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지속적으로 연평균 경제성장률 9%를 상회하는 고도의 성장을 이루었다. 이러한 중국의 고속 성장은 국내 및 지역적 차원을 넘어 지구적 변화를 견인하고 있으며, 이는 안보와 경제 등 전통적 이슈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환경 등 신흥 이슈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중국의 변화가 인류의 공생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바람직한 아태 질서 설계도를 마련하고, 한국의 역할을 제시하고자 EAI는 2018년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이라는 중장기 연구사업을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다.

 

아-태 에너지·자원 협력 구상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 간의 무역 분쟁은 무역과 기술 영역에 대해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금융과 에너지, 군사·안보 부분에는 아직 대립이 본격화되고 있지 않다. 동아시아 연구원은 아-태 지역에서 에너지·자원 분야의 협력이 미·중 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오히려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미완의 영역이자 가능성을 지닌 영역으로 바라보고, 중견국인 한국이 주축이 되어 미·중 간 협력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아-태 에너지·자원 협력 구상>은 한샘DBEW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인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프로젝트(2018-2021)의 제2차년도 사업이다.

논평이슈브리핑
[차이나 브리핑] 민주주의와 중국

민주주의 성찰의 적기(適期)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유럽에서는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결정이 이루어졌다. 한국도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파면으로 민주화 30주년을 맞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양상은 다르지만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기는 두 차원으로 요약된다. 하나는 ‘투입(input)의 위기’다. 애초 민주주의는 그 이전의 정치제도보다 더 많은 민(民)을 대표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하지만 현존 민주주의를 보면 그 ‘투입’이 별로 대표적(representative)이지 못하다. 많은 국가에서 투표율은 상당히 낮고, 그마저 하락하는 추세이다. 당선된 후보가 과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득표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선거에 출마하는 인사들의 풀(pool)도 좁다. 민주주의가 소수의 돈 있는 자들이 정치권력(혹은 정치권력도)을 획득하는 금권정체(plutocracy)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이제 진부하다. 여기에 노년층의 과대(過大) 대표와 청년층의 과소(過少) 대표로 요약되는 세대간 불의(inter-generational injustice) 문제나 강대국의 과대 대표와 약소국의 과소 대표로 빚어지는 글로벌 불평등을 추가하면 민주주의가 직면한 도전은 결코 녹녹치 않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또 한편 ‘산출(output)의 위기’이기도 하다. 국민들은 선량(選良)들이 만들어 내는 법, 정책 등 정치제도가 산출하는 ‘산출물’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정치공동체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다. 여러 공공문제의 해결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국정지도자의 리더십과 결단력, 관료의 청렴성과 전문성, 정치인들의 협상력과 정책지식, 정부 각 부처 간 조정과 협업, 여타 제도적 환경의 성숙 등에서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심각한 부족과 결핍을 경험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중요한 정책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거나 잘못 ‘해결’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민주주의에 가장 큰 도전을 제기하는 것은 투입 차원의 위기도, 산출 차원의 위기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현존하는 대안’, 다름 아닌 ‘중국 모델’의 실재다. 현존 대의민주주의에 제 아무리 큰 흠결이 있고 허다한 비판이 제기되어도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대안이 없다면 별로 큰 위기에 빠질 리는 없다. ‘중국 모델’은 민주주의 정치제도가 가진 취약점, 특히 정책성과(policy performance)의 부족 문제를 파고들면서 강력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이 민주주의에 대해 제기하는 도전은 대략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정치제도는 투입보다 산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산출해 내는 정책이 얼마나 실제적인 민생의 문제를 잘 해결하고 국가안보, 경제성장, 정치발전 등 국가 본연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해 내고 있느냐 하는 것이 투입 과정에서 국민의 적절하고 균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둘째, ‘투입’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은 서구 대의민주주의에서 중시하는 대표성(representativeness), 즉 ‘인구의 각 부분이 얼마나 적절하고 충분하게 대표되고 있는가’가 아니고 오히려 ‘전체 인구 중 얼마나 유능하고 탁월한 인재를 경쟁 또는 다른 방식을 통해 발굴하고 훈련시켜 고위 정책결정자의 지위에까지 올라가도록 하는가’라는 점이라는 것이다. 셋째, 유능하고 탁월한 인재의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대부분의 민주주의가 전가의 보도처럼 중시하고 있는 ‘투표’는 별로 적절치 않다. 오히려 중국식의 당내 경쟁 승패, 지방정부 봉직 경력 등이 더 효과적인 표지(標識)라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유능하고 탁월한 인재들을 발굴하여 행정과 정책을 위임하면 국민이 원하는, 양질의 정책 산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의제를 비판한 왕샤오광(王紹光 2010)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서구의 민주주의는 시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지 못하고 투표에 참여하는 데 그치는 ‘선주(選主)’에 불과하다. 이는 서구의 민주주의가 ‘민주(民主)’의 본질적 의미보다는 그 방식과 절차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민주’는 ‘선주’가 투표 따위로 ‘대의(代議)’되는 것이 아니고 국정의 주인인 민이 원하는 정책이 유능한 국정담당자들에 의해 효과적으로 구현되어 민이 널리 혜택을 보는 체제인 것이다. 이상과 같은 논거에 따라 기존 서구식 대의민주주의보다는 중국식 ‘공적(功績)주의(meritocracy)’ 혹은 ‘공적민주주의(meritocratic democracy)’가 우월하다는 주장이 각광을 받기에 이르렀다(Bell 2015; Bell and Li 2012; Li 2012; Li 2013).   중국의 ‘공적민주주의’에서 우수한 정책성과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산출되기 위해서는 국정담당자들이 민의 직접적인 영향력, 즉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상대적인 자율성(autonomy) 혹은 절연성(insulation)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전복적(顚覆的) 여론의 등장을 방지하고 그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인터넷의 적절한 통제와 효과적인 관리가 관건이다. 중국 정부는 ‘스마트한’ 검열, 그리고 차이나넷의 구축과 발전을 통해 정보통신기술혁명이 가져올 불안정적인 요인들을 효과적으로 예방해 나가고 있다(유럽외교관계협의회 2013: 150-157).   하지만 제아무리 스마트한 검열과 통제라 해도 정보통신기술이 시민과 정치에 전반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완벽하게 차단하거나 방지하기는 힘들다. 3억 명의 중국 블로거들이 차이나넷에서 특정 이슈에 대해 논쟁을 진행하거나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예상 불가한 양상으로 폭로되는 것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중국에서는 인터넷과 온라인 공간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과 기존 매체의 변화로 인해 정보 교류와 소통도 활발해지고 있다. 온라인 여론의 주체는 젊은 세대이고, 그 내용은 주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고발이다. SNS 이용자의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 도시거주자인데, 이들은 개인적 자의식이 발달하여 훨씬 더 자유로운 표현에 익숙해져 있으며(胡泳 2006), 불의에 대한 비판의식과 민주적 참여의 열망을 가지고 있다(張熙錦 2011). 온라인 여론은 오프라인 집단시위와 연결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집단시위는 1993년에 1만 건, 2004년에 7만 4천여 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2010년에 중국 전역에서 발생한 집단시위는 18만 여 건에 달하며 이는 2006년에 비해 두 배 증가한 것이다(New York Times 2011.08.16). 대부분의 시위는 정부 혹은 개발업자들의 무단 또는 불공정 토지 점용, 지방 간부의 권한 남용, 기업의 임금 체납 등과 관련이 있으며, 정치운동이라기보다는 민생 운동, 권리보호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최근 들어 시위가 빈번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조직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이동률•서봉교 2012).   