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는 코로나가 초래하는 정치 경제질서의 변화를 국가, 지역, 국제기구 차원에서 분석하고 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미주, 아시아, 유럽 개도국 지역 전문가 그리고 이슈 영역별 전문가들을 모여 연구팀을 구성하였다. 연구팀은 코로나 19가 촉진한 변화, 즉, 미중 경쟁의 가속화, 디지털 전환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흔들리는 자유주의 거버넌스에 대해 토의하였다. 연구결과는 총 10편의 워킹페이퍼와 전자책(e-book)으로 출판하였다.

워킹페이퍼
[EAI 워킹페이퍼] 코로나 위기 이후 세계정치경제질서 시리즈④_ 코로나19와 글로벌 남반구 정치경제의 질서 변화: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와 중국-인도 간의 역내 갈등

I. 서론: 코로나19와 글로벌 남반구 위기의 복합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라는 신종감염병이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 의해 글로벌 팬데믹이 선포됨에 따라 개발도상국들이 위치한 글로벌 남반구(Global South)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글로벌 북반구(Global North)까지 국내외 보건안보 위기상황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선진국과 저개발국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코로나 팬데믹에는 G7을 비롯한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 선진국들도 예외 없이 실패국가와 같은 실패 결과를 내놓게 되었다. 이에 코로나19에 대한 적절한 대응의 정치체제가 반드시 자유민주주의로 귀결될 필요는 없다는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간의 근본적인 문제제기까지 제기되고 있다.[1] 국제관계에서의 세계화 쇠퇴와 국가주의로의 회귀는 지금까지 국제사회 질서를 유지해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 LIO)의 쇠퇴를 가속화하고 미중의 전략 경쟁을 통해 질서 주도국으로서 자국의 발전 개념과 목표, 그리고 작동원리가 새로운 글로벌 규범으로 코로나 이후의 세계 정치경제 질서를 선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중 간의 첨예한 경쟁은 G2의 협력보다는 갈등을 통한 글로벌 패권의 장악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며, 이로 인하여 코로나19에 대한 지역적, 그리고 글로벌 수준에서 대응협력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가 취약해지고 있다.   보건위기로 인한 국제 정치질서의 변화와 함께, 코로나19 충격으로 주요 선진 경제국들이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게 되어 세계 경제 또한 위기 국면에 놓여 있다. 백신과 치료제 보급이 북반구와 남반구에 모두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북반구 선진국이 생산과 공급망을 독점하게 되면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차별적으로 나타나고 남반구의 저발전으로 인해 전체적인 세계 경제의 위기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으로부터 회복이 글로벌 북반구와 남반구 간에 차별화되어 북반구의 코로나19 경제회복이 U자형으로 진행되는 한편 남반구 개도국의 회복은 L자형과 유사한 장기침체의 궤적을 띠게 되어 이를 합치면 이른바 ‘K-shape’으로 세계 경제의 불균형과 불평등이 가속화되고 심화될 위험을 의미한다. [2]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코로나19 이후의 경제적 불평등은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와 연동되어 백신공급, 기후변화, 경제회복 등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작동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국제분업구조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은 포스트-코로나19 시대에 글로벌 남반구에 대한 대전략의 구상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시대의 글로벌 남반구가 처한 보건위기는 단순히 남반구 저개발국과 지역에 국한된 질병의 문제가 아니다(Applebaum 2020).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국제연합(The United Nations: UN) 사무총장이 2020년 글로벌 남반구의 보건위기는 곧 식량위기로, 기후위기로, 그리고 개발위기 등으로 확대되어 보건위기에 빠른 대응방안이 부재할 경우 총체적인 발전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였다.[3] 즉, 남반구 개도국에게 코로나19은 단지 보건위기 차원에서 백신 공급으로 완치될 사안이 아니라, 코로나19 충격이 감염병 문제를 넘어 개도국 정부 부채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되고 부채 문제 해결은 결국 포스트-코로나19 시기의 경제회복까지 밀접하게 연결된 복합적인 이슈인 것이다. 개도국 정부가 부채 문제 해결에 실패하게 되면 경제회복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고, 경제회복의 실패는 기아와 빈곤, 보건, 교육 등 사회문제로 불거지며 사회적 불안정의 증가로 분쟁과 내전까지 발발하게 되는 등 모든 이슈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이러한 남반구의 코로나19 충격이 갖는 복합성은 개도국 내부와 남반구라는 지역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팬데믹이라는 초국경적 특성으로 빠른 속도로 국경을 넘어 글로벌 이슈로 전환된다(Khoo 2020).   국제정치적으로는 글로벌 남반구의 복합적 보건위기라는 블랙홀은 포스트-코로나19 시대의 글로벌 거버넌스에 구조적 혼란을 가져오는 동시에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대단히 치명적인 독립변수로 작동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팬데믹 이후 국제정치질서 재구축에 있어 국제사회의 중요한 행위자 중 하나인 남반구 저개발국가의 집합체를 어떤 방식으로든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서 인정하고 새로운 문명의 질서 안으로 편입시켜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남반구의 경제위기와 경제회복의 지체는 곧 북반구와 남반구 간의 불평등과 경제발전 격차의 심화로 이어지며, 이러한 남반구의 코로나19 블랙홀은 가공할만한 원심력으로 인도적 지원, 개발원조, 부채탕감, 투자 등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남반구에 투입하는 대규모 재정지원을 순식간에 빨아들일 것이다(McCann and Matenga 2020). 남반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충격은 북반구의 정치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남반구의 팬데믹 피해를 결코 남반구 스스로가 감당해야 할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의 표준과 국제정치경제 질서를 선도하는 주도국이 반드시 포용해야 할 국제사회의 공동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남반구의 팬데믹을 방치하면 국제정치경제 전체에 돌아오는 피해가 부메랑효과로 계속되기 때문에, 그간 국내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수급에 집중하였던 북반부의 미국과 G7, 그리고 이와 경쟁하는 중국은 글로벌 남반구에 백신 공급을 약속하는 등 남반구를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구제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미국과 중국 간의 글로벌 남반구 개입 수위에 온도차가 보이고 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미국에 비해 남반구 저개발국가들에게 공격적으로 중국이 개발한 백신을 공급하고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등 기존의 개발협력 프로젝트를 강화하고 있는 움직임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비록 남반구에 위치하지는 않지만 북반구의 선진국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은 일반적으로 범 남반구의 개도국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개최된 <아시아-아프리카 회의(Asian-African Conference)>에 중국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남남협력(South-South Cooperation)과 상호연대 등 반둥회의의 핵심 가치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남반구의 코로나19 피해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충분한 역사적 경험과 명분을 보유하고 있다(김태균·이일청 2018). 한편, 미국은 상대적으로 자국의 코로나19 피해 복구와 백신개발 및 보급에 집중했기 때문에 개도국으로 미국이 보유한 백신이 공급되는 것을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중국의 개입주의에 대항하는 전략은 뒤늦게 2021년 6월 영국 콘월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에 구체화되었다. 또한, 미국은 유럽과 공조하여 남반구의 핵심 국가인 인도를 전략적 파트너로 중국의 대항마를 남반구 내부에 구축하는 전략을 도모하게 된다. 따라서, 미국과 서유럽의 이른바 ‘백신전쟁(vaccine war)’은 백신이 자국에서 유출되는 것을 막는 목적에서 진행되었던 반면, 중국은 백신을 개도국에 발빠르게 공급하는 다른 차원의 전쟁을 추진했다는 비판적 해석이 나오게 되었다. [4]   이에 따라, 코로나19 상황에서 미중의 전략경쟁이 글로벌 남반구와 조우하는 정치경제 질서의 전선은 크게 두 가지로 형성된다. 첫째, 코로나19 충격이라는 독립변수가 포스트-코로나19 시대에 글로벌 남반구 영역에서의 영향력을 장악하기 위한 미중 간의 경쟁적 전선을 형성한다. 미국의 문명표준과 중국의 문명표준 간의 충돌과 절충 과정에서 남반구 개도국 그룹이 경제회복과 보건안보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화두가 이와 연결된다. 둘째, 남반구 역내에서의 패권경쟁이 중국과 인도 간에 벌어지는 새로운 갈등과 협력의 전선이 구축되고 있다(Smith 2014; Lintner 2018). 중국은 일찍이 BRI 정책을 통해 남반구의 패권을 확장하기 위한 플랫폼을 다지고 코로나19를 통해 이를 업그레이드하는 독자적인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반면, 인도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미국과 유럽과 경제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과 일본 주도의 인도·태평양(이하, 인태) 전략에 가입하는 등 미국이 주도하는 지역협력 플랫폼에도 참여하고 있어 글로벌 남반구 역내에서는 미중의 전략경쟁이 중국-인도의 경쟁 관계로 전환되고 있는 경향성이 목도된다.   본 장에서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보건위기 상황이 글로벌 남반구의 보건 이슈부터 정치·경제 질서까지 거버넌스의 대전환을 요구하게 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거시적 질문에 해답을 찾고자 한다. 첫째,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남반구의 백신 공급과 경제회복을 지원하여 국제보건안보와 국제 경제 질서를 안정화하고 남반구 내에 자국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가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둘째, 글로벌 남반구 역내에서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패권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미국·유럽연합(European Union: EU)과의 연대를 통해 중국의 패권 강화에 대항하는 인도 간의 갈등 관계가 어떻게 미중 전략경쟁과 연결되는가에 관한 분석을 시도한다.   II. 중대한 시점(Critical Juncture)으로서 코로나19: 문명표준의 전환   글로벌 남반구에서의 코로나19 확산과 보건위기의 복합위기로의 전환은 하나의 단순한 외부조건의 변화라기보다 남반구의 정치경제 및 남반구와 북반구의 관계 등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는 역사의 중대한 시점(critical juncture)로 인식하여야 한다. 중대한 시점으로서의 역사적 환경변화는 그 시점의 전과 후 간에 가시적인 물리적·제도적·문화적 변화를 초래하여 그 변화의 차이를 시점 전의 제도로서 규제가 불가능할 경우 경로의존성(path-dependence)을 보이는 구제도가 작동하지 않거나 변화의 차이를 규제하기 위해 제도의 개선 또는 완전히 새로운 제도로 탈바꿈하는 대수술의 노력이 수반된다(Calder and Ye 2004; Thelen and Steinmo, 1992). 코로나19을 기존 국제정치경제의 경로의존성을 중단시키는 중대한 시점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글로벌 남반구가 받은 정치 경제적 충격과 피해, 그리고 이와 연동된 미중의 차별화된 개입 및 남반구 역내에서의 중국과 인도의 영향력 확장을 위한 갈등확대 등을 코로나19 변수로 분석할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19는 글로벌 남반구를 포함해서 전 세계에 문명적 충격을 가져 온 역사적인 외생변수이자 남반구의 정치경제 위기와 변화를 초래한 가장 핵심적인 독립변수인 것이다.   코로나19 충격이 국제사회의 문명적 질서와 표준을 수정할 정도로 파괴적인 변수로 작동했다면, 자유주의 국제질서 복원을 지향하는 미국 및 EU와 중국 중심의 신문명 간의 경쟁과 충돌이 코로나19로 인하여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거시적 문명과정은 질서/정의 또는 다원주의/연대주의의 변증법적 거버넌스로 국제사회(international society)의 역사적 진화를 설명하는 영국학파(English School)의 ‘문명의 표준(standards of civilisation)’과 문명표준의 장기지속에 관한 역사사회학적 논의를 수용한다(Bull 1995; Buzan 2014; Gong 1984). 질서/정의 및 다원주의/연대주의의 속성과 규칙이 새롭게 재조정되고 대규모의 질적 전환이 일어나는 역사적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국제질서의 구조적인 변환이 야기되고 역사의 구조사가 변화함에 따라 그 이후 국제정치의 구조는 새로운 패권국가가 등장하고 새로운 문명의 표준이 설정되어 국제규범과 질서가 신패권과 문명의 기준에 맞게 재편되게 된다. [그림 1]이 요약하고 있듯이, 국제사회의 문명 기준이 고대 그리스/헬레니즘 시대에서부터 21세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까지 국제사회는 거대한 역사의 변곡점마다 새로운 문명의 질서가 재구성되었고, 이 문명의 기준은 주로 새로운 패권국가와 이를 추종하는 국가들에 의해 정립되고 규범화 되었다.   [그림 1] 국제사회와 문명표준의 역사적 진화과정 출처: 김태균 2021, 47.   2020년 코로나19가 국제사회의 질서와 정의에 지각변동을 가지고 올 정도의 파급효과를 창출했다고 판단한다면, 복합적인 팬데믹은 기존 문명의 표준이 질적으로 전환되는 임계점을 이미 지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MacMillan 2020; 김상배 2020). 팬데믹 기간 동안 코로나19의 변수는 기존 미중 간의 전략경쟁을 가속화시켰고,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환경위기 문제를 악화시켰으며, 비대면 교류가 디지털 정치경제의 확산시킴으로써 글로벌 남반구의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확대되고, 백신 공급망을 독점하여 백신외교라는 보건안보가 미중 경쟁의 새로운 전략자산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남반구 지역에 장기간 남남협력 방식의 교류와 협력을 해 왔으며, 201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공식화한 BRI를 통해 육지기반 실크로드 경제 벨트 계획과 해상기반의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계획이 결합된 중국의 경제계획 구상을 BRI 파트너 개도국들과 추진해 왔다. 중국의 BRI에 대한 파트너 개도국들의 불만과 비판이 팽배해지면서 중국의 글로벌 남반구 리더십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지만, 2019년 중국은 일대일로 2.0을 표방하면서 파트너 국가들과의 문제해결의 노력을 진행하는 가운데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는 BRI에 큰 장애물이 되는 동시에 보건 실크로드와 백신외교 등을 통해 BRI가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어 팬데믹 이후 중국의 신문명 정립을 위한 중요한 역사적 계기를 제공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2021년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글로벌 남반구 전략에 대응하는 “더 나은 세계재건(Building Back Better World: B3W)”를 표방하고 개도국 인프라 사업에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지만 그 이후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으며 개도국 백신제공도 제한적으로 허용함에 따라, 미국은 중국에 비해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문명의 표준 기회에 글로벌 남반구 이슈를 접목 및 해결하려는 노력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5] 따라서, 글로벌 남반구의 정치경제와 남반구와 북반구 간의 관계성이 코로나19를 통해 완전히 새롭게 변화하는 경우보다는 기존의 역사적 경로가 코로나19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면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거나 변화의 경로가 확장되는 등 코로나19 충격은 글로벌 남반구 정치경제의 복합적인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림 2] 코로나19 이후 K자 경제회복 전개 양상[6]   코로나19 충격이 글로벌 남반구에 미치는 경제적 부작용은 [그림 2]가 보여주듯이 K자 경제회복의 양상으로 예상되고 있어 포스트-코로나19 시기에 남반구의 정치 경제 질서의 회복력을 어떻게 미국과 서유럽, 그리고 중국이 포용할 것인가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진행되는 경제 침체기까지는 유사한 방식으로 선진국과 개도국이 경제 위기를 공유하지만 회복기에 접어들면 경제회복력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종국에는 남반구가 계속해서 경제 위기의 블랙홀로 빠지는 불평등의 구조가 공식화될 것이다. 글로벌 북반구 선진국의 경우,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전자상거래, 바이오산업 등의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빠른 회복력이 예상되지만, 남반구 개도국은 요식, 관광, 오락, 전통소매산업, 중소기업 등의 1차 산업에 의존하게 되어 흡사 종속이론에서 주장하는 중심부와 주변부로 양분화되는 현상이 예상되고 있다.[7] K자 경제회복 전개로 발생하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불평등 현상은 개도국의 부채문제와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에 남반구의 경제회복은 불가능하여 팬데믹 이후 국제사회의 경제회복 과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국제사회는 세계경제의 회복을 위하여 나름의 노력을 기획해 왔으나 글로벌 남반구를 지원하기 위한 대대적인 기획은 아직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않은 상태이다.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은 지난 2021년 3월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고자 공적 부분에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SDR)을 6천500억달러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최근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나 등에서도 SDR 확대를 지지했다. [8] 그러나 SDR 확대는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대상이고 개도국을 위하여 별도의 확대 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글로벌 남반구의 경제회복에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조치는 원활한 백신 수급이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에 접종된 코로나19 백신은 57억 회분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아프리카 국가에서 접종된 것은 겨우 2%에 불과하고 2021년 연말까지 아프리카의 백신 접종률은 10%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WHO에서 나왔다.[9] 2020년 6월 WHO,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이 주도해서 빈곤국 등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백신을 평등하게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이하 코백스)는 총 92개의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들에게 백신을 제공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WHO에 따르면 코백스를 통해 백신을 지원받는 빈곤국 상당수가 백신 부족 현상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WHO는 북반구 선진국의 백신 독점에 대한 강한 비판을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10] 특히, 백신 독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백신 제약회사들이 보유한 지적재산권 중지와 백신제조기술의 공유 및 개도국에 전수가 거론되었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백신제조 지적재산권의 일시 중지를 약속하기도 했지만, 영국과 EU가 이를 정면으로 반대하는 동시에 세계은행(World Bank: WB)도 지적재산권을 중지할 경우 변형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과 연구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11]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남반구의 백신공급과 경제회복에 대한 최종적인 해답은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제사회가 아닌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의 전략적 선택과 이니셔티브의 가동 여부일 것이다. 포스트-코로나19 경제 회복기에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남반구의 경제회복에 관한 불평등 구조를 미국과 중국 중 어느 강대국이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백신 공급 및 경제복구를 위한 원조를 투입할 것인가에 있다. 다시 말해, 코로나19 충격은 미중 전략경쟁과 더불어 앞으로 국제관계의 블랙홀로 부상할 글로벌 남반구의 발전위기를 어떻게 미국과 중국이 접근하는가에 따라 새로운 문명의 표준이 정립될 수 있는 역사적 분기점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III. 중국의 글로벌 남반구 전략과 정치경제적 함의   중국의 글로벌 남반구 전략은 미국 및 EU의 전략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별성을 가진다. 중국 자체가 전통적인 북반구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중심의 선진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1955년 반둥회의 이후 중국은 아프리카 사회주의 국가들에게 기술협력과 양허성 차관 등의 개발원조를 상호연대와 남남협력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제공해 온 역사적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Brautigam 2009). 대표적인 사례로, 1975년에 완공된 1,800km의 탄자니아-잠비아 철도건설공사 개발사업에 투입한 중국의 지원 규모가 무려 4.5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중국은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우방국으로 원조공세를 아끼지 않은 역사적 기록이 있다. 1956년 이래 중국이 아프리카 파트너 수원국들에게 직물공장, 수력발전소, 체육관, 병원, 학교 등 대략 900여건의 개발프로젝트를 제공해 온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12] 1964년 저우언라이(周恩來)는 아프리카에서 중국 원조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한 5대 원칙을 제시하였고 같은 해 저우언라이는 가나에서 ‘중국대외경제기술원조 8개 원칙’을 공식화하여 호혜주의, 주권에 대한 존중, 내정불간섭, 수원국의 자력발전 지원, 비조건 주의, 평등의 상호적인 입장에서 원조를 제공하고, 다른 조건이나 특권을 요구하지 않으며, 단기 성과 중심 등의 원칙을 현재까지 준용하고 있다(Rupp 2008). 1994년 중국수출입은행이 설립되어 저리의 우대차관이 도입된 이후 현재의 중국 대외원조가 본격화되었으며, 글로벌 남반구의 남남협력 핵심 공여국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s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OECD DAC)의 정책 규범과 원칙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릭스(BRICS)를 창립하고 2014년 BRICS가 운영하는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 NDB)’ 출범을 통해 글로벌 수준에서 브레턴우즈(Bretton Woods) 체제의 WB과 IMF에 대항하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2013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을 도입하여 일본 중심의 아시아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 ADB)과의 경쟁적 구도를 준비하게 된다. [표 1]이 보여주듯이, NDB 회원국들은 각각 100억 달러의 초기 자본을 출자하고 이에 상응하는 동등한 투표권을 20%씩 보유함으로써 세계은행의 지분출자방식과 투표권 배분 방식에 비해 평등한 방식을 취하고 있어 특정 회원국이 거부권을 거부할 수 없는 구조로 제도화되었다(New Development Bank 2014). 