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는 9인의 일본 전문가로 연구진을 구성하여 총 11년간 11회에 걸친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결과를 3개의 주제 영역으로 나누어 분석하는 <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2013-2023> 프로젝트를 실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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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시리즈] ⑦ 한일간 상대적 지위에 대한 양국 시민 인식의 비대칭성

I. 서론   해방과 국가 수립 이후 한국은 ‘후진성(backwardness)’의 극복을 위해 일본을 모델로 한 추격(catch-up)을 지속해왔다. 한국인에게 일본은 경제적 측면에서 추격과 모방의 존재이자 동시에 넘어서야 할 존재였으며 외교적으로도 협력의 대상이자 갈등의 동인 이중적인 인식이 얽혀있는 대상이었다(김지윤 외 2014). 일본의 고도성장이 지속되면서 한국은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서 국제분업 구조 속에 일본의 하위파트너로 편입되어 성장을 도모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독자적인 발전의 길을 모색하여 왔다(Cumings 1984; 니시노 준야 2010). 그러던 것이 1990년대 이후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여 일본과 첨단산업에서 경쟁하는 위치로 점차 올라설 수 있었다(김용열 2011). 경제적 차원에서 일본이 버블경제의 붕괴 이후 약 30년간 침체를 겪으며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동안 한국은 금융위기 기간을 제외한다면 상대적으로 원만한 성장을 지속하였다.   무엇보다 그 결과 한국과 일본의 경제력 격차는 상당히 좁혀졌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21년 구매력 평가기준 1인당 GDP 한국은 47,068달러, 일본은 42,895달러를 각각 기록하였으며 한국이 일본을 앞선 것으로 조사되었다(OECD 2023). 또한, 문화적인 면에서 한국의 위상은 매우 높아졌다. 과거 일본의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음반 등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면 이제는 ‘BTS’와 ‘오징어게임’ 등 한국의 문화산업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진출하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조영한 2022). 정치적인 면에서도 한국은 주기적인 정권교체가 안착된 반면 일본은 1차례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제외한다면 자민당의 일당 우위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한국에서는 일본을 앞질렀다는 소위 ‘한일역전’에 대한 담론들이 쏟아져 나왔고 대중매체 등에서도 일본이 혁신에 실패하여 정체되었다는 내용의 기사들을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이명찬 2020; 이지원 2021). 일본 내에서도 대장성 관료 출신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 히토츠바시대학(一橋大学) 명예교수가 한국이 일본을 앞질렀다거나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쏟아내는 등 한국과 일본 간의 격차가 좁아졌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野口悠紀雄 2022). 물론, 한일역전의 논리는 몇 가지 수치만을 근거로 한 단순한 주장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전반적인 국력의 수준에서 2021년 명목GDP는 일본 4조 9374억 달러, 한국은 1조 8102억 달러로 인구를 고려한 GDP의 차이는 여전히 상당하다. 기초과학 역량, 중소기업의 기술 능력, 국가 차원의 외교적 역력 등 종합적인 국력에서도 한국이 일본을 추월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도 많다.   이처럼 1990년 이후 30년간 일본경제가 침체를 겪는 동안 한국경제는 비약적 성장을 거듭한 결과 한일 간 경제력 격차가 좁혀졌고 이제 한국과 일본의 관계 역시 수평적인 관계로 이행하였다는 의견과 한국이 일본과 동등한 지위에 도달하였다는 주장은 몇 가지 수치만을 근거로 한 단순한 논리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2022년 동아시아연구원·겐론 NPO(2022)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의 48%, 일본인의 28%가 한국이 일본과 대등한 관계에 도달하였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한일 간의 지위에 대한 인식 변화는 양국관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국은 식민지 시기를 민족적 굴욕의 시기로 생각하며 이러한 ‘집단적 기억(collective memory)’을 바탕으로 일본에 대한 피해자 의식(victimhood)을 확립해 왔다(Jeong and Vollhardt 2021). 이러한 기억과 정서는 국제 정치에서 힘과 지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일본을 배우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넘어서야 할 대상으로 사고하는 태도로 이어졌다. 반면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 일찍이 산업혁명에 성공하고 제국주의 국가의 반열에 들어선 유일한 국가이다(김남은 2016). ‘탈아입구(脱亜入欧)’로 상징되듯 아시아 주변 국가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지위를 차지하여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한 역사적 기억은 일본의 국가적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이며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오랜 기간 기본적인 준거점(referece point)으로 작동해왔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한일 양국에서 이러한 상대적 국가 지위 인식이 어떠한 요인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한일 간 상대적 지위 인식과 협력 인식간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나아가 궁극적으로 위 연구가 한일 간 관계에 대한 학술적이고 실천적인 함의를 설명하고자 한다.   II. 기존연구 및 이론적 논의   1. 기존연구   한국인의 일본 인식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일본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태도에 대한 연구는 미국이나 중국 등에 비해 많지 않으나 여러 연구를 종합하여 볼 때 여러 가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또한 국력의 신장과 함께 일본에 대한 국가 이미지 역시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을 바라볼 때 때로는 감정적 질시와 안보적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학습과 협력의 대상으로 인지하기도 한다(이상록 2018; 전재호 2019). 기존의 연구는 한국에서 반일(反日) 정서는 대중적인 차원에서 깊게 자리 잡은 감정으로 인식한다. 미국이나 중국에 대한 반감이 정치적 이념 성향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형성된 반면, 반일 감정은 특정한 이념 성향을 넘어 대다수 국민이 공유하고 있다고 보고된다(이상신 외 2020).   지병근(2008)은 일본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인식 외에 연성권력(soft power)에 대한 판단 역시 일본에 대한 한국 시민의 태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다. 무역에서의 공정성이나 아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양국의 역할과 책임감, 문화적 개방도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최종호 외(2014)는 여론조사 데이터를 통해 한국인의 대(對) 일본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였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등 안보적 위협 요인 외에도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경제적 요인 등을 일본에 대한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판단하였다. 최은미(2018)는 온라인설문조사를 통해 국가정체성과 개인적 정체성의 관계를 탐구하였다. 한국인은 일본에 대해 친근감은 높지만 신뢰감은 낮았다. 또한, 한국인은 일본인에 비해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으며, 자국을 동일시 하는 경향이 강하여 민족적 갈등에 대해서 일본인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상신 외(2020)는 그동안 논의되지 않았던 정치사회학적 변수를 추가하여 한일관계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위 연구에서 우익 권위주의 성향이 강할수록 그리고 사회지배성향이 강할수록 강제 징용과 위안부에 대한 피해배상 요구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샘‧이재묵(2019)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인식과 달리 일본에 대한 인식에서는 세대별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정상미(2023)는 동아시아연구원(EAI)・겐론NPO의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여론조사 데이터를 활용하여 한국민은 일본에 대한 관계 개선 및 군사협력 지지도를 분석하였다. 위 연구에서 중국 및 북한에 대한 위협 인식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 및 군사적 협력을 지지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한일 관계를 설명하는 주요한 변수를 설정하는 데 크게 기여하여 왔다. 그러나 본 연구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 중 하나인 상대적 지위 인식에 대한 기존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통일연구원 통일의식조사는 주변국과 한국과의 상대적 능력을 비교하는 설문을 통해 국가 능력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조사하였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대상 국가로 하여 군사력, 경제력, 문화적 측면 등 3가지 차원에서 한국을 준거점으로 한 상대적 능력을 비교하여 질문하였다. 일본은 군사력과 경제력 측면에서 한국보다 조금 우위에 있으나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한국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구본상 2022). 또한, 시계열 차원에서 경제력과 문화적 능력에 대한 상대적 지위 점수는 2020년 조사보다 낮아졌지만, 군사력의 경우 약간 상승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설문은 해당 국가의 ‘이미지’를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상대적 지위나 능력 평가를 결정한 요인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한일 간 상대적 지위에 대한 양국 시민의 태도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국제정치학 이론과 국제관계에 대한 정치심리학 이론를 이용하여 새로운 가설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2. 이론적 논의 및 연구가설   국제정치 이론가들은 국제 체제에서 국가가 간 상대적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국가 간 상대적 지위나 위계의 인식에 대해 큰 관심을 두었다(Holsti 1970; Organski 1958; Gilpin 1981; Murray 2010; Wolf 2011; Paul et al. 2014; Larson and Shevchenko 2014; De Carvalho and Neumann 2015; Renshon 2017; Zarakol 2017; Solomon 2020). 일반적으로 지위란 ‘특정한 공동체 내의 위계질서 내에서 행위자의 상대적 위치’를 의미한다(Renshon 2017, 4). 국제 사회 내에서 지위는 국가의 자기 정체성과도 긴밀히 연결되며 국가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연결된다. 따라서 국가들은 핵무기 등 물질적 수단을 통해, 경제발전 등 경제적 수단을 통해 또는 국가의 평판이나 명예 등 사회적 수단을 통해 지위의 향상을 추구한다(Solomon 2020).   그러나 국가의 상대적 위치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선, 국가 능력을 구성하는 부분 중 객관화된 수치로 측정이 가능한 지표도 존재하나, 그렇지 않은 부분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군사 능력을 평가하는 데에는 무기의 성능 등은 객관적이지만 군대의 사기, 동기, 충성도, 리더십과 같은 추상적 요소들은 평가하기가 더욱 어렵다(Herrmann 2013). 또한, 더욱 본질적으로 지위란 상대적이고 인식적 개념이므로 행위자에 따라 지위를 다르게 측정할 수 있다(Solomon 2020, 135). 국제정치에서 말하는 군사력을 중심으로 한 국가능력(capabilities)을 말하는 것인지, 국제사회에서 위계(hierarchy)를 지칭하는 것인지, 단순한 국가 내 평균적 시민의 경제적 생활 수준을 의미하는 것인지, 과학기술적 차원에서 R&D의 수준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국가 간 지위는 단순히 국제정치에서 말하는 능력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어떤 기준으로 측정할 것인지가 불명확하며 동일한 기준을 택하더라도 측정의 객관성이 의문시된다. 자신의 의도 및 동기나 이용가능한 정보에 따라 이를 다르게 측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에서 렌손(Renshon 2017, 21)의 지적과 같이 국제 체제에서 국가의 지위는 상대적이며 인지적인 개념이다.   즉, 본 연구가 다루고자 하는 소위 한일 간 상대적 위치에서 한국과 일본의 지위 역시 무엇을 기준으로 측정할 것이지는 불명하며 국가 수준을 평가하는 관점 그 자체가 개인이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인지적’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시민들은 각자의 기준과 정보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위치를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이 일본과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한국 양국 시민의 인식을 분석적으로 고찰할 수 있다.   한편, ‘국가 이미지 이론’은 전문적인 정책엘리트가 아닌 일반 대중 수준에서 전반적인 국가의 지위의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두고 여러 가지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여러 학자들은 국가의 지위나 능력을 국가 이미지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였다. 코트남(Cottam 1977)은 지각된 위협이나 기회, 상대적 권력의 인식과 함께, 다른 나라들의 상대적 문화적 지위에 대한 판단을 국가에 대한 판단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인식하였다. 헤르만(Herrmann et al. 1997) 역시 국가의 역량이나 상대적 힘에 대한 판단이 국가 이미지를 형성하는 주요 요소라고 보았다. 이러한 흐름의 연구는 주로 ‘적, 제국, 식민지’ 등에 대한 국가 이미지 연구로 연결되었으며, 국가 유형 인식에서 상대적인 국가 능력 혹은 문화적 수준의 동등성 및 차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었다. 알렉산더 외(Alexander et al. 2005)는 군사력에 대한 평가와 문화적 수준을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그는 국가이미지 형성 과정에서 목표 양립성 외에도 군사력의 상대적 평가와 문화적 수준의 상대적 평가를 중요한 요소로 지적하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국가 이미지 연구들은 국가 간 지위나 수준의 평가를 독립변수로만 설정하여 어떠한 변수가 이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국제정치학 이론 외에도 국제관계에 대한 정치심리학 이론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한일 간 지위에 대해 국제정치적 이론과 함께 정보판단에 대한 인지심리학 이론 및 집단 평가에 대한 사회심리학 이론을 사용하여 이를 분석하고자 한다. 앞선 논의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가설을 제시할 수 있다. 사회심리학에서 발전시켜온 ‘사회정체성 이론’은 인간은 특정한 집단에 대해 가지는 정체성이 내집단과 외집단에 대한 판단과 이들 간 관계를 설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본다. 사회 정체성 이론은 사람들은 자신이 소속된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획득한다고 본다(Tajfel and Turner 1986). 내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강한 사람은 내집단이 우월한 집단이 경우 외집단과의 비교를 통해 내집단의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우월감을 느끼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내집단에 대한 편애와 외집단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강화되는 현상이 발생한다(Allen and Wilder 1975). 또한, 외집단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을수록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따라서 개인들은 한일 양국에 대해 접하는 여러 정보 중에서 자국에 유리한 정보를 과대평가하고 타국에 유리한 정보는 기각하는 편향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성향은 특히 한국과 일본과의 역사적 관계를 고려할 때 중요성이 크며 한국과 일본에서 비대칭적인 형태로 발현될 수 있다. 특히, 양국간 상대적 지위에 대한 인식에 대한 분석에서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은 양국간 지위의 차이나 관계를 바라보는 준거점(reference point)을 다르게 형성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시민들은 일제 강점기를 민족적 굴욕의 시기로 상정해 왔다면 반면 일본인들은 탈아시아 담론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오랜 기간 한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점을 국가 자부심의 근원으로 삼아왔다. 일본은 비서구 지역 중 가장 근대화에 성공한 국가 중 하나이며 ‘탈(脫)아시아’의 수준에 도달하였다고 자부하며 주변국과 자신을 차별화하였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김남은 2016). 일본인들의 입장에서 역사적으로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보유한 상태는 일종의 ‘준거점’(reference point)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사회정체성 이론에서 자신을 국가구성원의 일원으로 느끼는지 여부가 국가와 관련된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사회정체성 이론은 우월한 지위의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의 집단의 지위를 위협받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이 자신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하였다는 점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상대 집단과 긍정적으로 차별화하는 과정에 저해가 되는 정보이다. 이러한 점에서 일본 시민들의 경우 한국에 대한 긍정적 정보를 과소평가하거나 부정적 정보를 과대평가하여 자기가 속한 집단의 우월성을 유지하고자 하거나 집단 간 관계에 대한 판단 중 정보를 새롭게 갱신(update)하는 과정에서 현상유지적 편향이 나타나는 등의 인지적 편향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정보 처리의 편향성의 정도는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일본인 중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경우 한국의 상대적 발전에 대한 정보에 별다른 반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또한, 교육 수준이 높은 경우 주변국에 대한 정보 중 여러 정보 중 내집단에 편향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기보다 스스로 비판적인 탐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간의 인지적 능력의 제한과 한계에 대한 연구는 사회심리학과 정치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주요한 주제이다.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로 본인에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적당한 판단기준을 가지고 어림잡아 판단하는 다양한 휴리스틱(heuristics)을 발전시켜왔다(Tversky & Kahneman 1974; Ross & Sicoly 1979). 또한, 스키마(schema) 이론에서는 판단을 내릴 때에 자신이 경험을 통해 만들어 놓은 배경 지식을 활용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제한된 경험속에서 정보를 끌어내어 이를 바탕으로 세상의 여러 현상을 바라본다. 자신의 기존 신념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는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해 미디어나 대중문화를 통한 간접 체험은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최근에 한국의 대중매체에서는 이전에 비해 양국 관계가 수평적이 되었다는 보도가 많이 발신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미디어의 한일관계 보도를 신뢰할수록 양국간 관계가 더욱 동등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가설 1> 일본에서는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을수록 양국간 관계가 동등하다고 평가할 것이나 한국에서는 호감도의 영향이 유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가설 2> 일본에서는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양국간 관계가 동등하다고 평가할 것이나 한국에서는 교육 수준의 영향이 유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가설 3> 양국에서 모두 자국의 미디어 정보를 신뢰할수록 양국간 관계가 동등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반대로 한국인들은 일본을 ‘추격(catch-up)’하는 입장을 ‘초기 조건’으로 하여 양국 간 상대적 지위나 능력에 대한 정보를 새롭게 갱신(update)하게 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호감도나 교육 수준은 한국에서는 양국간 상대적 지위를 판별하는 데 큰 요소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국가적 거버넌스의 ‘수행(performance)’의 우수성이나 ‘유능함(competence)’을 증명할 수 있는 지표나 사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자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만족감이나 코로나 대응에 대한 평가 등은 국가적 거버넌스의 유능함에 대한 간접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설문조사를 이용한 여러 연구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만족감이 높을수록 그리고 자국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수록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지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길정아 2011). 또한, 추격 국가의 시각에서 안보적 불안정성에 대한 인식 역시 유사한 맥락에서 국가의 지위 인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식민지 경험과 주변 4강에 둘러싸인 한국의 안보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국가가 안보를 제공하는 능력은 시민들에게 자국의 지위를 평가하는 데 중요하게 인식될 것이다.   특히, 국제정치적 시각에서 현실주의는 국가 간 관계를 평가할 때 군사력을 중심으로 한 종합적 국가 능력(capabilities)을 중시한다(Waltz 1979). 대중문화, 거버넌스, 첨단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에 근접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인구와 GDP 격차를 중심으로 한 국제정치적 시각의 종합국력에서는 여전히 일본과 차이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 간 관계나 국제정치를 냉정한 국가간 대결로 바라보는 현실주의적 시각을 취할 경우 한일 간 격차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 국가 간 지위나 관계를 매력이나 소프트파워, 경제력 등을 중심으로 바라볼 경우 한국은 일본과 거의 동등한 위치에 놓여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한국인들은 강대국에 둘러싸인 자국의 안보적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고 불안하다고 판단할 경우, 동북아의 국제정치를 냉혹한 현실주의적 시각에 바라보게 되며 이때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 인구를 포함한 종합적 국력이 중요해지며 이 경우 한국인들은 한국을 일본과 대등한 관계로 설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자국의 안보적 상황이 매우 안정적이라고 판단하는 경우 국제사회를 국가간의 제로섬이 아닌 협력적이거나 우호적 관계라고 판단하게 된다. 이 경우 문화나 경제력 등 소프트파워를 중심으로 국가 간 관계를 설정하게 될 것이며 한국인들은 한국을 일본과 대등한 관계로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   <가설 4> 한국인 중 자국의 코로나 대응이 성공적이라고 인식할수록 더욱 양국간 관계가 동등하다고 평가할 것이다.   <가설 5> 한국에서 자국의 안보 상황이 불안정하다고 인식할수록 양국간 관계가 동등하지 않다고 평가할 것이다.   III. 분석 방법 및 분석 결과   1. 분석 방법   본 연구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한일 간의 상대적 지위에 대한 한국과 일본 양국 시민의 인식을 실증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한일 양국의 연구기관인 동아시아연구원(EAI)・겐론NPO의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데이터를 이용하였다. 양 기관은 2013년부터 각각 한국과 일본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50여 개의 공통문항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왔다. 본 여론조사는 특히 한일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설문을 개발해왔으며 본 연구가 관심을 두고 있는 한일 간의 상대적 지위 인식에 대한 거의 유일한 설문자료라는 점에서 연구에 가장 적합한 데이터라 할 수 있다. 특히, 한일 간 관계의 변화를 반영하여 2021년 조사에서부터 한국과 일본이 전반적으로 동등한 수준에 도달하였는지를 묻는 문항을 조사에 추가하였다. 한편, 본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자국의 코로나 인식과 같은 문항은 2022년 조사에만 존재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여 본 연구가 실제 사용한 데이터는 ‘2022년 한국인의 동아시아 인식조사’로 한정하였다. 한편, 한국에서 실시하는 동아시아연구원 ‘한일상호인식조사’에는 겐론NPO와 함께 진행하는 공통문항 외에 한국에서만 추가하여 진행하는 부가 문항들이 존재한다. 한국에 대한 분석에서는 부가 문항도 함께 사용하도록 한다.   연구가 분석하고자 하는 연구가 관심을 두고 있는 한일 간의 상대적 지위 인식을 살펴보고자 “기준에 따라서는 이미 1인당 GDP는 한국이 일본을 넘어섰고, 방위비 역시 한일이 비슷한 수준이 되어, 한일은 대등한 관계다’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을 활용하였다.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은 항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위 질문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응답지에서 공통적으로 찬성의견을 나타낸 경우에는 1, 그렇지 않은 경우는 0으로 코딩하였다. 2022년 조사에서 한국인의 48.1%, 일본인의 28.0%가 한국이 일본과 대등한 관계에 도달하였다는 입장을 보였다. 좀 더 상세히 이를 살펴보면 한국의 조사에서는 ‘그렇다. 일본과 한국은 이미 대등한 관계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48.1%를 차지했고, ‘일본과 한국은 아직 대등한 관계는 아니지만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 40.1%, ‘아직 일본이 우위에 있고, 일본과 한국이 대등한 관계에 도달하는 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이다’ 5.2%, ‘모르겠다’ 6.7%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28.0%,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29.1%, ‘대등한지 아닌지 판단할 일이 아니다’ 10.2%, ‘잘 모르겠다’ 32.8%로 조사되었다.   연구의 주요 독립변수는 안보적 불안정성, 국가 호감도, 교육수준, 코로나 대응평가, 미디어 신뢰 등이다. 우선, 안보적 불안정성의 경우 한국에 대한 부가조사에만 존재하며 ‘현재 한국의 전반적인 안보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을 활용하여 이에 대한 답변을 5점 척도로 측정하였으며 본 연구에서는 찬성이 5점이 되도록 이를 역코딩하였다. 응답자 중 매우 불안정하다는 1.7%, 대체로 불안정하다 24.9%, 보통이다 41.7%, 대체로 안정적이다 30.9%, 매우 안정적이다 0.8%로 조사되었다.   다음으로 호감도를 측정하기 위해 ‘귀하께서는 상대국에 대해 어떠한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활용하였다. 응답자는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하나를 선택하자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하나를 선택하자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어느 쪽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였으며 이를 호감도가 클수록 점수가 높아지도록 1~5점으로 코딩하였다. 한국에서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평균 2.60, 표준편차 1.19이었으며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평균 2.83, 표준편차 1.08로 조사되었다. 일본에서 한국 호감도가 한국에서 일본 호감도에 비해 약간 높았으나 양국 모두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는 설문의 중간 점수보다 낮았다.   코로나 대응에 대한 평가를 측정하기 위해 ‘각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팬데믹(pandemic)에 대한 자국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활용하였다. 한국의 경우 ‘상당히 적절한 대응을 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18.2%, ‘비교적 적절한 대응을 했다고 생각한다’ 55.8%, ‘그다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20.0%, ‘상당히 적절하지 못한 대응을 했다고 생각한다’ 2.4%, ‘모르겠다’3.4%였다. 일본의 경우 ‘매우 잘 하였다’는 응답이 13.9%, ‘비교적 적절한 대응을 했다고 생각한다’35.8%, ‘그다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12.6%, ‘상당히 적절하지 못한 대응을 했다고 생각한다’ 33.0%, ‘모르겠다’ 4.7%였다.   한일관계에 대한 자국 미디어 신뢰도를 측정하기 위해 ‘귀하께서는 자국의 신문이나 잡지, 방송은 한일관계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공평한 보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활용하였다. 한국과 일본에서 공통적으로 던져 이를 그렇다는 답변과 그 외 답변으로 구분하였다. 한국에서는 응답자의 35.6%, 일본에서는 응답자의 20.6%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하였다.   사회경제적 변수 중 연령과 교육 수준을 측정하였다. 마지막으로 사회화 이론에 따르면 특정한 대상에 대한 정치적 인식과 가치판단은 청소년기에 형성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Mishler and Ross 1999). 일본의 고도성장기를 경험한 중장년층은 고도로 발전된 일본이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지만 일본의 불황기 이후 태어난 세대는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전혀 다르게 형성되어 왔다. 양국에서 고령층은 자신의 사회화 과정에서 일본이 한국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며 청년층은 자신의 사회화 과정에서 양국의 지위가 유사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을 확률이 높다. 사회화 이론에 따르면 이러한 판단이 쉽게 바뀌지 않으므로 연령을 통제변수로 설정하였다. 교육 수준의 경우 ‘학교를 어디까지 마치셨습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측정하였다. 초등학교 졸업 이하,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재학/중퇴(전문대 포함), 대학, 대학원 이상, 기타로 구분이 되어 있으나 이를 단순화하여 대졸 이상과 그 외로 구분하였다. 한국에서 35.4%의 응답자가, 일본에서는 29.4%의 응답자가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밖에 한일 간 상대적 지위 인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나머지 주요한 변수들을 통제변수로 활용하였다. 우선, 인구사회학적 요소로 성별과 소득수준을 통제하였다. 소득을 측정하기 위해 ‘한 달 총수입은 어느 정도입니까? 상여금, 이자, 임대료 등 가족 전체의 수입을 합하여 월평균으로 말씀해 주십시오.’라는 질문을 활용하였다. 한국의 경우 11단계로, 일본의 경우 6단계로 측정되어 있으며 양국에서 모두 이를 3단계로 단순화하였다. 또한, 서구에서 보수-진보가 사회경제적 특성을 기준으로 설정되었다면 동아시아에서 보수-진보 구도에서 안보 이슈의 중요성은 매우 높다.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자신을 보수라고 인지한 경우 국제관계 이론 중 현실주의 관점과 유사한 세계관을 가질 것이며, 반대로 자신을 진보라고 인지한 경우 자유주의적 관점과 유사한 시각을 취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이념을 통제변수로 설정하였다. 정치적 이념조사는 한국에 대한 부가 조사에서만 존재하며 ‘귀하께서는 자신의 이념성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장 진보 0, 가장 보수는 10이며, 중도 5를 기준으로 0에서 10까지의 숫자로 말씀해주십시오.’라는 질문을 통해 측정하였다. 평균은 5.22, 표준편차는 1.89였으며 분석의 편의를 위해 0~3을 진보, 4~6를 중도, 7~10을 보수로 단순화하였다.   또한, 양국 간 접촉의 정도는 상대방 국가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대중문화의 접촉은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 주요한 기제가 된다. BTS와 오징어 게임 등이 글로벌 차원의 성공을 거두면서 일본 내에서도 한국문화는 ‘한류’라는 표현을 넘어서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조규헌 2021; 조영한 2022).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특히 일본에서 한국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양국간 관계가 더욱 동등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국의 대중문화 소비 정도를 살펴보기 위해 ‘귀하께서는 상대국의 대중문화를 즐기십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측정하였다. 한국에서 일본의 대중문화를 즐긴다고 답한 사람의 비중은 17.2%였고, 일본에서 한국의 대중문화를 즐긴다고 답한 사람의 비중은 34.7%이었다.   2. 분석결과: 한일간 상대적 지위 인식   본 연구에서는 한국과 일본에서 양국 시민들의 한일간 지위의 동등성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연구하였다. 양국이 동등하다고 여기는가를 가부(可否)의 형태로 구분하였기 때문에 ‘이항 로지스틱 회귀분석’(Binominal logistic regression analysis)을 실시하였다. 이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통해 간략히 살펴보며 한국에 대한 분석 결과는 아래와 <표1>에 정리되어 있으며 일본을 대상으로 한 분석의 결과는 <표2>와 같다.   1) 한국의 조사결과   우선, 한국의 조사결과를 살펴보자. 본 연구에서 주요한 변수인 안보 불안정성 인식의 효과의 경우 예상과 유사하게 한국에서 안보가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인지할수록 한국과 일본은 대등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불안정성이 높다고 판단한 경우 한일 양국이 동등한 지위라고 인식할 확률은 15% 낮아졌으며 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ρ<.05). 반면, 예상과 달리 자신을 진보로 인식한 경우와 보수라고 인식한 경우 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한일 관계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국의 지위에 대한 단순하게 진보-보수 구도와 중첩되지 않음을 나타낸다.   다음으로 본 연구에서 주요한 변수인 미디어의 효과를 살펴보자. 한국에서 자국의 미디어의 한일관계 보도를 신뢰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한일 양국이 동등한 지위라고 인식할 확률이 50% 높았으며 위 차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하였다(ρ<.01). 한국의 대중매체에서 특히 경제, 문화적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의 위상이 동등해지고 있다는 보도가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일간의 상대적 지위에 대한 판단에 이러한 보도의 신뢰성이 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된다.   한국에서 자국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1단계 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수록 한일 양국이 동등한 지위라고 인식할 확률이 24% 높았으며 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ρ<.05). 전반적으로 한국은 소위 ‘K-방역’으로 불리는 성공적인 방역 시스템을 구축하였다고 평가되며 이러한 방역시스템에 대한 성공적 인식과 평가는 국가자부심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길정아 2021). 반면, 한국의 대중매체에서 코로나 초기 일본의 대응 실패에 대한 보도를 자주 접할 수 있었으며 이는 코로나 대응은 한일간 거버넌스의 효율성과 관련하여 상대적 비교의 소재가 되어왔다(김성조 2020). 이러한 점에서 코로나 대응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일수록 한일간 상대적 지위가 유사해졌다고 인식할 것이다. 반면, 연령, 성별, 소득, 학력 등 인구사회학적 요인은 한일간 상대적 지위 인식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한국에 한일간의 지위가 동등해졌다는 인식이 특정한 인구사회학적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게 확산되었음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표1> 한일간 상대적 지위에 대한 한국 시민의 인식 분석     추정지 (표준오차) 오즈비 연령 20·30대 (60대 이상) 0.028 (0.206) 1.029 40·50대 (60대 이상) 0.077 (0.184) 1.080 성별 남성 (여성) 0.168 (0.130) 1.184 소득수준 중소득 (저소득) 0.025 (0.244) 1.025 고소득 (저소득) -0.033 (0.267) 0.968 교육 학사 이상 -0.146 (0.156) 0.864 직업 사무직 및 전문직 0.069 (0.195) 1.072 정치이념 진보 (보수) 0.183 (0.190) 1.201 중도 (보수) 0.306 (0.162) 1.359 자국 코로나 대응평가 0.211* (0.093) 1.235 자국 미디어 신뢰 0.403** (0.135) 1.497 안보불안정 -0.159* (0.080) 0.853 일본 호감도 0.013 (0.060) 1.014 일본 방문 0.135 (0.165) 1.144 일본 대중문화 -0.145 (0.177) 0.865 Intercept -0.679 (0.468) 0.507 observation N 993 PseudoR2(McFadden) 0.020 AIC 1379.530 BIC 1457.942   * ρ < 0.05, **ρ< 0.01, *** ρ < 0.001 / ( ): 기준   2) 일본의 조사 분석   일본 시민의 조사에 대한 분석 결과를 살펴보자. 안보 관련 변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예상과 같이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중요한 변수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한 단위 늘어나면 한일 양국이 동등한 지위라고 인식할 확률이 59% 높았으며 위 차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하였다(ρ<.001). 한국과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으로 한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이는 일본이 한국에 비해 근대화에 앞선 국가로 자국을 우월하게 인식한 초기조건을 고려했을 때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본인들은 자기가 속한 집단(국가)의 동아시아 지역 내 우월적 지위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하였는데 이러한 정보는 자신의 자긍심에 대한 저하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 저항감을 가지게 된다. 다만, 한국에 대해 호감도가 높은 사람의 경우 이러한 정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수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편, 한국 대중문화를 즐기는 사람은 호감도를 통제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한일 양국이 동등한 지위라고 인식할 확률이 37% 높았으며 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ρ<.01). 그렇지만 호감도를 통제하자 이러한 효과의 크기도 감소하였으며 그 차이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게 되었다. 이는 한국에 대해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대중문화 역시 자주 접하고 즐기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다음으로 인지적 측면에서 미디어 신뢰와 교육 수준은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일본에서 자국 미디어의 한일관계 보도를 신뢰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한일 양국이 동등한 지위라고 인식할 확률이 55% 높았으며 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ρ<.05). 일본의 미디어에서도 전반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한국 기업의 경제적 성과 등이 보도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언론보도를 수용하는 사람이 한일 양국이 동등한 지위에 도달하였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학 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한일 양국이 동등한 지위라고 인식할 확률이 48% 높았으며 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ρ<.05).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에서 한국이 자국과 동등한 위치에 도달하였다는 정보나 판단은 특별히 한국에 우호적인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일반적 일본인들에게는 불편한 정보다. 인간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상대적 우위나 우세(dominance)를 통해 자신의 자존감을 보존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Tajfel and Turner 1986). 일본에서 한국이 자국과 동등한 위치에 도달하였다는 내용의 정보가 그렇지 않은 정보가 섞여서 전달되는 과정에서 전자의 정보가 자신에게 불편한 정보일지라도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인지적 능력이 중요해진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불편한 정보라 할지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한편, 연령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현재 일본의 젊은 층은 한국이 개도국 단계를 넘어선 상태에서 한국을 처음 접하였다. 또한, 자신의 청소년기에 겨울연가 등 소위 ‘1세대 한류’를 접한 세대로 노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의 발전된 정보나 이미지를 자주 접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일간 상대적 지위 인식과 관련해 단순한 정보나 노출의 양보다는 주어진 정보를 어떠한 방식으로 판단하는가가 더욱 중요한 요소임을 의미한다. 또한, 한일간 상대적 지위는 한순간에 변화하는 현상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므로 이에 대해 고령자 그룹도 자신들의 과거와 달라진 새로운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 코로나 대응에 대한 판단은 한국과 달리 양국의 상대적 지위 인식에 대한 판단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이는 한국의 코로나 대응 역시 우수하였기 때문에 이를 통해 차별점을 만들어내기 어려웠다는 점과도 관련될 것이다.   <표2> 한일간 상대적 지위에 대한 일본 시민의 인식 분석     모델1 모델2   추정지 (표준오차) 오즈비 추정지 (표준오차) 오즈비 연령 20·30대 (60대이상) 0.096 (0.235) 1.100 -0.111 (0.243) 0.895 40·50대 (60대이상) 0.009 (0.177) 1.009 -0.047 (0.181) 0.954 성별 남성 (여성) 0.099 (0.166) 1.104 0.232 (0.170) 1.261 소득수준 중소득 (저소득) 0.197 (0.259) 1.218 0.237 (0.202) 1.267 고소득 (저소득) 0.237 (0.197) 1.268 0.284 (0.265) 1.328 교육 학사 이상 0.333* (0.171) 1.395 0.392* (0.175) 1.481 직업 사무직 및 전문직 0.126 (0.162) 1.134 0.069 (0.195) 1.156 자국 코로나 대응평가 -0.016 (0.100) 0.985 -0.075 (0.103) 0.927 자국 미디어 신뢰 0.408* (0.185) 1.504 0.437* (0.190) 1.548 한국 호감도 -   0.461*** (0.081) 1.587 한국 방문 -0.166 (0.248) 1.181 -0.079 (0.256) 0.924 한국 대중문화 0.321** (0.123) 1.378 0.068 (0.133) 1.070 Intercept -1.484*** (0.352) 0.227 -1.484*** (0.352) 0.074 observation N 839 831 PseudoR2(McFadden) 0.021 0.054 AIC 1019.704 980.971 BIC 1076.490 1042.365                      * ρ < 0.05, **ρ< 0.01, *** ρ < 0.001 / ( ): 기준   IV. 