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
[보이는 논평] 트럼프, 미중관계, 그리고 한반도

■ 영문 영상 및 전문으로 바로가기 [Go to English Video & Transcript]Q1: 트럼프 대통령 외교정책 전반에 대한 의견  전재성: 첫 번째 질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전반에 대한 의견이고, 두 번째 질문은 중국과의 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로스: 도널드 트럼프에게서 대전략을 찾아내기란 매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안보 정책의 목적 달성과 상충된다는 점은 우리 모두가 이해하고 있다고 봅니다. 트럼프가 지금 일본과의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 인도와의 협력 관계를 훼손하며, 한국과의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 있는데, 이 국가들은 미 국방부가 중국의 부상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핵심 동맹국이라고 보는 국가들입니다. 따라서 여기서 미 정부 기관 간 조정을 볼 수 없고, 다만 트럼프가 강압적 경제 정책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미국 안보 정책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국방부 내에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인도, 일본, 호주와 함께 중국에 맞서야 한다고 믿는 인사들이 있으나, 트럼프는 이러한 소위 '비(非) 강대국'에 대한 존중이 거의 없습니다. 유럽 국가들이든, 대만이든, 우크라이나든, 한국이든, 심지어 일본이든, 트럼프의 전반적인 외교 정책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안보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국방부가 지속적으로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맞서며, 안보 문제의 중요성을 대통령에게 상기시키려 노력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트럼프의 경제적 본능과 안보적 요구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끌어당기고 잡아당기는 힘의 작용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의 경제 정책과 동맹국에 대한 전반적인 무관심에서 벗어나기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방부가 대통령을 중심으로 다시 끌어오려 노력하지만 말이죠.  Q2: 현재의 미중 관계 속에서 한국 외교의 바람직한 방향은?  로스: 국가들은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중요한 순간에 버려질까 두려워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불확실성에서 [한국이]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인데, 그것은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만약 미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고, 앞으로의 경제 협정의 안정성을 기대할 수 없다면, 미국의 지원 없는 상태에서 중국의 보복으로 인해 큰 대가를 치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과 체결한 협정이 도움이 되거나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계속 재협상되는 상황에 처한다는 점이 진정으로 위험합니다. 안보 공약은 약화되는데 동시에 중국의 압박은 더욱 커지는 것 입니다. 한국, 필리핀, 대만 및 동아시아 다른 국가들에게 이보다 더 나쁜 상황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한 조치이며, 이를 재고하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앞으로의 미국 정책에 대해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는 중국 및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볼 수 있습니다. 호주가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한국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려 노력하는 모습도 포착됩니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들에 생겨나는 불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기꺼이 활용하려 할 것입니다. 한국은 “신뢰할 수 없고 예측 불가능한 미국”과 “강압적 정책을 동원해 한국이 미국과의 협력을 재고하도록 강요하려 하는 중국”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Q3: 트럼프 임기 종료 이후에도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유지 될 것인가?  전재성: 미국 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고려할 때, 그의 임기가 끝난 후에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지속될 것이며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에 대한 압박이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로스: 트럼프 이후에 대해서는, 트럼프가 과도한 “공공 외교”를 펼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요. 첫째, 트럼프가 입장을 이리저리 바꾸게 됩니다. 이게 미국의 평판에 좋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겠죠?  그리고 두 번째로, 미중 간 간극의 정도를 공개적으로 널리 알립니다. 이 정도의 공공 외교는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나 희토류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겠지만, 조용히 협상될 것이고, 진전으로 여겨지는 합의―장기적 비방에 대한 단기적 처방이 아닌―가 발표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3년 후에 미국의 외교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Q4: 최근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봤을 때, 중국의 미국 압박 대응 의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전재성: 중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아시다시피 최근 중국은 희토류 원자재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대한 철저히 준비되고 정교하게 계산된 대응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미국 압박 대응 의도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로스: 우선 중국에서 새로 나온 규정은 단순히 승인을 위한 규제입니다. 이 규제들은 자동적으로 수출에 대한 더 큰 제약이나 통제를 가하지는 않습니다. 이 규제들은 중국 정부가 원할 때만 수출을 통제할 수 있는 재량권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이러한 영향력을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도 행사하여 미국과의 협력을 줄이도록 유도하곤 합니다.  그리고 많은 국가들은 중국과의 협력이 자국의 경제 안보에 중요하다고 판단할 것이며, 미국이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제 보호주의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시장 접근권과 중국산 희토류 및 수출품에 대한 접근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한국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어떻게 협력할지, 조선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과학기술 제한을 다룸과 동시에 중국 시장 접근권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희토류 문제는 결정적 요인이 아니라고 봅니다. 중국이 이를 악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국의 이 규제들은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에게 중국이 어떻게 유연할 수 있을지를 말해주는 것입니다.  Q5: 대만 군사 충돌 가능성은?  전재성: 미국 정가는 대만 군사 충돌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최근 워싱턴에서 이러한 긴박감에 변화가 있습니까?  로스: 흔히 “워싱턴 벨트웨이”로 불리는 미국 싱크탱크 커뮤니티가 국무부나 백악관에서 나오는 지배적인 논리에 점점 더 포섭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싱크탱크 분석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거의 벌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는데, 국방부 장관과 전 해군 작전사령관 모두 중국이 2027년까지는 대만을 침공할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2년은 더 걸릴 겁니다.  둘째, 전 미국 국방장관은 실제로는 2028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설령 중국이 능력을 갖췄다 해도 대만을 침공을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국방부 지도부는 이는 중국이 원하지 않는 전쟁이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저는 이 관점을 이해합니다.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십시오. 우선 대만 동해안 해변에 상륙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만 군대를 뚫고 싸워나가야 하며 대만의 도시와 교외 지역을 가로질러 진군해야 합니다. 중국군은 모든 교외 지역에 걸쳐 전투을 벌여야 할 것입니다. 그 후에는 대만의 주요 도시들에서 시가전을 치러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대만에 중국에 장기적으로 맞서 소모전을 벌일 수 있는 물자들을 대만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한 관점은 시진핑이 중국몽을 실현하고자 한다는 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중국몽을 이루지 못하고 역사상 가장 무능한 중국 지도자로 기록된다면, 그는 그런 결말을 원하지 않겠죠. 게다가 중국은 경쟁에서 여전히 이기고 있습니다. 대만해협에서 힘의 균형은 계속해서 미국에서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한 걸음 물러나서 보면, 일본을 제외하고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에 대한 일관성 없는 정책을 가진 세 나라가 모두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대만, 필리핀이 바로 그 나라들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민주주의 국가들도 중국의 부상과 맞서야 할 것입니다. 동아시아의 나머지 국가들은 한 쪽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고, 결국 대만 역시 (중국 측도 알고 있겠지만) 유사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국민당은 계속해서 1992년 합의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이 왜 무력을 사용하려 하겠습니까?  오히려 중국의 전략은 계속해서 큰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군사력, 해경, 공군, 해군을 동원해 대만에 가하는 압박과 유사한 방식으로, 대만이 위기를 촉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한 행동을 할겁니다. 낸시 펠로시 의원의 대만 방문이 잘못이라는 시각이나, 2012년 스카버러 암초 사태에서 필리핀이 잘못했다는 시각과 동일한 논리죠. 이를 통해 중국이 대만의 무역 공간을 차단하기 위해 2주간의 군사 훈련을 발표할 수 있습니다. 딱 2주만이요. 그 정도 기간이면 미국은 대응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중국은 전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한국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호주와의 긴장을 최소화하며, 대만에 대한 목적을 달성해 미-대만 협력을 약화시키는 방법이 될 것이다.  Q6: 한미동맹 “현대화”에 대한 의견은?  전재성: 아시다시피 한국의 입장에서, 이른바 “동맹 현대화”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미국은 한국이 대만을 겨냥한 가능한 중국의 행동을 억제하는 데 있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죠. 하지만 한국의 지리적·전략적 제약을 고려할 때, 한국이 이 상황에서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에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이 이러한 한계를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기대치가 그에 따라 어떻게 조정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로스: 지난 20~30년간 한국은 주한미군이 북한에 대한 방어 목적으로 주둔한다는 명확한 정책을 유지해왔습니다. 한반도를 벗어난 지역에서의 비상사태 시 한국 내 미군 기지는 사용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이 정책을 다소 약화시켰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걸 명확히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국에서 결코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그 점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한국이 지리적·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은 맞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다소 단도직입적으로 생각해보죠. 최근 중국을 방문했을 때 한 전직 중국 군 지도자가 필리핀 내 모든 미군 시설을 파괴하는 데 20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죠. 이것이 미국이 직면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중국의 부상으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국에 대항하는 한미간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죠.  미국 안보 계획 담당자 입장에서 보면 모순이 존재합니다. 한국의 미국 방어 기여도는 줄어들고 있는데, 한국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으니까요.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의 동맹국 정책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이 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책의 일부는 이들 국가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고정시키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따라서 중국과 갈등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손발이 맞는 협력 관계를 구축해 놓았기에 다른 경우보다 협력이 더 확실해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AUKUS의 목적입니다. 일본 남쪽 열도에 미국이 병력을 배치하는 목적도 바로 이것입니다.  Q7: 남북한 관계에 있어 중국의 역할에 대한 전망  전재성: 마지막 질문은 북한에 관한 것입니다. 김정은이 9월 초 시진핑, 푸틴 등 지도자들과의 다자 회담을 가졌고 중국군 열병식에 참석한 것을 고려할 때, 북중러 사이에 역사적으로 강한 유대 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특히 북한이 러시아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현재, 중국의 최근 대북 정책을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권위주의 연대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보십니까? 이는 북한을 더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할까요?  로스: 우리는 러시아와 북한의 긴밀한 협력을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도 이기지 못한다면, 러시아가 북한의 안보나 공격 능력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불분명합니다. 따라서 저는 이를 기본적으로 외교적인 관계로 봅니다. 러시아가 고립되어있고, 북한도 고립되어있기 때문에 서로 손을 잡는 것입니다. 중국은 훨씬 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죠. 그래서 우리는 북한이 중국과의 협력을 진전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도 그런 의도를 말하는 것을 못 봤습니다. 중국은 한국이 중국과 협력하는 데 대해 훨씬 더 조용한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이제 중국은 북한이 이재명 정부와 협상하여 제재를 완화하도록 적극 장려할 의사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관계든 정상회담이든 말이죠. 이는 분명히 중국의 이익에 부합합니다.  첫째, 중국이 한국을 도울 수 있다면 중국에게 유리하고, 둘째,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면 미국의 군사적 존재감을 강화할 기회가 줄어들어 중국에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겉으로 드러난 모든 정황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에게 “지금이 타협할 때다”라고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북한이 남북 관계의 현상 유지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죠? 적어도 선언적 정책으로서 통일은 포기했습니다. 남한으로의 다양한 접근 경로를 차단했고, “통일 불가”를 말해왔습니다. 물론 중국은 통일 문제로 북한에 압력을 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현상 유지를 더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에 그러한 방향으로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따라서 일부가 말하는 이른바 “축”이라는 개념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한국은 북한을 상대하는 데 있어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양보를 해야 할 것이며, 이재명 정부에서 이러한 기조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한국이 북한을 상대하는 데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며, 중국은 북한에 압력을 가해 협력이나 경제적 균형, 무역 등을 시도하도록 함으로써 확실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전재성: 좋아요. 추가로 궁금한 점들이 많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훌륭한 통찰입니다. ■  ■ 로버트 로스(Robert S. Ross)_보스턴 컬리지 정치학과 교수, 하버드대학 페어뱅크 중국학연구소 연구원.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11) | leesj@eai.or.kr 

로버트 S. 로스 2025-11-04조회 : 602
논평이슈브리핑
[보이는 논평_대담 전문] 트럼프 쇼크, 무역전쟁, 한국의 과제

Q1. "해방의 날" 관세 폭탄: "트럼프 쇼크와 기존 무역 질서의 대격변"   손열: 안녕하세요. 동아시아연구원 손열 원장입니다. 오늘 세계는 트럼프 쇼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한 이후에 3단계 정도 된 것 같아요. 첫 번째는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대해서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시작을 했고요. 그건 불법 이민이나 펜타닐 차단 명목으로 관세를 사용하겠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두 번째는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그리고 중요한 기관 산업에 대해서 관세를 부과하고, 그것을 통해서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게 두 번째였다면, 지난주 4월 2일에 나온 상호 관세는 reciprocal trade, 상호적 무역 관점에서 무역 불균형을 전면적으로 시정하겠다며 대규모의 관세 폭탄을 내렸습니다.   미국의 무역 적자는, 미국에 따르면, 2024년 현재 1조 2천억 달러 규모, 약 1,800억 원 정도로 사상 최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지속 불가능한 긴급 사태로 규정하고, 그에 따라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해서 온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원래는 놀랄 일은 아니죠.   대선 과정에서도 보편관세 10%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60%를 부과하겠다는 얘기들이 있었는데, 그걸 실제로 집행했고, 또 규모 자체도 훨씬 더 크게 발표했기 때문에 전 세계가 지금 충격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것이 한국 같은 무역 상대국에는 직접적으로 수출에 타격을 주는 것이지만, 더 넓게 보면 세계 경제질서가 혼란에 빠지고, 사실상 붕괴 상태에 이르렀다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기성 질서 속에서 성장과 풍요를 누려 온 한국은 정말 큰 타격이 예상됩니다. 또 이번에는 동맹국에도 예외 없이 관세 폭탄, 오히려 더 많은 폭탄을 내린 것 같은 측면도 있고요. 따라서 동맹에 대한 의구심도 이번 관세 폭탄을 통해 증폭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두 분의 국내 최고 전문가를 모시고, 트럼프 관세 폭탄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과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Q2. 관세전의 기저 요인: "경제적 합리성을 넘어서는, 동맹에 대한 불신과 정치적 의도의 결합"   손열: 첫 번째는 역시, 도대체 트럼프가 왜 이런 무모하리만큼 큰 관세 폭탄을 내렸는지, 도대체 트럼프가 원하는 것이 뭔지, 트럼프의 최종 목표, end goal이 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증폭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거기서부터 좀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최병일: 트럼프 두 번째 임기잖아요. 트럼프 1기 때하고 비교를 해보면, 트럼프는 처음부터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자기는 그렇게 소명을 했고. 1기 때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게, 미국 제조업의 부활은 시대착오적인 목표다. 왜냐하면 미국은 지금 첨단 산업, 서비스, 금융 이런 걸 가지고 국제 분업 구조에서 역할을 하고 있고, 제조업으로는 대량, 싸게 잘 만들 수 있는 아시아 국가, 글로벌 밸류체인이 다 넘어가서, 이걸 통해서 미국이 계속 성장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제조업? 다시 이 수법인가.   1987년에 트럼프가 두 가지, 지금 많은 역사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일을 했어요. 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협상 관련 책을 썼고, Art of the Deal. 그 책 표지를 제가 잊을 수가 없는데, 금발에 굉장히 잘생긴 백인이 센트럴 파크를 배경으로 서 있고, 공항 서점에 꽂혀 있던 걸 지금도 기억해요.   그해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에 본인이 돈 내서 전면 광고도 했는데, 거기 내용이 뭐냐면 "왜 우리는 일본 같은 동맹국을 지켜주면서 그들은 공짜 안보를 누리고, 와서 우리한테 엄청난 수출을 하느냐. 왜 우리를 강탈하고 약탈하느냐." 