그러나 2015년 <제7차 BRICS 정상회의>에서 중앙 은행장들의 협의 하에 설립된 비상 예치금의 경우 중국이 가장 많은 410억 달러의 출자금을 지급하기로 해서 전체 예치금 중 41%에 해당하고 투표권도 39.95%를 중국이 부여받아 실질적인 거부권 행사국이 되었다. 이렇게 중국의 거부권을 글로벌 남반구의 남남협력을 주도하는 BRICS 내부에 제도화함으로써 실질적으로 BRICS를 중국 주도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시아에서도 중국은 AIIB 지분출자를 약 30% 제공함으로써 26% 정도의 투표권을 갖게 되어 사실상 중국이 AIIB 사업과 정책 결정에 최종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13]   [표 1] 신개발은행의 초기 출자금 규모와 비상예치금 출자 규모[14]                                                                                                 (단위: 10억 달러)   AIIB 출범과 함께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방안으로 BRI 구상을 제시한 후, 2013년부터 최근까지 130여 개국과 30여 개의 국제기구가 BRI 프로젝트에 참여하였고 중국은 약 3,300억불을 지출하는 동시에 참여 개도국의 부채 규모는 약 3,800억불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의 BRI 프로젝트는 중국 국내의 정치경제 위기 상황이 도래하고 정권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서구의 국가개발프로젝트와 유사한 정부, 시장, 사회가 동원되는 지도자의 리더십 강화의 목적과 함께 중국 경제 경쟁력의 세계화를 위하여 개도국의 인프라 개발프로젝트를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Ye 2020). 코로나19 이전까지 진행된 BRI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주요 구조적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BRI 프로젝트 추진 시 중국이 제공하는 자금의 융자금리를 높게 책정해서 사업을 시행하는 개도국에게 심각한 부채문제를 조장하여 결국 부패함정에 빠지게 만들었다는 문제가 지적된다(Hurley et al. 2018). [그림 3]이 보여주듯이, 중국은 OECD 국가 리스크의 고위험국가군에게 BRI 유상원조를 제공하여 왔는데, 대표적으로 파키스탄, 이란, 베네수엘라, 라오스와 같은 고위험국가에게 인프라 건설 자원을 지원하여 부채상환이 실패하자 최근 이 참여국들은 국가부채의 폭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파키스탄의 경우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 CPEC) 프로젝트로 인한 부채상환의 지불유예(moratorium)를 선언하며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Dadwal and Purushothaman 2017). 또한, 심각한 부채문제로 인하여 BRI 참여 개도국들은 중요한 인프라 시설을 중국에게 양도 및 조차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벌어져 왔다. 스리랑카는 중국의 자본을 대출 받아 남부에 있는 함반토타 항구 건설사업(Porty City Development Project)을 추진하였다가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자 중국에게 99년간 항구를 조차하게 되었다. 그리스의 경우 피레우스 항구를 35년 동안 중국에게 양도하게 되었고, 잠비아는 중국의 BRI 항만인프라 사업으로 대규모 부채가 발생하여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이에 IMF가 개입하고 있는 상태이며, 지부티의 경우는 자국의 항구에 중국의 군사기지가 건설되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었다(Downs et al. 2017). 또한 최근 동유럽의 몬테네그로는 2014년 아드리아해와 세르비아 사이에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중국의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건설비용의 85%인 10억 달러를 빌려서 중국도로 교량회사가 시공을 맡았지만, 현재 중단상태여서, 10억 달러를 갚지 못할 경우 잠비아와 같이 채무불이행과 IMF의 구제금융이 진행되거나 스리랑카처럼 장기 조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림 3] 고위험국가에 투입된 BRI 유상원조 규모, 2013-2020[15]   둘째, BRI의 인프라 시설 원조 방식은 대단히 위험한 구속성 원조(tied aid)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김태균 2018). BRI 인프라 프로젝트는 참여국의 인프라 건설을 위해 중국 정부가 자금을 대출해주고, 해당 인프라 건설은 중국 기업이 시행하며 중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현지 지역의 노동자 고용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건설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모두 부채는 참여국이 중국 정부에게 상환을 해야 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중국 기업이 중국본토로부터 인프라 사업에 필요한 기자재를 공수하고, 중국인 노동자가 건설 공사를 시행하며, 사업이 종료된 이후 중국 노동자들이 자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 차이나타운을 만들어 지역경제를 장악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BRI 프로젝트로 실제 이익을 챙기는 파트너는 공여국인 중국이 되고 현지 개도국의 국가 경제발전에는 기여하는 바가 낮아서 개도국 파트너로부터 ‘토지수탈(land grabbing)’이라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Brautigam and Zhang 2013). 대표적인 사례로, 에콰도르에서 최근 중국 광산기업들이 에콰도르 정부와 결탁해서 현지 토착민의 터전을 수탈하고 광물생산이 지속가능하지 못한 방향으로 운영을 하고 있어 원주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16]   셋째, 무리한 BRI 인프라 투자로 인하여 공여주체인 중국 자체의 BRI 재원확보와 외환보유액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Ye 2020). BRI를 통해 중국기업의 해외투자가 증가하고 BRI로 투자된 자금이 개도국으로부터 회수되지 않아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자체의 금융역량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재원과 제도적 지원에서 BRI 인프라 사업 중심으로 지속하기에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 중론이며, 코로나19 이후에는 더욱 중국 자국의 경제회복에 무게중심이 옮겨지면서 BRI 초기 단계의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에 따라, 2019년 4월 북경에서 <제2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고위급포럼>을 개최하여 지난 기간 동안의 BRI 가지고 있던 구조적인 문제점을 중국 정부가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게 되고, 공동의 공유원칙을 가지고 다자주의를 주창하여 양자협력, 3자간 협력, 다자간 협력 등 다양한 방식의 투명한 국제협력을 진행하자는 제안을 하였다.[17] 특히, 시진핑 주석은 개막식 연설에서 “부채 리스크를 예방하고 친환경 발전을 촉진하며 사업의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발언함으로써, BRI 프로젝트 이행과정에서 발생한 참여국의 부채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파트너 국가와의 부채협상 과정에서 채무국의 입장을 수용하여 부채경감을 약속하는 포용적인 자세를 보이며 차후 국제기준에 맞게 더 많은 국가와 BRI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개선안을 발표하였다. [18] 또한, 시주석은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성장동력과 발전경로를 모색하고, 디지털 실크로드(Digital Silk Road: DSR)를 건설해야 한다고 밝힘과 동시에 BRI 혁신을 위한 과학기술 혁신 행동계획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로 시작되었던 BRI 초기의 목표가 BRI 참여국의 개발과 자국의 무역증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BRI 대한 평가는 개발이 아닌 참여국의 정치경제적 문제, 즉 부채, 부패, 정치스캔들, 환경오염 등이 제기되면서 국제기준과 투명성,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19]   NDB-AIIB-BRI 연계로 중국 내부의 경제발전과 남반구 개도국의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을 점유하려는 중국의 세계화 전략은 2020년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보건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2013년 BRI가 공식화된 이후 코로나19 국면이 BRI 프로젝트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악재로 작용하였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BRI 참여 개도국들이 자국 내부의 방역정책에 집중하게 됨에 따라 중국과의 경제협력과 인프라 건설은 참여국의 주요 정부정책에서 우선순위가 밀리기 시작하였다. [20] 중국 자체 내부에서도 대규모 봉쇄정책, 공장폐쇄, 생산력 저하, 중국 노동인력의 여행금지 등의 이유로 BRI의 핵심 가치사슬(value chains)이 사실상 붕괴될 위험에 처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국제무역에서도 BRI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건설자재와 장비의 해외이동과 수출입을 제한하는 문제가 발생하여 팬데믹 시대에서 BRI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었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가 중국 우한이었고 팬데믹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WHO와 중국이 늑장대응을 하여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게 되자, 서유럽에서는 코로나19를 ‘황화(黃禍)(yellow peril)’의 일종으로 ‘중국 바이러스(China virus)’ 프레임을 씌우는 반문명적인 인식이 퍼지기도 했다.[21]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중국의 BRI가 타격을 받는 동시에, 중국은 세부 전략 정비를 통해 미국에 비해 공세적인 글로벌 남반구 지원 정책을 도모하게 되고, 이른바 ‘차이나 스탠더드(China Standard)’와 중국식 세계화를 위한 정치적 기회 공간이 오히려 확장되는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하여 미국과 유럽의 자유민주주의 선진국들이 자국 내 코로나19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력을 다했기 때문에, 적어도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글로벌 수준에서의 코로나19를 대응하는 글로벌 리더십에 정치적 공백이 발생하게 되었고 WHO 중심의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위기가 지속되었다.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의 측면에서 홍콩 민주화 사태와 미중 무역전쟁의 갈등을 우회할 수 있는 기회로 코로나19를 활용하며, 적극적으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BRI를 수정·보완함으로써 중화경제권 재구축을 통해 미국의 포위망에 대항하고 경제 및 군사 외에 중국식 소프트파워까지 확장하여 중국식 국제질서와 패권확장을 위한 글로벌 리더십을 구축하려는 중장기적 포석을 기획하게 되었다(Le Pere 2021; Ye 2020; Rana and Ji, 2020).   따라서, 코로나19는 2019년의 <제2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고위급포럼>에 이어 중국 정부가 BRI 쇄신작업인 ‘일대일로 2.0’을 완수하는 데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코로나19 충격은 공여국인 중국과 수원국인 참여 개도국 간에 지정학적인 그리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변수로 작동했지만, 중국은 포스트-코로나19 세계질서에서 형성될 수 있는 반세계화 현상에 반대하며 코로나19로부터의 경제회복이 가시화되면 중국 내의 발전전략으로서 그리고 지역 및 글로벌 개발전략으로서 일대일로 2.0을 다시 본격적으로 재가동할 것이다. 이 시기에 중국 정부가 BRI를 중국공산당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코로나19 시대에도 중국은 BRI을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맞게 진화시키며 지속적으로 이행해야 되는 국가적 과업으로 공식화하였으며, 이는 곧 명실공히 시진핑 주석의 대표 외교경제정책으로 BRI를 공식화한 것을 의미한다. [22]   다시 말해, 역사의 중대한 기점으로서 코로나19라는 변수는 중국이 일대일로 2.0을 구상하여 글로벌 남반구와의 변화하는 관계성을 반영하고 이에 적합한 방식의 BRI 프로젝트로 개선하는 외부적 환경을 제공하였다. 일대일로 2.0을 거시적 수준의 대전략과 미시적 수준의 세부 정책적 측면에서 주요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 우선, 대전략 수준에서의 일대일로 2.0은 BRI 참여국의 부채면제와 인프라 구축에서 기술협력으로 전환 등 크게 두 가지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남반구의 BRI 파트너 참여국들에게 가장 필요한 코로나19 충격의 완화책은 BRI 인프라 건설로 늘어가는 참여국의 부채를 면제하는 대원칙을 공유하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하여, 기존 BRI 프로젝트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이 무역통제, 중국 건설회사와 노동자 이동 제한, 채무변제 등의 경직성 때문에 포스트-코로나19 시대에는 보다 유연하고 연성적인 정보기술, 의료서비스, 교육서비스와 같은 사회적으로 포용성이 높은 기술협력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중국과 참여국 간에 공유한다(Ye 2020).   한편, 세부 정책적 수준에서의 중국의 일대일로 2.0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전략적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첫째, 대전략 중 하나인 BRI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남반구 참여국의 부채를 해결하되 중국의 자원외교와 부채면제를 연동시켜 중국의 국익을 확보하는 경향이 강하다. 전통적으로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는 석유자원 확보였는데 최근에 들어와 중국 정부는 코발트, 구리, 희귀광물 등 광물자원을 아프리카에서 수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21년 1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코발트가 풍부한 콩고민주공화국을 방문하여 그동안의 BRI 관련 채무 면제를 약속하고 BRI 전략에 따라 새롭게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3] 콩고민주공화국은 전기차, 스마트폰, 노트북 등 배터리 소재인 코발트의 세계 최대 생산지이고 중국은 세계 최대 코발트 수입국이기 때문에, 중국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채무면제를 약속하고 BRI 인프라 투자를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일대일로 2.0의 두 번째와 세 번째 정책변화 요소로는 코로나19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중국의 세부전략인 보건 실크로드(Health Silk Road: HSR)와 디지털 실크로드(Digital Silk Road: DSR)이다(Rana and Ji, 2020). 먼저, HSR는 2020년 3월 코로나19로 확대됨에 따라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받은 BRI 참여국에게 백신 및 방역의료장비를 지원하기 위해 구상되었다. 대표적인 HSR 사례는 이른바 ‘마스크외교(mask diplomacy)’ 및 ‘백신외교(vaccine diplomacy)’라 지칭되는 글로벌 남반구에 대한 중국의 공격적인 보건원조를 통한 개입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남반구 53개국에 백신을 지원했으며, 27개국에는 백신을 수출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24] 아시아, 아프리카 등 BRI 지원대상인 저개발국에게 마스크 및 백신외교가 진행되었지만, 유일하게 EU 회원국 중 BRI 참여국인 이탈리아가 코로나19로 곤경에 빠지자 중국이 이탈리아를 지원하였고 미국으로부터 EU와 미국 간의 이간질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25] 중국정부는 일대일로 2.0을 통해 BRI의 재확장을 기획하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기존 BRI 사업으로 문제가 발생한 지역 및 국가와 BRI 운영에 있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주축국(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에티오피아, 필리핀, 세르비아, 스리랑카, 터키 등)을 중심으로 보건의료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전환되자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스리랑카, 네팔 등에 코로나19 방역장비를 제공하였으며, 스리랑카에는 5억 달러의 유상원조 제공을 약속한 바 있다. 2020년 6월에는 코로나19 방제 긴급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rum of China-Africa Cooperation: FOCAC) 정상회의를 시진핑 주석이 개최해서 아프리카 BRI 참여국들에게 채무 및 차관상환의 면제를 약속하기도 하였다.   중국은 HSR 전략을 통해 단순히 보건의료장비 관련 산업과 백신 공급망을 글로벌 남반구에서 장악하는 것을 넘어 복합적인 전략을 연동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존 BRI 참여국에서 발생하는 코로나19 관련 재정위기를 미연에 제어하기 위해서 BRI 프로젝트를 HSR 중심으로 더욱 확장하고, 이러한 BRI 사업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투자를 확장하여 미국과의 무역전쟁 활로를 찾는다는 목적이 HSR 전략에 기본토대를 이루고 있다.[26] 보건장비 지원과 백신외교를 통해 BRI를 계속 살아있는 인프라 프로젝트로 유지함과 동시에,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를 대신해서 중국식의 개발원조를 확장하고 글로벌 보건 리더로서 글로벌 남반구와 국제사회에 중국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내러티브와 소프트파워를 구축하여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관계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Gornikiewicz and Zelkowski, 2020). 또한, 최근에 들어와 미중 간의 ‘백신외교전’이라고 부를 정도로 서로 경쟁적으로 개도국에게 제공하겠다고 선언하여 자국의 백신보급 노력을 부각하고 인도주의 리더십의 우위를 점하면서 국제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1년 8월 초 미국이 60여 개 국가에 백신 1억1,000만 회분 이상을 기부했다고 발표하자, 중국은 바로 20억 회분의 백신을 전 세계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현재까지 100개국 이상에 7억7,000만 회분을 초과해서 보급했기 때문에 세계 최고라는 표현까지 사용하였다.[27] 여기에 시진핑 주석이 제1차 ‘코로나19 백신 협력에 관한 국제포럼’ 서두 연설에서 개도국에 백신을 배분하기 위해 코백스에 1억 달러를 기부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중국의 백신 리더십을 강조하였다.   일대일로 2.0의 마지막 퍼즐인 DSR의 경우, HSR에 비해 코로나19가 중국에게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ICT) 관련 프로젝트를 개도국에게 BRI를 통해 확장할 수 있는 우호적인 외부환경을 조성해 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글로벌 남반구의 개도국은 자국의 ICT 기술을 선진화시켜서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을 예방하고,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며, 코로나19 피해자에게 공공복지를 비대면으로 전달하기 위한 ICT를 적극 도입해서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DSR 관련 개발프로젝트를 확장을 통해 글로벌 남반구와 BRI 연결하는 사업방식으로 참여국의 디지털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어 DSR이 아시아, 유럽, 중동지역 참여국에서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남태평양 지역 국가로까지 확대되어 BRI 물리적 공간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과 서유럽 선진국들은 중국 ICT의 신뢰도와 안전도에 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으로부터 ICT 기반의 DSR 프로젝트를 제공받는 남반구 참여국의 입장에서는 경제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위해 시급하게 필요한 BRI의 DSR 사업에 대한 비판적 자세를 예상하기 어렵다.[28] 이러한 맥락에서 일대일로 2.0의 핵심축 중 하나인 DSR는 실제로 인프라 건설을 위해 중국인이 물리적으로 동원될 필요 없이 먼 거리에 있는 개도국들을 디지털로 연결하는 전략으로, 코로나19 시대에서 DSR는 가장 효과적으로 중국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DSR이 상대적으로 저비용으로 중국 중심의 디지털 플랫폼을 확장하여 중국의 5G 등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남반구 내에 거대한 사이버 공간을 만든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구성된 민주주의 국가들의 사이버 공간과 경쟁적인 대항 관계가 형성되어 이른바 미중간의 탈동조화(decoupling)가 발생하고 머지않아 사이버 냉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Keane et al. 2021; Schneider 2018).[29] 중국은 2015년 7월 베이두(BeiDou) 차세대 항법위성을 발사하는데 성공했고 미국 국방부에서 운영하는 범지구위성항법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 GPS)보다 일부 지역에서는 더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에서는, 파키스탄, 라오스, 브루나이, 태국이 현재 베이두를 채택하고 있으며,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도 점차 베이두를 선택하려는 분위기가 확장되고 있다. 낮은 단계에서는, DSR이 지역 비즈니스와 소비자 사이와 비즈니스 간, 그리고 소비자 간의 커넥티비티를 중국식 플랫폼 위에서 확장하는 역할을 도모하고 있다. 전자상거래(e-commerce), 라이드헤일링(ride-hailing), 핀테크(financial technology), 에듀테크(education technology)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라우터(router), 스마트폰, PC와 같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플랫폼과 앱(apps) 등의 소프트웨어까지 중국의 DSR이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코로나19로 개도국의 방역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방역기술을 제공할 경우 이는 DSR과 HSR이 결합된 방식을 의미하고 실제로 일대일로 2.0의 두 실크로드가 통합되어 BRI 참여국에 제공되고 있다.[30] 요컨대, 코로나19로 인하여 자국의 방역과 백신이 필요한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에게 중국의 방역기술과 보건의료 인프라 및 백신의 지원은 체제와 사회질서 유지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에, 중국이 일대일로 2.0으로 대표되는 부채탕감과 HSR, DSR을 통해 공세적인 개발협력을 지속한다면 BRI 참여국뿐만 아니라 FOCAC의 아프리카 회원국 등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의 리더이자 패권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코로나19 충격이 BRI에 위기와 중국의 국가 이미지 훼손을 가지고 왔지만, 반면에 최근 기후환경을 강조하는 그린 실크로드(Green Silk Road: GSR)와 극지방 개발을 강조하는 폴라 실크로드(Polar Silk Road: PSR) 도입을 통한 BRI 내부 개선작업으로, HSR, DSR, GSR, PSR 등 다변화된 일대일로 2.0이 다시 BRI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BRI의 협력 범위를 확장하는 기회가 되었다. 중국의 방역기술이 권위주의 개도국의 체제유지와 사회통제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중국식 권위주의 체제가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 사이에서 확장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고, 이는 곧 미중간의 패권경쟁에서 민주주의 제도와 권위주의 체제 간의 경쟁으로 발전될 가능성을 의미하며,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 미중 간 디지털 기술의 신냉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남반구 지역 수준에서는 중국화가 문명사회의 표준으로 작동하며, 글로벌 수준에서는 침체된 글로벌 거버넌스와 미중 전략경쟁으로 팬데믹에 대응하는 글로벌 공공재 제공이 어려운 상황을 중국의 리더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하여 중국식 방역기술을 공세적으로 지원하고 UN기구 등 국제기구에 중국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Hillman and Sacks 2021; Ye 2020; Jiuan and Xing 2014). 이는 최근 2021년 1월에 발간된 중국 정부의 세 번째 해외원조 백서(White Paper)가 강조하고 있는 ‘중국식 국제개발’과 ‘국제사회 다자기구(특히, UN)에 적극적 참여 및 개입’ 원칙 등에서도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공격적 개입을 통한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글로벌 남반구의 패권국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31]   IV. 