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지식계가 대북 전략 및 북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고 보다 균형 있는 북한과 한반도 문제 연구 및 통일전략과 동아시아전략을 복원하고자 EAI는 2018년 대북복합전략 영문 종합 웹사이트 구축을 기획하여 웹사이트를 지속적으로 관리 및 운영하고 있다. 대북복합전략 영문 종합 웹사이트 Global North Korea (Global NK)는 아카이브 성격의 웹사이트로써, 제재(Sanctions), 관여(Engagement), 자구(Internal Transformation), 억지(Deterrence)로 구성된 4대 대북복합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주요 4개국인 한국, 미국, 중국, 일본에서 발간한 자료들을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법을 통해 분류한다. 또한, Global NK에서 제공하는 통계치를 통해 웹사이트 이용자는 주요 4개국의 북한에 대한 인식 차이 및 변화를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본 웹사이트는 외부 기관의 북한 관련 발간 자료를 한 곳에 수집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전문가 코멘타리(Commentary)를 발간함으로써 보다 분석적이며 전략적인 방식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웹사이트 바로가기: www.globalnk.org

논평이슈브리핑
[EAI 논평 제2호] 기로에 선 북한

북한의 김정일 체제는 국제사회의 점증하는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핵선군(核先軍)정치’를 끝까지 사수할 것인가 아니면 체제 보존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온 핵무기를 포기하고 새로운 ‘비핵선경제(非核先經濟)정치’를 추구할 것인가라는 전략적 결단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권력승계가 가시권에 들어온 북한에서 김정일 위원장 이후 새로 등장하게 될 지도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에 따라 기회 또는 위기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포괄적 협상이 동시에 추진될 향후 국면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후계체제의 생존과 번영의 토대를 동시에 마련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한다. 한편 주변 당사국들 역시 북한의 정권 및 국가 안보를 현실적으로 제공하면서, 핵포기와 개혁개방을 유도할 수 있는 국제 환경을 마련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안보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1994년 이후 김정일 위원장은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철회와 핵위협의 해결이 선결될 경우에만 북한의 비핵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이어 받은 국가전략을 추구하였다. 탈냉전의 국제정세 속에서 빠르게 고립화되는 북한은 정권과 국가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로서 핵무기 개발을 선택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를 대북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는 미국은 북한의 핵선군정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또한 글로벌 질서를 지탱하는 중심국가로서 이를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결국, 체제생존의 최후 보루로서 선택한 핵선군정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핵선군을 기반으로 하는 강성대국을 건설하는 대신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면서 약쇄소국의 길을 걷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 체제가 당면하고 있는 세 번째 갈림길은 과거 1994년과 2003년의 두 갈림길에 비해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른 상황에서 김정일 후계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난제와 맞물려서 훨씬 더 복잡하다. 김정일 위원장이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을 하지 못한 채 핵선군정치의 기득권 세력이 새 지도부의 주도세력을 형성한다면, 북한은 ‘핵선군정치’에서 ‘비핵선경제정치’로의 새 길을 쉽사리 선택하기 어렵다. 국제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국내적으로는 체제적 안정성이 보다 약화되는 속에서 눈앞에 보이는 생존의 마지막 카드를 버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동시에 ‘핵선군정치’의 포기는 새 지도부의 정치적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포기하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지도자는 그나마 주체사상의 체현체(體現體)인 김일성 주석의 아들인 김정일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비핵화없이 당면하게 될 위기의 심화를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핵무기는 단기적으로 고난을 잊을 수 있는 마취제의 역할을 할 수는 있어도 죽음에 이르는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는 없다.   북한이 이제까지 걸어보지 않은 새 갈림길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선경제정치를 추진해서 21세기강성대국을 모색하는 길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비핵선경제정치’를 위한 국내적 기반을 다지고 국제적 노력을 시도해서 ‘비핵선경제정치’의 유훈을 새 후계체제에게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의 체제전환을 의미하는 핵포기에 따르는 위험을 김정일 위원장이 대신 짊어지고 해결해야만 그 후계자가 생존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물론 핵무장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는 일은 쉽지 않다. 주변당사국들과의 쌍무 그리고 다자적 노력을 통해 체제보장을 다지고 21세기적 경제 번영을 추구하는 길을 하루 빨리 찾아야 한다. 김정일 이후 후계체제가 이 전환을 추진하기보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생전에 김정일없는 선군세력이 새로운 유훈에 동의할 수 있는 정치적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김위원장의 결심과 주변 당사국들의 전략적 협력이 없을 경우, 북한이 ‘비핵선경제정치’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이 이루어진다면 북핵문제 해결과 함께 21세기적 한반도 평화공존체제 정착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이 변화의 발걸음을 한발 먼저 내디뎌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 포기의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의 포기를 주장한다. 그 구체적 표현으로서 주한미군 철수, 한미군사동맹 포기,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미국 핵무기의 축소 및 재배치 등을 포함하는 핵군축회의 개최를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주장은 명분이 약하고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체제안보를 담보할 대안도 되지 않는다. 