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지속적으로 연평균 경제성장률 9%를 상회하는 고도의 성장을 이루었다. 이러한 중국의 고속 성장은 국내 및 지역적 차원을 넘어 지구적 변화를 견인하고 있으며, 이는 안보와 경제 등 전통적 이슈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환경 등 신흥 이슈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중국의 변화가 인류의 공생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바람직한 아태 질서 설계도를 마련하고, 한국의 역할을 제시하고자 EAI는 2018년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이라는 중장기 연구사업을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다.

 

아-태 에너지·자원 협력 구상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 간의 무역 분쟁은 무역과 기술 영역에 대해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금융과 에너지, 군사·안보 부분에는 아직 대립이 본격화되고 있지 않다. 동아시아 연구원은 아-태 지역에서 에너지·자원 분야의 협력이 미·중 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오히려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미완의 영역이자 가능성을 지닌 영역으로 바라보고, 중견국인 한국이 주축이 되어 미·중 간 협력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아-태 에너지·자원 협력 구상>은 한샘DBEW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인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프로젝트(2018-2021)의 제2차년도 사업이다.

논평이슈브리핑
[EAI 특별논평 시리즈 - 코로나19 쇼크와 중국] ① 코로나 19의 중국의 대외관계 및 한중관계 영향과 전망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6px;} [편집자주] EAI는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선 중국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과 전망을 담은 “코로나19 쇼크와 중국” 특별논평 시리즈 총 4편을 아래와 같이 게재합니다.   1. 이동률: 코로나19의 중국의 대외관계 및 한중관계 영향과 전망 2. 최필수: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의 위상은 강화될 것인가? [보고서 읽기] 3. 하남석: 코로나19와 중국 사회의 반응 [보고서 읽기] 4. 양갑용: 코로나19로 변화하는 당국가체제의 양면성 [보고서 읽기]   EAI 특별논평 시리즈 “코로나19 쇼크와 중국”의 첫 번째 보고서로,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대외정책을 분석한 이동률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동덕여대 교수)의 특집 논평이 발간되었습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방역에 실패하면서, 발생 초기 은폐와 부실 대응 논란 속 대내외 비난의 중심에 있었던 중국이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적극적인 국제 지원과 여론전으로 이미지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코로나가 야기한 글로벌 위기에서 생긴 기회의 공간을 적극 활용하여 자국의 상대적 부상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중국이 비록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얻을 수는 있지만 새로운 글로벌 표준과 가치를 제시하며 독자적 부상을 이루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중국은 여전히 코로나 사태로 정치경제적 난국에 직면하고 있으며 코로나19가 ‘중국발 위기’라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코로나 사태로 미중 양국은 상호 불신이 심화되어 양국 간 경쟁과 갈등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양국 모두 국내문제로 인해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각기 동맹과 동반자를 내세운 ‘대리 견제와 경쟁’을 펼치며 세력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러한 전망 속 양자 선택의 압박에 직면하는 것은 한국인데, 저자는 한국이 현재의 과도기적 국제정세 속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여 독자적 전략 가치와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I. 코로나19의 충격이 야기한 중국외교의 과제는? 코로나19는 중국에 예상 못 한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마저 개혁 개방 이후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연기되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2021년 창당 100년을 앞둔 중국 공산당 체제는 지난 4개월 사이에 체제의 취약성과 강점을 동시에 노출했다. 시진핑 중심의 권위주의 체제가 코로나19로 인해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섰다. 코로나 발생 초기 중국 정부의 은폐 및 부실 대응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리더십과 공산당 체제는 외견상 체제 내부의 갈등과 동요도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 19의 충격과 비난으로부터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이면에는 세계적 확산, 특히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 19 대응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 상대 평가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중국인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가 주는 고통과 더불어 감염병을 확산시킨 책임으로 인종 차별적 비난의 이중고에 시달려왔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그들을 비난했던 미국 등 선진국 역시 코로나 방역에 실패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공산당 체제에 대한 반감이 오히려 내부 응집력, 상대적 자신감, 그리고 체제 지지로 전환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시진핑 정부는 여전히 코로나 발생 초기의 대응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그로 인해 공산당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에는 적지 않은 상처가 남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중대한 과제로 남아있다. 공산당 체제의 정당성은 경제성장 여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IMF가 올해 1.2%의 중국경제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6.8%라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중국은 창당 100주년 자축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경제회복에 매몰될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시진핑 정부는 역설적으로 ‘중국발 바이러스’로 도전과 기회가 병존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시진핑 체제는 가능한 한 신속하게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고자 한다. 중국 외교정책도 공산당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체제의 정당성과 안정을 확보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중국은 기존의 코로나 책임론을 방어하는 수세적 입장에서 오히려 공헌론을 적극 부각시키는 이미지 개선에 집중하는 한편, 경제회복의 동력을 살리고자 한다. 중국은 일종의 투 트랙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발원지, 책임론 등을 놓고 미국과는 양보 없는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면서 국가 체면과 대외적 이미지 개선을 노리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코로나19의 선행 경험 국가로서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국제사회를 향해 코로나 대응을 위한 협력과 지원을 약속하는 코로나방역 외교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127개 국가와 4개 국제조직에 마스크, 방호복, 진단 장비 등 물자를 공급했고, 11개국에는 직접 의료 지원팀을 파견했다. 중국은 주요 경제협력 대상 국가들에게 발 빠르게 방역 물자와 의료 지원을 추진하여 훼손된 국가 이미지 회복뿐만 아니라 대외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멘텀을 조성하고자 한다.   II. 코로나 위기가 중국 부상의 새로운 전략적 기회가 될 것인가? 중국의 코로나 방역 외교가 복합적 목적을 겨냥하며 진화해가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 지원과 협력을 통해 국가 이미지 개선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한편, 일대일로(一帶一路)도 활성화시키려는 복합의 전략적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공개적으로는 전 세계를 향해 협력과 지원을 제의하고 있지만 중요한 의료 지원팀 파견은 이탈리아, 이란, 이라크,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파키스탄, 베네수엘라 등 친중 국가와 일대일로의 주요 협력 국가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IT 대기업들이 신속하게 의료 장비, 물품, 기술 지원에 앞장서고 있는데 이 또한 다분히 전략적 고려가 내재되어 있어 보인다. 예컨대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 마윈은 아프리카에 지원하고, 샤오미는 인도와 유럽, 화웨이는 이탈리아와 캐나다를 중심으로 일정한 역할 분담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민간 지원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지원 기업과 대상 국가들이 다분히 전략적 고려에서 선별하여 체계적인 지원이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코로나 사태 이후 1월 22일 독일, 프랑스 정상과의 전화통화를 시작으로 사우디(2월 26일), 미국(3월 27일), 인도(4월 1일), 인도네시아(4월 2일), 나미비아(4월 3일), 터키(4월 8일), 러시아(3월 19일/4월 16일) 등 30여 국가정상들과 전화통화로 활발한 코로나 외교를 이어갔다. 시 주석은 각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공통적으로 코로나19 대응 협력을 제안하면서 시진핑 브랜드라 할 수 있는 인류운명공동체와 일대일로를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예컨대 시진핑은 “인류는 하나의 공동운명체이고, 질병과 싸워 이기려면 단결과 협력이 가장 위력적인 무기다”라고 역설하고 있다. 라오스 국가주석(4월 3일)과의 전화 통화에서는 중-라오스 철도와 경제회랑 건설 프로젝트의 안정적 추진을 약속했다. 중국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연선국가들의 중국 투자와 경제지원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면서 코로나19 협력 및 지원과정에서 일대일로와 연계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대일로가 ‘시진핑 의제’인 동시에 중국이 지정학적 안보 딜레마를 최소화하면서 글로벌 위상을 확장하기에 적합한 지경제학적 프로젝트라는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코로나 사태 이후 재활성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탈리아, 이란 등 일대일로의 주요 협력 국가들이 코로나19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는 정치적 부담이 있으며, 경제위기 속에 장기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기에는 중국도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의료, 보건, IT 분야를 연계한 협력을 중심으로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면서 일대일로의 동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은 과거 주요한 글로벌 위기 시 오히려 ‘상대적 부상’의 기회를 포착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글로벌 위기 시에 미국의 약세를 포착하여 중국은 오히려 부상의 전략적 시, 공간을 확보하고 실제 상대적 부상의 효과를 얻었다. 중국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국제협력과 지원에 적극적인 이면에도 내부적으로 코로나로 초래된 위기를 4번째 상대적 부상의 기회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 지원 중단을 발표하는 등 국제 협력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중국이 상대적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야기한 위기는 이전과 달리 ‘중국발 위기’ 이며 중국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근원적 한계가 있다. 그리고 중국 역시 향후 상당 기간 경제회복과 공산당 일당체제의 안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상황이기에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중국이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여 조기 극복이 확실해진다면 이 기회에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상대적으로 국제사회의 역할이 확장될 수는 있다. 그러나 과거 3번의 기회와 달리 이전 중국의 위상은 이미 초강대국의 문턱에 진입해 있어 ‘상대적 부상’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제 중국은 새로운 차별화된 글로벌 표준과 가치를 제시하고 국제 공공재를 제공하여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 절대적 부상을 추구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중국은 여전히 체제 안전, 발전, 그리고 심지어 주권 수호라는 기본 국익 추구에 매몰되어 있으며, 코로나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 과정에서도 그 이면에 일대일로 등 자국의 발전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중국은 아직은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이타적인 대안적 규범, 가치, 글로벌 리더십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설계하려는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요컨대 중국은 여전히 독자적, 절대적 글로벌 리더십 확보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에도 미국과 국력 격차의 변화, 그리고 이와 연계될 미국의 대중국 전략의 변화에 따라서 비록 유동성의 진폭은 커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은 전략적으로 반응하고 대응하는 기존 패턴이 유지될 것이다. 예컨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미국의 약세가 가속화될 경우, 중국은 4차 상대적 부상의 전략적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반면에 오히려 미국이 빠르게 회복하고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가 더 강력해질 경우, 중국은 주변 외교에 집중하고 저비용의 관리 외교를 유지하면서 2022년 20차 당대회를 겨냥하여 당 체제 정비와 안정 회복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있다.   III. 코로나 위기 이후 미중관계의 향방은? 전세계적인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미중 양 강대국은 협력을 모색하기는커녕 오히려 책임론을 둘러싼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미중 양국은 사실상 간접적으로 체제, 인종, 이데올로기에서의 본질적 이질성을 재차 확인하게 되면서 상호 불신이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중국 내에서는 미국에 대한 불신과 반감은 수교 41년 이래 최고조에 이르렀으며 양국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중국에 무역에서 시작하여 기술, 금융, 인권, 홍콩, 대만 문제 등으로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해왔다. 그럼에도 중국의 관변 언론과 학계는 비교적 냉정을 유지하면서 미중 관계에 대한 비관론을 의식적으로 자제해왔다. 특히 중국 학자 다수는 미중관계의 경쟁과 갈등이 전면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이를 패권 경쟁으로 규정하는 데는 유보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는 미국과의 갈등 국면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시진핑 정부의 정책 의지가 일정 부분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싼 미중 간의 치열한 설전은 양국 간 체제와 인종 문제에 대한 감정싸움으로 비화하여 양국 간 불신의 뿌리를 깊게 하였고 코로나19 이후 양국간 갈등과 경쟁이 더욱 고조될 수 있는 기저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코로나19 대처 실패 원인을 언론통제, 불투명성, 수직적인 권력 구조라는 중국의 제도와 체제 요인에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는 중국 입장에서는 공산당 체제의 근원적 취약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서 체제에 대한 위협과 도전이며 레드 라인을 침해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과정에서 중국 학자들과 여론 역시 미국에 대한 불만도 증폭되고 미중관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미중 양국 간 상호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정부 간 대화는 물론이고 1.5트랙 전략 대화의 대부분이 중단되고 있어 더욱 관계 개선을 위한 협상 기회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체제의 취약성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코로나 책임론을 놓고 양보 없는 설전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중국정부의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설전이 내부적으로 코로나 사태의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 통합과 체제 지지를 회복하는데 나쁘지 않다는 계산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시진핑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정치경제적 난국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갈등 전선이 더욱 확대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중국은 당장 코로나 19 위기로 인해 미국과의 무역 협상 1단계 합의 내용을 이행하기 어렵게 되었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합의 이행 유보의 구실이 생기기는 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불이행을 빌미로 다른 방식과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면서 시간을 벌어야 하는 수세적 입장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신냉전’ 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즉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미소 냉전 시기처럼 양극체제 하의 진영 간 대립 국면이 형성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약화되고 있고 세계 각국도 국내 어려움으로 인해 각자도생에 몰두하며 미중 간 갈등에 연루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국제적 위상이 제고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을 겨냥한 공동 전선을 형성하기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중국이 이처럼 ‘신냉전’ 출현 가능성에 부정적인 이면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반(反)중국의 국제 연대가 형성되어 이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봉쇄하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중국의 희망대로 냉전시대와 같은 극단적인 대치 상황이 조성되지는 않겠지만 오히려 우적(友敵)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간 각기 우군을 확보하고 확인하려는 경쟁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공급사슬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국제주의는 더욱 쇠퇴할 것이다. 이에 따라 미중관계 역시 경제적 상호의존성은 약화되고 자국 중심주의가 더욱 강화되면서 협력을 도모하기보다는 경쟁과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런데 미중 양국의 정치 지도자 모두가 당분간 국내문제에 집중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첨예한 직접 대치를 지속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중 양국은 각기 동맹과 동반자를 견인하고 이를 전면에 내세워 ‘대리 견제와 경쟁’을 펼치면서 세력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전개할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른바 인도 태평양 전략(FOIP)과 일대일로를 전면에 내세워 세력권을 확대하는 경쟁을 전개하게 되면서 역내 중간국가들을 견인하기 위한 유인과 압박이 동시 병행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IV. 코로나19의 한중관계 영향과 한국의 역할 1. 한중관계는 양자 차원에서는 협력의 계기 마련, 외생변수의 영향은 유동적 한중관계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상호 협력의 계기와 동력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다. 다소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상호 정보소통과 지원을 통해 협력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화상회의와 한중간 코로나19 대응 방역 협력대화, 정기적인 외교 국장급 대화 개최 등은 국제적 각자도생의 분위기 속에 중요한 협력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 경제의 대중국 의존은 이미 시장논리에 의해 약화되고 있었으며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제 문제는 한국이 해외시장과 투자처를 어떻게 합리적 다변화하는 동시에 중국과 새로운 협력 방식과 기반을 조성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한중관계는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감염병 발생 시의 취약성, 특히 방역 대응 과정에서 봉쇄를 둘러싼 정치 논쟁이 야기되고 민족 차별로 인한 충돌과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감염병 발생 시 출입국, 교역, 그리고 기업인 및 유학생 인적 교류 등 전반에 대한 검토를 통해 감염병 위기 발생 시 신속하게 체계적으로 공동 대응할 수 있는 협력 체제와 매뉴얼을 구축하기 위한 협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차제에 한중간 방역 안전망 구축 대화를 상설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인간 안보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하는 협의체 구성으로 발전시켜 위축된 양국 간 전략 대화를 재활성화하는 계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 한국은 중국과 코로나 대응 협력과정에서도 양국관계를 압도하고 있는 외생변수를 함께 고려하고 접근해가야 한다. 