미국의 글로벌 남반구 전략과 정치경제적 함의   미국의 글로벌 남반구 전략 및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정책은 미국 외교정책과 국익이라는 상위규범 달성을 위한 전략자산으로 활용되었으며 역사적으로 외교안보 중심의 개발협력 프로젝트가 미국 ODA의 핵심가치이자 추진모델로 알려져 왔다(Riddell 2007; Morss 2018; Darden 2020). 마샬플랜으로부터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미국은 주로 동맹국 및 공산주의 제2세계 국가들과 대항할 수 있는 지정학적 핵심 위치에 있는 제3세계 국가들에게 주로 미국의 대외원조가 제공되었기 때문에 미국의 대외원조 유형은 영국과 함께 외교안보 중심 모형으로 분류되었다. 1961년 제정된 미국의 대외원조법(Foreign Assistance Act)을 보면, 미국 원조의 기본목표는 외교(diplomacy), 국방(defence), 개발(development)로 대외원조법 제정 목적부터 정치적 신념이 강조되었고, 외교와 국방의 목적과 대외원조의 목적 간의 높은 정합성은 이 법이 제정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제3세계 원조의 골간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글로벌 남반구 전략 가운데 중요하게 거론되는 특징으로, 권위주의 개도국을 민주화하기 위한 원조, 이른바 ‘민주주의 원조(democracy aid)’가 케네디 행정부부터 시작되어 클린턴 행정부와 오바바 행정부 등 민주당 집권기에 미국을 대표하는 원조정책으로 시행되었다는 역사적 경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Carothers 1999; Diamond 1999). 글로벌 남반구 개도국에게 민주주의 전파를 위하여 파트너 국가의 선거제도, 정부기관과 관료제, 그리고 시민사회 활성화 등을 ODA로 지원하여 현지 권위주의 체제의 개혁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현지의 민주적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미국의 민주주의 개념과 체제를 일방적으로 이전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결론적으로, 1960년부터 미국은 대외원조법을 통해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글로벌 안보 질서를 주도하기 위하여 냉전시대에는 ODA를 이용하여 제3세계 국가를 자유민주주의 진영으로 사회화하는데 주력하였다. 경제 측면에서도 미국 원조를 받는 수원국 내에 미국 기업이 진출 가능한 시장을 조성하고, 현지 자원을 확보하는데 용이한 토대를 마련하도록 ODA를 활용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행보는 선진공여국 클럽인 OECD DAC에서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빈곤해결과 질병퇴치와는 거리가 먼 미국의 대외원조 목표를 고수하여 왔다.   탈냉전 시대에 들어와서는 미국의 대외원조 정책에 큰 변화가 있었는데, 개발의 목표가 더 이상 외교와 안보를 지원하는 전략자산이 아니라 외교, 안보와 동등한 가치와 비전을 논할 수 있는 위치로 격상되었다. 2009년 오바마 행정부는 ‘4년 주기 외교·개발검토보고서(Quadrennial Diplomacy and Development Review: QDDR)’을 도입하여, 글로벌 안보와 공동번영, 인간 존엄과 자유의 보편적 가치를 위한 미국의 국익을 신장하기 위한 4년의 기획을 미국무부(U.S. Department of State)와 미국국제개발처(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USAID)가 작성하고 미국의 ODA가 이에 준하여 글로벌 남반구에 대한 개발원조정책을 이해하게 되었다.[32] QDDR 도입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의 ODA를 외교전략의 핵심적인 구성요소로 인식하고 예산관리뿐만 아니라 USAID의 위상과 거버넌스 체계 개선을 강조하였다. 여기에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 ’대통령정책령 6호(Presidential Policy Directive-6: PPD-6)’를 선포해서 개발 이슈를 국방과 외교와 동등한 수준의 국가안보 의제로 격상시키고 되었고, 세계 최대의 공여국으로서 명시적으로 개발이 국가안보 의제로서 미국의 국익과 상생하도록 ODA 정책을 전략화하였다. [33] 또한, 미국의 국제개발협력은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ODA뿐만 아니라 민간 섹터에서 지원하는 해외원조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 중요성이 강조되었다(Bolling and Smith 2019).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 대외원조 중요성 강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ODA 규모는 전체 정부예산의 약 0.18%에 해당하여, UN이 권장하고 스웨덴·노르웨이·영국·독일 등 선진공여국이 지키고 있는 GNI 대비 ODA 책정 비율 0.7%에 아직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미국의 글로벌 남반구 원조정책은 중국의 남반구 팽창정책을 견제하기 위하여 구체적으로 전략화된 흔적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오바바 행정부 하의 USAID 주요 정책은 이른바 ‘이니셔티브(initiative)’, 즉 이슈별 기획 중심의 접근법을 사용하여 대외원조 대전략이 부재한 상태에서 사안에 따라 미국의 ODA가 투입되는 전략을 취하였다.[34] 지구적 기아와 식량안보 문제해결을 강조하는 기획으로 ‘Feed the Future’, 미국의 ODA를 통해 아프리카 대륙의 전력생산과 공급에 대한 민간투자 확충 기획인 ‘Power Africa’ 등의 이니셔티브는 글로벌 남반구에 대한 중국의 팽창적인 개발원조 투자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은 찾아볼 수 없지만, 중국의 남반구에 대한 공격적인 식량원조와 FOCAC을 통해 아프리카에 적극적인 개입을 간접적으로나마 견제하려는 미국의 정치적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권 초기에 USAID의 ODA 예산을 무려 28.7% 삭감하는 안을 의회에 제출하여 전 세계로부터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Policy)’로 회귀하고 글로벌 리더로서 미국의 이미지는 퇴색되기 시작하였다([그림 4] 참조). 미국 국무부와 USAID가 발표한 ‘2018-2022 ODA 전략계획’에 따르면, 미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쟁력 우위 갱신과 미국의 핵심 이익 보호 등이 명시되어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ODA를 국가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더욱 강력하게 연계시키고 글로벌 위기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ODA 삭감이 부시 행정부로 회귀한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실제로 옥스팜(Oxfam)의 분석에 따르면 물가인상률을 감안할 경우 부시 행정부는 8% ODA 삭감을 요구한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무려 31% 삭감을 요구하였다는 해석이 있다. [35] 워싱턴 정가의 많은 싱크 탱크들은 미국이 국제개발은 미국의 핵심 경제·정치·안보 이익과 동떨어진 사안이라는 그릇된 관념으로 이 분야를 방기하여 중국에게 이 분야의 주도권을 내어준다면 무역·투자·금융 등 사실상 지구 경제의 모든 분야와 기회를 중국에게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게 되었다.[36]   [그림 4] 트럼프 행정부 2017년 정부예산 배정 추이 (%) [37]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남반구 패권확장에 아무런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국제개발 관점에서 볼 때, BRI를 중심으로 글로벌 남반구에 관여하는 중국의 부상에 트럼프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2017년 이후 일본·호주·인도와의 협력 플랫폼인 인도·태평양 전략(이하, 인태전략)을 통해 규칙기반(rule-based) 국제질서를 추구하여 중국의 수정주의적 다자주의를 억제하려는 역내 규범 협력을 제도화 하였다(정구연 외 2018; 송승종 2021). 인태전략에 참여하는 국가의 다수가 미국의 역내 관여를 환영하는 동시에 중국을 명시적으로 견제하는 주요 대상으로 공식화하는 데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개발원조와 경제협력 등 비전통 안보 영역에서의 역내 국가 간 협력관계는 적극적으로 추진되어 BRI로 부상하는 중국의 역내 영향력에 대한 제도적 균형과 견제를 인태전략을 통해 도모하는 데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는 인태전략의 하위전략인 쿼드(Quad)를 통한 안보협력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추진되었으나, 인도의 경우 반중 연합전선 구축에는 반대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바 있다.[38] 한편, 2021년 3월 아시아의 나토로 불리는 쿼드 정상회의에서 역내 인도적 지원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회원국 간의 협력과 관여를 표명함으로써, 중국의 개발원조와 BRI의 인프라 제공에 대하여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쿼드 내에 상당한 역할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 2019년 11월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과 호주와 연계하여 아세안정상회의 주최 <인도·태평양 비즈니스 포럼(Indo-Pacific Business Forum)>에서 발표한 ‘블루닷 네트워크(Blue Dot Network: BDN)’ 계획은 네트워크 참여국들과 공동 인프라 개발에 참여하여 아태지역의 경제 주도권을 확장함과 동시에 중국의 BRI 인프라 사업에 비해 고품질의 글로벌 인프라를 역내 및 국제사회에 제공하겠다는 다자 인프라 이니셔티브이다.[39] 2018년 빈곤국에 민간투자를 증진하기 위하여 기획된 ‘개발유도투자의 더 나은 이용 법안(Better Utilization of Investments Leading to Development Act: BUILD Act)’과 유사하게 BDN이 추진하는 ‘고품질’의 인프라 프로젝트는 미국의 해외민간투자공사(Overseas Private Investment Corporation: OPIC)와 일본국제협력은행(Japan Bank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 및 호주의 외교통상부(The 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and Trade: DFAT)가 함께 진행하는 해외 투자를 위한 민간자본 중심으로 기획되며, 투명성(transparenc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개발영향력(developmental impact)이 보장되는 ‘고품질 인프라(quality infrastructure)’를 인프라, 에너지 및 디지털 이니셔티브 중심으로 제공된다. 중국의 BRI 인프라 사업이 글로벌 신용 기준에 맞게 품질관리와 회계감사를 적절하게 따르고 있지 않다는 회의적인 시각에서 BDN은 인프라 개발의 규칙기반 국제질서를 복원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두 정책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이후에서야 비로소 코로나19 충격은 미국의 글로벌 남반구 정책에 큰 변화의 계기로 작동하게 된다. 그러나, 바이든의 글로벌 리더로서 미국의 복원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비해 남반구에게 방역 관련 의료기기와 백신 제공하는 데 있어 아직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40] 코로나19 발발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중심의 정책으로 일관하여 백신개발과 공급을 철저하게 미국 중심으로 진행하였고, 팬데믹의 진원지인 우한과 중국행태에 강력히 비난하는 동시에 WHO의 중국편향을 빌미로 회원지위에서 탈퇴하는 등 글로벌 팬데믹 대응을 위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스스로 거부하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4월 국가비상사태 시 정부가 산업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 DPA)’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미국 본토에서 방역과 백신 관련 의료장비가 해외로 이전되지 않도록 조치함에 따라, 세계 최대 백신생산회사인 인도세룸인스티튜트(Serum Institute of India)가 남반구 저개발국가들(약 95개국)에게 지원하거나 하기로 약속한 백신을 미국의 DPA로 인해 생산하지 못하고 중단된 일이 발생하였다. [41] 2021년 1월 바이든 정부가 출범해서 G7 참석을 위한 첫 해외 순방에서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를 선언하며 민주주의 동맹의 결집을 표방하였지만, 실제로 글로벌 남반구 전역에 퍼져있는 코로나19 위기에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리더십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 백신공급 불균형 때문에 WHO가 미국의 백신생산 관련 지식재산권을 개도국과 공유하자는 제안을 즉각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자 지식생산권의 제한적 면제를 허용하는 늑장대응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또한, 바이든 정부는 빈곤국에게 원활한 백신제공을 위하여 미국 내 코로나19 추가접종(booster shot)을 연기해 달라는 WHO의 제안에 반대하며 WHO와 갈등과 충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42]   코로나19 시대에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남반구를 위한 해외원조의 양대 축은 ‘쿼드 안보대화 플랫폼’과 ’민주주의 정상회담’이고, 이 두 축은 코로나19 충격에 의해 미국 대외원조 정책의 주요 변화 결과라 평가할 수 있다. 먼저, 바이든 행정부는 쿼드를 통해 미중 전략경쟁에서 인도적 리더십의 우위 선점과 남반구 개도국 문제에의 실질적 관여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변화이다. 2021년 3월 쿼드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인태전략 파트너 국가들은 2022년 말까지 아시아 전역에 10억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기로 약속하였다.[43] 쿼드 참여국들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부상하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하여 민주주의 4개국 국익에 직결될 해양안보, 사이버안보, 경제안보를 위해 상호 협력하기를 협의하였고, 보편적 가치와 개방성 및 자유를 지향하는 국제법에 근거한 규칙기반 질서를 역내 참여국뿐 아니라 가상의 파트너인 중국에게도 강조하였다. 명시적으로 정상회의 선언문에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아시아와 글로벌 남반구 지역에 부상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봉쇄하기 위하여 안보대화 플랫폼인 쿼드에 인도적 지원과 백신공급이 적극적으로 포함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블링컨(Anthony Blinken) 미국 국무부 장관이 2021년 4월 케냐타(Uhuru Kenyatta) 케냐 대통령과 부하리(Muhammadu Buhari)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화상회담을 갖으면서 중국원조의 부채함정과 구속성 원조에 대한 경고를 통해 BRI의 위험성을 강조하였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44] 쿼드의 일원인 호주 정부는 같은 해 4월 빅토리아 주 정부가 2018년과 2019년 중국과 체결한 BRI 업무협약 2건을 파기했고 2015년 중국기업과 체결한 다윈항 장기 임대 계약에 대해서도 재검토에 착수했다. 또한, 쿼드 정상회의 결과 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항은 인도에게 다른 참여국들이 백신 공급망의 전초기지가 되도록 백신생산을 위한 대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인도 모디 총리는 이에 대하여 쿼드는 ”성년이 되었고 이제 역내 안정에 중요한 축이 되었다“ 라고 답을 하였다. 인도에 대한 쿼드 내의 지원은 인도가 세계 최대 백신생산체제를 구비하고 있다는 조건뿐만 아니라 인도가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중요성을 반영한 결과이다. 글로벌 남반구 내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개도국이며 BRICS의 일원이자 쿼드의 참여국으로서 인도의 전략적 가치는 미국이 미중 전략경쟁과 개도국 원조에 있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카드인 셈이다.   그러나, 인태전략과 쿼드를 활용하여 미국은 글로벌 남반구의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명실공히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자유민주주의의 규칙기반 국제질서를 복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45]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로 인하여 미국의 민주주의 정체성과 목표와 결이 다른 글로벌 남반구의 의사 민주주의 국가와도 중국을 포위할 수 있다면 협력을 해야 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초기부터 중국은 BRI 전선을 따라 공세적인 백신공급 전략을 양자 방식으로 이행하여 백신외교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는 반면, 미국은 중국과 달리 미국 정부가 직접 백신을 제공하는 경우보다 쿼드 내지 G7과 같이 (소)다자협의체를 통해 백신공급을 약속하고 있어 중국에 비해 소극적인 백신외교를 고집하고 있는 양상이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경쟁에서 글로벌 남반구라는 거대한 개도국 집합체의 지지를 얻고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이후 일대일로 2.0을 내세우면 공세적으로 남반구에 관여하는 중국에 대하여 쿼드 이상의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게 된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미국의 두 번째 글로벌 남반구 관여전략은 2015년 6월 영국 콘월에서 개최된 에서 제시한 이른바 ‘더 나은 세계재건(Build Back Better World: B3W)’이라는 인프라 기반시설 투자구상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중국 주도의 권위주의적 수정주의 국제질서가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인 BRI에 의해 글로벌 남반구에 정착하고 있다는 판단하에 자유민주주의 기반의 국제질서를 복원하기 위해서 G7과 더불어 한국·인도·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을 초청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선도하는 11개국의 정상회의 개최를 시도하였다. 인도 모리 총리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G7 회의에 참석을 하지 못하게 되어 10개국의 민주주의, 즉 ‘D10’이 미국식 BRI인 B3W 구상을 지지한 셈이다. B3W 이니셔티브의 골자는 중저소득 개도국이 2035년까지 약 40조 달러(약 4경4천640조원) 규모의 인프라 시설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미국 주도의 G7이 지원하겠다는 야심 찬 구상이다. G7은 B3W가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주도하는 가치 중심적이고 높은 수준의 투명한 인프라 파트너십으로 강조하고, 보건안보·디지털기술·젠더평등 등의 보편적 목표로 B3W의 지향점이 구성되어 있어 미국과 서유럽이 구상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복원과 BRI에 참여한 개도국이 중국 차관에 종속되는 중국의 부채함정외교에 정반대로 대치되는 가치와 국제질서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B3W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이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첫 번째 문제는 B3W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의 조달방안이다. 이미 야심 찬 대규모 인프라 지원 자금의 실효성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자금조달에 앞서 명확한 B3W의 추진체계와 지배구조 등의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46] B3W를 주도하는 미국은 국제개발금융공사(Development Finance Corporation: DFC)와 USAID 등 개발투자수단의 역량을 총동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고 개발투자수단을 늘리기 위해 의회와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국내 인프라 투자계획 예산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바이든 행정부의 2조2천500억 달러(약 2천509조4천억 원) 규모 국내 인프라 투자계획에 야당인 공화당이 규모가 너무 크고 증세로 재원을 충당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는 마당에,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 B3W 지원에 필요한 천문학적 예산을 공화당이 승인하기에 대단히 어려운 의회 관문이 남아 있다. 그러나 는 미국뿐 아니라 각 회원국이 개발원조기관, 양자 파트너십, 다자개발은행 등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인프라 투자를 위한 민간자금을 투명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동원하는 계획을 공유하였다.   둘째, G7 내 회원국 간에 중국을 견제하는 방식과 정도에 관해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온도 차이의 원인은 BRI의 DSR과 직결되어 있는데, 중국 화웨이 5G 이동통신장비 사용에 대한 G7 회원국들의 상이한 반응에서 극명하게 중국 견제 수위에 대한 온도 차를 확인할 수 있다. G7 정상회의에서 독일과 이탈리아가 중국에 B3W를 통해 G7이 견제를 시작하게 되면 중국의 자국에 대한 무역·투자에 위험이 가해질 수 있는 점과 미중 무역전쟁과 유사한 '신냉전'으로 치닫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47] 독일은 2019년 중국이 화웨이 5G 이동통신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면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 등에 보복하겠다고 위협하자 2020년에 화웨이 장비 사용을 사실상 허용한 바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2019년 G7 중 처음으로 BRI 사업에 참여한 국가이며, 최근 미국 등의 우려에도 화웨이의 5G 이동통신장비 공급을 조건부로 허가한 바 있다. 따라서 공식적으로는 글로벌 남반구 개도국들의 코로나19 극복과 모범적인 인프라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B3W가 출범하였지만, 현실적으로 G7 내 회원국은 중국과의 밀접하게 연결된 정치경제적 관계에 따라 B3W 참여 정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어 앞으로 B3W 인프라 사업 추진의 성공여부는 G7 내부의 단합에 달려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세 번째 문제로, 이미 BRI에 참여한 글로벌 남반구 개도국들이 B3W 지원에 긍정적으로 반응할지가 미지수이다. 현재 100여 개 개도국이 BRI 사업에 협력하기로 중국과 합의를 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2020년 상반기 기준 BRI와 연계된 프로젝트의 수는 총 2천600여개로 예산 규모로는 무려 3조7천억달러(약 4천129조5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48] 일각에서는 규칙기반 국제질서를 지향하는 B3W가 중장기적으로 법치와 굿거버넌스(good governance)를 토대로 운영되기 때문에 2013년부터 축적해 온 BRI의 노하우가 단기적으로는 우세할지라도 중장기적으로 B3W가 글로벌 남반구 인프라 사업을 선점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49] 그러나, 당장 인프라 시설 개발이 급한 개도국 입장에선 ‘환경·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을 표방하는 규범에 엄격한 B3W보다 화력발전소나 댐 건설에도 유연하게 투자해주는 BRI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는 3월 보고서에서 많은 일대일로 참여국이 계획부터 건설까지 신속하게 처리하는 중국의 속도에 찬사를 보낸다고 설명하면서 중국이 참여 개도국이 원하는 바를 건설해주려는 의지를 보인다는 점과 건축·금융업자와 정부관리로 구성된 단일 그룹과 협상하면 되는 간편함이 강점이라고 강조하였다(Hillman and Sacks 2021). 실제로, 다양한 인프라 건설 프로그램이 분절적으로 진행되는 미국의 전략과 서유럽이 강조하는 환경과 인권 이슈는 글로벌 남반구 개도국에게는 중국의 금융과 신기술 일체형 패키지보다 훨씬 덜 매력적일 수 있다(Brautigam 2009).   요컨대,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글로벌 남반구의 보건위기를 중국과 경쟁하면서 글로벌 리더십 복원으로 대응하려는 바이든 행정부는 차후 쿼드를 통한 백신외교와 B3W를 통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라는 두 가지 이행기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미중의 전략경쟁, 그리고 중국식 수정주의식 다자주의와 미국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규칙기반 국제질서 간의 견제와 갈등의 긴장관계가 글로벌 남반구에서 조우하게 되어 두 강대국이 표방하는 문명표준의 아바타가 BRI와 B3W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백신외교와 BRI로 남반구 내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중국의 공세적인 전략으로 인하여, 미국의 글로벌 남반구 전략은 뒤늦게 G7의 B3W로 반응하는 양상으로 유도되고 있어 포스트-코로나19 시대에 BRI와 B3W가 적대적인 경쟁자로 전개될 것인가에 대하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글로벌 남반구에서의 중국과 전략경쟁 카드로 남반구 역내 주요 핵심국가 중 하나인 인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자유주이 국제질서를 복원하려는 바이든 행정부는 G7 회원국 중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소속되어 있는 EU와의 긴밀한 협력뿐만 아니라 남반구 인도와의 전략적 연대를 대중국 외교의 중요한 자산으로 간주하여 전략화하고 있다. 