설사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군사동맹을 해체하는 동시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핵무기를 축소한다고 하더라도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존재하는 한 북한은 여전히 미국의 군사적 보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핵심문제는 북한의 정권 및 국가안보에 대한 확실한 담보를 위해 광범위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보다 바람직한 생존과 번영의 국제환경질서를 마련하기 위해서 자신이 새로운 변화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의 첫걸음에 발맞춰서 주변 당사국들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북핵문제는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변화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북한과 미국,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러시아라는 여섯 국가들의 ‘톱니바퀴’가 맞물려서 함께 돌아가야 북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북한이 ‘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선비핵화’에 대한 북한 정권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어야 한다. 이러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북한의 핵선군 주도세력은 자신들이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죽는 방법의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통해 자신의 톱니바퀴를 돌릴 경우, 주변당사국들도 같이 톱니바퀴를 앞으로 돌려서 북한의 톱니바퀴가 계속해서 맞물려 함께 앞으로 돌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주변당사국들은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의 결과가 체제생존을 위한 최후 수단의 포기가 아닌, 체제생존의 해답이라는 믿음을 주기 위해 북한의 장기적 미래에 대한 비전과 계획을 공유해야 한다.   북한의 변화와 상응해서 북한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한국의 첫 노력은 한미 간의 새로운 대응책 마련에서 출발해야 한다. 과거의 포괄적 대안들은 양국의 의견 불일치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8월 15일 경제적 지원과 재래식 무기의 감축을 주 내용으로 하는 ‘한국형 포괄적 패키지’의 모형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햇볕정책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실타래를 풀 수 없다. 경제적 협력과 더불어 정치적 · 안보적 측면에서도 보다 포괄적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관계정상화와 체제보장의 문제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게 제공할 수 있는 내용과 북한의 새 후계체제가 바라는 내용이 상호 신뢰구축의 기반 위에서 합의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그러자면 한미 양국은 북핵문제의 종결점(end point)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전략적 결단을 한 북한과 본격적으로 포괄적 패키지를 추진할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동시에 한미공조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한미 양국과 중국의 공조다. 주변 당사국들 중에 북한 후계체제의 상대적 신뢰가 높은 중국이 적극적으로 포괄적 패키지의 협상과 이행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이 북한체제의 붕괴가 아니라 핵폐기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확신이 설 때에만 한미 공조체제에 힘을 실어주고 북한에게 핵포기를 설득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21세기 실패국가가 아니라 성공국가가 되도록 돕기 위해서는 6자회담의 관련당사국 모두를 비롯해서 유럽연합 및 국제기구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복합적 노력을 통해서 비핵화한 북한이 주변 당사국들과 공존공영할 수 있는 미래를 보여줌으로써,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와 번영의 길을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위원장 하영선 (서울대학교)   위원 이숙종 (EAI원장, 성균관대학교) 전재성 (서울대학교) 황지환 (명지대학교)   [EAI 논평]은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깊이 있는 분석과 적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AI 논평]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 안보넷 2020-06-04조회 : 22018
논평이슈브리핑
[EAI 논평 제1호] 한미정상회담의 평가와 과제 : 북한 제재전략에서 “공진화”(coevolution) 전략으로

냉전 초기에 만들어져 올해로 56세를 맞이하는 한미동맹은 지난 20년 동안 급변하는 탈냉전기의 변화를 겪어왔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그 동안 냉전을 넘어선 전략적 공동 비전을 명시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다. 노무현 행정부는 한미동맹의 변환을 겪으면서 기지이전, 전시작전권 환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 많은 이슈를 다루어 왔지만, 한미 간 전략적 비전을 공유하기보다는 상향식 문제 해결에 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행정부는 작년 부시 행정부와 함께 그간 소원했던 한미관계를 복원하고 향후 발전을 위한 많은 이슈들을 다루었지만, 본격적인 동맹 비전은 이명박-오마바 파트너십에 미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로 나온 동맹비전은 안보문제를 넘어 양국 공통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공동비전은 군사 이슈를 넘어 가치와 체제, 경제와 환경, 인권 등의 포괄적 분야에서 양국 협력의 향후 방향을 보여주었다. 동맹의 지리적 범위 또한 한반도와 아태지역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 확장되었다.   한미동맹의 미래는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외교전략은 더 이상 한반도에 갇혀 있을 수 없다. 동아시아와 지구 전체를 상대로 새로운 외교전략을 마련해야 할 만큼 국력이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이명박 행정부는 ‘글로벌 코리아’ (Global Korea)라는 국가전략의 구호를 내세웠지만 갈 길이 멀다. 보다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채워나가고, 국내의 강력한 컨센서스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의 미래비전은 한국의 전략적 도약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 역사 사상 유례 없는 경제위기와, 개전 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아프간 사태, 약화된 리더십을 복원해야 하는 등 과도기적 문제들 속에서 한국과 같은 동맹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장고 끝에 마련된 공동비전이 구체적 정책으로 현실화되는 앞으로의 과정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의 장기적 공동비전을 만들어 내고, 이에 입각하여 북핵 문제, 동맹의 지구적 역할 규정, FTA 등 비군사 이슈를 포함한 주요 문제들을 다루는 포괄적 논의의 장이었다. 그러나 북핵 국면의 심각성 때문에 정상회담의 상당부분은 북핵 문제에 집중되었다. 북핵 문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인식과 전략목적, 정책방향 등에서 상당한 일치점을 보여주었다. 