최근 중국의 주변 외교 활성화와 대한국 접근 역시 대미 외교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를 겨냥한 미중 간의 역내 세력 경쟁이 더욱 고조될 경우, 외생변수의 한중관계에 미치는 영향의 영역과 강도는 더욱 넓고 강력해질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대미 외교, 대중 외교, 대북 정책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며 종합적인 전략과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미중 양국이 방역 대응에 집중하는 일시적 경쟁의 휴지기를 적극 활용하여 방역 협력을 매개로 한국이 한중일, 한미중, 한일미중 등 다양한 소다자 협력을 제의, 추진하여 역내 다자적 협력 공간을 확대함으로써 한중관계에서 외생변수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기회를 포착할 필요가 있다.   2.  국제사회의 각자도생의 보호주의 강화 추세와 한국의 역할 모색 코로나19 팬데믹은 초유의 사건이고 매우 유동적인 만큼 포스트 코로나 국제질서는 더욱 불가측하고 유동적이며 불확실할 것이다. 국제정세의 유동성에 매우 민감하고 취약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단기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예측성, 전략적 유연성, 그리고 인내심을 키우며 대비해야 할 시기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리더 역할을 하려는 국가는 사실상 보이지 않고 있으며 주요 강대국과 선진국들이 대부분 자국의 방역을 위한 봉쇄와 차단에 집중하면서 지구적 협력에는 소극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정부 역시 비록 국제 협력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 체제 안정과 경제 회복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 상황에 있으며 글로벌 리더십을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강대국 리더십의 약화 또는 부재 시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과 같은 중견국 또는 중견국간 연대의 역할과 위상이 부각될 여지가 있다. 변화된 상황에 대비해서 한국의 외교 활동을 중견국 연대에 보다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전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과도 차별화된 ‘한국형’ 대응방안, 즉 개방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역 효과를 획득한 특별한 자산을 축적했다. 한국이 획득한 방역의 경험 자산을 국제사회에 제공하고 기여하면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위상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자칫 ‘한국모델’의 지나친 과시가 오히려 국내외적으로 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기반으로 국제사회의 공동 연대와 협력 기제를 구축하는데 한국의 역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의료 보건 분야와 IT 업계 등을 중심으로 민간영역이 전면에 나서고 정부가 지원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국이 한중일, 아세안 그리고 동아시아 차원으로 점진적으로 방역 협력 대상을 확대해 가면서 다자간 협력 체제를 구성해가는 방식도 효과적이고 전략적으로도 의미 있는 접근이 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기에 미중 간의 국력 격차에 새로운 변화가 발생한다면 양국 간 세력 경쟁이 조기에 ‘대리 견제와 경쟁’의 형식으로 강도 높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한국은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서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여러 가지 현안에서 원치 않는 양자 선택의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여 상황과 이슈에 따라서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적절한 선택지를 모색하는 외에 대안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금 국제사회의 과도기적 상황을 외교의 골든 타임으로 포착하여 한국의 독자적 전략 가치와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외교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 저자: 이동률_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대중국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중국의 대외관계, 중국 민족주의, 소수민족 문제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한반도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전략과 역할,”  “1990년대 이후 중국 외교담론의 진화와 현재적 함의,” “시진핑 정부 ‘해양강국’ 구상의 지경제학적 접근과 지정학적 딜레마," “Deciphering China’s Security Intentions in Northeast Asia: A View from South Korea,” 《중국의 영토분쟁》(공저)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윤준일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3) junilyoon@eai.or.kr     [EAI논평]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논평 시리즈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이동률 2020-06-05조회 : 8775
논평이슈브리핑
[EAI 특별논평 시리즈] 코로나19 쇼크와 중국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6px;}   “코로나19 팬데믹 속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놓인 중국, 어디로 향하는가?”        EAI는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선 중국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과 전망을 담은 “코로나19 쇼크와 중국” 특별논평 총 4편을 아래와 같이 게재한다.   1. 이동률: 코로나19의 중국의 대외관계 및 한중관계 영향과 전망 [보고서 읽기] 2. 최필수: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의 위상은 강화될 것인가? [보고서 읽기] 3. 하남석: 코로나19와 중국 사회의 반응 [보고서 읽기] 4. 양갑용: 코로나19로 변화하는 당국가체제의 양면성 [보고서 읽기]   코로나19 팬데믹은 국제질서에 예상키 어려운 혼돈과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중국이 자리하고 있다. 2021년 창당 100년을 앞둔 중국 공산당 체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4개월 사이에 강점과 약점을 모두 노출하면서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의 반사 효과를 얻으며 코로나 발생 초기의 충격과 비난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중국은 짧은 시간에 공산당 체제 위기 논란에서 벗어나 오히려 상대적 부상의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불확실성 못지않게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대외관계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시험대에 올라서 있다. 시진핑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훼손된 국가 이미지와 공산당 체제의 정당성을 회복하고 체제의 안정을 되찾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일단 외형상 정치 안정은 되찾고 있지만 경제 회생과 대외 이미지 및 신뢰 회복 여부에 따라서는 국민들의 과도한 기대와 민족주의가 오히려 양날의 칼이 되어 공산당 체제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중국은 국제적 방역 지원과 협력을 매개로 훼손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동시에 ‘상대적 부상’의 새로운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탈냉전 30년 국제사회와 미국의 위기 속에 ‘상대적 부상’의 효과를 누린바 있다. 그런데 이번은 ‘중국발 위기’ 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중국은 이미 더 이상 상대적 부상의 효과만을 기대하기 어려운 초강대국의 문턱에 진입해 있다. 중국이 코로나 극복 이후 첨예화될 책임론 공방에 어떻게 대응할지, 중국이 인류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는 국제협력을 견인하는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포스트 코로나 국제질서에서 중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 역시 예상치 못한 역사의 기로에 설 수 있다. 강대국들이 각자도생에 급급하며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중견국으로서 한국의 새로운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EAI 특별논평 시리즈 “코로나19 쇼크와 중국”은 코로나19 위기 속 중국의 대외관계, 경제, 사회, 정치 부문에서 중국을 분석한다. 제1장(이동률)은 코로나 쇼크로 중국이 직면한 외교 과제를 분석하면서 향후 중국의 대외관계와 한중관계를 전망한다. 중국은 코로나19 방역 외교로 국가 이미지 개선, 국제사회의 역할 확대와 일대일로의 활성화라는 복합적 목적을 가지며 진화해가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 위기를 중국의 상대적 부상의 기회로 전환시키고자 한다.  중국은 여전히 자국의 안정과 부상에 집중하고 있으며 인류 공동의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협력을 견인하는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코로나 위기로 미중 간 불신을 깊어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양국은 공히 당분간 국내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각자 세력권을 확장하는 경쟁을 지속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코로나 사태가 초래한 국제사회의 과도기적 상황에서 중견국으로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적 전략 가치와 입지를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제2장(최필수)은 중국의 고용구조와 산업구조, 재정여건, 통화정책, 정치여건, 민영기업 부채에 따른 리스크 요인과 같은 경제 체질과 정책대응 능력을 분석하여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이 과거처럼 글로벌 위기 속 상대적 부상을 이룰 수 있을지 여부를 살펴본다. 국내외 다양한 경제지표는 코로나19 위기 속 향후 중국의 경제가 다른 국가에 비해서 먼저 회복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 사태 이후 전개될 세계화의 퇴조, 그리고 미국과 유럽이 추진하고 있는 WTO 개혁이 중국의 경제체제 개혁과 경제 회복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3장(하남석)은 코로나19 사태와 사스(SARS) 사태를 비교하여 중국 당국의 위기 대처 방식과 민심의 연속성과 변화를 분석하였다. 중국은 위기 은폐에 실패할 경우 질책성 인사를 통한 희생양 만들기와 영웅 만들기로 비판 여론을 잠식시켜왔다. 선진국의 방역 실패로 중국은 초기 대응 과정에서의 미흡함이 상당히 희석되었지만 중국 내 민심은 여전히 내부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중국정부가 향후 경제위축에 대응하는 사회 정책을 통해 민심의 동요를 진정시킬 수 있는지가 여전히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제4장(양갑용)은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비민주적 통제와 효율적 동원이 공존하는 당국가체제의 양면성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분석한다. 권위적인 당국가체제는 초기 대응에 실패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오히려 강력한 통제가 효율적이었다는 논리가 확산되었다. 코로나19는 외부 시각과 달리 중국 내에서 급격한 정치적 변화를 수반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의 체제와 지도부를 중심으로 모이는 이른바 ‘결집 효과(rally effect)’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당국가체제의 거버넌스 혁신을 통한 적응력 제고에도 불구하고 체제 자체에 대한 불신의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특히 개인이 자율적으로 접근하는 SNS를 통한 불만과 불신의 확산은 일정 부분 공산당 통제의 한계를 노출하였다. 그리고 코로나19로 노출된 수직적 통제 중심의 중앙·지방관계의 약점을 해소하고 양자 사이에 어떠한 ‘파레토 최적’을 찾을 것인지 중국 공산당체제의 오래된 과제가 재부각되었다고 평가한다.     집필진 ■ 이동률_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대중국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중국의 대외관계, 중국 민족주의, 소수민족 문제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한반도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전략과 역할,”  “1990년대 이후 중국 외교담론의 진화와 현재적 함의,” “시진핑 정부 ‘해양강국’ 구상의 지경제학적 접근과 지정학적 딜레마," “Deciphering China’s Security Intentions in Northeast Asia: A View from South Korea,” 《중국의 영토분쟁》(공저) 등이 있다. ■ 양갑용_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중국 푸단대학에서 중국정부와 정치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등을 역임하였다. 최근 역서로는 <현대중국정치>(공역), 저서로는 <중국의 통치 정당성과 엘리트 정치> 등이 있다. ■ 최필수_ 세종대학교 국제학부 부교수. 일본 히토츠바시 ICS에서 MBA를, 중국 칭화대학 경제관리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중국팀장으로 근무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중국의 경제체제 변화, 중국 기업 지배구조, 일대일로 등이다. ■ 하남석_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 연구영역은 중국의 체제변동과 대중저항, 지식인 사회, 톈안먼 사건 등이다. 주요 저역서로 <애도의 정치학: 근현대 동아시아의 죽음과 기억>(공저), <도시로 읽은 현대중국>(공저), <중국, 자본주의를 바꾸다> (공역)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윤준일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3) junilyoon@eai.or.kr     [EAI논평]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논평 시리즈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이동률 2020-06-05조회 : 8559
논평이슈브리핑
[EAI 논평] <미중 경쟁과 세계 정치 경제 질서의 변환 - 자원 편> 에너지 이슈와 미중 전략경쟁

.a_wrap {font-size:14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0px;} 편집자 주 2018년 무역분쟁을 시작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은 무역을 넘어 기술, 에너지 부문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EAI는 미중 관계의 미래를 조망하고자 2019년 7월 "미중 경쟁의 미래: 4단계 경쟁 동학" 스페셜 이슈브리핑 시리즈를 발간하였습니다. 그 후속으로, EAI는 현재의 미중 경쟁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자 특별 논평 시리즈 "미중 경쟁과 세계 정치 경제 질서의 변환"을 기획하였으며, 발간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승주, 미중 무역 전쟁의 동학: 외연의 확대와 상호의존의 역습 (8월 23일 발간) 2) 김상배, 사이버 안보와 미중 기술패권 경쟁: 그 진화의 복합지정학 (8월 27일 발간) 3) 신범식, 에너지 이슈와 미중 전략경쟁 (9월 5일 발간) 그 시리즈의 세 번째 보고서로, 신범식 서울대학교 교수가 집필한 미중 에너지 전략경쟁에 관한 논평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신범식 교수는 세계적 에너지 다변화에 따른 국제석유시장, 천연가스, 신기술 에너지기술 분야에서의 미중 경쟁 구도를 논합니다. 석유 분야에서는 미중 양국이 서로에게 느끼는 위협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에너지운송로 확보 문제는 안보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천연가스 분야에서도 무역갈등으로 인해 양국은 경쟁구도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신기술 분야야말로 장기적 전략경쟁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며 에너지안보를 위해서는 유연하고 외교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미중 전략경쟁의 고조와 확산 미중 간 무역 갈등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쟁과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미중 양국 간의 전략적 경쟁이 에너지 분야에서는 어떤 양태로 전개되고 있으며,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가고 있다. 많은 평론가들이 현재 미중 간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의 심화와 환율전쟁의 조짐을 본격적 패권경쟁의 서막으로 단정하여 논한다. 하지만 전략경쟁과 패권경쟁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양자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에 대한 합의는 없으며, 특히 양자가 연속적이라는 점에서 구분이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패권경쟁은 수위를 두고 다투는 경쟁으로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고려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 수단으로는 전쟁이라는 최후수단까지도 포함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패권의 교체에는 전쟁이 수반되었다는 과거의 경험이 현실주의 시각에 더욱 힘을 더해준다.  그러나 미중 양국은 현재 진행 중인 무역 전쟁이 노골적 패권경쟁으로 고조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힘을 과시하여 중국의 도전을 제어하고 싶어한다면, 중국은 기존 세계 시장경제 체제에서 자국이 누렸던 이익의 추구가 가능한 시장적 기제를 좀 더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중국의 부상을 가능하게 만든 세계 경제체제에의 편승과 그로 인한 과실이 중국에게는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중국이 미국에게 결정적인 한방을 날릴 수 있는 확실한 기반을 아직은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시기 중국의 도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심각한 결과를 맞이할 수 있는 위기로 현 상황을 확실히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는 ‘자유주의적 무역질서의 후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2018년 4월 초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본격적 무역 전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같은 미국의 정책과 중국의 중상주의적이며 고립주의적인 대응이 야기할 갈등과 충돌이 세계 시장경제체제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정도로 격화될 것인가에 답하기는 아직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경쟁을 본격적 패권경쟁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기 보다는 전략경쟁이 고조되는 과정으로 파악하는 것이 더 균형적인 관찰이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전략적 경쟁의 고조가 이슈 영역별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고 그에 근거하여 대응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에너지 분야에서의 미중 경쟁 양상을 본격적으로 살피기에 앞서 에너지 분야의 전략경쟁이 지니는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분야는 사실 경제 전반의 기초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분야이다. 그래서 전략경쟁의 주요한 분야가 될 수밖에 없으며, 사활적 이익이 걸린 분야로 취급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미국과의 전면전으로 돌입한 결정적 이유가 미국의  대일본 석유 금수조치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에너지안보는 경제는 물론 군사안보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취급된다.  현재 고조되고 있는 미중 전략경쟁은 그동안 경쟁과 협력의 복합적 성격을 띠며 전개되어 온 에너지 분야에서의 미중 관계를 경쟁 우위의 상황으로 변모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경쟁 고조가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양국 간 패권경쟁이 본격화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에너지의 주종을 이루는 석유와 가스로 대변되는 화석연료 분야에서 미국은 셰일혁명을 통해 풍부한 에너지원을 확충하는데 성공하였고, 중국은 수입 다변화 정책을 일찍이 지속적으로 펴온 덕분에, 양국이 단기적으로 화석연료 분야에서 격렬하게 충돌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 에너지 믹스의 변화와 4차 산업 혁명에 따른 새로운 에너지 관련 기술개발 경쟁은 미중 에너지 경쟁을 분야별로 차별화 시키면서 다양한 양상을 연출해 가고 있다.   국제석유시장과 미중 경쟁 국제석유시장은 최근 몇 가지 이유로 인하여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우선, 전반적으로 석유의 수요가 전 세계적 수준에서 증가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세계는 매일 140만 배럴(barrel)의 석유 수요의 증가가 이뤄진다. 이는 주로 신흥개도국의 경제성장에 의해서 견인되고 있으며, 수요 측면에서의 가격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석유시장은 공급의 과잉으로 인한 불균형의 영향 하에 노출되어 있다. 