중국의 공적민주주의 하에서 투입 면에서의 대표성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급부상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국정책임자를 국민 손으로 뽑고 정치체제의 대표성을 증진하는 것이 ‘민주’가 아니고,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대신 잘 알아서 설계하고 실현하는 ‘위민(爲民)’이 참된 ‘민주’라고 개념의 도치(倒置)가 이루어지고, 대의민주주의보다는 위임민주주의(delegative democracy)가 낫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지 오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위민 = 민주’의 등식을 지탱하는 근간은 바로 대다수 국민을 만족시킬 만한 우수한 정책의 지속적인 산출이다. 그러나 역사상 어떤 정부도 성공적인 정책만을 영원히 지속적으로 산출한 적은 없다. 크게든 작게든, 가까운 장래이든 먼 미래이든 정책 실패는 발생할 것이다. 아마도 중국의 대안적 민주주의는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그 부정적 파장을 ‘스마트한’ 여론 통제로 은폐하거나, 효과적으로 수습하거나, 최소한 온라인 여론이 오프라인 집단시위로 연결되지 않도록 잘 관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아울러 행정•정책과정 그리고 법 집행의 공정성과 불편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반부패 캠페인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정책의 지속적인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수시로 급변하는 정책환경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란 중국 정부도 최근에서야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창의성(創新)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서는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양질의 정책이 지속적으로 산출되기 위해서는 국정담당자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창의적이거나, 아니면 자신에게 부족한 창의성을 시장이나 시민사회 등 민간으로부터 빌려오는 것이 가능해야만 한다.   바로 여기에 중국 민주주의의 도전이 있다. 중국 민주주의는 ‘민주’의 재정의를 통해 서구식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매력적인 대안으로 등장했다. 서구적 대의 없이도 ‘민주’를 더 잘 실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정책의 지속적인 성공의 바탕을 제공하는(아울러 경제발전까지 가능케 하는) 창의적인 사회를 욕심 낸다면 ‘자유’ 또한 중국적으로 재정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서구적 자유 없이도 ‘창의성’을 만들어 낼 재간이 있으면 중국 민주주의는 위기에 직면한 서구 대의민주주의의 막강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중국의 ‘민주’ 실험이 성공할지 그 주된 승부처는 기실 ‘민주’가 아니고 ‘자유’다. ■         저자 김선혁_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한국정치, 비교정치, 정부개혁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The Changing Modes of Administrative Reform in South Korea”(2017, 공저), “정보통신기술혁명과 민주주의의 미래”(2016), “NGOs and Social Protection in East Asia: Korea, Thailand and Indonesia”(2015) 등이 있다.         <차이나 브리핑>은 중국 주요 현안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기획된 브리핑 시리즈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김선혁 2017-03-29조회 : 9612
논평이슈브리핑
[이슈브리핑]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과 한미동맹의 과제

[편집자 주]   오늘날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의 안보 환경은 한층 더 불확실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두 달 여가 경과한 지금 아직 미국의 외교정책이 윤곽을 잡아가기보다는 여전히 불확실성 속에 있기에, 동북아 지역의 안보 환경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예측이 난무할 뿐 확실한 향방을 가늠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미중 간의 경쟁과 갈등이 점증할 것이라 예측되는 가운데,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과 미사일 위협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 안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한미동맹을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맞도록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그 중에 중국을 전략적 적으로 배척하지 않는 섬세한 고려가 필요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과 미국의 글로벌전략을 상보적으로 이끌어가는 노력 또한 요구됩니다. 이 글은 EAI가 2017년 신년에 기획한 한국안보 라운드테이블의 한미동맹 세션에서 토론된 내용을 바탕으로 저자가 재구성하였습니다. 저자는 이 글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등장과 변화하는 한반도 및 주변의 안보 환경을 진단하고, 새로운 시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한미동맹이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2개월이 경과했지만 미국의 국내외 정책을 결정짓는 핵심단어는 여전히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경제의 성장, 중산층의 경제회복, 제조업 부활, 경제격차 감소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문제는 미국 경제의 문제가 다양한 원인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해결책을 대외경제관계에서 주로 찾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무역의 기치를 내걸고 중국, 독일, 일본 등 주요 경제대상국에 대해 압박을 가해왔고, 이러한 경제정책은 직접적으로 외교안보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국내경제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기 전까지 경제 위주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 외교안보의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외교안보라인이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이념 중심의 인물들과 미국 공화당의 전통 외교안보라인을 따르는 주류의 흐름으로 분리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스티브 배넌으로 대표되는 트럼프 정부의 미국 중심 이데올로기가 외교안보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국방부와 국가안보위원회(NSC)의 주요 군 출신 인사들은 기존의 주류 외교안보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   한국의 관점에서 미국의 외교안보대전략은 우리의 국익에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지구적 안보전략, 동아시아 전략, 대중 전략, 경제 전략, 그리고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 북핵 문제에 대한 전략 등은 한미동맹의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시아가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대두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재균형전략은 미국의 경제회복과 지정학적 리더십 유지라는 구조적 필요에서 대두된 것이기 때문에 아시아의 중요성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생각과는 별개로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도 미국 내에서 강한 조류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의 아시아 정책 담당자들은 아직 인사정책이 충분히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틸러슨 국무장관의 한중일 방문 계기에 아시아에 대한 적극적 개입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광범위한 노력이 단기적인 해결책을 도출해내지 못할 경우 한미동맹을 어떠한 식으로 강화해나갈지 긴 안목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미동맹을 놓고 한국은 동아시아의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역할 설정을 계속 고민해나가야 한다.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한 동아시아 전략 속에서 지역 안보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것인지 미국과의 지속적인 전략협력이 필요하다. 트럼프 정부의 협의의 이익 추구 전략이 동아시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미국 스스로가 합리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동맹국들의 정확한 판단과 제언이 필수적이다.         [대표집필]   전재성_ EAI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숙명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를 역임하였다. 주요 저술로는 《정치는 도덕적인가》, 《동아시아 국제정치 : 역사에서 이론으로》, “구성주의 국제정치이론에 대한 탈근대론과 현실주의의 비판 고찰”, “유럽의 국제정치적 근대 출현에 관한 이론적 연구”, “강대국의 부상과 대응 메커니즘 : 이론적 분석과 유럽의 사례” 등이 있다.    