우선 양 정상은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라는 전략적 목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핵 국가의 지위를 갖겠다는 북한의 선언에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 단호한 거부의 입장을 드러냈다. 북핵 폐기를 추진하는 구체적 정책에 대해서도 양 정상은 일치된 견해를 표명하였다.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한은 “도발하고 보상받는 패턴”을 반복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고질적 패턴을 끊고 일관되고 효과적인 경제제재를 통하여 북한의 근본적인 행동변화를 촉구하기로 한 것이다.   북핵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한미 양국이 목적과 추진방법에서 이번처럼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새롭다. 북한의 행동이 유례없이 도발적이기도 하지만, 양국의 국가이익이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UN 제재결정 과정을 통하여 중국 등 주요국들이 동참하여 한미의 협력이 더 원활해진 것도 하나의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간 프라하, 카이로 등 여러 연설을 통하여 ‘핵 없는 세계’를 추구하면서 ‘폭력적 극단주의’를 징벌하겠다는 단호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를 통해 강건한 외교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미국 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정치적 행보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식 속에 북한은 이란, 이라크, 쿠바 등과는 달리, 적극적 외교의 대상국에서 벗어나 이제는 핵 없는 세계를 폭력적 극단주의로 위협하는 세력에 근접해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목적으로 내걸고 제재 국면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안보리 1874호 제재안의 효과적인 실행을 추구하는 동시에 북한 없는 5자회담의 구상을 내보였다.   문제는 제재 이후의 국면에서 부딪히게 될 북핵을 넘어선 북한 문제 전반이다. 대북 제재가 성공할 경우, 혹은 기대만큼 성과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북핵 해결의 새로운 출발점은 어디인가? 제재를 견디지 못한 북한이 회담장으로 돌아올 경우, 북핵 문제는 물론 북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한미 간의 새로운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는가? 더욱이 강성대국 건설과 후계구도를 놓고 선군 논리를 강화하는 북한이 이미 두 번째 맞이하는 경제제재에 물러서지 않을 경우, 한미 양국은 어떠한 대안을 가질 수 있는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다루는 원칙에 관해 양국 정상이 원칙적 의견 일치를 보인 것은 평가될 만하나, 앞으로의 문제를 보다 유연하고, 신중하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지금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경우 맞이하게 될 ‘다른 길’(another path)을 강조하였다. 북한이 주목할 만큼 선명한 모습의 길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북한의 체제와 정권의 미래에 대한 한미 양국의 명확하고, 신뢰할 만한 논의를 확신하지 못한다면, 북한은 ‘다른 길’보다는 현재의 선군의 길에 명운을 걸 것이다. 중국 등 주변국 역시, 제재공조를 넘어선 비전이 마련되지 않으면 한국이 초청하는 5자회담에 참가하기를 주저할 것이다. 5자회담은 난관을 겪고 있는 6자회담보다 몇 배 어려운 회담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소외’를 걱정할 중국이 5자회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만들려면 6자회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5자회담에서 비핵화 북한이 21세기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으로 부상하도록 돕는 방안을 새롭게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5자회담이 의미있게 추진되려면 한국은 이제부터 국민적 합의와 국가적 지혜에 기반해서 ‘다른 길’에서 펼쳐질 수 있는 새로운 ‘패턴’을 구상하고 동시에 국제적 합의를 위해 주변국의 협조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이 작업은 백년에 유례 없는 글로벌 금융위기, 끝이 보이지 않는 테러와의 전쟁에 발목이 잡혀 한반도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룰 수 없는 오바마 행정부보다 이명박 정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제재와 함께 ‘출구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해야 할 시점에 당면해 있는 것이다. 새로운 북한 선진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스스로 비핵화와 번영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변화와 더불어 21세기적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가는 주변국의 변화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기존의 햇볕정책과 제재정책을 넘어서는, 제3의 전략, 북한과 주변의 “공진화”(coevolution) 전략이다.   북핵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논란이 예상되었던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는 본격적으로 표면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21세기 한미동맹은 북핵을 넘어서 세계적 차원의 많은 문제를 만나게 될 것이다. 한미동맹의 미래를 놓고 미국이 무엇보다 원하는 바도 한국의 세계적 역할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의 군사적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지는 않았다. 그러나 공동비전에서 언급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지구적 차원의 안보문제를 둘러싸고 향후 양국 정부는 남북한 안보관계, 한국/미국 내 국민여론과 정치상황, 중국 등 주변국가의 이해관계를 저울질하면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번 아프간 사태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은 장기적 협력을 염두에 두고 서로의 입장을 양해하는 가운데 비교적 신중한 접근방법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앞으로 무수히 생겨날 많은 지구적 이슈들이다.   한국은 미국의 주니어 파트너로 지구안보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인질사태나 해적사태를 생각해 보면 한국의 지구적 지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우리의 지구 전략과 병행되는 한미동맹의 전략을 구체화해 놓아야 한다. 사실 한국군은 이미 글로벌 포스로서 세계평화와 지역안정을 지키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역할은 북한 핵 위기가 악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서는 민간 차원의 기여에 중점을 두는 것이 한미동맹의 역할분담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 양국이 합의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된다.