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연구원은 2022년 2월 24일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이해 당사국의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이번 사태가 한국의 외교안보정책 방향 및 동아시아에 주는 함의를 논의하기 위해 특집 이슈브리핑 시리즈를 기획하였다. 필진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원인을 외교안보적 맥락에서 분석하며 종전 이후 달라질 국제질서와 한반도의 당면과제를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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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Interview]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동아시아 지정학

[Editor's Note] 동아시아연구원 [Global NK Zoom & Connect]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안보환경과 동북아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기 위해 리처드 베츠(Richard K. Betts) 컬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 교수를 초청하여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베츠 교수는 현재 진행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군사적, 경제적 강압 이론(coercion theory)의 시험대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어, 북한과 러시아의 유사점을 지적하며, 일인독재정권이 핵무기 능력을 보유할 경우 발생하는 지역안보 불안정성의 문제를 설명합니다. 중-러 관계에 대해서는 중국이 "어색한 입장"에 놓여 있으며, 장기적으로 러시아를 비군사적 혹은 경제적 방식으로 도울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I.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함의와 전망   • 베츠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전쟁이 과거 냉전의 군사적 대결을 구체화한 것과 유사한 측면에서 신냉전 시대의 개막을 알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차원에서 “지정학의 거대한 전환점”이라고 설명한다.   •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군사 및 경제 강압이론의 검증하는 시험대”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러시아에 부과된 경제제재는 러시아의 경제와 전쟁 수행방식에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서방은 물론 러시아... 그리고 간접적으로 전 세계에 고통을 가했기 때문에 상반된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설명한다.   •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의 사용,” “전술 혁신,” “대전차 무기의 효과”와 같은 신기술의 영향을 보여준다.   • 이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양측이 합의에 의해 종전을 진지하게 협상할 수 있는 여건을 찾는 것”이다. 베츠 교수는 이 전쟁이 “몇 년 동안 어느 쪽도 극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지속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II. 러-중 관계와 대만의 전망   • 베츠 교수는 서방의 압박으로 인해 중국이 러시아와 더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동기가 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세계 국가들의 단호하고 단합된 반응을 본 중국이 러시아와 너무 긴밀한 동맹관계를 맺는 것의 위험성을 알고 있다”라고 강조한다.   • 따라서 중국은 “난처한 입장”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궁극적으로, 중국은 “군사적인 수단이 아닌 경제적인 방식으로 러시아를 도울 수 있고” 또한 러시아에 대해 “비밀리에 군사적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 그러나 “진행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보이는 장기적인 추세는... 큰 틀에서 중-러 동맹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라고 주장한다.   •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 이번 사태를 통해 대만 문제에 대한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중국은 세계 수많은 나라가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외교적 지위 차원에서는 대만 정부가 우크라이나만큼의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 또한 인지하고 있다.”   • 베츠 교수는 대만 문제가 북한보다 “잠재적으로 위기의 촉발요인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며 “미국 정책 커뮤니티가 대만 문제의 현상 유지가 막연히 오래 지속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공식 정책은 중국에게 “저항하는 성(省) 중 하나로 남는 한 대만을 방어할 것이지만, 독립을 추구한다면 ... (방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III. 러시아와 북한의 유사점   • 베츠 교수는 “전문가들의 분석으로는 절대로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상황들을 ... 일인 독재정권 국가들은 현실로 상정하고 위협을 느껴 정책결정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한다.   • “정말로 심각한 위협은 러시아가 굴욕적 패배를 앞두고 있다”는 인식을 푸틴이 하게 될 경우라고 베츠 교수는 강조한다. 만약 이번 전쟁이 우크라이나의 극적인 승리로 귀결된다면, 푸틴은 “극단적 당혹감과 불명예”와 “서방세계에 충격을 안기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고, 서방의 동진을 밀어내기 위해 “상징적인 수준에서의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 이런 차원에서 현재 우리는 “러시아의 침략을 응징하는 것”과 “러시아의 패닉 반응을 일으킬 위험성” 사이의 긴장 속에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푸틴이 “러시아의 핵능력이 서방의 보복에 대한 방패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강조한다.   • 궁극적으로 “푸틴과 김정은 모두 극단적인 야망을 품고 있고, 자국 정부 내에서 자신들의 권력에 대한 제약이 거의 없어 보인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한다. ■   IV. 약력   ■ 리처드 베츠 (Richard K. Betts)_ 컬럼비이 대학교(Columbia University) 레오 쉬프린(Leo A. Shifrin) 전쟁과 평화연구 교수.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국가안보연구부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베츠 교수는 1990년까지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선임연구원을 역임했다. 또한,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에서 행정학 강사와 방문 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 담당 및 편집: 이승연 , EAI 연구원     For inquiries: 82 2 2277 1683 (ext. 205) | slee@eai.or.kr  

리처드 베츠 2022-05-31조회 : 9535
논평이슈브리핑
[EAI 우크라이나 이슈브리핑] ③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과 한·러 관계발전 전망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이 휴전을 향해 가고 있다. 이번 전쟁은 양국 모두에게 엄청난 피해를 남기고 어정쩡한 타협안을 도출하고 종료될 것 같다. 러시아가 “특별 군사작전”의 목적으로 내세운 것 중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 조약 기구(The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 나토) 불가입과 중립국화, 크림과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토적 요구가 충족될지 두고 볼 일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피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슬라브 국가 간의 무력충돌이라는 파국으로 치달았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양국 간의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전쟁이 끝나면 유럽국가들은 탈냉전 후 도도한 물결처럼 전 세계 모든 국가를 태우고 흐르던 세계화의 과정이 복원될 것인가, 혹은 냉전보다 더 혹독한 신냉전의 장막을 치고 살 것인가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우선 우크라이나가 추구하는 서구화, 구체적으로는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가입과 나토에 대한 가입정책은 왜 추진되었으며, 러시아와의 갈등 관계는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1991년 말 소련이 붕괴하였다.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15개의 신생국가가 탄생하였다. 우크라이나국민들도 대부분 동유럽국가처럼 미국과 서부 유럽의 제도와 가치를 추구하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유럽연합과 나토에 가입하겠다는 열망은 점점 커졌다. 아직 사회주의제도와 계획 경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신속하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이행하려 하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사회를 개혁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였다. 친러 정파가 집권하느냐, 친서방적인 정파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대외정책 방향도 심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국민들은 대부분 서구화를 선호하였다.   2013 유로마이단(Euromaidan) 반정부 시위는 많은 희생자를 초래한 사건이다. 유럽연합가입을 위한 협약을 폐기하고, 친러 정책으로 선회하려던 야누코비치(Viktor Yanukovych) 대통령은 축출되어 러시아로 탈출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정치인들이 설 자리는 현격히 줄어들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우호적인 관계 유지와 가스공급 등 경제 협력 가능성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러시아는 소련의 적장자(嫡長子)로 신생국가가 된 나라이다. 