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지식계가 대북 전략 및 북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고 보다 균형 있는 북한과 한반도 문제 연구 및 통일전략과 동아시아전략을 복원하고자 EAI는 2018년 대북복합전략 영문 종합 웹사이트 구축을 기획하여 웹사이트를 지속적으로 관리 및 운영하고 있다. 대북복합전략 영문 종합 웹사이트 Global North Korea (Global NK)는 아카이브 성격의 웹사이트로써, 제재(Sanctions), 관여(Engagement), 자구(Internal Transformation), 억지(Deterrence)로 구성된 4대 대북복합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주요 4개국인 한국, 미국, 중국, 일본에서 발간한 자료들을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법을 통해 분류한다. 또한, Global NK에서 제공하는 통계치를 통해 웹사이트 이용자는 주요 4개국의 북한에 대한 인식 차이 및 변화를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본 웹사이트는 외부 기관의 북한 관련 발간 자료를 한 곳에 수집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전문가 코멘타리(Commentary)를 발간함으로써 보다 분석적이며 전략적인 방식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웹사이트 바로가기: www.globaln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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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논평] 한반도 재래식 군사충돌 가능성과 위기관리 방안

한반도 위기는 그동안 북한의 수많은 국지도발에도 불구하고, 1차 핵위기, 2차 핵위기를 거치며 북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따른 핵·WMD 위협에 따른 위기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은 한반도의 위기 양상을 재고토록 한다. 전략무기 현대화에 중점을 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재래식 포탄이 모자라서 북한의 재래식 구형 무기를 구입할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의 늪에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는가 하면, 이스라엘은 2011년 최첨단 로켓 요격·방어체계인 아이언 돔 배치[1]에도 불구하고 하마스의 약 7천 발의 로켓 기습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완전 제거(혹은 무력화)를 목표로 가자지구로 지상군을 투입시키며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하지만, 엄청난 민간인의 피해 발생으로 이스라엘 또한 바람직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과 중동의 이러한 상황은 한반도와 멀리 떨어져 있는 전쟁과 무력충돌의 이야기가 아니다. 첫째, 북한의 대남 기습공격 가능성과 전술 및 무기들은 우크라이나전과 하마스 공격을 통해 이미 현시 됐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 러시아에게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형 방사포나 미사일 제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Murphy 2023/10/15; 한도형 2023/10/25). 또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로켓이나 기습 전술은 북한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하마스는 이번 이스라엘 공격에 북한제 F-7 로켓추진 유탄발사기(RPG)를 포함해 북한제 무기 사용 정황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하마스의 기습공격 전술도 북한 전술과 유사해 북한의 대남 기습 도발 공격 유형과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Kim et al. 2023/10/19; <중앙일보> 2023/12).   둘째, 러시아, 하마스, 그리고 하마스에게 무기를 지원해 온 이란은 모두 북한이 전략적 연대를 강조해 온 반미연대 국가들이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러시아에게 유리한 전략환경을 조성해 줄 뿐만 아니라, 하마스의 거짓정보 확산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반격은 아랍의 반이스라엘연대와 아랍의 반미연대로 발전될 수 있다. 북한은 한반도의 긴장 조성 혹은 무력충돌을 통해 유럽, 중동에 이어 동북아시아에 이르는 반미전선 연대를 도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미연대의 공간 확장이 자신의 전략공간 확대로 오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북한의 9.19 군사합의 파기다. 11월 21일 북한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1차, 8월 2차 군사정찰 위성 실패에 이어 세 번째 군사정찰 위성을 발사했다. 합참은 20일 북한이 군사정찰 위성 발사를 중단하도록 경고하며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 등 필요한 조치로 대응한다고 최후통첩을 건넸지만, 북한은 다음날 만리경 1호를 실은 천리마 1형을 발사했다. 이에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 제1조 3항의 비행금지구역의 효력만을 정지시키고 군사분계선 인근의 감시정찰 활동을 재개했다. 그러자, 다음날 북한은 “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를 즉시 회복할 것”이라며 사실상 완전 파기를 선언했다 (<조선중앙통신> 2023/11/23). 또한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9.19 군사합의 완전 파기 선언 다음날, 북한은 2018년 비무장 지대에서 파기했던 11개 GP를 복원하기 시작했고 JSA 근무병들에게 권총을 차게 함으로써 JSA의 재무장화를 추진하고 있다. 9.19 합의 파기에 따라 남북 모두 빠르게 9.19 합의 이전으로의 복구와 대응태세를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러한 3가지 특징은 북한의 다차원적인 공격 양상과 기습공격으로 한반도에 재래식 군사 충돌부터 핵확전에 이르는 위기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북한은 2021년 8차 당대회 이후 전술핵 능력 강화를 앞세운 ‘핵무력 대업 완성’을 제시하며 5대 전략무기 조기 달성을 촉구하며, 탄두, 투발 수단, 연료의 표준화, 다종화를 비약적으로 추진해왔다. 