danger to Constitutional Government. University Press of Kansas.   270 To Win. 2024. “2024 Presidential Election Interactive Map.” https://www.270towin.com/.     ■ 서정건_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이소영, EAI 연구보조원     문의 및 편집: 02 2277 1683 (ext. 205) | sylee@eai.or.kr  

서정건 2024-12-12조회 : 2104
워킹페이퍼
[트럼프 복귀와 미국 시리즈] ② 미국 통상정책의 현재와 미래: 보호주의의 재림과 강화

Ⅰ. 서론   2024년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가 승리하였으며,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할 예정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첫 당선 당시 효과적이었던 ‘Make America Great Again(MAGA)’ 슬로건을 2024년 재차 활용하며, 이 기조 아래 더욱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통상정책은 건국 이래 미국 경제전략의 근간이 되어왔으며,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서 미국의 무역정책 결정은 국내외 시장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미쳐왔다. 본 연구에서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통상정책을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하고, 향후 전개 방향을 전망한다. 특히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정책이 어떤 양상을 보일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보호주의 기조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인지를 고찰한다.   Ⅱ. 미국 통상정책의 과거와 현재   1. 미국 통상정책의 역사: ‘세입(Revenue),’ ‘제한(Restriction),’ 그리고 ‘호혜(Reciprocity)’   다트머스 대학교(Dartmouth College)의 경제학자 더글라스 어윈(Douglas Irwin)은 2016년까지 미국 통상정책의 역사가 R로 시작하는 세 단어—‘세입(Revenue),’ ‘제한(Restriction),’ 그리고 ‘호혜(Reciprocity)’—로 특징지어지는 시기들로 분류된다고 주장한다(Irwin 2017).   먼저 1790년부터 1860년까지는 통상정책이 주로 ‘세입’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다. 정부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었으며, 대표적으로 1789년 관세법(Tariff Act of 1789)이 제정되었다(Fordham 2017). 이 시기는 연방정부 수입의 약 90%가 관세 수입으로 충당될 정도로 관세가 핵심적인 재정 확보 수단이었다.   다음으로 1861년부터 1933년까지의 시기는 ‘제한’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정부 수입이 점차 국내 과세로 전환되었으며, 국내 생산자를 해외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보호주의 관세정책이 본격화되었다.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약 50% 수준을 유지했으며, 보호무역 정책은 20,000개 이상의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으로 정점에 달했다(Irwin 2020).   그러나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인한 수입품 가격 상승과 무역량 감소는 대공황을 심화시킨 주요 원인으로 평가되었고, 이에 1934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은 ‘호혜’에 기반한 무역 장벽 완화를 통상정책의 기조로 채택했다. ‘호혜’ 기반의 통상정책 기조는 1934년 상호무역협정법(Reciprocal Trade Agreements Act: RTAA)으로 본격화되었는데, 대통령에게 양자간 무역협정 협상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의회의 과도한 정쟁으로 인한 무역협정 진전의 저해를 제도적으로 방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Bailey et al. 1997).   무역 자유화(Free Trade)로의 전환은 미국이 194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GATT) 설립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더욱 공고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자유주의적 국제경제질서를 지지하며 무역을 경제 성장과 지정학적 안정의 수단으로 활용했고, GATT 체제하에서 다자간 무역 협력 체계 구축을 선도했다(Atkin & Donaldson 2022). 1994년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NAFTA) 체결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되었고, 같은 해 우루과이라운드(Uruguay Round) 협정 비준으로 1995년 GATT를 계승한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가 설립되었다. 21세기 초에는 무역 자유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 다수의 양자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었다. 조지 W. 부시(George W. Bush)와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는 12개 태평양 연안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 협상을 포함한 야심찬 무역 의제를 추진했다(Evenett & Meier 2008). 그러나 이 시기에 자유무역의 효용에 대한 국내 회의론이 증가하면서, 이후의 정책 변화를 예고하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 미국 통상정책의 현재: `제한(Restriction)`의 통상정책으로의 회귀   2017년 1월 20일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원칙을 내세우며, 장기간 유지해 온 무역 자유화 기조에서 벗어난 강력한 보호주의 통상정책을 추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통상정책은 관세 인상을 핵심 수단으로 활용했다. 대부분의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특히 중국 상품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관세를 올려 2,5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 폭탄’으로 시작된 대중국 압박은 미중 관계를 전면적인 무역 전쟁으로 악화시켰으며, 이는 미국 시장 내 화웨이(Huawei)와 같은 중국 기술기업 제재, 지적재산권 도용 및 강제 기술이전 문제 등으로 확대되었다.   트럼프 행정부 통상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다자간 무역협정 체제를 거부하며 무역협정을 재협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십 년간 미국 외교정책의 근간이었던 다자주의에서 벗어나, 불공정 무역관행 시정을 명분으로 양자 협상을 선호했다. 취임 직후 TPP에서 탈퇴했으며, WTO의 분쟁해결 메커니즘을 강하게 비판하여 WTO 상소기구가 사실상 기능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NAFTA의 재협상을 통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 USMCA)으로 대체했다. USMCA에는 자동차 부문의 원산지 규정 강화, 노동 및 환경 기준 상향, 디지털 무역과 반부패 관련 새로운 규제 등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강화하는 조항들이 추가되었다.   2021년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접근을 비판하며 다자주의와 동맹국 협력을 강조했으나, 보호주의 기조는 유지했다. 