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연구원은 북한이 내세우는 신냉전 질서 도래 주장에 대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의 입장을 분석하는 논평 시리즈를 기획하였다. 필진들은 향후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될 가능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각국의 대한반도 정책 전개 방향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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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논평]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 얻은 경제적 이익은 무엇일까?

■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I. 배경   2025년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 인력의 사상자 수는 4,7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하였다(<연합뉴스> 2025). 국방부 국방정보본부는 나진항을 통해 러시아로 반출된 컨테이너가 약 2만 개에 달하며, 이들에 152mm 포탄이 가득 실렸다면 최대 940만 발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연합뉴스> 2024). 이처럼 대규모의 인적·물적 군사 지원을 제공한 북한은 과연 어떤 대가를 얻었을까?   전문가들은 2017년 이후 강화된 유엔 제재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로 침체에 빠진 북한경제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해 왔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러 간 전략적 연대가 강화되면서, 러시아가 에너지, 식량 등 실질적 지원을 북한에게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것이다.   그러나 2023년 말부터 본격화된 북한의 군사 지원 이후 현재까지의 북한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이른바 '전쟁 특수'가 실현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글은 북한의 시장물가 등 거시 지표를 중심으로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가 북한경제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고,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을 살펴본다. 또한 향후 북러 협력의 확장 가능성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정책적 함의를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II. 북러경협의 영향   북러 경제협력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노동자 파견이다.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한 인력부족과 점령지 재건을 위한 외부 인력이 절실하며, 북한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높은 통제가능성으로 인해 선호되는 인력이다. 국가정보원은 2025년 국회 보고에서 약 15,000명의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로 송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외화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에게 일정 부분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외화 수입은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 하락이라는 구조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루블화가 지속적으로 평가절하되면서, 북한이 실제로 얻는 외화 가치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노동자 파견의 양적 확대가 반드시 외화수입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상품 교역 측면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식적인 무역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교역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2023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Yury Ushakov)는 북러 무역액이 약 3,44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배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RFA 2024). 2024년에는 군사 협력 강화로 교역이 더 증가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무역 규모의 증가 속도와는 별개로, 절대적 수준은 여전히 낮다. 2010년 이후 북한 무역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1%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수치조차도 유엔 제재가 강화되기 이전인 2016년의 7,690만 달러보다 절반 수준에 그친다.   러시아산 물자의 북한 유입이 실제 효과를 거두었는지는 시장 물가 동향을 통해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러시아는 곡물과 정제유의 대표적 수출국이며 대규모 공급이 있었다면 북한 내 휘발유나 옥수수 가격이 안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림 1> 북한 시장의 휘발류 가격 추이 (2017.1~2025.3, 단위: 북한원) Source: DailyNK, Asia Press   <그림 2> 북한 시장의 옥수수 가격 추이 (2017.1~2025.3, 단위: 북한원) Source: DailyNK, Asia Press   <그림 1>과 <그림 2>는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DailyNK와 Asia Press가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 시장에서의 가솔린과 옥수수 가격 추이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북한의 대러 군사 지원이 본격화된 2024년 이후에도 해당 품목들의 가격은 오히려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까지 관찰된 자료만 놓고 보면 러시아산 물자의 유입이 북한 내 물가 안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III. 북러 경협 제약요인   2024년 6월,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함께 체결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은 북러 관계를 2000년의 우호·협력 조약 수준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이 조약은 무역, 투자, 금융,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경제 교류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열악한 물류 인프라와 높은 운송비용이 가장 큰 제약 요인이다. 북한과 중국은 12개의 국경 통상구를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반면, 러시아와는 두만강-하산 철도 세관이 유일한 물류 연결점이다. 이 철도는 궤도 규격 차이, 노후화된 기반 시설, 화물차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대규모 물류 이동에 적합하지 않다. 또한 러시아 내륙에서 북한까지의 거리가 멀어 운송비가 과도하게 높아지며, 이는 고부가가치 상품이 아니면 무역의 경제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둘째, 양국 간 상호보완적이지 못한 교역 구조도 문제다. 러시아는 북한의 주요 자원 수출품인 석탄과 철광석 등의 광물은 자국 내에서 충분히 생산하고 있어 북한의 수출 기회가 제한적이다. 또한, 러시아의 주요 수입 품목인 전자제품, 경공업 제품 분야에서 북한의 경쟁력이 부족하다. 이들 제품은 주로 중국이나 베트남 등 가격 경쟁력이 높은 국가에서 조달되고 있다.   셋째, 중국의 경계와 미온적 태도도 북러 경제협력 확대의 걸림돌이다. 만약 중국이 북러 경협에 참여해 3자 협력으로 발전한다면, 물류 효율성이 높아지고 북한이 중국 주도의 공급망에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면서까지 북러 협력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 또한 미중 갈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전략적 기조 아래, 북한-러시아-중국 간 블록 형성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의 국가적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IV. 결론 및 시사점   북러 경제협력의 효과가 제한적인 보다 중요한 이유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보상보다 전략적 보상, 즉 첨단 군사기술에 대한 접근을 더 중시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북한이 자력으로 개발하거나 확보하기 어려운 군사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지원받는 것을 더 원하고 있을 수 있으며, 그 대상에는 정찰위성 발사체 기술, 무인기, 전자 장비, 대공 방공 미사일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노동자 파견과 에너지 수출 등 기존 대북 경제제재의 핵심 항목에 대한 감시를 유지하는 동시에, 군수 물자 수출 및 첨단 군사기술 이전 여부에 대해서도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감시의 역량은 북한의 군수산업 확대와 러시아의 군사 기술 유입 차단이라는 두 축에 집중되어야 한다.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과는 북한이 주장하는 소위 '북·중·러 블록' 또는 '신냉전 구도'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대화를 지속하고, 일반목적기술(GPT: general-purpose technologies) 등 비민감 분야에서 실용적인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북한으로의 군사기술 이전을 차단하는 데 외교적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한국은 2023년에도 양국 간 교역 규모가 150억 달러에 이를 만큼 여전히 주요한 경제 파트너임을 강조할 수 있다. 아울러, 전후 러시아 극동 개발 과정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협력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러시아가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자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   참고문헌   〈연합뉴스〉. 2024. "국방부 '나진항 통해 러시아로 반출된 컨테이너 약 2만개 추정'." 10월 23일. https://www.yna.co.kr/view/AKR20241023050300504 (검색일: 2025. 5. 13.)   〈연합뉴스〉. 2025. "국가정보원 '러-우 전쟁 파병 북한군 사상자 4,700명 넘어'." 4월 30일. https://www.yna.co.kr/amp/view/MYH20250430014600038 (검색일: 2025. 5. 13.)   Radio Free Asia(RFA). 2024. "러 언론, 푸틴 방북 일제히 기대 섞인 보도." 6월 18일. https://www.rfa.org/korean/in_focus/nk_nuclear_talks/2024russia-dprk_summit_june-06182024144454.html (검색일: 2025. 5. 13.)     ■ 정승호_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학부장     ■ 담당 및 편집:김채린, EAI 연구보조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8) | crkim@eai.or.kr  

정승호 2025-05-13조회 :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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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논평] 북한 체제의 위기 대응으로서 청년 교양

■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I. 체제 위기와 청년세대   최근 북한 문화정책은 청년 교양에 맞추어져 있다. 청년세대를 바라보는 북한 당국의 시선은 매우 부정적이다. 청년세대는 혁명도 잘 모르고, 전쟁도 겪지 않았다. 성장 과정에서 장마당을 통해 국경을 넘어온 물건과 문화를 접한 경험도 많다. 간접적이지만 북한 밖의 문화를 경험하였다. 당이나 수령에 대한 충성심이 이전 세대보다 낮은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항일혁명 투쟁을 배웠지만 할아버지 세대를 넘은 먼 이야기이며 혁명 투쟁은 교과서 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청년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준 것은 장마당을 통해 배운 엄혹한 현실이었다. 사상보다는 자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익힌 세대이기 때문이다.   청년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북한 언론의 보도로 확인된다. 2018년 1월 20일 『로동신문』은 "제국주의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을 짓부셔버려야 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의 내용은 "제국주의자들은 자라나는 새 세대들을 썩어빠진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의 기본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경고한다. 제국주의가 청년들을 침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새 세대'들이 "감수성이 빠르며 새것에 아주 민감"하기에, "그들의 머릿속에 반동사상문화를 주입시키려고 교활하게 책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청소년들이 즐겨보고 리용하는 영화, 신문, 잡지, 콤퓨터망을 비롯한 각종 선전수단들을 통하여 그들을 부패 타락시키고 저들에 대한 환상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러 나라들에서 제도교체, 정부전복과 같은 비정상적인 사태들이 발생하고 그 앞장에 청년들이 서 있은 것"도 "그들이 바로 제국주의의 반동사상문화에 물젖었기 때문이다"라고도 서술하였다 (『로동신문』 01/20/2018).   <사진 1, 2> UCC: "우리는 사회주의 애국청년"   김정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청년들의 사상과 문화'를 언급하면서, '청년들의 사상문화를 건전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청년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체제 위기 상황과 맞물리자, 당 8차 대회를 계기로 청년에 대한 '인간 개조' 사업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청년세대를 교양하여,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간으로 개조'하겠다는 것이 노동당의 주요 정책이 된 것이다.   최대 위기 상황에서 노동당은 주요 회의를 연이어 개최하게 된다. 2021년 1월에 노동당은 최대 행사인 제8차 노동당 대회를 개최하였다. 이어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가 열렸고, 2021년 4월에는 '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 개최가 있었다. '제6차 세포비서대회'에서 김정은은 "청년교양 문제를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의 사활이 걸린 문제,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는 운명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이 사업에 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로동신문』 04/09/2021).   노동당의 정책을 최일선에서 인민들에게 전달하는 세포비서들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말단 조직을 책임진 세포 조직에서, 청년들의 발전을 가로막고, 잘못된 길로 빠지게 하는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현상을 비롯하여, '반동사상 문화'에 이르기까지 '부정적 요소'들을 제거하는데 나서 달라는 주장이다.   김정은의 요구는 외부 문화를 독소로 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제정에 이어서, 청년 세대의 '교양 사업 보장'을 명시한 「청년교양보장법」(2021년)이 채택되는 형태로 현실화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언어생활에서 '괴뢰' 문화를 발본색원하겠다는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이 연이어 제정되었다.   <사진 3, 4> 청년영웅을 소개하는 북한 방송물   II. 청년 개조 사업   김정은 체제에서 청년 정신을 개조하는 사업은 다음 몇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첫째, 청년을 대상으로 한 '인간 개조' 사업의 기본은 '올바른 공산주의 문화관'을 정립시키는 것이다. 북한 체제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문화를 청년들에게 교육하여, 스스로 올바른 문화를 지켜야 한다는 의식을 형성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에서 말하는 '우리 식 도덕기풍'을 바로 잡는 것이다.   북한에서 강조하는 아름답고, 건건한 문화는 인민대중이 이룩한 문화이다. 오랜 전통을 가진 민족문화는 일제에 의해 훼손되고 절멸될 상황이었는데, 김일성 수령이 지켜주었다는 것이 민족문화에 대한 기본 시각이다. 김정은 체제에서도 제국주의자들이 사회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한 문화 침투가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로동신문』 01/20/2018).   나쁜 문화로 물들게 되면 전통문화를 지켜갈 수 없다. 아름답고 건전한 우리(식) 문화를 지켜야 하는 임무가 청년에게 부여된다. 어렵게 지켜온 "우리의 문화를 청년들이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노동신문의 일부가 이러한 관점을 잘 보여준다.   우리 공화국은 사람들이 정신도덕적으로 건전하고 덕과 정이 차넘치는 사회주의대가정이다.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장군님을 생존 시에나 서거 후에나 변함없이 높이 우러러 모시는 인민들의 숭고한 도덕의리의 세계가 펼쳐지고 혁명선배들을 존대하고 웃사람과 스승을 존경하는 기풍이 차넘치고 있으며 서로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풍조가 공기처럼 흐르고 있는 것은 그 뚜렷한 증시로 된다. 적대세력들의 장기간의 야만적인 봉쇄속에서도 순수한 인간미와 고상한 도덕 륜리를 견지하고 화목하게 사는 것은 약육강식의 자본주의세계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도덕 기강을 세우는 사업을 사회주의의 운명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로 내세우고 정력적으로 이끌어온 당의 현명한 령도의 결실이다(『로동신문』 03/19/2019).   둘째, 청년들이 빠져들 수 있는 '부정적인 환경'을 차단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에 수 차례 반동사상문화를 겨냥한 법들을 개정했고, 결국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청년교양보장법'이라는 새로운 법을 제정하여 청년에 대한 반동사상문화 통제를 강화하여, '괴뢰 문화'로 통칭하는 외부 문화의 유입, 유통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2023년에 제정한 「평양문화어보호법」의 규정은 '괴뢰'로 규정한 '비규범적 언어 (문법이나 형식, 표현에서 맞지 않은 언어)'의 사용을 엄격히 금지한다. 북한에서 한류 현상은 여러 경로로 확인된다. 특히 청년 세대에게 한국문화는 낯설지도 않으며 그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크지 않다. 「평양문화어보호법」은 청년세대의 언어습관을 바로 잡아, 일상에서부터 외부 문화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입법이다.   셋째, 모범 청년 사례를 발굴하여 본받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은 당에서 요구하는 바람직한 청년 문화의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따라 배우도록 하고 있다. 청년들이 본받아야 할 우선 대상은 '전승세대'(전쟁에서 싸워 승리한 세대)이다. '전승세대'를 '수령결사옹위'의 본보기로 제시한다. 2019년 김정은은 '수령을 신비화하지 말라'라고 하였다. '수령은 인민과 동고동락하는 존재'라고 하였다. 전승세대는 '인민들이 자발적으로 지킨 세대'의 본보기로 강조한다. '수령을 신비화하지 말라'고 한 이후 수령을 지킨 인민의 본보기로 전승세대를 활용한 교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물 <전승세대의 삶은 혁명적 인생관의 교과서이다>, 예술영화 <하루낮 하루밤>(2022)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2023년부터는 6월 25일이 '6.25미제반대투쟁의 날'로 정해졌고, 전쟁 체험자, 전쟁 노병과 청년세대의 상봉 모임이 진행되었다. 이후로는 주요 명절 행사의 하나로 '전쟁노병'과 청년세대의 상봉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본보기는 '청년 영웅'이다. 2012년에 있었던 대홍수 때 수령의 초상을 안고 죽어서, "수령결사옹위의 한길에 청춘을 바친" 모범이 된 한현경 학생, 2019년 4월 4일 '혁명열사릉'으로 산불이 확산되지 않게 불을 끄다가 사상한 리정덕, 서려명, 최현일 학생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북한은 이들을 '수령결사옹위'의 본보기로 소개하고 교양 소재로 활용한다.   <사진 5> [사이프로편집물] 전승세대의 삶은 혁명적 인생관의 교과서이다.   III. '애국'의 실천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은 지속적인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김정은의 리더십은 치명타를 맞았고 보건 위기 상황이 맞물려 경제도 침체되었다. 위기 상황을 돌파할 대안도 없었다.   위기 상황에서 김정은은 위기의 원인을 외부로 돌렸다. 외부의 위기를 확대하고, 이를 내부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수령으로서 개인의 영도력을 뒤로 하고, '국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우리 국가'가 제일이라는 '우리 국가제일주의'와 노동당의 모든 정책이 인민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정책이라는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제시되었다. '우리 국가제일주의'와 '인민대중제일주의'는 노동당의 정책일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신념이 되었다. 인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 사업은 북한 주민 모두가 노동당의 정책이 '인민대중을 위한 최고의 정책'이라는 것을 믿고 이런 정책을 펼치는 김정은 수령이 이끄는 우리 국가가 제일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강요이다.   '애국'을 주제로 한 교양 사업과 함께 북한은 인민들에게 애국의 실천을 요구한다. 북한에서 인민들은 당의 정책을 거부할 수 없다. 애국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 되면, 인민들은 끊임없이 애국을 실천해야 한다. '아름답고 고상한 우리 식 문화'와 '도덕'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기준으로 제시한 '애국'을 실천하기 위해 말할 때도 '국어'인 '평양문화어'를 사용하고 옷을 입어도 우리 옷을 입고, 노래를 불러도 '우리 노래'를 불러야 한다. 북한 주민 "누구나 우리의 것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안고 언어생활을 비롯한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을 확고히 고수"해 나가기 위해서는 "제국주의자들의 사상문화적 침투 책동에 언제나 각성을 높이며 온갖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생활양식을 반대하여 견결히 투쟁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로동신문』 05/22/2020).   '애국'은 경제와 관련된다. 경제에서 애국을 실천하는 방법은 국산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방 발전 전략도 애국을 바탕으로 한다. 지방 경제 발전 전략에 따라 세워지는 공장은 식품, 피복, 학용품, 일용품, 신발 공장 등의 소비재 공장이 중심이다. 이들 공장에서 생산하는 소나무 책가방, 민들레 학습장, 국기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는 것이 바로 애국을 실천하는 것이다.   IV. 결론   언급했듯이 북한의 젊은 세대는 간접적이나마 북한 외부의 정보에 노출된 경험이 있으며 전쟁을 직접 겪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정은 정권의 청년교양정책이 얼마나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청년교양정책이 실제로 젊은 세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2019년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 타격을 입은 김정은 정권의 국내적 체제정당성의 문제가 다소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추론해볼 수 있다. 얼핏 보기에 크게 와 닿지 않을 것 같은 김정은 정권의 청년교양정책이 모종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향후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김용일. 2019. "아름답고 고상한 도덕기풍이 국풍으로 되도록 하는것은 현실발전의 요구."『로동신문』 3월 19일.   『로동신문』. 2018. "제국주의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을 짓부셔버려야 한다." 1월 20일.   『로동신문』. 2020. "청년들을 당의 사상과 위업에 끝없이 충실한 전위투사로 튼튼히 준비시키자." 5월 22일.   『로동신문』. 2021.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로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에서 결론 《현시기 당세포강화에서 나서는 중요과업에 대하여》를 하시였다." 4월 9일.     ■ 전영선_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 담당 및 편집:김채린, EAI 연구보조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8) | crkim@eai.or.kr  