더욱이 8차 당대회 이후 북한이 시험 발사한 신형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탄도 및 순항 미사일이나, 액체연료에서 액체앰플화 및 고체연료 기반의 미사일로 빠르게 전환한 점이나, 포병중시정책에 기반한 장사정포-초대형방사포-신형 탄도 미사일 섞어 쏘기 훈련이나, 대남적대시정책 강화 등을 추진해 온 점을 볼 때, 북한의 기습공격 역량은 한층 더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한미는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 신설 및 이를 통한 핵대응 기획과 운용 강화, 그리고 10년 만에 ‘맞춤형 억제 전략(Tailored Deterrence Strategy: TDS) 개정 등 대북 확장억제의 실행력 강화에 초점을 둔 적극적 방어정책으로 빠르게 선회해왔다(국방부 2023). 한미는 맞춤형억제전략의 기획, 운용, 연습, 대비태세 등 모든 영역에서 한미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즉, 북한 핵 공격에 대한 억지부터 대응에 이르기까지 한미는 핵·재래식 전력의 통합(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 CNI)의 기획, 운용, 연습 등을 통해 북한의 핵강압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자 한다.   따라서 북한은 9.19 합의 파기 이후 ‘강 대 강’ 구도를 한층 더 고조시키며 한미의 대응태세를 시험하고자 할 것이다. 특히,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에 따른 비무장지대의 무장화, 서해평화수역의 파기 등의 대가를 가시화시키는 도발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군사분계선 지대의 GP 복구 과정과 전연지대로의 신형 무기 투입·배치 과정에서 화력연습 등을 핑계로 도발을 단행할 수 있으며, 서해 NLL 일대에서 해상 화력훈련 등 NLL 해상경계 무력화 조치 등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공중에서는 피아식별이 모호한 무인기 침투나 해저에서는 수중 어뢰 공격 등 회색지대 도발을 추진할 수도 있다.   북한은 이러한 도발을 통해 한반도에 더 큰 상호 불확실성과 취약성을 증대시키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공세적인 전략적, 전술적 의도와 액션 등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은 북한군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관찰하며 현장 지휘관이 즉각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권한 위임과 대비태세를 향상시킴으로써 북한의 취약성을 높이는 한편, 북한이 위기의 사다리를 내려오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들을 논의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점도 동시에 강조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국방부. 2023.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 11월 13일. https://www.yna.co.kr/view/AKR20231113098300504   <조선중앙통신>. 202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성.” 11월 23일.   <중앙일보>. 2023. “하마스, 북한제 로켓추진 유탄발사기 사용…한국 정부, 제재 가해야.” 단독 인터뷰. 월간중앙. 12월 8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3283#home   한도형. 2023. “북, 1년 전부터 러시아 지원용 무기 대량생산.” 자유아시아방송. 10월 25일. https://www.rfa.org/korean/in_focus/nk_nuclear_talks/armsproduce-10252023084739.html   Kim et al. 2023. “Evidence shows Hamas militants likely used some North Korean weapons in attack on Israel.” AP News. October 19. https://apnews.com/article/israel-palestinians-hamas-north-korea-weapons-703e33663ea299f920d0d14039adfbb8   Murphy, Matt. 2023. “미국, 북한의 러시아 군사 장비 지원 정황 포착...’컨테이너 1000개 분량 (번역).” BBC News 코리아. 10월 15일.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2j915x8p3no     [1] 평균 요격률 90%의 ‘아이언 돔’은 현재 10개 포대를 배치해 운용하고 있으며, 1개 포대는 3~4개 발사대를 갖고 있고 1개 발사대는 최대 20발의 요격 미사일을 쏠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한 번에 600~ 800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고 90% 요격률을 적용하면 500~700개의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으므로 한 번에 수천 발의 기습 포화공격에 대해서 아이언 돔의 요격 능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 담당 및 편집: 박지수,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8) | jspark@eai.or.kr  

이호령 2023-12-12조회 : 7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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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논평] 김주애가 북한의 차기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북한은 작년 11월 19일자 로동신문을 통해 김정은과 그의 딸 김주애가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참관한 사진을 공개했다. 그리고 같은 달 27일에는 두 부녀(父女)가 전날 화성포-17형 ICBM 시험발사 관계자들과 같이 찍은 기념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은 올해 1월 1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다시 김정은과 김주애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들을 시찰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리고 2월 8일에는 두 부녀의 북한군 장령 숙소 방문 및 군 창건 75주년 기념연회 참석 사진을 공개했고, 2월 9일에는 김주애의 전날 열병식 참가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후에도 북한 선전매체의 ‘김주애 띄우기’는 계속되어, 북한은 작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김정은과 김주애의 14차례 동행 사진들을 공개했다. 김주애가 모습을 드러낸 분야 중 11건은 군사, 2건은 체육경기, 1건은 경제와 관련된 것으로 주로 군사 분야에 집중되었다.   