일례로, 2022년 5월에는 중국 견제와 동맹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for Prosperity: IPEF)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트럼프 시기에 부과된 대중국 관세의 대부분을 유지했으며, 국가안보를 이유로 철강 및 알루미늄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관세를 부과했고, 특히 첨단기술과 전략산업 분야에서 더욱 정교하고 표적화 된 제한조치를 실행했다. 2024년 5월에는 18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개발용 고대역폭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HBM) 대중 수출을 제한하는 ‘중국의 군사용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제한을 위한 수출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제한(Restriction)’ 시대로의 회귀는 두 가지 핵심 요인으로부터 기인한다. 첫째, 미국 유권자들의 경제적 불안이다. 최근 연구들은 자유무역과 세계화가 국내 일자리 및 경제 안정성을 위협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음을 보여준다(Essig et al. 2021; Fetzer & Schwarz 2021). 특히 COVID-19 팬데믹 시기에 경험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과 중국 의존도 문제는 보호무역 정책에 대한 지지를 강화했으며, 유권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둘째,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이다(Kim, 2024). 중국과의 경제·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무역 갈등이 지속되면서, 유권자와 정책입안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는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초당적 합의로 이어졌고(Agrawal & Tai 2023), 결과적으로는 경제적 불안과 지정학적 경쟁이라는 두 요인의 결합이 미국을 새로운 보호주의 시대로 이끌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3.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   2025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보호주의 통상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공화당이 대통령직과 함께 연방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이른바 레드 스윕(Red Sweep)을 달성함에 따라, 트럼프의 통상정책이 의회의 제도적 견제 없이 추진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어 미국발(發) 보호주의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통상정책의 핵심은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의 강화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는 내가 들은 가장 아름다운 말이자 듣기 좋은 말(To me, the most beautiful word in the dictionary is tariff)”이라며 관세 활용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모든 수입품에 10-20%의 일괄 관세를, 중국 수입품에는 최대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눈에는 눈, 관세에는 관세’ 원칙하에 타국의 고관세에 맞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으며, 2024년 11월 25일에는 취임 당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관세가 경제적 수단을 넘어 외교·안보정책의 도구로 활용될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펜타닐(fentanyl) 유통과 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관세를 활용할 것이며,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시장개방 압박 수단으로도 관세를 활용할 것임을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재무장관으로 지명한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도 관세는 대통령의 대외 정책 목적 성취에 유용한 도구라고 밝힌 바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024년 11월 30일, 브릭스(BRICS)를 향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위협했다. BRICS 국가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달러 패권’에 대한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는 조짐이 보이자 이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관세 위협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과연 트럼프 당선인은 본인이 공약해온 관세정책을 실현할 수 있을까? 제도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미국 헌법은 관세 부과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으나, 행정부는 다양한 법적 근거를 통해 관세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1930년 관세법 제338조(공공이익 관련)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국가안보 관련) ▲1974년 무역법 301조(불공정무역 대응) ▲국제긴급경제권한법(비상상황 대응) 등 법안에 의해, 특정 조건 또는 목적에 부합할 경우 대통령이 관세를 인상할 수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무역대표부(Office of the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USTR) 대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는 현재의 무역적자 규모가 이러한 법적 근거들을 활용한 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2019년 트럼프 정부가 추진했던 상호무역법(United States Reciprocal Trade Act)이 재추진되고,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하원에서 통과될 경우,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와 마찬가지로 다자간 무역협정을 거부하고 무역협정 재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USMCA 재협상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2026년으로 예정된 USMCA 첫 이행점검을 계기로 자동차 부문 원산지 규정 강화와 노동 조항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다른 무역협정들도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전기차(Electric Vehicle: EV) 산업을 미국 안보의 핵심 부문으로 규정하면서, 관련 원산지 규정 강화를 중심으로 한 협정 개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경우 미국의 8대 무역 적자국이며, 트럼프 당선인이 2018년 한미 FTA 개정을 주요 성과로 강조한 만큼 추가 개정 압박도 가능하다.   Ⅲ. 미국 통상정책의 미래   1.