소련은 1990년대 초 경제 파탄으로 붕괴한 이후,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식량을 포함한 경제 원조로 국가 경제를 지탱하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비자발적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의 이행과정을 거쳐 가고 있었다.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는 소련 붕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으로부터 배척당하였다. 후임자인 옐친(Boris Yeltsin) 대통령은 분명 민주화와 시장경제로의 방향으로 가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건강상 이유와 무절제한 음주 문제로 국정을 혼미(昏迷)에 빠트렸다. 그리고 러시아는 1998년 국제금융기구(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되었다. 국가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고 국제사회에서 손가락질을 받는 국가가 되었다.   이런 와중에 혜성처럼 등장한 지도자가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이었다. 그는 2000년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실추되어있는 러시아의 위상을 되찾는 데 전력투구하였다. 때마침 상승세를 탄 국제유가가 천군만마가 되었다. 푸틴 대통령은 집권 이후 기회가 생길 때마다 나토가 약속을 깨고 동진을 계속하면서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경고해 왔다. 러시아의 민주화와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돕는다고 하면서도 러시아를 가상의 적으로 상정하는 나토의 확장이 간단(間斷)없이 추진되는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피력한 것이다.   러시아 가스는 냉전 시대에도 우크라이나를 통해 서유럽까지 공급되었다. 우크라이나는 통과료 수입을 올릴 수 있었고 가스도 우호 가격으로 공급받았다.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우호 가격이 아니라 국제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하겠다고 하였고, 밀린 가스 대금도 제대로 지급하라고 했지만, 양국 간 가스 거래는 수많은 갈등을 노정하였다. 양국 간 교역도 점차 위축되고 좀처럼 관계 정상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같은 구성(構成)국가에서 이제는 에너지와 교역 분야에서의 갈등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나토가입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갈등하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러시아인들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강한 지지를 보이는 데는 그를 강한 러시아를 만들어 가는 지도자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은 냉전 종식 후 형성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대방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 국민의 심리 상태의 차이에서 출발하였다. 아쉬운 것은 에너지자원의 공급, 식량 공급 등 분야에서 이룬 상호 보완적 경제구조에도 불구하고 국정운영과 지향점의 차이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접촉과 협의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러시아로서는 나토의 계속되는 확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러시아는 나토와 “평화를 위한 파트너십(Partnership for Peace)”에 초대받았지만, 유럽의 안보를 위한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였다. 러시아는 안보 불안 해소를 위한 다각적인 외교 노력에 소홀했고, 미국과 나토회원국들은 누적된 러시아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 소홀하였다. 그 결과 2014년 크림합병과 돈바스 지역분쟁이 발생하였다. 그 후 8년간 양측의 외교 노력도 진지하지 못했다. 그 결과가 우크라이나전쟁을 발생시킨 것이다.   인근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전쟁을 보면서 국가안보에 대한 심각한 혼돈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국가 안위를 위한 국방비와 군사력을 어느 정도까지 갖추어야 외적으로부터의 침입을 막아내는 데 충분할까? 집단안보체제의 회원국이 되면 나의 안위를 믿고 맡길 수 있을까? 든든한 동맹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면 안보문제는 해결될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 또한 다시 점검하게 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하는 외교적 노력은 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우리에 대한 안보위협에 대해서는 물샐틈없는 대응책도 마련하여야 한다. 군사적인 대응책뿐만 아니라, 공급망 점검도 필요하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이미 미중 간, 미러 간 갈등으로 불안해지고 있어서 우리 경제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로 출범하는 정권은 흐트러진 안보대응 태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우리의 완벽한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해나가야 한다.   우크라이나 종전 이후 달라질 국제질서와 유럽국가들이 당면할 시급한 과제를 살펴보자. 올해는 냉전이 종식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그리고 올해는 신냉전으로 들어가는 첫해일지도 모른다. 돈을 쓰지 않고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유럽국가들은 국방비를 급격하게 올려야 한다. 독일이 제일 먼저 나섰다.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의 2% 이상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독일의 재무장화가 시작되었다. 독일의 군비증강은 유럽대륙 분쟁의 서곡이었다.   30년간 지속하여온 세계화의 시대도 끝났다. 전환기 경제가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길도 몹시 험해 보인다. 러시아와 중국만 자기 굴에 갇히는 것이 아니다. 미국도, 유럽국가들도, 아시아 국가들도 이제 더는 굴속에 들어간 나라들을 불러내기가 어렵게 되었다. 이 상태에서 2050년 지구는 탄소 중립의 시대를 만들 수 있을까? 또 다른 팬데믹이 오면 공동 대응이 가능할까?   또 다른 문제는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 감축과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 LNG) 등의 도입 확대이다. 군비증강은 필연적인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의 대치 군사력 자제에 대한 협상이 있을 수 있지만, 가까운 장래에는 어려울 것이다. 러시아산 가스와 원유에 대한 의존도, 삭감도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네덜란드 타이틀 양도 기관(Title Transfer Facility: TTF)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우크라이나전쟁 전 50달러 선에서 250달러까지 급등한 후 현재는 115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석탄 수입을 금지했지만, 유럽국가들에 대한 공급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1]   유럽대륙 밖에서 LNG 도입을 증가할 경우 관련 시설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 비용, 건설 기간과 도입 비용이 난제이다. 러시아로부터 수입되는 가격(특히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ipeline Natural Gas: PNG) 장기계약 가격) 대비 훨씬 비싼 가스를 사용한다는 것은 코로나19로 취약해진 유럽의 경제 체력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결국, 유럽국가들은 러시아 가스 사용을 줄이되, 전면 차단하는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2021년 3월에 시행된 민주당 정책에 따라 캐나다로부터 멕시코만으로 연결되는 키스톤 파이프라인 공사를 중지시켰다.[2]   샌더스(Bernie Sanders)의 경우에는 경선과정에서도 줄곧 셰일(shale) 생산에 반대해왔다. 유가와 가스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바이든(Joe Biden) 행정부가 쉽사리 셰일 생산을 폭발적으로 늘리기 위한 규제 완화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엑손모빌(ExxonMobil)과 셰브런(Chevron)은 2022년 퍼미안 분지(Permian Basin) 생산을 각각 25%, 10%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3]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로 인해 셰일 생산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있다. 종전 이후 일정 시간이 흐르면 유럽국가들과 러시아는 다시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계획을 협의하게 될 것이다.   이제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한러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지 살펴보자. 우리 정부는 냉전 종식 후 러시아와의 관계발전을 역동적으로 추진해왔다. 70년이 넘는 양국 간의 관계단절을 극복하고 경제성장 과정을 공유하면서 협력 범위를 넓혀왔다. 1990년부터 북방정책이 추진되었고 그 이후 정권이 보수와 진보로 바뀌면서도 러시아와의 협력증진을 위한 노력은 지속하여왔다. 정부는 우리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이었다. 경제 협력 협정뿐만 아니라 일반사증 면제협정도 체결하였다. 기업들은 대러 경협차관 제공을 발판으로 러시아 시작에 진출하여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끈질긴 노력을 해왔다. 우리의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IT) 제품들은 러시아의 국민 브랜드로 선정되어 러시아 국민의 마음속에 친근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 기업들은 러시아 특수를 기대하며 협력을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현대차 공장은 계열사인 케이씨씨(KCC), 현대위아 등의 진출과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GM) 자동차 공장의 인수를 추진하였다. 러시아의 얀덱스(Yandex)와는 모빌리티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단계였다. 