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지속적으로 연평균 경제성장률 9%를 상회하는 고도의 성장을 이루었다. 이러한 중국의 고속 성장은 국내 및 지역적 차원을 넘어 지구적 변화를 견인하고 있으며, 이는 안보와 경제 등 전통적 이슈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환경 등 신흥 이슈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중국의 변화가 인류의 공생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바람직한 아태 질서 설계도를 마련하고, 한국의 역할을 제시하고자 EAI는 2018년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이라는 중장기 연구사업을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다.

 

아-태 에너지·자원 협력 구상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 간의 무역 분쟁은 무역과 기술 영역에 대해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금융과 에너지, 군사·안보 부분에는 아직 대립이 본격화되고 있지 않다. 동아시아 연구원은 아-태 지역에서 에너지·자원 분야의 협력이 미·중 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오히려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미완의 영역이자 가능성을 지닌 영역으로 바라보고, 중견국인 한국이 주축이 되어 미·중 간 협력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아-태 에너지·자원 협력 구상>은 한샘DBEW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인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프로젝트(2018-2021)의 제2차년도 사업이다.

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대만 특집 시리즈 ⑥_대만해협 문제의 전략적 함의와 중장기 전망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6px;} [편집자 주] 본 스페셜리포트에서 설인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만을 둘러싼 미중 군사전략을 분석하고,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별 양국의 단기적, 중장기적 군사력 균형 변화를 예측합니다. 미국과 중국은 대만을 양보할 수 없는 이익으로 규정하였습니다. 또한, 미래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양국 모두 전력 및 전투 즉응 태세를 강화하고 군사력을 동원하며 대만 수호 의지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전략핵무기 균형이 미중 양국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만큼 대만문제가 실제 군사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고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협상을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면서도, 대만에서의 충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입니다.     1. 서론 트럼프 행정부 후반기인 2019년 이후 급격히 악화하기 시작한 미중관계는 2021년 새롭게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우려된다. 대만문제와 관련된 ‘하나의 중국 원칙(one china policy)’은 관계정상화 이후 줄곧 양국관계의 근간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과거 미중관계 전문가들이 ‘레드 라인’으로 추정해 왔던 많은 행위, 예컨대 고위 관료의 대만 공식 방문 등이 실행되었으며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대만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양국이 관계의 근본적 재설정을 고려할 만큼 전략적 경쟁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양한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완만하지만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부상, 그 결과 양국 간 경제력 및 국력의 격차 축소는 갈등의 고조 및 지속의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으며 따라서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대만은 그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해 양국이 충돌할 수 있는 결정적 지점의 하나로 남을 것이며 따라서 그 전략적 의미를 정확히 규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하에서는 향후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속에서 대만문제가 갖는 전략적 위상과 의미를 규정하기 위하여 대만을 둘러싼 미중 양국의 전략적 의도를 분석하고 군사전략 분석을 통해 대만사태 발생 시 사태의 전개 양상을 몇 가지 시나리오로 구체화해 볼 것이다. 이어서 각 시나리오 하에서 단기적, 중장기적 군사력 균형 변화를 평가해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이러한 평가에 기초하여 미중관계 속에서 대만문제가 갖는 전략적 함의를 규정해 볼 것이다.   2. 대만사태의 발생 가능성 및 사태의 전개 양상 전망 1) 미중 양국의 전략적 의도와 충돌 가능성 현시점에서 미중 양국 모두에게 대만은 양보할 수 없는 전략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대만을 분리 불가능한 영토의 일부로 인식하며, 대만과의 통일을 중국 공산당의 핵심적인 과업으로 규정한다. 시진핑 지도부가 내세우고 있는 치욕의 과거사 청산 및 중국몽 구현의 가장 핵심적인 단계이자 과업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2022년 시진핑 3연임 결정을 앞두고, 미국과 대만 사이의 국교 정상화 등 대만 통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점이 현시될 경우 용인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⑴ 전통적으로 대만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관리할 수 있는 ‘불침항모’로 인식되어 왔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은 현재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이 지역의 지향 목표로 규정하고 있으며 대만 독립은 이를 상징하는 핵심적 요소 중 하나로 부상했다. 대만 독립이 부정될 경우 인태지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동맹 및 우방국에 대한 안보 공약은 의심받게 될 것이다. 역사학자 퍼거슨(Niall Ferguson)은 미국이 대만을 상실할 경우 과거 영국이 수에즈 운하를 상실하며 사실상 패권국의 지위에서 내려왔던 것에 비견되는 사건이 될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⑵ 이러한 양국의 전략적 의도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 후반기인 2019년 이후 발생한 일련의 사태들은 대만을 둘러싼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중 양국 모두 향후 경쟁이 심화할 것을 예측하면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이익으로 대만을 규정하고 이에 대한 수호 의지를 과시하는 일련의 행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공세적 군사력 현시, 보다 과감한 군사행동으로 이어지는 추세이다. 양측(중국 vs 미국/대만) 모두 미래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전력 강화 및 군사력 동원, 전투 즉응 태세 강화에 나서고 있어 사태 발생 시 결과의 불확실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치열한 미중 경쟁 속에서 첨단 무기 도입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와 미래에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게 양자의 강한 의지가 충돌하고 의지 표출을 위한 무력 현시 및 과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도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는데 이를 방지하고 억제하기 위해 양국 모두 전투태세 강화를 진행하고 있어 충돌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지는 악순환 구조마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과 같이 미중 양국 간 전략적 인식, 판단과 최근 동향을 고려해 볼 때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상당히 고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군사충돌 회피를 위한 양측의 노력과 신중함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바이든 행정부는 향후 중국과 협력해야 할 사안이 많아 상당한 긴장 고조 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미중관계를 안정화하고자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경제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양국 간 충돌 시 그 누구도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으며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양측은 사태의 전 과정에서 극도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실제 충돌이 발생 시 잠재적 결과의 파괴성을 실감하고 조기에 타협한 후 충돌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전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따라서 미중 양자 간 충돌 가능성은 이와 같은 사항들을 종합적이고 균형 있게 고려하여 최종 판단해야 하며, 그 상대적인 가능성 변화를 지속해서 예의주시해야 한다.   2) 미중, 대만의 군사전략과 대만사태 시나리오 대만사태의 발생 가능성 및 전개 양상,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사태 발생 시 전개 양상을 구체적으로 전망해 보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중국, 미국, 대만의 군사전략을 개관할 필요가 있다.⑶먼저 중국의 군사적 목표는 대만을 사실상 지배하고 통일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군사적으로 대만섬에 상륙하여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가 될 것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대만의 정치적 의지를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의 실질적 장악을 달성하거나 진먼도 등 일부 도서의 점거를 통해 결정적인 군사적 우세를 달성하여 군사적 통제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인민해방군은 먼저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면서, 대만의 해•공군력을 파괴 또는 압도한 후, 공중 및 해상을 통해 대만섬에 상륙/강습하여 군사적 장악을 완료하고 변경된 현상에 대한 재변경을 위해 미국 등 국제사회가 도전하지 못하도록 대만에 대한 접근 차단을 지속하는 것을 하위의 목표로 추진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군사/비군사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은 은밀한 방식으로 전투 준비태세를 최대로 격상하고 기습적인 방식으로 육해공 및 전략군의 모든 전력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가동하고자 할 것이다. 여기에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의 접근과 기동을 차단하고 방해하는 ‘반접근/지역거부 전력’들의 활용 및 현시가 이루어질 것이며, 대만에 대해서는 대만을 마주 보고 있는 동부 전구 전력들과 다른 전구의 지원병력을 순차적으로 활용하면서 압도적인 전력을 기습적으로 집중 투입하여 신속하게 목적을 달성하고자 할 것이다. 대만의 목표는 독립의 유지이며 미국의 지원을 통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중국 공산당에 의해 복속 당하는 것을 억제하고 저지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에 대한 궁극적 보장은 군사력의 확보, 미-대만 간 외교 관계 복원 및 동맹 조약 체결이라 판단할 것이 예상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만군의 하위목표는 조기경보를 통한 중국의 군의 움직임 미리 포착하고, 중국군의 침투 및 상륙, 전복 작전을 지연시켜 미국이 개입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다. 제공권과 제해권을 최대한 유지하여 중국군의 접근을 차단하고, 중국이 상륙을 시도할 경우 이를 방해, 차단하며, 상륙이 실시된 경우 지상전 및 저항 작전을 시행한다. 중국이 대만섬 장악에 성공할 경우 남은 전력이 미국과 연합하여 대만섬 재탈환 상륙작전을 실시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공격을 저지하거나 보복하기 위해 주요 원전지대, 대형 댐, 북경 등에 대한 전략 폭격 역량을 갖추고자 할 것이다.⑷ 미국의 목표는 현상 유지이다. 대만이 독립을 누리면서 중국에 복속되지 않는 것이 목표라 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이 대만을 완전히 복속할 수 있는 역량과 태세를 갖춰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먼저 대만의 군사역량 강화를 지원하여 미국의 지원전력이 도달할 때까지 저항, 지연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고, 둘째, 미국의 의지와 능력을 현시하여 중국이 오판하지 않도록 하며, 셋째, 유사시 증원전력을 파견하여 정보전, 공중전, 해상전 등의 수행을 통해 중국의 대만 상륙을 저지하고, 마지막으로 상륙이 이루어질 경우 대만섬을 재탈환하기 위해 대만군 및 동맹군과 연합 상륙작전을 실시한다. 이상과 같은 중국, 대만, 미국의 군사전략 고려 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력한 예상 시나리오를 상정해 볼 수 있다. 먼저 일반적인 ‘재래식 정규에 의한 대만 점령 시나리오’이다. 중국이 각종 심리전과 사이버•우주전 등의 정보전과 더불어 공군력 및 해군력, 전략 폭격 능력, 지상 발사 미사일 타격 능력 등을 동원하여 대만해협의 제공•제해권을 장악하고 상륙전력 및 공중 강습전력을 해상•공중으로 수송하여 대만에 상륙해 점령을 시도하는 시나리오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하이브리드 戰(Hybrid Warfare) 시나리오’이다. 이 시나리오의 핵심은 첫째, 미국이 개입을 결정하기 어려운 군사 이하 수준의 분쟁에서 시작되며, 둘째, 각종 비군사 활동을 통해 대만의 전투능력을 약화시키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셋째, 군사력의 일부 사용, 전면적 사용 위협을 활용하여 비군사적 압박의 효과를 높인다. 대략적 전개과정은 (해상 상선 충돌 등) 민간 영역에서의 충돌을 계기로 정치적 위기가 시작되고, 대만 내부의 주요 핵심 시설 및 군사전력에 대한 사이버•전자전•내부 게릴라전이 전개되어 사실상 무기력한 상황을 만들게 되면서 대만이 항복할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기습적 제한전 시나리오’이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 비군사 지원에 반대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고, 유사시 대만을 빠르게 복속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을 군사적으로 신속하게 장악하는 시나리오이다. 중국 본토에 가깝게 위치해 있는 대만령 섬 중 일부가 이의 대상이 된다. 이를 통해 중국은 대만 문제와 관련하여 높은 위험도 감수할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은 대만과 연합하여 상륙 및 탈환 작전을 시도해야 하나, 중국 본토에 가까워 군사적으로 상당히 불리한 여건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하며 유사시 중국 본토에 대한 공격이 불가피해져 확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3. 대만사태 시 군사력 균형 평가: 단기 및 중장기 1) 군사력 균형의 평가 기준 미중 양국의 군사력 균형을 엄밀히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그동안 다양한 방식의 군사력 균형 평가가 이루어져 왔으며 전문가들의 평가 역시 축적되어 이를 종합적으로 활용할 경우 대체적인 평가는 가능하다. 또한, 중국이 예컨대 70% 이상의 상당히 높은 승리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을 때만 실제로 결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사태 발생 여부를 대체적으로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⑸ [그림1] 중국-대만 군사력 균형⑹ 중국과 대만 사이의 군사력 균형은 중국의 군사적 부상 및 인민해방군 현대화의 결과로 [그림1] 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중국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까지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은 중국의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수준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 결과 점증하는 중국의 군사적 역량으로 대만의 군사적 취약성은 지속해서 증대되고 있었다. 그러나 대만의 지리적 이점도 인정된다. 산악지형이 많은 대만섬의 특성상 대만 장악을 위한 상륙지점은 전체 국토의 15% 정도에 제한된다. 대만은 이러한 지점들에 군사기지를 밀집시키고 있어 중국의 상륙은 효과적으로 저지될 것이다. ⑺상당한 규모의 상비군과 예비군을 보유하고 있는 대만을 완전히 지배하기 위해서는 장갑차 등 중무장 전력과 병력을 상륙시켜야 한다. 이는 제공권과 제해권의 완전한 장악을 필요로 한다. 속도가 느리고 공격에 취약한 수송선과 수송기를 대량으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2) 단기 군사력 균형 평가 최근까지 이루어진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볼 때 중국이 대만에 대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군사적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중국은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규전’을 통한 대만섬 장악은 여전히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 대만군의 저항과 미군의 지원으로 제공권과 제해권을 완전히 확보하고 대규모의 병력과 장비를 수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업이다. 하이브리드전과 기습적 제한전의 경우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전 방식의 경우 개별 작전의 성공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 등 속성상 불확실성이 높고 그 결과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기습적 제한전’은 세 가지 방식 중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으나 정치적 효과도 제한적이다. 동시에 중국 가까이에서 전투가 진행되기 때문에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겠지만 개입이 이루어질 경우 미중 간 직접 충돌로 이어질 수 있어 내포하고 있는 ‘위험’은 높다. 따라서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중국이 의도적으로 대만에 대한 군사작전을 감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증대되고 있다. 더불어 일단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중 양국 모두 양보하려 하지 않고 일정 수준까지는 위기를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만일 여기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미중 간 군사력 균형에 대한 전 세계적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중국은 상기한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를 감행하여 정치적 목적 달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가능성은 중국이 미래의 군사력 균형을 비관하고 군사적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경우다. 즉 향후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 인도•태평양 지역 내 군사 네트워크 완성 등으로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중국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모험을 할 수밖에 없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결의가 강하다 해도 대만을 영토의 일부로 생각하는 중국에 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마지막 순간에는 미국이 양보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낮은 성공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선택을 감행하게 되는 것이다.   3) 중장기 군사력 균형 평가 현시점에서 중장기 군사력 균형을 평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향후 양국의 국력 변동과 그에 따른 국방예산 변동, 새로운 무기체계 및 작전개념의 구현 여부, 중러 협력과 미국에 대한 동맹 및 우방국의 협력 여부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예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국의 국력 잠재성과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 고려 시 군사력 균형 유지를 위한 양국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며 그 결과 대체적 균형이 유지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정을 수용할 경우 주목되는 것은 미래전 수행체계의 속성이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전쟁 수행 방식을 먼저 구현하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2050년경까지 이어질 양국 간 경쟁은 결국 미래전을 먼저 지배하는 자가 승리할 것이라는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⑻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활용한 미래전은 정찰과 감시에서 결정, 타격으로 이어지는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신장된 센서 및 정밀타격 능력으로 인해 먼저 타격하는 것의 중요성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거리의 경쟁’은 점차 ‘시간과 속도의 경쟁’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로 인해 군사충돌 발생 시 위기 고조는 더욱 빠르게 이루어지고 위기관리는 점점 더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미래로 나가는 과정에서 지역 분쟁이 발생하고 여기서 과거 걸프전이나 이라크전과 같이 새로운 전쟁 수행 방식이 시현되면서 상술한 전쟁의 속성에 대한 일반 정치지도자들의 이해가 높아질 경우 대만을 둘러싼 전쟁 기획과 군사 활동은 더욱 신중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장된 자국의 군사적 능력을 낙관하고 단기간 내의 승리가 가능하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될 경우 군사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목적 달성이 실제로 감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4. 