한일 비교 및 함의   본 연구에서는 한국과 일본에서 상대적 지위에 대한 양국 시민의 인식을 분석한 후 양국 시민들의 관계 개선에 대한 지지 요인에 대해 분석하였다. 국가 지위의 문제에 대한 인식과 오인은 국제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나 그동안 이에 대한 연구는 소홀히 다루어져 왔다(Renshon 1997; Soloman 2020). 또한,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가 한국 측의 여론 분석에만 머물러 일본 측의 여론 동향과의 비교할 수 없었으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측의 데이터를 동시에 살펴보았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는 기존의 연구와는 연구 대상과 방법론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일 양국의 시민들의 상대적 지위에 대한 인식에 대한 분석은 한국과 일본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양국 관계를 바라보는 준거점과 감정 자체가 다르게 형성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인들은 ‘탈(脫)아시아’ 담론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오랜 기간 한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점을 국가적 자긍심의 근원으로 삼아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들은 한국이 일본과 동등한 수준에 도달하였다는 정보와 그렇지 않다는 정보를 혼합하여 접하게 되었다. 이때 일본의 시민들은 이러한 정보에 대해 자신의 집단의 우월적 지위를 인식하는 정보를 자기가 속한 집단의 지위를 낮추는 정보에 대해 위협감을 느끼게 된다면 이를 선택적으로 배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 등 ‘정서적’인 요소와 함께 교육 수준, 미디어 신뢰 등 정보 처리와 관련된 ‘인지적 정보 처리 능력’과 관련된 요소가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었다.   반면, 한국의 시민들은 일제 강점기를 민족적 굴욕의 시기로 기억하며 발전을 도모하였듯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를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한국인들은 추격(catch-up) 국가의 입장에서 코로나 방역 등의 성과나 안보적 안정감과 같은 국가적 거버넌스(governance)의 ‘수행(performance)’이나 ‘유능함(competence)’과 관련된 정보를 기반으로 하여 자국의 상대적 지위 인식에 대한 정보를 갱신하고 있다. 한반도의 안보가 불안정하다고 생각할수록 여전히 국제정치에서 말하는 종합국력에서 일본에 비해 열세라고 느낄 가능성이 컸으며 반대로 코로나 대응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국가 자부심이 높아진 사람들은 한국의 지위를 높게 평가하였다. 또한, 한국에서도 자국 미디어의 한일 관계 보도에 대한 공정성 판단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였다. 이는 일본에서는 한국과의 관계에 대한 정보나 인지적 정보 처리 능력이 강조되지만, 한국에서는 자국의 유능함에 대한 인지적 판단이 더 중요하다는 차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본 조사는 2022년 조사만을 대상으로 하였다는 데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향후 한국과 일본의 상대적 지위에 대한 관점은 양국 간 경제성장이나 정치사회적 발전의 정도와 관련되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시간의 경과와 함께 양국간 지위에 대한 정보가 누적되어 일정한 지점을 넘어서면 인식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전체적으로 양국에서 동등성 인식의 정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전반적으로 이러한 분석은 한일관계에 학술적이고 실천적으로 중요한 함의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양국에서 지위 인식의 불일치는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주요한 동인이 될 수 있다. 사회정체성이론이 지적한 바와 같이 국가의 지위 보존 혹은 지위 인정 욕구는 지위 추구 경쟁을 가져오게 된다. 양국 관계의 준거점이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지위 추구(status seeking)’ 혹은 ‘지위 갈등(status conflict)’은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새로운 동인이 될 수 있다. ‘지위 추구’가 과도한 민족적 경쟁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는 양국간 공통의 과제에 대한 협력적 관계 구축이 중요하다.   둘째, 시민들의 지위 인식 과정에서 국가자부심, 교육수준, 언론에 대한 태도 등 정서적 및 인지적 요소가 매우 중요하게 지적된 바 상대국 시민의 정서를 헤아리는 정책 추구가 요구된다. 본 연구는 양국에서 상대적 지위 인식에 대한 비대칭성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일본 호감도나 정치이념과 상관없이 양국 관계를 대등하다고 인식하였으며 일본에서는 한국에 친근감을 가지거나 교육수준이 높은 집단에서 양국 간 동등성에 동의하였다. 특히 상대적 지위 손실(status loss)의 위협에 처한 일본의 시민들에게 한국은 ‘동반자’로서의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지적 관점에서는 양국에서 모두 언론 보도에 대한 인식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지적되었다. 양국에서 모두 자국의 한일관계 보도를 신뢰하는 경우 지위 변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점에서 여전히 전통적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며 양국 관계에 대한 언론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될 필요가 있다. ■           참고 문헌   길정아. 2021.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의 국가 자긍심: 방역 주체의 코로나 대응 평가와 유권자의 정당 선호를 중심으로”. 『한국과 국제정치』 37, 1: 37-76.   김남은. 2016. “근대 일본과 아시아주의: 탈아(脫亞)와 입아(入亞)를 중심으로”. 『일본역사연구』 44:101-128.   김성조. 2020. “일본의 코로나19 대응과 그 평가: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중심으로”.『일본연구논총』 52: 5-33.   김지윤·강충구·이의철·칼 프리드호프. 2014. 『일본을 향한 두 시선: 한국인의 한일관계 인식과 그 함의』, 아산정책연구원.   니시노 준야. 2010. “일본 모델에서 한국적 혁신으로: 1970년대 중화학공업화를 둘러싼 정책과정”.『세계정치』 14: 167-206.   동아시아연구원・겐론NPO. 2021-2022. “2021-2022년 제9-10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석주희. 2020. “한류와 ‘혐오’: 청년세대(MZ세대)의 역설” 『EAI 워킹페이퍼 한일관계 세대분석』.   송샘‧이재묵. 2019. “한반도 주변국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 분석: 남남갈등과 세대갈등의 중첩 가능성 연구.” 『지역과 세계』 43, 1: 117-141.   이명찬. 2020. 『일본인들이 증언하는 한일역전』 서울: 셀렉션.   이상록. 2018. “증오와 선망, 배척과 모방 사이에서: 한일협정 전후 한국의 미디어에 나타난 일본 표상”. 『한국학연구』 49: 393-430.   이상신, 민태은, 윤광일, 구본상, Peter Gries. 2020 “KINU 통일의식조사 2020: 주변국 인식 비교연구.” 통일연구원.   이지원. 2021. “극일(克日)’ 언설의 궤적과 변용”. 『일본연구논총』 54: 57-88.   전재호. 2019. “한국의 반일(反日) 민족주의 연구: 담론의 변화와 특징”, 『한국과 국제정치』 35, 2.   정상미. 2023. “안보위협과 대일인식: 한일관계 개선·한미일 군사안보협력에 대한 여론 분석(2018~2021)”. 『국제정치논총』 63, 1: 177-219.   조규헌. 2021. “3, 4차 일본 한류 현상의 특수성 고찰”. 『일본문화연구』 77: 299-314.   조영한. 2022. “한류와 팝 글로벌리즘: 한류를 통해 새로운 글로벌리티 상상하기”. 『황해문화』: 20-38.   지병근. 2008. “동북아 공동체 형성의 인식론적 장애 요인: 한국에서의 반일 반중 의식.”『한국과 국제정치』 24, 3: 125-147.   최은미. 2018. “국가정체성을 통해 본 한일갈등의 인식차이 연구.” 『아세아연구』 61, 4: 227-258.   최종호‧정한울‧정헌주. 2014. “한국인의 대일본 감정에 미치는 요인에 대한 경험적 분석: 일본의 군사대국화, 경제협력, 그리고 정체성.” 『국제관계연구』 19, 1: 41-76.   Alexander,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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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조 2023-12-27조회 : 6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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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시리즈] ⑥ 한일외교와 국민의 정치적 효능감: 상대국 인식, 대응 평가, 정치 신뢰를 중심으로

I. 서론: 한일외교는 여론을 반영한 결과인가?   한일외교는 국민 정서를 의식한 정치적 대응에서 비롯된 결과인가? 이 연구는 2013년에서 2023년까지 지난 10여 년간 한일외교를 되짚어 봄으로써 위의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주지하듯이 해당 시기는 양국 간 대립 심화와 고착화, 더불어 최근 완화 국면에 이르기까지 한일관계의 다이너미즘을 함축하고 있다. 더불어 큰 틀에서 정치 레벨이 추인해 오던 한일관계의 역사적 전개와는 달리, 양국이 자국민 정서를 의식하고 이에 반응해 왔던 시기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기적 특수성과 변화를 고려한다면, 한일외교의 정치과정 속에서 양국 여론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정치적 효능감(political efficacy)이 관측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론의 동향은 여전히 유동성과 불확실성을 갖고 있으며, 자국 대응에 대한 국민 의식의 정향 또한 명확히 설명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한일 국민의 상대국 인식과 정부 대응 평가를 검토하고, 이 과정에서 형성된 국민의 정치적 효능감을 도출함으로써, 정치 구조적 관점에서 한일외교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의 확장성 여부를 제시하고자 한다. [1]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국민 여론과 외교정책을 어떻게 결부시킬 것인가이다. 국민의 선호와 요구가 투입되어 정책으로 산출되는 일반적인 정치과정과는 달리, 외교는 정부 수뇌부 또는 소수 정치 엘리트가 관여하는 폐쇄적인 정책 과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 일반 국민의 선호가 직접적으로 투영되지는 못하더라도, 여론은 정부 대응에서 고려되는 중요한 국내 요인으로 위치시킬 수 있다. 즉 국가정책은 정치 엘리트의 인식과 대응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는 정부 여당의 선거 대응 또는 지지자 선호 등을 유인으로 한 전환과정(conversion process)을 거쳐 도출된 결과이며, 이 가운데 여론은 굴절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여론은 경색 국면의 한일관계에서 양국 간 협의를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 또는 정책 선택의 운 폭을 제한하는 요소로 풀이되면서 한일 대응의 근거 또는 정책 조율 난항을 뒷받침하는 논리가 되어 왔다.   한편, 국제관계 연구에서도 국내 정치과정에 대한 접근 및 국내 변수 분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한일 여론 분석은 학문적으로도 유효성을 갖는다. [2]다만, 여론의 선호 분석과 외교정책에 대한 분석은 그 목적과 대상을 달리한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 분석은 정책 제언으로 이어질 수는 있으나 정책도출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어려우며, 정부 및 정치 엘리트를 대상으로 한 정책 분석은 정책 과정과 역학을 파악할 수 있으나, 실제 여론의 동향은 가시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본 연구는 여론의 동향에 집중하되 정치 엘리트 중심의 내생적 과정이 반영된 정책 결과에 대한 고려를 동반하고자 한다. <그림 1>은 앞선 문제의식과 논의를 정치체제 이론과 결부시켜 원용한 것이다. 우선 정치 엘리트 수준에서 나타나는 내생적 과정을 통제한 여론 그 자체의 동향(input)을 검토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일 대립 양상이 양국의 주류적 여론인지, 아니면 정부의 지향인지를 구별하기 위해서이다. 한편 양국 갈등이 정치-사회를 아우르는 집단 정체성 또는 규범에서 발현된 것이라면, 이것이 어떻게 침투하고 진화했는지에 대한 동태 분석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 대응에 대한 국민의 평가(output)와 그 변화를 검토할 것이다.   [그림 1] 분석 틀     한편, 이러한 투입-산출 과정의 환류(정치-사회 간 정책적 간극과 조율)를 통해 한일외교를 둘러싼 여론과 정책의 구조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cause, 여론-정책 구조화 과정). 본 연구가 정치적 효능감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은 정부의 외교 대응과 개인의 정책 지향을 비교·평가하면서 상대국(과의 관계)을 재인식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이때 국민의 인식과 평가가 축적된 결과(effect)가 정치적 효능감으로 발현되기 때문이다.[3] 즉 정치적 효능감은 단기적으로 변화하는 것이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축적된 인식이며, 투입과 산출로 환원되는 정치과정 전반에 대한 신뢰도(또는 정치 신뢰도, political trust)라 할 수 있다. 이는 정부의 정책 성과나 정치지도자에 대한 평가 둥의 단기적 요인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체제에 대한 인식 및 민주주의 만족도(satisfaction with democracy)에 가깝다. 이 같은 분석을 통해 한일외교를 둘러싼 국민 여론의 실제(인식과 대응 평가)를 규명하고, 정책 도출의 내생적 과정에서 축적된 정치적 반응성에 대한 국민의 정치 신뢰의 현주소를 가늠하고자 한다.   II. 분석 대상 문항   여론의 동향 분석을 위해 본 연구는 EAI동아시아연구원-겐론(言論)NPO가 추진한 한일 국민 상호인식 조사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한다.[4]아래에서는 앞서 본 연구가 제시한 분석 틀을 고려하여 검토에 적용할 문항을 제시하고, 그 유효성을 소개하고자 한다.   <표 1>에 제시한 바와 같이 우선, 여론의 투입과정에서 나타나는 상대국 인식에 관해서는 ①상대국에 대한 인상과 그 이유, ②상대국의 정치-사회 운영방식에 대한 이미지, ③한일관계 인식, ④상대국과 관계 및 대립 지양을 위해 자국이 취해야 할 입장에 관한 4개의 문항을 활용한다. ①은 상대국에 대한 호오(好惡)도를 묻고 그 이유를 선택하는 문항이라 국민들의 상호인식을 파악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또한 ②정치-사회 운영방식에 관한 문항은 평화주의, 국가주의, 민족주의, 자유주의 등 상대국 체제에 대한 여론의 인식을 유추할 수 있는 문항이라 학문적, 정책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양자 간 관계성을 묻는 ③한일 정부 간 상호 작용에 대한 여론의 인지에 해당하므로 동태 분석에 유효하며, ④는 관계 지향의 방향성에 관한 국민 상호인식을 집약하고 있다. <표 1> 선택 문항 및 대체 문항   문항 구분 투입: 상대국 인식 한·일 공통 문항/ 통시 문항 ‣귀하께서는 한국/일본에 대해 어떠한 인상을 가지고 계십니까? (단수응답)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만) 상대국(일본/한국)에 좋은 인상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2개까지 응답)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만) 상대국(일본/한국)에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2개까지 응답) ‣현재 상대국(일본/한국)의 정치와 사회의 운영방식은 어떻게 되어있다고 생각하십니까? (3개까지 응답) ‣귀하께서는 현재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어떠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단수 응답) ‣양국은 앞으로 상대국과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단수 응답) (=2022년도: 향후, 한일 간 대립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산출: 정부 대응 평가 한·일 공통 문항/ 통시 문항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한국과 일본, 양국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귀하께서는 현재의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대응과 태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단수 응답) ‣귀하께서는 현재의 한국 정부의 일본에 대한 대응과 태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단수 응답) -귀하께서 한국 정부의 일본에 대한 대응과 태도를 긍정적/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2021년도 한국조사 한정)   정치적 효능감(=민주주의 만족도): 정치과정 구조화 분석 한국 ‣2021년도: 정치적 효능감 한국 정부와 일반 국민들 사이에 일본에 대한 인식과 정책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까? 일본 ‣기존 문항 결과를 바탕으로 합리적 추론       다음으로, 여론의 산출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부 대응 평가에 대해서는 ⑤한일관계 개선 및 발전을 위해 양국이 해야 할 일, ⑥한국(일본) 정부의 대응과 태도 평가의 2개의 문항을 선택하였다. 정부 대응 평가를 묻는 ⑥문항으로 분석 내용은 충족하나, 일반적으로 유권자는 시간과 자원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신이 중요시하는 정책을 중심으로 정부 평가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음을 고려하여 ⑤를 검토에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효능감 관련 분석은 양국 공통질문으로 적용되지 못한 상태라 한국의 경우에는 ⑧2021년도 정치적 효능감을 직시하는 한국 정부와 일반 국민들 사이에 일본에 대한 인식과 정책에 차이가 있다고 여기는지와 평가 이유를 묻는 문항을 중심으로 검토할 것이며, 일본의 경우에는 한정적이나마 앞선 결과를 토대로 정부의 정책 반응성에 대한 여론의 인식을 유추해보고자 한다.[5]     III. 한국 여론의 대일 인식과 정부 대응 평가   1. 상대국 인식: 정치(국가)-사회(국민)의 구별   한국 국민의 대일 인식은 2000년대 후반 이후 경색 국면의 한일외교에 반응적이다. 2013년 76.7%로 조사된 이래 좋지 않은 인상이 다수이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비호감도가 완화되는 추세인 것이 주목된다(<그림 2>). 한편, 2015년(72.5%)과 2020년(71.6%)의 두 해는 전년 대비 좋지 않은 인상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해당 시기는 2014년 이후 지속된 위안부 해법을 둘러싼 양국 공방, 2019년 한국 대법원 강제 동원 판결 이후 일본 측의 수출규제 조치, 한국 측의 지소미아 해소 선언과 초계기 갈등 등 역사-경제-안보로 한일 대립이 확대되면서 여론 악화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림 2> 일본에 대한 인상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는 이유를 보면(<그림 3>의 上), 역사문제 현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침탈 역사에 대한 반성이 없어서(72.5%)’와 ‘독도 문제(61.7%)’, ‘정치 지도자 발언 및 행동(19.3%)’, ‘위안부 피해자 문제(18.1%)’ 등 대부분 고착화된 갈등 요소들이다. 더욱이 해당 사안들은 국가의 3요소인 주권(역사), 국민(강제 동원 피해자, 위안부 피해자), 영토(독도)와 상응한다는 점에서 정체성 인식과도 맞닿은 요소이다. 여기에서 양국 사이에 과거사 및 영토 관련 사안이 불거질 경우, 일본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일본에 대해 좋은 감정을 느끼는 데에는 국민성과 선진국이라는 인식이 작용한다(<그림 3>의 下). 구체적인 이유를 보면 ‘친절하고 성실한 국민성(62.8%)’과 ‘생활 수준이 높은 선진국(48.3%)’이라는 인식이 높다. 즉 과거사 비판과 현재 일본 사회에 대한 우호감이라는 양가적 정서, 또는 호감과 반감이 양립하는 국민 정서가 엿보인다.   <그림 3>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上)과 좋은 인상(下)을 가지는 이유 (2014~2023년 평균)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은 한국 국민이 일본 정치-사회, 또는 총체로서 국가-국민에 대해서 구별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 4>는 일본 정치-사회의 운영방식에 대한 이미지를 나타낸 것인데, 여기에서 군국주의(51.2%), 민족주의(33.5%), 국가주의(33.6%)가 높게 나타난다. 이를 앞선 분석 내용과 연결해보면, 과거사에 대한 비판의식과 현재 일본에 대한 우호가 공존하는 이면에, 정치(국가)에 대한 경계와 비판의식, 동시에 사회(국민)한 호감이라는 상반된 인식 조합을 엿볼 수 있다.   <그림 4> 일본 정치-사회 운영방식에 대한 이미지 (2013~2023년 평균)       <그림 5> 한국 여론의 한일관계 인식     이 같은 여론의 인식은 한일관계에 관한 판단 자체는 외교 이슈와 맞물려 유동적일 수는 있지만, 우리가 취할 입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선 <그림 5>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한일관계 인식을 보면 2015년과 2020년의 변곡점이 나타나며 이후 관계가 나쁘다는 인식이 완화된다는 점에서 앞서 살펴본 상대국 인식(<그림 2>)와 유사하다. 즉 관계 인식과 상대국 인식은 외교 사안의 동향을 반영하면서 연동하고 있으며, 이를 매개하는 변수로 정부 대응이 게재됨으로써 시기와 사안에 따라 유동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파악된다(손열 외 2023, 11-13).[6]   <표 2> 일본과의 관계에서 취해야 할 입장 (단수 응답)   년도 대립을 미래지향적으로 극복해야 함 적어도 정치적 대립은 피해야 함 일본 정부의 대응이 변하지 않으면 무시하고 거리를 두어야 함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 자체가 곤란하므로 거리를 두어야 함 잘 모르겠음 2021(N=1012) 45.8 28.8 15.6 6.9 3.0 2022(N=1028) 49.2 31.1 13.5 2.6 3.5 2023(N=1008) 31.3 48.3 - 12.8 7.5     하지만 이 같은 관계 인식과는 별개로, 한국 여론의 관계 지향성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며, 당위적·합리적 시각이 우세하다. <표 2>를 보면, 한일 간 대립으로 관계 인식이 가장 비관적으로 기록된 2020~2021년도 구간에서 한국인의 인식은 ‘대립을 미래지향적으로 극복해야 함’을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로 보고 있다. 한편, 조사 기간 중 관계 인식이 가장 긍정적으로 나타난 2023년의 경우, 대립의 미래지향적 극복보다는 ‘적어도 정치적 대립은 피해야 함’이 다소 우세하다는 점에서 실제 정치 레벨의 한일관계 동향과 조응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여기에서, 한국 여론은 당위적 시각에서 대립 첨예화의 시기에는 일본과의 우호적인 관계 설정을 지향하면서도, 한일 정부 간 상호작용으로 주어진 한국의 대일 외교 결과물을 고려한 지점에서 대일 관계 지향의 수위를 조율하는 합리적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2. 정부 대응 평가: 역사-경제 양축 지향성   그렇다면 한국 정부의 대응을 국민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림 7>은 2020년 이후 이어진 정부 대응 평가를 정리한 것이다. 우선 확인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대일 강경 노선에 우호적이지는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배적인 여론이 보이지도 않는다. 특히 대립 첨예화 국면의 2020~2021년 평가를 보면, ‘잘하고 있다(30.8→30.2%)’, ‘보통이다(30.5→32.3%)’, ‘못하고 있다(32.9→34.5%)’가 유사한 비중이라 돌출되거나 우세한 평가를 찾기 어렵다.   <그림 6> 한국 정부의 일본에 대한 대응 평가(2019~2023년)       한편, 한일관계 회복을 제시한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여론은 호의적인 평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발족 직후인 2022년에는 전 정부 평가와 유사하거나 못한다는 응답(2021년 34.2→2022년 43.2%)이 다소 높게 나타난 바 있다. 한일관계 개선이 가시화된 2023년 조사에서는 전년 대비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늘고(14.1%→21.7%), 못하고 있다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감소했으나(43.2%→32.3%) 가장 우세한 것은 ‘어느 쪽이라고 말할 수 없다(=보통이다)’ 에 해당한다. 즉 문재인-윤석열 두 정권은 대일 외교 지향에 차이를 보이지만, 국민 레벨에서는 특정 정부의 대응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유보적인 상황이다.   <그림 7>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이 해야 할 일(2020~2023년 평균)     이에 국민이 무엇을 기준으로 정부 대응을 평가한 것일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유권자가 판단 효율화를 위해 자신이 중요시하는 정책을 중심으로 정부 평가를 결정하는 경향을 고려한다면, 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이 해야 할 일에 관한 응답(<그림 7>)이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그 결과는 앞서 제시한 대일 인식과도 유사하게 역사문제, 독도 문제, 역사 인식 및 교육문제 해결 등에 관심이 높다. 뒤를 이어 정상 수준의 소통과 신뢰, 반한(반일)을 부추기는 언론 보도와 정치인의 발언 자제, 그리고 무역 투자 등 경제 협력 강화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부 정상 수준의 소통과 신뢰에 대한 요망도 높은 것으로 볼 때, 정치권의 해법 마련을 중요시하되 경제 협력과 민간 교류 등 양국 간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한국 국민의 대일 인식과 연동한다.   <표 3> 2013년도 한일 간 상호신뢰 관계 수립에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는 것(1+2순위)   구분 사례수 (명) 경제 무역 협력 올바른 역사 인식 양국 지도자들 간의 상호방문 문화/ 교육 교류 청년들과 기타 민간기구의 교류 군사 교류 협력 국제협력 지역 국제기구의 건립이나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 등 기타 전체 1,004 43.9 72.5 17.6 27 7.3 10.6 14.4 6.4 0.2 이념성향                     진보 250 34 76.1 18.4 29.4 9.6 9.2 15.8 7.1 0 중도 400 46.6 72.9 16.9 28.1 5.8 8.8 14.7 5.8 0.5 보수 354 47.8 69.5 17.8 24.1 7.4 13.8 13.2 6.5 0 국정운영평가                     잘함 605 45.3 70.4 18.5 28.3 7.2 8.9 15.5 5.5 0.3 못함 348 42.9 76.5 15.7 26.3 7.6 11.9 11.6 7.4 0 무응답 51 32.9 70.3 20 16.9 7.1 22.4 20.4 10.1 0     한 가지 더 논의할 것은 이 같은 국민의 정책 지향의 변화 유무이다. 이와 관련해 우선 2013년(박근혜 정부) 조사 자료가 흥미롭다. 한일 간 상호신뢰 관계 수립에 도움이 되는 사안을 선택하는 질문(<표 3>)에서 당시 여론은 올바른 역사 인식(72.5%)과 경제 무역 협력(43.9%)을 중요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EAI가 실시한 ‘2022 대통령의 성공조건’에 관한 여론 조사(<그림 8>)에서도 역사문제 현안(49.7%)과 경제, 기술, 안보, 환경 분야 등에서 미래지향적 협력 추진(35.3%)이 높게 나타난다.[7] 비중의 차이는 있되, 전반적으로 한국 국민은 역사 우선-경제 양립, 또는 역사-경제 양축 지향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그림 8> 2022 대통령의 성공조건 중 대일정책 우선 사항(단수 선택)     이처럼 통시적 관점에서도 역사문제 해법 제시와 경제 협력의 양립이 한국 국민의 대일 외교 지향이라면, 국민의 정부 대응 평가도 재해석의 여지가 있다. 우선 정부 대응 평가의 구체적인 이유를 묻는 조사(2021년 한정)를 보면, 갈등이 첨예화된 시기에 나타난 여론의 인식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긍정 평가자의 48.7%는 ‘일본 측의 수출규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력 대응’을 꼽았고, 뒤를 이어 ‘역사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단호한 태도(33%)’를 들고 있다(<표 4>). 한편, 부정 평가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것은 ‘일본에 대해서 보다 강한 대응을 기대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38.4%)’이라는 결과가 확인된다(<표 5>).   <표 4> 한국 정부의 대응과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2021년) (단위: %) 이념 성향 사례수 (명) 역사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원론적이고 단호한 태도 때문에 일본 측의 수출규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강력히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과도하게 대응하는 측면이 있으나 어쨌든 지지한다 모르 겠다 전체 306 33.0 48.7 13.7 3.6 1.0 진보 92 31.5 48.9 12.0 5.4 2.2 중도 142 33.1 46.5 16.2 3.5 0.7 보수 72 34.7 52.8 11.1 1.4 0.0     <표 5> 한국 정부의 대응과 태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2021년) (단위: %) 이념 성향 사례수 (명) 한국 정부가 대일정책을 국내정치 차원에서 이용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일본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일 안보 협력의 원활한 작동을 저해하는 등 안보 우려를 초래하므로 미중 갈등에 대한 한국의 대응책 마련이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한일관계를 과도하게 악화시키고 있으므로 일본에 대해서 보다 강한 대응을 기대하였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므로 모르겠다 전체 349 19.5 16.6 7.2 16.0 38.4 2.3 진보 54 14.8 11.1 7.4 22.2 42.6 1.9 중도 163 22.1 16.0 6.7 13.5 39.9 1.8 보수 132 18.2 19.7 7.6 16.7 34.8 3.0     이러한 긍정/부정 평가의 기저에는 한국 국민이 중요시하는 역사-경제 현안에 대한 일본의 대응, 특히 역사 현안을 경제 안보 문제로 확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부당하며, 이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는 한국 정부에 대한 평가와 기대가 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대일 강경 대응 자체를 지지한 것이기보다는, 일본 정부 대응 비판을 매개로 이를 한국 정부 대응 평가에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21년 조사에서 일본 정부 대응에 대한 한국 국민의 평가를 보면 좋게 평가(매우 좋음+대체로 좋음: 14.1%), 어느 쪽이라 말할 수 없다(37.4%)는 견해보다 나쁘게 평가(대체로 나쁨+나쁨: 43.2%)가 웃도는 것으로 확인된다. 더불어 이때 한국 정부에 대한 호의적/비판적 평가와 그 이유가 응답자의 이념 성향에 따라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 국민의 대일 인식은 역사와 경제 기축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8]     IV. 일본 여론의 대한(對韓) 인식과 정부 대응 평가   1. 상대국 인식: 무관심, 동조화, 그리고 민족주의 위화감   그렇다면 일본 여론은 한국 정치-사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그림 9>에 제시한 바와 같이, 일본의 한국 인식은 호오도 판단에 다소 유보적이다. 판단 보류(어느 쪽도 아니다/모름) 비율이 높은 만큼 비호감의 수준도 한국보다 높지 않지만, 여론의 40~50%대를 차지하는 우세한 인식이기도 하다. 더불어 2023년 현재 상대국 호감도(37.4%)와 비호감도(32.8%) 모두 조사 이래 가장 양호한 수치를 보이는 가운데, 전반적인 호오도 양상은 호감-비호감-판단 유보가 30% 전후로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전반적인 비호감 완화의 경향 속에서도 10% 전후로 한 증감이 다소 빈번하게 관찰된다. 예컨대 한국의 경우, 2015년과 2021년의 돌출 이외에는 꾸준히 완화되었던 데 비해, 일본은 2014년, 2017년, 2019년, 2021년의 네 번의 구간에서 전년 대비 좋지 않은 인상이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9] 이에 외교 사안과 연동한 미세하고 잦은 비호감도 상승, 그리고 한국 여론과의 동조화 등의 현상이 감지된다.   <그림 9> 한국에 대한 인상     일본 국민이 좋지 않은 인상을 갖는 이유는 ‘역사문제 관련 일본 비판 및 반일 감정(63%)’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한국의 반응에 대한 동조화 효과를 엿볼 수 있다. 이에 더해 ‘독도 문제(35.8%)’, ‘위안부·강제 동원 문제(28.5%)’가 뒤를 잇고 있어 한국과 동일 현안이 고착화된 갈등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 10>의 上). 반면, 좋은 감정을 느끼는 데에는 ‘한국 문화(51.8%)’, ‘한국 식문화와 쇼핑(46.6%)’ 등 민간 교류와 문화의 효과가 크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같은 민주주의 국가(21.5%)’라는 체제 인식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한국의 반일 정서에 대한 불신 이면에 민주주의 체제 공유 인식에서 비롯된 기본적인 신뢰가 공존하는 불신-신뢰의 양가적 정서가 함께 드러난다(<그림 10>의 下).   <그림 10>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上)과 좋은 인상(下)을 가지는 이유 (2013~2023년 평균)     한국에 대한 불편한 인식은 민족주의 정서에 대한 위화감에 가까울 수 있다. 이들은 한국 정치-사회에 민족주의와 반일 정서가 작용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것이 한국 정치과정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사회 운영방식에 대한 이미지를 보면 민족주의(51%)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그림 11>). 즉 한국 사회의 반일 민족주의 정서에 대한 위화감, 더불어 필요에 따라 이를 촉진하고 확대하는 한국 정치에 대한 의구심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파악된다. 여기에서 국가(정치) 불신-국민(사회) 호감으로 정치와 사회를 구별하는 한국 국민과는 달리, 일본의 정서는 한국 국민의 집단적 정서와 이를 촉진하는 한국 정치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1> 한국 정치-사회 운영방식에 대한 이미지(2013~2023년 평균)     그러나 일본 여론은 한일관계 개선에 부정적이지 않다. 우선 한일관계 인식(<그림 12>)를 보면, 관계가 나쁘다는 인식은 2014년(73.8%)을 정점으로 해서 점차 완화되는 추세이다. 세부적으로는 2017년과 2019년의 두 지점에서 관계 악화로 인지하는 경향이 상승했다면, 2018년과 2022~2023년에는 이러한 인식이 완화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수준의 관계 개선 조치가 이루어진 2023년을 제외한 나머지 지점에서는 본격적인 관계 개선 움직임이 진척된 것은 아니다. 특히 2018년 시점의 비호감도 완화는 경색 국면의 한일관계에서 상정하기 어려운 수치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①내재된 대립 회피의 기대가 역으로 ‘나쁘다’라는 인식을 낮추는 효과를 낳았거나, ②대립의 상시화 속에서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관계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해석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관계 피로’와 이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한일관계 인식에서 부정적 수치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표 6>에서 나타나는 한일관계 지향성은 정치적 대립 회피를 바라는 일본 국민의 정서를 잘 말해준다. 다만 한일관계에 대한 무관심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한국과의 차이점이다.   <그림 12> 일본 여론의 한일관계 인식       <표 6> 한국과의 관계에서 취해야 할 입장(단수 응답)   년도 한일 간 대립을 미래지향적으로 극복해야 함 적어도 정치적 대립은 피해야 함 한국 정부의 대응이 변하지 않으면 무시하고 거리를 두어야 함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 자체가 곤란하므로 거리를 두어야 함 잘 모르겠음 무응답 2021(N=1000) 22.8 32 13.7 7.5 24 0  2022(N=1000) 28.5 30.5 11.5 4.7 24.5 0.3 2023(N=1000) 26.1 42.8 - 7.3 23.2 0.6     2. 정부 대응 평가: 안보 지향의 판단 유보[10]   그렇다면 일본 국민은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림 13>은 2019년 이후 현재까지의 평가를 정리한 것이다. 긍정-부정 평가만큼이나 어느 쪽도 아니다-모르겠다는 응답자의 비율도 높아 일본 정부에 대한 대중의 주류적 평가가 긍정인지 부정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에 판단 유보와 무관심이 지배적인 추세이다. 이때 유보적 무관심의 대상은 한국이자 자국 정부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정치-외교 전반에 대한 일본 여론의 냉소와 무관심을 엿볼 수 있다(후술).   <그림 13>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대응 평가(2019~2023년)     이에 더해 한일외교 관련 사안은 일본 정부가 성과를 내기 힘든 구조이기도 하다. 여론이 중요시하는 사안을 보면(<그림 14>), 일본 국민 역시 역사문제, 독도 문제, 그리고 역사 인식 및 교육 문제해결을 중요과제로 꼽고 있으며, 이는 일본 내부에서도 예민한 사안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4>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이 해야 할 일(1~3순위)     한편, 뒤를 잇는 항목에서는 한일 간 인식 차도 발견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무역 투자 등 경제 협력 강화’보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중요시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양국 국민 사이에 상대국의 효용과 협력 내용의 우선순위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이 같은 한국(경제)-일본(안보) 간 정책 우선순위의 차이는 변화한 일본 정치-사회의 대한반도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현재 일본의 대한반도 인식은 북핵 문제를 제외하고 논할 수 없게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한일 간 정치 갈등이 첨예화된 이면에는 한일 정부의 대북 인식 차가 크게 작용하기도 하였다.[11] 즉 북핵 위협 심화는 일본 정치-사회의 안보 위기감에 대한 공명을 불러왔으며, 일본 내부에서는 경제보다는 안보 면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인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12]   V. 정치적 효능감: 정부 정책과의 간극   한국에서는 2021년도에 정부와 일반 국민 사이에 일본에 대한 인식과 정책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그림 15>을 보면, 다소 차이가 있다고 보는 견해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앞서 제시한 논의와 연결 지어 보면, 이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는 한국 국민의 정치적 효능감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그림 15> 정부의 대일정책에 대한 한국 국민의 정치적 효능감(2021년)     첫째, 이념 성향과 무관하게 ‘다소 차이가 있다’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 이념 성향에 따라 대일 외교 선호가 다를 것이라는 인식이 있으나, 그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 보수성향 응답자의 경우, ‘상당히 차이가 있다’라는 견해가 진보 측보다는 4% 높고, 진보성향 응답자의 경우, ‘거의 없다’라는 견해가 보수 측보다 4% 높아 미세한 반응 차이는 보이지만, 보수-중도-진보성향의 모든 구간에서 과반수를 압도하는 견해는 ‘다소 차이가 있다’에 수렴된다. 4%의 수치로는 이념 성향에 따른 정책 선호 양극화로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둘째, ‘다소 차이가 있다’에 함축된 국민 정서는 수긍 가능한 대일 외교의 경계선이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 정책과의 간극은 한국의 역사 정체성을 일본이 제대로 인정하게끔 해야 함을 전제로, 정치적 갈등 회피와 경제 협력 강화의 정책 지향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며, 여기에서 역사 정체성 문제를 상한, 갈등 회피와 경제(민간) 협력을 하한으로 하는 수렴 공간이 나타난다. 이에 한일관계 경색과 갈등-대립 국면의 지속, 또한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정치권의 적극적인 관계 회복 노력(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을 포함), 그 사이에서 국민 정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느끼거나 평가를 유보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이 지점에서 여론의 수렴 공간이 제시하는 학문적·정책적 시사는 크다. 현재 국내 정치세력 간 한일관계 인식과 전략의 차이는 양극성이 심화하고 있다.[13] 다만 이것이 국민 여론으로 확장된 수준은 아니라는 위의 결과는 역으로 정치과정에 흥미로운 과제를 던져준다.[14] 수렴성이 확인되는 국민의 대일 지향이 향후 이념적 양극화로 확대된다면, 그에 대한 정치세력의 책임은 적지 않다. 이는 ‘규범’의 대립을 촉진하고 확대한 정파적 논리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 정부 및 후속 정부는 설명책임(accountability)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며, 무엇보다 향후 대일 외교 공간에서 보수-진보 진영의 자기 구속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일 지향의 정치화 및 그 확장은 국내 정치와 외교 공간의 복합 딜레마로 이어질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일본의 경우에도 정책과 여론의 인식 사이에는 간극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일 관계 인식 및 정부 대응 평가를 통해 나타난 일본 여론의 특징은 ‘모르겠다’, ‘어느 쪽도 아니다’라는 판단 유보적 무관심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의 정치적 효능감 저하의 방증이기도 하다. 나의 견해와 의지가 정치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를 낮추면서(내적 효능감 저하), 정치과정에서 산출된 정책이 사회에 반응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높아진 것이며(외적 효능감 저하), 이러한 인식 순환이 축적되면서 정치에서 이탈하는 방기의 형태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15]   현재 일본에서는 관저주도형 정책 결정 방식이 정형화되면서 정부의 정책 산출의 불투명성이 일본 정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 일본 정치전반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010년대 이후 정치적 효능감 저하가 확인되고 있다.[16] 이 같은 일본 사회의 단면은 정치의 돌출과 정책 결정의 불투명성에 대한 여론의 냉소를 반영한다. 즉 산출된 정책에 한정된 불신이기보다는 정책결정 행위자(정치가)와 그 과정에 대한 불만족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대한 외교 정책과정 또한 예외일 수는 없다.   VI. 결론 및 함의: 한일외교의 원셋과 여론   이상으로 한일 국민의 상대국 인식과 정부 대응 평가, 그리고 양국 정치 신뢰의 현주소를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는 내용은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한국 국민의 대일 인식과 정부 대응 평가에 관해서이다. 우선 대일 인식 면에서는 역사문제 현안, 즉 정체성 요인이 주된 갈등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일본 정치에 대한 불신과 일본 사회에 대한 호감이 공존한다. 이 가운데 형성된 한일관계 지향은 우호적인 대일 관계 설정에 적극적이며, 역사문제 해법과 경제(민간) 협력을 양축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한일 정부의 정치적 돌출은 통제되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보수-진보 어느 정권에도 정책 수월성(policy performance)을 부여하고 있지는 않으며, 정부 대응과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두는 유보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일본 국민의 한국 인식과 정부 대응 평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확인된다. 우선, 대한 인식은 역사문제 현안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공통되나, 한국 정치에 대한 불신뿐 아니라 한국 국민의 민족주의적 정서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에 우호적인 한국적 정서와는 차이를 보인다. 또한 한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호오도의 정서는 강하지 않지만 판단 유보 경향 또한 짙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정치-사회의 반응에 대한 온건한 동조화 효과와 무관심의 혼재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한일관계 지향성 면에서는 관계 회복에 긍정적이다. 다만 적극적 관계 개선의 의지는 상대적으로 약하며, 정치적 대립 회피를 선호하면서 역사문제 해법과 대북 관련 안보 협력을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여기에서 북핵 위협과 한일 안보의 필요성에 관한 일본 정치-사회의 공명이 확인된다. 더불어 이 지점에서 상대국의 전략적 가치의 우선순위를 경제 지향에 두는 한국 국민과 안보 지향에 두는 일본 국민 사이에 차이가 나타난다. 