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연구원은 북한이 내세우는 신냉전 질서 도래 주장에 대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의 입장을 분석하는 논평 시리즈를 기획하였다. 필진들은 향후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될 가능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각국의 대한반도 정책 전개 방향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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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냉전 담론 시리즈] ⑥ 북한의 신냉전 인식과 한국의 대외전략

■ You can visit our Global North Korea site to view the original text or download the pdf.   1980년대 말,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은 종식되었지만, 한반도는 지금까지도 냉전 질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반도에 이제 신냉전 구도가 도래하고 있는가? 북한은 최근 국제관계에서 신냉전 질서가 도래하고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21년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일방적이며 불공정한 편 가르기식 대외정책으로 인해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구도로 변화되면서 한층 복잡다단해진 것이 현 국제정세 변화의 주요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2022년 12월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체제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한 인식은 미·중 전략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달라진 국제정세를 반영한다. 그는 변화된 세계질서가 한반도 안보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이는 북한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개연성이 높다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가 다극체제로 전환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권력구조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북한은 변화된 국제질서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외교 분야에서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과 국내정치, 변화하는 글로벌 세력균형을 연구하고 전략적인 대미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전술적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간 북한은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을 적극 지원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히 옹호하며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 원인이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전략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물론, 신냉전 질서가 고착화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다만 변화하는 세계 질서는 한국에 더 큰 도전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에서 양극체제나 다극체제로의 세력 균형 전환을 고려했을 때, 변화하는 역내 안보 환경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하여 신냉전이 한반도에 주는 함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실, 미국과 중국의 반복되는 갈등은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는 한국에 복잡하고 어려운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북 접근 방식은 미국 주도의 단극 체계를 기반으로 한 탈냉전 지역 안보 체제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북한이 1990년대 초 냉전기 후원국이었던 소련과 중국을 잃고 고립되어 있던 동안, 한국은 우호적인 안보 환경을 활용하여 강력하고 단호한 대북정책을 추구해왔다.   1990년대 초 냉전이 끝난 이래 모든 한국 정부는 북한을 포용하든 압박하든 북한이 체제 성격을 바꾸도록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노태우 정부 시절의 북방정책은 한반도에 남아있던 냉전 질서를 붕괴시키고 분단된 한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초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김영삼 정부는 특히 1994년 김일성의 사망 이후 북한 체제의 붕괴와 남한 주도 하에서의 통일을 기대하며 북한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포용했고 남한 주도로 체제 개혁을 이루어 내려고 하였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또한 굳건한 한미동맹에 기반한 강경하고 단호한 대북정책을 추구하며 북한이 국제규범을 수용하고 기존의 행동 방침을 바꾸도록 강제하려고 하였다. 반면, 북한의 지도자들은 1980년대 후반 이후 글로벌 냉전의 종식과 함께 한반도에서의 세력 균형이 북한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왔다. 김일성은 소련의 붕괴와 중국의 변화 과정에서 북한의 안보 환경을 재평가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불리한 안보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왔다.   그 이후로 북한은 6번의 핵실험을 감행했고, 스스로를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선언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미국과 긴밀한 안보 협력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미국의 확장 억제력을 강화하는 등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미국이 주도하는 규칙 중심의 국제질서를 강력히 지지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통해 자유와 평화, 번영을 앞당기는 등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신냉전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    미중간 우호적, 협력적 외교 관계의 조성이 한국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일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예상하는 대로 국제관계에 냉전 질서가 다시 도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신냉전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해 단합된 대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불법이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2017년까지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한 제재가 오히려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이미 시행 중인 제재를 해제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러시아, 중국은 지금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군사 도발과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여왔으며, 이러한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의 도발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 한미동맹과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는 입장을 반복하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러한 분열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 실제 행동을 취하는 것을 막는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문제는 신냉전 긴장이 고조되면서 더 이상 북한 문제를 탈냉전의 틀 내에서 다룰 수 없다는 점이다. 한반도 주변 지역 질서가 다시 미국·일본·한국 대 중국·러시아·북한의 냉전 구도에 놓이게 된다면 북한은 더 이상 고립국가가 아니게 된다.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에 강하게 의존하면서 그들에게 지지를 받는 국가가 될 것이다. 물론,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을 예전처럼 인식하지도 않고, 북한 또한 두 국가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후원국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을 상대하는 데 있어 북한 문제를 지속적이고 전략적으로 이용할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의 이러한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북한의 전략적 이점을 위해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을 가장 난처하게 하는 것은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킬 영향력 및 효과적인 레버리지가 없다는 점이다. 