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연구원 외교정책결정체계 연구팀은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안보팀을 향해 다섯 분야의 제언을 마련하였다. 작년 11월 동아시아연구원이 출간한 『2022 신정부 외교정책 제언: 공생외교의 재건축』이 향후 5년간 신정부가 추진해야할 정책을 제시하였다면, 본 연구는 인수위가 담당하는 ① 정부 기관의 조직 역량과 기능 평가, ② 정책 검토, 두 업무에 초점을 맞추어 정책과 제도 양면에서 윤석열 정부가 마주할 핵심 과제와 주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들은 개별 정책과 전체 외교 정책과의 연계성 강화, 북한 중심 외교 탈피, 청와대 중심 정책결정체계 지양, 정책 컨트롤 타워 혁신, 전담조직 설치 등을 제언하고 있다.

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한미정상회담에서 신정부가 해야 할 일들

I, 한미정상회담에서 신정부가 해야 할 일들   2022년 5월 21일의 한미정상회담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은 물론 신정부의 철학과 가치, 능력을 보여주는 최초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대선 기간 중 외교정책 논쟁이 충분하지 않았고 외교 분야 공약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따라서, 신정부 출범 11일 만에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한미관계 및 동맹의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들에 관해서 충분히 준비된 회담을 개최하기 어렵다는 일부의 우려도 존재한다.   이번 회담에서 향후 한국의 대미 정책을 구속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논의와 약속들을 뒤로 미루고 대체적인 한미관계의 방향만 제시하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이 최초로 순방하는 아시아 회담의 최초의 방문국이 한국이어서 한미관계 강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심도 있는 논의와 합의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한미 양자 관계를 넘어 신정부 외교정책의 핵심 원칙을 제대로 확립해서 개별 정책들에 적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안보, 경제, 기술, 보건, 기후, 에너지, 우주, 인적 교류 등 광범위한 부문에 걸쳐 다양한 정책에 합의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1년간 여러 정책의 진척상황을 정확히 평가하고 한미 간 전략적 공감대 아래 공통의 가치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진일보한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의 증대된 국력에 맞는 지구적, 지역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외교에 한국의 정체성에 기반한 보편 가치를 반영하고자 한다. 대북정책에서 문재인 정부보다 원칙에 기반을 둔 강한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미중관계에서 전략적 딜레마를 인정하면서도 전략적 모호성을 넘어선 선명성의 필요성을 논의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관계에서 협력 범위를 확대한 의의가 있지만,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한미 간 견해차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미중관계에서 동맹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한미 간 전략적 유대를 약화시켰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 공약 개념에 따르면 글로벌 중추 국가의 기치 아래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을 외교정책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신정부의 외교 노선에 대해 미국은 긍정적이다. 전반적인 양국 관계 및 동맹 관계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북한의 완전 비핵화를 향한 기본 노선, 경제제재와 군사억제 강화의 필요성, 대중 전략에서 한국의 보다 선명한 가치기반의 노선, 미국이 주창해온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적극적 태도, 한미일 안보협력에 중요한 한일관계 개선,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의 여러 부문에 대한 한국의 참여 입장 등은 미국이 반길 만한 정책 내용이다.   이러한 기본 노선이 충분히 국가 이익에 기여하게 하려면, 동시에 겪을 수 있는 중국과 북한 리스크를 치밀하게 계산해서 예방과 치료 방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성을 보이면 중국은 한국의 대중 견제 노선 참여를 더욱 우려할 것이다. 한미 양국이 대북 군사억제 강화 및 완전 비핵화를 위한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 제고, 혹은 긴장 조성 등을 할 염려가 있다. 중국과 북한의 반발이 국내적으로 경제와 안보 문제를 불러올 때 국내정치 지형은 요동칠 것이다. 역대 정부는 미국과의 정상회담 이후 이어지는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상충하는 외교 방향과 메시지를 전달하여 혼선과 논란을 초래한 사례가 있었다. 대미, 대중, 대북, 대일 정책을 한 묶음으로 상정하고 복합적인 외교 전략으로 한미정상회담에 임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한미관계 강화의 이미지를 주는데 우선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중국,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를 자동으로 악화시킬 것이라는 함의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핵심 가치와 국익을 확고하게 제시하고 이에 맞는 한미관계 강화, 한중 관계 고려, 그리고 남북관계에 대한 비전 제시를 통해서 총론과 각론의 조화가 중요하다.   II. 경쟁과 공생 원칙의 인도-태평양 전략   한미관계에서 가장 큰 과제는 인도-태평양 지역전략을 둘러싼 한미 간 공동 비전을 강화하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긴밀하게 협력해서 대중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중국과 공멸 대신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쿄의 쿼드(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UAD,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아시아 순방 길에 서울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의 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아프간 철군에 이은 우크라이나 사태, 유럽의 나토 강화라는 새로운 안보 과제들을 앞에 두고, 인도-태평양에서 최대의 전략 경쟁자인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바이든 정부에게 쿼드와 한미관계, 그리고 아시아 파트너들과의 관계는 핵심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기본 입장과 철학, 그리고 대중 정책 구상을 듣고자 할 것이다. 반달밖에 남지 않은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새 정부의 최대 문제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다른 관련 당사국들이 주목할만한 신외교정책의 원칙과 비전을 충분히 구체화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한국이 밝혀 왔던 기본 전략 방향은 미국과 꼭 일치한 것만은 아니다. 미국은 지난 2월 발간한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에서 대중 견제 노선을 더욱 명확히 하고 있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의 추진, 동맹 및 파트너와 연계 강화, 공동번영, 안보 강화, 초국가위협 대응이라는 5대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주의를 요하는 점은 미국이 추구하는 인도-태평양의 미래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상호연결되고, 번영하며, 안전하고 회복탄력성이 있는(free and open, connected, prosperous, secure, and resilient)” 지역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1년 전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과 올해 2월 13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공동성명에는 인도-태평양의 비전에 “포용적인(inclusive)”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한 단어이지만 한미 간 인도-태평양 전략 비전에 미묘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이 중국을 견제하고 배제하는 전략이 되는 것을 막으려는 입장을 견지해왔고 이는 미국의 대중 전략과 일정한 차이를 보였다. 포용적인 인도-태평양이라는 비전을 통해 한국은 그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중요한 거리 두기를 해온 셈인데, 윤석열 정부가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가 주목을 받을 것이다.   한국은 민주주의, 자유무역, 법치, 인권, 열린 다자주의 등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기반한 외교정책 원칙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한국이 미중 양국 중 한 편만을 일방적으로 선택하기보다, 아시아의 바람직한 질서에 대한 경쟁과 공생의 비전을 제시하고 강대국과 함께 규범과 규칙의 제정자, 그리고 질서의 공동 설계자로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아시아 질서를 지나치게 이분법적인 미중 전략 경쟁으로 틀을 짜면, 한국의 설 자리는 크게 줄어든다. 21세기 인도-태평양 무대에서 모든 주인공이 건강하게 경쟁하면서도 공생과 번영을 동시에 추진하는 미래의 질서 비전이나 가치, 이익을 위해 공동 진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중이 경쟁적이고 배타적으로 설계하는 제도들에 공히 참가하여 한국의 핵심 이익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규칙과 이슈를 관철해내는 양면 접근전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우선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은 미국 주도의 질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한미 양국의 공통 가치와 이익을 넓히면서도 미중 경쟁이라는 강대국 경쟁 틀에 지나치게 갇히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체제와 가치와 관련해서 한국이 중견 선진국 또는 글로벌 중추 국가라는 정체성을 제시한 만큼 가치외교에 대한 신정부의 입장은 이미 알려져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쿼드 이슈를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만큼, 쿼드와의 적극 협력 의사 표명 역시 한국의 국익론에 기반한다면 중국 리스크에 대처할 수 있다. 동시에 신장, 티베트, 홍콩 문제 등 중국이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는 이슈를 직접 언급하는 것은 회피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평화와 인류 보편의 인권, 민주라는 원론적 입장에서 적극적인 의사 표명을 하는 세련된 접근이 필요하다.   III. 열린 다자주의를 지향하는 한미 간 경제안보 협력   경제부문 관련하여 한미 양국은 작년 5월 정상회담 합의의 현황 검토를 바탕으로, 협력의 범위와 수준을 확대・심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정상회담은 한미 양국이 공급망 복원력 강화와 리쇼어링(reshoring)에 대해 협력을 확대・강화하는 전향적인 계기였다. 지난 합의가 당면한 과제인 생산 협력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협력을 생산과 기술 혁신을 아우르는 포괄적 협력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한국이 미국의 기술 혁신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함으로써 첨단기술 분야의 혁신 역량을 선제적으로 제고하는 협력의 업그레이드가 요구된다.   한미 양국은 구체적인 협력 어젠다를 발굴하고 논의하는 양자 메커니즘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2021년 11월 한미 양국이 공급망, 신기술, 디지털 등의 분야의 협력을 위해 신설하기로 한 신통상 협의 채널을 조속히 가동하고, 이를 통상 산업, 신기술, 기후변화, 경제안보 분야의 협의를 위한 포괄적 메커니즘을 수립의 가능성을 구체화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자 차원의 협력을 넘어 지역과 지구적 차원에서 한미 양국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대한 공통의 인식과 협력 분야에 대하여 양국의 입장을 확인하고 조율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는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연결되는 제도적 수단을 복원한다는 면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인도-태평양 프레임워크는 미국이 공정 무역, 공급망 복원력, 인프라, 청정 에너지와 탈탄소화, 조세 및 반부패 등 새로운 이슈들을 중심으로 과거와 차별화된 제도적 관여를 시도하기는 것이기 때문에, 제도의 설계와 실행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데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동남아의 일부 국가와 인도 등은 바이든 정부의 계획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 대외정책의 자원이 분산되고 있기 때문에,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의 실행 가능성을 담보한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하기까지 다양한 장애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프레임워크를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장애 요인들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며, 기여 분야를 선제적으로 제안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향후 지역 경제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공동 설계자의 입지를 추구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교량 역할을 수행하여 입지를 다지는 한편, 중국을 배제하지 않고 시장경제 원칙에 근거하여 포용하는 방향으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IV. 대북 복합 전략을 새롭게 다지기   날로 증강되는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은 한미동맹의 핵심 사안이다. 억제전략과 관련하여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국방전략의 핵심 개념으로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과 작전개념, 능력의 모든 면에서 미국의 억제력을 증강해 위협을 가하는 세력들로 하여금 군사적 공세를 취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양자컴퓨팅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물론, 육해공, 사이버, 우주 등 다영역에 걸친 억제능력의 향상, 핵과 통상 전략을 함께 사용하는 억제력 강화, 군사적 수단과 더불어 비군사적 수단을 동원한 억제능력 강화, 그리고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수행하는 억제전략 등 여러 차원의 통합 비전을 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미 본토 핵 공격 능력이 완성단계를 향해 빠르게 진전하고 있고, 한국 및 일본, 괌 등 여러 지역을 목표로 한 핵 공격 능력 증강, 특히 한국에 대한 저위력 핵 공격 능력이 급속히 증강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간 동맹억제력에 대한 논의가 통합억제라는 시각에서 새롭게 논의되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미국의 통합억제 전략과 한미동맹의 대북 군사억제 전략, 미국의 핵 확장억제에 대한 지속적 보장 등 동맹의 억제전략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간 확장억제전략협의체(Extended Deterrence Strategy and Consultation Group: EDSCG)의 활성화를 정책으로 제시한 바 있는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억제력의 업그레이드에 대한 전반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한국의 대북 전략은 군사적 통합억제, 효율적 경제제재, 비핵 북한의 체제보장과 경제번영을 위한 적극적 관여, 그리고 북한 스스로 21세기 비핵 선진화의 새로운 셈법을 마련하도록 하는 복합전략이어야 한다. 지금은 군사억제를 새롭게 정비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북한에 대한 관여의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군사억제가 가지는 한계가 더욱 명확해지는 과정에서 비핵화의 노력과 남북 간, 북미 간 신뢰조성 및 협상은 중요하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 사안에서 대북정책의 우선순위가 계속 하락하는 시점에서 신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일변도가 된다면 전략적 안정성은 급격히 줄어들고 대북 관여의 여지는 최소화될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윤석열 정부는 대북 군사억제를 둘러싼 한미 간 구체화된 통합억제 전략 마련의 필요성,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 상향 조정, 실현 가능성이 있는 북한 비핵화 및 대북 관여 정책을 위한 한미 전략 대화 및 정책 조율의 필요성 등에 합의해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국방·외교 장관(2+2)회담을 정례화하여 최소 연 1회 이상 매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북핵 특별대표, 북한 인권 대사 등 미국의 대북 외교 및 협상 진용 재편 및 강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   한미동맹의 대북 억제가 강화되고 북한발 리스크가 고조될 경우 북중 간의 전략적 밀착이 진행되면서 북핵 문제에서 중국 역할이 재차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역대 보수 정부는 대북 압박 전략 전개 시 결국 ‘중국의 뒷문’을 확인하게 되면서 중국의 역할을 견인하기 위해 진보 정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중국을 설득하거나 압박했다. 미국 역시 대북 전략을 전개할 경우 항상 중국 변수를 고려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중장기적으로 ‘중국 변수’를 상정하고 정상회담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V. 한미일 협력의 복원과 확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주목하고 있는 사안 중 하나는 한일관계이다. 미국의 두 핵심 동맹국 간 갈등이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고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태 전략의 10대 핵심과제 중 하나인 한미일 협력은 대북공조 차원을 넘어 지역의 안정, 평화, 번영을 위한 삼각 협력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지구 공급망, 핵심 및 신흥기술 협력 등 경제안보, 보건안보, 기후위기 분야 등에서의 협력 과제와 함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와 쿼드(플러스) 추진에도 한미일 협력이 긴요하다.   한미일 협력에 필수조건인 한일관계 회복에 대해서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 내에서도 개선요구가 상승하고 있다. 장기간 관계 악화에 따른 경제적, 안보적 비용이 증가하였고 외교적 활동 반경이 제약되었으며 대중문화 교류 확대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관계 개선을 향한 조심스러운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협력과 역사문제를 둘러싼 갈등 완화 노력을 신중하게 병행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미국은 이러한 노력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천명해야 한다. ■     ■ 대표 집필: 전재성_EAI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외교부 및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이론, 국제관계사, 한미동맹 및 한반도 연구 등이다. 주요 저서 및 편저로는 《남북간 전쟁 위협과 평화》(공저), 《정치는 도덕적인가》, 《동아시아 국제정치: 역사에서 이론으로》 등이 있다.   ■ 저자: 박원곤_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통일부 북한인권 조사자문위원, 한반도평화연구원(KPI) 부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 18년간 한미동맹과 북한을 연구하였으며 한동대 국제지역학(International Studies) 교수로 재직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한미동맹, 북한 외교 및 군사, 동북아 국제관계(사)이다.   ■ 저자: 손열_EAI 원장,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시카고대학교 정치학 박사.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원장과 언더우드국제학부장, 지속가능발전연구원장, 국제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하였고, 도쿄대학 특임초빙교수, 노스캐롤라이나대학(채플힐),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방문학자를 거쳤다.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2019)과 현대일본학회장(2012)을 지냈다. Fullbright, MacArthur, Japan Foundation, 와세다대 고등연구원 등의 시니어 펠로우를 지내고, 외교부, 국립외교원,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국제교류재단 자문위원, 동북아시대 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전공분야는 일본외교,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국제정치, 공공외교. 최근 저서로는 Japan and Asia's Contested Order (2019, with T. J. Pempel), “South Korea under US-China Rivalry: the Dynamics of the Economic-Security Nexus in the Trade Policymaking,” The Pacific Review (2019), 32, 6, 『위기 이후 한국의 선택』 (2020), 『한국의 중견국외교』(2017, 공편) 등이 있다.   ■ 저자: 이동률_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대중국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중국의 대외관계, 중국 민족주의, 소수민족 문제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한반도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전략과 역할,” “1990년대 이후 중국 외교담론의 진화와 현재적 함의,” “시진핑 정부 ‘해양강국’ 구상의 지경제학적 접근과 지정학적 딜레마," “Deciphering China’s Security Intentions in Northeast Asia: A View from South Korea,” 《중국의 영토분쟁》(공저) 등이 있다.   ■ 저자: 이승주_EAI 무역•기술•변환센터 소장 •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통상의 국제정치, 글로벌 디지털 거버넌스 등이다. 주요 저서 및 편저로는 《미중경쟁과 디지털 글로벌 거버넌스》(이승주 편), 《사이버 공간의 국제정치경제》(이승주 편), “Institutional Balancing and the Politics of Mega FTAs in East Asia,” 《Northeast Asia: Ripe for Integration?》(공편),《Trade Policy in the Asia-Pacific: The Role of Ideas, Interests, and Domestic Institutions》(공편) 등이 있다.   ■ 저자: 하영선_EAI 이사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미국 워싱턴 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교수, 미국 프린스턴 대학국제문제연구소 초청연구원,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초청연구원,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장, 미국학연구소장, 한국평화학회 회장, 한일신시대 공동연구 한국 측 공동위원장, 대통령 국가안보자문단,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원로자문회의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EAI 이사장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저서 및 편저에는 <사랑의 세계정치: 전쟁과 평화>, <한국외교사 바로 보기: 전통과 근대>, <미중의 아태질서 건축경쟁>, <사행의 국제정치: 16-19세기 조천•연행록 분석> 등이 있으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 “하영선 칼럼”을 7년동안 연재했다.     ■ 담당 및 편집: 이승연 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slee@eai.or.kr  

