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연구원은 2021년 <한일협력의 미래비전> 연구팀을 발족하고, 한일 양국 전문가의 공동 연구 및 온라인 토론을 진행하여 그 성과를 발표하는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기획하였다. 필진들은 한일관계의 목표를 다시 설정하고, 지속 가능한 포용적 역내 질서를 공동 설계하기 위한 비전을 모색한다.

논평이슈브리핑
[EAI 이슈브리핑] 안보 위협과 일본에 대한 전략적 재발견: 제1회 한미일 국민 상호인식조사로 본 한일 양자 협력 강화에 대한 국민 인식 분석

I. 서론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8월 23일 정상회담을 갖고 “흔들림 없는 한일, 한미일 협력을 추진”하는 것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이 미국이 아닌 일본에서 열렸고, 17년만에 처음으로 회담 결과가 문서로 발표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더불어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이 집권 이전에 보였던 대일 정책 기조를 고려하면, 이번 행보는 예상 밖의 전환으로 비춰졌다. 이는 한국 정부가 한일협력 강화와 이를 통한 한미일 삼각 협력 강화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국민들은 한일 협력 강화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정부의 이러한 협력 강화 움직임을 받아들일 것인가?   한일 협력은 오랜 기간 역사 문제와 반일 정서로 인해 양자 수준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하기 어려웠고, 주로 미국을 매개로 한 삼각 협력의 틀 속에서 진행되어 왔다. 이는 냉전기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구축한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s)’ 체제의 산물이기도 하다 (Cha 2009).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한일 협력은 항상 미국의 중재와 설득을 통해서 진전되어 왔고, 한일 관계는 한미일 협력의 약한 고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자국중심주의적 행보와 동맹 관여 축소는 기존의 ‘허브 앤 스포크’ 모델만으로는 지역 안보 현안을 관리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 행보와 한일 양국이 함께 내세운 협력 강화 메시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그렇다면 한국 대중은 이러한 한일 협력 강화 움직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과거에도 정부 차원에서 관계 개선을 시도할 때 국민이 그에 대한 수용을 거부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나 반일 시위, 심지어 반정부 시위로까지 이어진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그렇다면 2025년 현재, 이재명 정부가 보여주는 수준의 한일 협력에 대한 인식 전환이 과연 대중들의 인식에서도 나타나고 있는가?   여론은 외교 정책을 직접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지만, 정책 결정자들이 선택 가능한 정책의 범위를 제한하고 정책 수행의 추진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1]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본고는 2025년 8월 실시된 제1회 한·미·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자료(N=1,585)를 활용하여 한국인의 한일 양자 안보 협력과 경제 협력에 대한 인식을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북한과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이 한일 협력 지지와 어떠한 관련성을 갖는지를 로지스틱 회귀분석으로 검증하고, 일본 호감도와 미국 신뢰도를 통제변수로 포함하여 그 영향을 함께 살펴본다. 나아가 한일 양자 안보 협력과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 여론의 영향 요인을 비교함으로써, 대중의 위협 인식이 두 협력 구도에 대해 어떻게 차별적으로 작용하는지를 규명한다.   II. 한일 양자 협력에 대한 여론 분포: 긍정 여론이 지배적   [그림 1] 한일 양자 안보 협력 강화에 대한 입장 회귀분석에 앞서, 한일 양자 협력 강화에 대한 입장 분포를 먼저 검토한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한일 양자 협력을 현재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1]은 “한일간 안보 협력을 지금 수준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을 보여준다. 전체 응답자의 75.5%가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으며, 부정적 응답은 14.9%에 그쳤다. 세부적으로는 21.1%가 ‘매우 긍정적’, 54.4%가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 부정적 응답의 경우 12%가 ‘대체로 부정적’, 2.9%가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변하였다. 한편 9.6%는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림 2]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한일 경제 협력은 안보 협력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한일 양국 간 경제 교류와 협력을 지금 수준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85.6%가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이 중 23.6%가 ‘매우 긍정적,’ 62%가 ‘대체로 긍정적’을 선택했다. 한편, 5.9%가 ‘대체로 부정적’, 0.9%가 ‘매우 부정적’을 선택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응답자는 6.8%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어느 쪽도 아니다’라는 중립적 견해는 7.6%를 차지했다.   [그림 2] 한일 양자 경제 협력 강화에 대한 입장   두 영역을 비교해보면, 경제 협력이 안보 협력보다 약 10%가량 높은 지지를 기록했으며, 부정적 응답과 중립 응답 모두 경제 협력 분야에서 더 낮게 나타났다. 종합하면, 한국 국민들은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일본과의 양자 협력을 현재 수준보다 강화하는 것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II. 위협 인식에 따른 한일협력 지지 패턴: 안보 협력과 경제 협력 비교분석   한국인들은 일본을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을까? 본 절에서는 회귀분석을 통해 한일 양자 협력에 대한 높은 지지가 안보 위협에 대한 인식과 상관성을 갖는지 검토한다. 이를 위해 한국의 외교·안보 환경과 관련된 네 가지 인식을 핵심 설명변수로 포함하였다.   첫째, 북한에 대한 위협인식이다. 북한의 핵 능력 증강이 한일 양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위협인식이 일본과의 협력 강화 필요성으로 이어지는지 살펴본다. 한일 정상들의 공동 발표문에서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 협력이 양국 협력의 중요 의제로 등장한 바 있다. 한국의 대중들이 이러한 협력방향을 수용하는지 검토한다.   둘째, 한국인들이 일본을 중국발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파트너로 인식하는지 검토하고자 중국에 대한 위협인식을 포함하였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인의 73%가 중국을 군사적 위협으로지목한 바와 같이(손열·오인환·이아림 2025), 대중국 위협인식은 북한 다음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위협 인식이 일본과의 협력 지지로 이어지는지를 검토한다.   셋째, 미국에 대한 신뢰도를 통제변수로 포함하였다. 한일 협력이 주로 미국의 주도와 매개로 발전해 온 만큼, 미국에 대한 인식이 일본과의 협력 태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고려하였다. 넷째, 일본에 대한 호감도 역시 중요한 변수이다. 대일 감정이 한일협력이라는 정책에 대한 선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감안하여 일본에 대한 호감도를 통제하였다. 이 외에도 응답자의 성별, 연령, 이념성향, 소득수준, 교육수준을 통제하였다.   1. 안보 협력: 북한과 중국에 위협을 느낄수록 일본과의 안보 협력에 긍정적   한일 양자 안보 협력 입장에 대한 분석 결과, 북한과 중국을 위협으로 인식할수록 일본과의 양자 안보 협력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2] [그림 3]은 한일 양자 안보 협력 지지에 대한 네 개 주요 변수의 한계효과를 제시한다. 첫째, 북한을 위협으로 인식할 경우, 한일 안보 협력을 지지할 확률이 16.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중국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응답자는 그렇지 않은 응답자에 비해 한일 안보 협력을 지지할 확률이 5.2%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2018~2021년 인식조사 분석에서 북한 및 중국 위협 인식이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 지지를 촉진한다는 기존 연구(정상미 2023)를 넘어, 한일 양자 안보 협력 지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대중의 위협 인식은 삼각 협력의 지지 기반일 뿐만 아니라 양자 협력에도 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정부의 협력 강화 움직임이 일정 부분 대중적 기반을 확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림 3] 한일 양자 안보 협력: 주요 변수 한계효과   셋째, 미국에 대한 신뢰는 한일 안보 협력 지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중이 일본과의 협력을 한미동맹의 연장선상에서, 또는 한미일 삼각협력과 연관 지어 상호보완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넷째,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주요 변수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보였다. 이는 일본에 대한 정서적 반응이 안보 협력이라는 정책 선호에도 강하게 투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25년 EAI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진 응답자가 52.4%로 집계되어, 처음으로 비호감 여론을 앞질렀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손열·오인환·이아림 2025). 앞으로도 양국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일본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지속된다면, 양자 안보 협력에 대한 대중의 수용성도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2. 경제 협력: 중국 위협은 안보 협력보다 경제 협력에서 더 큰 효과   [그림 4] 한일 양자 경제 협력: 주요 변수 한계효과   [그림 4]는 한일 양자 경제 협력에 대한 주요 변수의 영향력을 제시한다. 북한 위협은 한일 경제 협력과도 긍정적 상관관계를 보였으나 (찬성 확률 10.4% 증가), 그 영향력은 안보 협력(16.4%)에 비해 다소 약하게 나타났다. 반면, 중국 위협의 영향력은 안보 협력보다 경제 협력에서 더 큰 것으로 관찰되었다. 중국을 위협으로 인식할 경우, 한일 양자 경제 협력에 찬성할 확률이 7.2%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미국에 대한 신뢰도 역시 긍정적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찬성 확률 3.4% 증가), 그 영향력은 안보 협력에서의 효과보다(8.1%) 감소하였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여전히 높은 설명력을 보였지만, 역시 경제 협력에서의 영향력(16.9%)의 안보 협력 경우(20.5%)보다 감소하였다.   이러한 협력 유형 별 변수의 영향력 차이는 위협의 성격에 따른 대응 논리의 차이를 시사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직접적이고 군사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안보 협력에 대한 요구를 더 크게 자극할 수 있다. 반면,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은 북한 발 안보 위협보다 덜 직접적이며, 경제적 압력과 군사적 부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경제 협력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은 현실에서, 한국 대중은 일본과의 경제 협력을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경제 협력에서 일본 호감도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은, 경제 영역에서는 대일 감정에 대한 민감성이 더 낮고, 실용적 고려가 더 강하게 작용함을 보여준다.   3. 한일 양자 안보 협력 vs.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 주요변수 한계효과   [그림 5]는 한일 양자 안보 협력과 (빨간색 막대)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 (파란색 막대) 에 대한 각 변수의 영향력을 비교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발견은 중국 위협 인식의 영향력 차이이다. 중국을 위협으로 인식할 때 양자 안보 협력 지지 확률은 5.2%p 증가하는 한편, 삼각 안보 협력 지지 확률은 8.6%p 증가하여 1.7배에 달하는 차이를 보였다. 이는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는 데 있어 미국을 포함한 삼각 협력 체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대중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 위협은 양자 협력(16.4%p)과 삼각 협력(16.3%p) 모두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보였으며,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북한 발 위협이 한일 및 한미일 협력 모두의 공통 지지 기반으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나아가 북한 위협 대응을 목적으로 한일 안보 협력을 강화할 경우, 이에 대한 국민의 수용성도 높을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일본에 대한 호감은 양자·삼각 협력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으나, 그 효과는 한일 양자 안보 협력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는 양자 안보 협력이 상대국에 대한 정서적 요인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은 한일 양자 안보 협력보다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설명력을 가진다. 양자 협력은 감정적 요인에 보다 민감한 반면, 삼각협력에서는 구조적 위협 요인의 상대적 중요성이 증가함을 보여준다.   IV. 맺음말   이상의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은 함의를 제시한다. 첫째, 북한과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이 한미일 안보 협력 뿐만 아니라 한일 양자 협력에 대한 지지로도 이어진다는 점은, 한국인이 일본을 안보 위협 공동 대응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한일 협력은 주로 미국의 중재와 설득을 통해 삼자 협력의 틀 안에서 진전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분석에서 확인된 일본과의 협력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지속된다면, 한일 양자 협력은삼각 협력의 하위 틀을 넘어서 자체적 동력을 가진 협력 축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림 5] 한일 양자 안보 협력과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간 비교 둘째, 한일 양자 안보 협력과 경제 협력 모두에서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매우 큰 영향력을 보였다. 이는 대중의 협력 인식이 안보적 계산 뿐만 아니라 정서적 요인에도 크게 좌우됨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일관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어 반일 감정이 다시 불붙지 않는다면, 협력 강화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다. 반대로 역사 문제나 기타 갈등 현안이 재차 부상할 경우, 호감도 악화가 협력 지지 약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끝으로, 미국의 자국중심주의 행보가 이어질 경우 대중의 반감과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인의 인식에서 일본과의 협력 필요성을 추동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본 분석에서는 현재 미국에 대한 신뢰와 일본과의 협력 태도가 긴밀히 연동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현 시점에서는 한미일 삼각 협력이 상호 보완적 관계로 인식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향후 미국의 동맹 관여 약화가 심화되거나, 일방적 정책 추진으로 인한 동맹국들의 부담이 가중될 경우, 일본과의 양자 협력을 삼각 협력의 틀 안에서 뿐만 아니라 보완적 축으로 인식하려는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실현 여부는 미국의 대외정책 방향,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 그리고 한일 양국의 관계 관리 능력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손열, 오인환, 이아림 편. "2025년 EAI-API-KEI 제1회 한미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및 제12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결과 분석." EAI 여론브리핑. 동아시아연구원, 2025년 8월 28일. https://www.eai.or.kr/new/ko/pub/view.asp?intSeq=23414&board=kor_issuebriefing&keyword_option=&keyword=&more=   정상미. "안보위협과 대일인식: 한일관계 개선· 한미일 군사안보협력에 대한 여론 분석 (2018~ 2021)." 국제정치논총 63, no. 1 (2023): 177-219. https://doi.org/10.14731/kjir.2023.03.63.1.177   Cha, Victor D. "Powerplay: Origins of the US Alliance System in Asia." International Security 34, no. 3 (2010): 158-196.     [1] Richard Sobel, The Impact of Public Opinion on U.S. Foreign Policy Since Vietnam.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1.   [2] 본고에 언급된 모든 결과는 95% ·99%신뢰수준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갖는다.      ■ 저자: 정상미_국립외교원 지정학연구센터 연구교수.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11) | leesj@eai.or.kr 

정상미 2025-09-03조회 : 160
논평이슈브리핑
[EAI 이슈브리핑] 20·30세대가 견인하는 한일관계의 미래: 제1회 한미일 국민 상호인식조사로 본 한일관계의 새로운 여론 지형

지난 8월 28일 EAI·API·KEI 공동조사 결과로 발표된 「제1회 한미일 국민 상호인식조사/제12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는 한일관계를 둘러싼 여론 지형의 변화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하는 가운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 교류의 확산, 실용적 협력에 대한 관심 증가, 그리고 미래지향적 관계 정립에 대한 의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한일관계의 전환점과 앞으로의 한일관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변화 양상을 분석하고, 지속가능한 한일협력을 위한 정책적 제언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여론 지형의 변화: 20∙30세대가 견인하는 대일 호감도  전통적으로 한국의 대일인식은 부정적이었다. 1990년대부터 지난 30여년간 이루어진 한국의 대일인식 조사에서 부정인식은 긍정인식보다 높게 나왔고,[1] 이러한 결과는 줄곧 당연하게 여겨져왔다. 그러나 2023년 한일관계의 대전환이 일어나며 양국의 상호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20·30세대가 있다.   이번 EAI에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다음 [그림1]과[그림2]는 EAI에서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13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의 상호인식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 1] 한국의 일본에 대한 인상 (2013-2025) 출처: EAI.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2013-2025)」 결과 참조하여 필자 작성 [그림 2] 일본의 한국에 대한 인상 (2013-2025, 2024 미시행) 출처: EAI.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2013-2025)」 참조하여 필자 작성 [그림1]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한국의 일본에 대한 인식은 2023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다 올해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긍정인식(52.4%)이 부정인식(37.1%)을 넘어서는 ‘골든 크로스’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그림2] 일본의 한국에 대한 인상은 2023년 여론조사에 비해 오히려 긍정인식은 37.4%에서 24.8%로 하락하고, 부정인식은 32.8%에서 51.0%로 상승하였는데, 이는 지난 해 12.3 계엄사태로 인한 국내 불안정과 한국의 정권교체에 따른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조사 시기가 8.19-8.20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8.23-8.24)과 이시바 총리와의 한일정상회담에 따른 효과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편, 한국의 대일인식 변화에서 주목할 부분은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세대인식에 기반한 구조적인 변화라는 점이다.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시행한 여론조사 분석을 통해서도 한국인의 대일인식의 구조적 변화에 대해 밝혀진 바 있는데,[2] 이번 조사에서도 이러한 변화 양상이 재차 확인되었다.  [그림 3]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인상 (2025) (연령별) 출처: EAI.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2025)」 참조하여 필자 작성 [그림3]은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인상을 연령별로 나누어 살펴본 것인데, 18-29세까지가 전체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은 호감도를(62.7%) 보였고, 30-39세가 이를 뒤따르고 있는 것을(57.9%)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비호감도 측면에서 전연령대 중에서 가장 낮은 (18-29세 22.3%, 30-39세 26%) 비호감도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최근 상승하고 있는 한국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를 20·30세대가 견인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20·30세대의 높은 대일 호감도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젊은 세대의 ‘문화라는 앵글 속 일본’, 기성 세대의 ‘역사적 관계 속 일본’ 20·30세대는 일본을 볼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떠올릴까? 다음 [그림4]는 일본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최대 3개)에 대한 응답을 연령별로 나누어 살펴본 것이다. 전체적으로 일본문화와 과거사 갈등이 많은 응답을 기록한 가운데, 젊은 세대일수록 문화, 스포츠 등 ‘문화적 소비와 취미, 즐거움의 대상’으로서, 기성 세대일수록 독도 문제, 과거사 문제 등 ‘한일관계와 갈등의 대상’으로서 일본을 떠올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4] 일본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 (최대 3개 선택) (연령별) 출처: EAI.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2025)」 참조하여 필자 작성 20·30세대들은 일본의 식문화(스시, 라멘, 오코노미야키 등)(70.8%)와 대중문화(J-POP, 망가, 애니메이션 등)(50.1%) 등 문화적 요소에서 기성 세대들과 현저히 높은 차이를 나타낸다.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가 연상하는 일본의 이미지 중 가장 높은 수치와 가장 낮은 수치의 차이를 알아보면, 식문화의 경우, 44.6%p, 대중문화의 경우 45.3%p까지 나타난다. 물론 20·30세대들 또한 독도 문제, 과거사문제 등 갈등 이슈 등을 떠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으나, 문화적 요소에 따른 연령대별 차이가 훨씬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는 곧 한일간의 갈등 이슈가 20·30세대들의 대일인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이를 압도할 만큼의 일본과의 인적 및 문화 교류의 영향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곧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기로 본격화된 문화 및 인적교류의 효과성을 입증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태어나거나, 일본 문화가 한국내 정착된 이후 유년기를 보낸 젊은 세대들이 갖는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인식은 일본문화를 금기의 대상으로 삼던 시기에 유년기를 보낸 기성세대의 인식과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림5]에서처럼 일본 대중문화를 즐기는 정도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연령대가 낮을수록 그 수치가 크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5] 일본의 대중문화를 즐기는 정도 (연령별) 출처: EAI.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2025)」 참조하여 필자 작성 실제로, 이와 같은 문화적 선호는 상대국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진다. 다음 [표1]을 보면, 일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는 이유에 대해 20∙30세대는 “일본의 식문화, 쇼핑, 대중문화 등”을 가장 큰 이유로 지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문화적 요인 보다는 국민성, 자유민주주의 가치 공유 등 국가정체성 등 보편성과 당위성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1] 일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는 이유 (연령별) (2개 선택)   생활수준높은 선진국 자유민주주의가치공유 친절/성실국민성 대중문화 식문화/쇼핑 전통문화 제품품질 일본인과의교류 18-29세 29.6 16.0 30.4 39.1 43.5 8.3 15.9 6.8 30-39세 28.1 24.1 30.5 28.1 41.9 5.4 19.6 8.4 40-49세 19.0 16.6 34.0 32.2 35.5 6.5 16.7 5.9 50-59세 20.5 24.6 48.7 13.7 33.5 4.9 24.7 7.2 60-69세 20.3 33.3 62.0 2.6 20.4 6.1 24.1 8.6 70세이상 16.8 38.8 72.8 5.6 15.9 4.1 21.3 16.2  출처: EAI.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2025)」 중 일부 발췌 및 재구성 한편, 인적교류 활성화에 따른 상대국 방문 경험도 이와 같은 긍정적인 인식 형성에 밑거름이 된다. 다음 [표2]은 일본 방문 경험과 최근 5년간 일본 방문 횟수를 연령대별로 나타낸 것이다.  [표 2] 일본 방문 경험 및 최근 5년간 방문 횟수 (연령별)   방문경험 최근 5년간 방문 횟수 있다 없다 1회 2-4회 5회 이상 없다 18-29세 59.3 40.7 37.5 47.8 5.3 9.5 30-39세 59.4 40.6 36.7 36.0 12.8 14.5 40-49세 56.2 43.8 44.3 34.6 7.4 13.7 50-59세 55.8 44.2 34.0 40.0 11.9 14.2 60-69세 69.0 31.0 30.3 40.1 8.8 20.8 70세이상 65.3 34.7 40.1 30.9 6.7 22.3  출처: EAI.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2025)」 참조하여 필자 재구성 일본 방문 경험에 유무가 연령대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5년간 재방문 수에 있어 20·30세대들이 타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점은 눈 여겨 볼 만하다. 즉, 최근 5년간 2-4회 방문경험은 18-29세가, 5회 이상은 30-39세가 타 연령대 대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젊은 세대들은 역사적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태에서 서로를 자유롭게 방문하고, 상대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있으며, 이는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 증진으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미래 세대의 인식 변화는 미래 한일관계의 긍정적 변화를 예고하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미래 세대가 바라는 한일관계는 어떤 모습일까?   ‘과거’와 ‘미래’ 사이의 균형을 찾는 20∙30세대  일본에 대한 높은 호감도를 보이는 젊은 세대가 자칫 역사 문제에 대해 소홀히 하는 것처럼 볼 수 있지만, 이 세대의 역사문제에 대한 인식은 기성 세대 못지 않다. 비록 역사 문제에 대한 민감도가 기성 세대보다 낮을 수는 있지만, 사안의 심각성과 문제 해결의 필요성 만큼은 기성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름 [그림6]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 한일관계가 지향해야 할 목표에 대해 20∙30세대는 ‘양국간 역사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제시하였다.  [그림 6] 한일관계가 지향해야 할 목표 (2개 응답) (연령별) 출처: EAI.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2025)」 중 일부 발췌 및 재구성 마찬가지로 [그림7]에서 알 수 있듯, 한일교류 발전을 위해 우선 필요한 조치로 “청년세대의 교류확대”와 더불어 “역사인식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한일간 민간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장 많이 제시하였다. 문화 및 인적교류의 긍정적 효과를 가장 잘 알고 있는 20∙30세대가 교류의 양적 증대 뿐만 아니라, 교류의 질적 향상을 희망하고 있다는 결과가 보여주는 의미를 기성 세대들은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림 7] 한일교류 발전을 위해 우선 필요한 조치 (최대 3개, 복수응답) 출처: EAI.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2025)」 중 일부 발췌 및 재구성 이처럼 20∙30세대들이 그리는 한일관계는 과거와 미래의 균형점을 모색하는 관계이다. 청년 세대를 대상으로 한 적지 않은 교류 속에서 더 많은 교류를 희망하는 갈증을 나타내는 동시에, 단순한 양적 증가보다는 상호 이해를 위한 질적 교류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 걸음 더 들어가서 본다면, 양국간의 불편한 역사문제에 대해서도 회피하거나, 연기하지 않고, 직접 마주하겠다는 젊은 세대들의 의지라고도 볼 수 있다.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겠다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 정상간의 약속이 미래 세대의 바램과도 이어지는 대목이다. 활발한 문화 및 인적 교류의 지속적인 확대 속에서도 역사문제에 대한 접근이 병행이 요구되는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앞으로의 한일관계,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방안 한국의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일본에 대한 호감도 증가와 문화 교류의 활성화는 한일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여론 지형의 변화 속 한일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변화하는 여론 지형에 대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기반으로 한 방향성 설정이 필요하다. 