지금 트럼프가 쓰는 "rip-off," "rape" 같은 표현이 이때부터 등장한 거예요.   트럼프의 세계관을 보면, 80년대 맨해튼 부동산 사업자로서, 미국이 그런 신흥 제조업 국가들과 경쟁하면서 이겼고, 이제 동맹이 돼서 우산을 제공해줬는데, 그들은 감사를 안 하고 방위비 분담도 안 한다고 여긴 거죠. 그게 1987년이고, 대선 나온 게 2016년이니까 거의 30년 넘게 그 생각을 가져온 거고요.   1기를 해보고 지금 2기 컴백인데, 37년째 바뀌지 않은 세계관을 그대로 갖고 있는 거죠. 지금은 그 '일본'이 '중국'으로 바뀌었고, 게다가 'Second Japan'이 많이 생겼잖아요. 한국, 대만, 베트남, 멕시코, 이런 게 있고요. 결국 이런 세계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겁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1기 때 많은 걸 했지만, 2기에는 더 강력한 관세 공약이 있어요. 손 원장님 말씀처럼 '보편 관세 10%'를 모든 국가에 걸겠다고 하면서 캠페인을 했고, 이제는 20%까지 올라갔죠.. 중국은 우리가 미중 21세기 패권 경쟁을 하는데, 궁극적인 마지막 경쟁자는 미국이라는 걸 트럼프 때도 이미 했고, 국가안보 보고서에도 그렇게 네이밍을 했고, 인도·태평양 전략이 그때 나오고 하니까.   트럼프가 말은 시진핑이 나의 훌륭한 친구라고 하지만, 결국 마지막 라이벌로 보는 것인데. 중국은 1기 때 트럼프가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서 무역 합의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1단계 합의를 이행할 틈도 없이 백악관에서 물러났잖아요. 바이든 4년 동안 뭘 했냐는 건데.   자기는 돌아와서 이걸 이행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을 완전히 핵심적인 국가안보와 연결되는 산업 분야에서는 sector끼리 커플링을 끊겠다는 게 그의 목표고, 그걸 하기 위해서 몇 가지 실행 계획 가운데 하나가, 그의 보좌관들이 써준 플랫폼을 보면, 60% 정도의 관세로 중국이 미국에 아예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는 거예요.   또 핵심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완전히 미국에서 배제하는데,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빼겠다. 그리고 중국이 WTO 가입하면서 누리고 있는 MFN 대우, 이걸 못 하게 하기 위해서, 1999년 클린턴 정부 때 중국이 WTO 과정에서 미국과 협상한 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 (PNTR)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천명을 했어요. 이런 것들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되고요.   그러면서 트럼프가 왜 이런 걸 하느냐? 거기에는 미국을 21세기 제조업의 슈퍼파워로 다시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주도하는 게 상호 관세든, 보편 관세든 간에, 힘을 이용해서 양자적인 관계로 미국이 갖고 있는 거대한 시장을 활용해서 결국 무역수지 적자도 해결하고 싶고, 또 제조업을 미국 내에서 하게 하고 싶은데, 이게 미국 투자만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그 제조업 분야에 전 세계에 굉장히 퍼져 있는 리딩 회사들을 점점 더 끌어들이고 싶은데, 반도체는 TSMC, 자동차는 현대자동차가 더 많은 지분(portion)을 누리고 있고.   그래서 그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관세는 협상용이 아니죠. 관세는 계속 있어야 됩니다. 왜냐하면 관세를 매기지 않는 순간, 제조업 투자하겠다는 약속은 empty word가 될 수 있어요.   트럼프가 생각하는 제조업은 철강, 알루미늄, 항공기 이런 거예요. 20세기 초반, 영국을 제치고 미국이 제조업 강국이 되었을 때의 산업이죠. 지금 우리 생각에는 이거 말도 안 되는 거 아니냐 싶은데, 이걸 안보하고 연결해 보면, 미중이 경쟁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듯이 선박 운항 같은 제조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고, 거기 들어가는 게 철강, 알루미늄 같은 것들이기 때문에, 이 사람 생각이 완전히 허황된 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예요.   방법이 굉장히 극단적이고(drastic) 충격적인 건데, 그렇다고 해서 중국만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고, 동맹국까지 싸잡아서 하니까, 그게 우리한테 더 큰 충격이 됐던 거죠.   그리고 트럼프가 꽂혀 있는 게 자동차 산업입니다. 철강, 자동차 두 개에 꽂혀 있다고 보면 되는데, 철강은 자동차를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연료고, 또 다른 모든 부분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1기 때 2018년에 섹션 232, 국가안보를 이유로—사실 국가안보를 이유로 할 틈이 없는데—동맹이든 비동맹이든 철강 관세를 때렸을 때, 한국과 일본, 유럽이 항의했잖아요. 왜 우리 동맹국인데, 우리 목숨 안보를 위협하느냐. 그런데 그 사람은 개의치 않고, 때로는 우리한테 무역수지를 많이 누리는 일본이나 독일이나 한국이, 시진핑이나 푸틴이나 김정은보다 나쁜 사람이다—이번에도 똑같은 이야기 했어요.   트럼프는 "동맹"이라는 단어를 안 쓰고, "가치"라는 단어도 안 씁니다. "Alliance"를 안 쓰고 대신 "friend"라는 단어를 쓰는데, 때로는 "friend"가 "enemy"보다 나쁘다—이런 식의 세계관이라, 그런 것들이 우려가 되는 거고.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겠다고 법처에서 얘기하면서, 1기 때 NAFTA 협상을 재협상하고, 이름도 USMC로 바꾸고.   손열: 지금 트럼프가 원하는 여러 가지 목표들이 있는데, 그걸 관세로는 사실 해결이 안 된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컨센서스입니다. 4월 2일 이후에 수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잖아요. 이구동성으로 이건 안 된다는 거죠. 그러니까 관세를 부과할 수는 있는데, 그것을 통해서 본인이 아까 말씀하셨던 그 원하는 것들을 얻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최병일: 트럼프 주위에 좋은 사람이 과연 있느냐, 그게 질문인데요. 트럼프 주위에는 트럼프 생각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아요. 1기 때 보면, 이른바 시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은 글로벌리스트였어요. 미국이 갖고 있는 트럼프의 문제의식에 공감하지만, 트럼프가 하는 방식처럼 일방적인 조치로, 그러니까 rule-based, free and open trade를 완벽하게 다른 걸로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주위에 있었는데, 그들은 다 쫓겨났잖아요. 그리고 트럼프가 2기 내각을 구성하면서는, 처음부터 "우리 내각에는 그런 글로벌성이 없다"고 못을 박았어요.   지금 보시면, 재무장관이나 상무장관은 다 월가 출신 해지펀드 쪽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은 돈을 버는 데는 이골이 난 사람들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래를 해내는 사람들이죠.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을 보면, 지금 Peter Navarro 같은 사람들인데, 하버드에서 국제 연구를 한 사람이고, 그가 얼마나 이단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이미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잖아요.   트럼프 주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value), 규범(principle) 같은 것과는 관계없는 사람들이 딱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트럼프를 말릴 만한 시니어가 지금 내각에 없는 거죠. 다들 차기 트럼프, 2028년 대통령 후보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고, J.D. 밴스가 대표적인 경우인 것 같고요.   4년 임기 중 두 달밖에 안 지났고, 3년 10개월이 남았는데, 그러면 진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더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분명한 건, 이 컨센서스는 관세만으로는 안 된다는 거고, 대표적인 예로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트럼프가 그렇게 자랑하는 "야, 관세라는 카드를 흔들었더니 투자를 한다더라." 그런데 그건 투자 플랫질이에요. 실제로 투자가 들어온 게 아니에요.   그럼 미국에서 공장을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많은 사람들이 저한테 이야기해 주는 게, 미국은 일단 인건비가 동남아의 세 배 정도인데, 그 인건비를 주고도 그들이 진짜 디스플린 있는 일자리를 하는 사람이냐? 아니에요. 언제든지 일을 그만둘 수 있는 사람들이고, 품질 관리도 안 되고요. 수십 년간 형성된 제조업 밸류체인은 동남아, 아시아, 중국, 대만, 한국, 일본이 엣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걸 깡그리 무시하고 미국으로 다시 돌린다? 그건 거의 그냥 불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보는 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나는 4년이고, 그 사이에 성과 올리고, 그러다가 51% 튀겨서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 이기면 또 간다." 그 정치적인 계산이 경제적인 개선을 압도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거라고 보는 거죠.   Q3: 트럼프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중 호전성과 미국 내 제조업의 부활"   최병일: 이야기 나온 김에 조금만 더 하고 끝내면, 그러면 트럼프가 끝까지 갈 것인가, 이게 되게 중요하다. 그죠. 어디까지 갈 것인가. 트럼프 스스로도 모르는 것 같은데, 두 가지가 되게 중요하다고 봐요.   하나는 상대국의 반응. 미국이 이렇게 25%, 30%, 45% 높은 관세를 매겼을 때, 그럼 미국이 원하는 대로 미국산 수입을 늘리는 협상을 하는 나라도 있을 것이고, "미국이 그렇게 나와?" 그러면 "우리도 보복 관세를 할 거야" (하는 나라도 있을 것이고).   중국처럼. 중국은 똑같이 34% 지금 한다고 돼 있어요. 그리고 EU도 보복이라는 카드를 꺼낼 도리가 없어서, 전면적인 보복인지, 부분적인 보복인지 할 것 같고. 캐나다는 국내 정치적인 목적으로 해야 되니까. 이런 국가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트럼프는 또, double down이라고 하는데, 더 흥분해서 관세를 격화하면(escalate) 시장이 충격에 빠지는 거죠. 그래서 그 상대국의 반응이 어떻게 될까 하는 거고,   결정적으로는 시장이 어떻게 될까 하는 건데. 시장이라는 게 저는 세 가지로 봅니다. 주가가 있는 월가가 하나 있고요, 하나는 정치 주가가 있는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죠. 그러니까 메인 스트리트라는 거는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이 51% 였거든요. 그들은 트럼프가 어디까지 실험하는 걸 용인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난 십 년간, 이십 년간 미국이 너무 이상한 방향으로 왔다. 트럼프는 뭔가 새로운 거를 올바르게 하는 거다. DEI 같은 거, Woke culture 같은 거 뭐 이런 것들.' 그래서 이들의 인내심이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이런 것들.   그리고 여기에 중요한 거는 물가가 되겠죠. 물가. 1기 때를 보면 25% 철강 관세, 알루미늄 10% 관세, 중국을 상대로 한 전면적인 관세 전쟁이었는데, 물가가 그렇게 오르지 않았어요. 트럼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야, 이거 우리가 잘 컨테인하면 그렇게 심각한 물가 아니다. 올라갈 수 있다, 아니다." 계속 논쟁을 하고 있어서 그쪽을 봐야 될 것 같은데, 지금은 너무 많은 변수가 플레이되고 있어서 아주 혼동스러운 상태(입니다).   트럼프가 노리는 것은, 퇴임했을 때 두 가지로 기억되고 싶어합니다. 하나는 중국에 대해서. 기존의 많은 대통령들은 중국이 자기들이 만든 규범 중심의 다자 체제에서 뭔가 책임 있는 플레이어가 될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중국이 그렇지 않다고 해서, 중국에 전면전을 선언한 최초의 대통령. 그리고 중국을 상대로 관세라는 수단을 사용해서, 중국이 협상을 통해 미국산을 더 많이 수입하게 하고. 그걸 이행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어 하는 것 같고.   두 번째는, 21세기 패권 과정에서 핵심적인 아이디어나 R&D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만드는 제조업의 능력의 일부를 미국으로 옮겨오기 시작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어 하는 것.   Q4: 세계무역 체제 전망: "원칙 기반 다자주의 질서에서 전략적 이해관계에 기반한 선별적 양자·복수국 협정 체제로"   손열: 네 감사합니다. 이재민 교수님은 트럼프 관세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이재민: 중요한 말씀을 많이 해 주신 것 같습니다. 사실 굉장히 충격적인 조치고, 보호무역주의나 여러 가지 새로운 조치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했지만, 이번 4월 2일 상호 관세 부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넘어서는, 상당히 전례가 없는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한 번 말씀드린 바 있긴 한데요. 제 생각에는 이게 사실 1947년 GATT 체제가 출범한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런 일이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그동안 서서히 강화되어 오던 미국의 지금 체제 같은 체제와 WTO 체제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이제는 결정적으로 분출됐고,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건 아까 최 원장님 말씀하신 것처럼, 이 관세 조치가 얼마나 지속 가능할 것인가, 또는 관세를 이용해서 얼마나 미국이 원하는 바를 얻을 것인가, 또 그 과정에서 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문제와 상관없이, 이 정도 수준의 조치를 내고 여러 국가와 긴장 관계를 형성하는 상황은,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다자주의 체제가 작동하기는 힘들겠다는 점을 4월 2일 상호 관세가 결정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보호무역주의 조치라고 할 때, 그것은 꼭 협정이 있고, WTO 협정이든 한미 FTA든, USMCA든 협정이 있고, 그 협정 틀 내에서 자국이 원하는 조치를 취하거나, 자국 상품을 구매하거나 외국 상품을 차별하는 방식의 견제 또는 제재 형태였는데요.   상당히 최근까지도 그런 조치가 점점 커지다가, 그게 잘 안 되니까 트럼프 1기나 바이든 행정부 때는 이것을 더 넓혀서, 협정의 언저리에서 국가안보 이슈로 제재를 강화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협정 틀 내에서 팔도 비틀고, 들락날락하고, 뭔가 새로운 주장도 하는 그런 모습이었는데, 지금 사법 판세는 사실 GATT 1조부터 금지하는 내용을 처음부터 구형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전의 보호무역주의와는 성격이 다르고, 오히려 이것은 보호무역주의라기보다는, 미국이 원하는 일종의 임시적인 미국 중심 관리무역을 내세워, 이를 통해 1대1로 교역 상대국과 협의를 해서 단기적인 이익을 취하고, 이후에는 미국이 이를 토대로 새로운 규범 질서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것 같은데요. 제 생각에는 첫째, 당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까, 불을 끄고 각국별로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25% 관세,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반도체 품목 등에 대한 관세를 어떻게 대처하고, 얼마나 줄일 것인가에 대한 단기적인 미국과의 협력 문제가 있고요. 그다음에 조금 더 장기적으로 보게 되면, 이게 새로운 형태의 교역질서라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이 새로운 질서에 참여하고, 어떤 식으로 우리의 이해관계를 보호할 것인가 하는, 보다 장기적인 측면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정부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고,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여전히 문제를 기존의 자유무역, 다자주의 체제를 통한 교역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보다 보니까, 그 틀 내에서 해결책도 찾고, 대안도 모색하고, 법도 바꾸고, 산업 정책도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기본적인 형태 자체, 템플레이트가 바뀐다면, 장기적인 파급 효과는 여러 맥락에서 다양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런 변화가 앞으로 계속 생겨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걸 어떻게 대응할지, 장기적인 과제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열: 일종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잖아요. 기존의 WTO 체제는 이제 종언을 고했고, 그 중간에 미국의 관리무역이 들어오고, 그것을 거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인데. 그러면 이게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가는 것인지.   이재민: 예측하기는 참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그동안 익숙해져 있던 방식, 그러니까 모든 국가가 협의해서, 소위 말하는 최혜국대우(most favored nation: MFN) 원칙을 바탕으로 그룹을 만들고, 그 안에서 하나의 통일된 룰을 만들어, 그 룰을 통해 모두가 묶인(binding) 상태에서 자유로운 교역을 추진하는 틀은 이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결국은 신뢰할 수 있는 국가, 미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국가, 혹은 반대편 입장에서 보자면 EU나 중국처럼, 각국이 자국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는 국가들과 양자 협정이든 복수국 간 협정이든, 그룹별로 협정 체제를 만들고, 그 틀 내에서 일정 수준의 안정적인 교역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 '안정적인 무역'이라는 것이 자유무역은 아니고, 국가안보 예외라든가 무역수지 조항 등 다양한 예외 조항(Skip Clause)을 포함한, 저강도 형태의, 소수 참여자 중심 체제를 만들고, 그 체제에 대한 수시적 점검과 변경 가능성을 열어두는, 열린 형태의 협정을 앞으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 첫 출발이 지금 미국이 이야기하는 양자 협정입니다. 각각 우리와 협력한다, 협의한다, 협상한다는 틀을 통해 무언가를 만든다는, 이 모습이 바로 그 첫걸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조금 진화하면, 한국, 일본, 캐나다 등 몇 개 국가와 복수국 간 형태로 협정 체제를 새롭게 구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생각하는 분쟁 해결 절차, 또는 패널이나 국제법원을 통한 분쟁 해결은 외관상 그대로 두겠지만, 그걸 통해 뭔가 의미 있는 해결을 시도하는 건 이제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분쟁은 정치적 조율이나 아주 테크니컬한 문제만 법적으로 해결하고, 나머지 복잡한 난제들은 정치적·외교적 루트를 통해 해결하는, 그런 형태의 분쟁 해결 절차를 도입하는 모습이 앞으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Q5: "가치 공유국과의 연대를 통한 거점국으로서의 정체성 강화… CPTPP 가입 추진해야"   손열: 이재민 교수님께서 GATT와 WTO 체제는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하셨고, 이제는 세상이 새로운 교역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쪽으로 shift가 될 것이라 이렇게 문제를 보셨는데요. 기존의 글들 중에는 트럼프 4년의 호된 시련을 겪고 나면 미국이 일종의 다시 제세계화, re-globalization이라는 표현처럼 다시 돌아올 여지가 있지 않느냐는 전망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세계 질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최병일: 동아시아연구원이 그런 국제질서(international order)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오셨죠. 그런 국제 질서가 우리가 알고 있는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에서 벗어난 방향으로 갈 것이냐는 질문과, 세계화가 끝나는 것이냐는 질문은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WTO를 탄생시키는 협상에 참여했는데, 80년대 후반부터 1993년까지, 그리고 GATT의 마지막이었던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WTO를) 탄생을 시키자고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럼 기존의 GATT와 WTO하고 결정적인 차이는 이제 뭐냐 하면, 결국은 이 국제 협정이라는 것이 두 가지가 저는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협정 이행을 해야 된다. 특히 힘센 애들이 그 이행을 제대로 안 할 때 약한 애들이 뭔가 자기들이 믿을 수 있는 절차에 의해서 이행을 당부할 수 있는가. 걔들은 미국이나 아니면 힘센 국가들이 우리 뭐 그냥 패널 보고서 관계없이 안 하겠다고 하면 그걸로 끝장이거든요.   그런데 WTO는 이거를 굉장히 정치하는 사법 제도처럼 만들어 가지고 패널과 2심 제도까지 만들어서 그걸 강제적으로 이행하는 힘을 부여해서, 이게 WTO의 엄청난 승리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지금 그런 시스템을 만든 미국이 빠져나가고 있는 거죠. 그러면 미국이 빠져나가면 이게 완전히 없어지는 거냐? 여기에 대해서 저는 약간 좀 조심스럽긴 해요.   왜냐하면 미국이 빠져나가긴 하지만 그 외에 나머지 국가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 그러면 지금 앞으로 4년 동안 벌어질 것은, 트럼프를 중심으로 한 미국이 관세 폭탄을 내세워서 일방적인 관리 무역(을 하는 것). 미국 대 전 세계인데, 나머지 거기 있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중국이나 EU나 이런 국제 무역에 미국 빼고 나면 더 압도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들은 여전히— WTO의 분쟁 위기 해결 체제가 작동 안 하고 있지만 그래도 기존의 WTO, MFN을 굳이 나서서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는 그걸 좀 봐야 될 것 같아요. 그건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되는 경우, 새로운 협상을 할 동력은 없고. 그리고 기존의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분쟁 해결 체제를. 이건 사실 미국이 방해한 것이고, 미국이 상소심 의원을 새로 뽑지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상소 제도가 미국의 통상 주권을 위배한다는 이유로 오바마 때부터 계속 안 뽑았기 때문에.   그런데 만약에 미국이 빠져나가 버리게 되면, 오히려 중국이나 EU가 둘이 손을 잡고, "우리 이념은 다르지만 그래도 LIO를 포기하는 건 너무 고통스럽다. 대체 수단을 찾는 것도 너무 힘들다. 그럼 우리끼리라도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거죠. 사실 이건 굉장한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인데, 다른 부분이 너무나 혼란스럽기 때문이죠.   설령 분쟁 해결까지는 안 가더라도, 기존의 체제 안에서 그들끼리 그걸 굳이 부정할 이유가 있느냐는 건 열린 질문(open-ended question)이에요. 예를 들면 TPP에서 미국이 트럼프 정부 들어와서 빠졌지만, 나머지 국가들이 나서서 CPTPP를 만들어냈잖아요. 