전재성 2017-03-29조회 : 9643
논평이슈브리핑
[차이나 브리핑] 중국의 경제적 불평등과 그 정치적 함의

경제성장의 그늘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성장이라는 차원에서 거둔 눈부신 성과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의 GDP 규모가 머지않아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낙관적 예측 하에, 중국위협론과 G2라는 명칭이 일반화 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부작용들 또한 동반하였는데,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경제적 불평등이다. 성장과 효율을 강조하고, 부유해질 수 있는 사람부터 먼저 부유해지자는 ‘선부론’을 내세우면서 중국이 성공적으로 추진해온 시장화는 다양한 차원의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했다. 시장개혁이 서서히 사회주의적 평등주의를 와해시키면서 중국은 개발도상국들 중 가장 평등한 사회에서 가장 불평등한 사회로 빠르게 이동하게 된 것이다. 현재 중국은 경제적으로 심각한 도농격차, 지역 간 격차, 그리고 지역 내 빈부격차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도농 및 지역 간 불평등   도농 간의 경제적 격차는 마오쩌둥 정권 하에서 호구제를 토대로 이미 구조화되어 있었으나, 개혁개방이 가져온 경제 시장화와 함께 더욱 심화되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09년에 도시와 농촌의 일인당 평균수입은 3.3 대 1로 최고치에 이르렀다. 이후 2013년까지 농촌의 복지 확충과 수입 증가를 통해 이 비율은 다소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3대 1 정도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Unicef 2015).   개혁개방이 시작된 이후 중국은 지방정부에 재정자율권을 부과함으로써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동인을 제공하는 정책을 폈다. 그 결과 지역 간, 특히 지리적 이점을 지닌 해안도시와 척박한 서부 내륙지방 간의 경제적 격차가 매우 커졌는데, 1987년에서 2004년 사이 해안지역 도시 거주민들의 수입은 3배 증가하였다(Wu 2014). 성 또는 도시별 GDP만 놓고 보자면 2010년의 중국은 핀란드(상하이시)와 볼리비아(칭하이성)가 한나라에 함께 존재하는 것과 같았다(The Economist 2011). 지역별 일인당 GDP를 살펴보면, 2015년의 중국 내에는 일인당 GDP가 17,000달러 이상인 베이징, 톈진 등의 도시들과 5,000달러 이하인 구이저우성, 간쑤성, 윈난성 등이 공존하고 있다.   지니계수의 증가   1980년대 이후 중국의 지니계수(0이 완전평등, 1이 최대한의 불평등)는 꾸준히 증가하는데, 90년대 초에 이미 일반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불평등으로 간주되는 0.4를 넘어섰다. 2013년 중국 국가통계국은 12년만에 처음으로 지니계수를 공식 발표하였는데, 그에 따르면 중국의 지니계수는 2008년 0.491로 피크를 이룬 후 2011년에 0.477, 2012년에 0.474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실제의 지니계수는 이보다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이다. 실제로 텍사스 A&M대학과 청두의 서남재경대학이 2013년에 함께 진행한 조사(China Household Finance Survey)는 2010년에 중 지니계수가 0.61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 2013년 현재 중국은 2백 7십만의 백만장자와 251명의 억만장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유엔 보고에 따르면 인구의13%가 여전히 하루에 미화1.25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다(Reuters 2013). 2012년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전체 부 중에서 상위 10% 부자가 통제하는 부의 비율이 1995년에는 30.8%였으나 2002년에 41.4%로 증가하며, 2011년에 이르면 심지어 86.7%에 달하게 된다(The Economist 2012).   비교적 관점   이러한 경제불평등 수준은 타국가들과 비교하더라도 심각하다. 중국 당국의 공식발표에 근거하더라도, 2012년 중국의 지니계수는 자유시장과 경쟁을 신봉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사례인 미국의 수준보다 높다. 미시건대학과 북경대학 학자가 공동으로 진행하여2014년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1980년대 이래로 중국의 수입불평등은 미국보다 훨씬 가파르게 증가하였는데, 이들은 1980년의 0.3이던 중국의 지니계수가 2012년에는 0.55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80년대 이래 불평등 수준이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지니계수가 0.45 수준에 이른 미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양국의 불평등 정도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같은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불평등 정도는 같은 발전수준의 국가들의 평균마저 훨씬 넘어서고 있다(Xie and hou 2014). 상기 언급한 0.55 또는 0.61이라는 지니계수가 사실에 가깝다고 본다면, 중국은 지구 상에서 가장 불평등한 몇 개의 국가들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된다.   경제불평등의 정치적 함의   물론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는 중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여전히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정도가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 특히 현재의 불평등 수준은 ‘사회주의’ 중국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은 물론이고, 유사한 발전수준의 국가들과 비교해서도 심각하다는 점에서, 더더욱 정치적•이념적으로 합리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단위(单位)와 같은 사회주의적 제도들이 해체된 후 아직 제도적 사회보장이 미약한 상황 하에 자본주의적 경쟁과 생존의 논리가 팽배해지면서, 경제적•사회적 약자의 곤란과 박탈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중국의 화려한 경제적 성공의 이면에는 불평등이라는 짙은 그늘이 감추어져 있다. 