전영선 2025-05-09조회 : 1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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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논평]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결기와 추진전략

■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초록   군은 최악의 사태를 예측하여 대비해야 한다. 동북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국의 타이완 침공과 북한의 선제공격에 의한 동시 전쟁 시나리오를 고찰하면서 한국군 주도의 전쟁수행체제를 모색하고자 한다.   한미 양국군은 양국 정부의 합의에 의거하여(U.S. Department of Defense and ROK Ministry of National Defense 2018)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 대장을 사령관으로 미군 대장을 부사령관으로 임명하는 미래 연합사로 재편 중이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작권 전환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미 국방부의 「잠정국가방위전략지침」과 콜비 (Elbridge Colby) 국방부 정책차관의 발언을 통해서 트럼프 정부의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 의지를 읽을 수 있다(Washington Post 2025).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국가사활이 걸린 문제로서 국민적 결기가 요구된다.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 국민, 정부, 군, 동맹 차원에서 총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국민은 동맹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안보로부터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 나라를 지킨다는 자주국방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가치안보로 무장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안보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전쟁지도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군은 합동군사령부를 창설, 전·평시 지휘체제를 일원화하고, 전쟁지휘, 전략기획, 정보판단, 작전계획, 작전 지속 등 전쟁수행능력을 배양하면서 전략과 전술에 능란한 강군을 육성해야 한다. 동맹국과 협의하여 한국 합참, 유엔사, 연합사, 주한미군사의 상호관계와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 한미 합참의장으로 구성된 군사위원회는 연합사에 전략지시와 작전지침을 하달하고, 한국 합참은 전비태세와 국지도발작전을 지휘하며. 유엔사는 정전협정을 관리하고 유사시 회원국의 전력 제공을 한다. 연합사는 작전계획을 발전시키고 연합연습을 주관하며 전시에는 주한미군과 미증원전력을 작전통제하고 유엔사의 전투부대를 전술통제하여 전쟁을 지휘한다. 주한미군은 연합전비태세를 유지하고, 유사시 연합사령관 작전통제하에 전시 임무를 수행한다.   동북아 지역내 도전, 도발, 위협시 공동대응을 위해 한국 합참과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일본 통합작전사령부의 전략기획요원과 안보전문가로 편성한 한·미·일군사협력 TF 설치를 제안한다.   I. 서론   군은 평소부터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동북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국의 타이완 침공과 북한의 선제 공격에 의한 동시 전쟁 시나리오를 살펴보면서 한국군 주도의 전쟁수행체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한다.   가상 시나리오: "중국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이 되는 2027년, 중국은 해양패권 장악과 통일을 명분으로 타이완 침공을 감행하였다.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교전 중인 적대 국가로 규정하고 있는 김정은은 이때를 틈타 한국을 점령하기 위해 전면적인 무력 남침을 개시하였다. 타이완과 한반도 2개 지역에 동시전쟁 발발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전력의 일부를 포함한 미군 전력을 타이완 전쟁에 집중적으로 투입하였고, 일본도 타이완 전쟁을 지원하여, 한국은 주도적으로 북한의 침공에 맞서 싸우고 있다(Chung and Zmire 2024)."    북한은 2023년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였다(<조선중앙통신> 2023/12/31). 북한 주민들에게까지 영토완정을 위한 대사변을 독려하면서 전술핵 부대를 운용, 한국 점령을 위한 전군 지휘관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중앙일보> 2024/4/23. . 2023/8/31). 북핵 능력의 고도화는 물론 끊임없이 단거리 미사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Intermediate Range Ballistic Missile),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시험 발사를 계속하고 있다.   북한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동·서해, 일본 열도 넘어 낙하한다. 발사 지점을 축으로 탄착지점에서 발사된 미사일들의 방향을 틀면 전략 표적인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합참, 오산, 평택, 계룡대는 물론 한반도 전구에 전개토록 되어 있는 미군의 발진기지인 일본 요코스카, 가데나, 사세보, 오끼나와 등 미 해공군기지는 물론 괌, 하와이를 정확히 지향하고 있다. 마치 전면전을 상정한 예행연습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타이완 통일을 위해서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중국은 2024년 5월 23일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을 즈음하여 타이완을 에워싸는 포위훈련을 감행했다. 또한 2024년 10월 14일부터 16일에도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건국기념일 연설에서 나온 양국론[1]을 문제 삼아 항공모함과 수백대의 전투기를 동원하여 대규모 대만 포위 무력시위를 하였다(<경향신문> 2024). 2025년 4월 1일 중국은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육·해·공군·로켓군 합동 훈련에 돌입했다.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 대변인은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자 강력한 억제"라며 "국가 주권과 조국 통일을 수호하기 위한 정당하고 필요한 행동"이라고 주장한다(<노컷뉴스> 2025).   시진핑과 김정은이 야합해 타이완과 한반도에 동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개 지역 동시 전쟁이 발발한다면, 미국은 주일미군 전력과 괌도의 전력은 물론 주한미군 전력까지도 타이완 전쟁에 투입하게 될 것이며, 한국은 독자적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미국의 안보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2024). 중국인민해방군의 북부전구사령부의 전력은 대만과 멀리 이격(離隔)되어 있어 한반도 전쟁에 개입하게 될 것이고 다롄과 칭다오에 모항을 두고 있는 항모전단은 제1도련선을 통제할 수 있는 반접근지역거부전략(A2AD, Anti-Access & Area Denial)을 구사하면서 서해 지역의 제해권을 장악하려 할 것이다.   또한 북러 간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에 의거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톡 태평양함대 전력을 동해와 남해에 투입하고 하바롭스크 동부군관구사령부의 지상군 전력도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한국군은 동맹국의 지원이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북·중·러 침략군과 전쟁을 수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한국은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들과 맞서 승리할 수 있는 태세가 되어 있는가? 이러한 전략 인식과 문제의식을 갖고 전작권 전환이 왜 절박한가를 논의하고자 한다. 이어서 전작권 전환의 목적과 의의를 고찰한 후에 국민, 정부, 군, 동맹차원에서 전작권 전환 추진 전략을 모색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제안과 함께 전작권 전환 이후의 모습에 대해 조망하고자 한다.   II. 미군 주도의 한미연합방위체제와 북한의 오만한 대남 인식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수립된 한미동맹과 한미연합방위체제는 지난 70년에 걸쳐서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하지만 북한의 끊임없는 국지도발을 억제하는 데는 실패하였다. 북한은 정전 이후 침투 2,002건, 국지도발 1,119건 등 도합 3,121건의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대남 도발을 감행했다(대한민국 국방부 2022). 1968년 1·21 청와대 기습사건, 프에블로호 납치 및 삼척·울진 무장공비 침투,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1983년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1987년 대한항공 858편 폭파, 1996년 강릉 무장공비를 침투시켰다.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영해에서 경비 임무를 수행하던 초계함 천안함이 북한군 어뢰 공격으로 피격되어 46명이 전사하는 상황에서도 제대로 응징보복을 하지 못하였다. 2010년 11월 23일 대낮에 연평도에 수백발의 포격으로 우리의 영토가 유린되었는데도 유엔사 정전 시 교전규칙에 얽매여 우리군은 K9포로만 대응하고 출격했던 KF-16이나 F-15K전투기가 응징보복을 못하고 회항하였다. 북한군은 지난 해 5월 24일부터 11월 28일까지 6개월에 걸쳐 8,870개의 오물풍선으로 집성된 풍선을 3,097차례에 걸쳐서 한국의 고가치 표적들을 대상으로 무자비하게 살포하였다(Cha and Lim 2024). 이는 분명히 생화학전을 감행하기 위한 제원산출 목적이었다고 판단된다.   왜 우리 군은 이러한 도발에 대해 무자비하고 즉각적으로 응징하여 더 이상 무력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할 수 없을까? 왜 계속 당하고만 있는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정전협정을 지키기 위해 유엔사의 교전규칙에 따라 도발 무기체계에 상응하는 무기로만 대응해야 한다는 비례성의 원칙과 치사율이 높은 무기로 도발해 올 경우 대응 사격 승인 권한이 상향되어 실기(失機)함에 따라 제대로 된 응징보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23).   평시에는 한국군 합참의장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나 방어준비태세(DEFCON, Defense Condition)가 격상되면 한국군은 한미연합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는다. 전·평시 이원화된 지휘구조로 인해 군사력 운용이 제한 받게 된다.   1994년 12월 1일 평시작전통제권이 한국 합참으로 이양되었으나 한미연합사령관은 조기경보 및 위기관리, 연합작전계획 발전 및 연합훈련, 교리발전, 상호운용성 등 연합권한위임사항(CODA, Combined Delegation Authority)을 행사한다. 한국군은 경계작전, 부대관리, 교육훈련, 재난구조작전을 실시한다. 한미연합사령관이 한국군이 수행할 기본 권한을 행사하는 상황이다.   2000년 9월 25-26일 제주도에서 개최된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북한 인민무력부장 김일철은 주장한다. "남북 간 아무리 군사문제를 논의해도 주인인 미국이 이를 틀어버리면 소용없다. 남조선은 주권도 없는 군대이므로 군사문제는 북미 간에 논의해야 한다"고 하면서 한국을 무시하고 미국과 직거래하고자 한다(문성묵 2018).   김정은은 2019년 8월 7일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남조선군대는 조선인민군대가 상대할 대상이 못된다(South Korea forces are matchless with DPRK People’s Army)” 는 오만한 인식을 보여 주었다(Woodward 2020).   전작권이 전환되는 순간, 국군은 전·평시 지휘체제가 일원화되어, 군사력 운용 권한을 회복하게 될 것이며, 국군은 북한 도발에 대해 과감하고도 즉각적으로 도발 원점은 물론, 지휘 지원시설까지 단호하게 응징보복할 것이다. 또한 북한이 침략을 감행한다면 한국군 주도로 무자비하게 조기에 반격하여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III.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 당위성과 결기   1. 전작권 전환의 당위성   한미는 한국군 대장을 사령관으로 미군 대장을 부사령관으로 하는 미래 연합사 지휘구조 재편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미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는 군사력을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을 받고 있다. 국토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군사력 운용을 통해서 가능하다.   타이완과 한반도 전쟁이 동시에 발생했을 때 한반도 전구작전을 미국이 주도하는 현 연합사 체제는 많은 문제점이 예상된다. 전쟁은 무기만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목표가 무엇이며, 적의 전략전술을 꿰뚫고 있어야 하고, 적의 강약점을 파악해야 한다. 또한 작전지역에 정통해야 하며 적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고도의 작전술을 발휘하면서 동맹군의 인적·물적 동원에 의한 재편성 등 한미연합군의 전력을 운용할 수 있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부임한지 1-2년밖에 안되었을 연합사령관이 상당수 미군 전력이 타이완전쟁에 투입되고 주력이 한국군인 연합사를 제대로 지휘할 수 있을까?   2. 미군의 외국군 작통 사례가 없다는 퍼싱 원칙의 오류   미군은 한 번도 외국군의 작전통제를 받은 사례가 없다는 ‘퍼싱원칙’을 내세워 한국군 통제를 받는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2018년 10월 31일 한미 국방부장관 간에 합의한 “전작권 전환에 따른 한미연합지침”(U.S. Embassy Seoul 2018)에 따라 한국군 대장이 지휘하는 미래연합사를 추진하기로 한 사실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정경영 2023).   미군이 외국군 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은 사례가 없었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례에서 오류이다(정경영 2017). 첫째 사례는 제1차 세계대전 중 1918년 후반기에 프랑스 에느-마른 전투에서 퍼싱(John J. Pershing) 미군사령관이 이끄는 120만 명의 미군병력과 상대적으로 미군보다 규모가 적은 뻬뗑(Petain)이 이끄는 프랑스군, 헤이그(Douglas Haig) 원수가 이끄는 영국군으로 구성된 연합군이 참전하여 독일의 루덴도르프(Erich Friedrich Ludendorff) 장군이 지휘하는 독일군과 맞서 싸웠다. 이 때 프랑스의 포시(Ferdinand Foch) 원수가 연합군사령관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군을 작전통제하여 1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육사 전사학과 2007; Liddel Hart 1991). 프랑스군대가 독일군 침공으로 심대한 전투력 손실로 미군이나 영국군 병력보다 소수였음에도 작전지역과 적에 대해서 정통한 프랑스군 사령관이 미군과 영국군을 작전통제하였던 것이다.   둘째 사례로 2005년 유엔에서 채택된 ‘자국민보호책임(R2P, Responsibility to Protect People)’에 의거하여, 유엔안보리에서 2011년 3월 19일 리비아 카다피에 대해 군사제재 결의안이 통과되어 미국을 포함한 나토군이 카다피 제거작전에 참가하게 되었다. 미군은 투입전력이 나토회원 참전국 전체 전력보다 3배 이상이었음에도 식민지 통치를 했던 현지사정에 밝은 이태리 사령관에게 작전통제권을 위임, 작전을 실시하여 2011년 10월 20일 카다피 제거작전을 성공적으로 종료하였다.   셋째, 2007 을지프리덤가디언(UFG, Ulchi Freedom Guardian) 연습 2부 작전시 벨(B. B. Bell) 연합사 사령관은 김병관 연합사 부사령관에게 사령관 권한을 위임, 연습을 지휘토록 하였으며 그 결과, 2006 UFG 연습 시 Bell 연합사령관이 지휘했을 때 보다 훨씬 작전을 잘한 것으로 평가받은 사례가 있다(김병관 2007).   한편 전쟁 경험도 없는 한국군 장군 지휘를 어떻게 미군이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 대해 브룩스(Vincent K. Brooks)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018년 2월 14일 미하원 군사위원회의 증언을 통해, "미군 장군이 미래 연합사령부의 부사령관의 역할로 조정되나 여전히 유엔군사령관과 주한미군사령관 직위가 존속되며, 주한미군은 미 국가통수권하에 있게 된다"고 발언하였다(Brooks 2018). 또한 에이브럼스(Robert B. Abrams) 전 연합사령관도 2020년 7월 1일 한미동맹재단이 주최한 포럼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한국군 대장이 연합사를 지휘하게 되는 동맹계획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 확고부동한 의지"가 있음을 천명하였다(The Korea Herald 2019). 연합사의 지휘구조 조정과 한국군에게 작전통제권을 전환하는 것에 대해 미국 정부의 분명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Chung 2021; Nishizuka 2018).   3. 결기어린 전작권 전환   한편, 핵을 보유한 북한군을 우리 군이 상대할 수 있을까? 모든 국가 역량을 128만 대군의 군사력 증강에 집중해온 북한군을 우리가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전시작전통제권을 우리가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6·25전쟁 개전 초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국군 작전지휘권을 이양한 이후, 우리는 70년 이상 한번도 작전통제권을 우리가 행사해 본 적이 없어서 작전통제권을 회복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군이 아닌 외국군사령관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에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전형적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이다. 심지어 전작권이 넘어오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명분을 주게 될 것이고, 한미동맹이 와해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그러나 <표 1>의 남북한 국력비교에서 보듯이 지난 80년간의 체제전쟁에서 우리 국민의 헌신과 혁신으로 한국이 북한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군사력에서도 한국은 세계 5위, 북한은 34위이다. 무엇이 두려운가? 전시 작전통제권을 행사할 자신이 있다. <표 1> 남북한 국력 비교 출처: 대한민국 국방부 2023; CIA 2024; Global Firepower 2025; IISS 2024; 2025년 한국의 국방비는 61조 5,878억 원이다.   연합사를 해체하는 것이 아닌 연합사를 존속시킨 상태에서 한국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군 대장을 사령관에, 미군 대장을 부사령관에 임명하여 연합사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한미 국방부 장관 간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합의한 것은 한국 방어를 위해서 매우 유의미하다. 세계 최강의 미군이 한국군 작전통제하에 전쟁에 참여한다. 미국은 동맹군에 대한 신뢰와 동맹국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는 메시지다.   베트남전쟁에서 혁혁한 위용을 떨쳤던 한국군(1965-1973), NLL을 넘어 도발한 북한 함정을 격침시켰던 제1연평해전(1999. 6. 15), 소말리아 해적이 나포한 삼호주얼리어호를 구출했던 아덴만 여명작전(2011. 1. 15), 북한이 설치한 목함지뢰로 한국군이 부상당하자 한국군은 심리작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군이 소구경포 사격을 가해 왔을 때 우리군은 대구경포 30여발로 무자비하게 응징한 8·20작전(2015. 8. 20)으로 북한을 무릎 꿇게 했던 우리 군이 전작권을 행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북한은 전시작전통제권을 우리가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핵무장 못지 않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를 간파할 필요가 있다.   III. 전작권 전환의 목적과 추진 전략   1. 한국 주도의 한미연합방위체제 구축의 목적과 의미   전작권 전환의 목적은 한국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를 구축하여 우리 땅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지키고, 침략자에게는 힘으로 응징하고야 만다는 투철한 자주국방의 결의와 태세를 갖추는 데 있다(박정희 1972). 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외국군사령관에게 위임한 나라가 없다. 심지어 패전국이었던 일본 자위대도 작통권을 위임하지 않고, 미·일군 간 병렬형 지휘체제의 동맹이 한미동맹 못지 않다. NATO가 있다고 하나 쌍무동맹이 아닌 집단방위체제이고 회원국의 30%의 전력만 나토사령관에게 위임하고 2/3주력은 회원국이 행사한다(NATO n.d.). 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회복하는 것이 바로 정상국가가 되는 길이다.   국군에 대한 전작권 행사는 국방의 정체성과 군사력 운용의 자율권을 복원한다는 의미가 있다.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서 더욱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우리군의 기를 세워주고 국민의 자존감을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작권 행사는 전・평시 통일전략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필수적이다. 군비통제를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고, 유사시 한국 주도로 반격작전을 하게 되면 중국 개입 명분을 차단시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은 한미동맹에 힘입어 경제성장과 정치발전에 이어 자립안보까지 이루어 냄으로써 동맹의 모델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또한 전작권 전환은 외교의 자율성을 행사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의 지평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서 전작권 전환은 한반도의 작전지역과 군사전략에 부합하는 교리를 발전시키고, 한국군에 맞는 무기개발로 싸워 이기는 군대 육성은 물론, 방위산업을 진흥시켜 일자리 창출과 방산수출로 국익 증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정경영 2017).   2. 전작권 전환 추진 재조명과 트럼프 2기 정부의 전작권 전환 의지   한미양국 정부는 2012년 4월 12일부로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하였으나 북한의 핵실험과 한국 국민의 반대로 2025년 12월 1일로 연기하였다. 또한 2013년 5월 한측은 한국군의 능력이 구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간 합의한 2015년 12월 1일부로 전작권 전환은 북한의 오판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전작권 전환 조건을 재검토하자고 미 측에 요청, 2014년 10월 제46차 SCM에서 한미 양국 국방부 장관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 Conditions-based Operational Control Transition Plan)에 합의하였다.   전작권 전환 3대 조건은, (1)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확보, (2)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 확보, (3)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이다. 또한 미래연합사 임무수행 능력 3단계 평가로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Initial Operation Capability),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Full Operation Capability)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Full Mission Capability)이다(국방부 n.d.;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14).   2019년 6월 9일 한미 국방부 장관은 연합사를 용산기지에서 국방부 영내로 이전하는 최초 계획에서 평택 캠프 험프리즈(Camp Humphreys)로 이전하기로 합의하여 2022년 10월 말 캠프 험프리즈로 이전하였으며, 2021년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Joseph R. Biden) 미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였다(외교부 2021).   