한미동맹은 북한이 군사적으로 도발하는 것을 억제할 수는 있지만 북한의 행동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신냉전 상황이 심화될 경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한반도 전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또한 자연히 커질 것이다. 국제정세가 결코 유리하지 않게 흘러가는 신냉전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본 논평은 "Pyongyang in Search of a New Cold War Strategy" 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 황지환_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대학교(University of Colorado)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가톨릭대학교(Catholic University of America)에서 1년간 방문학자를 역임했으며 조지워싱턴대학교(George Washington University)에서 남북한 관계를 가르쳤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등 한국 정부에서 여러 자문직을 역임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The North Korean Human Rights Between China and South Korea,” “The North Korea Problem from South Korea’s Perspective,” “The Paradox of South Korea’s Unification Diplomacy”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박정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jhpark@eai.or.kr  

황지환 2023-04-05조회 : 11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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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냉전 담론 시리즈] 북한의 신냉전론에 대한 각국의 입장

  김정은 위원장은 제8기 6차 전원회의를 통해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구도로 변화했다”고 천명하며 북중러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북한과 달리 중국은 명확한 대러 지지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대신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중재안을 제시하는 등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입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은 외형상 긴밀해지는 북중러 관계 이면에 복잡하고 상이한 전략적 계산이 자리하고 있다는 문제인식 하에, 북한이 그리는 신냉전 질서에 대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논평을 시리즈로 발표합니다. 6인의 각 지역 전문가들은 북한 신냉전 담론에 대한 주변국들의 인식을 살펴보고, 향후 진행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의 향방에 대한 전망을 제시합니다.   보고서 발간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부: 박원곤, "북한이 그리는 신냉전의 세계" [논평 읽기] 2부: 이동률, "북한의 신냉전론에 대한 중국의 인식과 셈법" [논평 읽기] 3부: 김현욱, "북한의 신냉전 인식에 대한 미국의 입장" [논평 읽기] 4부: 장세호, "북한의 신냉전 인식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 [논평 읽기] 5부: 오승희, "북한의 신냉전론에 대한 일본의 인식과 전략" [논평 읽기] 6부: 황지환, "북한의 신냉전 인식과 한국의 대외전략" [논평 읽기]  

2023-04-04조회 : 7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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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냉전 담론 시리즈] ⑤ 북한의 신냉전론에 대한 일본의 인식과 전략: 일본의 방위력과 글로벌 규범력 강화

■ You can visit our Global North Korea site to view the original text or download the pdf.   한중일 3국 협력에 대한 북한의 적대감   2022년 12월 개최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이 당면한 현재의 대외환경을 ‘신냉전(New Cold War)’으로 규정하고 한미일 3국 협력을 적대적으로 인식했다. 한미일 3각 공조 실현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 블록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북한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핵무력과 국방력 강화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올해 4월 13일 기준, 9차례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으며, 최근의 미사일 발사는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 FS) 훈련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그 추종자들의 가장 악랄한 음모에 대한 가장 강경한 대응”을 예고한 바 있으며(Bae 2023) 최근 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에 방문하기 전에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일본에서는 특히 북한 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낙하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글은 북한에 대한 일본의 인식을 바탕으로 북한 위협에 대한 일본의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북한에 대한 일본의 인식: 북한을 ‘관심사항’으로 고려   일본 정부는 “여러 현안을 종합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라는 근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해왔다(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2).” 일본 내각부는 2002년부터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外交に関する世論調査)를 실시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에 대한 인식으로 선호도나 호감도를 묻는 것과 달리, 북한에 대해서는 ‘관심 사항’을 질문해오고 있다. 주요 항목으로는 일본인 납치문제, 핵문제, 미사일 문제, 북일국교정상화가 있으며, 이 네 가지 문제가 북한과 관련된 주요 관심사항으로 확인되어오고 있다.   <그림 1> 북한에 대한 관심사항(2002-2022)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일본인 납치문제를 상회했고, 북일 관계정상화 논의는 관심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그림 1). 북한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로서의 일본이라는 인식이 계속해서 심화되며 북한에 대한 일본의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미사일 발사가 잦아지면서 경보가 울리면 주민들이 대피하는 훈련을 하는 등 북한에 의해 제기되는 위협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북한의 안보 위협: 일본의 안보 및 다자적 이니셔티브 강화   “북한의 군사 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일본의 국가 안보에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는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에 심각한 도전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대응하여 일본은 G7을 포함한 다양한 다자적 이니셔티브를 통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모든 범위의 탄도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를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집행을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일본은 외국 지도자들과 장관들과의 회담에서 이러한 점들을 거듭 강조하며 북한발 안보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Cabinet Secretariat 2022).   일본은 북한이 제기하는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다자간 이니셔티브를 지속적으로 우선시하면서 동시에 자국의 안보를 강화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77년간 일본은 평화헌법 9조에 따라 전수 방위에 기초한 제한적 방위 원칙을 고수했다. 그러나 북한의 안보 위협, 미중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안보 위협은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위한 근거를 강화시켰다. 일본은 2027년까지 국방예산을 현재 GDP의 2% 수준으로 늘리기 위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Cabinet Secretariat 2022).   일본은 현재 전후레짐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글로벌 강대국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은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발사에 대해 G7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G7은 일본과 한국과의 완전한 연대를 표명했고 북한이 불안정한 활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으며,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대화에 참여하고, 미국, 일본, 한국이 거듭 제안한 대화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3).   