전체 경제의 파이가 계속 커지고 다수의 삶이 적어도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믿음이 있는 상황에서는 무마되던 대중의 불만이, 경제성장의 속도가 둔화되고 파이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는 보다 가시화될 수도 있다. 경제적 성공이 정치적 위기를 낳는 ‘성공의 위기’가 중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을 가지고 중국을 관찰한다면, 그 미래를 단순히 낙관할 수만은 없다. ■       저자    정주연_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컬럼비아대 포스트닥 펠로우 및 캐나다 알버타대 정치학과 조교수를 역임하였다. 비교정치분야에서 중국을 주요사례로 하여 국가와 시장의 관계를 주로 연구한다.         <차이나 브리핑>은 중국 주요 현안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기획된 브리핑 시리즈입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정주연 2017-03-05조회 : 10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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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연구보고서] 미중 핵 군사 전략 경쟁

  초록     미중 간 경성권력(hard power) 경쟁은 핵 군비와 핵 전략 경쟁을 빼놓고 논하기 어렵다. 본고는 미국과 중국의 핵 무기 체계 및 전력을 대륙간탄도탄(ICBM),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전략폭격기로 대별되는 전통적인 핵3원 체제(nuclear triad)의 틀에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중 간의 핵 전략과 전력 격차 또는 편차가 어떠한 함의를 가지는지에 대해 논한다. 현재까지의 전개는 중국이 과거 소련과 같이 본격적으로 미국과 핵 군비 경쟁에 돌입하는 징후나 유인은 거의 감지되지 않으며 기존의 비선제공격 원칙 및 최소억제 원칙에 기초한 방어적 핵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어떠한 원인에서든 미중 간의 갈등과 불신이 고조되면서 안보 딜레마가 표면화할 경우, 중국이 핵 전력 보강에 집중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 핵문제, 양안 관계, 미사일방어체제(Missile Defense)의 역설적인 불안정 효과(destabilizing effect), 그리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체계 한국 배치는 동북아 지역에서 지속되어온 미중 간 핵 균형 혹은 핵 평화의 내구력을 시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본문   "조만간 중국의 국방 예산은 현재 미국 예산 6000억불의 절반에 도달하고 미국의 국방예산 축소에 따라 그 격차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미국의 군사력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중국은 여전히 본토를 중심으로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아태지역에서의 미중 군사력은 이미 균형에 수렴해 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점증하는 미중 군사경쟁 가운데에서도 가장 핵심 분야라 할 수 있는 전략무기 분야의 경쟁은 어떠한가? 특히 전략 핵 무기와 관련한 분야의 경쟁은 어떠한가를 살펴보는 것은 미중 군사 전략 경쟁의 중요한 단면을 보여준다."   "양적인 면에서 미국의 지상핵전력 감축은 핵무기의 현대화 노력과 병행되어 진행되고 있다. 적은 수의 핵무기를 보유하여 보다 안정적 핵 균형과 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를 추구하면서도 그 성능을 개선하여 핵공격 및 억제 능력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1964년 10월 핵실험에 성공한 이래 “최소 억제”(Minimum deterrence) 개념에 근거한 핵 정책을 고수해 왔다. 중국은 핵무기 보유 국가 중 1964년에 첫째로 “선제불사용”(no first use: NFU) 정책을 채택하여 핵무기를 오직 중국에 가해지는 핵공격에 대항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할 것이라 천명하고 있다. 즉 중국은 다른 핵무기 보유 국가에 핵으로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점과 핵무기로 공격 또는 이를 이용하여 협박하는 행위를 비핵보유국, 비핵지대에 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은 다른 핵국가에 비해 상당히 다른 접근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핵무기의 효용에 대해 매우 제한된 입장을 가진다. 그 결과 중국은 냉전기간 동안 미소가 각자 만개가 넘는 핵탄두를 개발하며 핵 경쟁을 벌이는 동안 지금까지 250개 미만의 핵탄두를 보유하는데 그치고 있다."   "중국의 핵무기 정책은 적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고 그에 대응하여 반대로 적에게 충분한 손상을 줄 수 있는 핵 반격역량에 대한 추구를 가장 우선시한다. 이러한 중국의 핵무기에 대한 최소접근은 핵무기의 절대적인 수뿐 아니라 무기체계에서도 나타난다. 미국과 소련이 냉전기간 지상과 바다, 하늘에서 핵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핵 3원 체제”의 모든 분야에서 양적, 질적 핵 경쟁을 벌였다면, 중국의 핵전력은 최소규모의 지상발사 대륙간탄도탄에 주로 의지해왔다."   "중국은 최근까지 지상발사 중장거리 핵미사일을 핵억제의 주요수단으로 삼아왔다. 미국의 러시아의 핵 3원 체제에 비해 지상발사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1원 체제를 채택해온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중국은 추가로 잠수함발사탄도탄 개발에 새로운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중국 해군이 현재 보유한 잠수함 전력은 50대 이상의 디젤전지 추진의 공격용 잠수함, 5대의 핵추진 공격형 잠수함과 함께 4대의 전략핵 잠수함으로 아시아 최대의 전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아직은 중국의 전략핵잠수함 전력이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으로 등장할 지는 미지수이다. 