그런 것처럼 미국이 빠졌다고 해서 WTO 시스템 자체가 무의미해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나머지 국가들이 WTO라는 집을 그냥 떠날 것이냐, 그건 아닐 수도 있다는 질문을 저는 던지고 싶고,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화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은, WTO를 95년에 만들고 나서 지금까지 1차 무역 자유화 협상이 타결된 게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그 위에 보면 통상(commerce), 디지털 통상(digital trade) 같은 것들이 전 세계적으로 그냥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잖아요. 만날 때마다 우리가 디지털 통상을 하자고 하지만, 그건 국가들끼리 공평(impartial)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거고, 여전히 국제적으로 사람, 아이디어 같은 것들이 옮겨가는 데는 특별한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저는 무역(trade) 이슈만이 아니라 안보(security)의 접점에서 벌어지는 문제라고 보는 거예요.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린 대로 미국이 빠져나간 WTO를 두고, 중국이 다른 국가들에게 "우리끼리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 그 제안을 진짜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특히 무역에서 큰 역할을 해 온 EU나 한국, 호주 같은 나라들이 그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질문이 하나 있어서요. CPTPP에서 미국이 빠졌을 때도 여전히 자유 정치 체제를 갖고 있는 국가들끼리만 유지되고 있고, 거기에 영국까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봤을 때는 동력은 CPTPP를 중심으로 해서 뭔가 자유진영 국가 느낌 이게 breeding bloc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재민 교수님은 저랑 그런 면에서 약간 생각이 다르시고, 중심을 다르게 보시는 거죠. 그래서 CPTPP가 동력이 되려면 다른 국가들을 조금 더 모아야 하는데, 아마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손열: 그래서CPTPP에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 이런 얘기들을 상당히 하는데. 정치적으로 우리 한국이 결정을 해야 되는 문제도 있겠지만, 한국이 CPTPP에 가입할 수 있는 여건이라는 건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세요.   최병일: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죠. 사실은 CPTPP 이전에 TPP 협상 때 우리가 가입 협상에 참가를 했어야 되는데 실기를 했고. 그때는 박근혜 정부에서, 대부분 주요 국가들하고 TPP가 있는데 굳이 중복 성격인 CPTPP를 왜 해야 되느냐. 또 이명박 정부에서 소고기 등으로 전면적인 국민들의 반발을 목도했기 때문에, 정치적인 부담이 되는 거 아니냐.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메이저 국가들 가운데 FTA 없는 것이 중국이다. 그래서 선택의 문제를 봤거든요. 그건 지나간 거고. 그리고 나서 TPP가 발족하니까 갑자기 박근혜 정부에서, 우리가 왜 그랬지, 그런 생각 때문에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박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어디였나요? CSIS였나요? CPTPP에 우리가 첫 번째 가입 국가가 되겠다, 이런 식의 연설을 한 것도 기억이 나요. 그러다가 정치 상황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시간이 됐고, 문재인 정부는 아시다시피 한일 관계가 굉장히 안 좋아서.   일본은 사실 CPTPP를 만들고 승자에 도취돼 있었어요. 우리가 CPTPP를 만들었고, 다른 국가들이 가입할 때 우리는 가입비를 좀 얻을 수 있는 입장이다. 이런 식으로 한국에 고압적인 자세를 갖고 있었고, 그때 한일 간에 경제적으로 분쟁이 있었기 때문에 최악의 여건이어서 문 정부 초기에 CPTPP를 가입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준비조차도 완전히 정지가 된 시간을 보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또 상황이 바뀌어 가지고, 일본 입장에서 가치공유국(like-minded)인 한국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서. 그런 면에서 대외적인 여건은 나쁘지 않은데, 정치적 향배가 어떻게 될지.   제가 통상 협상, 통상 정책에 대한 연구를 수십 년 해봤습니다마는 항상 한국의 통상 협상 이슈인 개방 이슈는 너무 정치화돼 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그 반대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했을 때 우려가 실질적으로 나타난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 경험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고요. 그건 스크린 쿼터, 미국산 농산물 수입, 소고기 수입(지금 한국이 미국 소고기를 수입하는 3대 국가에요), 등등. 그 외에 제가 했던 통신 협상 같은 것들 다 그렇게 증명이 됐고, 오히려 우리끼리 해보겠다고 해서 요리조리 빼고 수입을 안 하고 했던 대표적으로 라프드의 금융 산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참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문화적인 코드와, 또 경제인들의 역할, 글로벌 시장 때문에 힘들지만 경쟁력을 높이는 개혁 개방을 하면 결과적으로 우리한테 플러스가 됐다는 지난 35년간의 경험을 체득한 게 있어요.   그래서 만약 이런 레슨을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다면, CPTPP 같은 것들을 트럼프의 관세 폭탄을 돌파하기 위한 중요한 카드 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많은 분들이, 정권이 막 출범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다는 논리로 접근하곤 하죠. 하지만 그런 논리대로라면, 21세기 대한민국이 이룬 개혁은 사실상 한미 FTA 하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사안을 조금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은 것 같아요. 미국 이외에 FTA를 체결한 한일 FTA도 살아 있잖아요. 트럼프와 똑같이 행동할 이유도 없고요. 한중 FTA는 2단계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고, 한-인도 FTA의 경우도 당시 인도의 경제력이 미약했던 상황에서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라는 전단계 협상을 체결했지만, 현재는 인도의 역량이 크게 향상되어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고. 그래서 우리는 하여튼 미국은 미국대로 해결을 해야 되겠지만, 우리가 21세기 초반에 맺은 FTA들을 허브 국가로서 재정비하고 리빌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아세안 FTA 도 업그레이드를 해야 되겠죠. 한-베트남, 한-인도네시아, 이런 것들이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고요. 왜냐하면 공교롭게도 트럼프의 4월 2일 그 해방일 날 상호 관세를 보면 중국, 방글라데시, 베트남, 콜롬비아 등등 한국 제조업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바탕으로 밸류체인을 분산시키려 했던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차피 이들 국가의 마지막 수출 시장은 미국이고, 미국은 그걸 알고 고율의 관세를 때려 놨잖아요. 그러면 협상은 우리가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베트남이나 인도는 제한되기 때문에.   결국 거기에 대한 해법 가운데 하나는, 이들 국가와 미국을 뺀 나머지 국가의 자유무역(free trade)를 결속화시키는 것이죠. 그럼 이 이야기를 계속 확장하면, 트럼프가 주장하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이나 "America First"가 자칫하면 글로벌 무역(global trading) 시스템에 미국과 개별 국가 간의 양자 관계가 존재하고, 나머지 국가는 미국이 통제할 수 없는 나름대로 질서(order)가 있고 규칙(rule)이 있는 그런 세상으로 양분되지 않을까?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미국의 영향력이 없는.   그렇게 되면, 과거 WTO에서 미국이 일정한 불만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규범을 주도하고 재설계하며 확장할 수 있는 힘이 있었던 반면, 지금처럼 미국이 스스로 이탈해버린다면, 미국은 더 이상 국제 무대에서, 최소한 통상에 대해서는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협소해지지 않을까. 그런 우려까지 트럼프의 계산 속에 있는지는 현재는 알 수 없는 것이고.   Q6: 단기 대응 전략: 대미 외교 "미국 상품의 국내 접근성 확대와 다분야 협력을 통해 한미 FTA 의존성 탈피하고 신뢰 구축해야"   이재민: 뭔가 장기적인 플랜을 짜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하나 좋은 점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드디어 한미 FTA나 WTO 체제에 대한 미련을 우리가 버렸다는 점이에요. 생각해 보면, 이제는 그걸 통해 뭔가를 해결하거나, '우리나라가 관세율이 0%니까 미국과의 관계는 몇 가지 들쭉날쭉한 이슈는 있어도 큰 문제 없이 이 틀 안에서 계속 간다,' 식의 생각을 특히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드디어 접게 됐다는 게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미련을 접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접근으로 나가게 되었다는 게 중요한 출발점이 아닌가 생각을 했고, 그 맥락에서 보면 미국이 한국하고 뭔가 협력을 하거나 협조를 하고 싶어 하는, 또 해야만 하는 여러 영역들이 있어요. 그 부분에서 양국 간의 협력, 협조를 본격적으로 모색하고, 그걸 통해서 미국이 요구하는 바, 미국이 희망하는 바를 우리가 어느 정도 들어주고 또 우리가 희망하는 바—우리 상품의 안정적인 미국 수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일부 품목에서 우리 이익의 반영을 이루어내는 게 앞으로 제일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에 나오는 걸 보면 더 이상 WTO 얘기는 나오지도 않고요. 가끔 한미 FTA 이야기가 나오긴 하는데, 한미 FTA를 개정할 것이냐, 개정 논의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얘기가 나와도 이제는 그건 제 생각에는 상당히 좀, 어떻게 보면 의미가 많이 퇴색된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그보다는 결국 지금 미국이 요구하는 여러 내용을 한국이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 그 중에서 우리가 미국에 대해서 제재할 수 있는 부분은 뭐가 있을지, 그걸 통해서 양국 간의 일부 영역에서 협력 가능한 요소, 타협 가능한 요소를 찾아내는 게 중요한 현안이 아닌가 생각을 했습니다.   손열: 트럼프가 이번에 관세 폭탄을 피하려면 자국의 관세를 인하하고 장벽을 해체하며 환율 조작을 중지하라고 하는데, 그럼 우리가 관세나 비관세 장벽을 가능한 한 해체해서 미국 상품을 더 사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환율 문제에서도 조금 더 투명하게 가면, 이건 트럼프 워딩이긴 하지만, 그렇게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재민: 맞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볼 수 있는데, 문제는 사실 미국이 이야기하는 소위 비관세 장벽이라는 게 보면 상당 부분은 우리가 고치기 힘든 것들이 많습니다. 물론 고칠 수 있는 것도 있어요. 예를 들어 수입 규제나 검역 조치 같은 건 우리가 기술적으로 좀 더 전향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와중에는 조금 더 국내 설득 작업을 하고, 내부 정비도 하고, 법령 개선도 해서 미국 요구 중 일부는 전향적으로 검토해서 수용(accommodate) 가능한 형태의 비관세 장벽도 있고요.   그 외에도 상당수의 비관세 장벽이라고들 얘기하는 부분은 사실 우리가 어떻게 개선하거나 바꾸기 힘든, 어떤 건 국가 정책의 차이, 시각의 차이인 경우가 많아서 단기간에 고치거나 바꾸기 어려운 부분들이 꽤 있어요. 부가세라든지, 환율 문제도 그렇고요.   그래도 환율 정책이라는 범위 내에서 그게 환율 조작적 효과를 갖는 무역 왜곡 툴인지, 아니면 그냥 경제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도 미국이 얘기하는 여러 비관세 장벽을 우리가 그대로 다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대표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야기했던 비관세 장벽이나 환율 문제나 이런 것들이 결국은 왜 미국 상품을 그렇게 많이 사지 않느냐, 왜 안 팔리느냐에 방점이 있다고 봐요. 왜 안 팔리느냐는 데에는 관세 장벽이건 비관세 장벽이건, 보이지 않는 손이건 간에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 측근들 입장에서는 사실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고.   한국 자동차는 미국에서 10만 대가 팔리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미국 자동차는 왜 서울에서 안 팔리느냐. 그 통계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말도 서울에서 돌아다니는 자동차의 81%가 Made in Korea라고 했거든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왜 미국 자동차는 서울에서 안 팔리느냐, 어떻게든 미국 상품이 농산품이든 공산품이든 교역 상대국에서 좀 더 팔리는 환경을 만들어내라는 식의 요구로 저는 이해를 했습니다. 그걸 우리가 충족시키려면, 말씀드린 것처럼 계산 가능한 비관세 장벽은 합리적이고 전향적으로 생각해서 뭔가 방안을 찾아야 되고,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한테 우리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필요하죠.   그리고 또 하나는, 비관세 장벽 문제가 아니라 미국 상품이 한국 시장에서 좀 더 팔릴 수 있도록, 관세 장벽이든 비관세 장벽이든 그게 문제가 아니라, 미국 상품이 합리적인 선에서 좀 더 판매가 증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고요. 장기적으로 그게 결국 무역 흑자, 또 미국 입장에서의 무역 적자를 조율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앞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틀 밖에서, 미국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에 기대하는 바—방위산업, 조선, 반도체 공급망, 대미 투자 확대, 바이오, LNG 에너지 협력 등—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미국의 안보적 고려, 안보적 우려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줘야죠. 전체적으로 미국이 한국에 대해 갖는 교역상의 우려, 그게 우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미국에서 워낙 잘하니까, 미국 상품이 서울에서 워낙 안 팔리니까 그런 거거든요. 그걸 어느 정도 불식시켜줄 수 있는 노력, 또 미국이 갖고 있는 안보 우려를 우리가 일정 부분 협력해서 완화시켜주는 식으로.   이런 모습으로 현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요. 말씀드린 이 내용들은 사실 한미 FTA 틀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 틀은 계속 작동하겠지만, 그걸로 우리가 처한 상황을 해결하긴 힘들고, 틀 밖에서 이런 식의 해결책을 찾아야죠. 충격은 피할 수 없지만, 하드랜딩보다는 소프트랜딩을 한번 찾아보는 게 앞으로의 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Q7: 대중정책과 미중 경쟁 "미 관세 폭탄은 중국에게는 기회… 韓, 산업 고도화를 통해 반사이익 노려야"   손열: 지금 트럼프에 가려 China de-risking 얘기는 거의 못 하고 있습니다. 유화나 강판 등에서 한국이 구조조정을 못 하고 있는 사이에 중국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고, 최근 저가 공세가 강화되면서 시장이 크게 힘들어하고 있죠. 그래서 얼마 전 대중 반덤핑 얘기도 나왔고, 이런 걸 포함해서 우리의 대중 무역 정책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요.   이재민: 교역 체제가 지금처럼 WTO 그 틀에서 유지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파편화되고 또 규범 밖에서 전개되게 되면, 제 생각에는 중국은 상당한 기회를 잡을 것 같습니다.   중국은 원래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국가이고, 지금은 여기에 상당한 기술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그다음에 이제 결정적으로, 중국이 디지털 경제 측면에서도 지금은 최첨단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한 수준의 능력을 갖고 있어서, 이걸 잘 조합하게 되면 WTO 협정이든 또는 WTO 협정에 기초한—예를 들면 중국과 한국 간의 한중 FTA건, RCEP건—이런 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서 다양한 교역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지니까요.   이제 그 맥락에서 보면, 중국 입장에서는 그게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의 더 강력한 지원이 되었건, 해외 직구 플랫폼을 통한 한국 시장 진출이 되었건, 또는 다양한 형태의 저가 상품으로 주변 국가—한국 포함—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되었건, 이런 형태의 시도가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전개될 가능성은 이제 커진 겁니다.   이런 형태의 흐름이 이어가면, 제가 볼 때는 이게 미국보다도 오히려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벗어나서 더 다양하게 국채시장, 해외 시장, 경제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은 일단 자기들이 생각하는 관세 정책을 통해 자국 시장에 대한 방어, 또 제조업의 부흥 같은 쪽에 더 포커스를 두고 있기 때문에, 사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방점이 있었던 미중 경쟁을 통한 중국 봉쇄(containment)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겠지만, 지금은 미국 스스로 제조업 부문이나 미국 내 여러 가지 국내 정치적, 또 경제 활력의 회복 쪽에 더 초점이 갈 수밖에 없다고 보면, 오히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존 견제나 다양한 제재들이 앞으로는 쉽게 유지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오히려,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미중 경쟁이 계속되겠지만, 순전히 교역만 놓고 보면 지금은 중국이 그 기회를 더 찾을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게 아닌가. 물론 중국 경제도 어렵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잘 가동된다는 전제가 뒤따라야 하겠습니다만. 이 교역 틀에서만 놓고 보면, 중국의 그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좀 들긴 했습니다.   그 말은,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진출이나, 또 중국 상품의 한국 시장 진출 같은 부분은 더 커질 것 같고, 이미 미국 시장으로 진출이 힘든 상품은 한국으로 올 수밖에 없는 가능성도 크고, 또 그게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시도들로 이어지게 되면, 결국 우리는 중국산 상품의 한국 시장 진출로부터의 취약성이 더 커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최병일: 어려운 것 같아요.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중국은 우리한테 어떤 존재냐 하는, 우리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될 것 같고, 동시에 중국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문제가 될 것 같아요. 거기에는 무역통상과 안보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어려운데요.   제가 자문을 해보면, 중국 관점에서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가장 약한 고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고, 따라서 약한 고리이면서 한국 스스로 미중 문제가 나왔을 때 한국 내 여론이 상당히 분열돼 있다든가, 정권의 향배에 따라 굉장히 스윙(swing)이 심한 국가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게 우리 입장에서 굉장히 불리한 거예요. 우리 입장에서의 강점은 트럼프가 이렇게 막 휘몰아치지만, 그러면 트럼프가 저렇게 끝낼 건가를 생각해 봤을 때, 미국도 약점이 있거든요.   왜냐하면 미국의 약점이라는 것은, 트럼프가 원하는 제조업의 슈퍼 파워를 만든다고 했을 때 공장 짓겠다고 투자 약속은 했지만, 실제로 공장에서 물건이 나올 때까지는 지금 미국이 갖고 있는 시스템으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에, 굉장히 돌아가야 해요. 그런데 거기서 트럼프가 필요로 하는 제조업 가운데 이재민 구수의 이야기대로 우리가 기여(contribution)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러면 트럼프의 심기를 덜 건드리고, 우리가 이익을 갖고 올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을 하다 보면—예를 들어 조선이나 군함을 만드는데 중국의 힘을 빌릴 수는 없잖아요, 그렇죠? 그 다음에 AI도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힘을 빌려서 데이터센터를 만들지는 않을 거고요. 그리고 에너지, 항공기를 중국한테서 사올 수도 없잖아요.   그런 게 우리한테 다 기회로 오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중국이 우리를 이미 추월해 갔거나 우리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는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우리에게 줄 수 없는 혁신과 심지어 역전의 기회다—이런 생각을 우리 기업인들은 분명히 하고 있고요.   그러니까 트럼프 4년에 미국의 제조업을 강하게 하고 관세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 관세는 지금 거의 실효 관세 100%가 된 상태입니다. 제가 계산을 해봐야 하긴 한데, 트럼프 1기 때 이미 20% 정도 올렸고요. 그리고 2기 때 와서 지금 10, 10 했죠. 아직 이행은 안 됐지만, 베네수엘라에서 원유 수입한 것도 25%고, 이들이 34% 하면 트럼프가 벌써 70%를 올려놨어요. 그러면 이제 거의 100%거든요. 그렇게 되면, 거의 갈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 게 우리한테 기회인데, 문제는 이것을 '동맹'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그냥 "너희들이 America를 great again 할 때 한국의 도움이 진짜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아마 우리 제조업에 기회가 있을 것 같아요. 그 제조업의 기회라는 거는 결국 중국과의 제조업 경쟁에서 역전할 수 있는 그런 기회. 그런 팀들이 우리 기업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최소한 팽팽하게 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거죠. 그게 바로 산업 정책이고요. 산업 정책과 노동 정책이죠.   그런 정책들이, 중국 기업들이 받는 정치적 혜택만큼은 최소한 우리에게도 돌아와야 하고, 일본이나 유럽의 정치인들이 자기 기업에게 해주는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는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분야를 자꾸 파당적으로 보고, 반미냐 친중이냐 이런 프레임으로 가면, 우리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죠.   