코로나19로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었던 거제도에 있는 조선업 기업들은 러시아 북극항로 개설 관련 LNG운반선 등의 특수에 따라서 제2의 조선산업 붐(boom)을 기다리고 있었다. 북극항로 개설을 앞두고 대규모의 LNG운반선 발주도 이어지고 있는데, 대부분 우리 조선 3사가 수주하여 제작하고 있다. 거제에서 블록(block)을 제작하여 블라디보스토크 즈베스다(Zvezda) 조선소로 운반하여, 현지 조립하고 시험 운전하여 납품하는 경우도 있다. 북극항로의 개설을 대비하여 블라디보스토크나 캄차카반도에 주요 거점도시들이 생겨날 것이다. 대우 조선해양은 캄차카 LNG 환적 시설 건설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도 부산항뿐만 아니라 동해항이 새로운 물류 중심 항구로 부상할 것이다. 환동해권 경제권이 출현할 것이다. 무역과 제조업, 수산업, 관광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은 그런 논의를 시작하고자 하는 동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몇 개월 후에는 우크라이나전쟁이 종료되고 새로운 경제 협력의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국가들은 전쟁이 종료되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참여하고 있는 대러시아 금융제재와 주요 수출품에 대한 수출통제도 해결될 것이다. 당분간 우리 정부는 조업중단이나 대금 미지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진출 업체를 위한 지원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은 1998년 경제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4년 크림반도 합병으로 야기된 대러 경제 제재 등의 위기 속에서도 러시아 시장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 기업은 러시아인들의 생활 속 필수 제품들을 제공하면서 뿌리를 내렸다. 우리 기업인들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유망한 신흥 시장이 러시아이다.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은 어느 날 갑자기 헌신짝처럼 내버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한러 양국 간의 발전은 정부 간 협력과 함께 국민 간에서도 견고하게 이루어져 온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술교류, 문화교류를 통해서 양국 국민 간 형성된 유대감은 전쟁과 국제정세의 혼란도 이겨낼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 후 상당 기간 정치, 안보,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이 정체되더라도 민간 분야의 유대감이 양국관계의 불꽃을 다시 살려내는 역할을 할 것이다.   러시아는 사할린 가스전에서 수소를 생산하여 동북아 국가들에 수출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해서 해외에서 수소를 생산하여 도입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업이므로 유망하다 하겠다. 또한,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한러 양국 기업들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드론(drone), 핸드폰,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본격적인 협력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가 강점을 가진 과학기술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공동연구를 통해서 도입하고자 하는 부분도 있고, 러시아 기업들이 우리와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도 있다. 시베리아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동토의 땅에서 식량 보급기지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러 기업은 시베리아에 진출하여 대규모 기계 농업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동방정책을 지난 10여 년간 추진해왔지만, 동북아 국가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지는 못했다. 극동지역에 러시아 정부나 기업들이 눈에 띄는 투자를 하지도 않았다. 러시아의 극동지역은 혹독한 날씨로 인해 인구밀도가 이상하리만큼 낮은 지역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이 끝난 다음 러시아는 동방정책을 역동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원유와 가스의 대유럽 수출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중국이 제일 큰 파트너가 될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에너지자원을 찾아 전 세계에 투자해온 중국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사할린-2에서 이미 LNG를 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러시아산 가스를 추가로 도입할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이 가까운 장래에 종결된다면 우리 기업들에는 뜻밖의 특수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참고문헌> 박민호. 2021. “북미 최대 송유관 사업 '키스톤 파이프라인' 공식 중단.” <이넷뉴스> 7월 16일. 윤은숙. 2022. “미국 셰일 화려하게 부활? … 유가ㆍ우크라 겹치며 주목 ↑.” <아주경제> 2월 21일. 이지영. 2022. “러시아 제재로 ‘유럽 천연가스’ 장중 60% 급등 … 역대 최고가.” <중앙일보> 3월 2일.     [1] 이지영. 2022. “러시아 제재로 ‘유럽 천연가스’ 장중 60% 급등 … 역대 최고가.” <중앙일보> 3월 2일. [2] 박민호. 2021. “북미 최대 송유관 사업 '키스톤 파이프라인' 공식 중단.” <이넷뉴스> 7월 16일. [3] 윤은숙. 2022. “미국 셰일 화려하게 부활? … 유가ㆍ우크라 겹치며 주목 ↑.” <아주경제> 2월 21일.     ■ 저자: 백주현_법무법인 세종 러시아 담당 고문. 주 카자흐스탄 대사를 역임하였으며, 러시아 외교아카데미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 담당 및 편집: 이승연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slee@eai.or.kr  

백주현 2022-04-04조회 : 15144
논평이슈브리핑
[EAI 우크라이나 이슈브리핑] ②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불가피했던 것인가?

러시아는 지난 2월 24일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이름 하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했다. 작년 11월 이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경고가 있었지만, 러시아의 일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전쟁이 생각보다 장기화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전 원칙을 무시하고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해 국제적 비난이 쏟아지고 광범위한 제재가 부과되었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무리수를 감행한 것일까? 이것은 푸틴의 “소비에트(Soviet) 재건의 꿈”, 혹은 “강대한 러시아의 부활” 야욕 때문에 일어난 것인가? 아니면 러시아가 서방의 강경한 대응과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상황을 오판함으로써 일어난 것인가?   본 이슈브리핑은 러시아의 시각에서 이번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근거를 제시하고, 러시아가 이번 전쟁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분석한 후, 향후 평화협상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를 예측해보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본 원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제를 전적으로 군사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지극히 현실주의적 강대국 국제정치의 틀로 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러시아의 이번 군사행동은 “개인의 광기”에 입각한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 자국의 안보적 국익을 최대한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에서 나온 준비되고 계산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 러시아는 군사작전을 왜 돈바스 분쟁에 한정하지 않았을까?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란?   우크라이나는 구소련에서 떨어져 나간 15개 국가 중 하나이다. 러시아로서 이들 구소련 국가들은 자국의 영향권 하에 있는, 혹은 영향권 하에 있어야만 하는 국가들이다. 그러나 현실은 러시아의 바람과 거리가 멀다. 발트 3국은 이미 나토(The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 나토) 및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에 가입하여 러시아권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갔고,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그 뒤를 이으려 한다. 문제는 방대한 영토(러시아 제외 유럽 최대 규모)를 가진 우크라이나가 동으로는 러시아, 서로는 EU/나토국들과 국경을 접하는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우크라이나는 흑해와 아조프해에 접하고 있어 군사 전략적으로도 너무나 중요하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가 동과 서 사이에서 어느 쪽에 서는가에 따라, 소위 서구 자유민주주의 세력과 러시아 권위주의 세력 간의 세력균형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자유롭게 내버려 둘 수 없는 이유이다. 2014년 우크라이나의 유로마이단(Euromaidan) 사건 이후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전격 병합함으로써 크림반도의 흑해함대를 온전히 러시아의 것으로 만들었다. 또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친러 반군 세력이 주도하는 돈바스 분쟁을 남겨두었다.   돈바스 분쟁과 민스크협정 불이행   이번 사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러시아의 침공이 돈바스 분쟁 해결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돈바스 분쟁은 2014년 친러 성향의 반군이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onetsk People's Republic: DP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uhansk People's Republic: LPR)의 독립을 선포하고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상대로 전투에 들어감으로써 일어난 분쟁이다. 2014년 당시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전격적으로 병합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돈바스 분쟁에는 “공식적으로는” 개입하지 않았다. 