이는 주로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대별되는 비전통 화석연료의 공급 급증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여파로 유가의 하락은 걸프협력회의(GCC: Gulf Cooperation Council)의 핵심 국가들과 러시아의 생산량 증대를 야기하였으며,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의 생산량 감축을 위한 노력도 이같은 과잉 공급으로 인한 유가의 급락을 막지 못하였다. 미국의 석유생산 증대는 빠른 속도로 이루어져 2018년에는 하루 1531만 배럴의 생산량을 기록하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최대 산유국이 되었으며, 에너지정보국(EIA)은 예상보다 빨리 2020년부터는 미국이 에너지 순수출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써 국제석유시장의 주도권은 OPEC의 손을 떠나 미국과 사우디 그리고 러시아가 유가를 주도해 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은 미중 경쟁의 상황에서 중국이 그 높은 석유 의존도 때문에 미국의 가격 주도력 앞에 심각한 취약성을 노출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다행히 석유시장에서의 공급자 점유율 확보를 둘러싼 산유국들의 출혈적 경쟁으로 인한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 미중 간 직접적 갈등의 소지는 커 보이지 않는다. 한편 중국은 고도 경제성장을 통한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였으며, 1993년 에너지 순수입국이 된 이후 지속적으로 전 세계적 수준에서 석유 수요의 증대를 주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리더십은 지속적 경제성장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중국은 석유 자원 확보를 위하여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안정적 석유 공급을 확보하는데 성공하게 되었는데, 특히 중국은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개발원조(ODA) 및 각종 차관의 공여를 통하여 아프리카 석유시장을 장악해 왔으며, 일대일로(BRI) 사업을 통한 인접 지역 개발사업과 투자 확대를 통하여 중앙아시아와 중동 등지에서의 에너지 공급처를 확보해 가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공세적 팽창에 대하여 미국 정부는 중국이 인권을 유린하는 독재국가들을 비호하고 빈국을 착취하는 신식민주의적 행태를 보인다고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미중관계에서 에너지 이슈는 미국 의회에 의해 보다 적극적으로 안보의제화되었다. 2005년 청문회에서 미 의회는 중국의 에너지 문제를 본격 다루기 시작하며 중국의 캐나다 오일샌드 접근에 우려를 표명하였고, 같은 해 미 의회는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China National Offshore Oil Corporation)의 미국 유노칼사 인수를 위한 입찰에 대하여 국익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였다. 중국은 미국에 의한 에너지 봉쇄가능성에 대응하여 해외 에너지 시장 개척과 진출을 더욱 매진하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거나 국제사회의 비판 대상이 되고 있는 이란, 수단 및 리비아 같은 국가들에 집중하여 투자를 확대하였다. 특히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수송로를 둘러싼 불안정성에 대비하여 중국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과 미얀마 그리고 태국 등을 통한 대안적 석유수송로의 구축을 모색해 왔는데, 미국의 견제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사실 석유수송로를 둘러싼 수면하 경쟁은 매우 치열한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에너지와 연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6월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선언”을 발표하였으며, 러시아 화석연료 자원개발을 위한 대러 투자에 적극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미국 석유에 대한 구매 동학이다. 사실 중국은 상당 기간 동안 미국산 석유제품을 거의 구매하지 않았는데, 2017년부터는 급증하여 2018년에는 하루 수입량이 450만여 배럴에까지 이르면서 정점을 찍게 되었다. 하지만 미중 전략경쟁의 고조 결과 2019년에는 급감하게 되었다. 이는 정확히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전략 2017』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한 것 그리고 『국방전략 2018』을 통해 미국의 번영과 안보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적성 세력으로 중국을 규정하면서 미중 전략경쟁의 재부상을 경고한 것에 대하여 중국이 취한 대응책과 궤적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중국은 에너지 구매를 레버리지(leverage)로 사용해 미국의 압력을 헤징 해보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그것이 실패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국제석유시장은 여전히 다양한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불안정성을 노정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사태나 대이란 석유 제재 및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유조선 공격, 리비아 문제 등으로 인한 국제석유시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이란에 의한 유조선 공격은 에너지안보에서 석유수송로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셰일혁명을 통해 에너지안보가 강화된 미국에 비해 석유의 높은 대외 의존 때문에 에너지안보가 취약한 중국에게 해양 석유수송로의 안정은 더욱 중요해 지고 있으며, 이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이 벌이는 군사행동이 자국 에너지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에 미중 전략경쟁의 와중에서 대안적 에너지 공급처와 운송로를 확보해 두기 위한 중국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되도록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기도 하다. 정리해 보면, 석유 부문에서 미중 경쟁은 계속적으로 확대되어 온 것은 분명하다. 특히 미국의 최대 산유국 등극과 유가에 대한 장악력이 높아진 것은 외견상 석유에 대한 높은 대외의존 때문에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전쟁을 벌이는데 불리하게 작용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그 이유는 국제석유시장이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으며, 사우디와 러시아로 대변되는 전략적 석유공급자들의 대응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다양한 석유 공급원 확보를 위한 오랜 노력이 중국에게 미국과의 석유 분야에서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해갈 수 있는 전략적 여지를 주고 있는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석유 부문 미중 경쟁이 점증할 수는 있겠지만 그 강도는 당분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천연가스 분야에서의 미중관계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이는 천연가스 분야에서도 양국관계를 살피는데도 유사한 배경이 되고 있다. 2018년 중국이 수입한 액화천연가스(LNG: liquefied natural gas)의 총량 70 bcm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양은 3 bcm을 조금 상회한다. 그러나 중국의 천연가스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여 2025년 경에는 150 bc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2018년 30 bcm이던 미국의 LNG 수출량도 2025년 경 130 bcm까지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에 많은 관측가들은 LNG가 미중 간 교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물론 중국 입장에서 미국이 에너지를 지정학적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중국 내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는 급속히 증가되고 있었기 때문에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기존 공급자들의 천연가스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 이를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미 투르크메니스탄으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던 중국이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궁지에 몰린 러시아와의 계약을 통해 파이프라인가스(PNG: piped natural gas)를 수입하기로 했으며, 러시아 야말(Yamal)에서 생산되는 북극 LNG를 수입하기 시작했으며, 호주 및 동남아시아 천연가스 수입을 확대하는 등 천연가스의 공급처를 다변화 및 확대해 가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향후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스 수요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국 천연가스 수입을 고려하게 된 것이다. 이같은 중국 내 가스 수요의 증가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다. 국제적으로 신기후체제가 출범하는 한편 국내적으로는 미세먼지에 대한 심각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면서 중국 정부는 원유 및 석탄보다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더 많이 사용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믹스의 변화를 꾀하게 되었다. 2014년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 1차 에너지 믹스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당시 5% 미만(세계 평균인 24%)에서 2040년에는 13%까지 높이는 정책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중국은 무역 흑자 축소를 통한 미국과의 무역 갈등 압력을 완화하는 한편, 호주 천연가스 및 러시아 등의 유라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려는 다중적 목적을 가지고 미국산 천연가스의 수입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이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10가지 방안들 중 하나로 미국산 LNG 수입의 확대를 제안하였다. 또한 약국 기업들 간의 천연가스 공동개발 투자에 대한 논의도 급진전되어 양국은 알래스카 LNG 개발을 위해 430억 달러 규모의 공동투자 프로젝트에 합의하였고, 이에 따라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은 LNG 수출시설의 확충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2018년 2월 미국 셰니에르(Cheniere) 에너지회사는 중국석유집단(CNPC: China Natural Petroleum Corporation)과 대규모 천연가스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미중 전략경쟁의 고조는 무역갈등을 심화시켰다. 2018년 7월에 이어 9월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6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보복관세를 부과하였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2018년 7월 디젤, 가솔린, 나프타, LPG 같은 미국 에너지 제품에 대하여 25% 관세를 부과했고, 2018년 말에는 LNG에 대하여 10% 관세를 부과하게 되었다. 이로써 미국산 LNG를 비롯한 에너지 제품에 대한 중국의 수입량은 크게 감소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같은 미중 전략경쟁의 천연가스 분야에 대한 영향이 미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나타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예측은 세계 천연가스 시장의 성격 변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미국산 셰일가스가 수출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영향은 천연가스 시장을 지배해 온 ‘도착지 제한 조항’과 같이 공급자 우위를 보장하던 시장 관행이 셰일가스 등장 이후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천연가스 시장을 점차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변모시키고 있으며, 낮은 가스가격 또한 이러한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미국이 가지는 입지는 상당히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고객인 중국을 잃어버리게 된 미국으로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나라들에 대한 압력을 높여갈 것임에 분명하다. 이에 비해 중국 입장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LNG 관련해서 중국은 카타르와 호주로부터의 수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로부터의 수입도 여력이 있다. 게다가 러시아 야말에서 생산되는 북극 LNG가 중국으로의 수출을 확대해 가고 있으며,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 건설을 통한 러시아산 PNG 공급이 2020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은 북극 LNG-2 사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여 새로운 공급처를 확대해 가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최근 동아시아의 천연가스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지역 국가들의 노력인데, 이 과정에서 대륙 천연가스를 PNG로 수입하면서 다양한 공급처의 LNG를 수입하고 있는 중국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대륙과 해양의 가스에 모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중국이야말로 거대한 내수 시장의 힘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가스시장의 주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미-중 전략경쟁에서 미국이 가진 셰일가스의 효용을 상당히 제한할 요인들이 훨씬 많음을 보여 준다. 정리해 보면, 미국의 셰일 혁명과 중국의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 확대로 양국 간에 고조되어 가던 천연가스 협력은 중국에 의한 미국 LNG의 다량 수입 및 장기공급계약으로 결실을 맺기 시작하였다. 특히 중국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흑자 해소의 압력을 돌파하는 수단으로 중국의 미국산 LNG 구매를 매력적인 카드로 활용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최근 전개된 미중 전략경쟁은 에너지 분야, 특히 천연가스 분야에서 고조되는 양국 간의 협력을 무산시킴으로써 중장기적인 양국 에너지 협력의 전망은 어두워졌다. 2018년 하반기부터 조짐을 보이던 양국 간 천연가스 협력 기조의 이반은 양국 간 전략경쟁의 결과임에 분명하지만, 이 경쟁이 구조적으로 고조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국에게는 기존 천연가스 공급국과 유라시아 및 북극의 새로운 대안들이 다수 존재할 뿐만 아니라,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천연가스 시장의 성격 변화가 미국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에너지기술 분야와 미중의 협력과 경쟁 셰일혁명과 신(新)기후체제로 시작된 에너지 국제정치경제의 격동은 4차 산업혁명을 향한 신기술 융합 및 그에 따른 에너지 생산ž소비의 새로운 패턴의 등장과 맞물리면서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를 추동하고 있다. 이미 2017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에너지 분야의 게임체인저로 전기차 등으로 대변되는 모빌리티의 혁신, 마이크로ž스마트그리드 등과 같은 에너지시스템의 분산화 그리고 예측을 뛰어넘는 속도의 에너지신기술의 발전을 지적한 바 있다.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에너지 시장은 격변하고 있으며, 또한 많은 과제를 양산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전환의 과제가 4차 산업혁명 논의와 결부되면서 다양한 기술 혁신이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4.0’의 시대를 이끌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활발히 개진되고 있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위원회도 에너지패러다임의 전환을 중국경제 패턴의 변화와 연결하면서 지난 30년간 거의 평균 9.4%의 에너지소비 증가폭을 이끌어 온 제조업 중심의 경제모델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런 지향은 중국 에너지믹스에서  2016년 기준 62%를 차지하던 석탄의 소비를 20년 내 20%대까지 줄이려는 목표 설정으로 연결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정에너지로 석탄을 대체하는 것인데, 발전 부문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비화석연료의 비중을 31%까지 늘리고, 천연가스의 비중도 2020년까지 10%, 2030년까지 15%까지 증대시키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2050년까지 비화석연료 사용 비중을 50%까지 증대시키는 목표를 추진해 나가려는 것이다. 이같은 중국의 에너지전환에 대해 미국은 상당 기간 동안 긍정적이며 협력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미중 간 에너지 분야의 협력 논의는 이미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1993년 중국이 에너지 순수입국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에너지기술 발전과 효율성 제고 및 환경문제 등을 포함한 보다 광범위한 협력 의제들이 확대 논의되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에너지효율 향상 기술 개발, 신에너지 및 청정에너지 체제로의 전환 등을 위해 다국적 에너지연구개발 과정에 중국을 참여시키고자 노력하였다. 특히 오바마 정부 시기 양국 간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는데, 특히 신재생 및 청정에너지 개발 분야에서의 협력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2009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은 북경을 방문하여 미중 ‘청정에너지공동연구센터’(CERC: Clean Energy Research Center)를 설립하기로하고, 양국 간 기후변화, 에너지, 환경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였다. 이런 협력 기조는 양국 간 ‘미중 에너지정책대화’(US-China Energy Policy Dialogue) 채널을 가동시켰으며,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에너지협력은 중요 의제로 논의되었다. 특히 CERC에서는 발전된 석탄기술, 효율적 건축기술, 청정 차량기술 등이 논의되었다. 하지만 중국은 이같은 에너지협력에 대해 완전히 만족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미국의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보호조치로 인해 청정에너지 기술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었고, 고조되는 미국의 에너지기술 보호주의가 중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최근 청정에너지 부문에 대규모 연구개발 자금을 투입하게 되었고, 2010년 중국의 청정에너지 투자는 미국과 유럽연합을 뛰어 넘었으며,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의 특허출원도 미국, 일본, 독일을 뒤쫓고 있다. 중국의 빠른 성장은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긴장을 불러 일으켰으며, 미국 정부와 의회는 미국의 태양광 패널 기술과 풍력발전 관련 기술의 중국에 대한 수출 및 지원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였고, 점차 경쟁의 국면이 강화되었다. 특히 서방은 중국의 미흡한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첨단 기술의 중국 수출에 민감히 대응하게 되었다. 미국은 지난 2018년 1월 태양광 패널의 미국 수출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는 등 중국의 에너지기술과 관련된 제반 활동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 부문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태양광 발전 등 몇몇 분야에서는 최고의 기술력을 성취해 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향후 신재생에너지 기술 부문에서 양국의 경쟁이 고조될 것을 의미하며,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중 간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경쟁적인 양상이 연출될 분야가 바로 이 에너지 신기술 분야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미중 간 전략경쟁 혹은 나아가 도래할 지도 모를 패권경쟁의 핵심적 내용 중 하나는 바로 첨단 에너지 기술과 관련될 것이라는 예측은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국방수권법 2019』는 중국이 첨단기술을 도용하고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국가라고 적시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여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미국 내 첨단 기술의 유출을 막고 중국의 불법적 기술패권의 추구를 저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에너지 신기술 이슈야말로 미중 간 전략경쟁이 향후 가장 지속적으로 고조될 수 있는 분야로 인식하고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   결론을 대신하여 최근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은 본격적 패권경쟁의 시작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도리어 경제 분야에서의 우위를 향한 전략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이같은 전략경쟁은 다양한 영역에서의 경쟁으로 확산되고 고조될 가능성은 높다. 이런 의미에서 패권경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관측자들의 예측도 이해 안가는 바는 아니다. 