전재성, 박원곤, 손열, 이동률, 이승주, 하영선 2022-05-04조회 : 20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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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I 스페셜리포트] 인수위 외교안보팀에 바란다 ⑤_통상의 컨트롤 타워를 재편하라

I. 통상분야의 환경변화와 도전 과제   통상정책은 국가 간 상품과 서비스, 자본과 노동의 이동, 기술과 투자 등과 연관된 것으로 국제규범 및 제도 정립과 관련 국제협상 전략을 포괄하는 정책으로 자국의 통상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모든 정책을 포괄한다. 최근 여러 국가는 미중 기술패권과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코로나 범유행으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확산 등 급격한 경제환경의 변화와 기후변화 대응의 강조, 디지털 경제 확산, 자국 우선주의와 경제 안보의 강화 등 과거와 달라진 신통상 이슈[1]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통상전략 모색과 거버넌스의 변화를 논의하고 있다. 최근 기존의 미중 갈등을 비롯하여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을 두고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국가와의 갈등이 고조되는 등 다양한 국제관계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급변하는 환경하에서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진하였으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는 효과적인 통상정책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국가 간 통상 관련 협상만이 아닌 대외적으로 국가 간 외교 관계에서부터 국내 산업부문 간 이해 불균형의 시정문제, 담당 부서 간 협력 및 조정문제, 이해관계자의 조정 등 다층적 거버넌스의 효과적인 재설계와 정책역량 배양이 중요하다. 신정부에서는 이러한 급격하고 불안정한 국제관계의 변화와 그린, 디지털 통상환경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여 전략적이고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줄 예견적(anticipatory)이고 민첩한(agile) 통상거버넌스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1. 대외경제의 복합이슈 증대에 통합적 국익 극대화의 전략적 대응 전략 수립 요구   통상을 둘러싼 이슈들이 수출과 투자 등 전통적 영역을 넘어 미중 기술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망(Global value chain: GVC) 재편, 기후변화 대응 등 환경 이슈, 나아가 인권 문제까지 복합되는 다차 방정식의 모습을 갖추면서 다각적인 분석과 종합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또한, 이러한 사안들이 단순히 각 경제면 경제, 안보면 안보 등의 각각의 영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경제와 안보가 동전 양면처럼 긴밀하게 연결된 사안들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통상 대응 포지셔닝에 안보와 환경, 인권 등 다양한 관점이 함께 고려된 국가적 차원에서 고도의 전략적 판단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글로벌 대외경제 복합의 통상 이슈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더욱 치밀한 대응 전략 및 방안 마련을 통해 “국익의 극대화”를 도모해 나갈 필요가 있다.   2. 자국 우선주의 및 경제 안보 강화, 지역화·블록화에 대응하는 탄력성(Resilience) 높은 네트워크 구축   90년대 무역 자유화 진전 이후 공급망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적시 공급체계(Just in time: JIT)” 확산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이 발달했으나 최근, 일부 지역ㆍ품목의 불안요인이 전체 공급망의 생산 차질을 초래하면서 “만약에 대비하는 공급체계(Just in case: JIC)”가 대두되었다. 우리나라도 2021년 요소수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이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또한, 반도체 부족에 따른 자동차 산업 등 각 생산에 차질을 겪으면서 이에 대한 대비가 요구되면서 안정적 공급망확보와 공급망의 회복탄력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결국 경제효율과 국제분업보다는 “경제 안보” 중시로 변화하였다. 즉 과거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따른 세계의 분업체제가 지역화ㆍ블록화 및 자국 우선주의로 전환되었고 안보, 가치, 무역, 경제적 이익 등에 따라 등 갈등이 심화 되고, 경쟁국은 공급망에서 배제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바이든 정부도 자국 내 리쇼어링(reshoring) 촉진 정책과 더불어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공급망을 중국을 배제하는 동맹국 위주로 재편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을 펼칠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첫째, 핵심 통상 국가들과 강한 연결망 네트워크 구축(Strong Tie)을 통해 외부적 충격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전략적 협력체가 필요하다. 더불어 가외성을 가진 네트워크 관리가 요구된다. 즉, 이에 대응하는 통상전략과 거버넌스체제가 필요하다.   3. 디지털 경제와 그린 경제로의 전환과정에 신통상 규범 대응   디지털전환과 그린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각국의 정책은 통상분야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최근의 다자무역체제가 약화하면서 개별국가들이 관련 법률의 제정으로 일방적 타국에 적용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다자적 양자적 합의 없이 제정된 자국법 일방주의는 국가 간 통상마찰을 가져올 것이다. 우선 코로나 범유행 이후 비대면 문화의 확산에 따라 글로벌 경제구조도 디지털 대전환에 맞추어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쇼핑 플랫폼을 주축으로 한 전자상거래의 변화와 국가 간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의 거래급증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디지털 경제와 디지털 무역이 확산됨에 따라 각국은 디지털 경제의 중요한 재화인 데이터와 관련 국제규범을 자국에 유리하게 하는 디지털 통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와 관련하여 이미 시행 중인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 유럽 국가들이 도입했던 디지털세 등이 보호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고, 새롭게 정립되고 있는 디지털 통상분야에서 우리나라에 유리한 국제규범이 확립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디지털 무역협정을 체결 발효(2020년 1월)한 것을 비롯하여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 USMCA),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igital Economy Partnership Agreement: DEPA) 등 디지털 경제 선도를 위해 양자, 지역 간 다자 협정체결이 발생하고 있다.[2] 이에 디지털 산업이 강점인 한국에게도 디지털 통상 관련 양자와 다자간 협력을 통해 자국에게 유리한 국제규범 확립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또 다른 도전 과제는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그린 통상분야이다. 유럽연합이 금년에 공개한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입법안은 국가 간 통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발점이 되었다. 이에 영향을 받는 타 국가들이 보복 조치를 취하거나 각국도 자국 위주의 탄소 중립 목표를 위해 각각의 환경정책을 수립할 경우 국가 간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최근 기후이행 목표를 위한 각국의 탄소 중립선언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국가 간 규제와 더 나아가 애플(Apple), 아마존(Amazon) 등 글로벌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한 RE100 등이 통상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다가왔다. 이와 더불어 그린산업 급성장, 탄소 국경 조정 등 다양한 통상환경의 변화와 갈등을 야기할 것이기에 효과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II. 현행 통상 거버넌스의 문제점   1. 부처 간 중복적 기능과 칸막이 존재로 인한 분절화로 신속하고 체계적 대응 한계   미중 기술패권을 둘러싼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자국 우선주의의 강화로 통상환경에서도 안보의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다. 통상분야도 이러한 변화와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부의 거버넌스체제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 정부의 경우 통상분야의 총괄은 산업통상자원부 내 통상본부가 맡고 있다. 김대중 정부 들어오면서 외교부 산하 외교통상부가 통상업무를 수행했지만,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에는 지식경제부로 산업과 통상 부분의 통합이 있었고, 박근혜 정부로 들어오면서 통상교섭과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 기능이 산업통상부로 이관되면서 산업통상부가 전체 통상을 총괄하는 부서가 되었다. 어느 부서가 총괄을 맡아야 하는지 관련해서는 지속적인 논의가 있었다. 전통적으로 통상을 산업부에서 맡게 되면 국내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수출과 수입규제 대처 등의 무역업무가 더욱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되고, 반면 통상을 외교부에서 맡게 되면 해외국가와의 교섭과 외교, 안보 등 다른 대외적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구민교, 최병선 2019; 정병화, 박형준 2016; 고보민 2018).   통상조직은 업무의 특수성과 중요성으로 하나의 본부조직으로 해당 부처에서 독립적 영역으로 존재하였다. 현재 통상업무는 100% 산업통상자원부 내 통상교섭본부장 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30% 정도는 외교부[3]에 남아있고, 기재부도 대외경제국과 관세정책관 아래 통상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각 부처 간의 업무 중첩이 발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현재 대외경제국 산하 6개 과가 있으며, 산업부에도 동시에 존재하는 “통상정책과”도 위치한다. 한편, 외교부의 경우 다자경제조정관과 경제외교조정관이 있고, 양자 경제외교 국가 존재하며 산하에 동아시아 경제외교과 및 북미유럽경제외교과가 위치하며, 이는 산업부 내 신통상전략실 내 다자통상과, 통상정책국 내 미주통상과와 구주통상과, 통상협력국 내 동북아통상과와 신남방통상과와 업무가 중첩된다. 더불어 디지털 통상, 그린 통상 등 통상환경의 복잡화에 따라 각 부서 간 업무가 중첩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최근 기후변화와 그린통상 관련해서는 역시 산업통상부와 기획재정부, 환경부 등의 업무가 모두 중첩된다. 또한, 디지털 통상 관련해서도 산업통상부와 외교부, 기획재정부, 관세청과 특허청, 과학기술 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많은 부서가 서로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통상 관련 부서 업무의 중첩과 총괄조직의 부재는 하나의 목소리와 조정이 필요한 통상분야에서 높은 거래비용을 발생으로 인한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분절적 처리는 업무중복과 지연 등, 새로운 통상현안에 대한 신속한 대응에 한계를 보인다.   2. 신통상 환경에 예견적으로 대응할 상설화된 총괄조정조직 필요   앞서 언급한 경제 안보, 디지털 통상, 기후변화와 그린통상, 메가 FTA 도래 등에 대한 국가적 대응을 위해서는 분권화된 부서 간의 긴밀한 협력과 업무의 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부처 간 칸막이가 존재한다. 복합적 요인들은 통상에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상호협력과 전체적 통상교섭은 전체 국익 극대화의 관점에서 수행할 필요가 있지만, 한국의 경우 여전히 부처 간 파워 게임에 의해 조정이 잘 되고 있지 않다. 다양한 관련 위원회와 이를 조정하기 위한 대외경제장관회의가 있으나 외교부와 경제부처 간의 협력이 미비하다. 이에 최근 중요시되는 각종 경제, 안보 이슈에 대한 종합적이고 전략적 대응을 위해 2021년 부총리를 포함하여 주요 경제부처와 외교, 안보부처, 국가정보원과 국가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 NSC)와 청와대 양 실장과 핵심수석을 주 구성원으로 하는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상설 지원조직과 정례화된 회의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대외경제장관회의와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와의 역할 및 관계설정도 잘 되어있지 않다.   통상 관련 네트워크 거버넌스와 관련하여, 산업부장관이 위원장을 하는 통상조약 국내대책위원회, 통상교섭 민간자문위원회, 통상추진위원회, 통상정책 포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문제점은 “네트워크 운영조직”인 통상교섭본부의 장은 통상교섭본부장이나, 정작 통상정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통상거버넌스 주체인 “통상추진위원회,” “통상산업포럼,” “통상조약국내대책위” 등의 의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다. 이는 통상교섭본부장의 역할이 한정적이고, 또한 산업부가 통상 부분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에 통협상에서 최대한의 국익을 위한 협상을 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더불어 위원회 간 기능의 중복이 발생하고 이런 위원회 업무를 관장하는 산업부 내 통상산업본부의 행정력 중복도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다.   3. 통상전문 인력의 전문역량 강화 및 글로벌 네트워크의 단절성 극복 필요   통상부처는 국제와 국내의 다양한 산업계의 이해관계자와 중앙과 지방정부 등의 대상 집단과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 이들을 위한 통상행정은 소통 메커니즘(mechanism)의 다각화를 통한 부처 내, 부처 간, 부처와 이해관계자와 각각 협의 및 의견 조율이 필수적이다(고보민 2018). 이를 위해 통상행정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이러한 전문성에는 기본적 직무 역량 외에도 직무 일관성과 보직의 전문성 유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공무원 체제는 기본적으로 순환보직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산업통상부 내에서도 산업과 에너지 통상으로 순환보직이 발생하고, 부처의 경우는 순환보직으로 인해 통상전문가가 양성될 수 없는 현실이다. 통상직은 요구되는 전문성과 업무의 강도[4]가 큰 것에 비해 공무원 보상체계에서는 특별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서 공무원의 선호도가 낮은 분야이다. 현재 통상본부에서는 전문직 공무원제와 민간경력자 채용제도를 통해 통상전문분야의 전문성을 증대시키려고 하지만 그 보상수준이 민간에 비해 낮고[5] 승진의 인센티브가 적어 우수한 인재의 충원이 어렵고 이직율 또한 높은 편이다. 이렇듯 한 직위에 지속성이 낮고, 또한 보직 이동이 잦기에 해당 국가 내 네트워크가 경쟁 국가에 비해 약한 현실이다. 따라서, 통상인력 전문화와 지속적 한 업무의 장기 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인사관리체제와 보상구조의 설계가 필요한 현실이다. 최근 삼성이 리퍼트(Mark Lippert) 전 주한미국대사를 삼성전자 북미법인 대관업무 총괄을 위해 부사장으로 임명한 사실과 포스코가 미국법인에 비건(Stephen Biegun) 전 장관이 속한 컨설팅회사와 자문 계약을 맺고 네트워크를 강화한 사례는 통상정책에 자국 내 네트워크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이다.   III. 통상 정책 거버넌스 재설계 방향   1. 신통상 정책의 전략방향   “신통상환경에서 국제기준과 규범의 제정자(Global Standards and Rules Setter)” ”국제통상 관계 네트워크에서 조정자와 중재자로서 중심 허브(Hub) 역할“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자국중심주의에 따라 국제 통상관계는 기존의 국제적 다자협정에 의한 관계보다는 자원의존성(resource dependence)과 전략적 선택에 의한 철저한 호혜적 관계에 의한 양자 협정 위주의 통상과 핵심 동맹국 간의 다자협정을 통해 안보와 연관된 경제동맹체제 내에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이 주를 이룰 것이다. 통상 분야뿐 아니라 외교의 영역까지 국가 간의 관계는 네트워크이고 이러한 네트워크상의 위치와 역량은 중요한 힘을 가질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어떠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네트워크 구조 내에서 어떤 위치를 가지고 있는지의 위상이다. 더불어 이러한 전략적인 관계망 구축은 우선적으로 다양한 충격에서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가외성 높은 연결구조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양자 관계의 강도가 강해 특별한 충격에도 끊어지지 않는 강한 연결망을 구축한 형태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변화하는 급격한 환경에서 불확실성을 완화와 각종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중심자와 조정자로서의 역할은 신통상세계에서 기준과 질서를 제정하는데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역할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림 1> 한국의 글로벌 통상협정 네트워크   이를 위해서는 대한민국은 기본적으로 모든 국가가 필요로 하는 초선도기술을 핵심자원으로 많은 양자관계의 구축을 통한 연결 중심성이 높은 스타네트워크(Star Network)의 구성을 통해 많은 국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위의 그림에서 중심의 빨간색이 한국으로서 다양한 국가와 양자협약을 맺고, 또한 강력한 연결의 스몰월드식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림에서 오각형의 집합이 쿼드안보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uad, 쿼드)나 아세안(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 같은 스몰월드형태의 네트워크이다. 