이처럼 작년부터 북한이 김주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은 그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북한 매체가 김주애에게 사용하는 호칭과 각종 공식행사에서의 그의 위상, 과거 김정은이 만 8세 때부터 김정일의 후계자로 내정된 점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작년 11월 27일자 로동신문을 통해 김주애에 대해 ‘존귀하신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로동신문 사이트에서 ‘존귀하신’이라는 수식어를 검색해보면 김일성과 그의 부인 김정숙, 김정일 및 김정은에게만 사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처럼 역대 최고지도자들과 김일성의 부인에게만 사용되는 수식어를 김주애에게 사용한 것은 곧 그가 북한의 차기 지도자가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북한은 작년 11월 27일자 로동신문에서 김주애에 대해 김정은이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김정은에게 여러 명의 자녀가 있을 경우 그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가 후계자로 되는 것이 당연하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김주애의 나이가 만 10세 정도밖에 안 되는데 김정은이 벌써부터 그를 후계자로 지명할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후계자 ‘내정’과 ‘공식 지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김주애의 나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김정은이 그를 후계자로 ‘공식 지명’하고 그에게 중요한 직책을 맡길 수는 없다. 하지만 김정은이 미래에 김주애가 그의 후계자가 될 것임을 측근들과 국민에게 분명하게 인지시키면서 후계자 수업을 시작할 수는 있다.   필자가 2021년 3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만난 김정은의 이모 고용숙 부부의 증언에 의하면, 김정은의 8세 생일날(1992년, 김정일이 만 50세 때) 그에 대한 찬양가요인 ‘발걸음’이 김정일과 그의 핵심 측근들 그리고 김정은 앞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김정일은 이때부터 그의 측근들에게 “앞으로 내 후계자는 정은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세우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느냐는 김정은 이모부의 지적에 대해 당시 김정일은 계속 “나를 닮아서”라고 대답했다. 김정은이 만 8세가 되었을 때 김정일이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한 것처럼 김정은도 현재 만 10세로 추정되는 김주애를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일이 이처럼 김정은을 조기에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하고도 이를 연회에 참가하는 소수의 핵심 측근들에게만 공개했기 때문에 황장엽 전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같은 고위 간부도 1997년 한국에 망명하기 전까지 후계자 내정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공식 지명’되어 그것이 2009년 초에 우리 사회에 알려지기 전까지 다수의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그의 ‘장남’ 김정남을 후계자로 내세울 것이라고 실상과 괴리된 전망을 했다.   김정일은 대중들 앞에서 단 한 차례도 공개연설을 하지 않았고, 그의 부인이 누구인지 선전매체를 통해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에 김정은은 대중들 앞에서 연설하기를 좋아하고, 권력을 승계한지 얼마되지 않아 자신의 부인 리설주를 곧바로 공개하는 등 김정일과는 정반대의 정치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김정은으로서는 후계자 조기 내정 및 공개가 실보다는 득이 더 클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자신의 과거 경험에 비추어볼 때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된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후계문제에 대해 근거 없는 억측이 발생할 소지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주애가 일찍부터 김정은의 군사 분야 현지지도에 자주 동행해 군부에 확고한 지지세력을 구축한다면, 김정은이 김정일처럼 갑자기 사망해 김주애가 젊은 나이에 권력을 승계하게 되더라도 안정적으로 권력을 장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주애가 여성이라는 점에만 주목해 그가 북한의 차기 지도자가 될 가능성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철혈 재상’으로 불린 대처 전 영국 수상과 독일의 최장수 총리였던 메르켈 모두 여성이다.   북한은 사회주의체제이면서 ‘사실상의 군주제 국가’이다. 지금까지 북한에서 권력은 김일성에게서 그의 아들 김정일, 그리고 그의 손자 김정은에게 이양되었다. 그러나 김정은에게 아들이 없거나, 있어도 지도자 자질이 부족하다면 김정은은 아들 이외의 다른 선택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김정은에게 김주애보다 연상의 아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왔다. 그러나 김정은과 그의 가족을 평양에서 직접 만난 복수의 외국인들 증언과 고급 정보에 기초해볼 때 김주애에게 오빠가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리고 북한 매체가 공개한 김주애의 모습을 볼 때 그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정치적 야심이 있고, 군사에 큰 관심이 있으며, 아버지의 뜻을 잇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므로 김정은이 ‘제일로 사랑하는 자제’인 김주애가 10~20년 후에는 김정은의 후계자 또는 차기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 정성장_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담당 및 편집: 박지수 ,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8) | jspark@eai.or.kr  

정성장 2023-08-18조회 : 8728
멀티미디어
[Global NK 인터뷰]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속 비핵화와 북한인권의 연계성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윤석열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은 평화와 자유의 선순환 및 상호보완성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합니다. 저자는 2016년에 제정된 북한인권법이 북한인권 실상을 세계에 알리고 책임 규명을 가능하게 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하고, 북한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해 다자주의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저자는 국제사회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함으로서 북한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북한이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 04:12~04:38에 언급된 발간물은 통일연구원에서 2023년 7월 24일에 발행한 총괄보고서 "김정은 시대 북한인권은 변화하고 있는가?"입니다. 본 보고서는 영상이 촬영된 시점에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현재 발간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이신화_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 박지수 ,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9) | jspark@eai.or.kr  