정부의 대응 평가에서도 수상 교체에 따른 외교 방향성 변화를 크게 기대(평가)하지는 않고 있어, 일본 여론의 대립 회피적 관망과 무관심이 한국과의 관계 설정, 그리고 정부 대응 평가 전반에 걸쳐 확인된다.   셋째, 한일 정부의 외교정책과 국민의 정치 신뢰에 관해서이다. 과연 한일외교 구현 방식은 여론 동향에 합치한 것이었는가? 분석을 통해 도출한 잠정적 결론은, 한일 국민의 정책 지향과 정부 대응 사이에는 간극이 있으며, 정치과정에 대한 불만족과 낮은 정치 신뢰로 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노선과 방식에 따라 한일외교는 갈등과 불안정성이 지속되어 왔지만, 어떤 국면에서도 자국 다수 여론의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양상은 정부 교체로 해소되지는 않고 있으며, 한일 국민 모두 특정 정부의 정책 수월성을 평가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양국 국민의 정치 신뢰는 높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상대국 정치에 대한 불신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일외교의 난점이 드러난다(<그림 16>).   <그림 16> 정치과정을 통해 본 한일관계 교착 메커니즘     이처럼 양국 국민 의식 속에는 양국 간 관계 회복을 촉진하는 요소와 저해하는 요소가 동시에 내재되어 있다. 우선 정치적 대립을 회피하고 협력의 필요성을 중요시하는 공통된 정책 지향은 외교 관계 개선 및 협력 증진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과정 불만족과 낮은 신뢰가 축적되면서 한일 모두 대내적으로 정책적 지지를 흡수하기 쉬운 구조는 아니다. 현재까지는 자국 대응 평가에 유보적인 상황이지만, 향후 자국-상대국 정치 불신이 지속될 경우, 배타적 집단 정체성이 고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정체성의 충돌과도 맞닿아 있는 역사문제 현안은 한일외교에서는 물론 국내 정치과정에서도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다. 국가 구성원 사이에 공유된 역사 기억, 이것이 정치과정과 결합하는 구조가 한일 역사문제의 기저에 있으며, 여기에 작용하는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의 복합적 정치구조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17]    이에 한일관계 고착화의 본질은 특정 정부의 정책 기조라는 단편적·유동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기보다는, 정치과정에 대한 자국-상대국 불신의 동반 상승효과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그림 21>). 2023년 현재 현저한 개선이 확인되는 일본의 대한국 인식 또한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에 반응한 유동적 시각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현 정부의 노력과 시책이 후속 정권에서도 정책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시하거나, 보수-진보 간 정권교체를 우려하기도 한다. 여기에 대통령중심제 기반의 한국 정치 운영방식에 대한 합목적적 이해, 또는 정치적 역동성과 균형에서 비롯되는 체제 안정성에 대한 불신이 나타난다. 한편, 한국 여론의 대일 인식 또한 침략 역사에 대한 집단적 기억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우려하는 시각은 현행 일본 민주주의 운영방식에 대한 신뢰 부족 및 비약을 방증한다. 이에 한일관계 개선을 체감하는 현 지점에서도 정치-사회의 상대국 인식 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   이는 한미일 삼자 협력을 구심력으로 전격적 관계 회복에 나선 양국 정부에게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정치 레벨에서 보면, 외교의 목적과 방식은 단선적이지 않으며, 다수 국민의 눈높이와는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유효한 해법과 선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한일 양국은 역사, 경제, 그리고 안보 문제에 대한 우선순위를 조정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관계 발전을 도모해 왔다. ①역사와 경제(민간)를 분리한 투-트랙 전략, ②민간 협력·문화 교류 활성화를 통한 역사 갈등의 단계적 완화, ③역사 현안을 정부 수준에서 빠르게 봉합함으로써 미래세대의 자율성을 증대하는 방향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중 어떤 해법도 효과적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한일 정부의 외교적 판단과 결단력을 토대로 관계 회복 국면을 조성하더라도, 안정적-장기적 상호신뢰 구축은 여전히 과제로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18]    따라서 향후 ①한일 정치 레벨의 역사 현안에 대한 섬세한 접근, ②포괄적 협력 과제 산출 과정의 투명성 확보, ③설명책임 강화를 통한 대내적 정치 신뢰 제고, ④한일외교의 규범성 확보를 통한 상대국 정치 신뢰 획득(회복) 등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이와 관련하여 손열(2022)의 정책 제언이 주목된다. 그는 청와대 주도의 대일정책이 설명책임 약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권력 집중에 따른 무대책(inaction)의 비중이 커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19]  청와대 주도의 대일정책 탈피와 대안의 방향성은 일본 관저주도 외교에도 적용되는 제언이기도 하다. 정치 리더십 vs. 제도 안정성 간의 균형은 국내 정치와 외교 연속성의 선순환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으며, 이 지점에서 위 제언의 포괄적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경색 국면의 장기화 속에서 한일 국민 사이에 나타난 공통 인식이자 최소한의 전제가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대립은 회피되어야 하며, 대화와 소통, 민간 교류의 장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지점이다. 더불어 상대국의 정치-사회 운영방식을 ‘민주주의’로 인식하는 비중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희망적인 해석과 확장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자유, 민주주의, 인권과 법치를 규범적으로 공유하는 한일 관계가 정치적 수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장기적 시각과 대응이 요구된다. 상호 국민의 신뢰 확장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교착 완화의 메커니즘을 추동하기 위해서는 ‘한일 정치 레벨의 상호 존중→국민 레벨의 자국 정치(외교) 신뢰→상대국 신뢰’로 확장되는 정치-사회의 연쇄적 프로세스를 고려한 긴 호흡이 필요하다. ■   [1] 일반적으로 정치적 효능감은 국민(나)의 요구가 정부 수준에서 얼마나 잘 반응되는지에 대한 평가이며, 세부적으로는 자신이 정치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자기평가(내적 효능감, internal efficacy)와 정부에 대한 평가(외적 효능감, external efficacy)의 두 가지 평가 정향을 포함한다. 따라서 국내 정치과정에서 유권자의 정치참여 또는 민주주의 의식과 결부되어 논의되어왔다. 이에 대해, 본 연구는 국가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인식 및 정부 정책과의 괴리가 장기적으로 구조화된 상태를 정치적 효능감을 통해 파악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특히 외적 효능감을 주된 분석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2] 예컨대 현실주의(realism) 시각에서는 국제체제의 자극에 대해 국가의 반응을 지도자 이미지나 국가-사회관계, 국내 제도 등의 국내 변수를 통해 설명하려는 이론적 시도가 나타나고 있으며, 자유주의(liberalism) 시각에서는 국가의 전략이 형성되는 국내 과정 분석을 통해 국가 간 윈셋(win-set)을 파악하는 양면 게임(two-level game)이론이 잘 알려져 있다. 간(間)주관적 요인과 정체성을 강조하는 구성주의(constructivism) 시각은 집단 정체성의 구성과정으로써 국내 정치와 국제정치를 하나의 분석 틀 안에서 규명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국내 요소에 주목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3] 정치적 효능감은 정치참여와 관계성을 갖는 독립변수로 파악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본 연구는 유권자의 정책 선호(투입)와 정부 정책(산출), 이것이 환원되어 이루어지는 정치과정이 장기적으로 구조화된 상태를 정치적 효능감으로 파악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이를 종속변수로 설정하고 있다.   [4] 이 조사는 한일 국민 각 1,000여 명을 대상으로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한국은 대면 면접조사 방식, 일본은 방문 및 배포 조사 방식, 매년 6월~8월 실시). 조사 내용은 한일 각국의 독자 문항과 양국 공통 문항으로 구성되며, 특히 공통 문항은 매년 동일한 통시성 문항에 더해 각 해의 정치적 특징을 반영한 시의성 이슈로 구성되어 있어 양국 여론의 정향과 동태를 파악할 수 있다.   [5] Ⅲ~Ⅴ장에 제시된 그림과 표는 EAI동아시아연구원-겐론NPO 한일 국민 상호인식 조사(2013~2022) 데이터를 분석, (필자)가공한 것이며, 중복을 피하고자 해당 출처는 생략하되 해당 자료 이외의 데이터를 제시할 경우에는 그 출처를 표기함.   [6] 여기에서 ‘여론의 상대국 인식→정부 대응→여론의 한일관계 (재)인식’으로 순환하는 정치과정의 환류 구조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더불어 통계 분석을 통한 검토에서도 한국인의 대일 호감도에 영향을 주는 유의미한 변수로 ①한국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 ②일본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 ③한일관계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인된다(손열·김양규·박한수 2023, 11-13).   [7] <그림 8>과 <그림 9>는 동일 기관에서 같은 해에 조사한 결과이나, 후자의 경우 경제를 포괄한 다각적 협력을 선택 사항으로 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과거 사안과 미래 사안에 대한 우선순위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경제 협력을 하나의 선택 문항으로 제시한 앞선 분석 결과와는 비율의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8] 이념적 성향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Ⅴ장에서 후술.   [9] 2014년 위안부 공방, 2017년 문재인 신정부의 위안부 합의 재검토,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한 한국의 지소미아 해소 선언 등의 갈등에 대한 여파로 파악할 수 있다.   [10] 한일 공통질문을 활용하여 동일한 분석을 적용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일본 설문조사에 자국 정부의 외교 대응 평가에 대한 이유를 유추할 수 있는 항목이 없어, 구체적인 분석에 한계가 있음을 밝혀둔다.   [11] 한편, 한국 내 보수-진보 정치세력 간 외교·안보관의 차이 또한 북한 문제와 한일관계에서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에서 극적인 변화를 보이는 곳 또한 대북-대일정책에 있다. 보수-진보 세력 간 외교·안보 인식의 양극화와 북한-일본 문제의 복합성에 대해서는 최희식(2022)을 참조.   [12] 정책 우선순위 측면에서는 양국 간 차이가 있지만, 한미일 안보 협력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본 여론(매우 긍정 14.6%, 일정 부분 긍정 35.3%)만큼이나 한국 여론에서도 긍정적 반응(매우 긍정 8.9%. 일정 부분 긍정 51.7%)이 다수인 것으로 확인된다(2023년 기준).   [13] 이와 연동하여 학계에서도 한일외교 정책과정과 국내 변수와의 관련성을 규명하는 연구가 주목된다(신욱희 2019; 정기웅 2020; 최희식 2022).   [14] 한편, EAI동아시아연구원(2022)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일정책 우선 사항(단수 응답)에 대해 역사문제 해법 마련을 우선하는 응답자(보수 28.8%, 진보 53.1%, 중도 39.6%)와 미래지향적 협력 추진을 우선하는 응답자(보수 46.5%, 진보 25.1%, 중도 36.9%) 사이에 이념적 차이가 확인되었으며, 이를 토대로 외교정책의 이념적 양극화를 보여준다는 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 분석 결과가 엇갈리는 만큼 해석의 여지를 독자들께 남겨두되, 이에 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함을 첨언해 둔다. 추후 이념 성향별 편차가 유효한 수준인지, 그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한 검토에 더해, 정부 외교정책의 영향(지도자 호오도, 대일 외교 평가), 정당일체감과의 연동성 등 여론의 대일 외교 선호를 규정하는 변수에 대한 규명도 함께 필요하다.   [15] ‘모르겠다’라는 의사 표현은 무지나 무관심을 넘어 한일관계 등 정세변화와 엮지 말아 달라는 적극적인 표현, 또는 혐한과 언론 보도에 동조하지 않지만 비판하지도 않는 회색 응답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본 ‘모르겠다’에 대한 해석에 관해서는 박승현(2022)을 참조.   [16] 수상관저의 정책 리더십 강화에 따른 일본 유권자의 정치적 효능감 저하에 관해서는 이주경(2019, 5-6)을 참조.   [17] 이와 관련해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해당 논의를 전개한 아사노(2022)의 연구가 주목된다.   [18] 최근 한일외교에서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다방면에 걸친 포괄적 협력과 화해를 상징하는 모범 사례로 제시한다. 하지만 해당 선언은 북핵 위협이 발현된 시점에서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을 제시하는 한국 정부, 대북 채널을 열어두고 북한 위협을 일정 부분 완화하고자 한 일본 정치권 내부의 포용적 시각이 조합된 결과이기도 하다. 즉 당시의 한일협력은 한국의 대북 정책, 일본의 대한반도 인식의 균형점이 고려되었다는 점에서 상대국의 외교적 행동반경을 넓히는 효과가 있었지만, 현재 한일 정부가 지향하는 외교는 국제체계 인식, 방향성 공유, 나아가 경제-안보를 포괄하는 대내외 정책 연속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국 내 신뢰 확보와 상대국 신뢰는 더욱 불가결한 요소가 된다.   [19] 이에 외교 주무 부처의 자율성과 교섭권 부여를 통한 정책 전문성 제고, 관련 부처와 소통과 조율을 강화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함을 제시한다(손열 2022, 13-14).   참고 문헌   동아시아연구원. 2022. “대통령의 성공조건: 신정부 외교정책 제언 인식 조사.” EAI 동아시아연구원.   박승현. 2022. “`모르겠다`라는 적극적인 응답.” 『EAI 이슈브리핑』   손열. 2022. “대일정책: 백년대계의 장기적 안복으로 한일관계 재건축.” 『EAI 워킹페이퍼: 2022 EAI 신정부 외교정책 제언 시리즈 5.c』   ______·김양규·박한수. 2023. “관계 개선을 바라보는 한일 국민의 거리: 2023년 한일 국민상호인식조사 결과 분석.” 『EAI 이슈브리핑』.   신욱희. 2019.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와 한일 관계의 양면 안보 딜레마.” 『아시아리뷰』 9,1.   아사노 토요미. 2022. “국민 국가 형성의 단층을 둘러싼 내외정치의 공진과 역사 화해.” 『EAI 워킹페이퍼: 한일협력의 미래비전 시리즈 12』.   이주경. 2019. “일본 정치의 과제와 2030 차세대 정치의 향배.” 『EAI 워킹페이퍼: 미래일본 2030-아베 이후 일본은 어디로 2』.   정기웅. 2020. “한국의 대일본외교 갈등요인 고찰 GSOMIA 사례와 투-페이스 게임.” 『정치정보연구』 23, 1.   최희식. 2022. “미중 전략경쟁 시기의 한일 관계: 양극화된 정치와 대일정책.” 『일본연구논총』 56.   Easton, David. 1965. A Systam Analysis of Political Life. New York: Wiley and Sons.   Kolln, Ann-Kristin and Kees Aarts. 2021. “What Explains the Dynamics of Citizens’ Satisfaction with Democracy? An Integrated Framework for Panel Data.” Electoral Studies 69.     ■ 이주경은 부산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교수이다.     ■ 담당 및 편집: 오준철_EAI 연구보조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jcoh@eai.or.kr  

이주경 2023-12-27조회 : 7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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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시리즈] ④ 미래지향적 협력과 역사문제 사이의 한일 국민 인식

I. 서론   본고의 목적은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의 겐론NPO가 시행한 <한일국민 상호인식 조사>(2013-2023)의 설문 [한일관계와 양국의 역사문제: 한일관계와 양국의 역사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의 결과 분석을 통해 미래지향적 협력과 역사문제에 대해 양국 국민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고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설문의 네 가지 답변, 즉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는 어려울 것이다’,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 ‘양국 간 협력 상황과 관계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모르겠다’에 내재된 한일관계에 대한 관점 및 전망, 정책 선호도를 검토하고, 설문 결과를 토대로 미래지향적 협력과 역사문제 간의 상관관계를 둘러싼 한일 국민의 상호인식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조사 기간을 세분해서 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한일 관계는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다가 2023년에 들어와 개선 국면을 보였다.[1] ‘잃어버린 10년’ 동안 한일관계는 역사문제로 민족주의적 충돌의 양상을 보였고, 역사 갈등이 경제-안보 분야로 파급되는 복합위기에 빠졌다. 그리고 2023년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강제징용의 현금화 문제에 대해 제3자 변제를 해법으로 제시했고, 이후 셔틀외교와 대화 채널이 복원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국민들은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는 어려울 것’이라며 역사문제의 해결을 미래지향적 관계의 전제 조건으로 생각했을까? 아니면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라며 협력을 지속함으로써 역사문제가 해결되는 화해의 미래를 의식하고 있었던 것인가? 또는 “양국 간 협력 상황과 관계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문제의 지속을 전망하고 있었을 것인가? 혹은 ‘모르겠다’는 대답 아래 상황을 방치 또는 관망하고 있었던 것인가?   각 답변이 제시하듯이 한국과 일본 관계에는 역사문제와 미래지향적 협력이라는 두 개의 트랙이 놓여있다. 그리고 두 트랙 간의 우선순위와 조합 속에 양국 관계가 전개된다. 지난 한일관계의 ‘잃어버린 10년’은 역사문제를 지나치게 중요시한 나머지 역사 갈등이 협력 트랙을 압도한 결과였다. 역사문제-경제-안보의 복합위기는 그 절정이었다. 만약 양국이 협력 이슈에 방점을 두었다면, 다른 양상이 벌어졌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문제는 국가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바, 다시 한일관계에 등장하여 갈등을 가져올 수 있다.   한일관계 관련 다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의 역사 갈등으로 한국과 일본 사회에는 반일과 혐한의 구도가 자리 잡았다. 이 같은 반일과 혐한의 구도는 정부 차원에서 벌어진 역사 갈등의 결과적 측면이다. 이에 대해 본고는 [한일관계와 양국의 역사문제] 설문 결과를 조사함으로써 역사 갈등의 결과적 측면뿐만 아니라 갈등의 전망과 해법까지 포괄한 국민 인식을 살펴볼 것이다. 또한 역사문제를 우선시한 정부의 정책 기조에 국민 여론이 얼마나 동조하고 있는지를 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가늠하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본고는 다음과 같은 구성을 지닌다. 먼저 조사 기간 내의 한일관계를 개괄하고 ‘한일관계와 양국의 역사문제’ 설문과 이에 대한 3개의 답변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고찰한다. 이어서 실제 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한일 국민들이 양국 관계의 ‘잃어버린 10년’ 속에 양국 관계의 발전과 역사 화해의 가능성에 대해 어떠한 생각과 전망을 가졌는지에 대해 밝힌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본론의 내용을 정리하고 한국 정부의 대일 외교에 대한 함의를 논하고자 한다.   II. 2013-2023 한일관계와 ‘한일관계와 양국의 역사문제’ 설문   1. 2013-2023 한일관계에 대한 개괄   1) 박근혜-아베 정부 시기 (2013-2016)   박근혜-아베 정부 시기는 두 보수 정치인들의 민족주의가 충돌하는 시기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급격히 악화된 한일 관계를 계승한 두 지도자는 출범 초기부터 역사인식을 두고 갈등했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역사 수정주의적 자세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이 지나도 변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등 역사문제를 두고 한일 간의 강대강 구도가 만들어졌다.   박근혜-아베 정부 시기 일본군‘위안부’문제는 가장 대표적인 역사 갈등 소재였다. 한국의 박근혜 정부는 일본군‘위안부’문제의 해결을 한일관계 발전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명박 정부 시기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처가 부작위라고 판결했고, 그 이후 일본군‘위안부’문제는 한국 정부의 대일 외교에서 최우선 순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후임인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고, 일본의 전향적인 조치를 한일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렇게 한국 정부가 일본군‘위안부’문제를 한일관계 발전의 입구에 두면서 역사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양국 관계가 움직이지 못하는 경직된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대일 원칙외교와 함께 당시 아베 정부의 역사정책 또한 관계 악화의 원인이었다. 아베 정부는 한국이 이미 해결된 역사문제를 계속 문제시하여 일본에게 사죄와 반성을 요구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청구권 협정 등 이전 국가 간의 합의로 종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역사문제를 외교 카드로 활용하여 “전후 세대에게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하고 있다”는 인식이었다. 따라서 아베 총리는 반성과 사죄 표명이 아니라 역사문제에서 한국에게 일절 타협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보았고, 그에 따른 한국과의 관계 악화는 감수하겠다는 생각이었다(21世紀構想懇談会 2015, 227-228). [2]   역사 갈등이 지속되며 치르는 비용이 점차 커지자 양국 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위안부 합의를 맺으면서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도모하였다. 합의에서 아베 총리는 사죄·반성을 표명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일본 정부는 10억엔을 출연하여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한국 국내에서 피해자들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고조되면서 합의는 순탄하게 이행되지 않았다.   2) 문재인-아베·포스트 아베 정부 시기 (2017-2021)   2017년 5월 적폐 청산을 내걸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 중심주의를 준수하지 못했다며 합의의 정당성을 문제시하였다. 2017년 12월 27일 한국 외교부의 위안부 합의 문제 검토 태스크 포스는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합의에 의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다. 일본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재단 해산을 합의 위반으로 간주했고, 강력 반발하였다.   문재인-아베 정부 시기의 갈등은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로 한층 더 악화되었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불법적인 강점이라고 규정하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이 남아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식민지 지배로 인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 배상권이 1965년의 청구권 협정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피고 일본 기업이 배상에 나서지 않자 자산을 강제 매각하여 현금화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관련 배상 문제는 청구권 협정으로 모두 해결되었으며,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한일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에 들어와 강제징용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경제, 안보 분야로 확대되며 한일 관계는 복합갈등에 빠지게 된다. 피고 일본 기업의 자산에 대한 한국 법원의 현금화 절차가 진행되자 일본 정부는 반도체 핵심부품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부정하였지만, 수출규제조치는 강제징용문제에서 한국을 ‘움직이기 위한 알람’이자 보복 조치였다(<毎日新聞>. 2019/9/4).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로 맞대응하였다. 일본 정부가 역사문제를 이유로 경제적 협력 관계를 훼손시키자,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안보 협력 관계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대가를 치르게 하려한 것이다. 미국이 중재에 나서면서 GSOMIA는 조건부 종료 유예가 되었지만 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한일 갈등은 포스트 아베 시대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포스트 아베 시기 일본 정부의 대한국 정책 기조의 특징은 현금화 문제의 해결방안을 관계 개선의 입구에 두었다는 점이다. 2020년 9월 아베 정부의 후임인 스가 정부는 한국 정부가 현금화 문제의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일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았다. 스가 정부의 정책 기조는 현금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출규제 조치, GSOMIA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구도를 고착화시켰다. 스가 정부의 후임인 기시다 정부에서도 동일한 정책 기조가 지속되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쌓아 올린 양국 우호협력의 기반을 토대로 한일관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징용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의 현안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 윤석열 한국 신정부의 출범과 한일 관계 (2022-2023)   2022년 5월에 출범한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역사문제-경제-안보를 포괄하는 포괄적 접근 및 해결을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사와 미래 협력을 전부 함께 논의할 수 있다”며 “역사문제와 양국의 미래 문제는 모두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같이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합적 차원의 한일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역사문제뿐만 아니라 안보, 경제 현안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곧 일본과의 안보, 경제 협력을 통해 역사 문제해결의 동력을 찾겠다는 정책 기조였다. 2022년 8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3년 3월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문제의 현금화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제3자 변제를 제시했다. 한국 정부가 제3자 변제로 강제징용문제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자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대한 수출규제를 해제하였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도 정상화되었다. 이와 동시에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를 비롯해 각계 정부 및 경제계 간의 대화 채널이 복원되면서 양국 관계는 복합위기에서 벗어나 관계 개선의 국면에 들어가게 되었다. 현재 한일 정부 간에는 안보, 경제, 민간 교류 등 다방면에 걸쳐 양국 협력을 공고히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 ‘한일관계와 양국의 역사문제’와 국민 상호인식   2013년부터 시작된 동아시아연구원과 겐론 NPO의 ‘한일국민 상호인식 조사’의 “한일관계와 양국의 역사문제: 한일관계와 양국의 역사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설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표1: 한일관계와 양국의 역사문제 설문>   [질문] 한일관계와 양국의 역사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Ÿ 역사문제의 해결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이다. Ÿ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 Ÿ 양국 간 협력 상황과 관계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Ÿ 모르겠다.     각 답변은 한일관계와 역사문제의 관계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과 전망, 정책 선호도를 내포하고 있다.   ● 역사문제의 해결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이다   첫 번째 답변은 역사문제가 한일협력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한일관계는 역사와 협력이라는 두 가지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과거사 갈등은 협력 트랙을 압도하곤 했다. 첫 번째 답변의 또 다른 측면은 역사문제의 해결을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우선적인 조건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문제의 해결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가 어려울 것’은 곧 ‘역사문제가 해결되어야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이 가능’하다는 의미와 같다. 따라서 첫 번째 답변은 역사문제에 대한 정부의 원칙적 대응 또는 과거사 원트랙 정책과 기조가 유사하다.   다만 첫 번째 답변은 역사갈등이 한일관계의 전부라고 간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답변이 의도하는 바는 문자 그대로 상대국과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먼저 역사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답변에서 역사갈등은 미래지향적 협력이라는 종착지가 있는 갈등이다. 바꿔 말하자면 역사문제로 불거지는 갈등 상황을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조정기로 본다고 할 수 있다.   ●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   두 번째 답변은 한국과 일본이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축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역사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답변이다. 그 반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첫 번째 답변과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다. 두 번째 답변에 내재된 한일관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독일 관계와 유사하다. 프랑스와 독일은 1963년 엘리제조약을 체결, 외교·국방·청소년 교육 분야 협력을 제도화하였고,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통해 양국 간의 오랜 역사적 대립을 종식시켰다(Feldman 2013).[3]즉,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 답변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을 우선해 나간다면 역사화해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 담겨있다.   한국과 일본이 협력을 한다면 양국 협력이 국익에 부합되기 때문일 것이다. 즉, 두 번째 답변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이 상대국과의 협력에서 국가 이익을 발굴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역사문제의 해결이 좌우된다. 따라서 북핵·중국에 관한 인식이 좁혀지면서 한일 협력이 필요해지고, 상대국을 중요시하는 인식이 형성되면 두 번째 답변의 수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역사문제보다는 미래지향적 협력 이슈에 방점을 두고, 양자 간의 분리 대응하는 정책 기조를 지향할 것이다.   ● 양국 간 협력 상황과 관계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 답변은 역사문제가 지속적으로 한일관계의 갈등 요인으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즉, 세 번째 답변은 역사문제가 ‘시지포스의 형벌’이 되는 한일관계를 전망하고 있다.[4] 첫 번째 답변과는 다르게 역사문제가 해결되어야 한일관계가 발전한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한일관계의 발전이 역사 화해를 가져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는 거리를 두고 있어 두 번째 답변과도 다르다. 즉, 세 번째 답변은 또 다시 역사문제가 불거지면서 그 동안 쌓아 올렸던 협력의 공든 탑이 무너지는 한일관계를 상정하고 있다.   첫 번째 답변은 역사문제로 갈등에 빠지더라도 이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라는 더 나은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고통스런 조정기라는 관점이다. 반면에 세 번째 답변은 역사문제가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회의론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리고 해결이 불가능한 역사문제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다시 대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품고 있다. 즉, 세 번째 답변이 상정하는 한일관계에서 역사갈등의 출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갈등을 갈등 그 자체로 보고 있는 것이다.   ● 모르겠다.   네 번째 답변인 ‘모르겠다’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문항이다. 문자 그대로 ‘모르겠다’는 세 개의 답변 중 어느 하나를 고르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사례를 상정할 수 있다.[5] 첫째, 설문이 너무 어려운 경우이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들이 봤을 때 문제가 어렵다면 답을 고르지 못하고 ‘모르겠다’를 고를 수 있다. 이런 경우 지식이 부족해서 ‘모르겠다’가 될 것이다. 둘째, ‘모르겠다’는 문제 자체에 대한 무관심을 뜻하기도 한다. 한일관계의 발전과 역사문제가 정치적 이슈와 현상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모르겠다’는 정치학계에서 말하는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볼 수도 있다. 결과론이지만 ‘모르겠다’의 답변은 갈등 상황에 대한 묵인 또는 방치와 동일선상에 놓인다. ‘갈등이 지속되어 한일관계가 발전하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이 이어져도 나에게는 상관없다’는 것이 ‘모르겠다’의 다른 한 측면이다(박승현 2022).   그렇기 때문에 ‘모르겠다’ 가 어느 쪽의 ‘모르겠다’를 의미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다른 설문들에 대한 분석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III. 한국 국민 여론 조사 결과   1) 지난 10년의 경향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약 10년간 ‘한일관계와 양국의 역사문제: 한일관계와 양국의 역사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에 대한 한국 쪽의 설문 결과는 아래와 같다.   <표2: 한국 측 설문 결과>   연도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 2021 2022 2023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이다 41.5 41.2 52.8 42.8 39.5 33.5 39.1 28.4 38.1 39.6 29.6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 29.1 23.3 20.9 33.1 31.9 35.8 30.8 24.5 38.1 42.5 36.3 양국 간 협력 상황과 관계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29.4 30.7 24.3 22.3 25 27.4 25 43.6 21.7 15.2 27.0 모르겠다 0 4.9 1.9 1.8 3.6 3.3 4.5 3.5 2 2.7 7.1 무응답 0 0 0 0 0 0 0.7 0 0 0 0     10년에 걸친 조사에서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는 어려울 것이다’가 가장 많이 나오고 있다. 조사가 시작된 2013년에 41.5%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이후에도 2018년, 2022년, 2023년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답변을 차지했다. 한국 국민들은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과제로서 역사문제의 해결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조사가 진행될수록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 가 점점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 발견된다. 동 답변은 조사가 시작된 2013년에는 29.1%로 가장 낮았다. 그 이후 2014년에는 23.3%, 2015년에는 20.9%로 감소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2016년에 들어와 상승하기 시작했고, 그간 1위를 차지한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이다’ 답변과의 격차가 줄어든다. 2018년에는 후자가 전자보다 높게 나왔으며, 2022년, 2023년과 같이 두 해 연속 가장 많이 나온 적도 있다. 대일 관계에서 ‘잃어버린 10년’을 겪었지만 한국 국민의 여론 안에서 일본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중시하고, 장기적 협력을 토대로 역사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상세 분석: 박근혜-아베 정부 시기 (2013-2016)   <그래프 1: 2013-2016 조사 결과>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한일은 정상회담조차 개최하지 못할 정도로 역사갈등으로 냉각된 시기를 보냈다. 이 사이에 한국 국민들은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는 어려울 것이다’를 가장 많이 택했다. 2013년에는 41.5%, 2014년에는 41.2%가 나왔다가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던 2015년에는 52.8%로 대폭 상승했다. 이 시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역사 갈등이 심화될수록 한국 국민들은 역사문제의 해결을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간주했다고 할 수 있다. 역사문제에서 일본의 전향적인 조치를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던 당시 박근혜 정부의 대일 원칙외교와 한국 국민들 다수의 여론이 동조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많이 나온 답변은 ‘양국관계가 발전해도 역사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이다. 2013년에 29.4%로 시작해서 2014년에 30.7%, 2015년에 24.3%로 2위를 차지했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급격하게 악화되는 한일관계의 양상을 보면서 상당수 한국 국민들은 역사문제의 해결 가능성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본이 보수 우경화, 아베 정권의 역사 수정주의가 강화되는 가운데, 한국인들에게 반성, 사죄하지 않는 일본이라는 이미지가 강화된 결과라 할 수 있다.   2016년은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한 정부 합의가 만들어지면서 그간 경색되었던 한일관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던 해이다(연합뉴스 2016). 그리고 조사 결과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33.1%가 나오면서 처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2015년의 20.9%에 비해 12.3% 상승한 결과이다. 동 답변은 2013-2015년에는 3위였는데, 2015년까지 감소 추세(2013: 29.1%, 2014: 23.3%, 2015: 20.9%)를 보이다 2016년에 상승 국면으로 반전하면서 2위에 올랐다. 즉, 일본과의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역사문제를 풀어보려는 움직임이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2016년에도 여전히 1위는 42.8%의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는 어려울 것이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부분은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 답변의 급격한 상승은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는 어려울 것이다’의 급격한 하락과 같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2015년 52.8%였던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는 어려울 것이다’는 2016년에는 10%가 하락했다. 한국 국민들의 대일 협력 중시 경향은 대일 원칙주의에 대한 지지 하락과 같이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6]   2016년의 답변 순위는 그 이후 2020년까지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2013-2015년과 2016년과의 단절성은 주목을 요한다. 물론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한국 국민들 대다수의 평가는 부정적이었고, 합의로 인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는 시각은 소수에 불과했다.[7] 그렇지만 합의가 가져온 양국 관계의 개선 국면은 한국 국민에게 대일 협력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종합하자면 2015년에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는 어려울 것이다’라며 역사문제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던 한국 국민들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한일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재평가하는 경향 또한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 2016년에 대두하는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 답변의 급격한 상승은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흐름과 같이 하는 것이었다.   3) 상세 분석: 문재인-아베·포스트 아베 정부 시기 (2017-2021)   <그래프 2: 2017-2018 조사 결과>     문재인-아베 시기 한일관계는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갈등 국면 속에서 시작했다. 2017년 5월에 출범한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합의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이에 관한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 국민의 다수가 문재인 정부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었다. 2017년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 설문에서 한국 국민의 21.2%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반대는 55.5%였다. 2016년의 조사에 비해 긍정이 7% 하락하고, 부정이 18.1% 올라갔다. 이어서 2018년에는 긍정적 평가가 23.9%, 부정적 평가가 45.9%로 나왔다. 2018년에 들어와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 간의 격차가 좁혀졌지만 여전히 후자가 높은 양상을 보였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불만은 합의로 인해 일본군‘위안부’문제가 해결되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2016년의 첫 조사에서 ‘해결되었다’는 21%, ‘해결되지 않았다’는 73.7% 였다. 2017년의 조사에서도 ‘해결되었다’는 19.5%에 불과했고, ‘해결되지 않았다’는 75%에 달했다. 그리고 2018년에도 ‘해결되지 않았다’가 70.4%로 ‘해결되었다’의 22.5%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가 나왔다. 합의로 인해 문제가 완전히 종결되었다는 일본 정부와는 정반대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그래프 3: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 (2016-2018)>       <그래프 4: 한일합의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 여부에 대한 입장>     중요한 것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불만이 한국 국민들의 대일 인식의 전부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한국 국민들은 미래지향적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프2>를 보면 2017-2018년에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의 비중이 점점 커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16년에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이다’와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는 각각 42.8%와 33.1%로 9.7%의 격차가 있었다. 