즉 글로벌 공급망 개편에 따라 새로운 글로벌 가치사슬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미국 중심의 쿼드에 가입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쿼드플러스(Quad Plus)를 쿼드를 대체하는 다자협력체제로 변환과정에서 참여의 실리를 최대한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아세안 등과 같은 네트워크에도 가입하여 각 동맹국 네트워크 간의 중개국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선제적 구축전략을 통해 전략적 네트워크 내 포지셔닝과 자원을 배분할 경우 달라진 한국의 국격을 활용한 신통상분야 기준 제정자(Rule Setter) 역할을 수행하여 우리에게 유리한 국제규범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최근 그린통상, 디지털통상, 과학기술과 신산업표준 등에도 국제규범제정이 요구가 증대되는 분야에서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더불어 이를 바탕으로 신시장 FTA 네트워크 확대와 국익 극대화 조건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2. 통상정책 거버넌스 재설계의 원칙   최근의 복합적 통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제 안보의 정책조정을 총괄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경제·외교·안보 부처 장관과 국가안보실 상임위원이 참여하는 경제부총리 주재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신설한 데 이어 청와대 국가안보실도 관련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 발생 후 사후적 대응보다는 종합적이고 선제적 전략적 대비가 필요하다. 최근의 통상 관련 환경과 패러다임 전환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통상정책의 설계도를 마련하고 이에 따라 대응을 해야 한다(손열, 최수이 2018).   ”일본의 경우 관련 대응 체제를 정비해 통합적이고 전략적 대응을 수행하고 있다. 2020년 4월 총리실 국가안전보장국(우리의 NSC와 유사)에 경제반을 설치해 경제안보 조직과 인력을 확충했고, 2021년에는 기시다 내각부에 경제 안보담상을 신설하고 경제안보 총괄조직으로 운영 중이다. 일본 경제의 취약 분야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고 우위 분야에서는 “전략적 불가결성”을 강화한다는 목표 아래 작년 6월 자민당 정무조사회 산하에 신설된 “신국제질서창조전략본부”가 마련한 경제안보전략 청사진을 수립하기도 하였다. 우리의 경우도 신통상질서를 대비하고 선도하기 위해 중장기적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현재의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는 비상설위원회이고 현안 위주 대응이므로 경제안보와 신통상변화에 선제적 전략수립과 국제 네트워크 관리를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에 의한 전략이 수립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통상과 해외국가 관련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을 통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를 활용 가능한 통상 디지털 플랫폼의 구축과 전담관리와 활용할 수 있는 조직이 요구된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각 부서에서 수행되는 국제통상 관계를 넘어 모든 조약과 협약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관련 국내외 정보 역시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외부망을 활용한 플랫폼 구축이 보안상 이유로 힘들 경우 정부 내부망으로 구축하여 통상전략에 활용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각 부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서는 모든 정부의 업무를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활용하여야 한다. 이러한 외교통상 플랫폼 구축은 네트워크 관리의 효율성을 올릴 것이고 총체적 관리가 가능하다. 현재의 외교와 통상, 기타기관에 분산된 기능을 효과적으로 활용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국제 통상과 협약 네트워크 관리에 중요한 자산과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므로 이러한 조직의 신설이 요구된다.   이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신정부의 통상 거버넌스 설계의 원칙이 제시될 수 있다.   1) 선제적 대응을 위한 예견적(anticipatory)이고 전략적 조직 구축 2) 신통상환경에 신속하고 상시적인 대응을 위한 민첩한(agile) 조직 구축 3) 실질적 정책조정과 융합기능 수행 가능한 컨트롤 타워기능 강화 4) 대내외 통상 충격에 회복력(resilience) 강한 조직 구축 5) 복합적 통상 이슈에 국가 전체의 이익 차원 접근하는 통합적 대응체계 구축 6) 국내외 이해관계자와 원활한 소통과 이해도 높은 거버넌스 체제 구축   3. 신 통상담당 조직설계 방안   새정부의 통상 정부조직 설계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행 통상 관련 부처를 어디로 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통상교섭 업무가 산업과 외교적 측면이 혼재되어 정부 출범 때마다 통상 기능을 어느 부처에 논의의 대상이었다. 첫째는 현재와 같이 산업부 산하에 통상본부를 배치하여 산업 관련 전문성을 가지고 통상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통상을 산업부에서 맡게 되면 실제 통상의 콘텐츠인 산업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통상의 영향력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시장 확대, 수입규제 대처 등의 업무가 더욱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이유이다.   두 번째는 과거 외교통상부와 같이 외교부가 통상에 대한 총괄 권한을 가지고 통상을 단순한 무역 차원이 아닌 안보와 국가전략 차원에서 교섭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부가 외국과의 협상과 교섭역량에 전문성이 있고, 통상이 외교, 안보 등 다른 대외 주제들과 유기적으로 다루어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구민교,최병선 2019; 김윤권 2017; 고보민 2018). 이는 각 부처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네트워크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주장들이다. 국내 산업 네트워크의 강점인 산업부와 국외 네트워크의 강점인 외교부가 통상에서 어떠한 네트워크가 더 중요한 것이냐의 논리로 부딪히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두 네트워크를 어떻게 연결하여 시너지를 낼 것이냐를 사실 더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셋째로는 이러한 두 부처의 갈등의 대안으로 미국과 같이 독립적인 무역대표부를 설치하여 실제 외교부 장관이나 산업부 장관이 통상이 관련 기구의 최종 대표자가 아닌 통상대표부 장관이 통상 거버넌스의 최고 책임자이자 조정자로서 통상정책을 총괄해야 한다는 독립기구형의 주장도 있다(손열 외 2017). 이는 더 나아가 실제 최근의 통상 변화의 이슈를 볼 때 실질적인 조정기능과 즉각적 대응을 위해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산하 조직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의 표와 같다.   <표 1> 통상업무 조직유형별 장단점   <표 1>에서 제시된 것처럼 장단점을 고려해볼 때, 각각의 방식에 장단점이 존재하고 어떠한 방향이 정답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조직설계의 핵심은 두 체제의 장점을 살리고 약점을 줄이는 방식으로 조직설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앞서 이야기한 신정부 통상 거버넌스 설계 원칙을 반영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제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통상 거버넌스는 기존에 통상정책과정이 가지는 전문성과 복합성과 더불어 민첩성과 예견적 역량, 회복력이 강한 조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모든 원칙이 구현되는 새로운 독립적 통상조직의 설계를 통한 신설이 이상적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새로운 독립 통상조직 신설의 경우 급변하는 신통상환경에 신속한 대응을 요구됨에 있어서 조직 공고화에 시간이 걸리고, 산업형과 외교형의 장점은 적어지고 단점만 커지는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또한, 현실적으로 독립부서 설치 시 장관급으로 현재 통상교섭본부보다 더 많은 전문인력과 조직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정부 규모의 무작정 늘릴 수 없으므로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다음으로 현행 산업부 주도의 체제는 경제안보의 중요성과 대응의 문제점으로 변화가 요구된다. 하지만 전면적으로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내 통상교섭본부를 외교부로 이동시켜 과거와 같이 외교통상부로 전환되는 것 역시 공무원의 화학적 융합에 시간이 소요되고, 전문화된 인력이 양성되어 확보된 상태가 아니라서, 앞서 야기된 전문성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새 정부는 전략적, 단계적 접근을 통한 기능의 연계와 협력적 관리가 필요하다. 더불어 모든 부서가 관련된 업무에서 경제안보관련 인력증원을 통한 역량 강화와 부서 신설을 통해 관련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6]   이를 위해서는 첫째, 현재 기획재정부의 대외경제 총괄기능이 외교부로 이동하여 외교부가 관련 총괄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미국 국무부의 경제차관(경제성장, 에너지, 환경 총괄)의 역할은 최근 신통상과 연계되어 있다. 2차관 아래 경제와 비즈니스(Bureau of Economic and Business Affairs: EB), 에너지(Bureau of Energy Resources: ENR), 해양과 환경(Bureau of Oceans and International Environmental and Scientific Affairs: OES)외에 과학과 기술(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Advisor: STAS)과 경제분석실(Office of the Chief Economist: OCE)를 두고 있다. 우리의 외교부도 핵심 외교대상국인 미국과의 협력과 대응을 위해서는 매칭되는 부서로의 개편이 필요하다. 현재의 2차관실은 경제외교조정과과 다자외교조정관, 기후변화대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실제 신통상관련 분야에 대처역량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에 경제, 기후와 환경, 에너지, 과학기술, 디지털 전환, 공공문화외교 등 최근의 신통상관련 부처의 신설을 통한 역량보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외교부 내 관련 근거 기반 외교통상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디지털 외교통상 플랫폼을 총괄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조직의 신설이 요구된다. 즉 앞서 이야기한 모든 대외조약과 대외 관련 정보들이 본 플랫폼에 모여서, 총괄 분석되고 협상과 통상정책에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조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셋째, 현재 대외경제장관회의와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일원화하여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로 통합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 이의 사무국도 통상을 총괄하는 외교부에 두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넷째, 민관과 전문가와 핵심부처가 참여하는 통상전략위원회 또는 대외경제안보전략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신설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관련 전문가와 산업계가 소통하고 지식공유와 상호이해를 통해 현안 해결서부터 미래대비 종합적 통상전략을 마련하는 조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위원장은 대통령 경제안보특보 또는 통상정책특보로 역할을 부여하여, 적극적 관련 문제와 대책을 종합하여 대통령에 보고하고 의사결정을 도출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신정부의 통상 관련 거버넌스 설계 원칙은 현재 난립하고 체계화되어 있지 않고, 분절적 역할을 하는 조직과 위원회를 폐지 또는 재설계하여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통상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외성의 원칙 역시 매우 중요한 원칙이므로, 부처 간의 적정한 중복과 경쟁은 회복력 높은 조직을 만들 수 있으므로, 이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강경주. 2022. “신냉전시대 삼성전자 배지 단 외교관들 존재감이 커졌다.” <한국경제>. 2월 20일. 고보민. 2018. “한국 통상행정조직 변천사 분석.” 『국제통상연구』. 23집 4호, 23-42. 고보민. 2019. “통상거버너스 분석-한국국내사례를 중심으로.” 『무역학회지』. 44집 6호, 55-67. 김규판. 2021. “일본의 경제안보보장전략 추진 현황과 시사점.” 『KIEP 오늘의 세계경제』. 21집 20호. 김윤권. 2017. “행정환경 및 행정수요의 변화에 따른 정부기능과 정부조직의 정합성에 관한 연구.” 『KIPA 연구보고서 2017-11』. 한국행정연구원. 관계부처 합동. 2022. “대외경제장관 2022년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 1월 25일. 구민교, 최병선. 2019. 『국제무역의 정치경제와 법』. 서울: 박영사. 기획재정부. 2021. “제1차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 개최 및 주요 논의결과.” 10월 18일. 기획재정부. 2021. “제2차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 개최 및 주요 논의결과.” 11월 7일. 기획재정부. 2021. “제3차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 개최 및 주요 논의결과.” 12월 27일. 기획재정부. 2022. “제4차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 개최 및 주요 논의결과.” 2월 14일. 김헌주. 2021.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 ‘깍두기’ 외교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나.” <서울Pn>. 10월 25일. 손열, 이재민, 구민교. 2017. “한국 차기정부의 통상정책 수행체계 재설계: 장관급 전담부서 설치안.” 동아시아연구원. 4월 19일. 손열, 최수이 엮음. 2018. “확대되는 미중 무역전쟁, 한국은 어디로?: 새로운 패러다임에 기초한 통상정책 설계도 마련 필요.” 동아시아연구원. 8월 8일. 오세경. 2021. “일본의 경제안보장전략 추진 현황과 시사점.” 『오늘의 세계경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병화, 박형준. 2016. “통상교섭 조직의 국가 간 비교사례 연구: 퍼지셋 이념형 분석방법의 적용.” 『현대사회와 행정』. 26집 4호, 119-140. 조태열. 2021. “[글로벌포커스] 경제안보전략 큰 그림이 안 보인다.” <매일경제>. 12월 21일. 최영지. 2022. “내년 통상 3대 핵심이슈는 공급망·디지털·기후변화.” <이데일리>. 12월 20일. 최원엽. 2021. “우리나라 최초의 디지털 통상 협정인 한-싱 디지털동반자협정(Digital Partnership Agreement, DPA) 타결 선언.”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12월 15일.     [1]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2022 글로벌 통상환경 전망 포럼’에서 2022년 통상 3대 핵심 이슈가 공급망·디지털·기후변화로 제시되었다(최영지 2022).” [2] “우리나라도 싱가포르와 21년 12월 한-싱 디지털동반자협정(KSDPA)체결 글로벌 디지털통상규범 구축을 위한 노력을 수행했다(최원엽 2021).” [3] 외교부의 국제법률국, 국제경제국, 양자경제외교국, 기후환경과학외교국에서 통상업무 수행 [4] “현재의 통상업무는 국제업무 등 언어나 전문성이 특히 요구된다. 반면 갖춰야 할역량에 비해 담당 공무원 입장에서 그리 크게 선호되는 업무라고도 볼 수 없다. 대외협상에서 기본 이상의 통상행정 역량이 필요하고, 국회나 타 부처 및 이해관계자와 이루어지는 대내협상은 더욱 복잡하고 고되다. 실제로 국내에서 국회, 협회 등 관련 이해관계자들에게 시달리고, 동시에 언론의 논란 대상(target)이 되고, 또한 해외에서 교역국 협상가들에게도 업무적으로 압박을 받는 등 통상행정 현장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안에서 애로사항이 많다(고보민 2018, 36).” [5] 주로 국제변호사와 변호사들이 민간경력자 채용에 요구되는 타 로펌 등에 비해 낮은 보수 수준이다. [6] 일본의 정부 부처들은 2022년도 예산요구에서 경제안전보장을 전담하는 인력을 증원하거나 경제안전보장 관련 부서 신설을 요구하고 있음. 경제산업성은 기존 수출통제제도의 강화와 지재권 강화 등에 63명의 증원을 요구하였고, 재무성은 외환법 개정에 따른 외자규제 심사 및 사후 모니터링 강화 관련 인력증원을 요구, 외무성은 민감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정보수집·분석, 사이버보안 구축, 문부과학성은 대학·연구기관과의 기술 유출 감시협력체제 구축, 총무성은 해저 케이블이나 5G에 관한 공급망 분석에 각각 증원을 요구, 금융청은 “경제안전보장실”을 신설하여 시스템 관련 기기의 조달처, 기간계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 대책, 금융거래정보의 관리체제 등 안전보장 관점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체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처럼 한 부처로의 통합이 아닌 전방위 모든 관련 부처의 역량 강화를 우선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김규판 2021).     ■ 저자: 박형준_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국정전문대학원 교수.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성균관대 국정평가연구소 소장과 아시아행정학회(AGPA)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세계행정학회(IIAS) 연구위원회 위원, 미국행정학회 국제화분과 선출위원 및 연구위원장, 아시아 태평양 정책네트워크(AP-PPN) 운영위원, 한국행정학회 국제협력위원장, 한국정책학회 연구위원장과 국제화위원장, 동아시아연구원 거버넌스 센터장을 역임하였다. 전공분야는 정책평가, 정책변동분석, 정책설계, 협력적거버넌스, 규제정책, 정부혁신이다. 미국행정학회 최우수 논문상인 Mosher Award를 수상하였다. 최근 저서로는 《Collaborative Governance in East Asia: Evolution Towards Multi-stakeholder Partnerships》(공저. 2020), 《2020 한국인의 정체성》(공저 2020), 《함께 풀어가는 사회문제:갈등과 협력사례》(공편 2019), 《2017 대통령의 성공조건》(공편 2017), 《한국정치와 정부》(공저. 2020)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이승연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slee@eai.or.kr  