현재 20∙30세대가 보여주는 높은 대일호감도는 지난 20여년 이상 이어져 온 문화 및 인적교류의 축적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현재의 높은 호감도가 이들이 40대, 50대가 되더라도 지속될 것인지는 담보하기 어렵다. 더욱이 양국 간의 활발한 교류에도 불구하고, 현재 양국 사회의 중추가 되고 있는 40∙50세대의 인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 또한 탐구해 볼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달라지는 여론 지형의 변화를 추적하며, 수치 속에 담긴 의미를 명확히 파악하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인식 또한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둘째, 교류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한일 간의 청년 교류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청년 교류의 확대를 희망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현재 양국 교류가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님을 의미한다. 따라서 청년 교류의 확대 뿐만 아니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20·30세대의 문화적 친밀감이 한일관계 개선을 견인하고 있는 만큼, 연수, 인턴십, 청소년캠프 등을 통해 청년교류를 늘리고, 양국이 함께 하는 공동 문화행사, 예술 및 스포츠 교류사업 등 제도적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일간 출입국 절차 간소화의 지속적인 시행, 항공 및 관광 인프라의 청년 지원,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유학 및 단기 방문 지원, 취업 연수 확대 등을 통해 직접 경험 기회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셋째, 젊은 세대의 교류 활성화 속 세대간 인식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한일관계에 대한 세대적 인식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류와 균형 잡힌 교육, 지속적인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 청년 세대에 치우친 한일 교류를 청년과 기성세대간 교류로 확대할 수 있는 세대 통합 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청년과 기성 세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한일 역사 및 문화 캠프, 여행, 공동 포럼 등을 마련하고, 세대간 대화의 장을 마련해 소통을 늘려 세대간 공감을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  넷째, 양국의 젊은 세대가 역사 문제에 대해 상호 이해를 높이고,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청년 세대가 역사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만큼,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갈등과 반목이 아닌, 화합과 화해의 과정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양국의 비통한 역사에서 시작되었으나, 일본 도자기 문화를 활성화 시키는데 기여한 조선 시대 도공들의 이야기들은 한일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알고, 체득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역사 및 문화 교육을 통해 양국간 이해 증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일 청년간 문화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양국 청년 중심의 협력사업 발굴을 제안한다. 대중문화, 식문화, 여행 등은 젊은 세대가 서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야이다. 이를 단순히 즐기는 개인의 취미의 영역에서 벗어나 상호 협력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음악, 드라마 등 다양한 방송 콘텐츠에서 한일 차세대간 공동 기획 및 제작 프로젝트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국이 함께 운영하는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하여 디지털 공간에서의 문화 콘텐츠의 접근성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대중문화 콘텐츠의 무단 도용을 감시하는 방안 모색이나, 관련 분야 인재 양성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일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은 다양하고 다층적인 교류 채널의 확대와 새로운 협력 모델의 실험이 필수적이다. 한일관계의 새로운 여론 지형을 만드는 20∙30세대가 중심이 된 과거와 미래의 균형점을 찾는 열린 사회적 논의가 병행될 때 한일관계는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한일관계의 ‘뉴노멀’을 알리는 20·30세대의 구조적 인식 변화와 문화 교류의 영향이 지속 가능한 한일 협력의 기반이 될 것을 기대한다.■   [1] 최은미. 2022. 한국과 일본,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인가. ASAN Report. 아산정책연구원.  [2] 최은미·함건희. 2024. 한국인의 일본 인식(2014-2024). ASAN Report. 아산정책연구원.    ■ 저자: 최은미_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11) | leesj@eai.or.kr 

최은미 2025-09-02조회 : 202
논평이슈브리핑
[EAI 이슈브리핑] 한미동맹 현대화와 국민 여론: 제1회 한미일 국민상호인식조사로 본 주한미군 기능 확대에 대한 한국 대중의 인식과 태도

1. 한미동맹 현대화 논쟁   21세기 들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환경은 근본적 변화를 겪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 군사력 현대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그리고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는 기존의 지역 안보 질서에 구조적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된 안보 환경 속에서 전통적인 양자동맹 구조는 새로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적응과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동맹 현대화(alliance modernization)는 변화하는 안보 환경과 새로운 도전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기존 동맹 체제를 개선하고 강화하는 것을 핵심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미동맹 현대화 논의는 변화하는 지역 안보 환경에 대응하여 동맹의 작전 범위와 전략적 역할을 한반도 중심 체제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장하는 것을 핵심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존 동맹 관계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동맹의 전략적 지평과 작전 영역의 질적 전환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한미동맹 현대화는 다음과 같은 주요 영역을 포괄한다(민정훈 2025). 첫째,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 조정을 통한 전략적 유연성 확보이다. 둘째, 대북 방어 체계에서 한국군의 주체적 역할 확대와 이에 따른 국방비 지출 증대이다. 셋째, 한반도를 넘어 역내 군사적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체계 구축이다.   미국이 추진하는 동맹 현대화의 핵심은 대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어라는 전통적 역할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지역 차원의 안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한미동맹 현대화에 대한 한국 내 정치엘리트들의 인식과 평가는 정치적 진영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양지호 2025). 보수 진영은 한미동맹의 틀 내에서 대중 견제를 위한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이들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를 근거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공격받을 경우 한국의 자동 참전 가능성을 제시하며,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 자체가 대북 억제뿐만 아니라 주변국 견제 기능을 포함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진보 진영은 한미동맹이 본질적으로 한반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이들은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이 북한으로부터의 공격에 대한 전쟁 억지력과 방위력 제공에 있다고 판단하며, 북한 억지를 위해 배치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표명한다.   중국 견제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안보 전략은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새로운 전략 구상 하에서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 역량을 집중하고, 북한 위협에 대해서는 한국이 보다 주도적으로 대응할 것을 기대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양욱·이경석 2025). 이와 관련하여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에 순환 배치되고 있는 스트라이커 여단 4,500명의 감축 가능성을 제기하는 기사를 게재했으며(Youssef, Ward, and Martin 2025), 워싱턴 내부에서는 주한미군 규모를 약 1만명 수준으로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Kavanagh and Caldwell 2025).   한미동맹 현대화가 한국과 미국의 핵심 의제로 부상한 가운데, 이러한 변화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인식과 태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동맹 정책의 민주적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은 국민적 합의와 지지에 기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 여론의 정확한 파악과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에 본 보고서는 2025년 8월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실시한 최신 여론조사 데이터를 활용하여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 양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인식 변화를 추동하는 주요 요인들을 규명함으로써 한미동맹 현대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방안과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여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동맹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2. 주한미군 및 한미동맹 역할 변경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그림 1]: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한국에 주둔해 온 주한미군의 핵심 임무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대북 억제에 있었다. 이러한 전통적 역할은 70여 년간 한미동맹의 근간을 이루어왔으며, 한반도 안보 구조의 핵심 축으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변화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환경 속에서 주한미군의 기존 임무를 대북 억제에서 중국 견제로 확대해야 한다는 동맹 현대화 논의가 워싱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변화 가능성에 대해 한국 국민들은 어떠한 인식을 보이고 있는가? 2025년 8월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대중국 견제 강화로의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대해 한국 국민의 58.5%가 찬성 의견을 표명하였다(찬성 40.5%, 매우 찬성 18%). 반면 반대 의견은 35.6%로 조사되었으며(반대 29.6%, 매우 반대 6%), 중립적 입장을 취한 응답자는 5.9%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 국민들이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방어에 국한해야 한다는 전통적 입장에서 탈피하여, 대중국 견제라는 새로운 역할 변경에 대해 전향적 지지를 보이는 인식 전환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림 2]: 한미동맹 역할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이의 연장선상에서 한미동맹의 역할에 대한 국민 인식은 어떠한 양상을 보이는가? [그림 2]에 따르면, 한미동맹이 기존의 북한 군사적 위협 대응이라는 전통적 역할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인식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40.1%였다(매우 찬성 10.3%, 대체로 찬성 29.8%). 반면,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등 보다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응답자는 55.8%로 나타났으며(매우 찬성 24.4%, 찬성 31.4%) 중립적 의견을 표명한 응답자는 4.1%에 불과했다.   [그림 1]과 [그림 2]의 분석 결과는 한미동맹 현대화 논의에 있어서 중요한 함의를 제시한다. 한미동맹 역할에 대한 국민 인식의 구조적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약 60%에 달하는 한국 국민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역할이 전통적인 한반도 방어(대북 억제)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한미동맹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각이 한반도 중심의 제한적 틀을 벗어나 지역 차원의 포괄적 안보 협력에 대한 수용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3.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대한 인식도: 추동요인들의 이론적 논의   그렇다면 한국 대중의 주한미군 대중국 견제 역할 강화에 대한 인식 변화를 촉발시키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본 보고서는 (1) 대미 정책인식, (2) 안보 위협인식, (3) 대중 정책인식의 세가지 큰 범주에서 세부 요인들의 영향력을 분석하고자 한다.   3.1. 대미정책 인식과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대한 견해   주한미군의 대중국 견제 기능 확대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 변화의 결과물이다. 중국의 국력 증강과 함께 전개되는 미중 전략경쟁에서 미국은 중국을 핵심 경쟁국으로 규정하고, 중국의 지역 내 영향력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거부전략을 추진하고 있다(전경주 2025).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목적에 기반한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군사력 강화로 이어지면서 인도태평양 지역 내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능력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에 대한 실질적 도전 수준으로 발전함에 따라, 미국은 중국이 제1도련선 내부에서 군사적 지배력을 구축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역내 미군 배치를 대폭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변화 속에서 주한미군의 대중국 견제 역할 변경은 미국의 대만 방어와 직결되며, 중국을 제1도련선 내에서 억제하려는 미국의 핵심 목표와 연결된다(전재성 2025).   대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형성에서 미국에 대한 기본적 신뢰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될 것이라 예측된다. 2025년 8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6.5%가 미국을 한국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하는 반면, 30.2%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는 미국에 대한 신뢰가 높을수록 대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안보전략 변화에 대한 한국 국민의 지지 가능성이 높아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방어를 위한 미국의 확장억제 능력에 대한 신뢰도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통적 역할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는 인계철선 기능이었다. 만약 주한미군의 일부가 대중국 견제 임무로 전환될 경우, 대북억제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한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속에서 미국의 핵우산은 대북억제를 위한 한국의 안보 정책의 근간요소이다. 8월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6.5%가 미국의 핵우산이 북한의 안보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34.1%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가 높을수록 주한미군의 대중국 견제 역할 전환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한국 국민들의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인식은 안보 분야 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를 통해서도 형성된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자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제 기반 재건에 집중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대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는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라는 이중 부담을 지속적으로 안고 있는 상황이다(김학균 2025). 동시에 중국의 저비용 생산구조와 제조업 경쟁력은 미국 제조업의 상대적 쇠퇴를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김수언 2025).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 정책을 통한 미국 경제의 재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는 동맹국인 한국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고세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발표하였고, 2025년 8월 1일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약속을 조건으로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조정했다. 여론조사 분석 결과, 한국의 대미 수출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을 응답자의 81%가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한국국민들의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따른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대한 지지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의 고세율 관세를 낮추기 위해서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55.6%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32.8%만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동맹국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미국의 정책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반감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미국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의 대중국 과학기술 관련 무역 및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대중국 수출통제 정책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57.6%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반적으로 미국의 일방적인 경제정책과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에 대해서 한국 국민들의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관세를 무기로 한 미국의 대규모 투자 압박과 미국의 패권유지를 위한 한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정책에 대한 부정적 인식들은 대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역할 변화에 대한 반감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3.2. 안보위협 인식과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대한 견해   한국인들의 안보위협 인식도 대중들의 주한미군 역할 전환 견해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2025년 8월 여론조사에서 한국 국민들은 군사적으로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북한을 선택했으며, 83.6%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북한을 한국 안보에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한다고 응답했다. 한국은 여전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며 한국전쟁이 완전히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2022년 9월 북한이 핵무력정책 법령을 채택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선제 사용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한국 국민들의 대북 안보위협 인식은 대중국 견제 강화를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에 대한 지지도를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한미군은 대북억제를 위한 핵심 임무를 지금까지 수행해왔기 때문에 대중국 견제로 역할이 변경될 경우 대북억제 태세 약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 대중들 사이에는 북한의 안보위협뿐만 아니라 중국 위협 인식도 상당히 확산되어 있음을 8월 여론조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84%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위협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최근 중국이 서해 잠정수치수역에 구조물을 일방적으로 설치하면서 서해에서 한중 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 해양조사선 온누리호가 중국이 설치한 서해 구조물에 접근하자 중국 해경 함정들이 접근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노석조 2025). 또한 중국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중국은 한국방공식별구역이 국제공역이라는 논리로 일방적 진입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이성훈 2024).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국민들의 중국 안보위협 인식 증가는 주한미군의 대중국 견제 역할 강화 지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기저에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3.3. 대중정책 인식과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대한 견해   마지막 범주는 대중국 정책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인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미국의 한국 대상 관세정책과 대미투자 압박이 강화되면서 한국과 중국 간 경제관계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한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서 한국의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과 중국의 부상에 따른 내부 경제체질 변화로 인해 중국이 한국의 핵심 산업 분야 주요 경쟁국으로 부상하면서 한중 간 경제협력이 과거보다 다소 소원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적 압박이 강화되면서 중국과의 경제협력 중요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8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3%는 현재 한중 간 경제협력 수준이 적당하다고 응답한 반면, 33% 정도의 응답자들은 한중 간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중시하는 인식은 주한미군의 대중국 견제 역할 강화에 대한 찬성도를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한중 간 경제협력과 중국의 안보위협을 별개 차원으로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중국과 경제협력은 하되 중국의 군사적 위협은 억제해야 한다는 인식을 국민들이 가질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중국의 경제협력 강화에 대한 인식이 주한미군의 대중국 견제 역할 강화 인식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한국 대중들의 대중국 정책 인식을 형성하는 또 다른 중요 요인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다. 시진핑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다양하게 제기되어 왔다. 시진핑의 장기 집권을 위해서는 국내 정치세력들의 반발을 무마시킬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이 필요하기에 대만 침공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한반도의 안보 환경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중국이 대만과 무력충돌을 할 경우 미국은 대만 방어를 위해 개입할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도 대만 분쟁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또한 중국은 유사시 한국의 개입과 주한미군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북한과의 사전 논의를 통해 대만 침공 시기에 맞춰 북한의 군사도발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 한국의 외교안보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운데, 한국 국민의 대다수가 가까운 미래에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72%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중국의 대만을 향한 군사도발이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또한 88%의 응답자들은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과 갈등이 한국의 국익에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국민들의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 가능성 인식과 대만해협이 한국에 미치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대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대한 찬성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4.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대한 인식도: 추동요인들의 실증적 분석   한국 대중들의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대한 인식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요인들의 실증적 영향력을 분석하기 위해서, 본 보고서는 양적분석 방법을 사용하였다. [1] 앞서 설명한 한국 국민들의 대중국 견제 강화를 위한 주한미군 역할 변경 찬성도를 종속변수로 설정하였다. 독립변수들은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 범주-(1) 대미 정책인식, (2) 안보 위협인식, (3) 대중 정책인식-에 속하는 요소들로 설정하였다. 대미 외교정책 인식 관련 독립변수들로는 한국의 파트너로서의 미국의 신뢰도, 한국 방어를 위한 미국의 핵우산 신뢰도, 한국에 부과된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한 인식도, 관세비율 삭감에 따른 미국의 대미 투자 압박에 대한 인식도, 그리고 미국의 한국 대중 수출통제에 대한 인식도를 포함했다. 안보위협 인식 관련 독립변수들로는 북한과 중국의 안보위협도를 설정하였다. 마지막으로 대중 외교정책 인식 관련 독립변수들로는 한중 경제협력 인식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대만해협 위기가 한국의 국익에 미치는 영향도로 설정하였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표 1]: 실증분석 변수설정종속변수 주한미군 역할 변경 찬성도독립변수  대미정책 인식관련   -핵심 파트너로서 미국의 신뢰도   -미국의 핵우산의 신뢰도   -미국의 관세부과 인식도   -미국의 대미투자 압박 인식도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인식도  안보위협 인식관련   -북한 안보위협 인식도   -중국 안보위협 인식도  대중정책 인식관련   -한중 경제협력 중요도   -중국의 대만침공 가능성  -대만해협 위기의 영향도 통계분석 결과 [2]는 다음과 같은 주요 발견사항을 보여주고 있다([그림 3]). 첫째, 대미 외교정책 관련 독립변수들의 영향력을 살펴보면 관세비율 삭감에 따른 미국의 대미 투자 압박에 대한 인식도를 제외하고는 모든 독립변수들의 계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statistically significant)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에서 미국 신뢰도 및 미국의 핵우산 신뢰도의 계수는 모두 양(+)인 반면, 미국의 관세정책과 대중국 수출통제에 대한 인식은 모두 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증적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한국 대중들은 미국을 한국의 중요한 파트너로 신뢰할수록 주한미군의 대중국 견제 강화를 위한 역할 변경에 찬성한다는 의미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의 핵우산을 신뢰할수록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을 찬성한다. 이와 반대로, 한국에 부과하는 미국의 고율의 관세정책을 부정적으로 생각할수록 미국의 주한미군 역할 변경을 반대하고, 한국의 대중 무역수출 통제가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강할수록 대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의 활용을 반대한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앞서 설명한 이론적 논의를 뒷받침하는 실증적 근거이다. 하나의 예외적인 사항은 미국의 대미투자 압박에 대한 인식도가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둘째, 안보위협 인식 관련 변수들의 영향력을 살펴보면, 북한 위협인식 변수와 중국 위협인식 변수의 계수들은 각각 음(-)과 양(+)으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 먼저 북한 위협인식도가 커질수록 대중국 견제를 위한 역할 변경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중국 위협인식도가 커질수록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역할 변경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증적 결과는 앞서 논의한 이론적 설명을 뒷받침하는 결과이다. 