글로벌 남반구의 주요 행위자 중 인도가 미국을 위시한 G7 및 EU 선진국들이 강조하는 규칙기반 국제질서와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목표와 가장 잘 부합하는 남반구 파트너로 간주할 수 있다. 또한, BRICS의 주요 회원국이기 때문에 중국과 많은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반구 내 중국과 인도 간의 역내 경쟁과 견제가 조성될 경우 북반구 민주주의 국가들에게는 전략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미국이 현재까지 특정 남반구 국가에게 백신 제공과 경제개발을 위한 지원을 공식화한 개도국은 인도가 거의 유일하다.   V. 글로벌 남반구 역내 중국-인도 갈등 심화: 연대적 공존에서 패권경쟁으로   지금까지 논의한 미중 전략경쟁과 코로나19 위기 간의 관계성, 그리고 포스트-코로나19 시대에 심화될 BRI와 B3W 간의 경쟁과 갈등과 함께, 코로나19 상황에서 글로벌 남반구 역내 패권경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변수를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EU의 반(反)중국 전선에의 적극적 관여이고, 둘째는 중국 대항마로서 인도의 부상이다. 이 두 변수는 EU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하여 인도에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인도의 남반구 역내 패권 확장으로 수렴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코로나19 변수로 인하여 새롭게 나타난 현상은 아마도 인도의 급부상과 G7을 중심으로 인도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으로 글로벌 남반구 역내에 중국-인도 경쟁과 갈등의 전개일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서유럽 선진국에게 인도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입각한 다자협력의 모든 이슈에서 완전한 일치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제사회의 다자무대에서 인도와 미국 및 서유럽은 많은 부분에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자유민주주의의 규칙기반 국제질서를 같이 도모할 수 있는 글로벌 남반구의 유일한 전략적 동반자이다.[50] 2021년 영국 G7 정상회의에 초청된 민주주의 국가(D11) 중 하나가 인도이며 아쉽게 회의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민주주의 연대에 있어 앞으로 인도가 글로벌 남반구의 민주주의를 대표한다는 리더십은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인도는 쿼드에 참여하는 유일한 글로벌 남반구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의 인태전략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파트너 국가이다. 2021년 8월부터는 인도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UNSC) 의장국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미국과 서방 선진국들에게는 다자외교에서 규칙기반 국제질서를 공고화하고 확장하기 위해서 글로벌 남반구의 대표국가인 인도와 긴밀히 협력관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코로나19는 북반구 선진국이 대인도 원조의 확대와 인도의 역할 확대를 동시에 허용할 기회와 정당성을 부여하였다. 미국보다는 EU가 인도 원조와 투자에 있어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앞으로 EU의 관여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미국은 2021년 4월 인도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하여 심각한 코로나19 위기에 처하게 되자 설리번(John Sullivan)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인도와 연대 관계를 재확인하고 바이든 대통령도 이를 강조하면서 코로나19 관련 지원 약속을 명확히 하였다. 미국은 인도가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인 ‘코비실드(covishield)’ 생산에 긴급히 필요한 특정 원재료를 확인하고 이를 즉시 인도가 이용할 수 있도록 승인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가 국방물자생산법으로 인도에 백신원료 수출을 금지했던 불편한 관계를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해제하여 다시 연대 관계로 복원한 것이다. 또한, 인도의 코로나19 환자치료와 의료진 보호를 위한 치료제, 신속진단키트, 인공호흡기, 개인보호장구 제공과 함께 인도 백신제조업체인 바이오이(BioE)가 2022년 말까지 10억 회분을 제조할 수 있도록 DFC가 자금을 조달하는 등 미국은 인도에게 백신 완제품 지원을 제외한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약속하였다.[51]   한편, EU의 대인도 지원과 협력증진은 미국보다 공세적이며 중국의 BRI을 견제하기 위한 기획 의도가 보다 명확하게 나타난다. EU는 2021년 5월 ‘유럽연합-인도 커넥티비티 파트너십(EU-India Connectivity Partnership: EICP)’을 기획하고 제15차 인도-EU 정상회의에서 투명하고(transparent), 포용적이며(inclusive), 지속가능하고(sustainable), 포괄적이며(comprehensive), 규칙기반의(rule-based) 접근법을 커넥티비티 제고하기 위해 진작한다는 계획안에 인도와 EU가 합의하였다. [52] 규칙기반 접근법을 강조함으로써, EICP는 중국의 BRI 이니셔티브와 달리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표준을 수용한다는 차별성을 부각시켜 상대적으로 중국의 수정주의적 다자주의를 견제하고 있다. EICP를 통해 EU와 인도는 제3국에 에너지와 교통망 건설, 5G 통신망 구축, 지속가능한 금융 지원, 법치(rule of law) 구축 지원 등을 EU가 인도에 제공할 계획을 담고 있다. [53] 이러한 커넥티비티 파트너십은 2018년 EU가 일본과도 체결한 바 있어서, EU-일본-인도의 연결 전략은 마치 미국의 쿼드와 유사한 네트워킹 파워를 EU가 확보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EU는 지금까지 교착상태에 있었던 인도와의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에 관해 재논의하기로 인도 모디 총리와 합의하였다. 거대한 경제주체인 EU와 인도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중국 견제의 목적이 포함되어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54] 영국도 2021년 하반기에 인도와 자체적으로 자유무역에 관한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EU의 중국 견제 의도는 2021년 9월에 밝힌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 GG)’에서 더욱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55] EU가 중국의 BRI에 대항하기 위하여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새로운 인프라 연결 구상인 GG를 출범시킬 계획인데, 이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EU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은 GG 출범을 통해 파트너 국가에게 투명성과 굿거버넌스를 제공하는 가치기반 접근법을 취하여 종속성이 아닌 연결성을 도모할 것을 강조하면서, 개도국을 부채함정에 빠뜨린다는 비판을 받는 BRI와 GG 간의 차별성 또한 강조하였다. 이와 관련해서, EU는 강제노동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며, 이 역시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 의혹을 겨냥한 조치로 2021년 3월 신장지역 인권침해의 핵심인물인 중국 간부 4인에게 EU 입국 금지를 결정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56]   결국, 미국과 EU의 인도에 대한 지원은 기존 인도와 중국의 갈등구조를 이용하고 코로나19 국면에서 새롭게 인도의 역할을 재조명하여 글로벌 남반구 역내에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친미 또는 친EU 자유민주주의 파트너 국가를 확보하기 위함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13년 BRICS가 출범하여 중국과 인도는 BRICS의 핵심 국가들로서 제3세계 남남협력을 통한 연대와 협력을 인도하며 거대한 인구를 보유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루어 낸 두 아시아 맹주 국가였다. 그러나 인도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인데 반해 중국은 사회주의이자 권위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중국과 인도는 긴장 속의 평화(cold peace)로 표현할 수 있는 연대적 공존 관계를 유지하여 왔다(Smith 2014). 또한 BRICS 내에서도 사무국 유치 문제와 인프라 사업 선정 등과 관련되어 중국과 인도 간의 경쟁적인 관계가 감지되고 있었다(Cynthia et al. 2018; 김태균 2018; Morozkina 2020). 이러한 불안한 평화는 중국과 인도 간의 국경문제로 깨지게 되고 중국의 공격적인 BRI로 인해 두 남반구 강대국들은 상호 신뢰구축에 실패하게 된다. 최근인 2020년 6월 양 국가 국경에서 분쟁이 있어 20명의 인도 군인이 사망하고 중국 인민해방군은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을 발생하였고, 그 이후 구체적인 해결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다.[57] 또한, 중국이 파키스탄과 CPEC를 BRI 사업으로 진행하였고 역사적으로 파키스탄과 갈등 관계에 있는 인도로서는 환영할만한 일이 아니었으며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는 중국의 의도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Sachdeva 2018). 2021년 인도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출몰하여 심각한 코로나19 위기상황에 발생했을 때, 중국은 발 빠르게 인도에 방역의료장비와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하였고 미국은 바로 대응하지 못하고 늑장을 부렸지만, 인도는 중국의 호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드리지 않았다. [58] 한편, 인도의 코로나19 변이 참사에 미국이 늑장대응을 하자 미국이 DPA를 이용하여 백신생산에 필요한 물품 수출을 제한하는 데에 인도가 불만을 표하게 되고, 중국은 이를 이용하여 인도에 원조 제공을 약속하면서 미국을 비난하였다.[59] 이러한 중국의 비난을 인도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과 인도 사이에 이간질을 하는 행위로 받아들일 정도로 중국-인도 국경 갈등은 두 아시아 강대국의 신뢰구축이 실패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60]   인도의 입장에서는 중국과 협력함과 동시에 견제와 경쟁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하여 왔고, 코로나19 국면에서는 보건위기와 인도의 백신생산 역량을 기회로 이용하여 자국의 위치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가 미중 전략경쟁에서 양쪽에 모두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쿼드 참여와 G7의 민주주의 초청대상 국가로 선택되어 미국 중심의 국제정치경제 질서 재편 쪽으로 기우는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가 도래하면서 글로벌 남반구의 백신공급과 이와 관련된 글로벌 공급망 관리를 중국이 장악하게 됨에 따라 인도는 이에 대한 압박을 느끼는 동시에 글로벌 남반구 내 중국이 패권을 일방적으로 확장하는 것에 대하여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남남협력의 협력 파트너인 중국을 적대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도는 기본적으로 중국만을 겨냥한 인태전략의 배타성에는 반대하며 포용적·개발지향적 지역협력을 추구하는 방향을 지향하지만, 공세적인 중국의 BRI에 부채문제 등 곤경에 빠지는 수원국의 입장을 대표하면서 다양한 커넥티비티 파트너십을 EU 및 미국, 일본, 호주 등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핵심 주체들과 함께 추구한다(Sachdeva 2018). 특히, 2015년 BRI 사업으로 시작된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경제회랑(Bangladesh-China-India-Myanmar(BCIM) Economic Corridor)’ 프로젝트에서 인도는 자국이 BCIM의 희생양이라고 평가한 후 BRI 사업 참여에 신중함을 보이다가 중국의 ‘일대일로포럼(Belt and Road Forum)’에 불참을 결정하였는데, 이후 중국은 BRI 프로젝트 명단에서 BCIM을 지우게 된다. [61] 이러한 인도와 중국 간의 상호견제는 앞으로 인도가 더욱 글로벌 남반구의 리더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거나 적어도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하나의 독립된 세력을 구축하도록 인도에게 야망을 제공할 것이며, 동시에 인도는 외교의 기본원칙인 모든 강대국과 이슈와 의제에 맞게 다원적 연결성(multi-connectivity)을 추구할 것이다(Sigdel 2020; Bhardwaj 2022).   단기적으로는 전 세계의 코로나19 위기로 인하여 인도의 백신외교가 중국의 공격적인 백신외교와 충돌될 가능성이 큰 반면에 중장기적으로 인도의 백신생산이 코백스 및 B3W 등의 다자적 플랫폼과 연계되어 인도의 백신외교가 글로벌 남반구 내에서 중국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62] 인도는 2021년 3월 기준으로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의 60%를 생산하고 있는 세계의 백신 공장이며, 인도는 선진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제약산업의 강국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미리 DPA의 제한을 풀어서 백신생산에 필요한 내용물을 인도에게 제공했다면 백신수급이 훨씬 수월했을 것이며 중국의 백신외교에도 인도의 백신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중국의 자국 백신인 ‘코로나백(CoronaVac)’을 글로벌 공공재로 선포하고 글로벌 수준에서 남반구 개도국의 백신 공급망을 장악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대대적으로 코로나백을 공급하고 있는 반면, 인도는 대규모 백신을 생산하지만 자국의 백신이 아니기 때문에 인도의 백신외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주요 생산기지 역할과 지역 수준에서의 백신공급에 머무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63] 이러한 인도의 백신공급과 글로벌 공급망 관리를 지원하기 위해서, 아스트라제네카와 마찬가지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백신의 생산을 인도에서 할 계획을 발표하고 노바백스(Novavax)의 백신을 생산하는 인도 제약회사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함으로써, 인도의 백신역량을 제고하고 중국의 백신외교에는 제동을 거는 효과를 창출하였다. 요컨대, 당분간 인도와 중국은 백신외교에 집중할 것이고, 백신외교의 경합을 통해 글로벌 남반구에서의 패권과 리더십을 누가 장악할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며, 미국이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있는 글로벌 남반구 영역에서 인도는 미국과 EU와 긴밀한 협력관계와 연결성을 유지하여 중국의 BRI과 백신외교에 집합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64]   VI. 결론: 코로나19 변수와 인도 변수   중국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적극적인 백신외교로 글로벌 남반구의 리더십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국제무대에서 글로벌 리더로서 새로운 문명표준으로 중국식 수정주의에 입각한 국제정치경제 질서를 보편화하는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BRI에서 발생하는 부패, 부채함정 등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G7와 함께 B3W를 구상하고 쿼드를 통해 역내 백신문제 해결에 일조하는 등의 전략으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복원하고 규칙기반의 국제질서를 공고하게 다지는 데 노력하고 있다. 미국이 앞으로 글로벌 남반구의 빈곤과 보건위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하는 이유는 미국이 남반구를 직접 또는 연대체를 통해 관리하지 않으면 남반구는 미국의 문명표준과 국제정치질서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반구의 보건위기는 백신공급으로만 종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식량위기와 기후환경위기 등 복합적으로 여타 다른 위기와 연동되어 있으며, UN 등 국제기구에서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국가를 지지할 것인가라는 다자적 정치 이슈도 연결되어 있다. K자 모형으로 포스트-코로나19 경제회복이 진행될 경우, 결국 미국 중심의 북반구 선진국들이 남반구에서 발생하는 경제 불평등 문제를 수용해야 할 것이며, 남반구 불평등 이슈를 중국이 선도할 경우 미중 전략경쟁의 무게중심이 중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코로나19라는 변수는 코로나19 충격 이전의 미중 전략경쟁을 그 이후 더욱 가속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고, 이는 다분히 경로의존적(path-dependent)인 특징을 보인다.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의 중국 BRI에 부패함정과 투명성 부족 등의 문제가 거론되었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은 이미 2019년에 시진핑 주석에 의해 채택되었다. BRI 개선방안은 팬데믹 상황이 도래하면서 HSR과 DSR 등을 새로 도입함으로써 일대일로 2.0으로 전환되었지만, 이는 기존의 정책을 변화하는 환경변수에 맞게 조율하는 것이지 새로운 정책변화가 야기된 사례는 아니다. 미국의 경우도 코로나19 변수를 통해 저개발국가에게 대규모 인프라 자원을 투입하는 새로운 변화는 모색되었지만 실제로 미국이 코로나19 충격 이전에 BDN와 같이 남반구 지원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B3W 구상을 통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 결정에 코로나19 변수는 촉매제 역할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미중 전략경쟁은 코로나19 변수로 인하여 보건위기에 대응하도록 기존 전략을 일부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을 택하게 되어 백신외교와 개도국 인프라 지원이 추가된 더욱 치열한 단계로 경쟁 관계가 심화되어간다.   코로나19 변수로 인하여 완전히 새롭게 발생한 현상을 찾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구현된 새로운 변화로 인도의 부상을 꼽을 수 있다. 다른 현상과 같이 코로나19 변수가 인도의 부상에 있어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인도가 새로운 글로벌 남반구의 리더로, 미국과 EU의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한 현상은 적어도 경로의존성에서 벗어나 경로를 새로이 형성(path-shaping)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정체성은 다원적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서의 정체성은 미국과 북반구 선진국들이 지향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정확히 부합하기 때문에 G7이 민주주의 연대의 파트너로 인도를 정상회의에 초청한 것이고 쿼드의 일원으로 미국, 일본, 호주가 인도를 인태전략에 유입한 것인데, 이는 최종적으로 중국의 공격적 패권확장에 대응하는 목적을 인도가 민주주의 국가들과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글로벌 남반구의 전통적 유산인 남남협력을 선도하는 BRICS의 회원국으로서 인도는 중국과 1955년 반둥정신을 공유하며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주권국가로서 인도는 중국과 국경문제로 갈등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인도 국민의 코로나19 피해를 해결하기 위하여 백신생산과 공급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남반구라는 지역을 관리하는 선도국가 중 하나로서 인도는 세계의 백신공장으로서 백신생산과 공급망에 관여하여 남반구 개도국을 위한 백신외교를 추진할 계획이며 이는 중국의 공세적인 백신외교와 충돌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포스트-코로나19 시대에 주목해야 할 새로운 독립변수는 인도의 부상과 인도의 다원적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에서 바이든 정부가 시진핑 주석의 수정주의적 다자주의에 대한 전략적 인내 2.0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남반구의 핵심 국가인 인도가 미국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백신외교를 지원하고 남반구 내에서 중국과 경쟁하여 남반구가 분열되거나 남반구 대부분이 미국 주도의 규칙기반 국제질서에 적극적으로 편입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다시 말해, 미중의 전략경쟁을 분화하여 남반구 내에서는 중국이 인도와 패권경쟁을 하고 글로벌 수준에서는 미국과 패권경쟁을 하도록 전략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려면 인도가 이슈별로 다양한 파트너 국가와 연결되어 있고 이에 따라 정체성이 다원화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충격과 위기가 백신보급으로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이르면 K자 경제회복 단계에서 인도의 역할이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중요한 변수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포스트-코로나19 시대에는 인도가 어떠한 선택을 하는가가 중요한 독립변수로 작동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상배. 2020. “코로나19와 신흥안보의 복합지정학: 팬데믹의 창발과 세계정치의 변환.” 『한국정치학회보』 제54권, 4호. 김태균. 2018. 『대항적 공존: 글로벌 책무성의 아시아적 재생산』 서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김태균. 2021. “문명적 전환과 포용적 다자주의: 한국의 포용국가연합 선도를 위하여.” 『행정포커스』 제149호. 김태균·이일청. 2018. “반둥 이후: 비동맹주의의 쇠퇴와 남남협력의 정치세력화.” 『국제정치논총』 제58권, 3호.   송승종. 2021.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한일군사문화학회』 제31권, 31호. 정구연·이재현·백우열·이기태. 2018. “인도태평양 규칙기반 질서 형성과 쿼드협력의 전망.” 『국제관계연구』 제23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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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2022-02-10조회 : 4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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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I 워킹페이퍼] 코로나 위기 이후 세계정치경제질서 시리즈②_ 비대면 시대의 디지털 플랫폼 경쟁: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복합지정학