박형준 2022-03-22조회 : 13586
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인수위 외교안보팀에 바란다 ④_대일 정책: 청와대 외교를 혁파하라

I. 대일 정책의 도전 과제   윤석열 신정부는 사실상 마비 상태인 한일관계를 풀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떠안았다. 현재 양국 간에는 정상회담을 포함하여 정부 사이에 대화 채널이 거의 작동하지 않고, 경제거래는 축소되어 있으며, 국민 수준의 교류도 막혀 있다. 양국 정부는 역사문제를 둘러싼 감정적 대립으로 불신의 소용돌이에 빠져 상대국과 협력을 주저하고 상대국의 전략적 가치를 평가 절하하며 종종 적대적으로 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들은 장기화된 관계 경색에 피로감을 표출하고 있다. 2021년 EAI와 겐론 NPO 공동 한일국민상호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론은 장기 교착상태인 한일관계의 개선과 협력을 지지하고 있다. 45%에 달하는 국민이 미래지향적으로 대립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출했고, 28.8%는 적어도 정치적 대립은 피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는 등, 압도적 다수인 74.6%의 국민이 현재 대립국면을 벗어나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표 1>).   <표 1> 한일 양국이 상대국과의 관계에 있어 취해야 할 입장(2021) 출처: 동아시아연구원(EAI)-겐론NPO, 한일상호인식조사(2021)   한편, 한국이 맞고 있는 국제정세도 일본과의 관계 회복과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이 여러 부문에 걸쳐 확산하면서 한일 양국 간 이익 수렴의 분면이 늘어나고 있고 그런 만큼 협력의 유인도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축으로서 동맹국 간 협력을 강조하면서 한일 두 동맹국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월 백악관이 공개한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에는 한일관계의 개선을 명시하였고, 10대 핵심 노력 과제(ten core lines of effort) 중 하나로 한미일 삼각협력을 꼽으며 기존의 북핵 대응에서 넘어서서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주요 기제로 삼고 있다. 동중국해, 남중국해, 대만해협의 안정을 위한 안보협력, 아세안 중심성 지지, 공급망의 안정성과 회복탄력성 향상, 첨단기술 개발, 역내 인프라 지원 등 지역 안보에서 경제-기술 분야까지 확장하여 삼국 간 공조, 그리고 한일 협력을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적 요청에 부응하여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기간 한일관계 개선을 약속하며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였다. 1998년 발표한 이 파트너십 선언은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한다’고 하면서 역사 인식을 넘어 양국 간 정치, 안보, 경제, 문화, 기후변화/환경 등 다방면에서 협력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렇듯 포괄적인 협력을 새롭게 실천하려면 윤석열 정부는 ① 구체적인 정책과 방법론을 가져야 하며, ② 정책에 대해 여론을 형성하고 국회의 지지를 얻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고, ③ 정부 내 관련 조직의 지식과 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인수위원회는 일본 문제에 대해 정책-소통-조직 활용의 삼위일체를 이루는 대응 태세를 모색하고 준비해야 한다.   II. 문재인 정부 검증   1. 정책 검토(Policy Review)   인수위 외교안보분과가 수행해야 할 첫 번째는 기존 대일 정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이다. 종종 인수위 팀은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며 직전 정부의 정책과 차별화에 몰두하는 경향을 보이곤 했다. 새로운 정책 브랜드를 내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상 내용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대선 캠페인이란 제한된 시간에 마련된 공약이 기존 정책을 밀어내고 그대로 차기 정부 정책으로 자리 잡아서는 곤란하다. 인수위는 기존 정책의 면밀한 검토를 통해 바꿀 것은 바꾸고 계승할 부분은 살려서 공약의 내용을 풍부하게 채우고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그 출발은 문 정부가 내건 대일외교의 공과를 철저히 검증하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일 정책 키워드는 “투 트랙(Two track) 외교”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정조준하여 일본 측의 전향적인 조치 없이는 한일 정상회담을 열지 않겠다는 이른바 “원 트랙 외교”로 양국관계 전반의 경색을 가져온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역사문제 갈등으로 인해 양국관계 전반이 얼어붙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역사문제와 안보·경제협력 사안을 분리하는 “투 트랙 외교”를 내걸며 관계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역사 트랙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형해화하고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지지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한 한편, 협력 트랙에서는 북핵 해법에서 이견을 보였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 추진 및 인도태평양 전략 등에서도 일본이 주도하는 지역협력 구상이라는 이유로 미온적으로 대응하였다. 나아가 아베 정부가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에 불만을 품고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전격적으로 단행하는 원 트랙 외교를 추진하자, 문 정부도 맞대응에 나서 무역보복을 주고받고 안보 대립으로 전선을 확장하여 투 트랙 외교를 파산상태로 몰고 갔다.   이러한 파탄 상태의 일차적 책임은 일본 아베 정부의 수정주의적 역사관과 그에 기반한 역사 현안 다루기에 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알려진 현실적 조건이었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투 트랙 외교 방책이 나와야 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역사 사안을 여타 사안과 분리하여 한편으로 역사문제를 놓고 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 안보, 경제, 문화 등 사안별 협력을 실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문 정부는 이런 방향으로 움직였고, 결과적으로 위안부 갈등에 따라 악화된 대일인식은 사안별 협력을 저해하였다. 요컨대, 역사 갈등이 어느 정도 관리될 수 있을 때 사안별 협력이 가능하고, 역으로 사안별 협력으로 신뢰를 쌓아 나가면 역사 갈등에 대해서도 더욱 협력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투 트랙 외교란 한일관계를 관리하고 개선하는 방법론일 뿐, 정작 문 정부 대일 정책은 목표가 뚜렷하지 않았다. “무엇을 위한 관계 개선인가”라는 질문에 대답이 마땅치 않았다. 여기에는 일차적으로 일본에 대한 전략적 위상 평가가 낮았던 점을 들 수 있다. 일본의 경제적 위상이 상대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한국의 대일 교역에 대한 경제적 유인이 상대적으로 낮아졌고, 안보적 측면에서도 일본의 전략적 위상이 하락한 점은 사실이다. 특히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최우선 외교정책으로 삼은 문 정부는 일본의 전략적 역할이 크지 않고 오히려 훼방자(spoiler)에 가깝다는 인식을 가졌다.   기능적 협력의 유인이 크지 않다면 역사 갈등의 개연성은 높아진다. 문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형해화한 후 후속 조치를 미루고,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외교적 대응을 사실상 방기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하향조정 함으로써 예상외로 큰 외교적 부담을 안았다. 일본과의 거리두기는 한미일 대북 공조를 약화시키고 한미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나아가 한국의 지역 외교 반경을 제약하였다. 일본이 주도해 온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 쿼드(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uad),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이 지역 차원의 개발·안보·무역협력의 중심적 기제로 부상함에 따라 일본과 거리두기에 나선 한국의 활동공간이 축소되었다. 일본의 전략적 위상을 경시한 결과이다.   2. 커뮤니케이션 능력 검증   인수위의 두 번째 과제는 지도자의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한 엄정한 평가이다. 대통령은 실력 있는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발탁하는 임명권자인 동시에 대일외교의 최전선에 위치한 외교관 역할을 담당한다. 한일관계는 국민 여론에 크게 영향받는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여론 형성에는 지도자의 소통, 행동과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현재 한일관계 경색 상황이 문재인 정부가 지나치게 국내정치적으로 한일관계를 다룬 탓이라 비판하면서 실용주의적으로 대일관계를 다루어 나가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먼저 국내적 소통의 측면 즉, 국회 및 야당과의 협조와 국민 여론 형성 과정을 검토해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의도하였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대일외교의 선봉에 섰다. 지난 5년간 양국관계가 분리·통제의 수준을 넘어간 데에는 강경 대응을 주도한 한국의 청와대와 여당이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위안부 합의 파기·재협상을 공언한 이래, 위안부 합의에 대한 부정적 평가, 역사 현안에 대한 공식 담화 등 주요 사안마다 대통령(청와대)이 직접 발신하였고, 그 근저에는 강렬한 반일 민족주의가 깔려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역사 수정주의자인 아베 신조 집권 하의 일본이 우경화되고 있다는 판단하에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정체성의 정치를 강화하였다. 청와대와 여당은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을 둘러싼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에 대해 “노 재팬,” “노 아베,” “흔들리지 않는 나라” 등 슬로건을 걸고 반일정서를 담은 강경한 메시지를 지속해서 표출하였고, “토착 왜구”라는 표현까지 등장한 바 있다. 강렬한 배타적 민족주의가 정치적으로 표출된 결과 대일외교는 국내적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하였다.   2021년 11월 실시한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를 보면 한일관계에 대한 여론은 보수-진보 진영으로 날카롭게 분단되어 있다. <표 2>를 보면, 보수 유권자는 차기 정부 대일 정책 우선 사항으로 “미래지향적 협력”(45%)을 “역사문제 해법 마련”(25%)에 우선시하는 반면 진보 유권자는 “미래지향적 협력”(23.8%)보다 “역사문제 해법 마련”(53%)을 꼽고 있다. 대북정책과 대미정책에서 보수-진보가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처럼 대일 정책도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이다.   <표 2> 외교 정책의 이념적 양극화 출처: 동아시아연구원, 2022 대통령의 성공조건 & 신정부 외교정책 제언 인식조사(2021)   이렇듯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 메신저로 등장하며 초래한 외교정책의 이념화와 국내정치화는 일본 여론에 대단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20년 한일국민상호인식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26%인데 반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1% 남짓하다. 이렇게 상대국이 자국 지도자에게 강한 비호감을 표시하는 경우 상대국에 대한 외교(특히 공공외교)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같은 해 일본인의 문재인 정부의 대일정책에 대한 긍정평가는 2.8%, 부정평가는 57.3%에 이르고 있다(한국인의 아베 정부의 대한정책에 대한 긍정평가는 5.4%, 부정평가는 78.4%).   3. 조직 역량 및 기능 검증   셋째는 일본 문제를 다루는 정부 조직의 역량과 기능 평가이다. 대통령이 대일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자신이 이끌어가는 거대한 정부 조직을 제대로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일 정책에서 이른바 “청와대 정부”의 한계가 노정되지 않았는지, 주무 부처인 외교부의 역할은 어떠하였는지, 시민사회와의 관계는 어떠하였는지 등 검토가 필요하다.   외교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적인 개입은 곧 청와대가 외교를 주도한다는 뜻이다. 청와대가 주요 정책을 입안하고 부처가 실행하는 체제가 되면 내각과 각료의 정책 권한이 축소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국가안보실은 외교안보정책의 컨트롤 타워로서 부처 간 정책 조정을 넘어 주요 정책 결정을 주도하였으며 심지어 사안에 따라 직접 외교교섭에도 나섰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이 일본과 비밀협상으로 위안부 합의를 주도하였고, 문재인 정부 역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시민사회수석실이 위안부와 강제동원 문제를 담당해왔다. 강제동원 판결 이후 외교 갈등 해소를 위한 고위급 교섭, 그리고 지소미아 종료 선언 등은 청와대가 주도하고 발표하였다. 외교 관계라고 볼 수 없는 북한과의 교섭의 경우 외교부가 아닌 청와대가 나서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일본과의 교섭에 외교부가 아니라 청와대가 직접 나서는 행위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청와대가 외교정책을 주도하고 행정부 주무 부처인 외교부는 집행만 하는 이른바 “청와대 정부”로서의 성격이 점점 커지게 되면, 상대적으로 제약된 정보의 신호(signal) 속에서 정책 결정을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한일관계와 대일 정책에 관한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외교부와 재외공관(주일대사관)으로부터 나옴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자신이 관리하는 외교부와 거리를 두고 청와대 참모에 의존하면 자신에게 전해지는 신호를 해석하는 데 상당한 장애를 받게 된다. 이는 상당 부분 청와대란 조직의 정치적 성격에 기인한다. 청와대 참모진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의 인기(지지도)에 민감한 조직이다. 그 주요 구성원들도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들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선거 후 청와대에 들어가 ‘영원한 캠페인’을 수행한다. 대국민 지지라는 프리즘으로 주요 외교정책 사안을 판단하는 경우 상당한 왜곡이 생길 수 있다. 한일관계를 장기적 시야로 — 백년대계 차원에서 — 접근하거나 역사, 경제, 안보, 기후변화 등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을 이해하기보다는 정책이 초래할 단기적 인기/지지율에 지배되는 것이다.   청와대 주도 체제하에서는 정책의 책임성이 저하된다. 청와대의 권력은 제도적으로 나온다기보다 대통령의 개인적 신임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속성상 임의적이고, 폐쇄적이며, 책임소재가 분명하지 않다. 2015년 위안부 합의 검토 사례를 보면 문서에 의한 업무뿐만 아니라 전화 한 통으로 업무 지시가 이루어지는 등 사후적으로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 책임정치, 민주주의 외교 정신과 배치된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청와대로 업무가 집중되면 업무의 폭주로 단기적 대응에 급급하거나 적절한 시기 대응을 놓치게 되는 폐해가 발생한다.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이 난 이후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의 외교적 협의 요청, 제3자 중재 요청 등에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가운데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 보복 조치로 양자 관계의 파국을 맞았다. 또한, 위안부 합의 검토와 화해치유재단 해산 이후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 부재도 꼽을 수 있다. 청와대에 정책 결정 권한이 집중된 속에서 무대책(inaction)이 외교적 난관을 초래한 것이다. 요컨대, 청와대는 보유하고 있는 조직 역량에 비해 과잉권한을 행사했지만, 외교부는 상당한 조직 역량에도 불구하고 과소 권한 및 과소기능의 문제점을 노정하였음을 알 수 있다.   III. 6대 정책 제언   1. 대일정책에 있어서 신정부와 인수위가 해야 할 첫 번째는 대일 정책의 기조와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다. 신정부가 내건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은 “올바른 역사 인식에 기반한 미래지향적 협력”이란 원칙적 선언이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신정부는 일본과 지역의 미래, 신질서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특수한 양자적 관계 차원이 아니라 지역적, 지구적 차원에서 공통과제를 해결해 가는 자세로 교류와 협력을 이끌어 추락한 상호 신뢰를 복구해 가며 역사 현안 해결의 진전을 꾀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2. 신정부는 한편으로 위안부 문제와 강제동원 문제 등 양대 역사 현안을 임기 초에 정리하여야 한다. 위안부 문제의 경우 과거 합의를 존중하며 후속 조치를 이루어 간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강제동원 문제의 경우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대신 더는 금전적 요구를 하지 않는다는 선언이 바람직하다.   3. 신정부는 미래지향적 협력과제에 전향적으로 나설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지역을 단위로 한 양국의 협력 의제는 안보, 무역, 투자, 개발, 첨단기술, 기후변화, 에너지, 문화 등 다양한 이슈 영역으로 확대되어 있다. 이는 대체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된다. 역내 규칙 기반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 북핵 문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시도와 경제 강압 문제, 자유무역 체제 수호, 인권과 첨단기술 개발, 공급망 회복 탄력성 확보 등 지역적 이슈에 한일 양국이 협력해 가는 과제라 할 수 있다. 이중 특히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과 쿼드 플러스(Quad Plus) 협력은 향후 양국 협력의 시금석이 될 주요 사안으로서, 일본과 조심스러운 조율이 이루어져야 한다.   4.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조와 국민적 총의를 중시하여 대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와 대통령은 주요 외교 사안에 대한 사려 깊은 소통으로 야당의 협조와 국민의 단합을 이루어 리더십에 필요한 정치적 지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반면 정치적 분열과 대립을 초래하는 경우 정책적 실패에 직면하게 된다.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배타적 민족주의 정서는 국민적 역량을 결집하는 순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외교정책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실용주의적 접근을 어렵게 하는 역기능을 초래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는 반일 민족주의의 유혹을 넘을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민간의 힘을 활용하는 것과 정책 결정체계를 정비하는 방법으로 성과를 기할 수 있다.   5. 민간 지식과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 한일 양국 내 엄존하는 반일감정과 혐한감정을 낮추고 신뢰 회복을 위해서 신정부는 민족주의의 배타적 정체성을 넘기 위하여 민간의 힘을 적극적으로 빌려야 한다. 민간수준의 역사 대화와 역사공통개발 경험을 축적하여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국민적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가는 본격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공간 속에서 양국은 역사를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바라보는 자세, 혹은 상대방을 양자 관계적 시야, 자국과 관련 사안을 통해서만 이해하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상대방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복합 정체성을 구성하여 공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6. 무엇보다도, 대일외교에서 청와대 권한 축소 및 조정 기능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신정부는 대일 외교정책 결정과 교섭 권한을 주무 부처에 맡기고, 청와대는 고유의 비서 기능에 더욱 충실하도록 조직 개편을 이루고 운영해야 한다. 앞서 지적하였듯이 대일 정책은 한일관계 양자 차원을 넘어 미중관계, 한미관계, 지역 외교, 경제 외교와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다. 청와대는 직접 정책을 주도하기보다 컨트롤 타워로서 주무 부처 간 정책 조정기능을 담당하도록 정리를 해주어야 한다. 특히 청와대가 직접 외교교섭에 나서는 행위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수행해야 한다. 역사문제 처리의 경우, 이에 적합한 정책 결정 조직도를 만들어내어야 한다. 주무 부처인 외교부와 여성가족부 등 유관부처, 시민사회 단체, 청와대 안보실과 시민사회수석실 간 유기적인 거버넌스 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 저자: 손열_EAI 원장,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시카고대학교 정치학 박사. 전공 분야는 일본외교,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국제정치, 공공외교이다. 최근 저서로는 Japan and Asia's Contested Order (2019, with T. J. Pempel), Understanding Public Diplomacy in East Asia (2016, with Jan Melissen), “South Korea under US-China Rivalry: the Dynamics of the Economic-Security Nexus in the Trade Policymaking,” The Pacific Review (2019), 32, 6, <한국의 중견국외교>(2017, 공편), <위기 이후 한국의 선택: 세계 금융위기, 질서 변환, 한국의 경제외교> (2020, 공편), (2020, 공편)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이승연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slee@eai.or.kr  