셋째, 대중 외교정책 관련 독립변수들의 영향력을 살펴보면, 대만해협 군사충돌 가능성의 계수만 양(+)이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결과는 중국의 무력 침공 가능성을 높게 인식하는 국민일수록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을 찬성하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앞선 이론적 논의와 달리 한국 국민들의 한중 경제협력에 대한 인식과 대만해협 군사위기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은 주한미군 역할 변경 인식도 변화에 영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3]: 인식변화 결정요인 분석변수   마지막으로 응답자들의 인구통계학적 변수들 중 성별, 정당 지지도 변수들의 계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일수록 주한미군 역할 변경을 더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응답자들은 초당파적으로 주한미군 역할 변경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대한 국민들의 초당파적 지지는 당파성에 따른 정치엘리트들의 명백한 입장 차이와 매우 상반되는 결과이다. [3]   지금까지 각 변수들이 주한미군 역할 변경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통계적 유의성으로만 확인하였다면, 각 변수들이 미치는 실제적인 영향은 어떠할까? 먼저 미국이 한국에게 있어 중요한 파트너라는 국민의 신뢰도가 한 단계 상승할수록(one-unit increase)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찬성도가 3.6%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 방어를 위한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높아질수록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의 임무 변경 찬성도가 4.8%p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미국의 불공정한 관세 부과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도가 높아질수록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에 대한 찬성도는 8%p 감소했으며,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위한 한국의 대중 수출통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가 강해질수록 주한미군 역할 변경의 찬성도도 4.4%p 하락하였다. 대미 외교정책과 관련해서 주한미군 역할 변경 인식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는 미국의 관세정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향후 주한미군 역할 변경을 추진함에 따라서 한국 국민의 동의를 높이고자 한다면 자국의 이익을 위한 한국의 경제압박 정책들을 심각하게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안보위협 인식과 관련해서는 국민들의 중국 위협인식이 북한 위협인식보다 주한미군 역할 변경 찬성도에 훨씬 큰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위협인식도가 증가할수록 대중국 억제를 위한 주한미군 역할 변경 찬성도가 8%p 증가하는 반면, 북한 위협인식도가 증가할수록 주한미군 역할 변경 찬성도는 3%p 하락하였다. 중국이 한국에 미치는 안보위협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 가능성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우려가 상승할수록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주한미군의 대중국 견제 강화 역할에 대한 찬성도가 5.2%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5. 정책적 함의 및 제언   대중국 견제 강화를 위한 주한미군 역할 변경 논의가 한국과 미국 간의 핵심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 구조 속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내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대전략 하에 한미동맹 현대화가 논의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주한미군 임무 변경이 자리잡고 있다. 6.25전쟁 이후 주한미군은 70여 년간 한국 방위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왔다. 인계철선 병력으로서 북한의 군사도발을 억제하는 중대한 임무를 지금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중요성으로 인해 주한미군이 대중국 견제로 임무를 변경할 경우 한국 안보정책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미중 패권경쟁이 지속될수록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이 가속화될 것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역내 동맹국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국의 안보정책 나아가 외교 전반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주한미군 임무 변경에 대한 국민 인식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구조적 맥락에서 본 보고서는 한국 대중들이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떠한 견해를 갖고 있는지 분석하고, 이를 추동하는 세부 요인들을 살펴보았다. 동아시아연구원이 성인 1,5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중국 견제에 대한 주한미군의 임무 변경을 60%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주목할 점은 한국 국민들이 초당파적으로 주한미군의 대중국 견제를 지지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 국민들이 앞서 설명한 지정학적 현실을 인식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따른 안보위협을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안보위협 인식도와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에 대한 우려가 한국 국민들의 주한미군 대중국 견제 역할 강화 지지를 이끄는 핵심 요인이다. 인도태평양 지역과 서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이 확장될수록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찬성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국민들이 한미동맹이 미중 전략경쟁 심화라는 지정학적 변화에 맞춰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는 데 동의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미국의 변화하는 대전략 속에서 주한미군 임무 변경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 대중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증대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속에서 보다 견고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핵우산을 한국에게 제공해야 한다.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도를 강화하기 위해 한미가 2023년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도 불구하고, 미국 핵우산에 대한 신뢰도 문제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대중국 억제에 활용하고자 한다면, 한국 국민들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확장억제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둘째,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동맹국 대상 관세정책을 심각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자국 이익만을 추구하는 미국의 관세정책은 패권국이자 동맹국으로서의 미국에 대한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점을 미국이 인식해야 한다. 나아가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동맹국들의 대중국 수출 및 투자를 제한하는 미국의 외교정책도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반감을 오히려 증대시킨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결국 미국이 주한미군의 대중국 견제 역할 강화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보 분야에서의 신뢰성 제고와 경제 분야에서의 상호 이익을 고려한 정책 조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한미동맹이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   참고문헌   김수언.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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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3. https://www.wsj.com/world/asia/u-s-considers-withdrawing-thousands-of-troops-from-south-korea-725a6514 (검색일: 2025.8.27.)   부록   [부록 표 1]: 로짓회귀분석 표모델 1모델 2모델 3모델 4종속변수: 대중국 견제강화 주한미군 역할 변경 찬반대미 정책 모델안보위협 모델대중 정책 모델전체모델미국인식: 신뢰가능국가(+).16***(.05).18***(.06)미국 핵우산인식: 한국방어 충분(+).22***(.05).24***(.05)미국 동맹국의 고율관세 부과: 반대(+)-.35***(.07)-.4***(.07)미국 고율관세 삭감 대신 대미투자: 반대(+).07(.06).09(.06)미국 동맹국의 대중 무역수출 통제: 반대(+)-.3***(.06)-.22***(.06)북한 위협인식: 위협적(+)-.06(.06)-.15**(.07)중국 위협인식: 위협적(+).46***(.07).4***(.08)한중경제협력: 강화(+)-.28***(.09)-.06(.09)대만해협 군사충돌 가능성: 가능(+).35***(.06).26***(.06)대만해협 위기의 영향: 한국국익에 중요(+)0(.07)-.06(.07)성별: 여성(+)-.35***(.11)-.27**(.11)-.31***(.11)-.24**(.12)나이0(0)0(0)0(0).01*(0)학력.01(.06)-.05(.05)-.06(.05)-.01(.06)소득0(.02)-.02(.02)-.01(.02)0(.02)정치성향: 보수성향(+).11***(.03).16***(.03).15***(.03).1***(.04보수정당 지지자(국민의힘, 개혁신당).3*(.17).53***(.16).52***(.16).3*(.17)진보정당 지지자(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25*(.14).23*(.13).29**(.13).32**(.14)상수.76(.59)-1.38***(.5)-.62(.54)-1.26*(.73)N1585158515851585Log Likelihood-952.77-1003.02-1001.13-920.22괄호 안은 강건표준오차(robust standard error)를 나타냄 *** p<.01, ** p<0.05, * p<0.1   [부록 표 2]: 기술통계표NMeanSDMinMax대중국 견제강화 주한미군 역할 변경 찬반1585.590.4901미국인식15853.481.1315미국 핵우산인식15853.291.1215미국 동맹국의 고율관세 부과15853.921.0015미국 고율관세 삭감 대신 대미투자15853.31.1015미국 동맹국의 대중 무역수출 통제15853.281.1915북한 위협인식15854.050.9815중국 위협인식15854.030.9115한중경제협력15852.180.6613대만해협 군사충돌 가능성15853.721.0315대만해협 위기의 영향15854.230.8515성별15851.50.5012나이158551.316.421991학력15854.461.0716소득15854.942.60111정치성향15855.152.01010보수정당 지지자(국민의힘, 개혁신당)1585.240.4301진보정당 지지자(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1585.420.4901   [1] 종속변수는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찬성도로, 역할 변경을 찬성한다는 응답들(찬성, 매우 찬성)을 1로 코딩하였고, 반대(반대, 매우 반대) 및 중립의 응답은 0으로 코딩하였다. 본 분석의 종속변수가 더미(dummy) 변수이기 때문에, 강건표준오차(robust standard error)를 활용한 로짓회귀분석(logit regression analysis)을 사용하였다. 다수의 독립변수들을 동시에 통계분석에 사용할 경우 독립변수들 간의 다중공선성(multicollinearity)으로 인해 정확한 통계분석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수 있다. 다중공선성 문제가 통계분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분산팽창계수(VIF: Variance Inflation Factor)를 계산한 결과, 모든 변수들의 평균 VIF값이 1.35로 나타났다. VIF값이 1.35인 경우 낮은 수준의 다중공선성을 의미하며, 통계모델의 추정결과를 신뢰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2] 특정 독립변수의 90% 또는 95% 신뢰구간이 0을 포함하지 않을 경우 해당 변수는 종속변수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특정 독립변수의 90% 또는 95% 신뢰구간이 0을 기준으로 우측에 위치할 경우, 종속변수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양(+)의 영향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특정 독립변수의 90% 또는 95% 신뢰구간이 0을 기준으로 좌측에 위치할 경우, 종속변수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음(-)의 영향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3] 단 보수정당지지자 변수에 대한 계수는 90% 신뢰구간    ■ 저자: 이경석 _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11) | leesj@eai.or.kr 

이경석 2025-09-01조회 :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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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력의 미래비전 시리즈] ⑫ 국민국가 형성의 단층을 둘러싼 내외 정치의 공진과 역사 화해: 한일관계를 예시로

서론: 동아시아에서의 국민감정 악화   2023년 3월 한국 외교부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와 뒤이은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되었으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일관계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정도로 악화되어 있었다는 것은 세계 저널리즘의 일반적인 통설이다. 같은 민주주의 사회를 구성하고 있고, 경제 발전과 민주화 등 사회적 변화에 따라 거의 동등한 경제 발전 수준이 되었음에도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어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오히려 민주주의와 관련된 가치로서 인권, 자립 강화로 인해 경쟁 관계로 접어든 양국 경제, 그리고 북한의 장래를 둘러싼 안보 정책 등 모든 분야에서 한일 정부 간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언론 보도나 여론조사 등의 결과를 보면 정부 간 관계뿐만 아니라 국민 간의 관계마저 악화되고 있는 상태이다.   본고는 양국이 민주주의적 가치를 공유하고 동일 수준의 경제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가 왜 악화되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이를 국민이라는 사회의 통합 원리의 차이에서 찾고자 한다. 구성주의적인 관점에서 국민이라는 주체가 구성될 때 공유되는 가치와 기억에 주목하면서,[1] 가치의 유형론의 논리에 집중하기보다는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의 ‘공진’이라는 문제를 고려하면서 복합적인 정치 구조를 논의해 나가고자 한다.   이러한 논의는 다음 두 가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첫째, 제도로서 기능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집단이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이라는 집단을 구성하는 요소를 현실 정치와 연결시켜 분석하지 않은 채 ‘민주주의라는 제도’ 또는 ‘가치의 공유`라는 슬로건 형태로 국제정치의 장에서 사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이 서로의 국민 의식 고양에 의해 양자 관계 악화의 책임을 상대국의 정치나 사회, 나아가 문화에 겨누는 경향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이다.   국민을 형성하는 요소로 주목하는 것은 공유된 기억이다. 국민이라는 사회가 인간이 직접 인식하지 못하는 상상의 공동체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지만 그것을 인간의 상상에서 현실로 인식시키고 사회를 기능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에게 공유된 역사기억이다.   확실히 한일관계에서의 역사 분쟁의 원인에 대해서는 안전 보장이나 경제상의 국익이 중국의 부상에 의해 변화해 왔다는 점과 한국의 경제 발전에 의해 한일 양국 간 세력 균형이 비대칭적인 상태에서 균형된 상태로 변화했음이 지적된다. 그러나 국력이나 국익 논의 자체는 그것을 그렇게 인식시키고 그 인식이 정당한 것이라고 공유하는 주체인 국민 수준의 변화와 분리할 수 없다.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변화된 국내 정치 체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국민 통합의 기본 방향 및 그 변화가 국제정치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그 연동을 고찰하기 위한 기본 개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2] 즉, 국익이나 국력을 분석 개념으로 할 때 전제가 되는, 국민 집단을 구성하는 요소가 국익이나 국력과 어떻게 연동되는가를 고찰해야 한다. 그것이 본론의 문제의식이다.[3]   국민을 지탱하는 공유된 역사의 기억이 국내외 차원을 초월한 정치 과정과 결합되는 가운데 어떻게 분쟁을 야기하는지에 주목하여, 본론에서는 한일 간에 전개되어 온 역사 문제를 예시로 기억과 관련된 가치가 모종의 복합체를 형성하고 그 단층이 국력과 국익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면서 국내외 다른 수준에서 공진하는 가운데 관계 악화를 일으키고 있는 구조를 밝혀 나갈 것이다.   Ⅰ. 대립의 정체: 민주주의와 감정, 가치, 기억   다양한 체험 중 특정한 기억이 선택되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보편적인 가치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인권이나 민주주의, 자유로 상징되는 보편적 가치는 어떻게 사람들의 역사적 기억과 결합되어 국민으로서 갖는 감정을 만들어 내고 일정한 구조 속에서 계속 논쟁이 되는 것인가?   중요한 것은 관찰 주체와 대상이 분리되기 어렵다는 데 대한 자각인데, 이를 전제로 하면서도 역사 분쟁에서 논쟁이 일어날 때 양국 주장의 근거가 되는 보편적 가치는 양극단에 있는 경우가 많다. 한편에는 ‘피해자 중심주의’와 ‘여성의 존엄’으로 상징되는 인권이라는 보편적이고 자명한 가치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법의 준수’와 ‘(국가 간 협정에 의해) 이미 해결되었다’라는 주장으로 상징되는 법과 질서, 안정, 번영이라는 또 다른 보편적 가치가 있어 대화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양분된 가치가 역사 문제에서도 서로의 주장에 동원되고 있다는 것은 현실적 감각으로 보아도 들어맞는다고 할 것이다.[4] 인권이나 여성의 존엄과 대치되는 법적 안정과 부유함이라는 가치는 어떻게 한국과 일본 각각의 국민적 기억과 결합하는가? 이런 가치와 기억의 결합은 어떤 조건 하에서는 체제를 지탱하는 사회 규범이 되고, 또 어떤 조건에서는 그 체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정당화하는 ‘정의’로 등장하는 것인가?   일반적으로는 소수자 혹은 현상의 변혁을 시도하는 측이 내세우는 가치를 정의라고 부를 수 있다. 한국 시민 사회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운동이 추구하고자 하는 정의와 결부되며 강화되어 온 역사적 기억을 한국 국민들은 공유하고 있다. 그 기억은 일본의 한국 식민 지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초국가적 운동체를 통해 일본 국민이 공유하는 기억과도 상호작용을 하며 공감 또는 반발을 일으킨다. 이러한 과정은 한국 정부의 요청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본 국내 정치의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5]   1. 한국의 국민적 기억과 가치로서의 인권과 발전: 일제의 이면   그렇다면 민주화에 따른 한국의 국민 통합의 변천 속에서 국민적 기억은 어떻게 가치와 연결되고 변화해 왔는가? 지금까지 논한 틀의 연장에서 한국 국민에게 공유되는 기억은 민주화에 따라 다른 가치와 결합하게 됐다고 주장할 수 있다.   확실히 민주화 이전 권위주의 체제하의 개발 우선 시대에는 한국에서도 발전과 부유함이라는 가치와 국민적 기억이 결합되어 있었다. 박정희가 내세운 ‘극일’ 구호, ‘유신체제’로 명명된 메이지유신에서 유래한 헌법 무시 체제, 그리고 일본과의 차관(借款)을 우선시하여 국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를 추진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木宮正史 2021). 그러나 정치 체제의 민주화 과정을 통해, 정부에 저항하는 세력이 내세운 인권이라는 가치가 한국의 국민적 기억과 융합되는 전환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발전이나 부유함이라는 가치에서 인권이라는 가치와 결합된 역사 기억으로의 전환은 어떻게 발생한 것인가? 1980년대 한국의 민주화는 과거 박정희의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근대나 문명을 표준으로 해 일본을 뒤쫓아 발전을 추구하던 경향에서 전환되어, 인권에 의거한 민중 주체의 저항에 중점을 두는 계기가 되었다. 즉 한국의 민주화는 “새로운 역사해석을 통해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증거로 민주화와 일체가 된 저항 논리의 변화는 ‘식민지 근대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형태로 근대라는 개념을 긍정적인 것에서 회의적인 것으로로 변화시켰다. 근대를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는 시대로 여기게 되었고, 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온 근대를 무조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어진 것이다(宮嶋博史 外 2004, 249). 한국의 민주화는 민중을 주체로 하는 역사를 바탕으로 하면서 ‘국민사의 해석권’을 독재 정부에서 민중으로 탈환해 옴으로써 진행되었고, 그 해석의 갈림길이 된 것이야말로 근대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가 역사와 얽힌 인권의 문제로 상징되듯, 그 피해자들은 인권이라는 가치와 일체화되어 존엄을 유린당했다는 강한 감정과 결합된 ‘인권 피해’라는 기억의 상징이 됐다. 이처럼 과거의 피해자가 영원히 추구되어야 할 이상으로서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는 현상은, 복수정당제나 언론의 자유가 정착되는 제도적 민주화에 이어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근대 일본이 서구를 모방하면서 발전이나 개발이라는 문명적 논리를 민주주의의 성과로 내세워 온 반면, 한국의 민주화는 오히려 그러한 근대의 부유함이나 문명이라는 논리 자체에 대한 저항이 인권이라는 논리와 결부되는 방식으로 진전되어 근대나 문명의 부정적 측면을 반복하여 점검하게 되었다(宮嶋博史 外 2004). 그 연장선상에 경제적 풍요라는 가치로만 결합해 온 일본의 민주주의 정치 체제 및 그 안에서 형성된 일본 국민의 정서와 한국 국민 정서 사이에 극심한 역사의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1987년을 정점으로 한 한국의 민주화를 되돌아보면, 1997년부터 전 6권으로 출간된 『해방 전후사의 인식』(송건호 외 지음, 한길사)은 인권이라는 가치를 과거에 소구하여, 대한민국 건국 시점에는 존재했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 계기를 연구했다고 할 수 있다. 회복되어야 할 가치로서 인권과 자유를 근대사 속에서 재구성해 보인 것이다. 그것은 ‘일본 제국주의’로부터의 민중 해방에 의해 자유로워진 공간이 미국이나 냉전 질서하에서 다시 억압의 공간으로 전환된 역학을 해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권위주의적인 독재 정부의 기원과 독재자가 정통성을 주장하는 근거에 이용된 민족 분단의 기원을 역사적으로 풀어내는 것이었다. 박정희 정권과 그 흐름을 이어가는 군사 정권이 주장해 온 개발과 그로 인해 정당화된 인권 억압을 극복하는 역사적 해석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1985년 한국에서 등장한 『한국민중사 〈현대편(1945-1980)〉』(다카사키 소우지 옮김, 한국민중사연구회, 1987)는 발전이라는 가치로 본 한국 근대사 정체의 근본 원인을 인권과 연계된 자유의 억압에서 찾았다. 우선 역사의 범위를 조선시대로 확대하면서 생산력을 바탕으로 한 ‘역사적 필연성’과 인간의 주체적 자유를 결합하면서(316쪽), 근대화를 위한 ‘맹아’가 존재했으나 제국주의에 의해 짓눌렸다는 논리를 제공했다. 이로써 발전이라는 가치로 본 민족의 ‘정체’를 민족의 자유로운 발전이 억압되었다는 논리로 설명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즉 민중의 자주나 자유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발전이라는 가치와 결부되는 문명 논리가 적용되지 못하는 역사 해석을 만들어 근대 자체의 의미도 변용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민주화 과정이 인권 규범과 융합된 새로운 역사 해석의 틀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나 과거 발전과 결부된 역사의 기억이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남미 같은 경우와는 달리, 새로운 역사 기억은 한국 내 분열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반일종족주의』(이영훈, 문예춘추, 2019년)로 상징되는 문명 및 근대의 논리에 의거한 한국사도 한국 보수의 일부에서 아직 건재하며, 이는 일본의 우익 보수파와의 연계 속에서 명맥을 유지하여 한국 국내와 국경을 초월한 일본과 역사를 둘러싼 분쟁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2. 가치와 기억의 재편 과정으로서의 민주화: 역사 해석권의 쟁탈과 정착과 동아시아   일본이라는 국민사회에 공유되고 있는 역사적 기억은 어떤 가치로 뒷받침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대응을 예로 들면서 고찰해 보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민주화 운동에 대응하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부수적인 지위에 놓인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지향하는 운동이 가부장주의나 매춘 관광에 대한 반대 운동의 형태로 여성의 존엄, 인권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6] 일본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전반까지는 가해 책임도 마주해야 한다며 인권이라는 가치를 상당히 고려하는 대응을 보였다(浅野豊美 2015). 그러나, 한편으로 그러한 조치들이 과거의 조약이나 정책과의 정합성에 모순되지 않는 범위라는 조건이 딸려 있었다. 인권이라는 가치를 고려하면서도 과거의 법령과 정합성을 취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도의적 대처’였으며, 구체적으로는 정부와 민간의 협동에 의한 재단 설립이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재단은 이른바 ‘국민기금’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으나, 국민의 기금을 모아 정부가 책임지고 피해자에게 전달하는 식의 협조가 전제되어 있었다. 즉,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민 모금의 방식으로 과거의 무상 경제 협력이라는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실제 모금을 전달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과 이를 위한 사무(직원 고용 · 재단의 대지 비용 · 파견 여비 · 홍보 비용)를 정부가 책임지는 형태를 취한 것이다(和田春樹 2016; 大沼保昭 2017). 더욱이 모금이 규정액에 미달할 때에는 정부의 의료복지 지원 사업에서 예산을 충당함으로써, 정부가 중심이 되지만 정합성을 취하기 위해 민관 협력이라는 형식을 유지하면서 인권이라는 가치와 과거 조약에 따른 안정과 발전이라는 양쪽 가치에 균형 있게 대처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시민사회를 양분하는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한국의 피해자들에게 수용되지 못하면서, 그리고 한일 간 초국가적 네트워크에 의거해 인권이라는 가치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시민사회의 요구를[7] 한국 정부가 재판 투쟁을 통해 최종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그 결과 일본의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 담당자들 사이에서도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었다. 과거 행정적인 궁리를 거듭하면서 노력을 거듭한 만큼 불신은 더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요구가 과격하게 ‘골대’를 움직이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한일관계의 긴장이 고조된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일본 외교 당국자들에게 위안부 피해자들이 요구한 사과나 진상 규명은 인권적 가치로서 여성의 존엄과 얽힌 피해자 구제의 문제로서가 아닌, 한일 청구권 · 경제협력협정의 해석의 문제로만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처럼 국제 조약과의 정합성이나 국제 조약 준수만이 판단 기준에 이른 배경에는, 1990년대 초반에 한국에서 제기된 위안부 문제가 적십자 간호사나 일본인 위안부를 포함한 일본 국내 여성 및 민간인에 대한 일본 정부의 보상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정도 있었다. 즉 일본에도 역사의 피해자는 존재했지만, 이는 일본 국내에서 발전이나 평화라는 가치에 동떨어진 사람들의 구제 문제로 취급되었다. 적십자 간호사에게도 시베리아 억류자에게도 일정한 보조금이 발전이라는 가치로 본 위로금으로서 지급되는 가운데, ‘인권 피해자’는 이미 구제되고 있다는 논리가 강화되었다고 생각된다.   즉 1990년대 초 아시아여성기금이라는 재단 설립에서 보였던 도의적 대처와 그 제도화라는 접근법은, 초국가적 시민사회의 일부에서 거절당함으로써 민중사의 틀에서 인권 유린의 문제로서 ‘식민지 책임’을 자각할 수 있었던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일본 내 정치적 기반을 상실해 갔다고 할 수 있다.   성장이나 발전이라는 가치,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조약과 국제법의 준수를 인권보다 우선시하는 접근법에 의해 인식의 골은 깊어져만 갔다. 이는 인권과 발전이라는 양극화된 민주적 가치에 대한 시민들의 분열이자, 이와 연계된 한국과 일본 정부의 입장 분열이라 할 수 있다. 과격한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 측의 법적 정합성을 바탕으로 한 민관 협력에 의한 재단 설립이라는 조치는 ‘제국주의적 침략’의 피해자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모호하게 하는 조치에 지나지 않았다.   Ⅱ. 문제를 둘러싼 분쟁의 구조: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의 공진   1. 역사 문제는 구축된 국민의 위상 차이에서 유래한다   시민사회의 분열이라는 사태의 배경에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는 국경이 없어야 할 시민도 구체적 현실 생활 공간에서는 국민으로서 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기에 언어, 교육, 신산업 육성, 그리고 안전 보장 측면에서의 경쟁이나 재원을 제공하는 단위로서의 국가와 그 주체이자 구성원인 국민이라는 집단이 불가결한 데서 유래한다. 이른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동일한 보편적 가치를 신봉한다고 해도, 한일 각각의 국민이라는 집단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기억의 선택은 상기한 바와 같이 각기 다른 가치와 연결되어 있다. 더욱이 ‘타자’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자유를 얻었다는 역사적 기억이 한국 국민에게 공유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 ‘동화’ 정책을 전제로 민족을 말살시키려 했던 일본에 대해서는 언제나 그 제국적 지배와 전쟁의 의미가 한국 국민의 기억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일본의 국민적 기억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전후 70년 담화에서 상징되듯 영미와의 전쟁이며, 그 원인으로서 자국이 무력에 의한 일방적 해결을 시도한 것에 대한 반성이다. 전후 70년 담화에서는 국책의 과오로서 평화적 분쟁 해결 원칙의 유린과 민족자결주의에 대한 반역이라는 두 문제를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국 병합 문제를 민족자결의 유린 사례에 포함하지 않은 것은 일본의 국민적 기억 속에 발전이라는 가치에 비추어 민주주의가 발전하였고, 이런 맥락에서 1931년 이후 만주사변에서 2차대전에 이르는 시기에 대하여는 ‘군국주의의 대두로 인한 일탈’로서의 의미만 부여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일 간에 역사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권이나 인간의 존엄이라는 가치는 사회 정의나 그 실현을 위해 필수적인 ‘자유’라는 가치를 당연한 전제로 하는 반면, 문명이나 근대라는 가치는 법적 안정성이나 질서 및 그 위에 구축되는 ‘부유함’이나 발전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 각각의 가치는 본래 상호 보완적이다. 