결론: 대만문제의 전략적 함의 대만문제는 초강대국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전략핵무기 균형으로 인해 실제 군사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우발적 충돌도 조기에 협상을 통해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대만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중 간 직접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개입 없이 지역 분쟁으로 고립되어 종결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남중국해가 실제 분쟁 발발 가능성은 더 높다고 평가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대만에서의 군사충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향후 미중경쟁 속에서 수립될 새로운 인태지역 군사질서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양국 간 무분별한 긴장 고조와 의지의 경쟁이 지속될 경우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결코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만문제의 전략적 중요성과 위상을 고려할 때 일단 충돌이 발생하면 어느 한 편이 양보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양보는 자신감의 결여로, 자신감의 결여는 군사력 균형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특히 미중 간 군사적 교전이 실제로 발생하면 통제 불능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누구도 이후의 사태를 높은 확신을 가지고 예측하고 기획하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단지 양국 모두 핵무기를 보유했기 때문이 아니다. 양국의 군사전략을 고려할 때 핵전쟁이 불가피해지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의 전략적 지휘시설을 타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중국의 본토에 위치한다. 이를 타격할 경우 또는 타격이 임박한 경우 중국은 인근의 주둔 미군기지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미국을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공격을 구사하면서 미국이 핵을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단계에서나 정치적 협상이 시도될 수는 있다. 그러나 현대전 그리고 미래전은 ‘속도의 경쟁’을 본질로 하고 있다는 점이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향후 우주와 공중을 기반으로 한 센서 체계가 완비되고 극초음속 무기가 일반화될 경우 전장의 모든 전력을 실시간으로 타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 결과 정찰 감시 및 타격을 누가 빨리 결심하는가가 전승의 핵심이 되며 타격체계의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이것이 미래전의 핵심으로 논의되는 ‘결정 중심전(decision centric warfare)’의 본질이다.⑼ 이와 같은 ‘전장 구조의 변환’은 미중 간 군사충돌 시 위기관리를 더욱 어려운 문제로 만들 것이다. 따라서 대만문제의 ‘전략적 중요성’ 만큼이나 ‘군사적 위험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향후 새로운 군사질서 구축과정에서 핵심 주제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단지 미국과 중국, 대만뿐 아니라 지역과 세계 모든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주제이다. ■   ⑴ Richard Hass & David Sacks, "American Support for Taiwan Must Be Unambiguous: To Keep the Peace, Make Clear to China That Force Won’t Stand," Foreign Affairs, 2020. 9. 2. ⑵ Niall Ferguson, "A Taiwan Crisis May Mark the End of the American Empire," Bloomberg, 2021. 3. 22. ⑶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대만의 군사전략은 이들이 구비하고 있는 무기체계와 군사훈련의 양상을 통해 대체적인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 그동안 이와 관련된 군사전문가들의 다양한 연구가 산출된 바 있으며 본고는 이러한 연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작성하였다. Robert Blackwill & Philip Zelikow, "The United States, China and Taiwan: A Strategy to Prevent War," CFR Special Report No. 90. 2021. 2; Samson Ellis, "Here's What Could Happen if China Invaded Taiwan," thejapantimes, 2020. 10. 8; Tim Willasey-Wilsey, "The Question: Why Would China Not Invade Taiwan Now?," Military Review, Sep-Oct, 2020; Admiral James A. Winnefeld, U.S. Navy (Retired), and Michael J. Morell, "The War That Never Was?," Proceedings, 2020. 8; 박창희, “중국군의 정보화전쟁 수행능력 평가: 대만공격 사례를 중심으로,” 『군사논단』 105권, 2021. 3. ⑷ Lee Hsi-min and Eric Lee, "Taiwan’s Overall Defense Concept, Explained," The Diplomat, 2020. 11. 3. ⑸ 핵심 질문은 중국의 인민해방군이 대만사태 시 신속한 승리를 성취할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이다. Tim Willasey-Wilsey, 2020. p. 8. ⑹ Niall McCarthy, "The Military Imbalance In The Taiwan Strait," Statista, 2021. 4. 14. ⑺ J. Michael Cole, “How Taiwan Can Defend Its Coastline Against China,” The National Interest, 2019. 6. 30. ⑻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군사경쟁은 미래전은 먼저 성취하기 위한 경쟁의 양상을 띠며 전개되고 있다. 설인효, “군사혁신의 구조적 맥락: 미중 군사혁신 경쟁 분석과 전망,” 『4차 산업혁명과 신흥 군사안보』 서울: 한울출판사, 2020. ⑼ Bryan Clark, Daniel Patt & Harrison Schramm, “Mosaic Warfare: Exploiting Artificial Intelligence and Autonomous Systems to Implement Decision-Centric Operations,” CSBA Online Report, 2020. 2.   ■ 저자: 설인효(薛仁曉)_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외교학 대학원에서 외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University of Maryland의 CIDCM에서 Visiting Researcher로 활동했으며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후 연구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사 등을 역임했다. 2017년 미 National Defense University의 INSS에서 Visiting Fellow로 일했으며 한국국제정치학회 국방분과 이사, 합참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통일의 길 위에 선 평화》 (박영사, 공저, 2019), 《4차 산업혁명과 신흥 군사안보》 (한울아카데미, 공저, 2020), 《북한이 핵보유국이 된다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사회평론아카데미, 공저, 2020)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Deterring North Korea with Non-Nuclear High-Tech Weapons: Building a “3K+” Strategy and Its Applications,’(KJDA, 2018)“, '유엔사의 어제와 오늘 : 유엔군사령부의 역사적 전개과정 및 평화체제 이행시의 주요 문제’(군사, 2018), ’비전통 안보위협의 부상과 한미일 안보협력 방안‘(한일군사문화연구, 2021)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실장            문의: 02 2277 1683 (내선 209) j.baek@eai.or.kr  

설인효 2021-07-01조회 : 11925
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대만 특집 시리즈 ⑤_미중 기술패권 갈등과 대만의 전략: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6px;} [편집자 주] 본 스페셜리포트에서 배영자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중 기술 패권 갈등 속, 대만의 반도체 부문 전략을 설명합니다. 대만의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는 2014년 이래 세계 최고의 공정 기술을 보유한 파운드리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중 반도체 갈등이 본격화되자 미국과 중국 기업 모두와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TSMC는 미국이냐 중국이냐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되었습니다. 미국이 높은 TSMC 의존도를 보이고 TSMC 역시 미국산 장비에 의존하고 있는 한편, 중국 IT 기업들과의 유대관계 및 잠재적 시장으로서의 중국의 위상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TSMC가 “미국 리스크”와 “중국 리스크”에 직면해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만이 주요 경제 파트너인 한국과 협력하여 반도체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반도체 기술 혁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1. 들어가며 2015년 ‘중국제조 2025’ 공표 이후 수면 위로 떠 오른 첨단기술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로 본격화되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첨단기술 부문에서 중국의 굴기를 저지하고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적이고 정교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중국 역시 글로벌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자국의 취약한 곳을 미국이 정확히 공략하며 코너로 몰고 있는 상황을 ‘다모클레스의 칼’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로 비유하면서 자주창신을 통한 지속적인 기술혁신 강화 결의를 굳히고 있다. 미중 첨단기술 경쟁은 당분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세계 각 국가의 첨단기술혁신 전략이 시장 요인을 넘어선 지정학적 고려와 선택 속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3년 동안 미국과 중국이 벌여온 첨단기술 갈등 속에서 특히 대만과 TSMC가 주목을 받아왔다. 중국이 내세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공식적인 합의를 기본으로 그동안 대만에 대한 미중의 잠재적 갈등이 봉합되어 왔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대만과 인근 지역을 둘러싼 미중간 군사 전략 경쟁으로 서서히 가시화되기 시작하고, 여기에 반도체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겹치면서, 대만이 미중 패권경쟁의 주요 무대로 단번에 떠 올랐다. 반도체 공정 부문에서 대만이 구축해 온 대체 불가능한 역량은 미중 기술패권 갈등의 와중에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급상승 시켜 미국과 중국 모두 대만과 더욱 긴밀한 이해관계로 얽히게 되면서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비껴갈 수 없는 지점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본 글에서는 미중 기술패권 갈등의 핵심에 놓인 대만의 전략을 반도체 부문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대만 반도체 산업, 특히 TSMC가 어떤 과정을 통해 현재의 역량을 확보해 왔는지 개략적으로 살펴본다. 이후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 속에서 TSMC가 어떤 전략을 취해왔는지 검토해 본다. 그리고 향후 미중 반도체 갈등과 대만이 맞고 있는 도전을 전망한다.   2. 대만 반도체 산업과 TSMC의 부상 한국이 1970년대 대기업 중심 수출경제로 경제성장의 토대를 마련한 것과 달리 대만의 초기 경제발전은 중소기업 위주의 수출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대만의 중소기업들은 기술력과 자본의 부족으로 자체 연구개발은 물론 값비싼 첨단기술을 외국으로부터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대만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주요한 도전이었다. 대만 정부는 자국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1974년 ITRI(Industrial Technology Research Institute, 工業技術研究院)를 설립하였고 여기에서 기획된 공동연구, 컨소시엄, 공동라이센싱 등이 대만 기술혁신의 구심점이 되었다. 대만 정부는 자국 IT산업의 장기적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1985년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투르먼트(TI)의 부사장을 지낸 모리스 창(張忠謀)을 ITRI의 원장으로 영입하였다. 대만 IT산업 발전 방향을 고심하던 모리스 창은 1987년 ITRI의 스핀오프 기업으로 세계 최초로 반도체 공정만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臺灣積體電路製造股分有限公司)를 신쭈(新竹)공업단지에 설립하였다. TSMC 창업에 대만 정부가 자본의 절반을 투자하였지만, TSMC는 1990년에 민영화되었고 현재 대만 정부의 지분은 약 6% 정도로 알려져 있다. 당시 반도체 업계에서는 설계 공정 조립을 하나의 기업 안에서 모두 수행하는 종합반도체기업 모델이 일반적이어서 파운드리 특화 모델(Pure-Play Foundry)의 성공 여부에 대해 확신할 수 없었다. 30년 동안 미국 반도체 업체에서 종사한 모리스 창은 반도체 설계와 생산이 분리될 것을 예견하고, 정부가 요구한 종합반도체기업을 육성하는 것보다 대만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인 제조에 특화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며 파운드리 특화기업을 설립하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예상대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퀄컴, 브로드컴, 엔비디아 등 설계 기업들이 생겨났고, 이들이 높은 인건비와 장비 투자를 요구하는 제조를 아웃소싱하면서 TSMC는 이들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 칩을 제조하였다. 설계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회사의 기밀이 담긴 반도체 설계도를 다른 회사에 넘겨주고 생산을 맡기는 것에 위험이 뒤따른다. 이 때문에 파운드리 모델의 성공에 대해 모두가 회의적일 때에,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내세우며 철저한 비밀보장과 성실한 안전 관리로 신뢰를 쌓아갔고 마침내 세계 주요 반도체 설계 기업들과 지속해서 거래하게 되었다. 1990년대 중반 파운드리 모델이 자리 잡으면서 많은 대만 기업들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고 UMC가 한때 TSMC와 근접한 수준에 도달하며 도전하였다. 하지만 결국 TSMC가 지속적인 선진공정 도입 투자에 앞섬으로써 대만 파운드리 업계의 맹주로서의 지위를 굳혔고 이후 대만 반도체 산업 발전을 견인해 왔다. 2000년대 중반 인텔, IBM, 삼성 등이 파운드리 부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하였고 TSMC 역시 투자 증대 압박을 받는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타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는 동안 TSMC는 오히려 투자 규모를 늘려 초대형 파운드리를 건설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걸었지만, 경제침체로 위기에 봉착한다. 2005년 퇴임했던 모리스 창은 2009년 7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TSMC로 다시 복귀하였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TSMC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과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특히 2011년 말부터 TSMC는 100여 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을 미국 애플 본사에 파견하는 협력을 시작하였으며 동시에 아이폰6의 메인 칩인 A8을 양산하는데 필요한 20나노 팹을 대만에 구축하였고, 이를 토대로 치열한 각축전 끝에 이전까지 삼성이 담담하던 아이폰용 칩 공정을 따내는 데 성공하였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자인 삼성이 자사 제품 스마트폰에 들어갈 칩을 제조하는 것을 우려하여 탈삼성을 원했던 애플의 이해와 최고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애플의 칩 공정을 수주하여 경쟁자인 삼성을 뛰어넘고자 했던 TSMC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루어진 성과였다. 2014년 TSMC가 제조한 A8칩을 탑재한 아이폰6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TSMC는 명실상부하게 세계 최고의 공정 기술을 보유한 파운드리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굳힐 수 있게 되었다. TSMC가 창업 이후 30년 동안 이룬 성공은 창업자금 투자, 공장 부지 및 용수 등 각종 편의 제공, 세금감면 등 대만 정부의 다양하고 지속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 가능했다. 아울러 TSMC가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력이 충분하게 공급된 것도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적절한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며 TSMC를 이끌어 왔던 모리스 창의 리더십에 주목할 수밖에 없고 왜 대만에서 그가 반도체의 대부로 불리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모리스 창은 평소 도량과 식견을 의미하는 ’기식(器識)‘의 중요성을 자주 언급하였고 논어에 나오는 ’내 길은 한가지로 일관되어 있다(吾道一以貫之)‘는 말을 신념으로 삼아왔다고 알려져 있다. 그가 한 강연에서 밝힌 바와 같이 TSMC는 정부 기업 인력풀이 대만식으로 결합한 매우 독특한 성공모델이고 이는 다른 곳에서 복제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3. 미중 반도체 갈등과 TSMC 올해 4월에 출간된 미국 반도체협회(SIA) 보고서에 따르면 설계, 소재, 장비, 공정, 조립 등을 모두 아우르는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8%, 한국 16%, 일본 14%, 유럽 10%, 중국 9%, 대만이 8%이다. 각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만으로는 왜 미국이 중국 반도체 굴기를 그토록 저지하려고 하는지 왜 비중이 8%밖에 되지 않는 대만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지를 알기 어렵다. 반도체 산업을 부가가치 중심의 밸류체인이 아닌 안정성을 염두에 둔 공급망의 관점에서 파악할 때 문제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반도체 설계 부문은 규모나 기술 수준이 다양한 기업들에 개방되어 있고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물론 인텔, 엔비디아, 퀄컴 등 설계 부문의 강자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이 수많은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칩의 설계를 모두 독점할 수 없기 때문에 대만 및 중국 기업들이 별다른 견제 없이 설계 부문에 진입하여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조립 부문의 경우는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이전이 용이하기 때문에 위험 발생 가능성이 낮다. 공급망 안정성 관점에서 볼 때 주목되는 부문이 장비와 공정이다. 특히 수많은 장비와 다양한 수준의 공정 가운데 최첨단 전자기기에 장착되는 7나노 이하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초미세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고 있으며, 7나노 칩의 공정은 현재 TSMC와 삼성만이 가능하다. ASML이 생산하는 최고사양 EUV의 주요 고객은 TSMC와 삼성이고, 삼성은 외주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낮은 편이다. 