다음해인 2017년에는 7.6% 차이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2018년에는 전자가 33.5%인 반면 후자가 35.8%가 나오면서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여론 조사 이후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물론 2017-2018년에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이다’가 1, 2위를 차지하면서 역사문제의 해결을 우선시하는 여론이 여전히 높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었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2018년에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었다. 이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와 한일관계의 개선 및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의 필요성을 분리해서 인식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러한 한국 국민들의 인식은 당시 갈등을 겪던 양국 정부 간의 관계와는 다소 결을 달리하는 것이었다. 양국 정부 관계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일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답변이 상승한 배경과 역학에는 불분명한 부분이 존재한다. 일본 관광과 같은 민간 교류의 영향일수도 있고, 오랜 갈등에 대한 피로감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한일 정부 관계는 악화되고 있었지만 관계 개선의 기회 공간이 한국 국민 여론에서 나타나고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관계 개선의 기회 공간은 정부 차원의 합의라는 개별 현안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인지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한일관계는 강제징용판결에 의한 갈등이 경제와 안보 분야로 파급되며 복합위기에 빠지게 된다. 2019년의 경향을 보면 2018년 10월 강제징용 관련 한국 대법원 판결 이후의 갈등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이다’가 39.1%로 다시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전년도 1위였던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는 30.8%로 2위가 되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한일관계는 강제징용판결에 의한 갈등이 경제와 안보 분야로 파급되는 복합위기에 빠진 시기였다. 2019년에는 2018년 10월 강제징용 관련 한국 대법원 판결 이후의 갈등이 반영되어 있는데,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이다’가 39.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도 1위였던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는 30.8%로 2위가 되었다.   <그래프 5: 2019-2021 조사 결과>     2020년의 조사 결과는 역사문제-경제-안보의 복합갈등이 반영된 결과인데, ‘양국 간 협력 상황과 상관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가 43.6%로 가장 많이 나왔다. 2020년은 한국 국민 여론 조사에서 ‘양국 간 협력 상황과 상관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 가장 많이 나온 유일한 해이다. 일본은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상황이었고, 이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반발과 불신감이 ‘양국 간 협력상황과 상관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 쪽으로 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한국 국민들의 반응은 박근혜 정부 시기와는 다른 특징을 지닌다. 전술했듯이 박근혜 정부 시기 한국 국민들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며 역사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지향성을 보였다. 반면에 2020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강해진 것이다.   그리고 ‘양국 간 협력상황과 상관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의 증대는 다른 두 답변의 동반 하락과 함께 일어났다.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이다’는 2019년의 39.1%에서 28.4%로 하락했고, 2019년 30.8%가 나왔던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는 24.5%가 나왔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일본과의 관계가 전방위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에 대한 자연스런 반응이었다고 생각된다. 한일 간의 역사 갈등이 협력 분야인 경제, 안보 분야로까지 파급되면서 역사갈등의 출구인 미래지향적 대일 협력의 공간이 닫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문제를 서서히 해결하기 위해 미래지향적 협력관계을 해나가는 것’도 비현실적인 답변이 되었다. 그 결과 ‘양국 간 협력 상황과는 상관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이처럼 2020년의 여론 조사 결과는 한일 복합 갈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그런데 1년 만에 변화가 일어났다. 2021년의 조사에서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과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각각 38.1%로 같은 수치가 나왔다. ‘양국 간 협력 상황과 상관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는 2019년에 비해 20% 이상 감소한 21.7%가 나왔다. 수치상으로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미래지향적 관계의 조건으로 역사문제의 해결’을 중시하는 여론과 ‘지속적이며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통해 역사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게 나타났던 것이다.   2021년과 같이 한일관계가 좋지 않은 시기에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공동 1위에 오른 것은 주목을 요하는 부분이다. 당시 한일관계는 아베 정부 이후 출범한 일본의 스가 정부가 현금화 문제를 관계 개선의 입구에 두고 있었고, 문재인 정부 또한 현금화 문제의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복합 갈등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러한 정부 관계의 고착 상태 속에 한국 국민들은 역사문제에 대한 원칙주의와 함께 역사문제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 대응하는 유연한 자세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배경에는 북핵, 미중 경쟁과 같이 한일관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변화가 있었다. 미중 경쟁의 격화와 중국에 대한 우려, 특히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의 증가가 대일 관계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인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었다. 미중 경쟁이 강화되고 특히 중국의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있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 국민들은 일본과의 협력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였다(손열 2021).   2021년의 한국 국민들은 정부 관계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미중 경쟁의 국제 정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대일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이었다. 되돌아보면 2018년에도 정부 간의 관계는 좋지 않았지만 한국 국민들은 대일 협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간의 역사 갈등이 일어나면 한국 국민들 또한 갈등을 감수하더라도 역사문제의 해결을 중요시한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는 일본과의 협력,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중요성 또한 간과하지 않는 패턴이 나타난 것이다.   4) 상세 분석: 윤석열 한국 신정부의 출범(2022)과 대일 외교   <그래프 6: 2022-2023 조사 결과>     2022년은 한국의 신정부가 출범하며 일본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시기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정책은 설문 조사의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와 유사한 기조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다음날인 3월 10일에 “과거보다는 미래에 어떻게 하는 것이 한일 양국의 이익이 되는지 찾는 것이 중요하다”여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역사문제 등의 갈등 사안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2년의 조사 결과를 보면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42.5%로 가장 많이 나왔다.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단독으로 1위에 오른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2023년은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제3자 변제를 통해 강제징용 현금화 문제의 해결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양국관계가 복원되는 양상을 보인 시기이다. 2023년에도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 36.3%로 가장 많이 나왔다. 두 해에 걸쳐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여론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비록 2022년에 비해 그 수치가 낮아졌지만 2023년의 중요한 특징 중에 하나이다. 역사문제를 중요시하면서도 한일 간의 미래지향적 협력에 방점을 두는 관점, 역사문제의 해결을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협력의 과정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과 정책 지향성이 한국 국민 여론 사이에서 정착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23년 결과의 또 다른 특징은 ‘양국관계가 발전해도 역사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답변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2022년에는 15.2%에 불과했는데, 2023년에는 11.8%가 오른 27%가 나왔다. 이 같은 급격한 상승은 나머지 두 개 답변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와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의 하락과 함께 일어났다. 비록 3위이지만 2위인 29.6%의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과는 불과 2.6% 차이이다. 2022년에 두 답변 간의 격차가 24.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국관계가 발전해도 역사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의 급격한 상승은 눈에 띠는 변화이다. 그간의 조사를 보면 2020년에 한국 국민들의 답변에서 ‘양국관계가 발전해도 역사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가 급상승한 바 있다. 이때는 한일 복합위기라는 갈등 상황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이번에는 관계 개선의 국면에서 수치가 올라갔다는 점이 특이한 부분이다.   2023년의 다른 조사 결과를 보면 대일 호감도, 한일 관계의 중요성 등의 주요 항목에서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전반적으로 대일 관계 개선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특히 3자 변제안의 경우 찬성은 28.4%, 반대는 34.1%가 나왔다(손열 외 2023). 같은 맥락에서 ‘양국관계가 발전해도 역사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가 급상승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2023년의 한국 국민들은 미래지향적 협력을 통해 역사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현재의 관계 개선 국면이 역사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신중한 자세 또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위의 특징은 2023년 한국 국민 여론에 대해 다음의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제3자 변제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우세하지만 이를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에 방점을 두는 한국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반대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제3자 변제안에 대해 반대 여론이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2023년의 조사에서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정책 기조가 일정 수준 한국 국민들의 여론과 동조화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둘째, ‘양국관계가 발전해도 역사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답변의 증가 현상은 제3자 변제안에도 불구하고 역사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상황을 방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3자 변제안은 한일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되었지만, 이는 현금화 문제에 대한 해법이지, 역사문제 전체에 대한 해법은 아니다. 한국 대법원 판결이 제기한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 문제는 현금화 문제의 해결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않고 있다. 2023년 한일관계가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양국관계가 발전해도 역사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답변이 늘어난 상황은 상당수의 한국 국민들이 제3자 변제안을 계기로 ‘양국관계가 발전해도’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 문제를 비롯한 ‘역사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는지 모른다.   IV. 일본 국민 여론 조사 결과   1) 지난 10년 간의 경향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약 10년간 ‘한일관계와 양국의 역사문제: 한일관계와 양국의 역사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답변 결과는 아래와 같다.   <표3: 일본 측 설문 결과>   연도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 2021 2022 2023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이다 25.9 24.7 27.1 21.9 25.5 22.6 23.6 23.1 29.9 27.8 19.3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 23.6 20 19.3 30.2 26.2 21.9 20.4 19.5 20.4 26 32.1 양국 간 협력 상황과 관계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32.1 34.7 35.1 28.1 29.3 35.2 32.6 33.8 28.3 24.5 21.7 모르겠다 18.4 20.2 18.1 19.7 18.7 20 23.1 23.3 21.2 21.5 26.5 무응답 0 0.4 0.4 0.1 0.3 0.3 0.3 0.3 0.2 0.2 0.4     10년의 조사에서 ‘양국 간 협력 상황과 관계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가 가장 많이 나왔다. 2013년에 32.1%를 시작으로 많으면 2018년의 35.2%까지 나오면서 가장 많은 답변을 차지했다. 일본 국민들은 역사문제가 한일관계를 지속적으로 속박할 것이라는 인식과 전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주목할 부분은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는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이다”가 1위를 차지하는 사례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29.8%, 27.8%가 나왔는데, 28.3%와 24.5%가 나온 ‘양국관계가 발전해도 역사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역사문제의 해결을 관계발전의 전제 조건으로 생각하는 답변과 역사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답변이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러한 변화가 분석의 주안점이 된다.   이러한 가운데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1위를 차지하는 해도 존재한다. 2016년과 2023년이다. 2016년의 경우 30.2%이다. 2015년의 19.3%에서 10% 이상 오르며 28.1%의 ‘양국 간 협력 상황과 관계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후 동 답변은 2022년부터 상승세를 보이며 2023년에 가장 많이 나왔다. 2022년에는 2021년에 20.4%였던 것이 5.6% 상승한 26%가 나왔고 이후 2023년에 32.1%가 나오며 1위에 올랐다. 2위는 21.7%의 ‘양국 간 협력관계와 상관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였다.   특이한 부분은 일본의 경우 ‘모르겠다’가 꾸준히 20%에 가깝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분석 대상인 [한일관계와 역사문제에 대한 입장]뿐만 아니라 그 밖의 설문에서도 ‘모르겠다’는 20% 대에서 많으면 40%에 가까운 수치가 나온다. 문자 그대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여 설문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정치적 의미가 담겨있는지 분석 대상이다.   2) 상세 분석: 박근혜-아베 정부 시기 (2013-2016)   <그래프 7: 2013-2016 조사결과>     2013-2015년의 한일 역사 갈등에서 많은 일본 국민들은 ‘양국 간 협력 상황과 관계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3년의 첫 조사에서 동 답변은 32.1%가 나왔고, 2014년에 34.7%, 2015년에 35.1%로 미세하게 증가하면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두 번째로 많이 고른 답변은 ‘역사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일 관계는 발전하지 않는다’ 였다. 2013년의 25.9%에서 시작하여, 2014년에 24.7%, 2015년에는 27.1%가 나왔다.   일본 국민들이 보는 역사갈등에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라는 맥락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갈등을 반복되는 갈등 그 자체로 보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일본 국민들의 인식은 아베 정부의 역사정책과 근저에서 서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일본 국민들이 침략을 미화하는 역사 수정주의에 동조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일본 국민들은 한국에 대한 아베 정부의 불신감, 즉 한국이 계속해서 역사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에 역사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2016년은 위안부 합의를 계기로 한일 양국 정부가 관계 개선을 모색하던 시기였다. 이 같은 정부 관계의 변화에 직면하여 일본 국민의 인식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2016년에 들어와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30.2%로 가장 많이 나왔다. 2015년까지 1위를 하던 ‘한일관계가 발전해도 역사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는 28.1%가 나왔다. 비록 약 2% 정도의 차이이지만 2015년도의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 답변 결과는 2014년의 19.3%에 비해 10% 이상 상승한 수치였다. 그리고 수치 상승은 다른 두 답변 ‘역사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일관계는 발전하지 않는다’와 ‘한일관계가 발전해도 역사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의 동반 하락과 함께 일어났다. 전자는 2015년의 27.1%에서 21.9%로, 후자는 2015년의 35.1%에서 28.1%로 떨어졌다. 한국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역사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론이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확대된 것이다.   2016년도에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갑자기 늘어나는 경향은 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그런데 한국 조사에서는 2위였는데, 일본 조사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15년의 12월 위안부 합의 이후 한일관계의 개선 국면이 나타나자 이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기대감이 한국에 비해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기대감의 차이에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평가의 차이가 있었다. 한국 국민들의 다수가 합의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일본 국민들은 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2016년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들의 47.9%가 합의에 대해 좋게 평가하고 있었다. 한국의 긍정 평가에 비하면 약 20% 정도 많은 수치이다.   즉 2016년 일본 국민에게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 답변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평가와 연동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위안부 합의가 순탄치 않게 이행된다면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 답변 또한 저하될 것이었다.   3) 상세 분석: 문재인-아베·포스트 아베 정부 시기 (2017-2021)   <그래프 8: 2017-2018 조사결과>     일본에게 문재인 정부 초기 시절 해당하는 2017-2018년은 위안부 합의의 이행을 두고 겪은 갈등이 문재인 정부 초기로 이어지는 시기이다.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합의의 정당성을 문제시하면서 아베 정부와 갈등했는데, 이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반응은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었다. 2017년의 조사 결과를 보면 ‘양국 간 협력 상황과 관계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 35.2%가 나오면서 가장 높은 수치가 나왔다. 그리고 이 기간에는 역사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부각되고 있다. 2017년, 2018년은 ‘양국 간 협력 상황과 관계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답변이 각각 29.3%와 35.2%로 상승 곡선을 보이는데, 이는 다른 두 답변 ‘역사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일관계는 발전하지 않는다’, ‘한일관계가 발전함에 따라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같이 하락하는 경향 속에서 나타났다. ‘역사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일관계는 발전하지 않는다’는 2017년의 25.5%에서 2018년에는 22.6%로 ‘한일관계가 발전함에 따라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는 2017년에는 26.2%, 2018년에는 21.9%였다. 위안부 합의 이후에도 다시 한일관계가 갈등에 빠지자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한국과의 역사문제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확대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프 9: 2019-2021 조사결과>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한일관계는 강제징용문제를 둘러싼 복합위기에 빠진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주요 경향으로 첫 번째, ‘모르겠다’가 2, 3위를 차지하는 해가 나온다. 2018년에 20%였던 ‘모르겠다’ 답변은 2019년에 23.1%가 나오면서 20.4%의 ‘한일관계가 발전함에 따라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를 제치고 세 번째로 많이 나왔다. 2020년에는 23.3%로 2위에까지 오른다. 이러한 상황은 한일 갈등이 지속되면서 2016년에 최고점을 찍었던 ‘한일관계가 발전함에 따라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점차 감소되는 경향 속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모르겠다’의 2, 3위 등극은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갈등이 계속되면서 역사 갈등을 미래지향적 협력으로 풀어보자는 여론이 한일 간의 정치 문제에 무관심한 사람들보다 적을 정도로 협소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르겠다’는 역사 갈등에 대한 묵인 및 방치와 다름없었다.   두 번째, 2021년에 들어 처음으로 ‘역사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일 관계는 발전하지 않는다’가 1위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 답변은 29.9%로 그 동안 1위였던 ‘양국 간 협력 상황과 관계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의 28.3%를 근소하게 앞섰다. 2021년 포스트 아베 시기의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의 현금화 문제를 한일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삼고 있었다. 따라서 일본 국민들의 답변 경향은 정부 정책과 동조화하는 것이었다. 포스트 아베 시기 일본 정부는 현금화 문제를 한일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일본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일본 국민 여론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2021년의 조사 결과는 일본 국민의 이전 반응과는 다른 양상을 띤다. 그간 한일 정부가 역사갈등에 빠지면 많은 일본 국민들은 ‘양국 간 협력 상황과 관계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반면에 2021년의 조사 결과에서 일본 국민들은 역사갈등을 반복되는 갈등 그 자체가 아니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전제 조건으로 보기 시작했다. 만약 한국 정부가 역사문제의 해결을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일본 국민들은 긍정적으로 반응할 여지가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v   4) 상세 분석: 윤석열 한국 신정부의 출범과 한일 관계 (2022-2023)   <그래프 10: 2022-2023 조사결과>     2022년에 들어 일본 국민들의 대한국 인식에서 역사문제가 여타 사안을 압도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동시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역사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경향 또한 나타났다. 2022년의 조사 결과는 ‘역사문제의 해결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이다’가 27.8%로 가장 많이 나왔지만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26%로 2위를 차지했다. 2021년의 20.4%에 비해 5.4% 상승한 수치이다. 이러한 상승은 ‘역사문제의 해결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이다’와 ‘양국 간 협력 상황과 관계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가 감소한 수치만큼 일어났다.   그리고 2023년에는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32.1%로 가장 많은 수치를 나타냈다.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1위가 된 것은 2016년 이래 두 번째이다. 이는 한국 정부의 제3자 변제 이후 나타난 한일관계의 개선 국면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2023년 동아시아연구원-겐론NPO의 조사 전반적으로 일본 국민이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크게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의 제3자 변제에 대해 일본 국민의 35.2%가 긍정 평가를 내렸고, 부정 평가는 24.6%였다. 제3자 변제에 대한 한국 국민의 인식과는 정반대에 가깝다.   위와 같은 경향은 위안부 합의 이후인 2016년과 비슷하다.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 답변은 제3자 변제에 대한 긍정 평가와 함께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정부 간 합의를 비롯해 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수록 미래지향적 협력의 중요성과 역사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강하게 인식하는 경향을 일본 국민들은 보이는 것이다.   한편 2023년에는 새로운 경향도 나타난다. ‘모르겠다’가 26.5%를 기록 조사 이래 처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이다’는 19.3%, ‘양국 간 협력 상황과 관계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는 21.7%에 그쳤다. 2023년 ‘모르겠다’ 답변이 기록한 26.5%는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한일관계의 개선국면에서 역사문제와 미래지향적 협력관계 간의 상관 관계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일본 국민들이 늘어난 것이다.   2023년에 나타난 ‘모르겠다’의 상승은 ‘역사문제의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이다’와 ‘양국 간 협력 상황과 관계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의 하락과 함께 일어났다. 이는 2019-2020년에 나타난 ‘모르겠다’의 순위 상승과는 다른 국면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 2023년에 처음 나타나는 경향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 종합해서 말하자면, 한일 관계의 잃어버린 10년에서 벗어나고 있는 움직임에 대해 일본 국민들은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모르겠다’는 ‘정치적’ 무관심의 자세 또한 가지고 있다. 한국과의 관계가 좋아지는 시기에 일본 국민들의 ‘모르겠다’가 늘어난 상황에 대해 향후 그 추이를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ㅍ   V. 한일 비교   1. 같은 역사갈등 속에 서로 다른 일차적 반응   역사갈등이 일어났을 때 한국 국민과 일본 국민 간에 보이는 일차적인 반응에서 차이가 발견되었다. 한국 국민의 경우 ‘역사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일관계는 발전하지 않는다’고 보는 반면 일본 국민은 ‘양국 간 협력 상황과 관계없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했다. 즉, 역사 갈등 속에서 한국 국민들은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역사문제의 해결에 대한 강력한 지향성을 보였다. 반면에 일본 국민들은 역사갈등에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라는 맥락을 부여하지 않는다. 역사갈등을 반복되는 갈등 그 자체로 보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한국과 일본 사회에서 역사문제가 차지하는 의미와 위상 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한국은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식민지 지배의 피해국가로서 역사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반면 일본에게 역사문제에 대한 한국의 문제제기는 또 다시 닥쳐온 갈등의 서막에 지나지 않는다. 2010년대 일본사회에서 존재했던 역사문제에 대한 피로감과 상통하는 일차 반응이라 하겠다.   2.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 를 둘러싼 한일 간의 차이   한일 국민들 간에는 장기적인 협력을 통해 역사문제를 해결한다는 접근법을 두고서도 서로 다른 인식의 경로를 보였다. 한국 국민들은 정부의 대일 협력 기조, 관계 개선 국면에도 영향을 받지만 그 정도는 일본 국민에 비해 덜하다. 한국 국민의 경우 2017-2018, 2021년의 조사 결과처럼 정부가 대일 관계에서 역사문제를 우선시하고,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증가하는 사례도 있다.   특히 한국 국민에게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 답변은 역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합의 및 조치에 대한 지지 여부, 합의 및 조치의 원활한 이행 여부와는 밀접하게 연동되지 않았다. 이 부분이 일본과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생각되는데, 일본 국민들의 경우 정부 정책과 정책의 성과에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종합하자면 한국 국민은 정부 간 합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협력 이슈에 방점을 두는 유연한 자세를 보인다. 그러한 가운데 일본은 정부 간의 합의가 이행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하면 그 어려움에 대한 인식이 미래지향적 협력에 대한 인식을 압도하는 경향을 가진다.   3. 일본 국민들의 ‘모르겠다’가 가져오는 한일관계에 대한 상대적 소극성   한국 국민들은 ‘모르겠다’가 많아도 7% 수준에 그쳤는데, 반면 일본 국민들의 여론 조사에서 ‘모르겠다’는 최소 18%에서 최대 26%까지 나온다. 20% 수준의 일본 국민들이 한일관계와 역사문제 간의 관계에 대해 뚜렷한 의견을 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 국민들이 20% 수준이 ‘모른다’고 답함으로써 한국에 비해 다른 답변의 수치가 전체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인다. 역사문제의 해결 가능성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모든 수치가 한국보다 낮다는 것은 그만큼 일본 국민들이 한국 국민들보다 한일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VI. 결론   동아시아연구원과 겐론 NPO이 지난 10년 간의 조사 기간 동안 한일관계는 잃어버린 10년을 겪다가 2023년 들어 관계가 개선되는 국면을 보이고 있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한일 양국 모두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면 역사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가 가장 많은 순위를 차지했다. 10년에 걸친 갈등기 속에 한일 양국 국민들은 지속적이면서도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가면서 역사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0년에 걸친 역사갈등 때문에 한일 국민들의 상호인식에 반일과 혐한 인식이 증가 되었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본고의 조사에서도 한국 국민들은 역사갈등의 시기에 역사문제의 해결을 우선시하였고, 일본 국민들은 반복되는 역사갈등에 피로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10년치 조사를 통해 양국 국민들은 반일과 혐한의 불신 구도 속에서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지향하는 자세 또한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역사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조건으로 장기적인 협력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양국 국민들의 인식이 정착이 되어가고 있는 바, 이는 2023년부터 나타나고 있는 한일관계 개선 양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주의가 필요한 경향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관계 개선의 국면 속에서도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회의론이, 일본에서는 모르겠다는 무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현재의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양국 국민들의 인식을 살펴보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역사문제가 해결될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 무관심이 공존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일 외교에서 향후 최대 과제는 제3자 변제, 대일 협력의 정책 기조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조사에서도 밝혀졌듯이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 한국 국민들은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제3자 변제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얻고,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이라는 민감하면서도 어려운 역사성의 문제에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미래지향적 협력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자세는 역사문제에 대한 정부 합의와 조치가 얼마나 잘 이행되는지 여부에 달려있는 바, 한국 정부의 국내적 설득 노력은 일본의 협력 자세를 지속시켜 2023년의 관계 개선 국면을 이어가는데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앞서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 간에 간극이 존재한다고 지적했지만, 한일관계의 개선 국면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들이 공동 주역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 국민들의 20% 이상은 여전히 한일관계와 역사문제에 대해 ‘모르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한국 국민들도 한일관계와 역사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며 소극적인 일본 국민들을 상대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일본 국민의 상당수가 한일관계와 역사문제라는 정치적 문제에 무관심한 상황이 지속되는 한, 관계 개선의 동력은 상대적으로 한국 정부와 국민 쪽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일본 국민들의 ‘모르겠다’ 비중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 국민들을 상대로 정치적 존재로서의 한국,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알리는 대일공공외교와 민간 교류가 필요하다. ■     [1] 한일관계의 ‘잃어버린 10년’은 신각수 전 주일 대사가 사용한 표현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2012년부터 한일관계가 지속 악화되면서 협력의 귀중한 시기를 10년 간이나 놓쳤다는 것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2] 2015년 아베 정부가 전후 70주년 역사담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식자 위원회에 참여한 야마우치 마사유키 교수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들며 한국은 일본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죄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1世紀構想懇談会 日本経済新聞出版者. 2015. 『戦後70年談話の論点』. 227-228.   [3] 엘리제 조약과 같은 포괄적인 협력 체계가 한일 간의 역사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주장도 있다. Lily Gardner, Feldman. 2013. “The Franco-German Elysee Treaty at Fifty: A Model for Others?,” American Institute for Contemporary German Studies.   [4] 그리스 신화에서 시지포스가 무거운 바위를 산 위로 가지고 올라가면 신이 그 바위를 반복해서 떨어뜨리고, 시지포스는 다시 바위를 들고 올라가야 하는 형벌을 내렸는데, 상황을 개선하지 못한 채 부조리함과 무의미한 시도가 지속되는 상황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5] ‘모르겠다’는 일본 국민들의 답변에서 작게는 18%에서 많게는 23%까지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이 많아도 4.9%가 나왔다는 점과는 대조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국민들의 ‘모르겠다’는 의미가 있는 답변으로 보고 그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6] 2016년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겐론 NPO(言論 NPO)'의 조사결과 전반적으로 일본에 대한 개선된 인식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느낀 한국 응답자 비율이 작년 대비 11.5% 포인트 줄어든 61%였고, 한국에 대해 부정적 인상을 받은 일본 응답자 비율도 지난해(52.4%)보다 감소한 44.6%를 기록했다.   [7]  2016년 동아시아연구원과 겐론 NPO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 설문 결과에 따르면 부정 평가가 37.4%인데 비해 긍정 평가는 28.2%에 그쳤다. 특히 73.7%가 합의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변하였다.   참고 문헌   박승현. 2022. “’모르겠다‘라는 적극적인 응답”, 『EAI 이슈브리핑』   손열. 2021. “미중 갈등의 첨예화,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다”, 『EAI 이슈브리핑』,   ____·김양규·박한수. 2023. “관계 개선을 바라보는 한일 국민의 거리: 2023년 한일 국민상호인식조사 결과 분석,” 『EAI 이슈브리핑』   연합뉴스. 2016. “<위안부 타결 1년> ②한일관계 개선 흐름 이어질까…'대선 변수'”,. https://m.yna.co.kr/view/AKR20161223106300014 (검색일: 2023.10.30)   Lily Gardner, Feldman. 2013. “The Franco-German Elysee Treaty at Fifty: A Model for Others?,”American Institute for Contemporary German Studies.   21世紀構想懇談会 日本経済新聞出版者. 2015. 『戦後70年談話の論点』. 227-228.   <毎日新聞>. 2019. 9월 4일.     ■ 윤석정은 국립외교원 교수이다.     ■ 담당 및 편집: 오준철_EAI 연구보조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jcoh@eai.or.kr  

윤석정 2023-12-27조회 : 6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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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시리즈] ⑤ 한일 간 역사현안 여론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역사인식, 정치적 환경, 프레이밍을 중심으로