2019년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CCPP, Combined Command Post Training)에서 기본운용능력(IOC)을 검증한 데 이어, 2021년 12월 2일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를 통해서 양국 국방부 장관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의 진전에 주목하였고, 2023년에 미래연합사의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시행하였으며, 2023년 54차 SCM에서 한국의 핵심군사능력과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에 대해 한미공동으로 평가하기로 합의하였다(<경향신문> 2021).   전작권 조기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전작권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 연합사를 존속시킨 상황에서 미래연합사로 재편하기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에서 합의한 연합사 해체를 전제로 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왜 계속 추구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 사안을 군에만 맡기고 정부의 의지가 실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나 하는 점,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전격 중단 선언과 남북관계가 미묘한 상황에서 미군의 전략자산이 전개되었을 때 남북관계에 미치는 파장을 우려하여 미군 전력을 전개할 수 없어서 완전운용능력(FOC)을 평가하지 못했던 점, 코로나로 대규모 연합훈련을 할 수 없었던 제한사항, 미측이 중국과의 전략경쟁을 우선시하는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2022년 5월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2022년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상은 연합방위태세 제고를 통해 억제를 보다 강화할 것을 약속하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의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였다(대통령실 2022).   2022년 을지자유방패(UFS, Ulchi Freedom Shield)훈련 시 중단 및 축소되었던 연합훈련을 재개하였다. 2023년 미군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대규모 한미 연합기동훈련을 통해 완전운용능력(FOC)을 검증 평가하였다. 라카머라(Paul LaCamera)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2024년 3월 미 의회 증언에서 “전작권 전환은 연기된 것이 아니며, 시간이 아닌 조건에 의한 것으로 전환을 완료하기 위한 궤도위에 있다”고 증언하고 있으나( 2024), 사실상 윤석열 정부는 전작권 전환 추진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밀러(Christopher C. Miller) 트럼프 1기 미 국방부 장관 대행이 집필한 트럼프의 정책 공약집 『프로젝트 2025』에는 “한국이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어를 주도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고(Miller 2024),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시작으로 한미관계를 더욱 확고하게 평등한 파트너십(equal partnership)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동아일보>2024),”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한국군 장군과 제독이 군대를 지휘하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다( 2024)”고 주장하였다. 밀러의 이 주장은 전작권 전환을 통해서 한국군 사령관이 연합사를 지휘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트럼프 2기 헤그세스(Pete Hegseth) 미 국방부 장관은 잠정국가방위전략지침(Interim National Defense Strategic Guidance)을 통해서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 미 본토 방어에 주력하고, 동맹국에게는 북한 위협 억제 역할의 대부분을 맡기겠다”고 밝히고 있다(Washington Post 2025). 국방부 정책차관으로 임명된 콜비(Elbridge Colby)는 2025년 3월 4일 인사청문회에서 한미 전작권 전환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비전은 한국과 같은 역량있고 의지가 있는 동맹국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이라고 증언하였다(Yonhap 2025).   전작권 전환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선 조건을 반영한 추진일정을 발전시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IV. 전작권 전환 추진 전략   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연합사령관이 미군에서 한국군 장성으로 전환되는 것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안보틀을 새롭게 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선 국민, 정부, 군, 동맹 4차원에서 한국 주도의 전쟁수행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1. 자주국방과 가치안보   먼저, 대한민국 국민은 과도하게 동맹에 의존하는 안보로부터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 나라를 지키겠다는 자주국방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가치안보로 무장해야 한다.   2. 전쟁지도체제 구축   정부 차원에서는 국가안보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국가 차원의 전쟁지도체제 확립을 통해 국가안보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국가안위와 국민안전에 심대한 위기가 발생할 때 대통령이 즉각 회의를 주관하여 대처하고, 국내외 안보정세에 대한 지속적 평가와 대응을 위해 대통령 주관 격월제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국가안보실장이 주관하는 월간 상임위원회회의를 정례화하고, 사안별로 유관부서 장관과 전문가를 참석시켜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안보정책회의를 발전시켜 정책을 내실있게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을지자유방패훈련 등 전 국민, 국가기구를 통합하여 진행하는 종합 훈련들을 통해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전쟁지도체제를 구축한다. 탁월한 전쟁 수행 능력을 갖춘다는 것은 전쟁을 예방하는 전략일 뿐만 아니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전쟁지도란 평시 전쟁을 억제하고 전시 승리하기 위해 통수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국가전략과 군사전략을 통합, 조정, 통제하여 국가 총역량을 조직화하는 지도역량이다. 국가통수권은 대통령이 행사하며, 국방부 장관의 보좌를 받아 평시에는 합참의장에게 전시에는 한미 안보협의회의와 군사위원회를 통해서 연합사령관에게 전략지시와 작전지침을 하달하여 군사작전을 지도한다. 또한 민간방위 책임기구로서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행정안전부 등 국가행정기관을 통합하여 전시 국민을 통제한다. 산업동원책임기구는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관련 부처를 총괄하여 전쟁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한다.   전쟁수행 국면을 시기별로 개전기, 전쟁 수행기, 전쟁 종결기로 분류하여 살펴보면 먼저 개전기에 전쟁지도기구를 설치・운용하고 전쟁목적 및 목표를 설정하며 국민 지지를 획득한다. 전쟁자원을 확보하며 군사목표를 선정하고 미 증원전력을 협조하며 국제사회의 지지와 지원을 확보한다. 전쟁 수행기에는 적의 전략 및 작전적 중심을 무력화하고, 제3국 개입을 차단하며, 국경선을 조기에 확보한다. 전쟁 종결기에는 종전방법과 전후처리, 종전시기를 결정하고, 자유민주 통일정부 완성을 목표로 전쟁을 지도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을지자유방패훈련 등을 통해 전쟁지도체제를 구축한다. GDP 대비 국방비를 현 2.6%를 3%수준으로 상향책정한다. 자주국방 및 방위역량 확충을 위한 국방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를 위해 획기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국민통합이 안되고 내분에 휩싸이며 평화만능주의에 빠져 있을 때 외부의 적은 여지없이 침략해왔다. 4색당파에 의해 분열되어 있는 상황에서 왜군이 침략한 1592-1598년의 임진왜란시 수십만명의 백성이 희생되었고 국토가 초토화되었다. 숭문천무의식이 만연하자 또 1636-1637년 병자호란을 겪었다. 동학농민혁명이 발생했는데 이를 스스로 진압하지 못하고 외세를 끌어들여 이 땅에서 1894-1895년 청일전쟁이 일어났다. 해방 후 좌우 극심한 대립과 내분으로 분열되자 1950년 6월 북한군이 남침하여 전쟁을 통해서 희생된 인원은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446만 명에 이른다. 오늘의 극도로 불안정한 정국은 하루빨리 통합·상생·협치의 정치를 통해 안정화되어야 한다.   <표 2> 6·25 전쟁 피해 출처: 박동찬 2014.   3. 안정적 안보환경 조성을 위한 남북 정치·군사대화와 한·미·중 전략대화   동시에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남북 정치·군사대화를 통해 남북관계가 강 대 강으로 대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북아 안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한·미·중 전략대화를 추진한다. 또한 지역 내 국가 간 안보협력을 통한 신뢰구축을 위해 남·북· 미·일·중·러·몽골이 참여하는 동북아안보협력기구를 제도화시킨다. 지역내 재해재난에 공동대처하기 위한 신속대응체제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 군, 경찰, NGO로 구성된 동북아신속대응군(Rapid Response Forces)을 창설하여 재해 재난 발생시 신속 전개하여 인도적 지원·재난구조 작전을 수행하도록 한다(정경영 2005).   또한 2023년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정상회담에서 동북아 지역내 도전, 도발, 위협시 공동대응하기 합의한 바 있는데(The White House 2023), 캠프 데이비드 정신을 이행하기 위해 한국 합동참모본부와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일본 통합작전사령부의 전략기획요원과 안보전문가로 편성한 한·미·일 군사협력TF 운용을 제안한다.   4. 한국군: 상부지휘구조 개편   군 차원에서는 전작권 전환의 완전성 보장과 상부구조를 슬림화하기 위해 상부지휘구조를 개편하여 합동군사령부를 창설한다. 전작권 전환이후 서로 다른 한국군 대장 두 사람이 전·평시 작전통제권을 나누어 행사하지 않고 평시에는 합동군사령관으로서 한국군 대장이 평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전시에는 동일한 인물이 미래연합사령관으로서 전작권을 행사하여 전·평시 지휘권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합참은 군령보좌, 군사전략 수립, 군사력 건설, 군사외교 등 합참 고유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심동현 2021). 우리 군은 공세 전략을 발전시키고, 전쟁 지휘·정보판단·작전기획·작전지속 등 전쟁 수행 능력을 제고하며, 사이버전, 우주전, 전자전, 정보전 수행 능력 배양은 물론 AI 과학기술군과 전략전술에 능한 강한 군을 육성해야 한다.   5. 동맹: 합참-유엔사-연합사-주한미군사 상호관계 정립   동맹차원에서는 전작권 전환을 통해 한국 주도의 전쟁수행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합참, 유엔사, 연합사, 주한미군사 간의 상호관계와 역할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한미 합참의장으로 구성된 군사위원회는 연합사에 전략지시와 작전지침을 하달해야하며, 한국 합참은 전비태세와 국지도발작전을 지휘한다. 또한 유엔사는 정전협정을 관리하고 유사시 전력을 제공한다. 연합사는 정전시 작전계획을 발전시키고 연합연습을 주관하며 전시 한국군, 주한미군과 미증원 전력을 작전통제하고 유엔사의 전투부대를 전술통제(TACCON, Tactical Control)하여 전쟁을 지휘한다. 주한미군은 연합전비태세를 유지하고 유사시 미증원전력과 함께 연합사령관의 작전통제하에 전시임무를 수행한다. 한국 주도의 전쟁수행체제 구축을 위해 합동군사령부 창설, 한미연합사 지휘구조 개편, 창설된 전략사 운용 등 군구조를 개편한다. 이를 전작권 전환 시 전략지시 3호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IV. 정책 제안과 전작권 전환 이후의 모습   한반도 안보 긴장과 타이완 사태는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타이완과 한반도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동북아 지역에서 2개 전쟁이 동시에 발발할 수도 있다.   한국은 총력전 대비태세를 구축해야 한다. 군 통수권자에 의한 전쟁지도체제 확립은 물론 한국군 주도의 전쟁수행체제를 구축하고, 전략·작전술·전술에 능한 실전적인 훈련, 실전 상황을 상정한 예비군 동원훈련과 민방위훈련 등 총력전 태세를 구축해야 전쟁을 예방할 수 있고, 전쟁이 발발하면 최소의 희생으로 승리하여 자유통일한국을 실현할 수 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 추진회의를 주관할 것을 제안한다. 국회 국방위원장·외교통일위원장,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국가안보실장, 국방·외교·행안부 장관, 군 수뇌부, 안보전문가 등이 참석하여 전작권 전환 추진 실태를 점검하고, 전작권 전환 이후의 안보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 추진과 관련하여 2019년 기본운용능력(IOC)을 검증하였고, 2024년 자유방패연습 시 미군 전략자산이 전개된 상황에서 완전운용능력(FOC)을 평가한 바 있다. 한국군은 연합방위 및 전구작전을 주도하기 위해 확보해야 할 정보, 작전, 군수, 통신 분야의 능력을 구비한 것으로 평가되었으며, 동맹의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은 워싱턴 선언을 통한 일체형 확장억제 추진과 한국군의 전략사령부 창설로 상당부분 적정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안보환경 조성을 위해 남북 간 정치·군사대화 및 남·북·미 간 대화와 한·미·중 간 전략대화는 물론 남·북·미·중 간 평화협상 등을 추진하면서 안보환경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미래연합사가 완전임무수행능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을 때 한미안보협의회의 시 한미 국방부 장관은 이를 추인, 한미 양국 대통령에게 전작권 전환을 건의하여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게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과 관련하여 주한미군의 일부가 한반도 이외 지역으로 차출될 때(flow-out) 사전에 또는 동시에 대체전력을 전개한 후 나가도록 차출 조건과 대책을 한미간 사전 합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반도 유사시 세계 전역에 나가 있는 미군 전력이 한반도 전구로 유입(flow-in)하여 한미연합방위태세를 증강해야 할 것이다(전제국 2024). 동북아 지역내 도전, 도발, 위협 시 공동 대응하기위한 한국 합동참모본부와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일본 통합작전사령부의 전략기획요원과 안보전문가로 편성한 한·미·일군사협력TF도 조속히 운용해야 한다. 타이완전쟁, 한반도 전쟁, 타이완·한반도 동시전쟁 시나리오를 발전시켜 워게임을 통해 각국의 역할과 책임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전작권 전환이 되었을 때 한국은 비로소 우리나라는 우리 힘으로 지킨다는 데서 자괴감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회복하게 될 것이고 국제적으로도 위상이 크게 격상될 것이다. 우리군은 군대다운 군대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여 조국을 똑바로 지키고, 싸워 승리하는 군대로 거듭날 것이다. 미국은 동맹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동맹국으로 재탄생된 것에 찬사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게는 오만한 대남(對南) 인식을 근절시키고 오판하지 못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제사회는 자유민주국가, 디지털 선도국, 문화강국에 이어 한반도의 평화 수호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는 한국에 대해 경이롭게 보게 될 것이다.  ■     참고문헌   <경향신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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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영 2025-04-29조회 : 5518
논평이슈브리핑
[Global NK 논평] 김정은의 대 트럼프 정책

이 글의 목적은 두 가지이다. 첫째, 트럼프 정부 대북 정책 방향에 대한 북한의 기본 인식이 무엇인가. 둘째, 그러한 인식에서 볼 때, 김정은이 트럼프를 어떤 식으로 상대할 것인지이다.   I. 북한의 트럼프식 대북정책 평가와 대응   2024.7.19. 트럼프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 직후, 7.23 북한은 반응을 내놓았다(조선중앙통신 2024).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트럼프는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가의 대외정책과 개인적 감정은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 둘째, 미국의 대북 대화 제의는 북한 국가의 정신적·심리적 해이를 유도하여 압살시키려는 대결의 연장선상에 서 있는 불순한 의도의 대화이기에, 애초에 할 필요가 없다. 셋째, 미북대화의 전 과정을 보면, 미국은 할 듯 말 듯 애매하게 시간을 끌며 약속을 이행하지 않거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약속을 서슴없이 뒤집는 신의 없는 나라이다. 넷째, 지난 80년 동안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취해 왔고, 북한 국가를 반대하는 전면적인 대결 구도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러한 미국을 믿을 수 없다.   2024.11.6.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12월 말 제8기 제11차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전망적인 국익과 안전보장을 위하여 강력히 실시해 나갈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을 천명하였다(노동신문 2024). 그러나 그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2025.1.20.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북한 외무성은 세 차례에 걸쳐 '최강경 대미 대응 원칙'을 천명했다(1.15, 1.26, 3.9). 이 원칙이 정당한 이유로서, 3.9 외무성은 트럼프 정부가 군사적 힘의 시위에 상습적으로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2025). 3월 말, 북한은 트럼프 정부가 이전 정부의 다른 정책은 손쉽게 뒤집으면서도 "오직 대조선 적대시 정책만은 집요하게 <계승>하고 더욱 나쁘게 변이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조선중앙통신 2025).   2024년부터 2025년 3월까지 북한이 밝힌 안보 정세 인식 및 대응 방향에 관한 여러 입장을 보면, '최강경 대미 대응 원칙'의 구체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1]. 이 시기 북한의 안보 정세 인식은 네 가지를 핵심으로 한다. 첫째, 한미 핵동맹 결성,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한미의 모험주의적 군사 행동 등으로 인해 북한을 둘러싼 현재 및 미래 안보 정세가 악화되고 있다. 둘째, 이러한 악화된 안보 정세 속에서도 정세를 주도적으로 통제하고 평화를 유지하려면, 빠른 속도로 북한의 힘을 증가시켜 힘의 균형에서의 압도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셋째, 이를 위해 핵무력을 포함한 군사력의 무한정 강화, 억제와 방어, 선제공격과 관련한 전쟁 준비 태세의 완비, 그리고 전쟁 불사의 결의가 필요하다. 넷째, 북한 핵위협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북한을 적대시한다는 반증이다.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물리적으로 이미 사멸되었다.   II. 김정은의 대 트럼프 정책 전망   김정은-트럼프 관계는 단순한 양자 관계가 아니라, 두 나라의 주요 주변국에 대한 지정학적 관계 계산을 포함하여 형성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비전통적 대외정책으로 인해, 국가들 간의 미래 관계에는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여기서는 미북 관계를 양자 관계로 단순화하여, 앞서 언급한 북한의 안보 정세 판단을 기준으로 최소한의 분석을 행한다.   첫째, 북한은 트럼프의 협상 개시 채근을 미국의 '힘의 열세와 결의 부족'의 표현으로 간주하며, 자신들의 '힘의 극대화를 통한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이 유효했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북한을 고무시켜 요구 수준을 높이고, 자신의 입장을 경직되게 미국에 강요하도록 유인할 수 있다. 북한은 시간을 끌며, 트럼프가 대북 타협의 모양새 자체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그리고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같은 2018-19년 양보 조치에 더해 어떤 추가적 양보를 무상으로 선행할 수 있는지를 탐색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은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관련 푸틴이 트럼프를 다루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둘째, 북한은 자신에게 구조적으로 유리한 틀에서 실효적 협상을 개시하려면, 대미 추가적 '압도적 힘의 과시'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또다른 위기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북한의 경험에서 보면, 실효적 미북협상은 북핵문제 관련 긴장고조와 (핵)전쟁 발발 위기를 미국이 어쩔 수 없이 협상을 통해 관리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그러한 상황에서야 상대적 약소국인 북한은 초강대국 미국에 대해 최소 충분한 지렛대를 가질 수 있고 그 결과로 자신에 유리한 협상 결과를 적어도 잠정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트럼프-김정은 사이에 재차 핵전쟁 발발 위기가 등장하지 않는 한, 입장차와 상호 불신이 매우 큰 미북이 어떤 형식이든 생산적 협상관계에 접어 들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새로운 위기의 유발은 북한에게도 위험스러운 조치이다. 그러나 과거 경험에서 볼 때 미북간 담력 경쟁에서 자신의 승리 확률이 훨씬 높았다고 김정은은 판단할 것이다. 반대로 만약 앞으로 트럼프의 대내외 정책 실패가 미국을 대내외 진흙탕 위기로 몰아 넣는다면, 트럼프는 관심전환전쟁을 고려할 수 있으며, 북핵문제도 트럼프의 관심전환전쟁 후보들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셋째, 김정은은 미북 접촉 자체, 트럼프와 만남 자체를 실질 목적으로 삼고, 핵문제 관리는 표면상의 목적으로 대미외교를 펼칠 수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트럼프가 김정은을 협상하자고 채근하는 것 자체, 미북 관계 진전에 관한 여러 풍문이 오가는 것 자체가 김정은과 북한의 국제적 대내적 지위고양에 도움이 되며, 특히 한미관계를 이간하는 효과가 크다. 이는 트럼프의 이해관계에도 반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입장에서 보면, 김정은과의 '연애관계'를 떠벌리는 것은 미국이 당면한 대내외 난제들로부터 관심을 전환하는 효과, 동시에 중국·러시아·일본, 특히 한국을 긴장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넷째, 김정은에게 가장 큰 도전은 트럼프 정부가 '임시 국가방어전략 지침'을 통해 미국의 안보문제에서 북한문제의 중요성을 낮추어 잡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미국에게 자신에게 구조적으로 유리한 실효적 협상을 강요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Washington Post 2025). 북한이 설령 더 큰 위기 잡음(crisis noise)을 만들어 내도, 미국이 이 문제의 처리를 한국·일본·중국 등에 전가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이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을 진지하게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면, 더욱 위험한 위기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김정은은 트럼프 정부 임기를 넘어서서 준수되어야 하는 협약에는 관심이 없고, 트럼프 임기 동안 일회성 전술적 이익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를 고민할 것이다. 김정은은 미국, 특히 트럼프를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을 것이며, 역으로 미국도 트럼프도 북한과 김정은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상호 신뢰가 없다고 하여 (가짜) 협상 조차 안되는 것은 아니다. 