에너지 분야에서 미중 전략경쟁의 여파는 분야에 따라 정도와 양상이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석유 부문의 경쟁에서 미국은 셰일혁명 덕분에 세계 최대의 석유 수출국 지위에 오르고 스윙프로듀서(swing producer)의 지위를 넘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오랜 동안 수입선의 다변화 노력 등으로 대비해 온 결과 상대적으로 미국에 대해 느끼는 위협의 강도는 높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에너지운송로의 안보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미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 견제를 위한 카드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ž태평양 전략’의 주요한 두 축은 미일호주인도 4국을 연계하는 군사적 견제와 태국, 필리핀, 파키스탄 등 다양한 국가들과의 협력 및 여타 수단을 동원하는 경제적 견제라고 볼 수 있다. 경제적 견제에서 에너지 분야, 특히 중국의 석유 수송로와 연관된 미국의 강압적 조처는 심각한 군사적 긴장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미국측의 조처를 야기할 군사적 모험주의를 동ž남중국해에서 벌일 가능성에는 제약적 조건이 작동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천연가스 분야에서의 협력은 결국 양국 간 전략경쟁의 여파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중국이 수입선 다변화와 풍부한 대안 카드의 존재로 미국의 위협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히 반응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천연가스이다. 하지만 비슷하게 양국 간 협력의 기조가 전개되었던 신에너지 및 청정 에너지기술 분야에서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 가장 포괄적인 협력이 논의되고 시도되었던 이 분야에서 양국이 에너지 신기술을 두고 경쟁하게 되었고 이 지점은 조용하지만 가장 격렬한 싸움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바로 이 에너지 기술의 선점과 우위야말로 시간이 지날수록 양국 간 전략경쟁의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중 전략경쟁의 파고에서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게 된 한국과 같은 중간국들은 자국의 에너지안보를 위한 다면적 전략을 수립하고 유연한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분야의 경쟁은 안보적 성격과 경제적 성격을 동시에 가지는 가장 대표적인 분야로서 안보와 경제가 상호 영향을 미치는 기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향후 고조될 것으로 보이는 미중 간 전략경쟁의 상황에서 에너지안보의 확보는 결국 다면적 외교의 성과와 효율적이며 선진적인 소비 패턴의 구축 그리고 기술적 혁신성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     ■ 저자: 신범식_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MGIMO)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러시아 외교정책과 유라시아 국제관계다. 주요 저서로는 《21세기 유라시아 도전과 국제관계》(2006, 편저), 《에너지 국제정치의 변환과 동북아시아》(2015, 편저), 《지구환경정치의 이해》(2018, 편저), “Russia’s Perspectives on International Politics” (2008)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김세영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8) I sykim@eai.or.kr     [EAI논평]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논평 시리즈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신범식 2020-06-05조회 : 9198
논평이슈브리핑
[EAI 논평] <미중 경쟁과 세계 정치 경제 질서의 변환 - 기술 편> 사이버 안보와 미중 기술패권 경쟁: 그 진화의 복합지정학

.a_wrap {font-size:14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0px;} 편집자 주 2018년 무역분쟁을 시작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은 무역을 넘어 기술, 에너지 부문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EAI는 미중 관계의 미래를 조망하고자 2019년 7월 "미중 경쟁의 미래: 4단계 경쟁 동학" 스페셜 이슈브리핑 시리즈를 발간하였습니다. 그 후속으로, EAI는 현재의 미중 경쟁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자 특별 논평 시리즈 "미중 경쟁과 세계 정치 경제 질서의 변환"을 기획하였으며, 발간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승주, 미중 무역 전쟁의 동학: 외연의 확대와 상호의존의 역습 (8월 23일 발간) 2) 김상배, 사이버 안보와 미중 기술패권 경쟁: 그 진화의 복합지정학 (8월 27일 발간) 3) 신범식, 에너지 이슈와 미중 전략경쟁 (8월 29일 발간 예정) 그 시리즈의 두번째 보고서로, 김상배 서울대학교 교수가 집필한 미중 기술패권 전쟁에 관한 논평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미중 패권전쟁은 통상마찰 문제를 넘어 최첨단 기술 부문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상배 서울대 교수는 20여 년 간의 미중갈등의 역사를 바탕으로 2018년부터 불거진 양국의 사이버 안보 갈등을 논합니다. ‘화웨이 사태’를 포함한 중국 네트워크 장비를 향한 미국의 표적은 미국 정부가 중국을 “기술패권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중국 또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해외 기업의 인터넷 서비스를 규제하는 등 양국의 갈등은 확대일로에 있습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과 사이버 영역에서 국가안보를 비롯한 법 제도 마찰 문제로까지 진행되는 현시점에서는 ‘복합지정학의 시각'을 활용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제언합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사이버 안보의 복합지정학 최근 미중갈등의 불꽃이 어느 한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중관계 전반으로 번져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미중경쟁은 미래권력을 놓고 벌이는 패권경쟁을 방불케 한다. 이러한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선도부문(leading sector)인 ‘4차 산업혁명’ 부문에서 벌어지는 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다. 역사적으로 해당 시기의 선도부문에서 벌어졌던 기술패권 경쟁의 향배는 패권국과 도전국의 승패를 가르고 국제질서의 구조를 변동시켰다. 오늘날 선도부문의 미중경쟁도 그러한 의미를 갖는다. 다만 이전의 경우와 다른 특징이 있다면, 지금의 경쟁은 사이버 공간을 매개로 한 네트워크 환경에서 진행되며, 이러한 과정에서 사이버 안보가 중요한 현안으로 불거졌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2010년대 초중반을 거치면서 사이버 안보는 명실상부한 국제정치학의 어젠다로 자리 잡았다. 이제 사이버 안보는 시스템 교란이나 지적재산의 탈취를 노리는 단순한 해킹의 문제를 넘어서 기술-산업-통상-데이터-정치군사-법제도-국제규범 등에 걸친 미래 패권경쟁의 복합적인 쟁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시적 차원의 안전 문제일지라도 그 수량이 늘어나고, 여타 이슈들과 연계되면서, 거시적 차원의 지정학적 위기로 창발(創發)하는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 현상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사이버 공격은 더 이상 해커들의 장난거리나 테러집단의 저항수단만은 아니다. 타국의 주요 기간시설에 대한 해킹의 이면에 국가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사이버 안보에 위협이 되는 IT보안제품의 수출입 규제가 가해지며 데이터의 초국적 유통이 통제되기도 한다. 국제적으로도 사이버 안보는 동맹세력을 규합하는 명분이자 첨단 군비경쟁의 빌미가 된다. 사이버 안보 문제가 국가 간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통 지정학의 시각을 원용하여 이 문제를 보려는 경향도 득세하고 있다. 실제로 사이버 공격의 문제는 전쟁 수행이라는 군사전략 차원에서 고려되고, 이를 지원하는 물적·인적 자원의 확보가 중시된다. 자국의 주요 기반시설을 노린 사이버 공격에 대해서는 맞공격을 가해서라도 억지하겠다는 행보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사이버 안보의 세계정치는 과거의 현실에서 잉태된 전통 지정학의 시각을 그대로 적용하여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한 양상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글은 전통 지정학의 경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변수들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시각으로 복합지정학(Complex Geopolitics)을 제안한다.   미중 사이버 안보 갈등의 진화: ‘중국 해커 위협론’에서 ‘중국산 IT보안제품 위협론’으로 길게 보면 사이버 안보를 둘러싼 미중갈등의 역사는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5월 미군이 유고 주재 중국 대사관을 오폭하여 당시 중국 해커들이 미국 내 사이트에 대해 보복 해킹을 가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2001년 4월 중국 전투기가 미군 정찰기와 충돌 후 중국 하이난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중국 해커들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당시 언론에서 ‘미중 사이버 전쟁’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2003년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웰치아 바이러스(Welchia virus)가 미국 정부 전산망을 공격하여 비자 발급업무가 일시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고, 같은 해 미국 내 군사연구소와 미 항공우주국, 세계은행 등을 해킹한 ‘타이탄 레인 공격’은 미중 사이버 공방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됐다. 2009년에는 구글, 아도비, 시스코 등 30여개 미 IT기업들에 대한 중국 해커들의 대대적인 공격이 있었는데, 이는 ‘오로라 공격’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의 ‘쉐이디 랫’(Shady RAT) 공격은 미국의 정부, 국제기구, 기업, 연구소 등 72개 기관에 대한 중국의 해킹 공격이었다. 미국의 주요 기반시설에 대한 중국 해커들의 공격은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오바마 행정부로 하여금 군사적 방안까지 포함한 맞대응 카드를 꺼내들게 했다. 이른바 ‘중국 해커 위협론’은 2010년대 초중반 미중관계를 달구었던 뜨거운 현안 중의 하나였다. 2013년 미국의 정보보안업체인 맨디언트(Mandiant)의 보고서는, 1997년에 창설된 중국의 해커 부대인 61398부대가 미국의 기업과 공공기관을 해킹하여 지적재산을 탈취하고 있다고 폭로했으며, 이는 2014년 5월 미 법무부가 이들 61398부대의 장교 5인을 기소하는 조치로 이어졌다. 이때에 즈음하여 오바마 행정부는 국가 기간시설에 대한 해킹을 국가안보 문제로 ‘안보화’(securitization)하고 때로는 미사일을 발사해서라도 대응하겠다는 ‘군사화’의 논리를 내세우며 사이버 안보를 국가 안보전략의 핵심 항목으로 격상시켰다. 급기야 사이버 안보 문제는 2013년 6월 미중 정상회담의 공식의제로 채택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사이버 갈등은 좀 더 복합적인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예상과는 달리 미중 사이버 공방은 군사적 충돌로 비화되기보다는 오히려 산업과 통상 문제와 긴밀히 연계되는 양상을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른바 ‘중국산 IT보안제품 위협론’을 내세워 중국 기업들의 IT보안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특히 5G 이동통신 분야와 같은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기술경쟁력을 쌓고 있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가해졌다. 실제로 화웨이(华为), ZTE(中兴通讯), 차이나모바일(中国移动), DJI(大疆创新), 하이크비전(海康威视·Hikvision), 푸젠진화(福建晉華·JHICC) 등과 같은 중국 IT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빌미가 되어 발목이 잡혔다. 기술경쟁과 통상마찰의 외양을 한 이들 문제는 사이버 안보나 데이터 주권 등의 쟁점과 연계되면서 그 복잡성이 더해갔다. 국가안보의 함의가 큰 민군겸용기술(dual-use technology) 분야에서 벌어졌던, 과거 1990년대 미일 패권경쟁의 전례를 떠올리게 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화웨이 사태와 중국의 ‘5G 기술굴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 미중 사이버 안보 갈등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그전에도 미국 정부와 화웨이의 갈등은 없지 않았지만, 그것이 미중 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정도로 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2월 CIA, FBI, NSA 등 미국 정보기관들이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를 내리면서부터였다. 미국은 2018년 8월에는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키며 미 공공기관 등에서 중국산 네트워크 장비의 사용을 금지했다. 2018년 12월에는 화웨이 창업자의 큰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회장이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되며 화웨이 장비 도입 문제를 둘러싼 미중 양국의 갈등은 클라이맥스에 다다랐다. 이른바 ‘화웨이 사태’로 불리는, 이러한 사이버 안보 논란의 과정에서 5G 이동통신 기술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가 표적이 되었다. 화웨이 장비가 이른바 백도어(backdoor)를 통해서 미국의 국가안보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유출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이를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연결 사회에서 화웨이 장비의 위험성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문제라는 것이 강조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화웨이 백도어가 실재하는 안보위협이라는 주장과 이는 단지 미국이 안보화의 과정을 통해서 구성해 낸 위협일 뿐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미국 정부가 주장하듯이 중국산 네트워크 장비의 도입은 보안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화웨이의 행보나 투명성이 부족한 기업문화와 성격을 보면 이러한 주장은 합리적 의심으로 인정될 수 있다. 그렇지만 정작 미국 정부가 보안위협의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문제의 복잡성이 커졌다. 이러한 공세에 대해 화웨이도 자사의 제품이 보안위협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화웨이의 입장은 자사 장비의 보안문제가 발생한 적이 아직까지 없으며, 만약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회사 문이라도 닫겠다는 식이었다. 마치 ‘블랙박스’를 가운데 두고 누구 말이 맞는지 믿어달라고 말싸움을 벌이는 모습이었다.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실제 위협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 몰라도, 화웨이로 대변되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추격이 5G시대 미국의 기술패권에 대한 위협임은 분명하다. 화웨이 제품은 가격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으며, 2018년 현재 화웨이의 글로벌 이동통신 장비 시장점유율은 28%로 세계 1위이다. 화웨이 사태의 이면에 중국의 ‘5G 기술굴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의식이 강하게 깔려 있음을 추측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미국의 불만은, 중국이 기술기밀을 훔치거나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성장했다는 데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와 같이 중국의 정부 주도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사이버 동맹외교와 그 균열 2019년에 접어들 무렵 미국 정부와 화웨이가 벌이는 실랑이는 국제적으로 그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2018년 말 트럼프 행정부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로 대변되는 미국의 주요 첩보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였다. 마치 국제적으로 화웨이 장비가 발붙일 곳을 아예 없애려는 듯이 보이는 강경행보를 이어갔다. 이에 호응하여 호주와 뉴질랜드, 영국은 2018년 말 5G 공급망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캐나다는 중국과의 갈등을 무릅쓰고 미국의 요청에 따라 멍완저우 부회장을 체포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일본 역시 정부조달 입찰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2019년 2월 하순을 거치면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미국의 압박에 동참하는 듯이 보였던 미 우방국들이 국제공조의 전선에서 이탈하는 조짐을 보였다.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 National Cyber Security Centre)가 화웨이 장비의 보안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데 이어, 독일 역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2018년 미국의 요청에 따라 화웨이를 배제했던 뉴질랜드의 경우는 총리가 직접 나서 입장 변화의 가능성을 내비치기까지 했다. 프랑스도 특정 기업에 대한 보이콧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 국가가 이탈한 데에는 5G 부문의 선두기업인 화웨이를 배제하고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현실적 부담 외에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미중경쟁에서 무리하게 ‘내편 모으기’를 시도하는 미국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했다.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사태의 전개에 직면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더 선진화된 기술을 막기보다는 경쟁을 통해 미국이 승리하길 바란다”며 그 동안의 강경자세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사실상 미국의 반(反) 화웨이 전선이 와해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었다. 그렇지만 화웨이 사태는 2019년 5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 당국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렸고, 주요 민간 IT기업들에게 거래 중지를 요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와 거래하는 자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이러한 제재조치를 180일 간 유예했으나, 화웨이의 숨통을 죄기 위한 조치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퀄컴, 브로드컴, 마이크론, 암(ARM) 등 주요 기업들은 화웨이와 제품 공급 계약을 중지하고 기술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5G 이동통신에서 드론과 CCTV로? 최근의 사태 전개는 민간 영역의 5G 이동통신 상용화와 관련된 화웨이 장비의 보안 문제를 넘어서 좀 더 군사적이고 정치적인 함의를 갖는 여타 기술과 산업 분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2019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미국은 화웨이에 이어 민간 드론 업체인 DJI와 CCTV 업체인 하이크비전에 대한 제재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되돌아보면, DJI는 2018년 9월 미국 기업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논란이 일어 제재가 거론되었던 중국의 기업이며, 하이크비전은 2017년 11월 미 당국에 의해서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었던 중국의 기업이었다. 2019년 5월 20일 미국 국토안보부(DHS: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사이버안보·기간시설 안보국(CISA: Cybersecurity and Infrastructure Security Agency)은 중국의 드론이 민감한 항공 정보를 중국 본국으로 보내고, 중국 정부가 이를 들여다본다고 폭로했다. 이를 두고 CISA는 국가기관의 정보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CISA가 특정 드론을 거론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중국의 DJI를 염두에 둔 발표였다. 이와 관련해서 DJI는 즉각 “우리 기술은 안전하다”고 반박했으나, CISA는 자국 소비자들에게 중국산 드론을 구입할 경우 신중해야 하며 인터넷 장비를 분리해야 한다는 방침까지 내놨다. 화웨이의 백도어에 대해서 제기되었던 기술안보 공방을 연상케 하는 조치였다. 한편 2019년 5월 22일 미국 정부는 중국의 CCTV 업체 하이크비전을 상무부 기술수출 제한목록에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이크비전은 CCTV 제작기술에서 세계적으로 앞서 갈 뿐만 아니라 안면 인식이나 사람들의 버릇과 신체특성 등을 고려해 특정 인물을 식별하는 기술로 유명하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기술을 감시도구로 활용해서 소수민족이나 반체제 세력을 통제하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CCTV의 하이크비전에 대한 압박은 미국이 중국의 기술굴기를 견제하고 중국 정부와 IT기업의 유착을 질타하는 차원을 넘어서, 천안문 사태 30주년을 맞이한 중국의 인권 문제를 겨냥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데이터 주권과 사이버 공간의 국제규범 문제 이상에서 살펴본 미중 사이버 갈등의 이면에는 데이터 안보에 대한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 이후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안보는 미중 국가안보의 쟁점이 됐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 의한 데이터 유출의 경계는 중국에서 <인터넷안전법>을 출현시켰다. 이 법에 의하면, 중국에서 수집된 개인정보를 다루는 외국 기업들은 반드시 중국 내에 데이터 서버를 두어야 하며, 사업상의 이유로 데이터를 해외로 옮기려면 중국 공안당국의 보안평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기업들의 중국 내 서비스를 검열·통제하고, 개인정보가 담긴 데이터의 국외 이전을 데이터 주권이라는 명목으로 금지하려는 취지로 해석되었다. 