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연구원은 2021년 <한일협력의 미래비전> 연구팀을 발족하고, 한일 양국 전문가의 공동 연구 및 온라인 토론을 진행하여 그 성과를 발표하는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기획하였다. 필진들은 한일관계의 목표를 다시 설정하고, 지속 가능한 포용적 역내 질서를 공동 설계하기 위한 비전을 모색한다.

워킹페이퍼
[한일협력의 미래비전 시리즈] ⑧ 21세기의 한일관계: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Ⅰ. 서론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계가 악화된 원인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흔히 한일관계의 악화 원인으로서 위안부나 징용공 등의 역사 문제, 독도 소유권에 관한 문제, 그리고 이를 국내 정치에 활용했던 정치인의 문제 등이 주로 거론된다. 즉 갈등의 소재인 역사나 영토 문제를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활용하였기 때문에 한일관계가 악화되었다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한일관계 악화의 이유를 부분적으로만 다루고 있다. 만약 한일관계 악화가 정치인에게 순편익이 아니라 순비용을 유발한다면 이들은 역사나 영토 문제를 이용할 동기를 갖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일 간 경제관계가 밀접하다면 두 국가 간 분쟁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유권자의 정치 지도자에 대한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한일관계 악화의 구조적 요인은 흔히 거론되는 역사와 영토, 그리고 정치인의 문제와 별도로 존재할 수 있다.   이 글은 경제적 연결의 약화를 한일관계 악화의 구조적 원인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경제협력의 강화를 제시한다. 이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한국인의 일본관 추이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한일관계의 변화와 한국인의 일본관 사이의 관계를 설명한 후 한일관계의 현 위치를 파악한다. 이어서 한일관계 악화의 이유로서 경제적 요인에 관해 분석한다. 여기에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력 격차가 줄어들 뿐 아니라 경제적 연결망, 즉 공급망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분석을 기초로 이 글은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한 경제적 방안을 제시한다.   Ⅱ. 한국인의 일본관 추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2007년부터 시작된 통일의식조사에서 한국인의 주변국에 대한 인식을 설문조사하고 있다. 설문조사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하여 실행되고 있으며 구조화된 설문지를 활용하여 1 대 1 개별 면접조사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설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항이 포함되어 있다. “다음 국가들 중 어느 나라를 가장 가깝게 느끼십니까?” “그러면 다음 국가들 중에서 어느 나라가 한반도의 평화에 가장 위협적인 나라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다음과 같이 설문한다. “다음의 국가가 우리에게 어떤 대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응답자는 네 가지 보기, 즉 “협력 대상, 경쟁 대상, 경계 대상, 적대 대상” 중 하나를 선택하여 이 설문에 응답하도록 되어 있다.   [그림 1]은 “다음 국가들 중 어느 나라를 가장 가깝게 느끼십니까?”라는 설문에 대한 한국인의 응답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2021년 응답자의 77.6%가 미국을 가장 가깝게 느낀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어서 각각 13.4%, 4.4%가 북한과 일본을 가장 가깝게 느낀다고 응답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를 가장 가깝게 느낀다고 응답한 비중은 4.0%와 0.6%에 그쳤다. 2007년에는 11.6%의 응답자가 일본을 가장 가깝게 느낀다고 응답함으로써 일본의 상대적 순위가 미국(53.3%)과 북한(16.0%)에 이어 세 번째였으나 2013년부터는 중국을 가장 가깝게 느낀다는 응답자의 비중이 일본을 앞서 일본은 네 번째가 되었다. 그 후 일본과 중국은 낮은 수준의 호감도에서 순위만 바뀌다가 2021년에는 다시 일본이 세 번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007년과 2021년을 비교하면 일본의 호감도가 11.6%에서 4.4%로 크게 하락하였다.[1]   [그림 1] 국가별 호감도 추이 (2007-2021) 출처: 김범수 외 2022   이어 [그림 2]는 2007-2021년의 기간에 한반도 평화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의 인식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2021년에 한국인은 중국을 한반도 평화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는 2017년부터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고 이어 2018년과 2019년에 한국인은 중국을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인식하였다. 반면 일본을 한반도 평화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인식하는 비중은 2007년의 25.8%에서 2021년의 11.3%로 절반 이상 하락하였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실행되었던 2019년에 그 비중이 28.3%로 치솟아 중국(34.3%), 북한(30.8%)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바로 이듬해인 2020년 18.3%로 크게 하락하여 중국(32.4%), 북한(40.8%)과 현저한 격차를 보였다.   [그림 2] 한반도 평화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2007-2021) 출처: 김범수 외 2022   국가별 순호감도(net favorability)는 [그림 1]에서 나타난 수치에서 [그림 2]의 수치를 차감함으로써 구할 수 있다. 2021년도 국가별 순호감도는 미국 73.7%, 러시아 -0.3%, 일본 -6.9%, 북한 -24.5%, 중국 -42%로 나타난다. 이를 다시 호감국가, 무관국가, 비우호국가로 나눈다면 미국은 호감국가, 러시아와 일본은 무관국가(irrelevant country), 그리고 북한과 중국은 비우호국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즉 평균적인 한국인은 일본에 대해 그리 우호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는 국가도 아니라고 인식한다. 한마디로 한국과 관계가 적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일본과 함께 무관 국가 그룹에 속한 이유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2]   이상의 해석은 각 국가를 대상으로 협력 대상, 경쟁 대상, 경계 대상, 적대 대상 중 어느 대상으로 인식하는지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와 유사하다. [표 1]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미국은 협력 대상, 중국과 러시아는 경계 대상으로 보는 성향이 강하다. 일본은 경쟁 대상으로 인식하는 비중이 45.7%로서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 30.2%가 경계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다른 나라와 달리 2007년과 2021년 사이 이 네 가지 비중에 큰 변화가 관찰되지 않고 있다. 이는 한일관계가 역사 문제로 인한 외교적 갈등 외에 일종의 구조적인 한계에 갇혀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반면 미국은 2007년에 비해 경계와 경쟁 대상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크게 줄고 협력 대상의 응답 비중이 크게 증가하는 등 인식 변화가 큰 편이다.   [표 1] 국가별 협력, 경쟁, 경계, 적대 대상 인식   협력 대상 경쟁 대상 경계 대상 적대 대상 2007 2021 2007 2021 2007 2021 2007 2021 미국 53.2 82.7 22.0 10.5 21.9 5.9 2.9 0.9 중국 19.3 10.8 46.4 23.0 31.0 51.8 3.3 10.8 일본 14.6 12.0 46.6 45.7 30.3 30.2 8.5 12.0 러시아 22.8 15.1 40.3 32.8 32.1 45.8 4.7 6.3   출처: 김범수 외 2022; 2021 통일의식조사   [그림 3]은 하방 위험(downside risk)과 순호감도를 각각 X축, Y축으로 하고 2007년과 2021년 각국의 위치를 보여준다. 하방 위험은 개별 국가를 적대 대상, 경계 대상, 경쟁 대상, 협력 대상이라고 응답한 비중에 각각 2, 1, -1, -2를 곱한 수치이다. 그리고 순호감도는 특정 국가를 가장 가깝게 느낀다고 응답한 비중에서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나라라고 응답한 비중을 차감한 수치이다. [그림 3]에 따르면 미국은 순호감도가 높고 하방 위험은 낮은 국가다. 그리고 2007년에 비해 2021년에는 하방 위험은 크게 감소한 반면 순호감도는 크게 증가했다. 반면 중국은 2021년의 순호감도가 2007년에 비해 크게 하락하였고 하방 위험도 크게 증가했다. 한편 같은 기간 일본과 러시아의 순호감도와 하방 위험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역사 문제가 정치적으로 증폭된 것이 한일관계 악화의 주요 이유라는 가설의 설명력에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즉 이 가설은 2007년부터 2021년까지 14년의 기간 동안 연도별 부침은 설명할 수 있지만 이 기간 동안에 왜 한국인의 대일본관에 큰 변화가 없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그림 3] 한국인의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 대한 인식의 변화 출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통일의식조사 자료를 기초로 저자 작성   주: 1. 순호감도는 특정 국가를 가장 가깝게 느낀다고 응답한 비중에서 그 국가를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나라라고 응답한 비중을 차감하여 구한 수치.     2. 하방 위험은 개별 국가를 적대 대상, 경계 대상, 경쟁 대상, 협력 대상이라고 응답한 비중에 각각 2, 1, -1, -2를 곱해서 산출.   Ⅲ. 한일관계 악화의 경제적 이유   이상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은 일본을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로 인식하지도 않지만 우호적으로도 인식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일본을 협력 대상 혹은 적대 대상으로 이해하기보다 그 중간인 경쟁과 경계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경계 대상으로 보는 중국과 달리 일본은 경계보다는 경쟁 대상으로 인식한다. 경쟁 대상은 이겨야 할 대상인 반면 경계 대상에 대해서는 조심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즉 한일관계는 전체적으로는 상승 잠재력(upside potential)도, 하방 위험도 별로 없는 무관국가로 인식된다. 이런 구조에서 역사 문제와 이를 활용하는 정치 세력 때문에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것이다. 즉 한국과 일본의 일부 정치세력은 국민의 인식, 즉 각각 일본과 한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도, 잃을 것도 많지 않다는 국민 인식을 전제로 역사와 영토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일관계는 국내 정치의 활용도가 매우 높은 주제가 될 수 있다.   한일관계의 밀접성이 약화된 경제적 이유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한국과 일본의 일인당 소득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2007년 한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24,000달러로서 일본의 35,000달러의 69%에 달했다. 1995년 한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의 29%에 불과했다는 사실과 비교할 때 한국의 추격 속도는 매우 빨랐다. 더욱이 일본의 경상 일인당 국민소득은 2020년까지 횡보한 반면 한국은 1995년의 12,500달러에서 2007년에는 24,000달러로 높아졌고, 2022년에는 35,000달러로 증가했다. 2022년 한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같은 해 일본보다 불과 5,000달러 적은 수치다. 따라서 한국인은 경제 발전을 위해 더 이상 일본과의 깊은 연대가 필요하지 않다고 인식한다. 오히려 일부 전자제품이나 메모리 반도체 등에서 일본보다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일관계가 악화되어도 이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일의 공급망 연계성이 약화되고 있다. 소재 · 부품 · 장비 산업은 전통적으로 한일 간의 공급망이 밀접히 연결된 산업이다. [표 2]는 한중일의 소재 · 부품 · 장비 산업에서의 생산 및 무역 파급효과를 보여준다. 이 표에 따르면 2000년에 한국의 일본에 대한 파급효과는 중국의 2배 이상이었으나 그 이후 낮아지면서 2018년에는 중국에 대한 파급효과의 절반 이하로 감소하였다. 한편 일본의 대(對)한국 파급효과는 2000년 0.007에서 2010년 0.019로 상승했지만 2018년 일본의 대중국 파급효과에 비하면 절반 정도에 머물렀다. 반면 중국의 대한국 파급효과는 2000년에 0.017으로서 일본의 절반 가량이었지만 2010년에는 0.042로서 일본을 초과했고 2018년에는 0.062로서 같은 해 중국의 대일본 파급효과인 0.049를 크게 앞질렀다. 즉 2010년부터 한국과 중국의 생산 및 무역은 더욱 밀접해지는 반면 한국의 대일본 파급효과는 절대적 혹은 중국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 결과 2018년에는 한국과 일본 모두 대중국 파급효과가 각각 대일본, 대한국 파급효과보다 컸으며 중국의 대한국 파급효과는 대일본 파급효과를 앞질렀다.   [표 2] 한중일의 소재 · 부품 · 장비 산업에서의 상호 파급효과   2000 2010 2018   대일본 대중국 대일본 대중국 대일본 대중국 한국 0.069 0.027 0.045 0.056 0.033 0.071   대한국 대중국 대한국 대중국 대한국 대중국 일본 0.007 0.014 0.013 0.024 0.019 0.037   대한국 대일본 대한국 대일본 대한국 대일본 중국 0.017 0.032 0.042 0.038 0.062 0.049   출처: 정형곤 외 2021   셋째, 둘째의 원인과 관계된 것으로서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 체결 이전에 한일 간, 혹은 한일이 동시에 속한 FTA가 없었다는 점이다. RCEP는 동남아 국가연합 회원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자유무역협정으로서 한국의 RCEP 비준은 2022년 2월 1일자로 발표되었다. 반면 한중 FTA는 2012년에 협상이 개시되어 2015년 11월에 타결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은 한중의 공급망이 더욱 밀접해지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즉 RCEP 체결 이전, 한국이 다른 국가와 자유무역지대 협정을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의 연결이 증가된 반면 일본과는 자유무역지대 협정이 없어 연결망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이다.   한일관계 악화의 경제적 이유 중 한일 사이 일인당 소득이 비슷해진 점은 정책으로써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한일 간 공급망의 연결이 적어도 상대적으로 약화된 점이나 자유무역지대 협정이 없었다는 점은 정책의 부족을 드러낸다. 그 가운데 한일관계는 상승 잠재력도, 하방 위험도 낮은 정체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Ⅳ.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경제적 방안   한일관계 개선의 경제적 방안은 한일관계의 상승 잠재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일 사이 경제적 연결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RCEP 이외에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에 한일이 공동으로 참여하거나 포괄적 ·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에 한국이 가입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미일 무역기술협의회(Trade and Technology Council: TTC)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런 방안은 실제 체결되어 성과를 거두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한일관계를 단기간에 개선하는 데 기여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절에서는 보다 신속히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이며 가시적인 경제협력 방안을 제시한다.   1. 아시아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한 한일 ODA의 공동 사용   한국과 일본의 경제적 협력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는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를 포함한 국제개발협력 분야이다. 한국은 2021년 기준 125개국을 대상으로 31억 달러 가량의 공적개발원조를 수행했다. 수혜 금액이 가장 큰 국가 10개국 중 6개국이 방글라데시,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였다. 공적개발원조를 집행한 대표적인 한국의 기관으로서는 한국수출입은행(11억 달러)과 한국국제협력단(6.4억 달러)이 있다. 현재 한국의 ODA 규모는 국민총소득 대비 0.2%를 하회하지만 2030년에는 0.3%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일본의 총 ODA 규모는 2019년 117억 달러 가량으로서 국민총소득 대비 0.22%에 달한다. 일본 외무성 백서에 따르면 ODA의 목적 중 첫 번째가 ‘질 높은 성장’을 위한 협력(cooperation aimed at achieving “quality growth”)이다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1). 그 세부 내용으로서는 산업 인프라와 산업, 그리고 경제정책의 개발, 부채 문제에 관한 노력, 정보통신기술 및 과학, 기술, 혁신과 연구개발의 진흥을 들고 있다. 이 중에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원격의료지원이나 자연재해의 피해 경감 프로그램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이며 첨단 기술 국가이다. 한일 양국은 산업과 기술을 활용해 아시아 민주주의의 공고화에 기여할 수 있다. 보다 자세히는 통신 기술이나 빅데이터가 다른 권위주의 국가나 자국 권위주의 정부에 의해 사용되지 않게 함으로써 수혜국의 민주주의를 보호할 수 있다. 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산업과 기업에 한일이 공동으로 공적개발원조와 개발금융 활동을 펼 수 있다. 이는 수혜국의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 공고화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권위주의 국가가 아시아 국가의 민주주의를 교란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이 5G 통신장비를 투자하고 일본과 한국 기업이 이동통신망에 필요한 네트워크 사업이나 모바일, 센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등을 패키지로 묶어 투자하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인프라는 자율주행차,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 팩토리 등 신산업 발전의 기초로서 수혜국의 경제 발전뿐 아니라 한일 간 그리고 한일과 다른 아시아 경제의 연결망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일본의 ODA를 집행하는 대표적인 기구는 일본국제협력은행(Japan Bank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 JBIC)이다. 일본국제협력은행은 수출입대출, 해외투자대출, 지분투자, 보증 등의 형태로 개발을 지원하며. 2019년 3월까지 총 대출과 투자의 절반을 아시아권에 집중했다. 한국의 수출입은행도 대외경제협력기금(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 EDCF)이라는 유상의 정책기금을 활용하여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만약 일본국제협력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공동으로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을 지원한다면 자금 규모 면에서나 기술 부문에서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의 한일 간 국제 경제협력이 축적되면 한미일이 대외경제협력 및 지원 협의회를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한미일 무역기술협의회와 보완관계를 맺거나 한미일 무역기술협의회를 확대하여 한미일 무역 · 기술 · 투자 및 대외협력 협의회를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저출산 · 고령화 사회를 위한 경제협력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를 가장 먼저 경험한 선진국으로서 이에 대한 대응 경험은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게도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 한국도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인해 유럽 선진국이나 미국에 비해 고령 인구의 비중이 훨씬 빨리 증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고령 사회의 경제 · 사회적 문제를 완화할 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과 사업의 기회를 포착하는 기업 활동과 기술개발 모델을 만들어 한일보다 늦게 고령화를 겪는 국가에 수출할 수 있다. 나아가 고령화 사회에 적응하는 정책을 제시해 국제사회에 제공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정책의 예로는 사회 구성원의 건강 상태가 개선되는 추세에 맞추어 은퇴 연령을 늦춤으로써 노동력을 확대하는 것이 있다. 또 고령화를 감안하며 의료 서비스, 연금 제도 등을 바꾸는 등 고령화 적응을 위한 정책 메뉴를 한일이 공동으로 만들 수 있다.   고령화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일본에 진출한 독일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령화에 따라 수요가 증가할 제품군으로 의료 기기, 헬스케어 제품, 식음료품, 서비스, 가정용품, 패션 및 의류, 로봇과 기계류, 자동차 등이 꼽혔다(Deutsche Industrie- und Handelskammer in Japan 2010). 노인을 위한 신제품뿐 아니라 기존 제품을 노인 친화적으로 개량하는 것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조작이 쉽고 음성 인식을 강화한 휴대폰, 컴퓨터, TV 등이 그 예이다.   한국과 일본은 고령사회를 위한 경제협력의 첫 단계로 고령사회를 위한 기술 및 기업 포럼을 발족할 수 있다. 기업인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이 포럼에서 고령사회를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사업 기회 및 기술 개발을 논의하는 것이다. 이 포럼이 진전되면 한일 정부가 참여하는 1.5 트랙의 회의체가 시작될 수 있으며 고령화 관련 정부 정책도 논의, 개발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한국과 일본의 이니셔티브로 개별 국가와 국제사회가 고령 사회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국제기구의 설립도 제안할 수 있다.   3. 북한경제개발 한미일 협력체   북한이 비핵화를 하고 국제 경제질서에 편입된다면 동아시아의 평화가 증진될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경제도 큰 호기를 맞이할 수 있다. 동아시아의 물류망이 효율적으로 재편되고 북한과의 무역뿐 아니라 북한으로 유입되는 국외 투자가 증가할 것이다. 또 북핵이라는 안보 위협 요인이 사라짐에 따라 부수적인 편익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국방비 지출을 보다 생산적인 용도에 사용할 수 있다.   북한의 국제 경제질서 편입을 위한 한미일 협력체를 구성한다면, 북한 비핵화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한미일이 북한 경제를 재건할 구체적인 방안과 재원을 북한에 제공할 용의가 있음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 비핵화와 경제 발전에 관한 한일 협력은 한국 국민이 일본을 보다 우호적으로 인식하고 한일 협력의 잠재적 가치를 보다 명확히 알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 협력체는 투트랙에서 시작하여 적절한 기회에 1.5 트랙으로 옮겨갈 수도 있으며 미중관계의 변화에 따라 중국도 참여하는 국제적 협력체로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경제개발 한미일 협력체에서는 북한 경제개발의 전략과 로드맵 및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를 비핵화 단계에 따라 실행할 수 있는 액션 플랜을 마련할 수 있다. 구체적이고 적절한 대북 지원과 북한 경제 발전 방안은 비핵화를 통해 북한이 누릴 수 있는 편익을 사전에 보여줌으로써 비핵화에 기여할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할 때 제재 완화 혹은 해제, 평화 체제, 북한 경제개발을 패키지로 묶어 북한에 제공해야 하며 이 때 경제개발 플랜은 비핵화 단계에 대응하여 북한에 제공할 패키지의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된다.   Ⅴ. 결론   이 글은 한일관계가 악화된 이유를 경제적 연결의 약화에서 찾고 있다. 보다 자세히는, 경제적 연결이 약화되자 한국 국민이 일본과 협력할 필요성을 낮게 평가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하방 위험이 낮기 때문에 신중하게 대응하지 않더라도 손해 볼 것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이다. 이처럼 낮은 상승 잠재력과 하방 위험은 정치인이 역사와 영토 문제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게 하는 배경이 되었다.   이 글은 한일 간 경제적 연결망을 강화할 방안을 제시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한일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공동 참여나 한국의 CPTPP 참여, 그리고 한미일 무역기술협의회 구성이 그 방안이 될 수 있다. 한일관계를 보다 시급히 개선하기 위해서 이 글은 아시아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한 한일 ODA의 공동 활용,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위한 한일의 경제협력, 그리고 북한경제개발 한미일 협력체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방안은 일종의 예로서 한일 간의 경제협력 방안은 그 외에도 많이 존재할 것이다. 기업과 시민사회, 그리고 정부가 많은 방안, 창의적 방법을 모색해 실행한다면 한일관계의 상승 잠재력은 충분히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김범수 · 김병로 · 김병연 · 김학재 · 이성우 · 최은영 · 황수환 · 최현정. 2022. 『2021 통일의식조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정형곤 · 이홍배 · 이형군 · 박민숙. 2021. 『한중일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GVC 연계성 연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보고서 20-34.   Deutsche Industrie- und Handelskammer in Japan. 2010. Silver Business in Japan: Implications of Demographic Change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 and Marketing. https://demographic-challenge.com/files/downloads/6211018f987444a57eedb418895740ba/silver_japan_english20091203.pdf (검색일: 2022. 5. 5.).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1. “White Paper on Development Cooperation 2019: Japan’s International Cooperation.” March 17. https://www.mofa.go.jp/policy/oda/page24_000074.html (검색일: 2022. 5. 5.).     [1]  연령대별로 보면 19-29세에서 일본을 가장 가깝게 느낀다는 응답자의 비중은 8.4%로 다른 연령대 평균의 2배에 달했다.   [2]  이 설문조사는 2021년에 실시한 것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인식 변화는 반영하지 않고 있다.     ■ 저자: 김병연_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옥스퍼드 대학교 경제학 박사. 영국 에섹스대학, 서강대학교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대한민국 학술원상(2018), 서울대 학술연구상(2018), 니어재단 연구상(2019), 한국경제학회 청람상(2005), 영국 경제사학회 T.S. Ashton Prize를 수상한 바 있다. 대표 저서로는 Unveiling the North Korean Econom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7)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문의: 02-2277-1683 (ext. 204) hspark@eai.or.kr  

김병연 2023-04-07조회 : 9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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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력의 미래비전 시리즈] ⑦ 불안정해지는 세계 경제와 한일 협력의 가능성