상호 신뢰가 없는 경우, 당사자들은 장기 협약보다는 일회성 전술적 이득 획득에 기회주의적으로 주력할 것이다.   여섯째, 트럼프-김정은이 푸틴의 중재로 블라디보스톡에 회담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는 현실성이 없다. 이 시나리오가 성사되려면, 트럼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을 중재해 러시아와 중국을 분리시키고, 러시아를 미국의 우방국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해야 한다. 즉, 이른바 미국의 '역 키신저 전략'이 성공해야 한다. 그렇게 될 경우, 트럼프--푸틴은 대중 포위 전략에 합의하고, 김정은도 여기에 참여시키려는 전략 구상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현될 개연성은 매우 낮다.   III. 맺음말   북한이 공언하는 바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정책 목표는 한반도 힘의 균형에서 압도성을 장악하고 유지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nuclear) power maximization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의 대북 미사일 선제타격 체계(kill chain) 및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하는 데서 일정한 능력을 이미 갖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집권 시기 동안 북한은 7차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으며, 미국에 대한 핵 2차 타격 능력을 갖추기 위한 실험을 보다 본격적으로 감행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집권 기간 내에 4차 북핵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예고한다.[2].   이러한 인식 아래, 트럼프 집권 이후에도 한국·미국·일본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재천명하고, 북핵 군사 대응을 강화하는 정책을 과거와 다름없이 추진하고 있다. 김정은에게 정상회담 재개를 외견상 적극 구애하는 트럼프의 언행은 이러한 전략 환경을 고려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언행은, 적어도 한국 조야 및 전문가 여론의 일부 중요한 층을 잘못된 낙관론(false optimism)에 빠뜨리고 있다. 북한의 전략적 추구는 러시아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중국으로부터는 사실상 용인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은 서방 동맹을 약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국제 환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북한에게 전략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참고문헌   노동신문. 2024. "조선로동당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 12월 29일. 조선중앙통신. 2024. "조미대결의 초침이 멎는가는 미국의 행동여하에 달려있다." 『조선중앙통신』, 7월 23일. ___. 2025. "국가의 안보령역에서는 미국의 '힘만능론'이 통하지 않는다." 『조선중앙통신』, 3월 25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보도국. 2025. "미국이 람발하고있는 완력행사는 가중된 안보위기로 회귀할 것이다." 『공보문』, 3월 9일.   Leng, Russell J. 1993. Interstate Crisis Behavior, 1816--1980: Realism versus Reciprocity.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Horton, Alex, and Hannah Natanson. 2025. "Secret Pentagon Memo on China, Homeland Has Heritage Fingerprints." Washington Post, March 29.   [1]동 기간 동안 김정은과 김여정의 공개 발언, 외교부 공개 입장, 조선중앙통신 논평 등 북한의 안보정세 인식을 보여주는 총 54개문건을 직접 검토했다. [2] 1차 위기는 1993-94년 북한의 플루토늄 농축 문제, 2차 위기는 2002년 우라늄 농축 문제, 3차 위기는 2016-17년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계기로 발생, 4차 위기는 북한의 7차 핵실험 및 다탄두각개목표재돌입 발사체 실험을 계기로?     ■ 박형중_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 담당 및 편집:김채린, EAI 연구보조원     문의 및 편집: 02 2277 1683 (ext. 208) | crkim@eai.or.kr  

박형중 2025-04-21조회 : 5177
논평이슈브리핑
[Global NK 논평]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의 김정은의 전략적 선택

■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앞세워 대화 의지를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지난 3월 31일 백악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북한과 '소통'(communication)하고 있다며 소통의 중요성과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The Chosun Daily 2025).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북한 핵문제 해법의 목표와 원칙은 매우 선명하다. 뮌헨 안보회의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도 미 국무장관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의 협력을 약속했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했다.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는 본 목표를 미일 정상회담과 동일히 적시하며("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DPRK") 공동성명으로 공식화하였다(U.S. Department of State 2025). 나아가 뮌헨안보회의 G-7 외교장관 공동성명에는 "북한은 유엔의 모든 대북제재결의안에 따라 모든 핵무기, 현존 핵 프로그램,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Munich Security Conference 2025).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위해 러시아와 중국과의 핵군축 문제도 중요하게 제기해왔다(White House 2025a). 핵무기 숫자를 줄이는 것 자체도 엄청난 업적으로 평가하며 러시아와 중국에게 핵무기 감축을 이미 제안했고, 향후 핵무기를 많이 갖고 있는 북한, 인도, 파키스탄 및 다른 나라들도 포함되야 한다고 했다(White House 2025b).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들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 간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러한 간극의 확대는 한국을 배제한 미북간 스몰딜 가능성과 그에 따른 미국의 확장억지력 약화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증대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기우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전략적 선택 변화 방향에 주목해 보면, 북한은 미국과 대화의 장에 나올 기회요인도 크지 않고 대화의 목적이 비핵화 협상이라면 더욱 나올 이유가 없어 보인다.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 2기에 맞서 국방, 외교 분야에서의 전략적 선택의 선명성을 보이는 만큼 지난 연말 전원회의 때 발표했던 최강경대미대응전략의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I. 핵무력 임전태세 강화와 질량적 증대를 통한 핵방패론   북한은 핵무력 강화노선의 불가역성을 강조하며 핵물질 생산 총력전과 '최강 대미대응전략'을 천명했다. 김정은은 '핵물질생산기지'와 '핵무기연구소' 현지지도를 통해 "핵방패의 부단한 강화가 필수불가결하다며, 핵대응태세의 한계를 모르게 진화시키는 것이 확고한 정치군사적 입장이며 변함없는 숭고한 의무이고 본분"이라고 단언했다(조선중앙통신 2025a). 따라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대변인 입장에 대해서 "상식 밖의 궤변"이라고 폄하하며 자신들의 핵무기는 "흥정물"이 아니라 "불변의 실전용"이라고 밝혔다(조선중앙통신 2025b).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도 "국가수반이 천명한 새로운 핵무력 강화노선을 일관되게 견지해 나갈 것"이라며, "핵은 곧 평화이고 주권이며 국가헌법이 부여한 정당방위수단"이라고 강조했다(조선중앙통신 2025c).   미국 해군 제1항모강습단 소속 칼빈슨함이 지난 3월 2일 약 8개월 만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부산에 입항하자, 김여정은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고조는 "핵전쟁억제력의 무한대 강화의 명분을 충분히 제공"해 준다며 "미국이 계속해 군사적 힘의 시위행위에서 기록을 갱신해 나간다면 우리도 마땅히 전략적 억제력 행사에서 기록을 갱신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핵무력 임전태세 강화와 핵방패론의 캐치 프레이즈 하에서 북한이 억제력 행사의 기록 갱신을 어디에서 진행하고 있는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해상기반 핵능력 및 핵태세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정은은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SSBN) 건조 실태를 시찰하며 북한의 해상방위력이 임의의 수역까지 행사할 것을 강조했다(조선중앙통신 2025d). 김정은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 사실과 함정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현지지도에서 해군전력의 강화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수상함선과 수중함선의 현대화, 작전능력 고도화의 동시 추진"을 요구하며 함선 보유 전망 계획과 단계별 목표, 그를 위한 국방경제사업의 이후 방향과 제반 과업들을 천명했다.   3월 20일 트럼프 2기 첫 한미연합훈련(FS)이 종료된 날, 김정은은 군수선박 건조 기지인 남포조선소를 찾아 해군력 강화를 위한 선박공업 전반의 현대화 수준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사업을 최우선시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보장할 것을 강조했다(조선중앙통신 2025e). 북한은 핵탄두 탄도 및 순항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김군옥 영웅함, 새롭게 건조하고 있는 핵잠수함, 그리고 핵무장 수중드론 해일, 서해 해상에서의 전략 순항 미사일 발사 등 핵 억제력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해상 핵 억제력 구성 요소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둘째, 항공·반항공 역량 강화다. 북한은 최근 김정은이 새로 개발·생산하고 있는 무인항공기술연합체와 탐지전자전연구집단의 국방과학연구사업지도 방문 소식을 전하며, 감시정찰 자산, 무인체계 플랫폼, 레이더, 전자전 기술을 복합적으로 개발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조선중앙통신 2025f). 2023년 7월 무장장비전시회에서 글로벌호크를 빼닮은 정찰기를 "지상과 해상에서의 적군의 활동을 추적 감시할 수 있는 탐지 능력을 갖춘 신형 무인전략정찰기"라 부르며, 공중조기경보통제기로 보여지는 러시아제 일류신(IL)-76 수송기에 레이돔(radome)을 올린 형상의 기체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또한, 지난해 11월 BMW 승용차를 파괴하는 자폭형 공격무인기 성능 시험 공개에 이어서 이번에는 표적을 전차, 장갑차, 자주포 등 군용 차량으로 바꾸고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된 자폭 공격형 무인기들"이라고 소개하며 수직 이착륙 쿼드콥터에서 폭탄 투하 공격 드론도 처음 공개했다.   한편, 한미 '자유방패' 연합연습이 진행된 3월 11일부터 20일까지 이례적으로 러시아 군용기 여러 대가 8차례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진입했다(연합뉴스 2025a) 공교롭게도 3월 20일 러시아 군용기들이 울릉도 북방 대한민국 영공 외곽 약 20km까지 근접 비행한 날, 북한은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최신형 반항공(지대공)미사일 무기체계의 종합적 전투성능검열을 위한 시험발사를 했다(조선중앙통신 2025e). 김정은은 "자랑할 만한 전투적 성능을 갖춘 또 하나의 중요방어무기체계를 우리 군대에 장비시키게 됐다"며 반항공무기체계연구집단과 해당 군수공업기업소에 감사를 표했다.   셋째, 특수작전부대 역량 강화다. 북한이 2016년 2월 광명성호를 발사하며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속도를 내자, 한국군 당국이 유사시 적 수뇌부, 핵시설, 미사일 기지,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시설 등 핵심 표적을 제거하는 \'참수(斬首)작전\'을 수행하는 임무를 전문적으로 대비하는 특수부대를 만들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조선일보 2016). 이에 북한도 김정은이 2016년 11월 4일 특수작전 대대 시찰을 발표하며 특수작전 대대 전투 임무 등을 상세히 보도하며 맞대응했다. 한국군이 2017년 12월 1일, 기존 제13공수특전여단을 참수부대인 제13특수임무여단으로 개편하고 창설식을 열기까지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특수작전대대의 전투훈련 지도와 더불어 2017년까지 특수작전부대의 방문을 4차례나 수행했다[1]. 이후 김정은의 특수작전부대 방문이 보도되지 않다가 2024년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앞두고 다시 특수작전부대 방문 보도가 증대됐다. 2024년 3월 서부지구 중요 작전 훈련기지, 9월 특수작전무력 훈련지기, 10월 서부지구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의 현지지도가 보도됐다[2]. 2025년 4월 김정은은 특수작전부대들의 훈련기지를 방문해 특수작전무력을 강화하는 것이 현시기 군건설전략의 주요 구성이라며 특수작전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중요 과업들을 제시했다(조선중앙통신 2025g).   II. 3자보다 북러 양자 전략적 협력관계 중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시행된 첫 번째 한미 자유방패(FS) 연합연습기간과 이후의 북한 반응을 보면, 군사적 대응보다는 러시아와의 포괄적 외교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3월 10일 한미연합연습 ‘자유방패’가 시작된 이후 러시아 외교부 루덴코 차관은 14일 평양에 도착해 러북 차관회담 비롯해 최선희 외무상과 면담 등 “양자 협력, 국제 및 지역 문제의 광범위한 현안 협상”을 했다(<연합뉴스> 2025a). 윤정호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은 3월 17일 평양을 출발해 모스크바에서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력에 관한 러·북 정부간 위원회 공동 의장단 회의를 진행했다. 러시아 천연자원부는 3월 21일 성명을 통해 러북은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틀 안에서 회담하고 있으며 회의에서 다양한 경제분야, 즉 산업, 농업, 교통 인프라, 교육, 문화 등 전통적인 상호 작용이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분야에서의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연합뉴스> 2025b). 같은 날 김정은 위원장은 21일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만나서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고, 우크라이나 휴전안과 관련된 미러간의 접촉내용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들었다(<연합뉴스> 2025c; 조선중앙통신 2025d).   III. '한반도 안보'에 주는 시사점   2025년 북한의 최강경대미대응전략은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우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 견제를 위해 러시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위해 러시아측 입장에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북한 또한 우크라이나전에서 러시아에게 외교적, 군사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수행한 만큼 러시아와의 전략적 양자관계 공고화를 통해 북한의 핵억지력의 신뢰성 강화와 더불어 반항공, 해군력의 취약성 문제를 러북간 군사협력을 통해 극복하고자 할 것이다. 한미연합훈련과 한미일 3국 군사훈련이 끝난 직후에 쇼이구 서기가 방북했다는 점에서 북한, 러시아 모두 전쟁을 수행하며 연합작전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만큼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러북연합훈련의 수준과 범위에 대해서 논의하고 연례연습으로 발전시켜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미북 대화 및 비핵화 협상 가능성이다. 북한의 전략적 상황 및 핵방패론과 러북 양자관계가 정치, 군사, 외교, 경제, 교육, 과학기술,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빠른 속도로 협력이 진행되는 만큼 북한 입장에서 비핵화 협상을 할 이유가 없다. 스몰딜 가능성도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무엇을 받을 만한 것이 있을 때 가능한데, 북한은 미북관계 개선의 대가로 비핵화 협상을 하기 보다는 북한 핵을 용인하며 대북제재를 우회해 주는 러시아와의 양자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 크다.   결국, 우리의 대응은 북한의 대러 정책이 한반도 안보에 전략적 성과가 되지 않도록 정책개발에 중점을 둬야 한다. 북한의 핵무력 임전태세 강화에는 한미 확장억지력 강화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로, 러북간 포괄적 전략적 동맹관계 강화에 대해서는 한미공조와 한러 전략적 관계 발전을 통해 러시아의 대북 전략적 활용가치를 낮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참고문헌   <조선중앙통신>. 2025a.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0차 비서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 1월 29일. ___. 2025b. "현실을 인정하기가 그리도 괴로운가." 2월 8일. ___. 2025c.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대변인 담화." 2월 18일. ___. 2025d. "존경하는 김정은동지께서 건설중에 있는 온포근로자휴양소를 현지지도하시였다." 3월 8일. ___. 2025e. "존경하는 김정은동지께서 남포조선소를 현지지도하시였다." 3월 21일. ___. 2025f. "존경하는 김정은동지께서 로씨야련방 안전보장리사회 서기장 쎄르게이 쇼이구 동지와 상봉하시였다." 3월 22일. ___. 2025g. "존경하는 김정은동지께서 국방과학연구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하시였다." 3월 27일. ___. 2025h. "존경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방문하시여 종합훈련을 지도하시였다." 4월 5일. <연합뉴스>. 2025a.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 종료...북한은 비교적 잠잠(종합)." 3월 20일. https://www.yna.co.kr/view/AKR20250320046551504. ___. 2025b. "한미 해병대, 25-1차 KMEP 연합보병·제병협동훈련." 3월 21일. https://www.yna.co.kr/view/PYH20250321020900013. ___. 2025c. "러 '김정은 올해 방러 준비...외무장관은 평양행 예정'(종합3보)." 3월 27일. https://www.yna.co.kr/view/AKR20250327146553009?section=nk/news/diplomacy. <조선일보>. 2016. "[단독] 軍 '北 수뇌부 참수' 특수부대 만든다." 5월 28일.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28/2016052800235.html. https://www.yna.co.kr/view/AKR20250327146553009?section=nk/news/diplomacy The Chosun Daily. 2025. "North Korea's Latest Provocations Raise Tensions." April 2. https://www.chosun.com/english/north-korea-en/2025/04/02/CP4E4E5NUBH55NBAFE4S2MMO4I/.   [1] 조선중앙통신, 2016.11.4., 2016.12.11., 2017.4.23., 2017.8.26 참조. [2] 조선중앙통신, 2024.3.7., 2024.3.16., 2024.9.13., 2024.10.4. 참조.     ■ 이호령_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 담당 및 편집:김채린, EAI 연구보조원     문의 및 편집: 02 2277 1683 (ext. 208) | crkim@eai.or.kr  

이호령 2025-04-21조회 : 7140
논평이슈브리핑
[Global NK 북중러 삼각관계 시리즈] 신냉전과 북중러 삼각관계: 북한의 전략과 그 함의

I. 왜 북한의 국가전략인가?   본 연구는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북중러 삼각관계’를 북한의 전략과 의도에 초점을 맞춰 분석하려는 시도이다. 물론 이와 같은 시도는 북한이 기본적으로 삼각관계를 구성하는 한 행위자라는 측면에서 기본적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중러 삼각관계에서 북한의 전략과 의도가 갖는 중요성은 그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비록 본 연구를 비롯하여 관련한 대다수의 연구가 ‘삼각관계’라는 용어를 활용하고는 있으나 보다 구체적인 관심은 ‘삼자연대’의 작동 여부에 있으며, 우크라이나전 파병이라는 글로벌 이슈에도 불구하고 그 연대의 핵심 매개와 장은 바로 ‘북한’과 ‘한반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의 북중러 삼자연대를 추동하는 핵심 변수로서의 북한 국가전략이 비교적 최근에 진행된 전격적인 ‘전환’의 결과라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그 전환의 내용과 강도가 북중러 삼각관계의 기반이 되고 있는 세계적 차원의 구조적, 장기적 변화에 대한 북한의 평가 및 전망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 이하에서는 북한 국가전략의 변화를 중심으로 북중러 삼각관계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도록 하겠다.   II.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이후 ‘균형전략’으로의 전환[1]   국가전략이란 “국제환경의 제약과 역량의 한계 속에 국가이익을 어떻게 가장 합리적으로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정권의 비전,” 즉 정치·외교·경제·군사를 아우르는 국가의 ‘대전략(grand strategy)’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국가전략을 어떠한 개념으로 유형화 할 수 있을 것인가?   탈냉전 이후 북한이 심각한 안보위기에 직면해 왔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국가전략에서 체제의 생존이라는 목표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 어떤 국가보다 높았으며 실제 탈냉전 이후 북한의 국가전략은 기본적으로 안보전략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띠어 왔다. 또한 어떠한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단순히 안보전략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냉전적 질서 하에 고립되어 있는 북한의 개혁개방 문제와도 직결된 문제일 수 밖에 없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안보전략의 개념을 빌어 국가전략을 유형화하면 다음과 같은 구분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균형전략(balancing strategy)’이다. 이는 힘을 통해 위협을 상쇄하는 전략, 다시 말해 위협에 맞서는 방식으로 물리적 힘에 기반한 ‘구조적 평화’를 추구하는 전략이다. 이와 같은 균형전략은 다시 군비증강 등을 통해 스스로의 힘을 기르는 ‘내적 균형’ 전략(internal balancing)과 동맹 등을 통해 외부의 힘을 동원하는 ‘외적 균형’ 전략(external balancing)으로 나눌 수 있다.   다음으로는 ‘편승 전략(bandwagoning strategy)’이다. 이는 위협에 맞서기보다 적대성을 완화하여 위협을 감소시키며 ‘관계적 평화’를 지향하는 방식이다. 이는 다시 힘의 열세로 인해 약자의 일방적 굴복과 양보의 형태로 나타나는 ‘전형적 편승(typical bandwagoning)’과 여타의 레버리지들 혹은 협상 카드(bargainning chip)들을 활용하여 힘의 비대칭성을 완화하는 ‘갈등적 편승(conflictual bandwagoning)’으로 나눌 수 있다.   북한의 진의(眞意)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나 탈냉전기 북한의 ‘공식적인’ 노선이 교차승인을 통해 탈냉전의 비대칭성을 해소함으로써 한반도적 탈냉전의 완성을 추구하는 편승전략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비핵화와 안전보장 및 관계개선을 교환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제네바 합의와 북미 공동 코뮤니케(Communiqué), 9.19 공동성명 등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가 작동되기 시작한 2009년부터 이와 같은 편승전략으로부터의 이탈 조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6자 회담과 그 합의들 역시 무용해진 바, 이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아니라 핵무장이라는 힘의 균형을 통한 안보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결과적으로 이와 같은 균형전략은 김정은 정권의 출범과 함께 더욱 가속화되었다. 