이 법은 2018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외국 기업들이 반발해 법 시행이 2019년 초로 유예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 법에 의거해서 중국 정부는 구글을 비롯한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와츠업 등의 외국 기업들의 인터넷 서비스를 규제했다. 2017년 7월 31일 애플은 중국 앱스토어에서 인터넷 검열시스템을 우회하는 가상사설망(VPN: Virtual Private Network) 관련 애플리케이션 60여 개를 삭제해야만 했다. 또한 아마존웹서비스(AWS: Amazon Web Services)도 2017년 11월 중국사업부 자산을 매각했다. 2018년 초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자사 데이터를 각기 베이징과 닝샤의 데이터센터로 옮겼다. 또한 <인터넷안전법> 시행 직후 애플도 중국 내 사용자들의 개인정보와 관리권을 모두 중국 구이저우 지방정부에 넘겨야 했으며, 2018년 2월에는 제2데이터센터를 중국 네이멍 자치구에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가 인터넷을 대하는 미중 양국의 정책과 이념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었다면, 2014년부터 시작해서 2018년의 제5회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저장성 우전(烏鎭)에서 개최하고 있는 ‘세계인터넷대회’(World Internet Conference)는 사이버 공간의 국제규범 형성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중국의 세계인터넷대회 개최는 글로벌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미국의 주도권에 맞불을 놓으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출범 당시부터 세계인터넷대회는 ‘사이버공간총회’로 대변되는 서방 진영의 행보에 대항하는 성격을 띠었다. 특히 2013년 스노든 사건 이후 중국은 글로벌 인터넷 거버넌스를 주도하는 미국을 견제하고, 중국이 주도하는 비(非)서방 국제진영을 결집하고자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현행 체제 하에서는 중국의 사이버 주권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도전적 행보였다. 이러한 태세의 이면에는 중국 국내체제의 성격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의 미래질서를 보는 중국의 구상이 담겨 있다. 이러한 구상은 서방 진영에 대항하여 사이버 공간의 독자적 관할을 모색하는 세계인터넷대회의 정치적 비전과도 통한다. 아마도 중국의 속내는 미국이 주도하는 체제에 단순히 편입하기보다는 중국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데 있을 것이다. 사이버 공간의 미래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대신하여 ‘중국몽’(中國夢)을 밑그림으로 삼고 싶을 것이다. 아마도 그 과정은 과거 화려했던 중국의 천하질서(天下秩序)를 디지털 시대로 옮겨와서 재현하려는 시도일 가능성이 크다.   미중 복합지정학적 경쟁 속의 한국? 복합지정학의 시각에서 본 미중 사이버 안보 갈등은 다양한 영역에 걸쳐서 진화하고 있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명목으로 벌어지는 지정학적 경쟁이다. 이는 화웨이 사태와 같은 사이버 안보 논란뿐만 아니라 여타 민군겸용기술과 관련된 정치·군사안보 문제와 연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기술경쟁력 하락에서 비롯된 양국 간 통상마찰 문제와 이에 수반된 보호주의적 법·제도의 마찰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이렇게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는 미중 사이버 갈등의 전면에서 첨단기술의 문제를 국가안보 문제로 ‘안보화’하는 미중 두 나라의 안보담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안보담론 경쟁을 통해 미중 양국은 동맹국들을 결속하고 자국에 유리한 사이버 공간의 국제규범을 마련하려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렇듯 복합지정학적 지평을 펼쳐놓고 있는 미중경쟁에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최근 어느 국내업체의 화웨이 장비 도입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미중 사이버 안보 갈등은 단순한 기술과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안보와 정치의 문제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 자칫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그 사이에 낀 한국에 지정학적 위기를 야기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미중 사이버 경쟁은 한국으로 하여금 단순한 기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전통적인 동맹과 외교의 문제를 포함한, 좀 더 복잡한 지정학적 선택을 강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요컨대, 복합지정학의 시각에서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진화과정을 제대로 읽어내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     ■ 저자: 김상배_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관계에서 정보, 통신, 네트워크 등이다. 주요 저서로는 《버추얼 창과 그물망 방패: 사이버 안보의 세계정치와 한국》 (2018), 《아라크네의 국제정치학 : 네트워크 세계정치이론의 도전》 (2014), 《정보혁명과 권력변환 : 네트워크 정치학의 시각》 (2010), 《정보화시대의 표준경쟁 : 윈텔리즘과 일본의 컴퓨터산업》 (2007)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김세영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8) I sykim@eai.or.kr     [EAI논평]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논평 시리즈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김상배 2020-06-05조회 : 9301
논평이슈브리핑
[EAI 논평] <미중 경쟁과 세계 정치 경제 질서의 변환 - 무역 편> 미중 무역 전쟁의 동학: 외연의 확대와 상호의존의 역습

.a_wrap {font-size:14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0px;} 편집자 주 2018년 무역분쟁을 시작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은 무역을 넘어 기술, 에너지 부문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EAI는 미중 관계의 미래를 조망하고자 2019년 7월 "미중 경쟁의 미래: 4단계 경쟁 동학" 스페셜 이슈브리핑 시리즈를 발간하였습니다. 그 후속으로, EAI는 현재의 미중 경쟁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자 특별 논평 시리즈 "미중 경쟁과 세계 정치 경제 질서의 변환"을 기획하였으며, 발간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승주, 미중 무역 전쟁의 동학: 외연의 확대와 상호의존의 역습 (8월 23일 발간) 2) 김상배, 사이버 안보와 미중 기술패권 경쟁: 그 진화의 복합지정학 (8월 27일 발간 예정) 3) 신범식, 에너지 이슈와 미중 전략경쟁 (8월 29일 발간 예정) 그 시리즈의 첫번째 보고서로, 이승주 EAI 무역·기술·변환 센터 소장(중앙대 교수)이 집필한 미중 무역 전쟁에 관한 논평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 5월 미중 협상이 결렬되며 양국의 무역 전쟁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초기에 중국을 향해 무역 불균형을 포함한 비대칭적 상호의존성을 활용하였고, 점차 세계 경제의 네트워크화를 통한 새로운 방식의 경제 전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합니다. 하지만 "상호의존의 무기화에는 역설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비대칭성을 활용한 무역 전쟁은 네트워크화된 세계 경제로 인해 자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저자는 평가합니다.     무역 전쟁의 외연 확대와 장기화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의 장기화는 미국의 압박 강도와 이에 대한 중국의 인식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은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이 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을 WTO에 제소하며, 중국의 대미 투자를 제한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관세와 미중 무역 전쟁은 보복 관세의 부과, 무역 협상, 관세 부과 연기, 협상 타결 실패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와 관련 기업에 거래 제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기술 경쟁의 성격을 가미하게 되었다. 2019년 8월 5일 시진핑 정부가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을 돌파하는 포치(破七)를 용인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다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함으로써 무역 전쟁의 외연은 다시 한번 확대되었다. 무역 전쟁의 외연 확장과 동원되는 수단의 다양화는 무역 전쟁의 장기화를 초래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초기 대응을 살펴보면, 가능한 한 갈등의 조기 종결을 희망했던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시진핑 정부가 보복 관세 부과 등 대결적 행동을 주저하지 않았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공세를 자국에 대한 직접적 공격을 강조하기보다는 다자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는 등 미국과의 양자적 차원의 정면 대결을 회피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미국과의 대결적 국면을 장기화하기보다는 불확실성 제거 차원에서 사태의 조기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차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산 대두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미국의 무역 공세가 전례 없이 강력한 것이기는 하나, 트럼프 대통령 또한 무역 전쟁을 지속하기에는 국내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는 시진핑 정부 내부의 판단도 작용하였다. 그러나 2019년 5월 협상의 주요 내용에 대하여 미중 양국이 합의에 도달하였음에도 결국 협상이 결렬된 것은 미중 무역 전쟁에 대한 중국의 근본적 인식을 재확인할 수 있는 단초가 되었다. 시진핑 정부가 미국과의 타협을 추구한다는 것은 ‘합의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불리한 해결책을 수용하겠다는 아니었다. 미국의 압박에 대한 중국의 비판적 인식은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된다. 첫째, 미중 양국이 중국 지방 정부의 보조금 지급, 중국 밖으로 데이터 이전을 금지하는 사이버 안전법의 수정, 외국자본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 등의 문제에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의 문제 제기는 통상 정책의 범위를 넘어 국내 정책과 중국 경제 체제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기 때문에 타협하기 어렵다. 보다 근본적으로 중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을 진행하면서 적어도 세 차례 이상 합의 정신을 위반했다고 비판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중에 중국의 지적재산권 탈취 및 기술 이전 강요와 같은 허위 주장을 하고, 이를 근거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거나, 2018년 5월 양국 공동 선언이 발표된 지 불과 10일 만에 중국의 경제 체제와 무역 정책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면서, 관세 부과 재개를 발표하는 등” 협상을 뒤로 돌리는 행위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은 유예된 관세를 다시 부과할 수 있는 반면, 중국은 관세 유예를 철회하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등 매우 불평등한 요구를 하였다”는 것이다. 결국 비판의 핵심은 “중국이 양보를 하면 할수록, 미국은 더 많은 것을 원한다”는 것으로, 이는 결국 미중 양국 사이의 신뢰 문제로 귀결된다(The State Council Information Office 2019). 시진핑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에 쉽게 응하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위안화의 평가 절하를 용인하는 등 갈등의 조기 종결보다는 확전을 불사함에 따라 미중 무역 전쟁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이러한 선택은 협상의 조기 종결이 과도한 불평등을 수반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갈등 해결을 지연시키는 가운데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음을 의미한다. 다만, 이러한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불평등한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효과는 있으나, 갈등 과정의 관리가 매우 지난하다는 점에서 도사리고 있는 도전 요인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   양자주의의 한계 미중 무역 전쟁의 구조적 성격은 갈등 또는 협상의 장이라는 차원에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양자주의는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양자주의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TPP 탈퇴, NAFTA 개정, WTO에 대한 비판 등에서 잘 나타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반영하는 견해들은 중국의 부상이 WTO를 필두로 한 기존의 다자주의질서를 전략적이고 배타적으로 활용한 결과이며,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안으로서 양자주의를 선호한다고 본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양자주의에는 이익 극대화와 협상 결과에 대한 통제 사이에 내재적 모순이 발견된다. 포럼 쇼핑(forum shopping)의 관점에서 볼 때, 양자주의는 이익 극대화보다는 협상 결과에 대한 통제를 선호할 때 선택되다. 양자주의는 다자주의에 비해 이익의 크기는 작으나, 비대칭적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협상 과정의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도 양자주의의 이러한 한계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익 극대화를 위해 양자 협상을 동시다발적 또는 신속하게 순차적으로 추구하는 데서 이러한 모습이 읽힌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전통적 동맹국들과 주요 협력 대상국들에 대해서도 자국의 이익을 우선 추구함으로써 정작 가장 중요한 중국과의 협상을 위한 전선을 공고히 유지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한국에 대해서는 한미 FTA 개정 협상과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인도태평양전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미일 FTA 협상 개시를 압박하며,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 협력국인 인도와 무역 분쟁에 돌입하였다. 즉, 주요 협력국들과도 양자 협상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이익의 크기를 늘리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자주의의 한계를 동시다발적 양자 협상으로 극복하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과의 결전의 와중에 대중 공동 전선의 후방이라고 할 수 있는 주요 동맹 및 협력국들에 대해서도 자국의 이익을 우선 추구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트럼프 행정부는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양자주의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미중 무역 전쟁에서 전선을 단순화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양자주의의 구조적 한계이다.   상호의존의 역습 미중 무역 전쟁은 국가 간 경제 관계에서 금도로 여겨지던 상호의존의 무기화(weaponization of inter-dependence)를 현실화함으로써 대혼란의 서막을 열었다. 관세 부과 중심의 무역 전쟁이 상호의존의 총량적 비대칭성을 활용한 게임이라고 한다면, 상대국 또는 기업의 공급망의 교란을 시도하는 것은 지구적 가치 사슬 내의 비대칭성을 활용한 정밀 타격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은 이 두 가지 요소의 영향력을 극대화하였다는 점에서 세계가 처한 현실을 자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비대칭적 상호의존의 위험성 미중 무역 전쟁은 ‘파격의 일상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되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일탈적 행동쯤으로 평가절하되고 곧 정상화될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가 지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평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전쟁을 위해 동원한 수단이 그만큼 파격적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하고, WTO에 날선 비판을 가하며 양자적 접근을 하는 방식 자체가 새로울 것은 없다. 파격은 트럼프 행정부가 사문화되다시피 한 조항들을 되살려 미중 무역 전쟁이라는 중대한 결전에 과감하게 활용하는 데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파격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상호의존을 역으로 활용함으로써 국가 간 관계의 일차원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 199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지속적으로 국가 간 상호의존을 심화시켜 왔다. 이에 대하여 자유주의 계열의 연구들은 복합적 상호의존의 증가가 국가 간 갈등의 비군사적 해결을 유도하여 궁극적으로 평화를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상업 평화론(commercial peace theory)을 주창하였다. 이들에게 상호의존은 평화의 전도사였다. 그러나 현실주의 계열의 연구들은 대다수 국가들이 현실에서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비대칭적 상호의존이라며, 그 위험성을 역설하였다. 미중 무역 전쟁은 국가 간 협력의 상징이었던 경제적 상호의존이 상대국을 위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어쩌면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가능성이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을 자각시키기에 충분하였다. 미중 무역 전쟁 초기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은 비대칭적 상호의존을 활용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중국의 산업정책, 미국 기업 기술 탈취,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등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다양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무역 전쟁을 선택한 것은 역설적으로 미중 무역 불균형이라는 비대칭성을 무기화한 것이었다. 2017년 기준 트럼프 행정부는 약 3,7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중 무역 적자를 안고 있었기에 이를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반면, 시진핑 정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팃-포-탯’(tit-for-tat) 전략으로 대응하였으나, 미중 양국의 무역 불균형을 감안하면 실탄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웠다. 시진핑 정부가 위안화 절하와 같은 새로운 대응 수단을 모색하는 것도 무역 분야의 비대칭성에서 발생한 구조적 불리함을 다른 방식으로 극복하려는 시도이다.   네트워크화된 세계 경제와 무역 전쟁 전후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던 세계화는 1990년대 신자유주의와 IT 혁명과 결합되면서 한층 가속화되었다.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하고 혁신의 동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방식을 추구하게 되었고, 그 결과 지구적 가치 사슬(GVCs: global value chains)이 형성되었다. 지구적 가치 사슬이 경제적 효율성의 실현과 리스크 관리에 효과적인 생산 방식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최종 교역재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이전의 세계화와 질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지구적 가치 사슬의 형성 과정에서 수많은 행위자들이 초국적 경제 활동을 통해 촘촘하게 얽히게 되면서 세계 경제의 네트워크화가 진행되었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가 지구적 가치 사슬에 포함되기 위해 다국적기업에 최적의 입지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을 한 결과이다. 과거의 세계화가 단순 지구적 가치 사슬(simple GVCs)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현재의 세계화는 복합 지구적 가치 사슬(complex GVCs)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복합 지구적 가치 사슬의 대두는 단순히 국가 간 상호의존의 수준을 높이는 것을 넘어, 세계 각국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현상을 초래하였다. 영향력의 행사 면에서 지구적 가치 사슬에 참여하고 있는 행위자들에 사이에 상당한 차별성이 존재한다는 점이 새삼 부각된 것은 이 때문이다. 즉, 네트워크 내 행위자들 사이의 연결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함에 따라, 특정 기업과 국가가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다양한 제재 조치는 세계 경제의 네트워크화를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경제 전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5월 19일 화웨이와 68개 계열 기업에 대한 거래 제한 기업 목록에 포함시키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화웨이에 주요 부품과 운영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는 구글, 인텔, 퀄컴, 자이링스, 브로드컴 등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함으로써 화웨이의 5G 경쟁 계획은 물론 통신 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의 영향력 확대에 제동을 걸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이는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가 구성한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게임이다. 