일본은 G7을 통한 다자협력은 물론 미일 3자간 협력을 통해 북한의 지속적인 안보위협을 규탄하고, 이러한 위협에 대한 다자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한다. 일본은 올해 G7 의장국으로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히로시마에서 비핵화를 향한 세계적 협력을 촉진하고 북한의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일본인 납치 문제: 세계 규범 강국으로서의 일본   “북한에 의한 납치 문제는 일본의 주권과 일본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중대한 문제이며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다. 국제사회가 기본 인권 침해로 떠안아야 할 보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Cabinet Secretariat 2022).”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의 공식적인 입장은 총 17명의 일본인 납치 피해자와 관련된 12건의 개별 사건을 확인했으며, 그 중 12명은 아직 귀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은 12명의 납북자 중 8명이 사망했고 나머지 4명이 자국 영토에 들어갔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은 행방이 묘연한 납북자들이 모두 생존해 있다는 가정하에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2). 일본은 북한을 인권침해국, 비민주국가, 납치문제에 관한 국제규범의 파괴자라고 비난해왔다. 일본은 이 문제에 대해 국제 규범과 인권 증진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으며, 스스로를 세계적 규범 강국으로 인식한다.   과거 일본이 한반도 식민 지배의 가해자였던 것과 달리, 납치 문제의 맥락에서 일본은 스스로를 피해자로 자리매김하고 북한 정부에 사과와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해왔다. 일본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가 이 “심각한 인도주의적 문제”의 해결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Cabinet Secretariat 2022). 이를 위해 일본은 납치 문제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규범적 가치에 입각한 문제로 규정하면서 규범적 틀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각국의 이해와 공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확보함으로써 일본은 국제규범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해가고 있다.     안보화와 대항-안보화   일본은 세계 유일의 원폭 피해국으로서 비핵 3원칙을 고수해 왔다. 히로시마현 출신인 기시다 총리도 저서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를 통해 비핵화 신조를 선언하기도 했다 (岸田文雄, 2020). 핵위협이 지속되고 있는 국제정세 속에서, 국제사회가 핵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 일본은 모두 자국의 군사력 강화를 위협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북한은 한·미·일 3국의 군사봉쇄로 국가안보를 위한 핵·방위력 강화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일본은 북한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방위력 강화에 상당한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은 G7의 지원을 받아 미일동맹 강화, 국제협력 강화, 유엔에서의 규범적 영향력 강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강화하기 위한 보다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법의 지배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동지국가들(like-minded countries)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정세를 ‘신냉전’으로 인식하는 가운데, 일본은 북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세계적 규범력을 공고히 하며 점차 과거 침략의 역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일본은 2023년 G7 의장국이자 2023~202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의 국제규범 위반 사항을 강력히 규탄하며 일본의 글로벌 리더십을 제고할 것이다.     미중 경쟁과 러-우 전쟁 이후의 국제질서 속 일본   국제 사회는 역사적 전환기에 놓여있다(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3).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侵略)’은 일본에 지워졌던 ‘전후’를 벗어날 수 있는 전환점을 가져왔다. 일본을 규범적으로 옭아맸던 전쟁 침략자로서의 이미지는 이제 러시아에 전가되었다. 아직은 평화헌법의 제약하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은 어렵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가해국, 전범국 러시아를 비난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을 억눌러왔던 가해자, 전범국 이미지로부터의 탈각을 가능하게 하는 시대적 전환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자유롭고 열린 안정적인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평화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전방위에 걸친 전략 경쟁에서 일본은 미국과 협력하는 동시에 자국의 방위력 강화를 실현하고 있다. ‘북한에 의한 핵, 미사일 개발의 급속한 진전’과 ‘중국에 의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일본의 안보 강화를 위한 군사력 강화의 불가피한 근거로 제시되어 왔다. 일본은 FOIP와 CPTPP, QUAD, TICAD 등 다자안보 및 경제 네트워크 구상 및 운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일본 중심의 다자 이니셔티브를 발휘해나가고 있다. 여기에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의 지배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는 가치 외교를 적극적으로 표방하며 동맹국 및 동지국과의 연대를 강조한다. 일본은 지정학에 가치를 접목한 ‘자유와 번영의 호(Arc of Freedom and Prosperity)’에 이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이라는 지역 개념을 실체화시켰다. 중일 관계에 있어서는 대만과의 기술협력 및 대만 해협을 둘러싼 안보 인식을 함께해나가면서 중국에 대해 할 말은 하면서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로 관리해나가겠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침략자 러시아를 비판하고, 실질적 위협인 북한에 대비하며,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중국의 시도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면서, 일본은 가치와 이익을 결합한 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글로벌 리더로서의 부상을 도모하고 있다.■     ※ 본 논평은 "Japan's Stance on North Korea's New Cold War Narrative: Strengthening Japan's Defense and Global Normative Power" 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참고 문헌 CNN. 2023. “North Korea fires submarine missiles ahead of largest US-South Korea military drills in years.” March 13. https://edition.cnn.com/2023/03/12/world/north-korea-submarine-missile-launch/index.htm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2. “Diplomatic Bluebook 2022.” https://www.mofa.go.jp/policy/other/bluebook/2022/en_html/chapter2/c020203.html   Cabinet Secretariat. 2022.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Japan.” December. https://www.cas.go.jp/jp/siryou/221216anzenhoshou/nss-e.pdf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3.“The G7 Foreign Ministers’ Meeting.” February 18. https://www.mofa.go.jp/page1e_000572.html   岸田文雄. 2020. 『核兵器のない世界へ-勇気ある平和国家の志』. 東京: 日経BP.   MOFA. 2023. “Diplomatic Bluebook 2023.” https://www.mofa.go.jp/mofaj/files/100488910.pdf   ■ 오승희_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연구교수.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의 수석연구원 및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일본 게이오대학과 대만 국립정치대학에서 방문연구를 수행하였고, 가톨릭대학교, 고려대학교, 이화여대에서 강의했다. 주요 저서 및 논문으로는 『동아시아 인정투쟁』(2023년), 『전후 중일 관계(1949~2019년)』(공저, 2019), “초불확실성 시대 일본의 게임체인저 전략: 아베 독트린, 안보 넥서스, 가치 네트워크”(2023), “일본의 가치지향 외교 네트워크: 인정투쟁, 가치 네트워크, 외교적 위선”(2022), “일본의 주변국 네트워크 외교: 미중 전략경쟁 속 대만과 북한문제에 대한 딜레마”(2021)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박정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jhpark@eai.or.kr  