Ⅰ. 문제 제기   동아시아는 유럽 등에 비해 국제관계의 제도화가 늦었음에도 경제적 상호 의존 관계의 심화를 경험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도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 경제의 견인 역할을 하면서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의 역내 경제 관계는 계속 심화되고 있다. 즉 이 지역에서는 정치적 대립은 있지만 경제적 상호 의존 관계가 안정에 기여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경제 대국 간 대립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화는 세계 경제뿐 아니라 이 지역의 경제적 상호 의존 관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발동으로 세계 경제의 축소를 초래하고 있어, 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IMF 2022). 이들 국가의 최근 정세 변화는 동아시아 국제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미중 간 갈등은 지금까지 동아시아의 국제 관계를 두 가지 측면에서 변화시키고 있다. 첫째,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 대립뿐 아니라 외교 관계에서 정치(안전보장)와 경제를 연계한 대립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아세안 국가도 포함해 경제적 상호 의존이 깊어져 경제적인 관계가 해마다 긴밀해졌다. 특히 미중 경제 관계는 중국의 대두와 함께 긴밀해졌지만 그에 따라 미중 간 경제 마찰이 빚어지게 됐다. 처음에는 1970년대 이후 일본과 미국 간에도 나타난 경제 마찰 현상으로 간주되어 대립이 경제적 문제로 관리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왜냐하면 동아시아에서는 종래 경제적 관계의 관리와 안보 문제의 관리를 구별하는 ‘지혜’에 의해 경제적 관계가 진전되어 왔기 때문이다.[1] 이 ‘지혜’에 의해 경제적 관계 저해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미중 대립은 경제 면에서의 마찰에 그치지 않고 경제를 안전보장(정치)과 연결시킴으로써 정치적 대립이 경제를 제약하는 국면에 이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때 안전보장을 이유로 철강 알루미늄 제품의 수입 관세를 올린 데서 시작되어 이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Drezner 2019; Farrell and Newman 2019). 바이든 행정부도 이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중국도 미국에 대항 조치를 취하는 한편, 한국이나 호주에 정치적 이유로 경제 관계를 제약하는 정책을 취하는 것이 눈에 띄게 되었다. [2]   두 번째 변화는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일 및 아세안 국가들이 미중 양국 관계의 딜레마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동맹국이면서 미중 양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다. 이에 따라 갈등이 심화되면 어느 나라와의 관계를 중시할지를 놓고 외교적 딜레마가 커진다. 한국에게 사드 배치를 둘러싼 문제는 미국과의 안보 관계 우선이 중국과의 경제 관계 악화를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져 외교상의 딜레마를 부각시키는 사례가 되었다.   미중 갈등이 가져올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일 양국은 협력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까? 동아시아에서 상호 의존 관계가 진전되는 가운데 각국은 경제적 이익을 ‘공통의 이익’으로 인식하고 한일관계에서도 경제가 협력의 중심이 되어 왔다(安倍誠 2015). 그러나 현재 한일관계는 ‘전후 최악’의 상황을 지나 겨우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경제 관계에 의한 정치적 관계의 악화 제어를 기대할 수 있을까?   본 논문은 먼저 한미일 경제적 의존 관계의 최근 상황을 밝히고 미중 대립(혹은 코로나19)이 한일 대외 경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한다. 이와 함께 미중 갈등이 지역의 다자간 틀 구축을 촉진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한일이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한다.   Ⅱ. 한 · 미 · 일 · 중 간 경제 관계의 실태   1. 한일 경제 관계: 양국 간 관계의 약화   한일 협력의 주된 부분을 차지해 온 경제 관계는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가? 먼저 한일 양국 간의 경제 관계를 무역과 투자의 관점에서 개관한다.   1) 무역 관계   한국의 수출입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년 동안 계속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04년 이후 한국의 수입에서 대일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지고 있으며 수입액은 2011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수출액도 2011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국의 무역 상대국으로서 일본은 수출입 2위(2000년)에서 수출 5위, 수입 3위(2021년)로 후퇴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무역액이 순조롭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일본과의 교역은 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림 1-1] 일본의 수출 (단위: 10억 달러)   [그림 1-2] 일본의 수입 (단위: 10억 달러) 출처: IMF 2022   한편 일본의 대한국 수출입액도 최근 증가하지 않고 있다. 수출입 총액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제자리걸음이지만 무역 상대국으로서 수출에서는 3위(2020년), 수입에서는 3위(2000년)에서 5위(2020년)로 후퇴하고 있다.   [그림 2-1] 한국의 수출 (단위: 10억 달러)   [그림 2-2] 한국의 수입 (단위: 10억 달러) 출처: IMF 2022   이상과 같이 한국이 다수의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을 체결하여 무역 의존도를 상승시키고 성장하는 가운데 무역에서 일본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저하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의 산업 구조 변화도 통상 관계를 변용시켰다. 한국이 1980년대부터 급성장한 반도체를 주력으로 1990년대 이후 자본 집약적인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한일 양국이 생산하는 제품이 경합하는 일도 많아졌다. 이처럼 한일 제품과 시장 등의 무역 양상이 비슷하게 전개되면서 한일 통상 관계는 기존의 ‘보완’적인 관계에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합’적인 관계로 전환되었다(安倍誠 2019). 한국은 수출을 크게 늘렸지만 수출품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 및 자본재를 일본 수입에 의존하여, 대일 무역 적자가 늘 한국에서 문제가 된 것도 양국 통상 관계 발전을 어렵게 했다. [3]   더욱이 2019년 7월 일본이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관리를 강화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이에 반발한 한국과의 갈등이 심화됐다(経済産業省 2019).   2) 투자관계   일본의 대한국 직접투자는 변동을 거듭했지만 외환 위기 이후 활발해졌다. 한국 정부가 외환 위기에 직면하자 적극적인 외자 도입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 간 합작 사업이 증가했다. 게다가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엔화 강세로 외국인 직접투자가 증가했다. 그러나 2012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百本和弘 2015).   [그림 3] 일본의 대외 직접투자(단위: 10억 달러) 출처: IMF 2022   또한 한국의 대외 직접투자액은 2015년부터 5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왔으나 대일 직접투자액은 증감을 거듭해 2019년에는 전년 대비 감소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외 직접투자액이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대일 투자는 증가했지만 이 증가는 부동산업 투자 급증에 따른 것이었다(JETRO 2021a).   [그림 4] 한국의 대외 직접투자(단위: 10억 달러) 출처: IMF 2022   이상과 같이 직접투자 측면에서도 한일 양국의 경제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2. 한일-미중 관계: 긴밀화   다음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미중과 한일 양국 간의 경제관계를 살펴보자.   1) 일본과 미국 · 중국과의 관계   2008년까지 미국은 일본의 최대 수출국이었지만, 2009년 이후에는 중국이 미국과 비슷한 정도로 중요한 수출국이 되고 있다. 2020년에는 중국(22.1%)이 최대 수출국이었고, 미국(18.4%)이 뒤를 이었다. 수입에 대해서는 2001년까지 미국이 최대 수입 상대국이었으나 2002년 이후에는 중국이 최대 수입 상대국이다. 2020년에는 중국(25.7%)이 미국(11.0%)의 2배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일본의 무역 총액에서 중국의 비율은 사상 최고가 되어 중국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직접투자의 최대 투자처는 미국이며 중국 투자는 2020년 이후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내 직접투자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일본의 대중 투자는 감소 추세다. 한편, 일본은 2019년 기준 미국의 최대 투자원이다(JETRO 2019). 즉, 직접투자에 관해서는 일본의 입장에서 미국의 중요성이 변하지 않았으며, 미일 양국은 긴밀한 관계에 있다.   2) 한국과 미국 · 중국과의 관계   한국의 대외 경제 관계에서 중국의 위상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세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09년 무역액이 전년 대비 감소했으나 이후 빠르게 회복됐다. 이 회복 과정에서 2003년 이후 최대 수출 대상인 중국으로의 수출을 계속 확대하여, 2009년 한국의 전체 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약 24%로 미국(2위)과 일본(3위)을 합친 금액을 크게 웃돌았다(JETRO 2009). 그 후에도 무역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증가하고 있다.   대내 직접투자에서는 미국이 최대 투자처로 2020년에는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대외 직접투자는 2015년 이후 계속된 증가 추세가 2020년 전년 대비 감소로 돌아섰지만 투자처로서 미국이 최대 점유율(약 40%)을 계속 차지하고 있다. 즉, 한국에서도 직접투자에 관해서는 미국의 중요성에 변화가 없다.   이상과 같이 무역과 투자로 볼 때 한일 양국 간 경제 관계는 신장되지 않은 반면 일본과 미중, 한국과 미중 간 경제 관계는 긴밀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한일 양국에서 중국과의 경제 관계의 중요성은 무역 분야에서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갈등이 경제와 안전보장을 연계해 심화되는 것은 한일 양국의 대외 정책에서 안보와 경제 중 어느 쪽을 우선시할 것인가 하는 딜레마를 야기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3) 글로벌 가치 사슬의 진전과 미중 대립   무역과 투자에 관련된 경제적 상호 의존 상황은 양적으로 변화할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국가 간 분업은 정보 기술 진전, FTA 등에 따른 자유화 진전으로 수평적 공급망이 긴밀해지면서 글로벌 가치 사슬(Global Value Chain: GVC)로 확대됐다. GVC는 1990년대 이후 계속 진전되어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는 일시 정체되었지만 ITC 기술의 진전에 따라 세계 경제에서 큰 역할을 수행하기에 이르렀다(World Trade Organization 2019; 猪俣哲史 2019). 하지만 최근의 자연재해, 코로나19, 미중 양국의 일방적 규제 도입 등 현상은 GVC에서 특정 지역이나 국가,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정치적 리스크와 취약성 증가로 이어진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미중 경제 갈등이 격화하자 안전보장을 이유로 통상법 232조를 적용하여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수입 관세 인상을 단행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산 정보통신기술 제품 및 서비스가 안보 리스크가 된다며 화웨이 등 중국 제품을 GVC에서 배제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안전보장 관점에서 투자 규제와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GVC의 재검토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USTR 2018; Kennedy and Tan 2020). 한편 중국도 수출을 금지 · 제한하는 기술목록 개정(2020년)을 비롯해 수출관리법(2020년), 외상투자안전심사판법(2021년), 반외국제재법(2021년) 등을 정하고 맞서고 있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라는 산업 정책을 내걸고 제조업 고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첨단기술의 고도화로 GVC의 부가가치 상승을 노린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三浦有史 2019; JETRO 2019). 글로벌화된 세계 경제에서 GVC는 경제적 상호 의존 심화의 전형으로 경제적 성장이나 다른 나라와의 긴밀한 관계를 조장한다고 여겨져 왔지만, 미중 갈등이 GVC의 재검토를 더욱 압박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정해진 미국의 대중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변화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국내 정치를 감안하면 당분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국제적인 분업 구조는 GVC에서 볼 수 있듯이 수평적인 분업이기 때문에, 미국의 안전보장을 이유로 한 중국 기업 배제 정책은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제품이 내장된 GVC에 엮인 중국 이외의 기업, 즉 한일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Kennedy and Tan 2020). 중국은 제조업 생산 거점이 돼 왔지만, 미중 갈등은 제조업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미국의 대중 제재 관세가 적용된 중국 제품을 취급하는 기업은 중국 기업이든 다른 나라 기업이든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중국의 생산을 다른 나라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다만 미중 대립 이전부터 중국의 최근 인건비 급등에 따른 생산 거점의 이전은 이미 발생했다. 중국의 임금 수준은 2016년까지 10년 간 약 4배로 상승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 비해 저렴한 노동력이 풍부한 동남아시아, 특히 베트남이나 태국, 인도네시아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기업은 외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증가하고 있었다. 따라서 미중 갈등은 이미 발생했던 중국에서부터의 생산 거점 이전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三浦有史 2019; JETRO 2019). 실제로 2021년 상반기 일본의 대 아세안 직접투자는 증가해 대중국 투자의 4배가 됐고, 한미 기업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JETRO 2021b).   미중 간 무역은 갈등이 격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과 2020년 증가하여, 미중 갈등이 양국 간 무역 관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의 화웨이 등 중국 기업 배제가 GVC에 편입된 한일 기업에 향후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영향에 더해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분명치 않다. 적어도 직접투자에 관해서는 미중 갈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 한일 기업이 아세안 국가나 미국으로 생산 거점을 이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상과 같이 한일 기업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경향은 볼 수 있지만 한일 양국 정부가 서로의 경제 관계를 중시하려는 동향은 현 시점에서는 보이지 않고 있다.   Ⅲ. 한일 지역 경제 제도의 관여   무역과 투자의 실태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의 관계가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다음으로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의 제도 형성에 대한 한일관계를 살펴보자.   1. FTA 현황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는 최근 다자간 경제적 틀이 모색되고 있는데, 이런 제도 형성에도 미중 대립이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1980년대 후반에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가 다자간 경제 협력 제도로 형성되었지만, 그 후 아세안의 틀 이외에서 각국은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왔다.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 한일 양국 정부의 FTA 추진은 비교적 느렸지만, 특히 한국은 거듭된 경제 위기를 계기로 FTA에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하여 최근에는 유럽연합(2011년), 미국(2012년), 중국(2015년), 인도네시아(2020년), 영국(2021년) 등 주요국 및 지역과의 FTA를 체결하고 FTA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한국은 2021년까지 17개의 FTA를 발효시켜, FTA 체결 국가가 무역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2%에 달한다. 일본은 최근 인도(2011년), 호주(2015년), 유럽연합(2019년), 영국(2021년)과 FTA를 체결하고 있으나 한국과 달리 미중 양국과는 FTA를 체결하지 않고 있다.   한일 양국 모두 FTA에 적극적인 방침을 취했지만 한일 간 FTA 협상은 2004년 이후 중단된 상태다. 한일이 참여하고 있는 한중일 FTA 교섭도 진전되지 않는 가운데, 중국은 한중 FTA 체결을 한국에 압박하고, 미국은 한미 FTA를 기본으로 한국의 환태평양 경제 제휴 파트너십(Trans-Pacific Partnership: TPP) 참가를 재촉했다. 안보상 대립하는 미중의 요청에 직면하여 한국 정부는 협상의 우선 순위를 강요 받게 되었다. 한국은 중국과의 협상을 우선시하면서 TPP 참가국과의 양자 FTA 협상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취했다. 결과적으로는 한중 FTA와 함께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TPP 참가국과의 양자 FTA를 체결해 중국에 대한 경사를 심화시켰다. 반면 한일관계에서는 FTA를 체결하지 않은 데서 볼 수 있듯 제도적 경제 협력의 틀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다자간 FTA에 대한 한일 간 관여는 최근 변화했을까? 우선 미국이 주도해 온 TPP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의 경제 제도 구축 리더십을 중국에 맡길 수 없다고 말한 것처럼 중국에 대항한다는 의미가 강한 다자간 FTA였다. 특히 TPP는 아시아 · 태평양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Area of the Asia-Pacific: FTAAP)로 이어지는 것으로서 수준 높은 자유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2017년 트럼프 행정부는 TPP에서 이탈하면서 아태 지역에서의 다자간 FTA를 외면하고 말았다. TPP는 미국의 이탈 이후 일본 정부의 주도 아래 2018년 나머지 11개국에서 포괄적 ·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으로 통과됐다.   TPP에서 미국의 이탈은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의 다자간 제도화에 대한 주도권 경쟁에 영향을 주었다. 첫째로 바이든 행정부는 다자주의로의 회귀를 주창했음에도 불구하고 TPP로의 복귀는 당분간 없다고 표명해, TPP와는 다른 다자 협력 구조에 관여한다고 표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에서 반대가 거센 TPP를 대신하는 다른 제도를 주도할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둘째, 대만과 중국이 CPTPP 가입을 2020년 9월 잇따라 신청하게 된 점이다. 일본은 TPP 및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을 통한 APEC 21 가맹국 간 FTAAP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이 TPP에 복귀하지 않는 가운데, 중국 및 대만과 CPTPP 가입 교섭을 진행하는 일이 일본의 과제가 되고 있다.   다음으로 TPP와 함께 FTAAP로 통하는 다자간 프레임워크인 RCEP의 동향이다. RCEP 협상은 TPP에 비해 늦었지만 TPP에서 미국이 이탈한 이후 가속화되어, 2022년 인도를 제외한 가맹국에서 RCEP가 발효됐다. RCEP 발효로 한일 양국은 다자간 FTA의 틀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처음으로 FTA를 맺게 됐다. 그 결과 공산품에 대해서는 한국의 무관세 품목 비중이 19%에서 92%로 상승했다. 또 한국에 대한 일본의 관세철폐율은 81%로 나타났다. 다만 현안이었던 농림수산물의 관세철폐율은 낮게 유지되고 있다(外務省 2022). RCEP의 발효에 의해 한일 무역에 대해서는 자유화의 제도적인 구조가 갖추어진 것이다.   다자간 FTA에 대해서는 일본은 CPTPP와 RCEP 양측에 참여하고 있는 반면 한국과 중국은 TPP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외에 한국도 CPTPP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CPTPP, RCEP로부터 FTAAP를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가가 한일 모두의 과제이다.   2. 금융 협력의 현황   한일은 금융 분야에서도 외환 위기 이후 환율 안정화와 국제수지 문제 해결이라는 점에서 협력해 왔다(高安雄一 2015). 2000년에는 양국 간 통화 스와프 협정 네트워크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hiang Mai Initiative: CMI)가 아세안+3 합의에 따라 창설됐다. 한일 간에는 이 밖에 중앙은행 간 스와프 협정(2005년), 일본 재무성과 한국은행 간 1년을 기한으로 한 스와프 협정(2011년)이 마련됐다. 2010년에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의 멀티화(Chiang Mai Initiative Multilateralization: CMIM)가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을 더해 실현됐다. 그러나 2012년 이후 한일 양국의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스와프 협정이 순차적으로 종료되어 양국 간 스와프 협정이라는 협력의 틀은 필요 없게 되었다. 한편 다자간 CMIM은 이후에도 개정을 거듭해 2021년에는 코로나19 감염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비해 아세안+3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금융 협력 강화를 꾀하는 개정이 이루어졌다(ASEAN 2021).   이상과 같이 현재 한일 양국은 FTA, 금융 협력에서 양자보다는 다자간 지역적 제도에 참여함으로써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일뿐만 아니라 아세안 국가에서 지역 제도 구축을 중시하는 배경에는 세계 금융 위기와 코로나19 확산 영향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미중, 아태 제도 구축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에 따른 미중 관계의 리스크를 제도를 통한 구조적 접근으로 감소시키려는 의도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Ⅳ.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다자 제도: 한일 협력 가능성   1. 디지털 무역의 제도화   미국은 TPP에서 이탈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TPP를 대체할 새로운 제도 구축을 2021년 10월에 표명했다. 이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for Prosperity: IPEF)의 구상이다. 상무장관은 새로운 제도 구축에 대해 인프라, 디지털 경제, 강인한 공급망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목적을 공유할 수 있는 국가의 참여를 얻어 지역의 다자간 틀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U.S. Department of Commerce 2021). 특히 미국은 오래 전부터 디지털 경제에 초점을 맞춘 아태 지역에서의 다자 틀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19년 미일 간 디지털 무역 협정 등을 맺었다. 이 지역에서는 2020년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사이에 형성된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igital Economy Partnership Agreement: DEPA)이 있는데, 중국이 2021년 11월 DEPA 가입 신청을 했기 때문에 DEPA의 중심 국가인 싱가포르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이 디지털 경제에 적극적인 것은 향후 세계 경제에서 디지털 무역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점, 제조업과 달리 미국 국내 경제와의 정합성이 있기 때문에 추진하기 쉽다는 점, 개인 정보 보호 등의 측면에서 중국과의 정책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WTO에서는 디지털 무역의 제도화가 아직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무역에 대한 다자간 제도화를 주도하는 것은 향후 디지털 무역의 제도화를 좌우하는 효과를 갖는다.   싱가포르는 DEPA 이외에 호주, 영국과 디지털 무역 협정을 맺고 있다. 한국은 2021년 DEPA 가입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고 12월 한-싱가포르 디지털 연계 협정(Korea-Singapore Digital Partnership Agreement: KSDPA)을 체결했다. 미일 디지털 무역 협정은 높은 수준의 제도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제도를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다하기로 합의되어 있다.   2.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협력)   4자 안보 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uad, 쿼드)는 일본 정부가 2016년 제창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의 자유, 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가치관을 존중하는 4개국(일본, 미국, 호주, 인도)의 틀로 2021년 첫 정상회담이 열렸다. 미중 갈등 속에 바이든 행정부는 쿼드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 2021년 9월 2차 정상회의에서는 아세안과의 협력, 코로나19 백신 배포 협력, 신기술, 질 높은 인프라, 사이버보안, 재난 지원, 우주, 청정 에너지, 인적 교류 등의 분야에서 협력 할 것을 확인했다(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1). 쿼드의 틀은 현 시점에서 느슨한 것으로 아시아 태평양의 비군사적인 지역 협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본과 호주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있지만 인도는 비동맹국이고 중국과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어, 쿼드는 비군사적 분야 협력의 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쿼드가 향후 제도화를 추진하여 한국이나 아세안에서 틀을 넓혀 갈지 여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   3.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구상의 진전   바이든 행정부는 TPP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 구조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구상을 표명하고, 이후 일본, 아세안 국가,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거쳐 5월 23일 도쿄 미일 정상회담에서 IPEF의 출범을 표명했다. IPEF에는 미국, 일본, 한국, 아세안 국가에서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브루나이 등 7개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 피지 등 14개국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초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무역, 공급망, 청정 에너지 · 탈탄소 · 인프라, 세금 · 반부패 등 4가지다.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한 미국이 시장 개방에 소극적 자세를 보이며 관세 인하는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참가국은 분야를 선택하여 협상할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디지털 무역에서는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에서 높은 수준의 제도 형성을 모색하고 있다.   7월 26일과 27일 첫 장관급 회의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면서 협상이 시작됐다(Office of the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2022). 일본, 한국을 비롯한 참가국 대부분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중국과의 정치 및 외교 리스크가 경제 관계로 전환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IPEF의 틀을 중국에 대한 헤징(hedging)으로 규정하고 있다. 향후 이 틀이 어떻게 구체적인 제도로 결실을 맺을 것인가가 과제이지만, 일본과 한국도 미중 간 균형을 맞추면서 미국과 아세안 각국 간의 조정을 완수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Ⅴ. 결론   한일관계는 문재인 정부 시기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일본의 안전 보장을 이유로 한 수출 규제 문제 등이 양국 간 갈등으로 이어지고 정상 간 협의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후 최악’의 관계에 빠졌다. 안보적 차원에서 한일은 모두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이웃 국가임에도, 어떻게 협력 관계를 복원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워졌다.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이 경제 발전을 하면서 한일 양국의 협력은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나, 한국의 경제 성장이 진전되고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양국의 경제적 중요성은 서로 떨어지게 되어 오히려 경쟁적인 관계로 전환되었다.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확산은 안보와 경제를 연결시켜 미국과 중국 간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기 어려워지면서 한일 양국에 외교적 딜레마를 발생시켰다. 그러나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FTA 정책에서도 알 수 있듯 정치 및 외교 관계의 악화에 더해 경제적 중요성의 약화가 양국 간 협력 촉진에 한계를 가져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질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 지지를 명확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대립은 더욱 심화될 수 있어 한일 딜레마는 고조될 수 있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는 한일 양국에 중요하지만, 항상 정치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에 딜레마를 줄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중 갈등에 깊이 휘말리는 것은 가급적 회피하고,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제 관계나 공급망의 재검토를 도모하는 것이 과제다. 이러한 점에서 한일 양국이 아시아 · 태평양 지역 다자간 협력의 틀 구축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미중 대립이 심화됨에 따라 미중 양국이 아시아 · 태평양 지역 다자간 제도 구축을 중시하게 되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TPP를 이탈했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다자간 틀을 중시한다는 방침으로 돌아섰고 중국은 RCEP 체결을 서둘러 CPTPP와 DEPA 가입을 신청했다. TPP에서 이탈한 미국은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국가 간 새로운 다자간 프레임워크 구상(디지털 무역에 관한 협정, 쿼드, IPEF 등에서의 다분야 협력 등)에 적극적이다. 한일 양국이 이들 다자간 틀에 관여하는 것은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의 과제 해결과 안정에 기여하는 동시에 미중 대립으로부터의 비용을 회피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현재는 RCEP밖에 없지만, 다자간 프레임워크의 구축에 중국도 개방적이라면 높은 수준의 규칙화를 기반으로 한 중국과의 관계 유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디지털 무역의 제도화, 아세안 각국에 대한 질 높은 인프라의 제공 등에서 양국이 협력할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IPEF 및 쿼드 참여를 추진하고 있고, 강제동원 문제를 비롯한 한일관계 현안 해결에도 나서고 있어 관계 개선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의 과제 해결에 기여하는 분야에서 다자간 프레임워크 구축에 한일이 관여하고 협력하는 것은 이 지역의 안정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양국의 미중 갈등의 딜레마 감소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経済産業省. 2019. “大韓民国向け輸出管理の運用の見直しについて.” 7월 1일. https://www.meti.go.jp/press/2019/07/20190701006/20190701006.html (검색일: 2022. 4. 10.)   高安雄一. 2015. “IMFによる金融支援の限界と日韓金融協力.” 『日韓関係史 1965-2015 Ⅱ: 経済』. 