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선 국제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무엇보다도 평화건설을 위해 중요성이 늘어나고 있는 지역재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역할분담이 한미동맹과 미국의 국익, 그리고 국제평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 오바마 정부와 확실한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   한미 간에, 그리고 양국 내에 한미관계의 미래를 놓고 벌어지는 많은 논쟁은 불가피하고 또 바람직하기도 하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둘러싼 한미 양국의 견해차를 인정하면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FTA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적절한 추진방법을 찾고자 하는 견해를 표명하였다. 한미 FTA 자체를 비판하면서 재협상을 논의했던 과거보다 진일보한 입장이다. 쉽지 않을 비준을 앞두고 FTA 불씨를 지켜나가는 데 합의한 것은 실업대란에 처한 미국, 대선 때 한미 FTA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오바마의 선거전략 등을 감안할 때 평가할 만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역시 미국과의 FTA를 눈앞의 경제적, 전략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수단이란 인식을 넘어 지구 경제위기 속에서 보호주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부상하는 동아시아 경제네트워크와 세계 최대 경제국을 연결함으로써 세계경제에 활력을 제공하는 지구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대승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향후 한미관계를 둘러싼 국내의 논쟁 또한 상호 차이를 인정하면서 합리적 타협점을 찾는 성숙한 민주주의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이다. 북핵 문제, 한미동맹, FTA 등의 문제에 대해 진보 대 보수의 이념적 대립을 극복하고 진정한 국가이익을 둘러싼 합리적이고 지속적인 논쟁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정부 역시 이러한 논쟁에 귀를 기울이고 보다 장기적인 정책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향후 사태 전개의 핵심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정책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를 구축하고 상생의 여야관계를 만드는 데 성공하느냐에 있다. 외치는 내치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과제부터 우선 풀어야 한다.         위원장 하영선 (서울대학교)   위원 김성호 (연세대학교) 손    열 (연세대학교) 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학교) 전재성 (서울대학교)   [EAI 논평]은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깊이 있는 분석과 적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AI 논평]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 안보넷 2020-06-04조회 : 22464
논평이슈브리핑
[EAI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 ④ 이슈브리핑 - 여론으로 보는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정책 중간평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실현을 위한 대북정책 추진 방향

.a_wrap {font-size:14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0px;} 편집자 주 본 이슈브리핑은 EAI가 실시한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 인식조사 결과 및 정책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백진경 EAI 연구원과 박원곤 한동대 교수가 집필한 보고서입니다. 인식조사에 따르면, 문 정부의 대북정책은 4.5점 (10점 만점)으로 전반적인 외교정책(4.5-5.0점)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위협요인 중 불안정한 남북한 관계는 49.8%로 높은 응답을 보였습니다. 저자들은 문 정부가 제시한 남북간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의 선순환 구조 주장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하며 이를 위해서는 EAI가 제시하는 4대 대북 복합전략(관여, 자구, 제재, 억지)을 바탕으로 한 균형적이고 복합적인 대북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 아래는 본 이슈브리핑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한국인의 한반도 안보 및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인식 한국의 전반적인 안보상황에 대하여 의견이 다소 엇갈리는 가운데 여전히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는 불안정한 남북한 관계가 49.8%로 비교적 높게 드러났으며 (그림 2),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주변국의 위협 역시 북한 김정은 정권에 의한 핵과 미사일 개발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3). 이는 <그림 3>에서 54.6%로 절반이상으로 높은 응답을 보인 일본 아베 정부의 군사 대국화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자국우선주의보다도 높은 결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위협적으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림 2>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협요인 (1+2순위)   <그림 3>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주변국의 위협 (1+2순위)   […]   한반도 비핵화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 본 여론조사의 대다수의 응답자는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 전망(그림 4)에 대해 비핵화가 실현되겠지만 많은 시간이 걸릴 것(33.3%)이라고 응답했으며,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비핵화가 실현될 것이라는 응답은 2.3%로 낮게 나타났다. 또한 결국 비핵화는 실현되지 않을 것 (18.2%)이라는 응답과 비핵화는 애초부터 실현될 것 (20.7%)이라 생각하지 않았다는 응답 역시 다소 높게 나타나고 있어 즉각적인 북한의 비핵화 실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상당히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 4> 한반도 비핵화 실현 가능성   […]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 평가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대북정책의 목표로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등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대북정책을 하나의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4.5점으로 대일정책(5.0점), 대미정책(4.6점), 대중정책(4.6점) 등 그 외의 문재인 정부 추진 정책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으나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6).   <그림 6>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 (10점 만점)   […]   진정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향후 과제 남북간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의 선순환 구조 주장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남북간의 화해협력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정부의 정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한계를 노정한다. 우선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부과되고 있는 경제 제재로 인해 남북간 화해협력을 위한 다양한 조치가 제한된다. 더불어 동 정책은 북한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이다. 제재 하에서도 이산가족 상봉, 남북 군사 신뢰 구축 등의 분야에서 진척을 볼 수 있으나 북한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북한이 4월 시정연설을 통해 한국을 비난하고 사실상 대남 관계의 단절을 선언하는 등 지속적으로 한국을 배제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일방적 남북 간 화해협력 주장은 대북 협상력 약화와 국제 공신력 저하로 연결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본 여론 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으며, 국민들 역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과의 협력뿐만 아니라 경제적 제재를 복합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진정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남북간 화해 협력이 아닌 EAI가 제시하는 관여 (Enagement), 자구 (Internal Transformation), 제재 (Sanctions), 억지 (Deterrence)로 이루어진 4대 대북 복합전략을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균형적이고 복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 저자: 백진경_ EAI 연구원. 영국 워릭대학교(University of Warwick)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EAI에서 북한·안보 연구, 아시아 민주주의 연구 담당 연구원으로서 대북 복합전략 영문 종합 웹사이트 ‘Global North Korea’를 구축 및 운영하는 사업과 아시아민주주의연구네트워크(Asia Democracy Research Network)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북한 연구, 국제관계, 국제안보 등이다. 최근 저서로는 북한의 생화학무기와 완전한 비핵화의 길 (2019, EAI 논평/ Global NK 논평)이 있다. ■ 저자: 박원곤_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 국제관계 전공교수. 국방부·통일부 자문위원. 서울대학교에서 외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동북아 국제관계, 안보론, 외교사, 북한연구, 한미동맹 등이다. 주요 연구로는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전략 평가와 신행정부 대외전략 전망"(2016) (공저), "정당한 전쟁론 연구: 평화주의, 현실주의와의 비교"(2016), "Changes in and Prospects for the East Asian Security Order: A South Korean Perspective"(2016), "A Theoretical Review and Critical Analysis of South Korea’s Proactive Deterrence Strategy"(2015), "한미동맹 미래 구상: 지휘구조 개편을 중심으로"(2014)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9) I [email protected]     [EAI이슈브리핑]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시리즈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백진경, 박원곤 2019-12-05조회 : 10262
워킹페이퍼
[워킹페이퍼] The History of Conceptual Bifurcation of `Peace` in the Two Koreas

.a_wrap {font-size:14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0px;} Editor's Note In an effort to illustrate the bifurcation of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Young-sun Ha analyzes the evolution of reunification discourses following the Korean War. In particular, his paper focuses on the three concepts--"reunification through war", "reunification through revolution" and "peaceful reunification"—that emphasize differences in the two Koreas’ respective interpretations of peace. Such conceptual bifurcation, accompanied by existing political and economic differences, makes it increasingly more difficult for the two Koreas to realize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Quotes from the paper  The Korean War and the Concept of Peace After separate governments were established in the North and the South in 1948, North Korea chose reunification through war as its primary principle, complemented by reunification through revolution with peaceful reunification as the facade.   National Modernization and the Concept of Peace In spite of domestic and international difficulties, North Korea quickly finished postwar reconstruction under the Three-Year Plan for Economic Revival (1954-1956) and the First Five-Year Plan for Economic Development (1957-1961). In the 1960s, the Soviets and the Chinese withdrew their support for reunification through war. In the meantime, South Korea remained politically unstable, and was enduring greater difficulty recovering from the war than North Korea. Accordingly, North Korea began to emphasize reunification through revolution over reunification through war. Kim Il Sung called for reunification through strengthening the three revolutionary capabilities in February 1964. South Korea’s approach of "first construction, next reunification" and the North’s strategy of "strengthen the three revolutionary capabilities" competed against one another. But in 1968, the inter-Korean relationship sharply deteriorated owing to a series of incidents including the Blue House Raid (January 21), the USS Pueblo Incident (January 23), and the Uljin-Samcheok Landing (October 23). After this, the South Korean government switched to a strategy of "parallel advancement of defense and construction".   