오승희 2023-03-30조회 : 8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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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냉전 담론 시리즈] ④ 북한의 신냉전 인식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

■ You can visit our Global North Korea site to view the original text or download the pdf.     북한의 현 국제질서에 대한 인식   최근 수년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러 계기를 통해 ‘신냉전’과 ‘국제질서의 다극화’를 언급하며 자신과 북한의 국제정세에 대한 인식을 가감 없이 드러내 국내외 관찰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필자의 관점에서 이 같은 북한의 국제정세 인식은 미국 중심의 일극적 국제질서의 이완과 해체에 대한 그들의 강한 기대와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북한이 국제질서의 성격을 신냉전으로 규정하기 시작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G2’라는 개념의 보편적인 유통의 계기가 됐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이다. 동 사안을 통해 미중 간 국력의 경향적 저하·상승의 흐름이 축적돼 기존 국제질서의 경로의존성에 대한 강한 의문과 팽팽한 긴장이 초래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중국이 소위 미중 전략경쟁을 본격화하면서 북한의 이 같은 인식은 한층 강화됐다. 실제로 통상 부문에서 시작돼 정치·안보·가치·규범 등 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양국 간 경쟁은 전 세계적 범위에서 소위 진영화의 경향성을 빠르게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신냉전 수사의 근저에는 냉전기와 마찬가지로 두 개의 적대적 진영(bloc) 간 경쟁과 대립의 장기 지속에 대한 상황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와 함께, 북한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전후로 국제질서의 다극화 문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그들이 미국과 중국으로 대변되는 두 개의 강력한 ‘힘(영향력)의 중심’ 이외에 또 다른 중심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현실을 강조하기 위함인 것 같다. 사실 탈냉전기 동안 소위 ‘세력권’(sphere of influence)은 제국주의 시대의 낡고 정당하지 않은 개념으로 인식됐고, 국제무대에서 그 사용이 사실상 금기시됐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엠마 애시포드(Emma Ashford)가 적절하게 지적했듯 어쩌면 본질적으로 미국의 전 세계적 범위의 영향력 우위와 경쟁 세력권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사실적으로 보여주듯, 오늘날 세계는 중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국경 주변 지역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주장할 수 있는 세력권을 재구성하고 미국과 힘의 한계를 놓고 경쟁하는 시기로 진입하고 있다. 즉, 북한이 최근 국제질서의 다극화에 대한 언술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경향성을 반영하려 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북한이 신냉전과 국제질서의 다극화로 대변되는 작금의 과도기적 국제질서를 중요한 전략적 기회의 공간으로 파악·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 관계에 있어 ‘전략 전술적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이들 국가와 미국의 패권적 일극 질서의 해체라는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고, 이를 위해 전술적으로 여러 국제·지역 현안에서 공동의 보조를 맞춰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평양은 그동안 미국과 서방세계의 강권과 전횡, 패권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이런 점에서 신냉전과 다극화는 미국 중심의 패권적 일극 질서의 이완과 해체의 과정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 북한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한 현재의 과도기적 국제질서는 북한이 군사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오랜 국제적 고립을 탈피할 수 있는 광범위한 ‘회색지대’를 열어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반가운 환경 요소이다. 실제로 평양은 현재 두 국가를 통해 자국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저지·완화하고, 낙후한 재래식 무기체계를 현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하려 한다. 또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재개·확대함으로써 경제적 고립을 탈피하고 대북 제재체제를 형해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신냉전과 다극화에 대한 러시아와 북한 간 인식의 차이   러시아가 북한의 현 국제질서에 대한 인식의 세세한 부분들을 공식적으로 논평한 바 없어 그들의 입장을 명시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여기서는 푸틴 집권 이후 러시아가 표명하고 추구해온 일련의 대외노선을 통해 그 대강과 유곽을 유추해본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소위 ‘이중전환’(dual transition)을 통해 서방세계의 동등한 일원이 되고자 했고, 이 때문에 1990년대 전반기 동안 철저한 친서방 대외노선을 표방·추진했다. 그러나 그들의 이 같은 낙관적 기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더욱 큰 실망과 좌절로 바뀌었다. 모스크바는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와 그 국민들을 패전국과 그 구성원으로 취급한다고 여겼다. 무엇보다 이 같은 인식론적 전환에는 미국 중심의 일극적 국제질서의 강화, NATO의 동유럽과 발트 국가로의 지속적인 동진·팽창, NATO의 코소보 공습, 서방식 해법에 따른 경제개혁의 실패와 경제 파탄 등의 상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러시아는 미국 중심의 일극 질서가 자국의 국가이익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자국의 이해를 가장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인 다극 질서의 형성을 희구해왔다. 그리고 러시아는 이러한 목표의 달성을 위해 국제사회 내에서 소위 반미·반패권 연대의 구축을 지속하여 추구해왔다. ‘제한 없는’(no-limit) 협력으로 대변되는 중국과의 전략적 연대와 제휴의 심화가 대표적 사례이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가 북한과 큰 틀에서 국제질서의 현황과 대안에 대한 인식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양국의 국제질서 인식에 있어서 나타나는 미묘한 질적 차이를 구별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앞에서 논의한 것처럼, 북한은 신냉전과 다극화를 엄밀한 개념적 구분 없이 하나의 연동된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는 두 개념의 질적 차이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푸틴과 외교당국의 공식 대외정책 담론으로서 신냉전이라는 용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단지 “정의롭고 민주적인 다극적 국제질서”의 필요성과 구축 의지만이 일관성 있게 언급될 뿐이다. 이는 러시아가 신냉전 개념의 사용과 그 현실화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며, 다음과 같은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다.   먼저, 신냉전은 냉전의 패배자로서 러시아에 오랜 심리적 트라우마를 재소환한다는 점에서도 선호되지 않는 개념일 수밖에 없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신냉전 개념이 다분히 양대 진영화와 그 위계성을 전제하고 있고, 러시아가 이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패권적·일극적 국제질서의 붕괴를 바라지만, 그것의 대체물로 양극적 국제질서의 형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신냉전이 반드시 냉전의 똑같은 반복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두 개의 적대적 진영의 존재, 그리고 ‘진영 간 대립’과 ‘진영 내 결속’으로 대변되는 냉전의 문법은 아직까지도 우리의 인식을 상당 부분 규율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에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이 주도하는 양대 진영 또는 양극의 형성, 그리고 그 구조가 규율하는 위계질서의 수용은 최선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실제로 러시아는 현재 미국과 중국에 비해 제한된 역량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이 때문에 러시아는 그들의 이해를 가장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다극 질서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북한과 러시아는 중단기적 관점에서 미국 중심의 패권적·일극적 국제질서의 해체라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면서 지지와 연대의 보폭을 넓혀 나갈 것이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위에서 언급한 양국 간 국제질서의 미묘한 인식의 차이는 큰 의미를 갖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만약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현격하게 축소되는 상황이 가시화된다면, 그때부터 이 같은 차이가 대안 국제질서의 새로운 상과 관련하여 북한과 러시아 사이는 물론 러시아와 중국, 북한과 중국 사이에서 중요한 결절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 본 논평은 "Russia's Stance on the North Korean Narrative of a New Cold War" 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 장세호_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외교부 자문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유라시아학회 부회장, (사)유라시아21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연구교수 및 겸임교수,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러시아 국내정치, 대외관계, 한러관계이다.     ■ 담당 및 편집: 박정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jhpark@eai.or.kr

장세호 2023-03-23조회 : 9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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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냉전 담론 시리즈] ③ 북한의 신냉전 인식에 대한 미국의 입장

■ You can visit our Global North Korea site to view the original text or download the pdf.   현 국제정세   바이든 정부는 미중 전략경쟁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변화 내지 붕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 아래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정책적 수단은 하나하나 진전되고 있는 상태이다. 민주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동맹을 강화하고 국제협력을 이끌어서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것이 바이든 외교정책의 핵심이다. 외교 최우선순위 어젠다는 자유세계와 단합하여 부상하는 독재정권에 대항하고, 인권 문제를 지적하면서 민주주의 국가들과 단합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구축은 바이든 행정부 대중국 견제의 핵심 정책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는 점차 글로벌 신냉전 구도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국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반도체지원법이 그 예이다. 동맹국들의 반도체기업체들에 대해 중국에서 향후 10년간 반도체 생산능력의 확대를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산 자재를 사용하도록 기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신냉전 구도는 더욱더 극명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전쟁을 계기로 나토 회원국들은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기 시작했으며 과거에 비해 더욱더 단합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국가들 역시 지역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미국의 확장억제력 강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역 안보 위협인 중국 및 북한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이에 맞서기 위한 미국의 확장억제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표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의 대외정책 신냉전에 대한 인식   역사적으로 중국은 대북정책을 변화시켜왔다. 2006년도부터 시작된 북한의 핵실험 때 중국은 북한을 질타했지만, 이후 북미관계 강화 현상을 목도하고 2009년도부터는 북한 비핵화보다 북중관계를 우선시했다. 즉, 미국의 아시아지역에 대한 개입정책이 적극적일 때는 북중관계를 우선시했고,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소극적으로 개입할 때는 북한 비핵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 예가 2013년도 북한의 3차 핵실험이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자국 경제상황에 몰두할 때였으며,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중관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는 매우 강경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중국은 북중관계 강화를 중시하고 있다. 2022년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 국면에서 중국은 북한을 두둔했고, 유엔안보리에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 및 성명에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북한은 COVID 상황 및 미중경쟁 구도 속에서 중국과의 관계에 방점을 찍기 시작했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정책과 함께 군사력 증진을 우선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 COVID 상황이 풀리면서 북한은 중국 및 러시아로부터 경제지원을 추진하고는 있으나, 그다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는 전쟁 속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여력이 없으며, 중국 역시 국내 경제상황 관리로 인해 여유 있게 대북 경제지원을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북한은 군사력 향상을 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대화가 막혀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뒷배를 이용하여 핵무력정책법 등을 통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다지고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 및 대북정책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적 우선순위는 중국 견제이다. 중국과의 전략경쟁과 관련하여 이제 탈냉전 시기는 끝났다는 입장이며, 미중경쟁을 민주주의와 전제주의 간 경쟁으로 부르고 있다. 중국은 국제질서를 재편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유일한 경쟁자라고 언급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미국과 동맹·우호국에 대한 극심한 위협(acute threat)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개인화되고 억압적인 전제주의 체제를 위한 국제질서를 재구축하려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에 대해서 미국은 ‘폭력적 극단주의 집단’으로 부르며, ‘지속적인 위협(persistent threat)’으로 정의내리고 있다. 핵태세검토보고서는 북한을 증가하는 위험이라고 언급하고 있으며, 특히 한반도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여러 핵보유국가들을 포함하는 지역 차원의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핵 공격을 감행할 경우. 이는 “정권의 종말(end of regime)”을 의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 사용 시 생존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으며, 북한이 외부로 핵기술 전달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물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만들기 위한 북한과의 지속적인 외교를 추진할 것이지만, 동시에 북한의 WMD와 미사일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은 북한이 신냉전 구도에서 중국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미국의 정책적 우선 사항이 중국이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한정책은 매우 소극적인 상태이다. 또한, 북한비핵화에 대한 해법이 부재하고 있는 상태이며, 북한의 도발 국면에 대해 한미일 3국 공조를 바탕으로 한 억지력 강화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가장 중대한 위협을 중국으로 상정하고 있으며, 한미일 3국협력을 중국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기재로 만들려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국방전략에서 통합억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북한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하여 전진배치태세(forward posture) 유지, 통합공중미사일방어(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se) 등을 강조하고 있다.     