安倍誠 · 金都亨編, 225-277. 東京: 東京大学出版会.   百本和弘. 2015. “日本企業の対韓直接投資.” 『日韓関係史 1965-2015 Ⅱ: 経済』. , 安倍誠 · 金都亨編, 129-158. 東京: 東京大学出版会.   三浦有史. 2019. “米中貿易摩擦はアジアのサプライチェーンをどう変化させるか.” 『RIM 環太平洋ビジネス情報』 19, 75: 1-37.   安倍誠. 2015. “日本の対韓経済協力―一方的援助から相互協力への模索.” 『日韓関係史 1965-2015 Ⅱ: 経済』. 安倍誠 · 金都亨編, 37-59. 東京: 東京大学出版会.   ______. 2019. 『日韓経済関係の過去と現在』 調査研究報告書. 千葉: アジア経済研究所. 5-7.   奥田聡. 2015. “日韓貿易関係の発展.” 『日韓関係史 1965-2015 Ⅱ: 経済』. 安倍誠 · 金都亨編, 101-127. 東京: 東京大学出版会.   外務省. 2022. “地域的な包括的経済連携(RCEP)協定.” https://www.mofa.go.jp/mofaj/files/100284650.pdf (검색일: 2022. 4. 20.)   猪俣哲史. 2019. 『グローバル・バリュー・チェーン−新・南北問題へのまなざし』. 東京: 日本経済新聞出版.   JETRO. 2009. “世界貿易投資動向シリーズ: 韓国.”   ______. 2019. “米中摩擦がもたらす我が国中堅・中小企業への影響―2019年度日本企業の海外事業展開に関するアンケート調査(速報値).” https://www.jetro.go.jp/ext_images/_Reports/01/02c17da085612c3a/20190025.pdf (검색일: 2021. 12. 10.)   ______. 2021a. “韓国の2020年対外直接投資、『新型コロナ禍』で6年ぶりの減少.” ビジネス短信. 3월 22일. https://www.jetro.go.jp/biznews/2021/03/0ebff176e3a1aa6e.html (검색일: 2022. 4. 5.)   ______. 2021b. “2021年上半期、日本の対ASEAN直接投資は中国の4倍超.” 11월 5일. https://www.jetro.go.jp/biz/areareports/2021/3a35743af3c0aadb.html (검색일: 2022. 4. 10.)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 2021. “Joint Statement of the 23rd ASEAN+3 Finance Ministers’ and Central Bank Governors’ Meeting.” November 30. https://asean.org/joint-statement-of-the-23rd-asean3-finance-ministers-and-central-bank-governors-meeting-3/ (검색일: 2022. 4. 10.)   Drezner, Daniel W. 2019. “Economic Statecraft in the Age of Trump.” The Washington Quarterly 42, 3: 7-24.   Farrell, Henry, and Abraham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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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mondo’s Official Visit to Singapore.” November 17. https://www.commerce.gov/news/press-releases/2021/11/readout-secretary-gina-m-raimondos-official-visit-singapore (검색일: 2021. 12. 10.)   USTR. 2018. “USTR Issues Tariffs on Chinese Products in Response to Unfair Trade Practices.” June 15. https://ustr.gov/about-us/policy-offices/press-office/press-releases/2018/june/ustr-issues-tariffs-chinese-products (검색일: 2022. 4. 10.)   World Trade Organization. 2019. Global Value Chain Development Report 2019: Technological Innovation, Supply chain Trade, and Workers in Globalized World.     [1]  동아시아에서 각국은 경제적 이익 증진을 목표로 안보 문제와 경제를 구분하는 정경 분리를 해 왔다.   [2]  한국이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 사드)를 배치하자 중국은 한국에 대해 수입규제 조치, 한국 기업의 영업 저지, 한국 여행 규제 등의 정책을 취했다. 또 호주에 대해서는 2020년 코로나19 감염원 조사 요구에 대해, 호주산 물품 관세 인상과 수입 규제를 실시했다.   [3]  2010년대 이후 적자 규모는 축소되고 있다(奥田聡 2015).     ■ 저자: 고조 요시코(古城佳子)_아오야마가쿠인대학 국제정치경제학부 국제정치학과 교수, 도쿄대학 명예교수.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관계, 국제정치경제이다. 고쿠가쿠인대학 법학부 조교수, 도쿄대학 종합문화연구과 교수를 지냈다. 도쿄대학 교양학부 학사 학위, 동 대학원 사회학연구과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프린스턴대학 정치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저서로 Taming Japan’s Deflation: The Debate Over Unconventional Monetary Policy (2018, 공저)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문의: 02-2277-1683 (ext. 204) hspark@eai.or.kr  

고조 요시코 2023-04-07조회 : 9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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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력의 미래비전 시리즈] ⑥ 미중경쟁 시대 한일 경제협력의 새로운 방향성

Ⅰ. 서론   한국과 일본 양국 간의 경제협력은 오랫동안 양국 사이의 역사인식 및 영토를 둘러싼 갈등 사안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의 협력이 지속될 수 있게 하던 원동력이었다. 정경분리 원칙은 경제협력에 대한 강력한 유인이 정치 사안의 갈등을 제어하게 만들던 양국 사이의 구조적 관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책적 대응을 상징화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경분리 원칙으로 대표되던 한일 경제협력의 지속성은 2010년대에 들어 통화스와프 중단의 사례에서 발견되듯 허약해져 갔다. 2019년 일본 정부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는 한일 경제협력이 자체적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한일 양국 간의 경제 관계가 역사인식 현안의 부차적 영역이 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이러한 단편적 인상에서 한일 경제협력이 더는 필요 없다는 정책 판단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한일 경제협력의 비가시화가 한일 경제협력의 불필요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일 경제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은 한일 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양국의 기업 비즈니스를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더는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은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 기업 사이에 비즈니스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아니다. 양국 기업 사이의 비즈니스 관계가 축소되었다기보다는 양국 정부의 양자 경제외교의 영역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자체적 동력을 가지고 작동하면서 비가시화되었다고 보는 판단이 적절해 보인다.   이 글은 2019년 일본 정부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 이후에 한일 경제협력의 방향성이 보다 뚜렷해졌다고 주장한다. 그 방향성은 한일 협력이라는 양자관계의 틀을 넘는 것이다. 한일 사이에 정부 주도로 양자적 경제협력의 유인을 새롭게 발굴하는 노력은 현 시점에서 적절성이 떨어진다. 한일 경제협력은 글로벌 무역과 생산 질서의 자유주의적 성격 유지에 대해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한일 양국이 글로벌 규범 구축에 협력하는 방법을 통해 재탄생해야 한다. 한일 경제협력은 양국 간의 ‘경제’ 협력에서 양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글로벌 ‘협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탈세계화 시대에 자유주의적 글로벌 무역과 생산 질서의 규범 구축 노력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특히 미중전략경쟁 속에서 한일 양국의 글로벌 규범을 위한 협력은 쉽지 않다. 탈세계화의 위험성을 방지하는 한일 협력의 방향성은 공정성과 규범성 강조와 더불어 글로벌 규칙의 배제적 성격도 저어하는 자세도 필요로 한다.   이 글은 한일 경제관계의 변화를 우선 기술하고 2019년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가 한일 경제협력에 대해 가지는 의미를 설명한 후, 새로운 한일 경제협력의 방향성에 대한 주장을 담아내고자 한다.   Ⅱ. 한일 경제관계의 변화[1]   1. 비대칭적 한일 경제협력의 역사   한국과 일본의 경제관계는 비대칭적 의존관계로 출발하였다. 경제 발전을 위한 자본과 기술이 부족했던 한국은 자본과 기술의 도입처로서 일본에 크게 의존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과정에서의 청구권 자금 이후에도 일본의 엔 차관이 한국의 산업발전에 유용하게 사용되었고, 포항제철 건설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나듯 일본의 기술공여가 한국의 산업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자본협력의 발전에는 상업차관과 이후의 엔 차관의 역할이 컸다.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어 있던 상업차관은 1967년 2억 달러 추가 공여가 결정되어서 1960년대 총 5억 달러 이상이 한국의 경제 발전에 사용되었다.   [표 1] 대일 청구권 자금 사용 항목 (단위: 천 달러, %) 부문 무상자금 유상자금 합계 금액 구성비 금액 구성비 금액 구성비 농업 35,548 12.2 2,309 1.2 38,857 7.8 수산 27,176 9     27,176 5.4 광공업 (자본재) (원자재) 164,263 31,438 132,825 54.8 10.4 44.3 113,725 56.9 277,988 55.6 과학 기술 개발 20,125 6.7     20,125 4 사회간접자본 및 기타서비스 6,029 2 83,966 41.9 89,995 18 기타(청산계정, 은행수수료) 45,859 15.3     45,859 9.2 합계 300,000 100 200,000 100 500,000 100   출처: 조성원 2015   주로 수출신용에 사용된 상업차관은 민간 기관 사이의 대출과는 달리 양 정부에 의해 사용처가 미리 결정된 형태로 제공되어 있었으며, 금리에 있어서 특혜적 수준으로 제공되었다. 청구권 자금은 한국의 산업 발전에 매우 중요한 것이었지만, 해외의 사업 기회를 확장하는 일본 기업들에게도 수혜적인 성격을 가졌다(아베 마코토 2015, 62-66). 또한, 일본 정부는 정부개발원조의 한 형태로 엔 차관을 한국에 제공하였다. 생산 인프라와 사회기반 인프라에 필요한 초기 자본이 부족한 한국 정부에게 일본으로부터의 엔 차관은 국제금융기관의 차입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 되었다.   따라서 1970년대 김대중 납치 사건, 박정희 대통령 저격 사건 등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1973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엔 차관 도입을 위한 한일 정기 각료회의에 적극적으로 임하였다. 한국 입장의 표현인 정경분리 원칙은 1970년대 초 한일 간 갈등 현안들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일본으로부터 자본 조달이 필요했던 한국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수출신용에 필요로 하던 상업차관의 크레디트 라인도 1970년대 지속적으로 인상되었다(이현진 2011; 최우영 2011).   일본의 자본 협력은 한국 정부의 산업 정책에 매우 긴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일본에서의 자금 조달을 늘리기 위해 안보를 연결시키기도 하였다. 냉전 상황에서 한국 측은 ‘부산적기론’이 상징하듯 일본이 자국의 안보를 담당하는 한국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보적 차원에서 한국이 경제협력을 요구한 대표적 사례가 1980년대 전두환 정권기의 ‘안보경협’이다. 당시 나카소네 정권은 총액 40억 달러(엔 차관 18억 5천만 달러, 일본수출입은행 융자 2억 5천만 달러)의 자금 공여를 약속하였다(손기섭 2009).   한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일본은 한국에 대한 엔 차관을 종료하게 된다. 1980년대 후반 한국이 정부개발원조 수원국의 자격 조건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1990년에 엔 차관이 종료된다. 하지만 1990년대 한국의 민간기업들이 해외로부터의 차입을 수행하는 데 일본 금융기관은 매우 중심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1990년대 한국 민간 부분에 대한 해외 차입에서 일본 금융기관의 위상은 1997년 한국 외환위기의 전개 당시 일본 금융기관들의 대출 만기 연장이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여겨졌던 것에서 유추할 수 있다(이규성 2015, 8-10).   일본의 한국에 대한 기술 협력은 1950년대부터 정부개발원조의 일부로서 수행되었고, 국교정상화 이후에는 전문가나 조사단의 파견 등으로 기술 협력의 내용이 고도화되었다. 한일 정기 각료회의에서 한국 측은 일본 측에게 산업 부분뿐만 아니라 농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발전을 위한 지원을 요청하였고, 이를 통한 기술 협력이 이루어졌다. 또한 민간 부분에서 한국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을 세계적 기술력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상으로 간주하였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발전하여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 경쟁적 관계로 발전함에 따라 일본 측의 기술 협력에 대한 자세는 소극적으로 되었다. 반면에, 무역 불균형에 대한 한국 측의 적극적 문제 제기로 일본 측의 기술 협력은 1990년대에도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과 일한산업기술협력재단을 통해서 지속되었다(후지타 토오루 2015, 544-546).   한국은 국교정상화 이후 일본과의 무역수지 적자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한국의 대일 무역 적자는 한국 경제 성장의 수출 중심 성격에서 기인한다. 1960년대 수출 지향으로 경제 정책 지향을 바꾼 이후 한국은 경공업 중심의 최종재를 해외에 수출하는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최종재 생산에 필요한 자본재와 중간재(소재, 부품)의 생산 체제는 구축하지 못했다. 따라서 최종재를 수출하기 위한 생산설비 투자와 최종재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의 해외에서의 조달 필요성은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유발하는 효과를 지닌다. 이 상황에서 자본재와 중간재의 주된 수입처로 일본의 위상은 독보적이었다. 지리적으로 근접하고 자본재, 중간재, 최종재 생산의 풀세트를 구축한 일본은 한국에게 자본재와 중간재를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상대였다(오쿠타 사토루 2015, 146-148). 이러한 상황은 한국이 1970년대 중화학 공업화의 전략적 선택을 통해 산업 구조를 변화하는 와중에도 지속되었다. 대규모 설비 투자를 의미하는 중화학 공업화는 한국의 대일 자본재 및 중간재 수입을 더욱 증가시켰다.   [표 2] 한일 양국의 상호 교역량 및 한국의 대일본 무역수지(단위: 100만 달러) 연도 일본→한국 한국→일본 왕복 무역량 한국의 대일본 무역수지 1965 180 41 222 -138 1970 818 229 1,047 -589 1975 2,248 1,310 3,558 -938 1980 5,364 2,995 8,359 -2,369 1985 7,122 4,092 11,214 -3,030 1990 17,421 11,632 29,053 -5,789 1995 31,215 17,157 48,372 -14,059 2000 30,684 20,434 51,118 -10,250 2005 46,539 24,402 70,995 -22,190 2010 62,119 28,543 90,662 -33,576 2015 45,853 25,576 71,429 -20,277 2020 46,023 25,097 71,120 -20,925 출처: 오쿠타 사토루 2015; 한국무역협회 K-stat 무역통계 (https://stat.kita.net/)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는 한국 경제의 구조와 성격에 큰 변화를 주었다. 동일한 시기에 일본은 거품경제 붕괴 이후의 부실 채권 문제로 인한 금융권 부실과 내수 부진이 복합화된 장기 침체로 빠져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통화 측면에서의 협력이 새롭게 진전되었다.   IMF 구제금융의 다자적 프레임 속에서 일본 정부는 100억 달러의 제2선 지원으로 한국의 외환위기에 도움을 주었다. 물론 일본 정부의 100억 달러 규모의 제2선 지원은 실질적이라기보다는 심정적 성격이 크다(國際通貨硏究所 2002). 하지만, 이 지원은 한일 경제협력에서 오랫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통화 협력의 출발점이 된다. 일본 정부는 1998년 신 미야자와 구상으로 외환위기에 처했던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았으며, 1999년 1월에 최대 50억 달러의 유동성을 한국 원화와 스와프하여 제공하는 협정을 통해 한국의 외환 문제에 방비책을 제공하였다(박성빈 2015, 299-301).   외환위기 이후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된 한국은 대외 채무 증가와 외환보유고 고갈의 위험성에서 확실하게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일 양국 간의 통화 협력은 2000년대 들어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속에서 발전하였다. 1997년 아시아통화기금(Asian Monetary Fund: AMF) 창설이 미국의 반대 속에 좌절되었지만,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지역 내의 통화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공동 인식이 증가하였다. 그 결과가 양자적 통화스와프의 네트워크를 통한 실질적 아시아 통화 협력 체제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의 창설이었다. 물론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체제하의 양자 간 통화스와프는 IMF 지원에 대한 연계 자금이기 때문에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는 한일 통화 협력과 아시아 지역 통화 협력 제도화의 출발점으로 의의가 있다. 2001년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체제하에서 20억 달러 규모의 달러-원화 간 일방향(일본에서 한국) 스와프 협정이 추가되었고, 그후 2006년 2월에 원화와 엔화를 달러로 스와프하는 쌍방향 스와프로 전환되며 스와프 총액이 150억 달러로 증가하였다(박성빈 2015, 302-305).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국에서 원화 가치 급락과 해외 자금의 대규모 이탈 문제로 전파되었을 때, 한국이 위기로 빠지지 않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던 것은 2008년 8월의 미국과 3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응은 양자적 통화스와프를 증가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한일 양국 사이의 통화스와프도 증가해 갔다(이용욱 2013).   2. 경합적 한일 경제관계로의 변화   한국의 산업 발전 속에서 한국의 일본에 대한 무역 의존도는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한국의 입장에서 경제활동 전체 중 일본의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되었다. 수요 측면에서 봤을 때 민간소비, 투자, 수출의 각 부분이 수입을 유발하는 효과의 추세를 비교해보면, 민간소비의 수입유발 효과는 20% 내외에서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반면에 투자는 1970년대에 수입유발 효과가 50% 내외였다. 이는 1970년대의 중화학 공업화가 상당한 규모의 수입유발 효과를 양산했음을 의미한다. 수출의 경우는 수입유발 효과가 30% 정도를 유지하다가 2010년대에 40%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최종적으로 한국의 경제 활동의 수입유발 효과는 역사적으로 1970년대 말이 매우 높았으며 차츰 줄어들다가 2010년대에 대시 증가하였다. 하지만, 대일 수입유발 효과는 197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1975년과 2010년을 비교하면 대일 수입유발 효과는 대략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표 3] 한국의 대일 수입유발 효과 연도 최종수요항목별 총수입유발계수(%) 대일 수입 점유율(%) 천 달러당 대일 수입유발액(달러) 민간소비 지출 총고정 자본형성 수출 최종수요 합계 민간소비 지출 총고정 자본형성 수출 최종수요 합계 1966 11.3 35.4 26.5 16.4 37.0 42 131 98 61 1970 13.8 42.0 26.4 20.2 40.8 56 171 108 82 1975 20.0 50.6 35.8 28.8 33.4 67 169 120 96 1980 23.5 43.3 36.9 30.4 26.2 62 114 97 80 1985 20.2 37.6 35.3 26.9 24.2 49 91 85 65 1990 20.3 31.1 30.4 24.5 26.7 54 83 81 65 1995 21.0 33.1 30.2 25.4 24.6 52 81 74 62 2000 22.9 36.9 36.7 28.6 20.1 46 74 74 57 2005 24.3 31.2 38.3 28.1 18.6 45 58 71 52 2010 28.3 37.6 42.4 33.2 13.0 37 49 55 43 출처: 오쿠타 사토루 2015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의 경쟁자로서 한국 기업이 부각되기 전까지, 한국의 산업 발전에 대한 일본의 경계감은 크지 않았다. 1960년대 한국의 주된 수출품인 경공업 제품은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상실해 가고 있던 업종으로서, 일본의 입장에서 큰 경계감이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수출경합도는 1970년대 이래로 갈수록 증가하여 갔다. 한국이 노동집약적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일본과 동일한 형태의 산업 구조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면서, 세계 시장에서의 경합도가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한국의 경제 발전의 전략적 선택이 효과적으로 성공한 결과이다.   [표 4] 한일 상호 교역의 무역보완계수 및 수출경합계수 연도 무역보완계수 수출경합계수 일본→한국 한국→일본 1965 0.97 1.24 2.14 1975 0.97 1.00 1.23 1985 0.99 0.54 1.46 1995 1.02 0.75 1.39 2000 0.96 0.78 1.34 2005 0.96 0.68 1.46 2010 0.92 0.65 1.61 2011 0.86 0.62 1.63 2012 0.83 0.62 1.62 2013 0.85 0.63 1.60 출처: 오쿠타 사토루 2015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특히 2000년대에 더욱 강화된) 중국의 경제 성장과 연결된 생산의 세계화는 무역과 생산에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양국 간 차원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게 하는 글로벌 가치사슬화의 전개를 가져왔다.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한국과 일본의 무역과 생산 측면에서의 관계는 단순히 양국 간 무역수지나 경합적 산업구조로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을 지닌다(WTO 2011). 한국의 산업고도화로 인한 세계시장에서의 한일 양국 기업들의 경쟁구도는 양국 간 무역과 생산체제의 경합적 관계를 부각시켰다. 하지만, 양국의 무역·생산 관계는 생산의 세계화 속에서 경합적 관계로 단순화할 수 없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발전 속에서 한일 양국의 무역·생산 관계는 양국 사이를 넘어서서 전세계적 차원에서 보다 상호의존이 진전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글로벌 가치사슬의 발전은 중국의 경제 발전과 중첩되어 있다. 개혁개방 후 중국은 연안 지역에서의 해외직접투자 유치를 성장을 주요 동력으로 삼았고, 해외 기업들은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통한 조립 공정의 입지로 중국을 바라보았다. ‘세계의 공장’은 최종재 조립이 운집한 중국의 위상을 보여 주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한국이 산업화 시기에 최종재 생산을 위해 일본의 자본재와 중간재 수입을 증대하였던 것처럼, 중국의 최종재 조립 가공 공정의 중심적 입지는 해외로부터의 수입유발 효과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은 중국에 대한 자본재와 중간재 수출을 증가시켰다(WTO 2011, 76-77).   글로벌 가치사슬은 국가 간의 경제 관계가 무역 규모와 비교 우위로 해석하는 것을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한다. 중국 경제의 성장은 산업 내 무역 차원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수출을 증가시켰다. 부가가치의 분배에서 최종조립과정보다 기술집약적 소재와 부품의 생산에 더 많은 부가가치 배분이 돌아가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성장은 한국과 일본 양국에게 큰 경제적 이득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한일 양국 간 무역의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생산 과정에서 양국 기업들의 연관도는 글로벌 가치사슬 속에서 보다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화의 결과이다. 따라서 양국 간 경제협력을 고민할 때, 양국 간의 무역 관계의 비중만을 주목하는 관점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의 산업 구조 전환의 성공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한국 대기업의 세계시장에서의 존재감 확보는 고전적 한일 경제협력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자본협력과 기술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수직적 성격의 한일 경제협력은 낙후된 한국 산업의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의 변화는 양국 사이에 자본협력과 기술협력의 동력이 떨어지게 되는 상황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한일 경제협력의 유인 저하는 2000년대 발전한 양국 통화스와프가 2010년대에 들어 정치적 갈등 속에서 종료되는 상황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거의 자동적으로 연장되어 오던 통화스와프 협정을 종료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선택이었다. 또한 2015년 12월의 위안부 합의 후 2016년 8월에 한일 간에 통화스와프 협정을 재개하는 논의에 착수하기로 합의한 것에서 유추해 볼 때, 통화스와프 협정에 대한 정치외교적 갈등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표 5] 한일 통화스와프 일지 일자 내용 잔액 1999.06 50억 달러 통화스와프 체결 50억 달러 2001.05 20억 달러 통화스와프 체결 70억 달러 2006.02 80억 달러 통화스와프 체결 150억 달러 2008.11 150억 달러 통화스와프 체결 300억 달러 2010.04 170억 달러 통화스와프 종료 130억 달러 2011.10 570억 달러 통화스와프 체결 700억 달러 2012.10 300억 달러 통화스와프 종료 400억 달러 2012.11 270억 달러 통화스와프 종료 130억 달러 2013.07 30억 달러 통화스와프 종료 100억 달러 2015.02 100억 달러 통화스와프 종료 0 2016.08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 합의   출처: 저자 작성   Ⅲ. 2019년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의 의미   2019년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대한민국을 향한 수출관리 운영 재검토(大韓民国向け輸出管理の運用の見直しについて)”를 발표하였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감광재),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가지 품목의 대한국 수출 시, 기존의 포괄수출허가(3년간 유효)를 개별수출허가로 전환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7월 4일부터 한국에 상기 3개 품목을 수출하는 일본 기업은 수출 1건당 심사 및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리스트 규제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음을 예고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것과 관련하여 ‘수출무역관리령’ 일부를 개정하는 시행령(政令)안에 대한 의견을 공모하였다(7. 1. ∼ 7. 24.). 그 후 일본 정부는 8월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각의결정을 내리고 8월 28일 시행에 들어갔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하기 위해서 일본은 자국의 수출무역관리령 자체를 바꾸어 대상 지역 구분을 2가지 종류에서 4가지 종류로 바꾸었다. 각의 결정 후 현실적으로 한국과 같은 카테고리에 속한 국가는 거의 없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을 타겟팅한 제도 개편이다. 캐치올(Catch-all) 규제를 예외 조치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게 되면서 한국 소재 기업은 일본 소재 기업으로부터의 수입에서 일본 정부로부터의 포괄적이고 자의적일 수도 있는 규제 적용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7월 12일 한국 산업자원통상부 관계자가 일본을 방문하여 경제산업성 관계자와 면담을 실시하였다. 이 면담에서 일본 측은 한국의 캐치올 규제가 미흡하고, 이와 관련하여 부적절한 사례가 있어서, 이에 일본 측이 양자 협의를 하자고 하였는데 한국 측이 응하지 않아 3년 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한국의 대북 제재 이행 부실과 연결되면서 한국을 일본의 ‘안보화’의 원인으로 간주하는 입장을 유지하는 한편, 한국의 행정체계가 부실하다는 주장으로 발전하였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 정부의 강한 반발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여론의 부정적 일본 인식을 확대하여 일제 불매운동으로 연계되어 소비재 관련 한일 무역 관계에도 큰 손상을 주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볼 때 한국의 대일 수입에서 그 비중이 절대적인 중간재와 자본재의 수입에 일본 정부가 규제 조치를 하였다는 점에서 조치 실시 초기인 2019년 여름에 이에 대한 충격과 우려가 매우 컸다. 한국 기업의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수출의 근간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한국 기업의 세계 시장에서의 공급을 가로막는 상황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조치를 제재 수준으로 엄격하게 실시하지 않았기도 했지만, 한국과 일본의 기업들이 함께 ‘탈일본’하는 노력 속에 대응했기 때문이다. ‘탈 일본 기업’화가 있었음도 분명하다. 하지만, 기존에 거래하던 일본 기업과 더불어 생산 거점을 한국이나 일본 이외의 해외로 옮기는 ‘탈일본’화 노력을 적극 보여 주었다(김양희 2021).   2023년 3월,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이 이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 제소를 취하하면서 한일 경제협력은 정상화 단계에 다가섰다. 이 단계에 이르기까지 3년여 동안 한일 양국 기업들이 보여준 모습은 한일 경제협력의 현재적 의미에 대해 재고하게 만든다. 핵심은 한일 기업들이 경제적 관점에서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일 양국 정부가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 여건 조성을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한다기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크다. 양국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양국 기업의 비즈니스 계산에 외교 관계 여건의 영향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자제의 노력이다. 달리 말하면 진정한 정경분리가 필요하다.   Ⅳ. 양자를 넘어 글로벌 규범 구축을 위한 한일 협력   1. 