I. 머리말   코로나19 사태의 전개가 국제정치에 미친 영향은 여러 차원에서 나타났지만, 그중에서도 미중 패권경쟁에 미친 영향이 가장 눈에 띈다. 코로나19의 발원지와 관련된 책임 논란을 벌이면서 양국의 갈등은 더 난삽해졌으며,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놓고는 자국 체제의 우월성을 뽐내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대응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양국은 리더십 경쟁을 벌였다. 이러한 미중 갈등의 이면에서 미래 국력의 성패를 내건 안보와 경제 분야의 경쟁이 진행되었음은 물론이다. 특히 사이버 안보와 통상·관세 분야에서 드러난 미중 갈등은 첨단기술 분야로 점차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서 창출된 비대면(非對面, untact) 환경을 배경으로 하여, 기존에 진행되어 온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디지털 플랫폼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2010년대 이래 첨단기술 분야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몇 차례의 국면 전환을 겪으면서 진화하고 있다. 기술경쟁이라기보다는 사이버 갈등과 더 관련되기는 하지만, 2010년대 초중반 미중 갈등의 화두는 ‘중국 해커 위협론’이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미중 갈등의 초점이 경제와 통상 분야로 옮겨 가서, ‘중국산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ICT) 제품 위협론’이 제기되었다. 사이버 안보를 빌미로 한 통상 갈등이 전개되었으며, 화웨이의 5G 통신장비에 대한 수입규제와 이에 뒤이은 글로벌 공급망 갈등이 쟁점이었다. 2019년 중반에 이르러서는 데이터의 초국적 이동과 이에 대한 주권적 통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될 조짐을 보였다. 이러한 진화의 여정에서 2020년 코로나19 사태는 이전부터 진행되었던 미중 디지털 플랫폼 경쟁의 양상을 좀 더 앞당겼다.   미중 디지털 플랫폼 경쟁에 대한 논의는 2000년대 컴퓨터 운영체계(Operation Sys-tem: OS)에서 시작하여 2010년대 인터넷 검색으로 옮겨갔다. 2010년대 후반에는 5G의 도입이 창출하는 인프라 플랫폼이 쟁점이 되었다. 비슷한 시기 디지털 경제의 데이터 플랫폼으로서 클라우드가 쟁점으로 부각되더니, 2020년을 넘어서면서 온라인 서비스 전반의 플랫폼 경쟁이 논란거리가 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확산의 조짐은 향후 모바일 결제를 포함한 핀테크나 좀 더 넓은 의미의 디지털 화폐 분야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이커머스 분야와도 접맥될 것이 전망된다. 이러한 양상은 2020년 후반기 바이트댄스의 틱톡이나 텐센트의 위챗 등과 같은 SNS 미디어와 디지털 콘텐츠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문제제기로 절정에 달한 듯 보였다.   이 글은 이러한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진화 과정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펼쳐 놓은 비대면 환경을 배경으로 한 디지털 플랫폼 경쟁의 부상이라는 시각에서 살펴보았다. 여태까지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장악해 왔다면, 최근에는 중국 플랫폼 기업들이 일부 분야에서 새로운 모델을 개척하고 있다. 초기 플랫폼 경쟁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과 같은 미국 기업들을 제재하는 중국 정부의 조치가 화두였다면, 최근에는 화웨이나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와 같은 중국 기업들을 제재하는 미국 정부의 행보가 관심을 끌었다. 중국 기업들은 더 이상 중국 내수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이른바 ‘차이나 플랫폼’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러한 미중 디지털 플랫폼 경쟁은, 미중 기업들이 벌이는 경쟁인 동시에 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국가 간 경쟁’으로 이해해야 한다. 최근 통상, 주권, 정책, 법, 제도, 민족주의, 동맹, 외교, 국제규범, 전쟁 등이 변수이다. 실제로 이러한 기술경제 분야의 전개 양상은 지난 트럼프 행정부 시기부터 글로벌 공급망 디커플링(decoupling)으로 나타났고, 동맹외교 경쟁으로 증폭되었으며,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러서는 가치와 규범의 경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내보이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최근 거론되는 분할인터넷(Splinternet) 또는 디지털 세계질서의 디커플링에 대한 우려와도 접맥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최근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디지털 플랫폼 경쟁은 지정학적 양상, 엄밀하게 말하면 과거의 고전지정학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로 제안하는 복합지정학의 양상을 강하게 띠고 있다.   이 글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제2장은 코로나19 시대의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서 가속화된 비대면 환경의 부상을 살펴보고, 이 글에서 원용한 플랫폼 경쟁의 복합지정학 시각을 소개하였다. 제3장은 디지털 플랫폼 경쟁의 진화를 5G 인프라 및 모바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알고리즘 및 클라우드·데이터, 디지털 미디어 및 콘텐츠, 이커머스 및 핀테크 플랫폼 등의 네 층위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각 층위에서 작동하는 미국의 플랫폼 권력과 이에 대한 중국의 도전으로 인한 양국의 갈등을 살펴보는 것이 주 관심사였다. 제4장은 개별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양국 기업들의 경쟁이 국가적 차원으로 결집되면서 패권경쟁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복합지정학의 시각에서 살펴보았다. 글로벌 공급망, 동맹외교, 규범·가치, 디지털 세계질서 등의 분야에서 부상할 조짐을 보이는 디커플링 현상에 초점을 맞추었다. 끝으로, 맺음말에서는 이 글의 주장을 종합해서 요약하고 한국이 모색할 디지털 플랫폼 전략의 방향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II. 비대면 환경과 플랫폼 경쟁의 이해   1.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환경의 부상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말은 1990년대 말에 처음 등장했는데, 사회 전반에 ‘디지털(Digital)’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전통적인 사회구조를 ‘전환(Transformation)’ 시킨다는 의미다. 디지털전환은, 주로 비즈니스 영역에서 사용된 용어인데, 제한된 분야에 적용되는 기술혁신과 달리, 기업 경영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비즈니스 모델까지도 변화시킨다는 뜻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비즈니스 영역을 넘어서 사회 전반의 대전환(Great Transformation)을 의미하기도 한다. 코로나19와 함께 글로벌 산업계는 디지털 전환에 올인하고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맞물려 있는 이 시기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강박관념을 낳고 있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 전환은 기업생존 또는 국가생존의 필수 전략이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어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4차 산업혁명의 전개와 밀접히 연관된다. 1차 산업혁명의 기계화, 2차 산업혁명의 산업화, 3차 산업혁명의 정보화, 4차 산업혁명의 지능화라는 논의 선상에서 보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전환’을 초래하는 핵심 변수이다. 인공지능, 머신러닝,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로봇 공학 같은 지능형 디지털 기술에는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이 존재한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 전체 시스템의 변화, ‘시스템 충격’을 논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기업, 국가 등은 생산성 향상과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 및 미래 국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러한 디지털 전환이 하나의 트렌드로 성숙하고 있었다면, 코로나19는 이러한 디지털 전환을 불가피하게 수용하고 그 수용을 가속화 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환경을 창출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차원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환경이 급속히 조성되었다. 재택근무의 도입으로 온라인 쇼핑, 택배주문, 온라인 뱅킹 등 비대면 경제도 급부상하고 있다. 구글, 넷플릭스 등과 같은 온라인 기업, 특히 줌(Zoom) 같은 화상회의 플랫폼 기업이 떴다. ICT기업은 물론 전통 제조업 분야에 속하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온라인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온라인 기반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고, 디지털 경제와 비대면 경제로의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비대면 경제를 넘어서 좀 더 포괄적인 의미의 비대면 사회의 도래도 예견되는데, 원격의료, 원격강의, 화상회의를 통한 의사결정, 비대면 의정활동과 선거운동, 비대면 화상회의를 통한 국제 외교활동 증대 등이 도입되고 있다.   2. 플랫폼 경쟁의 복합지정학   ‘플랫폼(platform)’은 평평한 단(壇)이라는 뜻으로 그 위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場)을 의미한다. ‘디지털 플랫폼’이란 ‘온라인에서 공급자와 수요자의 거래를 중개하는 장’이다. 디지털 기술의 지속적 발전으로 기존 온라인 서비스가 디지털 플랫폼 형태로 발전하면서, 공급자와 수요자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규칙을 따르기만 하면 직접 만나지 않고도 다양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들은 상호작용의 규칙을 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권력과는 다른 성격의 ‘플랫폼 권력’을 발휘한다. 이러한 권력의 밑바탕에는 해당 플랫폼에 참여하는 사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그 플랫폼의 가치가 더욱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깔려 있다(설진아·최은경 2018). 이 글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플랫폼 권력을 놓고 글로벌 차원에서 미중이 벌이는 기술패권 경쟁이다.[1]   여태까지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장악해 왔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구글(Google), 애플(Apple),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 아마존(Amazon) 등이 대표적 사례인데, 흔히 TGiF, GAFA, FANG, MAGA 등과 같은 약자로 불리기도 한다.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 화웨이(Huawei) 등과 같은 중국 기업들도 크게 성장하여 BAT 또는 BATH로 지칭되기도 한다. 초기만 해도 이들은 구글과 바이두, 애플과 화웨이, 페이스북과 텐센트, 아마존과 알리바바와 같이 부문별로 대결 구도를 형성했으나, 최근에는 이들 기업의 사업 범위가 확장되고 전선이 교차하며 전방위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미국의 넷플릭스(Netflix)나 중국의 바이트댄스(ByteDance)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 기업들이 진입하면서 대결의 구도는 점점 더 복잡하게 되었다(Galloway 2017; 다나카 미치아키 2019).   여기서 특히 주목할 것은 중국 플랫폼 기업들의 약진이다. 중국 시장은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여 이커머스, 핀테크, SNS 등 다양한 플랫폼 비즈니스의 온상이 되었다. 특히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플랫폼 비즈니스는 해당 분야를 넘어서 중국이라는 거대한 사회·경제 시스템의 운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중국의 플랫폼 비즈니스들은, 예전에는 미국 모델을 베끼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일부 분야에서 새로운 선도모델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마저도 보인다. 또한, 이들이 더 이상 중국 내수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차이나 플랫폼’의 가능성은 거대한 규모의 중국 시장을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 효과를 배경으로 함은 물론이다(윤재웅 2020; 유한나 2021).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 경쟁은, 미중 기업들이 벌이는 경쟁인 동시에 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국가 간 경쟁’으로 이해해야 한다. 최근 통상, 주권, 정책, 법, 제도, 민족주의, 동맹, 외교, 국제규범, 전쟁 등이 변수가 되고 있다(Mori 2019). 국경을 넘어서는 디지털 무역이 쟁점이고,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통화가 문제시되며, 사이버 동맹외교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국 차원을 넘어서 국가군(群)을 단위로 글로벌 가치사슬이 재편되고 인터넷마저도 지정학적 구도로 양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단순한 기술경제 현상이 아니라 지정학적 현상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패러다임이었던 고전지정학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고전지정학 이외에 비(非)지정학, 비판지정학, 탈(脫)지정학 등의 여타 이론적 시각이 대상으로 삼는 현상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자는 것이다(김상배 2018).   실제로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그 연속 선상에서 본 디지털 플랫폼 경쟁에는 복합지정학(Complex Geopolitics)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비지정학의 시각에서 볼 때, 5G 인프라 플랫폼과 코로나19 백신 분야의 경쟁은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한 반도체와 바이오·제약 산업의 기술경쟁 및 이와 연관된 글로벌 공급망의 디커플링을 야기했다.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나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같은, 고전지정학의 단골 주제인, 동맹과 외교의 문제로 연결되었다. 아울러 구성주의적 비판지정학에 논하는 가치와 규범, 그리고 이념도 미중 디지털 플랫폼 경쟁의 중요한 아이템이 되었다. 이러한 현상들은 사이버 공간이라는 탈지정학적 공간을 배경으로 해서 벌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분할인터넷의 부상과 디지털 세계질서의 디커플링으로 대변되는 플랫폼 경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Ⅲ. 비대면 시대의 미중 디지털 플랫폼 경쟁   1. 5G 인프라 및 모바일 플랫폼 경쟁   1) 5G 인프라 플랫폼 경쟁   최근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환경의 정비와 관련된 디지털 인프라 구축의 경쟁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5G 분야의 미중경쟁이다. 5G 기술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인 화웨이가 선두주자인데, 2017년 기준으로 화웨이의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28%로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화웨이의 기술적 공세에 대해서 미국은 사이버 안보를 빌미로 제재를 가했다. 이러한 틈을 타고서 미국은 2020년 3월 ‘5G 보안 국가전략’을 발표하여 5G 분야의 주도권 확보를 노렸다. 그러나 미국이 코로나19 여파로 5G 투자에 주춤하는 사이, 먼저 안정세를 찾은 중국은 2020년 50만 개의 5G 기지국 건설한다는 목표 아래 자국 내 5G 네트워크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오일석 2020).   미국 내에서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와 관련된 사이버 안보 논란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었지만, 미중 양국의 외교적 현안으로까지 불거진 것은 2018년 들어서의 일이다. 2018년 2월 중앙정보부(Central Intelligence Agency: CIA), 연방수사국(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FBI), 국가안전보장국(National Security Agency: NSA) 등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일제히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8월에는 미 국방수권법이 화웨이를 정부 조달에서 배제하기로 하더니, 12월에 이르러서는 화웨이 창업자의 맏딸인 멍완저우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9년 초에는 미국이 우방국들에게 화웨이 제품을 도입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하는 외교전을 벌이더니, 5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민간 기업들에게도 화웨이와의 거래 중지를 요구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화웨이로 대변되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추격은 5G 시대 미국의 기술패권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되었다. 5G 기술의 표준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에서, 미국이 제대로 준비가 되기 전에 화웨이가 치고 나왔다는 점이 문제였다(Johnson and Groll 2019). 화웨이는 4G LTE 시절부터 저가 경쟁을 통해 몸집을 키운 뒤 늘어난 물량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키우는 전략을 통해 경쟁사보다 20~30% 저렴하면서도 기술력도 뛰어난 수준에 이르렀다. 2018년 현재 화웨이의 글로벌 이동통신 장비 시장점유율은 28%로 세계 1위였다. 에릭슨과 시스코의 연합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머뭇거리고 있던 사이,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초기 투자를 집중하여 ‘선발자의 이익’을 누리게 되었다(원병철 2018).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은 화웨이 문제를 산업의 문제가 아닌 안보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웨이 제품에 심어진 백도어를 통해서 미국의 국가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데이터가 빠져나간다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화웨이 문제는 ‘실재하는 위협’으로 부각되었으며, 이러한 담론에 근거해서 대내외적으로 화웨이 제재의 수위를 높여갔다. 이에 대해 화웨이와 중국 정부는 화웨이 제품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의심과 경계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주관적으로 위협을 과장함으로써 이를 통해 달리 얻고자 하는 속내가 있다는 논리로 맞섰다. 화웨이 제품의 사이버 안보 문제를 놓고 벌이는 미중 간의 ‘말싸움’은 미래의 안보위협을 놓고 벌이는 안보화(securitization)의 전형적인 양상을 보여주었다.   2) 모바일 플랫폼 경쟁   5G 인프라 장비 분야와는 달리 이동통신 단말기인 스마트폰 OS의 플랫폼은 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2020년 12월 현재 글로벌 모바일 OS에서 구글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72.48%이고 애플의 iOS는 26.91%이다. 양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99%가 넘는다. 중국 시장을 살펴보아도,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80%가 넘고, iOS의 점유율도 19%이다. 중국은 독자 OS 개발을 위한 노력을 다방면으로 기울였지만, 샤오미의 자체 OS인 미유아이(MiUI) 정도가 안드로이드 기반임에도 중국색을 유지한 정도였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을 보유한 중국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인데, 중국 시장에서 모바일 기기의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OS의 독자개발에 대한 열망도 커지고 있는 형세이다.   2019년 8월 화웨이는 자체 모바일 OS로서 안드로이드 앱과 호환되는 ‘훙멍 2.0’을 공개하고, 2020년부터는 훙멍으로 구동하는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제재를 예견하고 화웨이는 오랫동안 훙멍을 개발해왔는데, 화웨이 사태가 가열화되면서 갑자기 안드로이드를 정상적으로 쓸 수 없는 상황에 대비코자 한 것이다. 화웨이가 훙멍을 채택한 것은 단순히 OS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는 문제이다. 앞으로 화웨이가 자체 OS를 내놓더라도 지메일, 유튜브, 플레이스토어와 같은 구글의 핵심 서비스를 지원하지 못하게 되면, 전 세계나 중국 사용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王成录 2021).   모바일 앱스토어 플랫폼 경쟁에서도 미국 기업들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애플은 자사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위해서 전세계의 개발자가 앱을 판매하는 애플 앱스토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애플은 모바일 OS와 앱스토어의 가치사슬을 구성하여 사용자의 구매 충성도를 높이고 콘텐츠 수익을 극대화하는 생태계를 마련하였다. 앱스토어에서 앱 개발자들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앱을 판매하면 판매액의 30%를 애플에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는 구조가 애플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 주었다. 애플과 마찬가지로 구글도 모바일 앱스토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구글이 운영하는 구글 플레이로 앱을 다운로드한다. 구글 플레이를 통해 판매되는 앱이나 인앱 결제 콘텐츠에 대해 구글도 판매액의 30%를 수수료를 받는다. iOS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앱은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다운로드 할 수 있는데 반해, 안드로이드에서 구동되는 앱은 구글 플레이 이외의 다른 곳에서도 다운로드 할 수 있다. 이렇듯 구글은 앱 판매에서 애플만큼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지 않다.   애플이 구글보다 앱스토어 생태계에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시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애플 앱스토어가 창출하는 매출액의 약 반가량이 중국에서 발생한다(<뉴시스> 2020/6/18). 애플의 성공에는 2010년 구글 철수 이후 중국에서 구글 플레이가 제공되지 않는 현실이 큰 변수로 작용했다. 중국에 보급된 안드로이드폰들은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Andriod Open Source Project: AOSP)’를 기반으로 자체 OS를 만들어서 탑재하는데, 이 AOSP에는 안드로이드 OS의 핵심만 제공될 뿐, 구글의 여타 서비스들은 탑재되어 있지 않다.   갑자기 구글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바람에 구글 플레이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독자적으로 앱스토어를 운영해야 했다. 또한, 중국의 앱 개발자들도 구글 플레이 대신 다양한 앱스토어에 맞는 앱을 개발해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0년 초반, 샤오미,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4사가 글로벌 개발자 서비스 연합(Global Developer Service Alliance: GDSA)라는 독자적인 앱스토어 플랫폼 개발에 나선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GDSA에 여러 중국 업체들이 동참한 것은 미중 갈등이 지속되며 그 여파가 화웨이 이외의 업체에까지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2. 인공지능(AI) 및 데이터 플랫폼 경쟁   1) AI 알고리즘 플랫폼 경쟁   미중 디지털 플랫폼 경쟁에 대한 논의는 인터넷 환경의 확산과 함께 본격화됐다. 구글이 장악한 인터넷 검색 분야는 인터넷 플랫폼 경쟁이 벌어진 대표적인 초기 사례이다. 그러나 구글은 중국 시장 진출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끝내 구글은 2010년 1월 구글은 중국 시장 철수를 발표했다. 구글이 철수한 빈자리에 시장점유율 70-80%를 차지하며 아성을 구축한 중국 검색업체는 바이두였다. 바이두는 검색 서비스를 통해 축적한 강력한 데이터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데이터를 결합한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들을 벌이고 있다.   오늘날 인터넷 서비스에서는 AI 알고리즘의 설계역량을 바탕으로 한 플랫폼의 구축이 관건이다(이승훈 2016). GAFA로 알려진 미국 기업들이 이러한 새로운 양식의 경쟁을 선도해 가고 있다. 중국도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중심으로 개별 기업의 자체적인 연구개발 외에도 국가적 목표를 위해 연구프로젝트를 분담하여 추진하고 있다. 2017년 중국 과학기술부는 ‘신세대 AI 개방형 혁신 플랫폼’으로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아이플라이텍을 선정함으로써 이러한 모델의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바이두는 자율주행차, 알리바바는 스마트시티, 텐센트는 의료기기 이미징, 아이플라이텍은 스마트 음성인식 등을 맡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AI 플랫폼 경쟁에서 미중 양국의 전략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은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개방형의 AI 생태계를 조성하고 여기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미국은 주로 AI의 개념설계는 선도적으로 투자하고, 나머지 단계는 개방형 전략을 취하여 추격을 방어하고 글로벌 AI 인재들과 협업하는 방식을 병행한다. 이에 비해 중국은 미국의 AI 생태계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이를 모방하는 한편, 방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생태계의 구축을 꾀하는 전략을 취한다(김준연 2020).   최근 AI가 특정 산업을 넘어 IT산업 전반과 융복합되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향후 미중 양국의 경쟁도 새로운 국면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견된다. 중국과의 경쟁에 가세한 미국 IT기업들의 면모만 보아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은 산업과 서비스의 영역 구분을 넘어서 이들을 가로지르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전략은 개별 기술경쟁이나 특정 산업영역에서 전개되는 경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플랫폼 경쟁을 지향한다. 