편승전략의 기본 전제이자 탈냉전기 북한 국가전략의 핵심적 논리를 제공해온 ‘조선반도 비핵화론’으로부터 이탈한 ‘세계 비핵화’론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그 중요한 징후였다. [2]   2013년 3월 열린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경제·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은 이러한 차원에서 균형전략의 공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해당 대회의 결론을 통해 “병진로선은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우리 혁명의 최고리익으로부터 항구적으로 틀어쥐고나가야 할 전략적로선”으로 “제국주의자들과 그 추종세력들의 무분별한 핵위협과 침략책동에 맞서 우리의 자위적인 핵보유를 영구화”할 것이라한 김정은의 선언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처럼 핵개발을 공식화·전면화·영구화한 병진노선의 기본 논리는 이후에도 지속 강화되었으며,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재강조된 것은 물론 아예 당 규약에 명문화되기에 이르렀다. 병진노선이 지속된 2013년부터 2017년의 기간은 말 그대로 균형전략이 전면화한 시기였던 것이다.   바로 이러한 차원에서 2018년 4월 제7기 제3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병진노선의 종료를 선언하고 관계개선 및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의 교환을 전제로 경제건설에 집중할 것이라 선언한 것은 편승전략으로의 재전환을 의미했다. 특히 이처럼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공식화한 시점이 남북정상회담을 정확히 일주일 앞둔 시점이자 연이은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있던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사회주의경제건설을 위한 유리한 국제적환경을 마련하며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는 전원회의 결정서의 구문은 많은 주목을 끌었다. 비록 그 수위는 다를 수 있으나 197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과 1979년 미·중 수교를 통해 구축된 안정되고 평화로운 대외환경을 중공업과 군수공업 위주의 자원배분전략의 변화, 그리고 일련의 개방조치들과 묶음으로써 편승전략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던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과 새로운 전략적 노선의 그것이 매우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 아는 바와 같이 이와 같은 시도는 극적인 실패로 귀결되었다. 하나의 성대한 ‘의례’로 세계인의 주목을 끌며 장장 60여 시간에 걸쳐 기차편으로 하노이를 방문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북한은 이와 같은 실패를 전혀 예상치 못한 것으로 보였다. “세계가 놀랄 만큼 파격적인 ‘하노이선언’ 초안이 이미 준비돼 있었고 나머지는 두 수뇌분이 수표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회담 결렬이 “너무나 뜻밖의 일”이었다는 북한의 고백은 그들의 당혹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후 편승전략으로의 전환을 의미했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의 지속 여부에 대한 하노이 노딜(no deal) 이후의 장고는 만으로 거의 3년 후인 2022년 3월에야 그 내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비핵화와 평화의 교환을 전제로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편승전략, 즉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폐기하고 핵무장과 자력갱생에 기반한 균형전략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행동의 시작은 당연하게도 2018년 평화 프로세스의 전제였던 상호적 모라토리움(moratorium)의 해체였다. 이미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한미군사연습이 재개된 상황에서 북한에게 모라토리움은 자신들의 ‘선의’에 기반한 일방적 조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전격적으로 진행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시험발사는 그 상징이었다. 결국 북한은 오랜 고민을 마무리하고 2022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의 시정연설과 같은 날 제정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법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를 통해 최종 선택을 공개했다. 상호적인 선의에 기반한 관계적 평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지속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능력에 기반한 구조적 평화를 지향하는 병진노선으로 회귀할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요컨대 2022년을 기점으로 북한은 ‘핵무력을 중심으로한 군비경쟁의 논리’와 ‘능력과 국가 변수에 초점을 맞춘 현실주의적 관점’을 결합함으로써 ‘자력갱생을 통한 제재 하 부국강병’을 추구하는 균형전략을 새로운 국가전략으로 공식화했다. 2022년 11월 화성 17호의 발사 현장에 처음 등장한 김정은의 딸 김주애는 바로 이러한 전략적 전환에 쐐기를 밖는 상징과도 같았다. 2018년 평화 프로세스에서 북한이 가진 진정성의 증거였던 ‘다음 세대에도 핵을 지고 살게 할 수는 없다’는 김정은의 다짐은 이제 ‘미래 세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가장 강력한 담보가 바로 핵’이라는 주장으로 대체되었다. 더 이상 북한에서 비핵화를 위한 핵무장이라는 조선반도 비핵화론의 역설적 논리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III. ‘확장형 내적 균형전략’으로의 진화와 북중러 삼각관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22년을 기점으로 공식화된 이와 같은 편승전략에서 균형전략으로의 재전환은 거의 3년 동안의 과도기를 거쳐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장고의 첫 번째 배경이 국가 대전략이라는 이슈 자체의 무게, 그리고 무오류의 유일적 영도의 정점인 수령이 직접 주도한 극적인 실험의 실패를 전제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본질적, 정치적 문제 이외에 보다 기술적이고 직접적인 원인 역시 장고의 또 다른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바로 ‘대안에 대한 검토’와 ‘새로운 전략의 실현 가능성’과 관련한 부분이다.   첫째, 대안에 대한 검토이다. 균형전략으로의 전환에 대한 대안은 당연하게도 편승전략의 지속 추진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에 가까웠던 하노이 노딜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트럼프 시기는 물론 바이든 정부로의 교체 이후에도 상당 기간 편승전략에 대한 ‘시험’을 지속했다.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의 중대한 성과였던 하반기 한미군사연습 중단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음에도, 또한 스톡홀름 실무협상에 기대했던 ‘새로운 계산법’이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북한이 여전히 협상의 여지를 남기며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와 평화체제 구축까지’라는 조건부의 핵무장론을 지속한 이유였다.   그러나 싱가포르 북미합의를 전제로 부분적 비핵화와 부분적 제재해제의 교환을 배제하지 않는 실용적이고 외교적인 접근을 시도하겠다던 바이든 행정부의 공언은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이른바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 (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이 결과적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다름없다는 평가가 부상한 이유였다. 결국 편승전략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북한의 최종적인 평가 역시 부정적인 것으로 귀결되었다.   둘째, 새로운 전략의 실현 가능성 부분이다. 해당 가능성의 테스트는 균형전략의 실현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둥이라 할 수 있는 핵전력과 자력갱생 능력과 관련해 이루어졌다. 먼저 핵전력 부분이다.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으로부터의 직접적인 위협에 대항하여 북한이 스스로 안보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핵이라는 점에서 균형전략의 실현 가능성의 첫 번째 요소는 바로 핵을 통해 미국으로부터의 공격을 억지할 수 있을 것인가 여부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북한은 하노이 노딜 직후부터 남한을 대상으로 한 전술핵능력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무기체계 개발을 가속화했다. 편승전략의 근간 자체를 흔드는 모라토리움의 해체, 즉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라는 레드라인(redline)을 넘지 않으면서도 억지력을 강화시키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와 같은 노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 왔음은 알려진 바와 같다.   다음으로는 자력갱생 능력이다. 국가전략의 근본적 전제가 생존이며 이를 위해서는 군사력 강화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복지의 해결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특히 제재로 대변되는 철저한 고립과 봉쇄 하에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북한의 균형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체제 내구력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차원에서 코로나 확산방지를 이유로 2020년 초부터 지속된 국경봉쇄 상황이 “대표적인 매파인 존 볼턴(John Bolton)이 여지껏 기대했을 어떤 제재보다 엄격한 제재를 자신에게 적용하고 있는” 상태에 견줄 수 있으며 북한이 이러한 봉쇄 상황을 1년 이상 견디지 못하고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일부의 ‘희망적인 바람(wishful thinking) ’을 무산시킨 점 역시 북한에게 상당한 자신감을 준 요소였다(Cha 2021a, 2021b).   다시 말해 2022년 3월 화성 17호 발사를 통한 모라토리움의 해체로 표면화되기 시작한 북한의 국가전략 재전환은 북한의 속성과 예측불가능성, 혹은 즉흥성에 기반한 것이라보다는 매우 장기간에 걸친 시험들과 신중하고 치밀한 평가에 기반한 리더십의 최종 결론에 가까운 것이다. 또한 핵무력 정책법 등의 제도화는 이러한 결론을 공식화하고 쐐기를 박는 역할을 한 장치들이었다.   그러나 짧게는 하노이 노딜 이후 3년, 길게는 2018년 평화 프로세스 이후 4년 여의 고민에 기반한 이와 같은 ‘긴 전환’은 전환의 공식화, 전면화와 거의 동시에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 보다 정확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가 초래한 구조적 여파들이었다. 그 핵심이 신냉전 구도의 강화와 그에 대한 도전국들의 대응 담론이라 할 수 있는 다극화론의 부상이었음은 물론이다.   북한은 이와 같은 변화의 흐름과 그것이 자신들에게 갖는 기회의 구조를 면밀히 추적하고 분석해 온 것으로 보인다. 신냉전과 다극화 개념 모두 훨씬 이전부터 북한의 공식 문건들에 등장해 온 것은 사실이나 특히 2022년 하반기부터 관련한 평가의 내용과 논조에 분명한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먼저 신냉전의 경우를 살펴보자. 북한은 해당 용어가 국제정치적으로 이슈가 되기 시작한 2010년대 이후부터 이미 이를 언급해 왔다. 그러나 그 적용의 맥락은 하나의 현실이나 구조가 아니라 정책으로서, 다시 말해 자신들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비판하는 와중에 특정 정책이 신냉전을 초래할 수 있으니 중단하라는 경고의 차원에서 활용되어 온 데 그쳐왔다. 또한 2021년 9월 김정은의 시정연설까지도 이전 논조의 연장선에서 신냉전을 불러온 주체로서의 미국을 비난하고 이에 대항한 자신들의 핵개발 즉 균형전략을 합리화하는 데 강조점이 있었다. 하지만 2022년 12월 제8기 제6차 전원회의부터 신냉전은 정책이나 미래가 아닌 구조이자 현재로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이제 북한에서 신냉전은 대응하고 활용해야할 국제정치의 현실이 되었다.   다음으로 다극화 역시 유사한 시기에 재평가되었다. 북한에서 다극화는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 패권에 대한 비판의 맥락에서 규범적 지향으로 언급되어 오다가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경쟁적 추세의 하나로 묘사되어 왔다. 그러나 2022년 9월 김정은의 시정연설부터는 ‘다극세계’라는 용어를 등장시키며 대안적 추세이자 근미래의 현실로 기정사실화하였다.   결과적으로 이와 같은 국제정치구조에 대한 재평가는 균형전략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래의 균형전략은 ‘의존이 아닌 자주’, ‘경제가 아닌 안보’라는 양자택일의 문법에 서 있었고 그 핵심은 후자 즉 자력갱생과 안보 지상주의에 기반한 내적 균형전략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전의 ‘발발’ 이상으로 아무도 예상 못했던 ‘장기화’와 이를 통한 신냉전 구도 및 다극화 담론의 부상이라는 현실은 전세계적인 반미, 반패권 전선을 강화시켰다. 그리고 그것은 북한에게 외적 균형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기회의 창이 열리기 시작했음을 의미했다.   결국 2022년 공식화된 ‘내적 균형전략’은 2023년을 거치며 내적 균형의 우선성을 유지하되 국제적 연대와 동맹을 통한 외적 균형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확장형 내적 균형전략’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그 핵심은 물론 이미 강화된 북중연대를 지속발전시키되 러시아와의 관계를 극적으로 강화함으로써 북중러 삼각연대의 선순환 구조를 창출해 나가는 것이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2023년 7월 27일 성대하게 열린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대표를 좌우에 대동한 채 제재의 핵심대상인 최신의 ICBM들을 사열하는 모습은 ‘확장형 내적 균형전략’의 상징과도 같았다.   물론 북한은 이미 2018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시작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남한 및 미국과의 연쇄 정상회담의 결정 직후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2018년 3월 김정은의 방중을 포함 약 1년 남짓한 기간에 이루어진 중국과의 5차례의 정상회담과 2019년 4월 김정은 집권 이후 최초로 이루어진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은 이러한 노력을 잘 보여줬다. 그러나 당시 해당 노력의 의미는 균형전략의 일부가 아닌 실패에 대비한 헷징(hedging) 전략에 가까웠다. 이는 단순히 북한에게 편승의 대전략과 자주의 원칙이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채 몇 개월 전만 해도 미국과 보조를 맞춰 유엔 역사상 최강의 제재로 평가된 일련의 대북제재를 통과시킨 데 더해 동맹관계 해소와 송유관 단절까지 주장하던 중국과 본격화된 미국의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를 조심스레 관망하는 데 그치던 러시아를 믿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접근이 북한과의 신뢰, 혹은 양자관계 자체의 동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미국의 공세적 전략에 대한 대응으로서의 성격에 더해 ‘역전된 방기의 공포’ 즉 북미관계의 급진전에 따른 영향력 약화에 대비한 ‘관리’의 성격을 강하게 지닌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북중러의 표면적 연대강화 흐름들에도 불구하고 2019년 12월 하노이 노딜 이후의 평가와 대응을 종합한 제7기 제5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의 ‘정면돌파’ 선언이 ‘자력부강’, ‘자력번영’, ‘자력갱생’ 등 자주의 언어들로 도배된 것은 이와 같은 북한의 평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김정은이 해당 보고에서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는 없다”며 장기간에 걸쳐 “적대세력들의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각 방면에서 내부적힘을 보다 강화”하는 데 모든 힘을 집중해야한다고 못박은 이유였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확장형 내적 균형전략’의 부상과 함께 이와 같은 논조에 중요한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2022년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제시된 대외전략의 원칙이 “제국주의자들의 침략과 간섭, 지배와 예속을 반대배격하며 자주와 정의를 지향하는 모든 나라”와의 협조를 강조하는 전통적인 문구들을 그대로 반복한데 비해 정확히 1년이 지난 2023년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미국과 서방의 패권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의 연대를 가일층 강화”해야한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주장하는 다극화전략의 논리를 강조하고 그 대상 역시 구체화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전 이후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일관되고 확고하며 특별한 지지와 이에 기반한 적극적인 대러접근은 바로 이와 같은 전략적 전환에 기반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이 2023년 12월 제8기 제9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통해 이른바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시하며 편승전략의 마지막 자산이랄 수 있는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을 영원히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변화·발전하는 국제 정세에 주동적, 전략적으로 대처해 나가면서 강국의 지위에 맞는 외교사를 써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 역시 마찬가지의 맥락이라 하겠다.   IV. 북중러 삼각관계의 미래와 트럼프 시대   북중러 삼각연대는 지금까지 살펴본 북한 측의 전략적 전환이 여전히 미국에 의한 강력한 봉쇄전략에 직면해온 중국과 우크라이나전을 통해 말 그대로 대미 전선의 최전방에 서게 된 러시아의 필요와 맞물리며 지속강화되어왔다. 또한 2024년 6월 북러 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과 연이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북러관계가 급격히 강화되는 동시에 그 파급력이 전세계로 확장되며 전례없는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귀환이라는 새로운 이슈를 맞이한 북중러 삼각관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역사적 특수성과 공통의 정체성에 대한 다양한 수식어들에도 불구하고 모든 동맹이 기본적으로 국익의 정치와 국가 간 권력정치의 셈법 내에서 움직여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중러 삼각관계의 미래 역시 크게 두 개의 논점, 즉 3국 간 ‘이해의 구조’와 ‘권력의 구조’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첫째, ‘이해의 구조’이다. 먼저 북한의 이해구조를 살펴보자. 북한이 북중러 삼각관계를 통해 얻으려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일차적인 답은 앞서 살펴본 북한의 국가전략에 대한 분석에 이미 나와 있다. 북한 국가전략의 핵심은 바로 안보의 확보이고 장기간의 고민 끝에 도출된 ‘어떻게’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답은 ‘내적 균형’ 즉 핵무장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북중러 삼각관계의 강화를 통해 북한이 얻고자 하는 것 역시 이와 연관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첫째, 자신들의 핵개발에 대한 암묵적 지지 혹은 국제적 압박완화를 통해 시간을 버는 것이고, 둘째,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의 경우에서 보듯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확보하여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은 제재를 우회하여 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을 통한 문명국 건설’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원조와 협력 역시 적극적으로 추구해 갈 것이다. 또한 이러한 노력이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제한된 북방경제권’으로 발전될 가능성 역시 적지 않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제적 목표가 안보이슈를 우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자주와 내적 균형의 중심성을 견지해가며 대외협력을 결합하는 ‘확장형 내적 균형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북한의 이해구조가 중국, 러시아의 이해구조와 충돌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23년 공개된 ‘러시아연방 대외정책개념’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존의 서구 질서를 “제국주의”, “식민지주의”로 규정하고 부정과 차별화 기조를 명백히 한 러시아에 비해 여전히 국제질서의 현상유지 세력임을 주장하며 책임대국으로서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핵확산방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 체제의 부정이 가져오는 부담이 만만치 않을 여지가 크다. 또한 지정학적으로도 북한의 핵무장이 한국, 일본 등의 연쇄 핵무장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한 부담 역시 유럽 중심인 러시아에 비해 지역국가인 중국이 월등히 크다. 더불어 핵무장의 과정에서 한반도의 안보불안이 심화되는 상황 역시 중국에게는 달갑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북러접근에 대한 견제와 함께 이른바 ‘이상징후설’을 낳아온 중국의 대북 속도조절이 진행되어온 이유 중 하나라 하겠다. 다시 말해 기본적으로 반미전선이라는 큰 틀에서의 이해구조는 3국이 일치하지만 속도와 이슈에 따른 차이는 분명하다.   둘째, ‘권력의 구조’이다. 해당 이슈와 관련하여 가장 관심을 끄는 지점은 당연하게도 ‘힘의 비대칭성’이다. 북중, 북러 관계는 전형적인 ‘비대칭 동맹’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로 인한 다양한 ‘동맹 게임’이 작동해 왔기 때문이다. 결국 상기한 이해의 불일치가 삼각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이 동맹 게임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약자의 전횡(tyranny of the weak) ’으로 불리기도 하는 약소국의 자율성, 즉 북한의 자율성은 어느 정도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그 방정식의 주요 요소는 ‘중러의 필요’와 ‘북한의 능력’이 될 것이다.   먼저 중러의 필요이다. 중러의 필요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미국과의 갈등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구조적 문제에 천착하는 세력전이론에서 보건 정체성과 문화에 주목하는 문명충돌론에서 보건 미중, 미러 관계가 단기간에 좋아질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점이 중요하다. 속도에 대한 견해는 분분하나 힘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며 최근 중러의 독자 문명론에서 볼 수 있듯이 정체성의 충돌 역시 더욱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크라이나전을 통해 입증된 북한의 군사적 가치와 더불어 중국의 지속적인 동북3성 개발 소요에 러시아의 ‘동방전환(Turn to the East)’ 흐름이 더해지며 북한의 접경지역이 갖는 경제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된다.   다음으로 북한의 능력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억지능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북한의 ‘제2격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는지에 대한 정밀한 기술적 평가는 다양하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에 대한 본토 타 격능력을 일정하게 확보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는 이미 미국 정부를 비롯해 많은 연구자가 공유해온 바다. 또한 2019년 이후 가속화된 전술핵무기의 개발을 통해 대남 핵공격 능력 확보를 통한 간접 억지력을 강화해 왔다는 점 역시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시 말해 북한의 ‘내적 균형’ 전략은 지난 기간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 왔다.   