자유무역질서 유지 필요성에 대한 한일의 인식 공유   최근 몇 년간 한일 갈등이 격화되면서 일본의 정부 문서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논하는 기술은 크게 줄어들었다. 한일 협력이 일본의 국익에 부합하는 점이 있더라도, 역사 문제에 대한 한국의 조치가 그 협력의 선제 조건이 된다는 태도가 일본 정부 내에 만연해 있다. 이런 풍토는 보수 정치권에서 더욱 강하며, 경제안보정책의 본격화 속에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안보 정책의 논리구조에서 볼 때 한국이 일본의 경제 산업에 진정으로 외생 리스크를 만드는지는 의문이다. 2019년 수출규제 조치와 같이 한국을 경제안보의 협력 대상에서 배제하고 안보상 조치의 대상으로 간주한 것은 역사인식 현안에서 기인하는 감정적 대응의 성격이 강하다. 미중전략경쟁이 격화되고 한일 갈등이 봉합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의 경제안보의 우려 대상으로 다시 간주되는 것은 생각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역사 문제와 별개로 한일 양국 산업 간의 상호 보완성은 갈수록 저하되는 가운데 경합성은 증가해 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이 일본의 자본과 기술의 영향 속에 산업화를 추구하였지만 산업화 경로에서 일본의 생산 네트워크의 하위로 들어가는 선택을 하지 않고, 일본과 유사한 일괄 생산 시스템을 한국 국내적으로 구축하려 했던 역사적 산물이다. 상호 보완성 저하와 경합성 증가는 한일 경제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한일 양국 내 인식이 갈수록 저조해지는 현상의 원인이기도 하다. 즉, 역사 문제가 잘 관리되더라도 한일 정부 간 양자적 차원의 긴밀한 경제협력은 양국 경제외교에서 그 비중이 점차 축소되고, 양자 경제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국내 차원의 설명은 갈수록 장황해지고 있다.   하지만, 양국이 국제정치경제 구조에서 동일한 위치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은 미래 한일 경제협력 재설계의 핵심적 출발점이다. 한일 양국의 세계 시장에서의 높은 경합성은, 양국이 국제생산구조에서 동일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미중 갈등 속에서 양국이 처한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가지는 딜레마도 유사하다. 일본의 전략적 자율성과 전략적 불가결성 추구의 경제안보 정책을 한국도 고려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 모두 자유시장 질서의 유지가 국익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속에서 경제의 안보화 추세에 적응하는 한편, 자유무역 질서의 유지도 필요로 하고 있다. 미중 간의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특정 지역이나 기업과의 거래가 제한되는 상황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수출관리 강화 조치로 인해 중국 기업과 거래하는 한일 기업들은 공급망 전체의 리스크 관리는 물론, 중국의 대응 조치로 인해 대중 무역 ‧ 투자 환경도 급변하는 만큼 비즈니스 환경 악화에 대응할 필요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속에서도 한일 양국은 거대한 중국의 내수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며, 또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한일 양국은 자유무역체제 확대라는 공통된 목표하에 협력이 가능한 공간이 존재한다. 미중 경쟁이 경제의 안보화 추세 속에서 자유주의 질서에서 벗어나는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의 창발을 위해 지역적 차원과 글로벌 차원에서 다자주의 협력 제도와 규범 창출에 목소리를 함께 낼 필요성이 있다. 2020년대 동아시아 또는 인도-태평양 지역 차원의 무역투자 분야의 거버넌스와 무역규범 논의는 글로벌 차원의 거버넌스와 규범을 선도하는 위상을 지니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이 글로벌 거버넌스와 규범 창출에 선도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진 여건임을 의미한다.   2. IPEF의 포괄성 증진을 위한 한일 협력은 가능한가?   현재 국제경제질서의 글로벌 규범 구축을 위한 한일 협력은 2023년 시점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협조에 포섭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으며, 2022년 한국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중 경쟁에 대한 양국 정책 선호가 매우 유사해졌다. 이는 양국의 글로벌 규범 구축에 대한 협력이 미국과의 협력으로 분명해졌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새로운 지역 질서 구축은 경제 영역에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for Prosperity: IPEF)로 드러나고 있다. 구체적 내용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자유와 공정의 규범성을 강조하고 있는 지점에서 ‘자유롭고 열린’이라는 규범성을 강조해온 일본의 기조와 부합한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도 가치기반 외교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이 방향성에 일치되는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자유와 공정 또는 ‘자유롭고 열린’의 규범성이 한일 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한일 양국이 원하는 진정한 자유주의적 질서인지에 대해서 숙고할 필요성이 있다. ‘자유롭고 열린’의 수사가 중국에 대한 배제로 귀결되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포괄적 경제 평화의 길을 찾을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중국의 일방적, 자의적 조치를 견제하는 글로벌 규범 창출 노력과 더불어 중국과의 경제 관계도 병행 발전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양국 모두 이해를 가지고 있다. 이 부분에서 한일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2017-2019년 사이에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헤징 차원에서 중국과 일대일로 협력을 추구했던 일본 아베 정권의 선택이 시사해 주는 점이 있다. 이는 미국에서의 불확실성에 대해 일본의 보수 정권이 보여준 유연성은 미중 사이에 일본의 전략적 자율성에 기반한 전략 추구가 가변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박영준 2018). 당시 한국 정부의 대중 정책 지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미중 경쟁 상황에서 한일 양국은 각각 헤징(hedging)을 추구했지, 상호 협력하여 헤징을 시도하지 않았다. 2017-2019년에 일본 정부의 대중 접근과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는 동시에 이루어졌다. 2017-2019년 시점에서 일본에게 한국은 중국보다 더한 갈등관계에 있는 국가였다. 미중 경쟁 속에서 한일 양국이 협력해서 헤징 전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지경학에서 유사한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전략 사고가 역사 현안을 둘러싼 감정을 넘어서야 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과제가 과도한 반일 감정을 자제하라는 한국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한일 양국관계에서 상대방에 대해서 감정을 넘어 전략 사고를 하라는 과제는 일본에게도 강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다만 일본 내에서 이를 자신들의 과제로도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Ⅴ. 결론   미중 경쟁 시대 한일 경제협력은 자유주의 질서의 글로벌 규범 창발을 위한 한일 양국의 지역적 그리고 다자적 차원의 외교 노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한일 양국이 경제적으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세계화된 자유주의적 무역과 생산 질서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속에서 한일 양국의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자유롭게 상호간의 비즈니스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일 경제관계를 양자관계에서만 고려하여서는 한일 경제협력의 합목적성을 찾기 어려운 여건과 연동된 변화이다.   한편, 미중 경쟁 시대 글로벌 규범 창발을 위한 한일 협력이 미중을 포섭하는 질서 창출을 견인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2023년 시점에서 한일 양국의 협력은 미국이 주도하는 규범성에 맞추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 사이에 기계적 균형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 미국이 주장하는 자유와 공정의 규범성은 자유주의 질서의 기초이기도 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사례와 같이 중국을 배제하는 성격이 한일 양국의 이해와 가치관에도 손상을 준다면 이에 대한 전략적 자율성 정책 추구의 여지와 이를 위한 한일 협력의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이러한 자세는 전후 일본의 보수 세력의 외교전략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일본 보수가 보여주었던 대미 중심 외교 노선과 전략적 자율성 외교 노선 사이의 유연성은 현재 사라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소위 ‘미래 지향적’ 한일 협력을 모색할 때, 협력 대상이 될 일본이 어떠한 양태를 보일지를 단언할 수는 없다. 한일 협력의 진화를 위해서는 일본의 단기적 그리고 장기적 세계전략 변화에 대한 섬세하고 치밀한 관찰이 요구된다.■   참고문헌   김양희. 2021.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에 대응한 한국의 ‘탈일본화’에 관한 시론적 고찰.“ 『일본비평』 24, 20-51.   박성빈. 2015. “한국의 외환위기 이후 한일 금융통화협력.” 『한일관계사 1965-2015 Ⅱ: 경제』. 김도형 · 아베 마코토 편, 292-319. 서울: 역사공간.   박영준. 2018. “일본 아베 정부의 미일동맹 정책과 지구본 외교: “국제협조주의”와 “전략적 자율성”의 사이.“ 『국방연구』 61, 3: 183-201.   손기섭. 2009. “한일 안보경협 외교의 정책결정: 1981-1983년 일본의 대한국정부차관.” 『국제정치논총』 49, 1: 305-328.   아베 마코토. 2015. “일본의 대한 경제협력: 일방적 원조에서 상호협력을 향해.” 『한일관계사 1965-2015 Ⅱ: 경제』. 김도형 · 아베 마코토 편, 55-81. 서울: 역사공간.   오쿠다 사토루. 2015. “한일 무역관계의 발전.” 『한일관계사 1965-2015 Ⅱ: 경제』. 김도형 · 아베 마코토 편, 126-160. 서울: 역사공간.   이규성. 2015. 『한국의 외환위기: 발생 · 극복 · 그 이후 3판』. 서울: 박영사.   이용욱. 2013. “한일협력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동아시아 금융지역주의 제도화.” 『국제지역연구』 17, 2: 191-214.   이정환. 2017. “한국의 대일경제 정책 및 전략.” 『위안부합의와 한일관계』. 이면우 편, 4장. 성남: 세종연구소.   이현진. 2011. “1960년대 후반 정세변화와 한일 경제협력의 논리: 한일정기각료회의 논의과정을 중심으로.” 국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편. 『박정희 시대 한일관계의 재조명』. 서울; 선인.   조성원. 2015. “대일청구권자금과 한국 경제개발.” 『한일관계사 1965-2015 Ⅱ: 경제』. 김도형 · 아베 마코토 편, 82-125. 서울: 역사공간.   최우영. 2011. “한일국교정상화와 민간상업차관.” 국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편. 『박정희 시대 한일관계의 재조명』. 서울: 선인.   후지타 토오루. 2015. “일본 종합상사의 한국 비즈니스 변천.” 『한일관계사 1965-2015 Ⅱ: 경제』. 김도형 · 아베 마코토 편, 530-559. 서울: 역사공간.   WTO.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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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2023-04-07조회 : 1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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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력의 미래비전 시리즈] ⑤ 한일 안보협력 정체에 대한 대안: 한·미·호·일 협력과 미국 주도 인태 지역 정보 네트워크 구축 참여

Ⅰ. 서론   바이든 행정부의 첫 번째 인도-태평양 전략서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동북아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복원하려 하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하에서 미국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의 국내 정치 문제, 대북관, 중국 위협에 대한 인식 차로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고, 이로 인해 한미일 안보 협력은 정체되었다. 2022년 5월 보수 성향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미국은 한층 더 한일 관계 복원과 한미일 안보 협력의 증진을 밀어붙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체제(MD)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에 미국 주도 MD로의 편입을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말기부터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고 있고, 핵 투발 능력을 더욱 고도화시켜 나가고 있어서, 미국으로서는 미사일 방어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연계를 추진할 좋은 매개이다. 일례로 2022년 11월 아세안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을 방문한 3국 정상이 부속회의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는데, 합의 사항 중 하나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 양국 국민의 서로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고려할 때,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외에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군사 협력을 추동할 연계 고리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은 중국의 부정적 시각과 한일관계 경색을 고려하여 삼자 미사일 방어 협력 추진을 자제해 왔으나, 트럼프 행정부 후반기부터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한국에서는 2020년 6월 문재인 정부의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한미 군 당국이 ‘미사일방어체계 통합 연동훈련’을 했다고 밝히면서,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 편입 논란이 재점화되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북한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를 가정해 한미 간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훈련일 뿐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 편입과는 무관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런데, 한미 양국은 한국군의 탄도탄 작전통제소와 주한미군의 미사일방어 작전통제소 사이에 연동된 시스템으로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주한미군의 작전통제소는 미국의 인태 사령부를 통해 주일미군 미사일 방어체계와도 연동되는바, 사실상 일본 자위대의 미사일 방어체계와도 연동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일각에서는 한반도에 배치 중인 사드는 북한 핵 및 미사일에 대한 대응 수단이지만, 향후 미중 간 군사 대립이 격화된다면 미국이 한미일 MD를 위한 수단으로 용도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 경우, 중국과의 심각한 마찰이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래에서는 한일관계 복원과 한미일 미사일 방어체제 참여를 두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인 윤석열 정부가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서 먼저 미국이 인태 전략을 펼치는 데 자국이 주도하는 인태 지역 안보 네트워크의 ‘첩보·감시·정찰(ISR)’ 자산 공유과 정보 제공을 중시하고 있음을 살펴본다. 미국이 한미일 미사일 방어 협력을 동북아 차원을 넘어 인태 지역 미국 주도 정보 네트워크의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한국의 참여를 좀 더 거세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중국 및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하여서 한미일 MD 체제 구축에 급속히 참여하기 어렵다면, 한국은 대안으로 한·미·호·일 안보 협력을 증진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인태 지역 정보 네트워크에 기여함으로써 한국의 안보적 위상을 높여야 할 것이다.   Ⅱ.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의 ISR 협력   미국 행정부가 최근 게시하고 있는 각종 보고서와 미국 의회가 발의하고 있는 법안을 검토해 볼 때, 미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안보 네트워크를 관통하는 운영 기제로 MD와 정보·감시·정찰(ISR) 자산 공여 및 정보 제공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훈 · 박재적 2020). MD의 경우, 일본과 호주가 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향후 미국이 주도하는 미·일·호 미사일 방어 연계가 추동되고 나아가 인도 및 한국과의 공조로까지 이어진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인태 지역에서 미국 주도 MD 체제의 토대가 구축됨을 의미한다.   한편, 미국은 인태 지역에서 정보 융합 및 공유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한다. 역내에 산적한 비전통안보 이슈와 ‘항행의 자유’ 등 해양안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해양 및 항공 협력은 ISR 자산 공유에 명분을 제공한다. 첫째, 미국은 타 ‘쿼드(Quad, 미·일·호주·인도 안보협력)’ 국가와 함께 역내 주요 거점 국가에 중고 비행기, 선박 등을 공여하고 군대, 해양경찰, 세관 등에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인태 지역 ‘해양능력 배양’과 ‘해양 상황인지’ 능력 제고에 기여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공여의 질을 무인 정찰기, 감시 레이더 등 ISR 자산으로까지 넓히고 있다. ISR 장비 공여와 정보 제공이 주목 받는 이유는 다수의 역내 국가가 중국의 공세적 해양 활동에 대항하기 위한 최첨단 장비를 구매하거나 사이버 보안 기술을 확보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할 재정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타 쿼드 국가는 주요 거점 국가에 ISR 장비와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들을 궁극적으로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 체제로 유인하려고 한다.   미국은 동남아 주요 국가의 해양 정보 획득 능력 배양에 적극적이다. 필리핀의 ‘연안 감시 시스템(Coastal Watch Systеm, CWS)’과 말레이시아의 ‘해안 경비 레이더 기지국(Coastal Surveillance Radar Stations)’ 설치에 도움을 주었고, 인도네시아의 해양 정찰과 레이더 능력 배양에도 기여하였다. 또한, 미국은 동남아 국가들의 해양 능력 배양을 위해 ‘해양안보 이니셔티브(Maritime Security Initiative, MSI)’를 추진하고, 2016년부터 5년간 4억 2,500만 달러를 지원했다. 특히 미국 국방부는 MSI를 통해 총 34대의 무인 항공기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의 ISR 자산 강화에 기여하였다. 일례로, 말레이시아는 2021년 3월에 공여 받은 무인기로 공군 비행대(Squadron)를 창설하였다. MSI는 미국이 해양 능력 배양을 위해 가용하고 있는 다양한 자원 중 하나이다. ‘외국 군대 지원 자금 (Foreign Military Financing, FMF)’에서도 일정 금액을 동남아 국가들의 해양 능력 배양을 위해 할당하고 있다. 또한, 국무부의 ‘국제 마약 및 법 집행국(International Narcotics and Law Enforcement Affairs)’이 ‘동남아 국가들의 해양법 강화 이니셔티브(Southeast Asia Maritime Security Law Enforcement Initiative, SEAMLEI)’에 예산을 할당하고 있다. 미국은 주로 잉여 군수물자 판매(EDA) 프로그램을 통해 해상초계기, 전차, 장갑차 등을 외국에 공급하고 있는데,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의 해양 능력 배양에 적극적이다 (최현호 2020). 2020년 11월에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필리핀 방문 시, 필리핀에 정밀 유도 미사일 등 1,800만 달러(약 200억 원) 상당의 군수품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둘째, 미국은 인태 지역에서 정보 융합 및 공유 센터 구축에 적극적이다. 현재 인태 지역에서 취합된 정보의 융합 및 공유를 위한 주요 다자 메커니즘은 아래와 같다. 첫째, 아시아 해적 퇴치 협정(Regional Cooperation Agreement on Combating Piracy and Armed Robbery against Ships in Asia: ReCAAP)이 ‘정보공유센터(Information Sharing Center, ISC)’를 운영하고 있다. 2006년에 문을 연 국제기구로 현재 동남아 국가뿐만 아니라 유럽, 호주, 일본, 미국 등 20개국이 ReCAAP-ISC를 통해 자국에서 발생한 해적 행위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둘째, 싱가포르가 2009년부터 ‘정보융합센터(Information Fusion Center, IFC)’를 운용하고 있다. 현재 24개국이 IFC에 해군 연락장교를 파견하여 불법 어업, 해상 테러 등 다양한 해양안보 분야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싱가포르 IFC는 정보 융합을 위한 소프트웨어로 ‘Open and Analysed Shipping Information Systеm (OASIS)’를 사용하고 있는데, 연락장교가 각국의 실시간 정보를 전달받아 OASIA에 입력한다. 또한, IFC는 다수의 상업용 위치 추적 플랫폼에서 취합한 정보도 융합하고 있다. 셋째, 민간 차원에서도 정보를 융합하고 공유하는데, ‘국제해사국(International Maritime Bureau, IMB)’이 1991년에 말레이시아에 설치한 ‘해적신고센터(Piracy Reporting Centre, PRC)’가 대표적인 예이다. IMB-PRC는 대만이나 키프로스 정부가 일부 재정 지원을 하지만, 대부분의 재원은 선박 및 수송업계가 제공한다. 해적 행위를 당한 선박은 IMB-PRC에 신고하고, IMB-PRC는 관련 정보를 각국의 안보 담당 기관과 정보공유센터에 전달한다. 아울러 IMB-PRC는 해적 발생 동향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어 배포한다. 넷째, 인도도 최근 인도양 지역을 대상으로 ‘정보 관리 및 분석 센터(Information Management and Analysis Centre, IMAC)’와 인도 IFC-IOR 등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데, 아세안 지역 정보융합센터와의 협력을 추진 중이다. 다섯째, 호주가 태평양 정보융합센터를 2년간 시험 운영하고, 2021년 12월에 바누아투로 센터를 이전했다. 호주가 재정 지원을 하고 ‘태평양 섬 포럼(Pacific Forum)’ 산하로 운영된다 (톰 아브케 2022).   한편, 해양안보 정보 공유 네트워크에서 어떤 기술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할지는 해양 정보 취합 및 융합을 어느 국가가 주도할지와 깊게 연관된 이슈인데, 미국은 기술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를 개발 · 배포 · 운영하는 데 적극적이다. 이는 정보 취합을 기술적으로 통제하고, 미국 중심으로 정보 보안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기밀 정보 수준에서는 ‘범세계연합 지휘통제체계(CENTRIXS)’를 사용하여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와 정보를 공유하고, ‘공통 상황인지 영상(Common Situational Awareness Display)’을 제공한다. 기밀이 아닌 정보를 공유할 때는 미군의 ‘인터넷 기반 정보공유체계(All Partners Access Network, APAN)’를 활용하는데, APAN은 타 국가가 미 국방부의 네트워크나 하드웨어에 접근하지 않아도 웹에 기반을 두고 대화 채널을 유지하거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APAN은 긴급 상황에서 비정부기구(NGO)와 정보를 공유하거나, 동맹국이나 안보 우호국과의 군사훈련 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2013년 필리핀 ‘하이엔(Haiyan)’ 태풍 재해 때 사용되기도 하였고, 미국, 한국, 일본이 ‘인도적 지원 및 재난 구호(Humanitarian Assistance and Disaster Relief, HADR)’ 정보를 공유하는 데 사용하였다. 미국 7함대가 다국적 군사훈련 시 주로 APAN을 사용하는데, 7함대가 주관한 2014년 ‘환태평양 합동 연습(Rim of the Pacific Exercise, RIMPAC)’에 중국이 참여하였던 이유 중 하나도 동 시스템에 대한 접근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은 중국에 APAN 접근은 허용했지만, CETRIXS 접근은 허용하지 않았다. 또한, 미국은 실시간에 가까운 정보 접근과 정보 교환이 가능한 ‘시비전(SeaVision)’을 개발하여 공급하고 있는데, 동남아 국가들과의 ‘동남아시아 협력 및 훈련(Southeast Asia Cooperation and Training, SEACAT)’과 ‘해상협력 준비 훈련(Cooperation Afloat Readiness and Training, CARAT)’ 때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인태 지역에서 미사일 방어, ISR 제공, 정보 공유 네트워크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동남아 국가들이 미국의 중점 파트너가 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대부분 아세안 국가의 해군력과 공군력은 열악하다. 중국에 대항하여 영토 주권을 지키고 다양한 해양안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무엇보다도 아세안 국가들의 국력을 고려할 때, 이들 국가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최신 군사 자산을 구매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 또한, 미국과 EU가 인권 탄압을 이유로 다수의 권위주의 동남아 국가로의 방산 수출에 제한을 두고 있다. 따라서, 동남아 국가가 역내 해양안보를 주도하기 위해 갖추고자 하는 ISR 자산과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 사이에 차이가 큰 이른바 ‘ISR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더해 아세안 국가 간 영토분쟁과 일부 아세안 국가의 ‘불법 · 비보고 · 비규제 어업(Illegal, unreported and unregulated fishing, IUU 어업)’으로 역내 국가 간 감정의 골이 깊어서, 동남아 국가들은 해양안보를 위해 필수적인 정보 공유를 꺼리는 경향이 크다 (Jackson et al. 2016, 18). 일례로 ReCAAP에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아직도 가입하고 있지 않은데, ReCAAP-정보공유센터(Information Sharing Center, ISC)가 싱가포르에 있는 것이 주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Parameswaran 2016). 즉, 싱가포르가 정보의 융합을 주관하고 있어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이미 20여 개국이 가입한 ReCAAP에 가입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가 2004년에 해적 퇴치를 위해 결성한 ‘말라카 해협 순찰’의 경우도 3국은 관장 범위를 말라카 해협과 싱가포르 해협으로 국한하고 있고, 당면한 실질적 문제인 해적 퇴치와 관계없는 지역으로 외연을 넓히는 것에 유보적이다. 한편, 동남아 국가들이 아세안 차원의 정보 공유를 위한 ‘우리의 눈(Our Eyes)’을 작동시키기 위해 협의 중이지만, 아직 초보적인 논의 단계에 있다. Our Eyes는 테러, 극단주의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네시아가 공식적으로 제안하였는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3국 간의 정보 공유체(Three Eyes)로 제안되었다가 점차 확장되는 추세이다. 2019년 1월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 워크숍에 아세안 사무국과 10개 아세안 국가 모두 참가하였고 이후 관련 회의가 개최되고 있으나, 아직 실질적인 성과는 없다. 따라서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다수의 동남아 국가가 역외 국가의 기여를 수용하고 있는 가운데, 쿼드 국가인 일본, 호주, 인도가 미국과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의 관점에서 볼 때도, 결국 국가의 경제력, 정보 자산 구비, 의지의 측면에서 인태 지역에서 미국을 도울 수 있는 주요 국가는 이들 쿼드 국가이다.   Ⅲ. 일본, 호주, 인도의 기여   일본은 국내법적 제약 때문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차관 형식으로 경비함을 지원해 왔지만, 최근에 무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하면서 군사 장비 공여에 나서고 있다 (김정선 2017). 2014년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정해 사실상 무기수출 금지 조치를 폐지했고, 2017년에는 자위대의 중고 장비를 무상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에 제공할 수 있도록 ‘재정법’을 개정하였다. 이후 공적개발원조(ODA) 형태로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정찰선, 해양 감시 레이더 등을 제공하고, 운영을 위한 지원팀을 파견하고 있다. 2020년 8월에는 일본 미쓰비시사(Mitsubishi Electric Corp)가 필리핀에 4기의 레이더를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2022년 11월 납품이 시작되어 2024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한편, 일본은 우주에 기반을 둔 해양안보에 관심이 많은 베트남의 위성 발사를 돕고 있다. 2008년에 첫 번째 통신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던 베트남은 2013년에 고해상 ‘지구 관측 위성’을 궤도에 올린 바 있다. 베트남과 일본은 2017년에 위성정보 교환 협정을 체결하였고, 다수의 ‘베트남 우주 센터(Vietnam Space Center)’ 소속 연구자가 일본에서 수학하고 있다. 베트남은 일본의 도움으로 베트남 과학기술로 제조한 소형 지구 관측 위성인 MicroDragon을 2019년 1월에 일본 우주센터에서 발사하여 궤도에 올리기도 하였다. 일본전기주식회사(NEC)는 2023년까지 베트남에 지구관측 위성인 LOTUSat-1을 수출하고 지상 기지국을 세워주는 총 1억 8,600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동 사업은 일본국제협력단(JICA)이 인공위성 개발에 공적개발원조를 지원하는 첫 번째 사업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 치바 대학 등이 인도네시아 국립항공우주연구소(LAPAN)의 SAR 탑재 초소형 인공위성 발사 프로젝트에 협력하고 있다 (안형준 2020).   호주는 1987년부터 1997년까지 20여 년간 남태평양 지역에서 ‘태평양 순찰선 프로그램(Pacific Patrol Boat Program, PPBP)’을 수행했고 이어 ‘태평양 해양안보 프로그램(Pacific Maritime Security Program, PMSP)’을 가동 중이다. 