중국은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핵억제 전력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으며, 중국 해군에게는 인력이나 지휘통제 체제 등 전력 운용 면에서 이와 관련한 경험도 없다. 실제로 중국이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배치한다 한들 유사시 전개할 곳 역시 마땅치 않다."   "21세기 미국의 핵전략은 불량국가로의 핵확산과 테러리스트에 핵무기 및 물질이 이전되는 것을 저지하는 것에 가장 큰 우선순위를 부여한다(Arbatov 2010).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미국과 세계가 핵무기 근절 목표를 위해 나아갈 것을 제시하였다. 동시에 미 국방부는 여전히 러시아, 중국과의 안정적인 핵균형에 힘쓰면서 다른 동맹과 파트너에 대한 핵우산 제공과 더불어 잠재적인 지역적 위협에 대한 억제 능력 강화에 주안점을 두어왔다. 그러나 동시에 대규모 핵전쟁의 가능성이 희박해진 현실에서 핵무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감축코자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구소련과의 전면적인 핵전쟁 위협이 사라진 냉전 이후 지속적으로 핵무기 감축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잠재적 핵경쟁자나 북한이나 이란과 같이 핵개발을 추구하거나 비확산협약을 준수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전의 적극적인 핵억제 정책을 추구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냉전시기 미국은 유럽에서 구소련의 막강한 재래식 전력에 대항하기 위해 필요시, 적의 핵공격이 없더라도 핵사용을 불사하는 선제핵공격에 바탕을 둔 핵억제 전략을 채택하였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와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를 포함한 지속적인 핵 감축 노력을 통해 전략적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여전히 러시아가 가장 강력한 핵무기국가로 자신들의 핵전력을 지속적으로 유지, 개선, 현대화하는 점을 주시하고 미국도 낙후된 미국의 핵전력 보강에 새로운 투자를 할 것을 밝힌다. 주목할 것은 미국이 최근 들어 급속히 전력이 보강되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 노력을 언급하면서 특히 핵전력의 양적, 질적 보강 노력과 더불어 장차 중국의 전략적 의도에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미국 핵정책의 과제로 러시아와 더불어 중국과의 핵무기 전략적 안정 유지에 노력할 것이 제시되는 이유이다."   "중국의 핵전략은 여전히 냉전시기부터 이어진 비선제공격 원칙에 입각한 최소억제 능력의 유지 및 2차 보복 능력의 확보로 축약된다. 중국은 1964년 핵무기를 개발한 이래 외부의 핵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이른바 ‘선제불사용’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같은 2015년 발표된 국방백서에 따르면 중국은 어떤 핵국가에 대해서도 1차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선제공격”(no first use: NFU) 노선에 입각한 방어적 핵전략을 견지해 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여전히 중국의 핵무기 능력과 정책방향(독트린)의 불투명성에 대해 의구심을 보인다. 한 가지 사실은 중국이 점차 핵무기의 다양화와 근대화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비선제공격 원칙을 확인한 2015년 국방백서에서 중국에 대한 핵공격이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핵무기체계를 최적화하고, 조기경보체계를 개선하며, 지휘통제, 미사일 침투, 신속대응, 생존력과 핵능력 보호 등의 핵전력 보강과 현대화를 지속할 것임을 밝혔다."   "미중 간 양적인 핵전력의 차이는 무기체계의 질적 비교를 통해 더욱 벌어진다. 우선 중국은 미국에 비해 핵 3원 체제를 갖고 있지 않다. 이는 핵억제에 가장 중요한 2차 보복능력을 위한 핵전력의 생존성이 현저히 떨어짐을 의미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막강한 전략핵잠수함 전력을 운용하여 적의 본토에 대한 선제공격에도 충분한 2차보복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중국이 최근까지도 극히 적은 수의 지상발사미사일에만 핵전력을 의지하고 있었다."   "수천 개의 핵무기가 서로를 겨눈 채 전면 핵전쟁을 준비하던 핵전략 경쟁이 20세기 미소간 냉전의 핵심이었다면, 21세기 미중 간의 신냉전은 적어도 핵무기 분야에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증하는 미중 간의 견제와 긴장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될 경우 핵무기 체계와 핵전략에서 미중 간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면적인 핵전쟁 필요성이나 그 가능성을 상정하지 않지만, 미국의 압도적인 핵군사력이 중국의 아태지역에서의 군사안보이익 추구에 주요한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다. 만일의 대만사태나 남중국해 등에서의 상황 발생 시 중국이 재래식 군사력을 투사하는 과정에 미국이 압도적인 핵위협으로 이를 저지하려는 압력을 행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핵전력 현대화 및 증가 노력은 이러한 중국의 우려를 반영한다."   "핵군축과 핵 없는 세계를 추구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가 중국의 핵전력 강화의 주요 요인이 되는 현실은 왈츠가 역설한 미사일방어의 부작용이 작동하는 사례이다. 북한의 핵개발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깰 뿐 아니라 미중의 핵경쟁을 촉발한다면 이는 남북한은 물론 미중과 동아시아 모두에게 참으로 안타까운 비극이다."         저자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터프츠 대학교 플레쳐 스쿨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분야는 군사안보, 미국 외교 정책, 동아시아 및 한반도 정세이며, 저서 및 논문으로는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정착》(2008, 공저), “Dilemma of South Korea’s Trust Diplomacy and Unification Policy”(2014, International Journal of Korea Unification Studies) 등이 있다.          