물론 러시아 측의 무기와 용병이 돈바스 지역으로 투입된 것은 사실이다. 러시아는 2015년 독일, 프랑스, 우크라이나와 민스크협정[1]을 맺고 돈바스 지역을 우크라이나 내의 자치 지역으로 남겨두려고 했다.   돈바스 분쟁을 이런 식으로 남겨둔 것은 두 가지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첫째, 민스크협정이 그대로 이행되는 경우에는, 자치권을 획득한 돈바스 지역이 우크라이나 국내 정치에서 친러 반유럽 성향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부 정치에 간접적으로 간여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둘째, 민스크협정이 이행되지 않으면, 이번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이를 핑계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이런 의미에서 돈바스 분쟁은 러시아 측의 꽤 영리한 장기적 포석이었다.[2]   불행히도, 민스크협정은 2022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반군 세력의 무장 해제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반군 세력은 자치 지위 보장을 먼저 내세웠기 때문이다. 8년여의 세월이 지났지만, 돈바스 분쟁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강력한 반격으로 돈바스 반군 세력이 점차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군사작전은 돈바스 분쟁을 해결하는 것에 한정될 수도 있었다. 실제 러시아군 측의 설명에 따르면, 돈바스 분쟁에 한정하는 옵션과 군사작전의 범위를 넓혀서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하는 옵션 두 가지가 논의되었다고 한다. 러시아군의 입장에서는 한정된 목표를 가지고 한정된 지역에 군사력을 투사하는 것이 훨씬 쉬운 전쟁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측의 결정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였다.   나토의 동진, 우크라이나 전면전 결정 이유?   그런데 왜 전쟁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 침공으로 결정되었을까?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러시아의 그간의 군사적 승리(러시아-조지아 전쟁, 시리아 내전 개입)에 대한 도취감, 푸틴(Vladimir Putin)의 슈퍼에고(superego), 혹은 우크라이나군 과소평가 등이 거론된다. 그런데 엄밀히 보자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제를 돈바스 분쟁에 국한하지 않는 것에는 그들만의 판단 근거가 존재한다. 군사 및 정보기관 출신이 주를 이루는 현 푸틴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은 기본적으로 세계를 군사 전략적 시각에서 바라본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러미 대립 혹은 러시아 대 나토 대립이라는 보다 큰 군사 전략적 지도 속에 놓고 판단한다. 여기서 나토의 동진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러시아는 1999년, 2004년에 있었던 나토의 1차, 2차 확대 이후 나토의 동진에 대해 줄곧 문제를 제기해왔다. 러시아는 특히 소련의 일원이었고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절대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2008년 나토가 문호개방정책(Open Door Policy)에 따라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 가능성을 논했을 때, 러시아는 이에 크게 반발한 바 있다. 2021년 12월 러시아가 나토 측과 미국에 보낸 서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러시아는 분명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상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하는 질문은 나토의 동진(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이 왜 2022년 이 시점에서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유발했는가 하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사실상(de facto) 나토 회원국?   혹자는 우크라이나가 분쟁 지역이기 때문에 어차피 나토 가입이 불가능했고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반대는 러시아 측의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3] 맞는 말이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말이 꼭 맞지는 않는다. 왜 그런가? 우크라이나와 나토 사이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인가?   우크라이나는 2006년 나토와 파트너십 협정을 맺은 나토 파트너국가이다. 우크라이나는 현재까지 나토 회원국 지위를 얻지는 못했지만, 2020년 심도 있는 양자 관계를 의미하는 “확대된 기회의 파트너(Enhanced Opportunities Partner: EOP)” 지위를 인정받았다. 문제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군사협력이 파트너국 수준에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첫째, 나토와 우크라이나는 2015년 이후 해마다 대규모 군사 훈련을 계속해 왔으며,[4] 일부 훈련은 우크라이나 영토 및 영해에서 이루어졌다.[5]이는 나토군이 우크라이나로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하고 러시아는 이를 크게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미국 및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군사장비를 지원하였다. 미국의 살상용 무기 수출은 2017년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 시절에 시작되었는데, 바이든(Joe Biden) 행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재블린(Javelin) 미사일과 같은 고성능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6] 미국이 2021년 한 해 동안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금액만도 약 4억 5천만 달러에 달했다.[7] 한편 우크라이나는 터키제 무인 공격용드론 “바이락타르(Bayraktar) TB2”을 수십 대 수입했는데, 이로 인해 돈바스 반군은 큰 피해를 입었다.   셋째, 미국 등 서방의 군사고문과 교관이 우크라이나군을 훈련시켰다. 폴란드 접경지역 야보리우(Yavoriv) 기지는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온 외국인 군사고문이 우크라이나군을 훈련시키는 곳이었다. 이 기지는 우크라이나군과 나토동맹국이 연합 군사훈련을 벌이는 중심지이기도 하다.   넷째, 우크라이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더욱 밀착하였는데, 양국은 2021년 전략적 방위(strategic defense) 협력을 심화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더하여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대통령이 자국 내에 미군기지를 유치하기 위해 미국을 설득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8]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법률상(de jure) 나토회원국은 아니지만 사실상(de facto) 나토회원국이었다고 평가한다.[9]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은 2014년 당시보다 훨씬 잘 훈련되었고, 제대로 무장되기 시작했다. 또한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전투로 전투 경험이 축적되어 2014년 크림 병합 시와는 질적으로 다른 군대로 변모하였다. 따라서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러시아군의 우위가 잠식될 상황이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 수 없다면 군사적으로라도 풀어야 했고, 이것을 더 늦게 하기 보다는 지금 이 시점에서 해야만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러시아의 입장: 도발된 전쟁(provoked war)   여기에 덧붙여 2020년부터 러시아가 보다 구체적으로 위기감을 가지게 될 만한 상황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1. 돈바스 문제: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향상된 군사력을 바탕으로 돈바스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고자 시도하였다. 특히 터키제 드론을 활용한 공격은 돈바스 반군에게 매우 위협적이었고 큰 타격을 가했다. 결국 러시아는 민스크협정이 이행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과 러시아군의 도움 없이 반군이 우크라이나군을 대상으로 버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2. 크림반도 문제: 우크라이나와 나토는 2020년부터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 문제를 다시 제기하기 시작했다. 사실 우크라이나는 그 이전에 크림반도 문제보다는 돈바스 분쟁을 해결하기에 급급하였다. 그러나 2021년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림 반환을 위한 국제적 지지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크림 플랫폼(Crimea Platform)”을 개최하는 등 크림 반환을 위한 외교적 행보를 적극적으로 펼쳤다.[10] 더 심각한 도전은 나토 측에서 나왔다. 2020년 9월 4일 나토 훈련의 일환으로 미국 B-52 폭격기가 역사상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영공에 들어와 크림반도 국경을 따라 비행을 했다.[11]다음 해 6월에는 영국의 구축함 디펜더(HMS Defender)가 크림반도 쪽 러시아 영해를 침범하여 양 측이 사격 및 경고 폭격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12]   크림반도가 러시아에게 가지는 군사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나 나토측이 크림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것은 크림 병합을 기정사실화하려던 러시아에게 심각한 도전이 된다. 러시아는 향후 우크라이나군이 나토군의 더 강력한 무기로 무장하거나 혹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될 경우, 우크라이나가 크림 문제를 바로 잡고자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후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크림을 완전히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좋다고 러시아는 판단한다.   3. 