호주는 남태평양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남아에서도 역내 국가의 ‘해양 능력 배양’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인도의 경우, 싱가포르,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등에 방산 수출을 하고 있으며 군사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인도는 ‘해양상황 인지’ 능력의 배양에 관심이 많은데, 인도양이 광활하여서 ISR 능력을 종합적으로 갖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역내에서 중국 어선이 IUU 어업을 일삼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해양환경에 대한 산발적인 정보들을 통합할 수 있는 ‘해양상황 인지’ 능력 배양이 중요하다. 60년 역사의 우주 프로그램을 가진 인도는 우주 개발을 가속하고 있으며, 비행 초기 단계에 위성을 추적하는 지상 기지를 안다만 니코바 제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동부 비아크, 모리셔스에서 운영하고 있다. 2016년에 인도가 베트남에 ‘위성 트래킹 및 위성사진 감시탑(satellite tracking and imaging centre)’을 설치하였는데, 인도는 베트남이 인도의 허가 없이도 인도의 위성에서 영상 사진을 직접 송신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로이터」 2016). 베트남이 지구 관측 위성으로 농업, 과학, 환경용 영상을 받지만, 이미징 기술 강화로 위성사진을 군사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2018년 1월에 개최된 아세안-인도 정상회의의 선언문 23조에서는 아세안과 인도가 우주 공간에서 협력을 지속하기로 합의하였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양국 정상이 2018년에 ‘인태에서 양국 해양 협력에 관한 공통 비전’을 선언하였다.   이처럼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이 인태 지역 국가의 해양능력 배양을 명분으로 개별 국가 차원에서 또는 소다자의 형태로 ISR 자산 제공과 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있다. 2016년에 체결된 ‘미국, 호주, 일본 간 삼자 정보공유 협정’으로 삼국은 높은 수준에서 민감한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향후 삼국이 ISR 자원이 부족한 인태 지역 거점 국가들에 고급 ISR 정보를 제공하면서, 역내 국가의 조기 경보 체제, 해양 순찰 및 정찰 시스템, 항공 정찰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방향으로 기여의 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가 궁극적으로는 중국을 염두에 둔 정보 네트워크로 진화하는 데 쿼드 국가 상호 간의 협력과 역내 국가에 대한 쿼드 국가의 기여가 필수적이다.   Ⅳ.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시사점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서는 한미일 미사일 방어체제 등 안보협력을 추동하고, 동남아 및 인도양 지역에서는 ISR 자산 공유와 정보 제공을 통해 자국이 주도하는 인태 지역 안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미일 미사일 방어 협력은 동북아 차원을 넘어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의 일부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이에 동참하지 않을 시,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상에서 ‘2류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안보협력의 복원과 더불어 한국의 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체제 편입을 거세게 압박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한국이 급속하게 한일관계를 복원하기 어렵고 중국의 안보적 이익도 고려해야 하므로 한미일 미사일 협력을 급속히 추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면 미국 주도 안보 네트위크에서 한국의 위상이 격감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취할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한미일 안보협력이 장기간 정체된다면, 한·미·호·(일) 안보협력을 대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둘째는 한미일 미사일 방어 협력을 넘어서 큰 틀에서 인태 지역 미국 주도 정보 네트워크 강화에 한국이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을 제시하며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 개선이 여의치 않아 한미일 안보협력 정체가 길어진다면, 한·미·호 또는 한·미·일·호 안보협력 관계를 대안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언론 보도로는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시 미국이 한미일 군사훈련 시행을 요청하였으나 한국이 거부하였고, 의도인지 우연인지는 확인이 불가하나 한국, 미국, 호주 해군이 2017년 11월 6~7일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차단을 위한 연합 해양차단훈련을 시행했다. 한국이 당시 중국과의 사드 분쟁으로 인한 경색 관계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고려하여 한미일 군사훈련에 유보적이었고, 대신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여 한·미·호 군사훈련을 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처럼 한·호 안보협력을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네트워크상에 위치시키고, 그 역할과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 호주 총리가 이미 2017년 8월 북한이 미국을 미사일로 공격하면, 미국과의 동맹조약을 발동하여 미국을 방어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는 등 호주는 한반도 안보에 관심이 크다. 호주가 북한의 불법 환적을 감시하기 위해 2018년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해상초계기와 호위함을 일본 근해에 배치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정부가 2022년 12월에 발표한 인태 전략서에서 한·미·호 안보협력을 강조한 것은 고무적이다.   한국과 호주는 외교·국방 장관 2+2회담, 정례 군사 훈련, 방산협력 등을 통해 안보협력을 증진하고 있다. 역내에서 미·일·호주·한국이 참여하는 군사훈련이 다수 실시되고 있다. 한·호 안보협력이 한일 안보협력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호주가 미국 및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급진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호주가 준동맹의 관계로까지 안보협력을 증진시켰고, 양국은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에서 북방축과 남방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호주와 일본이 2022년 1월 ‘상호 접근 협정(Reciprocal Access Agreement)’을 체결함으로써, 대규모 호주군이 일본 영해에서 일본과 군사훈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북한이 향후 북극성-3호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신포급 또는 개량형 고래급 탄도미사일잠수함(SSB) 전력을 강화하면, 한국이 미국, 호주 등과 한반도 근해에서 연합훈련을 강화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7개국이 초계기와 호위함 등을 파견해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을 감시 중인데, 북한의 도발이 재개되면 동북아 해상에서 미국과 호주가 주도하는 다자 군사훈련이 시행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2019년 10월 한국 해군과 호주 해군이 포항 인근 해상에서 제6차 해돌이-왈라비 훈련을 실시하였을 때, 호주가 사상 처음으로 이지스함을 투입하여 양국이 북한 잠수함 및 SLBM 대응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한국은 2019년 11월 호주 해군이 주최한 ‘2019 서태평양 잠수함 탈출 및 구조훈련(PAC-REACH 2019)’에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함께 참여했다. ‘서태평양 잠수함 탈출 및 구조훈련’은 잠수함 조난 사고에 대비해 사고 해역에 인접한 국가들이 함께 승조원을 구조하기 위한 훈련이다. 또한, 호주는 한미 간 해병대 군사훈련인 ‘쌍용’에 간헐적으로 참여해 온 경험도 있다. 동해상에서 한국과 일본의 공동 군사훈련이 국민정서상 아직 받아들여질 수 없는 반면, 미국, 호주와의 군사훈련은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고 있다. 미국, 호주, 인도 등이 미국 유인 초계기 P-8 포세이돈(Boeing P-8 Poseidon), 무인 해양 초계기 MQ-4 트리톤을 운영하고 있는바, P-8을 도입한 한국이 공동 훈련을 수행할 수 있다. 호주의 대잠용 소나 시스템 기술이 발전되어 있는바, 한국이 이를 해군 자산에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둘째, 한국이 동북아에서 한미일 미사일 방어 협력을 급속히 추진하는 것이 어렵다면, 대안으로 인태 지역에서 미국,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동남아 주요 국가의 해양능력 배양과 ‘해양상황 인지’ 능력 향상에 기여함으로써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네트워크상에서 위상을 높여 가야 한다. 쿼드 국가들은 이미 상호 협력하고 있다. 일례로 인도는 미국과 2018년에 개최된 양국 간 첫 번째 장관급 2+2 회담에서 ‘통신 상호운용성 및 보안 협정(Communications Compatibility and Security Agreement, COMCASA)’을 체결함으로써 인도가 미군의 정보 공유 네트워크인 ‘링크-16 (Link-16)’에 연결될 수 있게 되었다. 2020년에는 미국과 인도가 군사지리 정보 공유를 위한 ‘기본 교류협력 협정(BECA)’을 체결하였다. 미국의 군사지리 정보를 활용해 인도가 순항 및 탄도미사일의 목표물을 추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도와 일본의 경우, 인도 안다만-니코바르 제도의 주도인 포트블레어(Port Blair)와 첸나이(Chennai)를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 건설에 일본전기주식회사(NEC)가 참여하고 있다. ‘안다만-니코바르 제도’는 중국, 한국, 일본의 최대 무역 통로이자 원유 수입 통로인 말라카 해협에 가까이 있고, 태국, 말레이시아, 미얀마와의 해상 경계선에 있어 ‘해양상황 인지’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인도의 주요 군대가 배치되어 있어 원활한 통신 접속이 군사적으로 중요한데, 민감한 군사 통신 시설의 건설을 NEC가 맡은 것이다.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와 미국·호주 동맹의 정보 자산 공유를 중시하는 호주는 인태 지역에서 쿼드 국가와의 사이버 협력 연대를 조성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일례로, 미국과 남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인프라 투자로 인한 안보상의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에서 협력하고 있다. 중국의 광섬유 케이블 건설 사업 제안을 거부한 미크로네시아 연방에 미국이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호주도 미국과 함께 남태평양 지역의 통신 인프라 구축에 자원을 조달하고 있다. 인도와는 2020년 6월에 개최된 양국 정상회의에서 ‘사이버 및 사이버 활용 핵심기술 협력에 관한 기본합의(Framework Arrangement on Cyber and Cyber-Enabled Critical Technology Cooperation)’를 채택하였다. 일본과는 2015년부터 매년 ‘호주·일본 사이버 정책 협의(Australia-Japan Cyber Policy Dialogue)’를 개최하고 있다. 호주는 2021년 11월에 화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첨단기술 및 사이버 분야 정치지도자, 산업계 전문가, 학계 인사, 시민사회 인사 등이 참여하는 ‘시드니 회의(The Sydney Dialogue)’를 개최하였다.   한국이 일본, 호주, 인도처럼 미국과 인태 지역 IRS 자산 공여 및 정보 제공에 참여하는 것에는 기회 요인과 부담 요인이 있다. 한국은 한국-아세안 해양 협력과 아세안을 대상으로 한 한국-주요 역외 국가와의 해양 협력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데, 쿼드 국가와 해양능력 배양에 협력하는 것은 한국의 역내 안보와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도 퇴역 함정 공여 등을 활발히 전개해 왔는데, 이를 통해 한편으로는 아세안 국가의 해양 안보에 기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함정과 항공기 등 방산 물품을 수출하는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 동참 요구에 따라 한국 정부가 한국의 지역정책과 미국 인태 전략의 연계 고리로 제시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해양안보이기도 하다. 한국이 개별적 차원을 넘어 미국 등 쿼드 국가와 협력하게 되면,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반면에 부담 요인은 중국이 쿼드 국가가 역내 국가의 해양안보 능력 배양에 기여하는 목적이 표면적으로는 역내 비전통안보 이슈에 대한 대응이지만, 공여국과 수혜국의 특성상 중국의 군사적 부상에 대비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여국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이고, 주요 수혜국은 미국의 동맹국 또는 중국과 안보적 대립 관계에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역내 국가와 쿼드 국가의 안보협력이 급증하고 쿼드 국가가 역내 국가에 제공하는 공여의 질과 양이 향상되면서, 중국도 본격적으로 역내 국가의 해양능력 배양에 뛰어들 것이다. 현재 중국 공여의 양과 질이 낮은 실정이지만, 중국이 대규모 선박 건조 능력을 갖추고 있고 퇴역 함정도 많은바, 중국이 언제부터 공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인지가 관심사이다.   그런데 비전통안보에 대한 기여라는 명분이 있는 한, 중국이 한국의 참여를 대놓고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한국은 한편으로는 쿼드 국가와의 해양협력에 참여하면서 비전통안보에 기여한다는 명분과 방산 수출이라는 실리를 얻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중 양국 모두가 참여하거나 미국이 배제되는 소다자 해양협력에도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이 일본과의 협력을 끌어내야 할 분야 중 하나가 위성항법시스템(GNSS) 개발이다. 위성항법시스템은 신무기뿐만 아니라 비전통안보를 위한 해양안보에도 필수적이다. 현재 글로벌 차원에서 위성항법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인데, 2020년 중국이 Beidou 체계를 완성함에 따라 역내에서 미국 GPS와 중국 Beidou 간 경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본과 인도는 지역 차원의 위성항법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지역 차원의 위성항법시스템 구축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2018년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orea Positioning Systеm, KPS)’ 구축 계획을 발표하였고, 2035년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현재 예산 예비타당성 검토 중이다. 2020년 국방부 국방중기계획(2021~2025년)에서도 한국군 단독의 GPS 추진을 표명했다. 향후 미국, 일본, 인도 등과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Ⅴ. 결론   지금까지 미국이 자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 강화를 지속해서 추구하면서,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과 ISR 자산 공유 및 정보 제공을 강조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양국의 국내 정치 요인과 중국에 대한 고려 때문에 한미일 안보협력을 급진전시키는 것이 부담된다면, 한국은 한편으로는 호주를 중간 조정자로 활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태 지역에서 ISR 협력을 강화해 나가면서 쿼드 및 역내 국가와 신뢰와 협력의 습관을 쌓아 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의 대안으로 단기적으로 한·미·호·(일) 안보협력을 추동하고, 인태 지역에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쿼드 국가와의 ISR 협력을 증진시키는 데 고려해야 할 점은 한국과 비교할 때 일본과 호주의 안보적 위상이 급격히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양국은 이미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의 북방축 및 남방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의 경우, 호주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 안보협력을 급진전시키고 있다. 호주도 2021년에 체결된 ‘미·영·호 안보파트너십(AUKUS)’이 상징하는 것처럼 미국 주도 첨단기술 연대에서 핵심국가로 자리매김했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에서 일본과 호주의 하위 노드(node)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미국, 호주, 인도와의 양자 안보협력 진전 속도가 느리다. 미·일·호, 미·일·인도 삼자 안보협력이 증진 중인데, 호주와 일본이 참여하는 소다자 안보협력과 비교하면 한국이 참여하는 소다자 안보협력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따라서 비대칭성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호주, 아세안, 유럽 국가뿐만 아니라 일본과의 양자 안보협력도 가속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인태 지역 정보 공유와 관련하여 주목할 것은 미국의 2022년 국방수권법안이 한국의 평택 미군기지에 인태 지역 거점 정보융합센터를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는 점이다. 동 센터가 설치된다면, 동북아 지역의 정보 융합에 어떠한 기능을 할 것인지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정선. 2017. “日, 중고 군사장비 동남아에 무상제공 추진...무기 확산 논란.” 「연합뉴스」. 1월 19일. https://www.yna.co.kr/view/AKR20170119041000073   「로이터」. 2016. “인도, 중국을 감시하기 위한 인공위성 추적 시스템을 베트남에 설치하기로.” Indo·Pacific Defense Forum. 2월 11일. https://ipdefenseforum.com/ko/2016/02/인도-중국을-감시하기-위한-인공-위성-추적-시스템을/   안형준 · 송치웅 · 유지영 · 김태양. 2020.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구축을 위한 국제자원 확보 전략 연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책용역 보고서. 온-나라정책연구. http://www.prism.go.kr/   이정훈 · 박재적. 2020. “인도·태평양 지역 ‘해양상황인지’ 현황과 ‘쿼드(Quad)’ 국가의 기여: 쟁점 및 전망.” 『국가안보와 전략』 20, 1: 1-40.   최현호. 2020. ““중고 무기 기부할때 최신형도 덤으로” 방산수출 마중물 전략.” 「중앙일보」. 1월 31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694766#home   톰 아브케. 2022. “인도 태평양 융합 센터, 해양 위협에 대비한 전열 구축.” Indo·Pacific Defense Forum.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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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적 2023-03-31조회 : 8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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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력의 미래비전 시리즈] ④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 협력의 가능성

서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 삼국 협력은 가능할 것인가? 만약 가능하다면 어떠한 모습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본고의 목적은 인도-태평양에서 한미일 협력의 가능성을 밝히는 데 있다. 한미일 협력은 전통적으로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유롭고 열린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기능별 연대 형성에 적극 노력하며 동맹국 간 협력을 촉진하고, 특히 한일 관계 개선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지역 협력으로서 한미일 연대라는 아젠다가 부상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한미일 협력에 대해 사카타 야스요(阪田恭代)는 2021년 봄부터 여름까지 바이든 정권의 입장과 미일 및 한미 공동 성명 등을 검토하고, 한미일 삼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협력을 적극 모색하는 움직임이 부상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삼국 협력에 관하여 나라마다 온도 차가 있어 구체적인 협력 실현은 당시로서는 아직 멀었다고 평가했다(Sakata 2021). 그 후 일본에서는 2021년 10월 4일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출범하였고, 한국에서는 2022년 3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에 의하면 한국과 일본은 관계 개선을 중시해야 할 이유가 있으며, 북한이나 러시아, 그리고 인도-태평양 전략을 놓고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고 있다(西野純也 2022). 이에 본 원고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일 및 한미 협의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고, 삼국 협력이 가능한 분야를 검토하고자 한다.   Ⅰ. 인도-태평양에서 미일 협력과 한미 협력   사카타가 지적했듯, 인도-태평양에 관한 한미일 협력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적극적인 자세를 명확히 했다.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은 일본 및 한국 방문에 앞서 2021년 3월 14일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논평(Op-ed)에서 동맹국 간 관계 강화 노력에 주력할 방침을 표명했다. 두 장관은 한미일 세 나라가 북한의 핵무기나 탄도 미사일 대응에 더해 민주적 가치 옹호와 기후 변화, 사이버 안보, 보건 안보, 팬데믹 대처, 경제 관계 강화에서 이미 협력 중이며, ‘인권, 민주주의, 법치 원칙의 존중에 근거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은 한미일이 공유하는 목표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중국이 이러한 국제 질서에 위협적으로 도전해 오고 있으며, 한미일이 힘을 모아야만 중국의 도전을 방어할 수 있다고 하였다(Blinken and Austin 2022).   바이든 정부의 입장은 이후 일본 정부 및 한국 정부와의 공동 성명에 반영되었다. 2021년 3월 16일 미일 안전보장 협의 위원회(SCC), 이른바 ‘2+2 공동 성명’의 제3절은 “일본, 미국 및 한국의 삼국 간 협력은 우리가 공유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 평화 및 번영에 불가결하다” [1]라며 미일 공식 문서 중 처음으로 한미일 협력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맥락에서 언급하였다(Sakata 2021). 같은 해 4월 16일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당시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북한 대응이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미일 삼국 협력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일치하며, 이러한 협력을 추진해 갈 것을 확인하였다”라고 밝혔다(首相官邸 2021). 2022년 1월 7일 SCC의 공동 성명에서도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에서 공유된 안전, 평화 및 번영에 불가결한 한미일의 양국 및 삼국 간 협력 강화에 동의하였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었다(外務省 2021a). 단, 1월 21일 미일 화상 정상회담 후의 발표문에서는 “기시다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공통의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간 긴밀한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안전보장 이외의 분야에 관해 한미일의 강건한 삼국관계가 불가결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와 같이 다소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였다(The White House 2022a).   한편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여를 한미관계의 맥락에서 해석하는 자세를 유지하였다. 2021년 3월 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의 공동 성명에서는 한미일 협력의 목적이 인도-태평양 협력이라고 명시하지는 않고, 한미가 함께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전보장, 번영 증진을 위해 협력해 나간다고 하였다(U.S. Department of State 2021). 미국과 한국은 바이든 정부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과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을 합치해 나아간다는 접근으로 정책 조정을 도모했다. 신남방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북아 플러스 책임공동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세 가지 방안 중 하나로(이 밖에 ‘동북아 평화협력 플랫폼’과 ‘신북방정책’이 있다), 2017년 11월 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 시 나왔던 이니셔티브다. 동북아 평화협력 플랫폼은 ‘평화의 축’으로,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은 ‘번영의 축’으로 여겨졌다(李鍾元 2020). 신남방정책은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인간 공동체’, ‘평화 공동체’, ‘공생-번영 공동체’ 조성으로 발전시켜, 주변 4국(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과의 실질적인 협력과 함께 인도와의 ‘특별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전략적 협력 및 경제 협력 강화를 목표로 했다. [2]   또한 신남방정책은 미중 대립이나 코로나 발생에 대응하는 협력 이니셔티브를 발전시켜, 2020년 11월 발표된 ‘신남방정책 플러스’로 변화하였다. 신남방정책 플러스에서는 1) 포괄적인 의료 협력 2) 인재 육성을 위한 한국 모델 공유 3) 상호 문화 교류 촉진 4) 호혜적이며 지속 가능한 무역과 투자의 실현 5) 지방 촌락의 지원과 도시 인프라 개발 6) 신흥 산업 분야 협력 7)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 실현을 위한 협력 등 7가지 노력이 제시되었다(Kim 2021).   문재인 정부는 2020년 8월 트럼프 정부와 ‘인도-태평양 전략, 신남방정책 대화’를 개최했고,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앞서 서술한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 이후 약 두 달이 지난 5월 13일에 ‘아세안‧동남아시아에 관한 한미 정책 대화’라는 국장급 협의를 개최하였다(Foreign Ministry of the Republic of Korea 2021). 약 1주일 후인 5월 21일 공동 성명에서 한미 양국의 지도자는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에 해를 입히거나 국제 질서의 불안정을 초래하거나 국제 질서에 위협을 가하는 어떠한 활동도 반대하며, 포괄적이고 자유로우며 열린 인도-태평양의 유지에 합의한다”라고 밝히며,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비전을 합치시켜야 하고, 안전하고 번영하는 역동적 지역을 만들어 내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The White House 2021a). 한미 양국은 상기한 두 차례 실무 협의를 통합하여 2022년 2월 9일 ‘제1회 동남아시아 및 대양주 정책에 관한 한미 대화’를 개최하고 ‘동남아시아와 대양주 정책상 우선 과제와 협력’, ‘협력 가능성이 있는 횡단적 테마의 분야’라는 의제에서 인도-태평양 전략과 신남방정책의 조정을 도모하는 협의를 실시했다(Foreign Ministry of the Republic of Korea 2022).   Ⅱ. 한미일 협력 분위기 고조   앞서 논한 것과 같이 일본은 한미일의 틀 안에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을 포함하려 한 바이든 정부의 삼국 협력 어프로치에 호응하는 자세를 보였으나, 문재인 정부는 어디까지나 신남방정책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조정하는 양국 간 접근법을 유지했음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2022년 들어 바이든 정부는 다시 한일관계 개선을 전제로 한 인도-태평양에서의 한미일 협력을 추진하는 외교를 펼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제1회 동남아시아‧대양주 정책에 관한 한미 대화’ 직후인 2022년 2월 11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 협력을 추진할 방침을 명시했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제4절에서 한미일 협력에 대해 계속 언급하는 한편, 외교 관계 강화에 관한 제2절에서는 미국의 동맹국 간 관계 강화를 촉구하며 ‘한국과 일본’을 예시로 들었다(The White House 2022b, 9, 13). 또한 문서의 말미에 열거된 ‘액션 플랜’에서는 ‘한미일 협력의 확대’를 독립된 이니셔티브로 다루며, 대북 대응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원조 및 인프라, 중요 기술, 공급망 측면의 과제, 여성의 리더십 및 권리 등 의제에서도 협력해 나감으로써 삼국이 협력의 틀 안에서 지역 전략을 현재 수준 이상으로 조율해 나간다는 의지를 표명했다(The White House 2022b, 17).   바이든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표하고 하루 뒤 2월 12일에는 5년 만에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호놀룰루에서 열렸다. 세 나라 외교장관은 공동 성명에서 “삼국이 포괄적이고 자유로우며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공통의 인식을 지니는 것을 강조하고,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 존중을 공유하며, 삼국 간 협력 관계를 한층 더 확대할 것을 약속했다”라고 밝혔다(外務省 2022b). 이 공동 성명에서는 북한 문제나 우크라이나 위기, 미얀마 등을 언급하며 중반에서는 “이 지역의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긴장을 높이는 어떠한 행동도 강하게 반대할 것”을 표명했다. 말미에서는 “규범에 기초한 경제 질서를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및 세계 번영을 확보하기 위한 삼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삼국의 협력 분야로서 기후 위기, 중요 공급망, 젠더 평등 및 권리, 개발 금융, 코로나19 팬데믹, 더 나아가서는 정보 안보 및 사이버 안보의 강화, 민주적인 가치 및 보편적 인권 존중에 기초한 중요 신흥 기술의 혁신 촉진을 포함해 경제 안전 보장 분야에서도 연대해 나아갈 방침을 확인했다(外務省 2022b).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2022년 3월 선출된 윤석열 대통령이 ‘글로벌 중추국가’를 주장해 동맹이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을 존중하고 지역 및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침을 내세웠다는 것이다(「ニッポンドットコム」 2022).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이 일본에 파견한 정책협의 대표단과 면회하는 등 관계 개선 의향을 시사하였다(安倍龍太郎 2022). 양국 정부의 전향적 움직임은 2023년 3월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 과정에서 협력하겠다는 양국 정상의 합의로 이어졌다.   Ⅲ. 기능 분야별 삼국 협력 가능성   이러한 움직임을 보면, 한미일의 인도-태평양 협력을 촉진하고자 하는 기운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이든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니셔티브를 전개하고자 하는 기후 변화 정책과 팬데믹 대책, 경제 관계 강화 등 3가지 분야는 한일 양국이 삼국 협력을 진전시키기 쉬운 분야로 여겨진다. 