넓은 의미에서 이들의 경쟁은 단순한 기술패권 경쟁을 넘어서 종합적인 미래 국력경쟁으로,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정책과 제도 및 체제의 경쟁으로 확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AI 분야에서 이러한 정책-제도-체제경쟁은, AI 규제 원칙에 대한 미중의 입장차로 드러났다. 대체로 미중의 AI 규제 원칙은 명분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실제로 AI을 개발·적용하는 과정에 이르면 상대방의 행태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어, AI 규제 정책이나 윤리규범을 둘러싼 마찰과 충돌의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인권과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자발적 규제를 강조한다면, 중국은 인공지능의 적절한 거버넌스를 위한 조화와 협력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차이는 양국 간의 상호 불신과 신념 차이 등의 요소에 편승하여 자국에 편리한 방향으로 해석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차이는 최근 중국의 안면인식 인공지능과 관련된 논란으로 불거졌다. 2019년 10월 트럼프 행정부는 인권 탄압과 미국의 국가안보 및 외교 정책에 반한다는 이유로,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불법 감시에 연루된 지방정부 20곳과 기업 8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여기에는 센스타임, 메그비, 이투 등 중국의 대표적 인공지능 기업들이 포함됐다. 이러한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과 지능형 감시 시스템이 세계 각국으로 빠르게 수출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일대일로 참여국에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중국의 통신망과 감시 시스템을 함께 이식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 클라우드·데이터 플랫폼 경쟁   디지털 플랫폼 경쟁에서는 인공지능 활용하여 이미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관건이다. 클라우드는 이런 데이터를 담기 위한 인프라이다. 이 분야에서는 2002년 서비스를 시작한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 AWS)가 선두주자이다. 이후 미국 기업들과 정부의 관심도 높아졌다. 2010년 미 연방정부의 IT 개선을 위한 중점과제로 ‘클라우드 퍼스트(Cloud First)’ 정책을 채택했다. 이후 2017년 미 정부는 모든 정보화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으며, 좀 더 강경한 기조의 ‘클라우드 온리(Cloud Only)’ 정책도 채택됐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의 AWS, MS의 애저, 구글의 클라우드 플랫폼의 3강 체제이다. 2019년 이들 3사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32.3%, 16.9%, 5.8%이며, 합산 점유율은 55%에 달한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합산 점유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황선명 외 2020).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중국 기업들은 급속히 성장하며 추격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산업 개발에 나선 것은 2015년 ‘제조 2025’의 일환으로 발표된 ‘클라우드 발전 3년 행동계획(2017-19)’과 함께 클라우드 사업을 육성한 이후이다(中华人民共和国工业和信息化部, 2017).   미중의 클라우드 갈등은 정부 차원으로도 비화하여 데이터의 초국적 유통을 의제로 2019년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제기된 바 있다. 미국이 자국의 빅데이터 기업들의 이익을 내세워 데이터의 초국적 유통을 옹호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데이터를 일국적 자산으로 이해하고 원칙적으로 데이터의 초국적 이동을 제한할 것을 주장했다(강하연 2020). 특히 데이터 주권의 개념을 내세워 자국 기업과 국민의 데이터를 보호하고 데이터 유통 활성화 및 그 활용역량을 증대시키려고 한다. 데이터 현지 보관, 해외반출 금지 등으로 대변되는 ‘데이터 국지화(Data Localization)’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Liu 2020).   이러한 논리에 기반을 두고 중국 정부는 자국 시장에 대해 미국 클라우드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클라우딩 시장을 비롯해 중국 IT시장의 폭넓은 개방을 요구해왔다. 중국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하려면 중국 업체와의 합작법인을 설립해야 하고, 이는 중국 파트너에 대한 기술이전으로 이어지게 되어, 사실상 시장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많았다. 이에 비해 중국의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제약 없이 활동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었다(최필수·이희옥·이현태 2020).   게다가 중국 정부는 화웨이 사태를 거치면서 데이터 안보를 강화하는 법안 마련에 나섰다, 2020년 7월 중국은 ‘홍콩국가보안법’ 시행에 이어 정부와 기업이 취급하는 데이터를 엄격히 관리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데이터보안법’ 제정에 나섰다. 이 법안에는 다른 국가가 데이터 이용과 관련해 중국에 차별적인 조치를 취하면, 이에 대응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과의 갈등을 고려한 조항도 추가됐다. 외국 정부 등이 투자와 무역 분야의 데이터 이용과 관련해 중국에 차별적인 제한·금지 조치를 취하면, 이에 상응하는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2020년 8월 미국의 클린 네트워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클린 클라우드’를 강조하는 데서 나타났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미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 텐센트, 틱톡에 이어 ‘신뢰할 수 없는 중국 기술기업’을 퇴출하라고 촉구하면서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거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알리바바, 바이두, 차이나 모바일, 차이나 텔레콤, 텐센트 등과 같은 기업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에 미국민의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와 코로나19 백신 연구를 포함한 우리 기업의 가장 가치 있는 지식재산이 접근되지 않도록 보호”하겠다고 밝혔다(하만주 2020).   3. 디지털 미디어 및 콘텐츠 플랫폼 경쟁   1)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 경쟁   눈 플랫폼의 대명사인 페이스북은 사람들을 플랫폼에 모이도록 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최적화한 광고를 올려 수익을 올리는 모델로 성공을 거두었다. 이를 바탕으로 인스타그램, 메신저와 왓츠앱, 오큘러스 등의 사업도 벌였다. 그러나 중국은 2003년부터 자국 내에서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해외 주요 SNS의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한 중국 시장의 틈새를 파고든 것이 텐센트였다. 텐센트의 최대 무기는 10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SNS 메신저 위챗이다. 텐센트의 위챗은 단순한 모바일 메신저 앱이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 앱’이다. 이 밖에도 텐센트는 폭넓은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 제공, 결제 등 금융 서비스,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율주행이나 의료 서비스의 참여, 클라우드 서비스, 이커머스 등이 그것들이다.   최근 텐센트는 주요 사업인 게임, 음악, 모바일 메신저 분야에서 해외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텐센트의 지역별 투자에서 미국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김성옥 2020). 2020년 9월 미국 정부는 텐센트와 미국 기업들의 거래를 금지했다. 텐센트의 주력 서비스인 위챗도 미국에서 쓸 수 없게 했다. 이 제재로 최근 2-3년 간 내수 기업의 한계를 넘기 위해 글로벌 게임·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던 텐센트는 발목이 잡혔다. 미국의 제재가 게임까지 번진다면, 매출도 큰 타격을 입는다. 그러나 텐센트에 대한 제재는 미국 연방법원에서도 논란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애플, 월마트, 포드차 등 미국 기업들에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오로라 2020).   미국 정부는 디지털 동영상 서비스인 틱톡도 제재하여 논란거리가 됐다. 디지털 동영상 플랫폼이 인터넷으로 진입하는 첫 관문으로 거듭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큰 의미를 갖는 사건이었다. 최근 가입자가 급증하는 디지털 동영상 플랫폼은 유튜브이다. 페이스북이 사람들의 관계와 그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소식, 엄밀하게 말하면 소식이 만들어지는 관계를 콘텐츠화하는 서비스라면, 유튜브는 콘텐츠 자체인 동영상을 서비스한다. 바이트댄스의 틱톡은 유튜브에 위협적 존재로 인식되었다.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틱톡의 성공은 유튜브처럼 전문적인 영상편집 기술이 없어도 동영상 제작이 가능한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트댄스(ByteDance)는 기존의 BAT에서 바이두(Baidu)를 밀어내고 새로운 BAT를 구성하는 것으로까지 평가된다. 중국의 대다수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내수를 근간으로 한 로컬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틱톡은 기술 기반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초기부터 자리매김했다. 기존 중국의 IT 기업들이 자국의 방대한 내수시장 공략에만 집중한 탓도 있지만, 중국 이외 지역으로 뻗어가기에는 기술력과 확장성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심지어 알리바바나 텐센트와 같은 초대형 IT기업들도 중국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힌 내수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플랫폼 기업들이 대륙을 벗어나 전세계 무대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며 글로벌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과정에서 바이트댄스 같은 기업의 역할이 컸다(윤재웅 2020, 259).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2020년 8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틱톡을 금지하고 틱톡과 관련한 미국 내 자산을 모두 매각하라는 행정명령에 내렸다. 이에 바이트댄스는 오라클, 월마트 등과 매각 협상을 벌이면서 미국 내 틱톡 사업을 관장할 ‘틱톡 글로벌’을 만들기로 합의하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같은 틱톡의 핵심기술을 수출제한 목록에 올리는 맞불 정책을 펴면서 틱톡 매각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중국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는 향후 그 대상기업을 바꾸어 가면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지만, 결국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러 바이트댄스의 틱톡에 대한 제재는 다소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경쟁   SNS 또는 디지털 동영상 분야의 플랫폼 경쟁과 함께 주목해야 하는 것이 오버더톱 (Over The Top: OTT 플랫폼 경쟁이다. OTT는 인터넷으로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 교육 같은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OTT 플랫폼 기업으로는 넷플릭스가 선두주자이다.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은 시네매치라는 핵심 알고리즘에 있는데, 사용자의 콘텐츠 소비 형태를 분석하여 기기별 상황에 따라 콘텐츠를 추천한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뒤를 디즈니와 애플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김익현 2019; 고명석 2020).   중국 미디어 시장도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TV 등 유선방송에서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본격적인 전환이 이루어지며 아이치이, 텐센트 비디오, 유쿠투도우 등 OTT 플랫폼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2015년 1,100만 명에 불과하던 아이치이의 유료 회원 수는 2019년 2분기에 1억 명을 돌파했다. 중국 미디어 산업의 주도권이 점차 OTT로 넘어오면서 2015년을 기점으로 동영상 플랫폼 업체의 콘텐츠 구매 가격이 TV방송사의 구매 가격을 넘어섰으며, 2017년에는 동영상 플랫폼 업체의 콘텐츠 투자 규모가 TV 방송사보다 커졌다(윤재웅 2020, 244).   BAT로 대변되는 중국 플랫폼 기업들은 영화산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영화산업은 이들 기업이 기존 플랫폼을 활용하는 아주 매력적인 통로이다. 중국의 박스오피스 매출이 주로 온라인 결제를 통해서 이뤄지는 상황에서 영상 콘텐츠를 확보한 후 스트리밍 서비스와 광고로 매출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영화의 제작, 유통, 연예기획 외에도 홍보, 결제에 이르기까지 영화산업 전반에 진출하였다. 바이두는 영화 배급과 제작보다는 인터넷 전용 콘텐츠를 통한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김상배 2017, 113).   디지털 콘텐츠 소비에서 사용자들의 ‘시간’이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면, OTT의 가장 큰 경쟁자는 게임이다. 게임산업은 대략 스마트폰용 모바일 게임이 45%, 콘솔게임이 32%, 온라인과 패키지를 포함한 PC게임이 23%를 차지한다(김창우 2019). 콘솔게임 분야는 MS·소니·닌텐도 등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고, 모바일 게임 분야의 신흥 강자는 중국이다. 게임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 보니 최근에는 미국의 플랫폼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게임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중국 게임 개발사들이 놀랍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게임산업 보호정책도 한몫했다. 중국 업체들은 게임 운영에 필요한 경험을 축적하고 사용자들의 성향을 파악할 시간을 벌었다. 더불어 자본을 축적한 중국 게임업체들은 해외 유수 기업을 인수·합병하면서, 이들이 가진 게임 콘텐츠와 기술력, 그리고 개발인력까지 흡수해서 몸집을 불려 나갔다. 또한,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형성된 모바일 환경은 중국 게임산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양종민 2020, 330).   중국과 전 세계의 게임시장을 선도하는 게임 플랫폼 기업은 텐센트이다. 최근 텐센트는 전 세계에 걸친 투자를 통해 게임산업 체인을 만들어가고 있다. 텐센트의 공격적 행보는 미국 정부의 제재를 유발하기도 했다. 2020년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The 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 CFIUS)는 텐센트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와 에픽게임즈에 서한을 보내 미국 사용자의 개인정보 처리 내규에 대한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위챗 금지의 행정명령을 내린 것과 맞물리며 미국 정부가 텐센트 제재에 착수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김연하 2020).   4. 이커머스 및 핀테크 플랫폼 경쟁   1) 이커머스 플랫폼 경쟁   이커머스 분야의 선두 기업은 미국의 아마존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한 아마존은 의류와 식품, 가전을 거쳐 디지털 콘텐츠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금융 서비스, 오프라인 상점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다양하게 확장했다. 특히 물류 서비스에서 아마존은 트럭에서 항공기, 드론까지 더 빨리, 더 많이 배송하기 위해 첨단기술의 동원에 힘썼다. 이런 아마존도 중국 진출에는 실패했다. 아마존은 2017년 7월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15년 만에 중국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에 비해, 알리바바는 중국 이커머스 시장의 약 62%를 차지하고 있다. 스스로 구매해서 파는 직판이 주류인 아마존에 비해, 마켓플레이스형 사업이 주류인 알리바바는 매일 수많은 사용자의 수요를 파악해 맞춤형 추천상품을 소개하는 작업에 인공지능을 사용한다.   알리바바는 이커머스와 인공지능뿐 아니라 핀테크, 클라우드, 온라인 헬스케어, 자율주행OS 등 다양한 분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이커머스와 간편결제 분야의 강자로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여 수요자 맞춤형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해왔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알리바바의 장기 비전은 첨단기술 역량을 결합하여, 중국인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들이 알리바바 플랫폼에 의존하는 일종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이는 알리바바 생태계 내의 모든 거래와 관련된 기능을 온라인에서 조직하는 일종의 ‘하이퍼 플랫폼’이라고 평가된다(김성옥 2020).   이러한 알리바바의 모델은 거대한 규모의 중국 시장을 바탕에 깔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경쟁력을 견고히 한 후 2016년부터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하였다. 알리바바는 중국의 이커머스 성공 경험을 6억 명의 잠재 소비자를 보유한 동남아로 확장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2016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5개국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라자다를 인수했다. 이후 알리바바는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업체인 토코피디아에 거액을 투자했다. 그 결과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20억 달러 이상인 동남아시아 6개 국가 중 점유율 상위 4위 기업순위에 알리바바 관련 기업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알리바바가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을 사실상 평정한 것이다”(윤재웅 2020, 240).   이커머스의 글로벌 영향력 강화는 핀테크, 클라우드 계열사도 함께 현지 시장에 진출하면서 동남아 지역의 알리바바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커머스 사업의 해외 진출이 모바일 결제로 연결되면서 알리바바의 핀테크 기업인 앤트파이낸셜은 동남아 지역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모바일 결제 플랫폼 기업에도 투자를 확대하면서 동남아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중국의 클라우드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알리바바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 본토 외에 호주, 인도네시아, 인도,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도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한다.   2020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알리바바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거론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이다. 알리바바의 확장은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동남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아마존 권역과 알리바바 권역의 충돌이라는 도식이 그려진다. 아마존은 북미와 유럽, 일본을 점령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의 승리 여부에 미래를 걸고 있다. 이에 대항하는 알리바바는 중국에서의 압도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아시아를 석권한 데 이어 일본과 유럽을 공략하고 있다. 이 승패는 향후 아마존과 알리바바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명운을 결정짓는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Ninia 2020).   2) 디지털 화폐 플랫폼 경쟁   이커머스 플랫폼 경쟁은 모바일 결제 플랫폼과 연동된다. 2010년 설립된 미국의 페이팔은 디지털 결제시장에서 원조로 꼽히며 성장이 기대되었다. 그러나 정작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 혁신을 주도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기업들은 일상생활과 밀접히 연관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며 금융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그 결과 중국인의 90% 이상이 모바일 결제 수단으로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사용하고 있다(이왕휘 2018; 김채윤 2020). 중국에서는 모바일 결제를 통해 쌓인 빅데이터가 이커머스, 모빌리티, O2O,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되면서 기존 산업구조를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윤재웅 2020, 66).   알리페이는 모바일 국제결제 시스템을 신용카드 보급이 더딘 동남아로 확장했다. 2015년 인도 페이티엠의 지분 40% 확보를 시작으로, 2016년 태국 트루머니, 2017년 한국 카카오페이, 필리핀 지캐시, 알리페이홍콩, 말레이시아 터치앤고, 인도네시아 다나, 2018년 파키스탄 이지파이사, 방글라데시 비캐시까지 9개국 12억 명의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막대한 자금력과 QR코드 등 중국에서 수년간 축적한 서비스 경험을 결합했다. 모바일 결제는 이들 국가의 알리바바 생태계에서 조용히 지배력을 넓혀가는 플랫폼이다. 이에 사용자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알리페이의 일원이 되고 있다(서봉교 2020).     알리페이를 겨냥한 미국 정부의 견제도 거세다. 2018년 1월 CFIUS는 앤트파이낸셜이 미국 최대 송금서비스 업체 머니그램을 인수하는 것을 제지했다. 또한, 2020년 들어서는 미국 정부가 앤트파이낸셜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며 제재의 칼을 뽑아 들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미국이 중국 최대 핀테크 업체 제재까지 고려하고 나선 것은 달러 중심 금융 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알리페이 등 디지털 기반 송금 시스템은 기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SWIFT)를 우회하기 때문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앤트파이낸셜 제재의 기저에는 미국 주도의 국제 신용카드 기반 SWIFT 시스템에 대한 중국발 모바일 결제 플랫폼의 도전이 있다(서봉교 2019).   2019년 6월 페이스북이 공개한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인 리브라는 디지털 화폐 플랫폼 경쟁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현재 디지털 화폐 분야에서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대상은 2020년 4월 중국이 시연을 보인 디지털 위안화 또는 디지털 화폐 및 전자결재 (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 DCEP)다. 중국은 장기적으로는 달러 중심의 기존 국제 통화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기존의 위안화로는 기축통화인 달러의 패권을 흔드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은 디지털 화폐라는 우회적인 방식을 통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것이다(이성현 2020). 미국 정부는 디지털 화폐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는데. 2020년 들어 코로나19 재정지원금 지급 등에서 정부 주도로 ‘디지털 달러’를 발행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었다. 이러한 변화에는 디지털 위안화 요인이 자극제가 되었다(이광표 2020).   이러한 중국과 미국의 디지털 화폐 분야의 행보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디커플링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예를 들어, 2018년부터 알리바바가 알리페이를 통해 분산형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한 국제송금을 본격화했는데, 필리핀, 파키스탄 등으로 송금 대상국을 확대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일개 기업의 금융 서비스라고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쪼개질 가능성이 있는 세계 금융권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이 채무상환이나 무역 대금 결제 등과 관련해 별도의 금융 시스템을 구축할 실질적인 위험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다나카 미치아키 2019, 292).   