즉 사회 전체의 발전도, 사회 속 개인의 자유나 인권도 양쪽 모두 불가결한 문제이고 상호 보완적이지만, 한일 역사 문제에서는 일본이 전자를, 한국이 후자를 중시하는 경향이 생겨 각각 다른 기억과 논리를 이용해 대립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 배경에 있는 것이야말로 역사적 기억의 사회적 기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안부 피해자는 한국 사회에서 민주화와 함께 등장한 역사 해석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일제의 통치뿐 아니라 독재 체제를 규탄하기 위한 상징이었다. 민주화 과정에서 극복되었어야 할, 청산해야 할 과거의 잔재로서 알기 쉽게 보여 줄 공감을 집결할 피해자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국내 민주화의 연장선상에서 과거 한일관계의 비리를 드러내는 대상으로 위안부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강제징용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 피해자가 국민적 공감을 크게 불러일으키는 만큼 그 구제에 대해 조약을 방패 삼아 응하지 않으려 하고, 한국이 제시한 제3자 변제안에도 적극 호응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높아지는 것이다.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 구제 문제는 식민지 지배의 기원 및 그 종결을 위한 법적 틀과 맞물리면서 양측의 국민 사회와 국내 정치의 정통성을 뒷받침하는 기억과 가치, 그 해석과 결합을 둘러싼 문제들, 즉 역사 문제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쟁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연구자나 시민 스스로가 국민으로서의 감정을 자각하면서 상대방의 감정이 생겨나는 역동성을 기억과 가치와의 관계에서, 그리고 국민 사회를 창출하는 요소로서 고찰하고, 그 원인에 대한 인식을 일치시켜 심화해 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2. 민주주의 사회의 감정 · 기억 체제: 공진의 원인과 위상   이상과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역사 문제에 관해 감정적 분쟁이 전개되는 구조를 국내 정치와 국제정치를 연결시켜 정리해 보고자 한다.   국민을 집단으로 성립시키는 의식‧무의식의 집합적 감정 기억은 국내 정치 체제 및 국제적 체제와 어떤 형태로 연결되어 있는가?   민주주의 사회 내부의 국내 정치 구조에서 최종 결정의 단위가 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다. 그러나 이 전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국민이란 무엇인지 고찰하여야 한다. 국민은 주관적 감정과 그것을 만들어 내는 기억을 공유한다. 이성적 민주주의의 룰인 다수결도 감정적 존재로서의 국민 없이는 기능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누구를 그 구성원으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민주주의적으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업이든 지방자치단체든 그 장소의 상황에 따라 정해진 담당자나 집단을 확정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특정 집단을 구성하는 일원들이 집단 의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川崎修 · 杉田敦 2006). 최종적으로 다수결에 의한 결정에 소수파가 마지못해 묵인하고 따르게 되는 것도 같은 집단에 속해 있다는 의식이 집단 내에서 공유되기 때문이다. 국민이라는 집단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집단이지만 민주주의를 취하는 한 타자를 배제하는 집단이라는 성격을 띠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공유된 감정은 형식적일지라도 의례에서 필수적이다.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규정한 헌법하에 민주주의를 전제로 하는 정치 시스템에서는 국민이라는 집단 구성원들이 같은 감정과 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고, 그에 따라 비로소 ‘국민대표’나 대표 간의 다수결에 의한 결정은 성립하는 것이다.[8] 언론의 자유에 의거한 대화와 설득이라는 숙의 과정 또한 언어뿐만 아니라 같은 집단의 구성원이며 집단의 존속이나 가치를 지킨다는 의식과 기억이 가리키는 감정을 공유해야 비로소 가능하다(シャンタル・ムフ 2006, 9).   동아시아에서 이러한 국민 감정의 함양을 급속히 가능하게 한 것은 개인의 삶에 의미를 공급한 이른바 국민의 ‘역사’에 대응한 기억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이 고귀하고 의미가 있다는 의식이 과거의 영광을 알기 쉽게 표현한 역사 교육에 의해 뒷받침 됨으로써, ‘개인’은 어느 정도의 국민 감정을 언어와 함께 공유하는 ‘국민’이 되고 동시에 개인을 지배하는 도덕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시민’이 된다. 자유를 창출해 온 것을 국민 감정의 핵심으로 삼는 미국 등의 국민들조차도 워싱턴과 링컨으로 상징되는 역사적 기억은 대통령 선서식의 말이나 의례에서 빼놓고 논할 수 없다(アンソニー·スミス 1999).   국민적 기억과 그것을 알기 쉽게 구성한 이야기로서 역사, 그 핵심에 놓여 있는 것이야말로 한일 간에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는 보편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발전’, ‘근대화’, ‘평화’라는 가치, 한국으로 치면 ‘인권’, ‘존엄’, ‘자유’(‘억압’의 반대)라는 가치가 중시되는 경향이 있음은 앞에서 서술하였다. 일본에서는 극심한 불평등 조약하에 국민이 차별적인 취급을 받아 발전이 저해되고 있었음에도 마지막에는 조약 개정을 쟁취해 청일, 러일 두 전쟁에서 승리해 열강으로 인정 받고 대등한 주권 국가가 되어 근대화와 발전에 성공했다는 스토리가 교과서에서 공유된다. 한편 한국에선 의병 학살과 인권 유린에 의한 억압에도 불구하고, 러일 전쟁 이후 ‘강점’하에도 민족이 주체성을 잃지 않고 저항하다가 결국 독립을 쟁취했다는 스토리가 국민사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그 국민이 세계 속에서 인정 받고 각 개인에게도 소중한 존재임을 전제할 때, 단순화하면 양국 국민의 기억은 한일 각각의 근대화와 인권에 힘입어 두 보편주의적 가치가 대립하고 있는 듯한 상태가 된다.   그러나 이렇게 각기 다른 보편적 가치와 결부되어 있다 하더라도, 국민적 기억의 공통점은 ‘용서받지 못하는’ 비참하고 위태로운 과거와 현재의 ‘자랑스러운’ ‘우리’를 연결하는 것으로서 국민의 정치 활동이나 특정 정치 세력에 역사적 정통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미국이나 서구의 국민국가에서는 국민의 발전과 인권의 보장이 상호 보완적이었던 것에 비해, 급속한 국가 주도의 근대화를 이룬 동아시아, 특히 한일에서 두 가치는 대립적인 관계가 되어 버린다고 할 수 있다. 통상 근대의 부유함은 개인의 자립성이나 독립성을 뒷받침하는 것이겠지만, 강력한 국가에 의해 개인의 인권보다 부유함이 우선시되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또 인권 피해자가 국가가 발동한 전쟁의 희생자로 자리매김하고 기억되기 때문에 두 가치는 개발을 주도한 동시에 부정한 전쟁을 주도했다는 양면을 가진 국가의 존재를 놓고 양극화될 수도 있다. 국가는 한편으로 부유함의 기원이자, 한편으로는 억압의 원흉으로 여겨져 한일 각각 국내에서 논쟁이 되는 동시에 양국 간의 역사 문제에서 양국 국민의 입장을 양극화시키는 것이다.   3. 공진에 의한 국민 감정의 충돌 구조   다음으로 왜 두 보편적 가치가 한일 간의 다른 기억과 결합되어 역사 문제의 대립을 가속화시키는 것인지 국내외 정치의 공진이라는 시각에서 논하려 한다.   공유된 기억에 의해 국가적 감정이 생겨나고, 그것이 공유됨으로써 국민이라는 집단이 존재하게 되며, 국내 민주주의가 기능한다는 것은 앞서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억을 감정화하는 데 필수적인 보편적 가치는 국내 정치 구조와는 별개로 국제 사회에서 보편적이기 때문에 국민적 소프트 파워의 한 요소로 기능하고, 따라서 기억을 둘러싼 분쟁은 국제정치에서 소프트 파워 자원의 쟁탈전 양상을 띠어 이른바 역사 전쟁이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감정적 차원으로 고조된 국제 사회의 역사를 둘러싼 분쟁은 국내 정치의 동향도 좌우하게 된다. 즉 국내 정치에 국제 사회의 정의와 가치를 둘러싼 기억의 싸움이 역류함으로써 보다 강경한, 즉 국내적 논리로 볼 때 ‘바른’ 지도자의 정치적 정통성은 높아지게 된다. 다시 말해 더 많은 표가 몰리게 되어 포퓰리즘 현상이 강화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역사 인식 문제’는 이 같은 국내와 국제라는 두 가지 차원에 걸친 국내외 정치 문제의 공진 현상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분쟁해결학이나 국제법은 일반적으로 국내정치적 문화 구조에 사로잡혀 분쟁을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대립 관계에 있는 한쪽 국민의 정의와 일체화되어 정치화되고 만다. 한국이 분쟁해결학에서 유래한 피해자 구제의 원칙을 주장하면 할수록, 일본은 평등한 주체 상호의 국제법 일반 논리나 발전 논리에 의거해 문제가 해결됐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국민의 감정과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뒷받침하는 보편적 가치가, 한일 간에 전혀 다른 단층이 국내 정치사회 구조에서 쏟아져 나와 국제정치상 갈등을 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 이유는 단층이 발생한 원인과 관련된 것이다. 주권을 가져야 할 ‘국민’ 집단은 동아시아에서는 불과 150년 전까지만 해도 결코 자명한 집단이 아니었으며, 정치적 필요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왔다(西川長夫 2012). 세계적, 지역적 국제 관계의 종속적 입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에 걸맞은 기억이 선택되고 보편적 가치로 보강되면서 국민적 결속을 호소하는 운동이 독립운동가와 ‘번벌(藩閥)’, 군, 당 등 건국 신화를 독점한 권위주의적 정부에 의해 전개돼 왔다.   국민이 역사 속에서 구축되어 왔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생겨난 기억과 감정의 결합은 이웃나라의 국민 이미지를 자국과 반대되는 것으로 선명하게 드러내려 시도하게 된다. 예컨데, 일본에서 한국을 보면 발전의 반대로서의 ‘정체(停滞)’와 결부된 것으로, 한국에서 일본을 보면 인권과 자유를 아무렇지 않게 억압하는 제국주의적 국민성으로, 각각이 자국 역사에서 소중히 여기는 가치의 반대에 해당하는 가치와 결합하여 규정한다. 일본 국민이 이웃나라를 지배하고 그 사람들을 일본의 국민으로 만들려고 했던 식민지 책임을 인식하기 어려운 이유도, 한국 국민이 제국주의 논리와 분리해 민족이나 국민의 근대적 성격을 인식하기 어려워지는 이유도 이런 구조가 만들어낸 것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이유는 국제 사회에서 인권 규범의 확대와 침투라는 현상 속에서, 한국은 민주화 과정으로 새로운 국민 형성이 이루어진 반면 일본은 그러한 물결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냉전 종반부터 세계적으로 확대된 ‘제3의 물결’로서 민주화가 세계로 파급되는 현상은 남미와 남아프리카에 머물지 않고 아시아에 1980년대 후반부터 밀어닥쳤다. 그 민주화가 한국에서 진전될 때 일어난 현상이야말로 새로운 민중 개념에 의거한 역사 해석의 등장과 그러한 기억이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이나 민주주의, 자유와 결합된 현상이었다. 그러나 남미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제 발전이 제대로 진전되지 못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은 선진국으로서의 성장을 이뤘기 때문에, 한국의 역사 기억은 발전과 인권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 놓여 있다.   한편 일본에는 이러한 아시아 민주화의 물결이 미치지 않았고, 일본의 정권 교체는 역사 인식의 교체를 수반하는 형태로 진행되지 않았으며, 그 기간도 극히 짧았다. 일본 국민은 19세기적 문명과 근대화 · 발전이라는 가치에만 의지해 통합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민주주의와 결합된 부유함이라는 가치는 근대화나 문명의 아시아 선구라는 말과 일체가 되어, 업계 및 단체에 이권을 배포하는 것을 중시해 온 자민당 정권과 일체화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佐藤誠三郎·松崎哲久 1986). 상징적인 천황제도 재난이나 불의의 사건으로 자유와 인권을 빼앗긴 국민에게 다가서면서 기능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5개조 서약문’이나 ‘성단(聖斷)’에 의한 2차대전 종결 사실은 국민에게 평화를 회복해 주었다는 기억과 접합되어 근대화 및 경제 발전의 기점과 회복의 계기로서 의미를 가진다. 인권이나 자유라는 개인의 가치에 입각한 기억은 메이지 시대의 자유민권운동이나 ‘미연의 점령 개혁’ 등 단편적인 현상에서 부각되는 것에 불과하다. 일본의 역사 기억에서 인권 가치에 친화적인 현상이 소외되는 역학은, 한국에서 제국주의의 억압에 의해 짓눌린 ‘근대’의 맹아라는 개념에 의해 발전이나 문명이라는 논리를 제국주의의 억압 및 민중의 자유와 저항이라는 인권 논리에 종속시키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또 이런 감정과 얽힌 충돌은 상업적인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자극적이고 시청률을 높이는 대상으로서 선호되며, 이로 인해 갈등은 점점 가속화된다. 미디어에서는 상대의 국내 정치 정세에 대한 평론적 언설의 요구는 높지만, 반대로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한 전체적인 접근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다(土屋礼子 2021).   결론: 공진의 결과로서 역사 문제의 출현과 그 악순환 구조   이와 같이 국내외 정치 구조 속에서 피해자의 마음을 구제하는 문제는 확실히 국제 사회 전체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인권의 문제이나, 이와 함께 국민에게 공유되어야 할 ‘알기 쉬운’ 역사 중 어느 쪽이 국제 사회의 주류여야 하는지 분쟁을 야기하고 악순환을 가속화한다. 그것이 역사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민주 사회라도 한일 간에 역사 문제가 끊이지 않는 현 상황의 역사적 배경에는 한국의 ‘피해자’가 인권이나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의 동조와 함께 양극화됨으로써 한국 국민이 공유하는 기억을 매개로 연결되는 현상이 있어 사태는 더욱 복잡해진다. 그것이 역사 문제의 배경에 국민 형성의 단층이 존재한다고 본론이 지적하는 이유다. 한국의 경우 저항의 기억과 인권이라는 보편적인 가치가 결합되면서 국민이 구성된다는 사회적 구조가 존재하는 반면, 일본 측에서는 발전이나 안정이라는 가치가 일본 민주주의에 얽힌 기억과 결합됨으로써 강한 감정적인 반발이 서로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강한 감정이 창출되는 역사를 경제와 사회의 제도 및 그 변화 과정과 일체가 된 기억이나 기억을 선택하게 하는 가치 간의 역동적인 관계로 파악함으로써 각자 안에 살아 작동하는 감정의 존재를 먼저 인식하고 대화를 통해 함께 변화시켜 나가는 길이야말로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각자의 살아 있는 감정과 그것을 지탱하는 가치와 기억을 의식해야 반대의 의미로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국민 기억의 핵심에 ‘인권 피해자’나 ‘여성의 존엄’이라는 보편적 가치와 민족적 가치가 중첩되면서 한국인 위안부가 자리매김한 반면, 일본측의 국민적 기억 속에 ‘식민지 책임’과 관련된 사건이나 인물이 누락된 상황도 지금까지의 논의의 연장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양극화되기 쉬운 보편적 가치를 모두 포용해 나가기 위한 길은, 우선 각자가 공유된 올바른 기억이 아닌 국내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가치가 양극화되는 상황 속에서 애당초 기억이 다르다는 것은 서로 역사로서 보고 싶은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러한 현상을 감안하면서도, 과거의 역사와 관련된 ‘명(明)’과 ‘암(暗)’의 ‘전체’를 서로의 국민사의 틀 안에서 각각 깊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즉, ‘암’으로서의 과거의 불행한 전쟁 시대를 잊지 않는 형태로 기억하면서, ‘명’으로서의 일본의 국민적 자존심을 지탱하고 있는 근대나 발전을 단순히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고차원적으로 명암을 함께 인식할 수 있어야 한국 국민의 자존심의 기저에 있는 가치나 기억을 배려하여 공감하는 길도 열린다고 볼 수 있다. 즉 명암 ‘전체’를 의식할 수 있어야 각자의 자의식, 국민의식 위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연대의 기초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인간은 시민으로서 국경선을 넘어 연결될 수도 있지만, 국민이자 민주주의의 담당자로서 경계선 안에서 살아 가야 하는 숙명도 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으로서 공유하고 있는 기억이나 그것을 지탱하는 가치를 의식하면서도 국내에서 주류가 될 수 없었던 ‘어두운’ 기억에도 눈을 돌림으로써 왜 단층이 존재하는지를 이해해야 연대와 공감의 가능성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역사 문제의 기원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깊어져야 감정을 일깨우기 위한 공통 정책을 논의하는 일도 가능해질 날이 올 것이다.■   참고문헌   川崎修・杉田敦 編. 2006. 『現代政治理論』. 東京: 有斐閣.   木村幹. 2010. “日韓両国における歴史観と近代、そして近代的法秩序.” 日韓文化交流基金 編. 『第2期日韓歴史共同研究報告書 教科書小グループ篇』.   木宮正史. 2021. 『日韓関係史』. 東京: 岩波書店.   西川長夫. 2012. 『国民国家論の射程―あるいは「国民」という怪物について』. 東京: 柏書房.   シャンタル・ムフ. 葛西弘隆 訳. 2006. 『民主主義の逆説』. 東京: 以文社.   宮嶋博史・李成市・尹海東・林志弦. 2004. 『植民地近代の視座―朝鮮と日本』. 東京: 岩波書店.   佐藤誠三郎・松崎哲久. 1986. 『自民党政権』. 東京: 中央公論社.   徐京植. 1989. 『ナショナリズムと「慰安婦」問題』. 東京: 青木書店.   アンソニー・スミス. 1999. 巣山靖司 外 訳. 『ネイションとエスニシティ―歴史社会学的考察―』. 名古屋: 名古屋大学出版会.   浅野豊美. 2015. “第1章 歴史と安全保障問題・連環の系譜―戦後五〇年村山談話と戦後七〇年安倍総理訪米.” 木宮正史 編. 『シリーズ日本の安全保障(全八巻)第六巻 朝鮮半島と東アジア』, 15-44. 東京: 岩波書店.   ______. 2021. “日韓の国民形成の断層と和解学─価値と記憶の融合をめぐる内外政治の共振.” 浅野豊美 編. 『和解学叢書第一巻 和解学の試み』, 315-350. 東京: 明石書店.   大沼保昭. 2017. 『「慰安婦」問題とは何だったのか―メディア・NGO・政府の功罪』. 東京: 中公新書.   和田春樹. 2016. 『アジア女性基金と慰安婦問題―回想と検証』. 東京: 明石書店.   土屋礼子. 2021. “東アジアにおけるメディアと和解 ̶戦争と植民地支配の記憶をめぐって.” 浅野豊美 編. 『和解学叢書第一巻 和解学の試み』, 315-350. 東京: 明石書店.     [1]  浅野豊美 2021. 기존 연구에서 국민형성의 단층을 가치와 기억을 나누어 논하고자 시도하고 있으나, 본고는 그것을 더욱 발전시킨 것이다.   [2] 몇몇 예외로 기무라 간은 한일 양국의 근대사에 관한 역사관이 분기된 것을 지적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 교체와 함께 일본에서 등장해 한국으로 확산된 ‘내재적 발전론’이 논의되고 있지만, 개념 및 학설의 변화와 세대교체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일본의 중요성’ 저하로 귀결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본고는 사회 전체의 변화와도 관련된 철학이나 사상의 동향과 연결시키면서 해석학적인 논의를 심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식하에 전개된다(木村幹 2010).   [3] 그 원인에는 국익과 국력으로 상징되는 현실주의적 국제관계 이론이 있다. 그런데 ‘주권국가’라는 단위를 ‘국민’이 대표의 선출을 통해서 통제한다고 하는 민주주의적 규범이나 그 반대편에 있는 권위주의 체제와 같은 국내 정치체제 관련 개념이, 국제관계 이론에서 대전제가 되고 있는 개념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간주되어 그 사이를 연결하는 접근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가 된다.   [4] 운동단체나 구상된 재단의 명칭으로는 ‘정의기억연대’, ‘역사‧기억‧화해재단’ 등을 들 수 있다.   [5] ‘화해학’이라고 통칭되는 학문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의 방향성이나, 그 문제성, 논의의 전개 방법에 대해 독자 여러분으로부터 의견을 받고자 한다. 미숙하지만 필자가 전개한 이후의 논의에 대해서는 『和解学叢書第一巻 和解学の試みー記憶・感情・価値』(明石書店, 2021)를 참조하기 바란다.   [6] 한국 페미니즘 운동의 조류 속에서 위안부 피해 여성들은 민족의 딸로 자리매김하고 억압을 받아온 여성 인권의 상징이자 국민의 기억에 호소하는 형태로 등장했다. 즉, 한국에서 위안부는 여성의 존엄이라는 보편적 인권에 호소하면서도 그 초기 슬로건에서 상징되듯 주변국의 침략에 오랫동안 시달린 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딸로서 옛 가족주의적 민족사관 위에 자리 잡았다.   [7] 和田春樹 2016; 大沼保昭 2017. 일본 정부에 협력하려 했던 시민사회의 분열에 따른 심포지엄 기록으로는 다음이 있으며, 위안부 문제 이외의 재일교포 처우 등 지금까지 정부에 대한 태도 차이로 인해 시민적 연대가 상실되었음을 보여준다. 초당파적인 연계는 양국의 과격한 세력의 암묵적인 승인에 의해 간신히 이루어진 것 같기도 하다. 徐京植 1989.   [8] 국민이라는 집단은 교육을 통해 재생산된다. 숙의와 다수결 원칙에 입각한 민주주의는 동일한 집단 의식을 전제로 비로소 기능한다. 같은 집단에 속해 있고 그 일원이라는 도덕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있어야 다수파는 소수파를 최대한 배려하고, 소수파도 결국은 폭력에 호소하지 않고 침묵하는 형태로 민주주의는 유효하게 기능한다.     ■ 저자: 아사노 토요미(浅野豊美)_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 교수. 2015년부터 와세다대학에서 일본정치사 및 국제관계사를 강의하고 있다. 1998년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94년부터 1995년까지 하버드대학 문리대학원(GSAS) 방문연구원, 2021년부터 2022년까지 하버드-옌칭연구소 방문학자를 지냈다. 1999년 대만 중앙연구원(Academia Sinica) 근대사연구센터, 2006-2007년 조지워싱턴대학교 Sigur Center in Elliott School, 2009년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방문학자를 지냈다. 2015년 우드로윌슨센터 펠로우를 지냈다. 저서 『제국 일본의 식민지 법제』로 2009년 3월 요시다 시게루 상, 동년 6월 제25회 오히라 마사요시 기념상을 수상하였다. 2022년 문부과학대신표창 과학기술상(연구부문)을 수상하였다.     ■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문의: 02-2277-1683 (ext. 204) hspark@eai.or.kr  

아사노 토요미 2023-04-12조회 : 1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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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력의 미래비전 시리즈] ⑪ 한중의 상호 인식 변화와 한일관계의 함의

Ⅰ. 서론   한중 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 갈등 이후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간 상호 인식은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한중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빈번한 인적, 물적 교류가 진행되고 있는 양자 관계인 만큼 부정 인식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예상하기 어려운 복잡한 갈등과 충돌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수교 30년이 경과한 한중관계는 미중 간 전략 경쟁의 고조, 세계경제 침체와 공급망 불안정,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북핵의 고도화 등 외생 변수의 영향으로 기존의 협력 방식은 약화되고 새로운 협력 동력이 미처 확보되지 못한 채 중대한 역사의 기로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양국 간의 상호 부정 정서가 장기화, 구조화될 경우 한중관계는 관계 발전의 동기마저 약화되면서 만성적 갈등 관계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중관계는 2015년을 전후하여 역사상 ‘최상의 관계’라고 평가되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한중 양국은 모두 반일 정서가 고조되고 있었고 대일본 관계도 경색되고 있었다. 중국은 미일 동맹 강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한국과의 관계 발전에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한중 간 부정 정서가 한일간의 부정 정서를 능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기시다 정부는 중국을 최대의 안보 도전으로 인식하고 미국의 중국 견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 역시 미중 간 전략 경쟁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의 개선, 그리고 한미일 안보협력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한중일 삼국관계에 새로운 기류가 전개되고 있다. 한일 양국 국민들의 반중 정서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공세적 행보에 대한 한일 양국 정부의 우려와 경계도 점증하고 있다. 2015년 전후 한중 양국의 반일 정서가 한중관계 발전에 간접적 영향을 주었듯이 한일 양국의 반중 정서 고조가 한일 관계 발전에 어떤 변수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따라서 이 글은 일차적으로 최근 여론 조사를 바탕으로 한중 양국의 상호 인식을 다각도로 조망하여 그 특성과 한중관계에 갖는 함의를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중간 상호 인식과 관계의 변화가 한일관계, 그리고 한미일 안보 협력에 어떠한 영향과 함의가 있을지에 대해서 시론적인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Ⅱ. 한중 양국 국민의 상호 인식 변화와 특징   1. 한국의 대중국 인식의 변화와 특징   한중관계는 수교 이후 지난 30년 간 경제협력과 인문 교류를 중심으로 비약적인 양적 발전을 이루었다. 중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양국 교역액은 1992년 수교 당시 63억 달러에서 2021년 3,623억 5천만 달러(홍콩·마카오 포함)로 57배 증가하였다. 지난 30년 동안 양국의 인적 교류는 1992년 수교 당시 연 13만 명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 말 1,037만 명으로 약 80배 증가하였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에 양국 간에는 매주 1,023회 정도의 항공편이 운행되었다.   그런데 한중 간 협력과 교류가 수교 이후 빠르게 급증했지만 양국 국민 간 상호 인식은 오히려 나빠져 왔다.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전략 경쟁이 고조되면서 서방 선진국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한중 양국 국민들의 상호 인식, 특히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부정 인식은 그 정도가 심각할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와는 다른 몇 가지 특이성도 발견된다.   첫째, 한국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2016년 사드 갈등을 계기로 급격히 나빠졌다. 그만큼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과도한 보복 조치는 한국 국민들의 반중 정서가 명확하게 표출되게 한 특별하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일반적으로 국민 여론과 정서는 특정 이슈와 상황에 따라서 유동적일 수 있다. 그런데 한국 국민의 대중 인식이 사드 갈등으로 인해서 갑자기 악화되었는지, 그리고 사드 갈등이 해소되면 다시 반중 정서가 회복될 수 있는지 보다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여론을 추세적으로 보면 한국 국민들의 대중 인식은 이미 2000년대 이후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그림 1], [그림 2] 참조). 전경련에서 실시한 미국과 중국, 일본의 호감도(10점 만점)를 묻는 질문에 대해 미국 7.0점, 일본 3.7점, 중국 3.2점 등으로 응답했다(전국경제인연합회 2022).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일본보다도 낮게 나왔고, 2021년의 3.5점보다도 0.3점 하락하였다. 2013년 이후 중국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었다가 사드 갈등으로 인해 다시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실상은 2013~2015년에 이례적이고 일시적으로 대중 인식이 좋아졌던 것이고, 보다 긴 맥락에서 추이를 보면 인식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 갈등이 발생하면서 반중 정서를 더 확대시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서방 선진국들은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미래에 미국을 넘어서는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부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은 16%만이 중국이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고 응답하여 조사대상 13개국 중 가장 낮다(Silver et al. 2020). 한국은 조사 대상 13개국 평균인 34%의 두 배가 넘는 77%가 여전히 미국이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Silver et al. 2020). 뿐만 아니라 중국은 한국에게 안보적, 경제적으로도 위협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69.2%에 달하고 있다(동아시아연구원 2021b). 주지하듯이 한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25%에 달하고 있으며 한국에 중국과의 경제협력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한중관계는 수교 이후 지난 30년간 경제협력이 주도해 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한국인들의 중국 경제에 대한 인식은 예상 밖이다. 이는 그만큼 한국의 반중 정서가 강하고 전반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1] 한국 등 주요국의 중국에 대한 부정 인식 추이 출처: Silver et al. 2020    [그림 2] 미 · 중 · 일 · 북에 대한 감정 온도 추이 출처: 이오성 2021a   셋째,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제사회, 특히 서방 선진국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부정 인식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한국은 특히 20~30대 젊은 세대에서 반(反) 중국 정서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중국은 한국에게 적에 가깝다고 응답한 젊은 층은 62.8%로 전체 평균 49.1%보다 12%p나 높게 나왔다. 다른 조사에서도 18~24세 응답자의 60.3%가 가장 싫어하는 나라로 중국을 선택했다. 25~29세(46.7%), 30~34세(49.1%), 35~39세(48.8%)보다 응답률이 더 높다(권민지 2021; 박예나 2022).   넷째, 한중관계는 정부 간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양국 국민들의 부정 정서는 회복되지 않고 있거나 오히려 더 악화되는 추세에 있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과 같이 정부 간 갈등이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 국민 인식도 상호 부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중 양국 정부는 사드 갈등을 넘어서 관계 회복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왔고, 특히 코로나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정부 간에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 즉 양국은 방역 협력 체제 수립, 코로나19 통제, 신속 통로(입국 절차 간소화) 개통, 그리고 생산 회복을 위한 협력 강화를 선도하는 등 정부 간 긴밀하게 협력을 모색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한중 양국은 코로나19 방역 협력에 ‘4개 선도(四个率先)’를 이루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外交部发言人华春莹主持例行记者会 2020) 그럼에도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부정 평가 비율은 미국(82%), 호주(86%), 캐나다(74%) 등과 유사하게 높다([그림 1] 참조).   2. 중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 변화와 특징   중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최근의 객관적인 여론조사 자료가 충분치 않아서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중국 자체에서 실시한 한국에 대한 인식 조사 데이터는 거의 없다. 그나마 한국에서 중국의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하여 실시한 2010년과 2017년 여론조사 결과가 있고, 한국의 해외문화홍보원에서 실시한 ‘2021 국가이미지’ 조사가 있다. 