Détente and the July 4 Joint Statement While Park Chung-hee was pursuing a three-fold survival strategy that included an improved relationship with North Korea, Kim Il Sung sought reunification through a strengthening of the three revolutionary capabilities. Although the two Koreas shook hands, they did so with totally different perspectives and inner hostility towards one another. As a result, the handshake did not lead to a hug but rather regressed to a state of confrontation.   The Post-Cold War Era and the Concept of Peace The arms reduction proposals by North and South Korea have some commonalities but are structurally in conflict, with discrepancies arising from their totally different approaches to "peace" in Korea. On the one hand, South Korea has pointed out that a relaxation of military tensions on the Peninsula is practically impossible as long as the North, based on the lasting ideology of the national liberation and people’s democratic revolution formed in the 1960s, 1) urges withdrawal of the USFK, 2) denies the legitimacy of the South Korean regime and seeks to instigate communist revolutions in the South, and 3) still displays the potential for a surprise attack. On the other hand, North Korea argues that the main obstacles to the relaxation of military tensions are large-scale military exercises such as Team Spirit as well as the presence of US forces and tactical nuclear weapons deployed in the South, which must be removed first and foremost to achieve the peaceful reunification of Korea.   Conclusion  Modern concepts of "peace" in South and North Korea have developed in a bifurcated fashion throughout four phases: the Korean War (1950s), national modernization (1960s), the détente (1970s), and the post-Cold War era (1990s). Within the divided Peninsula, the concept of "peace" has been intricately entwined with the three options of reunification through war, reunification through revolution, and peaceful reunification, and has over time come to have totally different meanings in the North and the South. [To] achieve a true resolution to the Korean peace problem in the 21st century, sociopolitical forces inside and outside the Korean Peninsula must exert co-evolutionary efforts to develop and practice a new, shared concept of "peace".     Author’s Biography Young-Sun Ha is Chairman of the Board of Trustees at the East Asia Institute. He is also a professor emeritus of the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and international relations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Dr. Ha serves as a member of senior advisory group for the inter-Korean summit talks preparation committee(2018-). He received his B.A. and M.A. from Seoul National University, and holds a Ph.D. in international politics from the University of Washington. His recent books and edited volumes include: U.S.-China Competition in the Architecture of a Regional Order in the Asia-Pacific (2017), International Politics of Tributary Envoys: The Analysis of Cho’chonnok and Yonhaengnok 16C-19C (2016), and Korean Peninsula among Big Powers 1972 vs 2014 (2015).    

하영선 2019-03-28조회 : 8978
논평이슈브리핑
[EAI 이슈브리핑] 북한 신년사와 2019년 북핵 문제 전망

.article_wrap {font-size:14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0px; } [편집자주]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 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조치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은 북한에 대해 여전히 ‘대화와 압박’이라는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양측 모두 정상 간의 담판에 기대를 걸고 있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높다고 EAI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다만, 북한 측에 비핵화는 단순한 협상카드가 아닌 정권의 안위를 건 근본적인 사안으로, 한미 양국이 이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그 이후에는 또 다시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이와 더불어, 본 이슈브리핑에서는 북한 신년사에 대한 엇갈린 평가와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의 향후 대응 전략 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번 이슈브리핑은 EAI가 연초에 기획한 신년 라운드테이블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전재성 EAI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서울대 교수)이 대표집필한 것입니다.      북한 신년사에 대한 엇갈린 평가 2019년 북한의 신년사 발표 이후 북한의 전략과 의도에 대해 한국 정부와 국내외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양할 뿐 아니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의 핵심적 행위자인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내 전문가 집단의 견해도 같지 않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낙관론은 김정은이 이미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경제총력 노선에 매진하고 있으며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진정성 있게 추진하고 있는 반면, 북미 간의 상호 불신과 미국의 미온적 보상으로 협상이 난관에 처해있다고 진단한다. 