우크라이나의 핵무장 가능성: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러시아를 겨냥한 핵무기를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 배치할 가능성에 대해 극도로 경계한다. 러시아의 군사적 우위의 핵심이 핵무기인 바, 우크라이나의 핵무장은 러시아의 전략무기 우위에 심각한 균열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실험용 원자로가 있는 원자력연구소, 그리고 핵무기 원료를 추출할 수 있는 핵발전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더욱이 러시아의 침공 4일 전인 2월 20일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 보장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과거 핵무기 포기 결정을 재고할 것”이라는 돌출 발언을 함으로써,[13] 러시아의 이러한 의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푸틴 대통령은 특별군사작전을 명령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자체 핵무장을 추진 중이라고 주장하고 러시아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14]   결국 러시아는 향후 민주화된 우크라이나가 서방세계에 편입되고, 군사적으로 더 잘 무장하고, 나토 회원국에 상응하는 지위를 획득할 경우, 이것이 가져올 미래의 위험성을 깨달은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러시아는 이번 군사작전을 돈바스에 국한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국가 전역을 대상으로 실행하게 된다.   2. 러시아의 군사적 목표는 무엇인가?   이번 군사작전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 주민의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와 더불어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탈나치화”를 목표로 제시하였다. 일단 이것은 이번 작전이 돈바스 분쟁 해결에 국한되지 않고 근본적으로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까지를 목표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사 기간 시설의 파괴   첫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궁극적으로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 뿐 아니라 그간의 나토 파트너국으로서 누렸던 많은 것들을 무효화하려 한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비무장화”가 목표로 설정된 것이다. 사실 비무장화는 1차 세계대전 이후의 패전국 독일이나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 일본이 강제적으로 당했던 것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를 비무장화시키는 것은 필연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전투 행사가 필요한 것이다. 이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부, 동부, 남부 등 3개 전선에서 공격을 감행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체적으로든, 나토국의 지원을 받든, 러시아에게 군사적 위협이 되는 것은 원천봉쇄하고자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도시의 함락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군 기반 시설의 파괴이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우크라이나 군사 기반 시설, 즉 군 헤드쿼터(headquaters), 탄약 저장고, 군사용 유류 저장고, 군 기지 등등을 파괴한다. 러시아 측의 발표에 따르면 약 80여 개의 이러한 기반 시설을 파괴했다고 한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핵무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하리키우의 원자력연구소를 폭격하고, 체르노빌 및 자포리자 핵발전소 등을 장악했다. 우크라이나 군 기반시설의 파괴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를 강제하기 위한 필요조건이고, 러시아 측이 “1단계” 작전이 거의 끝났다고 말한 것도 이것을 의미한다.   민간 기간 시설 파괴: 도시의 초토화, 주민의 난민화   이와 더불어 러시아는 키이우, 하리키우, 마리우폴 등 주요 도시를 포위하고 민간 기간 시설을 파괴하였다. 전력, 수도, 난방 시설을 차단하고, 도시 기간산업 및 방송탑 등을 파괴하고 있다. 특히 남부 돈바스 지역의 마리우폴 항구 등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폭격으로 도시 전체를 초토화시켰다. 도시에 대한 폭격은 민간인 희생자를 급증시켰고 더불어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인 난민을 발생시켰다. “인도주의적 통로” 제공도 사실은 우크라이나 도시민들의 난민화를 가속화시킨다. 현재 우크라이나를 떠나 폴란드 등 EU로 들어간 난민의 수는 약 4백만 명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난민화는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인구의 축소를 가져올 것이다. 우크라이나 인구는 2014년 크림 병합 이후 이번 전쟁 발발 전까지 이미 천만 명이 줄어들었다. 여기에 다시 5백만 명에서 천만 명에 이르기까지 우크라이나 인구가 줄어들게 된다면, 우크라이나는 실로 중소국가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번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EU로 몰려 들어가게 되면 후일 EU는 난민 문제로 경제적,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크라이나의 “초토화”, 우크라이나 국민의 “난민화”는 러시아의 명시되지 않은 숨겨진 목표라 할 수 있다.   돈바스 지역 및 남부 우크라이나 장악   전쟁 전에 러시아 반군 세력이 돈바스 지역의 약 1/3만을 장악했던 것에 비추어볼 때, 러시아군은이번 군사작전을 통해 돈바스 지역 전체를 완전히 장악하려 할 것이다. 러시아는 향후 돈바스 지역에 대한 영토 병합 혹은 독립을 요구하기 위해 군사작전 2단계에 들어갔다고 선언한 바 있다. 또한 크림 반도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크림 반도와 돈바스를 잇는 아조프해 연안을 장악했다.   3.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상 전망   우크라이나 정부 및 국민이 러시아군에 대해 결사항전하고 우크라이나군이 기대보다 선전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군사 및 민간 시설의 파괴, 민간인들의 피해 및 난민화를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선전과 서구의 방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군은 궁극적으로 러시아군을 자국 영토에서 완전히 몰아낼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휴전협상 와중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폭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따라서 큰 틀에서 볼 때, 평화협상은 러시아의 요구사항을 우크라이나에게 강제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중립국화안   일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의 군사동맹 가입 금지, 우크라이나 영내에 외국군 주둔 금지, 외국 군사기지 제공 금지, 그리고 외국 무기의 도입 및 배치 금지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즉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나토와의 군사협력을 중지하고 나토 측이 제공한 무기를 제거해야 한다. 한편 비핵국가로서의 우크라이나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즉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배치하는 것이 금지된다. 결국 우크라이나 중립국화안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해 군사적 위협을 제기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중립국화안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자국의 안보를 보장받기 위해 국제적인 안전보장 조약을 체결하고자 한다. 기존의 중립국, 예컨대 핀란드와 오스트리아가 각기 미국과 소련, 혹은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로부터 안전보장을 약속받았던 것에 비추어볼 때,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 요구는 당연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 영국, 터키, 이스라엘 등 보다 많은 국가의 안전보장 약속을 받고자 하며, 안보 위협 시 이들 국가의 자동개입을 전제로 하는 안전보장조약을 맺으려 한다. 그러나 관련 국가가 많을수록, 분쟁 개입 강제조항이 명시적으로 삽입될수록, 조약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크림반도와 돈바스 영토 문제 해결   마지막으로 러시아는 영토 문제를 조정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의 러시아로의 영구귀속을 승인하게 만들려고 할 것이다. 한편 돈바스 지역의 경우, 민스크협정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침공 개시 전에 돈바스의 독립을 이미 승인함으로써 돈바스 지역을 우크라이나에게 돌려줄 의사가 없다는 것을 천명하였다. 현재 러시아는 군사작전 2단계를 목표로 돈바스 지역의 “해방”을 내세우고 이 지역의 완전한 장악에 몰두하고 있다. 러시아가 여러 지역에 펼쳐져 있던 군사력을 돈바스 지역에 집결한다면 돈바스 지역이 러시아에게 넘어갈 가능성은 매우 높다.   추가적 영토 요구?   이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요구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넘어서서 더 커질 수 있다. 러시아가 추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우크라이나 남부의 “노보러시아(Novorossiya)”라고 불리는, 드니프르 강 아래 쪽 영토를 요구하는 것이다. 실제 이 지역에서의 러시아군의 선전은 눈에 띤다. 러시아는 마리우폴을 포함하여 크림반도에서 돈바스에 이르는 흑해 및 아조프해 연안 지역을 거의 다 차지했다. 러시아가 이 지역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할지, 혹은 아조프해 연안의 벨트 지역만을 요구할지는 향후의 군사 상황 및 우크라이나의 저항 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편 돈바스, 크림 등지의 안전을 보장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군사 갈등을 예방한다는 명분으로 드니프르 강 우안의 비무장지대화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 향후 전망   협상의 과정은 지난할 것이다. 