손열 2022-03-22조회 : 12068
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인수위 외교안보팀에 바란다 ③_대중 정책: 협력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라

Ⅰ. 한중관계의 현주소에 대한 평가   한중관계는 수교 30년을 경과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외형적인 비약적 발전에 부합하는 관계의 기초와 내실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부조화의 문제가 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예상보다 신속하고 가파른 부상과 미중 경쟁의 고조,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라는 외부 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지정학적 특수성과 분단상황에 있는 한국과 한중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즉 한중관계는 자체의 기반과 내실화가 충실치 않은 상황에서 국제체제와 환경에 취약해지면서 외부 요인에 의해 기복이 심해졌고 새로운 관계발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중국 정책이 북핵 문제, 미중 관계, 대미, 대북한 정책 등 외생 변수의 영향을 받아 변화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한중관계는 수교 30년에 즈음하여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양국관계 발전의 주된 동력과 동기 역할을 해온 양대 축, 즉 경협과 북핵 문제 모두가 변화의 갈림길에 있다. 한중간 경제협력은 사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 갈등,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중국 산업의 고도화와 구조조정으로 인해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양국 간에는 기존의 경제협력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의 동력이 아직 준비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대중국 외교에서 사실상 가장 공(功)을 들여왔던 북한(핵) 문제에서도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와 실패의 여파로 양국 간의 전략적 소통과 이해가 진전되기보다는 오히려 정체국면에 있다.   특히 미중관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에 있고 바이든 정부는 한국을 향해 동맹의 역할과 협력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중국 견제에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중국 의존성, 중국 경사에 대한 저항 심리가 증대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오히려 한국의 미국 경사에 대한 우려와 경계가 고조되는 상반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양국 간 국력의 비대칭성 확대와 더불어 체제와 가치의 괴리도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양국 국민의 인식의 간극은 넓어지고 오해와 왜곡의 공간은 확장되고 있다. 한중 국민의 상호 반감 정서는 역사적, 구조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으며 미래 세대로까지 이어지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요컨대 한중관계는 양자 차원에서는 경제협력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고, 양국 국민 간 반감 정서 악화를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북한 및 북핵 문제에서의 중국 역할의 재설계가 필요하고, 미중 대립의 한반도 영향과 그로 인한 양국 간 갈등 확대를 관리해야 하는 복합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중국 정책은 정치, 안보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 환경, 과학기술, 문화, 인문 등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대중국 정책은 외교 관련 부처뿐만 아니라 정부 내 다양한 관련 부처 간의 긴밀한 협의와 협조하에 기획되고 결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Ⅱ. 대중 정책과 결정체계의 문제점과 과제   첫째, 대중국 정책과 전략이 기획, 구상될 수 있는 체제와 과정이 미흡하다. 한중 수교 이후 지난 30년간 역대 정부에서 대중 정책은 항상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런데 대중국 정책 결정체계, 과정, 내용을 돌아보면 실제 중요하게 다루어졌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정부에서 대중 정책이 별도의 독립된 의제로 상정하여, 분석, 기획, 결정하는 체제와 과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중국 정책이 독립적으로 다루어지는 경우는 양자 차원의 긴급현안이 불거졌을 경우이거나 또는 정상회담과 같은 양국차원의 주요 행사가 예정되었을 경우 정도였다. 예컨대 중국의 동북공정,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限韓令)과 같은 경제보복 조치가 발생했을 때 사후적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차원에서 비로소 중국 정책은 독립적으로 다루어졌다. 그 이외에 대중국 정책은 대개는 대미국 정책, 대북한 정책과 연계되거나 하위 영역으로 다루어졌다.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에도 미국이나 북한 관련 업무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중국 관련 업무에 경험이 풍부한 인사가 배치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둘째, 중국의 특수성에 대한 전문적 통찰의 결여로 대중국 정책 결정에서 희망적 예단과 자의적 판단의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이웃 국가이고 한국과는 오랜 교류의 역사가 있어 일반적으로 중국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다고 착시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정책 결정에서 일반론에 바탕을 둔 희망적 예단과 자의적 해석으로 인한 정책 오류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2001년 마늘 분쟁 시에도 일반 통상분쟁 사례를 염두에 둔 결과 중국이 국내법에 근거하여 과도한 보복을 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2016년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도 정부는 한중관계가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이 안보 문제에 대해 무리하게 경제적으로 보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의적 판단을 하고 충분한 대응책을 준비하지 않았다. 중국은 독특한 체제, 문화적 특이성을 지니고 있고, 지속해서 변화하는 개도국적 특성도 있다. 그럼에도 대중국 정책 결정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는 중국 내부 상황에 대한 기초 연구와 분석이 충분히 축적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에서 분석자료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도 못하다.   셋째, 대중국 정책은 선제적으로 기획되기보다는 사후 대응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중국 정책은 문제가 불거지고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긴급하게 대응책을 모색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한국 외교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고 한중 양국 간에는 다양한 영역에서 인적 물적 교류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갈등과 마찰 또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갈등과 충돌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중장기적 차원에서 정책과 전략이 선제적으로 준비되지 못하고 있다. 대중 정책이 단기적 사후 대응 방식으로 진행된 결과 중국에 대한 다양한 정책 수단과 레버리지가 준비되어 있지 못하다. 사드 사태를 통해 경험했듯이 중국의 보복 조치 앞에서 한국은 사실상 그에 맞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과 지렛대가 없었다는 교훈이 있다. 대중 외교의 유일한 지렛대가 한미동맹의 강화로만 귀결된다면 현재와 같은 미중 대립 국면에서 한국은 의도와 달리 미중 경쟁의 소용돌이에 더 깊숙이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넷째, 대중 정책에서 북한, 북핵, 통일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과도하다. 한국의 대중 외교는 기본적으로 경협을 기반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 역할의 과잉기대를 키워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결과적으로 북핵 문제가 양국관계를 압도하면서 한중 양국관계 자체의 내실화는 간과된 측면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북핵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오히려 중국에 대한 기대와 의존이 만성화되어 왔다. 한국은 북핵과 통일문제 이외에 중국과 논의할 외교, 안보 협력 의제가 많지 않다. 그런데 두 사안은 모두 중국에 대한 전략적 의존의 문제를 초래하고 미중의 경쟁을 의도하지 않게 한반도로 소환할 가능성이 크다.   대중국 정책 결정과 체계가 가진 문제점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정부의 대중국 정책 공약에서도 이러한 고민과 문제의식이 담겨있지 않다. 중국 정책 결정과 체제에 대한 개선이나 새로운 창의적인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 않고 오히려 현상유지 또는 축소 지향적인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이전 정부에서 구축된 협력 기제를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는 정도의 정책 공약만이 있다. 최소한 기존의 협력 기제들이 지난 10년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현황과 원인에 대해 파악하고 이를 기초로 신정부의 새로운 활성화 방안이나 대안이 제시되어야 했다.   Ⅲ. 신정부의 대중 정책 결정체계와 정책 과제 관련 제언   1. 대중국 외교의 정책 수단과 레버리지(leverage) 구축과 중장기 전략의 수립   한중관계는 압축성장의 이면에 다양한 어려움을 누적시켜왔다. 특히 신정부는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의 재건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으며 바이든 정부는 중국 견제와 압박에 동맹들의 동참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기초 체력이 취약한 한중관계에서 그동안 봉합해왔던 문제들이 불거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단기적으로는 중국과의 갈등 상황을 상정하고 이에 대응, 관리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과 갈등 발생 시 한미동맹 강화 외에 중국의 태도 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 수단과 지렛대를 확보하는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한국과 협력의 동기를 갖게 하는 새로운 전략 의제들을 개발해야 한다. 대중국 정책 수단은 정치 안보 영역을 넘어서 경제, 과학기술, 환경, 문화, 가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굴, 구축할 필요가 있다. 대중 정책의 포괄적 성격을 고려하여 정부 각 부처 간의 체계적인 협조 기제를 구축하여 부처 간 공조를 통한 정책 방안 수립 방법을 구체화해야 한다.   2. 북한(핵) 문제의 한국 역할의 강화를 통한 “중국 역할” 견인 방안 모색   대중국 정책은 북한, 북핵 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한 특성이 있다. 심지어 한국 정부의 북한 및 북핵 정책의 변화에 따라서 중국과의 관계도 기복을 보여왔다. 예컨대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기 대북 포용정책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대북 정책 기조와 원론적인 차원에서 수렴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북 압박정책 기조로 전환하면서 양국 간 북한 및 북핵 문제를 둘러싼 균열이 발생했다.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기존의 “중국 역할”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분명히 존재하고 북핵 해법을 모색하는 데 있어 중국의 역할 또한 부정키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한국이 기대하는 “중국 역할”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도할 수 있는 수단도 충분치 않다. 그 결과 북한이 도발하면 곧바로 중국 역할론이 제기되고 기대했던 역할이 견인되지 않으면 중국 책임론을 통해 중국에 대한 압박을 시도하고,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다시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전통적인 카드를 꺼내게 된다. 그리고 다시 “중국 뒷문”의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한국이 기대하는 “중국 역할”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의 역할이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한국 역할이 취약한 상황에서 중국 역할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북핵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중 외교가 북핵 문제에 인질이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의 방안과 역할이 없는 상황에서 북핵과 통일이라는 중장기 과제를 5년 집권 기간 내에 성과를 얻고자 하는 과정에서 ‘중국 역할’에 대한 의존만이 증대하고 그 결과 북핵 문제는 미중 간 경쟁의 수단으로 변질하였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더욱 주도적 입장에서 북핵 해결 방법론을 제시하여 한국 역할을 확장하고, 이러한 한국의 시도에 대해 중국이 지지하고 전향적으로 협조해주는 방식으로 “중국 역할”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미중 협력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추진해가는 것이 한국 역할을 모색하는 점진적인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한미중 삼국이 북한에 일관된 같은 메시지를 지속해서 전달하는 것이 북핵 해결의 최선의 방법인 만큼, 한미중 협력 구도를 견인하기 위한 한국의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한미중 대화에서 출발하여 한중러, 한중일, 그리고 미중 남북한 등 다양한 소다자 대화로 확장해 간다면 동북아에 한미일 대 북중러 라는 “냉전의 귀환”을 방지하는데도 기여할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한미중 삼국이 북핵 해결의 모든 가능한 방법을 열어 놓고 논의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의 장을 낮은 단계에서부터 점진적이고 지속해서 구축하려는 노력을 일관되게 경주해갈 필요가 있다.   3. 대미, 대북한 전략과 유기적 결합과 통합을 통한 대중 정책 구상   한중관계는 이미 양자 차원을 넘어서 국제구조와 환경에 취약한 관계로 변화한 만큼 한미동맹, 한일관계, 남북한 관계, 북핵, 통일정책, 그리고 국내정치, 경제 상황 등에 대한 유기적이고 종합적인 검토를 바탕으로 대중 외교정책과 전략을 설계하고 전개해야 한다. 즉 한국의 대중 외교는 미국, 일본, 북한 등 다양한 행위자들 사이의 관계를 함께 고려하는 고차 방정식으로 인식하고 정책과 전략을 구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미중간의 “대리경쟁”의 여파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의 압박을 요구받는 사안이 증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대중 정책과 전략 수립 시 대미 정책과의 통합적 구상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미중간 경쟁과 대립 국면에서 계속 갈지자 외교를 펼치는 국가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며 양국으로부터 더욱 거센 압박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한미동맹의 역할, 북한체제의 미래, 북미 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체제, 그리고 국제사회에서의 한국 위상 등 한반도 미래와 직결된 핵심 의제에 대한 “한국 방안”이 수립되어야 하고 이 방안과 연동되어 대중국 정책 방향도 새롭게 설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 내 각 부처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함께 유기적으로 고려하고 전략을 구상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 배치하고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4. 대중 정책 구상, 결정, 실행의 모든 과정에서 정부, 기업, 전문가의 긴밀한 협력체제 수립   한중 양국관계 성격의 구조적 변화, 중국 산업의 가파른 고도화, 그리고 미중 전략경쟁으로 인한 국제정치경제환경의 급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존의 대중 협력 방식에서 과감하고 신속한 조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새로운 대내외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중국과의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새로운 설계가 적극 모색 되어야 한다. 대중국 종합 전략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구상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 기업, 전문가 그룹 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소통과 협업이 상시로 진행될 수 있는 대중국 종합 전략 협력 및 대응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미중 간 첨단 과학기술과 글로벌 가치사슬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압박과 선택에 직면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사업적 이해관계, 판단과 정부의 정무적 결정 간의 신속하고 긴밀한 협의가 상시로 이루어질 수 있는 체제가 수립되어야 한다.   중국에 대한 희망적 예단, 자의적 해석, 오해와 왜곡으로 인한 정책 오류와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 체제의 특수성과 유동성을 고려할 때 전문가 그룹의 상시적 자문 기능을 가동하여 집단 지혜를 동원한 객관적, 심층적 중국 이해와 해석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아울러 중국과의 위기와 갈등 발생 시 효율적이고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 매뉴얼, 그리고 정책 레버리지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문가의 자문을 상설화, 정례화하고 정책 실무자, 정책 결정자와의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체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즉 정책 구상, 기획, 결정, 실행의 전 과정에서 기업, 전문가, 정책 실무자와 결정자가 지속해서 소통하고 협의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5. 상호 존중과 이해 증진을 위한 한중 여론 매체 간 소통 및 협의체 상설   한중 양국 국민의 상호 반감 정서가 중국의 부상이 본궤도에 진입한 2000년대 이후 점진적이고 지속해서 악화했다. 중국의 가파른 부상, 미중 간 경쟁과 대립의 심화, 한중간 국력 격차의 확대 등 일련의 구조적 변화가 양국의 상호 인식에 영향을 미쳐 왔다. 향후 양국 간의 반감 정서가 장기화, 구조화될 경우 한중관계는 관계발전의 동기마저 약화하면서 만성적 갈등 관계로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중관계가 직면한 복잡하고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고 상호 반감 정서가 지속하고 있는 원인과 배경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에 있다.   특히 한국 2030세대의 반중 정서의 확산이라는 이례적 현상의 기저에는 미세먼지, 환경오염, 감염병 확산, 불법 어로 등 인접국 관계에서 야기되는 생태환경 위험에 대한 우려가 있다. 따라서 양국 간에 코로나19 방역협력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기오염, 기후변화, 해양안전, 감염병 등 초 국경 이슈에 대한 양국 간 논의와 협력을 강화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양국 간 상호 갈등과 부정인식을 해소하는 동시에 협력 분야를 확장해 가는 기회로 포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양국 언론 매체와 여론 주도층에서 한중 양국 국민 간 반감 정서가 구조적 요인에 의해 상호작용하면서 악화하고 있는 심각한 현실에 대해 직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양국의 언론 매체와 여론 주도자들 간의 상설화된 소통 및 협의 채널을 구축하여 여론을 호도, 왜곡하는 사례들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그리고 양국 정부가 공공외교 사업의 일환으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상호 존중과 이해의 폭을 증진할 수 있는 지속성 있는 교류와 협력 프로그램 사업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6. 대중 전략 대화의 내실화와 체계화 방안 마련   신정부의 대중 정책과 관련하여 제시된 두 개의 구체적인 공약이 있다. 하나는 한중간 기존 협력 기제의 충실한 기동과 내실 있는 운영이고, 다른 하나는 한중 고위급 핫라인 설치이다. 한중관계가 향후 예측 불허의 다양하고 복잡한 갈등 상황이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는 판단을 하고 협력 기제와 핫라인을 통해 관리하려는 의도는 바람직하다. 그런데 공약에서 언급한 기존 협력 기제는 박근혜 정부에서 2013년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주요 전략 대화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 위원 간의 고위급 전략 대화를 비롯한 외교장관 상호 방문의 정례화, 차관급 전략 대화의 연 2회 확대, 그리고 정당 간 정책 대화, 국책연구소 간 합동 전략 대화 등이 있다.   그런데 이들 전략 대화는 대부분 지난 10년간 사실상 그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고 합의 한 대로 정례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 협력 기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황을 파악하고 기능을 못 하는 원인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이 이루어져서 보완 또는 개선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아울러 고위급 핫라인 설치 방안 역시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되고 해공군 차원에서 설치된 적도 있지만, 실제 핫라인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 않은 상징적 장치로 남아있다. 이 방안 역시 실태와 원인 파악을 통해 실질적으로 위기 대응과 갈등 관리 기능을 할 수 있는 보완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 저자: 이동률_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대중국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중국의 대외관계, 중국 민족주의, 소수민족 문제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한반도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전략과 역할,” “1990년대 이후 중국 외교담론의 진화와 현재적 함의,” “시진핑 정부 ‘해양강국’ 구상의 지경제학적 접근과 지정학적 딜레마," “Deciphering China’s Security Intentions in Northeast Asia: A View from South Korea,” 《중국의 영토분쟁》(공저)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이승연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slee@eai.or.kr  

이동률 2022-03-22조회 : 11168
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인수위 외교안보팀에 바란다 ②_대북 정책과 외교정책을 긴밀히 연계하라