신성호 2017-02-16조회 : 10995
논평이슈브리핑
[이슈브리핑] 자신과의 싸움? 2017년 세계 경제의 최대 변수는 미국의 경제/무역 정책

편집자 주 본 이슈브리핑은 EAI가 여시재(如時齋) 주도로 국내 주요 싱크탱크와 함께 진행하는 Think Tank 공동연구의 결과물이며 요약본은 2017년 2월 12일 자 중앙Sunday에 게재되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를 선언하는 등 유세 기간의 무역 및 외교정책 관련 공약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 정치, 경제 상황이 날로 불안정해지고 포퓰리즘이 대두하는 상황에서 안정자(stabilizer)의 역할을 담당하던 미국이 앞서서 세계 무역 체제와 안보 구도의 불안정화를 초래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의 근본 원인은 아직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전으로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미국 국내 경기 및 생활 수준 저하에 있다고 미국 유수의 연구소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거나 공언했던 경제, 무역 관련 정책들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제시하고 있는 처방과는 본질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두테르테(Duterte)와 같은 포퓰리스트들이 득세하고 자유 무역과 시장 개방의 첨병을 자임했던 영미권의 두 국가가 이제는 도리어 브렉시트 (Brexit)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고립과 쇄국의 아이콘이 된 역설적인 상황은 당분간 암담한 투자 환경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한다고 외교협회 보고서는 전망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멕시코 등 남반구 주요 국가에서 잇따라 실시될 예정인 대선 또는 총선은 이러한 포퓰리즘, 그리고 반자유주의 정서가 어디까지 확산되고 어디에서 진화될지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경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국내총생산의 성장률과 실업률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 사실이다. 경제학자들의 평가가 틀리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역사적 추세”다. 즉, 2008년 경제 위기로 추세선 아래로 이탈한 국민총생산(GDP) 성장곡선이 원래 궤도로 다시 반등하지 못한 수준에서 성장률만 ‘정상화’된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통상 정책이 지향하는 바가 이러한 투자 촉진, 취업 장려, 생활비 관련 규제 완화라는 처방과 얼마나 부합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무엇보다 장기적이며 근본적인 해법이라 할 수 있는 민간 부문 투자 확대는 보호무역으로는 결코 달성될 수 없는 과제라는 점에서 모순이 불가피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향후 미국의 사활적 이익을 좌우할 지역이 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는 점에서 미국의 TPP 협상 탈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국의 우방들에게도 결코 득이 될 것이 없는 신호일 뿐만 아니라 미국에게는 결정적 패착이 될 위험이 있다."   "CSIS는 1월 초에 “신임 행정부에 대한 권고” (Recommendations for the Incoming Administration)라는 부제 하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국 경제 전략 부활”(Reinvigorating U.S. Economic Strategy in the Asia-Pacific)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트럼프 행정부에 8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그러나 신임 행정부는 출범 며칠 만에 “태평양 국가로서 미국의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TPP 협상을 완료하여 자유 시장을 유지, 확대”하며 “호혜적인 미-중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아-태 지역의 경제 구조를 개선 및 유지”하라는 조언과는 전혀 상반되는 노선으로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EAI 이슈브리핑은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전문가들의 진단과 분석을 제공하고 바람직한 정책 수립 방향을 위한 제언을 담고 있습니다. EAI는 균형잡힌 시각을 제공하고 건설적인 정책 논의의 장을 마련하여 우리 사회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지원 2017-02-15조회 : 9688
논평이슈브리핑
[이슈브리핑] 향후 5년 한국의 신통상정책 제언: 트럼프 정부의 공격적 일방주의 파고 넘기

편집자 주   EAI는 2017년을 맞아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주요 이슈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한국 외교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하여 각 분야 전문가들을 모시고 라운드테이블 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본고는 토론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저자가 대표집필하였습니다. 미국 트럼프 신행정부는 등장과 함께 기존 통상 및 무역질서에 대한 재편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였습니다. 대선 캠페인 기간 중 트럼프는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면서 미국 국민들에게 직접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도록 통상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피력하였습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즉각적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전면적 재검토를 시사하는 공세적 조치를 취하였으며, 중국에 대한 공공연한 압박 기조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 신정부의 등장과 통상 기조의 급변은 전세계 자유무역질서에서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바,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현명한 정책적 대응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미국의 정책변화에 대한 임기응변식 정책은 올바른 처방이 아닐 것입니다. 이에 자유주의 무역질서의 원칙을 확인하고 효과적이고 능동적인 경제외교의 틀을 마련함으로써 시대의 변화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국제 자유주의 경제질서를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능동적인 방안을 구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다자주의 제도와 규범, 규칙에 입각한 자유주의적 접근보다는 미국의 비대칭적 권력관계를 최대한 활용하는 양자주의 협상과 일방주의적 보복, 실적지향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s: NAFTA) 재협상과 환태평양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 탈퇴를 실천하며 공공연히 중국을 제일순위 보복 대상으로 지목하고, 일본과 한국 등 미국에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에게 환율조작국 지정 위협으로 시정 압력을 시사하고 있다. 이를 공격적 일방주의(aggressive unilateralism) 통상정책이라 부를 수 있다."   “중국의 무역정책이 적대적이고 위협이라는 인식은 백악관 산하 신설된 국가무역위원회(National Trade Commission) 나바로 위원장이 무역정책의 목표로 (1) 무역의 재균형(즉, 무역역조 해소), (2) 제조업 부활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3) 미국의 종합 국력(America’s comprehensive national power) 회복을 꼽은 데 잘 드러나 있다...... 향후 2년여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국시장이 침체될 경우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분명하고, 한국이 수출한 중간재를 조립, 가공하여 미국시장에 수출하는 중국제품에 대한 본격적 보복이 실행될 경우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환율조작 문제는 보다 심각할 수 있다. 미 재무부는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으로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3% 초과), 외환시장 일방적 개입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가지를 따져 조작 여부를 판단하는데, 한국은 첫 두 조건에 부합하고 있어 만일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면 한국도 이를 피하기 어려운 처지가 된다.”   “한국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또 다른 중대사안은 미국의 TPP 탈퇴 선언이다...... 미국의 공백을 중국 등 주요국들이 메워주지 못하고 오히려 지경학(geo-economics)적 관심 하에 상호 전략적 경쟁에 몰두하여 지역질서의 불안정을 초래할 경우 한국경제에 주는 부정적 영향은 증폭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처럼 상대방과 비대칭적 관계 속에서 보복이 가능한 국가는 공정무역의 명분하에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이에 대해 일차적으로 한국 정부는, 첫째, 기존 무역협정(한미FTA)이 양국간 이익의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하고, 둘째로 기존 협정의 이행 차원에서 불공정 관행 여부를 국제규범 및 규칙에 따라 판단하고 적극 시정 조치를 취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한미 FTA가 다른 FTA와 달리 미국 국내 일자리를 감소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관계를 심화,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한미FTA 체결 이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증가하고, 고용을 창출하였다는 점 등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한미FTA 개정 요구에 대해서 한국은 전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한미FTA 발효 5주년이므로 양국이 그간 성과와 개선 요소를 점검하고 이를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라 할 수 있다.”   “한국은 한미동맹과 한미FTA를 발전시켜가면서 역내외에서 전개되고 있는 다양한 FTA 체결 협상들을 품고 엮는 지역 아키텍처 설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RCEP, 한중일 FTA, TPP, 한일 FTA 등 다양한 네트워크들을 어떤 수순으로 엮어 궁극적으로 FTAAP로 도달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 수립이 중요하다. 