Q8: 정책적 함의 "미중 양자 압박 사이 놓인 韓, 기업 자생력에만 의존은 한계… 정부의 제도적 지원 필수불가결"   최병일: 저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그게 예전에는 "야, 그게 무슨 말장난이야" 그랬는데, 지금 보니까 진짜 이제 우리가 살아남아서 강하다는 걸 증명해야 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왔을 때 무역이 너무 중요하고, 우리가 수출을 한 건 없는 것을 수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냥 우리가 농업 국가에서 제조업 국가, 첨단 제조업 국가로 계속 변신한 것은 그걸 잘 만드는 이유도 있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자동차, 철강, 반도체—우리가 유에서 무에서 유를 창제했잖아요. 그 이유에는 우리가 없는 것을 수입하기 위해서, 원유랄지 농산품이랄지 등등이 들어온 건데, 이런 우리를 바쳐준 게 바로 질서 기반(rule-based) 된 다자 체제인데, 이게 지금 막 흔들리고 있잖아요. 그래서 다른 국가보다도 더 이제 그런 거고.   전체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G7급 국가 가운데 우리가 제일 높아요. 그러니까 트럼프는 또 제조업을 막 흔들고 있으니까, 우리한테는 이제 이중 충격인데. 그때 이걸 나쁘다고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지. 결국 살아남아야 되는데, 살아남는 지혜는 우리가 이제 의견을 모으면 되죠. 그렇지만 아무리 종이 위에 장벽이 있더라도, 이것을 실제로 기회를 잡아야 되는데, 기업은 적응을 할 거라고 저는 봅니다. 그런데 그 적응이 좀 덜 힘들고, 덜 고통스러우려면 결국 그 역할은 우리 정치의 역할이라고 저는 보는 것이죠.   손열: 그러니까 그 제조업 분야에서 계속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끔, 유지할 수 있게끔 정책을 좀 도와달라.   최병일: 그렇게. 최소한 다른—중국이나 일본이나 유럽이나 이런—국가가 그들 기업한테 해주는 것보다는 불리하지 않게 해줘야 되겠다.   Q9: 결론 "미래 무역질서의 향배에 대한 적확한 파악과 경쟁력 증진을 위한 전향적 사고 필요"   손열: 오늘 장시간 말씀을 정리를 하자고 하면.   첫 번째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기성질서를 파괴하고 있는 충격적인 사건이고, 따라서 앞으로의 대응은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서 한국의 무역, 특히 수출과 관련된 협상들을 잘 해 나가야 되는 것이 하나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래의 국제 무역질서의 향배를 잘 전망하고 파악해서, 거기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말씀이 계셨고요.   두 번째는, 그런 속에서 일정한 정도의 탈미국 흐름은 불가피한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한국의 무역, 그러니까 특히 이 경제 외교는 기존에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짜여진 것에서, 일본이나 동남아, 그리고 인도, 호주, 그리고 나아가서는 유럽 쪽으로 전략 공간을 훨씬 더 확대해야 한다는 말씀들이 있었고, 그런 속에서 최병일 교수님께서 강조하신 CPTPP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또 하나 되겠고요.   세번째로는, 미국이 한국의 수입 확대를 상당히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입장에서는 사실은 불공정 행위라고 보이는 것도 있지만, 그 중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적극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그것이 미국의 구미를 맞추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 경제의 경쟁력,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우리가 그 구조 개혁은 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계속 살려나가려면 미국의 트럼프 관세에서도 생존해야 하고, 또 중국의 거센 추격과 경쟁에서도 서바이벌하고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적어도 유럽이나 일본, 그리고 중국까지 포함해서 그들이 받는 여러 가지 지원들을 고려할 때, 우리도 조금 더 전향적으로 이 부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쭉 해 주셨습니다.   최병일 원장님 그리고 이재민 원장님, 오늘 장시간 귀한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값진 토론을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 대담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 [보이는 논평] 트럼프 쇼크, 무역전쟁, 한국의 과제 영상보기     ■ 손열_동아시아연구원 원장.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이재민_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 최병일_(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 이화여대 명예교수.     ■ 담당 및 편집: 김채린_EAI 연구보조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8) | crkim@eai.or.kr  

손열, 이재민, 최병일 2025-05-12조회 : 5356
멀티미디어
[보이는 논평] 트럼프 쇼크, 무역전쟁, 한국의 과제

  대담 전문   Q1. "해방의 날" 관세 폭탄: "트럼프 쇼크와 기존 무역 질서의 대격변"   손열: 안녕하세요. 동아시아연구원 손열 원장입니다. 오늘 세계는 트럼프 쇼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한 이후에 3단계 정도 된 것 같아요. 첫 번째는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대해서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시작을 했고요. 그건 불법 이민이나 펜타닐 차단 명목으로 관세를 사용하겠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두 번째는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그리고 중요한 기관 산업에 대해서 관세를 부과하고, 그것을 통해서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게 두 번째였다면, 지난주 4월 2일에 나온 상호 관세는 reciprocal trade, 상호적 무역 관점에서 무역 불균형을 전면적으로 시정하겠다며 대규모의 관세 폭탄을 내렸습니다.   미국의 무역 적자는, 미국에 따르면, 2024년 현재 1조 2천억 달러 규모, 약 1,800억 원 정도로 사상 최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지속 불가능한 긴급 사태로 규정하고, 그에 따라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해서 온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원래는 놀랄 일은 아니죠.   대선 과정에서도 보편관세 10%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60%를 부과하겠다는 얘기들이 있었는데, 그걸 실제로 집행했고, 또 규모 자체도 훨씬 더 크게 발표했기 때문에 전 세계가 지금 충격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것이 한국 같은 무역 상대국에는 직접적으로 수출에 타격을 주는 것이지만, 더 넓게 보면 세계 경제질서가 혼란에 빠지고, 사실상 붕괴 상태에 이르렀다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기성 질서 속에서 성장과 풍요를 누려 온 한국은 정말 큰 타격이 예상됩니다. 또 이번에는 동맹국에도 예외 없이 관세 폭탄, 오히려 더 많은 폭탄을 내린 것 같은 측면도 있고요. 따라서 동맹에 대한 의구심도 이번 관세 폭탄을 통해 증폭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두 분의 국내 최고 전문가를 모시고, 트럼프 관세 폭탄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과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Q2. 관세전의 기저 요인: "경제적 합리성을 넘어서는, 동맹에 대한 불신과 정치적 의도의 결합"   손열: 첫 번째는 역시, 도대체 트럼프가 왜 이런 무모하리만큼 큰 관세 폭탄을 내렸는지, 도대체 트럼프가 원하는 것이 뭔지, 트럼프의 최종 목표, end goal이 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증폭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거기서부터 좀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최병일: 트럼프 두 번째 임기잖아요. 트럼프 1기 때하고 비교를 해보면, 트럼프는 처음부터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자기는 그렇게 소명을 했고. 1기 때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게, 미국 제조업의 부활은 시대착오적인 목표다. 왜냐하면 미국은 지금 첨단 산업, 서비스, 금융 이런 걸 가지고 국제 분업 구조에서 역할을 하고 있고, 제조업으로는 대량, 싸게 잘 만들 수 있는 아시아 국가, 글로벌 밸류체인이 다 넘어가서, 이걸 통해서 미국이 계속 성장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제조업? 다시 이 수법인가.   1987년에 트럼프가 두 가지, 지금 많은 역사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일을 했어요. 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협상 관련 책을 썼고, Art of the Deal. 그 책 표지를 제가 잊을 수가 없는데, 금발에 굉장히 잘생긴 백인이 센트럴 파크를 배경으로 서 있고, 공항 서점에 꽂혀 있던 걸 지금도 기억해요.   그해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에 본인이 돈 내서 전면 광고도 했는데, 거기 내용이 뭐냐면 "왜 우리는 일본 같은 동맹국을 지켜주면서 그들은 공짜 안보를 누리고, 와서 우리한테 엄청난 수출을 하느냐. 왜 우리를 강탈하고 약탈하느냐." 지금 트럼프가 쓰는 "rip-off," "rape" 같은 표현이 이때부터 등장한 거예요.   트럼프의 세계관을 보면, 80년대 맨해튼 부동산 사업자로서, 미국이 그런 신흥 제조업 국가들과 경쟁하면서 이겼고, 이제 동맹이 돼서 우산을 제공해줬는데, 그들은 감사를 안 하고 방위비 분담도 안 한다고 여긴 거죠. 그게 1987년이고, 대선 나온 게 2016년이니까 거의 30년 넘게 그 생각을 가져온 거고요.   1기를 해보고 지금 2기 컴백인데, 37년째 바뀌지 않은 세계관을 그대로 갖고 있는 거죠. 지금은 그 '일본'이 '중국'으로 바뀌었고, 게다가 'Second Japan'이 많이 생겼잖아요. 한국, 대만, 베트남, 멕시코, 이런 게 있고요. 결국 이런 세계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겁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1기 때 많은 걸 했지만, 2기에는 더 강력한 관세 공약이 있어요. 손 원장님 말씀처럼 '보편 관세 10%'를 모든 국가에 걸겠다고 하면서 캠페인을 했고, 이제는 20%까지 올라갔죠.. 중국은 우리가 미중 21세기 패권 경쟁을 하는데, 궁극적인 마지막 경쟁자는 미국이라는 걸 트럼프 때도 이미 했고, 국가안보 보고서에도 그렇게 네이밍을 했고, 인도·태평양 전략이 그때 나오고 하니까.   트럼프가 말은 시진핑이 나의 훌륭한 친구라고 하지만, 결국 마지막 라이벌로 보는 것인데. 중국은 1기 때 트럼프가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서 무역 합의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1단계 합의를 이행할 틈도 없이 백악관에서 물러났잖아요. 바이든 4년 동안 뭘 했냐는 건데.   자기는 돌아와서 이걸 이행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을 완전히 핵심적인 국가안보와 연결되는 산업 분야에서는 sector끼리 커플링을 끊겠다는 게 그의 목표고, 그걸 하기 위해서 몇 가지 실행 계획 가운데 하나가, 그의 보좌관들이 써준 플랫폼을 보면, 60% 정도의 관세로 중국이 미국에 아예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는 거예요.   또 핵심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완전히 미국에서 배제하는데,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빼겠다. 그리고 중국이 WTO 가입하면서 누리고 있는 MFN 대우, 이걸 못 하게 하기 위해서, 1999년 클린턴 정부 때 중국이 WTO 과정에서 미국과 협상한 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 (PNTR)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천명을 했어요. 이런 것들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되고요.   그러면서 트럼프가 왜 이런 걸 하느냐? 거기에는 미국을 21세기 제조업의 슈퍼파워로 다시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주도하는 게 상호 관세든, 보편 관세든 간에, 힘을 이용해서 양자적인 관계로 미국이 갖고 있는 거대한 시장을 활용해서 결국 무역수지 적자도 해결하고 싶고, 또 제조업을 미국 내에서 하게 하고 싶은데, 이게 미국 투자만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그 제조업 분야에 전 세계에 굉장히 퍼져 있는 리딩 회사들을 점점 더 끌어들이고 싶은데, 반도체는 TSMC, 자동차는 현대자동차가 더 많은 지분(portion)을 누리고 있고.   그래서 그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관세는 협상용이 아니죠. 관세는 계속 있어야 됩니다. 왜냐하면 관세를 매기지 않는 순간, 제조업 투자하겠다는 약속은 empty word가 될 수 있어요.   트럼프가 생각하는 제조업은 철강, 알루미늄, 항공기 이런 거예요. 20세기 초반, 영국을 제치고 미국이 제조업 강국이 되었을 때의 산업이죠. 지금 우리 생각에는 이거 말도 안 되는 거 아니냐 싶은데, 이걸 안보하고 연결해 보면, 미중이 경쟁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듯이 선박 운항 같은 제조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고, 거기 들어가는 게 철강, 알루미늄 같은 것들이기 때문에, 이 사람 생각이 완전히 허황된 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예요.   방법이 굉장히 극단적이고(drastic) 충격적인 건데, 그렇다고 해서 중국만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고, 동맹국까지 싸잡아서 하니까, 그게 우리한테 더 큰 충격이 됐던 거죠.   그리고 트럼프가 꽂혀 있는 게 자동차 산업입니다. 철강, 자동차 두 개에 꽂혀 있다고 보면 되는데, 철강은 자동차를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연료고, 또 다른 모든 부분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1기 때 2018년에 섹션 232, 국가안보를 이유로—사실 국가안보를 이유로 할 틈이 없는데—동맹이든 비동맹이든 철강 관세를 때렸을 때, 한국과 일본, 유럽이 항의했잖아요. 왜 우리 동맹국인데, 우리 목숨 안보를 위협하느냐. 그런데 그 사람은 개의치 않고, 때로는 우리한테 무역수지를 많이 누리는 일본이나 독일이나 한국이, 시진핑이나 푸틴이나 김정은보다 나쁜 사람이다—이번에도 똑같은 이야기 했어요.   트럼프는 "동맹"이라는 단어를 안 쓰고, "가치"라는 단어도 안 씁니다. "Alliance"를 안 쓰고 대신 "friend"라는 단어를 쓰는데, 때로는 "friend"가 "enemy"보다 나쁘다—이런 식의 세계관이라, 그런 것들이 우려가 되는 거고.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겠다고 법처에서 얘기하면서, 1기 때 NAFTA 협상을 재협상하고, 이름도 USMC로 바꾸고.   손열: 지금 트럼프가 원하는 여러 가지 목표들이 있는데, 그걸 관세로는 사실 해결이 안 된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컨센서스입니다. 4월 2일 이후에 수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잖아요. 이구동성으로 이건 안 된다는 거죠. 그러니까 관세를 부과할 수는 있는데, 그것을 통해서 본인이 아까 말씀하셨던 그 원하는 것들을 얻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최병일: 트럼프 주위에 좋은 사람이 과연 있느냐, 그게 질문인데요. 트럼프 주위에는 트럼프 생각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아요. 1기 때 보면, 이른바 시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은 글로벌리스트였어요. 미국이 갖고 있는 트럼프의 문제의식에 공감하지만, 트럼프가 하는 방식처럼 일방적인 조치로, 그러니까 rule-based, free and open trade를 완벽하게 다른 걸로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주위에 있었는데, 그들은 다 쫓겨났잖아요. 그리고 트럼프가 2기 내각을 구성하면서는, 처음부터 "우리 내각에는 그런 글로벌성이 없다"고 못을 박았어요.   지금 보시면, 재무장관이나 상무장관은 다 월가 출신 해지펀드 쪽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은 돈을 버는 데는 이골이 난 사람들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래를 해내는 사람들이죠.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을 보면, 지금 Peter Navarro 같은 사람들인데, 하버드에서 국제 연구를 한 사람이고, 그가 얼마나 이단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이미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잖아요.   트럼프 주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value), 규범(principle) 같은 것과는 관계없는 사람들이 딱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트럼프를 말릴 만한 시니어가 지금 내각에 없는 거죠. 다들 차기 트럼프, 2028년 대통령 후보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고, J.D. 밴스가 대표적인 경우인 것 같고요.   4년 임기 중 두 달밖에 안 지났고, 3년 10개월이 남았는데, 그러면 진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더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분명한 건, 이 컨센서스는 관세만으로는 안 된다는 거고, 대표적인 예로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트럼프가 그렇게 자랑하는 "야, 관세라는 카드를 흔들었더니 투자를 한다더라." 그런데 그건 투자 플랫질이에요. 실제로 투자가 들어온 게 아니에요.   그럼 미국에서 공장을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많은 사람들이 저한테 이야기해 주는 게, 미국은 일단 인건비가 동남아의 세 배 정도인데, 그 인건비를 주고도 그들이 진짜 디스플린 있는 일자리를 하는 사람이냐? 아니에요. 언제든지 일을 그만둘 수 있는 사람들이고, 품질 관리도 안 되고요. 수십 년간 형성된 제조업 밸류체인은 동남아, 아시아, 중국, 대만, 한국, 일본이 엣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걸 깡그리 무시하고 미국으로 다시 돌린다? 그건 거의 그냥 불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보는 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나는 4년이고, 그 사이에 성과 올리고, 그러다가 51% 튀겨서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 이기면 또 간다." 그 정치적인 계산이 경제적인 개선을 압도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거라고 보는 거죠.   Q3: 트럼프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중 호전성과 미국 내 제조업의 부활"   최병일: 이야기 나온 김에 조금만 더 하고 끝내면, 그러면 트럼프가 끝까지 갈 것인가, 이게 되게 중요하다. 그죠. 어디까지 갈 것인가. 트럼프 스스로도 모르는 것 같은데, 두 가지가 되게 중요하다고 봐요.   하나는 상대국의 반응. 미국이 이렇게 25%, 30%, 45% 높은 관세를 매겼을 때, 그럼 미국이 원하는 대로 미국산 수입을 늘리는 협상을 하는 나라도 있을 것이고, "미국이 그렇게 나와?" 그러면 "우리도 보복 관세를 할 거야" (하는 나라도 있을 것이고).   중국처럼. 중국은 똑같이 34% 지금 한다고 돼 있어요. 그리고 EU도 보복이라는 카드를 꺼낼 도리가 없어서, 전면적인 보복인지, 부분적인 보복인지 할 것 같고. 캐나다는 국내 정치적인 목적으로 해야 되니까. 이런 국가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트럼프는 또, double down이라고 하는데, 더 흥분해서 관세를 격화하면(escalate) 시장이 충격에 빠지는 거죠. 그래서 그 상대국의 반응이 어떻게 될까 하는 거고,   결정적으로는 시장이 어떻게 될까 하는 건데. 시장이라는 게 저는 세 가지로 봅니다. 주가가 있는 월가가 하나 있고요, 하나는 정치 주가가 있는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죠. 그러니까 메인 스트리트라는 거는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이 51% 였거든요. 그들은 트럼프가 어디까지 실험하는 걸 용인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난 십 년간, 이십 년간 미국이 너무 이상한 방향으로 왔다. 트럼프는 뭔가 새로운 거를 올바르게 하는 거다. DEI 같은 거, Woke culture 같은 거 뭐 이런 것들.' 그래서 이들의 인내심이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이런 것들.   그리고 여기에 중요한 거는 물가가 되겠죠. 물가. 1기 때를 보면 25% 철강 관세, 알루미늄 10% 관세, 중국을 상대로 한 전면적인 관세 전쟁이었는데, 물가가 그렇게 오르지 않았어요. 트럼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야, 이거 우리가 잘 컨테인하면 그렇게 심각한 물가 아니다. 올라갈 수 있다, 아니다." 계속 논쟁을 하고 있어서 그쪽을 봐야 될 것 같은데, 지금은 너무 많은 변수가 플레이되고 있어서 아주 혼동스러운 상태(입니다).   트럼프가 노리는 것은, 퇴임했을 때 두 가지로 기억되고 싶어합니다. 하나는 중국에 대해서. 기존의 많은 대통령들은 중국이 자기들이 만든 규범 중심의 다자 체제에서 뭔가 책임 있는 플레이어가 될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중국이 그렇지 않다고 해서, 중국에 전면전을 선언한 최초의 대통령. 그리고 중국을 상대로 관세라는 수단을 사용해서, 중국이 협상을 통해 미국산을 더 많이 수입하게 하고. 그걸 이행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어 하는 것 같고.   두 번째는, 21세기 패권 과정에서 핵심적인 아이디어나 R&D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만드는 제조업의 능력의 일부를 미국으로 옮겨오기 시작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어 하는 것.   Q4: 세계무역 체제 전망: "원칙 기반 다자주의 질서에서 전략적 이해관계에 기반한 선별적 양자·복수국 협정 체제로"   손열: 네 감사합니다. 이재민 교수님은 트럼프 관세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이재민: 중요한 말씀을 많이 해 주신 것 같습니다. 사실 굉장히 충격적인 조치고, 보호무역주의나 여러 가지 새로운 조치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했지만, 이번 4월 2일 상호 관세 부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넘어서는, 상당히 전례가 없는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한 번 말씀드린 바 있긴 한데요. 제 생각에는 이게 사실 1947년 GATT 체제가 출범한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런 일이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그동안 서서히 강화되어 오던 미국의 지금 체제 같은 체제와 WTO 체제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이제는 결정적으로 분출됐고,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건 아까 최 원장님 말씀하신 것처럼, 이 관세 조치가 얼마나 지속 가능할 것인가, 또는 관세를 이용해서 얼마나 미국이 원하는 바를 얻을 것인가, 또 그 과정에서 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문제와 상관없이, 이 정도 수준의 조치를 내고 여러 국가와 긴장 관계를 형성하는 상황은,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다자주의 체제가 작동하기는 힘들겠다는 점을 4월 2일 상호 관세가 결정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보호무역주의 조치라고 할 때, 그것은 꼭 협정이 있고, WTO 협정이든 한미 FTA든, USMCA든 협정이 있고, 그 협정 틀 내에서 자국이 원하는 조치를 취하거나, 자국 상품을 구매하거나 외국 상품을 차별하는 방식의 견제 또는 제재 형태였는데요.   