다극 체제를 강조하는 중국,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인식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차별화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비록 국가안보전략서는 중국, 러시아와의 전략경쟁을 언급하고 있으나, 인도·태평양 역내 질서의 차원을 넘어 국제체제 전반에서 본격화된 중국과의 전략 경쟁을 가장 광범위하면서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군사안보전략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위협과 관련하여 최근 전개되고 있는 미일동맹의 변환이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작년 말 3개안보문서 발간을 통해 ‘반격능력’을 중요시하고 있는데, 적국의 공격이 있을 시 이에 대응하여 지휘통제기능을 타격하겠다는 것이다. 즉, 과거 보복에 의한 억제(deterrence by punishment)에서 이제는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만해협 사태에 대해 미일 양국의 위협인식이 공통화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일본에 대한 장거리미사일 지원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현재 미일 양국은 군사지휘체제의 변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핵무기와 관련해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양국에 대한 위협인식을 더욱더 높이고 있다. 중국이 2023년도에 10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중국을 따라오는 도전 (pacing challenge)으로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현재 1550개의 전략핵탄두화 2000개의 비전략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으며, 실존적 위협(existential threat)으로 정의하고 있다. 미국은 2030년대에 역사상 최초로 두 개의 핵강대국을 상대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의 고려사항   북한의 도발 행위가 고조화되더라도 미국은 이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북한을 대화국면으로 끌어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북한은 미국이 특별히 신경을 써서 대응해야 하는 대화파트너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중 신냉전 구도 속에서 북한이 유일하게 선택가능한 전략은 위기를 극대화하여 현재 정세를 바꾸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한국은 미국과의 대비 태세 확립을 통해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 본 논평은 "U.S. Stance on North Korea's New Cold War Narrative" 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 김현욱_ 김현욱 박사는 현재 국립외교원 교수 및 미주연구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연구분야는 한미동맹, 북미관계, 동북아 안보 등이다. 그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한국국제교류재단 비상근이사, 합동참모본부 정책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브라운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이후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포스닥으로 연구했다.     ■ 담당 및 편집: 박정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jhpark@eai.or.kr

김현욱 2023-03-21조회 : 9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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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냉전 담론 시리즈] ① 북한이 그리는 신냉전의 세계

■ You can visit our Global North Korea site to view the original text or download the pdf.   2022년 12월에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국제관계구도가 《신랭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된다”라는 세계정세 인식을 피력한 바 있다. 세계정치 차원에서 미중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신냉전 논의가 본격화된 상황에 북한도 동참하고 있다. 본고는 북한이 표출하는 세계정치 질서에 대한 인식과 의도, 의미 등을 고찰하고자 한다. 특히 최근 빈번히 소환되는 신냉전과 다극화에 대한 북한의 이해를 분석하려 한다.   냉전·탈냉전 초기 북한의 대외인식   냉전기 북한은 대외정세를 기본적으로 “자유진영 대 반동세력”의 이분법적 시각을 갖고 판단했다. 미국 중심의 자유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국제 민주 진영”간 경쟁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1960년대 중소 분쟁이 본격화되자 주체사상을 정립하면서 자주를 내세우고, 동시에 중소간 시계추 외교를 통한 ‘실리외교’도 추구하였다. 1970년 11월에 열린 5차 당대회는 북한 대외정책의 원칙을 천명한 회의이다.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벗어난 ‘현대수정주의,’ 과학적 고려 없이 신조만 강조하는 ‘교조주의,’제국적 특성을 반영한 ‘대국주의’등을 비판하면서 주체사상에 기초한 자주적 대외정책 원칙을 천명하였다.   탈냉전이 도래하자 김정일은 대외정책에서 자주를 더욱 강조하면서 선군정치를 도입하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남한 등 주변 세력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고취를 통해 ‘피포위 의식’을 소환하고 선군을 정당화하였다. 사회주의 몰락과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돌파하는 세계관으로 활용하였다.   김정은 시기   김정은 집권 초기 표출된 대외환경 인식은 이전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세력에 대한 반감이 표출되고 자주가 대외전략 핵심 이념으로 제시되었다. 다만, 북한 대외정책에서 자주와 더불어 상정되는 친선과 평화에 대한 원칙은 시기와 상황에 따라 일부 변화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김정은 정권 출범 후 2012∼13년 발표된 공동사설에서 “자주권을 존중하는 세계 모든 나라와의 선린우호관계”를 강조하였다. 연계하여 미국을 상대로 “핵몽둥이를 휘둘러대는 상대와의 굴욕적인 협상 탁자에는 마주 앉을 수 없다”라는 인식도 표출하였다.   이전부터 표출되었지만, 기존 국제질서와 규범의 불합리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보다 강화되었다. 김정은이 전력투구하는 핵개발과 관련하여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조하여 부과되는 제재에 저항하는 목적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은 2012년 4월 장거리로켓을 발사하면서 “안보리 결의보다 훨씬 더 우위를 차지하는 보편적인 국제법들이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인정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신냉전과 다극체제 세계관   북한이 다시금 ‘냉전’을 소환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이다. 북한은 미국의 군사력증강 계획, 특히 미사일 방어와 첨단 전투기, 핵능력 강화 등을 비판하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세계 여러 나라들이 경각성을 가지고 주시한다”라면서 “새로운 냉전”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신냉전 테제는 다극화와 연계되면서 반미를 기반으로 마르크스 결정주의 역사관을 따른다. 2008년 북한은 “《새로운 랭전》론이 대두하게 된 배경”이라는 제하로 다음과 같은 주장을 전개한 바 있다. 우선 미소간 냉전을 “초대국들 사이의 부당한 경쟁”이라면서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랭전이 되풀이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이 “유일 초대국”으로서 누리던 “지위”가 “로씨아를 비롯한 대국들”에 의해 도전받는 “다극화 추세”에 직면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다극화는 국제관계가 민주화되는 과정으로서 력사의 전진으로 되지만 일극화는 국제관계의 파쑈화를 노린것으로서 력사의 반동”으로 정의한다. 결국 “미국의 시대착오적인 랭전정책은 세계 진보적 인류의 항거에 부딪쳐 종국적 파산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리하면 미국에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을 즈음하여 탈냉전 미국 단극체제는 중국, 러시아 등에 의해 도전받기 시작하여 다극 체제 추세가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에 대항하여 미국은 일극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테러와의 전쟁을 활용하여 나토를 확대 강화하는 등 냉전정책을 지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미국은 파산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결정주의적 역사관을 표출한다. 일극 체제와 “새로운 냉전”을 비판하는 반면, 다극화는 긍정적 세계질서로 평가한다.   북한은 이중적 신냉전 구도를 제기한다. 우선 북한을 미국과 대등한 입장으로 간주하고, 미소 양국간 냉전구도를 미북간 신냉전 구도로 치환한다. 미국의 대북 억제력 강화 조치를 “새로운 랭전을 몰아오는 시대착오적인 망동”으로 규정한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도 신냉전을 소환한다. 2011년 “랭전의 긴장도가 높은 동북아시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이 남조선, 일본과 3각 군사동맹을 구축하여 중국, 로씨야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는데 몰두함으로써 동북아시아에서 새로운 랭전을 촉발시키고 있다”라는 것이다.   