국가 이미지 조사는 주로 긍정, 부정 이미지와 호감도를 중심으로 조사되어 있어 부정 인식의 배경과 원인을 추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기존의 자료를 바탕으로 추이를 감안하여 몇 가지 추론은 가능하다.   첫째, 한중 양국은 인접국이면서 수교와 함께 최대 규모의 인적 교류가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한중 양국 간의 인식은 상당 정도 상호 영향을 주고 받으며 연동되어 왔고 현재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한중 양국은 지금까지 쟁점과 현안을 둘러싸고 갈등, 대립하면서 상호 부정적 인식이 표출되어 왔다. 따라서 한국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으면 이에 영향을 받아서 중국의 한국 인식도 나빠지고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실제로 2010년과 2017년의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중국의 한국 인식은 나빠지는 추세에 있었다. 2017년 여론조사에서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3.40점(10점 만점)으로 조사 8개국 중 최저 수준이었다(전병곤 · 이동률 2017). 2010년 대비 2.35점 감소하여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하락 폭이 컸다([그림 3] 참조). 그리고 2021년 국가이미지 조사에서도 조사 대상 23개국 가운데 중국의 긍정 평가율은 68.6%로 일본(35%) 다음으로 낮게 나왔다(해외문화홍보원 2021). 중국에서도 한중 간의 주요 갈등 사안이었던 천안함, 연평도 사건과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은 이 두 사안을 통해 미국의 중국 견제에 한국이 동참하고 있고 그로 인해 중국의 안보가 도전 받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림 3] 중국의 주요국에 대한 인식 변화 출처: 전병곤 · 이동률 2017   둘째, 한국의 중국 인식이 악화되는 과정에 중국의 예상보다 빠른 가파른 부상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에도 전반적인 변화의 기류가 있었다. 수교 이후 1990년대 말까지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경제협력 대상의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아시아의 신흥 개도국이었던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중요시했고 심지어 한국을 발전 모델로 주목하기도 했다. 그런데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에 가입하고 글로벌 경제 대국으로 급성장하면서 한국과의 경제협력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0년 중국이 이른바 G2에 진입하고 미중 경쟁이 고조되면서 한국은 중국의 대미 외교의 영향을 받는 종속 변수로 변화해 갔다.   요컨대 중국의 가파른 부상으로 인해 중국에게 한국의 비중과 전략적 가치에 변화가 있었다. 최근 중국의 한 여론 조사는 중국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실제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중국 글로벌 타임스에서 2020년에 발표한 중국 여론 조사에서 중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국가로 한국은 북한(5.2%)보다 더 낮은 4.6%로 조사 대상 11개국 가운데 10위에 불과했다. 중국의 주변국 가운데서도 북한(9.0%)보다 낮은 7.2%로 조사 대상 9개국 가운데 8위였다(Global Times 2020).   셋째, 중국의 여론은 한국과 비교하여 다른 특징이 있다. 한국 여론은 항상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심지어 여론이 정부의 정책과는 상반된 방향으로 저항적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여론이 오히려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반면에 중국의 경우 여론은 대체로 정부의 정책 방향과 동조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국 체제의 특성상 중국 일반인들은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출하지 않으려는 일종의 ‘자기검열’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경우에는 오히려 여론을 통해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예컨대 트럼프 정부 집권 이후 미국의 대중국 인식은 역대 최악으로 변화했고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압박을 강행했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중국의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적극적으로 전면에 표출되고 있지 않다. 이는 중국 정부가 미국과 관계 악화를 회피하려는 정책 방향이 반영되어 반(反)미 정서가 표출되고 있지 않거나 통제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사드 갈등 이후 중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분명히 나빠졌지만 이러한 부정 정서가 한국처럼 공개적으로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있지는 않다. 현재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경쟁과 갈등이 고조되면서 주변 정세의 안정화와 우군 확보를 위한 전방위 외교를 전개하고 있으며 그런 차원에서 한국과의 관계 회복에도 오히려 적극적이다. 따라서 중국인의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비록 수면 위에 노출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인식이 좋아졌다고 볼 근거는 없으며 다만 드러나고 있지 않은 것이다.   Ⅲ. 한중 양국 인식 악화의 요인   1. 구조적 요인: 중국의 부상, 미중 경쟁의 고조와 한중 국력 격차의 확대   한중 양국 국민의 상호 부정적 인식은 중국의 부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0년대 이후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가파른 부상, 미중 간 경쟁과 대립의 심화, 한중 간 국력 격차의 확대 등 일련의 구조적 변화가 양국의 상호 인식에 영향을 미쳐 왔던 것이다. 실제로 한중 양국은 수교 이후 단기간에 비약적인 관계 발전이 이루어지다가 2000년대 이래 일련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양국 간의 인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왔다. 즉 2000년 마늘 분쟁, 2004년 중국의 동북공정을 통한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불거지면서 양국 국민 간의 인식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한중 간에는 2005년 단오제의 유네스코 등재 문제 등 역사와 문화 종주권을 둘러싸고 민간 차원의 갈등이 이어졌고 양국 간 상호 부정 인식이 쌓여 갔다.   그런데 당시 수교 10년에 즈음한 양국은 여전히 경제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관계 발전의 강한 동기가 있었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었기에 한국과의 관계 유지가 필요했고, 한국 역시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다. 따라서 한중 양국은 구조적 변화가 주는 신호에 주목하지 않았고 갈등을 봉합하기에 급급했다. 수면 아래에 덮여 누적되어 왔던 상호 부정 정서는 사드 갈등이라는 현안을 통해 마침내 봉인이 해제되면서 노출되었다. 즉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상호 부정 인식이 증대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갈등 상황들이 불거졌다. 그런데 갈등 사안들에 대해 양국이 치열하게 대면하고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해 가는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관계의 기초 체력을 다지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봉합이라는 선택을 하면서 부정 정서는 치유되지 않고 켜켜이 쌓여 왔다.   2021년 여론조사 결과에서 한국 응답자들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주된 이유로 ‘한국을 존중하지 않는다(17.8%)’ ‘중화민족주의에 따른 역사 민족 갈등(18.5%)’이라고 응답했다([그림 4] 참조). 코로나19와 미세먼지 등 초국경 위험(32.5%)이라는 현실적 문제 다음으로 구조적 요인에 대한 응답이 높게 나왔다(동아시아연구원 2021b). 중국인들 역시 2017년 조사에서 한국인은 중국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9.4%에 달했다(이동률 외 2017). 중국은 한국인들이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중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한국을 점차 무시하고 있다는 불만이 쌓여 갔다.   이제 한국은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기회가 아닌 위협으로 인식하고 경계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인해서 미중 경쟁과 대립의 파고가 양국 간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 2017년 중국의 한국 인식이 악화된 직접적 배경은 사드 갈등이었다. 그렇지만 당시 여론 조사를 분석한 결과는 결국 한국이 중국의 강대국 위상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다는 불만이 저변에 있었다(전병곤 · 이동률 2017). 한국이 중국을 존중하지 않는 이면에는 미국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고 중국인들은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2010년과 2017년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면, 중국인들은 한국이 이명박 보수 정부 시기인 2010년보다 문재인 정부에서 오히려 더 미국과 가까워졌다고 인식하고 있다. 2010년 대비 2017년 한국이 미국과 가깝다고 보는 응답은 7.9%p 증가하여 무려 71.5%에 이른 반면에 2010년 대비 중국과 가깝다는 응답은 10.1%p 감소한 10.7%로 나타났다(전병곤 · 이동률 2017).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이 고조되면서 이에 비례하여 상대국을 인식하는 기준의 하나로 미국과의 친소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인식하는 데 미국 변수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며 미중 갈등이 고조될수록 그러한 경향성은 더 커질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관련하여 주목되는 것은 사드 갈등으로 중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크게 나빠진 반면에 정작 사드 배치를 적극 요청한 미국에 대한 인식은 큰 변화가 없었다([그림 3] 참조). 이 역시 중국의 국력의 변화에 따라서 중국인들이 경쟁 상대인 강대국과 주변국을 구분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2. 국내 정치 요인: 정치 체제와 가치의 간극 확대   최근 한중 양국 간 체제와 가치 지향에서의 간극이 확대되면서 양국 국민들의 상대국의 정치 현실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좁아지고 이로 인한 부정적 인식도 커지고 있다. 한국인들은 촛불 시민 운동을 경험하면서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졌고, 민주, 자유, 정의, 공정 등 보편적 가치와 시민의식이 고양되었다. 반면에 중국 시진핑 정부에서는 오히려 권위주의가 강화되면서 양국 간 정치 체제의 이질성이 확대되고 있고 국민들의 가치와 이념의 차이를 새삼 재인식하고 있다.   중국인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한국 정치에 대해서 매우 특이한 인식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사드 갈등의 영향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평화적인 촛불시위를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룩한 한국 정치에 대해서 예상 밖의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 주고 있다. 예컨대 한국의 민주화 수준이 높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9.4%에 이르고 있으며 정치 환경이 안정적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무려 69.3%에 달하고 있다(전병곤 · 이동률 2017).   반면에 중국에서 국가주석 연임 제한에 대한 헌법을 수정하고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된 이후 한국 내의 시진핑 주석에 대한 인식도 나빠졌다.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한 2014년에 호감도가 59%였으나 2017년에 25%로, 그리고 2018년에는 19%로 떨어졌다(한국갤럽 2018). 퓨리서치 조사에서도 시 주석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응답이 74%(2019), 83%(2020)로 나타났다(Silver et al. 2020). 특히 2020년 결과는 조사 대상 14개국 가운데 일본 다음으로 높다. 요컨대 양국의 체제와 가치에 대한 이질성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공감대는 약화되고 상호 상대 체제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체제와 가치에 대한 이질성으로 인해 나빠진 양국 국민의 상호 인식이 역사 및 전통문화의 종주권 이슈를 자극하고 이를 둘러싼 갈등과 충돌로 비화하면서 양국 국민 간 부정 정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김치, 한복 등에 대한 종주권을 둘러싸고 새삼 예민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중국은 현재 체제 안정과 집권 강화를 위해 민족주의와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동원하고 있고, 한국 역시 선진국 진입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지고 ‘촛불 시민운동’의 여파로 시민들의 정치 참여와 요구가 증대하고 있다. 중국은 2021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이어서, 2022년에는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시진핑 총서기의 3연임을 확정하는 등 중요한 정치 일정이 이어지면서 정치적 민감도가 높아졌고 국가민족주의도 고양되었다. 한국 역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진보와 보수 진영 간의 대결이 치열해지면서 가치와 이념 논쟁이 가열되었다. 특히 과거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간 각축이 격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양국 모두 중요한 정치 일정이 이어지면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외교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경향성도 커졌다. 한중 양국 모두 민감하고 복잡한 국내정치 상황에 있고 그로 인해 양국 국민들의 상호 부정 정서가 더 악화된 측면도 있다.   3. 인접국 리스크 요인: 환경, 기후, 감염병, 해양활동 등   한국에서는 대기 오염 등 생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황사와 미세먼지 등 중국발 대기 오염에 대한 논란이 커져 왔다. 해양 오염과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등 문제도 수시로 불거지면서 이로 인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누적되어 왔다. 특히 2020년 예상치 못한 중국 우한발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인접한 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예민해졌다. 코로나 발생 초기 청와대 국민청원에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 76만 명에 달했으며, 중국 내 한국인에 대한 강제 격리와 혐오 행동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양국 국민들의 상호 부정 인식이 확대되었다. 2021년 여론조사에서도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는 이유로 ‘코로나19와 미세먼지 등 중국에서 오는 초국경 위험’이라는 응답이 32.5%로 1위를 차지했다([그림 4] 참조).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40대 이상 기성세대는 주요국 간의 무역, 첨단기술 경쟁과 마찰을 45.56%로 1위로 응답한 반면에 2030 세대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을 52.7%로 1위로 꼽고 있다(동아시아연구원 2021b). 요컨대 한국의 젊은 세대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가장 주요한 원인이 기성세대와는 달리 환경, 질병 등 현실적인 생활 안전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기성세대는 사대주의, 공산주의, 경제 후진국 등 역사적 선입관이 일정 정도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주었다면 한국의 미래 세대의 중국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향후 한중관계에서 미래 주요 현안과 쟁점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림 4]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는 이유 (2021) 출처: 동아시아연구원 2021b   Ⅳ. 한일관계에 주는 함의와 영향   한중 관계는 수교 30년을 경과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그런데 외형적인 비약적 발전에 부합하는 관계의 내실화와 기반이 충분히 조성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국의 예상보다 신속하고 가파른 부상과 미중 경쟁의 고조라는 외부 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면서 지정학적 특수성과 북핵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과 한중관계에 큰 부담이 되었다. 한중 양국 간 국력의 비대칭성 확대와 더불어 체제와 가치의 괴리도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양국 국민들의 인식의 간극은 커지고 오해와 왜곡의 공간은 확장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중국 의존성, 중국 경사에 대한 저항 심리가 증대하고 있는 반면에 중국 내에서는 오히려 한국의 미국 경사에 대한 우려와 경계가 고조되는 상반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요컨대 한중 국민들의 상호 부정 정서는 역사적, 구조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으며 미래 세대로까지 이어지면서 장기화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2021년 이후 여론조사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중국을 더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동아시아연구원 2021b; 유승목 2022). 한국의 대중 인식이 대일 인식보다 나빠진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심지어 2012년 한중 수교 2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급격히 진전되고 2015년에는 ‘최상의 관계’로까지 평가된 이면에는 중일 간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한중 간 역사와 위안부 문제로 인한 반일 정서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중국은 일본과의 동중국해 분쟁 과정에서 일본을 압박, 견제하기 위해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더 적극적이었다(이동률 2014). 예컨대 중국은 2012년 일본과의 수교 40주년 기념 행사조차도 진행하지 않은 반면에 시진핑 국가 부주석이 이례적으로 한중 수교 20주년 행사에는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일본에 앞서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당시 한일관계 역시 역사 교과서, 위안부 문제 등으로 인해 악화되고 있었다. 그런데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이 개최한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 발전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북한을 압박하는 데 중국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었지 일본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미일 양국으로부터 ‘중국 경사’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한일관계는 더 경색되었다. 즉 당시 한중 양국 사이에 반일 정서를 공유하고 있기는 했지만 양국관계를 발전시킨 동인은 상이했다.   당시 한일 간에는 중국 부상에 대한 위협 인식에서도 여전히 간극이 있었다. 일본은 2010년 이후 중국과 경제력이 역전되면서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이 고조되고 있었다. 일본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적극적으로 편승하면서 중국 견제에 동참했고 한국 역시 중국 견제에 참여하기를 요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미일 양국으로부터 ‘중국 경사’라는 비판에 직면했음에도 오히려 중국을 견인하기 위한 외교 노력을 경주했다.   그런데 사드 갈등 이후 한국에서의 중국 위협 인식이 빠르게 증대하면서 한일 간 대중 위협 인식이 일정 정도 수렴해 가고 있다. 한일 양국 모두 북한 다음으로 중국을 군사적 위협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 인식은 44.3%(2020)에서 61.8%(2021), 65%(2022)로 높아졌고 일본 역시 63.4%(2020)에서 70.5%(2021), 72.1%(2022)로 증가하였다(동아시아연구원 2021a; 동아시아연구원 2022).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에 대한 한일 양국의 인식은 여전히 격차가 있기는 하지만 점차 축소되는 추세다. 한국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중요한 국가라는 응답이 2021년 80.4%에서 2022년에는 64.7%로 감소한 반면에 일본은 44.1%(2021)에서 47%(2022)로 증가하였다(동아시아연구원 2021b; 동아시아연구원 2022). 한일간에 중국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점차 수렴해 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인식의 격차가 한일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줄어들고 2015년 전후의 상황처럼 한일관계를 능가하는 한중 간의 연대 가능성도 크게 줄어들 것임을 시사해 주고 있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안보 위협 인식이 증대하고 한중 간에 체제와 가치에 대한 간극이 확대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협력에 대한 한국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컨대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대한 한국의 긍정적인 응답이 53.6%(2020), 64.2%(2021), 72.4%(2022)로 증가하였다. 그런데 일본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한 긍정 응답이 각각 38.9%(2020), 36%(2021), 37.9%(2022)로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그리고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의 목적에 대해서도 한일 간에 미묘한 차이가 발견되고 있다. 예컨대 한일 양국 모두 한반도 평화, 안정을 한미일 협력의 1순위 목적으로 선택했지만 2순위로 한국은 중국 부상 견제(51.7%)를 선택한 반면에 일본은 미국과의 안보협력 강화(44.6%)라고 응답했다(동아시아연구원 2021a; 동아시아연구원 2022). 아울러 중국 내 인권 탄압에 대해 한국은 61%가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반면에 일본은 35%에 그치고 있으며 오히려 다수인 44.4%가 모르겠다고 중립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동아시아연구원 2021a).   윤석열 정부는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한미일 안보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 여론은 중국 부상 견제를 2순위로 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반면에 일본은 중국 부상 견제 보다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한미일 안보협력의 주된 이유라는 응답이 2022년의 경우 73.9%로 오히려 한국(56.4%)보다 더 높다. 일본은 한국보다 중국에 대한 위협 우려가 크다. 그럼에도 일본은 한미일 안보 협력을 중국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상정하고 있지는 않다. 일본은 중국 위협에 대한 대응은 미국과의 동맹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일본 기시다 정부는 중국을 최대 안보 도전으로 상정하고 있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요컨대 한국 정부는 북한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상정하고 있는 반면에 일본 정부는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고 이에 따른 대응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 국민들은 일본 국민들에 비해 여전히 경제적으로 중국이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인권 문제 제기와 한미일 안보 협력 참여에 적극적인 여론이 표출되고 있다. 심지어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막기 위해 국가안보와 관련된 첨단기술 관련 무역을 제한하는데 대해서도 일본(47.5%)에 비해 오히려 한국(62%)의 찬성 응답이 높게 나오고 있다(동아시아연구원 2022). 일본은 높은 반중 정서에도 불구하고 실제 중국을 직접 견제하는 행보에는 의외로 한국에 비해 관심이 높지 않거나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중국에 대해 안보 차원에서는 강경하게 대응하는 반면에 경제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실리 지향의 이중 전략을 견지하고 있다.   한중 간 부정 정서 고조와 한중관계의 정체 상황이 한일관계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마침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와는 달리 한미동맹의 강화와 함께 한미일 안보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내의 높은 반중 여론, 그리고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지지를 얻고 있는 만큼 한미일 협력을 추동할 수 있는 환경과 동력을 갖게 되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2021년 5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2022년 11월 캄보디아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처음으로 '프놈펜 성명'이라는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미일 3각 공조와 확장 억제 강화, 그리고 경제안보 분야의 협력을 논의했다.   그런데 비록 현재는 국민들의 반중 여론이 반일 여론을 앞서고 있기는 하지만, 한일관계에 내재된 역사 문제 등 뿌리 깊은 갈등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한국 국민의 반일 여론이 언제든 다시 확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한일 간에 과거처럼 중국에 대한 인식의 괴리로 인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럼에도 안보 협력의 동인은 여전히 한일 간 상이하고, 특히 중국 견제를 위한 한일 안보협력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림 5]와 [그림 6]에서 보여 주듯이 한국은 2021년 기준으로 위협감에서는 일본(11.3%)보다는 중국(46.0%)이 크게 높지만 친밀도는 일본(4.3%)과 중국(4.0%)이 유사하게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2022, 160-165). 아울러 같은 조사에서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조사 대상 4개국(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가운데 ‘자국의 이익에 따를 것이다’라는 응답에서 일본이 73.4%로 가장 높게 나왔다(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2022, 169-170). 그만큼 한국 국민들은 높은 반중 정서와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본과의 안보 협력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높지 않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그림 5] 주변국 친밀감 정도   [그림 6] 주변국 위협감 정도 출처: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022   참고문헌   권민지. 2021. “‘가장 싫은 나라 중국, 북한은 남’… MZ세대 모든 것.” 「국민일보」. 6월 25일.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97855   동아시아연구원. 2021a. “[EAIㆍ言論NPO 공동기자회견] 제9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발표.” 9월 28일. http://www.eai.or.kr/new/ko/etc/data_view.asp?intSeq=20884   ______. 2021b. “2022 대통령의 성공조건 & 신정부 외교정책 제언 인식조사 발표.” 11월 30일. http://www.eai.or.kr/new/ko/etc/data_view.asp?intSeq=20944   ______. 2022. “[EAIㆍ言論NPO 공동기자회견] 제10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발표.” 9월 1일. http://www.eai.or.kr/new/ko/etc/search_view.asp?intSeq=21398&board=kor_event   박예나. 2022. “청년 80% “中 부정적”...타오르는 반중 정서, 대선도 ‘흔들’[현장, 2022대선],” 「서울경제」. 2월 13일. https://www.sedaily.com/NewsView/2624JXGY6Y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022. 『2021 통일의식조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통일학연구 55.   유승목. 2022. “MZ세대 “日보다 中이 더 싫어”…NO재팬과는 ‘다른 분노’.” 「머니투데이」. 2월 9일.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20913325545167   이동률 외. 2010. 『중국인의 한국 인식과 한국의 대중국 공공외교 강화방안』. 경제·인문사회 연구회 대중국 종합연구 협동연구총서 (03–34).   이동률. 2014. “한중관계의 현황과 과제 그리고 대안.” 국립외교원. 2014. 『2013 중국정세보고』. 서울: 웃고문화사. 154-156.   이오성. 2021a. “중국의 모든 것을 싫어하는 핵심 집단, 누굴까?” 「시사IN」. 6월 17일.   ______. 2021b. “중국에 대한 반감, 그 반대편에 친미가 있다.” 「시사IN」. 11월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 2022. “국민이 바라는 신정부 경제외교안보 정책 조사.” 4월 4일. https://www.fki.or.kr/main/news/statement_detail.do?bbs_id=00034379   전병곤 · 이동률. 2017. 『중국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 조사』. 외교부.   정용환. 2018. “북한·필리핀·베트남과 큰 차이 없는 한국.” 「중앙일보」. 2월 2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2340180   한국갤럽. 2018. “데일리 오피니언 제298호(2018년 3월 2주) - 대북 인식, 주변국 정상 호감도.” 3월 16일. https://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911   해외문화홍보원. 2021. “2021년 국가이미지 조사 보고서.” https://www.kocis.go.kr/ebook/ecatalog5.jsp?Dir=396   Silver, Laura, Kat Devlin, and Christine Huang. 2020. “Unfavorable Views of China Reach Historic Highs in Many Countries.” Pew Research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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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률 2023-04-12조회 : 2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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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력의 미래비전 시리즈] ⑩ 국력을 강화하는 중국의 대미 외교와 근린 외교: 한일 협력의 계기가 될 것인가?