반면 TSMC는 10나노 이하 최고 수준 외주 공정 부문에서 92%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 설계기업들이 TSMC와 거래하고 있고, 중국 주요 설계기업들과 TSMC 역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 왔기 때문에 미중관계에서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이슈가 TSMC로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제조 2025’ 이후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부문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최대한 지연시키고 미국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을 제고하는 가운데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최첨단 파운드리나 메모리 부문에 중국이 진입하는 것을 최대한 늦추고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미국이 현재 역점을 두고 있는 수출규제를 통한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 반도체 동맹 구축, 미국 내 제조역량 강화는 모두 TSMC와의 협력 없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중국에 가장 치명적이었던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가운데 하나가 TSMC가 화웨이의 칩 공정을 중단했던 부분이었다. 또한 대부분의 미국 설계 기업들이 TSMC에 공정을 의뢰하고 있고 TSMC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공정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나 반도체 동맹 결성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다. 중국이 반도체 부문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최첨단 반도체 칩의 안정적 공급,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 및 장비 부문으로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한국과 대만 기업을 따라잡고 최첨단 반도체를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에서 반도체는 원유를 제치고 제1의 수입품이 되었으며 특히 중국이 목표로 하는 첨단 제조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최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중국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제까지 공식 비공식 루트를 통한 외국 첨단기술 획득 및 반도체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왔다. 중국 내 기술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중국은 첨단 반도체 기술을 소유한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 중국 내에 투자한 외국기업으로부터의 기술이전, 최고급 인력 스카우트 등의 수단을 활용하여 빠르게 반도체 기술혁신 역량을 강화하여 왔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로 중국에 최첨단 반도체와 관련 장비의 공급이 차단되고 외주 공정이 중단되면서 반도체 굴기가 지연되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히 공정 부문에서 지속적인 기술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TSMC나 삼성과의 기술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더 중국에 중요하다. 2021년 현재 TSMC는 인텔 삼성과 함께 세계 3대 반도체기업 중의 하나이며, 세계 500여 개 기업으로부터 수주받은 반도체 1만1600여 종을 위탁 생산하고 있다. TSMC의 국가별 매출액은 미국이 60%, 중국이 17%, 대만 8%, 일본 6% 정도이다. TSMC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애플을 비롯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과의 돈독한 관계 형성 및 지속적인 수주가 매우 중요했다. 실제로 미국 주요 반도체 설계 기업의 92%가 외주 공정을 TSMC에 의뢰하고 있어 미국의 TSMC 의존도가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미국산 장비 없이 TSMC는 팹을 건설할 수도 운영할 수도 없다. 한편 TSMC는 2010년 이후 중국 주요 IT기업들과의 거래를 꾸준히 증가 시켜 왔고 특히 화웨이의 경우 TSMC 매출의 15% 정도를 차지하면서 애플에 이어 제2의 고객이 되었다. TSMC와 중국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력은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왔다. 예컨대 2000년 중국 정부가 자국 파운드리 SMIC를 설립할 때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리처드 창(張汝京)은 모리스 창과 미국 TI에서 함께 근무했었던 인물이다. 리처드 창은 대만에서 자신이 운영하던 기업을 TSMC에 팔고 중국 본토로 건너가 SMIC를 설립했고 이후에도 TSMC의 인력들이 대거 SMIC에 합류하면서 각종 공식 및 비공식 기술 지원 관계를 형성하여 왔다. 미국은 물론 중국 기업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TSMC는 2018년 이후 미중 반도체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아 온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첫째 미국 내에 최첨단 반도체 공정 시설을 건설하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중국 기업들과의 거래에 관한 것이었다. 미국 상무부는 2019년 화웨이 및 관련 중국 기업에 미국산 제품을 수출할 때 허가를 받도록 하는 수출제한 규정을 제정하였다. 이 조치는 미국산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비중이 25% 이하이거나 미국이 아닌 제3국에서 반도체를 제조하여 화웨이로 수출하는 경우는 포함하지 않았고 TSMC와 화웨이의 거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건재하자 2020년 5월 미국 정부는 제재를 강화하여 제3국에서 제조한 반도체라도 미국 기술을 활용해 생산한 제품의 화웨이에 대한 수출을 규제한다. 미 상무부가 강화한 조치는 미국 반도체 장비를 쓰고 있는 TSMC에도 해당하는 것이었다. 이 조치들은 수출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 허가받으라고 한 것이었지만 미국 정부가 TSMC를 예외로 두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TSMC는 이에 대해 2020년 5월 두 가지 결정을 통해 전략적 선택의 방향을 분명하게 표명한다. 즉 미국 애리조나에 최첨단 반도체 파운드리를 건설할 것이며 화웨이와의 거래에 대해서는 이미 수주받은 물량의 공급이 완료되는 9월 중순 이후 거래를 중단할 것을 발표하였다. 2021년 4월 미국 상무부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군사 활동과 관련된다는 이유로 중국의 슈퍼컴퓨터 관련 기관과 및 기업 7곳을 수출 제한 명단에 올렸을 때 TSMC는 이번에도 즉각적으로 명단에 포함된 중국 설계업체 페이텅(飛騰)과의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며 미국 측에 협력하였다. 미국 기업의 장비에 의존하고 있고 미국 설계기업으로부터 매출의 60%를 얻고 있는 TSMC로서 미국 측에 서는 것은 어찌 보면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TSMC와 중국 IT기업들과의 관계 및 유대나 잠재적 시장으로서 중국의 위상을 상기해 볼 때 이러한 결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TSMC는 미국의 반도체 동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보를 보이는 한편 중국 IT기업과의 관계도 미국의 제재 범위 밖에서 조심스럽게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TSMC의 행보를 상징적으로 볼 수 있는 사례가 있었다. 2020년 9월 단교 이후 대만을 방문한 최고위급 미정부 관료 크라크(Keith Krach) 국무부 경제차관을 환영하는 정부 공식 리셉션에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모리스 창이 참여하였고 만찬 직후 대만 총통실은 차이잉원 총통, 크라크 차관, 모리스 창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였다. 대만 반도체 산업의 선택을 분명하게 밝힌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만찬이 진행되기 불과 4일 전,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TSMC는 화웨이에 보낼 반도체 칩을 최대치로 생산하기 위해 쉬지 않고 팹을 가동하였고 칩의 공수를 완료하였다. 즉 공식적으로는 미국과 함께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물밑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크라크 차관 방문에 대해 중국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군용기를 출격 시켜 무력시위를 하였고 중국 언론은 미국 국무부 혹은 국방부 장관이 대만을 방문하면 중국군 전투기가 대만 섬 상공에서 훈련할 것이라고 위협하였지만 이 사진에 대해서는 비판이나 아무런 코멘트가 없었다. 중국 역시 TSMC와의 관계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처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TSMC는 2021년 4월 중국 난징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사 파운드리에 28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여 28나노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증대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만은 물론 중국 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특히 중국 내에서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최소 120억 달러 5나노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것과 비교하면서 TSMC의 중국 투자를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보이콧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도 제기되었지만, 중국 관영언론은 TSMC의 투자가 중국 반도체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히며 논쟁을 가라앉혔다. 한 대만 언론은 조심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TSMC와 중국 IT 업체와의 관계를 중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 중국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 중국기업으로의 기술 및 인력 유출 등을 뒤에 업은 늑대와의 춤이라고 비유하고 있다. TSMC의 전략 가운데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일본 반도체 업체들과의 협력 강화이다. TSMC는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쓰쿠바시에 반도체 연구개발 시설을 건설하기로 했으며 규슈에 16나노 28나노 파운드리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일본은 ‘반도체 등 디지털 산업의 기반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내세우며 자국 반도체 산업을 재건할 수 있는 기회로서 TSMC와의 협력에 공을 들여왔고, TSMC는 가뭄 재해로 인한 대만 내 생산 리스크와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 등에 대응하여 해외에 파운드리 건설을 고려해 왔는데,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대만과 일본 반도체 부문의 협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유럽 역시 역내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해 TSMC와의 협력을 원하고 있다. 이제까지 TSMC는 주요 생산시설을 대만 내에서 운영해 왔고 현재까지도 타이난 등에 최신 공정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미중 반도체 갈등 속에서 대만 반도체 기업들의 전략적 가치가 상승하면서 이제까지와 달리 TSMC는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에 생산라인 건설 및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미중 반도체 갈등 속에서 미국 주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할지,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과 지속적인 세계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반도체 산업을 재편하게 될지 지켜보아야 한다.   4. 전망 미중 반도체 갈등 속에서 이제까지 대만 반도체 산업, 특히 TSMC는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신중하고 적절하게 대응해 왔으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적 선택과 투자를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TSMC, 대만, 반도체의 앞날에 대해 쉽게 낙관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여기서는 TSMC와 대만 반도체가 당면하고 있는 도전을 전망해 본다. 첫째, 향후 TSMC와 미국의 협력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국 리스크가 존재한다. 현재 TSMC는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건설을 시작했으며 애초의 예상 규모를 넘어 최대 6개의 생산라인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보도된다. 대만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파운드리를 미국에서 운영할 때 필요한 인력의 적절한 공급과 함께 대만과 비교할 때 30% 정도 생산성 저하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제까지 미국에서 반도체 공정 특화기업이 크게 성공할 수 없었던 시장 요인이 존재하는데 TSMC의 미국 투자는 시장보다는 안보나 동맹의 논리를 앞세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파운드리가 건설되고 운영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TSMC의 미국 파운드리는 미국내 설계 기업과의 공고한 관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면서 TSMC의 미국내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 주도 반도체 동맹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면서 최고 수준 반도체 공정 부문에서 중국이 배제된 일정 정도 미중 디커플링이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반도체 산업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 이러한 미국과 대만이 바라는 최선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TSMC와 미국의 반도체 동맹이 잘 자리 잡아야 하고 이를 위해 현재 건설 중인 생산라인이 가동되는 2~3년 후를 넘어서 차기 및 차차기 미국 행정부로부터 이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인텔과 같은 미국 기업들도 반도체 공정에 대대적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삼성 역시 미국 내 최신 공정 시설을 건설할 예정이기 때문에 잠재적 경쟁자들의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 즉 TSMC의 미국 투자는 대만과 미국 반도체 기업의 협력으로 인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며 미국 주도 반도체 동맹의 공고화 속에서 미국 대만 양국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위해 초과비용, 생산성 저하, 인력공급 등의 경제적 요인들과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라는 정치적 요소들이 오랫동안 잘 작동되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둘째, 향후 대만과 중국 관계, TSMC를 위시한 중국 반도체 기업들과 중국 기업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중국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대만과 미국 반도체 기업의 협력 강화 및 미국의 제재로 인한 대만 반도체 기업과 중국 기업의 협력 단절 등을 중국 정부가 어느 정도 선까지 인내하며 감수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수출 제재 이후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산 부품이나 장비를 제외한 자체 공급망, 소위 홍색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부품과 장비 및 생산과정 전체를 세밀히 분석하고 취약부문에서 자국 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첨단 기술을 확보하는데 어려움과 좌절을 겪고 있는 중국에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기업의 기술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적 필요와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의 입장이 결합하여 언제 어떤 방식의 위기로 구체화할지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시간이 흐르면서 장기적으로 자본과 시장과 강력한 의지 및 정부 지원을 확보한 중국 기업의 반도체 공정 기술 혁신 역량이 강화되어 대만에 도전하게 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중국이 필요로 하는 첨단기술을 대만이 더 이상 확보하지 못하게 될 때 대만은 무엇을 내세우며 중국을 상대할 수 있을지 대비해야 한다. 셋째는 대만 자체 리스크가 존재한다. 대만의 대중 수출의존도는 홍콩을 경유하는 부분을 포함하면 대만 정부 발표 공식 통계수치를 훨씬 넘어 60%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만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 이 가운데 공정 부문이 절반 정도 된다. 탈중국을 주장하는 민진당 집권 기간 동안에도 대만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감소하지 않았으며 반도체 이외 다른 부문의 성장률은 다소 정체된 상황이다. 게다가 대만 반도체 산업은 가뭄, 지진, 단전 등으로 생산이 이따금 중단되면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만 경제의 지나친 중국 및 반도체 의존도, 세계 외주 공정의 54%를 대만의 TSMC가 차지하고 있는 것은 대만과 세계 반도체 산업에 취약한 부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TSMC가 이룬 놀라운 성과가 한편으로는 대만의 경제 및 안보에 기여하고 대만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특정 국가나 기업이 전체 경제나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오히려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현재와 같이 반도체 산업과 TSMC가 대만에 강력한 실리콘 방패가 되어 주고 있을 때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이 방패가 언제까지 잘 작동할지 불확실하고 위험을 헤징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만의 서북쪽에 위치한 단수이(淡水)는 17세기 이후 대만과 외부 문명이 연결된 중요한 관문이자 요새였다. 이 지역에 위치한 홍마오청(紅毛城)으로 걸어 올라가는 길에는 스페인 네덜란드 명 청 영국 일본 호주 미국 대만의 8개 국기(国旗)가 꽂혀 있다. 1628년 스페인부터 시작하여 이 지역을 점령하거나 조차했던 국가들의 깃발이다. 여기에 과연 지금처럼 대만의 국기가 맨 마지막에 위치하며 얼마나 오래도록 펄럭일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반도체의 관점에서 보자면 대만이 미중 패권 경쟁의 와중에서 안보와 번영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도체 공정 기술과 이를 이을 수 있는 차세대 첨단기술의 독보적인 우위를 가능한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중국 부상으로 인한 위협은 물론 미국과의 협력으로 인한 리스크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지나치게 높은 대만 경제의 중국 및 반도체 의존도에 대한 해법도 마련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대만의 지속적인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걸어야 하는 길이다. 한국에게 대만은 수출입 규모 측면에서 6~7위를 차지하는 중요한 경제파트너이다. 한국이 대만으로부터 수입하는 물품의 60%가 반도체이고 한국의 대만 전체 수출의 30%를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 및 산업 내 협력 관계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은 반도체에서 주로 경쟁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TSMC의 모리스 창은 자사의 유일한 경쟁상대가 삼성이라고 언급해 왔다. TSMC는 삼성과의 애플 스마트폰용 반도체 칩 수주 경쟁에서 승리한 이후 명실상부하게 세계 최고의 공정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인정받게 되었으며 최근 삼성이 파운드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하자 격차를 벌리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파운드리를 확장하고 있다. 다른 한편 한국과 대만은 모두 중국과 반도체 의존적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고 미국 주도 반도체 동맹의 주요 파트너이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공통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에 모두 반도체 제조 기술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안보와 번영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부문에서 한국과 대만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양국은 전체 반도체 산업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 속에서만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찾을 수 있다. 미중 기술패권 갈등 속에서 한국과 대만이 경쟁은 물론 상호 협력을 통해 세계 반도체 산업의 안정적 성장과 지속적인 반도체 기술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     ■ 저자: 배영자_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해외투자의 정치경제, 과학기술과 국제정치, 인터넷과 국제정치, 과학기술외교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국제정치패권과 기술혁신: 미국 반도체 기술 사례》(2020), 《중국 인터넷 기업의 부상과 인터넷 주권》(2018), 《미중 패권 경쟁과 과학기술혁신》(2016), 《과학기술과 공공외교》(2013)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실장            문의: 02 2277 1683 (내선 209) j.baek@eai.or.kr  