이신화 2023-08-04조회 : 6267
논평이슈브리핑
[EAI 이슈브리핑] 2023 국가안보전략서 내 한국의 대북정책 기조에 더할 것 한 가지

지난 6월 7일 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실은 한국 외교안보정책의 핵심원칙과 목표, 추진방향에 관한 큰 그림을 제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자유, 평화, 번영의 글로벌 중추국가』를 발행하였다. 2004년 노무현 정부가 처음으로 『평화번영과 국가안보』라는 한국 최초의 국가안보전략서를 발간한 이후 2009년 이명박 정부, 2013년 박근혜 정부, 2017년 문재인 정부에 이은 한국의 다섯 번째 국가안보전략서이다. 대외적으로 이번 국가안보전략서는 작년 12월 일본의 『국가안전보장전략(国家安全保障戦略について)』이 공개된 이후 미국 정부가 즉각적 환영 입장을,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 것에 비하면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국내적으로는 “강대국 이익 우선전략서”[1] 라는 비판과 “더 이상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2] 는 극찬까지 그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렸다. 국내 논쟁이 주로 북한과 일본에 대한 한국 외교 방향을 두고 진행되었고 한미일 협력 강화가 “북한 도발에 대응”[3] 하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된 것을 고려하면, 결국 여야가 극명한 온도차를 보인 문제의 핵심은 2023 국가안보전략서에 담긴 대북정책 기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본 고는 이번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서가 북한의 위협과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그 특징을 기존의 한국 전략서 및 미국·일본의 전략서와 비교하여 살피고, 이러한 대북정책 기조가 앞으로 직면하게 될 어려움을 설명한다. 아울러, 국내 대북정책 논쟁의 흐름을 나선(spiral)과 억지(deterrence) 모델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현재 경색된 한반도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현상변경세력(revisionist)’인지 ‘현상유지세력(status quo power)’인지를 구분하는 것을 넘어 북한 스스로 전략지향을 바꿀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억지(Deterrence)-단념(Dissuasion)-대화(Dialogue) 3D의 대북정책 기조에 ‘북한의 대안 미래 및 발전(Development) 경로’를 추가하여 4D의 대북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향후 한국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제언한다.     2023 국가안보전략의 핵심기조   ‘전략(strategy)’이라는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 스트라테지아(strategia)로, 원래는 “군 지휘관의 기술(art of general)”을 의미하는 단어였다고 한다.[4] 전쟁의 본성에 대한 클라우제비츠의 이론이 전쟁의 “목적(purpose)”과 “수단(means)”을 중심으로 정리되고 있는 것[5] 을 고려하면, 전략의 핵심도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그 수단을 중심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한국 최초의 국가안보전략서는 국가안보전략의 개념을 “대내외 안보정세 속에서 국가안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의 가용자원과 ‘수단’을 동원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구상”[6] 이라고 정의하였고, 다른 나라들 또한 국가안보전략서를 해당 국가가 직면한 도전과제와 그 대응 과정에서 주요 국익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을 체계적으로 기술하는 방식으로 정리한다.   2022년 10월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서(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는 미국이 직면한 도전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립 속 인권, 자유, 법치 등 “규칙에 기반한(rules-based) 국제체제”를 수호하는 것’과 ‘기후변화, 식량안보, 보건·테러·에너지 위기 등 초국경적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1) 미국 권력의 토대가 되는 자원 및 수단에 대한 투자, (2) 가장 강력한 형태의 국가연대 구축, 그리고 (3) 변화하는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력의 현대화를 제시한다. 정책 대응의 우선순위로는 중국을 압도하고 러시아를 견제하는 것 두 가지를 꼽고 있고, 이어서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역량 강화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한 대응을 언급한다.[7]   2022년 12월에 발표된 일본의 국가안전보장전략(国家安全保障戦略)은 ‘일본의 주권·독립·영토완정·국민안전,’ ‘일본의 번영과 이를 담보할 수 있는 국제환경 조성,’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 등의 보편가치 수호’를 일본의 3대 국익으로 규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 일본 국방력 강화 및 개혁, (2) 보편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국제협력과 리더십 발휘, (3) 방어위주 교리와 비핵원칙 견지, (4) 일미 확장억지 강화, 그리고 (5) 동류국가(like-minded countries)와의 다자협력을 통한 공존·공영을 제시한다. 일본은 중국의 전략적 불투명성과 군사력 강화,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러시아의 이웃국가에 대한 군사행동과 중국과의 연대 순으로 위협의 우선순위를 밝힌다.[8]   한국 기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도 대동소이한 구조로 되어 있다. 