I. 문제 제기   한일관계에 있어서 역사문제는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 요인으로,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폭발력이 강한 사안으로, 관리되어야 하는 사안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렇다면, 역사 현안과 관련된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의 선호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외교정책과 여론에 대한 이론적 논의는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일반 대중은 국제문제를 이해할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고, 지속적인 의견을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교정책의 지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험적 · 당위적 논의도 있었다. 하지만, 민주화, 국제화,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국민이 외교정책 결정이나 수행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여러 실증적 연구를 통해 확인되어 왔다(Deacon 2015; Park 2017; Maeda 2021; 남궁곤 1999; 김태현 외 2003; 김성한 · 정한울 2005; 三谷 2010). 또한, 정부 간 합의를 이룬다고 할지라도 국민이 이를 지지하지 않으면 외교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위안부 문제 등의 사례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다만, 모든 여론이 균등하게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 여론이 외교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와는 별도로 한국과 일본은 양국 간의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양국 국민이 상대국에게 느끼는 특수한 인식의 틀이 형성되어 있을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1년간 실시되었던 한국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겐론(言論)NPO의 「한일국민상호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일 양국 국민의 역사에 대한 고정적 인식을 검토하고, 위안부 문제,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등 한일 간 외교 현안이 다루어지는 정치적 환경과 양국 정부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발표한 언설(言說)과 여론이 어떠한 관계성을 가지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양국 국민이 상대국에게 느끼는 특수한 인식의 틀과 함께 양국의 정치적 환경과 정부의 메시지를 분석하고자 하는 이유는 결과적으로 개별현안에 대한 양국 국민의 여론은 각국이 가지는 정치적 맥락 하에서 해석될 필요가 있으며, 양국 정부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밝히기 위해서이다.   II. 한일 역사문제에 대한 양국 국민의 고정적 인식   외교정책에 미치는 여론의 영향력을 분석한 기존연구에서는 외교정책에 대해 여론이 매우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연구는 ‘스키마(schema)’를 통하여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다. 스키마란 “한 개념의 여러 속성과 그들 속성 간의 관계에 대한 지식을 포함하는 인지적 구조”로 정의된다(김태현 외 2003, 155). 즉, 개개의 지식이 일정한 구조를 이루고 연계된 상태를 의미한다. 스키마 이론에 따르면, 일반 대중은 외교정책에 대한 의제를 자세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특정한 상황에서 개인의 스키마가 작동하면서 일관된 대응을 나타내게 된다.   한일 역사문제와 관련하여 양국 국민이 가지고 있는 고정적 인식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되었던 한국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겐론NPO(言論NPO)의 문항을 살펴보았다. 약간의 유동성을 보이기는 하지만, 한일 양국 국민이 각기 달리 일관성을 보이는 것은 ‘해결해야 할 역사문제는 무엇인가?’라는 문항의 답변이다. 양국 정부 당국과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2018년 대법원판결 이후 강제동원피해자 문제가 1965년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큰 사건으로 경고하였지만, 한국 여론은 위안부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역사적 사안으로 꼽고 있다. 한편, 일본 여론은 한국의 반일 역사 교과서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역사적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표 1] 참조).   [표 1] 해결해야 할 역사문제       2015 2016 2017 2018 2019 한국 일본 한국 일본 한국 일본 한국 일본 한국 일본 1위 일본 역사 교과서 한국의 반일 교과서 일본 역사 교과서 한국의 반일 교과서 위안부 문제 한국의 반일 교과서 위안부 문제 한국의 반일 교과서 위안부 문제 역사문제관련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2위 위안부 관련 일본 인식 역사문제관련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위안부 관련 역사 인식 역사문제관련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일본 역사 교과서 역사문제관련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일본 역사 교과서 역사문제관련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침략 전쟁 관련 일본 인식 한국의 반일 교과서   2020 2021 2022 2023     한국 일본 한국 일본 한국 일본 한국 일본     1위 위안부 문제 한국의 반일 교과서 일본 역사 교과서 한국의 반일 교과서 일본 역사 교과서 한국의 반일 교과서 일본 역사 교과서 한국의 반일 교과서     2위 강제 동원 문제 역사문제관련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위안부 문제 역사문제관련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위안부 문제 역사문제관련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위안부 문제 역사문제관련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이와는 별도로 2014년 조사 중 양국 국민이 ‘한일병합’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묻는 문항에 대한 답변은 한일 간 역사인식의 격차를 발생시키는 구조적 원인을 설명해 준다.   [그림 1] 국별·연령별 한일강제병합 지식(2014년 조사)     해당 문항에 대해 한국 응답자 중 871명, 일본 응답자 중 760명이 알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한국 응답자의 경우 전 연령 세대에 걸쳐 한일 강제병합에 대해 알고 있는데 반해, 일본의 경우 20대의 한일병합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60대 이상이 전체 일본 한일병합 인지자의 대다수인 41%(311명)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해당 문항에 대해 한국 응답자 중 871명, 일본 응답자 중 760명이 알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한국 응답자의 경우 전 연령 세대에 걸쳐 한일 강제병합에 대해 알고 있는데 반해, 일본의 경우 20대의 한일병합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60대 이상이 전체 일본 한일병합 인지자의 대다수인 41%(311명)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해당 문항에 대해 한국 응답자 중 871명, 일본 응답자 중 760명이 알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한국 응답자의 경우 전 연령 세대에 걸쳐 한일 강제병합에 대해 알고 있는데 반해, 일본의 경우 20대의 한일병합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60대 이상이 전체 일본 한일병합 인지자의 대다수인 41%(311명)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해당 문항에 대해 한국 응답자 중 871명, 일본 응답자 중 760명이 알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한국 응답자의 경우 전 연령 세대에 걸쳐 한일 강제병합에 대해 알고 있는데 반해, 일본의 경우 20대의 한일병합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60대 이상이 전체 일본 한일병합 인지자의 대다수인 41%(311명)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   이전 조사로부터 9년이 흐른 현재 일본 내 한일강제병합을 알고 있는 사람의 수는 세대가 교체됨에 따라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일련의 조사에서 한국의 사과 요구에 대해 일본 내 피로감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과거사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지 않은 세대를 향한 한국의 사과 요구는 더 큰 반감으로 나타날 수 있는 구조적 요인이 된다   한편, 양국 국민이 가지는 역사인식은 불변한가? 2010년과 2015년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読売新聞)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読売新聞)이 실시한 공동여론조사의 ‘일본의 역대 수상이 식민지 지배 등 과거사에 대해 사죄를 반복했는데, 이러한 사죄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문항에 대해 일본 측 응답은 충분히 사과했다 43%, 그렇지 않다 41%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読売新聞>,” 2010/4/17). 2015년 조사에서는 일본의 사죄에 대해 일본 응답자의 76%가 충분하다, 17%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하고 있다(<読売新聞> 2015/6/9). 2010년 조사에 비해 일본의 사죄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폭 줄어들었는데, 이 같은 경향은 또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5년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일본 응답자의 65%가 충분히 사죄했다, 20%가 아직 불충분하다고 답변하고 있다(<朝日新聞> 2015/6/22). 2010년 당시의 여론조사 결과는 한일 간 역사인식에 관한 차이는 있지만, 양국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인식격차의 축소 가능성도 엿볼 수 있는 결과로 판단된다. 하지만, 2010년은 한일관계의 악화가 본격화되기 이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후의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양국의 역사인식 격차는 한일관계 악화와 맞물려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인식의 변화는 스키마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구조화된 지식이라는 측면에서 스키마와 유사한 의미를 가지는 ‘프레임(frame)’이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프레이밍(Framing)은 어떤 상황에서 강조하는 점을 선택하여 특별한 해석을 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엔트만(Robert M, Entman)은 폭포수모델(Cascading activation model)을 통하여 대통령 등 정치적 엘리트가 제시한 사건의 정의와 의미, 감정이 미디어를 통해 사회에 수용되는 과정을 설명한 바 있다(Entman 2008). Ⅲ장과 Ⅳ장에서는 한일 간 역사현안인 일본군 위안부문제와 강제동원피해자 문제를 사례로 양국의 여론이 어떻게 정치적 환경과 정부의 프레이밍에 의해 변화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III.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한일 정부의 정책 결정 환경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증언한 이래 한일 간 외교 현안이 되어왔다. 2015년 한일외교장관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이하 위안부합의)가 발표되었으나, 현재까지도 한국 국민의 인식 속에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한일 간 역사문제로 각인이 되어 있다. 위안부합의와 관련하여 한일 양국 국민 사이에 형성된 여론과 이러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었던 양국의 정치적·정책적 환경은 다음과 같다.   1.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한일 양국 여론   2016년, 2017년, 2018년 실시된 「한일 국민상호인식조사」는 위안부합의에 관한 문항을 담고 있다. [표 2]는 위안부합의와 관련한 양국 국민의 평가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16년, 2017년, 2018년 조사 모두 위안부합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며, 조사연도에 따른 큰 변화를 찾을 수 없다. 이에 반해 한국은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나, 2016년에는 긍정적인 평가(28%)와 부정적인 평가(30%)가 길항하였으나, 2017년 조사에서는 긍정적 평가(21%), 부정적 평가(56%)로 부정적 평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표 2] 일본군 위안부합의 평가(2016, 2017, 2018)     평가 한국 일본 2016 긍정 28% 48% 부정 30% 21% 어느 쪽도 아님 38% 30% 2017 긍정 21% 42% 부정 56% 25% 어느 쪽도 아님 23% 32% 2018 긍정 24% 39% 부정 46% 33% 어느 쪽도 아님 31% 28%     한편, 2017년과 2018년의 조사에서 위안부합의로 문제가 해결되었는지를 묻는 문항에서는 한국과 일본 모두 해결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표 3]참조).   [표 3] 일본군 위안부합의로 문제가 해결되었나(2017, 2018)     평가 한국 일본 2017 해결 20% 25% 미해결 75% 54% 2018 해결 22% 29% 미해결 71% 48%     2. 한일 양국의 정책결정 환경   1) 한국: 정권의 변화, 설득적 프레임의 부재   왜 2016년 대비 2017년 한국의 위안부합의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강화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당시의 정치적·정책적 환경과 연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2월 출범 이래 위안부 문제 해결을 대일외교의 최상위 목표로 내걸었다. 2015년 11월 한일정상회담에서 조기 위안부 문제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는데 합의하였고, 그 연장선상에서 2015년 12월 28일 한일외교장관 회담 및 공동기자회견으로 위안부합의를 발표하였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기시다(岸田文雄) 외무상은 ①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군의 관여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써 일본 정부의 책임을 통감하고, 아베 총리는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하며, ② 한국 정부가 위안부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하여 한일 정부가 협력하여 모든 위안부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사업을 시행할 것임을 밝혔다. 예산 조치에 대해서는 대략 10억엔 정도를 상정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일본 정부가 앞서 표명한 조치를 착실히 시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이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임을 확인하고, 동일 전제로 일본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할 것을 밝혔다. 또한,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 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일본 정부가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바, 한국 정부로서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합의에 따른 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기구로서, 2016년 7월 화해치유재단이 설립되었다.   위안부합의와 관련하여 한국 내에서는 정대협 등 관련 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형성되었고, 국회에서도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2015년 12월 2건, 2016년 3건의 ‘일본군위안부피해자 문제 합의’ 무효와 관련된 결의안이 제출되었으나, 모두 임기 만료 폐기되었다(국회의안정보시스템 2015-2016).   국정농단 사태로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결정되면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2015년 일본군 위안부합의 무효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2017년 7월 위안부합의 관련 협의 경과 및 합의 내용 전반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평가하기 위한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이하 TF)가 출범하였다. 2017년 12월 27일 검토 TF는 한일 위안부합의는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민주적 절차와 과정이 중시되지 못하였으며, 대통령과 협상책임자, 외교부 간 소통이 부족하였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에 우리 정부는 검토 TF의 결론을 토대로 2015년 합의는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향후 우리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나, 2015년 합의가 한일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바, 일본 정부에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2018년 11월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였다.   2016년은 위안부 합의를 추진하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기로서, 합의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여·야당이 양분된 가운데 국회에서도 위안부합의 무효화와 관련된 논의가 동력을 가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편, 2017년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당시 위안부합의 무효를 공약한 바 있다. 취임 이후 TF의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입장이 정리되었는데, 2015년 합의는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으나, 2015년 합의가 한일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바, 일본 정부에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6년 대비 2017년 한국의 위안부합의에 대한 부정적 평가의 강화 여론은 이러한 정치적 환경을 근거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를 기사 빈도를 통해 살펴보았다. ‘위안부’를 키워드로 11개 전국판 일간지[1] 를 검색해 본 결과 2016년 6,349건, 2017년 6,781건, 2018년 3,557건으로 2016년과 2017년에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으며, 월별로는 2016년 1월, 2017년 12월, 2018년 1월 기사가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2015년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합의 발표, 2017년 12월 일본군위안부합의 TF 검토 결과 발표, 2018년 1월 향후 정부 방침 발표 시기와 중첩되는 것으로서, 위안부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이 상시적이라기보다는 정부의 방침과 연동되며, 2018년 이후 미디어의 위안부 문제에 관한 관심도 현저히 낮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빅카인즈 2023).   [그림 2] 위안부합의 보도 워드 클라우드 분석(2015.12~2018.12)     ‘위안부합의’를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해본 결과, 2015년 1,494건, 2016년 3,481건, 2017년 3,408건, 2018년 1,628건으로 나타났다. 위안부합의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위안부합의에 대한 보도의 유사 및 차이 내용을 시각화하기 위해 이들 기사 내용을 워드 클라우드로 만들었다([그림 2] 참조). 워드 클라우드는 텍스트 내의 단어의 빈도가 높을수록 크게 표시되는데, 1위는 피해자, 2위는 문재인 대통령, 3위는 재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위안부합의에 대한 공식 입장은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되, 2015년 합의가 한일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바, 일본 정부에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는다’이나 이에 대한 설득적 프레임은 언론 보도의 핵심 키워드에서는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2) 일본: 정권의 연속, 위안부 문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프레임   2017년과 2018년의 「한일국민상호인식조사」에 따르면, 한일 양국 국민 모두 위안부합의로 위안부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보지만, 위안부합의 자체에 대한 일본의 여론은 2016년 긍정 48% 부정 21%, 2017년 긍정 42%, 부정 25%, 2018년 긍정 39%, 부정 33%로 긍정적 평가가 지속적으로 우세하게 나타났다.   정치적 환경에 있어 위안부합의와 관련한 여론조사가 진행된 시점은 모두 아베 (安倍内閣) 총리의 집권 시기에 해당한다.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2020년 9월까지 7년 8개월 동안 장기집권하였다.   2012년 재집권 이후 아베 내각은 50% 내외의 높은 내각 지지율을 유지하였으나, 2015년 9월 안보법제 통과 직후(9.20) 내각의 부(不) 지지율(45%) 이 지지율(35%)을 상회하였다. 이후 위안부합의를 계기로 지지율이 다시 상승하였다([그림 3] 참조).   [그림 3] 아베 내각 지지도 추이(2015.1-2018.12)     위안부합의 결과에 대한 설명과 대국민 설득을 위한 강조점에서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 간의 차이가 발견되는데, 한국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한일외무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 발표내용’, ‘한일외교장관회담결과’가 게재된 반면,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는 ‘한일외상 공동기자회견 결과’와 ‘아베-박근혜 대통령 간 전화회담’ 이 게재되었다. 외무성이 게재한 한일전화 회담 결과에서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로서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사죄함과 동시에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한일 간의 재산,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 경제협력 협정에서 최종적으로 완전히 해결되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나, 이번 합의에 의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을 환영한다는 내용을 게재하고 있다(外務省 2023).   이후, 아베 총리는 기자단 발표를 통해 ‘자손 세대에 사죄를 계속해야 하는 숙명을 지워서는 안 된다’라는 취지로 이번 합의를 결행하였다는 취지를 설명하면서 국민적 설득을 시도하였다. 당시 일본의 보수적 지지층은 위안부합의에는 반대하지만, 기본적으로 아베에 대한 지지가 두텁고, 아베 총리가 합의 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번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되었다는 점, 후세대에 사죄의 부담을 지우지 말아야 한다고 설득한 것이 반발 억제에 주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박명희 2016).   2018년 11월 화해치유재단 해산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합의를 파기한 것이 아니다.’,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재단을 해산한 것은 한일위안부합의에 비추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약속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림 4] 일본 미디어의 위안부 관련 보도 건수 (2015.1.1.~ 2019.12.31)     [그림 4]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경제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의 기사를 ‘위안부’를 키워드로 검색한 것이다. 2015년 일본군 위안부합의 당시 보도가 집중되었고, 2017년 위안부 보도가 급증하였으나, 두 신문 모두 2018년 이후 급격히 위안부 관련 보도가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문재인’을 키워드로 한 기사는 「일본경제신문」 2017년 741건, 2018년 852건, 「요미우리신문」 2017년 578건, 2018년 704건으로 위안부 문제라고 하는 외교 사안보다는 문재인이라는 개인을 위주로 한일관계 외교 사안이 보도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IV. 강제동원피해자문제와 한일 정부의 정책 결정 환경   2018년 10월 30일과 11월 29일 한국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新日鉄住金, 구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三菱重工業) 등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3건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1인당 8천만 원에서 1억 5,000만 원까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판결의 핵심 쟁점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 한일 양국은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 인정과 관련한 대립을 각자 다르게 해석하는 ‘이견합의(異見合意)’를 이룬 바 있고, 당시 봉합된 과거사에 대한 본질적 대립이 대법원판결로 부상하게 되었다. 더욱이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에서 승소한 원고측이 압류한 피해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원고 측이 압류한 일본 기업의 자산의 현금화 절차가 추진되면서, 강제동원피해자문제는 2018년 이래 한일 간 가장 외교적 현안이 되었다.   1. 강제동원피해자 문제와 한일 양국 여론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한일국민상호인식조사」는 강제동원피해자 문제에 대한 문항을 담고 있다. [표 4]는 강제동원피해자 대법원판결 관련한 양국 국민의 평가를 나타낸 표이다.   2019년 조사에서는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관련 한국 대법원판결에 대한 평가를 묻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75.5%가 긍정적으로 일본은 58.7%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표 4] 강제동원피해자 대법원판결 평가(2019)       평가 한국 일본 2019 긍정 75.5% 7.2% 부정 5.5% 58.7% 어느 쪽도 아님 18.6% 33.6%   2019년부터 2022년까지는 강제동원피해자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설문을 담고 있는데, 그 결과를 보면 한국에서는 다양한 응답에 대한 지지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표 5] 참조). 2019년에는 사법부 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이 58.1%로 가장 많은 응답률을 보였으나, 2020년(36%), 2021년(32.6%), 2022년(36.5%) 감소하였다([표5] 참조). 2019년도에는 양국 기업, 재단설립 보상 의견(13.7%), 2020년에는 일본 기업 법적 책임 한국 정부보상 18.2% 중재위원회, ICJ 공동제소 20.3%안도 일반인들의 고려대상에 포함되었다. 한국 사법부 판결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대치되므로 일본 기업은 한국 정부의 강제집행에 따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2020년(14.2%), 2022년(15.1%)가 지지하였다.   한편, 일본은 한국에 비해 응답자가 지지를 보이는 의견이 한정적이다. 전 기간을 통틀어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가장 우위를 차지했는데, 2019년 28.4%, 2020년 34.5%, 2021년 40.2%, 2022년 39.5%가 이에 해당한다. ‘한국 사법부 판결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대치되므로 일본 기업은 한국 정부의 강제집행에 따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 대해 2020년 29.3%, 2021년 32.8%, 2022년 30.6%가 지지하였다. 중재위원회, ICJ 공동제소 안에 대해서는 2019년 22.2%, 2021년 14.5%, 2022년 15.2%가 지지하였다.   2022년의 경우 ‘한일청구권협정과 대치되므로 일본 기업은 한국 정부의 강제집행에 따를 필요가 없다’라는 의견에 대해 일본에서는 30.5%가 지지하는 한편, 한국에서는 15.1%가 지지하였고, 중재위원회 및 ICJ 제소와 관련해서는 한국 14.8%, 일본 15.2%가 지지하고 있다.   [표 5]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해결방안(2019, 2020, 2021, 2022)         한국 일본 2019 1순위 사법부판결에 따른 강제집행 58.1% 모른다 28.4% 2순위 양국 기업, 재단설립 보상 13.7% 해결은 어렵다 16.5% 3순위 피해자와 일본 기업대화 해결 9.4% 중재위원회, ICJ공동제소 22.2% 2020 1순위 사법부판결에 따른 강제집행 36% 모른다 34.5% 2순위 일본기업 법적책임 한국정부보상 18.2% 1965 청구권협정과 배치 강제집행 따를 필요 없음 29.3% 3순위 1965 청구권협정과 배치 강제집행 따를 필요 없음 14.2% 해결은 어렵다 15.9% 2021 1순위 사법부판결에 따른 강제집행 32.6% 모른다 40.2% 2순위 중재위원회, ICJ공동제소 20.3% 1965 청구권협정과 배치 강제집행 따를 필요 없음 32.8% 3순위 모른다 13.6% 중재위원회, ICJ공동제소 14.5%   1순위 사법부판결에 따른 강제집행 36.5% 모른다 39.5% 2022 2순위 1965 청구권협정과 배치 강제집행 따를 필요 없음 15.1% 1965 청구권협정과 배치 강제집행 따를 필요 없음 30.6%   3순위 중재위원회, ICJ공동제소 14.8% 중재위원회, ICJ공동제소 15.2%       2. 한일 양국의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관련 정책 결정 환경   1) 한국: 정권의 변화, 지배적 프레임의 부재   2018년 10월 30일과 11월 29일 대법원판결 이후, 외교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피해자들의 상처가 조속히 치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국무총리가 관계부처 및 민간전문가 등과 함께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부의 대응 방안을 마련해 갈 것’을 발표하였으나, 이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외교부 2018). 아울러, 정부는 사안이 사인(私人) 간의 민사소송 건으로 소송 내용 및 규모 등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2019년 6월 외교부는 강제징용 판결 문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였다. 소송 당사자인 일본 기업을 포함한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하여 확정판결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해당액을 지급하는 안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일본 측이 이러한 방안을 수용할 경우,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 제1항의 협의 절차, 즉 일본 정부와 외교적 해결을 검토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 사실상 거부하였다.   이후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없었다.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강제집행 방식으로 일본 기업이나 정부의 자산을 현금화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으나, 이후 추가적인 구체적인 해결방안 등은 논의되지 못하였다(<한국일보> 2021/01/18).   2022년 5월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대일관계 개선을 한국 외교의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과거사 문제·경제·안보를 망라한 포괄적 해결을 추구하였다. 강제동원피해자 대법원판결 원고승소단이 압류한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집행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자 한국 외교부는 7월 4일 강제징용문제 관련 ‘민관협의회’를 발족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청취하여,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해 나가기로 발표하였다(외교부 2022).   한편, 2018년 10월 이후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피해자 대법원판결 사안이 사인(私人) 간의 민사소송 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은 사이 국회에서 해결문제 방안에 대해 논의가 진행되었다. 대표적으로 20대 국회에 발의된 「일제하 강제징용피해자기금법안」(홍일표 의원 등 10인), 「기억ㆍ화해ㆍ미래재단법안」(문희상 의원 등 14인)등은 강제동원피해자 관련 대법원판결 이후 강제동원피해자의 배·보상을 위한 재단설립과 관련한 법안이었으나, 임기만료 폐기되었다(박명희 2023).   [표 6] 국내 미디어의 강제동원피해자 관련 보도 건수(빅카인즈 2023)   (단위:건)   키워드 2018 2019 2020 2021 2022 징용 1,207 4,152 1,244 1,152 1,041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강제동원피해자 문제에 대한 국내 미디어의 관심도를 전국일간지의 기사 건수를 통해 살펴본 결과는 [표 6]과 같다. 대법원판결이 있었던 2018년에는 1,207건이 보도되었는데, 주로 대법원판결이 있었던 10월에 기사가 집중되어 있었다. 2019년 4,152건으로 보도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였는데, 주로 일본의 수출규제조치가 있었던 2019년 7월에 보도가 집중되어 있다. 2020년 이후 강제동원 관련 보도는 급격히 감소하였다. 한편,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대한 보도는 9,469건, 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관련 보도가 5,976건이었던 것을 비교해 볼 때, 강제동원피해자 문제가 일반인의 한일관계 현안으로서, 경제·안보 사안에 비해 크게 인식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 일본: 내각 교체, ‘한일청구권협정 위반’ 프레임의 지속   강제동원피해자와 관련한 대법원판결(2018.10.30.) 이후 일본에서는 두 번의 내각 교체가 있었다. 2020년 8월 28일 아베(安倍晋三) 총리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2020년 9월 16일 등장한 스가내각(菅義偉)이 2021년 10월 4일까지 지속되었다. 이어 2021년 10월 4일 기시다(岸田文雄) 내각이 출범하여, 2023년 9월 현재에 이르고 있다. 두 번의 내각 교체가 있었다고는 하나, 아베 시기의 외교정책 방향이 큰 변화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 이유로는 대체로 일본 국내에서 아베 시기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국내적 평가가 높았고, 변화를 추구하기에는 자민당 내 파벌의 역학 구도에서 스가총리, 기시다 총리의 소속파벌이 안정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던 이유에 기인한다. 더욱이 스가 내각, 기시다 내각에 대한 지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아베시기의 대한 외교 방향이 지속되고 있다.   외무성은 2018년 10월 30일, 11월 29일 한국 대법원판결 이후 외무대신 담화형식으로 정부 입장을 표명하고, 이를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은 일본이 한국에게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의 경제협력을 약속(제1조)하고, 양 체약국 및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정하고 있고(제2조), 이것이 현재까지의 한일관계의 기초가 되었다. 둘째, 두 건의 일본의 대법원판결은 한일 간 우호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가 없다. 셋째, 일본은 한국이 국제법 위반을 즉각 회복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취할 것을 촉구하며,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국제법원을 포함은 모든 옵션을 고려하여 일본 기업의 합법적인 경제활동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단호한 대응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러한 준비를 하기 위해 외무성 아시아대양국에 한일청구권문제실을 설치하였다.   한일청구권협정’, ‘한국의 국제법 위반’ 등이 주요 키워드가 되고 있으며, 외무성의 외무대신 담화는 영어, 한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로 번역되어 게재되어 있으며, 「구한반도출신노동자문제는?(旧朝鮮半島出身労働者問題とは?)」이라는 문건이 함께 게재되어 있다.   이후 외무성은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구한반도 민간인 노무자 문제에 관한 협의요청(題に係る日韓請求権協定に基づく協議の要請」(2019.1.17.), 「구한반도 출신노동자문제에 관한 청구권협정에 따른 협의 요청 회답 독촉(旧朝鮮半島出身労働者問題に係る日韓請求権協定に 基づく協議要請への回答の督促)」(2019.2.12), 「구한반도출신노동자 문제에 관한 한일청구권협정에 기반한 중재회부(旧朝鮮半島出身労働者問題に係る日韓請求権協定に基づく仲裁付託)」(2019.5.20.), 「대한민국의 한일청구권협정에 기반한 중재에 응할 의무의 불이행(大韓民国による日韓請求権協定に 基づく仲裁に応じる義務の不履行について)」(2019.7.19.) 등 청구권협정에 근간한 일본 정부의 조치의 내용과 한국의 불이행 사항에 대해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外務省2023).   이상의 외무성 조치의 내용을 워드 클라우드로 나타낸 본 결과는 [그림 5]와 같다. 일본 기업, 한일청구권협정, 판결, 한국 등이 주요 키워드로 나타나고 있다.   2019년 이후 한일국민상호인식조사에서 강제동원피해자문제 관련 대법원판결에 대한 해결방안으로서, 일본 측 응답이 집중되어 있는 ‘한국 사법부 판결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대치되므로 일본 기업은 한국 정부의 강제 집행에 따를 필요가 없다’는 안과 일본 정부의 해결방안이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5]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관련 외무성 방침 워드 클라우드 분석     [표 7]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일본경제신문」(조간·석간)과 「요미우리신문」(전국판) 기사를 ‘징용공’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것이다. 대법원판결이 있었던 것은 2018년이지만 기사가 가장 많은 것은 2019년이다. 이후 징용문제에 대한 관심은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2019년 기사 수가 급증한 것은 수출규제조치 등 한일관계 내 관련 현안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대부분의 조치발표가 2019년에 집중되었던 이유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표 7] 일본 미디어의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관련 보도 건수   (단위:건) 징용공 2018 2019 2020 2021 2022 일본경제신문 154 493 138 98 138 요미우리신문 149 507 146 132 139   V. 결론   한일 간 역사 현안에 대한 여론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본 연구에서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된 「한일국민상호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1년간 한일 양국 국민의 역사에 대한 고정적 인식을 살펴보고, 위안부 문제, 강제동원피해자문제 등 외교 현안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양국 정부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발표한 언설과 어떠한 관계를 가지는지 검토해 보았다.   첫째, 한일 간 역사문제는 한일 간 인식 차이뿐 아니라 양국 정부와 국민 사이에도 존재한다. 양국 정부 간 해결 시도가 있었고 일본 정부는 해결이 완료된 것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 국민에게 있어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역사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양국 정부가 지난 11년 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한국의 교과서가 일본 국민에게 있어서는 해결해야 할 역사문제로 크게 자리 잡고 있다. 한일병합의 역사를 한국은 전 세대가 고르게 인지하고 있으나, 일본은 60대 이상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은 향후 한일 간 역사 인식의 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는 구조적 요인이 된다.   둘째, 한국과 일본의 국내 여론이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하지만, 위안부 문제, 강제동원피해자는 국민의 여론이 반영되어 외교정책이 결정된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환경변화가 양국의 여론을 견인한 사례에 해당한다. 일례로, 한국 국민의 위안부합의에 대한 평가는 2016년과 2017년의 조사 결과가 상이하다. 2016년에는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길항하였으나, 2017년 조사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위안부 합의를 주도하였던 박근혜 정부에서 위안부합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였던 문재인 정부로의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환경을 배경으로 한다. 한편, 일본의 경우 2012년 12월 제2차 아베내각 출범 이후 7년 8개월 동안 정권의 변동이 없었으며, 내각에 대한 지지도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는 환경적 차이가 존재한다.   셋째, 정책결정자의 외교 현안에 대한 프레이밍이 자국민의 인식의 틀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위안부문제 및 강제동원피해자문제와 관련하여 정부가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지배적인 프레임이 없다. 이에 비해 일본은 위안부 합의와 강제동원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프레임이 견고하다.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 정부의 프레임은 합의문에 표명된 사죄보다는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에 방점이 주어졌고, 강제동원피해자문제의 경우 ‘「한일청구권협정」 위반’, ‘국제법 위반’의 프레임으로 사안을 해석하고 있어 강제동원피해자의 문제가 역사인식의 문제가 국제법의 문제로, 신뢰의 문제로 치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국민이 제시하고 있는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해결방안 역시 법적인 해석, 정부 프레임의 틀 안에 머물고 있다.   한일 국민 간 역사인식 격차는 불변한 것인가? 한일 간의 역사적 경험으로 인하여 양국 내에서 형성된 고정된 인식의 틀이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외교 현안에 대한 양국 정부의 메시지는 양국 관계를 호전시킬 수도 갈등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지난 11년 외교 현안에 대한 양국 정부의 메시지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거나, 적극적 설득 노력이 결여 되었으며, 나아가 상대국 국민을 향한 화해의 메시지는 부재하였다.   양국 국민의 인식 속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위안부 문제, 교과서 문제가 고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그때그때의 단기적 측면에서 역사 현안 해결을 도모하게 된다면, 향후 양국 정부 간 외교 현안은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르나, 양국 국민 간 역사문제 관련 갈등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1]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참고 문헌   경제희. 2018. “아베정권 시기의 외교·안보에 대한 여론과 정책” 『일본비평』19.   김상준. 2015. “한일관계의 안정과 지속: 정치지도자의 메시지 전달과 정향을 중심으로,” 『일본연구논총』 41.   김성한·정한울. 2005. “여론과 미국외교: 부시2기 외교정책의 딜레마와 선택,” 동아시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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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희 2023-12-27조회 : 7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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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시리즈] ③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로 바라본 혐오 현상과 한일관계