배영자 2021-06-29조회 : 11530
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대만 특집 시리즈 ④_대만을 둘러싼 미중일의 긴장 관계: 일본에서 바라보는 미ㆍ일 공동성명 내 ‘대만’ 명기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6px;} [편집자 주] 본 스페셜 리포트에서 오가사와라 요시유키 도쿄 외국어대학 교수는 대만 문제를 논하기 위해 미중공동성명과 중일공동성명 이래 미중일 관계가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그에 따라 일본이 어떠한 입장을 취해 왔는지를 설명합니다. 시진핑이 2019년부터 대만에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자 미국은 대만과의 관계를 튼튼히 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여 왔습니다. 저자는 점차 심화될 중국의 대일본 압박에도 일본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중국의 군사 행동 억제를 중요 과제로 제시합니다. 일본이 물리적으로 중국의 군사 행동을 억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일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이 언급되었듯이, 일본이 부분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2021년 4월 16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담은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이 간단한 문구에 담긴 의미는 매우 크다. 이 문구 자체는 일본 정부가 반복하여 언급해 온 것으로, 각별한 의미는 없다는 평론도 있다. 그러나 미일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행사 위협을 염두에 두고 공동으로 반대한다는 맥락에서의 표명은 획기적이다. 그에 앞선 미•일 2+2, 미•중 알래스카 회담을 감안하면 문맥은 명확하다.   대만을 밀어낸 「72년 체제」 미일 정상의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을 언급한 것은 ‘52년 만’이라는 점이 강조되지만, 1969년과는 맥락도 국제환경도 전혀 다르다. 그 당시는 냉전 시대였고, 미일 모두 대만의 중화민국과 외교 관계를 가졌고, 당시 대만은 장제스(蒋介石)가 이끄는 국민당의 일당지배체제로 '하나의 중국'을 주창하고 있었다. 미일교섭에서 오키나와 반환에 따른 미일안보조약의 적용 범위가 논의되어, 그 맥락에서 ‘대만해협’이 언급되었다. 그 후, 1972년에 미중공동성명과 중일공동성명에 의해 중화인민공화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 주장이 대체적으로 인정되어, 대만은 국제사회로부터 배제되었다. 이것이 ‘72년 체제’⑴ 다. 이것은 대만을 국제정치의 한구석으로 밀어 넣는 틀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을 통치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았다. 대만은 그 작은 공간 속에서 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주화를 달성하며 연명해 왔다. 민주화 이후의 대만에서는 ‘중국의 일부’라고 하는 의식은 희미해져 ‘대만은 중국과 별개’라고 하는 ‘대만 정체성’이 확산하였다. 한편, 중국은 오랜 세월 ‘대만 통일’을 주장해왔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힘은 부족했다. 그러나 중국의 대국화로 상황이 바뀌면서 대만해협의 현상변경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취임 이래 중국 내셔널리즘을 강조하여, 힘에 의한 대만의 억제와 경제력에 의한 대만의 흡수를 동시에 추진하는 대만 정책을 전개해 왔다. 2016년에 대만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정권이 발족하자, 중국은 차이 정권이 ‘하나의 중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여 대만과의 대화의 루트를 폐쇄했다. 시진핑은 2019년 1월에 대만에 대한 중요 연설을 하여, ‘일국양제’에 의한 통일의 수용을 강하게 압박하고, 다음 세대로 미루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했다. 중국은 차이잉원 정권이 굴복하지 않는 것에 조바심을 내며,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강화했다.   미일의 대(対) 대만 정책 재검토 미국은 이대로 방치하면 대만은 중국으로 통일될 것이라며 위기감을 강화했다. 그리고 「72년 체제」의 재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중국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선명해진 것이 트럼프 정권 말기인 2020년이다. 바이든 정부도 그 움직임을 계승했다. 바이든 정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언급하며, 미국-대만 관계를 '비공식 관계'라고 규정해 중국의 결정적인 반발을 피하면서 트럼프 정권 이상으로 견실한 대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정권의 ‘일중정책(一中政策)’은 마치 ‘부적’처럼 쓰이고 있다. 중국과의 경쟁 관계와 대만의 역할 중시는 미국의 초당파적 정책이 되었기 때문에, 이 틀은 「21년 체제」라고 불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일본을 보면, 1972년부터 1980년대에 걸쳐 대만을 냉대하는 시대가 길게 계속되었다. 일본정부는 대만정부와의 접촉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중앙성청의 간부급 직원은 신중하게 대만정부 관계자와의 접촉을 자제하는 관행이 있었다. 일본의 국립대학과 대만의 국립대학이 교류협정을 맺는 것조차 인정받지 못했다(인정받은 것은 1997년). 이러한 극단적인 대만 냉대는 리덩후이(李登輝)가 민주화를 추진한 1990년대부터 서서히 개선됐지만 「72년 체제」는 건재했다. 총통을 퇴임하고 민간인이 된 리덩후이가 방일을 희망하여 2001년에 그것을 인정받았는데 옥신각신한 끝에 겨우 인정받은 것이었다. 그 이후 중국에 대한 경계감의 고조와 표리일체로 일본정부의 대만에 관한 자주규제도 부분적으로 완화되게 되었다. 일본-대만 간에서는 무역이나 투자가 순조롭게 확대되고 있었다. 또, 일본 사회에 대만에의 친근감이 서서히 확대되어, 일본과 대만 쌍방의 여행자가 증가하고, 지방 자치체나 민간단체의 교류가 확대되었다. 그것을 크게 지지한 것이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대만으로부터의 물심양면의 지원이었다. 일본 국내에서는 그때까지 대만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도 대만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이 증가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의 대만 호감도가 중국이나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크게 상회했다는 조사 데이터가 주목받게 됐다. 일본과 대만의 민간 교류는 단교 전보다 단교 후가 훨씬 활발해졌다. 그러나 정부의 대만정책은 매우 신중하여 친대만파(親台派)로 인식되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시대에도 변화는 매우 느렸다.   순풍을 끌어당긴 대만 대만은 중국의 강압적 행동에 경종을 울려왔지만, 국제 사회의 많은 나라는 중국이 가져올 경제적 이익의 측면을 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만은, 민주적 선거를 통해서 “통일에 응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그 목소리도 조금씩 다다르게 되었다. 그것이 코로나 위기로 인해 대만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동정이 부쩍 높아진 것이 2020년이었다. 미중대립이 대만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만을 그냥 “혼수상태”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그동안 대만 민주주의의 영위와 노력이 있었기에 대만의 존재가 중시된 것이다. 그것을 상징하는 것이 2020년의 체코의 상원의장 일행의 대만 방문이었다. 대만에서 보면, 이번 미일 공동성명에서 “이제야 인정받았다”라는 생각일 것이다. 대만 외교부는 “진심으로 환영하며 감사한다.”라는 보도 발표에 그쳤지만,⑵대만 언론들은 한껏 분위기가 달아오른 듯하다. 대만에 순풍이 분 것은, 차이잉원 총통의 ‘현상 유지’ 노선을 미일이 이해하게 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천수이볜(陳水扁) 정권 시대에는, 미일 양 정부는 천 총통의 대만 내셔널리즘의 언동을 경계했는데, 차이 총통은 민진당의 당시(党是)인 대만 독립을 봉인하고 중화민국의 외곽선을 유지하고 안에서 ‘대만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는 현실적이고 교묘한 정책을 시행해왔다. 이는 중국의 무력행사를 초래하지 않는 아슬아슬한 노선이다. 중국은 분명히 초조해하고 있지만, 중국의 차이 정권 비판은 ‘숨은 대만독립’이라는 비판이며, 중국이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는 ‘법리 독립’은 아니다. 차이 정권은 대미 관계를 강화하면서 “미국-대만의 국교 수립을 요구하지 않는다"고도 표명했다. 또한, 중국 군용기의 침입에 대해 긴급발진하는 대만 공군부대에 대해 “국방 장관의 허가가 없으면 발포해서는 안 된다”라는 지시를 철저히 하고 있다. 대만은 국제 정세를 읽고 있다. 대만이 인내를 지속하여, “대만 측에서 현상을 변경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미일의 우려가 불필요해졌다.   중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 시진핑은 덩샤오핑(鄧小平) 이래의 ‘평화적 통일’을 기본방침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평화적 수단’으로는 대만 통일은 다가오지 않는다. 그것은 중국이 냉정하게 분석하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무력에 의한 위협이 심해질 것이고, 어떠한 무력행사(그레이존)의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중국이 어떠한 희생을 치르고라도 대만을 병합한다면 막을 방도가 없게 되지만, 그러한 상황은 아니다. 중국의 목적은 적은 희생과 비용으로 대만을 통일하여 중국 공산당의 ‘훌륭함’을 어필하고 일당체제 지속의 정당화로 사용하는 것이다. 대만은 중국의 상륙부대에 반격하는 전력을 온존하는 비대칭 전술을 강화하고 있으므로, 중국에 있어서 대만 침공 작전의 장애물은 매우 높다. 미사일 공격으로 대만을 잿더미로 만들거나, 중국군도 큰 손해를 보는 상륙 작전을 해서 대만 점령하는 것은 공산당에게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하물며 미일을 끌어들이는 대전쟁을 거는 통일이라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논리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대만과 미일이 대비를 하지 않으면 중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대만을 굴복시키고 ‘중국의 꿈’의 실현을 선언할 날이 올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무력행사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중국에서는 군사행동도 외교의 일부다. 중국이 ‘미일은 개입하지 않는다’는 확증을 얻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결과이다.   일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중국의 일본에 대한 압력은 머지않아 강해질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위축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일본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재차 정리할 필요가 있다.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이 대만에 무력공격을 하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며, 전쟁을 막는 것, 즉 중국의 군사행동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이것은 일본의 리버럴파•평화주의파에게도 공통된 문제의식이 될 것이다. 중국이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것이 억지(抑止)로 연계된다. 중국에 대해 외교로 끈질기게 ‘평화와 안정’을 호소하는 것도 필요하며, 동시에 조용히 안보법제에 의거해 미군 지원을 준비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에 동참하는 나라들의 느슨한 연계를 형성해가는 것이 요구된다.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국의 ‘쿼드’는 그 중심적인 사례다. 중국과의 이해관계가 각각 달라 연계가 무의미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중국에 대한 시각이 엄격해지고 있다는 것은 중국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를 검토할 경우 그동안 쌓아온 중국의 국가 이미지나 중국 기업들의 선전 전략이 일거에 무너지는 대가를 계산하지 않을 수 없다. 느슨한 연계로도 중국은 어려워진다. 이러한 일련의 중국 견제 움직임은 중국과 대화하거나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과 모순되지 않다는 것을 중국에 거듭 표명해야 한다. 그럼에도 중국은 반발해 일본에 여러 가지 보복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일본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중국에도 되돌아간다. 중일관계는 정체되겠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 작전의 대가는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 견제하지 않으면 대만해협의 평화는 유지되지 않는다. “중국을 자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일 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노선으로는 오히려 전쟁을 초래할 위험을 높인다.   대만해협의 장래 그렇다면 대만해협은 장차 어떠한 상태가 될 것인가? 대만에서는 ‘대만 정체성’이 정착되어, 선거에서 통일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은 이제는 없다. 무력에 의한 위협을 강화하여 기회를 엿보는 중국과, 경계를 강화하며 수면 하에서 대만을 지원하는 미국과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진다. 균형이 유지되면 중국은 군사침공이 불가능하지만, 무너지면 전쟁이라는 위험한 상태가 이어질 것이다. 한편, 결정적인 사태에 이르지 않는 요인도 있다. 대만의 국제적 존재(presence)가 어느 정도 높아지지만 ‘하나의 중국’의 명분(建前)은 미일에서도 유지될 것이다. 긴장 상태는 계속되지만, 중국과의 경제 관계는, 전반적으로 보면 대만도 일본도 미국도 높은 수준으로 계속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21년 체제」는 “전쟁에는 이르지 않는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제에서는 미-일-대와 중국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상태”가 되지 않을까. 그것이 5년, 10년, 그리고 그 후로도 계속된다면 전쟁보다는 훨씬 낫고 일본의 국익에 합치된다. 무엇보다 대만인들의 뜻이 지켜진다. 일본이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지만 (특히 군사 면에서), 그 틀 안에서도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이번 공동성명은 그 중요한 한 걸음이 됐다. 이를 계기로 대만해협에서의 분쟁 예방 논의가 확산하였으면 한다. ■     ⑴1972년에 형성된 대만에 관한 국제적 합의(arrangement)를 가리킨다(와카바야시 마사히로『대만의 정치-중화민국 대만화의 전후사』 (若林正丈 『台湾の政治―中華民国台湾化の戦後史』) 및 가와시마 신•시미즈 우라라•마쓰다 야스히로•양용밍 『일대관계사 1945-2020』 川島真・清水麗・松田康博・楊永明『日台関係史1945-2020』). 당시에는 잠정적인 틀로 보였지만 그 후 50년이나 계속되고 있다. ⑵차이잉원 총통은 트위터에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해 주신 것을 평가합니다.”라고 일본어로 표명했다. (2021년 4월 20일, https://twitter.com/iingwen/status/1384448517498757128?s=20   ■ 저자: 오가사와라 요시유키(小笠原欣幸)_도쿄 외국어대학 교수. 히토쓰바시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도쿄 외국어대학에서 강사와 조교수를 지냈다. 영국 쉐필드 대학과 대만 국립 청치 대학에서 방문 연구원을 역임하였다. 전공분야는 대만 정치, 중-대만 관계, 동아시아 정치, 비교정치이다. 주요 저서로는 Presidential Elections in Taiwan (Koyoshobo), China and its Neighbours (Pentagon Press)에 실린 “China-Taiwan Relations: Taiwanese Identity and 'One China Principle‘“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실장            문의: 02 2277 1683 (내선 209) j.baek@eai.or.kr  

오가사와라 요시유키 2021-06-24조회 : 10607
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대만 특집 시리즈 ③_미중 경쟁과 대만문제: 한국의 시각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6px;} [편집자 주] 본 스페셜 리포트에서 문흥호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대만 문제의 부상과 그에 따른 미국과 한국의 전략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저자는 미국이 과거 대만에 부가했던 규제를 제거하며, 대만과의 관계증진을 위한 법적 조치를 마련하는 전략을 취하는 점에 주목합니다. 미국이 대만의 독립이 아닌 중국의 패권 도전을 견제한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이 양안관계에 개입을 확대하고, 한국에 동참을 요구할 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습니다. 양안관계의 복합성과 현실을 면밀히 검토하여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입니다.     I. 문제 제기 대만문제의 생성과 변화는 미국 요인과 불가분의 관계다. 미국은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정부의 대만 패퇴에서 대만해협 ‘양안’의 이념적 대립, 상생⸱공영의 현상 유지, 통일⸱독립을 둘러싼 갈등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배후 역할을 해왔다. 이런 점에서 대만문제의 본질은 미국, 중국, 대만의 ‘애증의 삼각관계’이며 그들의 관계 변화를 주도한 것도 중국, 대만이 아닌 미국이다. 미국이 대중전략을 경쟁과 압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만문제의 부상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하나의 중국 승인, 미중수교와 별개로 내심 대만을 ‘사실상의 주권국’으로 인정해왔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을 뿐이다.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의 대만정책은 더 이상 비정치⸱민간차원에 머물지 않고 국가의 주요 외교안보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가치⸱이념⸱기술 동맹에 기반한 다자적 차원으로 대중 압박전선을 확대하면서 대만은 이미 미국이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의 일원’(one of America’s most reliable partners)이 되었다. 이처럼 미중 패권경쟁이 단순한 양자관계 차원을 벗어나면서 대만문제의 국제적 민감도와 파급 영향이 크게 증대되고 있다. 이는 대만문제가 아태지역의 역내 질서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변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특히 대만문제의 기원과 변천 과정에 영향을 미쳐 왔고,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일본은 미국 주도의 대만문제 재조정 과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주목하여 본 글에서는 첫째, 대만문제를 국제사회의 주요 정치⸱안보⸱경제적 사안으로 확장시키고 있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와 구체적인 정책 방향, 내재적인 한계 등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에 대한 객관적 검토는 우리가 고민하는 최적의 대응전략 수립의 선행 과제다. 둘째, 대만문제의 새로운 변화 과정에서 요구되는 한국의 전략적 선택과 한국⸱대만관계를 검토하고자 한다. 물론 대만문제의 부상이 미중 패권경쟁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촉발되었고 대립하는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선택지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분석의 한계로 남는다.   II. 미국의 대만정책 전환과 한계 미국의 새로운 대만정책은 “중국이 대만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이라는 자기 희망적 기대를 하루빨리 버리고”⑴ 대만과의 관계에서 “미국 스스로 부가했던 규제를 과감히 제거”⑵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는 미국이 미중관계의 기초인 ‘3개 연합성명’(the three joint communiques)에 명시된 대만 관련 합의 사항을 자국의 입장에서 보다 탄력적으로 해석ㆍ적용할 것임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은 이미 대만의 주권, 방위공약과 무기 판매, 외교적 접촉 등 민감한 사안을 재검토하는 동시에 대만과의 관계증진을 위한 법적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타이페이법’(TAIPEI Act: Taiwan Allies International Protection and Enhancement Initiative Act)을 통해 대만의 국제무대 진출을 다각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의 점진적 축소를 명시한 1982년의 ‘8.17 연합성명’, 레이건 대통령의 메모, 슐츠(George Shultz) 국무장관과 이글버거(Lawrence Eagleburger) 부장관이 릴리(James Lilly) 대만주재 대표에게 보낸 두 개의 전문까지 공개하면서 중국의 약속 불이행, 의도적인 사실 왜곡(a habit of distorting)을 비난하고 있다.