표현과 우선순위의 차이는 있지만,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전략서에서 핵심국익은 국민안전과 영토주권 수호, 한반도 평화 번영, 동북아 공동번영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혹은 과제로 한미동맹, 국제협력, 선진안보체계 구축 등이 제시된다.[9]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북핵문제 해결,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 번영, 국민안전을 목표로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미동맹 기반 위에 우리 주도의 방위역량 강화,” “국민과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위기관리체계 강화” 등을 제시한다.[10]   이번에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도 ‘주권·영토·국민안전,’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미래 준비,’ ‘동아시아번영 기틀 마련과 글로벌 역할 확대’를 국가안보의 핵심 목표로 상정하고 있어, 외교 공간이 동북아에서 글로벌로 확장되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기존의 전략서와 국익을 정의하는 방식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자주국방이나 전작권 전환 등을 강조하지는 않지만, 국방혁신과 첨단기술 기반의 강군 건설과 한미동맹을 더욱 포괄적인 글로벌 동맹으로 강화한다는 기조도 기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와 그 맥을 같이 한다. 국익을 위협하는 요소를 규정함에 있어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미중간의 경쟁 심화, 경제와 안보의 연계 심화, 감염병·기후변화·사이버해킹의 신안보 위협으로 잡고 있어 우선순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의 위협인식과 상당히 유사한 형태를 띤다.[11]   일각에서는 북한을 향한 대화와 외교의 문을 닫고 있다는 점, 그리고 역사와 영토 문제와 관련하여 일본에 대해 저자세를 보이고 한미일 안보협력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을 들어 이번 국가안보전략서에 대해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내었다.[12] 그러나 이번 전략서가 과거 정부의 ‘전방위 외교,’ ‘포괄적 실리외교’와 유사하게 “실용외교”를 핵심기조로 하고 있고, 그렇다면 단편적이고 일률적인 방식의 ‘수단’에만 국한된 전략을 제시하지 않기에 이러한 지적은 과도하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핵심적인 이유는 이번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가 기존 정부의 전략서와 확연히 구별되는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가치외교”와 “원칙과 상호주의”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토대로 연대를 강화”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기 때문에 ‘인권’과 ‘국제규범’의 문제가 중요하고,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일본과는 “안보협력 뿐만 아니라, 경제, 공급망, 인적 교류를 포함한 사회문화 분야까지” 협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해서는 “국익과 원칙에 입각한 당당한 외교 기조”와 “국제규범에 기반”한 “안정적 관리”가 강조된다.[13] 북한에 대해서도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는” 외교, “실용적 접근과 유연함은 잃지 않되, 우리의 국격과 핵심가치를 지키는” 접근이 강조된다.[14]     나선모델과 억지모델: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두 모델과 2023 국가안보전략서   이처럼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2023 국가안보전략서의 대북정책 방향은 기존의 접근법과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를 보이는가? 국가안보전략서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노무현과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한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 기조이고 다른 하나는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서 내세운 ‘정의와 평화’와 ‘신뢰 프로세스’ 중심의 기조이다. 대북정책에 있어 국내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의 대립적 시각으로도 볼 수 있는 두 입장의 충돌은 “햇볕론”대 “제재론”으로 정리되기도 한다.[15] 이는 냉전기 미국 정책커뮤니티 내 소련에 대한 정책 방향을 두고 진행된 입장 대립과도 유사한 면이 있는데, 저비스(Robert Jervis)는 이를 억지(Deterrence)와 나선(Spiral) 모델로 구분하여 설명한다.[16]   억지모델은 치킨게임(the game of Chicken)에 기초를 둔 것으로, 이 모델은 온건하고 유화적인 제스처는 자신의 핵심이익을 수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더 강력한 압박을 시도하게 만든다고 본다. 그 결과 한 번 양보하기 시작하면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전쟁을 불사하는 능력과 의지를 보여줄 때만 더 많은 양보를 강요받는 외교적 참사를 피할 수 있다. 치킨게임에서 승리하는 법은 끝까지 운전대를 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억지모델에 따르면 모든 이슈들은 긴밀하게 상호연결(interconnected)되어 있기에 아주 사소한 문제에서 양보하는 것도 상대방에게는 자국의 유약함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미국은 세계 모든 지역에서 일어나는 소련의 도발에 대한 모두 단호하고 원칙적으로 대응하여 소련의 기회주의적 팽창시도를 막아야 한다.   나선모델은 갈등관계에 있는 쌍방이 억지모델을 동시에 적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1차대전 이전 영독간 해군 군비경쟁에서 보듯, 일방의 안보를 확실하게 보장하려는 시도는 상대방의 안보를 저해한다. 이는 편협된 자기이익의 무한 추구가 결국 모두의 이익을 저해한다는 수인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상황과 유사하다. 미국과 소련이 동시에 억지를 걸어 위협(threat)과 징벌(punishment)을 교환하다 보면 공포가 의심과 불신을 낳고 더 심각한 안보 위기를 불러와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보는 최악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러한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내가 먼저 양보하고 상대방이 이에 화답(reciprocate)함으로써 위협 교환의 악순환을 유화적 조치 교환의 선순환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두 모델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사실 두 이론의 ‘영역조건(scope condition)’에 달려있다. 