상당히 최근까지도 그런 조치가 점점 커지다가, 그게 잘 안 되니까 트럼프 1기나 바이든 행정부 때는 이것을 더 넓혀서, 협정의 언저리에서 국가안보 이슈로 제재를 강화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협정 틀 내에서 팔도 비틀고, 들락날락하고, 뭔가 새로운 주장도 하는 그런 모습이었는데, 지금 사법 판세는 사실 GATT 1조부터 금지하는 내용을 처음부터 구형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전의 보호무역주의와는 성격이 다르고, 오히려 이것은 보호무역주의라기보다는, 미국이 원하는 일종의 임시적인 미국 중심 관리무역을 내세워, 이를 통해 1대1로 교역 상대국과 협의를 해서 단기적인 이익을 취하고, 이후에는 미국이 이를 토대로 새로운 규범 질서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것 같은데요. 제 생각에는 첫째, 당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까, 불을 끄고 각국별로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25% 관세,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반도체 품목 등에 대한 관세를 어떻게 대처하고, 얼마나 줄일 것인가에 대한 단기적인 미국과의 협력 문제가 있고요. 그다음에 조금 더 장기적으로 보게 되면, 이게 새로운 형태의 교역질서라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이 새로운 질서에 참여하고, 어떤 식으로 우리의 이해관계를 보호할 것인가 하는, 보다 장기적인 측면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정부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고,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여전히 문제를 기존의 자유무역, 다자주의 체제를 통한 교역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보다 보니까, 그 틀 내에서 해결책도 찾고, 대안도 모색하고, 법도 바꾸고, 산업 정책도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기본적인 형태 자체, 템플레이트가 바뀐다면, 장기적인 파급 효과는 여러 맥락에서 다양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런 변화가 앞으로 계속 생겨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걸 어떻게 대응할지, 장기적인 과제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열: 일종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잖아요. 기존의 WTO 체제는 이제 종언을 고했고, 그 중간에 미국의 관리무역이 들어오고, 그것을 거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인데. 그러면 이게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가는 것인지.   이재민: 예측하기는 참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그동안 익숙해져 있던 방식, 그러니까 모든 국가가 협의해서, 소위 말하는 최혜국대우(most favored nation: MFN) 원칙을 바탕으로 그룹을 만들고, 그 안에서 하나의 통일된 룰을 만들어, 그 룰을 통해 모두가 묶인(binding) 상태에서 자유로운 교역을 추진하는 틀은 이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결국은 신뢰할 수 있는 국가, 미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국가, 혹은 반대편 입장에서 보자면 EU나 중국처럼, 각국이 자국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는 국가들과 양자 협정이든 복수국 간 협정이든, 그룹별로 협정 체제를 만들고, 그 틀 내에서 일정 수준의 안정적인 교역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 '안정적인 무역'이라는 것이 자유무역은 아니고, 국가안보 예외라든가 무역수지 조항 등 다양한 예외 조항(Skip Clause)을 포함한, 저강도 형태의, 소수 참여자 중심 체제를 만들고, 그 체제에 대한 수시적 점검과 변경 가능성을 열어두는, 열린 형태의 협정을 앞으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 첫 출발이 지금 미국이 이야기하는 양자 협정입니다. 각각 우리와 협력한다, 협의한다, 협상한다는 틀을 통해 무언가를 만든다는, 이 모습이 바로 그 첫걸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조금 진화하면, 한국, 일본, 캐나다 등 몇 개 국가와 복수국 간 형태로 협정 체제를 새롭게 구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생각하는 분쟁 해결 절차, 또는 패널이나 국제법원을 통한 분쟁 해결은 외관상 그대로 두겠지만, 그걸 통해 뭔가 의미 있는 해결을 시도하는 건 이제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분쟁은 정치적 조율이나 아주 테크니컬한 문제만 법적으로 해결하고, 나머지 복잡한 난제들은 정치적·외교적 루트를 통해 해결하는, 그런 형태의 분쟁 해결 절차를 도입하는 모습이 앞으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Q5: "가치 공유국과의 연대를 통한 거점국으로서의 정체성 강화… CPTPP 가입 추진해야"   손열: 이재민 교수님께서 GATT와 WTO 체제는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하셨고, 이제는 세상이 새로운 교역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쪽으로 shift가 될 것이라 이렇게 문제를 보셨는데요. 기존의 글들 중에는 트럼프 4년의 호된 시련을 겪고 나면 미국이 일종의 다시 제세계화, re-globalization이라는 표현처럼 다시 돌아올 여지가 있지 않느냐는 전망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세계 질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최병일: 동아시아연구원이 그런 국제질서(international order)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오셨죠. 그런 국제 질서가 우리가 알고 있는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에서 벗어난 방향으로 갈 것이냐는 질문과, 세계화가 끝나는 것이냐는 질문은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WTO를 탄생시키는 협상에 참여했는데, 80년대 후반부터 1993년까지, 그리고 GATT의 마지막이었던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WTO를) 탄생을 시키자고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럼 기존의 GATT와 WTO하고 결정적인 차이는 이제 뭐냐 하면, 결국은 이 국제 협정이라는 것이 두 가지가 저는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협정 이행을 해야 된다. 특히 힘센 애들이 그 이행을 제대로 안 할 때 약한 애들이 뭔가 자기들이 믿을 수 있는 절차에 의해서 이행을 당부할 수 있는가. 걔들은 미국이나 아니면 힘센 국가들이 우리 뭐 그냥 패널 보고서 관계없이 안 하겠다고 하면 그걸로 끝장이거든요.   그런데 WTO는 이거를 굉장히 정치하는 사법 제도처럼 만들어 가지고 패널과 2심 제도까지 만들어서 그걸 강제적으로 이행하는 힘을 부여해서, 이게 WTO의 엄청난 승리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지금 그런 시스템을 만든 미국이 빠져나가고 있는 거죠. 그러면 미국이 빠져나가면 이게 완전히 없어지는 거냐? 여기에 대해서 저는 약간 좀 조심스럽긴 해요.   왜냐하면 미국이 빠져나가긴 하지만 그 외에 나머지 국가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 그러면 지금 앞으로 4년 동안 벌어질 것은, 트럼프를 중심으로 한 미국이 관세 폭탄을 내세워서 일방적인 관리 무역(을 하는 것). 미국 대 전 세계인데, 나머지 거기 있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중국이나 EU나 이런 국제 무역에 미국 빼고 나면 더 압도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들은 여전히— WTO의 분쟁 위기 해결 체제가 작동 안 하고 있지만 그래도 기존의 WTO, MFN을 굳이 나서서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는 그걸 좀 봐야 될 것 같아요. 그건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되는 경우, 새로운 협상을 할 동력은 없고. 그리고 기존의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분쟁 해결 체제를. 이건 사실 미국이 방해한 것이고, 미국이 상소심 의원을 새로 뽑지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상소 제도가 미국의 통상 주권을 위배한다는 이유로 오바마 때부터 계속 안 뽑았기 때문에.   그런데 만약에 미국이 빠져나가 버리게 되면, 오히려 중국이나 EU가 둘이 손을 잡고, "우리 이념은 다르지만 그래도 LIO를 포기하는 건 너무 고통스럽다. 대체 수단을 찾는 것도 너무 힘들다. 그럼 우리끼리라도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거죠. 사실 이건 굉장한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인데, 다른 부분이 너무나 혼란스럽기 때문이죠.   설령 분쟁 해결까지는 안 가더라도, 기존의 체제 안에서 그들끼리 그걸 굳이 부정할 이유가 있느냐는 건 열린 질문(open-ended question)이에요. 예를 들면 TPP에서 미국이 트럼프 정부 들어와서 빠졌지만, 나머지 국가들이 나서서 CPTPP를 만들어냈잖아요. 그런 것처럼 미국이 빠졌다고 해서 WTO 시스템 자체가 무의미해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나머지 국가들이 WTO라는 집을 그냥 떠날 것이냐, 그건 아닐 수도 있다는 질문을 저는 던지고 싶고,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화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은, WTO를 95년에 만들고 나서 지금까지 1차 무역 자유화 협상이 타결된 게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그 위에 보면 통상(commerce), 디지털 통상(digital trade) 같은 것들이 전 세계적으로 그냥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잖아요. 만날 때마다 우리가 디지털 통상을 하자고 하지만, 그건 국가들끼리 공평(impartial)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거고, 여전히 국제적으로 사람, 아이디어 같은 것들이 옮겨가는 데는 특별한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저는 무역(trade) 이슈만이 아니라 안보(security)의 접점에서 벌어지는 문제라고 보는 거예요.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린 대로 미국이 빠져나간 WTO를 두고, 중국이 다른 국가들에게 "우리끼리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 그 제안을 진짜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특히 무역에서 큰 역할을 해 온 EU나 한국, 호주 같은 나라들이 그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질문이 하나 있어서요. CPTPP에서 미국이 빠졌을 때도 여전히 자유 정치 체제를 갖고 있는 국가들끼리만 유지되고 있고, 거기에 영국까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봤을 때는 동력은 CPTPP를 중심으로 해서 뭔가 자유진영 국가 느낌 이게 breeding bloc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재민 교수님은 저랑 그런 면에서 약간 생각이 다르시고, 중심을 다르게 보시는 거죠. 그래서 CPTPP가 동력이 되려면 다른 국가들을 조금 더 모아야 하는데, 아마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손열: 그래서CPTPP에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 이런 얘기들을 상당히 하는데. 정치적으로 우리 한국이 결정을 해야 되는 문제도 있겠지만, 한국이 CPTPP에 가입할 수 있는 여건이라는 건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세요.   최병일: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죠. 사실은 CPTPP 이전에 TPP 협상 때 우리가 가입 협상에 참가를 했어야 되는데 실기를 했고. 그때는 박근혜 정부에서, 대부분 주요 국가들하고 TPP가 있는데 굳이 중복 성격인 CPTPP를 왜 해야 되느냐. 또 이명박 정부에서 소고기 등으로 전면적인 국민들의 반발을 목도했기 때문에, 정치적인 부담이 되는 거 아니냐.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메이저 국가들 가운데 FTA 없는 것이 중국이다. 그래서 선택의 문제를 봤거든요. 그건 지나간 거고. 그리고 나서 TPP가 발족하니까 갑자기 박근혜 정부에서, 우리가 왜 그랬지, 그런 생각 때문에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박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어디였나요? CSIS였나요? CPTPP에 우리가 첫 번째 가입 국가가 되겠다, 이런 식의 연설을 한 것도 기억이 나요. 그러다가 정치 상황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시간이 됐고, 문재인 정부는 아시다시피 한일 관계가 굉장히 안 좋아서.   일본은 사실 CPTPP를 만들고 승자에 도취돼 있었어요. 우리가 CPTPP를 만들었고, 다른 국가들이 가입할 때 우리는 가입비를 좀 얻을 수 있는 입장이다. 이런 식으로 한국에 고압적인 자세를 갖고 있었고, 그때 한일 간에 경제적으로 분쟁이 있었기 때문에 최악의 여건이어서 문 정부 초기에 CPTPP를 가입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준비조차도 완전히 정지가 된 시간을 보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또 상황이 바뀌어 가지고, 일본 입장에서 가치공유국(like-minded)인 한국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서. 그런 면에서 대외적인 여건은 나쁘지 않은데, 정치적 향배가 어떻게 될지.   제가 통상 협상, 통상 정책에 대한 연구를 수십 년 해봤습니다마는 항상 한국의 통상 협상 이슈인 개방 이슈는 너무 정치화돼 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그 반대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했을 때 우려가 실질적으로 나타난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 경험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고요. 그건 스크린 쿼터, 미국산 농산물 수입, 소고기 수입(지금 한국이 미국 소고기를 수입하는 3대 국가에요), 등등. 그 외에 제가 했던 통신 협상 같은 것들 다 그렇게 증명이 됐고, 오히려 우리끼리 해보겠다고 해서 요리조리 빼고 수입을 안 하고 했던 대표적으로 라프드의 금융 산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참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문화적인 코드와, 또 경제인들의 역할, 글로벌 시장 때문에 힘들지만 경쟁력을 높이는 개혁 개방을 하면 결과적으로 우리한테 플러스가 됐다는 지난 35년간의 경험을 체득한 게 있어요.   그래서 만약 이런 레슨을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다면, CPTPP 같은 것들을 트럼프의 관세 폭탄을 돌파하기 위한 중요한 카드 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많은 분들이, 정권이 막 출범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다는 논리로 접근하곤 하죠. 하지만 그런 논리대로라면, 21세기 대한민국이 이룬 개혁은 사실상 한미 FTA 하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사안을 조금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은 것 같아요. 미국 이외에 FTA를 체결한 한일 FTA도 살아 있잖아요. 트럼프와 똑같이 행동할 이유도 없고요. 한중 FTA는 2단계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고, 한-인도 FTA의 경우도 당시 인도의 경제력이 미약했던 상황에서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라는 전단계 협상을 체결했지만, 현재는 인도의 역량이 크게 향상되어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고. 그래서 우리는 하여튼 미국은 미국대로 해결을 해야 되겠지만, 우리가 21세기 초반에 맺은 FTA들을 허브 국가로서 재정비하고 리빌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아세안 FTA 도 업그레이드를 해야 되겠죠. 한-베트남, 한-인도네시아, 이런 것들이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고요. 왜냐하면 공교롭게도 트럼프의 4월 2일 그 해방일 날 상호 관세를 보면 중국, 방글라데시, 베트남, 콜롬비아 등등 한국 제조업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바탕으로 밸류체인을 분산시키려 했던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차피 이들 국가의 마지막 수출 시장은 미국이고, 미국은 그걸 알고 고율의 관세를 때려 놨잖아요. 그러면 협상은 우리가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베트남이나 인도는 제한되기 때문에.   결국 거기에 대한 해법 가운데 하나는, 이들 국가와 미국을 뺀 나머지 국가의 자유무역(free trade)를 결속화시키는 것이죠. 그럼 이 이야기를 계속 확장하면, 트럼프가 주장하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이나 "America First"가 자칫하면 글로벌 무역(global trading) 시스템에 미국과 개별 국가 간의 양자 관계가 존재하고, 나머지 국가는 미국이 통제할 수 없는 나름대로 질서(order)가 있고 규칙(rule)이 있는 그런 세상으로 양분되지 않을까?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미국의 영향력이 없는.   그렇게 되면, 과거 WTO에서 미국이 일정한 불만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규범을 주도하고 재설계하며 확장할 수 있는 힘이 있었던 반면, 지금처럼 미국이 스스로 이탈해버린다면, 미국은 더 이상 국제 무대에서, 최소한 통상에 대해서는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협소해지지 않을까. 그런 우려까지 트럼프의 계산 속에 있는지는 현재는 알 수 없는 것이고.   Q6: 단기 대응 전략: 대미 외교 "미국 상품의 국내 접근성 확대와 다분야 협력을 통해 한미 FTA 의존성 탈피하고 신뢰 구축해야"   이재민: 뭔가 장기적인 플랜을 짜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하나 좋은 점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드디어 한미 FTA나 WTO 체제에 대한 미련을 우리가 버렸다는 점이에요. 생각해 보면, 이제는 그걸 통해 뭔가를 해결하거나, '우리나라가 관세율이 0%니까 미국과의 관계는 몇 가지 들쭉날쭉한 이슈는 있어도 큰 문제 없이 이 틀 안에서 계속 간다,' 식의 생각을 특히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드디어 접게 됐다는 게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미련을 접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접근으로 나가게 되었다는 게 중요한 출발점이 아닌가 생각을 했고, 그 맥락에서 보면 미국이 한국하고 뭔가 협력을 하거나 협조를 하고 싶어 하는, 또 해야만 하는 여러 영역들이 있어요. 그 부분에서 양국 간의 협력, 협조를 본격적으로 모색하고, 그걸 통해서 미국이 요구하는 바, 미국이 희망하는 바를 우리가 어느 정도 들어주고 또 우리가 희망하는 바—우리 상품의 안정적인 미국 수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일부 품목에서 우리 이익의 반영을 이루어내는 게 앞으로 제일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에 나오는 걸 보면 더 이상 WTO 얘기는 나오지도 않고요. 가끔 한미 FTA 이야기가 나오긴 하는데, 한미 FTA를 개정할 것이냐, 개정 논의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얘기가 나와도 이제는 그건 제 생각에는 상당히 좀, 어떻게 보면 의미가 많이 퇴색된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그보다는 결국 지금 미국이 요구하는 여러 내용을 한국이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 그 중에서 우리가 미국에 대해서 제재할 수 있는 부분은 뭐가 있을지, 그걸 통해서 양국 간의 일부 영역에서 협력 가능한 요소, 타협 가능한 요소를 찾아내는 게 중요한 현안이 아닌가 생각을 했습니다.   손열: 트럼프가 이번에 관세 폭탄을 피하려면 자국의 관세를 인하하고 장벽을 해체하며 환율 조작을 중지하라고 하는데, 그럼 우리가 관세나 비관세 장벽을 가능한 한 해체해서 미국 상품을 더 사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환율 문제에서도 조금 더 투명하게 가면, 이건 트럼프 워딩이긴 하지만, 그렇게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재민: 맞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볼 수 있는데, 문제는 사실 미국이 이야기하는 소위 비관세 장벽이라는 게 보면 상당 부분은 우리가 고치기 힘든 것들이 많습니다. 물론 고칠 수 있는 것도 있어요. 예를 들어 수입 규제나 검역 조치 같은 건 우리가 기술적으로 좀 더 전향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와중에는 조금 더 국내 설득 작업을 하고, 내부 정비도 하고, 법령 개선도 해서 미국 요구 중 일부는 전향적으로 검토해서 수용(accommodate) 가능한 형태의 비관세 장벽도 있고요.   그 외에도 상당수의 비관세 장벽이라고들 얘기하는 부분은 사실 우리가 어떻게 개선하거나 바꾸기 힘든, 어떤 건 국가 정책의 차이, 시각의 차이인 경우가 많아서 단기간에 고치거나 바꾸기 어려운 부분들이 꽤 있어요. 부가세라든지, 환율 문제도 그렇고요.   그래도 환율 정책이라는 범위 내에서 그게 환율 조작적 효과를 갖는 무역 왜곡 툴인지, 아니면 그냥 경제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도 미국이 얘기하는 여러 비관세 장벽을 우리가 그대로 다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대표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야기했던 비관세 장벽이나 환율 문제나 이런 것들이 결국은 왜 미국 상품을 그렇게 많이 사지 않느냐, 왜 안 팔리느냐에 방점이 있다고 봐요. 왜 안 팔리느냐는 데에는 관세 장벽이건 비관세 장벽이건, 보이지 않는 손이건 간에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 측근들 입장에서는 사실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고.   한국 자동차는 미국에서 10만 대가 팔리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미국 자동차는 왜 서울에서 안 팔리느냐. 그 통계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말도 서울에서 돌아다니는 자동차의 81%가 Made in Korea라고 했거든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왜 미국 자동차는 서울에서 안 팔리느냐, 어떻게든 미국 상품이 농산품이든 공산품이든 교역 상대국에서 좀 더 팔리는 환경을 만들어내라는 식의 요구로 저는 이해를 했습니다. 그걸 우리가 충족시키려면, 말씀드린 것처럼 계산 가능한 비관세 장벽은 합리적이고 전향적으로 생각해서 뭔가 방안을 찾아야 되고,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한테 우리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필요하죠.   그리고 또 하나는, 비관세 장벽 문제가 아니라 미국 상품이 한국 시장에서 좀 더 팔릴 수 있도록, 관세 장벽이든 비관세 장벽이든 그게 문제가 아니라, 미국 상품이 합리적인 선에서 좀 더 판매가 증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고요. 장기적으로 그게 결국 무역 흑자, 또 미국 입장에서의 무역 적자를 조율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앞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틀 밖에서, 미국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에 기대하는 바—방위산업, 조선, 반도체 공급망, 대미 투자 확대, 바이오, LNG 에너지 협력 등—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미국의 안보적 고려, 안보적 우려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줘야죠. 