비관론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도 자체가 불명확하며 여전히 동결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핵, 미사일 능력을 제고하는 가운데 한미동맹 약화, 경제보상 극대화, 중국, 러시아와 관계 강화, 궁극적으로 핵보유 정상국가 인정을 추구하고 있다고 본다. 하나의 텍스트를 이와 같이 완전히 다르게 읽게 되는 것은 읽는 사람들의 희망적 사고, 북한에 대해 이미 형성된 인지와 믿음체계가 반영되는 탓이기도 하지만, 북한의 신년사 자체가 전략적 모호성과 해석의 다양성을 의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년사는 북한이 원하는 최대한의 기대치를 제시하는 만큼 북한 자체의 희망적 사고도 내재되어 있으며 향후의 목적 달성을 위한 고도의 전략을 담고 있다. 이번 신년사의 첫 번째 특징은 경제에 대한 강조와 발전에 대한 강렬할 열망이다. 경제라는 단어는 38회 언급되고 있어 2018년의 21회, 2017년의 18회에 비해 급속히 증가했다. 그리고 내용적으로는 자립경제의 강조, 인민 생활의 질적 향상, 국외에 대한 성과 현시 욕구 등이 두드러진다. 특히 자체 기술, 자체 자원, 혁명적 열의와 창조적 혁신 등 자립경제의 요소들에 대한 언급이 많으며, 건설 사업의 성과를 강조하는 등 경제를 보는 북한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농민과 탄부들에 대한 복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올해 신년사의 특징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경제총력 노선이라는 결단이 경제 발전 방법에 대한 전략적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발전 전략은 여전히 사회주의의 틀 속에 있으며 사회주의 분배원칙의 요구, 당 중심의 경제발전 전략에 머물러 있으며, 새로운 제도에 대한 모색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즉 사회주의 자립경제의 기치 하에 전력, 석탄, 관광 지구 건설 등 다양한 부문을 언급하고 있지만, 기존의 노선을 근본적으로 넘어서는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지도층이 북한 경제의 질적 도약을 위해 경제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고 어떤 범위의 전략적 선택을 모색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번 신년사에서 제시된 전략으로는 북한의 경제현실과 인민들의 생활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또한 이 전략이 비핵화를 염두에 둔 경제발전 노선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경제의 자립을 도모하는 가운데 경제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을 예상하고 있어 경제발전 전략과 비핵화의 전략적 결단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둘째, 신년사는 핵무기의 생산, 사용, 배치, 이전 금지를 명확히 하고 있지만 이것이 국제사회가 요구해온 비핵화의 단계로서 핵동결을 의미하는지는 명확치 않다. 일부에서는 비핵화라는 단어의 언급을 중시하면서, 핵무기의 생산 중지를 새롭게 천명한,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라고 본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핵물질의 지속적인 생산, 핵 기술의 지속 개발, 탄도미사일의 고도화가 포함되지 않은 소극적 정책이며 동결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미국 내에서도 북한의 진일보한 정책에 신중한 낙관론을 보이기도 하지만, 다수는 여전히 핵동결에 미치지 못하는 모호한 정책으로 간주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신년사 발표 직후 핵무기에 대한 북한의 언급에 반색하면서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에 대한 신뢰를 표현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김정은의 친서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가능성도 계속 언급되고 있다. 북한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단계적, 동시적 접근이 미국과 합의되었다고 보고, 사실상의 핵군축 회담을 추진하면서 상황에 따라 완전한 비핵화의 가능성을 도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상정하고 단계적 접근을 수용하였지만 사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개념을 둘러싼 북미 간의 견해 차이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목표 하에 북한 비핵화에 앞선 다양한 전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제조건들을 수용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전체 핵, 미사일 전력에 대한 리스트 제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객관적 검증, 이미 생산된 핵무기의 처리 등 여러 난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경제제재 완화, 평화체제 협상 개시 등이 쉽지 않다. 셋째, 북한 신년사는 2018년 남북관계의 진전에 대해 대단히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2019년의 과제로 제시한 내용은 만만치 않다. 북한은 남북 간 군사합의서가 사실상의 불가침조약이라고 정의한 후 한반도 전역의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를 제언하고 있다. 더불어 한미군사훈련의 영구 중단, 외부로부터 전략자산 및 장비 반입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 없이 평화체제 다자 협상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참여를 전제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하면서 외부세력의 간섭과 개입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을 언급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제재 전선에서 남북교류협력을 분리시키려는 의도도 보이고 있다. 군사, 경제, 평화체제 협상에 걸친 남북관계의 진전은 사실상 한미동맹, 남북 간 재래식 군축, 대북 국제 경제제재 레짐, 그리고 동북아 세력균형에 걸친 복잡한 문제이다. 문제의 본질이 국제관계이며 비핵화 협상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사안들이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고려를 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이를 단순히 민족문제로 생각하기란 불가능하며, 북한의 요구는 이와 상충되는 명확한 전략 노선을 전제로 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 신년사의 요구가 비핵화와 유리된 남북 관계 진전의 요구, 한미동맹 약화, 한국의 재래식 군사태세 약화, 중국의 역할 증대를 고려한 포석으로 보고 있어 북미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및 북핵 문제 진전 가능성 신년사에 나타난 제안들은 북한이 원하는 최대치를 표현한 것이므로 향후 한국과 미국의 대응에 따라 북한의 선택지를 적절히 형성해가면서 협상이 진전될 수 있다. 북한은 한편으로는 비핵화의 조건을 두고 미국과 까다로운 협상을 벌이면서, 이와 별도로 남북 관계 진전, 조기 다자평화체제 협상 개시, 제재 완화 등을 요구할 것이다. 비핵화 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신년사에 표현된 대로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 할 것이다. 올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의 실마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풀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멀지 않은 장래에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가 훌륭한 것이었다고 논평한 바 있다. 