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한 단기 전망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2026년 중간선거를 분기점으로 그 강도와 성격이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선 기회가 없는 트럼프에게 중간선거 승리는 레임덕(Lame Duck) 방지를 위한 핵심 과제이며, 이에 따라 통상정책도 국내정치적 고려하에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정책은 ‘강경책 추진 후 전략적 완화’의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 초기에는 공약대로 강력한 관세정책을 추진하되,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점진적으로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다국적 기업 등 기업 이익집단의 도움이 필수적이므로, 이들이 관세정책으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권자들 입장에서 가시성이 떨어지는 ‘비관세장벽’을 정비함으로써 이득을 도모하거나 예외조항을 둘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EU, 중국 등 주요 무역국들의 보복 조치가 예상되는 만큼, 미국 내 경제에도 상당한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결국 중간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관세 완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트럼프 집권 1기 때 있었던 2018년 중간선거에서 주요 무역국들의 보복 관세가 민주당의 하원 18석 다수당 지위 획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Blanchard et al. 2019). 특히 중국의 관세 보복은 경합이 치열한 의회 선거구에 위치한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미국 상품들을 체계적으로 겨냥하여 이루어졌으며, 이 지역들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Kim & Margalit 2021). 덧붙여서, 관세 인상은 결국 수입품 및 수입 원자재의 가격 상승이 필연적이라는 측면에서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것이고, 결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를 다시 완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트럼프는 다른 국가들의 양보 또는 미국 제조업의 성장세를 이유로 중간선거 전에 전격적으로 ‘관세 완화’를 활용하여, 본인의 정책 성과를 과시하고 부정적 경제 효과로 인한 트럼프 비판론을 완화할 여지가 크다. 이러한 양상은 트럼프 집권 1기의 미중 무역전쟁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0년 1월 15일 ‘1단계 무역합의(Phase One Deal)’를 통해 무역전쟁 수위를 낮추고, 이를 자신의 공격적 통상정책이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낸 결과라고 포장한 전례가 있다.   무역협정 재협상의 경우, 트럼프는 2024년 유세 때부터 지속적으로 제안해온 USMCA 재협상을 중간선거용 카드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가시적인 정책으로서 유권자들에게 직접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정책이자, 동시에 USMCA 재협상을 볼모로 이민자 또는 마약 문제와 같은 국내 주요 이슈들에 대한 타결책으로, 캐나다와 멕시코의 양보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고자 할 것이다.   2. 미국의 보호주의 통상정책은 계속 지속될 것인가?   중간선거를 목전에 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정책의 수위를 조절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보호주의를 표방한 통상정책이 포기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에도 미국의 보호주의 통상정책은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인가?   상기한 미국발 보호주의의 두 가지 동력 – 미국 유권자들의 경제적 불안과 미중 경쟁 국면 – 은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오랫동안 세계화를 미국에 주로 긍정적인 것으로 인식해왔지만 최근 높은 가격을 감수하더라도 경쟁국과의 공급망 디커플링(decoupling)을 선호하고, 특히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설문에 따르면, 59%의 미국인들이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증가로 미국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고 보고 있다(Gracia 2024). 이러한 인식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경제세계화가 아닌 보호주의 통상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미국의 경제가 침체되고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조세 재단(Tax Foundation)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많은 경제학자들이 우려했듯 미국의 보호주의 통상정책은 장기 GDP 전망, 자본 축적, 그리고 일자리 창출 등 거시경제지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York 2024). 또한 Autor et al.(2024)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부터 시작된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은 특히 농업 분야에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으며, 실질적인 소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러한 경제적 부정 효과에 대한 소식에 유권자들이 점점 노출되면 보호주의 정책에 대한 지지가 서서히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객관적인 경제 지표상 보호주의 무역으로 인한 손실이 두드러지더라도, 보호주의 아이디어가 ‘정치화’됨에 따라 유권자들의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 실정이다.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권자들은 보호주의 통상정책을 펼치는 정치인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Autor et al. 2024). 특히, 대중들의 정책지지도는 보호주의 통상정책의 목표 국가(target country)가 설정되었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상승하며, 이러한 이른바 ‘타겟 효과(target effects)’는 보호주의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한 정보가 주어진다 해도 여전히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Kim et al. 2023). 특히 미국의 경우, 유권자들은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무역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정보가 주어졌을 때 지도자의 보호주의 정책을 더욱 지지하며, 심지어 보호주의 정책을 펼치지 않는 지도자에게는 낮은 신뢰도를 보여준다는 최근 연구도 존재한다(Cho & Yang 2024).   미중 경쟁의 양상 역시 앞으로 더욱 격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미 지속적인 무역 갈등과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은 무역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냈다(Carothers & Sun 2023; Wang 2019).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인식하는 시각은 보호주의 정서를 계속해서 자극할 가능성이 높으며, 의회의 양당은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으로 인식되는 문제들로부터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Ⅳ. 결론   본 연구는 미국 통상정책의 역사적 맥락에서 최근의 보호주의 회귀 현상을 분석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 방향을 전망했다. 