이 세 분야에 대해 지금까지 미일과 한미 간 협력을 확인하고 어떠한 개별 정책 과제로 협력이 가능한지 검토하고자 한다.   1. 기후 ‧ 클린에너지   기후 변화에 대해 미일 양국은 2021년 4월 정상회담에서 ‘야심찬 탈탄소화 및 클린에너지에 관한 미일 기후 파트너십’이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으며(外務省 2021c), 한미 양국도 같은 해 5월 정상회담의 공동 성명에서 기후 변화와 클린에너지를 위한 협력에 합의했다(The White House 2021). 한미일이 연대할 수 있는 일은, 이미 미일 및 한미 간 방향성을 확인하고자 노력 중인 ‘2050년까지 세계 온실 가스 배출을 실질적으로 제로로 달성한다’라는 목표에 합치하도록 인도-태평양 국가들을 위한 민관 투자를 정비해 나가는 것이다.   일본과 미국은 이미 미일 메콩 전력 파트너십(JUMPP)이나 미일 클린에너지 파트너십(JUCEP)이라는 프로그램을 수립한 바 있으며, 한국의 참가 여부 검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과 미국은 탈탄소화를 위해 자연 유래 솔루션에 관한 정보 교환과 함께 해양 폐기물이나 플라스틱 오염에 대해서도 국제 회의를 주도하는 협력을 도모하고자 하며, 이러한 계획에 일본도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인도-태평양 국가들을 끌어들여야 할 것이다.   특히 한미일은 기후 변화 문제의 근저에 있는 에너지 문제를 중요한 정책 과제로 두고 있다. 미일 및 한미 양국 간 클린에너지 기술 협력 진전이 확인되고 있으나, 재생 에너지 및 에너지 저장 기술(수소 에너지, 리튬 이온 전지 등)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로 불리는 분야에서 삼국 협력을 모색하여 이를 인도-태평양 국가에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도해야 한다.   2. 보건 안보   한미일은 향후 팬데믹을 예방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미일과 한미 간에도 이와 같은 협력 관계를 확인하였다(外務省 2021d). 의료 분야에서는 미국과 양국 협력을 넘어 다국 간 협력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효과적이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백신 제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호주, 일본, 인도(QUAD)가 백신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노력 중이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안전하고 유효한 적정 가격의 백신을 제조, 조달 및 배송하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어 쿼드 백신 파트너십에 한국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또한, 팬데믹이 언제든 인도-태평양 지역에 급작스레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의료 기기와 자재의 제공이나 보건 안보에 관한 비용 등의 측면에서 한미일은 자원 풀을 확보하여 효과적인 대처를 위한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한미일은 감염증 대책을 위한 세계건강안전보장 아젠다(Global Health Security Agenda)의 가입국으로서 이 분야에서 우선시해야 할 과제에 대해 합의하고, 각종 계획을 창출하여 가입국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   3. 경제 관계 강화   바이든 정권이 CPTPP에 복귀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만큼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내세울 방침을 표명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의하면 IPEF는 높은 수준의 무역 촉진, 디지털 경제 거버넌스, 공급망의 강화와 안전보장 향상, 투명하고 높은 수준의 인프라 투자 촉진, 디지털 연계 강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The White House 2022). 또한, 2022년 5월에 출범한 IPEF는 1) 무역 원활화와 디지털 무역 2) 공급망 강화 3) 인프라와 그린 테크놀로지(탈탄소화) 4) 세금과 반부패라는 4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각국은 희망하는 분야에 참가할 수 있는 구조이다(Hoyama 2022; Meltzer 2022). 한국과 일본은 IPEF 구조에 전면 참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경제적 관여를 한미일이 일치시켜 강화해 나갈 기회가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당시)이 2022년 4월 초순 워싱턴에 파견한 대표단은 미국과의 간담회에서 “한국도 책임 있는 주요국으로서 역내 경제 질서를 함께 구축해 나갈 것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하였다”며(朴熙昌 2022), 한국 정부는 IPEF 가입을 검토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세울 것이라고 전해 왔다(Yonhap News Agency 2022). IPEF는 미국의 CPTPP 가입에 필적할 만한 경제 효과는 없다고 보는 냉소적인 시선도 있으나, 미국의 지역적 규모의 경제 관여 전략이 전무한 상황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기시다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차선책으로라도 IPEF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확대하기 위한 외교를 바이든 정권과 함께 연대하여 전개해야만 한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에서 CPTPP 가입을 신청하여 윤석열 정부가 가입 교섭을 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에(「中央日報」 2022), 일본도 한국의 가입을 지지하여 높은 수준의 자유 무역망 확대를 계속해서 추진해 나가야 한다.   Ⅳ. 전략적 협력의 모색   앞 절에서 서술한 세 가지 분야에서 한미일 협력은 이미 어느 정도 실적이 있는 분야들이었다. 반면 장벽이 높은 협력 분야로서 한일 간의 오랜 문제인 수출 관리 문제,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대만 유사 사태라는 문제가 있다. 두 가지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곧바로 적극적인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유롭고 열린 지역 질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피해선 안 될 문제이다. 특히나 한일의 정치 지도자는 리더십을 발휘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기에 본 절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1. 첨단 기술 협력   미일은 2021년 4월 ‘미일 경쟁력‧강인성(CoRe) 파트너십’을 내세워 경쟁력, 혁신을 위한 미일 협력 분야로서 5G와 차세대 이동통신망(6G 혹은 Beyond 5G), 사이버 안보 능력의 구축, 국제 표준 책정, 반도체를 포함한 중요 기술 육성 및 보호와 공급망 관리, 게놈 해석을 포함한 바이오 테크놀로지, 양자 기술 등을 제시하였다(外務省 2021d). 한편 한미는 2021년 5월 정상회담에서 공표한 팩트시트(Fact Sheet)에서 반도체에 관한 상호 보완적인 투자, 인공지능(AI)이나 6G 관련 공동 연구 및 개발, 5G 오픈 RAN 기술의 개발과 표준 정책, 민생 우주 협력(아르테미스 기획 참가), 한국산 위성 측위 시스템 등을 열거하고 있다(The White House 2021b).   첨단 기술에서 한일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염두에 둔다면 사용 원칙에 관한 합의와 보급, 공급망에 관한 협력이 가능하다. 미일은 2021년 9월 24일 쿼드 정상회담에서 ‘기술 설계, 개발, 거버넌스 및 이용에 관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원칙’을 내세워, ‘보편적인 가치의 옹호’, ‘신뢰성, 건전성 및 강인성의 구축’, ‘과학기술의 프런티어를 추진하기 위한 건전한 경쟁과 국제 협력의 촉진’이라는 3가지 섹션에서 각종 원칙을 정하였다. 이중에는 ‘기술은 권위주의적인 감시나 억압 등 악의를 지닌 활동, 테러 목적, 혹은 허위 정보 유포를 위해 오용 또는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등의 원칙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은 이러한 원칙을 지지할 국가이기에, 한미일에서 공유 가능한 첨단 기술 사용 원칙에 대해 합의하여 인도-태평양 및 그 외의 국가들에게 기술 수출에 대한 방침 합의를 도모해 나가야 한다.   또한 한미일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기술 공급망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리스크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협력 강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한미는 2021년 5월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서 한미 공급망 및 태스크 포스나 양국 간 투자 심사 협력 워킹그룹 설립을 모색한다고 하였다(The White House 2021b). 한편, 미일 역시 기시다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1월 22일 화상 정상회담에서 각료 수준의 미일 경제정책 협의 위원회(경제판 ‘2+2’)의 설립에 합의하고(外務省 2022a), 2022년 7월 첫 회의를 개최하였다. 한미일은 우선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급망에 미치는 리스크에 대한 정보 교환이 가능한 장(場)의 형성부터 고려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의 제정을 진행하고, 한국 정부는 국가 첨단 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반도체특별법)을 제정하여 경제 안전보장을 위한 공급망 관리에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한일 혹은 한미일 협력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정치적인 리더십이 한일 상호 간에 요구된다.   2. 새로운 안전보장 협력   지금까지 미일동맹은 북한과 중국의 억지와 대처, 한미동맹은 북한의 억지와 대처를 염두에 두고 각종 방위, 안전보장 협력을 진행했다. 북한은 계속해서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기에 한미일이 지속적으로 북한 문제 대응을 둘러싸고 긴밀히 협의하여 알맞은 대응을 해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편, 최근 수 년 간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문제로서 주목을 받는 것이 중국에 의한 대만 무력 통일의 가능성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보고 중국이 대만 공략에 대한 생각이나 판단을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가 화제가 되었으나, 실제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을 행사한다고 한다면 언제 어떠한 형태를 띨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혹여나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 공격을 한다면, 미국이 어떠한 손도 쓰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인 대응을 늦춰야 하기에, 주일미군 또는 주한미군 부대를 다양한 수단으로 공격할 가능성을 상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일동맹과 한미동맹, 나아가 미국-호주 동맹이 중국의 무력 행사를 억지하는 기능을 발휘할 것이 요구된다.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도록 배려가 필요하면서도, 눈에 띄지 않는 형태로 새로운 방위협력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동북아시아와 인도-태평양에서 한미일에 유리한 군사력 균형은 유지되지 않는다. 한일 간 방위 협력 진전에 장벽이 있는 것은 틀림없다. 우선 불협화음이 억지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위기감을 공유하는 데서부터 한미일 방위 및 외교당국 간 협의를 진행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한국에게 대만 주변 해역은 매우 중요한 해상 통로이기 때문에 사태 대처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머지않아 미국과 일본, 한국이 호주도 끌어들여 대만의 유사시 대응책에 대해 비밀리에 협의하여 역할, 임무의 분담이나 이에 필요한 능력이나 체제 정비를 도모하여 중국의 무력 행사를 억지하고, 나아가 지역 평화와 안정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결론   한미일이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연대할 수 있게 된다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유롭고 열린 질서 형성이 쉬워질 것이다. 본고는 한미일 협력을 실현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망라하여 논하지는 않았다. 다만 기후 변화, 에너지, 보건 안보, 역내 경제 관계 강화 등의 분야는 미국과 일본, 한국이 이미 협력하고 있으며, 삼국 간 협력의 틀이 만들어지면 더 큰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첨단 기술이나 대만 유사 사태에 관한 전략적인 협력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고, 장벽이 높은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실현되기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우선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한 것은 주지한 대로이며, 특히 수출규제 문제와 역사 문제라는 커다란 장벽이 가로놓인 상황에서 2023년 3월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하며 관계 개선의 진일보를 이루었다.   일본 정부가 수출무역관리령(1949년령 제378호)의 별도 표시 제3에 게재된 지역(이른바 화이트리스트 혹은 그룹 A국가)에서 한국을 삭제한 결과(2019년 8월 28일 시행) 한국 화물 수출 및 기술 제공에 대해 일반포괄허가가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経済産業省 2019).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동년 9월 18일부터 일본 수출관리 전반을 강화하여 일본을 국제 협력이 어려운 국가라고 판단하여 새로운 수출 관리국으로 구분하면서 한일관계가 근래 수 년 간 정체되어 왔다.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에 뒤이어, 2020년 3월 이후 3년 만에 한일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재개되었다. 일본은 2019년 시행한 3개 품목의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은 이 조치에 대한 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하였다. 또한 화이트리스트 지역에서 한국을 삭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원상회복을 위해 논의하기로 하였다.   한국에서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강제동원 해법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시다 수상과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 결단에 의해 사태를 타개하고자 하는 윤 대통령의 노력을 지원할 여지는 있다고 생각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담을 주최하여 한일 상호 대응을 전면적으로 지지하면서, 이와 함께 제3절에서 열거한 기능별 한미일 협력 창출을 내세우는 등의 절차를 생각할 수 있다.   최대 장벽은 역시나 한일 양국의 국내 정치이지만, 미국 대통령이나 주일, 주한 대사가 한일관계 개선을 강력하게 지지함으로써 기시다 수상과 윤 대통령을 지원하여 한일 양국 국내 여론을 진정시킬 수 있는 시도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정체된 양국 간 관계 개선에 의해 어떤 기회나 성과가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한일 상호 정치 지도자뿐만 아니라 전문가에 의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듭하여 상호 이해와 협력을 강화하고, 유연하게 정책 조정이 가능한 상대라는 신뢰감이 서로에게 생긴다면, 한국이 쿼드에 단계적으로 참가한다는 선택지도 현실화되어 갈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대중 정책에서 한국이 미국, 일본, 호주, 인도와 어디까지 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한미일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다는 이해가 한일 상호간에 확산될 것인지, 한일 양국 지도자가 어디까지 국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의해 인도-태평양에서 한미일 협력의 폭은 변화해 나갈 것이다.■   참고 문헌   経済産業省. 2019. “輸出貿易管理令の一部を改正する政令が閣議決定されました.” 8월 2일. https://www.meti.go.jp/press/2019/08/20190802001/20190802001.html (검색일: 2022. 4. 23.)   西野純也. 2022. “韓国新政権を待ち受ける困難と日韓関係.” NPIコメンタリー、中曽根平和研究所. 3월 14일. https://www.npi.or.jp/research/data/a8db36880d985f59e3e86a1d755656405d633347.pdf (검색일: 2022. 4. 20.)   「ニッポンドットコム」.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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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 2017.     ■ 저자: 모리 사토루(森 聡)_게이오기주쿠대학 법학부 현대국제정치전공 교수. 미국의 아시아 전략, 미국의 방위 혁신 및 동맹국에 대한 영향, 미국 방위전략의 역사 등을 연구하고 있다. 교토대학에서 법학사 학위를, 컬럼비아대학교 및 교토대학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도쿄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외무성에서 일했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프린스턴대학교에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방문학자를 지냈다. 미국 외교사에 관한 저서 『베트남 전쟁과 동맹외교』(2009, 도쿄대학출판회)는 일본아메리카학회에서 우수한 학술 연구에 수여하는 제15회 히로시 시미즈 상을 수상하였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상을 수상하였고, 나카소네 평화연구소 상석연구원을 역임하고 있다.     ■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4) | hspark@eai.or.kr  

모리 사토루 2023-03-31조회 : 8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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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력의 미래비전 시리즈] “한일 신시대 2.0을 향하여: 협력을 통한 국제질서 공동 설계”_기획의도

  동아시아연구원(EAI)은 지난 2021년 발족한 한일협력의 미래비전 한일 공동연구팀의 연구 성과를 워킹페이퍼 시리즈로 발표합니다. 2023년 3월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와 한일 정상회담을 거치며 한일관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 시점에 발간되는 이번 시리즈는, 한일관계의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고 지속 가능한 포용적 역내 질서를 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미중 전략경쟁 관리를 위한 한일 양국의 역할, 한일 경제협력의 새로운 방향, 미중경쟁 속 한중일 3국 간 관계의 변화와 상호 인식 개선 방안을 제시합니다.   보고서 발간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문   1. 손열, 한일 신시대 2.0을 향하여: 한일 미래비전 공동연구 서문 [워킹페이퍼 읽기]   1부: 미중 전략경쟁의 관리와 강대국의 규칙 기반 경쟁을 위한 한일의 역할   2. 이시다 아츠시(石田淳), “공존을 위한 포컬 포인트(Focal Point)” [워킹페이퍼 읽기] 3. 전재성, “한일 안보협력: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경쟁 강화와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증강 속 협력 가능성” [워킹페이퍼 읽기] 4. 모리 사토루(森聡),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 협력의 가능성” [워킹페이퍼 읽기] 5. 박재적, “한일 안보협력 정체에 대한 대안: 한‧미‧호‧일 협력과 미국 주도 인태 지역 정보 네트워크 구축 참여” [워킹페이퍼 읽기]   2부: 자유무역질서 위기 속 공동 과제 해결을 위한 한일 경제협력   6. 이정환, “미중경쟁 시대 한일 경제협력의 새로운 방향성” [워킹페이퍼 읽기] 7. 고조 요시코(古城佳子), “불안정해지는 세계경제와 한일 협력의 가능성” [워킹페이퍼 읽기] 8. 김병연, “21세기의 한일관계: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워킹페이퍼 읽기] 9. 김태균, “인도-태평양 시대의 한국-일본 인프라 개발협력 이니셔티브: 소다자주의의 포괄적 전략화” [워킹페이퍼 읽기]   3부: 한중일 삼국의 상호 인식과 양자관계 발전 방향   10. 다카하라 아키오(高原明生), “국력을 강화하는 중국의 대미 외교와 근린 외교: 한일 협력의 계기가 될 것인가?” [워킹페이퍼 읽기] 11. 이동률, “한중의 상호 인식 변화와 한일관계의 함의” [워킹페이퍼 읽기] 12. 아사노 토요미(浅野豊美), “국민국가 형성의 단층을 둘러싼 내외 정치의 공진과 역사 화해: 한일관계를 예시로” [워킹페이퍼 읽기]

2023-03-31조회 : 7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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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력의 미래비전 시리즈] ③ 한일 안보협력: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경쟁 강화와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증강 속 협력 가능성

Ⅰ. 한일 양국의 안보 이익과 협력의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열고 공동성명에서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동맹 정책을 제시했다. 안보 관련 두 가지 핵심 안건이 있었고, 그 중 하나는 북한의 증가된 핵, 미사일 능력에 공동으로 대비하기 위한 확장억제태세의 강화였다. 양 정상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하였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해 미국의 핵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확장억제의 공약 확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미군의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하는 데 대한 미국의 공약과, 이러한 조치들의 확대와 억제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또는 추가적 조치들을 식별”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맥락에서 양 정상은 “북한의 도전에 대응하고, 공동 안보와 번영을 수호하며, 공동의 가치를 지지하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는 데 중점이 있지만, 규범 기반 질서를 강화하는 안보 분야의 한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다른 하나의 핵심은 중국에 대한 견제로, 정상회담은 중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번영하고 평화로우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유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 지역에 걸쳐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동시에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프레임워크”가 언급되어 향후 한국이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립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부분에서 포용성(inclusiveness)에 대한 언급은 없고, 이후에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언급 부분에서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의 원칙에 기초”한다고 하여 포용성이 경제 부분에 국한된 것이다. 더불어 “남중국해 및 여타 바다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을 유지하고, 항행, 상공 비행의 자유와 바다의 합법적 사용을 포함한 국제법을 존중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및 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간접적으로 중국에 대한 안보적 공동노선의 정책을 언급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한미동맹을 외교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고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Yoon 2022). 북한의 핵능력 증가와 중국의 점증하는 공세정책에 대해 한미동맹의 주요 안보 기능을 강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일 안보 협력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기시다 정부는 2022년 12월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안보문서를 발간하여 일본의 안보전략의 큰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국제정치질서가 전후에 최대의 시련을 맞이하고 있다고 정의하고, 강제에 의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에 반대하고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다차원적인 통합 방위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기시다 정부의 하야시 요시마사 외상은 같은 맥락에서 2022년 208회 국회 연설에서 일본 외교정책의 핵심을 말한 바 있다. 즉, “일본의 평화와 안전 확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중요한 외교정책의 목표로 제시하는 한편, “법의 지배에 기초한 자유롭고 열린 질서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이며 한미 양국과 “긴밀하게 연계하는 것과 동시에 국제사회와도 협력하면서, 관련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진행시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일본이 중요한 안보 위협으로 상정하는 북한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불안 요소들은 한국이 미국과 정상회담에서 상정한 두 가지 안보 전략의 핵심과 일치하는 것이다.   큰 틀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의 안보 전략의 목표는 상당 부분 공통점이 존재한다. 양국은 모두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안보전략과 점차 공진화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한일 협력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가능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전반적인 안보전략의 변화, 인도-태평양 전략의 흐름을 파악하고, 한일 양국의 안보전략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Ⅱ. 미국의 통합억제 안보전략과 동맹체제의 중요성   한국과 일본이 속해 있는 아시아의 안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중 전략 경쟁이다. 경쟁은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진행되고 있지만, 경제, 기술, 금융 분야를 거쳐 정치제도, 가치, 규범 분야로 확대되고 점차 군사, 안보 분야의 경쟁과 대립도 예상되고 있다. 미중 양국은 자강과 동맹 및 파트너 확보에 힘을 쓰고 있고 중장기에 걸쳐 벌어질 군사, 안보 대립을 예상하면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중 양국은 보건, 환경, 핵비확산 등과 같은 분야의 협력은 동의하지만, 이외 영역에서는 갈등의 소지가 크다. 2021년 11월 15일 미중 화상정상회의에서 미국은 미중 갈등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한편, 갈등의 파국을 막기 위한 가드레일 설치, 위기 관리를 주된 목적으로 제시했다(Brookings Institution 2021; The White House 2021). 중국은 미중 간 협력 가능성, 이익 조화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대중 견제 및 전략적 경쟁 노선에 대해 반대하는 견해를 보였다(CICIR 2021).   미국의 안보전략은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북한, 이란과 같은 핵개발 국가, 그리고 테러리스트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군사적 위협은 가장 중요한 위협으로 미국은 소위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의 전략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 들어 오스틴 국방장관을 비롯한 국방 관련 인사들은 미국이 중국을 중심으로 여러 현상변경세력에 대해 통합억제 전략을 추구할 것을 밝히고 있다. 아직 개념적 차원이어서 정확한 정책적 수립과정으로 연결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2022년 3월에 공개된 미국 국방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은 미국 국방전략 목적을 추진하는 첫 번째 전략으로 통합억제를 제시하고 있다(U.S. Department of Defense 2022). 미국은 전쟁 수행의 다양한 영역, 전구를 비롯한 갈등 국면의 여러 스펙트럼을 촘촘히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은 중국을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경쟁국으로 설정하고, 러시아의 침략정책에 대항하면서 북한과 이란, 테러집단의 위협이 지속하는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선에서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은 자국 국력의 여러 수단들과 동맹, 파트너 국가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고 정리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동맹 중시 전략은 이미 여러 문서들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미국은 기존의 동맹, 파트너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바퀴살 동맹체제를 변화하여 바퀴살들 간, 즉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 간의 횡적 연대를 강화하고자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 미국이 상시적으로 전진배치(forward deployment)로 대응할 수 없는 만큼 동맹국들의 적극적인 지역억제전략에 의존해야 한다고 본다(Heginbotham, and Samuels 2018). 동맹, 파트너 국가들 간 횡적 연대가 강화될 경우 오커스(AUKUS)와 같은 아시아 다자 안보기구가 확대, 강화될 가능성도 크다.   셋째, 미국은 그간 다영역작전, 혹은 전영역작전을 위한 군사혁신을 추구해왔고, 육해공 영역과 사이버, 우주 영역을 포괄하는 억제전략을 수립해 왔다. 과거 공해(air-sea battle) 전략에서 꾸준히 변화, 발전해 온 대중 군사 견제전략은 다영역작전, 태평양억제구상(Pacific Deterrence Initiative) 등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과 도련선 전략에 대항하는 통상 전략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러한 전략은 미국 자체의 혁신은 물론 동맹국의 혁신도 수반한다는 점에서 향후 한일 양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넷째, 핵과 통상전력의 통합에 의한 억제 전략이다. 중국은 과거의 최소억제전략의 핵전략을 위한 핵전력을 넘어 급속한 속도로 전력을 발전시키고 있다. 