이처럼 세계 경제의 네트워크화는 공급망 내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가 상대 기업과 정부의 ‘목을 조를 수 있는 지점’(choke point)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총량적 비대칭성을 활용한 관세 전쟁이 수입 가격의 인상과 상대국의 보복 관세 부과 등 미국 국내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관세 부과를 중심으로 전개된 무역 전쟁은 상대국에 대한 피해를 입히기도 하지만, 자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한 시진핑 정부가 미국산 대두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을 한 데서 극명하게 나타나듯이 미국 국내정치적으로 민감한 산업 분야와 지역의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한편, 네트워크의 비대칭성을 활용한 게임은 상대국과 기업에 대한 타격은 극대화하고 자국 기업에 대한 피해를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였다. 이 방식은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상대에게 더 큰 영향을 주는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관세 전쟁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미중 무역 전쟁의 결과 그렇다면 아직 현재진행형인 미중 무역 전쟁이 향후 세계경제질서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우선, 단기적 이익 추구와 상호의존의 무기화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자국 이익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 상호의존을 무기화하기에 앞서, 중국도 이미 외교안보상의 목표 달성을 위해 동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비대칭적 상호의존을 위협의 수단으로 사용한 전례가 있다. 2019년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 직후 일본 아베 정부가 한국의 핵심 산업에 대한 사실상의 수출 규제를 결정한 데서 나타나듯이, 상호의존의 무기화는 미중을 넘어 다른 국가들로 확산될 수 있다. 이는 ‘금도의 보편화’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상호의존의 무기화에는 역설이 존재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를 활용하여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대중 무역 적자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무역 불균형의 시정을 위해 무역 불균형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대로 무역 불균형이 완화될 경우, 비대칭성을 활용한 압박 전략은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국가 간 경제 관계의 비대칭성을 활용하여 상대국을 압박하는 경우, 압박이 성공할수록 압박의 효과가 반감되는 기제가 내장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역설은 지구적 가치 사슬을 활용한 상대국 위협에도 적용된다. 지구적 가치 사슬을 교란하려는 시도는 궁극적으로 가치 사슬의 재편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지구적 가치 사슬은 외교안보적 이유로 교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기반으로 형성, 유지되어왔다. 그러나 그 믿음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위험 관리 차원에서 지구적 가치 사슬을 재조정하려는 시도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 수준에서도 불가피하다. 4차 산업혁명의 진행과 결합될 경우, 지구적 가치 사슬의 재편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상호의존을 무기화하는 국가는 단기적으로 상대에게 위협을 가하고 피해를 입힐 수 있을지 모르나, 중장기적으로 그로 인한 이득이 자국에게 귀속되지 않는 역설적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 특정 국가가 지구적 가치 사슬 내에서 현 시점에서 최적의 위치를 갖고 있다는 것이 미래의 유일한 위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지구적 가치 사슬이 재편될 경우, 핵심 위치를 활용하여 상대국을 위협할 수 있었던 이른바 관문 장악력을 스스로 약화시키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의존의 무기화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저자: 이승주_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EAI 무역·기술·변환센터 소장.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동아시아 지역주의, 동아시아 정치경제, 동아시아 국가들의 제도적 균형 전략 등이다. 주요 저서 및 편저로는 《Northeast Asia: Ripe for Integration?》(공편), 《Trade Policy in the Asia-Pacific: The Role of Ideas, Interests, and Domestic Institutions》(공편)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김세영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8) I sykim@eai.or.kr     [EAI논평]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논평 시리즈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이승주 2020-06-05조회 : 14999
논평이슈브리핑
[EAI 논평]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폐기와 동북아 정세

.a_wrap {font-size:14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0px;} 편집자 주 지난 8월 2일 미국은 러시아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위반을 비난하며 해당 조약의 탈퇴를 공식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미국의 INF 조약 탈퇴는 중국이 참여하는 새로운 INF 조약 체결을 위한 전략적 압박 카드로 활용하거나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아시아 동맹국들을 활용하여 중국을 겨냥하는 중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을 배치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더불어 동북아 차원에서 전개될 새로운 INF 논쟁은 미중 간 군비경쟁은 물론 미국과 중국의 동맹국가들의 군비경쟁을 가져올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동북아의 INF 논쟁으로 인한 미중 갈등관계의 확장이 향후 북미 비핵화 프로세스로까지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새로운 한반도 평화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대장정의 앞길에 머피의 법칙이 적용되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8월 2일 미국은 러시아의 중거리핵전력(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이하 INF) 조약 위반을 비난하면서 지난 1987년에 체결된 동(同) 조약의 공식 탈퇴를 선언했다. 2019년 2월 2일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성명을 통해 6개월 이내 INF 조약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공식 천명한지 정확히 6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미국의 INF 조약 탈퇴에 맞서 러시아 정부도 “1987년 12월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소련과 미국이 체결했던 INF 조약 효력이 미국 측의 주도로 이날 중단됐다”고 밝히면서 INF 조약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미국의 INF 조약 폐기 의도 32년 만에 일어난 INF 조약 폐기는 국제안보의 미래 및 국제정세 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변곡점으로 기록될 것이 틀림없다. 특히, 앞으로 전개될 중거리핵전력 문제는 유럽의 안보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과거와는 달리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에 부정적 충격을 가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미국의 INF 조약 탈퇴를 계기로 현재 동아시아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뿐만 아니라 역내 안보딜레마가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미국의 INF 조약 탈퇴는 러시아를 명분으로 하면서도, 실제적으로는 동아시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막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의도로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의 맥락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이러한 입장이나 의도를 굳이 숨기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당시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선임연구원이었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2011년 8월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중국의 중거리미사일 전력강화를 막기 위한 차원에서 INF 조약을 파기하거나 중국을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2017년 4월 당시 미 태평양사령관이었던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는 의회 증언에서 중국이 배치한 탄도·순항미사일의 90% 이상이 INF 조약 가입국 위반사안이라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미국의 우려처럼 2010년 이후 중국은 남중국해 주변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반접근지역거부(A2AD)전략의 일환으로 중거리미사일 능력을 강화해 왔다. 예를 들면, 중국은 DF-11(600km), DF-15(800km), DF-16(1,500km), DF-21(1,700km), DF-25(4,000km)의 중거리탄도미사일과 CJ-10(2,500km)의 순항미사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상발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DF-21D는 2013년 중국이 미 해군 항공모함에 대응하기 위해 실전 배치한 세계 최초의 대함탄도미사일이다. ‘항공모함 킬러’라 불리는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1,800~3,000km에 이르고 요격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무기이다.   미국, 아시아 동맹국에 INF 배치 원해 미국은 그동안 INF 조약 때문에 중국의 INF 능력 신장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지상발사 중거리미사일을 시험·배치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번 미국의 INF 조약 탈퇴는 중국이 참여하는 새로운 INF 조약 체결을 위한 전략적 압박 카드로 활용하거나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아시아 동맹 국가들을 활용하여 중국을 겨냥하는 중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을 배치하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 한 언론보도는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INF 조약에서 탈퇴한 이유 중 하나로 중국이 조약에서 빠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신형 정밀유도 중거리미사일을 아시아 동맹국에 배치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배치 장소는 동맹국과도 논의해야 하지만 배치할 미사일은 INF 사거리”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이번 미국의 INF 조약 탈퇴는 중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우회적으로 동맹 국가들의 반응을 간접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미국이 중국을 겨냥하여 괌이나 미국의 아시아 동맹 국가들에게 배치할 중거리미사일에 내포된 전략적 함의는 지난 1980년대 유럽 상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유럽과 상이한 동북아 INF 논쟁 구도 주지하다시피, 지난 냉전시대 유럽 안보에서 핵전쟁의 위험성을 증폭시킴과 동시에 냉전 종식을 촉진한 중거리핵전력 논쟁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소련 간에 서로의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전략핵무기 균형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발생했다. 그러므로 미국과 소련은 중거리핵전력의 위험성을 통제하면서 이를 관리해 나갈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냉전 종식을 촉진한 1987년 12월의 INF 조약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INF 조약 탈퇴로 향후 동북아에서 전개될 중거리핵전력 논쟁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전략핵의 불균형 구조가 존재하고, 특히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에 배치될 수 있는 지상발사 중거리미사일은 중국 본토를 겨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동북아 차원에서 전개될 INF 논쟁을 바라보는 미국과 중국의 인식과 대처방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차이점으로 인해 이번 미국의 INF 조약 탈퇴와 그에 따른 미국의 새로운 중거리미사일의 시험·배치가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파장은 과거 유럽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다차원적이고 다층적인 전략적 함의를 가진 것이다.   중국의 전략핵증강 또는 중·러 동맹 공식화 가능성 무엇보다도 먼저, 전략핵무기 차원에서 미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중국은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에 대한 대응책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전략적 입장을 취할 것이다. 하나는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전략핵능력을 신장시키는 전략핵무기 군비증강이다. 이를 통해 중국은 미국과 서로의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전략핵무기 균형을 달성코자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과 대등한 전략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와 사실상의 안보동맹을 맺는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의 전략자산을 활용하여 미국의 압박을 상쇄시켜 나갈 수 있다. 중국이 어떠한 정책 대안을 취하든 동북아 차원에서 전개될 새로운 INF 논쟁은 미중 간의 군비경쟁을 촉진할 것이고 역내 주요 국가들에게 새로운 유형의 군비경쟁을 강요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전략적 부조화에 따른 주기적인 동맹 딜레마 분출 이번 미국의 INF 조약 폐기가 던져주는 두 번째 전략적 함의는 동맹 딜레마를 야기할 것이라는 점이다. 즉, 미국의 새로운 INF 배치를 둘러싸고 미국과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가들(한국, 일본, 호주) 간에는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 ‘전략적 부조화’에서 연유하는 주기적인 안보갈등을 겪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이 동맹국에 배치하고자 하는 지상발사 중거리미사일의 대상은 다름 아닌 중국 본토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치 장소는 동맹국과 상의해야 한다.”는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의 발언과 관련하여 일부에서는 중국 상하이와 5,000km 떨어진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 북부 다윈에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이에 대해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우리는 중국을 호주의 아주 중요한 파트너로 보고 있고ᐧᐧᐧ우리는 가장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과 핵심 파트너인 중국과 함께 협력해 안정과 안보, 번영을 추구할 것”이라는 극히 일반적이면서도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새로운 중거리미사일을 동맹국의 영토에 배치하고자 하는 미국의 전략적 구상은 그것이 중국 본토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동맹 국가들과의 정책공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동맹국의 입장에서 중국 본토를 겨냥한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는 단순히 동맹 공조나 동맹 강화 차원이 아니라 심각한 국가적 안보이익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 비핵화 프로세스에 부정적 여파 미국의 INF 조약 폐기는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2019년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비핵화 프로세스는 다가올 북미 협상을 위해 숨 고르기 상태에 있다. 아마도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종료된 이후 북미 실무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에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북미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전되어 한반도 비핵화의 윤곽이 더욱 뚜렷해지더라도, 동북아 차원에서 전개될 새로운 INF 논쟁은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의 중단거리미사일과 중장거리미사일 폐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적으로, 동북아 차원의 새로운 INF 논쟁을 고려하여 북한은 스커드·노동·무수단과 같은 중단거리 미사일 항목을 비핵화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아니면 이의 폐기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즉, 북한은 비핵화 과정의 일환으로 핵 운반수단인 미사일 폐기와 관련하여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화성-15호와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에는 미국과 합의하더라도 미국의 동맹 국가들의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 폐기에는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역으로 비핵화 과정에서 미국과 동맹 국가들 간의 동맹 딜레마를 부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은 기본적으로 미국에게는 위협이 되지 못하지만,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동맹 국가들에게는 사활적인 위협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동북아 차원에서 전개될 새로운 INF 논쟁은 자칫 잘못하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미국의 대북 군사적 압박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북미 비핵화 프로세스가 북미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동할 경우에는 상관없겠지만, 북미 비핵화 프로세스가 또 다른 교착국면에 봉착하거나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북미의 속도감이 현저하게 다를 경우, 이를 타개하기 위한 강압전략 차원에서 INF 쟁점은 북한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대북 경제재재와 더불어 대북 군사제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북미 비핵화 프로세스가 미국의 대선 과정과 일정 정도 연계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으로부터 가시적인 비핵화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INF 쟁점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만에 하나 대미 압박 차원에서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단행했을 경우, 미국은 이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동맹국가에 INF를 배치하여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발생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화 위주의 한반도 비핵화 구도를 벗어난 것이자 전통적인 북미 대결구도로의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치킨게임 양상을 보여 왔던 미·러의 안보정책은 궁극적으로 INF 조약 폐기를 초래했다. 더군다나, 이번 미국과 러시아의 INF 조약 폐기는 다가오는 양국의 새로운 전략무기감축조약의 운명마저도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에 걸쳐 미중 전략적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새롭게 논의될 동북아의 INF 논쟁은 미중 경쟁관계를 더욱 악화시켜 나갈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INF 논쟁으로 인한 미중 갈등관계의 확장이 북미 비핵화 프로세스로까지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     ■저자: 이수형_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 취득하였으며,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이다. 연구분야는 국제관계사, 나토와 유럽안보, 한미동맹과 동북아 국제정치 등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과 대북정책(공저, 2017), 맷돌의 굴대전략: 한반도 평화통일 전략구상(2014), 북대서양조약기구(2012)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9) I j.baek@eai.or.kr     [EAI논평]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논평 시리즈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이수형 2020-06-05조회 : 8552
논평이슈브리핑
[EAI 논평] <미중 경쟁의 미래 - 군사안보 편> 미중 군사안보경쟁: 충돌의 현실화 가능성