I. 서론   동아시아연구원(EAI)과 겐론NPO에서 실시한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11년간 한일 양국 국민여론은 반일과 혐한을 넘어 관계개선을 향하고 있다. 반면 민족주의와 같은 부정적 인식이 한일관계에 갈등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민족주의는 평상시에는 잠재적으로 내재되어 있으나 한일 간 역사나 영토를 둘러싼 이슈가 발생할 경우 즉시 시위나 반발, 혐오로 표출된다. 예를 들어 2019년 한국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과 수출규제, 지소미아 해소 선언 이후 발생한 혐한이나 반일시위가 이에 해당한다.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2022년도 한국의 정치와 사회의 상황에 대해 ‘민족주의’로 응답한 비율이 50.9%로 ‘민주주의’로 응답한 비율보다(43.3%) 높다. 이는 2013년도 보다 7.6%로 보다 높은 수치이며 2017년도 48.6%보다도 높다. 국민성에 대해서도 평화적이라고 응답한 비율보다 호전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볼 때 한일 간 역사와 영토를 둘러싼 갈등이 내재화·고착화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다만 해당 결과만으로는 한일 간 잠재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민족주의, 국가주의, 군국주의 등 부정적 인식의 원인이나 실체에 접근하는 것은 다소 한계가 있다.   이 글에서는 한일 국민상호인식조사를 대상으로 한일 간 부정적 인식이 나타나는 배경에 대해 정치사회적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분석 자료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동아시아연구원(EAI)과 겐론NPO의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가운데 일본 국민의 상호인식조사 부분을 활용한다.   연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상적인 언설로서 ‘혐오’가 등장한 배경과 한일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검토한다. 일본의 경우 민족주의는 주로 배외주의를 통해 표출된다. 배외주의는 외국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나타내는 것으로 일본에서는 역사수정주의와 더불어 한일관계의 저해 요인이 된다. 배외주의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계층이 확산되면서 불거진 사회 현상일 뿐 아니라 민족주의, 역사수정주의, 북한 납치문제 등 한일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사회운동과 극우 내셔널리즘이 결합된 일본형 배외주의는 우파계 시민단체를 통해 한국과 관련한 혐한 뉴스를 발신하는 등 일본 국민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둘째, 한일 국민상호인식조사를 통해 상대국 대한 부정적 인식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검토한다. 분석 대상이 되는 문항은 ‘부정적 키워드’가 제시된 질문으로 2013년부터 2023년까지 흐름과 변화를 볼 수 있도록 한다.   셋째, 위의 분석을 토대로 지난 11년 간 한일 국민여론의 인식의 변화와 흐름을 설명한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주요 언론 기사와 미디어를 통해 한일 주요 쟁점이 한일관계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검토한다. 한일 양국 간 민족주의가 어떻게 확산되고 수렴되는지 변화와 흐름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한일 양국 국민의 민족주의 변수가 한일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흐름을 제시하고 향후 한일관계를 예측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민족주의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가 협력이 가능한지에 대해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결론으로 한일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혐오’의 언설을 넘어 공공외교와 민간교류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II. 일상적 언설로서 ‘혐오’와 한일관계   1. ‘혐오’언설의 구조와 한일관계   한일관계에서 혐오가 문제가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EAI 상호인식 조사에 따르면 2022년 한일 양국 모두 호감도가 과거 최고치 수준으로 나타났다(손열 2022). 비호감도는 최저치에 근접하는 등 한일 간 우호협력 분위기가 목격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온라인을 통한 한국 문화의 확산은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갖는데 비교적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인터넷이나 온라인상, 출판물에서는 혐한이나 반일 등 부정적인 언설이 유포되고 있다. 한국에 대한 혐오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인 ‘혐한’과 ‘재일특권’은 전통 미디어가 아닌 인터넷상에서 만들어졌다(히구치 나오토 2015, 287). 히구치 나오토는 혐한과 재일특권과 같은 용어를 널리 퍼뜨린 것은 『만화 혐한류(マンガ嫌韓流)』라고 보았다(히구치 나오토 2015, 287). 만화 혐한류의 대중적인 인기와 더불어 우익 인사들이 차례로 홈페이지나 게시판, SNS를 통해 인터넷상에 혐오 언설을 확산시켰다. 혐한 관련 서적이 출판시장에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미디어 시장에서도 특정한 국가와 민족을 지칭하는 혐오는 일상적 용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처럼 일상적 언설로 나타난 혐오 표현은 사회적인 현상을 넘어 국가 간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호감도가 상승하긴 했으나 지난 10년 간 추이를 볼 때 역사와 영토, 위안부 문제 등 양 정부가 대립하던 시기 한일 양국에서는 혐오와 관련하여 혐한 현상과 반일시위도 적지 않게 목격되었다.   혐오 언설이 발생하는 구조와 확산은 다음<표1>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행위자 측면에서 혐오는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진 정치가나 관료의 발언이나 언설,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 대중으로 확산된다. 발언의 진위여부 보다는 행위자의 언설을 통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 구조적 측면에서는 대내적으로는 제도적 측면과 대외적인 측면에서 한일관계를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분석틀에서 제도는 혐한이나 언설을 제한하는 제도의 유무를 말한다. 정치공간은 언설이 확산 혹은 제한이 이루어지는 유무형의 공간으로 성격에 따라 개방적 혹은 폐쇄적으로 나뉜다. 이러한 구조 아래 혐오는 사회적인 현상에서 국가 간 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표 1> 혐오언설의 구조와 정치적 확산>       제도적 규제     강력함 느슨함 정치 공간 폐쇄적 혐한·반일 축소 혐한·반일 제한적 확산 개방적 혐한·반일 제한적 축소 혐한·반일 확산     한일 관계에서 혐한에 앞서 주목할 점은 넷우익과 정치적 영향력이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 상에서 반한 감정을 표출해왔으며 2005년에는 미디어에서 ‘넷우익’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넷우익은 기존우익과 달리 배외주의를 내세우며 최근에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혐한 시위를 일으키는 단체로 성장했다(辻 2008, 16). 넷우익이 활동하는 사이버공간은 주로 2ch, 니코니코, 오픈재패니스 게시판, SNS 등이다. 넷우익은 끊임없이 한국을 비판하는 정보를 게시하거나 외국인차별에 관한 콘텐츠를 발신한다. 그러나 배외주의적인 언설과 달리 실제 넷우익의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소수의 우익이 복수의 개별계정을 통해 활동하거나 주로 전자메일을 이용하여 활동하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알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일본 사회에서 한국에 대하여 외국인 차별에 대한 혐오를 적극적으로 확산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확산은 일본 보수의 우경화 현상과 맞닿는다. 나가노 고이치(中野晃一 2016)는 “일본의 우경화 현상은 역사인식이나 역사, 도덕교육에 관한 문제와 관련된다. 우경화는 모든 전쟁을 자존자위 즉 평화를 위한 전쟁이라고 정당화하는 야스쿠니사관을 중심으로 역사수정주의를 기반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들어 넷우익이 정치적으로 세력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2007년 사쿠라이 마코토를 중심으로 재특회가 결성되었다. 재특회는 한국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발신하며 2020년 현재 약 1만 7천명의 회원이 등록한 일본 최대 규모의 우익단체이다. 온라인상에서 소규모의 한정된 공간에 머물렀던 넷우익이 미디어를 통해 대중친화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고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에는 사쿠라이 마코토를 비롯한 우익을 주도한 인물들과 미디어를 통한 대중화가 자리한다. 일본 미디어에서는 혐한에 의해 한류가 쇠퇴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되었다. 혐한의 분위기가 강해지면 한류팬의 거점이 줄어들 뿐 아니라 한국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다(<読売新聞> 2015/5/14). 혐한은 혐한책 출판 붐으로 이어졌고 실제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은 2012년 351만명에서 2015년에는 30%이상 하락했다(<読売新聞> 2015/06/22; <朝日新聞> 2015/11/22).   2019년 이후에도 혐한에 대하여 반감을 갖는 기사가 드물지만 나타나고 있다. 도요케이자이(東洋経済)는 기사에서 “일본에서는 대중매체를 중심으로 혐한의 감정적 언동이나 보도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산케이신문 서울 주재 객원논설위원으로 2014년 『한국인의 연구(韓国人の研究)』를 출간한 구로다 가쓰히로는 반한이 놀랍다고 했다. 과거 일본에서도 반한 현상이 있었다. 예를 들어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을 제1차 반한 현상이다. 그 배경에는 한국의 공작원이 한국 대통령이 된 김대중씨를 일본에서 납치했다는 것에 대한 일본인들의 분노가 있었다. 지금의 반한은 일반 대중에게도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한류 열풍의 반동으로 한국으로 비판하고 있다. 서점에는 반한 책이 넘치는데 저자 대부분은 한국의 전문가나 관련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일본에서 한국이 그토록 비판받는 것을 보면 한국을 동정하고 싶을 정도이다”라고 했다.   혐한을 조장하는 발언에 대하여 사과하거나 자중하려는 목소리가 나타났다. 2019년 8월 30일 와이드쇼 프로그램 “고고스마 GOGO!SMILE!”에서는 이전 방송에서 나온 헤이트 스피치발언에 대하여 “ 8월 27일 방송한 한일 문제 관련 코너에서 한 헤이트 스피치는 해서는 안됩니다. 하물며 범죄를 조장하는 발언은 사람으로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중략… 헤이트나 범죄를 조장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습니다. 방송을 보고 불쾌하셨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며사과했다. 저널리스트 니시무라 히데키(西村秀樹)는 “왜 텔레비전은 ‘혐한’을 부추기는가(なぜテレビは「嫌韓」を煽るか)”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고고스마의 사례를 거론하며 정치적 수단으로서 미디어의 책임을 말했다. 해당 기사에서는아베정권이 일본 국민에게 혐한 의식을 고취하고 배외주의를 조장한다고 비판했다.(『現代の理論』21号, 2019)   혐한을 제도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2016년 5월 ‘일본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법(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을 제정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제도적인 조치를 마련했다. 가와사키시에서는 지자체에서는 최초로 2019년 12월 ‘차별이 없는 인권존중 마을 만들기 조례(헤이트스피치 금지 조례)’를 제정했다. 이 같은 제도적 조치로 인해 헤이트 스피치나 혐한 등 무분별한 확산이 어느정도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 기존연구 검토   최근까지 일본에서는 혐한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연구를 진행했다. 다카하라 모토아키(高原基秋 2006)는 일본 사회에서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발생하는 요인에 대해 급변하는 사회에서 발생한 고용불안과 사회적 불안이나 불만을 제시했다.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 2015)도 일본의 사회적 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으로부터 배외주의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히구치 나오토(樋口直人 2014)는 재일코리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와 재특회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다만 히구치 나오토는 기존의 연구와 달리 기존의 식민지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한국을 부정하는 인식 즉, 혐한이 발생했다고 보았다. 이러한 연구를 볼 때 혐한이나 그러한 인식이 한일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혐한 혹은 혐오 인식이 언론이나 미디어, 출판 등 매체를 통해 일반 국민에게 확산되는 것은 경계해야한다. 나아가 국가 간 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일본의 혐한에 대하여 발생한 배경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혐한에 관한 연구는 문화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한영균(2013)은 반한류로서 혐한 현상을 나타났다고 보았다. 2000년대부터 한류 붐이 발생하였으며 2005년에 들어 반한류 현상으로 ‘혐한류’가 발생했다고 보았다. 정수영(2009)도 한류로 인하여 일상적 문화 교류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매스 미디어가 한류와 혐한류를 확대 재생산하는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았다. 강기철(2020)은 혐한이 발생하는 배경으로 출판사의 상업적 이익과 잡지시장의 불황, 인터넷 미디어의 출연과 영향력 확대로 보았다. 혐한 서적 출판 붐은 출판계의 이윤을 창출하는 구조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았다. 인터넷 상에서는 기존의 한국 멸시와 인종 차별주의가 표현의 자유라는 도구를 통해 표출 된 것으로 보았다. 박수옥(2009)과 송민수(2016)는 2ch을 통해 혐한과 미디어내셔널리즘의 발생 구조를 밝혔다. 한편, 혐한은 내셔널리즘과 민족주의, 재일코리안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내재되어 있다. 이 같은 시각에서 김웅기(2016)는 혐한의 현상으로서 헤이트스피치와 대상으로서 재일코리안에 주목하였다. 그는 질적 조사를 통해 재특회(在特会)와 조총련계 조선적자에 대한 혐한 시위의 양상과 피해자의 인식을 규명하였다.   혐한과 한일관계에 관한 연구로는 이명희(2021)와 노윤선(2016)의 연구 등이 있다. 이명희는 아사히신문의 사설을 통해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균형 잡힌 비판과 자성적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윤선은 혐한에 대하여 포괄적 접근을 통해 한일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예를 들어 출판이나 미디어, NPO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았다.   III.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분석과 '부정적 인식'   1. 혐한과 호감도   한일관계에서 혐한 현상은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한일관계에서 혐한은 직접적인 영향을 파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사실상 혐한 문제는 특정한 국가나 민족에 대한 개인의 극단적 감정이 사회적으로 표출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혐한은 본질적으로 차별적,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며 한일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문제는 혐한 현상이 온라인 상에서 SNS,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출된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혐한 문제는 사회 전체를 바라볼 때, 혹은 한일 관계를 볼 때 이례적이고 마이너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중매체를 통해 혹은 뉴 미디어를 통해 여론에 확산될 때 파급효과는 적지 않다. 실제로 전쟁이나 폭동이 아니더라도 일상공간에서 발생한 분쟁이 인터넷 공간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거나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적 문제로 확대된 경우가 적지 않다. 이같은 점에서 우리는 혐한 현상이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본 장에서는 한일 국민상호인식 조사 가운데 부정적인 인식 에 관한 질문을 선별하여 10년간의 흐름과 변화를 제시한다. 혐한에 대해 연구한 다나베 슌스케(田辺俊介)는 혐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 한국에 대한 호감도와 개인, 사회적 인식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저하되었으며 시기별로 다른 원인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2012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상륙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배외주의가 표출되었다고 보았다. 반면 2013년의 경우에는 개인에 잠재된 애국주의 인식이 외국인을 향해 표출 된 것으로 보았다. 이에 대해 다나베는 애국주의 하위 개념으로 ‘혐한’을 설명하고 개인이나 사회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보았다(田辺俊介 2011). 이처럼 혐한이나 혐오는 특정한 민족이나 국가에 대한 극단적인 감정의 표출이나 그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인식이나 여론의 경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에서 드러나는 국가나 국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혐한의 원인과도 관련되는 만큼 해당 질문에서 중요한 함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논의를 바탕으로 본 장에서는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를 통해 일본인 혹은 일본 사회에 내재된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사하고자 한다. 한일 국민 상호인식 조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첫째,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와 더불어 안정성을 제시한다. 둘째,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질문을 통해 ‘감정’에 대한 부분을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질문을 통해 실증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이 지닌 ‘부정적 인식’이 국가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이를 데이터를 통해 장기간 관찰한 경우가 많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는 매우 유용한 자료로서 활용가치가 높다.   2.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분석 (2013~2023)   본 장에서는 일본의 상호인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혐오와 부정적인 영향을 나타내는 항목을 분석하고자 한다. 시기는 2013년부터 2022년으로 10년간을 분석한다. 분석대상은 한국에 대한 일본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질문으로 다음과 같다.   ■ 한국이나 한일관계에 대한 정보를 어디에서 얻는가?   ■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떠한가?   ■ (일본이)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 현재 한국의 정치와 사회의 상황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한국의 국민성: 평화적 호전적   ■ 일본에 있어 군사적인 위협이라고 느껴지는 나라와 지역은 어디인가?   【질문】 한국이나 한일관계에 대한 정보를 어디에서 얻는가?     위의 표에서 나타나듯 지금까지 일본은 주로 전통적인 미디어인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한국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조사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의 정보를 주로 어디에서 얻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평균 90%이상이 언론매체라고 응답했다. 반면 직접 한국인과 대화하거나 한국에 방문한 경험은 10% 이내로 매우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물론 정보는 직접 경험하거나 보지 않더라도 얻을 수 있으며 신뢰성이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통적인 미디어는 객관성을 담보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한 이미지나 프레임 등 제한된 정보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디어를 통한 정보 외에도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상대 국가를 접할 기회가 많아진다면 상호인식이 개선될 여지가 있을 것이다.   【질문】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떠한가?     지난 11년간 일본의 대한 호감도는 2016년을 정점으로 하강하는 추이를 보이다가 2019년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2023년도에는 좋은 인상이 좋지않은 인상을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호감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좋지 않은 인상이 높았던 시기는 대부분 한일 간 역사나 영토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을 때이다. 2012년은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여 한국에 대한 일본 국내의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2015년은 한일 위안부 합의가 있었으며 2019년은 강제징용대법원 판결과 수출규제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낮아졌다. 그러나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코로나 사태로 한일 간 직접적인 교류가 낮아진 반면 일본 내 한국 드라마와 k-pop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다. 2022년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부 간 우호 협력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질문】 일본이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10년간 한일 간 역사문제와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갈등은 고착화되었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10년간 일본이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는 이유로 역사문제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독도영토를 둘러싼 갈등은 응답률에는 거의 변화가 없으나 역사문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치지도자나 정부의 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시기에 따라 매우 유동적으로 나타났다. 2021년 이후에는 한국 정부의 행동에 위화감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점차 낮아졌다. 2023년에만 실시하였으나 한국인의 반일감정 때문에라고 응답한 비중이 64.9%로 나타났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이를 종합하면 한일 간 역사문제나 독도영유권을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고착화 해갔다. 반면, 정치지도자와 정부와 관련해서는 시기별로 다르게 인식했다. 정치지도자나 정부의 태도는 여론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3년도 결과에서 나타나듯 한국인의 반일감정 역시 일본에게 한국에 대한 호감을 낮추는 주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질문】 현재 한국의 정치와 사회의 상황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의 정치 사회 상황에 대해 질문한 결과 가장 높은 수치가 나타난 응답은 민족주의며 다음으로 높은 응답은 국가주의이다. 반면 평화주의와 민주주의 등 긍정적인 인식은 다소 낮게 나타났다. 일본에서 인식하는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군국주의는 모두 부정적인 것으로 한국을 전쟁 상태로 보거나 혹은 역사와 영토를 둘러싸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과도 관련된다. 민족주의라는 응답은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가장 높은 비중이 나타났다. 민주주의와 평화주의는 20%미만의 응답률을 보였으나 민주주의는 2015년부터 꾸준히 상승하여 2022년도에는 국가주의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한국이 일본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낮게 인식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 배경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2021년도부터 한국의 정치사회 상황에 대해 민주주의라고 응답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2022년도에는 국가주의보다 민주주의가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평화주의는 어떤 경우에도 가장 낮은 비중을 보였다. 다만 군국주의는 2020년부터 다소 낮아진 반면 평화주의는 2019년도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2022년의 경우 평화주의와 민주주의가 동시에 상승한 반면 국가주의와 군국주의는 하락하는 등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다소 완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는 역시 코로나 시기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인식이 증가했음을 나타낸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우호적인 인식이 증가한 배경으로는 코로나 시기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들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 온 한류 붐에 더하여 코로나 시기 K-POP과 K-드라마 등 일본 내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윤석열 기시다 정권에 들어 한일 정부 간 우호적인 분위기는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데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질문】 한국의 국민성: 평화적 호전적     2013년과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한국 국민에 대해 평화적인 성향보다는 호전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2014년에는 평화적으로 보는 인식(10.7%)보다 호전적으로 보는 인식(41.5%)이 4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질문】 일본에 있어 군사적인 위협이라고 느껴지는 나라와 지역은 어디인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비하여 거의 군사적 위협이 있는 국가로 인식되지 않았다. 미국은 2015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으나 2017년과 2018년에는 한국보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위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군사적 위협이라는 인식이 줄어들었다. 2022년 일본에서 방위비를 증대시켰을 당시는 북한에 대한 위협 인식이 소폭 줄어든 반면 중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전년도 보다 증가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위협인식이 2022년부터 60%이상으로 나타났다.   위협인식을 보면 미국과 중국, 한국과 북한이 서로 대칭적으로 증가와 감소가 연동해서 나타난다. 또한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공산권 국가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높게 나타나는 반면 역시 한국과 미국에 대해서는 낮은 위협 인식을 보인다. 그러나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한미 관계와 관련하여 한국과 미국에 대한 위협 인식이 상반된 수치로 나타나는 것은 드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결과를 종합하면 일본은 군사적 위협에 대해 북한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가장 높게 나타나는 반면 중국은 감소와 증가 등 당시 상황에 따라 군사적 위협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다. 러시아는 북한이나 중국보다는 군사적 위협을 낮게 인식했으나 미국이나 한국보다는 상위에 있다. 이는 이데올로기적인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과 미국은 가장 낮은 순위에 있으나 마찬가지로 동아시아 정세에 따라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등 변화가 나타났다.   그 외에 2019~2020, 2021년 시기의 일본 외무성 내각부 조사에서는 한국에 대한 친근감이 이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과 2022년에도 한국에 대한 친근감이 이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리더십 교체를 통한 새로운 정권에 대한 일본 국민의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리하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1여 년 간 한일관계는 상호인식이 개선되는 가운데 일본 내에는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일정하게 자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조사에서 따르면 부정적인 인식은 고정화된 것과 가변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한국과 일본 간 역사문제와 영토갈등은 고정화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한일관계에서 역사문제는 “일본의 ‘전후처리’와 식민지 문제 등 한일 간 견해의 차이가 좁혀질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대부분이다(남상구 2010). 따라서 한일 간 부정적인 인식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뿐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   IV. ‘혐오’의 언설을 넘어서   최근 한일관계는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모색하는 가운데 공공외교와 민간교류가 강조되고 있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을 설득하여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손열(2019)은 일본의 혐한 감정과 불신감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공공외교를 제시하면서 “공공외교가 일본 국민을 상대로 한 우호 여론 조성을 위한 체계적인 노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공공외교는 일반적으로 “자국에게 유리하게 상대국 국민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정부 또는 비정부 행위자의 의도적인 노력”으로 정의한다. 공공외교의 범위는 외국 국민들의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정부의 노력, 각 국가 내 민간단체와 이익집단들 간의 상호작용, 외교문제에 대한 언론보도와 정책에 미치는 영향, 외교관과 해외주재원 등 커뮤니케이션 종사자들 간의 의사소통, 각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포함한다(황병덕 외 2012). 한국에서는 공공외교는 “전통적 외교와 달리 외국의 민간 대중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정부 및 비정부 외교 활동’을 총칭한다”는 설명도 있다(김태환 2012). 한국에서 공공외교가 필요한 이유는 “국제사회에서 중견국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다지고 국가이익을 실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공공외교, 경제적 안보적으로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법으로서 공공외교, 새로운 ‘기뢰의 영역’으로서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김태환 2012).   일본에서 공공외교인 ‘퍼블릭 디플로마시(Public Diplomacy)’ [1]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2004년 5월에 발행한 외교청서(『外交青書』)이다. 외교청서에는 퍼블릭 디플로마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구미에서도 매스미디어를 포함한 통신수단의 발달로 모든 외국 국민 여론에 대하여 자국의 매력을 직접 이용하는 퍼블릭 디플로마시(대여론외교 또는 대시민외교)에 주목하여 추진하고 있다“. 2005년 외교청서에서는 퍼블릭 디플로마시에 대해 “전통적인 정부의 외교가 아닌 민간과 연대하여 다른 국가의 국민이나 여론에 직접 대응하는 정부의 외교활동으로 ‘대 시민외교‘ 또는 ’공보외교‘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지만 정확한 번역은 아직 없다”고 기술했다. 2004년 외무성 산하에 공보문화교류부를 설치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추진했다.   2014년 이후에 등장한 공공외교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대한 홍보 강화 활동을 중시했다. 외교청서에서는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존재감을 높이고 일본의 모습을 신뢰하고 이해하기 위해 일본의 기본적인 입장이나 사고를 국내외로 적극적으로 발신해야 한다. 동시에 일본의 다양한 매력을 발신하여 일본에 대한 관심이나 친밀감을 높이고 긍정적인 대일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고 밝혔다.   외무성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외무성은 객관적인 사실을 중심으로 관련 정보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발신하며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해외 미디어가 일본의 역사나 영토, 외교정책에 대하여 사실오인이나 부정확한 인식에 기반하여 보도할 경우에는 사실에 기반하여 신속하게 반론을 제기한다. 동시에 일본의 입장을 냉정하고 적절하게 발신해야 한다. 특히 영토 보호의 분야에서 알기 쉽게 일본의 입장이나 주장을 설명하기 위한 각종 자료를 주요 11개 언어로 작성하고 외무성 홈페이지에서 발신한다”고 하며 “전통문화나 서브컬쳐(sub culture)를 포함한 다양한 일본문화를 소개하고 젊은이들을 시작으로 인적교류, 국제교류기금을 통한 해외의 일본어 보급 등을 실시한다”고 했다. 공공외교를 위해서는 “관계기관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재외공관 등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일본을 어필한다”고 했다(外務省 2014). 강태웅(2015)은 일본의 문화정책에 대해 “일본에서는 문화교류를 통해 한중일의 외교적 갈등을 완화하고자 했다. 2004년 일본의 문화교류 정책은 일본에 대한 이해를 돕고 호의를 갖도록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공외교는 보편적인 정의와 국가와 사례에 따른 특수한 정의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공공외교에 대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소프트 파워(soft power)에 기반하여 정부에서 민간으로, 일방에서 양방으로 주체와 행위자가 변화했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공공외교에 대해 공공과 홍보, 문화교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역사나 해양영토 분야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적극 주장하고 이를 해외로 발신하는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외교를 통해 혐한이나 반한, 반일과 같은 배타적 인식을 줄일 수 있는가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혐한은 주로 우익 또는 애국자 단체나 이를 표방하는 개인이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방송을 하고, 출판, 시위를 통해 표출된다. 따라서 반한이나 혐한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민간을 대상으로 공인된 정보를 통해 이들의 잘못된 오류를 바로잡고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V. 결론   한일 간 역사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민간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현재 한국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주변국과 함께 단계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 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협력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한일 간에는 역사문제와 내셔널리즘을 둘러싼 갈등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은 2004년 일본은 유엔에서 ‘동아시아 공동체’를 발표하고 2006년에는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통한 역내 안정자(Built-in Stabilizer)를 내세우는 등 동아시아 역내 질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제시했다. 2016년 일본 정부는 인도태평양 구상을 전명하면서 미국과의 협조 아래 아시아 국가와 관계를 강화했다. 일본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실현하기 위해 미일동맹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하는 한편 인도, 호주,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을 상정했다.   반면 역사수정주의 대중적 확산과 보수정치의 우경화는 한일 관계에 갈등을 야기했다. 한일 간 역사문제는 일본의 우경화 현상과 결착되어 한일관계를 한층 악화시켰다. 고이즈미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교과서 검정문제, 위안부 문제 등은 한국뿐 아니라 주변국가에서도 반발했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 역사와 영토를 둘러싸고 한일 갈등이 고착화되었다. 2018년 한국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 수출규제 조치 등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다. 이후 한일 양국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탄생하면서 한일 간 협력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지역 질서 가운데 한일 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공공외교를 비롯하여 민간 교류 활성화를 모색하는 한편 한일 협력의 저해 요인인 혐한과 반일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고찰과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       [1] 일본에서는 공공외교를 ‘퍼블릭 디플로마시’라고 부른다.     참고 문헌   강기철. 2020. “일본 혐한 현상에 대한 비판적 분석.” 『일본문화학보』 85.   _________. 2012. “만화혐한류의 상업적 전략과 보수 저널리즘의 확대.” 『일어일문학』 56.   강태웅. 2015. “한일 문화교류는 지속되어야 한다: ‘혐한’(嫌韓)을 넘어서.” 『EAI 일본 논평』.   김태환. 2012. “21세기 한국형 ‘신공공외교(New Public Diplomacy)-외교정책의 패러다임 쉬프트와 전략적 맵핑-.” 『주요국제문제분석』 No. 2012-35.   남상구. 2010. “일본의 ‘전후처리와 식민지 문제” 『한일관계사연구』 36.   노윤선. 2016. “한·일 수교 50주년, 혐한(嫌韓)에 대한 재인식.” 『일본문화연구』59.   박수옥. 2009. “일본에서의 혐한류와 미디어내셔널리즘.” <한국언론정보학회 학술대회>.   석주희. 2020. “한일관계 세대분석: 청년세대(MZ세대)가 보는 한일관계”. 『EAI워킹페이퍼』.   손열. 2019. “3.1운동 100주년의 길목에서 한일관계를 성찰한다: 저항에서 건설로”, 『EAI논평』   ______. 2022.“제10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 조사 분석-한일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국민 여론, 정책으로 이어질까?” 『EAI이슈브리핑』. 3.   송민수. 2016. “한일 넷우익 사이트와 혐한 반일 의식.” 『영상문화콘텐츠연구』 10.   야스다 고이치. 2013. 『거리로 나온 넷우익』. 후마니타스.   이명희. 2021. “일본 아사히신문 사설에 나타난 균형과 한계 - 21세기 반일·혐한의 한일관계 뛰어넘기-.” 『일본문화연구』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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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jcoh@eai.or.kr  

석주희 2023-12-27조회 : 6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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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시리즈] ① 한일 양국은 상대국에서 무엇을 떠올리는가