전체적으로 미국이 한국에 대해 갖는 교역상의 우려, 그게 우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미국에서 워낙 잘하니까, 미국 상품이 서울에서 워낙 안 팔리니까 그런 거거든요. 그걸 어느 정도 불식시켜줄 수 있는 노력, 또 미국이 갖고 있는 안보 우려를 우리가 일정 부분 협력해서 완화시켜주는 식으로.   이런 모습으로 현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요. 말씀드린 이 내용들은 사실 한미 FTA 틀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 틀은 계속 작동하겠지만, 그걸로 우리가 처한 상황을 해결하긴 힘들고, 틀 밖에서 이런 식의 해결책을 찾아야죠. 충격은 피할 수 없지만, 하드랜딩보다는 소프트랜딩을 한번 찾아보는 게 앞으로의 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Q7: 대중정책과 미중 경쟁 "미 관세 폭탄은 중국에게는 기회… 韓, 산업 고도화를 통해 반사이익 노려야"   손열: 지금 트럼프에 가려 China de-risking 얘기는 거의 못 하고 있습니다. 유화나 강판 등에서 한국이 구조조정을 못 하고 있는 사이에 중국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고, 최근 저가 공세가 강화되면서 시장이 크게 힘들어하고 있죠. 그래서 얼마 전 대중 반덤핑 얘기도 나왔고, 이런 걸 포함해서 우리의 대중 무역 정책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요.   이재민: 교역 체제가 지금처럼 WTO 그 틀에서 유지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파편화되고 또 규범 밖에서 전개되게 되면, 제 생각에는 중국은 상당한 기회를 잡을 것 같습니다.   중국은 원래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국가이고, 지금은 여기에 상당한 기술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그다음에 이제 결정적으로, 중국이 디지털 경제 측면에서도 지금은 최첨단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한 수준의 능력을 갖고 있어서, 이걸 잘 조합하게 되면 WTO 협정이든 또는 WTO 협정에 기초한—예를 들면 중국과 한국 간의 한중 FTA건, RCEP건—이런 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서 다양한 교역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지니까요.   이제 그 맥락에서 보면, 중국 입장에서는 그게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의 더 강력한 지원이 되었건, 해외 직구 플랫폼을 통한 한국 시장 진출이 되었건, 또는 다양한 형태의 저가 상품으로 주변 국가—한국 포함—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되었건, 이런 형태의 시도가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전개될 가능성은 이제 커진 겁니다.   이런 형태의 흐름이 이어가면, 제가 볼 때는 이게 미국보다도 오히려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벗어나서 더 다양하게 국채시장, 해외 시장, 경제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은 일단 자기들이 생각하는 관세 정책을 통해 자국 시장에 대한 방어, 또 제조업의 부흥 같은 쪽에 더 포커스를 두고 있기 때문에, 사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방점이 있었던 미중 경쟁을 통한 중국 봉쇄(containment)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겠지만, 지금은 미국 스스로 제조업 부문이나 미국 내 여러 가지 국내 정치적, 또 경제 활력의 회복 쪽에 더 초점이 갈 수밖에 없다고 보면, 오히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존 견제나 다양한 제재들이 앞으로는 쉽게 유지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오히려,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미중 경쟁이 계속되겠지만, 순전히 교역만 놓고 보면 지금은 중국이 그 기회를 더 찾을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게 아닌가. 물론 중국 경제도 어렵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잘 가동된다는 전제가 뒤따라야 하겠습니다만. 이 교역 틀에서만 놓고 보면, 중국의 그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좀 들긴 했습니다.   그 말은,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진출이나, 또 중국 상품의 한국 시장 진출 같은 부분은 더 커질 것 같고, 이미 미국 시장으로 진출이 힘든 상품은 한국으로 올 수밖에 없는 가능성도 크고, 또 그게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시도들로 이어지게 되면, 결국 우리는 중국산 상품의 한국 시장 진출로부터의 취약성이 더 커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최병일: 어려운 것 같아요.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중국은 우리한테 어떤 존재냐 하는, 우리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될 것 같고, 동시에 중국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문제가 될 것 같아요. 거기에는 무역통상과 안보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어려운데요.   제가 자문을 해보면, 중국 관점에서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가장 약한 고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고, 따라서 약한 고리이면서 한국 스스로 미중 문제가 나왔을 때 한국 내 여론이 상당히 분열돼 있다든가, 정권의 향배에 따라 굉장히 스윙(swing)이 심한 국가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게 우리 입장에서 굉장히 불리한 거예요. 우리 입장에서의 강점은 트럼프가 이렇게 막 휘몰아치지만, 그러면 트럼프가 저렇게 끝낼 건가를 생각해 봤을 때, 미국도 약점이 있거든요.   왜냐하면 미국의 약점이라는 것은, 트럼프가 원하는 제조업의 슈퍼 파워를 만든다고 했을 때 공장 짓겠다고 투자 약속은 했지만, 실제로 공장에서 물건이 나올 때까지는 지금 미국이 갖고 있는 시스템으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에, 굉장히 돌아가야 해요. 그런데 거기서 트럼프가 필요로 하는 제조업 가운데 이재민 구수의 이야기대로 우리가 기여(contribution)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러면 트럼프의 심기를 덜 건드리고, 우리가 이익을 갖고 올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을 하다 보면—예를 들어 조선이나 군함을 만드는데 중국의 힘을 빌릴 수는 없잖아요, 그렇죠? 그 다음에 AI도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힘을 빌려서 데이터센터를 만들지는 않을 거고요. 그리고 에너지, 항공기를 중국한테서 사올 수도 없잖아요.   그런 게 우리한테 다 기회로 오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중국이 우리를 이미 추월해 갔거나 우리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는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우리에게 줄 수 없는 혁신과 심지어 역전의 기회다—이런 생각을 우리 기업인들은 분명히 하고 있고요.   그러니까 트럼프 4년에 미국의 제조업을 강하게 하고 관세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 관세는 지금 거의 실효 관세 100%가 된 상태입니다. 제가 계산을 해봐야 하긴 한데, 트럼프 1기 때 이미 20% 정도 올렸고요. 그리고 2기 때 와서 지금 10, 10 했죠. 아직 이행은 안 됐지만, 베네수엘라에서 원유 수입한 것도 25%고, 이들이 34% 하면 트럼프가 벌써 70%를 올려놨어요. 그러면 이제 거의 100%거든요. 그렇게 되면, 거의 갈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 게 우리한테 기회인데, 문제는 이것을 '동맹'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그냥 "너희들이 America를 great again 할 때 한국의 도움이 진짜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아마 우리 제조업에 기회가 있을 것 같아요. 그 제조업의 기회라는 거는 결국 중국과의 제조업 경쟁에서 역전할 수 있는 그런 기회. 그런 팀들이 우리 기업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최소한 팽팽하게 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거죠. 그게 바로 산업 정책이고요. 산업 정책과 노동 정책이죠.   그런 정책들이, 중국 기업들이 받는 정치적 혜택만큼은 최소한 우리에게도 돌아와야 하고, 일본이나 유럽의 정치인들이 자기 기업에게 해주는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는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분야를 자꾸 파당적으로 보고, 반미냐 친중이냐 이런 프레임으로 가면, 우리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죠.   Q8: 정책적 함의 "미중 양자 압박 사이 놓인 韓, 기업 자생력에만 의존은 한계… 정부의 제도적 지원 필수불가결"   최병일: 저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그게 예전에는 "야, 그게 무슨 말장난이야" 그랬는데, 지금 보니까 진짜 이제 우리가 살아남아서 강하다는 걸 증명해야 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왔을 때 무역이 너무 중요하고, 우리가 수출을 한 건 없는 것을 수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냥 우리가 농업 국가에서 제조업 국가, 첨단 제조업 국가로 계속 변신한 것은 그걸 잘 만드는 이유도 있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자동차, 철강, 반도체—우리가 유에서 무에서 유를 창제했잖아요. 그 이유에는 우리가 없는 것을 수입하기 위해서, 원유랄지 농산품이랄지 등등이 들어온 건데, 이런 우리를 바쳐준 게 바로 질서 기반(rule-based) 된 다자 체제인데, 이게 지금 막 흔들리고 있잖아요. 그래서 다른 국가보다도 더 이제 그런 거고.   전체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G7급 국가 가운데 우리가 제일 높아요. 그러니까 트럼프는 또 제조업을 막 흔들고 있으니까, 우리한테는 이제 이중 충격인데. 그때 이걸 나쁘다고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지. 결국 살아남아야 되는데, 살아남는 지혜는 우리가 이제 의견을 모으면 되죠. 그렇지만 아무리 종이 위에 장벽이 있더라도, 이것을 실제로 기회를 잡아야 되는데, 기업은 적응을 할 거라고 저는 봅니다. 그런데 그 적응이 좀 덜 힘들고, 덜 고통스러우려면 결국 그 역할은 우리 정치의 역할이라고 저는 보는 것이죠.   손열: 그러니까 그 제조업 분야에서 계속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끔, 유지할 수 있게끔 정책을 좀 도와달라.   최병일: 그렇게. 최소한 다른—중국이나 일본이나 유럽이나 이런—국가가 그들 기업한테 해주는 것보다는 불리하지 않게 해줘야 되겠다.   Q9: 결론 "미래 무역질서의 향배에 대한 적확한 파악과 경쟁력 증진을 위한 전향적 사고 필요"   손열: 오늘 장시간 말씀을 정리를 하자고 하면.   첫 번째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기성질서를 파괴하고 있는 충격적인 사건이고, 따라서 앞으로의 대응은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서 한국의 무역, 특히 수출과 관련된 협상들을 잘 해 나가야 되는 것이 하나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래의 국제 무역질서의 향배를 잘 전망하고 파악해서, 거기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말씀이 계셨고요.   두 번째는, 그런 속에서 일정한 정도의 탈미국 흐름은 불가피한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한국의 무역, 그러니까 특히 이 경제 외교는 기존에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짜여진 것에서, 일본이나 동남아, 그리고 인도, 호주, 그리고 나아가서는 유럽 쪽으로 전략 공간을 훨씬 더 확대해야 한다는 말씀들이 있었고, 그런 속에서 최병일 교수님께서 강조하신 CPTPP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또 하나 되겠고요.   세번째로는, 미국이 한국의 수입 확대를 상당히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입장에서는 사실은 불공정 행위라고 보이는 것도 있지만, 그 중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적극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그것이 미국의 구미를 맞추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 경제의 경쟁력,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우리가 그 구조 개혁은 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계속 살려나가려면 미국의 트럼프 관세에서도 생존해야 하고, 또 중국의 거센 추격과 경쟁에서도 서바이벌하고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적어도 유럽이나 일본, 그리고 중국까지 포함해서 그들이 받는 여러 가지 지원들을 고려할 때, 우리도 조금 더 전향적으로 이 부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쭉 해 주셨습니다.   최병일 원장님 그리고 이재민 원장님, 오늘 장시간 귀한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값진 토론을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 대담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 손열_동아시아연구원 원장.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이재민_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 최병일_(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 이화여대 명예교수.     ■ 담당 및 편집: 김채린_EAI 연구보조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8) | crkim@eai.or.kr  

손열, 이재민, 최병일 2025-04-11조회 : 4249
멀티미디어
[보이는 논평] 총통 선거 결과와 대만의 미래

이동률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동덕여대 교수)과 문흥호 한양대 명예교수는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변수를 분석하고, 향후 양안관계 및 미중관계 전망과 한국의 대응 전략을 제시합니다. 이동률 소장은 대만 문제로 인해 미중 갈등이 고조된 것이 아니라 미중 전략경쟁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대만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중 양국이 갈등이나 충돌을 막기 위한 대화와 관리를 추진하는 흐름에 힘입어 대만에서도 ‘현상 유지’라는 타협점에 도달할 것으로 진단합니다. 문흥호 명예교수는 양안 간 경제협력 등 호혜적 관계로 인해 전면 충돌의 가능성은 낮지만 소규모 갈등 가능성은 상존하기에 주한미군이 개입하는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중국 및 대만과의 관계에서 균형감 있는 접근을 통해 양안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신중하게 발신할 것을 제언합니다.     대담 전문   이동률 동아시아연구원 중국연구센터 소장 (이하 이동률): 안녕하십니까, 이동률입니다. 동아시아연구원 올해 첫 보이는 논평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시겠지만 1월 13일 대만에서 16대 총통 선거가 있었고요. 그 결과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자가 총통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올해가 아시다시피 글로벌 슈퍼 선거의 해라고 일컫고 있습니다. 무려 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있고요. 그 중에서도 올해 대만 총통 선거가 첫 선거이기도 하지만 역대 대만 총통 선거 중에서도 가장 국제사회와 한국의 이목을 집중시킨 선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오늘 특별히 저희가 국내 최고의 대만 전문가이신 문흥호 한양대 명예교수님을 초청해서 저와 함께 대담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대담의 진행은 일단 대만 총통 선거의 결과의 의미와 영향을 중심으로 말씀을 좀 나누고 싶고요. 그래서 대만 총통 선거의 특징과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두 번째는 그것이 초래한 파장을 크게 한 네 꼭지 정도로 나눠볼까 합니다. 일단은 대만 총통 선거 결과 양안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그리고 그 양안 관계 변화가 미중 관계와 그리고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한번 같이 얘기를 나눠보고 전망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 고민을 해야 하는지 함께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1. 대만 총통 선거의 특징과 의미   이동률: 우선 대만 총통 선거의 특징과 의미에 관한 것인데요. 아까 말씀드린 선거 결과는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자가 총통으로 당선되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를 놓고 세간에서는 친미 독립 성향이 강한 정부의 등장이다, 이렇게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은 친미 독립 성향이라는 게 너무 부각되면서 대만 총통 선거 결과를 너무 과도하게 일반화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그것 외에도 사실은 선거 결과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민진당 총통의 지지 기반이 지지율이 과반을 넘지 못했다는 것도 있고요. 그리고 민중당이라는 신생 제3정당이 약진했다는 것도 굉장히 주목할 변화입니다.   그래서 문흥호 선생님께 이런 독특한 대만 국민들의 선택의 원인은 무엇인지, 그걸 중심으로 대만 선거의 지형의 구체적인 상황들을 간략하게 정리해 주십사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문흥호 한양대 명예교수 (이하 문흥호): 고맙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총통 선거가 아주 많은 관심을 모았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선거가 2024년에 많이 몰려 있다는 부분, 그리고 최근에 대만 문제가 대만과 중국만이 아니고 동아시아, 인도-태평양, 그리고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이 있었는데 우선 첫 번째 특징으로는 대만에서의 총통 선거라는 것이 굉장히 열기가 있었거든요.   그 이유는 첫 번째는 대만이 아시다시피 1949년 장제스(蔣介石) 정부가 대만으로 패퇴한 이후에 한 40년 가까이를 계엄 통치 하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자기 지도자를 자기가 뽑는다는 건 상상조차도 못했었죠. 그러다가 1992년에 총통 직선제 개헌을 했고 1996년 이후에 직선제를 시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에 누려보지 못한 자기 지도자를 뽑는다는 데 대한 관심과 기대와 환희와 이런 게 모여서 상당히 열기를 높였다 하는 것이 특징이고요. 그 연장선에서 역시 지도자를 뽑는 중요한 선거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열기가 있었다 하는 것.   그 다음에 두 번째 특징은 대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사회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대만 사회가 대만 출신의 사람들과 대륙에서 1949년 이후에 넘어온 소위 외성인과 본성인이라는 두 하나의 유권자층이 형성이 되는데 대개 이분들이 지역으로도 나눠져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이분들이 대만의 정통성, 즉 대만인으로서의 자주 독립 성향 그 다음에 대륙에 대한 아이덴티티, 이것 때문에 항상 통일이냐 독립이냐를 가지고 싸웠는데 이제는 점점 이 두 부분이 희석이 된 것 같습니다.   이제는 통일이냐 독립이냐의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이번에도 사실은 라이칭더 후보의 승리를 가져다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어젠다에서 선점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처럼 우리는 독립할 거야, 우리는 통일할 거야 이런 문제가 아니고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독립이냐 통일이냐가 아니라 독재와 민주로 설정을 한 겁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알다시피 대륙에 있는 공산 독재와 대만의 자유민주 체제의 차이점을 부각시키면서 자신들의 주체성을 말하면서도 과도하게 독립이라는 말을 쓰지 않음으로써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부분이죠.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중도층을 많이 공략할 수 있었고 단적인 예로 라이칭더 당선자는 당선 소감에서 “민주로 시작해서 민주로 끝났다”, 민주와 독재의 싸움, 전쟁과 평화의 싸움에서 우리가 승리했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민주주의를 더욱더 발전시킬 것이며 민주주의와의 연대를 강화할 것이다. 이거 매우 영리한 지혜로운 선택이었는데 중국의 독재를 부각시키면서 자신들의 민주를 은연중에 나타내고 또 미래지향적으로 ‘우리는 민주 편에 설 거야’라는 부분을 세계에 알리는 전략을 썼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하신 대로 세 번째 특징은 제3당, 그동안에는 국민당과 민진당이 양당 체제를 발전시키고 민진당은 독립, 국민당은 대륙과의 통일이라고 얘기까지는 안 하지만 친중적인 노선,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이제는 많은 유권자들이 어차피 통일도 어렵고 독립도 어려운 상황에서 자꾸 그 두 가지의 어젠다를 가지고 현실성 없는 얘기를 하는 것은 좀 짜증스럽다. 뭔가 새로운 차원에서 우리가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차원을 파고든 것이 이번에 민중당이라는 제3당입니다.   사실 민중당은 초기에 국민당과의 단일화를 추진했습니다. 그래서 막판 협상을 하면서 거의 파란을 일으키는지 않나 하는 그런 예상도 했는데 결국은 민중당이 가지고 있는 중간적인 색채, 이런 부분에 대한 국민당과의 조화가 수월치 않았다. 민중당은 국민당과의 단일화 협상에서 굉장히 상처를 받았습니다. 나중에 뒷얘기를 보면 민중당의 대표나 후보나 또 그 측근들은 국민당이 자신들을 너무 몰아붙였다. 국민당은 부통총직을 제안했지만 대만에서 부총통은 별 의미가 없거든요. 그래서 총통의 러닝메이트로 부총통으로 들어오라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거죠. 그 다음에 국민당도 아차 싶어서 선거 막판에 내각 참여 즉 연합 정부까지 얘기를 했어요. 우리가 집권을 하면 내각에 참여해서 민중당 인사들과의 연합 정부를 구성할 테니 투표로서 우리를 지지해 달라. 그런데 이미 민중당은 가슴 속에 앙금이 많이 남아 있었고 이미 판세를 보니까 굉장한 세력을 잡을 수 있고 국민당이나 민진당이나 압도적인 우세가 아닌 상황에서 자신들이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쥘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거죠. 이 상황에서 절대로 단일화 협상에 나설 수가 없었던 것이고 결과적으로 민중당이 입법위원 선거에서 상당한 8석이라는 굉장한 영역을 확장한 거죠.   그 다음 이번 선거에서 많이 부각이 안 됐습니다마는 실제로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는데 이것은 입법위원 선거입니다. 