이와 같은 자체 억지력은 비대칭 동맹 하 강대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방기의 우려를 완화하고 약소국의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자산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물론 방기는 군사안보 영역 이외에도 경제적 협력과 대외적 지지 등 다양한 ‘수위’와 ‘이슈’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동맹 게임에서 북한이 누릴 수 있는 자율성의 한계는 명확하다. 그러나 냉전기 북중, 북러 관계와의 ‘상대적 비교’라는 점에서 봤을 때 현재 가지고 있는 자율성의 자산이 적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실제의 능력만큼이나 그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바뀌고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자율성은 ‘능력’과 ‘의지’가 결합된 산물이고 주관적 평가는 후자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핵개발 이후 북한의 자기 정체성과 담론에 중요한 변화들이 감지되어 온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신들이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며 국제사회에서 나름의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전략적 지위’에 올랐다는 일련의 ‘전략국가론’, ‘강국론’ 이 그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담론들이 다극화 담론과 결합하고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북한의 다극화론은 미국 패권의 쇠퇴 뿐만이 아니라 진영 내 위계의 약화, 즉 북중, 북러 관계의 동등성에 대한 강조와 의지 역시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중러관계가 우호적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냉전기 기회주의적 시계추 외교가 재연될 여지는 크지 않다. 다시 말해 디트머(Lowell Dittmer)의 틀에서 볼 때 현재의 북중러 삼각관계는 중러 갈등을 전제로 한 ‘로맨틱 삼각관계(romantic triangle)’가 아닌 느슨한 ‘삼자동거(ménage à trois)’에 가깝다. 그러나 불변하는 지정학적 조건으로 인해 북한을 사이에 둔 중러의 경쟁구도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또한 중러의 필요는 구조적이고 장기적일 가능성이 높은 반면 북한의 주객관적 능력은 상당히 강화되었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한 북중러 삼각관계의 현재와 향후 전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앞서 살펴본 이해의 불일치와 힘의 비대칭성 등을 고려할 때, 북중러 삼각관계가 정상회담을 통해 초보적인 수준이라도 제도화의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는 한미일 삼각관계와 대칭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정체성의 측면에서도 삼자를 포괄하는 공유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하나의 ‘축(axis)’이라기 보다는 양자관계의 합에 가까운 것 역시 현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강화되고 있는 북중러 삼각관계가 북한의 ‘사실상의’ 핵보유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신냉전과 다극화의 흐름과 결합되며 ‘수정주의 약소국’ 북한의 균형전략에 매우 이상적인 기회의 창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은 어떠한 변수가 될 것인가? 과연 2018년의 극적인 진전들을 재연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온 의외의 실용적인 선택들은 북한이 남방외교 역시 지속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 이후의 주목할 만한 공식적 반응을 담은 지난 11월 21일 김정은의 연설에서도 재확인된 바와 같이 현재 북한의 전략에서 균형이라는 ‘방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 이면의 현실주의적 논리, 다시 말해 ‘정권이 아닌 국가’를 ‘의도가 아닌 능력’을 우선시하는 원칙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3] 다시 말해 대미외교를 포함한 일련의 남방외교는 설사 가시화된다 해도 ‘마다하지는 않으나’ ‘매달리지는 않는’ 선에서 ‘관리’될 가능성이 높다.    참고문헌   Cha, Victor. 2021a. “North Korea could become one of Biden’s biggest challenges—and not just because of its nukes.” Washington Post. January 15. https://www.washingtonpost.com/...challenges/.   ____. 2021b. “코로나 딜레마에 빠진 북 비핵화 ‘당근과 채찍.’” <조선일보> 7월 19일. https://www.chosun.com/...2OHQWMCM/.     [1] 이하 2022년을 기점으로 한 균형전략으로의 재전환과 관련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안경모. 2023. “‘새로운 전략적 노선’ 이후 북한의 국가전략: 균형전략으로의 재전환과 그 함의.” 『한국정치연구』 제32집 제1호.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참조.   [2] <조선반도 비핵화론>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안경모·강혜석. “김정은 정권의 대남전략(2018-2020): ‘세 가지 기둥’과 ‘정면돌파전’.” 『한국과 국제정치』 제36권 제4호. 182-184쪽을 참조할 것.   [3] 이와 같은 원칙은 2년여의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최초의 평가이자 가장 솔직한 평가이며 이후에도 일관되게 유지된 것으로 보이는 2020년 7월 10일자 김여정의 담화     ■ 안경모_국방대학교 안보정책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박지수, EAI 연구원     문의 및 편집: 02 2277 1683 (ext. 208) | jspark@eai.or.kr  

안경모 2024-12-10조회 : 1293
논평이슈브리핑
[Global NK 북중러 삼각관계 시리즈] 트럼프 행정부 하 북중러 3각 협력 전망과 대응

I. 트럼프의 복귀와 북중러 연대의 가변성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북중러 연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트럼프 시기 미러, 미중, 미북 관계의 변화 양상은 북중러 연대 수준에 영향을 미칠 것인데 그 셋 양자관계가 현재로는 매우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선거 운동 기간 트럼프가 강조했듯이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전을 이끌고 일정 수준에서 미러관계를 개선한다면 러시아의 북한 군사 지원 의존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북중러 연대의 동력이었던 북러 밀착의 속도는 더뎌지고 북중러 연대 가능성은 크게 감소할 것이다. 여기에 일각의 주장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압박을 가중하기 위해 러시아를 포용하여 중러 관계를 이격시키려 한다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또한 미북관계가 트럼프 1기 때와 같은 협상 국면에 돌입하면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급속한 밀착을 자제할 가능성이 있고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북중러 연대 분위기는 냉각될 수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예상대로 중국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어 미중 갈등이 고조된다면 북러 밀착 및 북중러 연대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북중러 연대에 다소 소극적 입장을 보였던 근본적 이유는 통상의제 등 미중 간 주요 의제의 협상을 해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국제 제재를 위반하면서까지 러시아나 북한 같은 불량국가와 엮이는 것을 피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중관계가 너무 나빠지면 중국은 미국을 괴롭히는 카드로 북한과 러시아를 활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비공식 수준에서라도 북중러 연대를 가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 글에서는 현재의 북중러 관계의 성격을 진단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하에서의 미러, 미중, 미북관계의 가변성에 따른 북중러 관계의 변화를 예측해 보고,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II. 불완전한 현재의 북중러 3각 관계   북중러 연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 소모전 양상을 띄면서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적 지원을 표면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한 작년 8월 세르게이 쇼이구(Sergei Shoigu) 당시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이후 급속히 진행되었고 이후 금년 6월 19일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으로 군사동맹의 수준에 이르게 되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중국과 북한에게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문제이다. 현재의 북중러 관계는 3국의 합의가 아니라 북러 밀착을 추동력으로 러시아가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통해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동기가 있고, 중국은 러시아가 자신의 영향권에 있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의 일부를 분점하는 점에 불편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중러 연대의 견고성과 지속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는 북러관계의 지속 가능성과 북러 및 북중러 연대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다.   북중러 연대의 성격에 대해서는 해당 삼각관계가 아직 제도화된 것은 아니지만 폐쇄된 3각관계 속에서 양자관계가 활성화되어 마치 3자 협력이 제도화된 것 같은 선순환적 메커니즘이 구성되고 있다는 주장과 각 양자 관계에는 구조적 결함이 존재하고 있어 선순환 메커니즘은 나타나지 않고 불안정한 속성을 갖는 3자 동거 모델이 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대별된다.   북러 관계가 매우 가까워지면 중국은 불리한 위치가 되지 않기 위해 북한과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에 이 과정이 북러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선순환 메커니즘으로 보이는 과정이 일정 기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각 양자 관계에 구조적 결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요 의제별로 3국간 미시적 정책 조정이 가능한 견고한 제도화 수준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북러간 관계를 보면 양국의 요구와 기대 수준을 합치시키기 어렵다. 고급 군사기술, 핵보유국 지위 인정, 대러 제재의 무력화라는 북한의 요구를 유엔 안보리 이사국인 러시아가 충족하기엔 러시아의 부담이 크다. 핵확산방지조약(Non-Proliferation Treaty: NPT) 체제의 한 축인 러시아가 사실상 NPT 체제의 붕괴를 용인하기는 어렵고, 스스로 참여한 유엔 제재를 이사국으로서 무력화 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클 것이다. 북중 관계도 적어도 안보 분야에서는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1961년 군사동맹 조약을 체결했지만 2021년 조약 갱신 이후 구체적 조항이 알려져 있지 않고 무엇보다도 1961년 이후 합동 군사 훈련 경험이 없어 군사적 협력의 실적이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러간 협력의 정치·경제적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았고 일부 중국 기업들은 서구 기술권 접근 상실 위험 때문에 대러 협력을 주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쟁 이후 중국의 대러 공산품 수출은 늘고 러시아는 자원 중심의 대중 수출에 의존하는 양국간 경제 협력의 비대칭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도 대중 의존을 줄이기 위해 중국과 국경 갈등을 갖고 있는 인도, 베트남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 순방(6.19)을 통해 베트남과 남중국해에서 석유 및 가스 공동 탐사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중국에게 불안감을 주었다. 또한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의 모스크바 방문(7.16)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합동 군사 훈련, 훈련, 군사 시설에 대한 상호 접근을 촉진하는 물류 협정 초안을 승인했다.   북중러 모두 미국을 위협 요인으로 보고 있어 반미 연대를 구축할 수 있으나 양자 관계의 구조적 결함과 중국의 미온적 입장 때문에 제도화 수준에 이르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북중러 3각은 연대라기보다는 임시적이고 결속력이 약한 전략적 제휴(strategic coalition)에 가깝다고 보인다. 양자 관계의 구조적 결함으로 3국 간 전략의 미시 조정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견고성은 약할 것이다. 북러 간 양자관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부 의제가 있을 수 있으나 중국의 견해 차이로 3국 간 입장 조정은 어려운 상황이다.   III.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 정책과 미러관계 전망   트럼프는 대선 운동 기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해결하겠다고 공언해 왔고 트럼프 1기에서도 미러관계 개선을 시도한 바 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미러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내용과 시기가 트럼프 2기 미러관계의 향방을 정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은 현재로는 지금의 전선을 기준으로 비무장 지대를 설정하고, 우크라이나의 최소 20년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 가입 연기에 대한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추가 안보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J.D. 밴스(Vance) 부통령 당선자, 신임 마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 예정자, 마이크 월츠(Mike Waltz) 국가안보보좌관 예정자 등 외교 안보 분야 핵심 인사들도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전쟁 협상 방향에 찬성하는 입장[1] 이며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 타결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 협정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영토 상실과 NATO 가입 연기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 부담 문제,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의 푸틴 기소 철회, 2만 건이 넘는 대러 제재의 완화 해법 등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문제들이 산적하다. 또한 미국 의회 및 관련 기관에서 러시아에 대한 양보에 저항이 있을 가능성이 있고 대러 제재 유지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주장하는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의 저항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설사 임시적 봉합 수준의 휴전이 성립되더라도 1,300km나 되는 비무장 지대의 유지가 쉽지 않고 비무장 지대 유지를 위한 당사국들의 신뢰 수준이 높지 않아 재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트럼프 1기 시절 취임 전 트럼프의 발언과 달리 미국의 대러 강경 입장은 지속되었었다. 트럼프는 2018년 행정명령 13849호를 통해 행정부 차원에서 오바마 시절 만들어진 ‘제재를 통한 미국의 적대국 대응법(Countering America’s Adversaries Through Sanctions Act: CAATSA)’을 적용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였고, 미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추방하고 시애틀 주재 러시아 영사관의 폐쇄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2019년에는 ‘유럽 에너지 안보 보호법(Protecting Europe’s Energy Security Act: PEESA)’을 지지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도 처음으로 허용해서 4,700만 달러 규모의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FGM-148 Javelin)과 발사대 210기 공급을 승인하였다.   트럼프 2기에서도 미러관계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대통령보다 구조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2] 이 있고, 러시아에 대한 정당간 이견이 크지 않고 또한 국민들도 국내 정책에 비해 외교정책에 관심이 적다.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고 대러 제재의 급격한 완화가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3] 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국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중러 관계를 이격시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4] 이 같은 논리는 ‘逆닉슨(Reverse Nixon)’이라는 이름으로 트럼프 1기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가능성이 없는 주장은 아니지만 미국의 장기 전략은 러시아와 중국의 이중 봉쇄이고 러시아의 중국 경제 의존성 심화 상황에서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5]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를 매개로 미러관계가 일정 수준 개선되어 북러 밀착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북미 관계의 획기적 개선이 없다면 북러 밀착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며 북중러 연대의 장기 추세화 현상이 크게 쇠퇴하지는 않을 것이다.   IV. 트럼프의 대중 압박 강화와 북중러 연대   북중러 3각 협력에 대한 중국은 다소 소극적이거나 부정적 입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첫째, 중국의 삼각축 참여는 미국의 동맹과 냉전적 사고방식에 대한 비판과 모순되며, 둘째, 삼각축 형성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가속화하고 역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으며, 셋째, 삼각축은 바이든 시기 나름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미중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고, 넷째, 불량국가들과의 삼각축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을 훼손하고 중국의 국제협력을 제약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중국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경제적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은 동북아의 전략적 세력균형이라는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 가능한 범위 내에서 비핵화를 지지하기 때문에 중러 간 북핵 문제에 관한 관점의 차이는 점차 커질 수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그럼에도 북중러 연대 가능성의 핵심 요소인 북러 밀착에 대해 중국은 관망의 자세를 보인다. 우선 북러 밀착에 대한 중러 간 사전 교감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군 파병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중국의 동의 없이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며, 10월 22일 카잔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등에서 푸틴과 시진핑 간의 정상회의가 정상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러간 군사협력은 중국의 대러 관계 부담을 줄여주는 측면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러 무기 지원을 할 수 없는 중국에게 미국과 유럽의 적대감을 피하면서 대러 지원의 효과를 줄 수 있다. 또한 북한의 한국에 대한 위협 증가로 한국은 대북 영향력이 지대한 중국에게 외교적 지원을 요청할 수 밖에 없어 중국의 한국에 대한 지렛대를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는 일본에게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또한 대북 제재 위반의 책임을 러시아에 전가할 수 있어 대북 관계 유지에 대한 국제적 부담을 줄여준다.   따라서 중국은 북중러 연대에 나서는 것이 현재로는 이익보다 부담이 큰 관계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미중 경쟁에 있어 러시아와 북한 모두 중국에게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기 때문에 북중러 연대를 공식화하기 보다는 북러간 밀착이 통제 가능한 수준까지는 관망적 접근을 취하면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 또는 서구 제재 준수 등의 경제적 수단으로 그 수위를 조절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 러시아 지방은행들이 루블화 결제를 거부하는 일이 나타나는 경우나 중국에서 활동하던 북한 운동 선수를 제재 준수라는 핑계로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일 등은 중국의 수위 조절 행위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   트럼프의 복귀는 이러한 중국의 입장을 바꾸게 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선 운동 기간 트럼프는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60% 관세와 최혜무역국 지위 박탈 등을 공언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에서 미중 갈등이 안보 문제까지 번질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1기를 회상해보면 안보 문제 보다 경제 문제, 그리고 다자주의적 접근보다는 미국 독자적 접근을 선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이 강해지면 대미 경쟁의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서 중국에게 북한과 러시아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지만, 미중 간 갈등이 안보 문제나 대만 문제보다는 경제·통상 문제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에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는 카드로 북중러 연대를 강화할 가능성은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강력한 발전 동력을 얻었던 한미일 3국 협력은 추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2017년 트럼프 본인이 부활한 쿼드(Quad)는 안보보다는 경제협의체 성격이 강해졌기 때문에 자신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인 글로벌 및 지역 공급망에서 중국을 축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다자주의 회피는 오히려 미국의 세계적, 지역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맹 및 파트너십 네트워크를 약화시킴으로써 미국의 대중 압박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V. 트럼프의 대북 정책과 북러 밀착 지속가능성   금년 6월 19일 사실상 군사동맹을 규정하는 조항을 포함한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이 맺어진 시점에서조차도 북러 밀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고전으로 인한 북한 무기의 필요성이 양국 밀착의 주 원인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되면 북러 밀착의 추동력은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양국 경제협력의 이익 지속이 어렵다는 점도 그 근거였다. 