I. 들어가며   이 글에서는 한국 민간싱크탱크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 NPO겐론(言論)의 2013년 제1회 한일국민상호인식조사부터 2023년 11회까지의 여론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일 양국은 상대국에서 무엇을 떠올리는가’를 분석하고자 한다. 한일국민상호인식조사(이하 상호인식조사)는 ‘상대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 ‘국민성에 대한 상호평가’, ‘상대국 역사에 대한 지식’ 등의 상세한 문항을 포함하여, 한일 간 상호인식 및 역사인식의 차이와 그 배경을 고찰하기 위한 유용한 지표들을 제공한다. 필자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역사문제의 원인과 그 해법에 대한 한일 간의 뚜렷한 인식 차이에 주목하면서, 그 배경에 있는 역사 지식과 역사적 경험의 차이를 고찰하고자 한다.   동아시아연구원의 상호인식조사는 한일 정세가 역사문제 속에 함몰된 지난 10년간의 여론을 담고 있다. 그 시작은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천황 ‘사죄’ 요구 발언이었고, 2015년 박근혜 정부 위안부합의 발표, 2018년 강제징용 대법원 확정판결, 2019년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조치 등 일련의 사건이 이어진다. 이 시기 일본정치의 우경화와 일본사회 혐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재특회 등이 주도하는 헤이트스피치, 혐한서적 출판이 횡행하였다. 한국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및 일본여행 취소 등 반일감정이 고조되었고, 2020년 상반기부터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 속에서 상호 민간교류가 전면 중단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렇기에 이 시기는 ‘한일 관계의 잃어버린 10년’’최악의 한일관계’로 표현되고 한다.   한일관계가 전례 없는 갈등 속에 있었던 지난 2022년까지의 조사에서 상대국에 대한 인상은 ‘좋다’보다 ‘나쁘다’가 꾸준히 많았다. 2022년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 대다수(81.1%)는 한일관계 회복을 바라고 있지만, 절반 이상의 응답자는 한일관계가 앞으로도 ‘현재와 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관계회복을 위한 과제로서 한국(57.7%)과 일본(66.3%) 모두 ‘역사문제 해결’의 난제를 꼽았다. 하지만 한일 역사문제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보면 한국은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인식, 위안부 문제, 강제동원 등 배상문제,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부족’을 드는 반면, 일본은 ‘한국의 반일교육과 교과서 내용, 반일행동’을 문제 삼는 점에서 역사문제 인식의 현저한 차이가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급기야 한국은 일본을 ‘군국주의’로, 일본은 한국을 ‘민족주의’로 인식한다고 응답하기에 이른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일본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과 ‘일본하면 떠오르는 것’, ‘한일 역사문제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분리되지 않고 일치하여, 대일 인식이 역사문제에 압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1 상대국에 대한 인상(2023년 동아시아연구원-겐론NP0 한일상호인식조사: 일본과 한일관계)>     상호인식조사를 통해 상호인상과 호감도, 역사 지식과 역사 인식, 상호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서로 맞물려 있으며, 한일관계 어려움의 핵심에 있는 역사문제 및 그 해법에 대한 한일 간 견해 차이는 해방 후 한국의 역사 되새김과 일본의 ‘망각의 전후’를 통해 형성되어 온 견고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한일관계는 현재진행형의 변화 속에 있다. 상대국에 대한 ‘좋은 인상’의 이유는 일본인의 국민성이나 생활수준, 한국의 문화나 음식 등 체험에 따른 응답의 비중이 높다는 점, 항목에 따라 세대별 응답의 차이가 크다는 점은 향후 한일관계 변화 가능성을 전망하게 한다. 특히 2021년에 추가된 대중문화에 관련된 항목들은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일본인들의 선호를 뚜렷하게 보여주며, 상대국 대중문화를 즐기는 것이 상호 호감도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 또한 선명했다.   2023년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는 양국 여론이 역사 문제에서 비롯된 상호 불신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3년 한일 정상의 외교가 복원되는 등 양국 관계의 개선 분위기 속에서 양국 국민은 한일관계 개선을 체감했고, 한국에 대한 일본 측 ‘좋은 인상(37.4%)’의 응답이 2013년 조사 이래 처음으로 ‘좋지 않은 인상(32.8%)’의 응답을 앞질렀다. 최근 한일관계의 진전이 일본 여론에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이다(손열·김양규·박한수 2023.10.12). 한국의 정치와 사회 운영방식으로서 ‘민족주의’ 대신 ‘민주주의’라고 답하는 일본 측 응답 또한 많아졌다. 이에 비해 2023년 조사에서 한국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좋은 인상’의 비율은 증가하지 않았으며,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응답 또한 감소했다. 나아가 한일 정부의 관계개선의 태도에 대해 일본인들은 ‘잘했다’라고 평가하는 반면, 한국인들은 ‘모르겠다’라고 평가하는 등, 뿌리 깊은 입장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한일 정세에 대한 양국 국민의 평가가 엇갈림에도 불구하고, 본 조사에서 드러나는 한결같은 인식은 ‘한일관계는 중요하다’라는 점이다. ‘한일관계는 자국에 중요하다’라는 응답자 비율은 일본보다 한국 측이 높다. 그러나 일본 측 응답에 대체로 ‘모르겠다’의 비중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2022년의 조사에서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라는 일본 측 응답(56.5%)은 ‘중요하지 않다(14.4%)’의 네 배에 이른다. 그리고 ‘한일관계는 자국에 중요하다’라는 일본 측 응답은 2023년에 61.8%로 증가했다. 2022년 조사에서 일본인들은 한국이 중요한 이유를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관계가 깊은 이웃나라이기 때문에’(71.9%)의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한국 측 답변에서도 ‘이웃나라’라는 점이 주요했으나(64%), ‘경제적인 상호의존성의 중요함’의 답변이 조금 더 많았다. 한편, 2023년 일본 측 응답에서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공동의 안보 이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라는 응답이 40.9%로 대폭 늘어나, 안보 문제가 경제적 중요성(37,1%)을 넘어섰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한일 양국 국민의 상호인식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내‧외 정치적 요인으로 정책결정자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만, 상호인식조사가 본격적인 분석의 대상이 된 연구들은 많지 않다. 이 글은 이른바 ‘최악의 한일관계’라 불린 지난 10년간 한일 간의 상호인식을 분석하여 한일 간 역사 인식의 간극을 조명하며, 그 시사점과 변화의 실마리들을 읽어내고자 한다.   II. 상대국에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는가   1. ‘좋은 인상’과 ‘좋지 않은 인상’   2013년부터 한일상호인식조사의 앞머리에 있는 항목은 ‘귀하는 상대국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까’의 질문이다. 그리고 ‘좋은 인상’과 ‘좋지 않은 인상’의 답변에 따라 그 이유를 묻는 항목이 이어진다. 한일간 ‘좋지 않은 인상’의 압도적인 이유는 ‘역사문제’에 있다. 2021년 일본인들의 절반 가량은 ‘한국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48.8%)’라고 답하는데, 나쁜 인상의 이유(2개 복수응답)로 ‘역사문제 등으로 일본을 비판하기 때문’(45.4%), ‘현재 한국 정부의 행동에 위화감을 느끼기 때문’(35.3%), ‘독도를 둘러싼 영토대립 때문’(31.1%)이라고 답했다. 이 응답의 비중은 성별과 연령을 불문하고 높았다. 한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는 이유는(2개 복수응답) ‘한국을 침탈한 역사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아서’(66.7%),‘독도문제 때문’(52.3)의 응답이 높았다.   <표 1 한국에 대한 ‘나쁜 인상’의 이유(2021년 일본주요문항 데이터 결과표, 동아시아연구원)>   한국에 대한 인상 좋지 않다 응답자 사례수 (명) 독도를 둘러싼 영토대립이 있기 때문에 한국인의 애국적 행동과 사고방식이 이해되지 않기 때문 한국인의 언동이 감정적이기 때문에 현재 한국 정부의 행동에 위화감을 느끼기 때문에 역사 문제 등으로 일본을 비판하기 때문에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대립이 있기 때문에 강제 징용 판결을 둘러싼 대응으로, 대립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 한국의 민주주의에 위화감을 느끼기 때문에 기타 특별한 이유는 없다 ▣ 전체 ▣ (482) 31.1 20.5 20.7 35.3 45.4 14.1 11.6 12.4 1.5 1.7 성별                       남자 (296) 35.8 22.3 18.6 35.1 41.9 13.9 11.1 11.8 1.4 2.0 여자 (186) 23.7 17.7 24.2 35.5 51.1 14.5 12.4 13.4 1.6 1.1 연령                       20세미만 (8) 25.0 25.0 25.0 25.0 50.0 12.5 0.0 12.5 0.0 12.5 20~29세 (41) 36.6 17.1 17.1 29.3 43.9 14.6 14.6 4.9 0.0 9.8 30-39세 (64) 37.5 17.2 26.6 28.1 45.3 9.4 10.9 15.6 3.1 1.6 40-49세 (73) 31.5 23.3 19.2 32.9 43.8 11.0 16.4 11.0 4.1 0.0 50-59세 (72) 31.9 13.9 30.6 29.2 63.9 16.7 4.2 5.6 0.0 0.0 60세이상 (224) 28.1 23.2 17.0 41.5 40.2 15.6 12.5 15.6 0.9 0.9     상대국에 대한 ‘나쁜 인상’은 한일역사 갈등에 압도적인 영향을 받는 것에 비해, ‘좋은 인상’의 이유는 보다 다양했다. 초기 인식조사부터 한국인들은 꾸준히 ‘일본의 친절하고 성실한 국민성’과 ‘생활수준이 높은 선진국’을, 일본인들은 ‘한국의 대중문화’‘식문화와 쇼핑’을 좋은 인상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일본인이 꼽은 한국 방문 목적 1위는 ‘쇼핑’이기도 하다.   <그림 2 상대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된 이유(2023년 동아시아연구원-겐론NP0 한일상호인식조사: 일본과 한일관계)>     2021년 상호인식조사에서 ‘1인당 GDP에 있어 한국이 일본을 넘어섰고, 방위비 역시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수준이니 한일 양국은 대등한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는가’의 질문에 대해, ‘일본이 우위에 있다’라거나 ‘잘 모르겠다’라는 한국 측 응답은 합쳐도 10% 남짓이었고, 대부분의 응답자가 ‘대등’하거나(44%), ‘아직 대등하지 않지만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44.2%)라고 응답했다. ‘대등함’에 대한 일본 답변은 ‘모르겠다’(43.6%)의 비중이 크고, ‘이미 대등하다’(15.7%)’‘대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26.5%)의 두 응답이 ‘일본 우위가 확고하다’라는 응답(14.2%)보다 세 배 가까이 많았다. 한국도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되며[1], 한국인 대다수는 한국이 일본과 ‘대등하거나 대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판단하고 있음에도, 일본에 대한 ‘좋은 인상’의 이유로 꾸준히 ‘생활수준이 높은 선진국’을 꼽는 점은 흥미롭다.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일본을 ‘디지털 후진국’으로 칭하기도 했음에도,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성실하고 친절한 국민성’(49.8)과 ‘생활수준이 높은 선진국’(38.5%)의 순위가 유지되었다. 2022년의 응답에서 ‘생활수준이 높은 선진국’의 답변을 살펴보면, 한일간 경제 격차의 경험이 서로 다른 세대 간 답변에 큰 차이가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20대의 응답이 30%로 가장 높다. 그렇다면 한국 국민들이 평가한 일본의 생활수준이란 경제학의 관점에서 측정가능한 임금, 소득, 영양, 건강과 수명 등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된다면 흥미로운 응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표 2 2022년 결과표 일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된 이유(1순위)>     사례수 (명) 생활수준이 높은 선진국이어서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친절하고 성실한 국민성 일본의 대중문화에 관심 있어서 일본의 전통문화에 관심 일본 제품 품질 좋아서 매력적인 식문화와 쇼핑 일본인 교류를 통해서 기타 특별한 이유없다 계 ▣ 전체 ▣ (315) 24.4 14.3 41.3 5.1 1.9 4.4 6.3 0.3 0.6 1.3 100.0 성별                         남자 (159) 25.8 19.5 40.3 1.9 1.3 5.0 4.4 0.0 0.6 1.3 100.0 여자 (156) 23.1 9.0 42.3 8.3 2.6 3.8 8.3 0.6 0.6 1.3 100.0 연령                         18-19세 (15) 20.0 20.0 40.0 13.3 0.0 0.0 6.7 0.0 0.0 0.0 100.0 20-29세 (63) 30.2 4.8 33.3 11.1 3.2 3.2 14.3 0.0 0.0 0.0 100.0 30-39세 (53) 24.5 17.0 35.8 3.8 1.9 3.8 7.5 1.9 0.0 3.8 100.0 40-49세 (58) 25.9 19.0 41.4 5.2 0.0 1.7 3.4 0.0 1.7 1.7 100.0 50-59세 (59) 16.9 18.6 42.4 3.4 5.1 6.8 5.1 0.0 0.0 1.7 100.0 60세이상 (67) 25.4 11.9 52.2 0.0 0.0 7.5 1.5 0.0 1.5 0.0 100.0   2. 국민성의 상호인식과 평가   상호인식조사 초기인 2013년과 2014년에는 국민성의 인식과 평가를 묻는 설문 조사가 이루어졌다. 오늘날과 같은 복잡사회, 대규모사회에 해당 국가 구성원들의 문화, 사회, 행동, 사고방식 등의 독자성을 상정한 국민성(national character)의 개념은 국민국가 구성원을 균질적인 공동체로 간주하며 내부적 다양성을 간과한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다. 그럼에도 이는 대중적인 상호인식을 포착하는 데에 유용하며, 이이범(2004, 13-14; 20-21)[2] 의 연구와 같이 국민성 인식은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된다는 면에서 한일관계에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변하는 정치 분야의 응답과는 차별화된다. 본 상호인식조사에서 일본인 국민성에 대한 한국인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친절함 등 시민의식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앞서 언급한 ‘높은 생활수준’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2014년 조사에서 <친절/배려없다, 근면/태만, 평화적/호전적, 유연함/완고함, 신용가능/신용 불가능, 정직‧성실/불정직‧불성실. 창조적/모방적, 협조적/비협조적, 이타주의/이기주의, 집단주의/개인주의>의 상반된 성격 중에서 일본인들이 꼽은 한국인 국민성의 가장 높은 응답은 ‘어느 쪽도 아니다’였다. 일본 측 응답자들은 한국의 국민성에 대한 10개의 문항 중 9개에 ‘어느 쪽도 아니다’라고 답하여, 한국 국민성의 뚜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런 가운데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한국인의 국민성으로 특정한 성격은 ‘완고하다(51.9%)’였다. 그 외에 다수 응답을 꼽아보면, ‘이기주의(44.7%), 근면(42.9%), 호전적(41.3%), 신용불가능(41.1%), 비협조적(38.1%), 불정직‧불성실(31.9%)’로 ‘근면’을 제외하면 부정적인 속성들이 대부분이다.   2014년 조사에서 한국인이 보는 일본 국민성에 대한 다섯 문항에서도 ‘어느 쪽도 아니다’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과반수가 넘는 가/부의 응답이 나온 항목 중에는 친절하다(70.3%), 근면하다(75.6%)의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다. 또한 ‘완고하다(36.1%), 신용할 수 없다(37.6%). 비협력적이다(36.0%), 이기주의적이다(48.9%)’라는 부정적인 인식과 ‘정직하고 성실하다(33.1%), 창조적이다(42.1%)’라는 긍정적인 인식이 공존하였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 독도 방문과 천황 사죄 요구 이후 일본에서는 격렬한 혐한 시위가 벌어졌다. 한류열풍은 혐한서적 열풍으로 바뀌었고, 2014년 재특회 회장 사쿠라이 마코토의 <대혐한시대>는 20여 일 만에 6쇄를 찍었으며, 일본의 혐한 분위기는 뉴스 보도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고스란히 전달되어 반일감정을 부채질했다. ‘일본’과 ‘일본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고조된 속에서도 일본 국민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유지되는 점은 한국 측 응답의 특이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인 국민성에 대한 인식과 비교할 때에 더욱 뚜렷하다.   2022년도의 조사에서는 일본인과 중국인의 ‘국민성’ 인식을 비교할 수 있는 항목이 추가 된다. ‘친절/무뚝뚝, 유연/완고, 계획적/즉흥적, 대담/꼼꼼, 창조적/모방적’ 등의 선택지에서 꼽은, 한국인이 보는 일본 국민성은 ‘친절하다(77.5%), 계획성있다(64.8%), 배타적이다(55.2%), 꼼꼼하다(49.4%)’이다. 한편, 일본인과 중국인에 대한 인식은 상반된다고 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한국인은 중국인을 ‘무뚝뚝하다(62.5%), 완고하다(61.2%), 대담하다(64.8%), 모방적(73%), 배타적(63.7%), 호전적(62.5%)’이라고 인식했고, 부정적인 평가가 확고하게 과반수를 넘는 것도 특징이었다.   한편, 한국과 중국 중 친근감을 느끼는 나라를 묻는 2022년도의 질문에 대해, 일본 측은 ‘어느 쪽에도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35.2)’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 응답은 ‘한국에 친근감 느낀다’(25.9%), ‘양쪽 모두 친근감 느낀다’(14.6%)였고, ‘중국에 친근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7.7%에 불과했다. 한국 역시 ‘어느 쪽에도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40.8%)’가 가장 많았고, ‘일본’(24.3%), ‘중국’(16.9%),‘양쪽 모두에 친근감을 느낀다(14.4%)의 순이었다. 한일 역사문제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한일/일한 관계보다 각각 중국과의 관계가 장래에 더 중요하다고 판단함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 모두 중국에 대한 친밀감보다 한일간 친밀감이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2023년에는 그 비율이 더 높아졌다. 연령이 낮을수록 한국에 친근감을 느끼며, 그에 비해 중국에 대한 친근감에는 연령에 따른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한국에 대한 젊은 세대의 친근감은 대중문화 소비와 연관이 된다고 짐작할 수 있다.   <표 3 한국과 중국 중 더 친근한 국가(일본 주요문항 데이터 결과표 2021 동아시아연구원)>   전체 사례수 (명) 중국에 보다 친근감을 느낀다 한국에 보다 친근감을 느낀다 양국에 모두 똑같이 친근감을 느낀다 어느 쪽에도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 모르 겠다 무응답 계 ▣ 전체 ▣ (1,000) 7.7 25.9 14.6 35.2 16.0 0.6 100.0 성별                 남자 (483) 9.5 24.0 16.4 37.7 11.6 0.8 100.0 여자 (509) 6.1 27.9 13.0 32.8 19.8 0.4 100.0 무응답 (8) 0.0 12.5 12.5 37.5 37.5 0.0 100.0 연령                 20세미만 (23) 13.0 52.2 13.0 4.3 17.4 0.0 100.0 20~29세 (119) 4.2 42.9 12.6 24.4 16.0 0.0 100.0 30-39세 (148) 5.4 26.4 10.8 35.1 22.3 0.0 100.0 40-49세 (173) 11.0 28.3 13.9 32.9 13.9 0.0 100.0 50-59세 (147) 8.2 27.2 12.9 40.1 10.9 0.7 100.0 60세이상 (390) 7.7 17.4 17.7 39.5 16.4 1.3 100.0     III. 상대국에서 무엇을 떠올리는가   1. 한일 상호 이미지   2013년도와 2014년도의 조사 항목에는 ‘상대국을 떠올릴 때에 무엇이 떠오르는가’의 질문이 있었다. 2013년도의 선택지를 보면 한국 설문지에는 <일본요리, 우수한 품질의 제품, 일장기, 후지산, 벚꽃, 사무라이, 경제대국, 천왕, 과학기술,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독도문제, 위안부 할머니, 정치인들의 망언, 태평양전쟁(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폭투하), 우익단체, 만화‧애니메이션, 자위대, 한류열풍, 국내 체류 일본인, 버블경제>의 선택지가 있었다. 2014년도에는 여기에 <아베신조 총리, 센가쿠열도, 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이 추가된다.   2013년 일본 설문지의 한국 이미지로는 <한국요리, 액정 TV 등 가전 제품, 서울 등의 고층 빌딩군, 인천 공항, 한강의 풍경, 빈부의 격차, FTA등 경제자유화에의 노력, 숭례문, 민주주의, 징병제, 한국 병합. 한일기본조약, 삼성, 현대 등의 재벌 기업, 판문점, 2002년 한일 월드컵, 원(화폐), 반일감정·반일 데모, 한류 드라마‧K-POP, 독도문제, 태권도>가 제시되었다. 2014년도에는 여기에 <인천공항, 종군위안부, 징병제, 삼성 현대 등 재벌기업, 한국병합,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침몰사건> 등이 추가된다.   2014년의 ‘일본에서 무엇이 연상되는가’라는 질문(3개까지 선택)에 대해 한국 국민은 ‘독도문제’(66.4%), ‘위안부할머니’(56%), ‘정치인들의 망언’(24.5%)을 떠올렸다. 2014년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는 이유(1순위+2순위)로‘한국 침탈한 역사 반성이 없어서’(76.9%), ‘독도문제’(71.5%)가 꼽혔는데, 한국 측 응답은 역사문제에 압도되어 ‘일본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과 ‘일본하면 떠오르는 것’이 분리되지 않고 일치함을 알 수 있다. 특히 당시 현안이었던 독도문제가 1순위 응답으로 30%를 넘는 것은 모든 연령에서 공통적이며, 이는 일본 방문 여부 등 개인적인 경험의 영향도 받지 않았다.   <그림 3 2014 한국데이터결과표 동아시아연구원>     한편, 2013년 제1회 조사를 보면, 일본 국민의 경우 한국을 떠올릴 때 59.1%가 ‘한국요리’를 선택하였고, 이어서 ‘다케시마문제’(56.7%), ‘한국드라마, K-POP’(47.2%)을 떠올렸다. 당시는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 독도 방문과 천황 사죄 발언 등으로 일본 내 혐한 분위기가 고조 되고, 한류 붐이 급격히 냉각되는 시점이었음에도 한국 문화 관련 항목의 답변이 우세한 점이 특징이다. 2014년도에도 ‘한국요리’(46.0%), ‘한류드라마, 케이팝(K-Pop)’(36.3%),‘세월호사건’(38.2%)의 응답이 ‘독도문제’(36.7%)와 ‘위안부문제’(31.0%)보다 더 많아서, 일본인이 한국을 떠올릴 때에는 한일 역사문제보다 한국 음식과 대중문화 등 한국 문화 및 체험이 먼저 떠오른다는 차이를 볼 수 있다.   최근 10년의 상호인식조사의 응답을 1980-90년대와 비교해보자. 박진우(2014)는 1984년부터 1997년까지 동아일보와 아시히신문이 공동으로 실시한 5차례의 여론조사를 분석하고 상대국에서 연상되는 바를 자유기술로 물은 바를 분석했다. 그는 일본은 한국을 문화의 관점에 바라보며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의 경제발전을 여유롭게 바라보고 있다고 분석했고 한편 한국에 대해서는 경제대국, 기술선진국 일본에 대한 선망과 동시에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기인하는 반일감정이 일관되게 30% 전후를 차지하는 것을 지적한다.   <그림 4 ‘일본인이 한국에 대하여 연상하는 것(%)’ 박진우(2014:114)>         <그림 5 한국인이 일본에 대하여 연상하는 것(박진우 2014: 114)>       현재의 시점에서 위 표의 1980-90년대 한국인의 일본 ‘연상’을 살펴보면, ‘36년의 고통’의 표현과 같이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 반성부족에 대한 문제인식이 한국인의 연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나, 오늘날과 같이 독도문제, 위안부, 강제징용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인식은 존재하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위안부 피해 사실 최초의 공개 증언이 있었고, 이로써 한일 역사문제 중에서도 가장 논쟁적인 위안부 문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1993년 고노담화, 1995년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 국민기금 발족’과 무라야마 총리 담화 등 전후 50년을 맞은 한일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시점이었다고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후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과 1999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2002년 한일공동월드컵, 2003년 ‘겨울연가’ 열풍으로 시작된 한류 붐, 신오쿠보 코리아타운 한류상권의 재편 등 한일 우호 분위기 속에서 민간 문화 교류는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 시점은 전후 민주주의의 역사관을 부정하는 역사 수정주의가 대두하고, 일본사회에서 ‘혐한’이 노골화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2005년 야마노 샤린의 <만화 혐한류>는 출간되자마가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곧 재특회가 탄생하고 ‘거리로 나온 넷우익’(야스다 고이치 2013)의 폭주가 ‘행동하는 보수’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다. 이 시기를 한일 간 ‘역사전쟁’의 내용이 구체화된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일 간 역사 갈등의 저변에 있는 양국 국민들의 역사 인식을 ‘상대국 역사의 무엇을 기억하는가’로 고찰해보자.   2. 상대국 역사의 무엇을 기억하는가   1회와 2회의 상호인식조사에는 ‘알고 있는 상대국의 역사적 사건’ 두 가지를 꼽는 문항이 있었다. 2013년 제1회 조사에서 한국인들은 ‘임진왜란’(80.6%),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투하’(74.8%),‘태평양전쟁’(55.4%), ‘한일강제병합’(49.9%) 등을 꼽았다. 2014년도에도 한국인들은 ‘임진왜란’(86.3%)을 가장 많이 선택했고,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 ‘한일강제병합’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에 비해 일본 국민은 2013년 제1회 조사에서 ‘여성대통령의 탄생’(72.4%)을 가장 많이 꼽았고, ‘서울올림픽’(71.1%), ‘일한월드컵’(70.0%) 순으로 보다 최근의 사건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높았다. 2014년 조사에서도 일본인들은 ‘서울올림픽’(67.0%), ‘한일 월드컵’(63.0%)을 꼽아, 한일 간 상호 역사를 바라보는 시대적 초점이 다르다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한국인의 역사적 관심이 식민지시기에 집중되는 것은 ‘일본의 사회 및 정치제도에 대한 인식’의 질문에서 일본을 ‘군국주의’로 보는 응답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인들은 일본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높은 평가를 하면서도(2021년 ‘일본의 민주주의에 만족’ 67.1%), 동시에 일본을 떠올릴 때에는 군국주의를 먼저 떠올리는 모순을 또한 안고 있다. 한편, 일본인들 역시 ‘한국의 정치와 사회 상황’을 ‘민족주의’(52.3%)로 보면 응답이 우세하다. 일본 측 응답에는 세대차이가 크다는 점이 특징인데, 20대와 30대는 ‘민주주의’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연령이 높을수록 ‘민족주의’ 응답이 많았다(2021년 조사). 2023년 조사에서는 한국을 ‘민주주의’로 바라보는 응답이 더 많아져, 일본 여론이 한일정세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3년 한국 측은 여전히 군국주의(45.4%)의 응답이 우세하여 뿌리깊은 역사 문제 인식을 읽을 수 있으나, 자본주의(42.1%)의 응답이 근소한 차이로 다음 순위로 꼽혀 향후 상호 인식의 변화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표 4 현재 일본 정치와 사회의 운영방식은 어떻게 되어있다고 생각하십니까?에 대한 한국인 응답(2021년 조사, 동아시아연구원)>   전체 사례수 (명) 평화주의 국가주의 민족주의 민주주의 군국주의 국제협조주의 자본주의 자유주의 대국주의 패권주의 사회주의 기타 (1,012) 4.6 35.3 30.0 21.8 50.6 4.0 40.8 15.9 31.7 36.3 8.0 0.1 성별                           남자 (501) 4.8 32.9 32.3 22.4 51.9 4.8 39.3 15.2 30.5 37.3 8.6 0.0 여자 (511) 4.5 37.6 27.8 21.3 49.3 3.1 42.3 16.6 32.9 35.2 7.4 0.2 연령                           18-29세 (176) 8.5 40.3 30.1 31.3 37.5 6.3 43.8 19.9 27.8 26.7 8.5 0.0 30-39세 (156) 3.8 37.8 32.1 24.4 44.2 3.2 39.1 17.9 29.5 36.5 8.3 0.0 40-49세 (191) 3.7 36.1 31.4 18.8 50.3 4.7 38.7 18.3 31.9 36.6 8.4 0.5 50-59세 (199) 4.5 35.7 28.6 16.6 57.3 4.0 41.2 13.1 30.2 41.2 8.5 0.0 60세이상 (290) 3.4 30.0 29.0 20.3 57.6 2.4 41.0 12.8 36.2 38.3 6.9 0.0     <표 5 현재 한국 정치와 사회의 운영방식은 어떻게 되어있다고 생각하십니까?에 대한 일본인 응답(2021 일본 주요문항 데이터 결과표, 동아시아연구원)>   전체 사례수 (명) 평화주의 국가주의 민족주의 민주주의 군국주의 국제협조주의 자본주의 자유주의 대국주의 패권주의 사회주의 기타 (955) 16.9 39.7 52.3 34.3 26.9 4.4 31.9 9.9 3.8 8.4 8.5 1.3 성별                           남자 (473) 16.1 38.1 55.8 35.7 22.8 4.0 35.7 11.4 4.7 11.0 7.4 2.1 여자 (482) 17.6 41.3 48.8 33.0 30.9 4.8 28.2 8.5 2.9 5.8 9.5 0.4 연령                           20세미만 (25) 4.0 28.0 24.0 36.0 44.0 4.0 24.0 20.0 12.0 0.0 20.0 0.0 20~29세 (109) 20.2 40.4 31.2 45.9 28.4 5.5 35.8 11.9 1.8 9.2 11.0 0.0 30-39세 (142) 21.1 40.8 41.5 43.0 32.4 4.9 26.8 10.6 4.2 3.5 4.2 0.7 40-49세 (167) 22.8 37.7 49.7 40.1 22.8 6.0 30.5 9.0 3.6 7.8 8.4 0.0 50-59세 (143) 13.3 35.7 51.0 28.0 31.5 2.8 29.4 9.1 5.6 7.7 9.1 3.5 60세이상 (369) 13.8 42.3 66.1 27.4 23.3 3.8 35.0 9.2 3.0 11.1 8.4 1.6       <그림 6 2023년 상호인식조사(2023년 동아시아연구원-겐론NP0 한일상호인식조사: 일본과 한일관계)>     IV. 한일관계와 역사인식   1. 역사 집착과 망각의 간극   한국인이 한일관계사에서 ‘임진왜란’을 자주 떠올리는 것은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이순신 장군이라는 것과도 연관될 것이다(갤럽 2019). 갤럽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2014년에 이어 2019년에도 이순신 장군(2위는 세종대왕)이었다. 충무공 이순신은 거북선과 해전의 승리를 중심으로 대하드라마, 역사소설, 뮤지컬 등으로 꾸준하게 제작되고 인기를 얻었다. 김한민 감독의 ‘명랑’(2014), ‘한산: 용의 출현’(2022) 두 영화의 상업적 성공은 이순신 장군에 대한 대중적 인기를 잘 보여준다. 일제강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일본의 침략과 일제강점기의 민족적 수난을 재연하는 드라마와 영화, 특히 위안부문제나 강제연행 등 한일 역사문제 쟁점을 소재로 하는 작품도 꾸준히 제작되었다. 화제를 모았던 극영화만 떠올려 보더라도 ‘밀정’(2016년), ‘동주’(2016), ‘아이캔스피크’(2017), ‘군함도’(2017), ‘말모이’(2019),‘항거: 유관순 이야기’(2019), ‘봉오동 전투’(2019), ‘1947보스톤’(2023) 등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패전 후 일본은 아시아 침략전쟁의 기억을 지워나갔다. 사토 다쿠미(2007)는 저서 『8월 15일의 신화: 일본 역사교과서 미디어의 정치학』에서 ‘왜 8월 15일이 종전기념일인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하여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둘러싼 기억과 역사, 미디어 간의 관계를 기술한다. 1945년 8월 15일에 방송된 일본 천황의 ‘옥음방송’, 그와 관련된 신문보도, 라디오 방송, 역사 교과서 등 다양한 미디어가 전후 전쟁종결은 천황의 ‘성단’에 의한 것이라는 소위 ‘8월 15일의 신화’를 만들어냈다는 것, 그 결과 전후 일본 사회는 ‘8.15 종전기념일’이라는 틀 안에서 태평양전쟁은 의식하고 있어도, 식민지에 대한 시선은 주변화 해왔다는 것이다. 천황의 종전선언에 따른다면 전쟁은 진주만 공격으로 시작되었으며, 미국 및 유럽의 국가들을 상대로 한 전쟁이었으며, 이러한 전쟁관에서 보면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침략의 역사는 간과되기 쉽다.   이미 GHQ 점령 해제기 이후 일본 교과서의 역사교육은 아시아에 대한 일련의 침략행위를 서구열강에 대항한 방위전쟁으로 규정하는 서사를 만들어냈고, 침략전쟁으로서의 성격을 희석시켜 왔다(박소영 2023). 개인과 시민사회 차원에서는 일본의 식민지 침략과 그 유산에 대해 성찰하는 노력이 이루어졌으나, 1960년대 일본인의 대중의식에서 전쟁 체험의 기록은 아시아태평양 전쟁에 집중되고, 특히 전쟁 체험에 대한 후기들은 거의 전시기 일본 국민이 겪은 고통 및 전후 시베리아 억류 등과 같은 피해 체험에 집중되어, 다른 아시아 국가에 행사한 폭력은 언급되지 않고 대중의식에서도 잊혀진다(이가라시 요시쿠니 2022, 290). 요시다 유타카(2004, 5-6)는 침략전쟁이나 식민지통치에 대한 반성이 전후 역사학의 원점이자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나, 아시아 각국에 대한 가해의 역사나 아시아 민중이 입은 전쟁피해에 대한 연구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일본 전후 처리의 특수한 양상, 특히 냉전의 국제질서 속에서 일본인은 역사인식 문제를 방치한 채 고도성장에 전념할 수 있었다. 한편 전후 일본 사회의 전쟁관의 변용 속에서 전쟁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애매한 의식의 변화, 특히 1980년대 이후 국제관계를 의식한 정치적이고 현실주의인 전쟁관으로의 변화가 일어난다. 즉 ‘침략전쟁’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거부하지만 ‘침략적 행위’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반성’의 언명이 늘어나면서, 전후 50주년을 즈음한 1990년대 이후 ‘대동아전쟁 긍정론’은 급속히 퇴조했다. 그러나 1980~90년대의 NHK의 여론조사에서도 ‘침략전쟁이었다’의 응답이 절반이라면, ‘어쩔 수 없는 전쟁이었다’의 응답 역시 40% 정도 존재하는 위태로운 구도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쟁에 대한 이중기준(double bind)은 여전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2015년 일본 사회의 전쟁관에 대한 여론조사(2015년 전후 70년 일본경제신문이 1,584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침략전쟁이었다’의 응답은 66%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동시에 일본정부의 사과는 ‘이미 충분하다’는 응답도 77%에 달했다(<日本経済新聞> 2015/05/27). 같은 해 마이니치신문 세론조사에서는 47%의 국민이 2차 세계대전은 ‘잘못된 전쟁’이라고 답했고, ‘어쩔 수 없는 전쟁’ 혹은 ‘모르겠다’의 응답은 각각 24%였다. ‘잘못된 전쟁’이라 답한 이들은 그 이유로서 절반 이상은 ‘침략전쟁이었기에(56%)’라고 답했다. 그러나 ‘일본이 패했으니까’(3%), ‘두 이유 모두’(34%)의 응답도 적지 않았다. 이 설문에서는 전후 70년 아베담화에 과거의 식민지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おわび)가 ‘포함되어야 한다’(42%)는 의견이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15%)의 의견보다 많았다. 그러나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주변국 피해에 대한 사죄가 ‘이미 충분’하거나(44%) ‘본래 필요하지 않았다’(13%)고 답했고, ‘사죄가 미흡했다’의 응답은 31%에 그쳤다. 2005년 마이니치 신문의 조사에서는 ‘사죄는 충분하다’(36%)와 ‘필요없다’(11%)에 비해, ‘사죄가 미흡했다’의 답변이 42%를 차지했던 것과 인식의 변화를 보인다(ハンギョレ 2015).   한국의 역사 되새김과 일본의 망각의 간극, 전쟁 책임과 사죄를 둘러싼 양국의 인식차는 ‘한일 역사문제에서 해결해야 할 것’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역사에 지식과 관심의 시대적 초점이 상이하나, 한일 역사문제를 ‘상대국 탓’으로 여기는 인식은 공통적이다. 일본과 한국의 역사문제 중 해결해야 할 것을 묻는 2021년의 문항에서, 한국 측은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67.4%), ‘위안부문제’(67.1%), ‘침략전쟁에 대한 일본의 인식’(61.4%), ‘일본의 전쟁배상, 강제노동 등에 대한 보상 문제’(54.3%), ‘일본의 과거사 반성이나 사죄의 부족’(52.8%)을 꼽았다. 일본 측 가장 많이 택한 응답은 ‘한국의 반일교육과 교과서 내용’(56.7%), ‘역사문제에 대한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53.8%), ‘위안부문제’(40.0%)였다. 이는 상대국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의 이유로서, 한국은 ‘일본이 한국을 침탈한 역사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아서’, 그리고 일본은 ‘한국이 역사문제 등으로 일본을 계속 비판하기 때문’이라고 꼽은 응답과도 일치한다.   <표 6 한일관계에 있어 해결해야 하는 역사문제(한국인의 동아시아 인식조사 결과표 2021.9 동아시아연구원)>   Base=전체 사례수 (명) 침략전쟁에 대한 일본의 인식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 일본의 전쟁배상, 강제노동 등 보상 문제 위안부 문제 일본 정치가의 한국에 대한 발언 일본 언론매체의 한국에 대한 보도 일본의 과거사 반성이나 사죄의 부족 한국 반일교육 및 교과서 내용 한국 정치가의 일본에 대한 발언 한국 언론매체의 일본에 대한 보도 역사문제에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행동 특별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없다 기타 모르겠다 ▣ 전체 ▣ (1,012) 61.4 67.4 54.3 67.1 45.9 36.6 52.8 18.9 11.1 8.2 8.1 0.3 0.3 0.5 성별                               남자 (501) 60.3 65.3 51.9 65.1 44.5 36.9 52.9 18.0 12.6 9.6 9.0 0.4 0.6 0.6 여자 (511) 62.4 69.5 56.8 69.1 47.4 36.2 52.6 19.8 9.6 6.8 7.2 0.2 0.0 0.4 연령                               18-29세 (176) 55.7 65.9 54.5 65.3 44.3 38.1 57.4 21.6 10.2 8.0 7.4 0.6 0.0 1.1 30-39세 (156) 59.6 71.8 48.7 67.9 47.4 36.5 51.9 17.3 11.5 9.0 9.6 0.6 0.0 0.6 40-49세 (191) 58.6 63.9 53.4 64.9 44.0 34.0 55.0 22.0 11.5 5.2 8.4 0.5 0.5 0.5 50-59세 (199) 62.3 70.9 56.3 67.8 46.2 38.7 50.8 20.6 11.6 8.5 8.5 0.0 0.5 0.0 60세이상 (290) 66.9 65.9 56.6 68.6 47.2 35.9 50.3 14.8 10.7 9.7 7.2 0.0 0.3 0.3       <표 7 일본과 한국의 역사문제 중 해결할 것(일본 주요문항 데이터 결과표 2021, 동아시아연구원)>   전체 사례수 (명) 한국의 반일교육과 교과서 내용 한국 정치가의 일본에 대한 발언 한국 언론 매체의 일본에 대한 보도 역사문제에 대한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침략전쟁에 대한 일본의 인식 일본의 역사 교과서 문제 징용공(강제 징용) 문제 종군 위안부 문제 일본 정치가의 한국에 대한 발언 일본 언론 매체의 한국에 대한 보도 일본인의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부족 이제 해결해야 할 큰 문제는 없다 기타 잘 모르겠다 ▣ 전체 ▣ (999) 56.7 31.8 32.9 53.8 12.9 12.3 25.0 40.0 6.2 10.6 7.5 3.9 0.6 19.2 성별                               남자 (486) 60.1 37.0 40.1 56.6 14.6 14.8 31.1 42.0 7.4 11.7 7.6 5.8 1.2 14.8 여자 (513) 53.4 26.9 26.1 51.1 11.3 9.9 19.3 38.2 5.1 9.6 7.4 2.1 0.0 23.4 연령                               20세미만 (25) 40.0 24.0 24.0 32.0 4.0 16.0 0.0 24.0 4.0 8.0 0.0 4.0 0.0 40.0 20~29세 (118) 44.1 22.0 31.4 43.2 8.5 8.5 12.7 34.7 5.1 12.7 4.2 0.8 0.0 27.1 30-39세 (149) 55.0 28.2 26.2 45.0 10.1 10.7 16.1 34.2 7.4 16.1 7.4 3.4 0.7 23.5 40-49세 (173) 60.1 37.6 38.7 45.7 15.0 12.7 19.7 33.5 7.5 12.1 7.5 3.5 1.2 22.0 50-59세 (148) 60.1 33.1 37.2 55.4 12.8 14.2 31.8 45.9 6.8 9.5 7.4 4.1 0.0 19.6 60세이상 (386) 59.3 33.7 32.4 64.8 15.0 13.0 33.7 45.6 5.4 7.8 9.1 5.2 0.8 12.4     한일 국민 모두 한일관계는 중요하다고 서로 인식하지만, 관계 개선은 쉽지 않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그 배경에는 관계 회복의 선결 조건인 역사문제 해결을 둘러싼 해법의 차이가 가로놓여 있다. 한국인들은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인식, 위안부 문제, 강제동원 등 배상문제, 과거사 반성과 사죄의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으며, 일본인들은 ‘한국의 반일교육과 교과서 내용, 반일행동’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한국은 여전히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되새기고 있는 데에 비해, 일본은 조선 및 아시아 침략의 역사를 망각하는 길을 걸어온 양국 역사 궤적의 차이가 이 설문조사에 담겨 있으며, 이로써 양국 국민이 상호 만족할 수 있는 역사문제의 해결점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임을 재차 확인하게 한다.   2. 대중문화와 한일관계   한일관계는 끊임없이 현재진행중인 변화 속에 있다. 최근 한일상호인식 조사와 그에 대한 분석에서 ‘대중문화’는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했다. 물론 2013년 1회 상호인식조사부터 일본의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의 중요한 이유는 대중문화였다. 그러나 대중문화와 상호 호감도에 주목한 문항들이 생겨난 것은 2021년 이후 상호인식조사의 큰 변화이다. 2021년의 조사를 보면, 한국의 경우 일본 대중문화를 즐기는 비중은 18%이며, 이 중 67%(‘좋은 인상을 갖게 된다’(10.4%),‘대체로 좋은 인상을 갖게 된다’(56.6%)) 가 일본에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답했다. 한국 대중문화를 즐긴다고 한 일본 응답 비율은 34.5%이며, 그 중 81.2%가 한국에 호감을 보였다(‘좋은 인상을 갖게 된다’(25.8%), ‘대체로 좋은 인상을 갖게 된다’(55.4%)고 답했다. 즉, 대중문화 소비와상대국에 대한 좋은 인상은 깊은 연관을 가지며, 대중문화 소비가 상호 호감도를 견인한다는 점이 뚜렷해졌다(오승희 2020; 2020.8.11; 손열‧이하연, 2021.11.15.)   <표 8 귀하께서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즐기십니까? (일본 주요문항 데이터 결과표 2022, 동아시아연구원)>   전체 사례수 (명) ① 매우 즐긴다 ② 어느 정도 즐긴다 ①+② 즐긴다 ③ 즐기지 않는다 ④ 관심 없다 ③+④ 즐기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 무응답 계 ▣ 전체 ▣ (1,000) 7.3 27.3 34.6 13.5 41.8 55.3 9.8 0.3 100.0 성별                     남자 (483) 4.6 22.4 26.9 16.8 46.4 63.1 9.9 0.0 100.0 여자 (509) 9.8 32.0 41.8 10.6 37.5 48.1 9.4 0.6 100.0 무응답 (8) 12.5 25.0 37.5 0.0 37.5 37.5 25.0 0.0 100.0 연령                     20세미만 (23) 13.0 43.5 56.5 17.4 13.0 30.4 13.0 0.0 100.0 20~29세 (119) 12.6 37.0 49.6 9.2 27.7 37.0 13.4 0.0 100.0 30-39세 (148) 5.4 28.4 33.8 9.5 41.2 50.7 14.9 0.7 100.0 40-49세 (173) 10.4 28.3 38.7 15.6 37.6 53.2 8.1 0.0 100.0 50-59세 (147) 7.5 26.5 34.0 18.4 39.5 57.8 8.2 0.0 100.0 60세이상 (390) 4.6 22.8 27.4 13.3 50.8 64.1 7.9 0.5 100.0     <그림 7 대중문화가 상대국 인상을 향상시키는가의 여부(2023년 동아시아연구원-겐론NP0 한일상호인식조사: 일본과 한일관계)>       <표 9 한일관계 악화가 본인 한국 대중문화 소비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대중문화 즐기는 응답자에만 질문) (일본 주요문항 데이터 결과표 2022, 동아시아연구원)>   한국 대중문화 즐긴다는 응답자 사례수 (명) 한일 정부 간 관계가 악화되어도 한국 대중문화를 즐기고 있다 한일 정부 간 관계가 악화되면 한국 대중문화를 즐기지 않게 된다 잘 모르겠다 계 ▣ 전체 ▣ (338) 62.4 20.1 17.5 100.0 성별           남자 (127) 66.9 19.7 13.4 100.0 여자 (208) 59.1 20.7 20.2 100.0 무응답 (3) 100.0 0.0 0.0 100.0 연령           20세미만 (12) 50.0 33.3 16.7 100.0 20~29세 (59) 66.1 23.7 10.2 100.0 30-39세 (48) 66.7 16.7 16.7 100.0 40-49세 (65) 70.8 20.0 9.2 100.0 50-59세 (50) 56.0 26.0 18.0 100.0 60세이상 (104) 57.7 15.4 26.9 100.0     ‘한일관계가 악화되어도 대중문화를 즐기는 것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2021년 한국 32.4%, 일본 64.6%, 2022년 한국 35.6%, 일본 61.0%)는 태도에서 정치적인 부정적 이슈들에도 불구하고, 문화소비와 이를 통한 소통의 장은 위축되지 않을 것임을 전망할 수 있다. 2020년에는 ‘최악의 한일관계’ 속에서도 4차 한류 붐이 일어난 것과 같이, 일본의 한류 소비층은 한일관계가 악화되어도 대중문화를 즐기는 것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는 의견 또한 뚜렷하다. 대중문화는 상호성, 동시대적인 소통의 가장 의미 있는 매개이며, 대중문화를 통한 소통과 이를 통한 친밀감은 한일의 우호적인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임을 예견하게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태도는 역사인식의 부재나 한일관계에 대한 무지/무관심의 연장으로 읽을 수도 있다.   대중문화를 통한 상호 호감도가 높은 젊은 층이 한일관계의 미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가질 것으로 예상하기 쉽지만, 그들의 답은 의외로 그렇지 않다. 2022년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묻는 문항에서 ‘중요하다’는 응답은 60세 이상에서 가장 높았고, 연령이 낮을수록 ‘모르겠다’의 응답이 높았다. ‘한일관계가 개선되어야 할 것인가’의 질문에서도 연령이 높을수록 ‘개선되어야 한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해결해야 할 역사 문제’에서 응답자 연령이 낮을수록 ‘모르겠다’ 응답이 많아 20대 이하에서는 40%에 달했다(박승현 2022.9.14.). 이는 전쟁과 관련 없는 세대들에게 어두운 역사의 짐을 지게 할 수 없다는 아베 신조 총리의 발언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석주희(2020)는 MZ세대에서 나타나는 대중문화와 정치경제, 역사문제의 명확한 분리 현상에 주목하고, 한일 간 대중문화의 교류가 확대될수록 상호협력관계 또한 공고해질 것이라는 분석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화만이 가지는 힘, 대중문화를 통한 동시대적인 소통의 시공간은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관계가 깊은 이웃나라’ 가 공유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임이 틀림없다. 문화의 영역이 정치적 역사적으로 무겁게 얽혀 있는 한일관계의 굴레에서 벗어나 있을수록 그 가치가 온전하게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V. 맺으며   본 연구는 동아시아연구원과 NPO겐론(言論)의 2013년부터의 “한일국민상호인식조사”를 토대로 한일 간 상호 인상, 역사 인식과 역사문제 해법의 차이와 그 시사점을 분석하였다. 초기 인식조사부터 일본인들은 ‘한국의 대중문화’, ‘식문화와 쇼핑’을 좋은 인상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한국인 대다수는 한국이 일본과 경제적으로 ‘대등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일본에 대한 ‘좋은 인상’의 이유로 꾸준히 ‘생활수준이 높은 선진국’을 꼽으며, 동시에 ‘친절하고 성실한’ 일본 국민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중문화 소비는 한일관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는 일본 측 응답이 높은 것처럼, 한국인들의 일본 국민성 평가는 한일관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 특징이 두드러졌다.   한일 양국의 ‘나쁜 인상’에 있어서는 역사문제의 영향이 압도적이다. 양국 국민 모두 한일관계 발전의 최대 변수로 역사 문제를 꼽고 있는데, 한국은 일본의 침략전쟁 반성 부족, 독도문제, 강제노동, 위안부 문제 등을 드는 반면, 일본은 한국인의 반일감정, 반일행동을 가장 문제 삼는다. 한국인들이 일본을 떠올릴 때는 역사문제에 압도되어, ‘일본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과 ‘일본하면 떠오르는 것’이 분리되지 않고 일치한다. 이에 비해 일본인들이 혐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한류 붐이 냉각되는 시점에서도 한국 문화에 대한 호의적인 응답이 높았다. 상대국에 대한 역사 지식 역시 한국이 ‘임진왜란’과 ‘식민지배’로 거슬러 올라가는 반면, 일본인의 역사 지식은 한국 대통령 선거 등 최근 이슈들을 향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 인식 차이로 인해, 한국은 일본을 ‘군국주의’로, 일본은 한국을 ‘민족주의’로 인식하기에 이른다. 특히 ‘한일 역사문제에서 해결해야 할 점’에 있어서의 한일 간 상반된 응답은 민족 수난의 역사를 곱씹고 되새긴 해방 후 한국과 조선 및 아시아 침략의 역사를 망각하는 길을 걸어온 전후 일본, 양국의 궤적의 차이를 가장 확연하게 드러낸다. 2023년도의 상호인식조사결과에서 보듯 한일 정상의 셔틀 외교가 복원되는 등 양국 관계의 개선 분위기 속에서 한국에 호감을 가진 일본인들이 늘어났지만,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호감은 오히려 줄어들었다(손열·김양규·박한수 2023). 일본은 양국관계가 개선되면 한국에 대한 인상도 좋아지지만, 한국은 관계개선이 일본에 대한 호감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아, 한국 측 역사인식의 ‘뿌리 깊음’을 읽을 수 있다.   인식조사를 통해 한일관계에 있어서의 언론의 중요성 역시 다시금 부각된다. 한일 양 국민이 상대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매스미디어가 주도한 정보에 의해 만들어진 부분이 적지 않다거나(조규철 2003), 언론보도가 상대국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비판(이창현 2007)에 더해, 한일 갈등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이용하는 언론의 정파적 보도 행태(박영흠‧정제혁 2020)에 대한 비판 등 한일관계와 언론에 대한 비판적 연구가 이루어져 왔는데, 상호인식조사의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상대국이나 한일관계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경로에 대한 문항에서, 한일 양국 모두 ‘자국의 언론매체’를 꼽았다.[3] 2014년도의 조사에서, ‘미디어 보도는 한일 국민감정에 영향력이 매우 크다’라는 응답이 한일 양측 모두에서 60% 이상이며, ‘크지 않지만 영향력이 있다’는 응답을 합치면 80~90%에 달한다. 그럼에도 한일관계에 대한 자국 언론의 보도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낮은 수준으로, ‘언론은 한일관계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평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의 비율이 꾸준히 더 높다. 2021년 한국 측 응답자들은 언론 매체들이 정치적 상황이나 입장에 좌우되며(62.3%), 센세이셔널리즘에 근거하여 반일감정을 자극하고(20.7%), 매체들은 일본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12.2%)하다고 평가했다. 