북미 양측이 정상 간의 담판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점에서 2차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비핵화의 근본 원칙과 개념에 대한 북미 간의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실무회담에서 조율되지 못한 어려운 문제들이 정상 간의 대화로 풀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미 양 정상은 회담이 열리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원칙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고 단기간의 성과에 치중하여 우선 제시할 수 있는 인센티브들을 교환하는데 그칠 수 있다. 그러면 또다시 이후의 실무회담에서 중대한 문제들이 합의되지 못한 채 진전이 어려운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북한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단계적, 동시적 문제 해결을 기반으로 사실상의 핵군축을 추진하면서 최종 단계에서 비핵화 여부를 결정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신년사에서 표현된 대로 미국 측이 소위 “고질적인 주장에서 대범하게 벗어나 호상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에서 공정한 제안을 내놓고 올바른 협상 자세와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북한은 비핵화가 아닌 다른 전략적 노선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한반도의 비핵화인 반면, 한미가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의 정도에 대한 개념이다. 북한은 정권과 북한이라는 정치체의 안위를 걸고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는 단순한 협상카드가 아닌 근본적인 사안이며, 이를 위해 한미가 어떠한 안전담보를 제공하는가가 중요한 이슈가 된다. 이에 대한 확실한 대안이 준비되지 않은 채,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의 핵심과 향후 대안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2차 북미회담이 열린다면 이후의 진전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의 향후 대응 전략 또한 신년사에는 북한의 대남, 대외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이 제시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한국의 적절한 대응이 요구된다. 우선, 북한이 추구하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와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 간에는 여전히 깊은 골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동시적, 단계적 접근이 핵군축 협상의 과정을 의미한다면 미국은 이에 동의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비핵화를 위한 전반적 협상골격이 없는 상태에서 단계적 핵군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이 북한의 정권과 체제안전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지 않고 근본적인 관여 정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비핵화만을 추구한다면 북한은 이에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노력에 대한 장기적 비전 하에서 미국의 관여정책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둘째, 북미 간의 의견 차이가 조율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대화의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북미대화 개최 자체를 중시하고 있지만, 협상장 밖에서의 의견 조율, 힘 겨루기, 심지어는 협상의 정체까지도 성공적인 차기 협상을 위해 필요한 과정일 수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3차, 4차 회담이 열릴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과 미국은 물론, 중국 및 국제사회와의 치밀한 대화 속에서 목표와 과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긴 시간을 요구하므로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대북 관여와 북한의 자구책 지원을 추구하는 동시에 군사억제와 제재를 병행하는 복합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비핵화 협상과 남북 교류, 협력, 평화체제 협상도 중요하지만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이루어진 이후 북한이 어떠한 군사, 외교, 경제전략을 추진할지, 평화체제 이후의 남북관계는 어떠한 모습의 경쟁과 협력을 보일지를 예상하고, 바람직한 북한의 발전 방향에 대한 북한의 전략과 자구의 노력을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어느 정도의 군사력을 가지고 억제력을 유지해 나갈지, 북한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경제 제재의 정책수단을 어느 수준에서 사용해 나갈지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넷째,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은 지역전략과 한미 동맹의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 미중 경쟁 체제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는 국제정세와 밀접한 관계 아래 진행되고 있는 바, 한국의 지역전략과 비핵화전략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연합군사훈련, 전작권 이양 등 단기 과제는 물론,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 등 장기 사안도 대두될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 정부는 경제논리에 기초한 국익우선주의를 앞세워 동맹전략 전반을 재평가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미일 전략 협력도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미 동맹이 한반도에 국한된 사안이 아닌 만큼,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한국의 지역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     ■ 대표 집필: 전재성_ EAI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외교부 및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이론, 국제관계사, 한미동맹 및 한반도 연구 등이다. 주요 저서 및 편저로는《남북간 전쟁 위협과 평화》(공저),《정치는 도덕적인가》,《동아시아 국제정치: 역사에서 이론으로》등이 있다. ■ 라운드테이블 참가자(가나다 순): 김병연(서울대), 손 열(EAI), 전재성(서울대), 하영선(EAI) ■ 담당 및 편집: 최수이 EAI 선임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105) I [email protected]     [EAI논평]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논평 시리즈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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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성 2019-01-17조회 : 8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