처음부터 두 협상당사자가 타협을 통해 상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협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협상은 러시아의 목표가 명료한 가운데 이를 우크라이나에게 강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러시아의 요구는 우크라이나에게 매우 가혹하고 수용하기 힘든 것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딸려가지 않기 위해 최선의 외교적, 군사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우크라이나는 점차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 포기, 중립국화안 수용(조건부), 돈바스 지역을 둘러싼 타협을 논하기 시작했다. 물론 최대한 상황을 비틀어서 러시아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국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려 하지만,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우크라이나의 피해는 더 커질 것이다. 물론 이 와중에 러시아군의 희생도 예상보다 훨씬 커지고 있지만, 이것이 푸틴이 계획을 수정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방식은 끔찍한 인명 피해를 감수하고서도 자국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이다. 물론 전쟁이 장기화되고 서구의 경제제재로 인해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할 재정 능력에 심각한 훼손을 입는다면 상황은 바뀔 수도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다시금 군사적, 물리적 폭력으로 자국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강대국의 행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지극히 현실주의적 국제질서로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는 러시아-우크라이나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고, 또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참고문헌>   강계만, 김성훈. 2021. <매일경제>. “'러시아 급소' 노리는 美…우크라이나와 밀착.” 9월 2일. 김민규. 2022. “우크라 대통령 폭탄발언 “안전보장 없으면 ‘핵무장’ 검토”.” <아시아투데이> 2월 20일. 박지영, 김진욱. 2021. “러시아, 흑해 진입 영국 구축함 향해 경고사격.” <한국일보> 6월 23일. <세계일보>. 2017. “트럼프,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 판매 첫 승인.” 12월 21일. 유철종. 2021. “우크라, '러 병합' 크림 반환위한 국제회의 '크림 플랫폼' 개최.” <연합뉴스> 8월 23일. 이양구. 2022. “NATO는 핑계? 前우크라이나 대사가 말하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진짜 이유’.” 3월 25일. 이의진. 2022. “러 매체, '우크라이나 핵무기 추진' 잇단 보도.” <연합뉴스> 3월 6일. 전경웅. 2015. “우크라이나의 반격? NATO와 군사훈련.” <뉴데일리> 4월 1일. . 2022. “John Mearsheimer on Russia-Ukraine War & Who is responsible?” 3월 5일. “List of NATO exercises.” Wikipedia. . 2021. “미, 우크라이나에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제공.” 12월 13일.     [1] 민스크협정은 도네츠코와 루한스크에 대한 특별 지위 승인 및 돈바스 지역 내 불법 무장단체의 무장해제를 골자로 한다. [2] 물론 러시아의 초기 구상은 분명 민스크협정의 이행이 가장 선호되는 시나리오였다. [3] 이양구. 2022. “NATO는 핑계? 前우크라이나 대사가 말하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진짜 이유’.”   3월 25일. [4] 2015년 우크라이나군은 나토군의 피어리스 가디언(Fearless Guardian) 훈련, 시 브리즈(Sea Breeze) 훈련, 래피드 트라이던트(Rapid Trident) 훈련에 병력을 보내서 육, 해, 공군 모두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전경웅. 2015. “우크라이나의 반격? NATO와 군사훈련.” <뉴데일리> 4월 1일. [5] 래피드 트라이던트 2015, 시 브리즈 2015, 래피드 트라이던트 2017, 클리어 스카이 2018, 래피드 트라이던트 2021, 시 브리즈 2021 등이 우크라이나가 호스트국이 되어 우크라이나 영토 및 영해 내에서 진행된 나토 훈련이다. [6] 비살상용 무기에 한정해서 지원하였던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총기와 탄약 등 살상용 무기의 수출을 처음으로 승인하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10월에 우크라이나에 30기의 재블린 대전차유도미사일체계와 180기의 재블린 미사일을 제공했다. <세계일보>. 2017. “트럼프,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 판매 첫 승인.” 12월 21일; 강계만, 김성훈. 2021. <매일경제>. “'러시아 급소' 노리는 美…우크라이나와 밀착.” 9월 2일. [7] . 2021. “미, 우크라이나에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제공,” 12월 13일. [8] 강계만, 김성훈. 2021. <매일경제>. “'러시아 급소' 노리는 美…우크라이나와 밀착.” 9월 2일. [9] . 2022. “John Mearsheimer on Russia-Ukraine War & Who is responsible?” 3월 5일. [10]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림 반환이 이루어질 때까지 이 회의를 정기적으로 계속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키이우에 크림 반환 문제와 크림 플랫폼 회의 관련 업무를 관장할 대표 사무소도 열었다. 유철종. 2021. “우크라, '러 병합' 크림 반환위한 국제회의 '크림 플랫폼' 개최.” <연합뉴스> 8월 23일. [11] 이 외에도 나토 훈련의 일환으로 9월 25일 두 대의 미국 폭격기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의 러시아 영토 칼리닌그라드에 대한 가상 공격 훈련을 진행했다. “List of NATO exercises.” Wikipedia. [12] 박지영, 김진욱. 2021. “러시아, 흑해 진입 영국 구축함 향해 경고사격.” <한국일보> 6월 23일. [13] 김민규. 2022. “우크라 대통령 폭탄발언 “안전보장 없으면 ‘핵무장’ 검토”.” <아시아투데이> 2월 20일. [14] 이의진. 2022. “러 매체, '우크라이나 핵무기 추진' 잇단 보도.” <연합뉴스> 3월 6일.     ■ 저자: 강윤희_국민대학교 러시아·유라시아학과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외교학 학사와 석사를, 영국 글라스고우대학교(University of Glasgow)에서 러시아지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 『러시아와 세계정치』 외에 다수의 논문을 출간하였다. 최근 논문으로는 「아르메니아 문제와 유럽 강대국 외교: 1877-78 러시아-투르크 전쟁과 베를린 회의를 중심으로」, 「나고르노 카라바흐 분쟁의 평화적 해결 실패」, 「러시아 공공외교의 제도적 정비, 성과와 한계」 등이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러시아와 CIS국가의 외교, 국제관계사, 시민운동 등이다.     ■ 담당 및 편집: 이승연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slee@eai.or.kr  

강윤희 2022-04-04조회 : 15618
논평이슈브리핑
[EAI 우크라이나 이슈브리핑] ① 대러시아 억지 실패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동아시아에 주는 함의

2022년 2월 24일,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내 최대 규모의 포격과 미사일 공격을 우크라이나 동부, 남부, 그리고 북부 3면에서 일제히 퍼부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onetsk People’s Republic: 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uhansk People’s Republic: 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군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지 이틀만이고, 올라프 숄츠(Olaf Scholz)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며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의 러시아군을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지 9일 만이다. 군사훈련을 빌미로 작년 4월과 11월, 10만 명이 넘는 대규모 병력을 국경지대에 위협적으로 배치하며 구소련 국가들의 나토(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 신규가입 중단과 동유럽, 코카서스,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나토의 군사 행위 중단을 요구해온 러시아는 결국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선택했다.[1]   우크라이나 위기가 고조된 작년 11월부터 국내외 유수의 정책연구 기관들은 푸틴의 의도와 전략적 계산, 향후 전망, 그리고 그 동북아적 함의에 대해 많은 분석을 내놓았다.[2] 그러나 이번 위기를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나토의 확장 억지(extended deterrence) 전략 실패로 보고 그 원인과 함의를 논의한 연구는 드물다. 본 이슈브리핑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동아시아에 주는 함의를 미국의 억지력 약화 차원에서 살펴본다. 최근 국제안보이론에서 논의되는 “기정사실(fait accompli)화” 전략과 “징벌실행력(feasibility of punishment)”에 초점을 맞추어,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 병합에 이어 이번에도 “확전 사다리(Escalation Ladder)”[3] 의 몇 단계를 뛰어넘는 과감한 도발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하고, 이번 미국의 대러시아 억지 실패가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북한의 오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살펴본다.   I. 러시아의 기정사실화 전략과 억지 실패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몇 가지 측면에서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정을 상기시킨다. 당시에도 푸틴은 군사력을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으나, 크림반도 내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세운 불법 정부를 이용해 주민투표를 거쳐 크림지역을 병합했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군이 분리세력의 편에 서서 우크라이나 정부 주요시설, 공항, 군기지 등을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현지 주민들이 무장한 병력이라고 주장했다.