한일관계 보도에 대한 여론의 평가에 대해서는 이후 보다 상세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1980-90년대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과거 민족 수난의 기억이 ‘36년의 고통’과 같이 모호하게 표현되었으나, 2000년대 이후에는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독도 문제’ 등 일본의 ‘사죄와 반성’이 요구되는 역사문제가 구체화되었다. 또한 상호인식조사가 수행된 지난 10년간은 이 쟁점들을 둘러싼 한일 간 입장의 차이가 표면화되어 갈등이 증폭된 시기이며, 그렇기에 이는 ‘잃어버린 10년’의 ‘최악의 한일관계’ 아니라, 한일 간 얽힌 과거사를 직시하고 그 타협안을 찾는 데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진통의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일관계는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말로 압축되곤 한다. 그렇기에 상호인식의 차이, 역사인식의 간극과 그 역사적 경위를 분석하는 연구들이 한일 간 상호이해의 증진과 한일관계의 미래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그 작업의 성과들이 한일 양국이 함께 이루어 낸 역사적인 합의와 성취들을 재평가하고 이를 공론화하는 노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     [1] ‘대등함’의 항목이 생긴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195개국 회원국 만장일치로 한국의 지위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되었다. 한국은 1964년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설립된 이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된 유일한 국가이며, 이로써 한국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으로 구성된 UN 선진국 그룹 32개국으로 공식적으로 분류된다.   [2] 통계수리연구소의 국민성 전국조사(1953년부터 5년 주기로 조사), NHK의 의식구조조사(1975년부터 5년 주기로 조사)을 통해 일본 국민성과 가치관을 분석하는데, 일본인들 스스로 일본인의 특징으로서 근면, 끈기, 예의바름, 친절함의 순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특징들은 한국인이 바라보는 일본인의 특성과 유사하며, 이 응답들은 195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거의 변화지 않고 있다. 이이범은 이 조사 결과를 통해, 그동안 ‘일본인론’ 또한 ‘일본사회론’에서 주장한 일본인의 특성 및 성향이 대체로 일치하며, 또한 일본인의 삶의 방식과 사회적 환경이 크게 변했음에도 지난 40년 동안 지속되고 있음을 조명한다.    [3]  ‘자국 언론’을 꼽은 이들이 이용하는 매체로서는 텔레비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다음으로 모바일기기, 컴퓨터가 꼽혔다. 어떤 매체를 활용하는가에는 세대 차이가 크다. 2021년 한국의 결과를 보면 60세 이상에서 텔레비전이 95.3%를 차지하는 데에 비해, 18~29세는 텔레비전은 30%에 그치고, 컴퓨터 36.9%, 모바일 기기 33.1%를 차지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매체의 세대 차이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참고 문헌   갤럽. 2019.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2014년에 이어 2019년에도 이순신” https://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1057(검색일2023.09.15)   동아시아연구원·겐론NPO. 2013-2019 “한일상호인식조사 데이터”.http://eai.or.kr/new/ko/etc/data.asp. (검색일: 2023.10.15).   ________________________. 2013-2022 <일본 주요문항 데이터 결과표>   ________________________. 2023. 한일국민상호인식조사: 일본과 한일관계.   동아시아연구원. 2014. “제2회 한일국민상호인식조사 한일비교분석 결과 보고서”.   박소영. 2023.“점령 해제기 이후 일본의 역사교육: 일본 제국주의 침략역사의 교과서 서술 변화를 중심으로.” 『동북아문화연구』 75: 189-212.   박진우. 2014. “여론조사를 통해서 본 한일관계의 상호인식” 『日本思想』 27: 102-129.   박승현. 2022..“‘모르겠다’라는 적극적인 응답: 제10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로 보는 사회문화 이슈들” 『EAI이슈브리핑』   박영흠‧정제혁. 2020. “언론은 한일 갈등을 어떻게 보도했는가: 프레임 유형과 의미화 방식을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20, 7: 352-367.   사토 다쿠미 저. 원용진‧오카모토 마사미 역. 『8월 15일의 신화: 일본 역사 교과서, 미디어의 정치학』 궁리.   손열‧이하연. 2021. “대중문화 소비가 이끄는 한일 상호 호감도: 경색된 한일관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EAI 논평‧이슈브리핑』,   ____·김양규·박한수 2023.10.12. “관계 개선을 바라보는 한일 국민의 거리: 2023년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결과 분석” 『EAI 논평‧이슈브리핑』.   석주희 2020.“한류와 ‘혐오’: 청년세대(MZ세대)의 역설.” 『EAI워킹페이퍼』   이이범. 2004. “전후 일본인들의 가치관 변화에 관한 고찰: 일본인의 국민성연구결과를 중심으로.” 『일본학연구』15: 37-66.   이창현. 2007. “한일관계와 뉴스 보도의 프레임, 그리고 상호인식.” 『인문사회과학연구』18: 111-129.   이가라시 요시쿠니 저. 김현아 외 역. 2022 『패전의 기억: 신체 문화 이야기 1945-1970』 소명출판.   야스다 고이치 2013. 김현욱 역 『거리로 나온 넷우익: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보수가 되었는가』,후마니타스.   오승희. 2020. “한국 젊은층의 일본관 변화와 문화적 요인 분석: 상호 혐오의 악순환’을 넘어.” 『일본문화학보』 87: 140-158.   ______. 2020.“한일관계 세대분석 1_한일관계:‘나’중심적 대외관, ‘소비’하는 일본, 반일보다 ‘공정’” 『EAI 워킹페이퍼』   요시다 유타카 저. 하종문‧이애숙 역. 2004 『일본인의 전쟁관』 역사비평사.   조규철. 2003. “언론보도를 통해서 본 한일 커뮤니케이션 갭.” 『일본학보』 57, 2: 685-696.   한국인이 좋아하는 40가지 [사람편] - 스포츠선수/가수/탤런트/영화배우/예능방송인·코미디언/소설가/역대대통령/기업인/존경하는인물 (2004-2019) 조사일 2019.2.25. https://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1057(검색일2023.9.15.)   후쿠다무라 영화 공식홈페이지 https://www.fukudamura1923.jp/ (검색일 2023.9.17.)   <日本経済新聞> 2015. “政府による謝罪「すでに十分 77%” 5月27日.   ハンギョレ. 2015. “日本国民の47%「第2次大戦は間違った戦争” https://japan.hani.co.kr/arti/international/21624.html . (검색일:2023.10.30.)   ロイター共同通信> 2023. “公文書あるのに記録なし?” 7月17日.   東京新聞. 2023. “100年ぶり」の国会質問に政府の答えは?まもなく発生100年の関東大震災「朝鮮人・中国人虐殺」問題” https://www.tokyo-np.co.jp/article/251995 (검색일: 2023.10.30)     ■ 박승현은 계명대학교 일본어일본학과 교수이다.     ■ 담당 및 편집: 오준철_EAI 연구보조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jcoh@eai.or.kr  

박승현 2023-12-27조회 : 7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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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시리즈] ② 한일 경제 관계와 경제협력에 대한 인식변화

I. 서론   한일관계는 일반적으로 ‘수직적 비대칭적 관계’에서 ‘수평적 대칭적 관계’로 변동되었다고 분석된다(기미야 다다시 2022). 이때 ‘수직’에서 ‘수평’으로, ‘비대칭’에서 ‘대칭’으로의 변화를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영역이 양국의 경제 관계일 것이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에서 일본으로부터의 자본과 기술은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다(김도형 2015). 이 가운데 한국 내에서 일본과의 경제협력에 대한 높은 가치부여 인식은 장기지속되어왔다. 하지만, 세계시장에서의 양국 기업 사이의 경합성이 증대되고 양국의 경제 전체에서 상대방과의 경제 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축소되면서, 한일 경제 관계의 가시성은 지속적으로 저하되었다(오쿠다 사토루 2015). 이 가운데 한일 경제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도 많이 제기되어왔다. 일본이 더는 한국의 선진사례의 롤모델이 아니며 실질적으로 한일 경제협력이 한국에 주는 전략적 이익이 크지 않다는 주장 속에 한일 경제협력의 현재적 의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곤 한다(이명찬 2023).   하지만, 한일 양국 정부의 역사인식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외교 갈등 속에서도 별도의 트랙으로 경제협력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정책 언설은 꾸준하게 지속되어 왔다. 역사인식 현안에 대한 양국 갈등을 역사인식 현안의 해법 모색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협력을 통해 극복하자는 취지의 소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개선론은 오래된 수사였으며,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협력 분야는 언제나 경제였다. 제2공화국의 협력적 대일외교 기조, 박정희 정권의 경제협력 방식의 한일관계 처리,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등의 사례에서 경제 분야 협력은 양국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견인하는 것으로 대일정책에서 중요한 위상을 유지해왔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개선론은 현재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후미오 정부 사이에서 지난 반년 동안 급격하게 진전한 양국 외교 갈등 봉합 과정에서도 다시 등장하는 가운데, 이때도 양국 사이의 경제협력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개선의 중요한 방법론으로 제시되고 있다(대통령실 2023).   물론 한일관계사에서 자주 등장해온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서 언급되는 경제 분야의 구체적 협력 내용은 각 시대에 따라 다르고, 특히 올해 한일정상회담에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개선의 경제협력은 경제안보 협력에 방점이 찍혀있다. 시대에 따라 구체적 내용은 달리하지만,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경제협력은 대일정책에서 일종의 ‘성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일 양국의 경제협력에 대한 정책 당국의 꾸준한 강조에 대해 한국 사회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한일 양국 경제 관계의 표면적 중요성 저하 속에서도 양국의 경제협력에 대한 정책 담론이 정책 당국에 의해서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은 경제협력 필요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적극적 수용 또는 최소한으로는 거부하지 않는 태도를 전제로 한다. 과거 한일 경제 관계가 수직적이고 비대칭적 성격을 지니던 시대에는 한일 경제협력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었지만, 한일 경제 관계의 변화는 한일 경제협력의 위상을 상대화시켰다. 그럼에도 한일 경제협력을 강조하는 정책 태도가 계속된다는 점은 경제 분야에서 한일 협력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꾸준하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예측하게 한다. 역사인식 문제와 안보협력 사안에 비해 경제협력 이슈가 양국 사회에서 한일관계에서 정서적 긴장과 연계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한일 경제협력에 대한 사회로부터의 당위론적 동의가 자연스럽게 도출되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순차적으로 종료된 한일통화스와프 사례나 2019년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와 같이 한일 경제협력이 다른 분야의 갈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굴곡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한일 양국 간의 경제 관계와 경제협력에 대한 일반 사회의 인식이 당위론적 수용 태도로 고정되어 있다고 전제하기도 어렵다. 경제 분야의 한일관계가 다른 분야와 연계되어 갈등이 복합화되는 상황이 최근 한일 갈등의 기본적 성격이었다(남기정 2021). 이 상황 속에서 한일 경제협력에 대한 한국 사회 인식은 다른 갈등 현안과 연계되어 선호되기 어려운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즉 한일관계에서 오래 지속되어 온 정경분리 기조가 손상되는 가운데, 경제협력에 대한 사회 인식의 성격이 변동되었을 수 있다.   본 연구는 한국 사회의 한일 경제협력에 대한 인식이 한일 갈등의 복합화 속에서 기존의 당위론적 수용으로부터 변동되었을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한다. 본 연구는 동아시아연구원이 일본 겐론NPO와 공동으로 실시해 온 <한일 국민 상호인식 조사>의 10년의 조사결과(2013-2022)를 바탕으로 한일 양국 경제 관계와 경제협력에 대한 한국 국민의 인식 변화와 그러한 변화를 추동하는 요인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가운데 정책적 차원에서 급격하게 진행된 최근의 한일관계 개선 속에 다시 부활하고 있는 한일 경제협력의 정책론이 한국 사회 내에서 어떠한 성격을 지니고 이해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II. 한일 경제협력의 중요성 인식 변화   <한일 국민 상호인식 조사>에서 한일 경제협력의 중요성/필요성에 대해 직접 질문한 것은 2019-2021년 3년 동안에 국한되어 있다. 한일 경제협력에 대한 한국 국민의 기본 태도는 80% 내외의 비율로 필요하다고 응답하고 있다(<그림 1> 참조). 하지만, 필요하다는 높은 응답은 경제협력에 대해 차별화되어 있다기보다는 한일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당위적 태도와 직결되어 있다. 2018년 이래로 꾸준하게 질문되고 한일관계가 한국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응답은 언제나 80% 정도의 중요하다는 응답이 나오고 있다(<그림 2> 참조). 한일 경제협력에 대한 한국 국민의 호의적 태도는 한일 경제협력의 구체적 필요성에 입각한 응답이라기보다는 한일관계 자체는 정책적으로 중요하다는 관점도 맞닿아있다. 동일한 시기에 일본에 대한 좋은 인상의 비율이 최대 30% 이내에 머무르고, 최소 50% 내외에서 최대 70%의 응답자가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지니고 있다는 응답과 비교해 보면, 한일관계와 일본에 대한 조사 시점의 현안과 관계된 대일 인식과 별개로 한일 협력의 대의에 대한 광범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일협력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한국 국민의 당위적 태도는 한일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응답이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에도 크게 변동이 없다는 점에서도 발견된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일본에 대한 인상 평가는 매우 큰 변동을 보이고 있으나, 한일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응답 비율에는 큰 변동이 없다(<그림 2> 참조).   한일관계에서 협력 필요성에 대한 높은 당위적 인식이 전제되어 있는 가운데, 일본과의 관계 중요성을 경제적 요인으로 파악하는 비율은 적지 않다. 한일관계가 중요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대한 선택지를 크게 경제, 문화/지리, 가치/안보로 나누어 파악해보면, 경제적 요인(중요무역 상대국, 경제산업적 상호의존 관계)을 한일관계의 중요성의 이유로 제시하는 비율은 지리적 근접성과 문화적 유사성을 이유로 제시하는 비율과 유사하다(<그림 3> 참조). 한일관계가 중요한 원인으로 경제 관계를 고려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지속되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일본에 대한 인상 평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일본에 대한 좋은 인상은 지난 10년 동안 언제나 좋지 않은 인상에 비해서 저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좋은 인상을 지닌 응답자들이 좋은 인상의 이유로 선택한 항목에서 경제 관련 항목(생활 수준이 높은 선진국, 일본 제품의 좋은 품질)은 문화 관련 항목(국민성, 대중문화, 전통문화)과 더불어 일본에 대한 긍정 인식의 양대축으로 자리잡고 있다(<그림 5> 참조).   하지만, 최근 2-3년 동안 한일관계가 중요한 이유로 경제 요인을 선택한 응답 비율과 일본에 대한 좋은 인상의 이유로 경제 요인을 선택한 응답 비율 모두 다소 축소되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최근 한일관계 중요성과 일본에 대한 긍정 인상의 요인으로 가치와 안보 요인(자유민주주의 가치 공유, 미국과의 안보 협력 등)에 대한 응답 비율이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림 3>과 <그림 5> 참조). 당위적 한일 협력의 이유로 과거에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았던 가치와 안보 요인의 응답 비율 증가는 현 정부 외교정책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맥락에서 한일관계 중요성의 원인으로 경제를 제시하고 있는 응답 비율을 이념성향으로 분류하였을 때, 2023년에 보수 성향보다 진보 성향의 응답 비율이 높은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보수 성향 응답자들이 가치와 안보 요인에 대한 항목을 채택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경제 요인을 한일관계 중요성의 이유로 제시하고 있는 경우가 보수 성향 응답자들의 경우 다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에 현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와 높은 연동성을 지니는 가치와 안보에 대한 응답 선호가 낮은 진보 성향 응답자에게서 한일관계 중요성의 요인으로 경제가 꾸준하게 높게 유지되고 있다(<그림 4> 참조).   이념성향별로 다소 차별성이 발견되는 최근 추세는 경제협력이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도 발견된다. 경제, 문화/지리, 가치/안보의 요인을 선택할 수 있는 질문과는 별개로 경제협력이 필요한가라는 선택항의 질문에 대한 이념성향별 응답 변화에서 진보 성향의 경제협력에 대한 선호가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조치 이후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그림 1> 참조)>. 물론 3/4 이상의 진보 성향의 응답자도 지속적으로 경제협력이 필요하다는 당위론에 대한 공감을 보여주고 있으나, 보수 성향 응답자와 그 편차가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경제’에 대한 협력 전망의 인식 차이라고 보기 어렵다. 최근 정파적 인식이 커지고 있는 대일정책의 정치화 현상이 대중의 일본과의 협력에 대한 이념성향별로 차별화된 태도로 발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한일 경제협력의 당위론에 대한 이념성향별 편차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정책 평가 부분 등에 비해서는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한일관계를 중요하게 바라보는 인식의 중요 토대로 일본과의 경제적 상호의존 및 무역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추세상 변동폭이 크지 않다. 일본이 좋건 싫건 한일관계는 중요하다는 당위적 관점에서 한일 양국 사이의 경제적 연결성은 한일 양국의 협력 필요성의 요인으로 지속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물론 후술하듯이 한국경제와 일본경제와의 관계 성격이나 한국경제에 일본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서 일본은 한국경제에 사활적이라는 인식은 적다. 다만, 경제적 요인을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관점은 정책 당국에서 경제 분야에서의 한일 경제협력을 정책적으로 강조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배경이 된다. 그리고 정책 당국이 한일 경제협력을 중요 정책 내용으로 추진하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당위론적 협력 선호 인식은 정파적 인식의 침투 가능성이 보이지만 여전히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림 1> 한일 경제협력의 중요성 인식 변화(전체, 이념성향별, 2019-2021)       <그림 2> 한일관계 중요성 인식과 일본에 대한 인상 평가(2018-2023)       <그림 3> 한일관계가 중요한 이유 (2018-2023)       <그림 4> 한일관계 중요 이유로 경제 요인을 제기한 비율 (이념성향별, 2018-2023)       <그림 5> 일본에 대한 좋은 인상 요인 (1순위, 2014-2023)     III. 한일 경제 관계의 성격 인식 변화   1. 한국경제에 대한 일본의 위상 인식   한일 경제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당위적 인식은 일본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느끼는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지는 않다. 일본의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인식은 한국의 경제성장과 중국과의 무역관계 확장 속에서 상대적으로 한국의 무역구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진 일본의 위상 하락과 맞물려 있다.   <한일 국민 상호인식 조사>는 2016년 이래로 한국에게 경제관계가 중요한 국가가 어디인지에 대한 질문을 꾸준히 하여왔다. 복수응답으로 진행되는 이 문항에 대한 응답에서 80% 정도의 비율로 중국과 미국을 택하는 압도적 응답률이 꾸준히 발견된다. 반면에 일본에 대해서는 대략 35-50% 사이의 비율로 한국경제에 중요하다는 응답이 나온다(<그림 6> 참조). 물론 일본을 한국경제에 중요하다고 응답한 40% 내외의 응답 비율은 절대 낮은 수치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는 일본의 중요성은 다른 국가, 지역에 비해 높게 인식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중국과 일본의 경제적 중요성 인식의 차이는 한국 무역구조의 현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그림 9>에서 볼 수 있듯, 1980년대까지 한국에서 일본은 수출과 수입 모두에서 핵심국가였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중국은 한국의 핵심 무역상대국으로 자리잡아왔고, <그림 8>에서 보듯 2000년대 이후에 중국과의 무역량은 일본과의 무역량을 앞지르고 큰 폭의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 무역 구조와 산업생산네트워크에서 중국이 가지는 위상이 여론조사에서도 반영되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림 9>의 실제 무역관계 변화와 비교하자면, 일본이 한국경제에 중요하다는 40% 내외의 응답률은 낮다고 보기 어렵다. 무역량과는 별개로 일본과의 오랜 경제 관계의 역사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는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후술하듯 한일 양국 기업 사이에서 양국의 무역으로 잡히지 않는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심화된 상호의존 관계가 여론조사에 반영되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에도 한국에게 경제적으로 일본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큰 차이없이 유지되고 있다. 물론 <그림 7>에서 볼 수 있듯, 이념성향에 따라서 일본의 경제적 중요성 인식은 분화되고 있다. 진보 성향 응답자들 사이에서 한국에게 일본이 경제적으로 중요하다는 응답률이 저조해지고, 보수 성향 응답자들의 응답률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격차가 일본의 경제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직결된다고 보긴 어렵다. 대일정책이 정치화되면서 정권의 대일정책 전반에 대한 찬반의 정파적 인식이 반영된 부분으로 해석된다.   한국과의 경제관계에서 중요한 국가에 대한 응답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일본에 대한 응답률 추이 변화가 아니고, 중국에 대한 응답률 추이 변화에 있다. 2010년대 중후반에 경제적으로 중요한 국가에 대한 응답 비율에서 중국은 미국보다 높았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경제적 중요성 평가는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이 변화는 이념성향과 상관없이 일관되게 발견된다(<그림 6>과 <그림 7> 참조). 미중경쟁 속에서 중국과의 깊은 경제적 상호의존의 취약성 야기 문제에 대한 걱정이 선행으로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최근 중국경제의 침체와 일본경제의 상대적 견고함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일본의 경제적 중요성 인식은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6> 한국과의 경제관계에서 중요한 국가(중국, 일본) (복수응답, 2016-2023)       <그림 7> 한국과 경제관계에 중요한 국가(중국, 일본) (이념성향별, 복수응답, 2016-2023)       <그림 8> 대중국 무역량과 대일본 무역량 추이 비교 (1970-2022)       <그림 9> 한국의 수출, 수입의 국가·지역별 비중 변화 추이 (1962-2018)     2. 한국경제와 일본경제의 대등성 인식   한일관계의 수평적 성격으로의 변화를 상징하는 지표는 <그림 10>과 <그림 11>에서 발견되는 1인당 국민소득의 변화 추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20년 들어 유사 수준이 되었고, 구매력환산 1인당 국민소득은 IMF의 데이터 기준으로 2010년대 후반 이래로 한일 역전이 일어났다. 군사력과 소프트파워 함께 경제력 측면에서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았다는 인식은 일본 내에서도 인지되고 있고, 이에 대한 일본 내 반응의 다각적 성격도 발견된다(기미야 다다시 2022; 이명찬 2023).   <한일 상호인식 조사>에서 한일 양국의 대등성에 대한 질문은 2021년과 2022년에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2021년에는 45% 내외가 이미 한일 양국은 대응한 관계가 되었다고 응답하였고, 또 다른 45% 내외의 응답자는 대등으로 가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2022년 응답에서도 이 비율은 크게 변동은 없으며, 이미 대등과 대등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는 응답률을 합치면 90% 내외로 유사하다. 또한, 대등성에 대한 응답에서 이념성향은 차별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등성 인식은 수평적 한일관계로의 변화라는 한일관계 전반의 성격 변화와 연계되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최근 여러 일본경제와 한일관계에 대한 논평에서 일본과의 수평적 관계를 더 지속발전시키기 위해 한국에게 앞으로 필요한 과제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이창민 2022a; 김현철 2023). <그림 13>이 보여주든 지난 30여년간 한일 경제관계의 대등화는 한국의 성장뿐만 아니라 일본의 장기 침체를 핵심적 원인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2023년 시점에서 한국의 경제성장 전망은 일본 수준으로 저조해진 상황이다. 한국이 이 상황을 탈피하지 못한다면, 수평적 한일관계는 앞으로 지속발전하기 어렵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으로 구조화된다면, 한일 사이의 대등성 인식도 다시 축소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글로서먼의 『피크 재팬』은 그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앞으로 쇠퇴하는 일본의 미래의 비유로 많이 회자되었다(글로서먼 2020). 하지만, 현 시점은 ‘피크 코리아’가 고민되는 상황이고, 한국이 ‘일본화’에 빠질 수도 있다. 최근 ‘일본화’는 중국의 장기침체 가능성으로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 한국도 이에 대한 동일한 고민이 존재하고 있다. 일본이 30년간 버텨낸 ‘일본화’를 중국이 대응할 수 있는가의 질문은 고스란히 한국에게도 제기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한국의 일본과는 다른 길의 모색이 없다면, 한일 대등관계 인식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수도 있어 보인다.     <그림 10> 한일 1인당 GDP 추이 (1980-2022)       <그림 11> 한일 구매력환산 1인당 GDP 추이 (1980-2022)       <그림 12> 한일 대등 관계에 대한 인식 (전체, 이념성향별, 2021-2022)       <그림 13> 한일 실질GDP성장율 추이 (1991-2023, 2023년은 IMF 추정치)     3. 한일 산업네트워크 성격 인식   <한일 상호인식 조사>에서는 초기부터 한일 양국의 경제산업 관계가 상호보완적인지 경합적인지에 대한 질문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왔다. 하지만 보완성과 경합성의 성격은 일반 대중이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다. 이 항목에 대한 ‘모름’의 응답이 다른 문항에 비해서 높은 것도 질문의 대상이 되는 한일 양국 사이의 산업관계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완성과 경합성에 대한 인식은 실제 현실에서의 한일 경제관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관계가 경합적인지 보완적인지에 대한 응답은 한일관계가 갈등적인지 협력적인지에 대한 인식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을 여지도 크다. 그리고 이는 일본의 대한수출규제 이후의 2020년 여론조사에서 선명하게 경합성 인식이 커진 것을 설명할 수 있다(<그림 14> 참조).   또한 2020년 이후 이념성향별로 한일 경제산업 관계의 보완성과 경합성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것도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2010년대 진보 성향 응답자들은 일본과의 산업적 보완성에 대한 보수 성향 응답자에 비해서 보다 적극적 인식을 보여주기도 하였으나, 2019년 수출규제 이후로는 한일 경제산업 관계를 경합성으로 이해하는 관점이 크게 강화되었다. 이 추세는 보수와 중도 성향의 응답자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고 있다(<그림 15> 참조).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의 산업부분의 생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치였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정서적 반발이 한일 산업관계를 경합적으로 해석하는 응답으로 나왔으며, 그러한 응답이 진보 성향 응답자에서 보다 많이 나왔다.   한일 산업관계의 경합성과 보완성의 성격은 글로벌 생산네트워크의 발전 속에서 비가시화된 측면이 크기 때문에 대중에게 인지되기 쉽지 않은 대상이다. 1990년대 이후(특히 2000년대에 더욱 강화된) 중국의 경제성장은 글로벌 가치사슬의 적극화 속에서 이해될 수 있고, 이 글로벌 가치사슬에 한국과 일본의 기업들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상호관계를 구축해왔다. 이는 기존의 무역과 투자의 양자관계로 한국과 일본의 경제산업 관계를 이해하는 것에 한계를 만들었다. 여러 섹터에서 한일 양국 기업들은 세계시장을 무대로 경쟁구도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양국의 무역·생산 관계는 생산의 세계화 속에서 경합적 관계만으로 단순화해서 보기 어렵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발전 속에서 한일 양국의 무역·생산 관계는 양국 사이를 넘어서서 전세계적 차원에서 진전되었다(여인만 2019).   <그림 16>의 한일 무역 관계 변화 추이에서 주목할 부분은 2010년대 들어서 대일 수출, 수입이 축소되는 부분에 있다. 이는 한일 양국 사이의 산업관계가 소원해졌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의 적극적 소재부품산업 육성, 일본기업의 대한 투자, 한국 기업의 ASEAN 진출과 연계된 한일 산업네트워크의 한일 양자 무역으로부터의 이탈과 관련되어 있다(이창민 2022b). 중국의 성장과 결부되어 발전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은 한일 산업네트워크의 보완성을 비가시화시켰으나 그 중요성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이는 미중경쟁과 연계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모색의 현 시점에서 잘 드러나지 않으나 보완성이 강한 한일 산업네트워크의 장점을 잘 살릴 방법을 정책적으로 모색해야 함을 암시해주고 있다.   <그림 14> 한일 경제산업 관계의 보완성과 경합성 인식 (2014-2023)       <그림 15> 이념성향별로 보완성 응답률에서 경합성 응답률을 차감한 수치 (2014-2023)       <그림 16> 한국의 대일본 수출, 수입, 무역수지 추이 (1965-2022)     IV. 수출규제 해법 인식 변화와 경제안보화에 대한 태도   2019년 일본 정부의 대한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 사회의 일본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초래하였고, 한일 양국 사이에서 높은 수준의 갈등이 전개되었다.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조치는 경제산업성이 2019년 7월에 실시한 수출무역관리령 하부 성령 개정으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감광재),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가지 품목의 대한국 수출 시 기존의 포괄수출허가(3년간 유효)를 개별수출허가로 전환하고, 8월에 실시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으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실시한 것이다.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되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대한 개별 심사가 필요하게 된다.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는 안보적 필요성을 표면적 논리로 하여, 한국 기업의 생산 활동에의 거래 비용을 증가시켜,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 후속조치의 정책 전화를 가져오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표면적 이유가 아닌 실제 역사인식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 정책 전환을 의도한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와 한국 사회는 매우 강경한 대응 자세를 보여주었다.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조치 이후, <한일 상호인식 조사>에서 일본에 대한 인상을 비롯한 모든 이슈에서 일본에 대한 부정 응답이 크게 증가하였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 인식이 한국 내에서 광범위하게 큰 가운데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항 조치가 양국 갈등을 강화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은 한국 사회 내에서 광범위했다. 수출규제 조치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던 2022년까지 3년간 질문된 수출규제조치에 대한 적극 대응이 양국 간 교역량을 감소시키더라도 이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3년 내내 그리고 이념지향별 모든 그룹(진보, 중도, 보수) 내에서 휠씬 높았다(<그림 17> 참조). 한국 사회는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에 대한 강대강 대결 자세에 대한 확실한 정책 선호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념성향에 따라 수출규제조치에 대한 대항 조치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선호 비율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진보 성향 응답자들에게서 보수 성향 응답자에 비해서 대항 조치 선호 비율이 높다. 대항조치에 소극적인 의견의 비율도 3년 내내 보수 성향 응답자에서 진보 성향 응답자에 비해 높다. 하지만, 이념성향 차이보다 3년 동안 적극 대항 조치에 대한 지지 의견 축소가 보다 선명하다. 수출규제 조치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관점이 증가하였고, 그와 연관되어 대항조치에 대한 찬성 비율이 시간이 지나면서 축소되었다. 2020년에 비해서 2021년에 그리고 2022년에 수출규제조치가 유발한 한일경제갈등에 대한 적극 대응에 대한 선호가 줄어들었다.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조치는 전세계적 경제안보화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미중경쟁 속에서 경제의 무기화가 글로벌 트랜드화하는 가운데,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조치는 일본의 경제안보 전략의 베타테스트의 성격도 지닌다. 일본의 경제안보 정책은 미중 전략경쟁과 중첩된 경제의 안보화에 대한 대응 차원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미국보다 선행해서 조치를 취하지는 않지만, 일본의 경제안보 정책은 중국을 염두해 둔 전략적 자율성과 전략적 불가결성의 확보를 초점에 두고 있다. 중국으로부터의 공급망 의존성을 줄이고, 첨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일본 경제안보 정책의 핵심적 내용이고, 그 과정에서 미국 등과 협력을 모색하는 선별적 국제협력 계획이 수립되어 있다(박성빈 2022; 이정환 2022).   <한일 상호인식 조사>의 작년과 올해 문항에는 미국과 일본의 중국에 대한 경제관계 제한 조치, 즉 경제안보 정책 차원의 대응에 대한 인식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그림 18>에서 보듯 한국 사회는 전반적으로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제관계 제한 조치를 수용하는 것에 대한 찬성 의견이 크다. <그림 7>에서 발견되듯이 최근 한국 내에서 중국과의 경제관계 중요성에 대한 관점도 저조해진 것과 같은 맥락의 의미를 지닌다. 이 결과는 현 정부의 미국 중심의 대중 견제 정책이 일정한 속도와 정도 조절이 이루어진다면 이념성향을 넘어서 상당한 한국사회 내에서 설득력을 얻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한국 사회의 중국과의 경제관계 제한에 대한 태도는 현 정부가 한일관계와 한미일관계에서 경제안보 협력을 강조하는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그림 18>의 2022년 결과와 2023년 결과의 비교에서 발견되는 것은, 중국에 대한 공세적 태도가 1년 만에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2023년 들어 미중경쟁의 속도 조절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미국, 일본 등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동시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단기적 국제정치 양상이 한국 내 여론조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경제안보 정책이 공급망 안정화 측면과 아울러 미래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기술경쟁력 확보와 유지라는 산업정책의 성격을 분명하게 지니고 있고, 기술경쟁력 확보 경쟁에서 한국이 미국, 일본, 중국 등과 가지는 관계 성격은 산업 분야마다 차별화될 수 있다. 대중인식 속에서 중국에 대한 경제제한 조치가 한국의 산업정책적 이익 부분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불투명성이 이에 대한 유보적 태도 증가로 연결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앞으로도 미중 전략경쟁의 속도와 정도에 따라서 한국 사회의 중국과의 경제관계 그리고 일본과의 경제협력에 대한 태도도 가변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림 17> 수출규제조치에 대한 적극 대응에 대한 찬성과 반대 (2020-2022)       <그림 18>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제관계 제한 조치에 대한 찬성과 반대 (2022-2023)     V. 한일 경제 관계와 경제협력에 대한 일본의 인식   한국 사회의 한일 경제 관계와 경제협력에 대한 인식은 정파적 분화 경향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한일 경제 관계에 대한 긍정적 관점을 지니고 있다. <그림 20>에서 나타나듯 상대방이 자국에 중요한 이유로 경제 관련 항목은 매우 높은 비중으로 선택받는다(2순위까지의 선택 응답). 하지만, <그림 19>에서 보는 일본에게 한국이 중요한가에 대한 질문에서 일본 사회는 한국 사회보다 중요성 인식이 적은 편이다. 물론 2022년과 2023년 한일 관계 개선 속에서 일본의 한일 관계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증가했다. 하지만, 경제 관계가 한일 관계가 중요한 이유로 응답하는 비율은 2022년, 2023년에도 그 전과 유사하게 한국 사회 응답의 절반 정도에 머무른다. 자국에게 경제적을 중요한 국가를 복수응답하라는 질문에서도 한국이 일본을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에 비해 일본이 한국을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저조하다(<그림 21> 참조). 2019-2022년 3년동안만 물어본 한일 경제협력은 필요한가에 대한 긍정 답변의 한일 차이도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그림 22> 참조).   한일 경제 관계와 경제협력에 대한 한일 인식 차이는 다른 영역 – 주로 역사 및 영토 관련 분야 – 에서의 갈등이 없으며, 한일경제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될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물론 한일 경제협력과 관련된 경제산업정책 분야는 해당 정책 영역의 특성상 사회 의견이 정책의 추진 방향을 결정하는 강한 요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한일 경제 관계 자체가 앞서 말했던 비가시화되기도 했지만, 일본 사회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경제협력이 일본에게 적극적으로 중요하다는 인식이 크지 않다. 한국 사회에 강하게 지속되고 있는 한일 경제협력은 당위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과 달리 일본 사회에서 한일경제협력에서 일본의 이익이 즉각적으로 연상되지 않고 있음을 표상한다. 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면 한일경제협력은 한국의 정책 어젠다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그림 19> 상대방이 자국에게 중요하다는 응답에 대한 한일 비교 (2019-2023)       <그림 20> 상대방이 중요하다는 이유(복수응답)로 경제를 제시한 비율 (2021-2023)       <그림 21> 자국에게 경제관계가 중요한 국가로 상대방을 응답한 비율 (2018-2023)       <그림 22> 한일 경제협력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 (2019-2022)     VI. 결론   한일 경제 관계와 경제협력에 대해 한국 사회의 인식은 일본 관련 태도의 중심자리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일관계 전반을 크게 규정하는 역사인식 갈등과 이와 연계된 정부 간 갈등의 진폭 속에서 한일 경제 관계와 경제협력에 대한 인식은 일정하게 영향을 받아 응답 결과에 변동이 발생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한일 경제 관계와 경제협력에 대한 응답은 당위론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성격이 더 크다. 물론 그 당위론에는 열정적 태도가 없다. 이는 한일 경제협력이 한일관계의 개선을 근본적으로 추동할 만큼의 영향력은 없다는 것을 암시하다. 하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그 중요성에 대한 진지하고 적극적인 태도가 없는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한일 경제 관계와 경제협력은 이미 그 자체로 매우 높은 수준의 발전이 이루어져서 비가시화된 것일 수도 있다.   한편, 최근 이념성향에 따라 따라 한일 경제 관계와 경제협력에 대한 응답에서 차별성이 증가하고 있다. 경제 분야의 한일관계에 대한 이념성향별 답변 차이는 대일정책에 있어 국내적 정파성이 강해지면서 등장한 현상이다. 이 현상은 경제 분야에만 국한된다 보기 어렵다. 단, 대일정책의 정치화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경제 분야로 대표되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구체적 각론에 대한 당위론적 사회 여론 인식 합의 기반은 갈수록 약화될 수도 있다. ■         참고 문헌   기미야 다다시. 2022. 『한일관계사: 한일 대립은 언제 끝날 것인가. 과연 관계 개선은 가능할까』.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김도형. 2015. “한일 경제관계 50년의 궤적.” 김도형·아베 마코토 편. 『한일관계사 1965-2015』. 역사공간.   김현철. 2023. 『일본이 온다: 일본의 부상, 한국 경제의 위기』. 쌤앤파커스.   남기정. 2021. “문재인 정부의 대일 외교와 한일 관계의 대전환: ‘장기 저강도 복합 경쟁’의 한일관계로.” 『동향과전망』 112: 87-122.   대통령실. 2023. “한일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문(2023.03.16.)”https://www.president.go.kr/president/speeches/qBjKQLZX (검색일: 2023.10.31)   _______. 2023. “한일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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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무역관계의 발전." 김도형·아베 마코토 편. 『한일관계사 1965-2015』. 역사공간.   이명찬. 2023. 『일본인들이 증언하는 한일역전』. 서울셀렉션.   이정환. 2022. “일본 경제안보정책 정책대립축의 이중구조: 외교안보적 수렴과 성장전략 방법론 논쟁의 잠복.” 『일본연구논총』 55: 91-119.   이창민. 2022a. 『지금 다시, 일본 정독: 국뽕과 친일, 혐오를 뺀 냉정한 일본 읽기』. 더숲.   ______. 2022b. “글로벌 무역구조와 한일 무역관계의 진화.” 이정환 편. 『세계정치 37: 글로벌 구조변동과 한일관계』. 사회평론.   奥田聡. 2021. “変わりつつある日韓経済関係-韓国側から見た貿易分析を中心に.” 安部誠 編. 『日韓経済関係の新たな展開』. アジア経済研究所.     ■ 이정환은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이다.     ■ 담당 및 편집: 오준철_EAI 연구보조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jcoh@eai.or.kr  

이정환 2023-12-27조회 : 76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