분석 결과, 미국의 보호주의 통상정책은 단기적으로는 2026년 중간선거를 전후로 그 강도가 조절될 것이나, 장기적으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통상정책 분야에 있어서 취임 초기, 강력한 관세 인상과 무역협정 재협상 등 공격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는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과 무역상대국의 보복조치로 인한 경제적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의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처럼,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 완화를 통해 정책 성과를 과시하고 경제적 부작용에 대한 비판을 상쇄하려는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의 보호주의 통상정책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두 가지 구조적 요인으로부터 기인한다. 첫째,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호무역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실제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주의가 정치화되면서 유권자들의 지지는 오히려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둘째,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면서 통상정책은 점차 경제적 도구를 넘어 전략적 도구로 활용되는 추세이다.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인식하는 시각은 초당적 합의를 이루고 있으며, 이는 보호주의적 정서를 지속적으로 자극할 것이다. 특히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통상정책은 더욱 전략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보호주의 통상정책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볼 수 있는 징후가 뚜렷하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이러한 정책 기조는 앞으로도 글로벌 무역 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고, 세계 각국은 새로운 무역 환경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대비하여 수출시장 다변화, 공급망 재편, 산업 구조 고도화 등 중장기적 대응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서 강화되고 있는 보호주의 물결 속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등 기존에 논의되어 온 경제협력체 가입을 가속화하여 ‘블록’ 단위로 대응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마련하는 것 또한 고려되어야 할 시점이다. ■   참고 문헌   Agrawal, Ravi and Katherine Tai. 2023. "The White House’s Case for Industrial Policy." Foreign Policy. March 2. https://foreignpolicy.com/...inflation/.   Atkin, David, and Dave Donaldson. 2022. "The role of trade in economic development." Handbook of International Economics. Vol. 5. Elsevier: 1-59.   Autor, David, et al. 2024. “Help for the Heartland? The Employment and Electoral Effects of the Trump Tariffs in the United States.”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320802. https://www.nber.org/...w32082.pdf.   Bailey, Michael A., Judith Goldstein, and Barry R. Weingast. 1997. "The institutional roots of American trade policy: Politics, coalitions, and international trade." World Politics 49.3: 309-338.   Blanchard, Emily J., Chad P. Bown, and Davin Chor. 2024. "Did Trump’s Trade War Impact the 2018 Election?." 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s 148: 103891.   Carothers, Christopher, and Taiyi Sun. 2023. "Bipartisanship on China in a polarized America." International Relations: 00471178231201484.   Cho, Ashton and Joonseok Yang. 2024. “Rewarding Belligerence: Public Opinion and Audience Costs in Trade Conflicts.” Working Paper.   Essig, Joseph, et al. 2021. "The “Trump” effect: Political elite and support for free trade in America." American Politics Research 49.3: 328-342.   Evenett, Simon J., and Michael Meier. 2008. "An interim assessment of the US trade policy of ‘competitive liberalization’." World Economy 31.1: 31-66.   Fetzer, Thiemo, and Carlo Schwarz. 2021. "Tariffs and politics: evidence from Trump’s trade wars." The Economic Journal 131.636: 1717-1741.   Fordham, Benjamin O. 2017. "Protectionist empire: trade, tariffs, and United States foreign policy, 1890–1914." Studies in American Political Development 31.2: 170-192.   Gracia, Shanay. 2024. "Majority of Americans take a dim view of increased trade with other countries." Pew Reseach Center Report. https://policycommons.net/...15422717/.   Irwin, Douglas A. 2017. Clashing over commerce: A history of US trade policy.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Irwin, Douglas A. 2020. "Trade policy in American economic history." Annual Review of Economics 12.1: 23-44.   Kim, Dong Jung. 2024. "US protectionism and competition with China." The Washington Quarterly 47.2: 71-86.   Kim, Sung Eun, and Yotam Margalit. 2021. "Tariffs as electoral weapons: The political geography of the US–China trade war." International organization 75.1: 1-38.   Kim, Sung Eun, Jong Hee Park, Inbok Rhee, and Joonseok Yang. 2023. "Target, Information, and Trade Preferences: Evidence from a Survey Experiment in East Asia."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67.4: 898-914.   York, Erica. 2024. "Tracking the Economic Impact of the Trump Tariffs." Tax Foundation. https://taxfoundation.org/...tariffs/.   Wang, Zhaohui. 2019. "Understanding Trump`s Trade Policy with China: International Pressures Meet Domestic Politics." Pacific Focus 34.3: 376-407.     ■ 양준석_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이소영, EAI 연구보조원     문의 및 편집: 02 2277 1683 (ext. 205) | sylee@eai.or.kr  

양준석 2024-12-12조회 : 6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