즉, 억지모델은 상대방을 기회만 있으면 현상을 변경하려고 하는 공세적 의도를 가진 현상변경세력(revisionist)로 보고, 나선모델은 상대방이 현상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방어적 의도를 가지고 자국의 안보를 보장받고 싶어 하는 현상유지세력(status quo power)이라는 전제를 하고 있다. 모겐소(Hans Morgenthau)가 지적하듯 만약 이를 반대로 적용하여, 상대방이 현상변경세력인데 나선모델에 입각한 정책을 펼치면 2차대전 이전 히틀러에 대한 영국의 유화정책과 같이 큰 외교적 실패를 경험할 수 있고, 상대방이 현상유지세력임에도 불구하고 억지모델을 적용하면 1차대전 이전 독일에 대한 영국의 견제정책이 결국 전쟁으로 귀결된 것과 같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17]   따라서 저비스는 두 모델 가운데 어떤 모델을 적용하여 대소련 정책을 펼칠지의 문제는 소련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고, 이때 소련이 미국의 의도에 대해 어떤 인식을 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제언한다.[18] 그러나 모겐소는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능력에 비해 의도는 쉽게 바뀔 수 있어서 의도보다는 능력을 기초로 외교정책을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두 가지 견해를 북한 사례에 적용하면, 첫째, 기본적으로는 북한의 능력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는 전략이 필요하고, 둘째, 햇볕론이나 제재론 중 하나를 골라 일관되게 추진하기보다는 현재 북한이 가지고 있는 전략지향과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의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 모두를 고려하여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가치를 중심으로 한국의 외교지향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원칙과 상호주의를 내세운 대북정책을 제시하는 이번 2023 국가안보전략서가 겪게 될 어려움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예상해 볼 수 있다.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이 자유·법치·인권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가치지향에 따라 한국이 (1) 누구와 연대할 것인지, (2) 어떤 수단을 선택하여 해당 국가에 대한 외교정책을 구성할 것인지 그 방향을 결정지을 때 이러한 ‘원칙’과 “실용적 접근과 유연함”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일례로 이번 국가안보전략서는 대북정책의 대원칙으로 ‘유연함’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살펴보면 압도적인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KAMD), 대량응징보복(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 KMPR) 역량을 보유하는 것, 전략사령부를 창설하여 신기술을 동원한 대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 정찰위성, 초소형 위성체계,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를 활용해 독자적 감시정찰 능력을 구비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비핵화 협상의 3원칙도 ‘핵위협 억제(Deterrence),’ ‘핵개발 단념시키기(Dissuasion),’ ‘대화(Dialogue)’의 3D를 내세우고 있지만, 억제와 단념을 위한 한국 정부의 자체 노력과 국제사회와의 공조방안에 대한 세부정책 수단은 상세히 제시된 것에 비해 어떤 방식으로 대화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는다. 「담대한 구상」의 내용도 “먼저,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협상에 복귀할 경우”의 전제 조건이 달려있다. 남북관계 정상화도 “북한의 무력도발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 하에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게 하여 상호존중의 남북관계를 확립”하는 것에서 출발한다.[19]   주지하듯이 한국 정부의 이러한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북한은 명시적으로 거부의 뜻을 밝히고 있다. 북한 정부는 2022년 8월 19일 김여정 담화를 통해 “가장 역스러운 것은 우리더러 격에 맞지도 않고 주제넘게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무슨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과감하고 포괄적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는 황당무계한 말을 줄줄 읽어댄 것”이라고 맹비난하였고, 김정은 위원장은 2022년 9월 8일 제14기 제7차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한미가 “궁극적으로는 핵을 내려놓게 하고 자위권 행사력까지 포기 또는 렬세하게 만들어 우리 정권을 어느때든 붕괴시켜 버리자는 것”이라는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이번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서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외세의 힘을 빌어 우리와 대결해 보려는 극악한 전쟁각본, 대결각본”이고, 한국의 대응능력 강화가 “막대한 군사비를 탕진하여 더 많은 전쟁살인장비들을 개발 및 구입함으로써 북침전쟁 준비를 하루빨리 다그치려는 기도”라며 비난하였다.[20]     정책제언: 억지-단념-대화-발전의 4D 모델 고민   모겐소의 지적처럼 외교정책의 기본 전략은 언제나 상대방의 능력에 대한 계산에서 출발해야 하고, 북한의 의도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국가안보전략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수립하는 것이 안전하다. 따라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응하여 한국의 억지력을 강화하는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북한이 2022년 9월 9일 「핵무력정책법」을 채택하며 비핵국가에 대해서도, 그리고 전쟁 초기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공세적 교리를 법제화한 상황에서 이에 대해 대비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지만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와 공세적 핵 전략 채택이 향후 50년, 100년 뒤의 북한 외교지향까지 결정짓는 불가역적인 조치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재래식 전력상 열세에 있는 국가들이 핵에 의존한 안보전략을 수립한 것은 비교적 일반적인 현상이며, 이는 냉전기 미국이 소련의 위협으로부터 유럽의 동맹국들을 지키기 위해서도 사용했던 전략이기도 하다.