[4]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문제로 불거진 이번 위기에서도 러시아는 무력 사용의 배제와 협상에 의한 문제해결을 강조하고 병력을 철수시키는 모습까지 연출하다 기습적으로 돈바스 지역 내 분리주의 세력들을 독립 국가로 승인하며 평화유지를 명목으로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영토로 진입시켰다.   푸틴의 이런 행보는 미어샤이머가 이야기한 “제한적 목표 전략(limited aims strategy)”에 해당한다. 적의 영토 중 일부만을 기습적으로 점령하여 전면전을 피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는 반면, 상대방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소모전을 치르게 만드는 전술이다.[5] 알트만(Dan Altman)은 이를 “기정사실화 전략”이라고 부른다. 1918년부터 2018년 동안 영토문제를 둘러싼 국제분쟁 151개 사례를 연구한 논문에서 그는 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적국 영토 전체의 점령을 목표로 하는 분쟁은 급격하게 감소했고, 이러한 경향은 1975년 이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전체 151개 분쟁 사례 중 39%가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에 대한 점령 시도였고, 41%가 ‘상대 정규군이 방어하지 않는 지역’에 대한 공격이었는데, 이를 시대별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각각의 비율이 1980년 전까지는 28% 대 31%였다가, 그 이후부터는 둘 다 60%로 급증한다. 이는 푸틴의 기정사실화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가 21세기 국제분쟁에서는 상당히 일반적인 현상이 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6]   방어국이 레드라인을 설정하고 억지 태세를 갖추고 있을 때 도전국이 이 같은 기정사실화 전략을 구사하면 방어국은 대응책을 마련함에 있어 상당히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948년 베를린 봉쇄위기 당시 소련은 베를린으로 통하는 도로를 봉쇄하고 이를 지키는 “인계철선(tripwire)” 병력을 배치하여 미국, 영국, 프랑스가 서베를린에 대한 관할권을 포기하도록 압박했다. 이때, 미국은 공중으로 보급품을 보내는 묘수를 써 소련의 레드라인을 무력화시켰다. 소련 입장에서 이를 막으려면 서방 연합군의 수송기를 격추시켜야만 했기 때문에, 전면전을 불사하는 각오 없이 그러한 조치를 하기 어려웠다. 알트만은 도전국이 이런 기정사실화 전략을 취할 때 방어국이 도전국의 현상변경 시도를 처벌하고자 하는 ‘의지’를 얼마나 강하게 가지고 있느냐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되고, 도전국의 “계산된 군사력 사용에 대한 (방어국의) 보복위협(threats to retaliate for clear-cut uses of forces)”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7]   II. 억지실패의 원인: 징벌실행력의 부재   기정사실화 전략은 도전국의 입장에서 방어국의 억지 태세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를 방어국 입장에서 뒤집어 생각해 보면, 결국 세밀하게 계산된 도전국의 현상변경 시도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징벌 능력을 방어국이 보유하고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알트만의 연구결과를 기준으로 생각해 볼 때, 억지 실패는 대부분 방어국이 현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하기 때문에 발생하기 보다는, 방어국의 억지 태세를 교묘하게 우회하여 도발하는 도전 행위를 징벌할 수 있는 정교한 대응 ‘능력’을 방어국이 보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최근 연구는 바로 이 ‘능력’을 “집행력(ability to follow through)”[8] 혹은 “징벌실행력(feasibility of punishment)”[9] 이라고 부른다. 방어국이 이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군사적 차원(military feasibility)에서 “신속투사능력”과 정치적 측면(political feasibility)에서 “정책실행력”이 필요하다. 즉, 방어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에 매우 근접해 있으나 명백하게 그 선을 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회색지대 영역에서 도전국이 현상변경을 시도할 때, 이를 그 도발 수준에 부합하는 효과적인 징벌수단을 사용하여 신속하게 격퇴할 수 있는 ‘전력투사능력(power projection capability)’과, 이같은 위기 고조 행위에 대해 국내정치적 반대를 극복하고 격퇴정책을 즉각 집행할 수 있는 ‘정치력’이 있어야만 방어국은 안정적인 억지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신속투사능력과 정책실행력 가운데 한가지라도 결여하고 있을 때 방어국은 억지 전략 구사 단계에서 공언한 ‘용납하기 어려운(unacceptable) 비용’을 억지 실패 이후 도전국에 실제로 부과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도전국은 기정사실화 전략을 구사해도 아무 비용을 지불하지 않게 되므로 목표로 했던 전략자산을 쉽게 차지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안보위기가 더욱 심각한 문제로 악화하지 않도록 방어국이 억지 전략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신속투사능력과 정책실행력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를 도전국에게 보내게 되면, 도전국은 보다 대담하게 현상변경 시도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도 이런 차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바이든(Joe Biden) 미 대통령은 세차례 푸틴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의 “강력한 경제적 조치 및 기타 조치들(strong economic and other measures)”을 야기하게 될 것이고,[10] 미국과 동맹국의 “신속하고, 혹독하며, 연대된 대응(swift, severe, and united response)”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11] “단호한 대응에 따라 신속하고 심각한 비용(respond decisively and impose swift and severe costs)”을 지불하게 될 것[12] 이라고 분명히 경고했다. 이는 명백히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해 억지 전략을 사용했음을 보여준다.   이같이 국가수반이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반복하여 레드라인을 설정하는 경우, 차후에 이를 번복할 때 높은 “청중비용(audience cost)”를 치르게 되기에 이는 억지 실패 시 방어국의 징벌 의지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선거에 의해 행정부의 수장이 되는 민주주의 국가의 리더가 높은 청중비용을 의도적으로 부과할 때, 그 위협의 신뢰성은 제고되고, 억지 전략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13]. 이런 측면에서 바이든 대통령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억지하기 위해 나름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라 평가할 수도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의 미국 내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실제 바이든 행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14]   그렇다면 푸틴은 왜 바이든의 경고를 무시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선 것인가? 앞서 언급한 많은 보고서들은 우크라이나에 걸려있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안보이익이 매우 크고, 국제경제제재와 코로나19의 여파로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푸틴에게 분위기 반전을 통한 국내지지 회복이 절실하며, 러시아 강대국화를 추구하는 푸틴 입장에서 미국과 나토에게 러시아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불가피한(overdetermined) 사건인가? 푸틴의 의지가 매우 강했기 때문에 미국이 어떤 정책을 펼치든지 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막을 수 없었던 것인가?   징벌실행력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살펴보면 꼭 그런 것 같지 않다. 첫째, 바이든 행정부는 군사력 사용 카드를 일찌감치 배제했다. 최초로 러시아에 선명한 경고 신호를 보낸 2021년 12월 9일, 나토 연합국과 상관없이 단독으로 미군 병력을 배치하여 러시아의 침공을 억지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바이든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not on the table)”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15] 우크라이나의 방어가 미국에게는 중요한 국가안보이익이 걸린 문제가 아니고, 미국 국내정치적으로 해외파병을 지지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하며, 바이든 스스로 군사적 개입주의를 지속적으로 반대해 온 이력이 있다는 점 모두 무력을 통한 문제해결을 일찌감치 포기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16] 바이든 스스로는 세계적 군사대국인 러시아를 상대로 한 미군 파병이 “세계대전(world war)”으로 비화될 수 있음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17] 이런 맥락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은 여러 차원의 신중한 고려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 평가해 볼 수 있지만, 이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18] 미국 스스로 대러 억지력 강화에 필요한 신속투사능력을 가지지 않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둘째,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침공을 막거나 효과적으로 보복할 수 있는 군사적 수단을 지원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 지난 두 달 동안 발표된 보고서들을 보면 러시아는 국경지역에 근접항공지원공격기 Su-25SM, 전략폭격기 Tu-22M,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하며 러시아 육군의 군사작전 이전에 대규모 포격 및 공군력 지원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19]. 