서론   한국과 일본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매우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점차 긴장을 높여 가던 미중 양국 관계는 2017년 말 이후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면서 세계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경제 면에서는 전자 기기를 비롯한 기술 분야에서의 디커플링이 진행되고, 그 영향으로 공급망 재편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군사 안전 보장 면에서도 미국은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한 대중 경쟁 승리를 목표로 한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영국, 호주 안보 협력 체계인 오커스(Australia, United Kingdom, United States: AUKUS)를 결성하여 호주에 원자력 잠수함을 제공하기로 결정했으며, 일본 및 한국과의 관계 강화에도 여념이 없다.   시진핑 정권은 당초 대미 관계 안정화를 표방하며 신형대국관계의 수립을 제창했다. 신흥국과 패권국이 충돌하는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는 대북 정책까지 변경했다. 그러나 2017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다음 달 발표된 국가안보전략과 2018년 1월의 국방전략에서 미국은 중국을 러시아와 함께 국제 질서를 무너뜨리는 수정주의 국가로 부르며 이슬람 과격주의자의 테러가 아닌 중국이야말로 미국의 최대 외부 위협이라고 간주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매우 중요한 대미 관계를 어떻게든 안정시키기 위해 대화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장기적인 전략 경쟁을 결심하게 됐으며, 이에 전념한 나머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부터 일본과 한국의 안보 정책까지 모든 것을 대미 경쟁의 시야에서 보게 됐다. 이러한 행태만 보면 중국 외교의 러시아화가 진행되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   본고에서는 미중관계가 점차 긴장의 강도를 더해 가는 상황에서 시진핑 정권의 근린 외교를 다룬다. 중국은 얼핏 협조적, 유화적인 근린 외교 정책을 내놓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일방적이고 강경한 행보를 보여 왔다. 본고는 중국이 왜 이런 행보를 보이는지 여러 각도에서 복합적으로 검토한다. 이와 함께, 국력을 증대시키고 과격한 행보를 보이는 중국과 한일 양국이 어떻게 공존해 나갈 것인지 고찰한다. 중국이 제기한 일대일로와 일본이 제창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은 공생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갖고 일본이나 한국 등 미중 사이에 위치한 나라들이 취해야 할 대응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Ⅰ. 시진핑 정권의 근린 외교: 언행 불일치는 왜 일어나는가   시진핑(習近平) 근린 정책의 큰 특징은 외교적 언사와 실제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은 온화하나 행동은 거칠고, 말과 행동 사이에 차이가 보이는 것이다. 온화한 말의 예로는 2013년 10월 ‘주변 외교공작 좌담회’에서의 시진핑의 연설을 들 수 있다(習近平 2014, 327-331). 본 연설에서 시진핑은 “주변 국가와 중국 간 정치 관계가 더 우호적으로 발전하고, 경제 유대가 더 견고해지고, 안전 협력이 더욱 심화되며, 인문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근린 외교의 기본 방침으로 “선의를 갖고 이웃 국가와 접촉하고, 이웃 국가를 동반자로 삼고 이웃과 친밀하며 이웃을 안심시키고 풍요롭게 한다”는 10년 전부터의 방침을 견지한 것과 더불어 자신이 생각한 ‘친(親), 성(誠), 혜(惠), 용(容)’이라는 이념을 발안하였다고 말했다.[1]   또한, 남중국해에 접한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같은 2013년 10월에 인도네시아 국회에서 연설하였다(習近平 2014, 324). “중국과 동남아 일부 국가 사이에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 측면에서 존재하는 이견과 분쟁을, 양측이 항상 평화적 방법으로 평등한 대화와 우호적 협의를 통해 적절히 처리해 양측의 관계와 지역 안정이라는 판국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렇게 천명한 원칙에 따라 중국이 행동한다면 누구도 아무런 불평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행동은 상당히 과격하다. 중국은 2013년 11월 동중국해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발표했다. 물론 방공식별구역은 일본이나 한국 등도 이미 설정하고 있어 중국이 이를 설정하여도 이상할 것이 없으나,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은 일본이나 한국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고 일본과 다툼이 있는 센카쿠 제도(댜오위다오), 그리고 한국과 문제가 있는 이어도(소암초) 상공도 포함하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중국 국방부는 중국 영공을 향해 비행하지 않는 비행기에도 비행 계획 제출을 요구하고, 중국 당국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무력으로 방어적인 긴급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의 행위로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外務省 2013).   또한 남중국해에서는 2014년 5월 선박 수십 척의 호위를 받으며 시사 군도 앞바다로 대형 굴레를 끌고 가 석유 시추를 시작했다. 또 대규모 환경 파괴를 수반하는 인공섬 건설을 7개소에서 실시해 활주로 등의 시설을 구축했다. 2016년 7월에는 헤이그 중재재판소가 판결을 내려 남중국해에서의 영토와 권익에 관한 중국의 주장을 거의 전면 부인했다. 중국도 가입한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중재 재판소 결정은 최종적이며 분쟁 당사국을 법적으로 구속한다. 하지만 중국은 중재 절차가 무효라고 일관되게 주장했고, 결정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언행 불일치를 초래하는 원인은 이른바 행동제일주의의 대두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외교부는 비교적 우호적인 반면 언론을 좌지우지하는 당의 중앙 선전부는 대외 강경으로 기울기 십상이다. 그리고 최근 대외정책에 빈번하게 관여하는 인민해방군이나 일본의 해상보안청에 해당하는 해경, 나아가 석유 부문이나 어업 부문 등에서 외교를 무시하고 이익 확보를 위해 기정 사실화 전략 수행을 위한 행동에 나서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행동이 먼저고, 외교는 그 다음이다. 즉 행동이 우선시되고 그로 인해 생긴 문제를 나중에 처리하는 것이 외교의 역할이 된다.   동중국해에서 행동 제일주의는 센카쿠 제도에 감시선을 빈번하게 파견함으로써 나타나고 있다. 2012년 9월 일본 정부가 센카쿠 제도의 3개 섬을 지권자로부터 매입했을 때부터 중국 감시선이 자주 센카쿠 제도 주변 영해에 침입하게 됐고, 2013년에는 중국 해군 구축함이 해상자위대 구축함에 대해 화기 관제 레이더를 조사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2022년에도 감시선 여러 대가 거의 매일 센카쿠 제도 주변 접속 수역에 들어와 한 달에 몇 번씩 영해까지 침입했다.[2]   행동 제일주의의 원인으로 우선 국력 신장을 들 수 있다. 덩샤오핑은 과거 능력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라는 공조 외교를 주창했다(일명 ‘도광양회’ 정책). 하지만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에서 일찌감치 탈출해 세계 경제를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하게 된 중국은 국력과 국제적 위상의 고조에 자신감을 높였다. 그리고 해외에서 권익을 보호하고 확장하기 위해 군사적 투사 능력을 높여 적극적으로 자국의 주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었다. 시진핑 정권에서는 ‘분발유위’(기분을 북돋워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방침)로 바뀌고 있다.   두 번째 원인으로 시진핑 개인의 특성을 꼽을 수도 있을 것이다. 2016년 7월, 앞서 설명한 헤이그 중재재판소 판결 일주일 후 시진핑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화민족의 능력은 너무 오랫동안 억압돼 왔다. 이를 발산해 위대한 중국의 꿈을 이뤄야 한다.”[3] 이 발언은 지방을 방문해 공장을 시찰할 때 종업원을 격려하기 위해 발언한 것이지 해군 해경 어업 부문에 내려진 명령이 아니다. 하지만 각 부문은 최고지도자의 말을 자신들에게 편리하게 해석하며, 중국의 한 국제정치학자는 시진핑의 발언을 인용해 2018년 이후 남중국해나 대만 해협에서 군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논하기도 했다(金燦栄 2016).   세 번째 원인은 자국에 유리하지 않다면 국제법을 무시하는 강대국들의 나쁜 버릇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사실 국내 질서도 법 지배에 의해 뒷받침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산당의 압도적 힘에 의해 뒷받침된다는 뜻을 지닌 ‘팍스 커뮤니스타(공산당의 평화)’라는 질서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즉 일부 중국인이 동아시아에서 구상하는 ‘팍스 시니카(중국 평화)’는 법의 지배가 결여된 ‘팍스 커뮤니스타’의 단순한 연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넷째, 행동의 결과로 다른 나라와 충돌하더라도 시진핑에게 두려운 것은 국내의 비판이지 해외의 비판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국가들과 약간의 마찰이 있는 편이 국내 반대 목소리를 정리하고 리더십의 구심력을 높이기 위해서 유리하다는 생각도 있다. 과격한 민족주의적 언행을 하는 이른바 전랑(戰狼) 외교관으로 유명한 인물 중 중국의 주 프랑스 대사인 루사예(盧沙野)가 있다. 루사예는 “서양인들은 외교 의례에 어긋난다고 우리를 비판하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평가하는 기준은 외국인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가가 아니다. 국내 국민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우리 나라와 인민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지, 우리 인민이 만족하는지 불만족하는지, 받아들여 줄지이다. […] 다른 나라 사람들이 좋아할지 아닐지가 아니다.” (「观察者」 2021) 하지만 국내 민족주의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으면 가장 큰 과제인 사회 안정 유지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내 단합과 안정 유지를 위한 민족주의의 조절은 매우 어렵다.   다섯 번째로 꼽는 행동 우선의 원인은 자국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대국 증후군이다. 앞서 설명한 ‘주변 외교공작 좌담회’라는 회의 명칭에 나타나 있듯 중국은 이웃 국가와의 외교를 근린 외교가 아닌 주변 외교라고 부른다. 이에 대해 그것은 자신을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의식의 표현이라고 중국인에게 지적하면, 대부분은 놀라고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기에 “표현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대답한다. 또 시진핑은 중화민족에게는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패권을 장악할 DNA는 없다는 문구를 연설에서 자주 사용하며, 정말로 그렇게 믿는 경우도 있다. 과거 저우언라이는 키신저에게 중국도 한때 베트남, 버마, 조선을 침략한 팽창주의 전통을 갖고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毛里和子、増田弘 2004). 이와 비교하면 지금은 의심 없이 대국 증후군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근대화의 한복판에 있는 중국은 ‘부민강국’(부국강병)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전통을 지키려다 반서양적, 전통 회귀적 사고를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전통 회귀 측면에서 국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위계에 의거한 질서관[階統秩序観]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국 중국이 지역의 중심이고, 다른 나라는 중국을 우러러보며 그 의사와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식의 태도가 눈에 띄게 증가됐다. 2010년 7월 아세안지역포럼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보를 비판하자 양제츠 외교부장은 “중국은 강대국이고 당신들은 소국이다. 이것이 사실이다”라며 싱가포르의 외무상을 노려보며 쏘아붙였다(Landler et al. 2010). 그리고 그 무렵부터, “중국의 발전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이제 중국이 일본보다 위라고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등 국가 간의 관계를 상하 관계로 의식해 강자에 대한 경의를 요구하는 발언이 중국 고위 관료 수준에서도 자주 등장한다(天児慧 2022).   물론 중국의 근린 외교가 레토릭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예로는 마스크나 백신 공여, 심지어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실질적인 혜택을 인근 국가에 가져다 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은 다른 한편으로 이른바 살라미 전술처럼 서서히 행동을 확대하여 상대를 압도하려는 방식을 일관되게 채택해 왔다. 그 근간이 되는 것이 힘과 돈을 신봉하는 중국 공산당 정권의 현실주의이고 그것을 말솜씨 좋게 에둘러 표현해 온 것이 선전력이다. 노동자와 농민의 동맹을 기초로 하는 정권을 자처하는 겉모습과 실태의 괴리는 중국의 대외 정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Ⅱ. 일본의 대중 정책과 한일 협력   일본은 오랜 기간 동안 중국을 안보상 위협으로 여기지 않았지만, 중국의 해양 진출이 활발히 진행됨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특히 2010년 센카쿠 해역 어선 충돌 사건과 2012년 일본 정부의 센카쿠 제도 구입에 대한 중국 측의 격렬한 반응 이후, 10년 연속 감소했던 방위비는 2013년 이후 증가세로 바뀌었다(防衛省 n.d.). 2012년 이후 중국 비행기를 대상으로 한 항공자위대의 긴급 출격(scramble) 횟수도 크게 늘고 있다(「読売新聞」 2022). 최근 안보법 정비나 미일동맹 강화가 중국과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일본에게 중국은 매우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기도 하다. 2021년 중일 무역은 총액이 약 38조 엔(수출 약 18조 엔, 수입 약 20조 엔)에 달해 약 24조 엔(수출 약 15조 엔, 수입 약 9조 엔)에 그친 미일 무역을 크게 웃돌았다. 한편, 미중의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어 첨단 기술 분야의 디커플링에 일본이나 한국 등의 기업이 말려드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미국의 대중 무역은 순조롭게 확대되고 있다. 2021년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전년 대비 28% 증가한 5,766억 달러, 대중 수출액은 33% 증가한 1,795억 달러에 달해 수출입액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JETRO 2022).   미일동맹 및 한미동맹과 중국이 전략적 경쟁 관계에 빠져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경제적 측면에서는 협력과 상호 의존이 깊어져 가고 있다. 일본, 한국, 미국, 중국 모두 고도의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지극히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간단히 답이 나오지는 않지만 가지 말아야 하는 방향은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즉 안보와 경제 어느 한쪽을 위해 다른 쪽을 희생하는 선택은 피해야 한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발하고 일본 주변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함선 및 군용기가 공동 행동을 취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안보 긴장의 고조에 직면한 일본이 방위비를 추가 증액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경제의 안정적 발전이 중요한 과제이고, 중요한 경제 파트너와의 경제 교류 제한이 국익 차원에서 유리한 정책이 아님은 너무나 자명하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의 ‘펫 프로젝트(pet project)’의 일환으로 인프라 정비를 통해 동아시아 경제권과 유럽 경제권을 연결하는 일대일로 구상을 내놓고 있다. 2017년 6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개방성, 투명성과 경제성, 프로젝트 실시국의 재정 건전성 확보와 같은 조건을 달면서 이 구상을 평가하고 일본의 협력 가능성을 표명했다(首相官邸 2017). 한편 2016년 일본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구상을 제기했다. ‘일대일로’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모두 그 자체는 실체가 없는 개념일 뿐이다. 비유하면 별자리와 같은 것으로 그 실태는 별, 즉 프로젝트이다. 우리는 별자리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그것이 자국이 내세운 조건을 충족할 때 협력하면 된다. 하나의 별을 두 별자리가 공유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물론 일대일로 구상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과 같이 경제 협력 외에 안보라는 또 다른 측면을 갖는다. 안보 영역에서는 협력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경제 협력 측면에 주목하면 중국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에 협력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만약 아베가 2017년 일대일로 협력을 말한 것에 대하여 중국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에 협력할 수 있다고 적절한 시점에 시진핑이 말할 수 있다면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2022년 2월 4일 푸틴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 발표된 중러 공동 성명에는 인도-태평양이 등장한다(President of Russia 2022). 여기에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매우 경계한다고 적혀 있다. 즉 경계의 대상은 안보에 중점을 둔 미국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일 뿐, 중국은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과의 협력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의 막대한 인프라 건설 수요를 감안할 때 중국이 자금을 지원하고 일본과 한국이 프로젝트를 형성하여 함께 운영한다면 많은 나라로부터 환영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를 위해 안보를 희생하고 방어 체제를 훼손하는 것은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또한 중국이라는 가장 중요한 공통 과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일 간에 심각한 견해 차이나 의사소통의 차질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방이 단독적으로 행동하고 그로 인해 다른 한쪽은 곤란해지는 사태를 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레벨에서 빈번한 의견 교환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상당한 인식 격차가 있으며, 그것은 중대한 정보의 차이에 근거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매우 많은 문제들을 지적할 수 있지만, 예컨대 일본이 중국과의 전쟁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다는 큰 오해는 중국 정부 내 고위급 인사나 식자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다. 2007년 4월 일본에 방문한 원자바오 총리는 “국교정상화 이후 일본 정부와 일본 지도자들은 여러 차례 역사 문제에 대해 태도를 표명하고 침략을 공개적으로 인정했으며, 피해국에 대해 깊은 반성과 사과를 표명했다. 이를 중국 정부와 인민은 적극 평가하고 있다”고 말해 일본 측의 사과를 받아들임으로써 화해를 향한 용기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中華人民共和国駐日本国大使館 2007).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의 인식은 매일 접하는 정보에 의해 형성된다. 사실과 다른 정보를 날마다 접하다 보면 반드시 오해가 생기고 그 정도가 더 심각해진다. 대중국 정책 차원에서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기 위해, 한일은 우선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인식의 격차와 정보 격차를 메우는 노력을 하여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동남아시아에 대한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중국의 부상과 해양 진출로 동아시아에서는 규칙에 근거한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법에 의한 지배를 유지하고 동아시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한일 양국의 국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미얀마 군사 쿠데타의 사례를 보더라도 사회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권력 남용을 제한하고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민주주의 체제의 확립이 결국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가 침체되고 사회가 불안정해지는 사태가 확산되면 강력한 권력에 의한 지배를 선호하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일은 동남아시아의 사회 개발에 관한 협의와 협력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毛里和子、増田弘 (翻訳). 2004. 『周恩来キッシンジャー機密会談録』. 東京: 岩波書店. 38.   防衛省. (n.d.) “防衛省‧自衛隊の『ここが知りたい!』防衛関係費の現状について.” https://www.mod.go.jp/j/publication/shiritai/budget_h26/index.html   首相官邸. 2017. “第23回国際交流会議「アジアの未来」晩餐会 安倍内閣総理大臣スピーチ.” https://warp.ndl.go.jp/info:ndljp/pid/11095919/cache.kantei.go.jp/jp/97_abe/statement/2017/0605speech.html (검색일: 2018. 5. 1.)   天児慧. 2022. “権威主義的な中国と向き合う 日本は主張の明確化と経済の再生を.” 「毎日新聞」. 1월 19일. https://mainichi.jp/premier/politics/articles/20220107/pol/00m/010/053000c   外務省. 2013. “中国国防部による「東シナ海防空識別区」の発表について(外務大臣談話).” 11월 24일. https://www.mofa.go.jp/mofaj/press/page4_000293.html   「読売新聞」. 2022. “空自のスクランブル1004回、対中国機が7割…昨年度は情報収集機‧哨戒機の飛行増える.” 4월 15일. https://www.yomiuri.co.jp/national/20220415-OYT1T50263/   中華人民共和国駐日本国大使館. 2007. “日本国国会における温家宝総理の演説 「友情と協力のために」.” 4월 12일. https://worldjpn.net/documents/texts/JPCH/20070412.S1J.html   JETRO. 2022. “2021年の米中貿易、輸出入額ともに過去最高、半導体の輸入も増加.” 3월 29일. https://www.jetro.go.jp/biz/areareports/2022/8f530d7e9147b49a.html   金燦栄. 2016. “中米戦略哲学.” 7월 23일. http://cn3.uscnpm.org/model_item.html?action=view&table=article&id=11268   習近平. 2014. 『習近平 国政運営を語る』. 北京: 外文出版社.   「新华网」. 2016. “习近平在宁夏考察.” 7월 19일. http://www.xinhuanet.com//politics/2016-07/19/c_1119245499_4.htm   「观察者」. 2021. “郑若麟对话驻法大使卢沙野: “我们现在外交风格变了, 你们要适应我们的新风格”.” 6월 16일. https://www.guancha.cn/lushaye/2021_06_16_594555_s.shtml   Landler, Mark, Jim Yardley, and Michael Wines. 2010. “China’s Fast Rise Leads Neighbors to Join Forces.” The New York Times. October 10.   President of Russia. 2022. “Joint Statement of the Russian Federation and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on the International Relations Entering a New Era and the Global Sustainable Development.” February 4. http://en.kremlin.ru/supplement/5770     [1]  번역하면 ‘친밀, 성실, 호혜, 포용.’ 이것이 시진핑 자신의 발안이라는 내용은, 2014년 전직 중국 정부 관원에게서 들은 말에 의한 것이다.   [2]  센카쿠 제도 주변해역에서 중국 해경국에 소속된 선박 등의 동향에 대해서는 해상보안청 홈페이지 참조 (http://www.kaiho.mlit.go.jp/mission/senkaku/senkaku.html)   [3]  신화사의 기사에서는 보다 유한 표현으로 편집되어 있다(「新华网」 2016).     ■ 저자: 다카하라 아키오(高原明生)_도쿄대학 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과 및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1988년 서섹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재홍콩 일본국 총영사관, 주중일본대사관, 하버드대학, 베이징대학, 메르카토르 중국학연구소, 호주국립대학 등에서 방문학자를 지냈다. 오비린대학 및 릿쿄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아시아정경학회 회장, 신일중우호21세기위원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을 역임했다. 현재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상석객원연구원, 일본국제포럼 정책위원, 국제협력기구 오가타 사다코 평화개발연구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주요 영문 저서로 The Politics of Wage Policy in Post-Revolutionary China (Macmillan, 1992), Japan-China Relations in the Modern Era (공저, Routledge, 2017), “Introduction to the special issue on the comparative study of Asian countries’ bilateral relations with China”, Journal of Contemporary East Asia Studies 10, 2 (2021)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문의: 02-2277-1683 (ext. 204) hspark@eai.or.kr  

다카하라 아키오 2023-04-12조회 : 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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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력의 미래비전 시리즈] ⑨ 인도-태평양 시대의 한국-일본 인프라 개발협력 이니셔티브: 소다자주의의 포괄적 전략화