Ⅳ. 디지털 플랫폼 경쟁의 복합지정학   1. 글로벌 공급망 갈등의 비지정학   2019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주요 IT기업들에게 화웨이와의 거래 중지를 요구했다. 미국 당국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렸고, 주요 민간 IT기업들에게 거래 중지를 요구했다. 이러한 조치는 화웨이 제품의 수입중단 조치와는 질적으로 다른 파장을 낳았다. 글로벌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품 공급 차질에 따라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 등이 막힌다면, 화웨이는 미국의 의도대로 5G 이동통신 시장에서 완전히 축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방안이 현실화 된다면 미국의 통신장비 공급망이 완전히 새롭게 짜이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이슈와 관련된 미중 기술경쟁의 가장 큰 현안은 반도체다. 미국의 원천기술이 전 세계 거의 모든 반도체에 사용되는 등 우위를 점한 가운데, 중국이 추격 중이다. 중국의 낮은 반도체 자급률도 문제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45% 내외를 차지하고, 반도체 수입액은 원유 수입액을 상회한다. 이에 ‘중국제조 2025’는 70% 자급률의 목표를 내걸었다.   최근 미국은 반도체를 대중 압박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5G 통신장비 문제로 논란이 된 화웨이의 공급망을 차단하기 위해서 TSMC를 압박하고 SMIC를 제재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기존의 대중 제재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 내 생산 비중이 44%밖에 안 되는 반도체 공급망의 복원력을 강화하기 위해 리쇼어링을 추구하는 한편, 미국의 반도체 기술혁신과 생산역량 증대를 위한 포괄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대해 중국도 반도체 기술역량을 강화하는 지원책 확대로 맞섰다. 2020년 8월 중국 국무원이 반도체 산업 진흥책을 발표한 데 이어, 2021년 3월에는 실행 계획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반도체와 함께 쟁점이 된 분야는 배터리, 전기차, 친환경 소재 등이다. 반도체와는 달리 배터리 분야는 중국 업체들이 앞서가고 있다.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는 세계 1위를 차지했는데, 2020년에는 34.9%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2위인 한국(36.2%)을 제쳤다. 또한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2021년 기준으로 중국은 170만 대, 북미는 50만 대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 중국의 희토류 생산은 전 세계의 약 80%를 차지하고, 친환경 소재 및 물질의 점유율도 약 45%이다.   이들 분야는 미국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분야이다. 따라서 미중 갈등이 악화할 경우 미국의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친환경차 사업에서 1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하는 등 전기차, 배터리, 친환경 소재의 국내 개발 및 생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 일본, EU 등과 그린테크 공급망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바이오·제약 기술경쟁이 세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 분야의 미중경쟁도 치열히 전개되어, 미국은 화이자 이외에도 모더나, 노바백스, 얀센 등을 개발했고, 중국은 시노백, 시노팜, 칸시노 등을 개발했다. 그러나 중국 백신의 안전성과 그 개발과정, 특히 임상시험의 불투명성은 논란거리다. 미중 간에는 코로나19 백신외교 경쟁도 전개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바이오·제약 산업의 공급망 취약성도 불거졌다. 미국은 의료장비와 의약품 생산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의료장비·부품이 미국의 수입에서 큰 비중 차지하는데, 초음파 진단기기에서는 2018년 기준 22%가 중국산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원료의약품 공급 지연이 발생하면서 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바이든 행정부는 ‘100일 공급망 검토’에 제약 산업을 포함시켰다. 미국은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미중 간의 바이오·제약 분야 기술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2. 동맹·외교의 플랫폼 경쟁의 고전지정학   이상에서 살펴본 미중 디지털 플랫폼 경쟁을 아울러서 보면, 국가 간 또는 진영 간에 일종의 ‘동맹과 외교의 플랫폼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0년 8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으로부터 중요한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수호하기 위한 클린 네트워크(Clean Network) 구상을 발표했다. 클린 네트워크 프로그램은 이동 통신사와 모바일 앱, 클라우드 서버를 넘어서 해저 케이블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모든 IT 제품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인의 개인정보 보호 등을 위해 사실상 전 세계 인터넷 비즈니스와 글로벌 통신업계에서 중국 기업들을 몰아내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로 맞대응했다. 2020년 9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다자주의, 안전과 발전, 공정과 정의를 3대 원칙으로 강조했다. 데이터 안보에 대한 위협에 맞서 각국이 참여하고 이익을 존중하는 글로벌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구상은 데이터 안보와 관련해서 다자주의를 견지하면서 각국의 이익을 존중하는 글로벌 데이터 보안 규칙이 각국의 참여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부 국가가 일방주의와 안전을 핑계로 선두기업을 공격하는 것은 노골적인 횡포로 반대해야 한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은 ‘클린(clean)’이라는 말에 담긴 것처럼 ‘배제의 논리’로 중국을 고립시키는 프레임을 짜려 하고, 중국은 새로운 국제규범을 통해 동조 세력을 규합해 미국 일방주의의 덫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좀 더 넓게 보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중 양국이 벌이는 동맹과 외교의 플랫폼 경쟁에서 어느 측이 이길 것이냐의 여부는, 미중 양국이 제시한 어젠다에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동조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 국무부는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 국가와 기업이 클린 네트워크에 가입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9억 명의 인터넷 시장 참여 기회를 강조하며 중견국 및 개발도상국을 포섭할 전망이다. 미 국무부는 2020년 8월 초 기준으로 클린 네트워크에 30여 개국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대만은 8월 31일 공식적으로 클린 네트워크 참여를 선언했다. 이에 비해 왕이 외교부장은 유엔과 G20, 브릭스, 아세안 등 다자 플랫폼에서 데이터 안보를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중국 외교관들이 이니셔티브 발표에 앞서 다수의 외국 정부와 접촉했지만 얼마나 많은 지지를 얻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언뜻 보기에는, 미국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중국이 5G·사이버 인프라를 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에 보급하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기에 꼭 불리하다고 보긴 힘들다. 중국은 방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이커머스, 핀테크, SNS, OTT 등 자국산 플랫폼을 만들고 여기서 실력을 쌓은 기업들을 동남아와 아프리카, 중동 등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덜 미치는 지역으로 진출시켜 ‘디지털 죽(竹)의 장막’을 치려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미국의 압박을 견딜 수 있는 내성을 갖출 뿐 아니라 미국의 포위 전략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세력권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현대판 실크로드라고 할 수 있는 일대일로 구상의 디지털 버전인 ‘디지털 실크로드’이다(차정미 2020). 중국은 크게 세 가지 방면에서 디지털 실크로드를 추진하고 있다. 첫째, 중국은 차세대 이동통신망인 5G와 광케이블,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인터넷 인프라 제공에서 세계 선두주자로 올라서려 한다. 둘째, 중국은 위성항법장치와 인공지능, 양자컴퓨터 등 중요한 경제전략 자산이 될 첨단기술 개발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끝으로, 디지털 실크로드로 구축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이커머스 플랫폼 구축, 디지털 화폐 유통 등을 통해 중국 중심의 디지털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3. 규범·가치의 플랫폼 경쟁의 비판지정학   이러한 디지털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국은 외교적 행보를 벌여 미래 디지털 세계에 중국의 구미에 맞는 국제규범을 전파하려 한다. 다시 말해, 중국은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해서는 전 세계에 ‘디지털 권위주의 모델’을 수출하여 정치적으로 비(非)자유주의에 입각한 세계질서를 구축하려 한다. 이렇게 보면, 미중이 벌이는 플랫폼 경쟁은 외교 분야의 ‘내 편 모으기’ 경쟁일 뿐만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의미에서 규범과 가치의 플랫폼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다. 20세기 후반 구축된 미국 주도의 규범과 가치의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와 이를 반영한 디지털 플랫폼이 작동했다(O’Mara 2019). 이제는 중국의 규범과 가치가 도전한다. 실제로 중국은 자신만의 규범과 가치가 적용된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화웨이의 5G가 세계에 깔리기 시작하면 중국의 표준이 깔리고, 그 위에 그 표준에 맞는 플랫폼들이 접속될 것이다. 그 플랫폼은 권위주의적 가치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국가 플랫폼에 접속된 시민의 거의 모든 정보가 국가로 넘어갈 수 있으며, 국가는 인공지능이라는 첨단기술로 시민을 매우 정교하게 감시·통제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의 플랫폼 독과점은 거대한 최첨단 권위주의 국가로 가는 길이다.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수많은 개도국과 체제 전환국이 중국 모델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 권위주의 가치 블록을 형성해 자유주의 국제질서 내부를 두 블록으로 분할하는 것이 중국이 가려는 길이다(이근 2019).   반대편에 미국을 중심으로 또 다른 거대 플랫폼 블록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클린 네트워크 구상도 그러한 경향을 담았지만, 향후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그러한 가치 지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보다 가치를 강조하고 안보보다 규범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동맹 전선을 고도화하여 국제적 역할과 리더의 지위를 회복하고 다자주의를 강조한다.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국가 기반시설 수호를 위해 다른 국가와 협력을 표명하며, ‘하이테크 권위주의’에 대한 대응의 차원에서 ‘사이버 민주주의 동맹’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취임 후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적 행보는 기후변화 분야를 위시한 국제규범에서의 복귀에서 나타났다. 2021년 6월 영국 콘웰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도 미국이 구상하는 향후 국제질서 운영과 서방 진영이 재결속되는 단면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여 중국도 보편성과 신뢰성, 인권규범의 문턱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국면에서 이러한 보편성과 신뢰성을 놓고 미중은 경합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미중 양국이 벌이는 체제경쟁의 양상을 부각시켰다. 정치 리더십의 판단과 결단력, 정보의 공개와 투명성 등도 쟁점이 되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 모두가 이러한 차이점을 상대국에 대한 체제 우월성의 이데올로기적 근거로 활용했다. 양국의 국내체제 모델에 기반을 둔, 미중 양국의 글로벌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기존의 국제기구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새로운 국제레짐의 창설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국제협력의 어젠다를 주도할만한 국가의 부재 현상과 맞물리면서, 일종의 글로벌 거버넌스의 공백이 우려되었다.   미중은 글로벌 차원에서 협력의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으기보다는 각기 동맹의 결속을 모색하는 진영논리로 대응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모두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동맹외교의 추진에 있어서 의도했던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행보 앞에 동맹의 균열이 우려되었다. 중국의 외교적 리더십이 보여준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이 코로나19 발원지라는 ‘중국 책임론’을 코로나19 해결사라는 ‘중국 공헌론’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중국 체제 내부의 경직성 문제뿐만 아니라 거칠게 수행된 중국의 외교 공세는 국제사회가 오히려 중국 모델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역설적 효과마저 창출했다.   4. 분할인터넷 출현 가능성의 탈지정학   이상에서 살펴본 동맹·외교와 규범·가치의 플랫폼 경쟁은 ‘플랫폼의 플랫폼’(Platform of Platforms)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어느 한 부문의 플랫폼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라기보다는 여러 플랫폼을 아우른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 ‘종합 플랫폼’ 또는 ‘메타 플랫폼’의 경쟁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사실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글로벌 패권경쟁’이라는 개념도 바로 이러한 ‘플랫폼의 플랫폼’ 경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권력질서를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플랫폼의 플랫폼’ 경쟁의 결과는 어느 일방의 승리로 귀결될 수 있다.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세력전이’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플랫폼의 플랫폼’ 경쟁은 두 개의 플랫폼이 호환되지 않는 상태로 분할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플랫폼의 플랫폼’ 경쟁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전망을 더 강하게 갖게 한다. 다시 말해, 최근의 추세는, 미국과 중국이 디지털 패권경쟁을 벌이면서 전 세계를 연결하던 인터넷도 둘로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성장과 미중 무역전쟁, 공급망 디커플링, 탈지구화, 민족주의, 코로나19 등으로 대변되는 세계의 변화 속에서 ‘둘로 쪼개진 인터넷’은 쉽게 예견되는 사안이다. 미국을 추종하는 국가들은 미국 주도의 반쪽 인터넷을 이용하고, 중국에 가까운 국가들은 중국 주도의 나머지 반쪽 인터넷을 이용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 일단 힘이 실린다. 한국처럼 미중 양국에 대한 안보 또는 경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둘로 쪼개진 인터넷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사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자신만의 인터넷 세상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중국 내에서는 유튜브, 구글 검색,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는 물론 해외의 유명 언론매체도 차단되고 있다. 중국은 만리방화벽에 빗댈 정도로 강력한 인터넷 통제 시스템을 통해 자국 체제를 반대하는 정보가 유입되지 못하도록 막고, 국내의 중국인들이 외국의 인터넷 플랫폼에도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그 결과 중국인들은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대신 바이두나 위챗, 웨이보 등을 사용하게 됐다. 중국은 이러한 만리방화벽 안에서 자국 기술회사들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콘텐츠를 검열받도록 통제하고 있다.   심지어 서방 진영 국가들 사이에서도 인터넷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미국 버전의 인터넷과 유럽 버전의 인터넷으로 갈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전자의 경우 국가안보와 범죄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후자의 경우 프라이버시와 개인의 보호를 강조하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국가와 지역별로 서로 다른 기준과 접근성을 가진 인터넷이 탄생하게 되면 국제적인 정보의 교환은 물론, 국제금융과 무역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과거 누구나 접근 가능한 ‘정보의 바다’로 비유되던 하나의 글로벌 인터넷이 서로 분리되고 파편화된 호수나 연못처럼 변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태의 진전은 ‘쪼개진다(Splinter)’와 ‘인터넷(Internet)’의 합성어인 ‘분할인터넷(Splinternet)’이라는 용어로 담겼다. 2018년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은 이러한 분할인터넷의 등장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는데, 그는 인터넷 세계가 미국 주도의 인터넷과 중국 주도의 인터넷으로 쪼개질지도 모른다고 예견했다. 이러한 분할의 비전은 반도체 공급망의 분할과 재편, 데이터 국지화, 이커머스와 핀테크 시스템의 분할, 콘텐츠 검열과 감시 제도의 차이 등으로 입증되는 듯하다. 여태까지의 인터넷이 국경이나 종교, 이념 등과 관계없이 ‘모두’를 위한 자유롭고 개방된 형태의 World Wide Web(WWW)이었다면, 앞으로 출현할 분할인터넷은 지리적으로 영역을 구분하여 지역별로 구축된 Region Wide Web(RWW)가 될 가능성이 있다.   Ⅴ. 맺음말   이 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진화하고 있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한 단면을 디지털 플랫폼 경쟁의 부상이라는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았다. 미중 양국 기업들이 벌이는 플랫폼 경쟁의 초기 사례는 윈텔 컴퓨팅 플랫폼에 대한 중국 리눅스의 대항 시도, 구글과 애플의 스마트폰 OS 및 앱스토어 플랫폼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도전 등에서 발견된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구글과 바이두로 대변되는 인터넷 검색 분야의 경쟁과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데이터 플랫폼 경쟁이 관심거리가 되었다. 최근에는 비대면 환경을 배경으로 하여 SNS 및 동영상 플랫폼, OTT 및 게임 플랫폼을 둘러싼 미중 기업들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각 국면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틱톡, 텐센트, 알리바바 등과 같은 미중 기업들이 쟁점이었다. 향후 뜨거운 쟁점은 이커머스 및 핀테크 분야에서 전개되는 플랫폼 경쟁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주목할 것은 중국 플랫폼 기업들의 약진이다. 디지털 플랫폼 경쟁의 미래를 엿보는 데 있어, 중국 기업들이 제시하는 차세대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이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사실 지금 거론되는 중국 플랫폼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해 탄생했다.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바바는 아마존을, 검색엔진 업체인 바이두는 구글을,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유쿠는 유튜브를, SNS 업체인 텐센트는 페이스북의 모델을 거의 베끼다시피 했다. 후발 주자로서 기술력이 뒤처진 상황에서 선진 비즈니스 모델을 거대한 자국 시장에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스토리는 단순한 모방의 단계에만 그치지 않고 혁신과 역전의 단계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드라마틱하다.   실제로 최근 몇몇 분야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비즈니스 모델을 참고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 개방형 SNS 플랫폼 모델로부터 텐센트의 메신저형 플랫폼 모델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서비스 수요를 예측해 애초부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된다. 핀테크 분야에서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미국 기업들보다 선도적으로 이 분야를 개척했다. 디지털 위안화의 행보도 한 발짝 앞서가면서 미국 주도의 국제 통화질서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메이퇀덴핑과 같이 최근 중국에서 등장한 제2세대 플랫폼 기업들은 미국 기업들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글이 강조한 것은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 경쟁이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의 모습만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디지털 플랫폼 경쟁에는 검색엔진, 인공지능, 데이터 국지화, 이커머스와 핀테크 등의 분야에 대한 국제정치적 제재가 변수로 작동했다. 미중 양국의 정부가 주요 행위자였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내세우는 제재의 논리 자체가 순수한 경제 논리가 아닌 지정학적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 경쟁의 국제정치경제는 최근 외교안보 분야로 확장되어 사이버 동맹과 외교의 플랫폼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디지털 규범과 가치를 둘러싼 플랫폼 경쟁도 진행되고 있다. 어느 한 부문의 플랫폼 경쟁이라기보다는 복합지정학의 시각에서 본 ‘플랫폼의 플랫폼’ 경쟁이라고 할 정도로 복잡한 양상으로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진화하고 있다.   현재 미중 간에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 경쟁이 앞으로 더 격화되면 종국에는 인터넷이 둘로 쪼개지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중국의 성장과 미중 갈등이 지구화의 해체를 촉발했고 코로나19가 탈지구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마저도 분할될 위험에 처했다. 미국과 중국을 추종하는 국가들은 각기 양국의 분할인터넷 진영에 속해서 삶을 영위하게 될지도 모른다. 20세기 중후반 미소 냉전으로 인해서 동서양 진영 사이에 높은 장벽이 쌓였듯이, 인터넷 세상에서도 이익과 제도, 이념을 달리하는 두 진영이 출현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한국처럼 미중 양국이 벌이는 경쟁의 틈바구니에 있는 국가들은 두 개의 인터넷 세상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미중 디지털 플랫폼 경쟁 사이에서 취할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 전략은 무엇일까? 최근까지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핵심 동맹·우방국을 대상으로 ‘클린 네트워크’에의 참여를 촉구한 바 있다. 그 압력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한국판 뉴딜’과 중국의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가 통하는 점이 많다며 한국의 동참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서방 진영의 제도와 규범 및 가치를 따르면서도, 중국과는 주로 경제 분야에서 정책과 문화적 유사점이 많다. 마치 한국은 두 개의 플랫폼에 모두 발을 딛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러한 상황은 미중 양국이 우호관계를 유지할 경우에는 기회이지만, 지금처럼 갈등이 깊어가는 시절에는 딜레마가 된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해 보면, 2019년 화웨이 사태에서처럼 ‘개별 민간기업의 판단에 맡긴다’며 정부가 의견 표명을 미루었던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기엔, 앞으로 닥쳐올 두 번째 선택은 좀 더 어려운 순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의 틈새가 크지 않을 때는 양다리 작전이 통했지만, 지금처럼 플랫폼의 틈새가 점점 더 벌어질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접근법부터 달라야 한다. 특히 기업들이 벌이는 디지털 플랫폼 경쟁의 양상이 좀 더 광범위하고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경쟁의 성격 자체가 지정학적 사안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적으로 선택의 압박이 가해져 오기 전에, 시급하게 중견국으로서 발휘해야 할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참고문헌 강하연. 2020. “글로벌 빅데이터 거버넌스의 정치경제.” 이승주 편. 『미중경쟁과 글로벌 디지털 거버넌스』 사회평론, pp.159-188. 고명석. 2020. 『OTT 플랫폼 대전쟁: 코로나 팬데믹 이후 디지털 플랫폼의 미래』 세빗. 김상배. 2017. “정보·문화 산업과 미중 신흥권력 경쟁: 할리우드의 변환과 중국영화의 도전.” 『한국정치학회보』 51(1), pp.99-127. 김상배. 2018. 『버추얼 창과 그물망 방패: 사이버 안보의 세계정치와 한국』 한울. 김상배. 편. 2020. 『4차 산업혁명과 미중 패권경쟁: 정보세계정치학의 시각』. 사회평론. 김상배. 편. 2021. 『비대면 시대의 미중 기술경쟁: 정보세계정치학의 시각』 사회평론. 김성옥. 2020. “중국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현황 및 성장전략.” 『한중Zine INChinaBrief』 380, 2월 24일. 인천연구원. 김연하, 2020. “美, 이번엔 텐센트 조준···‘데이터 규약 내놔’.” 『서울경제』 9월 18일. 김익현. 2019. “포스트 넷플릭스, 전쟁의 서막: 글로벌 OTT 시장 현황과 전망.” 『방송문화』 419, pp.107-120. 김조환. 2017. 『플랫폼 전쟁: 미디어 패권을 둘러싼 전쟁에서 한국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메디치. 김준연. 2020. “미중 AI 패권경쟁: 기술추격론에서 본 중국의 추격과 미국의 견제.” 이승주 편. 『미중경쟁과 글로벌 디지털 거버넌스』 사회평론, pp.307-343. 김창우. 2019. “미·중·일 틈에 갇혔다…게임 코리아 식은땀.” 『중앙일보』, 10월 19일. 김채윤. 2020. “미중 디지털 금융표준 경쟁과 중국의 핀테크 전략: 모바일 지급결제(TPP) 플랫폼을 중심으로.” 김상배 편. 『4차 산업혁명과 미중 패권경쟁: 정보세계정치학의 시각』. 사회평론. pp.88-134. 뉴시스. 2020. “애플 앱스토어 지난해 매출 625조원…47% 中서 발생” 『동아일보』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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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배 2022-02-09조회 : 56133