진행형이었던 신냉전 도래가 “완전히 부활”했다는 완료형으로 전환된 것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기가 되었다. 북한 외무성은 전쟁 발발 후 일주일 3회까지 러시아를 옹호하고 미국을 비판하는 입장을 표출하고 있다. 서방세계가 러시아의 합법적 안보 고려를 무시하여 전쟁이 발발하였고, 이후 대규모 무기공급과 제재 등 반러시아 적대행위를 강화한다는 주장이다. 전쟁을 계기로 서방세계와 이에 대응하는 세력간 진영이 구축되었음을 강변한다.   김정은의 최고위 수준에서 신냉전이 직접 언급되었다. 전술한 2022년 12월 개최된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신냉전으로 명백한 전환과 다극화 추세를 천명한 바 있다. 주된 이유로 미국이 “《동맹강화》의 간판 밑에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쁠럭을 형성하는 것”과 남조선을 포함한 적대세력의 “군사적 동태와 활동”등을 들었다. 특히 한미일 3각 공조를 신냉전의 핵심으로 상정한다. 다극화 추세로는 브릭스, 상하이협력기구 등 신흥경제국들이 미국 주도의 “일극화 경제체계에 도전하여 국제경제관계의 다극화를 실현”한다고 근거를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오커스(AUKUS), 푸른태평양지역동반자(PBP), 쿼드, 인도태평양경제협력(IPEF) 등을 “신랭전의 산물”로 규정하고, 냉전 진영으로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신냉전 세계관의 배경과 한계   북한이 신냉전을 소환하는 것은 미국의 군사력 강화와 대북정책을 비판하려는 목적이다. 북한은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이 한국에 무기를 판매하거나, 첨단전력을 개발 및 배치함으로써 대북 억제력을 향상시키는 조치를 “신랭전”의 “시대착오적 정책”으로 정의한 바 있다. 특히 한미연합훈련과 미 전략자산이 한국에 전개되는 것을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냉전정책으로 규정하였다. 이 추세는 지속되어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역내 군사 역량을 증대하는 행위를 “《힘의 우위》를 통해 패권적 지위를 추구하려는 미국의 시대착오적인 대외정책과 위험천만한 군사적 준동으로 말미암아 아시아태평양지역에는 신랭전의 검은 구름이 무겁게 드리우고 있다”라고 비판한다.   특히 “신랭전 격화와 신랭전 구도의 심화”계기가 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활용하여 북한이 원하는 구도를 강변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자국의 주권과 령토완정, 근본리익을 수호”하는 정당한 전쟁으로 정의한다. 더불어 서방세계가 부과하는 대러 제재를 “압박소동”과 “비우호 정책”으로 비판한다. 북한이 주창하는 한반도 “령토 완정”과 제재 철회의 목표를 러시아 상황에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종합할 때 북한은 신냉전 담론을 통해 진영화된 세계질서에 자신들의 핵보유 정당성을 주창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파생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기능부전을 지속적으로 파고들어 북한핵을 불법화한 기제의 정당성을 훼손하려 한다. 더불어 한미일을 삼국동맹으로 규정하여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지지의 정당성을 진영 차원에서 강화하려 한다. 신냉전으로 제재가 무용함도 강조한다. “미국의 제재가 결코 만능의 수단”이 아니며 “미국의 시대착오적인 제재압박소동에 강경히 맞서고 있는 러시아 정부와 인민의 투쟁에 전적인 지지와 련대성을 보낸다”라는 북한의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북한이 그리는 신냉전과 다극화 세계는 완성형이 아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신냉전의 완전한 도래는 쉽지 않다. 냉전이 내포하는 이념 결속, 진영 절연 등이 부재하다. 미소의 냉전 시기와 달리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 대립으로 치환하는 신냉전은 체제 차이 외에 이념적 정합성이 부족하여 지속하기 어렵다. 더불어 냉전 시기 공산주의 대 자유주의가 보여준 절연성도 현 세계에 적용하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 및 다분야에서 완전히 탈동조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북중러가 지속성 있는 하나의 진영 혹은 ‘한 참모부’로 기능할지도 불확실하다.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는 현 상황에서 결집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이들 국가는 불신이 가득한 ‘편의에 의한 결합’ 관계이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희망과 기대를 품고 “신랭전 격화와 신랭전 구도의 심화”를 주창하고 있지만, 실현 여부는 불확실하다.■   ※ 본 논평은 "North Korea's Outlook on the New Cold War" 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 박원곤 _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한반도평화연구원(KPI) 부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 18년간 한미동맹과 북한을 연구하였으며 한동대 국제지역학(International Studies) 교수로 재직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한미동맹, 북한 외교 및 군사, 동북아 국제관계(사)이다.     ■ 담당 및 편집: 박정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jhpark@eai.or.kr  

박원곤 2023-03-10조회 : 10535
논평이슈브리핑
[북한 신냉전 담론 시리즈] ② 북한의 “신냉전론”에 대한 중국의 인식과 셈법

■ You can visit our Global North Korea site to view the original text or download the pdf.   탄도 미사일 발사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이 ‘신냉전론’과 ‘지정학적 요충지론’을 내세우면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 국면에서 북한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북한은 ‘다극화론’도 주장하면서 미국 패권의 쇠퇴와 중국 국력의 신장으로 국제질서가 다극 체제로 전이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주장을 통해 북중러의 전략적 연대를 도모하고 미국에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공세를 제국주의 대 사회주의의 대립 구도로 설정하고 북한과 중국간의 사회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미중의 전략 경쟁이 심화되고 북미, 남북간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북중관계는 외형상 긴밀해지고 있다. 북중간에는 2022년 9월에 신의주-단동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되었고 2023년 2월에는 나선-훈춘간 트럭 통행도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미중 갈등의 최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 확실하게 중국 편을 들고 있다. 예컨대 북한 외무성 부상 박명호는 “최근 미국이 중국의 불가분리의 영토인 대만의 독립을 부추기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미국을 향해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북한이 중국과의 전략적 연대를 적극적으로 도모하고자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북한은 유엔의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난으로부터 돌파구를 마련하고, 향후에도 추가 제재를 저지하는데 있어 중국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실제로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균형 있게 해결’ 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면서 사실상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한 추가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 세계적 네트워크 구축 경쟁이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우군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통 우호 국가로 지칭되는 북한과의 관계를 중요시 하고 있다. 중국 역시 북한과의 ‘친선협조관계’를 강조하면서 축전 외교로 화답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북한의 제기하는 다극화에는 동의하지만, 신냉전론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중국은 오히려 미국의 공세와 압박을 향해 냉전적 사고라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즉 중국 외교부는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게임 등 낡은 관념을 반대하고 지정학적 충돌과 강대국 경쟁을 과장하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신형국제관계’ ‘인류운명공동체’ 등 ‘신시대’에 부합하는 이른바 ‘중국식 방안’들을 제시하면서 ‘냉전적 사고’와의 차별화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이 제시하고 있는 신냉전론과 북중러의 전략적 연대에 전면적으로 동조할 수 없는 이유와 복잡한 전략적 셈법이 있다.   