이 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의 입장을 조화시키는 중추국가의 위치에 있으므로 한일FTA 협상의 재개는 여러모로 유용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한미관계의 경우, 미국이 전통적 무역 이슈에 통화 조정, 투자 균형, 방위비 분담, 무기구입, 안보협력 등과 연계하여 나올 경우 한국 측은 보다 통합적인 대응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통상정책은 폭넓은 경제외교의 시야로 전략을 마련하고, 관계 부처간 긴밀한 협조 하에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   “국가간 전략적 경쟁의 수단, 안보이익의 확보를 위해 통상정책을 수립하는 추세이고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 미중경쟁 속에서 이 추세가 더욱 강화될 것임을 고려할 때, 한국은 여러 경제부처 및 사회부처와 민간행위자, 나아가 국가전략과 안보 이익을 대변하는 행위자도 참여하여 공조할 수 있는 부처-횡단적 정책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목표와 전략을 마련하고 협상을 통솔하는 콘트롤타워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대표집필   손 열_ EAI 일본연구센터 소장, 연세대학교 교수. 미국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도쿄대학교, 와세다대학교,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채플힐(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 방문교수를 거쳤다. 주 연구 분야는 일본 및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 지역주의, 글로벌 거버넌스 등이다.         EAI 이슈브리핑은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전문가들의 진단과 분석을 제공하고 바람직한 정책 수립 방향을 위한 제언을 담고 있습니다. EAI는 균형잡힌 시각을 제공하고 건설적인 정책 논의의 장을 마련하여 우리 사회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손열 2017-02-01조회 : 1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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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연구보고서] 미국과 중국의 대 아시아 경제 전략: 투자 원조 연계를 중심으로

초록   미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는 주로 지역아키텍처의 재설계를 둘러싼 경쟁의 측면이 부각되고 있으나, 그 근저에는 양자, 소다자, 다자 차원의 경제 관계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은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 관계를 강화해왔다. 미국의 관점에서 볼 때, 지역아키텍처 재설계의 핵심은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선제적으로 차단하여 자국에 유리한 지역 질서를 구축하려는 것이며, 이를 위해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 관계를 다각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경제 관계의 조정은 향후 미국과 중국의 협력과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세계 질서의 변화와 지역아키텍처의 재설계의 성격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그 저변에서 작용하는 미중 양국의 상호 경제 관계뿐 아니라, 미중 양국이 아시아 또는 지구적 차원에서 다른 국가들과의 경제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는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무역과 그를 기반으로 한 무역아키텍처의 형성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면, 향후 경쟁의 무대는 투자와 원조,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지역 질서의 설계로 더욱 확대되어 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일대일로정책과 그 제도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을 추진하고, 미국이 일본 등 주요 우방국들에 대해 참여를 사실상 거부하도록 하는 등 동아시아 지역의 지역 아키텍처를 둘러싼 경쟁은 이미 그 영역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정책 및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 추진과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 관계를 기반으로 한 지역아키텍처 건설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이 글에서는 그 중에서도 투자와 원조의 연계라는 관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략을 검토한다. 이를 위해, 미국과 중국의 대외원조와 투자 규모의 변화 추이를 바탕으로 미중 양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형성하고 있는 경제 관계를 검토하고 이어 중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와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을 투자와 연계의 고리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며 끝으로 미국과 일본이 일대일로와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인식에 근거하여 정책 공조를 실행하는 양상을 검토한다.          본문   이 글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지역 아키텍처를 재설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 관계의 변화를 검토하였다. 지역 아키텍처 재설계와 역내 국가 간 경제 관계의 변화는 서로 쌍방향적 영향을 미치며 동아시아 지역 질서의 변화 성격을 가늠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글은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주요국들이 투자와 원조를 연계하면서 경제 관계를 조정하는 현상을 검토하였다.   이 연구로부터 몇 가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동아시아 국가 간 경제 관계가 과거보다 포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직적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동아시아 주요국들은 무역과 생산을 중심으로 경제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지역 경제 질서를 수립하려는 경쟁을 시도하였다.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 등과 관련한 논의와 협상이 지속적으로 진행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중국이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을 창설하고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역과 생산뿐 아니라, 투자, 금융, 원조 등으로 동아시아 국가들 간 경제적 상호 작용의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또한 개별 영역이 독자적 중요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영역 간 연계가 점차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무역과 생산, 생산과 투자, 투자와 원조 사이의 연계가 확대ㆍ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일대일로와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투자와 원조를 긴밀하게 연계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일본 역시 국내적으로 원조 절차를 개선하는 한편 새로운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원조ㆍ투자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둘째, 미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주요국들이 지역 아키텍처의 재설계라는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경제적 수단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전략적 목표와 경제적 수단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지경학적 사고가 요청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거시적 차원에서 경제ㆍ안보 연계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과도한 안보화와 과소 안보화 모두 이러한 전략적 접근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ㆍ안보 연계의 효과적 방법과 적절한 수준을 수립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지역 아키텍처를 재설계하는 새로운 게임에 돌입하고 있다. 이 게임은 하드파워 경쟁과 소프트파워 경쟁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과거 강대국 간 경쟁과 그 성격을 달리 한다. 지역 아키텍처를 재설계하는 게임의 최상층에서 경쟁과 제한적 협력을 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소프트파워 경쟁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은 역내 국가들로부터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Goh 2013). 이는 한국과 같은 중견국이 지역 아키텍처를 재설계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이 열려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공간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한국에 유리한 지역 아키텍처를 형성할 수 있는지는 한국 외교의 과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계속)           저자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일본정치,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 정치경제, 동아시아 지역주의 등이며, 저서 및 편저로는 Trade Policy in the Asia-Pacific(2010, 공저), Northeast Asia: Ripe for Integration? (2008, 공저) 등이 있다    

이승주 2017-01-23조회 : 10836
논평이슈브리핑
[차이나 브리핑] 중국의 환경문제