113명의 입법위원을 뽑는 것인데 그동안에는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에서는 민진당 의원들이 입법원의 다수를 점했고 그렇기 때문에 상당한 정책 지원을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국민당이 1석 많은 52석, 민진당이 51석, 그리고 민중당이 8석, 군소정당은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마는 지금 굉장한 의미를 갖는 것이 민중당이 8석입니다. 그 민중당 8석은 국민당에 붙든 민진당에 붙든 과반을 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별로, 현안별로 국민당과 민진당을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을 확보했다.   그래서 요즘에 민중당의 후보는 비록 대선에서는 낙선했지만 표정이 가장 밝습니다. 왜냐하면 민진당의 라이 후보는 당선됐지만 사실은 할 일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벌써 하루 이틀 지나면 앞으로 해 나갈 부분이 상당히 중압감으로 느껴지겠죠. 그래서 이번에는 아주 절묘하게 국민당과 민진당이 거의 절반에 못 미치는 그런 상황에 민중당이 캐스팅 보터로서의 역할을 차지했다 하는 것이고요.   그 다음에 이번 선거에서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라이칭더라는 사람이 통일, 독립 문제에서 아주 지혜롭게 빠져나오면서 민주라는 부분을 부각시켰다는 것, 이것이 아까 잠깐 말씀을 드린 대로 이기는 선거 전략이었다. 그리고 국민당이 얘기하는 통일과 독립 문제, 단적으로 얘기하면 국민당은 이런 얘기를 했거든요. “민진당이 집권하면 전쟁이 나고 전쟁이 나면 청년들은 전쟁터를 가야 해. 그러니 당신들 청년들은 반드시 국민당을 뽑아야 한다. 국민당을 뽑으면 양안이 평화롭고 전쟁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상당히 좀 예의에 벗어난 조금 좀 위협적인 말이었어요.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돌아와서 “당신들이 국민당을 찍지 않으면 전쟁터로 나갈 거야.” 이것은 굉장히 현실성이 없는 말이었고 역시 그래서 저는 무슨 생각을 했냐 하면 보수 국민당이 조금 감이 없구나. 지금 바뀌는 선거 지형, 청년층의 인식, 그리고 중도층의 인식, 양안 관계의 현실, 이런 부분을 잘 해석을 했더라면 그런 부분에서 역공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고요.   또 하나 결정적으로 역공을 받은 일이 뭐냐 하면 막판에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이 현재 국민당에서 가장 원로인데 이분이 말을 잘못했어요. 뭐라고 했냐 하면 시진핑(習近平)을 믿어야 한다. 소위 신습론(信習論)으로 많이 부각이 되고 민진당은 중국 사람들도 믿지 않는 시진핑을 믿으라고 한다면서 엄청난 역공을 펼쳤고 결과적으로 저는 국민당에 정확하게 몇 퍼센트의 실점을 가져다주고 민진당에 득점을 가져다줬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선거를 하루 이틀 앞둔 상황에서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따라서 국민당의 좀 구태의연한 어젠다 설정, 그리고 국민당 원로의 잘못된 판단과 감 없는 말, 이런 부분들이 좀 굉장히 순발력이 있는 민진당에 당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동률: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일반적으로는 이것을 친미 대 친중, 또는 독립 대 통일이라고 하는 양극단의 이분법적 해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문흥호 교수님께서는 대만 자체 내에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어떻게 선거라는 방식을 통해서 절묘하게 표출되었는지를 잘 설명해 주셨고요. 저도 거기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합니다. 특히 이번 선거에 대만인들의 선택은 굉장히 복잡했을 텐데 결과적으로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해서 아주 절묘한 선택을 이루어냈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그래서 앞으로 대만 국내 정세나 양안 관계에서도 이러한 절묘한 민심의 선택이 어떤 형식으로든 투영되고 반영될 것이라고 보고 있고요. 그래서 일단은 양안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기존에 우리가 생각해 왔던 독립 대 통일이라고 하는 양극단의 선택이 아니라 대만 민심은 조금 더 복잡하고 대만 자체 내의 민생이나 경제 문제에 조금 더 집중하기를 원하는 요구와 기대가 반영됐다고 생각합니다.   2. 선거 이후의 양안관계   이동률: 두 번째는 양안관계에 대해서 말씀을 좀 나누고 싶은데요. 이것도 역시 일반론적으로는 친미 성향의 독립 지향이 강한 민진당 정권이 등장하게 되면 양안관계는 갈등과 긴장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선거 결과를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민심의 요구는 꼭 그렇지 않다 하는 걸 보여주고요. 또 한편으로는 아까 얘기하셨듯 라이 칭더 후보자가 제시한 민주 대 독재라는 그 어젠다가 굉장히 유효하게 작용해서 당선된 만큼 결국은 이 구도에서의 대만과 중국 대륙 간의 가치의 문제에 있어서의 충돌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만은 아시겠지만 굉장히 빠르게 지금 대만화되고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완전한 탈중국화, 특히 경제에서 탈중국화가 가능하겠는가 하는 우려도 있어서 대만의 선택과 중국의 반응, 그에 따른 양안관계의 전개 양상은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문흥호: 그렇습니다. 지금 양안 관계는 대선 그리고 입법위원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죠. 지금 양안관계는 어떤 정당의 문제가 아니고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지금 대만 인구가 2,350만인데 거의 100만 명 이상이 대륙과의 기업 활동에 관여가 되어 있고 그중 상당수는 대륙에 가 있고 또 대륙 출신의 배우자가 지금 공식적으로만 한 11만 명이 넘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가정을 꾸리면서 2명의 자녀를 낳는다고 할 때 거의 50만 명 가까운 인구가 대륙과의 혈연이 묶여 있는 상황이고요.   그리고 대륙과 대만의 경제 교류는 늘 우리 남북관계하고 비교를 하는데요. 남북관계하고 비교를 하면 굉장히 오해하기가 쉽습니다. 지금 남북관계는 엄청나게 좋은 것 같다가 며칠 뒤에는 모든 게 단절되는 그런 상황인데 양안관계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사실 코로나로 거의 인적인 교류가 단절된 상태에서도 상당 부분 무역 통상이 확대가 됐었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양안관계라는 것이 민진당이 정권을 잡으면 중국 쪽에서 상당히 별로 기분이 좋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독립을 지향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양안관계에서 불이익을 주고 뭔가 독립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노력하지 않겠는가, 물론 그런 부분도 가능은 한데 말씀드린 대로 이미 양안 관계는 그럴 상황이 아닙니다.   대만과 중국의 경제 협력은 일방적으로 대만만이 혜택을 받는 그런 관계가 아닙니다. 중국도 중국 경제의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동남 연안 지역에 있는 많은 기업과 기업들은 대만과의 관계가 만약 단절이 되면 고용 문제나 어떤 기업의 이익이 엄청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양안 경협이라는 것은 양안관계에서 정권의 독립 성향이 강하냐, 통일 성향이 강하냐, 친중이냐 친미냐, 이런 부분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는 것이고 실제로 지금 중국도 그리고 대만도 소위 ‘융합 발전’이라는, 대만과 중국이 융합적으로 발전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방안이 없을 것이다 하는 것이고요.   양안관계에서 코로나 때문에 사실 인적 교류가 많이 줄었는데요. 이제 서서히 늘고 있는 상태고 아마 대선 이후에는 상당 부분은 늘어나지 않겠는가, 그런데 양안 관계에서 상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뭐냐 하면 중국과 대만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설정을 할 거냐 하는 문제가 어떻게 보면 영원한 숙제인데요. 통일과 독립은 어렵다 하더라도 그 중간적인 형태, 통일도 아니고 독립도 아닌데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과 대만과의 관계에 있어서 소위 국제적으로 유엔이 승인했고 중국이 얘기하는 “대만은 불가분한 중국의 일부분이다”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알겠는데 실제로 그것이 완벽하게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대만이 했던 것이 소위 ‘92년 컨센서스’라는 게 있습니다.   92년 컨센서스는 뭐냐 하면 가장 중요한 것이 “중국은 하나야. 당신도 동의하지?”라고 얘기를 하는 거죠. 두 번째는 만약 당신이 그렇게 동의를 한다면 당신이 집착하는 ‘하나의 중국’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중국이 표현하는 방식과 대만이 표현하는 방식, 즉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 거거든요.   이 부분이 형식적으로는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대만 측에서는 ‘하나의 중국’에 거의 90% 이상의 무게가 주어지고 그것을 다르게 표현한다는 92년 컨센서스의 두 번째 핵심 요인은 거의 유명무실화됐다 하는 얘기죠. 그러니까 하나의 중국이 거의 중화인민공화국이고 중화민국은 거의 유명무실화됐다. 이게 대만의 입장이고 그래서 차이잉원 정부에서는 못 받아들이겠다. 그리고 지금 대만에서 하는 얘기는 일중각표(一中各表), 즉 92년 컨센서스를 어떻게든 양보를 해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중국이 요즘에 들어와서 92년 컨센서스를 일국양제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는 그런 부분들이 있거든요. 즉 92년 컨센서스에 동의하는 것은 곧 일국양제, ‘한 나라 두 시스템’에 동의하는 것이다. 여기에 반발을 한 겁니다.   그래서 대만 입장에서는 92년 컨센서스를 사실은 민진당 정부에서 거부했는데 라이칭더 정부에서도 이 부분을 처리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92년 컨센서스에 있어서 차이잉원 정부보다는 조금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을까, 즉 조건부로 하나의 중국을 동의하면서 그 중국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라이칭더는 중화민국이라는 부분을 굉장히 강조를 하고 있는데 과거에 민진당 인사들의 입장은 독립하면 대만 공화국을 건설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고 불안해하고 했던 것인데 대만 독립은 중화민국을 좀 더 독립적으로 자주적으로 만드는 것, 이렇게 세팅을 바꿨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소위 하나의 중국 속에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이 들어가 있고 그리고 중국이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당 부분 대만의 체면을 살려준다면 92년 컨센서스를 받을 것이고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일국양제에 대한 부분도 일정 정도는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다만 지금 일국양제는 대만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이 뭐냐 하면 홍콩의 대륙화, 즉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는 이미 깨졌다고 볼 수 있는 거거든요. 홍콩은 이미 두 시스템 속에 들어 있는 체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홍콩을 바라보면서 대만 사람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본 것처럼 그런 상태에서 일국양제를 금방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렵지 않나. 그러나 민진당 입장에서, 라이칭더 신 정부 입장에서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통일과 독립이 아닌 그 중간적인 형태로 92년 컨센서스 혹은 일국양제를 리모델링하는 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그런 말씀들을 하시는데요. 뭐냐 하면 라이칭더와 시진핑의 대화라든가 교류라든가 이런 부분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런데 저는 조금은 상상력을 발휘해서 중국이 좀 더 유연하게 탄력적으로 8년이 갈지도 모르는 정권하고 모든 것을 담을 쌓고 단절하고 지낸다, 이건 조금 좀 힘든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차이잉원 정부도 4년 동안 아무것도 안 했잖아?” 이렇게 얘기할 수가 있는데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차이잉원 정부 4년은 코로나라는 요인이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고 실제로도 굉장히 어려웠던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상황은 조금 다르고 많은 분들이 라이칭더가 차이잉원보다 더 독립 지향적이고 골수 독립주의자다, 이렇게 많은 평가들을 하는데 심정적으로 그럴지는 모르지만 정책을 추진하고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데 있어서는 차이잉원보다 지혜롭게 대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진당의 집권은 곧 양안관계의 단절이다, 이건 국민당이 얘기했던 그런 부분이거든요. 그러니까 국민당은 민진당이 집권하면 양안 교류 협력 단절, 그리고 자신이 집권하면 일주일 내로 시진핑 주석과 회담해서 교류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취지로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웬만해서는 대만 유권자들이 그런 말을 잘 믿지 않습니다. 시진핑 주석을 만난다고 해서 금방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라이칭더 주석이 된다고 해서 양안관계가 단절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거죠. 즉 양안관계는 민진당과 중국 공산당의 문제가 아니고, 양안관계가 경색되느냐 현상 유지가 되느냐 평화로워지냐, 이건 미국과 중국의 문제다라고 판단을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국민당이 양안 관계를 가지고 민진당을 공격을 하더라도 민진당이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은, 유권자들 생각에 이미 양안관계는 그리고 양안의 경제 협력은 특히 양안 간의 반도체나 기술 공급망 이런 부분들이 민진당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국민당의 문제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미국의 정책 방향과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어차피 미중 관계 속에서 하위 변수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동률: 올해가 중국 건국 75주년입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양안관계 문제도 7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요. 말씀하신 대로 양안관계는 지금 현재의 현상뿐만 아니라 양안관계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 구조적인 특수성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 말씀을 참 잘 정리해 주신 것 같습니다. 특히 문흥호 선생님도 평소에 많이 얘기하셨던 것 중에 하나가 양안관계를 현재 상황에서 통일이냐 독립이냐고 하는 양극단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민진당이 대만에서의 국제 무대에서 생존 공간을 확대하는 문제, 그리고 중국의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에서 소위 하나의 중국 원칙이 훼손될 것에 대한 우려로 인해서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고 하는 구조, 그것이 또 중요한 이슈가 앞으로 되지 않을까 싶고요. 그 과정 속에서 현실적으로 지난 75년 동안 어렵다고 확인된 독립도 통일도 아닌 그 중간지대에서의 양안 간의 교류 협력도 우리가 배제할 수 없다 하는 얘기는 굉장히 중요한 지적이신 것 같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도 최근에 이제 대만 판공실 대변인이 반응을 내놓은 게 있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대만의 주류 민심을 대표하지 않는다 하는 얘기인데요. 한편으로는 민진당의 집권을 좀 폄하하려고 하는 의사도 있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이 대만과의 관계를 설정할 때 민진당을 지지하는 40%가 아닌 나머지 60%의 민심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다 하는 것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중국 입장에서도 나머지 60%를 의식해서 너무 강압이나 억압하는 방식으로 양안관계를 이끌기는 어렵지 않겠나 하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고요.   사실 문 선생님도 얘기하셨듯이 지금 민진당이 8년 집권하고 다시 4년 집권하는 구도가 양안 관계에서 처음 경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국 정부도 그렇고 대만 정부도 이렇게 새로운 4년을 시작한 시점에 양안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해서는 당분간은 서로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압박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대화도 하는 그런 시기가 일정 부분 지속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그 과정에서 문흥호 교수님이 마지막에 말씀해 주신 “결국은 미중 관계다. 미중 관계와 미국의 변수가 양안 관계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는 말씀도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3. 대만 해협 둘러싼 미중관계 전망   이동률: 말씀하신 대로 사실은 친미 정권의 등장이라는 지점에 대해서 굉장히 주목하고 있고요. 올해가 미국과 중국이 수교한지 45년이 되는 시점입니다. 미중관계에서도 대만 문제는 굉장히 오래된 익숙한 숙제이고요. 영원히 풀기 어려운 숙제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미중 양국 모두가 대만 문제로 인해서 갈등과 대립을 겪기도 했고 또 타협을 모색하기도 했다는 것이고요. 그만큼 어떻게 이 문제를 다뤄야 할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굉장히 익숙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 문제가 최근에 와서 더 두드러지고 불거진 것은 기본적으로는 미중 경쟁이 고도화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은 대만 문제로 인해서 미중 갈등이 고조됐다기보다는 미중의 경쟁이 전략 경쟁 형식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 속에서 대만이라는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고요. 기억하시겠지만 2016년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당선인 신분으로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과 역사상 첫 전화 통화를 합니다. 이것이 결국은 미중 경쟁에서 대만 문제가 확장되는 도화선의 사건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의 첫 일성은 조금은 예상 밖입니다. 그러니까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 하는 얘기를 한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미중 관계가 양안 관계 그리고 대만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번 선거 결과가 어떻게 투영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문흥호: 이번 대만 선거가 관심을 끌면서 많은 분들이 지적했던 것이 뭐냐 하면 “이번 대만 총통 선거는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셨는데, 저는 사실 거기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만 선거가 미중의 대리전이 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중국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하고 미국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의 차이가 너무 크다. 중국이 관여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대만의 관광객을 관광을 시킨다든가 대륙에서 장사하는 분들을 가서 투표하라고 종용을 한다든가 풍선을 띄운다든가 이런 수단을 가지고는 상당히 어렵고 자칫하면 역효과를 내기 쉽습니다. 4년 전 2020년 선거에서 차이잉원 총통의 당선을 가장 도와준 사람은 저는 시진핑 주석이라고 보거든요. 가장 훌륭한 선거 도우미가 시진핑 주석이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으면 민진당 정부가 다시 4년을 연장하지 못했을 텐데 그만큼 개입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그에 비하면 좀 쉽습니다. 노골적으로 미국이 뭔가를 한다는 게 아니고 심정적으로 대만의 유권자들은 상당 부분이 미국에 정신적으로 많이 의존을 합니다. 그리고 안보적으로 연계되어 있고,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있고, 그리고 대만의 세대를 불문하고 미국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어떤 정신적인 의존이라든가 네트워크라든가 이런 부분은 무시할 수가 없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 될 수가 없다. 예를 들어서 샤오메이친(蕭美琴)이라는 라이칭더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나온 테크로(Taipei Economic and Cultural Representative Office: TECRO) 북미 대표처의 전 대표가 부총통으로 당선됐는데 이건 굉장한 효과를 봤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 사람이 다니면서 많은 분들은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국민당에서는 “라이칭더가 미국이 시키는 대로 부총통 후보를 데려온 것이다” 이렇게 공격을 하는데 공격이 잘 먹히지 않았어요. 그만큼 대만 유권자들은 미국이 어느 후보를 좋게 생각하는지 어느 후보에게 눈길을 보내는지를 굉장히 유심히 봅니다. 그 면에서는 오히려 미국이 노골적으로 개입을 안 해도 이미 대만의 유권자들은 미국의 의도를 앞서서 파악을 한다는 것을 보면 미중 관계가 대만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고 봅니다.   아까 말씀하신 대로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자의 결정이 나오면서 “나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한 말은 두 가지 메시지라고 봅니다. 한 70% 정도는 시진핑 주석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보고요, 한 30%는 이미 알겠지만 라이칭더에게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의도라고 봅니다. 아마 라이칭더도 잘 알고 있고, 긴가민가하고 뭔가 좀 의심하는 사람은 오히려 시진핑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미국 입장에서 보면 시진핑의 체면이라고 할까요, 그런 부분을 좀 살려주면서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말은 대만한테만 하는 말이 아니고 미국에게 하는 말이다. 그리고 미국은 앞으로도 아마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계속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말일 거라고 생각하고 한 번도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 이 말을 바꾼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과 미국은 어떻게 보면 대만 문제에서 가지고 있는 명확한 한계를 서로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 입장에서 보면 대만 문제에 한 발 더 들어가 있지만 더 갈 수 없는 그 부분은 잘 알 것이고 중국도 미국이 생각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간에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고 하는, 조심하려고 하는 부분이 계속될 수밖에 없고요. 