첫째, 시진핑 정부는 현실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객관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체제 안정과 경제 회복을 견인하는 것이 우선이고 외교는 이러한 국내 우선 정책에 적합한 외부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데 두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시진핑 주석은 20차 당 대회 보고에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위해 첨단기술의 자립과 자강, 과학 기술 인재 양성, 민생 복지의 증진, 생태환경의 개선, 그리고 공동부유 달성 등 다양하고 복잡한 국내 과제와 목표를 열거했다. 중국에게 북한은 전략적으로 이중의 함의를 갖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대립과 경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지만 동시에 접경한 북한으로부터의 야기되는 안보 불안에 대한 우려도 있다. 북한은 핵위기, 미사일 도발, 경제난 등으로 수시로 중국 국경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향해 ‘전략적 소통’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이면에는 북한발 안보 불안을 관리하려는 의도도 있다. 요컨대 중국에게 접경한 북한은 전략적 연대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대이다.   둘째, 중국과 북한은 미국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공감대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양국 모두 사실상 미국과의 관계를 더 중요시 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북한은 미중 대립 상황에서 전적으로 중국 편을 들고 있지만 중국은 북한과 달리 북중관계에서 ‘미국 요인’를 상대적으로 덜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면적인 세력 경쟁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이를 우회하려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체제 위기, 도발, 그리고 북미관계의 개선 등 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변화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북한(핵)문제로 인해 미국과의 갈등 전선이 확대되는 것도 원치 않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이 기대하는 대로 선제적으로 유엔 제재 결의를 위반하면서까지 북한에 대해 지원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적 대치가 불가피한 현실에 직면하지 않은 이상 북한과의 군사 안보 협력도 기존처럼 제한적으로만 진행할 것이다.   셋째,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 북한과는 분명한 입장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매개로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러시아가 기대하는 수준의 명확한 지지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중국은 유엔 헌장 견지, 당사자의 합리적 안전 우려 고려, 대화를 통한 해결, 역내 장기적 안정을 담보할 수 있는 유럽 안보 기제 구축이라는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4가지 방안이라는 원론적이고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주권 및 영토 수호와 내정 불간섭을 중요한 외교 원칙으로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특히 최근 중국은 대만 문제는 내정이고 주권 사항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영토주권 수호의 원칙은 절대 경시할 수 없다. 중국은 미국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우군으로서의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주권과 영토 존중이라는 중국 외교의 핵심 원칙을 훼손할 수는 없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유럽 등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지속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러시아의 군사 지원 요청에는 호응하고 있지 않다. 요컨대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미국, 유럽 국가들과의 대립 상황이 더욱 고조되는 것을 회피하고자 한다.   넷째, 북한은 제재와 고립으로부터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북중러의 연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은 한미일 협력을 북중러 연대의 중요한 빌미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예민하다. 중국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이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의 빌미가 되고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배치 기회로 사용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의 연이은 탄도 미사일 발사로 인해 한국과 일본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에 대한 긍정적 입장이 증가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이 53.6%(2020), 64.2%(2021), 72.4%(2022)로 늘어나고 있다.[1] 일본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한미일 안보협력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2022년에 73.9%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2022년 11월 캄보디아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처음으로 '프놈펜 성명'이라는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미일 3각 공조와 확장 억제 강화, 그리고 경제 안보 분야의 협력을 논의했다. 중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이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결국은 북한보다는 중국을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미일 안보 협력이 한반도를 넘어서 대만 문제로 확장될 가능성에 대해서 중국은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한미일 협력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명시적인 북중러 연대에 적극적이지 않다. 중국은 우군의 확장도 절실하지만, 러시아와 북한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의 국가 이미지가 더 나빠지고 고립이 심화되며 미국과의 대립이 악화되는 것도 피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요컨대 북중 양국이 외형적으로는 긴밀함을 과시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하고 상이한 전략적 계산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미국에 대한 대응이라는 전략적 협력의 동기를 공유하고 있지만 ‘미국 변수’의 구체적 활용법은 여전히 동상이몽이다. 북한은 미국과 중국 양 강대국이 세력 경쟁에 몰두해 있는 상황을 이용하여 고립과 경제난으로부터의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한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결국 미국과의 협상 기회를 탐색하고자 한다. 반면에 중국은 가능한 한 미국과의 본격적인 세력 경쟁을 지연시키면서 국내 발전에 집중하고자 한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 문제로 인해 미국과의 마찰면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북한발 안보 불안이 가중되는 것도 관리하고자 한다.■   ※ 본 논평은 China's Stance on North Korea's "New-Cold War" Narrative 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1]동아시아연구원, “[EAIㆍ言論NPO 공동기자회견] 제10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발표.” (2022년 9월 1일)http://www.eai.or.kr/new/ko/etc/search_view.asp?intSeq=21398&board=kor_event(검색일: 2022년 10월28일).; 동아시아연구원, “[EAIㆍ言論NPO 공동기자회견] 제9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발표.”(2021년 9월 28일).http://www.eai.or.kr/new/ko/etc/data_view.asp?intSeq=20884(검색일: 2022년 10월 28일).     ■ 이동률_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대중국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중국의 대외관계, 중국 민족주의, 소수민족 문제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한반도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전략과 역할,” “1990년대 이후 중국 외교담론의 진화와 현재적 함의,” “시진핑 정부 ‘해양강국’ 구상의 지경제학적 접근과 지정학적 딜레마," “Deciphering China’s Security Intentions in Northeast Asia: A View from South Korea,” 《중국의 영토분쟁》(공저)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박정후,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jhpark@ea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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