⑶ 미국의 이러한 조치는 자신들이 대만정책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요인을 중국이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정책전환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1972년 2월의 ‘상해공동성명’과 1979년 1월 1일의 ‘수교 성명’에서 명시한 “미중 수교가 양국 국민의 이익 증진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증진에 기여할 것임을 확신한다”⑷는 합의가 중국에 의해 크게 훼손되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미국은 3개 연합성명보다는 “대만에 대한 방어용 무기(arms of defensive character) 제공”, “대만의 안보, 사회, 경제 제도를 위험에 빠뜨리는 모든 형태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 유지”⑸ 필요성을 명시한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을 토대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대만문제를 장기간 방치했다는 자성과 함께 향후 대만과의 관계를 미중관계의 ‘일부분’(subset)이 아닌 독립적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지속해서 추진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특히 미국이 과연 하나의 중국 원칙을 넘어서는 관계변화를 강행할 수 있을지는 가장 큰 의문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의 약속 불이행을 이유로 미국이 일방적으로 폐기하기 어려운 50년 전의 유엔 결의사항이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중국원칙이 기본적으로 유지되는 한 미국의 대만정책 전환과 대만의 국제적 지위 격상, 외교영역 확장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대만의 국제기구 진출 확대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주목받았던 2021년 5월 세계보건총회(WHA)에서도 대만의 옵서버 자격 참가가 무산되었다. ⑹ 대만이 코로나 19 방역의 가장 모범적인 국가로 인정받는 상황에서 대표적인 비정치적 국제조직인 서계보건총회 (WHA: World Health Assembly)에서 조차 참가 자격을 얻지 못하는 현실은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공적 외교활동(international space) 확장이 결코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III. 한국의 전략적 선택 2021년 5월 21일 한미정상 기자회견에서 대만문제 관련 질문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행운을 빈다’라고 말한 장면은 대만문제에 대한 한국의 난처한 입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이 미중 패권경쟁의 핵심 사안인 대만문제에서 최적의 대응 방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당시 문 대통령이 언급한 양안관계의 특수성,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등에 대한 객관적 검토를 통해 전략적 선택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1. 양안관계의 특수성에 대한 객관적 검토 양안관계의 특수성은 대만이 중국의 불가분한 일부분이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다른 하나의 중국 혹은 하나의 대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과 현실의 불일치 현상이자 대만의 주권, 통일, 독립을 둘러싼 갈등의 원천이다. 양안관계의 또 다른 특성은 중국과 대만이 체제⸱이념적 장벽을 우회하면서 윈-윈의 경계를 부단히 확장해 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기는 각각 다르게 한다는 점에 합의한 ‘92 공식’(1992 consensus)⑺은 양안의 경제교류, 인적 교류를 거의 하나의 국가 차원으로 확대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대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DPP)은 이를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2016년 집권한 차이잉원(蔡英文) 현 대만 총통은 중국의 계속된 압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92 공식’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자신들을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Taiwanese)으로 인식하는 ‘독립주의자’(臺獨)들의 입장에서 대만문제의 근본 해결은 대만이 온전한 주권국으로 독립하는 것뿐이다. 더욱이 최근 미국이 대만과 중국을 자유민주체제와 공산독재체제로 구분하고 대만의 주권문제를 재론하려는 입장을 보이면서⑻ 양안 갈등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양안의 체제⸱이념적 대립과 통일⸱독립을 둘러싼 갈등에 관여할 의지와 능력이 전무했다. 그러나 미국 요인이 개재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일단 미국이 양안관계에 개입을 확대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동참을 요구한다면 한국의 입장도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섣부른 입장 표명이나 전략적 선택에 앞서 현 단계 양안관계의 객관적 진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대만독립은 실현 가능한가? 양안 경제교류가 단절된 상황에서도 대만의 경제성장은 지속 가능한가? 미국은 대만의 주권 회복과 국제사회 복귀를 위해 끝까지 헌신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이들 의문에 대한 필자의 소견은 모두가 불가능하거나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냉철하게 검토하면 한국의 전략적 선택의 가능 범위가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2. 대만해협 평화ㆍ안정의 최우선적 고려 한국이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미⸱중의 무력시위가 결국 대만해협의 무력충돌로 이어질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중국은 교정 불가한 독립주의자로 인식하는 차이잉원 집권 이후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를 늘려왔다. 특히 홍콩 사태가 대만의 반중 정서로 확산하고 미국 등 외부세력의 개입 기미가 보이자 공군, 해군, 해병대 전력을 전진 배치하고 무력사용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그러나 현 단계 중국의 무력시위는 대만의 이탈 조짐과 미국의 방조에 대한 경고 수준이다. 대만문제 해결은 창당 100년을 맞은 중국공산당엔 ‘혁명의 완결’을 의미한다. 특히 헌법의 연임제한 규정까지 폐지하면서 권력 강화에 집착하는 시진핑의 입장에서 대만문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민족과제다. 따라서 적어도 대만을 사수하겠다는 단호한 결기를 보여줘야 하지만 그 이상은 부담스러울 것이다. 미국과의 군사력 대비는 차치하더라도 홍콩 사태, 코로나 19 이후 중국에 대한 국제여론은 악화일로에 있고 국내 사정도 마냥 좋지만은 않다. 2022년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시진핑의 열망도 높다. 권좌에 계속 머물고 싶은 그에게 극단적인 무력사용은 너무 위험한 도박이다. 물론 중국의 자제력은 대만의 이탈 조짐과 미국의 방조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선 대만인들의 자주독립 의지와 그의 실현 가능성은 별개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들로서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자극이 초래할 위험을 잘 알고 있다.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이 표방한 삼불정책, 즉 불통(不統), 불독(不獨), 불무(不武) 중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유지를 의미하는 불무는 여전히 대만인들의 지상과제다. 이를 가볍게 여길 대만의 정치지도자는 아무도 없다. 이처럼 중국과 대만은 무력 충돌의 부정적 결과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자제와 냉정함을 유지시켜주는 내적 요인이다. 한편 미국의 전략목표는 대만의 독립이 아니라 중국의 패권 도전을 견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만의 독립 분위기를 부추겨 필요 이상으로 중국을 자극할 이유도 없고 대만해협의 미중 무력 충돌 시 미국이 초기 제압할 가능성도 예전 같지 않다. 또한 미국의 의지와 무관하게 무력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중국과 대만의 위기관리 기제가 아직은 작동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대내외정책을 통틀어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처럼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에 대한 유불리를 전략적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주변 분위기에 휩싸여 대만해협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과장하거나 우리의 개입 여력을 과신해서도 안 된다. 더욱이 한국전쟁 이후 대만해협과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미국, 중국 요인과 결부되어 민감하게 상호작용하는 불가분의 관계다. 대만해협의 무력 충돌이 적어도 우리에겐 바다 건너의 불이 아닌 이유다.   Ⅳ. 맺는 말 미중 패권경쟁과 대만해협의 무력시위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정작 양안관계의 고유한 특성과 현실이 과소평가되고 있다. 양안관계에는 타협불가의 정치안보 사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적교류가 거의 단절된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양안교역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수십만의 대만인들이 중국 출신 배우자와 가정을 이루고 있으며 그의 몇 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중국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대다수의 대만인은 여전히 통일도, 독립도 아닌 평화로운 현상 유지를 원한다. 궁극적으로 독립을 원치 않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장벽을 냉철하게 직시하는 것이다. 홍콩의 좌절을 바라보며 일국양제(一國兩制)의 허구를 확인했지만 그렇다고 대만의 미래를 무조건 미국에만 맡길 수 없다는 냉철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인해 방역 모범국을 자랑하던 차이 총통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야당인 국민당은 중국산 백신도입을 위한 ‘국공합작’을 주장하며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은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복잡 미묘한 양안관계를 잘 보여준다. 어느 하나에만 주목하여 단정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구조다. 양안관계의 특성과 현실을 면밀히 검토하여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여기에는 기존 한국⸱대만관계의 증진을 위한 방안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우리 스스로 대만관계에 부가한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해야 한다. 물론 그 추진 과정은 국익의 극대화라는 공세적 접근보다 부적절한 관행의 시정, 정당한 권한의 회복이라는 실무적 차원에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⑴ Stilwell, David R. 2020. “The United States, Taiwan, and the World: Partners for Peace and Prosperity.” U.S. Department of State (The Heritage Foundation Remarks). (August 31). ⑵ Pompeo, Michael R. 2021. “Lifting Self-Imposed Restrictions on the U.S.-Taiwan Relationship.” U.S. Department of State (Press Statement). (January 9). ⑶ 최근 비밀 해제된 레이건 대통령의 메모(1982.8)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축소는 ‘양안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이라는 중국의 거듭된 약속 이행과 확고히 결부되어 있으며(conditioned absolutely upon the continued commitment of China to the peaceful solution of Taiwan-PRC differences), 따라서 대만에 제공할 ‘무기의 질과 양’(the quality and quantity of arms)은 전적으로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 여부에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American Institute in Taiwan. 1982. “Declassified Cables: Taiwan Arms Sales & Six Assurances (1982).” American Institute in Taiwan. ⑷ American Institute in Taiwan. 1972. “U.S.-PRC Joint Communique (1972); Joint Communique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Normalization Communique, 1979).” American Institute in Taiwan. ⑸ American Institute in Taiwan. 1979. “Taiwan Relations Act, Section 2: 5~6.” American Institute in Taiwan. ⑹ 國際組織司. (2021). “台灣未獲邀出席第74屆「世界衛生大會」線上會議,外交部長吳釗燮及衛生福利部長陳時中共同表達我國嚴正不滿立場“ 中華民國外交部 版權所有. (May 24). ⑺ ‘92 공식’의 핵심은 ‘一個中國, 各自表術’(一中各表)에 대한 중국과 대만의 기본적 합의다. 이는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전제하에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으로 표기하고 대만은 ‘중화민국’으로 표기하는 것을 상호 인정하는 것이다. ⑻ 즉 미국은 자신들이 견지해 온 ‘하나의 중국 정책’(one-China policy)과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One China principle)을 구분한다. 즉 중국이 하나의 중국원칙을 통해 대만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대만의 주권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대만의 주권에 대한 중국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 저자: 문흥호(文興鎬))_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한양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고, 통일연구원 책임연구원, 오리건대학교 정치학과 방문 교수를 지냈다. 전공분야는 중국의 정치/외교/안보, 북중관계, 양안관계이다. 현대중국학회 회장 및 외교부⸱통일부⸱산업통상부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최근에는 "동아시아의 공영(共榮) 네트워크 구축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대주제로 한 중장기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대만문제와 양안관계』, 『중국의 대외전략과 한반도』, 『한국-대만 관계사 1949~2012』, 『동아시아 공동번영과 한반도 평화』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실장            문의: 02 2277 1683 (내선 209) j.baek@eai.or.kr  

문흥호 2021-06-22조회 : 11281
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대만 특집 시리즈 ②_미중 경쟁 시대 대만의 안보 전략과 도전 요인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6px;} [편집자 주] 본 스페셜리포트에서 왕신셴 대만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소장은 장기적인 미중전략 경쟁 속 양안관계에서 대만이 직면한 도전 요인을 설명합니다. 대만은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한편, 심화하는 중국의 “처벌과 보상”이라는 이중전략 하에서, 국내 정치 경쟁의 격화와 분열을 겪으며, 양안 국민들의 적대적 의식 문제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양안 관계가 더 이상 관계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위기관리를 할 것인가의 문제로 변하게 된 점에 주목합니다. 대만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위험 회피와 지연 전술임을 강조하며 포스트 시진핑 시대를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1. 미중 경쟁 시대의 대만 미중 양국은 2018년 3월 이래 경제무역 분야에서 과학기술 분야로, 그리고 전면적 전략경쟁으로 그 갈등의 수위를 점차 높여왔다. 코로나 팬데믹 발발 이후에는 ‘백신외교’도 경쟁의 장이 되었다. 트럼프 정부 시기, 미중 경쟁은 미국 대선의 과열 양상 속에서 더욱 격화되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그러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성체제(the Establishment)의 노선으로 돌아가 동맹과의 결속과 다자주의적 관계를 통해 중국을 봉쇄하려는 상황이다. 올해 4월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2021년 전략경쟁 법안(Strategic Competition Act of 2021)”을 통과시켰다. 이것은 미국이 초당적으로 대중국 전략지침을 수립한 첫 번째 중대 법안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인 커트 캠벨(Kurt Campbell)은 지난 5월 26일 미중 간 “전략적 관여(strategic engagement)”의 시대가 이미 막바지에 이르렀다고까지 말했다. 중국은 종합국력에서 미국에 뒤져 있고 군사적으로나 전략적으로 여전히 충돌을 피하고 있지만, 외교적으로는 두려움 없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지난 2년간 기세등등했던 중국의 “전랑 외교”는 지난 3월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회담 때 양제츠와 왕이가 바통을 이어가며 그 절정을 보여주었다. 올해 봄 양회(兩會)에서 시진핑이 제기한 “세계를 당당하게 바라보자(平視世界)”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모두 국내의 민족주의 정서를 만족시키는 “내부 선전”의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지전략적 특성, 그리고 중국의 자칭 주권의 완전성과 통일을 위한 고려 때문에, 대만은 두 강대국의 경쟁과 대결의 최전선에 서 있게 되었다. 올해 4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커버스토리는 대만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고 칭했다. 미국과 중국이 여러 해 동안 유지해 온 ‘하나의 중국’이라는 “전략적 모호성”이 점차 와해하면서 대만 해협의 평화가 흔들리게 되었다. 또한, 중국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겠다”라는 목표를 위해 최후의 상황에서는 군사적 침공을 단행해서라도 통일을 이루려고 하고 있다. 더욱 경계심을 갖게 하는 것은 올해 3월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필립 데이비슨(Philip Davidson)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향후 5-10년 동안 중국이 침략 및 군사적 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이 가장 큰 목표 대상이 대만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NBC도 미 국방부가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무력 사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미국이 여러 차례 열세를 면하지 못했고, 대만이 미중의 경쟁 속에서 더욱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2. 대만의 안보 전략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대만의 안보 전략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강력한 외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 의지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고슴도치 전술(Hedgehog defense)을 구사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세계적으로 대체 불가능성을 갖는 “산업”을 구축하는 것이다.   1) 미국에의 편승(bandwagoning) 일반적으로 경쟁하는 두 강대국 사이에 처해 있는 국가는 대략 세 개의 선택지가 있다. 대항(balancing), 편승(bandwagoning), 위험회피(hedging)이다. 대다수의 국가는 헤징이라는 유연한 전략을 채택하면서 최대한 양측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미중 간의 전면적인 경쟁 속에서 다수의 아태지역 국가들이 안보 전략에 있어서는 미국에 경도되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의존하며 헤징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이다. 두 강대국의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위험회피의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다수의 국가가 여전히 전략적으로는 미국 편으로 기울어져 있으면서 중국의 미움을 사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이러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국가일 것이다. 리셴룽 총리는 작년 6월 <포린 어페어스> 지에 <위험에 빠진 아시아의 세기(The Endangered Asian Century)>라는 장문의 글을 발표했다. 리셴룽은 글에서 미중이 수십 년 동안 지속될 대치의 길에 들어서 있고, 만약 양국이 아시아 각국에 양자택일을 강요한다면 싱가포르 및 동남아 국가들은 어느 쪽에도 미움을 사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위험 회피의 헤징 전략을 말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에 있었던 “2+2 회의”와 한일 양국 정상이 각각 바이든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서 안보적으로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중국의 기분을 완전히 상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앞서 언급한 논리에 따르면, 대만은 안보를 위해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중국 시장 없이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지난해 대만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43.8%를 기록했고 이는 사상 최고치였다. 