북한과 러시아 모두 제재를 받고 있고 협력 분야의 비보완성(양국이 모두 자원국)으로 인해 새로운 협력 분야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이 참여한다면 북중러 경제권이 러시아 극동을 중심으로 중국 동북 3성과 북한에 걸쳐 형성될 가능성이 있으나 그마저도 저위 산업 위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북한, 러시아의 대중 수출 상대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경제회복을 위해 한국과의 경제 협력이 절실해질 것이기 때문에 한국으로부터의 북러 밀착 중단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워 질 것이다. 2020년 카라바흐 전쟁에서 동맹국인 아르메니아의 군사 개입 요청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아제르바이잔과 터키와의 경제적 실익으로 군사 개입을 하지 않은 것은 좋은 예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이 러시아 의회와 김정은에 의해 공식 인준되고 실제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어 북러가 사실상 혈맹의 관계로 급속히 진화함으로써 양국 관계가 전략적 이익을 장기적으로 공유해 나갈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러시아는 NATO와 IP4가 연결되는 글로벌 안보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유라시아 안보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미국의 억지력을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분산시키고 취약한 러시아 극동 지역의 영향권 설정을 위해 북한을 이 구상의 필수 요소로 인식한 것이다. 또한 러시아와의 밀착을 북한이 원한 측면이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내부 자원으로 국내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는 단계에 봉착한 북한이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의존을 염려하고, 중국이 상대적으로 북한 안보에 대한 배려가 적다고 인식한 북한이 상대적으로 의존에서 자유롭다고 인식한 러시아를 위기 타개책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양국의 전략적 조응성이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미중 갈등의 수준 그리고 미북관계 등에 영향은 받겠지만 북러 관계가 혈맹 수준으로 진화하였다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 혈맹 관계라면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군사 및 군사기술 협력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적으로 북한이 취약한 방공망 제공과 항공기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후 군산복합체의 생산 사슬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합동 군사훈련이나 러시아 해군의 북한 항 이용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ICBM 대기 진입 기술 등 핵고도화 기술의 제공은 당장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트럼프 행정부 시기인 2026년 예정된 뉴스타트(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New START) 협정 연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러시아가 핵다자주의 지지 입장으로 진화한다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2020년 재래식 무기에 의한 공격 대응에도 핵 사용을 가능하게 한 데 이어 금년 11월에는 핵 미보유국이더라도 핵을 보유한 국가의 참여 또는 지원을 받아 러시아 또는 러시아 우방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경우 핵을 통한 대응이 가능케 하는 내용으로 2020년 행정명령을 개정함으로써 핵 사용의 장벽을 낮추고 있다(Kremlin 2020, 2024). 또한 대통령 측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핵다자주의 필요성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 [6] 핵다자주의는 핵비확산이 과거에는 핵의 무단 사용과 핵 테러의 위험을 줄이는 점에서 유용했으나 현재는 많은 비서구국가에 불공평한 상황을 조성하고 있어 핵확산이 오히려 평화에 기여한다는 논리이다.   현재 러-우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은 용병의 성격이 강하고, 아직까지 공식적 파병 선언은 없었다. 북한군 파병이 공식화된다면 그 가능성이 크지는 않겠지만 우크라이나 평화협정 체결에서 북한군이 대북 제재 완화와 연관된 즉각 철군 논의를 미국에 제기할 수도 있다. 가장 우려할 사항은 러시아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미국에게 미북간 핵군축 협상을 제안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유엔안보리 이사국이고 NPT 체제의 핵심 축의 하나임을 감안할 때 러시아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가능성은 현재로는 낮지만 러시아의 대북 제재 무력화 시도가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2기에서 1기 때와 같은 트럼프와 김정은 간 협상이 시도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미북관계 정상화를 기회주의적으로 활용해 온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 진전 속도를 늦추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이기 때문에 북핵 문제는 다소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고 트럼프 1기 때보다 북핵이 고도화되어 협상 조건 충족이 쉽지 않을 것이다. 북미 간 직접 대화를 통한 스몰딜(small deal)의 가능성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한국과 국제 사회가 이를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의 상황과 속도 그리고 북미간 접촉 시기와 그 성과에 따라 북러 밀착의 속도는 영향을 받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 러시아를 포용하는 입장을 보인다면 중국은 오히려 북중러 3자 협력의 실제 가동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 2기에서 미러간 그리고 북미간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VI. 트럼프 2기 북중러 협력 전망   트럼프 2기에서 북중러 3각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지만 북중러 연대의 추세화는 속도가 조금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근본적으로 트럼프 2기에서 대중 압박이 강화된다면 중국의 대미 견제 카드로서 러시아와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응 전략 도출을 위한 몇 가지 전망이 가능할 것이다.   첫째, 북러 관계는 장기 전략적 조응성을 갖추고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이후에도 밀착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서 북미 간 대화가 이루어지더라도 북한을 러시아나 중국에서 이격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둘째, 트럼프 2기에서 미러 관계 개선이 시도될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 중러 관계를 볼 때 러시아를 중국에서 이격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셋째, 트럼프 2기의 대중 압박 강화는 중국에 대한 북한과 러시아의 전략적 가치를 높일 것이나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북중러 연대를 공식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넷째, 트럼프 2기 북중러 연대가 공식화되지 않더라도 반미라는 공동 입장에 기반한 우호적 북중, 북러, 중러 관계는 지속되어 비공식 수준의 북중러 연대는 기능할 것이다.   VII. 트럼프 행정부에 북중러 연대의 위험성 주지시켜야   글로벌 차원에서 북중러 연대의 가장 큰 위험은 핵 보유국 세 국가가 서로의 핵을 공동 자산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게 미국이 북한이나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북중러 연대를 막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함을 이해시켜야 한다. 특히 북러 밀착은 북핵 고도화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으로 갈 것이며 이는 한반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안보 위협이 된다는 사실도 주지시켜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도적 북핵 외교를 이끌고 가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과 북한이나 러시아 간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이 배제되거나 경시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절대 북핵을 용인해서는 안되며 한국에 대한 핵 보장이 강화되어야 하는 공감 가능한 논리를 명백히 해야 한다.   북중러 연대는 한국 외교에는 재앙이 아닐 수 없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과도하게 북한에 밀착하지 못하도록 대러, 대중 전략적 관리를 강화해야 하며, 그 지점에 한미동맹은 북중러 연대에 대응할 수 있는 미국의 전략적 자산이며,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중국의 대미 견제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국의 역할이 있음을 명확히 주지시켜야 한다.   VIII. 대러 외교의 레드라인(redline) 설정해야   러시아는 한국과의 관계도 중시한다고 보아야 한다. 러시아는 한국과 북한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때 중국에 대한 일정 영향력도 가질 수 있고 경제적으로 한국의 기술과 자본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매우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대러 관계에서 적절한 압박과 유인을 상황에 맞게 혼용해야 한다.   우선 한국은 대러 관계에서 명확한 레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북한에게 핵고도화 등 고급 군사 기술을 제공한다면 한러관계는 관리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게 때문에 러시아에게 이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이 레드라인을 넘어서게 된다면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을 비롯해서 사실상 국교 단절을 감수하는 자세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이전 단계에는 러시아가 설정한 레드라인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무기 지원은 자제하면서 외교적 수단과 경제적 유인의 두 가지를 혼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외교적 수단은 러시아의 안보리 이사국 지위 비판과 중국과의 소통 강화가 될 수 있다. 러시아 유엔 안보리 이사국 지위 유지를 가장 중히 생각하는 러시아로 하여금 대북 제재 위반의 부담을 안겨주어야 하며, 일정 수준 러북 군사밀착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고려하는 외교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해결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면 비제재 분야에서의 경제 협력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앞으로 더욱 중시하게 될 러시아 극동 개발 및 북극 항로 사업 등에서 한국에게도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 개발을 발굴해 볼 필요가 있고 중앙아시아의 유라시아경제연합 회원국인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그리고 옵저버(observer)인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러시아와의 합작 투자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에서 떠난 서구 기업의 빈자리를 선점하는 방안도 사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한러 양국간 싱크탱크 간의 소통은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 현 상황에서 양국간 갈등은 불가피하지만 민간 차원의 소통은 국가간 갈등이 급상승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Gavrisheva, Anna. 2024. “How does Trump really feel about Russia and what should Moscow expect from his presidency? (in Russian)” Gazeta.Ru. November 6. https://www.gazeta.ru/politics/20036887.shtml.   Karaganov, Sergei A. 2024. “An Age of Wars? Article One.” Russia in Global Affairs. January 1.   Kashin, Vasily. 2024. “How Trump Can Do to Destroy the Russia-China Alliance (in Russian).” Russian Foreign Affairs Council. November 6. https://russiancouncil.ru/...razrusheniya-soyuza-rf-i-knr/.   Kremlin. 2020. “Basic Principles of State Policy of the Russian Federation on Nuclear Deterrence (in Russian).” Presidential Executive Order No.355. June 8.   ______. 2024. “Basic Principles of State Policy of the Russian Federation on Nuclear Deterrence (in Russian).” Presidential Executive Order No.355. November 19.   Porter, Tom. 2024. “Trump said he will divide Russia from China. It’s a tough bromance to break.” Business Insider. November 7. https://www.businessinsider.com/...2024-11.   Timofeev, Ivan. 2024. “The Trump Factor (in Russian).” Russian Foreign Affairs Council. August 16. https://russiancouncil.ru/...faktor-trampa/.     [1]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예정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분쟁은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며 "키이우는 러시아가 점령한 모든 영토의 반환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음. 그는 또한 지난 4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95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안보 지원 예산법안에 반대표를 던졌음.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예정자는 전쟁 초기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많은 무기 제공을 촉구했으나 최근에 입장이 바뀌어 우크라이나의 전쟁 종료 필요성을 강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한 군사 무기 제공 비판하고 러시아에 대해서도 종전 압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함. J.D. 밴스 부통령 당선자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경이 아니라 우리 국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트럼프의 입장 지지. Elise Stefanik 유엔 주재 미대사 지명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대한 공화당 내 회의론과 동조하여 트럼프의 입장 지지.   [2] 정치학자이자 이즈보르스크(Изборск) 클럽 회원인 Yuri Samonkin은 미국 외교 정책은 여전히 공격적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가 러시아에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Gavrisheva 2024). Ivan Timofeev 러시아국제문제협의회(Russian Foreign Affairs Council) 사무총장도 러시아 내 트럼프와의 거래 가능성 또는 건설적 관계에 대한 기대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러관계에 큰 영향 없을 것. 미국 외교안보 정책은 대통령보다는 구조적 요인에 의해 결정됨을 강조(Timofeev 2024).   [3] 1) 트럼프 1기 때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등에 제재 강화 2) 대러 제재가 미국 경제와 연동성이 적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가 제재를 가성비 좋은 수단으로 고려할 가능성 3) 미국의 입법 환경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제재 완화 시키기 쉽지 않음. 예를 들어, 2017년 제정된 '제재를 통한 미국의 적대국 대응법(CAATSA)'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수 있는 대통령의 능력에 특정 제한을 두고 있음.   [4] 트럼프는 중국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중러 관계를 이격시키겠다고 말했다(Porter 2024).   [5] Vasily Kashin 고등경제대학 교수(2024)는 러시아가 세계 리더십을 주장하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와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중국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국내 상황과 미국의 전략이 러시아와 중국의 이중 봉쇄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6] 푸틴의 외교 브레인으로 알려진 세르게이 카라가노프 고등경제대학은 대표적인 학자이다. 카라가노프(2024)는 북한에 핵이 없었다면 이미 정권은 붕괴했을 것이라 주장한다.     ■ 엄구호_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 담당 및 편집:박지수, EAI 연구원     문의 및 편집: 02 2277 1683 (ext. 208) | jspark@eai.or.kr  

엄구호 2024-12-10조회 : 704
논평이슈브리핑
[Global NK 북중러 삼각관계 시리즈] 북·러 관계 강화와 중국: 지정학적 시각에서

Ⅰ. 북·러 협력 강화에 대한 중국의 반응   2024년 6월 북한과 러시아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관계를 격상하면서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을 시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북·러 조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한 중국의 공식 반응은 원론적이었다. 중국 외교부는 이를 북한과 러시아의 주권적 차원의 사안으로 간주하면서 다소 거리를 두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2024년 6월 19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린젠(林剑)은 “북·러는 우호적인 이웃 국가로 교류와 협력의 필요가 있다. 고위층 왕래는 두 주권 국가의 일”이라고 언급했다(中华人民共和国 外交部 2024). 6월 20일 기자회견에서는 북·러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과 군사 동맹 체결이 한반도와 유라시아의 평화에 미칠 영향, 그리고 북·러 군사협력 및 푸틴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수정 요구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북·러 간 협력은 두 주권 국가의 일이며, 우리는 이에 대해 평가하지 않겠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정치적 해결을 추동하는 것이 각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또한, “한반도 문제는 제재와 압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정치적 해결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中华人民共和国 驻大韩民国大使馆 2024). 10월 24일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중국은 관련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中华人民共和国 外交部 2024a).   이에 반해, 10월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수교 32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추궈홍(邱国洪) 전 주한중국대사는 북한군 파병이 아직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북·러 군사협력은 미국이 한미일 3자 군사협력을 더 보강하는 데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주 심각하게 본다”고 말했다(<경향신문> 2024). 2019년 당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북·러 간 협력의 강화가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 발언과 이러한 발언들을 비교할 때, 최근 중국은 북·러 협력 강화에 대해 이전보다 소극적이고 덜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주요 언론은 북·러 간 조약 체결 및 협력 강화에 대해 사설을 게재하기보다 다른 국가의 언론 보도를 소개하거나(<环球时报> 2023, 2023a), 스트레이트 기사 형식으로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다(<环球时报> 2024). 상대적으로 정부보다 더 적극적이고 직설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환구시보>(环球时报)조차 북·러 관계 발전에 대해서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환구시보>는 2023년에 중·러, 북·러 간 협력 강화 추세를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칼럼을 발표한 바 있다(<环球时报> 2023b). 이 칼럼에서 북·중·러 내 양자 협력은 신냉전 구조와는 무관하며, 중국은 이러한 구도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려는 세력이 신냉전 구도를 조성한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중국은 북·러 관계 강화가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Ⅱ. 북·러 협력 강화의 역사적 사례   역사적으로 소련과 북한은 세 차례 협력을 강화한 사례가 있다. 첫 번째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이다. 소련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시기 세력권 관리 차원과 이후 아태지역을 향한 세력팽창을 염두에 둔 교두보로서 북한은 중요한 지정학적 의미가 있었다. 북한의 관점에서도 정부 수립 및 한국전쟁 전후 복구 과정에서 소련의 지원은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1956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3기 제2차 전원회의를 기점으로 이 같은 맥락에서의 협력은 이어질 수 없었다. 이른바 ‘종파사건’을 전후로 중국과 소련이 김일성 ‘교체’를 고려한 것이다(Lorenz 2010). 그러나 중·소 간 이해관계는 일치할 수 없었다. 당시 중국의 관점에서 북한은 완충 지역으로서의 가치가 중요했기 때문에 북한이 붕괴하지 않는 것으로 충분했다. 따라서 북한의 내정에 간섭할 동기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세력팽창을 염두에 둔 소련의 관점에서는 북한 항구를 조차할 필요가 있었다. 이는 북한 내 친소련 세력을 형성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했다. 결과적으로 이 시기 이후 김일성이 북한을 장악하고 ‘주체성’을 강조하면서 상기 맥락에서의 북·러 협력의 의미는 소실되었다.   두 번째는 1960년대 중·소분쟁과 베트남 전쟁이 중첩된 시기이다. 이 두 사안은 긴밀히 연동되어 있었다. 1960년대 초반부터 흐루쇼프는 중국을 자국의 영향력 아래 두기 위해, 호치민의 남베트남 공격을 지원하는 전략을 추구했다(Westad 2005). 즉, 베트남 전쟁에 미군이 참전하고 이에 중국이 연루되는, 한국전쟁과 유사한 상황을 조성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전쟁과 다르게 미군은 17도선을 넘지 않았다. 또, 1960년대 중반부터 중·소 국경 분쟁이 격화되면서 소련은 베트남, 북한, 인도 등 중국 주변국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 시기 소련은 북한에 MIG-21 전투기를 제공했다. 이는 북한이 중국의 수도인 북경과 인접해 있어 중국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전략적 고려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반면, 북한이 소련과 협력한 이유는 전투기 획득 외에도 한반도 유사시 중국의 지원에 대한 회의감이 컸기 때문이다. 1966년 중소분쟁의 핵심 이유 중 하나는 마오쩌둥이 소련의 베트남 전쟁 지원 방식을 반대한 사실과 관련이 있었다. 소련의 지원은 반드시 중국을 거쳐야 했고, 이는 공산권 지원이라는 명분과 중국의 민감한 자국 사안들을 러시아에 노출시킬 위험 사이에서 중국을 딜레마에 빠뜨렸다. 게다가 마오쩌둥은 중국 바로 아래에 통일 국가 형성이 자국의 국익에 반한다고 인식했기에, 베트남 통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북한에 불신을 안겨주었다. 이와 같은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대북 지원은 이 시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한적이었다.   