향후 미중 간의 군사 대결이 통상전을 넘어 핵무기 사용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미국은 핵전력과 통상 전력의 통합에 의한 대중 억제전략을 발전시키고 있고, 이 역시 한일 양국의 군사태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섯째, 군사적 수단과 비군사적 수단을 통합하는 억제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 양안 관계 등 향후 예상되는 중국의 현상변경 전략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한 억제전략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외교적 수단의 사용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대만의 독립 선언이 없는 상태에서 중국의 선제적 군사 통일의 시도가 있을 경우 비단 군사적 대응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반의 강력한 경제 제재, 외교적 대응이 준비되어 있을 경우 보다 큰 억제 효과를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여섯째, 첨단 기술의 지속적 개발과 이를 활용하는 억제 전략 역시 통합 억제 전략의 일부를 이루게 된다. 미국은 국방전략 2022의 요약본을 통해 미래 통합전력의 지속적인 이점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보다 빨리 취득하고 창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의 기술과 미래의 신기술을 결합한 통합억제전략 역시 계속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Ⅲ. 대미 협력을 둘러싼 한일 간 입장 차이   통합억제에서 동맹국들과의 협력, 그리고 동맹국들 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핵심 요소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 네트워크를 통합억제의 틀에서 만들 수 있는가의 문제로,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다차원 네트워크를 수립하고자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 견제 노선의 핵심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네트워크 형태의 다양화를 추진한다. 쿼드, 오커스 등 새롭게 소다자주의 제도들을 제시하는 한편, 한미일 안보협력과 같은 소다자협력 네트워크의 강화 및 다양화를 추진한다(The White House 2022). 또한 지구적 차원에서 중국의 리더십 강화를 견제하는 것으로 유럽 국가들과 미국 간 대서양 협력을 강화한다. 미국은 중국이 대내적으로 더욱 경화된 권위주의 체제를 만들고, 대외적으로는 더욱 공세적이고 강압적인 정책을 취한다고 본다.   이러한 미중 양국 간 갈등은 많은 국가들의 외교안보 전략에 큰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양국 역시 미중 관계가 자국의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데, 한일 양국의 대응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미중 관계에 대한 여러 국가들의 대응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중국의 위협에 대한 인식 부분에서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Jung, Lee and Lee 2021). 이러한 차이는 첫째, 미중 관계가 미치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 차이이다.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미중 관계가 자신에게 전략적 이익을 미친다는 사실을 놓고 다양한 견해를 보인다.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 개념의 수용을 놓고도 의견이 갈린다. 해양영토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의 적극적인 인태전략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이보다 훨씬 미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6월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위협이 체제적 위협(systemic challenge)라는 견해를 보인 바 있다.   둘째, 중국과 구체적인 양자적 충돌 사안이 있는가가 중요하다.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 주요 사안의 당사국들은 미중 관계를 놓고 더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본은 중국과 동중국해 문제를 놓고 직접 갈등 관계에 있는 반면, 한국은 중국과 충돌에 이를 만한 양자 충돌 사안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중국이 기존의 국제질서에 문제 제기를 하고 변화를 추구함으로써 향후 중국과 구조적, 체제적 차원의 갈등 요인을 가질 것으로 본다.   셋째,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를 비롯한 다양한 사안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많은 국가들은 중국을 가장 큰 경제 파트너로 삼고 있고 중국의 지경학 수단은 이들 국가들의 취약성을 높인다.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한 취약성이 높을수록 미중관계에서 전략적 모호성, 혹은 헤징 전략을 취할 동기를 가지게 된다. 한국의 경우 북한의 군사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외교적 지원이 여전히 필요하다. 비단 경제뿐 아니라 안보 부문에서 중국 정책에 대한 취약성을 가지므로 미중 관계의 변화에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다. 반면 일본은 대중 경제 의존도,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놓고 한국보다 취약성이 낮다고 본다.   넷째, 정체성의 문제로 미국은 미중 관계를 자유민주주의 연대 대 권위주의 연대의 관계로 정의해 간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는 중요한 정체성이지만 유일한 정체성은 아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 패권에 반대하는 국가들, 서구의 주류 시각에 대한 비판적 국가들 등 다양한 정체성을 제시하며 미국 주도의 정체성의 정치에 반대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체성을 강하게 가진다. 그러나 중국과 인접한 아시아 국가로서 중국을 포함한 포괄적인 아시아 다자주의의 필요성을 계속 이야기해 왔다. 반면 일본은 쿼드의 일원으로 해양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오커스 국가들과의 군사협력 역시 도모하고 있다.   큰 틀에서 한일 양국 모두 아시아에서 강대국 간 전쟁 방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강화, 인권과 자유의 가치 강화, 자유주의적 다자주의 국제질서의 보존 등에 대해 일치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미중 관계 전략을 놓고 위의 여러 요인들 때문에 정책 방향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한일 협력을 저해하는 구조적 요인들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한일 양자 관계에서만 협력 부진의 이유를 찾을 수는 없다.   Ⅳ. 중국의 군사적 위협 증대와 한일 안보협력 가능성   미중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수록 안보 부문의 갈등도 가속화될 것이다. 물론 테러, 해적, 비확산 등 협력안보, 인간안보 사안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갈등적 안보 사안이 더 빠르게 부각되고 있다. 미중 간 안보 갈등은 소위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에서 비롯된 갈등, 통상전을 둘러싼 경쟁, 그리고 핵무기 부문의 점증하는 경쟁으로 나뉜다.   중국은 소위 비전쟁군사행동(MOOTW, Military Operation Other than War)을 통해 군사력을 사용한 점진적 군사행동을 추진하고 변화된 현상을 기정 사실화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해양안보를 위협하는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은 해양영토, 수송로 안전, 자유항행의 원칙, 그리고 에너지 개발 등을 둘러싼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향후 분쟁 당사국을 포함한 심각한 안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중국이 추진하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 역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제한하는 중요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육해공은 물론 사이버, 우주 부문의 다영역작전 개념, 그리고 이에 기반한 동맹과의 통합억제 전략을 개발하여 중국의 영향권 확대 시도에 대항하고 있다.   핵 분야를 보면 중국은 현재까지 소극적인 핵전략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핵, 미사일 전력을 급속히 강화하고 있어 이 역시 중요한 안보 사안으로 대두할 전망이다(Talmadge 2019). 이러한 회색지대, 통상전, 핵무기 분야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미중 간 핵균형 변화는 회색지대 전략의 향방 및 통상군사균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중국의 통상 전력이 빠르게 증강되는 현실 속에서 중국의 핵능력 증강은 가장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확증보복(assured retaliation) 전략을 유지하며 핵선제불사용(No First Use) 정책을 펴왔다. 핵무기 국가가 중국을 공격할 경우 2차 핵공격 능력을 확보하여 확증보복을 한다는 방어 위주의 전략이다. 미중 군사관계에서 핵문제는 핵심 사안이었던 적은 없다. 중국의 핵탄두 숫자가 300개 정도로 미국이 10배 이상 많을뿐더러,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역시 200개 이하로 미국 본토를 강하게 위협하는 정도는 아니다. 대부분 지상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로 3축 체계에 해당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전폭기의 수준은 미국에 한참 뒤처진다고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중국이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핵전력을 증강하면서 우려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2022년 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21 등 다수의 보고서들을 작성하여 중국의 핵능력 부문을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핵탄두 증산, 최소 3개의 고체 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사일로 필드 건설 및 수백 개의 새로운 사일로 건설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본다. 신형 ICBM인 DF-41, 이동형 발사 MIRV인 DF-31AG,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 DF-26 등에 대한 분석이 나오고 전술핵 개발 노력도 중요한 변화로 지적된다. 중국 전략군은 지상 목표물에 대한 재래식 및 핵 정밀 타격을 증강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해군 목표물에 대한 재래식 공격 등 핵, 재래식 목적 모두를 수행할 수 있는 도로 이동식 DF-26 중거리 탄도 미사일(IRBM) 재고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경보 즉시 발사(警報 卽時 發射, 영어: launch on warning, LOW)체계도 발전시키는 한편 우주 기반 조기경보체계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중국 공군은 최초의 극초음속 작전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하였고 극초음속 활공(HGV)이 가능한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DF-17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이 2027년까지 700개로 늘어나고, 2030년에는 최소 1,000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상 발사 탄도미사일과 공중 및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 등 육·해·공에서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3대 핵전력도 이미 갖췄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최소 3곳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수백개의 지하 격납고 건설을 진행 중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구체적으로 한국에게도 관심사가 되고 있는데, 마셜 빌링즐리 미국 국무부 군비통제담당 특사는 2020년 9월 28일 한국 방문 시 “중국이 포함되는 효과적인 핵군비통제체제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한국의 고위 당국자들과 군비통제 문제, 특히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 미사일과 폭격기, 잠수함 같은 무기들의 증강에 관해 정보를 공유하고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중국의 핵전력 증강은 미국의 전략적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대해 피해최소화(damage limitation)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Glaser, and Fetter 2016). 즉 핵억제전략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핵전쟁을 수행해야 할 경우 중국의 핵공격 능력을 1차 공격으로 최대한 무력화시켜 자국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중국의 핵전력을 사전에 탐지하고 상당 부분을 무력화시키는 한편, 생존한 2차 핵공격 능력,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로 방어하여 중국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핵능력 증강은 기존의 최소핵억제, 확증보복 전략에서 보다 공세적인 전략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2차 핵공격 능력, 2차 핵무기의 생존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으로 본다. 미국의 탐지, 정찰 능력 발전으로 중국 핵에 대한 피해최소화 전략을 수행하는 전력이 향상될 경우 중국의 확증보복능력이 심하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탄두의 증가뿐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발전, 특히 다탄두(MIRV) 미사일 개발에 기반한 미국 미사일 방어체제 무력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동식 지상미사일 발사를 더욱 활성화하여 미국의 선제 공격에 대응력을 높이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능력도 증강하고 있다. 여전히 중국 잠수함은 소음 감소 기술 등 미국 본토 공격에 필요한 능력을 결여하고 있어 제1도련선을 넘어 활동하며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더불어 중국은 전폭기도 개발하고 공중발사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노력하며 다양한 운반 체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미국의 피해최소화 전략의 효용성을 줄여 중국의 2차 핵공격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미국의 대중 핵전략의 변화만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피해최소화 전략이 매우 효율적일 경우 중국은 통상전쟁의 확전을 추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통상전쟁의 확전으로 핵전쟁의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미국의 강력한 피해최소화 전략 앞에서 중국의 확전은 어려워진다(Wu 2022; Talmadge 2017). 반면 미국의 피해최소화 전략의 신뢰성이 심하게 약화될 경우, 중국은 통상전쟁의 확전 시 미국의 대응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볼 것이다. 핵전쟁이 발발해도 중국의 2차 핵공격 능력이 확고한 경우 미중 양국은 전면 핵전쟁을 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안정-불안정 역설(stability-instability paradox)을 창출하며 통상전쟁에서 중국의 강력한 전쟁 수행과 확전을 불러올 수 있다. 더 나아가 회색지대 전략에서 중국의 공세를 더욱 부추길 수도 있다. 중국의 강압적 회색지대 전략에 대해 미국이 전면적인 통상전력으로 대응할 경우 통상전쟁의 발발 및 확전 가능성은 매우 커지고 이는 핵전쟁 확전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2차 핵보복 능력에 취약한 상황이 창출되면 미국은 이러한 통상전쟁에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중국은 이러한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중국이 핵무기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면 중국의 핵전략이 더욱 공세적으로 바뀌지 않더라도 통상전에서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위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남중국해, 동중국해, 양안관계 등에서 중국이 공세적인 현상변경 정책을 추구할 경우, 미국의 대중 핵전략이 과거에 비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면 미국과 동맹국의 대응은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미국 본토 핵공격 능력이 향상될 경우 미국의 동맹국들은 안보분리(decoupling) 현상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의 핵능력 향상은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궁극적으로 중국의 핵능력이 향상되어 미국이 중국과 상호 취약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경우, 군비통제의 필요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상호확증보복(Mutual Assured Destruction)의 상황에 처하게 되면 피해최소화 전략을 포기하고 결국 상호억제 전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중이 효율적인 군비통제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국 동맹국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단지 핵군비통제뿐 아니라 핵전쟁으로 확전되는 기반인 통상전력도 군비통제를 통해 줄어들 수 있다면 훨씬 낙관적인 상황이다. 또한 위기 시에 대비하여 미중 간 고위급의 상호 소통과 대화 채널이 마련된다면 경쟁과 대립이 극단적인 대결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전개 속에서 한일 양국이 안보협력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중요한 문제이다. 중국과 해양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일본의 입장에서 중국의 통상, 핵 전력의 증강은 직접적인 안보 위협의 문제이다. 반면 중국과 직접적인 안보 갈등을 겪고 있지 않는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위협은 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이며 체계적인 것이다. 중국이 강대한 군사력을 소유하게 되어 중국 주도의 권위주의, 대국주의 국제질서를 실현하게 되면 한국의 이익에 전반적인 침해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한일 양국이 안보 위협 인식을 공유할 수 있을지, 한일 안보협력을 촉진할 미국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수 있을지, 이에 따른 한미일 안보협력의 미래는 어떠한지, 또한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어떻게 나타날지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Ⅴ. 북한의 군사 위협 증가와 한일 안보협력의 필요성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한일 간 중요한 공통 관심 사항이라면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은 한일 양국이 직접 당면하고 있는 군사 위협이다.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증강과 전례없는 미사일 시험발사, 대남 통상 도발 등은 2022년 이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북핵 문제가 발생한지 30년이 되어 가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커지고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북한의 외교적 입지는 오히려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양국 간의 공조는 긴밀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지만 오히려 다양한 요인들 때문에 협력은 지지부진했다.   북한은 소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대한 반발 속에서 미국의 핵 선제공격에 대한 억제력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핵, 미사일을 개발했다. 북한은 2022년 4월 24일 화성 15형으로 보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약 6천200㎞ 이상, 거리는 약 1천80㎞로 탐지되어 2017년 11월 발사 당시보다 고도가 1천725㎞ 더 올라갔고, 비행거리도 130㎞ 더 나간 것으로 평가되었다. 정상각도로 발사할 경우 1만 5천㎞ 이상의 비행거리로 추정되어 미국 본토가 사정거리에 들어간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능력을 갖는 것은 비교적 근시일 내에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북한은 또한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예고한 전략무기 능력을 차례로 늘려 가고 있다. 사업총화보고 요약에서 북한은 미 본토 타격과 관련한 부분으로 초대형 핵탄두 생산을 추진하고 “1만 5천㎞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대상들을 정확히 타격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하여 핵선제 및 보복타격능력을 고도화”하겠다고 논하고 있다. “수중 및 지상고체발동기대륙간탄도로케트개발사업”을 추진하고 “핵장거리타격능력을 제고하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마감단계에서 진행”하고 있고 “신형탄도로케트들에 적용할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를 비롯한 각종 전투적사명의 탄두개발연구를 끝내고 시험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에 중요한 함의를 가지는 바로 “핵기술을 더욱 고도화하는 한편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전술무기화를 보다 발전시켜 현대전에서 작전임무의 목적과 타격대상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적용할수 있는 전술핵무기들을 개발”하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중형잠수함무장현대화목표의 기준을 정확히 설정하고 시범개조하여 해군의 현존수중작전능력을 현저히 제고”할 것이며 “새로운 핵잠수함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단계”에 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각종 전자무기들, 무인타격장비들과 정찰탐지수단들, 군사정찰위성설계를 완성”하였다고 보고하고 “가까운 기간내에 군사정찰위성을 운용하여 정찰정보수집능력을 확보하며 500㎞ 전방종심까지 정밀정찰할수 있는 무인정찰기들을 비롯한 정찰수단들을 개발하기 위한 최중대연구사업”을 추진한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갖게 되면 미국의 대응전략은 복잡해진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해 미국은 1990년대 후반에 시작한 지상 기반 외기권 방어(GMD, Ground-Based Midcourse Defense)에 기반한 지상발사요격미사일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44대가 배치되어 있는데 40대는 알래스카에, 4대는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기지에 배치되어 있고 향후 24대를 더 개발할 예정이다. 북한의 미사일 1발에 대해 요격미사일은 4발이 발사되는데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가 10대라고 추정되고 있고 한 대당 4발이 발사된다고 할 때 향후 미국의 요격미사일 수는 곧 부족해질 전망이다. 북한이 MIRV(다탄두 각개기동 재진입체) 기술을 보유하게 되면 미국의 미사일 방어는 더욱 어려워지고 심지어 MaRV(기동화 재돌입체) 기술을 추진한다면 이는 위협적일 수 있다. 많은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2019년 5월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북한이 MaRV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2톤 중량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화성 17호가 성공하면 극초음속 활공체와 함께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회피할 수 있는 미사일 기술 기반이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핵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역시 미국 본토을 위협하게 될 수 있다.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나왔는데 이는 북극성-5ㅅ형의 개량형으로 보인다. 북극성-4ㅅ형은 3000~4000㎞, 북극성-5ㅅ형은 4000~5000㎞로 보았을 때, 7000~8000㎞ 정도로 상정해 볼 수 있고 이는 잠수함이 미 본토에 접근하지 않아도 공격 가능한 사거리이다.   미국 본토가 북한의 핵미사일에 취약해지면 현재와는 매우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보복에 의한 억제전략 능력을 압도적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보복억제에만 기대지는 않을 것이다. 거부억제 전략의 향상에 힘을 쏟을 것인데 지상발사요격미사일의 성능은 여전히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게 되면 미국으로서는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능력까지 갖추면 거부 억제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미 본토의 취약성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의 신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북한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공격을 가할 때 미국의 억제 혹은 반격이 작동해야 하지만 북한의 미 본토 핵공격 가능성이 있다면 미국은 북한과의 군사 충돌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북한과 핵전쟁이 불가피해지는 단계가 된다면 미국은 피해최소화(damage limitation) 능력을 통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시도하고 북한의 핵능력을 무력화하려 할 것이다. 미국이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놓고 북한의 핵, 미사일 시설 파괴를 전략적으로 추진할 때 북한은 미 본토, 주한미군, 한국과 일본 등에 대한 핵 선제공격의 대안을 고려할 것이다. 불사용무력화(use-or-lose)의 딜레마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핵군축 또한 불가능하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북한을 핵무기 국가로 인정하고, 북미 간 핵 상호취약성을 인정하는 속에서 군축을 시도한다는 정책과는 정면으로 모순된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억제와 피해최소화를 통한 전쟁 가능성 모두를 염두에 두면서 북한 비핵화의 목적을 추구할 것이다. 향후 미국의 대북 핵억제전략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그에 따라 확장억제는 어떠한 변화를 겪을 수 있는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북한의 전술핵무기 개발 및 배치는 남북관계는 물론, 북일 관계도 매우 복잡하게 만들 전망이다. 첫째, 북한이 사용가능한 전술핵, 혹은 저위력 핵무기를 보유, 배치하게 되면 한국의 안전은 크게 위협받을 것이다. KN-23, KN-24,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한국과 주한미군의 미사일 방어체제로 방어할 수 없는 미사일에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할 경우 거부억제가 불가능해진다. 일본 역시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에 탑재한 저위력 핵무기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북한이 미 본토 핵공격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전술핵공격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 본토 핵공격 능력을 보유하게 되면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의 신뢰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북한의 전술핵 공격이 더 수월해진다.   둘째, 남북 간 통상 전쟁의 경우 북한의 전술핵 사용이 가능해진다. 한국에 비해 통상전력의 열세가 더욱 강화되는 상황에서 남북 간 통상 군사력 충돌의 경우 북한은 선제적으로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다. 러시아의 소위 점감(漸減)을 위한 확전(escalate-to-deescalate) 전략과 같이 통상전의 확전을 막고 우위를 점하여 유리한 타협을 이끌어 내는 방법을 한국에 대해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은 비핵무기 국가이고,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서 전시 중 핵억제를 할 수 있으므로 대응이 쉽지 않다.   셋째, 북한의 전술핵 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억제전략을 고안하는 데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전술핵이라 하더라도 핵을 사용하면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피해 규모는 엄청날 것이다. 한국은 대량보복과 킬체인, 미사일방어를 결합한 3축 체계를 추구하고 있지만 많은 어려움이 있다. 사실상 전술핵과 전략핵을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은 북한의 전술핵 사용에 대해 대량보복을 경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통상보복만 가능한 상황이어서 북한의 전술핵 선제 사용에 대한 억제력이 있을지 알 수 없다. 핵무기를 사용한 대량보복은 한미의 협의 속에서만 가능한데, 한미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억제전략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킬체인은 북한의 명백한 핵공격 징후에 대한 선제타격인데, 징후 해석을 둘러싼 명확성 문제가 있다. 킬체인이 활성화될수록 북한 역시 선제공격의 필요성을 더욱 느낄 것이다. 상호 간에 공격 우위의 상황이 형성되면 안보딜레마가 강화되므로 억제전략이 위기관리 안정성의 측면에서 전략적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의 핵전략 변화에 의해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북한은 그간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우리를 겨냥하여 핵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람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여 방어를 위한 최소억제를 핵전략의 핵심으로 제시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여러 계기에 선제 핵사용을 비롯하여, 공세적인 비대칭 확전 전략으로 이행을 내비치고 있다. 2022년 4월 4일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전쟁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전투무력이 동원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통상전쟁 발발 시 전술핵무기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4월 25일 ‘항일빨치산’(항일유격대) 창설 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근본 이익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지만 방어 이외의 목적으로 핵 사용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원칙을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천명한 것이다. 9월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는 비단 북한의 선제적, 자의적 사용뿐 아니라 지휘통제, 동원체제, 유지 관리 등 다양한 측면의 변화를 보여준 바 있다. 2023년 초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2차 정치국회의 발표에서도 “전쟁억제와 평화안정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실패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으며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언명하고 있다.   