따라서 위험회피의 헤징 전략이 대만의 국가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선택지일 것이다. 그러나 대만은 미중 간의 경쟁 속에서 미국에 완전히 “편승”하며 중국에 “대항”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중국의 주권이 대만에 손을 뻗고 있기 때문이다. 즉, 중국공산당은 종종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선언한다. 또한 중국의 종합국력이 증대되면서 대만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고, 빈번하게 군사적 위협과 외교적 탄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만으로 하여금 강대국, 특히 미국의 지원에 의지하게 만들고 있고, 이를 생존의 길로 여기게 만들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대만 내부요인이다. 양안 관계를 보다 온화한 방식으로 처리하려는 야당(국민당)과 달리, 현재 집권당인 민진당은 줄곧 “중국에 대한 저항”을 주요 정책으로 삼아왔다. 시진핑이 2019년 1월 2일 <대만 동포에게 고하는 글> 발표 4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대만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하고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베이징 당국이 강경하게 대응한 이후, 중국 당국에 대한 대만의 반발 여론이 심화하였다. 이로 인해 민진당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반중 정책이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 따라서 미중 간의 전면적 경쟁 속에서 대만은 거의 전적으로 미국 편에 서 있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전략 등 중국 봉쇄의 전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 동맹” 등을 강조하는 것은 모두 이러한 상황에 뿌리를 두고 있다.   2) 국방력의 강화 국방력과 군사력의 강화는 이른바 고슴도치 전략(Porcupine strategy)인데, 전략적 의미는 비대칭 전쟁(Asymmetric warfare)의 논리와 유사한 것이다. 고슴도치가 자신의 가시를 사용하여 적을 위협하고 저지하는 것과 같다. 트럼프 정부는 작년 대만에 어뢰, 순항 미사일, 무인기 등 7개의 주요 무기체계를 팔아 대만으로 하여금 고슴도치처럼 공격하기 어렵고 심지어 반격능력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3월 미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바 있는 데이비드 오크마넥(David Ochmanek)은 만약 양안 간에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이 대만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론에 말한 바 있다. 그는 대만이 방어무기를 늘려 미국의 지원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대만이 군사 능력을 강화해야만 자기방어에 대한 믿음을 높일 수 있고 동맹의 실질적 협력 방어 의지를 높일 수 있다. 동시에 대만 외교의 협상력과 국제무대에 참여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은 각종 무기체계의 해외조달을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국산 전투기와 잠수함 등 신형 무기도 지속해서 개발해 왔다. 최근 몇 년 동안 HF-2E 순항 미사일, 공군의 Wan Chien 공대지 순항 미사일, 해군의 HF-3 초음속 대함 미사일 등 국산 공격 무기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이러한 국산 무기 개발로 인해 대만은 원래의 방침이었던 “견고한 방어와 중층 억지”라는 전략에 더해 2021년부터 “다차원 방어, 중층 저지 및 섬멸, 방어력 지속, 중점 돌파”라는 방위 구상을 추가할 수 있었다. 또한, 대만 국방안전연구원(國防安全研究院)의 <2020년 중공 정치군사 발전 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의 결과로 오히려 장기적 국방 제도, 무기 구매, 실질적 동맹 관계에 있어서 대만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되고 있다. 예컨대, 올해 4월 미일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대만해협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대만해협에서 어떠한 무력 시도나 위협에 의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현상(status quo)이 바뀌거나 지역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에 미일 양국이 반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동시에 대만이 내부적으로 국방의 중요성에 대해 재고하고 병역과 국방 제도를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3) “호국의 기틀”로서 세계적으로 대체불가능한 “산업”의 구축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중 간 기술 경쟁은 양국 경쟁의 최전선이었다. 바이든 정부도 동맹국들과 첨단기술 동맹을 결성해 중국의 급속한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AI, 5G, AIoT, 전기차, 고속컴퓨팅, 가상화폐 채굴 등 여러 방면에서 반도체 칩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고, 선진국의 중요 관심 대상이 되었다. 특히 대만의 TSMC는 하이엔드 칩 제조 능력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선두 자리를 굳혔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 대한 대만의 영향력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많은 국제 언론들이 대만이 없으면 각국의 중요 산업들이 중단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그래서 TSMC의 생산 라인이 중단되면 글로벌 산업도 중단될 수밖에 없으며, 그 후폭풍이 엄청날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 국가들이 대만에 반도체 칩 공급 안전성을 확인하는 이유이다. 물론, 싱크탱크의 많은 학자가 현재 중국의 첨단산업이 미국의 덫에 걸려 있기 때문에 대만 반도체 산업을 통제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짙어질 것으로 분석한다. 만약 중국이 군사적으로 대만을 탈환하기로 결정한다면 첫 번째 조치로 대만 반도체를 통제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물론 대만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세계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위치로 올라서게 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세계 산업 발전과 연계시켜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받고 있는 위협이 세계의 문제가 되도록 부각해 대만의 안보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실 지난 1년여 동안 대만 정부가 국산 코로나19 백신 제조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것도 비슷한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3. 양안관계에서 대만이 직면한 도전 요인   1) 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초래할 이중적 리스크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만은 현재 양안 관계에서 대내외적으로 “양면 게임(two-level games)” 상황에 놓여 있으며 “미국에 편승하고 중국에 맞서는 것”을 우선적인 선택지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두 가지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우선 중국이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대만 집권당의 본질에 대해 중국외교부와 국무원 대만판공실뿐만 아니라,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들은 민진당 정부가 미국에 의존해서 독립을 도모하고 서양의 것을 숭배한다고 비판한다. 심지어 팬데믹 상황에서도 팬데믹을 이용해 독립을 도모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최근 대만에서 지역 감염이 발생한 후 중국의 지원은 거부하고 일본과 미국이 제공하는 백신은 수용하는 등의 모습이 베이징 당국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미국, 중국, 대만 간의 삼각관계는 일종의 순환구조를 이루고 있다. 중국은 강력한 압박을 통해 대만이 미국에 경도되지 않도록 저지하고 있고, 대만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미국과 일본에 더욱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한다. 요컨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행위”로 위험 회피의 조치가 결여된 행동이 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미중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은 <대만 여행법>, <타이베이 법안>, <국방수권법> 등을 통과시켰고, 대만에 대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무기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대만을 연합군사훈련에 초청하고 아태지역 상륙군 지휘관 심포지엄인 팔스(PALS, Pacific Amphibious Leaders Symposium)에 참여시켰다. 그러나 미국이 대만에 대해 확고한 약속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대만 정계에서 여전히 논쟁 중이다. 만약 미중 간에 일정한 합의에 도달하여 양측이 “전략적 후퇴”의 스탠스를 취하게 된다면 대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처럼 미국에 지나치게 편승하고 중국에 대립하는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또 다른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2)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는 중국의 “처벌과 보상” 이중전략 중국은 대만에 대해 줄곧 “처벌과 보상”의 이중전략을 취해 왔다. 민진당 집권기에 들어서 처벌이 더욱 강해지고 보상은 더 많아지는 중국의 일방적인 행위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이중전략은 대만에 더욱 큰 압박이 되고 있다. ① 처벌의 측면에서는 주로 대만 정부를 겨냥하고 있는데, 국제무대 진출의 봉쇄 및 군사행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몇 년간 끊임없이 대만의 수교국들로 하여금 대만과 단교를 하게 만들고 대만이 국제기구와 국제회의에 참여하는 것을 저지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중국의 군용기와 군함이 대만 주위를 맴돌고 있으며, 군용기가 빈번하게 대만 서남지역의 방공식별구역(ADIZ) 및 대만 해협의 중간선을 넘고 있다. 이는 대만 외에 미국과 일본도 겨냥하고 있는 것이며, 대만 해협의 중간선을 넘는 것은 대만의 공중 방어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② 보상의 측면은 주로 대만 인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시진핑이 제기한 “경제사회적 융합”을 지도 이념으로 하고 있다. 즉, 각종 우대 정책을 통해 대만 기업과 인재들이 중국에 투자하고 취업할 수 있도록 유인하고, 양안 경제의 긴밀한 교류를 이용하여 대만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적해서 강화하려는 것이다. 보상 전략은 대만 정부를 완전히 우회하여 무력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방적 행위”이다. 게다가 다양한 유형의 통일전선전술, 선전전, 인지전(cognitive warfare) 등 “혼합전”을 통해 대만의 국내 정치와 사회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   3) 국내 정치 경쟁의 격화와 분열 양안 관계는 대만 내 정당 간, 그리고 대중들의 관점이 가장 갈리는 정책 의제이다. 정치공방이 가장 격렬하게 이뤄지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의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되고 쌍방 간에 타협의 여지가 조금도 없다. 정치경제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최근 코로나19 백신 구매에 있어서도 정당 간 공방이 일어났다. 쟁점은 대만이 상하이 소재 중국 푸싱(復星) 의약 그룹이 대리하는 독일 BNT 백신을 구매해야 하는가의 문제였다. 집권당이 ‘반중’의 기치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이 대만과 상하이 푸싱 의약그룹의 백신 협상을 돕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대만 측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는데, 야당이 “인명은 하늘이 관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신속한 백신 수입을 요구하면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보인 중국의 속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차치하고, 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그리고 정당 간, 대중들 사이에서는 찬반 논쟁이 뜨겁게 일어났다. 이처럼 대만 사회는 양안관계 의제에 대해 컨센서스를 이루기 어렵고, 중국의 압박에 직면할 경우, 이러한 논쟁과 내부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대만이 단결해도 중국에 대항하기 어려운데, 분열된 대만은 중국에 더더욱 대항하기 어려울 것이다.   4) 양안 인민 간의 적대의식 최근 몇 년간, 양안 간에는 정부 간의 대립뿐만 아니라 인민들 간의 적대의식이 증가일로에 있다. 특히, 최근 2년여 동안 미중 무역전, 홍콩에서의 송환법 반대 시위, 대만 총통선거,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하면서, 양안 인민들의 입장은 심각하게 갈라져 있다. 특히 청년층에서 태생적으로 독립을 지지하는 대만의 “천연독(天然獨)”과 민족의 통일을 열망하는 중국의 “자연통(自然統)” 사이의 충돌, 반중국과 혐대만 사이의 대립은 거의 매일 양안의 각종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실 대만은 최근 중국 내 민족주의의 고조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중국공산당이 미중관계나 내부의 경제사회적 위기를 외부로 돌리기 위한 감정의 분출구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또한 “중국공산당”과 “중국 민중”을 구분하여 중국 대중들의 민심을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국의 인민들로 하여금 중화세계에서 민주적 제도를 실행할 수 있고 민주주의가 그들이 선택할만한 삶의 방식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또한, 이것이 대만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4. 결론 미중 간의 경쟁은 전면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속의 본질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중 양측의 전략과 전술 속에서 협력, 경쟁, 대립의 세 요소가 갖는 비율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미중 전략경쟁은 장기적이다. 만약 우리가 전략적으로 불가피하게 미국에 경도된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면, 전술적인 면에서는 반드시 좀 더 세밀하고 유연성 있게 움직여야 하고, 위험 회피의 공간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민진당 집권 이후 지난 4년 동안 형성된 교착상태와 팬데믹의 촉매 작용으로 현재의 양안 관계는 이미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위기관리를 할 것인가의 문제가 되었다. 현재 중국공산당의 정치 일정을 보면, “중국공산당 100주년의 기념”, “동계 올림픽”, “20차 당대회” 등의 원활한 개최가 관건이다. 이 기간에는 “자신의 일에 역량을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대만에 대해 무모하게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2022년 가을 열리는 20차 당대회 이후의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의 대내외 정책 결정에서 시진핑의 의지는 당연히 가장 중요하다. 과거 몇 년 동안 국제 사회에서는 시진핑이 실권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주로 미중 무역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국내의 각종 경제사회적 문제, 그리고 과도한 반부패로 인한 정적들의 반격 등이 거론되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이러한 일들이 시진핑의 권위에는 영향을 주었지만, 그의 권력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공고해졌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팬데믹 발생 초기에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인도의 상황이 악화하면서, 중국공산당은 내부 선전 메커니즘을 발동하여 시진핑의 리더십 역할을 강화하고 제도적 우월성을 선전하고 있다. 미중 대립이 격렬해질수록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의 연임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시진핑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어서 누구도 도전할 수 없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대만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위험 회피와 지연 전술이 될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포스트 시진핑 시대를 기다리는 것이다. ■     ■ 저자: 왕신셴(王信賢))_대만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소장 겸 특별초빙교수. 2002년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UC Berkeley, 일본 도쿄대, 와세다대의 방문학자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비교정치, 국제관계, 중국연구와 양안관계이다. 최근 연구업적으로는 “Between A Rock and A Hard Place: How Small and Medium Countries Respond to the Competing Great Powers in Asia-Pacific Region,” “Building a Hyper-Stability Structure: The Mechanisms of Social Stability Maintenance in Xi’s China,” “Hobbling Big Brother: Top-Level Design and Local Discretion in China’s Social Credit System” 등이 있으며, 약 60여 편의 학술논문을 국내외 주요 학술지에 발표했다.   ■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실장            문의: 02 2277 1683 (내선 209) j.baek@eai.or.kr  

왕신셴 2021-06-17조회 : 11169