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문제는 북핵위협에 대한 한국의 정책이 북한의 대외인식과 전략지향에 또다시 영향을 주는 고리(feedback loop)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한국의 대북정책은 단순히 ‘나선이냐 억지냐?’ ‘햇볕이냐 제재냐?’ ‘대화냐 단념이냐?’의 문제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북한 스스로 자신의 전략지향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어떤 자극을 주고 어떤 정보를 주입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핵에 집착하는 것으로 활로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정권에게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한미동맹의 대북 억지력 강화와 대북제재 효과성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공조 및 단념 조치 보강 노력은 꼭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와 함께 북한이 핵을 내려놓아도 정권과 체제의 안정성이 담보될 수 있고, 북한 사회가 번영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노력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기존의 연구들이 제시하는 “제재, 억제, 관여”의 복합전략에 북한의 정보화와 “자구”가 포함된 4대 전략[21] 또는 ‘억지,’ ‘단념,’ ‘대화,’에 ‘발전’이 포함된 4D 모델의 「담대한 구상」 2.0[22] 대안모델에 주목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4D 모델이 말하는 ‘발전’은 ‘북한의 대안 미래 및 발전경로’에 대한 구체적 그림을 포함해야 한다.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는 것으로 전략지향을 바꾸면 그제야 비로소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식의 조건부 접근보다는, 남과 북의 공동번영과 북한의 미래 생존 전략에 대해 한국도 진정성 있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신호 발신(signaling)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세계와의 연대’뿐 아니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들과도 대화하고 협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정권 안전보장 조치에 대한 논의는 비슷한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개혁개방에 성공한 중국과 논의하고 이를 한중일 전략대화를 통해 구체화한 후 북미간의 대화를 매개하는 방식의 노력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아울러, ‘리스크 경감(de-risking)’ 기조하에 재편되고 있는 미중 글로벌 공급망 논의[23] 에 북한을 포함시키고, 미래 북한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을 다양한 트랙 2 또는 1.5트랙 국제회의에서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국 북한 스스로 비핵화의 길을 진정성 있게 모색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한국 또한 북한 정권의 붕괴가 아닌 한반도의 공존번영을 진정성 있게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번 국가안보전략서에서 ‘뺄 것’은 없지만, ‘더할 것’은 있는 셈이다.     [1] 고상민·정수연. 2023. “박광온 “尹정부 국가안보전략서는 ‘강대국 이익 우선 전략서’“.” <연합뉴스> 6월 8일. https://www.yna.co.kr/view/AKR20230608053200001 (검색일: 2023.06.29).   [2] 한예슬. 2023. “나경원 “文 종전선언 삭제 뭉클…尹정부 안보전략 완성됐다”.” <중앙일보> 6월 8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8410#home (검색일: 2023.06.29).   [3] 국가안보실. 2023.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자유, 평화, 번영의 글로벌 중추국가』. 서울: 국가안보실, 33.   [4] Harper, Douglas. “strategy.” Etymology. https://www.etymonline.com/search?q=harper (검색일: 2023.06.29).   [5] Clausewitz, Carl von. 1989. On War. Princeton, New Jersey: Princeton University Press.   [6] 국가안전보장회의. 2004. 『참여정부의 안보정책 구상 : 평화와 번영과 국가안보』. 서울: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23.   [7] The White House. 2023. “Remarks by National Security Advisor Jake Sullivan on Renewing American Economic Leadership at the Brookings Institution.” April 27. https://www.whitehouse.gov/wp-content/uploads/2022/10/Biden-Harris-Administrations-National-Security-Strategy-10.2022.pdf (검색일: 2023.06.29).   [8] Prime Minister’s Office. 2022. “National Security Strategy(NSS).” https://www.cas.go.jp/jp/siryou/221216anzenhoshou/nss-e.pdf 4-11. (검색일: 2023.06.29).   [9] 전봉근. 2017. “국가안보전략의 국익 개념과 체계.” 『IFANS 주요국제문제분석』 2017-15, 2-6.   [10] 국가안보실. 2018.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서울: 국가안보실, 35-109.   [11] 국가안보실. 2023, Op cit., 8-25; 58-65.   [12] 고상민·정수연, Op cit.   [13] 국가안보실. 2023, Op cit., 13-14; 34; 38-39.   [14] Ibid., 71; 74.   [15] 하영선·조동호. 2010. 『북한 2032: 선진화로 가는 공진전략』. 서울: 동아시아연구원, 22-23.   [16] Jervis, Robert. 2017. Perception and Misperception in International Politics: New Edition. Princeton, New Jersey: Princeton University Press, 58-67.   [17] Morgenthau, Hans Joachim, Kenneth W. Thompson, and W. David Clinton. 2005. Politics Among Nations. 7th ed. New York: McGraw-Hill Education.   [18] Jervis, Robert, Op cit., 112-113.   [19] 국가안보실. 2023, Op cit., 68-74.   [20] 윤형선. 2023. “북한, 윤석렬 정부 ‘안보전략서’ 전쟁계획문서라며 반발.” <남북경협뉴스> 6월 18일. https://www.snkpress.kr/news/articleView.html?idxno=1135 (검색일: 2023.06.29).   [21] 하영선·손열 편. 2021. 『2022 신정부 외교정책 제언: 신정부의 공생 외교 재건축』. 서울: 동아시아연구원, 65.   [22] 전재성 편. 2023.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및 4년 과제 ①: 외교 안보 분야.” 『EAI 스페셜리포트 시리즈』 1, 17.   [23] The White House. 2023. “Remarks by National Security Advisor Jake Sullivan on Renewing American Economic Leadership at the Brookings Institution.” April 27.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speeches-remarks/2023/04/27/remarks-by-national-security-advisor-jake-sullivan-on-renewing-american-economic-leadership-at-the-brookings-institution/ (검색일: 2023.06.29).     ■ 김양규_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사.     ■ 담당 및 편집: 박지수,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8) | jspark@eai.or.kr  

김양규 2023-06-29조회 : 9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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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인터뷰] 북중러 연대에 대응하는 한미일 협력 방향

Dr. Douglas H. Paal, a Distinguished Fellow at the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shares his assessments of the outcome and the implications of the 14th National Committee of the Chinese People’s Political Consultative Conference (CPPCC) and the 14th National People’s Congress (NPC). In this third part of the Global NK Interview, Dr. Paal highlights North Korea’s move toward China and Russia. Dr. Paal argues that North Korea will continue to build as much leverage by exploiting opportunities from Beijing and Moscow before it resumes any politics toward Korea, Japan, and the U.S.. He further suggests what South Korea, Japan, and the U.S. should do to reduce potential damage from North Korea’s increasing leverage while exploiting their own improved leverage.   Call for Trilateral Diplomatic Ammunitions to Deal with DPRK`s Move Toward China and Russia   • North Korea, as it has always done, aims to exploit its opportunities with Russia and China and “build as much leverage before they resume any politics toward South Korea, U.S., or Japan.”   • In this context, President Yoon’s bold decision to settle the historical problems with Japan should be welcomed. While one should not be “overly ambitious” because “there will always be constraints in Korea-Japan relations,” “if [U.S.-South Korea-Japan] can function on broad security issues more cooperatively, it will give time to bicker below the surface on other issues without great consequences.”   • The United States must “rethink what its policy toward North Korea is” and seek for a “diplomatic ammunition.” “It is time for us to gather together and come up with ideas on how to reduce the damage coming from North Korea’s increasing leverage and find good ways to exploit our own improved leverage with stronger position of allies in the Asia-Pacific.”       ■ Douglas H. Paal_is a Distinguished Fellow at the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He previously served as vice chairman of JP Morgan Chase International (2006-2008) and was an unofficial U.S. representative to Taiwan as director of the American Institute in Taiwan (2002-2006). He was on the National Security Council staffs of Presidents Reagan and George H. W. Bush between 1986 and 1993 as director of Asian Affairs and then as senior director and special assistant to the president. Paal held positions in the policy planning staff at the State Department, as a senior analyst for the CIA, and at U.S. embassies in Singapore and Beijing. He has spoken and published frequently on Asian affairs and national security issues.     ■ 담당 및 편집: 박지수,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8) | jspark@eai.or.kr  

Douglas H. Paal 2023-06-21조회 : 6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