한일 안보협력의 관점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증강은 한일 간 안보분리현상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국 본토가 북한의 핵 공격에 취약해질 경우, 미국과 한일 양국 간의 안보분리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일본은 7개 후방기지를 기반으로 한국의 급변사태에 대한 간접 지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주일미군은 북한의 한국 공격 시 한국을 지원해야 하는데 북한이 일본에 대한 핵공격 위협을 가할 때 주일미군의 한국 전개는 위협받을 수 있다. 중거리 핵미사일로 주일미군의 전개를 봉쇄할 경우 한국은 고립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일본 역시 북한이 자국을 핵공격할 것이라고 위협받는 상황에서 주일미군의 한국 전개를 주저할 수 있다. 북한의 일본 핵 공격 능력 확보가 주일미군에 대한 봉쇄는 물론 한일 간의 안보분리를 조장하는 상황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한일 간의 긴밀한 안보협력 및 급변사태에 대한 상시적 논의와 협력이 중요하다.   Ⅵ. 한일 안보협력의 미래   아시아의 안보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한일 안보협력도 새로운 가능성과 논리를 모색해야 한다. 첫째, 중국과 북한의 핵, 미사일 무기 능력 증강과 핵 전략의 변화로 핵전쟁의 위험은 한발 가까워졌다. 중국의 핵, 미사일 능력 증강을 둘러싼 규제 레짐은 취약한 상태이고, 북한의 비핵화 및 미사일 개발 제한을 위한 노력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에 비해 대응이 늦으므로 한일 양국은 물론, 한미일 3국 간의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 중국과의 군축,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노력은 협상과 균형의 양 전략 모두가 필요하므로 창의적인 대응을 위한 한일 간 심층적인 전략 마련이 중요하다.   둘째, 미중 전략 경쟁은 초강대국들 간 권력정치의 양상을 띠고 있으므로 한일 양국은 제3세력의 입장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은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국내 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대외 정책에 여념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국제법과 규범에 기초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떠한 대중 전략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한일 간 심도 있는 전략 대화가 부재했던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미중 전략 경쟁의 관점이 아닌 새로운 지역과 지구 안보 질서를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한일 협력이 중요하다. 일본은 이미 인도-태평양 구상과 쿼드, 그리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 창출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참여를 기반으로 규범제정과 질서구축에 더 큰 힘을 보태려 하고 있다. 한일 양국이 초강대국 중심의 질서 구축에서 경시된 부분을 보완한다면 더 나은 질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아시아 동맹 구조의 근본적 변화 과정에서 한미일 협력의 이상적 형태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의 안보는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미국을 축으로 한 안보협력 역시 오랫 동안 지속되어 왔다. 현재까지의 바퀴살 동맹체제가 다층적 안보협력체제로 바뀌는 과정에서 미국의 동맹국들 간 위계가 형성되어 갈등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새로운 동맹체제가 위계적 동맹체제가 아닌 분업적 동맹체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해협, 한반도 등 중요 분쟁 지역에 대한 국가들 간 이해관계와 위협 인식을 식별하고 이에 기초하여 바람직한 안보 질서를 위한 분업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참고 문헌   Brookings Institution. 2021. “Readout from the Biden-Xi virtual meeting: Discussion with National Security Advisor Jake Sullivan.” November 16. https://www.brookings.edu/events/readout-from-the-biden-xi-virtual-meeting-discussion-with-national-security-advisor-jake-sullivan/   CICIR. 2021. “CICIR Report: Mutual Respect, Equality, Mutual Benefit and Peaceful Coexistence – Exploring a New Framework amid Complexity for China-US Relations.” November 14. http://www.cicir.ac.cn/NEW/en-us/opinion.html?id=fe12030f-3cdd-4547-ae0e-d2301f191b8b   Glaser, Charles L., and Steve Fetter. 2016. “Should the United States Reject 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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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성 2023-03-31조회 : 8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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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력의 미래비전 시리즈] ② 공존을 위한 포컬 포인트(Focal Point)

서론   어떠한 대국이라도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언제까지고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세력 분포는 언젠가는 변동할 것이다. 그 시점에 승자의 힘의 우위가 만들어 낸 질서도, 그 질서의 혜택을 받은 적 없는 신흥국에 의해 도전 받을 때가 오지 않을까? 이러한 불안에 대국도 시달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힘의 우위가 군사 또는 경제 면에서 흔들렸던 시기에, 이러한 대국의 불안을 이론적으로 표현한 것이 ‘세력 전이(power transition)’론과 이어서 나온 ‘패권 안정(hegemonic stability)’론이었다. [1] 냉전 종식 후 다시 미국에 필적할 국가가 없는 단극 체제가 출현했으나, 그것도 잠시, 중국의 대두에 의해 미국의 힘의 우위에 어둠이 닥치자 이전의 이론과 비교하여 그다지 다르지 않은 세력전이론이 다시 등장하였다. [2] 바로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idides’s trap)’ 이론이다.   그레이엄 앨리슨은 세력 분포의 변화에 따라 대국 간의 세력 분포 구조에 긴장이 생겨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왜 이러한 긴장이 대국 간 전쟁의 발발을 일으키는지는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다(Allison 2017). 특히 핵무기 시대에는 이해 조정의 파탄과 그 결과로 인한 무력 충돌로 핵 보유 대국 간에 막대한 희생, 손해, 파괴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이는 더욱 설명을 필요로 한다.   확실히 동아시아의 정세는 낙관적인 상황을 허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21년 3월 미국의 인도 태평양군 사령관(당시) 데이비드슨은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대만은 명백한 (중국의) 야망 중 하나이다. 그 위협은 … 6년 이내에 실현될 것이다”라고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 공격이 임박했다는 인식을 나타냈다(United States Senate Committee on Armed Services 2021). 하지만 동아시아에서 무력 충돌이 우려되는 ‘발화 지점’은 대만 해협에 국한되지 않고, 한반도, 남중국해, 동중국해 역시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최근 동아시아에서는 유사시에 대비해 태세를 정비하는 안전보장론이 열기를 띠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미‧중뿐만 아니라 북한, 한국, 대만, 일본 등 관계국 사이에서도 위기 시 대규모 무력 분쟁 없이 ‘허용 가능한 행동의 한계점’에 대한 인식이 공유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동아시아의 발화 지점에 대해 ‘관계국 간에 승인된 현상’이 있다고도 말하기 힘든 상황이다. 본고는 이러한 관점에서 공존의 조건을 이론적으로 명확하게 하고자 한다. [3]   Ⅰ. 허용 가능한 행동의 한계점   위기의 시기, ‘허용 가능한 행동의 한계점’에 대해 관계국 간 공유된 인식이 없으면 의도하지 않은 ‘분쟁의 확산’이 일어날 수 있다. 아래와 같은 상황을 가정해 보자.   국가 A와 국가 B 사이에 이해 대립이 있다. 이해 대립 상황이란 전형적으로는 특정 쟁점에 대해 한 편에게만 ‘보다 바람직한’ 이해 조정이, 다른 쪽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이해 조정이 된 상황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그림 1](이해 대립 상황)과 같이 N과 S 두 선 안에 있는 영역의 지배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양국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자. 단, 군대가 충돌할 경우에는 양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고 하자. 이때 S에서 북상하는 A와, N에서 남하하는 B는 N, M, S 세 가지 선 중 어느 선까지 군대를 전개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그림 1] 이해 대립의 상황                                      [표 1] 이해 대립과 이해의 일치   여기서 [표 1] ‘이해 대립과 이해의 일치’와 같이 이 상황을 게임으로 상정해 보자. 이 게임의 플레이어는 A와 B이다. 행동의 선택지로서 A와 B에는 각각 N(N까지 전진한다), M(M까지 전진한다), S(S까지 전진한다)의 전략이 있다. 이 표는 플레이어의 전략의 조합에 의해 양국 사이에 실현될 사태를 특정 짓고, 각각의 사태에서 개별 플레이어가 획득할 이득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득은 (A의 이득, B의 이득) 순으로 표기되어 있다.   예를 들어, N에 있는 B도, S에 있는 A도 군대를 움직이지 않으면 각각 새로운 이득이 없어 쌍방의 이득은 (0, 0)이 된다. A가 S에 머물러 있고 B가 M이나 S까지 남하한다면, B의 이득은 지배 영역이 넓어지면서 0에서 1로, 그리고 2까지 늘어난다. 역으로 B가 N에 머물러 있고 A가 M이나 N까지 북상한다면, A의 이득도 0부터 1, 그리고 2까지 늘어난다. 또한 A와 B가 함께 M까지 진출하면 쌍방의 이득은 (1, 1)이 된다. 이에 대하여 A는 N까지, B는 S까지 진출하려 할 때, 양군이 충돌하여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여기서는 이 전쟁의 비용(인적 희생, 재정적 손해, 물리적 파탄 등)이 충분히 큰 것으로 생각하여 전쟁에 의한 쌍방의 이득은 (-1, -1)이 된다.   이렇듯 양국 사이에 나타나는 사태가 일국의 전략이 아닌 양국 전략의 조합에 의한 것임을 자각하고 있고, [표 1]에 정리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양국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여기서는 상대국이 서로 어떻게 움직일지 관찰한 후에, 자국의 움직임을 결정할 수는 없는 것으로 한다. 즉 불완전 정보(imperfect information)를 가정한다. 또한 행동 계획에 대해 미리 국가 간 구속력 있는 합의를 할 수도 없는 것으로 한다. 즉 구속력 있는 합의(binding agreement)의 부재를 가정한다.   이 게임에서는 전쟁을 계속적으로 회피하고, N, M, S 어느 선에서든 경합을 피하고 공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구체적으로는, (N, N), (M, M), (S, S)라는 전략의 조합(A의 전략, B의 전략 순으로 조합)은 어떤 플레이어도 일방적 전략 변경으로 인해 이득을 늘릴 수 없으며, 이와 함께 이득을 늘리기 위한 위한 전략 변경의 유인이 어떤 플레이어에게도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안정적이다(이처럼 상대의 전략에 대한 자신의 이득을 최대화하는 전략—최적 응답 전략—의 조합을 비협력 게임 이론에서는 ‘내시 균형’이라고 한다). 더욱이 (N, N), (M, M), (S, S)에 의해 실현되는 ‘공존(territorial compartmentalization)’은 다른 세력의 이득을 감소시키지 않고서는 한쪽의 이득을 증대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에서 효율적인 것이 된다.   역으로 (N, M), (N, S), (M, S)는 전쟁을 불러일으키면서 상기한 효율성의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해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공존을 실현해 전쟁을 회피하는 것이 양국의 공통 이익이며, 여기서 양국의 ‘이해의 일치’를 간파할 수 있다.   한편 N, M, S 세 개의 선 중 어느 선에서 공존할 것인가에 따라 양국 사이에는 명확하게 ‘이해의 대립’이 있다. 이 역시 A에게는 N이 최선, M이 차선, S가 최악인 반면 B에게는 S가 최선, M이 차선, N이 최악이 되어 한 쪽에게 ‘더욱 바람직한’ 이해 조정이 다른 쪽에게 ‘더 바람직하지 않은’ 이해 조정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존을 위한 경계선의 후보가 경합하는 상황에서, 관계국은 이해의 대립(divergent interests)을 극복하고 특정 경계선에서 공존할 수 있을까? 쌍방에 견디기 힘든 희생을 가져올 전쟁을 회피하기 위해, 그 공존의 경계선을 서로 확실히 존중할 것이라는 예상의 공유(‘수렴된 기대(convergent expectations)’로 개념화된다)가 성립해야 한다(Schelling 1957, 35). 서로의 행동에 대한 기대의 수렴에 의해 각각의 ‘행동의 조정(coordination of behavior)’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포컬 포인트(Focal point)’이다(Schelling 1957, 21, 22, 28, 30). 물론, ‘넘어서는 안 되는 선(a red line that no one should cross)’에 대해 자국에 유리한 해석만 고집함으로써 상대국의 양보를 이끌어 내는 전략적인 유인도 작동하므로 합의가 쉽지만은 않다(Schelling 1957, 19). ‘포컬 포인트’를 통해 행동의 조정이 불가능하다면, 전쟁 발발을 회피하거나 그 확산을 제한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냉전기 미소 두 강대국 사이에도 ‘허용 가능한 행동의 한계점(limits of acceptable behavior)’에 대해 일정 수준의 이해가 공유되었다. 외교사 전문가 존 루이스 게디스의 논의가 그 전형적인 예로 알려져 있다(Gaddis 1986, 132). 포컬 포인트 개념의 명시적인 언급은 없지만, 게디스가 열거한 세력권(spheres of influence)의 상호 승인, 직접 군사 대결의 회피, 핵무기 사용의 상호 자제, 상대국의 정권 전복 공작의 상호 자제 등은 포컬 포인트 이론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4]   Ⅱ. 예외로 정당화 가능한 범위   국가에 의한 무력 행사에 포컬 포인트를 적용하는 데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한쪽에 전쟁을 규제하는 레짐이 존재한다. 레짐이란 국제관계의 특정 영역의 적절한 행동 범위에 대해 국가 간 기대의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규범적인 포컬 포인트를 가리킨다(Martin and Simmons 2002, 326, 328). 전쟁의 법적 규제는 일반적으로 전쟁 발생의 규제(jus at bellum)와 발생한 전쟁에 대한 규제(jus in bello)로 나눌 수 있으나, 여기서는 어떠한 조건하에서 관계국들이 무력 분쟁의 발생을 회피하거나 그 확대를 제한할 수 있는가를 고려하기 위해 전자의 법적 규제에 주목하고자 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유엔 헌장에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국제 평화에 대한 위협 등의 존재를 인정하고, 국제 평화를 유지‧회복하기 위해 강구하는 조치에 관한 결정) 또는 자위권(개별적 자위권뿐만 아니라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을 근거로 한 무력 행사는 예외로 하되, 개별 국가의 독자적 판단에 기초한 무력 행사는 인정되지 않는다.   다른 방법은 특정 국가 간의 동맹 조약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근거로 하는 체약국의 공동 행동의 발동 요건, 즉, ‘조약 적용 사유(casus foederis)’를 특정하는 것이다. 냉전기에 미국이 체결한 동맹 조약은 ‘조약 지역(treaty area)’을 한정하고, 이 지역에 대한 무력 공격을 공동 행동의 발동 요건으로 한다(Fromkin 1970, 696). 공동 행동에 대해서는 북대서양 조약(1949년 서명)의 제5조, 한미상호방위조약(1953년 서명)의 제3조, ANZUS조약(1951년 서명)의 제4조 등에서 규정하고 있다. 즉, 이러한 상호 방위 조약에서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권리’를 행사하는 요건으로서 무력 공격은, 공동 행동이라는 체약국의 ‘의무’의 발동 요건으로 간주된다.   안보리 결의나 자위권을 근거로 한 행위를 예외로, 원칙적으로는 개별 국가의 독자적 판단에 근거한 무력 행사는 금지되어 있다. 이에 대하여 국제사회에는 폭넓은 합의가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군사 행동을 둘러싼 여러 논쟁 속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유엔 총회는 몇몇 국가의 반대(벨라루스, 북한, 에리트레아, 러시아, 시리아 5개국)를 제외한 결의(유엔 문서 UN Doc., A/RES/ES-11/1, 2 March, 2022)에서 러시아의 행동은 ‘침략’에 준한다고 비난하였으나, 비난을 받은 러시아도 무력 비행사 원칙의 예외가 되는 자위권에 대한 러시아의 해석에 기초하여 무력 행사의 정당화를 시험했다(러시아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S/2022/154, 24 February, 2022). [5] 즉, 무력 비행사 원칙에 대한 일정한 공통 이해가 국제사회를 구성하는 국가 간의 비난과 정당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오늘날 동아시아에서는 2003년 이라크 전쟁 전의 중동 지역 등과는 달리 유엔 가입국의 무력 행사를 명시적으로 용인할 수 있도록 해석 가능한 안보리 결의(예를 들어, 걸프전 당시 무력 행사 용인 결의 S/RES/678와 정전 결의 S/RES/687)가 없기 때문에, 무력 행사가 일어나게 된다면 이는 자위권을 근거로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위권을 근거로 한 무력 행사로서 예외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군사 행위와 정당화할 수 없는 군사 행위를 구분하는 선에 대한 국가 간의 명확한 포컬 포인트가 존재할 것인가?   반격을 실행함으로써 공격을 배제하는 일(자력구제 행위), 그리고 방위를 개별적뿐만 아니라 집단적으로 하는 행위도 ‘필요성’(공격을 없애기 위한 대체 수단이 없음)과 ‘균등성’(공격에 비해 반격의 범위가 과도하지 않음)의 요건을 만족하는 한 금지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실행하는 의도를 표명하고, 다시 말해서 공격을 자제시킬 목적으로서 반격의 위협(자구 요건을 만족하는 억지)을 가하는 것 역시 금지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실현되지 않은 공격에 대한 반격의 실행(예를 들어, 안전보장상의 대항 관계에 있는 국가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 공격) 등에 대해서는 동맹국 간에도 위협의 절박성의 인식을 둘러싼 평가가 나뉘게 될 위험이 적지 않다.   자위권을 근거로 무력 행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군사 행동이 반드시 실행될 것이라는 ‘위협’뿐만 아니라, 자위권을 근거로 한 무력 행사로서 정당화할 수 없는 군사 행동은 결코 이행하지 않겠다는 ‘구속’에도 설득력이 없다면, 억지 정책은 상대국에 불안을 일으키고 이에 더해 해당 국가의 불안을 지울 수 없게 할 것이다. 자위권의 확대 해석은 얼핏 자구를 위한 행동의 선택지를 늘려 해당 국가의 안전에 기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 간의 기대에 수렴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해당 국가의 안전에 해를 입힐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태를 심화 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관계국 간 무력 행사 자제에 대한 상호 이해 확립이 불가능하다면 군비 경쟁이 과열되어 국가 간의 긴장이 격화되기만 할 것이다. [6]   Ⅲ. 공존의 포컬 포인트의 부재   냉전 종식기에 존재했던 군비 관리 조약 중 미소 양국 간의 ABM(Anti-Ballistic Missile) 조약(1972년 체결)과 중거리 핵전력(intermediate ranged nuclear force, INF) 폐기 조약(1987년 체결)은 각각 2002년과 2009년 실효되었다. ABM 조약은 전략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 시스템의 개발 및 배치 등을 제한하는 조약이었으나, 9.11테러 후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2001년 12월 미국이 탈퇴를 통보하여 이듬해 실효되었다. INF 폐기 조약은 일정 범위의 사정거리를 지닌 지상 발사 탄도 순항 미사일을 모두 폐기한다는 획기적인 군비 관리 조약이었으나, 중국의 핵 전력 증강에 대한 우려와 미국과 러시아 간의 조약 위반을 둘러싼 상호 비난의 시기를 거쳐 2019년 실효되었다.   이러한 국제적 상황을 배경으로 동아시아에 눈을 돌리면, 예를 들어 일본 정부는 2003년 탄도 미사일 방위 시스템을 ‘순수한 방위 수단이자 다른 대체 수단이 없는 유일한 수단이며, 전수방위(exclusively defense-oriented policy)를 취하는 일본의 방위 정책에 적합한 것’으로 보고 도입을 결정했다(2003년 12월 19일, 내각 결정). 그 후 2022년 정부는 ‘국가안전보장전략’(2022년 12월 16일, 내각 결정)을 결정하고, 탄도미사일 방위의 대응력에는 한계가 있어 상대국 영역 내에 반격할 수 있는 스탠드오프 미사일 방위능력 등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또한 INF 조약의 실효를 계기로 미국의 중거리 핵전력의 일본 배치 등이 논의되거나,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이 쟁점이 되는 등 동아시아 지역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7]   지금까지 논의한 대로, 역외 요인이 동아시아 지역 내의 긴장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한 군비의 증강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표 2]와 같이 동아시아 내 무력 행사가 우려되는 잠재적인 분쟁 지역에 대하여 동의 가능한 행동에 대한 인식이 관계국 간에 충분히 공유되고 있지 않다. 이는 의도하지 않은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태는 심각하다.   [표 2] 관계국 간에 승인된(동의 가능한) 현상의 부재 잠재적 분쟁 지점 관계국 간에 승인된(동의 가능한) 현상의 부재 대만 해협 대만의 병합도 독립도 없는 상태? 북한의 핵무기 · 미사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포기(CVID)? [8] 동중국해의 영토 문제 실효 지배의 상태? 남중국해의 해양 권익 문제 해양법에 관한 유엔 조약(UNCLOS)?   더욱이 4개의 잠재적 분쟁 지점 각각에 대하여 관계국 간에 명확하게 승인된 현상 혹은 동의할 수 있는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이 4개 지점의 분쟁에 대처하는 우선 순위에 대해서도 인식이 공유되어 있지 않다.   결론: 공존의 신시대   본 원고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일 양국이 공존의 신시대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양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북한, 대만 등 관계국 간 위기 발생 시, 대규모 무력 분쟁의 확산 없이 실현 가능한 “허용 가능한 한계점”에 대한 인식을 합치시켜야 한다. 우선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켜, 정부 간 협력뿐만 아니라 두 번째 트랙으로서 민간 유식자 등도 함께 의견을 교환하여 지역적 여론 형성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Allison, Graham. 2017. Destined for War: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 London: Scribe. xiv.   Christensen, Thomas J. 2015. The China Challenge: Shaping the Choices of a Rising Power. New York: W. W. Norton & Company.   Fromkin, David. 1970. “Entangling Alliances.” Foreign Affairs 48, 4: 688-700.   Gaddis, John Lewis. 1986. “The Long Peace: The Elements of Stability in the Postwar International 시스템.” International Security 10, 4: 99-142.   ______. 1987. “The Origins of Self-Deterrence: The United States and the Non-Use of Nuclear Weapons, 1945-1958.” in John Lewis Gaddis. The Long Peace: Inquiries into the History of the Cold War.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Gilpin, Robert. 1981. War and Change in World Politics.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Lebow, Richard Ned. 1996. “Thomas Schelling and Strategic Bargaining.” International Journal 51, 3: 555-576.   Martin, Lisa L. and Beth A. Simmons. 2002. “International Organizations and Institutions,” in Walter Carlsnaes, Thomas Risse, and Beth A. Simmons eds., Handbook of International Relations. London: Sage. 326, 328.   Monteiro, Nuno P. 2014. Theory of Unipolar Politics.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Organski, Abramo Fimo Kenneth. 1958. World Politics. New York: Alfred A. Knopf.   Schelling, Thomas C. 1957. “Bargaining, Communication, and Limited War.”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1, 1: 19-36.   ______. 1966. Arms and Influence.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United States Senate Committee on Armed Services. 2021. Hearing to Receive Testimony on United States Indo-Pacific Command in Review of the Defense Authorization Request for Fiscal Year 2022 and the Future Years Defense Program. March 9. https://www.armed-services.senate.gov/imo/media/doc/21-10_03-09-2021.pdf (Accessed May 4, 2022)   Wohlforth, William C. 1999. “The Stability of a Unipolar World.” International Security 24, 1: 5-41.     [1]  세력 전이론은 Organski 1958. 이후의 패권 안정론은 Gilpin 1981. [2]  냉전 종식 후 단극 체제의 안정성에 대해서는 Wohlforth 1999: 23-28. 단, ‘단극 세계’가 반드시 평화를 보증하지는 않는다는 이론도 있다. 이러한 이론도 힘의 비대칭은 대국의 자제적인 약속(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이용해 약자에게 양보를 강요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Monteiro 2014: 156-159. [3]  크리스텐슨의 ‘상호 수용된 영토 현상(mutually accepted territorial status quo)의 부재’라는 개념에서 착안하였다. 동중국해나 남중국해에서는 영역 현상을 둘러싼 관계국 간 입장 불일치가 대립의 배경에 있지만, 대만 해협 문제나 북핵 문제의 경우 후술하는 대로 보다 일반적인 정치 현상을 둘러싼 관계국 간 입장 불일치가 대립의 근본적인 이유이다. Christensen 2015: 106. [4]  미국은 1953년 10월 30일 국가안전보장정책 NSC 162/2(October 30, 1953)을 통해 소련 진영에 의한 침략에는 핵무기를 사용할 의사, 다시 말해 핵무기의 ‘선행 사용(first use)’의 의사를 굳혔다. 이후 실제로 대통령에게 핵무기의 사용 제언이 반복되었지만, 미국이 핵 사용을 결단한 적은 없었다. Gaddis 1987: 105, 124. [5]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 총회 의결 이전에, 러시아에 의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침략’이라고 비난하였다. (「朝日新聞」, 2022년 2월 28일) 침략에 대해서는 학계나 국제사회에서 정의되어 있지 않다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답변한 적이 있다. (중의원 예산회의, 2013년 4월 25일) [6]  르보우는 하천과 같은 자연 지형이 직접적으로 국가 간의 포컬 포인트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 구성원의 상호작용에 의해 생겨난 사회적 구성물(social construction)로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Lebow 1996: 569. 셸링의 해석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국경인 압록강을 미국 입장에서 한국전쟁의 ‘루비콘의 강’(즉, 넘어서는 안 되는 선)으로 보았다. Schelling 1966: 134. 이에 대해 르보우는, 중국 측에게 이는 북위 38도선이며, 양국 간 인식의 일치는 없다고 주장했다. Lebow 1996: 567. [7]  ‘전략적 모호성’이란 대만의 ‘방기 불안’과 미국의 ‘연루 불안’을 동시에 해소하고자 하는 미국의 정책으로, 그 목적은 중국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대만 군사 병합)과 대만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대만의 독립 선언)을 동시에 저지하여 정치적 현상을 유지하는 데 있다. 미국-대만 상호방위조약 실효 후, 미국은 대만관계법(1979년)을 통해 그 의도를 일방적으로 표명하였다. 즉 평화적인 수단에 의하지 않고 대만의 장래를 결정하려는 계획은 서태평양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이며, 미국의 중대한 관심 사항이기에 방위적 성격의 무기를 대만에 제공하고자 했다. 이 정책 자체는 미국의 장래에 의한 행동(reaction)을 중국이나 대만의 사전 행동(action)에 조건화하는(조건 있는 약속) 것으로, 특정 국면에서 포컬 포인트의 확립이 필요하다는 본고의 논점과 모순되지는 않는다. [8]  북한 핵무기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인 폐기(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armament: CVID)’란,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 결의 1718호(S/RES/1718, October 14, 2006) 이래 반복된 북한에 대한 요구를 가리킨다.     ■ 저자: 이시다 아츠시(石田淳)_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국제사회학과전공 교수.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일본국제정치학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및 교양학부 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 안보 이론(theory of international security)이다.     ■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문의: 02-2277-1683 (ext. 204) hspark@eai.or.kr  

이시다 아츠시 2023-03-29조회 : 7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