저는 미국 입장에서 시진핑에게 조심해야 되는 부분은 시진핑의 모욕감, 그리고 시진핑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부분, 저는 대만의 독립이라는 부분의 노골적인 표현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것이 지켜지는 한 양안의 어떤 무력을 동원한다거나 무력을 사용한다거나 이런 부분은 좀 어렵지 않느냐, 그리고 시진핑 주석이라는 사람이 사실은 굉장히 군사적인 행동 가능성도 얘기는 하지만 중국의 지도자 아니면 전문가 모든 사람을 통틀어서 대만 바로 건너편 푸젠(福建)성에서 17년 간 근무했던 사람이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시진핑은 대만 문제와 양안관계를 가장 잘 아는 중국 내에 거의 유일무이한 전문가다. 때문에 이 부분을 절대로 경거망동하지 않을 것이고요.   지금 현재 시진핑 바로 아래에서 양안관계와 대만 문제를 관장하는 사람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인 왕후닝(王滬寧)입니다. 그 왕후닝이 직접 컨트롤하고 있기 때문에 이 왕후닝이라는 사람 또한 대만에도 많은 네트워크가 있고 대만도 다녀갔고 대만 문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자기들이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 그리고 섣부르게 행동해서 자기들에게 가져올 손해,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어차피 양안관계와 대만 문제는 중국과 대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미안한 얘기지만 미국과 중국이 그 범위와 내용과 강도를 설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그 부분을 잘 해 나가지 않겠나 싶습니다.   다만 여기서 저는 요즘에 무슨 생각을 하냐 하면 일본 요인이 앞으로 점점 늘어날 수 있겠다 하는 걱정을 합니다. 일본은 대만에 대한 매우 강한 향수를 가지고 있고 자신들의 외교 안보적인 역할을 확대하는 데 대만 문제를 잘 활용해 왔고 앞으로도 잘 활용하려고 호시탐탐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그리고 중국 입장에서는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미국이 하는 것과 일본이 하는 것에 대한 반발, 민감성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똑같은 일을 미국이 하면 화를 50을 낸다면 일본이 하면 500을 낼 수 있다. 그만큼 민감하게 긴장을 조성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일본도 이 부분을 함부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일본 요인이라는 것도 미국 요인 못지않게 상당히 중요성을 갖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동률: 말씀하신 대로 바이든이 총통 선거 결과에 대한 첫 반응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러니까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 하는 메시지가 대만 라이칭더 정부에 대해서 견제를 하려고 하는 심리도 있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을 좀 안정시키려고 하는 의도가 있다는 것에 저도 전적으로 동의를 하고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대만 문제는 양국 관계에서 굉장히 오래된 익숙한 문제이기는 한데 궁극적으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항상 결과적으로는 현상 유지라는 타협점에 도달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미중 경쟁이 고도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미중이 대만 문제와 같은 경쟁이나 갈등이 충돌로까지 비화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가드레일을 만들고 대화를 진행하면서 관리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요. 지난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도 그런 논의가 있었고 가장 최근에는 대만 총통 선거 결과를 앞에 두고 류젠차오(劉建超)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미국을 방문해서 블링컨과의 대화에서도 유사한 어떤 합의를 도달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결국은 미중 양국의 국내 상황, 국내 문제에도 조금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은 건데요. 중국은 중국대로 지금 경제 회복이 가장 중요하고 그래서 발전권 확보라는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 있고 미국은 미국대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두 개의 전쟁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 문제까지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표현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4. 대만 문제와 한반도   이동률: 결국은 말씀하신 대로 미중이 관계 설정에 따라서 대만 문제는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미중 경쟁이나 갈등에 굉장히 예민하고 취약한 한반도나 한국의 입장에서도 미중의 변화에 따라서 대만 문제가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조금 더 냉철하고 세밀하게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은 대만 문제가 양안 간의 갈등이나 대립으로 연결되고, 또 다시 그것이 지금 현재 고도화된 미중 경쟁과 연결되면서 미중 경쟁이 가장 취약한 한반도와 한국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함의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한반도는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고 있고, 북핵 문제 해법을 찾는 데도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대만 문제의 확대 재생산이 결국은 한반도의 안보 불안과 연계되는 것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고요. 또 하나는 지금 한중관계가 수교 30년을 넘어섰습니다마는 여전히 정체 국면에 있는 상황 속에 있어서 대만 문제가 다시 한중 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면 미처 관계 회복을 하지 못한 한중 관계에 굉장히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 그리고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문흥호: 대만 문제와 한반도의 안보적인 상호 연계성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전쟁 이후에 대만 해협의 안보와 한반도의 안보는 상당 부분 연계되어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그동안 왜 조용했느냐, 그것은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상당히 우호적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싫어하는 소리를 하지 않아도 잘 지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단계가 지나가고 대만 문제가 자꾸 부각되고, 옛날에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불신이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대만 문제로 갈등이 일어나고, 그것은 한반도의 안보적 갈등으로도 연계가 됩니다.   저는 이 문제에서 첫 번째로 늘 지적했던 것이 뭐냐 하면, 대만 문제에 대해서 미국이 걸고 넘어가자마자 즉각적으로 중국의 대북한 정책은 바뀌었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2019년 6월에 시진핑 주석이 아주 갑작스럽게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일본을 가야 하는 굉장히 바쁜 일정에 평양만 방문해서 하루 저녁을 자고 오는 상황이었는데 그때의 상황은 뭔가 북한 문제를 정리를 좀 해야 되겠다. 그러니까 미국의 대만은 중국의 북한이다. 우리로서는 참 즐겁지 않은 일이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대만 문제에 대해서 중국이 유쾌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미국과의 대립각이 커지면 커질수록 북한 문제를 가지고 한미일을 괴롭히려고 할 것이다. 이 상황이 지금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요. 이 상황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는 않은데 결국 이 구도는 당분간은 가지 않겠나, 그래서 저는 소위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통 크게 양보하지 않는 한 중국도 북한 문제에서 통 크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고요.   전략적 구도 이외에 두 번째의 기술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예를 들어서 대만 해협 그리고 양안관계에서의 군사적인 충돌, 아주 조그마한 마찰에서부터 큰 범위의 마찰까지 있을 수 있는데 저는 소위 전쟁이라고 얘기할 정도까지의 것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소규모의 마찰 가능성까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 경우에 우리의 입지를 어떻게 할 것이냐, 많은 분들이 만약 대만 해협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에 주한미군은 어떻게 해야 되나요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그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우리한테 물어보고 우리가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로 주한미군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주한미군이 절대적으로 북한만을 대응해서 주둔한다 이렇게 볼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대만에서 아주 조그마한 군사적인 갈등의 경우에 주한미군, 주일미군 그리고 우리가 자의든 타의든 어떠한 정도까지 개입을 해야 하고 개입을 할 수밖에 없는지 이런 부분에 대한 시나리오별로 대응 방안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럴 리가 없어” 이렇게 하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제일 좋기로는 남북한 관계가 웬만큼 안정이 되면 우리가 조그마한 불똥 정도는 흡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죠.   그런데 지금 보십시오. 한중관계가 경색되고 한-러시아 관계가 경색되고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외부에서 오는 조그마한 충격에도 우리는 상당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장기적으로는 남북관계를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 외부적인 안보 요인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안이다. 물론 이상적이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동률: 한국형 인태 전략을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외교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외교 영역이 확장되면서 한국이 그만큼 또 고려해야 하고 신경 써야 할 민감한 이슈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대만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한국이 어디까지 개입하고 어떤 정도의 관여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미국, 중국 대만과의 사전 의사소통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미중관계는 대만 문제로 인해서 경제적인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가드레일을 만들면서 대화를 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미국과 중국 양국 모두 대만이 가지고 있는 굉장히 강력한 지정학적, 지경학적 가치 때문에 지속적으로 영향력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 속에서 한국이 과연 대만 문제에 대해서 어떤 역할과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그리고 대만과의 깊이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신 것 같고요. 저도 거기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최근에는 한국 정부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서 의사 표현의 강도와 폭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 있는데, 결국 이 문제는 또 한편으로는 외교적인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도 관련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민진당 정부가 등장하고 대만과 미국 관계가 조금 더 밀착되기 시작하면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 한국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어느 수준에서 메시지를 발신할 것인지에 대한 내부적 준비나 전략 같은 것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5. 한국의 대응 전략   이동률: 끝으로 대만 총통 선거 이후에 전개되는 양안관계 변화, 미중관계 변화,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들을 잘 정리해 주셨고요. 그를 기반으로 해서 그렇다면 한국이 새로 변화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점을 조금 더 고려하면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 봐야 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문흥호: 우선 한국과 대만 관계에 있어서 외교, 안보, 군사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약되어 있다라는 생각을 하고요. 다만 아까 말씀하신 대만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공식적으로 어느 정도의 내용과 강도를 가지고 얘기할 수 있을까. 우리는 대통령에서부터 장관, 그리고 최근 워싱턴에서 있었던 인태 대화에서의 언급을 보면 양안관계,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의 평화적인 현상 유지를 바란다. 그리고 대만과 중국 양안의 평화적인 교류와 협력을 희망한다. 그쪽에서의 문제가 동북아 내지는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선에서 얘기를 하는데요. 한국이 할 수 있는 말은 대만 해협의 평화적 유지와 그리고 양안의 평화적인 현상 유지를 희망한다. 왜냐하면 그쪽에서의 평화에 문제가 생기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정도가 맥시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조금 조심해야 하는 부분은, 물론 중국이 싫어한다고 해서 무조건 조심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힘에 의한 변경이라는 얘기를 많은 분들이 좀 하셨었거든요. 그러니까 일방의 힘에 의한 변경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중국에 상당히 강도를 두고 하는 얘기였기 때문에 중국이 매우 반발을 하고 싫어하고 했는데, 사실은 우리가 외교, 안보, 군사적으로 하는 대만 문제, 양안 관계와 관련된 말은 너무 강하게 말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가 하는 얘기가 그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라이칭더 후보가 소감문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우리는 민주진영에 확실하게 설 거라는 말이 계속 연장되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동북아, 동아시아, 아시아 태평양에서의 민주 연대에 대만이 포함되는 부분에서 우리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될 것인가, 이런 부분들은 관계자들이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고요. 저는 현재 정부가 중국과의 역할이나 중국과의 관계에서 출범초기보다는 상당 부분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의 역할이나 한중 관계에 대해서 조금 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보고 있고요.   그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고, 마지막으로 한국과 대만의 관계에서 외교, 안보, 군사적으로 하지 않으면 할 일이 없는 거냐,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대만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거든요. 기술적인 문제, 사회 문화적인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만은 우리의 6위 통상국이거든요. 5~6위를 왔다 갔다 하는 통상 국가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가 얼마든지 내실화를 기할 수 있다.   지금 중국과 라이칭더 민진당 정부가 가장 부딪힐 부분, 라이칭더는 열심히 해야 하고 중국은 열심히 막아야 하는 부분이 뭐냐 하면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준 공식적인 활동 무대거든요. 그러니까 소위 국제 생존 공간(International Survival Space) 문제인데, 지금 대만은 정식 수교국이 10개가 조금 넘는 수준인데 어쩌면 이게 상당히 빠른 속도로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중국 입장에서 볼 때는 대만에 대한 무력적 공격이나 이런 것이 국제사회에서의 중국에 대한 반감, 반중국 이미지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무력적인 부분은 줄이면서 대만을 압박할 수 있는 부분, 즉 ‘총성 없는 대만 죽이기’ 이것은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질식시키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무력을 동원하거나 군함이나 항공기를 띄우지 않고도 대만을 압박할 수 있는 부분이 국제사회에서 압박하는 것인데 이것이 아마 세계적으로 많이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그런 여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지금까지 대만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이 굉장히 과도하게 우리에게 좀 항의했던 부분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대만 출신 아이돌 가수가 대만 기를 들었다고 해서 그걸 항의를 한다거나, 우리 입장에서는 약간 어이가 없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지킬 부분은 지키는데 분명히 중국은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압박하기 위해서 그동안 조금씩 공간을 열어 줬던 것도 차단하기 시작할 거다. 거기에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도 우리가 조금은 미리 예측을 하고 대비를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의 이미지와 우리의 입장과 원칙을 잘 지키는 것이다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에 제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제는 뭐냐 하면 중국에 대한 인식이나 한중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움직임들이 상당히 좀 늘어나고 있죠. 그런데 그 하나의 대안으로서 한-대만 관계가 부상되는 듯한, 중국이 싫으면 대만과 같이 사귀면 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 혹시 민간 사회나 다른 부분에서 이런 인식의 오해가 있을까봐 한중 관계와 한-대만 관계는 너무나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한-대만 관계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한중관계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니고 한중관계가 요즘에 섭섭하고 별로 좋지 않으니 대만과 관계를 확장하자, 그런 시도는 금방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좀 균형감 있게, 대만 문제, 양안관계, 미중관계 이런 부분을 모든 관련 부처나 연구기관이나 연구자들이 조금 더 복합적으로 균형적으로, EAI의 하영선 선생님이 늘 얘기하시는 복합적인 사고와 전략 구상이 매우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동률: 대만 문제에 대해서 한국이 합리적이고 정당한 목소리를 이제는 조금 내야 할 때이기도 하고 또 그런 목소리를 발신함으로써 야기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말씀하신 대로 우선 가장 전제돼야 할 게 한중관계의 회복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중 간에 일정한 정도의 전략적 이해와 소통이라는 기반이 구축이 된다면 불필요한 오해나 왜곡이 확대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만의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는 우리의 목소리가 혹여라도 그동안 한중 간에 공유해 왔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시킬 것이라는 중국의 우려를 최소화시키고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한중관계의 전략적 소통이 하루 속히 회복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중 간에는 경쟁하고 미국이 지금 대만 문제에 대한 개입을 확대시키고 있지만 그럼에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은 일관되게 하나의 중국 원칙의 준수와 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같이 병행해서 발신함으로써 미중관계가 대만 문제로 인해서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들을 하고 있는 것도 우리 외교에서 고려해야 할 어떤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대만 총통 선거 이후에 양안관계를 포함한 미중관계, 그리고 한반도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문흥호 선생님과 긴 시간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대만 총통 선거 이후에 너무 과도하게 양극단의 거대 담론이 주도하는 양상을 좀 탈피해서 대만 자체 내의 고민과 대만 민심에 대한 향방 등 자세한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들을 심도 있게 다뤄 주신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긴 시간 자리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오늘 이렇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흥호: 감사합니다. ■     ■ 문흥호_한양대학교 중국학과 명예교수. ■ 이동률_동아시아연구원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 박한수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4) | hspark@eai.or.kr  

문흥호, 이동률 2024-01-16조회 : 6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