세 번째는 미국 레이건행정부가 소련 봉쇄를 본격적으로 추구한 시기이다. 레이건행정부(1981~1989)는 소련의 붕괴를 목적으로 하는 강경 봉쇄 정책을 재활성화했다. 특히 1983년부터 1986년까지의 시기는 이로 인해 미·소 관계가 매우 악화된 시기였다. 이 시기 미국은 군비 경쟁을 강화하고, 전략방위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 SDI)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고자 했다. 이러한 미국의 봉쇄 정책에 맞서서 소련은 자신의 세력권을 지키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했다(Garthoff 1994). 이 시기 러시아는 북한에 MIG-23, Su-25, MIG-29와 같은 항공기를 제공했다. 북한도 소련 항공기가 북한 상공에서 비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Ⅲ. 최근 북·중·러 관계 평가 : 북·러의 대중국 비대칭성 완화 노력   냉전 종식 이후 국력이 크게 약화된 러시아가 현시점에 동북아시아에서 세력 확장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현재 중국과 전략경쟁을 벌이는 미국이 러시아 붕괴를 목표로 대러 봉쇄 정책을 추구한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주요 위협으로 명시했으나, 미국의 전략에서 최우선 과제는 여전히 중국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첫 번째와 세 번째 사례를 현재의 북·러 관계 강화를 해석하는 데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두 번째 사례의 경우, 러시아가 대중국 지렛대 강화를 위해 중국 주변국과 관계를 강화한다는 맥락에서 북·러 밀착에 대한 유효한 설명력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상호 관계를 중시하면서 협력 수준을 조절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2014년 크림사태와 러-우 전쟁으로 강력한 대러 제재를 받으면서, 에너지·원자재를 중심으로 경제적 부문의 상호연계성이 깊어지고 있다. 2014년 이후 식량 수출국으로 변모한 러시아는 빠르게 중국의 주요 식량 공급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Zuenko 2024), 러시아의 대중국 에너지 수출은 지난 10년간 약 5배 증가했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전략물자의 공급원 다변화는 안정적인 전략환경 구축 목표에 부합한다. 그러나 중국은 엄격한 가격 협상 태도를 견지하는 등 전반적으로 양자 관계 내 전략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한, 러-우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동시베리아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공백이 확대되면서, 러시아로서는 중국의 개발 참여를 확대해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러시아는 이 지역의 자원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하기에는 인구와 개발 자본이 부족하다. 반면, 중국은 14억 명의 인구 대국으로, 수자원과 에너지 등 필수 자원과 원자재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해당 지역은 이러한 자원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곳이다. 본래 러시아는 이 지역에서의 잠재적 협력 가능성을 염두에 둔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한국에 나름의 균형자 역할을 기대해왔다(Lukin & Pugacheva 2022). 그러나 한국이 나토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대러 적대시 정책을 선명하게 가져가면서 대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북한의 경우, 자체적 필요에 의한(또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핵무장으로 인해 중국 ‘완충지’로서의 북한의 지정학적 특징에 변화가 발생했다. 즉, 북한의 핵무장은 전통적인 대중국 외침 경로가 차단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는 역설적으로 중국이 북한의 급변 사태 방비 이상의 대북 지원을 해야 할 동기를 감소시키면서, 북한의 대중국 지렛대가 크게 약화되었다. 이는 북한이 강대국 의존도를 낮추고 정권 안정성을 강화하려는 의도와 달리, 전략적 고립과 경제적 의존도 심화를 초래해 장기적으로 중국의 대북 통제력 강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북한은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상의 배경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대중국 비대칭성 완화 및 지렛대 강화를 추구하는 정황을 보여주는 세 가지 주요 증거가 있다. 첫째는 북·러 조약에서 언급된 두만강 하구의 교량 신설 계획이다. 지난 5월 중·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양국은 중국 선박이 두만강 하류를 통해 바다로 항행하는 문제에 대해 북한과 건설적인 대화를 진행할 것이다”라는 내용이 명시되었다. 그러나 6월에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중국의 동해 출해 문제와 관련된 내용 대신, 북한 국토환경보호상과 러시아 운수상이 '두만강 국경 자동차 다리 건설 협정'에 서명했다는 발표가 나왔다(이제훈 2024). 이는 기존 '우정의 다리' 외에 북한 두만강역과 러시아 하산역을 연결하는 추가 교량 건설 계획을 의미한다. 두만강 하구는 정비되지 않아 퇴적물이 쌓여 있고, 기존의 두만강 철교는 높이가 7m로 대형 선박의 항행을 막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교량 건설 계획은 중국의 동해 출해 문제를 차단하려는 북·러의 협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의 두만강 하구 출해 문제는 중국의 아태 전략 구상에서 핵심적인 현상변경 의지가 담긴 문제이자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해온 ‘북극항로’ 계획의 일부이기도 하다. 이러한 북·러의 추가 교량 건설 계획 발표에 중국은 즉각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북·러의 발표 직후 두만강 하구 팡추안(防川) 전망대로부터 동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추가 건설했으며, 아직은 그 의미가 불명확한 다수의 시설물을 도로 곳곳에 설치하였다. 또한, 전망대에서 불과 800m 떨어진 지점에 선박 시설도 신설하였다( 2024). 두만강 하구는 북·중·러 3국 협력의 가늠자이다. 그러나 북·러의 이번 추가 교량 건설 계획 발표는 3국 협력 차원이 아닌 북·러 양자 협력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북·러의 대중국 협상력 및 지렛대를 확보 차원일 개연성이 크다.   둘째는 푸틴의 외교 행보이다. 최근 러시아의 외교적 움직임은 1960년대 대중국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 주변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했던 시기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푸틴은 6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곧바로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베트남은 과거 캄보디아 침공으로 인해 서방 및 중국으로부터 전략적 고립을 겪었고, 당시 소련에 크게 의존한 바 있다. 현재도 러시아산 군사 장비의 비중이 높고, 남중국해 석유 탐사와 관련하여 러시아 석유 기업과 협력 관계에 있다. 이에 베트남은 우크라이나와 우호적인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러-우 전쟁 관련 대러 제재 유엔 결의안에서 지속해서 기권했다. 이는 베트남이 친러 노선을 고수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미·중 간 전략적 공간을 극대화하려는 의도와 함께,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대중국 지렛대를 강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푸틴은 베트남 순방을 마친 직후인 7월, 인도의 모디 총리를 러시아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인도는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 무기의 주요 수입국이었다. 2022년 2월 러-우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판로를 잃은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구매처로 떠오르며 양국 관계가 경제적으로도 더욱 긴밀해졌다. 2023년 두 나라의 무역량은 에너지 교역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76% 증가한 650억 달러(약 89조 원)를 기록했다. 인도는 표면적으로 러-우 전쟁 중단을 촉구하지만, 러시아의 침략을 비난하는 유엔 결의안에 찬성하지 않았다. 인도는 중국과의 히말라야 영토 분쟁과 인도양에서의 영향력 경쟁 속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관리를 대중국 전략의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인도의 친러 일변도 외교를 의미하지 않는다. 인도는 미국 등 서방과도 협력하며,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대중국 관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셋째는 2024년에 유출된 러시아군의 기밀문서이다(Seddon & Cook 2024). 이 문서는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기준과 주요 강대국과의 갈등 초기 단계를 상정한 전술 핵무기 사용 훈련을 실시했다는 내용, 2008년과 2014년 사이에 작성된 전쟁 시나리오와 해군 훈련 계획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침공에 대비한 시나리오가 주목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2001년부터 핵무기 선제 사용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이 문서는 양국의 관계 강화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동부 지역에서 중국의 침공에 대비한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왔음을 보여준다. 유사시 핵무기 사용 전략은 긴장고조를 통한 긴장완화(Escalate to De-escalate) 방식을 취하며, 갈등 초기 단계에서 소규모 핵무기를 사용해 갈등을 조기에 종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 시나리오는 중국의 침입이나 러시아의 전략적 자산에 중대한 피해를 입었을 경우, 또는 일반적인 무기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등에 전술 핵무기를 사용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대규모 병력을 추가 투입할 경우, 러시아는 핵 공격을 통해 중국의 진격을 저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기밀문서가 의도적으로 유출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문서의 내용은 대중국 관계에서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특히, 동시베리아를 포함한 중·러 국경 인근에 배치된 러시아의 핵전력 위치를 표시함으로써 중국이 해당 지역의 전략적 공백을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핵무기를 전략적 방어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고 있음을 시사할 뿐 아니라, 동시베리아 지역에서의 전략적 공백에 대한 러시아의 심각한 우려를 담고 있다.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강화가 중국과의 비대칭성을 완화하려는 목표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중국의 반복적인 반응에서도 알 수 있듯, 북·러 밀착은 중국이 이들과 싸잡혀 ‘권위주의’ 정권으로 비난받거나, ‘중국 역할론’에 대한 부담을 지거나, 미·중 전략적 경쟁을 중심으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더 넓은 시야에서 보면, 북·러 관계의 강화는 미국 주도 질서에 대한 반대 또는 미국 영향력의 하락 추세를 드러내는 측면이 있으므로, 중국이 이들과의 관계를 훼손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저지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상쇄된다. 결국, 북·중·러는 이러한 틀 내에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추가적으로 북한은 러시아와 협력하여 미·중 간 세력균형에서 전략적 공간을 극대화하려는 데 그치지 않고, 중러 관계 내에서도 독자적인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이후 북·중 정상 간에는 친서 교환만 있었을 뿐 대면 회담은 없었으나, 지난 1년 동안 김정은과 푸틴은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한은 대중국 의존도 심화가 정권 차원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우선하여 강화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중·러 간 전략적 공간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Ⅳ. 북·중·러 관계 전망   1956년 제20차 당 대회에서 흐루쇼프는 미국과의 평화공존을 기본 노선으로 채택하며, 중국과의 노선 갈등을 예고했다. 비록 평화공존론이 미·소 관계의 즉각적인 개선을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이 노선이 미·중·소 삼각관계에서 자국을 상대적으로 소외시킬 우려가 있다고 여겼다.(中共中央文獻研究室 2013). 또한, 1950년대 말 대만 해협 위기와 중국-인도 국경 충돌은 중·소 간의 지정학적 인식 차이를 부각시켰다. 소련은 1959년 핵확산금지조약 체결을 앞두고 중국의 핵무기 개발 지원을 중단하고, 중국을 자국의 핵우산 아래에 두려 했다. 이처럼 중·소 간 이해관계의 불일치가 증대되어 갔으나, 중국의 경제적 어려움과 소련의 대미외교 교착으로 인해 중·소 관계는 본격적인 갈등보다는 연성 경쟁의 양상을 보였다. 이 시기 두 국가는 각자 공산주의 국가들에 대한 원조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려 했으며, 특히 중국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북한에 대규모 원조를 지속했다. 이는 북한이 중국공산당의 건국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한이 주한미군의 위협을 공유하며 중국 방어에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국가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안보 환경은 북한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북한은 중·소 경쟁에 연루되지 않으면서, 어느 일방에 편승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했다. 그리고 양국의 연성 경쟁 관계를 이용하여 1961년 소련 및 중국과 동맹을 각각 체결할 수 있었다. 이로써 북한은 이들과의 비대칭 동맹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보-자율성 교환’의 딜레마를 상호 완화하고,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방기 당할 우려도 감소시킬 수 있었다. 북한은 이와 같은 소위 ‘등거리’ 외교를 통해 전략적 공간을 창출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안보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은 중국의 요구가 아닌 자체적인 필요에 의해 핵무장을 했고, 그 결과 북한의 최소억지력 확보는 곧 한반도 권역에서의 중국 완충지 공고화를 의미하게 되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중국이 북한을 지원할 동기를 약화시켰음을 의미했다. 또한, 북한은 2019년을 기점으로 한국과의 관계 개선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전략적 고립을 탈피하려 했지만, 좌절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대중국 의존도를 완화할 대안으로서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재의 중·러 관계는 과거와 다르게 구조적으로 깊은 연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중국이 전략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북·러 관계가 발전하더라도, 북한의 중·러 간 전략적 공간 창출 노력은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 심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북한의 러-우 전쟁 군사적 지원을 북한의 전략적 결정보다는 부채 탕감을 위한 경제적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Cha 2022). 그러나 2014년에 이미 러시아가 북한 채무의 90%를 탕감했고, 나머지 10%는 20년에 걸쳐 6개월마다 분할 상환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고려할 때(<연합뉴스> 2015),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제적 동기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결정적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은 대러 관계 개선이 갖는 제한적인 효과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며,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닌, 전략 구상의 ‘출발점’으로 삼았을 개연성이 있다.   즉, 북한은 러-우 전쟁의 출구 전략과 맞물린 미-러 관계 재조정 여부 및 미·중·러 3국 간 역학 변화 등 국제정세의 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러-우 전쟁의 종료 국면과 자신의 전략적 지위를 연계시키려는 전략의 도입부로서 북·러 관계 강화를 추구했을 개연성이 있다. 러-우 전쟁의 종결 방식은 향후 미·중 경쟁 향방의 가늠자로 인식될 개연성이 있으며, 종결 방식에 따라 대안적 국제질서가 추동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처지에서 그간 국제경제체제로의 편입은 북·미 관계 수립만을 의미했지만, 이 경우 하노이에서 좌절을 넘어 대안적 경제체제로의 편입을 모색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북·중·러 삼국은 강대국들의 국제정치 및 지정학적 관점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며, 이는 미·중 경쟁을 핵심으로 여기면서 서로를 활용하거나 견제하는 전략을 내포하고 있다. 북·중·러 관계의 구조를 보면, 최상위에는 미·중 전략적 경쟁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아래로 중·러 관계, 그리고 그다음으로 북한과의 관계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러시아의 대북 첨단무기 지원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러시아가 전투기와 같은 당시의 첨단무기를 북한에 지원한 사례는 1966년에서 1969년까지 중·소분쟁이 격화되었던 시기와 1980년대 중후반 미·소 간 치열한 대립이 지속되었던 시기에 국한된다. 이 두 시기는 앞서 역사적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과거 소련이 중국과의 핵 사용 가능성을 포함한 분쟁 상황에 직면하거나, 또는 미국이 소련 붕괴를 목적으로 본격적인 봉쇄를 추구하는 등 ‘사활적’ 차원의 위기에 처했던 시기였다. 즉, 강대국 간 사활적 층위의 위기에 봉착한 경우를 제외하고 소련은 북한에 전투기와 같은 첨단무기를 지원한 사례가 없다. 더욱이 현재 러시아는 북한을 세력팽창의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과 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미국의 전략적 초점은 러시아보다 중국에 맞춰져 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할 때, 현재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한다는 근거만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은 그 근거가 부족하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이 러시아와 ‘동맹’을 체결하고 군사적 지원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이에 상응하는 지원이 있을 가능성은 상존한다. 안보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러시아의 판단에 따라 지원 수준의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러 관계 악화 정도에 비례해서 러시아가 북한의 위협을 대한국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전황에 따라 북한의 대러 군사적 지원의 중요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북한의 탄약 및 포탄, 인력 지원은 잠수함, 위성,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무기와 비례하지 않고, 현재 러-우 전쟁 전황과 북한의 대러 지원 모두 러시아의 ‘사활적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러시아가 타국에 전략 잠수함 등을 판매한 사례는 지극히 적으며, 그마저도 인도와 같이 지정학적으로 멀리 떨어진 국가에 한정되었다. 제공 방식도 수년에 걸친 임대 형식을 통해 이루어졌다. 중국에 판매한 디젤 잠수함의 경우에도 핵심 소음 기술은 제외되었다. 2014년 S-400 방공체계 판매 관련 중·러 간 합의는 크림사태로 인한 안보 환경 변화 요인과 더불어 2012년에 러시아가 차세대 방공체계인 S-500으로 넘어갈 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이었다(Mezey 2024). 북한은 비대칭 전략에 부합하는 첨단무기체계에 더 큰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지만, 강대국 간 ‘사활적 이익’이 걸린 배경 없이, 본질적으로 유럽 세력인 러시아가 핵무기 및 첨단 미사일 관련 기술을 북한에 제공해 줄 가능성은 작다. S-300 방공망 체계와 4세대 전투기 등 한두 세대 이전의 무기체계를 제공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북한의 관점에서 보면, 재래식 전력 건설에는 해당 무기체계에 대한 전문성과 엄청난 예산이 요구된다는 측면에서, 단기간 내 우리에게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경제적 협력 강화도 가능하나, 양국 간 시너지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광물과 수산물이 러시아 내에서 경쟁력 있는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또한, 러시아가 교역 관계보다 북한에 일방적인 원조를 우선시할 가능성도 적다. 북한이 제공할 수 있는 노동력과 포탄 중심의 군수물자에 대한 관심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러-우 전쟁이 종료되면 군수물자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결국 북·러 관계는 구체적인 사안별 시너지보다는, 대중국 관계에서의 비대칭성을 공유하는 차원, 불확실한 미래의 세계질서 변동 가능성에 대한 대비 등의 전략적 구도 차원에서 강화된다고 볼 수 있다.   Ⅴ. 정책적 시사점   북한,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미·중 전략경쟁을 중심으로 한 강대국 간 국제정치 및 지정학적 역학 속에서 자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전략에서도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도구적으로 활용하는 경향과 동태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반영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최대한 유리한 환경을 선제적으로 조성하고, 우리의 피해를 초래할 경우 그들에게도 비효율과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논리와 지렛대를 강화함으로써 전략적 자율성을 확립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전략 수립 시,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한반도가 강대국 국제정치의 맥락에서 도구화될 위험이 커졌다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핵 문제마저도 강대국에 의해 도구화되어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현재 미·중 간 형성하고 있는 전선이 과거 미·소가 형성했던 전선과 지정학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 상기 두 요소에 입각한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 일차적으로는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고 우리의 대외 지렛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주변국 모두와 소통(재소통)을 통한 연성균형 상태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경향신문>. 2024. 중국 “북한군 러시아 파병 우리는 모른다.” 10월 24일. https://www.khan.co.kr/article/202410241715001   <연합뉴스>. 2015. “<북·러 밀월&gt; ① '중국 혈맹' 북한, 러시아 손 잡았다.” 5월 14일. https://www.yna.co.kr/view/AKR20150512090000980   이제훈. 2024. “러와 밀착한 북, 중국 거리두기? ‘두만강 하류’ 삼각협력이 가늠자.” <한겨레> 6월 26일.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46474.html   Cha, Victo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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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우 2024-12-10조회 : 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