Ⅰ. 들어가며: 인도-태평양 시대의 전개와 한일관계의 재건축 가능성   최근의 한일관계는 ‘잃어버린 10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말기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일 간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박근혜 정부 시기의 무리한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문제, 그리고 문재인 정부 시기의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 등 한일의 갈등 국면은 계속해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일본도 노다 요시히코 내각부터 시작해서 아베 신조 내각, 스가 요시히데 내각, 그리고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 이르기까지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고노 담화 재검토 등 전후 과거사 문제에 보수적인 행보를 보여 한일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10년의 불편한 기간 동안 양국 정부 간 대화는 사실상 중단되었고 양국의 국민감정도 악화되었으며,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관광 교류까지 끊겨서 양국 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가 긍정적으로 재건축될 수 있는 대내외 정치적 기회 공간이 일정 정도 조성되고 있다. 우선, 아직까지 한국이 복잡다단해지는 인도-태평양(이하 인태) 지역 소다자주의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지정학적 환경 요소로서 인태시대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인태의 개념은 일본에 의해 시작되었고 미국에 의해 전략화되어 아베 신조의 간판 외교정책이자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외교 대전략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2006년 제1차 아베 내각 당시 아베가 인도를 방문하여 아시아 ·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계하는 지역 개념으로 인도-태평양을 강조한 바 있으며, 2016년 제6차 <도쿄 아프리카개발 국제회의>(Tokyo International Conference on African Development: TICAD)에서 아베는 인태라는 지정학적 공간에 민주주의, 법치, 시장경제 등 자유와 개방을 공동의 규범으로 설정하고, 2018년 1월 일본 국회 연설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 전략을 일본 외교정책의 핵심축으로 천명하였다(손열 2019; 조은일 2020).   이러한 인태 개념이 국제정치 무대에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11월 아시아 순방에서 인태 지역의 중요성을 공식적으로 강조했기 때문이다. 2020년 8월 트럼프 행정부는 인태판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를 선언하면서, 2004년 미국 · 인도 · 일본 · 호주 4개국이 모여 남아시아 대지진의 구호 및 지원을 논의했던 대화 협의체를 ‘4자안보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또는 약칭 ‘쿼드(Quad)’라는 정기적 정상회담으로 격상시키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도 쿼드를 인태전략의 핵심 플랫폼으로 승계하고, 더 나아가 2022년 5월 일본에서 개최된 쿼드 정상회담 참석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면서 이른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를 또 하나의 핵심 전략으로 공식 출범시켰다. 동년 12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공식 출범한 제1차 IPEF에 한국과 일본을 비롯하여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과 함께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의 아세안(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 회원국과 인도 등 14개국이 참여하였다(산업통상자원부 2012). 미국의 인태전략이 쿼드를 안보협력의 중심으로, IPEF를 경제협력의 중심으로 확장하면서 아시아 지역에 갈수록 커지고 있는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 확장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일본의 인태전략과 일치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봉쇄전략으로서 미국과 일본의 인태전략 활용은 미중 전략경쟁 가운데 선택의 기로에 처해 있는 한국에게 외교적 부담이자 동시에 기회로 작동할 수 있다. 특히, 한일 양자 간의 오래된 갈등을 풀 수 있는 교두보로서 인도-태평양 소다자주의의 전략적 가치는 한국에게 정치적 기회의 창으로 간주될 수 있다.   둘째로, 인태 지역의 외부 변수와 함께 새로운 한일관계의 구축을 위하여 한국의 국내정치에서 나타나는 내부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2년 5월 10일을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를 이어 윤석열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선거 공약 때부터 지속적으로 한일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강조하는 동시에 지난 문재인 정부의 중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를 정상화하려는 기조를 유지하여 왔다. 일본의 국내정치에서도 2021년 10월 내각총리대신으로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가 공식적으로는 한일 간 대립 현안에 일관된 일본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기존의 총리들보다 한국에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한일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2023년 3월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배상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고, 곧이어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및 한국의 세계무역기구 제소 취하에 양국이 합의한 것은 이러한 가능성이 실현되는 첫 단계라 할 것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윤석열 정부는 쿼드 가입을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대통령 당선 이후 바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정상과 차례로 통화를 할 정도로 한국의 쿼드 가입을 위한 정지 작업을 하고 있다(박대로 2022). 특히 쿼드 산하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인프라 개발 등의 워킹그룹에 참여하여 쿼드 정식 가입을 모색하는 점진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국내 정치지형의 변화가 인태시대 한일관계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한편, 커지는 가능성을 실질적인 한일관계 개선의 성과로 만들기 위해서는 변화의 임계점에서 구체적인 결과물로 전환되도록 촉발하는 한일 간 공통의 도구적 전략 장치가 필요하다.   한일관계의 변화를 위한 국내외 환경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중국 변수는 대척의 상수로 작동하고 특히 한국에게는 경우에 따라 치명적인 상황을 조성할 수 있다. 미일의 인태전략은 인도양을 전략적 공간으로 확장하고 아세안 등의 지역협력체를 안보협력의 주축으로 포함하며 인태 및 대만에서 유사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종용하여 궁극적으로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로 대표되는 중국의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견제하는 공동의 목표를 내포하고 있다(이동률 2018). 한국이 쿼드 및 IPEF 등 미국 중심의 인태전략에 가입하게 되면 중국은 이에 상응하는 경제 보복 등의 대응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 복원과 미국의 인태전략 참여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중국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을 구사해야 한다.   인태시대에 한일관계 복원과 한미일 공조, 그리고 중국 변수의 적절한 관리라는 상호 연계된 다중 목표에 연착륙하기 위하여, 인태지역에 구축되어 있는 쿼드 등 소다자주의의 추진 목표 가운데 글로벌 규범이 담보된 보편적인 이슈 영역부터 한국이 주요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개발협력 내지 긴급구호와 같은 비전통안보 분야의 협력부터 시작하여 점차 경제협력과 안보협력으로 확장하는 연착륙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한국은 이러한 점진적 접근의 핵심 파트너로 일본을 상정하고 인태지역 소다자주의 안에서 일본과 인프라개발협력 이니셔티브를 구축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소다자주의 개발협력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강조하는 인태전략의 일환이기 때문에 미국과는 동일한 궤적에서 상호 공조가 가능할 것이고, 이는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의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의 경우에도 동일한 가치 기반의 협력이 조성될 것이다. 한일 간 개발협력의 이니셔티브가 궁극적으로는 미중 전략경쟁 구조하에 중국의 아시아 팽창을 견제하고 일대일로의 영향력을 저지하는 목적을 공유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아시아 경제 개발과 사회 발전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개발협력의 보편적 가치 추구를 위해 중국과도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 준다. 특히, 인프라 개발협력 프로젝트는 글로벌 남반구에서 중국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개발협력 사업이기 때문에 중국과 경쟁할 가능성도 높지만, 공동 프로젝트로 기획하여 중국의 비교우위와 한일의 비교우위가 상호 보완되도록 만들면 중국의 대아시아 정책과 정면으로 대치되지 않고 협력의 가능성을 높이는 유연한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윤유리 2018; 김태균 2018). 인태지역의 공급망 · 신기술 · 기후환경과 함께 인프라 투자 및 개발 등 새로운 글로벌 이슈의 신규범 정립과 협력에 있어 한일 협력은 미국이 강조하는 규범 기반 국제질서(rule-based international order)에 중요한 한미일 삼각 협력의 핵심축이 될 것이다. 동시에, 중국이 자국 중심의 도전적인 국제질서를 강조하는 일대일로와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로 발생하는 개도국의 부채 문제에 한일이 공동으로 대응하고 중국의 개발원조와 차별화된 보편적인 가치를 반영한 대안을 한일이 쿼드 등의 소다자주의를 통해 강조할 수 있게 된다(Cannon and Rossiter 2022).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지난 10년의 갈등 국면으로 점철된 한일관계의 미래를 인태시대 국제개발협력 이슈 영역에서의 한일협력 가능성 타진으로 재조명한다. 인프라 개발협력 이니셔티브는 인태시대 한일관계의 재건축을 위한 시발점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윤석열 정부가 미일의 인태전략 소다자주의에 연착륙할 수 있는 전략적 플랫폼으로 강조될 수 있고, 한미일 삼각 협력을 통해 글로벌 규범을 인태지역에 적용하는 도구적 효용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인태전략으로서 인프라 개발협력이 담보하고 있는 전략적 가치와 글로벌 규범과 조우하는 포괄적 접근성을 설명하고, 인태전략에서의 한일협력을 위한 인프라 개발협력 이니셔티브의 가능성과 그 역할을 예상하며, 마지막으로 한일협력을 위한 인프라 개발협력이 제도화될 수 있는 쿼드,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ing Back Better World: B3W), “글로벌 인프라 · 투자 파트너십”(Partnership for Global Infrastructure and Investment: PGII) 등의 소다자협력 사례를 비교 · 분석한다.   Ⅱ. 인태전략으로서 인프라 개발협력의 전략적 가치와 포괄적 접근   미국, 일본, EU 등 인태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주요 행위주체는 예외 없이 인태전략을 이행하는 데 중요한 핵심 정책으로 개발협력 프로젝트를 강조하고 있다. 인태전략에 동원된 개발협력의 스펙트럼은 긴급구호 등 인도적 지원부터 기술협력을 포함한 무상원조, 그리고 고비용의 인프라 시설 구축 프로젝트까지 다양하게 포진되며 인태전략에 개발협력 전담기관이 참여하고 있어 소다자협력체를 운영하는 핵심 주체 중 하나가 개발협력 관련 기관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송지선 2022). 한국이 쿼드 등 소다자주의를 통해 일본과의 개발협력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개발협력이 인태전략의 주요 요소로 갖게 되는 전략적 가치, 인태전략의 인프라 협력이 갖는 중국의 일대일로와 차별화된 특징, 그리고 인태지역의 인프라 협력과 글로벌 규범 간의 연계성 등에 관해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1. 규범 기반 개발협력의 가치외교   인태지역에서 미일 간에 형성된 FOIP 개념의 공유는 어렵지 않게 EU의 인태지역 협력전략과 연계되었고, 더 나아가 한국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New Southern Policy)과도 2020년 한미 간 적극적인 조율이 시도된 바 있다(Choi et al. 2021; Botto 2021; U.S. Department of State 2021). 이는 미국, 일본, EU, 한국 모두 중국 요인이라는 공동의 견제 상대가 있다는 점과 민주주의와 인권 및 법치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상호 공유하고 있다는 가치외교 측면이 인태전략의 핵심축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김태환 2019). 미일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규범 기반 국제질서의 원칙이 인태지역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인프라를 포함한 개발협력 분야에도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와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의 글로벌 규범과 개발원칙이 투영되어 있다. [표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인태지역 주요 국가행위자들의 인태전략을 비교해 보면 미국, 일본, 한국, EU는 — 표현이 일정 정도 다를 수 있지만 — 평화안보, 거버넌스, 경제협력 등 세 가지 규범적 영역에서 컨센서스를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미국국제개발처(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USAID)와 국무부(Department of State)가 2018년 공동으로 발표한 『2018-2022 공동전략계획』 (Joint Strategic Plan, FY 2018-2022) 에서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 안보, 민주주의, 인권, 법치에 반하는 행위에 개입하여 미국의 안보를 보호하고 미국의 리더십을 진작하는 전략목표를 강조하고 있다(U.S. Department of State & 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2018). 일본은 2015년 개정된 『공적개발원조 헌장』 (ODA Charter) 에서 민주주의, 자유, 법치 등이 일본 ODA의 주요 철학적 배경으로 설정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일본의 ODA 정책이 일본 FOIP 전략과 긴밀하게 연계하여 해양안보와 거버넌스, 그리고 연계성(connectivity)을 중점 분야로 강조하고 있다(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3).   [표 1] 미국 · 일본 · EU · 중국 · 한국의 인태전략 개요 비교   미국 일본 EU 중국 한국 전략명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한 일본의 노력 인도-태평양 지역협력 전략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신남방정책 → 한국형 인태전략 중점 분야 경제번영 굿거버넌스 평화안보 인적자본 파트너십 해양안보 경제질서 연계성 거버넌스 번영 환경(녹색) 해양 디지털 연계성 안보/국방 인간안보 인프라 경제통합 인적교류 경제협력 안보협력 기본 가치 자유 민주주의 법치 인권 투명성 등 자유 민주주의 법치 인권 등 민주주의 법치 인권 등 해당 없음 사람(People) 번영(Prosperity) 평화(Peace) 전략 추진 방식 소다자협력 양자협력 소다자협력 양자협력 소다자협력 EU 내 협력 양자협력 양자협력 (일부) 다자기구협력 양자협력 → 소다자협력   출처: 송지선 2022; 일부 추가 보완함.   한국의 경우, 문재인 정부 당시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 경제 보복을 피하기 위하여 아세안과 인도를 새로운 경제협력의 파트너로 상정하고,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 동남아시아 순방 때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사람(People), 번영(Prosperity), 평화(Peace)”의 3P 원칙을 천명하여 한국의 ODA 정책과 공공외교가 신남방정책을 동원 및 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하였다. 신남방정책의 3P는 미일의 인태전략에 배태된 가치외교의 원칙들과 어렵지 않게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으며, 이미 2020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인태지역 — 특히, 아세안 지역 — 경제 번영의 제고, 인적 자본 투자와 굿 거버넌스의 주류화, 평화안보 보장 등 방대한 이슈 영역을 포괄하는 한미협력의 규범 기반 토대를 마련하였다.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의 신남방정책을 승계하지 않고 쿼드 가입 등 소다자협력에 참여하는 새로운 방향을 선택하면서, 한미 간에 이미 동의한 규범 기반의 요소들이 한일 간 공동의 가치와 규범 설정 과정에도 적용될 필요가 있게 되었다. 거시적인 수준에서 가치외교에 기반한 한일협력의 철학적 토대를 구축하는 일과, 윤석열 정부가 신남방정책에서 어떤 방향으로 선회하여 인태지역에서 새롭게 한국의 전략적 위치 설정을 할 것인가에 모든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2. 중국의 개발원조와 차별화된 한일의 인프라 개발협력   인태전략으로서 인프라 및 개발협력의 전략적 가치는 국제개발에 내재된 규범적 특징과 이와 관련된 개발협력의 비정치성과 보편적 가치 실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보편적인 글로벌 규범의 수용력이 뛰어난 개발협력도 궁극적으로 공여 주체의 이해관계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고, 현실주의적 도구로서 공여국의 전략자산으로 동원될 공산이 크다. 미국과 일본은 자국의 인태전략을 추진하기 위하여 개발협력을 적극 활용할 의사를 명확하게 보임과 동시에, 미일 간의 규범 기반 국제질서에 대한 합의가 중국의 공세적인 일대일로와 차별화된 인프라 개발협력의 이니셔티브 대응으로 수렴되고 있다(송지선 2022). 쿼드의 역할 가운데 인프라 개발협력과 인도적 지원과 기술협력 등이 강조되고 있으며, 2021년 영국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에서 주창된 B3W 이니셔티브도 대규모의 인프라 개발협력 재원을 동원하여 중국 방식의 개발원조와 개도국의 부채 문제를 견제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의 방향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미국과 일본, EU, 그리고 쿼드 참여국들이 중국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각 국가의 인프라 이니셔티브를 상호 정책 조정을 통해 완벽하게 조율된 공동의 목표로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느슨한 형태의 합의와 보편적 원칙이 공유된 미 · 일 · EU의 인태전략은 정치하게 제도화된 하나의 인프라 이니셔티브를 생산하지는 못하는 한편, 원칙과 방향성이 유사하게 공유될 수 있는 유사입장국가들이 중국 견제 및 대응책으로 미 · 일 · EU의 인태전략에 합류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일의 인프라 개발협력 이니셔티브도 쿼드 등 주요 국가의 인태전략에서 공통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중국 변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오히려 중국 변수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해법일 수 있다. 한일의 인프라 이니셔티브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분명하게 중국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한국과 일본이 공유하고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한일의 유상원조 인프라 사업을 발굴하는 노력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미일 및 EU의 인태지역 인프라 개발협력 이니셔티브의 공통점인 중국 일대일로 공동 대응, 그리고 개도국에게 일대일로와 차별화된 인프라 프로젝트 제공을 한일의 인프라 개발협력도 보유하고 있다는 특징을 강조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의 일대일로 및 개발원조는 많은 남반구 파트너 국가들에게 국가부도 내지 부채의 함정에 빠지게 하는 치명적인 경제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Lagerkvist 2013; Brautigam 2009). [그림 1]이 보여 주듯 중국의 BRI 원조는 2013년부터 고위험국가로 분류된 수원국에게 계속해서 투입되었는데, 대표적으로 중국이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진행한 파키스탄과 스리랑카가 최근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공식적으로 구제금융을 신청한 바 있다.   [그림 1] 고위험국가에 투입된 중국 BRI 원조 규모, 2013-2020 (10억 달러) 출처: RWR Advisory Group 2021   3. 국제개발의 글로벌 규범에 조응하는 포괄적 접근   인태지역에서 인프라 개발협력의 전략적 가치는 인프라 사업의 유연한 연계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인프라 프로젝트의 성격상 단일한 섹터에 국한되지 않고 인프라 시설 구축에 필요한 다양한 섹터가 연계되어 있어 건설, 포장, 인력시장, 역량 강화 등의 섹터별 재원과 인력이 포괄적으로 동원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경제 번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인프라 건설은 차후 인프라 시설에서 파급되는 사회 개발의 임팩트가 창출되며, 환경과 보건 이슈 영역과도 관계성을 띠게 되고, 더 나아가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등 굿 거버넌스까지 연계되는 포괄적 특징을 보여 준다(이재연 · 이주헌 · 김유철 2021). 이러한 인프라 개발협력의 포괄성은 최근 국제개발 관련 글로벌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는 유엔의 “통합적 접근”(integrated approach)과 직결되는 경향이 강하다(United Nations 2020).   개발협력 분야의 통합적 접근은 개발 프로젝트 기획과 이행에서 단순히 경제적 또는 기술적 부분만 강조하는 단편적인 접근법에서 벗어나 개발효과성과 책무성을 보장하기 위해 변화이론에 기반하여 개발 사업의 각 구성요소 간 관계를 파악하고 요소 간의 총체적 관리를 시도하는 접근법이다(박수영 · 윤유리 · 안미선 2021).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2015년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방법론으로 제시하면서 다시 국제사회에 글로벌 개발 원칙으로 공유되고 있으며, 통합적 접근의 대표적인 사례로 “인도주의-개발-평화”(Humanitarian-Development-Peace: HDP) 연계 방안이 시도되고 있다(Nguya and Siddiqui 2020). HDP 연계는 분쟁 이후 평화구축을 위해 인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개발사업이 동시에 투입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많은 원조 기관들이 이용하고 있는 통합적 접근법이다. 또한, 개발협력의 통합적 접근은 재원을 마련할 때 정부 예산인 ODA에 국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민간 재원을 동원한다는 측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인프라 개발협력은 대규모의 예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 재원 제공과 더불어 사업의 주요한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리게 된다. 미국과 EU는 민간 재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개발금융기관(Development Finance Institution: DFI)을 설치하고 민간 기업과의 협업을 제도화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과 일본은 아직 DFI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한일 간 인프라 개발협력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데 어려운 현안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일본의 일본국제협력단(Japan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JICA)과 한국의 한국국제협력단(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KOICA)은 공통적으로 개발협력의 통합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으며, 한국의 신남방정책도 경제협력과 개발협력이 같이 연동되어 통합적으로 관리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손혁상 · 최정호 2008).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 인태전략으로서 한일 인프라 개발협력 이니셔티브는 국제개발의 주요 원칙으로 부상하고 있는 통합적 접근을 준용하게 될 것이며, 이를 위해 한일은 민간 재원 활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을 수반해야 한다는 점이다.   Ⅲ. 인태전략에서의 한일 협력을 위한 인프라 개발협력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일본, 그리고 EU가 개발협력 정책에 관하여 명시적인 원칙 내지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인태전략에 대하여 인도적 지원에서 인프라 사업까지 개발협력의 중요성은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쿼드의 기능 중 하나로 개발협력과 인프라 사업을 강조하면서 인태지역의 역내 전략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다른 협력 파트너들의 전략과의 상호 접점을 찾아 가는 과정에 있다(송지선 2022). 인태전략에서 한일협력을 위한 인프라 개발협력은 먼저 일본의 현재 인프라 개발협력 전략을 이해하고, 한국의 신남방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성될 것인가에 대한 전망과 함께 한일이 인프라 협력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요소에 관해 분석한다.   1. 일본의 “양질의 인프라를 위한 확장적 파트너십”과 FOIP 전략   일본의 아베 내각은 2016년 5월 이른바 “양질의 인프라를 위한 확장적 파트너십”(Expanded Partnership for Quality Infrastructure, 이하 확장적 파트너십)’ 이니셔티브를 선언하였고, 같은 해에 일본 이세시마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와 맞물려 이 파트너십을 토대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글로벌 인프라 사업에 약 2천억 달러의 재원 지원을 약속하였다(송지선 2022: 16). 본 확장적 파트너십 이니셔티브는 2015년 “양질의 인프라를 위한 파트너십”(Partnership for Quality Infrastructure) 이니셔티브를 확대 · 재생산한 버전으로 협력 대상 지역을 아시아에서 전 세계로 확장하고, 인프라의 범위를 천연자원과 에너지 등을 포함하여 확대하며, 시행기관을 다각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는 다분히 중국이 일대일로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글로벌 남반구에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는 전략에 대응하기 위하여 일본이 적극적으로 기획한 인태전략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2021년 3월에 발표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한 일본의 노력』(Japan’s Efforts for a “Free and Open Indo-Pacific”)의 전략문서에 따르면 일본의 FOIP 전략 중 하나로 인프라 개발프로젝트에서 다양한 파트너 국가들과 ‘확장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오고 있는데, 파트너 국가에는 영국 · 프랑스 · 독일 · 이탈리아 · 네덜란드 · EU 등의 유럽 국가들과 미국 · 호주 · 인도와 구성한 쿼드, 미국 · 인도 · 뉴질랜드와의 양자협력, 메콩 유역 국가들을 포함한 아세안 파트너 국가, 그리고 TICAD를 통해 인프라 협력이 진행되는 아프리카 파트너 국가들이 포함된다(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3). 확장적 파트너십에는 아직 한국이 포함되지 않은 한편,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주요 국가들이 일본의 인태전략에 인프라 파트너로 상정되어 있다. 또한 본 전략문서는 역내 해양질서, 경제협력, 거버넌스, 연계성 등에 기여할 것을 명시하고 있으며, 일본 인태전략의 3대 핵심 축으로 (1) 법치 · 자유무역 · 항행의 자유, (2) 경제 번영, (3) 평화와 안정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아직 FOIP 차원에서 인프라 등 협력 관계를 추진하고 있지 않지만, 2021년 전략문서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태전략의 비전을 공유하는 어떤 국가와도 협력할 의지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어 민주주의와 법치 등 중요한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인프라 개발협력 사업을 앞으로 구상해 볼 가능성이 있다.   전통적으로 일본 개발협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 초기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실익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주류라는 점에서 볼 때, 일본의 인프라 개발협력은 아시아 국가 및 경제성장률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경향이 강하다(Riddell 2007; Lancaster 2007; Browne 1990; 김석수 2016). 아세안 지역과는 메콩 유역 접경 국가들에 인프라 지원과 연계하여 협력 및 지원을 이어 오고 있으며, 인도와는 장기간에 걸친 다양한 협력 사업 외에도 미국 등과의 해당 지역의 경제안보적 특성을 반영한 단일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윤유리 2018). 인도의 경우는 2017년 아베 총리가 인도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 후 인도 최초의 고속철도 건설을 위해 약 1조 9,480억 원의 차관을 50년 만기 연 0.1% 금리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인프라 협력 사업을 약속하는 등, 일본 정부는 인프라 사업을 이용하여 인도와의 협력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오화석 2020). 이렇듯 일본은 경제적 실익이 보장될 때 한국과의 인프라 개발협력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고, 한국의 ODA 성향도 경제협력 중심의 유상원조 기조가 강하기 때문에 상호 연계를 통해 쿼드 내 소다자협력 틀에서 한일 인프라 개발협력 프로젝트를 모색할 수 있다.   2.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새로운 한국형 인프라 인태전략   지금까지 한국의 인태지역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으로 수렴될 것이다. 쿼드에 입성하지 못한 문재인 정부는 중국 변수에 현실적인 대응을 위하여 아세안과 인도에 초점을 맞추어 신남방정책을 진행해 왔지만, 신정부가 출범함으로써 신남방정책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고 있다(이재현 2022).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2월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고, 보편적 가치의 수호 및 증진을 대외 전략의 핵심으로 내걸었다(외교부 2022). 이어 2023년 3월에는 쿼드 실무그룹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한국형 인태전략에 기반한 인프라 개발협력 이니셔티브는 2020년 동아시아정상회의(East Asia Summit)에서 한미 간에 합의된 미국의 인태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의 협력 방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한미 협력 방안을 토대로 앞으로 일본과의 인프라 개발협력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2020년 한미 간 인프라 협력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이를 기초로 윤석열 정부의 대일 협력 방안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인태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 간의 협력방안 중 인프라 개발협력에 관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U.S. Department of State 2021). 첫째, 미국의 인태전략과 한국 신남방정책의 3P와의 연계성을 강조하고 있고, 이 중 인프라 협력은 경제 번영(Prosperity)의 한 축으로 포함되어 있다. 인태지역의 경제 번영을 위하여 (1) 인프라, 에너지, 디지털 경제, 스마트시티, 그리고 천연자원 관리를 위한 한미협력 제고(Prosperity), (2) 굿 거버넌스를 주류화하기 위하여 인력 개발, 반부패 프로그램, 여성 권리 증진을 위한 인간자본 투자, 보건 · 기후변화 이니셔티브 등을 위한 한미협력 강화(People), 그리고 (3) 초국경 범죄와 마약 거래 근절을 위한 역량 강화 및 사이버 안보, 해양안보, 해양환경 보호, 재난 대응 등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 간 평화 · 안보 역량 증진(Peace) 등 신남방정책의 3P가 적절하게 미국의 인태전략과 조율이 되었다.[1] 둘째, 개발협력 분야에서는 2019년 9월 한국 외교부와 USAID 간에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 MOU)와 상호 정책 협력에 관한 협의가 체결되었고, USAID와 KOICA는 개발사업 수준에서 코로나19 대응, 젠더 불평등 문제, 정보통신기술, 청소년 교육 섹터에 관하여 공동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하였다. 셋째, 인프라 지원의 경우, 2019년 10월 한국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가 체결한 양해각서에 의거하여 시장 중심, 그리고 민간부문 투자를 지원하는 양자협력을 증진하기로 합의하였다. 