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대만 특집 시리즈 ①_국제 정세의 변화 속 한국과 대만이 당면한 도전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6px;} [편집자 주] 본 스페셜리포트에서 우충리 대만 중앙연구원 정치학 연구소 소장은 한국과 대만이 처한 대외 관계의 유사점을 강조합니다. 저자는 양국이 ‘문화적으로는 가까우나 군사적으로는 위협적인 신흥 부상국 중국’과 ‘오랜 기간 동맹 관계를 유지해온 우방국이자 기득권을 쥐고 있는 미국’ 사이에서 한 쪽을 선택하길 강요 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합니다. 저자는 양국이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로 균형과 편승, 중립, 헤징을 소개합니다.     미중경쟁은 한국과 대만의 핵심 정치의제로 부상하였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동북아 정세는 크게 사회경제적 환경, 국제체제 질서의 규범, 정치 인식의 차이라는 세 가지 요인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전하였다. 우선, 사회경제적 측면을 보면,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국과 인접 국가인 한국, 대만 간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가 형성되었다. 중국이 한국과 대만과 공유하는 인문, 역사, 언어, 문화적 측면의 동질성 또한 높다. 그 결과, 중국과 한국, 대만과의 경제적 관계는 긴밀해졌고, 민간 경제 및 무역 교류 또한 가속화되었다. 둘째로,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이전, 미국과 여타 서방국가들은 아태지역의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2011년 이래 중국의 군사적 부상은 ‘투키디데스 함정,’(Allison 2017), ‘세력전이론’ (Abdollahian and Kang, 2008; Bremer 1992; Organski and Kugler 1980) 등과 같은 이론의 탄생을 야기하였다. 이는 한국과 대만이 각각 중국과 시너지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촉진제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한중 양국의 정치, 경제, 무역 관계는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대중, 대북 외교에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지속해서 관심을 끌어왔고, 대선마다 주요 이슈로 부상하였다. 크게 보면 한국의 여론에는 ‘적극적인 교류’와 ‘경계하고 삼가는(戒慎) 대응’ 두 가지의 상반된 관점이 내재하고 있다. 1996년~2008년 사이 대만은 리덩후이와 민진당의 천수이볜 정부를 거쳤다. 이 시기 베이징과 타이베이의 정치 지도자들은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하나의 중국’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컸는데, 중국과 대만은 이에 대해 각자의 견해를 고수하였고, 상호 간 신뢰 부족으로 실질적인 관계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2008년과 2012년에 국민당이 총통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양안 관계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2010년 대만과 중국이 경제협력기본협정 (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 ECFA)에 서명하면서 양안 간 경제협력의 가능성이 열렸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통합은 정치적 갈등을 야기했다. 2014 년 3월 '양안 서비스 무역 협정'(Cross-Strait Service Trade Agreement, CSSTA)이 체결된 이후 대만의 학생 단체들이 국회를 점령하는 이른바 ‘해바라기 학생운동’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양안 관계는 악화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11월, 마잉주와 시진핑이 1949년 이래 사상 첫 양안 정상회담을 싱가포르에서 주최한 것은 양안 관계의 발전에 있어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국민당은 2016년 총통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패했다. 민진당의 차이잉원이 당선되며 민진당이 다수의석을 확보했다. 2016년 5월 이후 차이잉원 정부가 양안정책의 현상 유지를 강조했으나,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대만의 입지 좁히기에 나서며 2년간 5개국이 대만과 단교하였다. 그 결과 대만의 수교국은 17개국으로 줄었다. 양안 간의 교류는 중단되었으며, 대만의 경제도 고전했다. 수출입금액, 수출주문지수, 경제성장률은 하락했고, 실업률은 상승했다. 민진당은 2018년에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패하였다. 그러나 2020년 민진당이 총통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내놓은 중국 대항 정책 기조가 홍콩의 ‘반송중’ (反送中, 범죄인의 중국 송환 반대) 시위와 맞물리면서 차이잉원은 연임에 성공하였고 민진당은 국회의 다수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미중 관계에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2018년부터 중국이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업 기밀정보를 탈취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난해왔다. 미중 무역전쟁은 심화하였고, 관세장벽이 세워지면서 미중은 서로의 상품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미국, 독일, 영국, 러시아 및 중국에서 생산된 백신이 여러 국가로 공급되고 있으나, 백신 공급이 향후 동북아 지역 경제에 어떠한 효과를 미칠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제치고 당선되어 2021년 1월에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하였다는 사실이다. 위와 같이 대립하고 있는 미중관계가 한국과 대만의 정치 및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외교적인 측면에서 한국과 대만이 취할 수 있는 전략에는 균형(balancing), 편승(bandwagoning), 중립(staying neutral), 헤징(hedging)이 있다 (Archer, Bailes, and Wivel 2014; Keohane 1969; Lim and Cooper 2015). 그러나 미중의 양강 구도 하에서, 양국이 균형 혹은 편승을 선택하는 것은 최선의 전략이 아님이 분명하다. 중립을 취하는 것 역시 실무적인 차원에서 어려움이 있으며, 특히 지정학적 측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헤징이 비교적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중요한 논제는 한국과 대만에 국가의 안전과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구사할 수 있는 헤징 전략이란 무엇인가이다. 민주 정치는 국민에 의한 정책 결정을 강조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미국과 중국에 대한 한국과 대만의 국민 여론이 어떠한지가 중요하다 (Wu and Lin 2019).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양강구도 체제하에서 문화적으로는 가까우나 군사적으로는 위협적인 신흥 부상국인 중국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오랜 기간 동맹 관계를 유지해온 우방국이자 기득권을 쥐고 있는 미국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한국과 대만은 오랜 기간 정치발전 과정에서 유사한 특징을 공유해왔다. 양국은 경제사회의 전환기에 유사한 발전 궤도를 밟아왔고, 신기술 개발에서도 상호 경쟁하고 배우면서 발전해왔다. 한국은 중견국이며 대만은 약소국이라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국가는 같은 어려움과 선택에 직면해 있다. 미중이 대립하는 국제체제 속에서 한국과 대만의 대화와 교류 증대 방안을 모색하고, 양국이 경쟁이 아닌 상호의존성을 공유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제이다. ■     ■ 저자: 우충리(吳重禮)대만 중앙연구원 (Academia Sinica) 정치학 연구소 소장이자 연구위원. 주요 연구 분야는 미국 정치, 비교 정치, 도시 및 소수 정치, 그리고 선거 연구 등이다. 주요 논문은 Party Politics, China Quarterly, Asian Survey, Parliamentary Affairs, Political Studies Review, Social Science Quarterly, International Relations of the Asia-Pacific, Japanese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Journal of Black Studies를 비롯한 기타 전문 저널에 게재되어 있다. 연락처는polclw@gate.sinica.edu.tw이다.   ■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실장            문의: 02 2277 1683 (내선 209) j.baek@eai.or.kr  

우충리 2021-06-17조회 : 9819
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대만 특집 시리즈: 부상하는 대만문제,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하나_기획의도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6px;} “부상하는 대만문제,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하나”     2021년 들면서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급부상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만 해협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지목되면서 2021년 4월 미일정상회담, 5월 한미정상회담, 6월 G7 정상회담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이 반복해 명시될 만큼 대만의 안보는 지구적 관심사가 되었다. 미국이 “민주주의 vs. 권위주의” 구도로 중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대만 민주주의”의 전략적 가치는 상승 국면에 있다. TSMC로 대표되는 대만 반도체는 세계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위치에 올라섰고 대만의 일인당 GDP는 어느덧 한국의 수준으로 올라왔다. 최근 곤경을 겪고 있지만, 대만의 방역시스템은 국제사회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이렇듯 대만에 대한 주목도가 상승한 이유는 두말할 나위 없이 미중관계의 악화,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에 있다. 1978년 미중 국교정상화의 전제조건이었던 “대만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은 시진핑 정부의 대만에 대한 군사압력, 그리고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확대와 외교적 지원으로 형해화되어가고, 이에 따라 대만을 둘러싼 안보문제는 미중 양대국을 넘어 일본과 한국, 동남아 국가들의 안보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만문제와 아태지역질서가 긴밀히 연동되어 간다는 뜻이다. 중국은 과연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을 일으킬 것인가? 대만은 어떠한 안보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는가? 중국의 무력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가 아태지역질서 및 경제환경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한국과 일본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한편, 대만경제의 상징인 반도체에 쏠리는 이목 역시 TSMC가 고급 칩 제조능력에서 압도적인 업체라는 점뿐만 아니라 경제안보 차원에서 미중 경쟁의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을 탈환하고자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대만 반도체를 통제하여 반도체 굴기를 성취하려는 데 있다면, 역으로 미국에게는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 네트워크의 핵심 노드를 차지하고 있는 TSMC를 지켜야 할 이유가 있다. 결국 TSMC가 지구적으로 대체불가한 지위에 오를수록 대만의 안보적 영향력은 상승하게 된다. TSMC와 대만 반도체의 특징과 성공요인은 무엇인가? 대만의 정체성의 정치는 향후 중국과의 경제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미중 양국의 공급망 경쟁은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TSMC와 대만 반도체는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가? 미중 반도체 경쟁 속에서 한•대만 협력은 가능한가? 한•대만 관계 증진을 위해 어떤 고려와 노력이 필요한가?   EAI의 대만 특집 스페셜리포트는 이상의 질문에 답하고자 한국, 대만, 일본으로부터 6인의 전문가의 지혜를 모았다. 반도체가 생명선인 한국 경제는 대만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한미동맹에 의존하는 한국 안보는 미국의 대만문제 재조정의 파장에 들어가 있다. 더욱이 사실상 분단 상태로 미중 경쟁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는 대만은 한국과 대단히 유사한 구조적 조건에 놓여 있어 대만 사례는 한국의 대외전략 모색에 귀중한 함의를 줄 수 있다. 본격적 대만연구의 경종이 울리고 있다.   보고서의 게재 일정은 다음과 같다.   1. 우충리, 국제 정세의 변화 속 한국과 대만이 당면한 도전 (6월 17일 발간) 2. 왕신셴, 미중 경쟁 시대 대만의 안보 전략과 도전 요인 (6월 17일 발간) 3. 문흥호, 미중 경쟁과 대만문제: 한국의 시각 (6월 22일 발간) 4. 오가사와라 요시유키, 대만을 둘러싼 미중일의 긴장 관계: 일본이 바라보는 미•일 공동성명 내 ‘대만’ 명기 (6월 24일 발간) 5. 배영자, 미중 기술패권 갈등과 대만의 전략: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6월 29일 발간) 6. 설인효, 대만해협 문제의 전략적 함의와 중장기 전망 (7월 1일 발간)

손열 2021-06-17조회 : 10040
논평이슈브리핑
[ADRN Issue Briefing] Beyond the US-China Rivalry: Developing a Shared Democratic Vision for the Indo-Pacific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6px;} 편집자 주 The United States' leadership for the democratic world was seriously damaged following the violence in the Capitol earlier this month. Now, with a genuine understanding of the existing threat to democracy, the newly inaugurated Biden administration can approach Asian democracies on equal terms to reverse the democratic setbacks that have become visible since the mid-2000s. Although the establishment of democratic coalitions between the US and other democracies is an increasingly debated topic, Sook Jong Lee, Professor of Public Administration at Sungkyunkwan University and Senior Fellow of the East Asia Institute, argues that these coalitions should be welcomed in Asia to sustain the regional liberal order. However, she suggests that the US take a more cautious and nuanced approach when engaging with Asian democracies so that it is not viewed as another rebalancing against China. Professor Lee states that Asian democracies have both the capacity and limitations in participating in the global and regional spaces of governance. For human rights issues and other core democratic values and norms, global institutions such as the United Nations are more appropriate platforms for Asian democracies in forming democratic coalitions. At the regional level, Asian countries desire for US leadership in guaranteeing their protection from China’s economic coercion and in safeguarding fair and transparent rules for all. Asian democracies also have the ability to contribute to global governance by acting as aid donors to many developing countries in the world. The democratic assistance that these countries provide have the potential to generate meaningful impact, especially as it is shifting from conventional infrastructural aids to encompass 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 16 (SDG-16). Combining these strategies, Asian democracies and the US can establish more durable democratic coalitions.     The lawlessness and violence at the US Capitol on January 6 were no less troubling to the people of democracies around the world than to American citizens. Policy leaders are concerned about the chilling effect of this event on the new Biden Administration’s attempts to restore its leadership of global democracy. Indeed, Hass said the self-made destruction contributes to the decline of US influence and would accelerate the onset of a post-American world.[1] Policy experts are arguing that repairing democracy at home is not incompatible with standing up for democracy abroad and that America needs a democracy summit now more than ever.[2] During the campaign period, Joe Biden expressed his genuine concerns about the global democratic setbacks and called for a summit of democracies.[3] This article supports the democratic coalitions between Asian democracies and the US. American leaders now have moments of their own democracy on which to truly reflect and a chance to engage Asian democracies on equal terms. But the US will need to take a more cautious and nuanced approach to such engagement in order not to be viewed by Asian democracies as merely pursuing another US rebalancing strategy against China.   The Renewal of American Democracy at Home and Abroad Together with collective security and open trade, democracy has been a pillar of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which was shaped by American leadership. Democracy has been a source of legitimization of the US primacy in international politics. Both internal and external performances did matter. US demonstrations of the real practice of the core democratic values of individual freedom, minority rights, and the rule of law—often identified as “American values”—America stood as a “beacon of democracy.” But this was not sufficient to persuade others that democracy should be a pillar of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This persuasive power has been bolstered by the US commitment to multilateralism in which it binds itself to international rules and the willingness to restrain its power as one member state of many international organizations. From this perspective, the Trump administration’s “America First” foreign policy and disrespect for democratic values at home and abroad was an aberration in American history. While multilateralism is a way of governing international problems collectively regardless of internal political sys-tem,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colors multilateralism as a specific democratic type that treats individual nations the same way that democracies treat their individual citizens. Therefore, the renewal of democracy must work for individual countries and the international order at the same time.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and the China Question in Asia Asia has benefitted from free trade and a decades-long peace with no major wars. Democracy has been considered a form of political modernization to many countries in this region. Strong nationalism has delayed the development of rule binding regionalism, but numerous regional organizations have been formed to respond to shared problems. The presence of the US in Asia has contributed to the post-World War II peace and prosperity of the Asian region. Such peace and prosperity was possible with the US providing security with its hub and spoke alliance sys-tem, and absorbing much of exports from the region. This picture has changed with the rise of China. Asian economies are now tied to China through their supply chains and intertwined exports and investment ties. Fiegenbaum and Manning wrote in 2012 that “Economic Asia” and “Security Asia” have been colliding each other in this gradual shift. As Asians provide economic public goods to one another, they say, the US role in this region has ebbed so that Washington has focused only on security rebalancing.[4] The Obama administration’s “Pivot to Asia” was one of the first US rebalancing strategies to counter the increasing Chinese influence in the Asia-Pacific region. Under the Trump administration, the rebalancing efforts changed the mapping of the Asia-Pacific to the Indo-Pacific, covering both the Pacific and Indian Oceans. The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December 2017 recognized the growing competition between free and repressive visions of the future international order as the most consequential challenge.[5] The Indo-Pacific Strategy Report by the Department of Defense released in 2019 articulated four principles of the region’s liberal order—respect for the sovereignty and independence of all nations, peaceful resolution of disputes, free, fair, and reciprocal trade, and adherence to international rules and norms including freedom of navigations and overflight.[6] In the same year, the State Department’s A Free and Open Indo-Pacific: Advancing a Shared Vision leaned away from military cooperation and towards diplomatic and economic cooperation on issues such as trade, infrastructure, energy, and the digital economy.