대개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발생하는 시민불복종 및 저항은 민주적 가치의 억압, 빈곤의 심화 등 전통적인 사회경제적 문제 차원에서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적응적 권위주의(adaptive authoritarianism)’는 이러한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비롯될 수 있는 불안정을 성공적으로 통제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증가하고 있는 환경시위의 양상은 중국의 양적 경제성장이 점점 정치적 한계에 봉착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지난 한 세대 동안 중국은 저비용 생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오염을 유발하는 산업의 유치 및 육성 전략을 고수하고,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규제를 상대적으로 경시하였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작동했지만, 오늘날 맞닥뜨리고 있는 심각한 환경오염은 중국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중국환경보호국에서는 환경오염이 야기하는 비용이 대략 중국 GDP의 3.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였고 , World Bank는 이 비용의 규모를 중국 GDP의 9%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   2017년 새해가 밝자 마자 중국 전역에는 역사상 유래 없는 최악의 스모그 현상이 발생했다. 베이징 일부 지역에서는 대기오염의 수준을 측정하는 대기 질 지표(Air Quality Index)가 700 이상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데, 이는 지표 상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해 질병이 야기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하는 ‘위험’ 기준의 2.5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 미국 예일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중국의 연평균 미세먼지 수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으며, 이는 미국 환경보호국이 설정한 미세먼지의 일일 안전 기준치를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이다 . 현재의 중국 대기오염은 하루 2갑의 담배를 흡연하는 정도의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연간 140만 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정된다 . 대기오염 외에도 중국은 매우 심각한 수질오염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중국 전역의 강과 호수 중 70%가 위험 수준까지 오염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심지어 관개수로도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특히 음용수의 주요 공급원인 지하수의 경우 60% 정도가 접촉만해도 신체에 매우 해로운 영향을 끼칠 정도로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고 보고된다 . 토양오염의 경우에는 관련 자료가 2014년까지 국가 기밀로 분류되어 있었던 까닭에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최근 공개된 일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면적의 1677배에 달하는 면적의 토양이 독성 중금속 물질에 의해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환경오염은 거시 경제지표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명을 실질적으로 위협한다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이에 대한 해결 요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공산주의청년단 기관지인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가 2014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 국민들은 그간 정부에서 최우선 순위로 추진해왔던 반부패활동보다 환경오염에 대한 대책 마련을 더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 . 당연한 결과로서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대중의 각성은 이제 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중국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직접적인 행동보다는 주로 정부에 대한 탄원과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수동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 그러나 오늘날 커져가는 환경오염의 위협은 이전의 수동적인 의사표현 방식을 뛰어넘어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실력행사를 주된 정치적 의사표현의 방식으로 자리잡게 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직접행동은 종종 폭력을 수반한 격렬한 시위의 형태로 이어진다. 실제로 ‘웨이보’로 대표되는 소셜네트워크가 집단행동의 장애요인을 어느 정도 완화해주면서 폭력시위 발생 빈도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   환경시위와 관련해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는 예전의 시위가 주로 농촌에서 일어났던 반면에, 최근에는 도시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 이는 환경오염이라는 이슈가 대중적으로 공감을 얻기 쉽고,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중국 공산당의 지배 자체에 대한 정치적 저항을 내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지지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환경시위의 증가는 국민들이 경제 성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그것이 오염을 야기하여 생활수준의 실질적 하락을 발생시키는 경우에는 더 이상 정부를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치적 사안이다. 따라서 중국에서의 환경오염문제는 단순한 관리 차원의 행정 영역을 뛰어넘어 공산당 정권의 안정적 유지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슈로 작동하게 된다.   문제는 중국 공산당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정책으로는 환경오염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경제 성장 이후의 서구 선진국들은 오염을 유발하는 산업을 저개발국으로 이전하는 방식을 통해 산업 발전 과정에서 수반된 자국의 환경오염을 완화시켜 왔다. 그러나 중국은 서구 선진국들과는 달리 이러한 전략을 사용할 수 없다. 이는 거대한 인구규모를 부양하기 위해서 오염을 유발하는 소위 굴뚝산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이다. 물론 최근 중국에서 최첨단 하이테크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대규모의 고용을 가능하게 하는 굴뚝산업은 중국의 입장에서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양적 경제 성장과 자연 파괴의 교환이라는 파우스트 거래에 기반한 중국의 경제성장 전략은 애초에 환경 보전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이라는 명제와 융합할 수 없다는 근본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중국의 환경문제는 단순히 중국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의 거대한 인구규모와 더불어 환경오염의 영향이 국경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그렇다. 따라서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는 전지구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오늘날 중국이 세계 질서 속에서 새로운 글로벌 리더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 문제의 해결은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될 수밖에 없는 숙제이다. 다시 말해 중국은 국내 정치의 안정 및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 확보는 물론이고, 국제정치적 맥락에서 리더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자국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입장에 처해있는 것이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이 중국식 개발 모델을 모범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 및 환경정책이 가져오는 전지구적 파급력은 점차 배가되고 있다. 더 이상 자국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비판을 서구 선진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기존의 서구 선진국들을 모방한 자연 파괴적 경제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지속적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토대를 구축하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수립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이러한 모델 하에서 인간과 자연에 대해 새롭게 설정된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현실 속에서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방안(예: 도시화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근본적 자연관의 전환에 기반해, 중국이 문제의 본질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모색한다면 오늘날 점점 심각해지는 환경오염 문제는 앞으로 닥쳐올 재앙의 전주곡이 아닌 대안적 문명 탄생의 필요성을 주지시키는 기능을 담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저자 이응균_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미국 MIT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정보기반 환경규제, 규제준수 이론, 기후변화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The role of trade associations in environmental compliance under limited enforcement"(2016), "Investigating supportive conditions for participation in voluntary environmental programs"(2016), "The potential role of boundary organizations in the climate regime"(2014), "도시화가 1인당 탄소 배출에 미치는 영향”(2016)이 있다.         <차이나 브리핑>은 중국 주요 현안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기획된 브리핑 시리즈입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이응균 2017-01-22조회 : 1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