I. 대북 정책 수립과 결정체계의 도전 과제   한국의 대북 정책 결정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큰 흐름이 새롭게 자리 잡고 있다. 미중 간의 갈등과 경쟁이 강화되면서 대북 정책의 국제환경이 변화하였다. 북한에 대한 인식, 통일에 대한 전망 등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세대 간 인식 변화가 중요한 동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의 국력이 향상되면서 한국 외교가 협의의 국익보다 광의의 국익, 특히 국제규범을 선도하는 선진국 외교를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져 가고 있다.   첫째, 미중관계는 급속히 양국의 핵심이익, 전략적 이익을 둘러싼 갈등과 경쟁의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북핵 문제는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의 문제로 미중은 물론 국제사회의 합의에 기반한 문제였다. 그러나 점차 미중관계가 첨예해지면서 북한의 미래, 비핵화 이후 한반도의 상황, 한미동맹의 미래와 같은 보다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지정학적 문제가 깊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2022년 들어 수차례의 미사일 발사 시험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고도화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 타격 능력을 갖추게 되면 북미 간은 물론 동북아의 안보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러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 중러 간 전략적 연대도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북한이 향후 핵과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철회하고 본격적인 핵,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할 경우, 국제연합(The United Nations: UN, 유엔)의 추가 제재는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강대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약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보다 중장기적으로 북한이 비핵화되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수립된다고 해도 여러 정책 과제는 계속 남을 것이다. 평화체제가 수립될 경우 남북관계는 모든 면에서 개선될 것인가, 북한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되고 북미 관계는 개선될 것인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인가,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이 연합군사력을 강화할 이유는 약화할 것인가, 한국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할 동력이 줄어들 것인가 등 향후 북핵 문제 및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된 지역적 지정학 문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대북 정책과 한반도의 미래를 둘러싼 미중 양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이해계산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은 대북 정책과 외교정책 간의 긴밀한 연계를 전략적으로 수립해나가야 한다.   둘째, 분단이 길어지고 남북 간의 이질성이 확대되면서 분단의 비용 및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국가적 합의가 있지만, 통일의 편익, 전망에 대한 인식은 점차 변화하고 있다. 특히 북한과 집합 정체성을 쌓을 기회가 없는 세대의 대북 인식은 북핵 문제, 북한의 도발, 열악한 경제 상황 등 부정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 것이 사실이다. 통일비용이 초래하는 경제적 부담, 북한과의 이질성 등 통일 편익보다는 비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해왔다. 남북 간 정체성에 대한 인식 변화는 향후 대북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통일을 궁극적 목표로 상정한 대북 정책과 평화공존에 집중하는 대북 정책, 더 나아가 두 개의 국가 가능성도 열어둔 대북 정책은 큰 차이를 가진다. 향후 대북 정책은 시민사회의 인식 변화, 미래 전망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함과 동시에 이를 이끌어갈 수 있는 다면적인 정책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셋째, 한국의 국력과 영향력이 향상되면서 한국이 국제사회에 더욱 큰 영향력을 미치는 선진국 외교를 지향해야 한다는 논의도 증가하고 있다. 좁은 의미의 국익을 넘어 국제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다자주의 규칙과 규범 수립에 영향을 미치는 외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 정책을 수립할 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국익도 중요하지만, 대북 정책이 핵 비확산, 동북아 평화, 미중 간 협력 촉진, 북한 지원을 통한 동북아 다자주의 레짐 수립 등 더욱 큰 목적에 봉사하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과 연결된다. 한국이 국력 증강을 위해 대북 정책을 추구할 때, 이미 상당한 국력을 가진 한국에 대해 주변국은 불안감을 느끼고 견제의 필요성을 질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평화 한반도와 더 나아가 통일 한국이 국제사회에 공헌하는 선진국 외교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을 함께 고려한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   II. 대북 정책 결정체계의 문제점   급속히 변화하는 정책 환경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 대북 정책 결정체계 상 유의해야 할 점, 미진한 점들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통령의 대북 정책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정책 수립, 실행체계가 갖추어졌는가의 문제이다. 대북 정책에서 대통령의 생각과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통령의 생각을 실천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결정 및 실행과정이 필요하다.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와 각 정책 이슈의 전문성이 충돌하는 양상이 전개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전문성을 가진 주무 부처보다 충성도가 높은 인적 그룹 및 부처 중심으로 정책이 전개되고, 이후 실무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둘째, 대북 정책 결정 과정의 포괄성 및 참여 범위의 문제이다. 대북 전략 및 북핵 전략의 전반적 방향을 설정하고 전략 내용을 결정할 때 정부 내 상향식 의견 수렴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청와대 내 대통령 및 핵심 인사 중심의 결정으로 정책이 발표되는데, 이 시점에도 주무 부서 및 주무 장관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청와대의 주요 관심 사안 중심으로 대북 협상 및 외교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한다. 이러한 과정 때문에 총체적인 전략 내용보다 부분적인 관심 사항을 반영하는 정책이 수립되고, 그 과정에서 애초의 의도가 왜곡되거나 충분히 이해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셋째, 대북 정책을 둘러싼 부처 간 경쟁의 문제이다. 대북 정책에서 정책부서 간 경쟁이 건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지나치면 상호 견제와 경쟁의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대북 정책은 다른 성격의 업무를 가진 부처들 간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 정책부서와 정보부서 간의 경쟁 및 갈등도 발생할 수 있다. 북한 관련 정보를 취득하기 어려우므로 부서별 정보 부족 및 독점의 문제가 발생하고, 대북 정책의 은밀성 때문에 부처 간 소통이 어렵게 된다. 또한, 대통령이 중시하는 부처 중심으로 정책이 운용될 수 있기 때문에 범정부적 노력이 제한될 수 있다.   넷째, 중장기 정책에 대한 고려 부족과 광범위한 외교정책과 조율 부족의 문제이다. 대북 정책에서는 북한과의 협상이 핵심이지만, 미국, 중국 등 이해 당사국에 대한 외교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국제사회에 대한 정책 핵심 내용 발신, 통일부, 국정원, 국방부와 향후 남북 평화체제 기획 등 다양한 부처 간 협력 과정이 긴요하다. 청와대 내 상시적 포괄 협의가 부족하면 대북, 외교, 국방 정책의 긴밀한 조율과 협의가 어려울 수 있다. 더불어 대북 정책은 전반적인 외교정책과 지속해서 조율해야 하므로 대북 정책 패러다임을 지속해서 재평가, 재고할 수 있는 중장기 기획 기구가 존재해야 한다. 민간 참여 위원회, 자문기관, 관학연 협력 연구를 체계화하여 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이 충분했는지 평가가 필요하다.   III. 대북 정책 방향 및 결정체계 제언   1. 대통령의 정책 기조 보완 및 강화   대북 정책의 전체 기조 및 철학은 대통령이 정하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부터 대북 정책은 중요한 선거 어젠다이며 기존의 진보, 보수의 국내정치 구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이 되어 정책 수립 및 실행을 할 때, 선거 때 제시했던 정책의 기조를 필요에 따라 보완, 수정하고 변화하는 국제정세 및 한반도 정세에 맞게 고쳐 나가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선거 당시 제시한 대북 정책의 구도를 변화하는 것은 국내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보수 정부 집권 시 상호주의에 입각한 남북관계 추구, 북한의 비핵화를 선결 조건으로 한 남북관계 추진, 대북 군사억지와 경제제재 유지 및 강화 등이 중요한 핵심 정책 요소일 수 있다.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 놓는다고 해도, 북한의 체제안보에 대한 적극적 관심 및 평화 프로세스의 현실적 추진 방안 등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억지와 제재, 그리고 관여가 적절히 조합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정부 출범 전에 정책의 구체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지원할 수 있는 청와대 내부 조직, 각 부처, 자문위원회 등의 조직이 중요하다.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대북 정책을 각료체제로 운영할 수도 있고 보좌관체제로 운영할 수 있다. 두 체제는 모두 장단점을 가지므로 취사선택이 중요하다. 각료체제의 경우 관료 결정 모델과 같이 부처 간 경쟁과 이견이 존재할 수 있고 장관 개인의 견해가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보좌관체제는 대통령의 의사가 직접 반영되지만, 책임이 대통령에서 귀속되는 어려움이 있다.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선거 기관과 인수위원회를 거치면서 정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객관적 정보에 바탕을 두고 책임성 있는 의견 수렴을 통한 기조를 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거 캠프의 특성상 객관적 정보의 부족이나 합리적 의사결정이 왜곡될 수 있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이전 정부의 정책 성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 잘못된 정책의 전제들과 접근방식에 대한 충분한 보완도 인수과정에서 이루어야 할 과제이며, 국민 전체의 공감과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다양한 의견을 가진 자문위원회도 중요하다. 시민사회 및 전문가 그룹과의 소통, 정부 입장의 홍보 등을 위해 자문위원회는 중요하며 효율적이고 능동적인 운용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정책 어젠다에 대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정비를 위해 취임 직후 각 정책 부문에 대한 근본검토(bottom-up review)를 시행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와 전문가로 구성된 핵심 집단에 의해 객관적인 검토가 이루어지면 5년 집권에 도움이 되는 정책 내용을 보완할 수 있다.   2. 대북 정책과 외교 정책의 총괄적 기획   차기 정부는 미중 간 본격적인 갈등 구조 속에서 북핵 문제 및 남북관계를 다루어야 하는 첫 번째 정부가 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북핵 문제를 중국과의 협력 이슈로 상정하고 있지만 점증하는 미중 갈등 속에 이러한 미중 간 협력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 역시 현재의 국제정치 국면을 신냉전으로 인식하고 미중 경쟁 구도를 자신의 이익에 맞게 활용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유엔의 추가 제재 역시 미국과 중러 간 대립 속에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고, 중국은 북한의 약화를 더욱 경계하면서 북한에 대한 다각적 지원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차기 정부는 일변한 국제환경 속에서 대북 전략과 외교전략을 연결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대북 정책이 남북관계 차원을 넘어 미중관계 및 주변 강대국 외교, 지역 외교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을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북 정책에 관여하는 외교부의 평화교섭본부, 통일부, 국방부, 국정원 모두 중요한 기관이지만 대북 정책의 전체를 총괄하고 모든 면을 보고 결정하는 기관은 역시 청와대의 국가안보실이라고 할 수 있다. 미중관계 변화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실무 조직과 대북 및 북핵 전략을 담당하는 조직을 두고 긴밀한 협력과 공동 기획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협상을 벌이려면 주변국들과 조율된 정책을 두고 북한과 협상에 임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의 정의, 북한 비핵화가 국제적 비확산 레짐에서 가지는 중요성, 강대국 경쟁과 구별되는 북핵 문제의 중요성,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 간의 관계, 유엔을 통한 대북 제재 논의를 둘러싼 한국의 입장 확립 및 입장 조율 등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 중국과 북핵 문제 제반 관련 사항에 대한 조율 없이 북한과 협상을 하면 북한은 이들 국가 간의 견해 차이를 활용하여 전략의 여지를 넓히려고 할 것이다.   정책 결정체계의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는 1, 2차장을 두고 국방안보, 외교통일을 각각 담당하였는데, 이는 각 부처에서 파견된 인원들 간의 협의로 정책을 기획하는 체제였다. 각 부처의 소관 업무를 총괄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 대응하고 새로운 대북 정책을 기획해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국가안보실 산하에서 상황 분석 및 신속한 정책기획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응은 대북 실무부서가 담당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많다. 미중관계 변화와 같은 외교환경 변화를 분석하면서 대북 정책을 결정하려면 상황 분석에 집중할 수 있는 부서가 필요하다. 국가안보실 내 업무 분담에서 분석과 평가, 기획에 전담하는 부서가 실무를 하지 않고 존속하기 어려운 환경일 수 있다. 그러나 정책기획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여 실무부서 혹은 정책실행과정과 거리를 두는 기획부서, 혹은 정책 의제별 기획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3. 시민사회, 국내정치와 대북 정책의 건전한 연계 확보   대북 정책은 여론 및 국내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기획되고 실행되는 정책이다. 국내 진보, 보수 갈등의 핵심을 이루는 정책 사안이며 여론 역시 대북 정책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북 정책이 국내의 정치적 고려와 분리되어 국익과 한반도 평화, 통일을 추구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국내정치와 연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국가안보실 내 대북, 국방, 안보를 담당하는 부처는 대통령 비서실 하 정무/국민소통/시민사회 수석실과 업무상 밀접한 의견교환과 협력이 활발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청와대 내 비서실의 각 부처와 국가안보실의 각 부처 간 긴밀한 상호소통으로 변화하는 국민 여론을 정확히 파악하고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국민의 평가, 생산적인 국내정치 담론 경쟁 등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대북 정책을 둘러싼 국내 세대 간 의견의 격차가 빠르게 심화하고 젊은 계층의 북한관, 통일관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시민사회, 국정홍보 등의 업무는 대북 정책과도 연결된다. 대북 정책과 시민사회, 국내정치의 협력적 관계 설정이라는 목표를 대북 정책 결정 과정에 투영할 필요가 있다.   4. 행정부 간 연속성 있는 대북 정책 수립   한국은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고, 진보-보수의 양당 경쟁 구도 속에서 대북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대북 정책의 연속성을 둘러싼 문제가 있다. 집권 정당이 바뀌면 대북 정책 역시 변화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대북 정책의 연속성도 존재한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제와 방어를 기반으로 북핵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에 일치하는 정책을 추구해왔다. 그러면서도 북한과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통일을 추구하는 방식과 철학에서 정당 간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통일을 위해 북한 스스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발전을 통해 남북 간 경제 격차를 줄이고 순조로운 통일을 추구하는 노선을 위해 공동노력을 해왔다.   한국의 정부 교체에 따라 대북 정책이 바뀐다는 국내외 인식은 5년 임기의 정책 효율성을 줄이고 실질적인 정책 추진 기간을 줄이는 효과를 가진다. 양당이 대북 정책에 대한 한국 국민의 일치된 인식과 방향을 반영하는 정책을 추구할 경우, 차이점보다 연속성을 가질 수 있다. 한국 국민은 대체로 여전히 통일을 중요한 목표로 여기고 북한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고 있다.   연속성 확보를 위해 정부는 5년 임기 동안 추구할 대북 정책의 전체적인 방향과 정책 비전과 기조, 정책 내용을 정리하여 대내외에 공식적으로 공표할 필요가 있다. 정부마다 청와대와 부처별로 정책 내용을 문서나 책자로 출간한 예도 있지만, 형식과 내용, 체계성 등에서 고르지 못하다. 외국의 경우 중요한 대외정책 방향에 대한 문서 출간을 의회가 법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다수 있어 정부는 임기 내의 정책은 물론 이후에 미칠 영향을 더욱 신중하게 고려하게 된다. 또한, 정리된 정책 내용을 담은 문서는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오고 한국 정부의 견해를 명확히 이해하는 한편, 정부들 간 연속성 파악에도 쉽다. 현재 출간되고 있는 외교 안보 부처의 백서를 넘어서는 청와대 차원의 전략 문서 출간, 임기 내는 물론 임기를 넘는 중장기 계획에 대한 문서 출간 등을 차츰 법으로 정하여 정부마다 정책 내용이 축적되고 연속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   5. 한국의 대북 정책을 둘러싼 근본 인식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   북핵 문제가 30년 동안 이어지면서 한반도, 남북관계, 북한의 미래 등을 둘러싼 전반적인 문제 인식의 폭이 지속해서 확대됐다. 북핵 문제는 비단 핵무기의 비확산이나 북한 무기의 폐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 및 향후 비핵화된 남북 간 평화공존, 평화체제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치체로서 미래 북한의 지위와 남북관계를 함께, 포괄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시각은 주변국의 시각과 반드시 같지 않다.   미국은 북핵 문제를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의 측면에서 보는 경향이 강하고 중국은 유일한 동맹국인 북한과 관계 강화를 통해 미중 갈등 국면 및 지역 강대국 부상의 국면에서 외교정책의 이점을 얻고자 한다. 북핵 문제에 녹아있는 다차원적 문제를 함께 고려하고 이를 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북 정책에 관한 중요 국가들과의 인식 조율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단기적 사안에 대한 조율을 넘어 남북 분단과 북한의 미래 등의 근본 문제와 연관된다.   단기적 중요 현안에 집중해야 하는 정부로서 이러한 작업을 투 트랙(Two track)으로 동시에 진행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전문가 집단들 간의 트랙 투 전략 대화 활성화, 정부의 공공외교 강화 등을 통해 인식 조율의 기반을 다져가야 한다. 정부는 단기 이슈를 다루는 데 정책 자원을 소비하여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트랙 투 대화를 관리하는데 많은 허점을 보여왔다. 정부 입장을 반영하면서도 주변국들의 다양한 입장을 소화하고 대안을 마련하고 제시하는 다차원의 전략 대화가 필요하다. 트랙 투의 전략 대화라 해도 정부와 상시적 조율을 통해 한국의 입장을 정확히 전달하는 내부 조율이 필요하다.   한국 내 전문가 집단이나 싱크 탱크들이 주변국과 질적으로 효과적인 전략 대화를 조율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정부는 이러한 협력에서 정책적 이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집단들이 중복되는 전략 대화를 통해 일관되지 못한 정책 내용을 발신하거나 정책 자원을 허비하는 일도 줄여야 한다. 정부는 체계적인 투 트랙 전략 대화체계를 마련하여 대북 정책의 기반을 다지는 노력을 해야 한다.■     ■ 저자: 전재성_EAI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외교부 및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이론, 국제관계사, 한미동맹 및 한반도 연구 등이다. 주요 저서 및 편저로는 《남북간 전쟁 위협과 평화》(공저), 《정치는 도덕적인가》, 《동아시아 국제정치: 역사에서 이론으로》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이승연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slee@eai.or.kr  

전재성 2022-03-22조회 : 10426
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인수위 외교안보팀에 바란다 ①_미중관계 전담조직을 설치하라