[7] Over the last few years, the US-China rivalry has come to focus on trade and technology, adding to the complexity of geopolitical competition. The region’s US allies have been pushed to choose between the US, a security patron, and China, the number one economic partner. The controversies surrounding the responsibility for the initial coronavirus outbreak in 2020 have worsened their diplomatic relations and derailed their trade negotiations. There have been voices of doubting the decoupling efforts of the Trump administration. William Burns, Biden’s nominee for CIA Director, called for the reinvention of American foreign policy between retrenchment and restoration. He said that the US and Chinese economies are too entangled to decouple and that the US would benefit more from shaping an environment in which China can rise together with the allies and partners across the Indo-Pacific who worry about China’s ascendance.[8] Similarly, Lake said that establishing boundaries between the US and Chinese spheres of influence is fraught, and boundary disputes are open to diplomacy and the effective management of international organizations.[9] Now, democratic Asian allies of the region are cautiously watching how the new Biden administration will reformulate the Indo-Pacific vision within his vision of democracy. The Community of Democracies was formed as an intergovernmental coalition in 2000 under US leadership, and high-level delegations from 106 countries signed the Warsaw Declaration Toward a Community of Democracies.[10] This attempt to forge a democracy coalition as one layer of the balancing China strategy appears new. Is this idea of mobilizing “Democratic Asia” going to work? The answer is conditionally “yes” when combined with a cautious and wise approach.   More Feasible Democratic Coalitions between the US and Asian Democracies Policy experts are advising the new administration about the right size for this proposed summit of democracies. Campbell, who will oversee Indo-Pacific affairs on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Council, and Doshi have suggested democracy coalitions such as the D-10 proposed by the United Kingdom (the G-7 democracies plus Australia, India, and South Korea) on the problems of trade, technology, supply chains, and standards, and human rights coalitions among states that are criticizing China’s internment camps in Xinjiang and its assault on Hong Kong’s autonomy.[11] Others recommend taking a moderately big-tent approach, with a threshold to merit an invitation, and pursuing a broader agenda of democratic inclusiveness in addition to the suggested agenda items of anti-corruption digital technologies, fighting corruption, defending against authoritarianism, and advancing human rights.[12] The size issue of democratic coalitions is secondary. What is important is how to frame the agenda so that Asian democracies are willing to participate and capable of achieving shared goals. There seem to be three types of democratic coalitions in which Asian democracies might be willing to engage. The first is bolstering existing democratic norms and rules in global governance. China is accelerating its efforts to pursue its national interests in global governance. Hart and Johnson identified six key categories of these efforts: shaping multilateral action, disrupting international legal regimes, shifting international norms, co-opting international organizations, creating new international institutions, and building a China-centric platform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13] Nadege emphasized that it is “discourse power”—the ability to exert influence over the formulations and ideas that underpin the international order—at which China aims intellectually.[14] China has long been criticizing the existing order as both Western-biased and unfair, and has spent the last decade attempting to sell the China model to developing countries as an alternative. Asian democracies, which share a similar history and culture, are better positioned than the West to point out the successes of Asian economies with democracy. Asian democracies can play a role in forming voting coalitions in response to China’s efforts to dilute or bend the core democratic norms and principles in global governance.  Asian democracies can better contribute to democratic norm preservation in a global rather than regional space. Logically, the United Nations is the most appropriate place for these countries to find their role in forming a bridge between Western democracies and developing countries. Plurilateral semi-governmental democratic coalitions where Asian democracies participate with Western democracies can be also useful. For example, in the “Democracies 10” where foreign ministries have convened since 2014, Australia, Japan, and South Korea are members together with Canada, the United Kingdom, the United States, and the European Union.[15] The British Prime Minister’s idea of expanding G7 to G10 by adding Australia, India, and South Korea proposed during the June summit this year will reportedly dovetail with Biden’s interest in promoting democracy as superior to authoritarianism.[16] The second is developing effective regional coalitions to prevent China’s economic coercion. Asian countries want the US to make greater efforts to protect them from Chinese coercive diplomacy by using its economic influence. Individual Asian countries become helpless when facing conflicts with China since their trade and supply chains are tied to China. When South Korea introduced a missile defense sys-tem from the US in 2016, China retaliated by restricting Korean business inside China and stopping Chinese tourism to South Korea, which damaged Korea’s economy. Recently, Australia is facing similar retaliation from China. The WTO is too distant and complex to be able to effectively counter this kind of economic coercion. The US and Asian countries need to develop mechanisms to address this kind of pressure from China by collective means, whether they employ naming and shaming statements or mobilize more tangible countermeasures. Lastly but not least, Asian democracies are supporting good governance through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and other private development assistance efforts. The aid from Asian donors like Japan and South Korea used to be characterized as “developmental” or “commercial” among Lancaster’s four ideal type models of development assistance policies; diplomatic, developmental, humanitarian, and commercial.[17]But, their conventional focus on infrastructure and education is diversifying to include assistance in public administrative capacity and, more recently, programs aligned with Sustainable Development Goal No. 16 on peace, justice, and inclusive institutions.[18] The remaining issue is that these development assistance efforts by Asian democracies are carried out bilaterally with recipient countries and involve few global partnerships with other donors. The formation of aid partnerships among Asian donors, together with American or European donors, can scale up support for democracy in the region.   Conclusions Asian democracies such as Australia, Indonesia, Japan, and South Korea, together with India despite its disappointing recent democratic performance, are willing to participate in US-led democratic coalitions. These countries share genuine concerns for the regional and global setbacks of democracy since the mid-2000s. Rising populism, polarized politics, and digital authoritarianism all matter. Asian democracies also share a sense of importance regarding the bolstering of democratic values and norms in regional politics since both their own democratic governance and the region’s public good hinge upon the liberal Asian order continuing to prevail. If renewed US efforts to build democratic coalitions are narrowly couched as another strategy to rebalance China, however, Asian allies and partners will be less willing to participate or remain passive after they join. Democratic Asia is likely to be more dynamic when the goal is framed in universal terms in which China issues are integrated. Asian democracies can take a more active role in assisting democracy by proffering aid and other material capacities. A coordinated approach in scaling up the amounts of development assistance and building common aid framework principles is likely to boost this role. On the other hand, Asian countries are afraid of China’s coercive economic policies and want the US to take initiative in providing certain practical mechanisms in response. With regard to human rights issues and other core norms and rules of democracy, many Asian democracies are likely to prefer global governance venues, especially the United Nations. Existing or newly attempted plurilateral democratic coalitions are also worthy of pursuit in highlighting the values and norms of liberal democracy. If these mixed approaches are used at the same time, the coalitions between the US and Asian democracies can work.■   [1] Richard Haass, “Present at the Destruction: Trump’s Final Act Has Accelerated the Onset of a Post-American World,” Foreign Affairs, January 11, 2020, https://www.foreignaffairs.com/articles/united-states/2021-01-11/present-destruction, accessed on January 14, 2021. [2] Thomas Wright, “The US must now repair democracy at home and abroad,” January 11, 2021. https://www.brookings.edu/blog/order-from-chaos/2021/01/11/the-us-must-now-repair-democracy-at-home-and-abroad/; Frances Z. Brown, Thomas Carothers, and Alex Pascal, “America Needs a Democracy Summit More than Ever,” Foreign Affairs, January 15, 2021, America Needs a Democracy Summit More Than Ever  | Foreign Affairs. [3] Joe Biden, “Democracy at the Age of Authoritarianism,” Speech at the Copenhagen Democracy Summit, June 22, 2018. https://www.allianceofdemocracies.org/speech-by-joe-biden/. [4] Evan A. Feigenbaum and Robert Manning, “A Tale of Two Asias,” Foreign Policy October 31, 2012. ihttps://carnegieendowment.org/2012/10/31/tale-of-two-asias-pub-49859.  [5]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December 2017. https://www.whitehouse.gov/wp-content/uploads/2017/12/NSS-Final-12-18-2017-0905-2.pdf. [6] Department of Defense, United States. 2019. Indo-Pacific Strategy Report: Preparedness, Partnerships, and Promoting a Networked Region. https://www.documentcloud.org/documents/6111634-DOD-INDO-PACIFIC-STRATEGY-REPORT-JUNE-2019. [7] Department of State, United States. 2019. A Free and Open Indo-Pacific: Advancing a Shared Vision. Bureau of East Asian and Pacific Affairs. https://www.state.gov/a-free-and-open-indo-pacific-advancing-a-shared-vision/. [8] William Burns, “The United States Needs a New Foreign Policy,” The Atlantic, July 14, 2020. https://www.theatlantic.com/ideas/archive/2020/07/united-states-needs-new-foreign-policy/614110/. [9] David Lake, “Whither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Authority, Hierarchy, and Institutional Change,” Ethics & International Affairs, Winter 2020. [10] https://community-democracies.org/values/organization/. [11] Kurt M. Campbell and Rush Doshi, “How American Can Shore Up Asian Order: A Strategy Restoring Balance and Legitimacy,” Foreign Affairs January 12, 2021, How America Can Shore Up Asian Order | Foreign Affairs. [12] Frances Z. Brown, Thomas Carothers, and Alex Pascal, “America Needs a Democracy Summit More than Ever,” Foreign Affairs, January 15, 2021, America Needs a Democracy Summit More Than Ever  | Foreign Affairs. [13] Melanie Hart and Blaine Johnson, Mapping China’s Global Ambitions, Center for American Progress, February 2019. Mapping China's Global Governance Ambitions. [14] Nadege Rolland, China’s Vision for a New World Order, National Bureau of Asian Research, January 2020. China's vision for a new world order. [15] https://www.atlanticcouncil.org/programs/scowcroft-center-for-strategy-and-security/global-strategy-initiative/democratic-order-initiative/d-10-strategy-forum/. [16] The Guardian, “UK plans early G7 virtual meeting and presses ahead with switch to D10,” January 15, 2021.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1/jan/15/uk-plans-early-g7-virtual-meeting-and-presses-ahead-with-switch-to-d10. [17] Carol Lancaster, Foreign Aid: Diplomacy, Development, Domestic Politics,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7. [18]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http://www.koica.go.kr/koica_en/8003/subview.do; Japan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JICA’s Position Paper on SDG: Goal 16.” https://www.jica.go.jp/aboutoda/sdgs/ku57pq00002e2b2a-att/goal16_e.pdf.     ■ Sook Jong Lee is a Professor of Public Administration at Sungkyunkwan University and Senior Fellow of the East Asia Institute. She has been directing the Asian Democracy Research Network since its formation in 2015, leading a network of about nineteen research organizations across Asia to promote democracy with the support of the 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Her recent publications include Transforming Global Governance with Middle Power Diplomacy: South Ko-rea’s Role in the 21st Century (ed. 2016), and Keys to Successful Presidency in South Korea (ed. 2013 and 2016).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실장             문의: 02 2277 1683 (내선 209)  |  j.baek@eai.or.kr       [EAI이슈브리핑]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시리즈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이숙종 2021-01-25조회 : 846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