워킹페이퍼
[EAI 워킹페이퍼] 코로나 위기 이후 세계정치경제질서 시리즈①_ 서론: 코로나 위기 이후 세계정치경제질서

2020년 들면서 가시화된 코로나 19 지구적 확산은 2년에 걸쳐 세계질서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2021년 12월 현재 2억7천여명의 확진자와 5백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기록한 엄청난 보건위기이고, 세계경제 전체를 마이너스 성장률로 타격한 경제위기이며, ‘쿼런틴(quarantaine)’이란 표현처럼 개인을 사회로부터 격리, 봉쇄한 사회적 위기이 고, 국제협력과 집합적 거버넌스가 실종된 외교 위기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다방면으로 지구촌에 충격이 가해진 결과, 세상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도 팬데믹으로 세계경제는 위기상황을 겪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급격한 경제 침체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 19 위기는 깊이뿐만 아니라 범위면에서도 이례적이다. 과거 1997년 금융위기가 주로 동아시아를 주로 타격하고, 2008년 금융위기가 미국과 유럽을 타격했다면, 이번 위기는 지구 전체의 위기로 확산되었다. 세계경제의 약 95%가 동시적으로 GDP 하락을 겪었으며 약 300억에 달하는 성인이 실직 위기에 놓였다(Tooze 2021, 5). 세계 패권을 교대했던 영국과 미국은 참담한 보건위기를 겪었고, 저발전의 글로벌 남반구(Global South)는 장기침체에 빠 져들면서 식량위기로, 기후위기로, 그리고 개발위기로 확대를 겪으며 세계경제의 불균형과 불평등을 가속화시키고 있 다. 한편,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경우, 미국 혹은 주요국의 공조에 의해 신속한 유동성 공급과 긴급구제로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었으나 이번 사태는 수요 위축과 공급망 교란 등으로 인한 실물경제의 침체와 고용 위기로부터 재정, 금융으로 전이되는 경로를 보임으로써 위기 파급의 차단이 어려운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세계정치경제 질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거대한 변환의 순간을 맞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진행되는 변환을 촉발(trigger)하고 있는 것인가. 팬데믹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쇠퇴를 가속화하는가. 이는 국제 분업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가. 미중 경제갈등을 악화시키는가. 국가별 위기 대응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모델의 변화를 가져오는가. 이상과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이 책은 정치경제 측면에서 세계질서 및 국내질서의 변화를 분석한다.   1. 미중 경쟁의 가속화   코로나바이러스는 변환을 촉진하고 있다. 첫째, 미중 전략경쟁의 가속화이다. 미국의 물리적 능력과 권위가 실추하고 중국이 경쟁자로 부상하여 양국은 장기적인 전략경쟁을 벌이고 있다. 2008년 지구금융위기 이래 중국은 꾸준히 미국을 추격하고 있고, 2030년경이면 양국간 GDP는 역전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은 양국간 물리적 격차의 급격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여전히 군사력, 첨단기술력, 기축통화, 문화력 등에서 미국의 패권적 기반은 강고하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따라잡는 기간이 다소 줄어들 수 있으며 이는 곧 양국간 경쟁국면이 가속화된다는 뜻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국제관계에서 비전통 위협과 비전통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웠으나 미중 전략경쟁은 지구촌의 비전통 위협 대처를 어렵게 만들었고 나아가 전통적 경쟁 관계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Brands and Gavin, 2020, 11-12).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미중 경쟁은 여러 갈래로 진화와 변환을 겪고 있다. 첫째는 비대면 환경에서 벌어지는 디지털 플랫폼 경쟁이다. 김상배의 글(제1장)은 컴퓨팅 및 모바일 분야에서 시작한 미중 플랫폼 경쟁이 인터넷 검색과 인공지능, 클라우드, 데이터 플랫폼 경쟁을 거쳐서 코로나 환경을 맞아 SNS, 동영상, OTT, 게임 분야의 플랫폼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향후 이커머스와 핀테크 분야의 플랫폼 경쟁이 부상할 것을 예견하고 있다. 필자는 종국에는 인터넷이 둘로 쪼개지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고 미국과 중국을 추종하는 국가들은 각기 양국의 분할인터넷 진영에 편입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처럼 미중 양국이 벌이는 경쟁의 틈바구니에 있는 국가들은 두 개의 인터넷 세상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양자 차원의 경쟁과 협상에 치중하였던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 19 이후 지역협력전략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정책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승주의 글(제2장)은 백신 개발, 생산, 보급을 사례로 하여 양국이 지역협력을 강화하 는 행보를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 19 확산 초기 국내의 급격한 확산 대응에 주력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적 요인과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의 결합으로 백신 국제협력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중국은 개도국과 비서구국가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백신외교를 펼쳤다. 미국은 초기의 수세적 입장에서 공세적 입장으로 전환, 중국 백신의 위험성과 중국정부의 전략적 의도를 비판하는 한편, 쿼드(Quad) 차원의 백신협력을 강화하고 개도국에 대해 백신 지적재산권 일시정지와 같은 전향적 협력에 나서고 있다. 백신 공급이란 일종의 지구 공공재 제공을 놓고도 미중 양국이 경쟁국면 을 이끌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미중의 전략경쟁은 글로벌 남반구에서도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첫째는 남반구 개도국 그룹이 경제회복과 보건안보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미국과 중국간의 영향력 경쟁이고, 둘째는 남반구 역내에서의 패권경쟁이 중국과 인도 간에 새로운 갈등과 협력으로 전화하는 현상이다. 중국은 일찍이 일대일로(BRI) 정책을 통해 남반구 패권을 확장하기 위한 플랫폼을 다지고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이를 업그레이드하는 독자적인 전략을 추구해 온반면, 인도는 코로나 국면에서 미국과 유럽과 경제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과 일본 주도의 인도·태평양 (이하, 인태) 전략에 가입하는 등 미국이 주도하는 지역협력 플랫폼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태균의 글(제3장)은 첫째로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남반구의 백신공급과 경제회복을 지원하여 국제보건안보와 국제경제질서를 안정화하고 남반구 내에 자국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미국의 문명표준과 중국의 문명 표준 사이의 대결이란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다분히 코로나 이전 미중경쟁을 가속화하는 일본의 경로의존성 을 보인다. 둘째, 이 글은 글로벌 남반구 역내에서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패권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미국·유럽연합(EU)과의 연대를 통해 중국의 패권 강화에 대항하는 인도 간의 갈등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필자는 새로운 경로 형성 (path-saping)의 사례로서 인도의 부상을 분석하며 인도가 남반구 개도국을 향한 백신외교를 통해 중국과 세력권 경쟁을 벌일 것이란 전망을 내어놓고 있다.   2. 디지털 전환과 정치경제   코로나바이러스가 초래하는 두번째 변화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디지털 경제의 진전이 가속화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직접적인 대면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에 토대한 온라인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무인화, 원격화, 가상화 등으로 대표되는 코로나19 이후의 기술적 특징으로 일상생활은 물론 다양한 생산 및 서비스 영역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비대면 경제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 디지털 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유례없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기술 도입 장벽이 낮아지고 시장 과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디지털 전환과 신경제의 확산이 진행되어 왔지만 코로나19는 디지털 기술의 전면적인 도입에 방해가 되는 심리적 제도적 장벽을 누그러뜨리며 세계정치경제질서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고 있다.   앞서 김상배의 글이 미국과 중국이 디지털 경제의 핵심이 되는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과 플랫폼과 데이터를 장악하기 위한 줄다리기를 분석하고 있다면, 배영자의 글(제4장)은 지구가치사슬(GVC)의 시각에서 개발도상국의 발전 및 위상과 관련하여 어떤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어떠한 쟁점들이 제기되고 있는지 짚어보고 있다. 개도국의 경우, 선진 국에 비해 디지털 인프라나 기술혁신 수준이 낮고 디지털 전환을 위한 역량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노동 이외 활용할 수 있는 자원도 빈약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이 개도국과 선진국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할 가능성이 높고 가치사슬 내에서 개도국이 담당해온 비교적 단순반복적인 노동이 기계에 대체되기 용이하므로 개도국의 위상이 강화 되기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한편 선진국의 디지털 전환이 개도국에게도 성장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이 존재하는데, 실제로 개도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지구 가치사슬에 더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선진국과의 교역 증대로 인한 이득을 누리기도 한다. 배영자의 글은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의 배분적 효과는 ‘선진국 대 개도국’의 구도로 단순하게 나뉘기보다 조금 더 복잡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대부분의 개도국들은 내부적 격차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한 제도와 자원이 미비하기 때문에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3. 코로나 충격과 거버넌스   코로나 19의 충격은 국가 거버넌스의 문제 즉, 위기 상황에서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하며, 어떤 국가가 국민의 생존과 안전을 보호할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감염병 확산에 직면한 서유럽과 미국이 경험한 국가의 실패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회의를 낳은 반면, 비자유주의적 전통을 가진 동아시아 국가들, 특히 권위주의 정치제제 하의 중국이 보인 위기 대처능력은 권위주의의 효용에 대한 주장으로까지 발전되었다. 정주연의 글(제5장)은 중국, 대만, 한국 등 비교적 방역에 성공한 국가들의 국가능력 즉, ‘강한 국가’ 개념의 유용성을 검증한다. 이 글은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상세히 분석하여 중국의 권위주의 정부가 위기의 징후를 외면하고 감염병 발생 사실을 은폐함으로써 코로나19의 초기 확산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아가 구미의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들이 적나라하게 노출한 체제적 취약성은 그동안 시장과 개인에 기반하여 발전해 온 자유민주주의가 상대적으로 간과해 온 공동체와 국가의 역할을 환기시키고, 동료 시민에 대한 신뢰와 공동체에 대한 헌신 또한 민주주의의 성장을 위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권위주의 대 자유민주주의’ 이념 논쟁은 미중 경쟁으로 이어진다. 이왕휘의 글(제6장)은 이러한 거버넌스 논쟁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경쟁에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주도로 강력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중국이 방역에 성공한 반면, 정부가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자율성을 최소한으로 침해하려고 노력했던 미국은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실패했다. 미국은 중국의 국가개입이 권위주의적이라고 비판하였지만, 중국은 미국은 방역과 치 료에 필요한 자원을 동원할 수 국가능력이 없는 나라라고 반박하였다. 아직 위기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의 거버넌스가 더 우수하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그렇지만 중국이 미국보다 더 빨리 위기 극복에 성공한다면, 국가능력을 강조하는 중국식 거버넌스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미국식 거버넌스보다 더 효율적인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정환의 글(제7장)은 코로나 대응 변수로 국가-사회 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기존의 논의는 코로나19 대응의 문 제점으로 약화된 국가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는 관점이 주류를 이룬다. 구체적으로 국가의 사회에 대한 개입의 법적 권한 부족을 강조하는 주장과 국가의 사회에 대한 축소된 재정 지원을 강조하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필자는 일본의 코로나 19 대응을 사례로 하여 국가 역량 축소 또는 자제가 일본의 경우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이 글은 일본의 전후시스템 속에서 발전한 국가-사회 관계의 성격이 위기 대응에 지체 양상을 가져왔음을 논증한다. 의료계가 코로나19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배경이 되는 일본의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후견주의적 성격을 강조한다. 이 주장은 일본의 위기 대응 체계 강화에는 국가의 역량 강화 못지않게 사회 부분의 재조직화가 필요하다는 함의를 지닌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 부분의 재조직화는 전후 일본의 사회적 안정성의 토대가 되었던 후견주의적 국가-사회 관계를 흔든다는 딜레마를 지니고 있으며, 또한 위기는 사회의 재조직화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기득권의 자기 이익 보호 확장의 계기이기도 함을 필자는 지적하고 있다.   이용욱의 글(제8장)은 코로나 19가 초래한 경제충격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미연준의 코로나 대응 정책, 특히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상세하게 검토하고 이러한 정책이 나오고 지속하는 정치경제적 맥락을 분석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등장할 현상으로 중앙은행의 뉴노멀이란 물가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 중앙은행에서 벗 어나 고용과 물가 안정의 균형을 잡는 기조 변화를 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의 정당성은 약화되었지만 신자유주의를 전면 대체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은 아직 출현하지 않고 있다. 필자는 포스트 케인즈 주의나 현대통화이론이 유력한 경쟁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중앙은 행의 역할과 기능, 핵심 기조에 대한 변화의 폭과 규모, 그리고 방향성은 유동적이라 판단하고 있다.   끝으로 조홍식의 글(제9장)은 코로나 19 위기가 유럽 지역의 거버넌스에 던지는 충격과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유럽은 2020년대를 시작하면서 이미 유로, 난민, 브렉시트 등 존재론적 위기를 맞고 있었다고 표현해도 과언은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 19 위기는 유럽에 격리와 봉쇄라는 치명타를 가했다고 말할 수 있다. 유럽 통합은 시민의 자유로운 통행을 가장 커다란 업적으로 선전해 왔다는 점에서 코로나 위기는 통합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셈이었으나, 이 글은 역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유럽이 코비드19 위기를 계기로 새롭게 변신하는데 성공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유럽연합이 백신의 공급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보건 정책의 새로운 행위자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위기의 경제적 영향을 극복하기 위해 유럽 차원의 재정정책을 출범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위기가 시작되고 1년 반 남짓한 기간의 경험을 놓고 미래를 예측하기는 불가능하지만 단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유럽연합이 코비드19 위기라는 기회를 적절하게 포착하여 통합을 강화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상의 공동연구가 시사하는 점은 위기가 깊을수록 기회가 커진다는 것이다. 과거 ‘20년의 위기’는 전후 세계질서의 전면적인 재건축을 가져왔듯이 코로나 19 위기는 기존의 국제 및 국내 거버넌스 시스템에 커다란 스트레스를 주어 통치 능력을 약화시키고, 지배연합의 변화를 가져오며, 새로운 정책담론을 생산해 내고 있다. 세계질서를 좌우하는 미중 전략경쟁은 가치와 규범차원의 경합 즉, 지식의 경쟁으로 확산되면서 상호 탈정당화(delegitimize)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비판은 코로나 위기를 겪으며 보다 다양한 담론의 경합과 서로 다른 배합의 복합 모델을 모색하는 재세계화(reglobalization) 담론의 장을 활짝 열었다. 국내정치적으로 는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 국가의 역할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위기는 창조와 개혁, 혁신의 돌파구를 마련했음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중대한 시점에 도달한 지구촌의 변화에 대한 문명사적 검토와 공생의 신질서를 향한 지적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때이다.■     ■ 저자: 손열_ EAI 원장,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시카고대학교 정치학 박사. 전공분야는 일본외교,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국제정치, 공공외교 등이다. 최근 저서로는 Japan and Asia's Contested Order (2019, with T. J. Pempel), Understanding Public Diplomacy in East Asia (2016, with Jan Melissen), “South Korea under US-China Rivalry: the Dynamics of the Economic-Security Nexus in the Trade Policymaking,” (The Pacific Review 2019) (32): 6), 『위기이후 한국의 선택: 세계금융위기, 질서 변환, 한국의 경제외교』 (2020), 『BTS의 글로벌 매력이야기』 (2020, 공편)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윤하은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8) | hyoon@eai.or.kr  

손열 2022-02-08조회 : 12562
워킹페이퍼
[EAI 워킹페이퍼] 코로나 위기 이후 세계정치경제질서 시리즈_기획의도

코로나19의 지구적 확산으로 세계 경제는 위기상황을 겪고 있고, 보건 위기, 사회적 위기와 같은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위기들은 세계정치경제 질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팬데믹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쇠퇴를 가속화 하는가? 미중 경제갈등을 악화시키는가? 국가별 위기 대응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모델이 변하는가?   “코로나 위기 이후 세계정치경제 질서” EAI 워킹페이퍼 시리즈는 전문가 9인의 지혜를 모았다. 위기는 기회를 가져오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문명사적 검토와 공생의 신질서를 향한 지적 노력을 경주하는 차원에서, 정치경제의 변화를 다차원에서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보고서의 발간 내용과 일정은 다음과 같다.   1. 손열, 서론 코로나 위기 이후 세계정치경제질서 (2월 8일 발간) [보고서 보기] 2. 김상배, 비대면 시대의 디지털 플랫폼 경쟁: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복합지정학 (2월 8일 발간) [보고서 보기] 3. 이승주, 코로나19 시대 미중 지역 경쟁과 백신 외교 (2월 8일 발간) [보고서 보기] 4. 김태균, 미중 전략 경쟁과 글로벌 남반구 질서 변화 (2월 9일 발간) [보고서 보기] 5. 배영자, 디지털 경제와 글로벌 밸류체인의 변화 (2월 9일 발간) [보고서 보기] 6. 정주연, 코로나19 이후의 국가와 민주주의 (2월 10일 발간) [보고서 보기] 7. 이왕휘, 거버넌스와 국가 능력: 중국의 사례 (2월 10일 발간) [보고서 보기] 8. 이정환, 국가-사회 관계의 유산과 위기 대응: 코로나19와 일본 (2월 11일 발간) [보고서 보기] 9. 이용욱, 미국의 경제적 대응전략: 통화정책을 중심으로 (2월 11일 발간) [보고서 보기] 10. 조홍식, 코로나19 위기와 유럽 통합의 전환 (2월 11일 발간) [보고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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