.a_wrap {font-size:14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0px;} 편집자 주 EAI는 중국의 미래 성장이 인류의 공생과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바람직한 아태 질서 설계도를 마련하고 한국의 역할을 제시하고자, 2018년부터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이라는 중장기 연구사업을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 사업의 첫 단계 연구가 마무리됨에 따라, EAI는 그간의 연구 성과를 지난 4~5월에 걸쳐 영문 워킹페이퍼 시리즈로 발간하였습니다. 그 후속 시리즈로, EAI는 미중 관계의 미래를 조망하는 4편의 보고서로 구성된 “미중 경쟁의 미래: 4단계 경쟁 동학" 스페셜 이슈브리핑 시리즈를 기획하였습니다.  그 시리즈의 마지막 보고서로, 전재성 EAI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서울대 교수)이 집필한 미중 군사안보 경쟁에 관한 이슈브리핑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미중 양국 간 경쟁이 무역, 기술, 에너지 부문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군사안보 부문으로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아직까지는 국방비, 군사기술, 군사동맹 등 여러 측면에서 중국에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는 하나, 그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고, 미중 양국의 국가전략 변화 및 상호관계 변화로 인해 군사력 사용을 고려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저자는 분석합니다. 양국 모두 핵 보유국으로 어느 정도는 핵 억지 효과가 작용하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국지전 등 제한된 충돌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저자는 덧붙입니다.     문제 제기 미중 무역분쟁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지속되면서 패권전쟁으로 전화(轉化)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비단 공정 무역을 놓고 양국이 충돌할 뿐 아니라, 지적 재산권, 기술표준 등 기술 신냉전의 표어가 등장하는 등 소위 “다차원적 복합게임”의 양상을 띠고 있다. 경제와 안보가 연계되는 양상도 강화되고 있다(이승주 2019). 더 나아가 ‘서구 대 비서구’의 가치관과 세계관의 차이 등 문명충돌론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다. 경제와 기술에서 시작된 충돌은 에너지, 사회문화 분야로 확대되고 결국 군사안보 분야로까지 확장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 현재 미중 간 군사 균형은 미국의 막대한 우위로 규정할 수 있다. 국방비, 군사기술, 군사동맹 등 여러 측면에서 미국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역시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강력한 군사개혁을 추구하며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현대화된 군대를 건설하자는 강군몽을 제시하고 있다. 2017년 10월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중국몽의 비전을 실현하는 단계별 목표로 2020년, 2035년, 2049년을 상정하고 궁극적으로 사회주의 특색을 가진 강대국을 건설하는 단계에서 이를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국방비전과 개혁이 제시된 바 있다. 중국이 꾸준히 경제발전을 지속하고,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군사기술을 현대화하여 강한 군사력을 확보한다면 먼 미래 미중 간 군사균형이 변화하여 실제 전쟁이 발발할지도 모를 일이다. 미중 모두 서로의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능력을 가지고 있어 핵 억지 효과가 전쟁 발발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핵전쟁 확전을 상호 경계하면서 통상전쟁은 가능하다는 안정-불안정의 역설도 존재한다. 전쟁은 국지적으로 고강도의 단기 전쟁의 형태로도 발발할 수 있으며, 양측 모두 군사력 사용과 외교적 타협, 경제 제재 등의 수단을 배합하여 군사력을 운용할 수도 있기에 전쟁 발발에 대해 낙관론을 유지할 수만은 없다. 향후 미중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변수가 있다. 첫째, 중국의 경제발전과 국가전략의 진전 변수이다. 중국 스스로 명확한 연도를 제시하며 국가전략의 비전을 제시해 놓고 있고, 경제발전의 동력이 유지되는 한 GDP 기준으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시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미국의 국가전략 변화로 트럼프 정부 등장 이후 미국이 패권을 유지할 능력은 여전히 보유하고 있지만, 국제공공재를 제공할 의사는 이미 상당 부분 구조적으로 쇠퇴했다는 관측이 있다. 패권국의 위상보다는 자국의 이익만을 중시하는 강대국으로서의 미국,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소위 트럼프주의가 고착화된다면 미국의 동아시아 개입 역시 매우 약화될 것이다. 미국이 현재의 경제적 난관을 해결하고 다시 패권력을 회복하면서 패권국으로서의 전략적 의도까지 다시 되살릴 가능성도 물론 부정할 수는 없다. 향후 미국 전략의 변화, 이를 지지하는 국내 여론의 변화 등에 따라 미중 관계가 변화할 것이다. 셋째, 미중 상호관계의 변화로 우선은 미중 무역분쟁이 어떻게 일단락될 것인가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역분쟁이 무한히 지속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서로의 이해관계 및 내구성에 따라 분쟁이 일단락될 것인데, 이때 상당한 불만을 가진 측이 존재한다면 군사안보 차원의 분쟁도 여러 가능성을 보일 것이다. 경제발전이 좌절된 중국 지도부가 관심전환용으로 군사력을 사용할 수도 있고, 대중 우위를 상실한 미국이 미래 역전을 우려하여 선제적 군사력 사용을 고려할 수도 있다. 이 글은 향후 미중 간 군사안보 관계를 분석하는 글로, 중장기적으로 미중 양국이 어떠한 군사전략, 군사력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충돌의 가능성이 있는지, 충돌한다면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될 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중단기적으로 미중이 본격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중 간의 군사력 격차가 여전히 매우 크고 미국의 동맹국들 역시 중국에 대한 견제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세력균형이 변화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군사력의 차이가 크다고 해서 비대칭전략을 사용한 군사 충돌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우선 미중 양국의 군사력, 군사전략, 상호 인식을 살펴보고 충돌 가능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2019 중국 국방백서를 통해 보는 중국의 군사력과 국방전략 올해 7월에 발표된 중국의 국방백서는 2015년 이후 4년 만에 출간된 것이고 기존의 백서와는 달리 50쪽(영문, 중국어 27,000자))을 넘는 긴 분량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정부 등장 이후 미국이 중국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정책을 가시화한 가운데 출간된 것이며, 미국이 2017년 12월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Review)과 국방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를 출간한 데 대한 대응의 성격도 담고 있다. 이들 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명시하였고, 중국이 현상변경세력으로 미국의 안보에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규정하였다. 2019년 6월 1일 미 국방부는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Indo-Pacific Strategy Review)를 출간하여 인도태평양전략이 중국을 견제하는 군사적 전략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같은 날 섀너헌 국방장관대행은 샹그릴라 국방장관 포럼 연설에서 중국은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저해하는 국가이며 현상변경세력이라고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주변국가들을 강압하는 다양한 정책도구들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논하고 있다. 미국은 충돌을 원하지는 않지만 경쟁에 임하는 것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며 규칙에 기반한 경쟁을 강화하고, 미국의 군사력을 극대화하며, 동맹국들과 안보관계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웨이펑허(魏鳳和) 국방장관은 중국은 평화로운 부상을 추구하고 국제질서를 저해하는 정책을 펴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야말로 항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질서를 준수하는 국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핵심이익에 해당하는 영토 문제, 특히 양안 관계에 개입할 경우 군사력을 동원하여 반드시 격퇴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하영선·전재성 2019). 중국의 국방백서는 미국의 국방정책에 대한 명시적인 비판을 담고 있다. 즉, 세계는 국제적인 전략 경쟁이 치열해지는 안보환경에 접어들고 있고, 특히 미국은 국가안보전략에 대해 일방주의 전략을 채택하여 국방비 지출을 크게 늘리고, 핵과 우주 공간, 사이버 및 미사일 방어에 대한 추가 역량을 강화하고 세계 전략적 안정성을 훼손시켰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군사 동맹을 강화하고 군사 배치와 개입을 강화하여 지역 안보에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사드(THAAD)의 배치가 지역 전략 균형과 지역 국가들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고 비판하고, 일본 역시 군사, 안보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호주도 언급하면서 미호 군사 동맹이 강화되는 가운데,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군사 협력이 강화되고 호주의 역할이 증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방백서는 중국의 군사전략의 핵심을 적극적 방어(active defense)라고 정의하고 있다. "공격받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을 것이나 공격을 받으면 반드시 반격 할 것"이라는 원칙이 핵심이다. 또한 중국은 언제든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처음 사용하지 않는 핵 정책을 항상 견지하고 있으며 핵무기가 없는 국가나 핵무기가 없는 지역에 무조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않는다는 핵무기 선제불사용원칙도 확인하고 있다. 중국은 장기적인 국방발전의 전략 목표도 제시하고 있는데, 시진핑 주석이 19차 당대회에서 밝힌 장기 국가목표와 일치하는 것으로 2013년 이후 중국이 추구해 온 군사개혁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첫째, 2020년까지 크게 향상된 정보화와 전략 능력으로 기계화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둘째, 국가 근대화와 함께 군사 이론, 조직 구조, 군사력, 무기 및 장비의 현대화를 종합적으로 진전시키고, 기본적으로 국방 및 군사의 근대화를 2035년까지 완료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2049년을 기점으로 하는 21세기 중반까지 군사력을 세계 수준으로 완전히 변모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강조하며 군사기술 현대화에 큰 방점을 두고 있다. 국방백서는 새로운 기술 혁명과 산업 혁명에 힘입어 인공 지능(AI), 양자 정보, 빅 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및 사물인터넷과 같은 최첨단 기술이 군사분야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국가들 간 군사경쟁도 격화되고 정보화 기반의 첨단 군사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으며, 정보화 전쟁, 지능형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중국 인민 해방군은 여전히 기계화 작업을 완료하지 못했으며, 정보화를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기술의 세대 격차 증가로 인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과 전반적인 군사력 균형에서 뒤쳐져 있지만 중국이 생각하는 핵심 이익에 관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군사충돌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국방백서는 중국의 군사력이 동중국해, 남중국해 및 한국 서해의 중요한 해역, 도서 및 산호초를 방어하고 인접 해역에 대해 공동 권리 보호 및 법 집행 업무를 수행하며 해상 및 항공 상황을 적절하게 대비하며 바다의 보안 위협, 침해 및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사실 주권 문제에 해당하는 핵심 이익이 훼손된다면 중국 지도부는 국내 정치정당성을 위해서라도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2012년 이래 중국 군은 4,600 건 이상의 해상 보안 순찰과 72,000 건의 권리 보호 및 법 집행에 선박을 배치하고 해상 평화, 안정 및 질서를 지켜왔다고 논하고 있다. 중국의 국방비에 대한 내용 역시 향후 중국의 군사력 발전 추이를 볼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 세계 1위와 2위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국방비를 합치면 전 세계 국방비의 절반에 해당하고, 양국의 군사력은 300만을 넘어선다. 중국은 자국의 국방비 지출이 다른 국가에 비해 과도하지 않고, 증가율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평화로운 부상과 방어 중심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국방비 지출은 국가 경제와 정부 지출의 증가와 함께 증가했는데, 국방비는 GDP의 비율로 1979년의 5.43 %에서 2017년의 1.26 %로 감소했고, 지난 30년간 2% 미만으로 유지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국방비는 정부 지출의 비율로 1979년 17.37%였던 것이 2017년 5.14%로 12% 포인트 이상 하락했다고 기록하며 명확한 하향 추세에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국방비는 사용면에서 인력, 훈련 및 유지, 군비의 세 부문으로 나뉘는데, 인사 비용은 주로 국방 예산 지원을 받는 퇴역 군인뿐만 아니라 장교, 병사 및 계약 민간인에 대한 봉급, 수당, 음식, 의류, 보험, 보조금 및 연금을 포함하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훈련 및 유지비는 주로 군대 훈련, 제도 교육, 설비 및 시설의 건설 및 유지 보수, 일상적인 소모품에 대한 기타 지출에 적용된다. 군비 비용은 주로 연구개발, 테스트, 조달, 수리, 유지 보수, 운송 및 무기 및 장비 보관에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2012년 이후 국방비의 증가가 주로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지출되었다고 발표하고 있어 향후의 추세도 엿볼 수 있다. 첫째, 국가 경제 및 사회 개발 추세에 따라 복지를 개선하고, 정기적인 군복무를 보장하고, 군대의 근무, 훈련 및 생활 조건을 개선하는 등 경상비 지출, 둘째, 무기 및 장비 개발에 대한 투입을 늘리고 구식 장비를 단계적으로 없애는 한편, 기존 장비들을 업그레이드하고 항공기, 전투기, 미사일 및 주요 전차 탱크와 같은 신품을 개발 및 조달하여 무기 및 장비를 꾸준히 현대화하는 지출, 셋째, 군대 지도력 및 지휘 체계, 군대 구조 및 구성, 정책 및 제도의 주요 개혁을 지원하는 국방 및 군사 개혁의 확산비용, 넷째, 실제 전투 상황에서의 훈련 지원, 전략 수준 훈련 강화, 무기 훈련, 시뮬레이션, 네트워크 및 강제력 훈련 조건 개선 등의 비용 등이다. 중국 군사력의 전 세계적 투사도 점차 늘고 있어, 유엔평화유지군, 선박 보호 활동, 인도주의 지원 활동 및 재난 구호 노력을 포함한 다양한 군사 업무 지원 지출도 언급되고 있다. 국방비의 구체적인 측면을 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의 국방비는 669.192억 위안에서 1,043.237억 위안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 기간 중국의 GDP과 정부 지출은 각각 9.04%와 10.43%의 평균 성장률을 보였으며, 국방비 지출은 평균 9.42% 증가한 것이다. 국방비는 GDP의 1.28%, 정부 지출의 평균 5.26%를 차지한다는 통계가 제시되었다. 중국의 국방비는 세계 2위이지만 이는 방어적 성격의 국방비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총 지출 측면에서 2017년 기준, 미국의 4 분의 1 미만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의 평균 국방비는 GDP 대비 2012년부터 2017년까지 1.3 정도였는데, 이를 다른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고 있다. 즉, 미국의 약 3.5%, 러시아 4.4%, 인도 2.5%, 영국 2.0%, 프랑스 2.3%, 일본 1.0%, 독일 1.2%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UN 안전 보장 이사회(UNSC) 상임 이사국 중 가장 낮은 수치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정부 지출에 대한 지출 비율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3%로 미국 9.8 %, 러시아 12.4%, 인도 9.1%, 영국 4.8%, 프랑스 4.0%, 일본 2.5%, 독일 2.8% 등에 비해 중간 수준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2017년의 중국의 1인당 국방비는 750위안으로 이 액수는 미국의 5%, 러시아의 25%, 인도의 231%, 영국의 13%, 프랑스의 16%, 일본의 29%, 독일의 20% 등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국방력 강화 및 군사전략 변화에 대한 미국의 인식 중국이 강조하는 평화로운 부상과 방어적 국방전략의 성격에 대한 이미지와는 달리 미국은 중국의 국방전략을 현상변경적이며 팽창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은 2018년 5월 태평양 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명칭 변경하였고, 이후 중국을 염두에 둔 아시아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중국 인식의 한 측면은 인도태평양사령부 필립 데이비슨(Philip S. Davidson)사령관의 청문회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데이비슨 사령관은 2019년 2월 12일 상원 군사 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사령관은 지난 20년 동안 인민 해방군의 성장과 현대화를 위해 막대한 노력이 지속되었고 이제 대만 북부,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거쳐 북부 일본을 잇는 소위 제1도련 국가들에 대해 중요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 나아가 1도련을 넘어 군사력과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증강되고 있고 군사력을 현대화하며 동시에 플랫폼의 수를 늘리기 위해 질적 및 양적 노력을 추구하고 있다고 본다. 중국은 또한 대만 해협에서 연안 포병과 함께 실사격 운동을 실시했으며 공군 폭격기 역시 양안 사태에 대비한 연습을 실행해오고 있다는 보고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베이징 최초의 항공모함 그룹이 2019년 중국 해군에 합류하고 RENHAI 급 미사일 순양함은 2017년에 진수되었고, 2018년 3척이 추가되어 중국 해군의 주력군이 되었다. 또한 최근 항공모함 함대를 지원하는 FUYU급 고속 전투 지원함도 완성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공군력으로는 중국 최초로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J-20이 2018년 2월에 개발되었고, 6세대 전투기도 개발 중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에 국내에서 생산된 중장비 항공기인 Y-20이 배치되어, 이전 항공기보다 상당히 큰 적재 능력과 범위를 가지며, 중국의 전략적 공수 능력을 증강시켰다고 본다. 또한 2018년 4월 러시아에서 도입한 S-400 첨단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은 250 마일 범위를 가지고 있어 대만 해협 및 다른 지역에 대해 항공 적용 범위가 확장 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중국은 첨단 무기 개발에도 주력하여 극초음속비행체, 유도에너지 무기, 전자기 레일건, 무인·인공지능 장착 무기 등을 계속 추구하고 있고, 미국의 탐지능력과 방어 무기의 효과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은 2014년부터 WU-14를 포함한 초음속 미사일을 시험했으며 속도는 마하 10에 근접했고, 2018년 8월 베이징은 최초의 초음속 항공기를 성공적으로 시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데이비슨 사령관에 따르면 중국은 핵전력 능력도 현대화하고 있다. 중국 3세대인 096형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이 JL-3 해상발사탄도미사일(Sea Launch)로 무장하고, 2020년대 초반부터 건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은 중거리탄도미사일 DF-26이 이동식 발사대 배치된 것으로 보고, 제2도련(알류 샨 군도의 남부, 북 마리아나 연방, 괌, 팔라우 공화국, 파푸아 뉴기니 북부 연결선)까지 정밀타격 능력을 확대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중국은 최대 사거리 9,300마일의 DF-41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해양 분쟁에 대해서도 사령관은 중국이 2018년 4월 미사일과 전자전파기 등 중국의 전력투사 능력을 한층 강화하는 첨단 군사시스템을 배치해 전초기지의 군화를 지속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수 차례 스프래틀리 군도에 군용 수송기를, 파라셀 군도에 장거리 폭격기를 착륙시켰고, 중국 해안 경비함들은 현재 중앙 군사 위원회의 지휘를 받아 필리핀과 다른 지역 국가들의 어선들에 공세행위를 하고 있다고 본다. 남중국해에 대한 영토 주장도 지속되고 있으며 수상 전투 순찰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전략 및 국가 지원 투자를 통해 전략적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30년까지 인공 지능 분야의 세계적인 리더가 되고자 하고 중국이 목표로 삼고 있는 핵심 기술 중 다수는 여러 산업에서 발생하는 급속한 기술 변화에 필수적이다. 이러한 능력은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군사적 이점을 유지할 수 있는 미국에게도 핵심적인 고려사항이다(U.S. Department of Defense 2018). 이러한 인식과 더불어 메리 베스 모건(Mary Beth Morgan) 인도태평양 안보 문제 국방 차관보 역시 2019년 6월 20일 미중 경제 안보 검토위원회의 증언을 통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건국 100 주년을 내다보며 2020년, 2035년, 2049년에 주요 경제 정치 이정표를 세웠고 중국의 군사적 야심도 이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2035년까지 중국은 군사 현대화를 완료하고 2049년까지 세계 정상급 군대를 설립한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의 노력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대체(displace)하기 위한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모건 부차관보는 인민해방군은 '강력한 군사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주변 지역의 단기, 고강도의 분쟁에 맞서 싸우고 승리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군사 현대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중국은 조직 개편, 인원 감축, 전략지원과 같은 새로운 기관 창설을 포함한 군부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계속 시행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새로운 종류의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배치하고 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정밀 유도 순항 및 탄도 미사일 시스템, 두 번째와 세 번째 항공모함, 현대 전투 및 지원 항공기, 그리고 강력한 우주 발사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다고 확인하고 있다. 