2020년 2월 서울에서 제1차 한미 인프라재정작업반(Korea-U.S. Infrastructure Finance Working Group) 회의와 민간부문 라운드테이블 회의(Private Sector Roundtable Meeting)가 개최되었다.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U.S. 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oration: DFC)와 한국수출입은행 간에 인태지역에 공동 재원 조달 가능성을 정기적으로 타진하고 메콩 유역 인프라 투자를 촉진하기로 협의하였다. 또한, 한국 정부와 미국 국무부는 양질의 인프라를 위한 이른바 “청점연결망”(Blue Dot Network: BDN)에 관한 의견을 지속적으로 교환하기로 하였다.   바이든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 간에 협의한 인프라 부문에서 미국의 인태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의 협력관계는 중국 변수로 인해 공식적으로 한국이 미국 주도의 쿼드에 참여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으로 내용 면에서는 미국과 협력하는 부분이 많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신속한 결단인 한국의 쿼드와 IPEF 참여가 기존 문재인 정부의 한미협력 수준에 비해 보다 적극적이고 긴밀한 수준으로 향상될 것은 사실이겠지만, 인프라 개발협력의 구체적인 내용은 기존 방식과 큰 차별성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따라서 2019년부터 진행되어 온 한미 인프라 및 개발협력 성과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윤석열 정부의 쿼드 중심 인프라 개발협력에 대한 체계적인, 그리고 통합적인 접근이 기획되어야 한다. 기존의 양자협력 방식을 취한 한미 인프라 개발협력은 앞으로 쿼드와 IPEF라는 소다자협력체 안에서 다양한 참여국들과 인프라 협력이 가능해지며, 우선 협력 대상국으로 일본에 집중하고 차후 한일협력을 기반으로 한미일 삼자협력이 소다자협력 내부에서 강화될 수 있다.   3. 한일 인프라 개념과 인프라 개발 기제의 조율   한일 간의 인프라 개발협력 이니셔티브가 인태지역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념적 그리고 경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한국과 일본이 인프라의 개념과 범위를 어떻게 책정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우선되어야 한다. 일본의 2016년 확장적 파트너십에 따르면, 일본은 인프라의 개념을 연성적 인프라부터 경성적 인프라까지 포괄적으로 적용하고 있어서 대단히 광범위한 인프라 범주를 다루고 있다(송지선 2022, 16). 즉, 천연자원 · 에너지 · 석유 · 가스 등의 자원 개발에서 통신 · 방송 · 우정사업 등의 정보미디어 사업, 병원 · 도시개발 등의 공공서비스 사업, 그리고 도로 · 항만 · 철도 등의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이르기까지 일본 인태전략의 인프라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게 포진되어 있다. 일본의 인프라 개념이 확장적인 만큼 전통적으로 일본의 인프라 사업은 중상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양허성 차관인 유상원조의 비율이 일본 ODA 전체의 60%를 차지하기 때문에 인프라 개발협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인프라 사업의 전문성도 높다는 평가이다([그림 2] 참조). 한편, 한국의 경우 물리적 인프라(디지털, 에너지, 교통 등)와 인적 연계성(교육, 보건 등), 그리고 거버넌스(행정 역량) 등으로 인프라의 개념을 구분할 수 있다. 유상원조의 범주에 해당되는 물리적 인프라는 기획재정부와 수출입은행의 EDCF가 주로 담당하고, 인적 연계성과 거버넌스 관련 인프라는 무상원조를 담당하는 외교부와 한국국제협력단이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한일 간의 구체적인 인프라 개념과 범위는 상이할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 유상과 무상의 구분이 상대적으로 명확한 두 국가는 인프라 개념의 미시적 구분에 맞게 상호 교류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둘째, 인프라 개발협력 프로젝트를 이행하기 위한 재원 조달 방식의 다양화와 민간화가 한일 간의 인프라 개발협력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인프라 중 경성적 · 물리적 인프라 프로젝트는 고비용의 사업이기 때문에 기존의 전통적인 공적개발원조만으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ODA 이외의 민간 재원 활용이 관건이고, 이를 원활히 동원하기 위해서 ODA가 촉매제 역할을 하는 이른바 ‘혼합금융’(blended finance) 방식이 국제사회에서 권장되고 있다. 많은 선진 공여국들은 국제개발 분야에서 민간 부문을 활성화하고 민간 재원을 동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DFI를 제도화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국제협력은행(Japan Bank of International Cooperation: JBIC)을 현재 DFI와 유사한 기관으로 사용하고 있고, 미국은 DFC가 공식적인 DFI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오수현 2019). 반면 한국은 아직까지 DFI를 출범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임시적으로 한국수출입은행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고, 2020년 미국 DFC와의 인태지역 공공 재원 조달 회의 파트너로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신 참여한 바 있다. 앞으로 정부가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과제는 일본, 미국과의 인프라 개발협력 이니셔티브를 도모하기 위해서 한국의 DFI를 출범시키고 이 개발금융기관에 민간 재원을 동원할 수 있는 제도적 권한을 부여하는 노력이다. 고비용의 인프라 사업을 지원하는 민간 재원이 마련되어야 자연스럽게 민간 부문이 개발 파트너가 되어 한일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2] OECD DAC 주요 회원국의 무상원조/유상원조 배분 비율 비교 (2018년 기준) 출처: OECD 2019   셋째, 한국과 일본의 개발원조 추진 구조를 보면, 두 국가가 인태지역의 국가들 중 가장 인프라 개발협력 이니셔티브를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과 일본의 ODA 구성을 유상원조와 무상원조로 양분하면 여타 OECD DAC 회원국들보다 월등히 유상원조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전체 ODA 중 약 60%를, 한국은 약 40%를 유상원조로 배분하고 있고, 이는 2018년 기준 DAC 회원국 중 1위와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일 모두 유상원조 비율이 DAC 회원국 평균보다 높게 나온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와 국제사회로부터 정부 주도의 상업주의적 개발원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편, 양국이 공히 유상원조 비율이 높게 책정되었다는 특징은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에 적합한 개발원조 방식이 이미 제도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정민승 2019). 무상원조 비율이 100%에 육박하는 미국의 경우 DFI를 동원하지 않는 한 ODA 재원으로만 한미 또는 미일 간의 인프라 협력 방안을 추진한다면 실제로 개발효과성을 동반한 성과물로 귀결되기에는 재원 구조가 너무 이질적이라서 양국 간의 화학적 결합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ODA 추진 체계도 한일이 상당히 유사한 구조로 편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한국의 현재 추진 체계가 2008년 이전의 일본의 체계와 대단히 비슷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본은 1999년 유상원조를 전담하는 JBIC을 설립하였다가 2008년 유상원조와 무상원조를 통합한 ‘신일본국제협력기구(New JICA)’를 출범하여 분절화 문제에 대응하였으나 다시 이전 방식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김태균 2010). 한국은 현재 유상원조와 무상원조 전담 기구가 분리되어 있고 2008년 이전 일본처럼 ODA 추진 체계의 분절화 이슈가 현안으로 거론되어 왔다. 양국 모두 분절화 문제를 경험하였고 유상원조를 전담하는 기구 간의 유사성이 강하기 때문에 인프라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독자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 간의 인프라 협력은 인태지역의 어느 국가들보다 강한 연대와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인태지역 소다자협력 플랫폼에서 한일협력의 시작점으로 인프라 개발협력이 적극적으로 시도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일 간의 인프라 개발협력 이니셔티브는 양 국가의 비교우위 인프라 사업을 적절하게 연계하는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 인프라 사업을 위한 유사한 추진 체계와 재원 구조를 한국과 일본이 공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재원 규모와 비교우위 사업이 상이하기 때문에 상호 보완이 될 수 있도록 한일 간의 대화 채널이 상시화되고 이를 통해 최적의 인프라 협력 방식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예로서, 한국이 인적 연계성 인프라 사업을 제공하고 일본이 경성적 인프라 부분을 맡아서 한일협력 사업을 추진하면서 점차 서로의 역할 전환을 통해 최적의 방식을 찾기 위한 실험을 해 볼 수 있다. 한일 간의 정책 조율은 직접적인 양자협력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지만, 쿼드 등 인태지역 소다자협력체 내에서 한일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미국, 호주, 인도 등 다른 참여국과 바로 연계될 수 있는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고, 중국의 직접적인 견제를 회피할 수 있는 중요한 방어막으로 소다자협력을 활용할 수 있다.   Ⅳ. 한일 인프라 개발협력의 소다자주의: 쿼드, B3W, PGII   현실적으로 한국과 일본 간의 새로운 협력 관계를 도모하는 방식은 인프라 개발협력이라는 연성적 이슈 영역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제하에, 인태지역에서 한일의 인프라 개발협력은 역내 협력국 또는 소다자주의에 입각한 협력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 · 일본 · EU 등은 공통적으로 인태전략 이행을 위하여 역내 협력국, 자체 인태지역에 대한 전략을 수립한 국가, 그리고 소다자협력 및 유관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임을 명시한 바, 일본의 인프라 개발협력도 이러한 체계를 통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송지선 2022, 8). 한국은 아직 본격적으로 인태지역의 소다자협력체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쿼드와 IPEF 참여 결정으로 조만간 인태지역 협력국의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일 간에 당장 양자협력 추진이 시기상조이거나 양자협력이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견인하기에 무리가 따른다면, 윤석열 정부가 쿼드 등 소다자협력체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일본과의 긴밀한 소통과 함께 한일협력의 시범 사업으로 인프라 개발협력 이니셔티브를 소다자주의 내에서 통용되는 규범과 원칙을 준수하면서 추진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이 인태지역에서 인프라 개발협력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소다자주의로는 쿼드와 B3W/PGII가 대표적이며, 이 두 소다자협력체 내에서 인프라 협력이 이루어질 때 미국과 자동적으로 연계되어 삼자협력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3] 참조).   [그림 3] 한미일 인프라 이니셔티브 관계 구조 출처: 저자 작성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공격적인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대항하기 위한 인태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이 확산되고 있으며, 쿼드 가입에 소극적이었던 한국도 보수적인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이양되면서 미국 · 일본의 인태전략 중 핵심인 쿼드 가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중국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등 첨단 반도체 산업을 보유한 한국을 미일이 주도하는 경제안보의 소다자주의 틀로 유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전략이며, FOIP을 완성하기 위해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보조를 맞추고 중견국으로서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일원인 한국과 공조를 인태전략 내에서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미일의 공통 인식일 것이다. 미국의 인태전략 중 하나인 쿼드와 B3W/PGII에 한국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소다자주의를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글로벌 안보와 경제의 규범 정립과 협력에 기여하는 데 한국의 동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에게는 소다자협력의 참여로 인프라 투자, 공동 프로젝트 참여, 그리고 역내 주요국과 협력하여 디지털 및 신기술 이슈에 대한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인태지역 시장에 진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그널이 있다. 한미 간 인태지역에서의 협력 관계는 이미 신남방정책부터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앞으로의 숙제는 한일협력을 어떤 방식으로 인태전략하에 포함시킬 것인가에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미일 삼국 모두 공히 인태지역에서 한일협력이 필요하며, 삼국의 인프라 개발협력에 관한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교집합 지점에 쿼드와 B3W/PGII라는 소다자협력체가 인프라 협력의 플랫폼으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1. 쿼드의 인프라 개발협력   쿼드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으로 구성된 인태지역의 소다자협력체로 출발하여, 각 참여국의 인태전략 중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4자 안보대화 채널이다. 이러한 쿼드는 2007년부터 4개국이 정기적으로 정상회의를 통해 정보 교환 및 회원국 간 군사훈련에 의해 유지되었던 전략 대화가 인태지역의 소다자협력체로 발전한 것으로 현재 안보 이슈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관련된 인도적 지원과 인프라 개발협력까지 활동 영역이 광범위하게 확장되었다. 따라서 인태지역에서 미일의 인프라 개발협력에 관한 인태전략은 소다자협력을 통해 자국의 수원국들과 협력 관계를 안정화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으며, 여기에는 다분히 중국의 공세적인 원조와 차별화하려는 전략이 담겨 있다. 미국과 일본은 쿼드를 통해 역내 인프라 지원 품질을 고도화하고, BDN을 통해 양질의 인프라 지원을 추진하여 왔다. 2021년 9월 쿼드 4개국은 ‘신(新) 쿼드 인프라 파트너십 구축’을 선언하여 인프라 지원 조정, 역내 인프라 수요 파악, 상호 협력을 토대로 한 기술원조 제공, G7 · G20 · EU 등 기타 유사입장국(like-minded countries)과의 협력, 지속가능한 높은 수준의 인프라 지원, BDN과 지속적 연계라는 원칙에 합의하였다(송지선 2022, 20). 특히, BDN은 2019년 11월 미국이 출범시킨 다중이해관계자(multi-stakeholder) 이니셔티브로서 재정 투명성, 환경적 지속가능성, 경제 발전 영향 측정에 대한 전 세계 기반시설 개발 프로젝트의 평가 및 인증을 제공하기 위하여 쿼드 4개국이 결성한 해외 투자 민간자본 플랫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쿼드의 인프라 프로젝트와 연동되어 민관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그러나 쿼드 참여국이 독자적으로 인프라 이니셔티브를 수립하고 유사입장국들의 협력관계가 복잡해짐에 따라 인프라 공여국 간의 조정 기능이 핵심 이슈로 부상하였다. 미국은 2021년 9월 쿼드 인프라 조정그룹(Quad Infrastructure Coordination Group)을 개시하는 등 역내 인프라 사업 조정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나, 쿼드 인프라 조정그룹에 참여하는 국가의 수가 제한적이고, EU를 비롯하여 프랑스, 독일 등 독자적인 역내 인프라 협력 전략을 수립한 공여국들이 쿼드 인프라 조정그룹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공여국 간 정책 조정 이슈가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5년 파리선언 5원칙 중 하나인 공여국 정책 간의 조화(harmonization) 원칙에 어긋나는 현상이 인태지역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쿼드의 핵심 참여국인 인도가 중국, 러시아 등과 애매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미국의 리더십에 반하는 행동이 목격되고 있으며, 이러한 갈등의 요소는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지 않는 인도 모디 총리로 인하여 더욱 증폭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쿼드를 통한 소다자협력을 중심으로 ‘양질의 인프라’(quality infrastructure) 원칙을 글로벌 규범으로 표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쿼드 안에서 일본과 인프라 개발협력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미일이 추구한 양질의 인프라 원칙을 준수하고 이를 선도할 수 있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2016년 G7 이세시마 인프라 투자원칙, 2017년 APEC 정상회의 선언문, 그리고 2019년 G20 양질의 인프라 투자 원칙 등의 글로벌 합의를 지속적으로 도출함으로써 고도의 인프라 지원의 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중국의 인프라 정책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송지선 2022, 19). 이러한 노력에 부응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는 DFI 신설과 인프라 프로젝트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한일협력의 기초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2. B3W/PGII의 인프라 개발협력   2021년 6월 영국 콘월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를 겨냥하여 G7 회원국들과 함께 글로벌 남반구 중 중저소득국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글로벌 인프라 계획인 B3W 추진에 합의하였다. 한국도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와 함께 미국의 초청을 받아 G7 정상회의에 참여하였고, 기본적으로 G7이 합의한 B3W 이니셔티브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B3W 이니셔티브의 주요 목표로 가치에 기반한(value-driven), 높은 기준의(high-standard), 투명한(transparent) 인프라 지원을 선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인프라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도국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인프라 프로젝트를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글로벌 규범과 원칙으로 제도화하겠다는 현실적인 의도가 담겨 있다(The White House 2021). 2022년 독일 G7 정상회의는 B3W 이니셔티브를 토대로 글로벌 인프라 · 투자 파트너십(PGII)을 합의하여 G7 중심의 인프라 사업지원 규모가 더욱 확대되고 글로벌 남반구에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였다.   B3W/PGII는 인태지역을 넘어서 글로벌 수준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는 점에서 지역 수준의 소다자주의가 아닌 글로벌 차원의 대중국 인프라 소다자협력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B3W/PGII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지역부터 아프리카, 그리고 인태지역까지 글로벌 차원을 포괄하고 있으며, G7 파트너 국가들이 지역별로 주축국 역할을 하여 글로벌 남반구에 포진한 중저소득국 전체를 관장하게 된다. 이를 위한 거버넌스 원칙으로서 바이든 행정부는 다른 G7 회원국과 함께 6개의 기준을 마련하였다. 6개의 기준은 (1) 가치기반(value-driven), (2) 굿 거버넌스와 강력한 기준(good governance and strong standards), (3) 기후친화적(climate-friendly), (4) 강력한 전략적 파트너십(strong strategic partnerships), (5) 개발금융을 통한 민간 자본 동원(mobilize private capital through development finance), (6) 다자공공재원의 영향력 제고(enhancing the impact of multilateral public finance) 등이다. G7 회원국은 B3W/PGII를 통해 개도국의 약 40조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수요에 부응하겠다고 밝히고, 향후 수천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하였다. G7 회원국은 중국 일대일로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지원 규모를 제시함으로써 중국 견제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미국은 B3W/PGII 추진을 위해 민간 재원을 조성하고 DFI와 다자개발은행으로부터 투자를 촉진하는 등 양자 및 다자 채널을 이용하여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설명하였다(The White House 2021).   B3W/PGII는 중국이 표방하는 인프라 개발협력의 규칙과 표준을 변경하고 이에 대한 대안적 글로벌 규범과 원칙을 정립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3W/PGII가 약속한 거대한 개발 재원의 규모를 과연 미국과 G7 회원국, 그리고 유사입장국들이 계획대로 제공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40조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계획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고 인태지역보다 B3W/PGII 참여국 간의 제도적 장치가 느슨하게 조직되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한국이 B3W/PGII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G7이 표방한 가치 기반, 높은 표준, 그리고 투명한 인프라 개발협력 원칙을 준수하도록 한국 유상원조의 질을 제고하여야 하고, 무엇보다 한국형 DFI를 조직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또한, 인태지역에서 쿼드를 통한 일본과의 협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글로벌 수준에서 B3W/PGII라는 소다자협력체 내부에서도 일본과의 인프라 협력의 가능성을 타진해야 할 것이다.   Ⅴ. 맺으며: 한일협력의 시발점으로서 인프라 개발협력의 포괄적 전략화   인태지역,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정치 지형 변화를 통해 국내외 변수가 한국에 새로운 정치적 기회 공간을 열어 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새로운 인태전략을 통해 최소한의 한일관계가 복원될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한일관계의 복원력은 인프라와 인도적 지원 중심의 개발협력에서 시작될 수 있으며, 이른바 ‘하위정치’(low politics)의 인프라 개발협력을 통해 한일관계가 ‘상위정치’(high politics)까지 복원될 수 있는 가능성도 타진해 볼 수 있다. 한일 인프라 개발협력 이니셔티브는 한국과 일본 간의 양자협력으로도 구상될 수 있으나, 인태지역의 소다자협력체인 쿼드와 글로벌 플랫폼인 B3W/PGII를 통해 일본과의 인프라 협력이 추진되는 구상을 강구할 때이다. 일본과의 협력은 한국에게 한미일 삼각협력이 자동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동시에, 한일협력을 매개로 한 인태지역의 광범위한 역내 시장으로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대응할 수 있다. 또한, 한일 인프라 협력이 성공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중국과의 인프라 협력의 가능성도 타진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명시적인 배제보다는 상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결국 인태지역에서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이 지역에서 통용되는 공식적인 개발협력의 규범과 원칙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 위주의 개발 표준으로 대체할 것인가 하는 전략적 경쟁의 일환이다.   한일협력의 시발점으로 인프라 개발협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전략은 포괄적 접근이다. 국제개발 분야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으며 유엔에서 주류화되고 있는 ‘통합적 접근’이 한일 인프라 개발협력을 위한 포괄적 전략의 근간이 될 수 있다. 인프라의 확장성을 기반으로 사회간접자본 시설 프로젝트에서 인력 자본과 기후환경까지 연계되는 통합적 사고가 한일협력의 복원과정에서 반영되어야 할 요소이다. 통합적 접근 인프라 프로젝트가 포괄하는 섹터 간의 수평적 확장성뿐만 아니라, 한국이 일본과 협력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인 소다자협력체 간의 수직적 확장성도 포함한다. 즉, 소다자주의 간의 인터페이스를 줄임으로써 서로 다르게 설계된 인프라 프로젝트 간에 정책 조정이 가능하고 하나의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수준에서 기획된 B3W/PGII 인프라 사업이 인태지역에서 기획된 쿼드 중심의 인프라 사업과 상이하게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계되고 재원과 인력이 서로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B3W/PGII와 쿼드 내에서 일본과 인프라 협력을 강구할 때 수직적 확장성을 고려한 전략적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술적으로는 일본의 JBIC과 인프라 개발을 논의할 수 있는 한국의 DFI 설립이 시급하다는 당면 과제가 있다. 일본과 미국이 적극적으로 한국과 인태지역에서 인프라 사업을 구상할 때, 민간 재원의 확보와 재원 동원을 논의하고 조정할 수 있는 한국 측 파트너 기관이 필요하게 되는데 아직까지 이를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신하고 있는 것은 한국에게 전략적 손해를 낳게 할 공산이 크다. 또한, 일본과 유상원조 중심의 인프라 협력 관계를 만들어 갈 가능성 크다는 점에서 한국이 지금까지 경험한 유상원조 프로젝트의 내용과 시스템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과 일본은 지속적으로 양질의 인프라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이러한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단순히 민주주의와 법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라는 자격은 일본에게 크게 매력적이지 못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석수. 2016. “일본 정부개발원조(ODA)와 국익의 연계.” 『문화와 정치』 3, 1: 83-108.   김태균. 2018. 『대항적 공존: 글로벌 책무성의 아시아적 재생산』. 서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______. 2010. “국제개발협력을 위한 가치지향의 이중적 구조: 일본 사례에 관한 소고.” 『국제 · 지역연구』 19, 2: 67-104.   김태환. 2019. “가치외교의 부상과 가치의 ‘진영화’: 강대국 사례와 한국 공공외교의 방향성.” 『문화와 정치』 6, 1: 5-32.   박대로. 2022. “[군사대로]쿼드 가입 정지작업 하는 尹…가입 찬반 논쟁 여전.” 「뉴시스」. 3월 20일. https://newsis.com/view/?id=NISX20220318_0001799200&cID=10301&pID=10300 (검색일: 2022. 5. 19.)   박수영 · 윤유리 · 안미선. 2021. “개발협력 통합적 접근법의 의미와 사례.” 『개발과 이슈』 67: 1-68.   산업통상자원부. 2022. “IPEF(인태경제프레임워크) 제1차 공식협상 개최.” 12월 9일. https://www.korea.kr/news/pressReleaseView.do?newsId=156541668 (검색일: 2023. 1. 5.)   손열. 2019. “기로(岐路)에 선 일본의 인도 · 태평양 전략: 공생을 위한 한일 협력 모색해야.” 『EAI 특별기획논평』. 동아시아연구원.   손혁상 · 최정호. 2008. “한국의 대 아세안(ASEAN) 공적개발원조(ODA) 정책: ‘경제협력’과 ‘개발협력’의 이중주.” 『동남아시아연구』 18, 2: 137-171.   송지선. 2022. “미국, 일본, EU의 인도태평양 전략 분석: 개발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주요국제문제분석』 2021-46.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오수현. 2019. “OECD DAC 개발재원 관련 논의에 따른 공여국 대응 전략: 개발금융기관(DFIs)을 중심으로.” 『국제개발협력』 14, 1: 61-87.   오화석. 2020. “[경제포커스] 일본은 우리의 11배나 인도 투자하는데…” 「조선일보」. 7월 20일.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5/2018022501611.html (검색일: 2022. 1. 20.)   외교부. 2022.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https://www.mofa.go.kr/www/brd/m_4080/view.do?seq=373216   윤유리. 2018. “중국 일대일로와 일본 커넥티비티 이니셔티브를 통해 본 KOICA의 함의.” 『개발과 이슈』 43: 1-26.   이동률. 2018. “중국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개혁’ 추진의 의미와 영향.” 『중소연구』 42, 1: 7-41.   이재연 · 이주헌 · 김유철. 2021. 『동아시아 평화번영을 위한 비전통 안보 협력』. 서울: 통일연구원.   이재현. 2022. “신남방정책을 기반으로 한 한국형 인태전략 제안.” Issue Brief (2022-07). 아산정책연구원.   정민승. 2019. “신남방정책, 중상주의 접근은 한계… 특정국 편애도 경계해야.” 「한국일보」. 11월 20일.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1191501789649 (검색일: 2022. 1. 20.)   조은일. 2020. “아베 시기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전략.” 『한국과 국제정치』 36, 2: 73-103.   Botto, Kathryn.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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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2023-04-07조회 : 10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