또한 우크라이나는 이에 대비한 전력이 부재하기 때문에 미국과 나토가 신속히 방공, 대전차 및 대함 무기를 포함한 다양한 무기체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20] 사실 이러한 정책제언은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에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으나, 미국 정부는 그것이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고,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군사기술이 러시아로 흘러 들어갈 수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첨단무기들을 운용할 능력이 부재하다는 등 다양한 이유로 계속해서 대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을 정책으로 채택하지 않았다[21]. 이에 대해 빈드먼(Alexander Vindman)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 NSC) 유럽국장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첨단무기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러한 무기의 존재 자체가 러시아의 셈법을 바꾸어 놓았을 것이라 지적한다(Vindman 2022).   셋째, 바이든 행정부는 집권 이후 계속해서 정치력의 부재 문제를 노출해왔다. 1월 20일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율은 43%로 조사되었고, 정부 정책에 대한 강한 불만도 36%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진보진영으로부터는 변화가 너무 더디고 보수진영으로부터는 미국적 가치에서 벗어나 극단적 좌로 치우쳐 있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22]. 코로나19 예방접종률을 올리는데 집중한 방역대책이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의 유행으로 무력화되고, 야심차게 추진한 대규모 사회복지프로젝트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이 같은 민주당 상원의원 두 명의 반대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대통령은 이들을 설득하는 데 계속 실패하고, 대선국면에서부터 보인 말실수들이 공중파에 의해 반복적으로 보도되며 국민들 절반이 고령 대통령의 정신적 건강을 우려하는 조사결과도 나타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23]. 결정이 더디고 추진력도 약하다고 평가받는 바이든 정부의 낮은 정책실행력을 푸틴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로 여기는지 과학적으로 검증하기는 어려우나, 이것이 미국 억지 태세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해 기울인 억지력 강화 노력들은 러시아의 기정사실화 전략 추구를 막는 징벌실행력 구비의 측면에서는 뚜렷한 한계를 보이는 행보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이 억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곳은 우크라이나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통해 부각된 미국 억지력의 한계는 미국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른 지역에서 미국과 대치상태에 있는 잠재적 도전국들에게 중요한 변화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III. 억지실패 이후: 중국, 북한, 그리고 미국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 우선 중국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대만을 생각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듯 대만이 중국이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독립을 선언하게 될 때 중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같이 이번에도 러시아가 신속히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고, 이에 나토와 서방 국가들이 단호한 대응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푸틴의 기정사실화 전략이 그대로 새로운 현상(status quo)이 되어버린다면, 중국 역시 대만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답습한 방식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24]. 예를 들어, 대만 영토 주변부에 있는 동사군도, 펑후 제도, 혹은 마쭈 열도 등의 섬을 먼저 점령하는 기정사실화 전략을 펼칠 수 있다[25].   북한 역시 중국과 유사한 해석을 내릴 수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정책실행력의 한계는 단기간에 극복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북한 입장에서는 한반도에서 자국의 전략적 목표와 협상력 제고를 위해 더욱 과감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물론 대만과 달리 한국에는 북한이 기정사실화 전술을 동원하여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성공적으로 기습 점령할 수 있는 지역이 거의 없다. 그러나 미국이 약화된 징벌실행력의 문제로 강력한 군사적 보복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 내부단결과 고도화된 북한 군사력 과시를 위해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무력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추가 핵실험, 연평도와 같은 도서지역에 대한 포격 공격, 천안함 혹은 푸에블로호와 같은 해상 경계 자산에 대한 공격 또는 나포 감행 등의 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 북한이 이같이 위협적인 도발에 나선다고 해도, 이미 고강도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에게 미국이 추가로 가할 수 있는 보복 수단은 많지 않다.   그러나 대만과 한국은 우크라이나와 다르다. 비교를 위해 단순히 군사비 지출만 따져보면 2020년 기준으로 미국이 7조 7천억, 중국이 2조 5천억, 러시아가 6백억, 한국이 4백 5십억, 대만이 1백 2십억, 우크라이나가 6십억 정도를 사용한 것에서 보듯, 상기 6개국이 대략 77 : 25 : 6 : 4.5 : 1.2 : 0.6의 국력배분을 보인다.[26] 물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격차보다 중국과 대만의 격차가 더 크다고 볼 수도 있으나, 대만은 미국의 9번째로 큰 무역파트너(우크라이나는 67번째)이고 글로벌가치사슬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동맹국이 아니듯 대만도 미국의 공식동맹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와 달리 대만에 대해서 미국은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이라는 독특한 장치를 두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Haas 2022/02/22). 반면, 한국은 미국의 군사동맹국으로 미군 주둔기지가 있고, 각종 첨단 정보자산, 방공체제, 및 신속투사능력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피그만 침공의 재앙적 결과가 이후 쿠바미사일위기 전개과정에서는 케네디(John F. Kennedy) 행정부가 확고한 대응의지를 가지도록 했듯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억지실패는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이 더욱 단호하게 대응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27] 무엇보다 미국의 억지력을 제외한 대만과 한국 자체 역량만 보아도 우크라이나와 비교할 수 없는 신속투사능력과 정책실행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과 북한이 미국 동맹체제가 동아시아에서 가지는 억지력의 크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확인된 동유럽 내 미국과 나토의 약한 억지력을 기준으로 미국 동맹체제가 동아시아에서 유지하고 있는 억지력을 오판하여 중국과 북한이 대만과 한반도에서 무모한 도발에 나서지 않도록 명확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은 지역 내 미국 동맹국들과 협력하여, 중국과 북한이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기정사실화 전략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각각의 도발 수준에 맞는 징벌실행력을 구비한 뒤 이를 공개적으로 노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는 별도로, 향후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의 군사작전이 얼마나 성공을 거두느냐도 이후 중국과 북한의 군사전략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군사비 지출면에서 러시아의 십분의 일 수준에 불과한 우크라이나가 예상보다 훨씬 더 잘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내고 있는 가운데, 봄이 와 눈이 녹는 해빙기가 되면 악명높은 라스푸티차 속에서 러시아의 기갑병력의 진군은 더욱 어려워지고 주요 거점지역에서 시가전도 소모전 양상을 띌 수밖에 없다(Wasielewski and Jones 2022, 10). 즉, 억지의 실패가 반드시 방어의 실패로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고, 러시아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도 결국 목표했던 것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을 중국이나 북한도 섣부른 도발에 나서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구 반대편 남의 나라 일”[28]이 아닌 것만은 분명한 셈이다. ■       [1] Sullivan, Becky. 2022. “Russia’s at war with Ukra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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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tzman Institute of War and Peace Studies)에서 방문학자를 지냈다. 풀브라이트 해외학위 장학금(Fulbright Graduate Study Award)과 스미스 리차드슨 재단(Smith Richardson Foundation)의 “세계정치와 국가경영 펠로우십”(World Politics and Statecraft Fellowship)을 수상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 핵전략, 세력전이, 미중관계, 북핵문제, 그리고 국제정치 및 안보이론이다. 최근 연구로는 “At the Brink of Nuclear War: Feasibility of Retaliation and the U.S. Policy Decisions During the 1962 Cuban Missile Crisis”와 “The Feasibility of Punishment and the Credibility of Threats: Case Studies on the First Moroccan and the Rhineland Crises”가 있다.     ■ 담당 및 편집: 이승연 _EAI 연구원, 정지윤 _EAI 인턴장학생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slee@eai.or.kr  

김양규 2022-03-03조회 : 16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