I. 미중관계 정책 결정체계의 도전과제   전 세계가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 세계질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오는 5월 출범하는 신정부가 직면하게 될 외교·안보환경은 향후 한국 외교가 극복해야 할 장기적 과제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신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단순히 5년 임기인 행정부의 정책에 머물기보다는 미래 한국 외교전략의 초석을 다질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향후 세계질서 재편에 있어 가장 핵심적 변수가 될 미중관계에 대한 이해와 면밀한 분석에 기반한 중장기적 전략과 대비가 시급하다. 외교·안보환경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미중관계 정책 결정체계의 변화 역시 필요하다. 먼저, 미중 관계 정책 결정체계가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로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외교·안보의 복합성 증대, 외교·안보의 정치화 가속화에 대해 살펴보겠다.   1.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첫 번째 도전과제는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이다. 미국은 세계질서를 이끌어왔던 주도국가로서의 위상과 역량의 상대적 쇠퇴에 대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의 모습을 보인다. 반면, 중국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현대화를 바탕으로 2050년에는 세계를 이끄는 주도국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물론 미중 전략경쟁을 새로운 냉전의 시작으로 볼 필요는 없다.[1] 향후 미중관계는 이슈와 사안에 따라 경쟁과 협력, 갈등의 양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Brookings Institute 2021;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21). 따라서 미중 양국이 보여줄 다양한 경쟁과 협력의 특성을 각 이슈 영역에서 면밀히 살펴보는 동시에 그 유기적 관계를 보다 큰 틀에서 조망하고 대비할 수 있는 총체적 분석이 필요하다.   미중 간 경쟁과 갈등의 모습이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첨예하게 나타날 지역은 한반도가 위치한 아시아 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역시 문제이다. 양국 간 갈등이 심화할수록 동맹국 및 주변국에 대한 압박 역시 커질 것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경우에 따라 중국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보다는 미국의 동맹국 및 주변국을 대상으로 다양한 강압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이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라는 격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복합적 미중관계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중장기적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   2. 외교·안보의 복합성 증대   둘째, 외교·안보 분야의 복합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군사적 위협과 같은 전통적 안보위협뿐 아니라 기후변화·전염병·에너지 등 다양한 비전통 안보위협의 가시성 및 여파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요소수 대란 등은 외교·안보현안에 있어서 다층위의 이슈들이 긴밀하게 연계되고 상호작용하는 복합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대법원의 판결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GSOMIA, 지소미아)라는 군사안보문제, 일본의 수출규제 등 한일무역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경성정치와 연성정치의 차별화에 기반을 둔 외교안보정책이 이제는 적실성이 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중 전략경쟁의 동학을 이해하고 미래 한국의 생존과 번영을 이끌 미중관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경제, 기술, 규범, 군사 등 다양한 무대의 유기성을 전망하고 조율할 수 있는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미동맹 강화, 쿼드안보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uad, 쿼드) 참여 추진 등이 중국을 자극할 위험이 존재한다.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와 규범에 기반한 한국 외교·안보 원칙의 강조는 헤징 전략의 하나로 효과적일 수 있다(김헌준 2021). 중국발 경제 강압의 위험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전략 중 하나인 동지국 연대(like-minded country coalition) 추진에서도 가치·규범 외교의 필요성이 크다(손열 2022). 미중관계 분석 및 전망뿐 아니라 우리의 미중관계 정책 수립과 추진에 있어서도 복합적 접근이 시급하다.   3. 외교·안보의 정치화 가속화   셋째, 국내정치와 외교·안보이슈 간 연계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국내정치의 양극화 심화 문제이다.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발전 등으로 인해 외교·안보현안의 가시성이 급증하면서 외교·안보현안과 국내정치문제 간 연계성이 매우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국내정치의 이념적·정파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외교·안보의 정치화 역시 심해지고 있다. 주요 외교·안보문제에 대한 이념적·정파적 선호정책 간 간극이 커지면서 정책의 불안정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정파적 대결과 진영논리, 정치공학적 계산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할 핵심 외교·안보사안이 국내정치 논리에 휘둘리게 되면 정작 국익실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외교·안보의 정치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핵심 미중관계 정책 결정 및 추진과정에서 국내정치적 이해득실로 인한 치명적 오판의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논의와 대비가 필요하다.   II. 미중관계 정책 결정체계의 문제   1. 중장기적 전략수립의 필요성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는 현안에 대한 단기적 대응과 흐름에 대한 분석 및 중장기적 전략이 모두 절실한 핵심문제이지만, 현재 미중관계 정책 결정체계에서는 중장기적 전략수립을 위한 환경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질서 재편을 주도하기 위한 미중 간 경쟁은 신정부 임기 초반부터 더욱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미중관계에 대한 신정부의 외교 구상과 정책 결정은 5년 임기 행정부의 원활한 국정 운영 만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한반도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핵심변수에 대한 장기적 외교전략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미중관계에 대한 중장기적 분석과 장기적 전략구상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미중 전략경쟁에 따른 다양한 외교안보문제들은 확고한 원칙의 정립과 이슈별 접근이 필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사안별·단기적 이익이 아닌 핵심가치와 규범에 따른 원칙기반 정책 결정이라는 인식을 미중 모두에게 명확히 인지시킬 수 있어야 한다(김헌준 2021).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좌면우고하면서 당장의 이익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국가가 아니라 자국의 원칙을 준수하는 국가라는 인식을 양국 모두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중관계에 대한 중장기적 외교안보전략의 수립과 지속적 추진이 필요하다. 미중 전략경쟁에 대해 장기적 안목과 긴 호흡을 가지고 고민하고 대비할 수 있는 조직역량 역시 마련해야 한다.   2. 복합적 분석체계 및 대응역량 마련의 시급성   복합적 분석 및 대응역량 역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미중관계 정책 결정 과정에서 통상문제와 안보문제의 연계, 비전통 안보문제와 동맹외교의 연결, 군사·경제·기술·규범·과학·환경·보건 등 다양한 이슈 영역 간 연계 및 복합성에 대한 통합적 접근과 분석을 위한 여건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예컨대, 외교부의 지역국 중심 조직구성체계는 다층다각적 측면에서 벌어지는 미중관계의 전체 그림을 통합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미시적 분석과 분절적 대응에 더 적합화된 경향이 강하다. 이는 미중 전략경쟁과 같이 장기적 접근과 총체적 분석, 정책의 안정성 확보가 필요한 핵심 외교·안보에 대한 중장기적 전략의 부족이라는 첫 번째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미중관계 정책 결정체계에서 중장기적 전략수립과 더불어 총체적·복합적 분석 및 대응역량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   3. 청와대 권한집중 구조와 정책 단절성   청와대로의 권한집중으로 인한 미중관계 등 외교·안보정책의 단절성 역시 문제이다. 다양한 외교·안보문제를 보다 큰 틀에서 바라보고 우리 외교·안보전략의 얼개를 짜는 일은 결국 청와대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슈 영역 및 외교현안 간 연계성 증가로 인해 부처별 업무영역의 한계에서 벗어난 통합적 접근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부처 간 조율 등을 위한 청와대의 역할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이로 인해 외교·안보정책의 단절성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처럼 청와대 중심인 체계에서는 정권의 단기적 이익이 국가의 중장기적 이익보다 강조될 위험성이 상존한다. 외교·안보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정책결정은 아무래도 국내정치적 계산과 고려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적 양극화와 외교·안보의 정치화 심화로 인해 핵심 외교·안보정책을 둘러싼 이념적 분열과 정파적 대립이 가속화되면서 미중관계 정책 단절성 문제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권교체 시마다 나타났던 지난 정부의 핵심정책에 대한 무조건적 비난과 거부에 대한 유혹 또한 더욱 커질 것이다. 미중 전략경쟁의 험난한 외교안보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한 중장기적 전략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III. 미중관계 정책 결정체계 제언   1. 미중관계 전담조직 마련   신정부의 미중관계 정책 결정체계는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외교·안보의 복합성 증대, 외교·안보의 정치화, 가속화라는 외교·안보환경의 도전과제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세계질서 재편의 핵심변수인 미중관계의 장기 흐름과 변화를 총체적·복합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에 기반한 미중관계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그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 외교·안보정책 담당 부서, 중국 외교안보정책 담당 부서에 더하여 미중관계의 동학과 흐름을 전담하여 분석하고 이에 기반한 중장기적 전략수립에 집중할 수 있는 전담조직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국제관계의 복합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행위자들 간 관계의 특성(character of relationships)을 이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Avant, et al.). 미국과 중국이 향후 국제질서 및 동아시아 지역질서 재편에 있어서 핵심적 행위자라고 한다면, 두 국가의 역량과 국내정치, 외교안보전략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두 국가 간 관계의 특성과 흐름을 이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나아가 미중 양자 관계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어떠한 관계망을 만들고 있는지, 두 관계망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관계망 속에서 한국의 위치는 어디인지 등 양국을 중심으로 하는 관계망의 구조와 특성 역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지역국 중심 조직구성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미중‘관계’ 전담조직이 필요한 이유이다.   2. 총체적·범정부적 접근체계 확보   미중관계 전담조직을 포함한 미중관계 정책 결정체계는 복합적·총체적 접근과 분석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범정부적(whole-of-government) 접근체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외교·안보의 복합성 증대 및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가 가져올 다양한 외교·안보문제들은 다층다각적 분석과 부처 간 장벽을 초월한 긴밀한 협업이 절실한 문제이다. 외교·안보 사안이 발생할 경우, 정부의 각 부처, 각 부서가 각자의 담당업무에 따라 미시적·파편적으로 전담하거나 일시적 협업을 통해 대응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부처 간 이해관계가 상충할 경우에는 각자의 전문성마저 잠식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미중관계에 대한 중장기적 전략수립과 추진을 위한 미중관계 전담조직은 외교·안보 분야뿐 아니라 통상, 산업, 과학기술, 에너지 등 각 부처 및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미중 전략경쟁이 야기할 군사안보, 경제안보, 기술패권, 에너지와 보건 등 비전통안보, 가치·규범 경쟁의 다양한 이슈들을 포괄적·복합적 관점에서 모두 아우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3. 전담조직의 권한 및 자율성 보장   미중관계 전담조직의 권한과 자율성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 미중관계 정책 및 중장기전략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미중관계 전담조직의 대통령에 대한 접근성 확보 역시 필요하다. 또한, 전담조직은 당장의 업무나 성과도출에 매몰되지 않고 미중 전략경쟁에 대한 분석과 중장기적 전략수립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적·업무적 여건 역시 확보해야 한다. 중장기적 전략수립과 범정부적 대응을 위해서는 각 분야의 참여자들이 각 부처의 입장에 관해 얘기할 수 있으면서도 포괄적·복합적 분석의 추진을 위한 부처 내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미중관계 전담조직은 청와대 및 기타 정파적 이해관계로부터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미중관계 중장기전략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전담조직을 설치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외교부 등 정부 부처 내 실국의 형태로 설치하는 방안, 자문위원회 등 기존 위원회를 활용하거나 미중관계 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 미중관계를 전담하는 부처를 신설하는 방안, 국가안전보장회의 등을 활용한 범정부적 조직이나 상설협의체를 설치하는 방안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교부 내에서 미중 갈등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 형태의 전략조정지원반이 운영된 적이 있으나 아쉽게도 반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2] 이처럼 미중관계 전담조직을 외교부나 기타 정부부처 내에 위치시킬 경우, 부처 간 이해관계 조율 등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최종정책결정자인 대통령에 대한 접근성의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자문위원회나 정책기획위원회 등을 활용하는 방안은 민간 전문가들의 적극적 참여가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부처 내 실국 신설방안과 비슷한 한계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부처를 신설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신정부 출범 초기에 실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중심으로 미중관계를 전담하는 범정부적 부서 또는 상설협의체를 두는 방안은 총체적·복합적 분석과 대응역량의 측면에서 장점이 있겠지만 정책 단절성이 높을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IV. 맺으며   외교·안보의 복합성이 증가하고 외교·안보의 정치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미중관계처럼 국가의 미래와 새로운 세계질서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변수에 대한 분석과 정책 결정은 이념적 대립 및 정파적 이해관계의 영향에서 벗어나서 이루어져야 한다. 미중관계에 대한 중장기적 외교안보전략을 위한 전담조직이 포괄적·복합적 분석, 총체적·범정부적 접근 및 대응역량과 더불어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중관계 정책 결정체계의 개선은 조직편제의 재구성이나 제도적 변화 자체보다 운용의 문제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미중관계 정책 결정체계의 실질적 변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결국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결단이 출발점이자 핵심 관건임을 의미한다. 미중관계에 대한 중장기적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부의 국정 운영 목표와 상충하거나 국내정치 사회적 반발이나 비용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미중 전략경쟁 현안의 높은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 보다 쉬운 길을 선택하고 싶은 유혹 역시 클 수 있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으로 인한 외교·안보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단기적·단편적 이익 및 정파적 이해득실에 따른 쉬운 해결책만을 고집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맞이할 것이 자명하다. 미중관계 정책 결정체계가 직면할 도전과제의 극복을 위해 중장기적 전략수립 및 추진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신정부의 강한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김동현. 2020. “미중갈등 장기화’ 판단에 외교부 전담조직 확대·상설화.” <연합뉴스>.7월 14일. 김헌준. 2021. “가치와 규범 외교: 인권과 민주주의를 둘러싼 미중 격돌 속 한국 외교.” 동아시아연구원.9월 24일. 손열. 2022. “신정부의 경제안보 책략: ‘경제 강압’ 대응의 5대 과제.” 동아시아연구원. 3월 10일. Avant, Deborah, Martha Finnemore, and Susan Sell. 2010. Who Governs the Glob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3. Brookings Institute. 2021. “Readout from the Biden-Xi virtual meeting: Discussion with National Security Advisor Jake Sullivan.” November 16. Washington DC, U.S.A. Christensen, Thomas. 2021. “There Will Not Be a New Cold War.” Foreign Affairs. March 24.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21. “President Xi Jinping Had a Virtual Meeting with US President Joe Biden.” November 16.     [1] 크리스텐슨은 미중 전략경쟁이 양국 간 이념적 대립구조의 부재와 동맹 기반 진영 갈등구조의 부재, 지구화로 인한 경제블럭 분리의 어려움으로 인해 새로운 냉전이 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하였다(Christensen 2021). [2] 외교부는 2020년 외교전략기획관 산하 전략조정담당관실을 신설하면서 미중관계 전담조직을 상설화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김동현 2020).     ■ 저자: 문용일_서울시립대 조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George Washington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조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로는 “Cause Lawyering and Movement Tactics: Disability Rights Movements in South Korea and Japan”, “장애인권리협약의 성안과 프레임경쟁”,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핵규범외교”, “남아공의 비핵화 이행과 검증”, “불가리아의 정치적 양극화와 불가리아 헌법재판소의 정치화” 등이 있으며, <새로운 동북아 질서와 한반도의 미래> 등의 저서에 공저자로 참여하였다.     ■ 담당 및 편집: 이승연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slee@eai.or.kr  

문용일 2022-03-22조회 : 11088
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인수위 외교안보팀에 바란다_기획의도

  동아시아연구원 외교정책결정체계 연구팀은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안보팀을 향해 다섯 분야의 제언을 마련하였습니다. 작년 11월 동아시아연구원이 출간한 『2022 신정부 외교정책 제언: 공생외교의 재건축』이 향후 5년간 신정부가 추진해야할 정책을 제시하였다면, 본 연구는 인수위가 담당하는 ① 정부 기관의 조직 역량과 기능 평가, ② 정책 검토, 두 업무에 초점을 맞추어 정책과 제도 양면에서 윤석열 정부가 마주할 핵심 과제와 주요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필자들은 개별 정책과 전체 외교 정책과의 연계성 강화, 북한 중심 외교 탈피, 청와대 중심 정책결정체계 지양, 정책 컨트롤 타워 혁신, 전담조직 설치 등을 제언하고 있습니다.   보고서 발간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문용일, 미중관계 전담조직을 설치하라 [보고서 읽기] 2. 전재성, 대북 정책과 외교정책을 긴밀히 연계하라 [보고서 읽기] 3. 이동률, 대중 정책: 협력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라 [보고서 읽기] 4. 손열, 대일 정책: 청와대 외교를 혁파하라 [보고서 읽기] 5. 박형준, 통상의 컨트롤 타워를 재편하라 [보고서 읽기]  

외교정책결정체계 연구팀 2022-03-22조회 : 108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