중국의 핵능력도 중국의 핵무기의 확장 및 다양화, 실행 가능한 핵 삼축체제의 추구, 미국 영토와 동맹국과 파트너들의 핵 정밀타격 시스템 개발 등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의 경제적, 국가적 이익의 세계적 성격에 걸맞게 인민해방군의 운영 범위를 넓히는 데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본다. 2018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중동, 동남아시아, 서태평양에서 군사기지와 접근을 확장하고자 하며, 시진핑 주석은 2019년 1월 "해외 이익의 보호를 강화하고 해외 주요 사업과 인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안보 시스템의 완성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와 연관하여 인민해방군 해군은 외국 항구에 대한 권리를 얻기 위해 장기 임차뿐만 아니라 항만 건설 및 매입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타국의 기지를 획득하는 장기 전략을 추구해 왔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중국의 세계적 군사력 투사는 미래 중국의 에너지 수요와도 관련되어 있다. 국제 에너지 기구의 전망에 따르면 2035년까지 중국의 석유 수입 비율은 9% 증가하여 전체 수요 중 8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향후 중국의 에너지 수입을 위해 인민해방군의 해외투사는 매우 중요한 조건이 된다. 일대일로 계획도 이와 연관되는데 중국은 항만 투자와 접근성 확보를 통해 인도양, 지중해, 대서양 등 먼 해역에서 해상 배치를 지속하려 하고 필요한 물류 지원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본다. 2018년 중국은 중동, 동남아, 서태평양 등지에서 군사기지 확보에 주력했고, 전 세계 110개 해외 공관을 통해 군사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관측은 중국 최초의 해외 기지인 지부티 활용 방식에서 나타나는데 중국은 해외 상업 항구, 물류 시설 등을 확보하여 해외 군사 물류 수요를 충족하는 것으로 본다. 지부티는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인민해방군 해병대의 새로운 작전 지역으로 상당한 군장비를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중국 국방비와 관련하여 미국은 중국의 발표보다 국방비를 더 높게 책정하고 있으며 향후의 증가 가능성도 중시하고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이 발표한 국방예산은 연구개발(R&D)과 해외 무기조달 등 여러 주요 지출항목을 생략하고 있다. 실제 군 관련 지출은 2018년 2천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 공식 예산보다 많다는 것이다. 중국의 회계 투명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실제 군사비를 계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앞으로 몇 년간 중국의 공식 국방예산은 연평균 6%씩 늘어나 2022년에는 26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민해방군은 2015년 중국의 개혁 이후 훈련, 운영, 현대화를 위해 규모를 30만명 축소하였고, 이로써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있게 되었다. 향후 경제전망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18년 6.6%에서 2030년 3% 정도로 낮아져 향후 국방비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전반적인 추세는 경제성장률이 하락해도 국방비 지출은 증가해 왔으며, 장기적으로 중국은 미국 외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2019, 95). <그림 1> 중국 공식 국방 예산 (2009~2018) 출처: 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2019, 94)   미국 국방비 지출 추이와 대중 군사전략 미국은 막대한 예산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군사비 지출을 삭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들어 국방비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국방비 증액 상한선에 대한 의회의 제약도 계속 재조정되어 왔다. 트럼프 정부는 소위 “힘을 통한 평화”를 내세우고 있고 중국, 러시아에 대한 상쇄전략, 혁신의 필요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2019년 3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7,830억 달러에 달하는 회계연도(FY) 2020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보냈다. 예산은 신흥 공간 및 사이버 전쟁 영역에 대한 투자, 공중, 해상 및 육지 전투 영역의 현대화 능력, 경쟁 우위를 강화하기 위한 혁신, 병력 유지 및 준비태세 향상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미래의 전쟁이 공중, 육지, 해상뿐만 아니라 우주와 사이버 공간에서도 일어나 전쟁의 복잡성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2020년 예산에는 첨단 항공기 580억 달러, 20여 년 만에 최대 조선 요청인 350억 달러, 우주 시스템 140억 달러, 사이버 전쟁 100억 달러, AI와 자율 시스템 46억 달러, 초음속 무기 26억 달러가 포함되어 있다.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선박 건조 요청과 70년 만의 최대 연구개발 요청 등 모든 전투영역 전반의 역량을 현대화하여 고급 싸움에 필요한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예산은 10년 만에 증가율이 가장 높은 3.1%의 군사 임금 인상을 상정하였고, 경쟁 우위 유지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향후 미국 국방부의 2020~2023년 총 연간 비용은 2019년과 거의 동일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현재 해외비상작전 예산에 투입된 많은 비용을 기본 예산으로 옮기는 전환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본예산에 포함된 비용은 연평균 470억 달러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 국방부 추정에 근거하여 의회예산국은 2019년 예산이 2023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지 예산은 2033년까지 735억 달러로 10년 동안 실질적으로는 11% 늘어난다. 여기에는 다양한 비용이 포함되는데 2024년부터 2033년까지의 전체 증가분의 약 25%는 군 인건비, 55%는 운용 및 유지 비용, 20%는 무기 시스템 개발 및 구입 비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군사비 지출과 무기 개발은 향후 상당 기간 중국을 따돌리고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미국은 중국에 대한 군사력 증강에 있어 여러 이점을 소유하고 있다. 열거해 보자면, 첫째, 미국이 전투 및 지원 병력을 서태평양의 거의 모든 곳에 신속하게 전달 및 유지하며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 둘째, 한국, 일본, 호주 등 고도로 능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지역 동맹국이 있다는 점, 셋째, 중국은 지상, 해상으로 군사력을 투사하는데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다는 점, 넷째, 미국의 기술 우위로 인한 취약성 보호 능력, 다섯째, 통상전력 분야 중국에 대한 확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중국 미래 군사력 향후 미중 간 군사균형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미국을 위협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다음의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첫째, 중국의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군사비를 충당할 수 있는 자원을 공급해야 하고, 둘째, 군사기술 혁신을 위해 중국의 방위 산업이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Rand Project AIR FORCE(PAF)에 따르면,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지난 30년과 같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랜드에 따르면 2025년까지 경제가 연평균 5%의 성장률 정도를 보일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에 따라 국방비 지출은 제약을 받을 것이 명백하다. 중국의 인구가 고령화되고 도시화됨에 따라, 정부는 연금과 의료와 같은 필요한 사회 프로그램과 공공 기반 시설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 강한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요구들은 중국이 군사 지출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제한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중국의 방위산업은 여전히 기술적으로는 낙후되어 있지만 급속히 발전하고 있고 중국 정부가 개혁을 계속 추진하며 국방비를 늘릴 경우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중국의 군사력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고, 그 핵심은 A2AD 능력의 향상에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4척의 항모를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랴오닝형 STOBAR 항모 2척과 재래식 CATOBAR 항모 2척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전반적인 질적 우위를 누릴 것이지만, 중국은 분쟁 초기에 잠정적인 국지적 우위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또한 전 세계에 해군력을 분산시킬 필요 없이 잠수함과 수상함을 대량으로 배치할 것이다. 중국 공군은 B-21 레이더 스텔스 폭격기와 기존의 폭격기를 이용하고, J-10과 J-11을 출격시켜, 자국 함대를 미국의 F-15, F-16, F/A-18의 기존 병력과 맞먹게 할 것이다. 중국이 현대화 프로그램을 통해 군사력을 2030년까지 미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에는 충분치 않을 것이지만, 격차는 좁혀질 것이다. 풍부한 기지와 엄청난 수의 탄도, 순항, 대공미사일을 배치하는 한편, 첨단 스텔스 항공기, 자율 무기, 초음속 순항 미사일, 그리고 다른 정교한 무기들을 활용하여 A2AD 전략을 효율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2030년까지 변화의 한 축은 무인 플랫폼이 될 확률이 크다. 어떤 플랫폼이 중심이 될지는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공중, 해군, 해저 드론이 서로 경쟁하거나 유인 플랫폼과 함께 전투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 이들 무인기는 대규모 정찰 및 통신 시스템 등에 사용되고 서로를 교란하는 전투도 치열할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군사안보 경쟁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전쟁이 어떻게 끝나는가에 따라 군사 경쟁과 충돌의 가능성이 보다 구체화될 것이다. 대략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해 볼 수 있다. 첫째 시나리오는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미중의 경제가 최대한 분리(decoupling)되는 것이다. 미중 양측이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독자적인 경제 영역을 최대한 구축하는 대안이다.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의 상향 조정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높은 관세는 공급자, 제조업체, 소매업자 및 소비자에게 비용을 증가시키고, 물가가 오르면 생산량이 줄고, 이윤도 줄고, 기업은 폐업하고, 일자리는 없어진다. 중국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하고 미국도 마찬가지 행태를 보일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은 공급망을 최대한 중국에서 동남아로 이전하려 할 것이고 중국 회사들 역시 미국으로부터 다변화된 경제 상대를 모색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미중 간 안보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진다. 미중 간 경제적 상호의존이 높은 상태에서 실제의 군사충돌을 막으려는 행위자들이 미중 양국에 존재한다. 일단 충돌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양국 모두 경제피해가 극대화되므로 단기적으로 충돌로 끝내고자 하는 압박이 심할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현상복원의 상태로 미중 모두 무역 적대행위를 종식시키고 양자 회담에서 합의하는데 동의하는 것이다. 애초의 미중 관계로 최대한 복원하여 상호이익을 추구하며 관세 인상을 철회하는 시나리오이다. 이전의 상호의존관계가 복구되지만 향후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대한 예상하며 신중한 상호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미중 간 군사충돌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미중이 경제 영역에서 상호이익을 도모하려 노력하고 분쟁을 양자협상에 의해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한 군사적 수단을 쓸 당장의 필요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충돌을 예상하고 군비증강은 꾸준히 이루어질 것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새로운 미중 경제관계의 규범을 확립하고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의 기초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비단 미중의 노력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양 정부는 쌍무적 시장 접근, 지적 재산권 확보, 중국 민간 부문의 공정 경쟁, 그리고 규제와 통관 투명성 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합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적으로 귀결될 경우 안보 분야에서 협력도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중 양국이 상호 발전을 호혜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제도화할 수 있는 규범을 창출하는 한편, 다른 국가들도 이를 지원한다면 새로운 협력적 질서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군사 충돌의 시나리오 향후 10여년을 두고 미중 충돌 가능성을 예상해 볼 때 전면적 충돌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경제 분쟁, 기술 분쟁, 더 나아가 에너지 경쟁 등이 지속되면서 군사력 사용에 대한 유인이 증가할 수 있다. 한정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군사작전, 미중 양국의 국내적 좌절, 예방적 선제 공격의 필요성 등에서 시작되는 충돌을 상정해볼 수 있는 있다. 2025년까지 미중 전쟁 양상을 분석한 랜드 보고서가 한 예다(Gombert et al. 2016). 전쟁이 발발하면 이는 동아시아에서 발발하고 동아시아에 국한될 것으로 본다. 전쟁의 양상은 해전, 공중전, 우주전과 사이버전의 다전장 전쟁의 양상을 띨 것으로 본다. 서태평양 지역이 주요 전장이 될 것이고, 전쟁이 악화되더라도 핵전쟁의 위험을 무릅쓸 만큼 전쟁이 악화된 것으로 양측이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사이버전을 제외하고는 미국 본토를 공격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데 중국이 충분한 군사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동아시아 전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중국 본토의 여러 목표를 타격 대상으로 설정할 수 있다. 군사기술이 발달하여 정찰, 유도무기, 디지털 네트워크, 다른 정보 기술이 모두 동원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미중은 서로에게 심각한 손해를 입힐 수 있다. 미중이 지상군을 동원하여 전투를 벌일 가능성은 매우 적다. 결국 전쟁은 산업, 기술, 군사력 동원의 싸움이 될 확률이 크다고 보아야 한다. 전쟁의 형태는 단기와 중기, 전쟁의 강도는 저강도와 고강도로 나눌 수 있다. 단기는 수 일, 혹은 수 주 정도의 전쟁일 것이고, 중기는 1년 안팍 정도를 임의로 상정할 수 있다. 전쟁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군사적 손실은 공중전력, 함대, 잠수함, 미사일 발사대 및 저장고, C4ISR 체제, 사이버와 반위성 공격 능력 등을 들 수 있다. 사이버전이 강화되고 무역과 투자에 손실을 가하는 봉쇄나 제재가 지속되면 경제적 손실도 전쟁 의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향후 미중 간의 경제력 균형, 기술력 균형에 따라 전쟁의 양상과 승패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2035년경 중국의 GDP가 1인당 2만 달러 정도에 도달할 즈음에는 미중 간 전체 GDP가 대등점을 향해 나아갈 것이고, 기술력에서도 중국이 상당 부분 미국을 따라갈 전망이다. 물론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경제분쟁의 결과에 따라 다른 경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첫째, 단기적이고 고강도의 전쟁이 벌어지면 양측의 군사력, 특히 첨단 기술 군사력의 균형이 중요할 것이다. 중국의 A2AD 능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가 중요하며 이에 따라 미국 해공군 전력의 피해가 결정될 것이다. 중국이 입는 군사적 타격도 매우 클 것이며, 중국 주변의 경제상황, 특히 대외 무역에 필요한 공급망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둘쨰, 장기적이고 고강도의 전쟁이 벌어지면 동아시아 전체가 전장이 될 것이며 미중 양국이 입는 타격은 매우 클 것이다. 중국의 A2AD 전력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므로 미국의 군사적 손실이 클 것이며, 결국 미국은 중국 본토의 목표들을 타격하게 될 것이다. 서태평양에서 남중국해 전역에 걸친 전장이 형성될 것이므로 중국의 대외경제활동 여건은 매우 악화될 것이다. 셋째, 단기적이고 저강도의 전쟁이 벌어지면 양측은 최소한의 군사적 피해만 보고 타협 가능한 목표를 찾을 것이다. 국내정치나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기 전에 타협점을 찾아 이후 외교적 해법을 추구할 수 있다. 넷째, 장기적이고 저강도의 전쟁이 벌어진다면 양측의 군사적 손실도 점증하지만 국내정치적, 경제적 손실을 누가 더 많이 받는가가 중요한 싸움이 될 것이다. 장기 전쟁을 지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측이 승리할 확률이 높다.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미중 양측의 경제력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GDP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랜드 보고서는 중국의 경우 25-35% 하락, 미국은 5-10% 하락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타격을 입으면 중국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도 가능하고 특히 중국 내 불만세력, 분리세력들의 목소리도 높아질 수 있다. 이외에도 동맹국이나 우호국의 참여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발동하여 미중 전쟁에 참여한다고 볼 수 있다. 호주 역시 일정 부분 참가할 수 있다. 반면 중국 편에서 러시아가 참전할 지는 명확치 않다. 미러 간의 군사 충돌은 더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A2AD에 투자할 수 있는 장기적인 경제력과 기술력이 전쟁의 양상을 좌우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력이 증강된다고 하여 전쟁에서 반드시 미국에 승리한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이 전쟁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해서 중국가 승리할 것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비대칭전략과 기습 공격의 우위 미국이 중국의 A2AD 전략에 맞서기 위해 자국 중심의 군사력 사용을 주된 전략 내용으로 할 수 있지만 미국의 동맹국, 혹은 전략협력국의 적극적 거부(active denial) 전략을 지원할 수도 있다. 대만,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국가들이 미국과 협력하여 중국의 팽창적인 해양전략에 거부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에서 군사적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중국이 아시아에서 가지고 있는 해군력의 우위는 미국을 제외하더라도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며, 특히 군사력 투사라는 공격적 능력의 사용은 방어적 능력 사용에 비해 훨씬 많은 비용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만 공격 혹은 봉쇄 전략도 대만의 군사력, 특히 미국의 지원을 고려해 볼 때 현재로서는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다.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들이 갖고 있는 중국 해군력에 대한 A2AD 능력 역시 중국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동중국해에서 일본과의 대결은 중국으로서도 낙관할 수 없다(Beckley 2017). <그림 2>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맞서고 있는 국가들과 중국의 군사력 비교 (1977-2017) 출처: Beckley (2017, 82) 물론 실제로 전쟁이 발생하면 미중 간의 지구적 군사력 균형, 혹은 동아시아 전체의 군사력 균형이 반드시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것인가는 알기 어렵다. 미중 간에는 확실한 군사력 불균형이 존재하지만 비대칭위협과 비대칭전략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 군사력은 아시아의 제한된 수의 기지와 2개의 항모 전단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이 A2AD 전력을 증강하여 이 기지들과 항모에 대한 공격을 집중적으로 가할 수 있다면 미국의 단기적인 대중 공격 전력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은 DF-21과 DF-26 등 미국의 기지는 물론 항모와 같은 이동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가고 있다. 현재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대중 공격력에 대해 중국은 기습 공격으로 미국의 상쇄전력의 상당 부분을 파괴한 후 대만, 동중국해 등에 대한 공격 목적을 일정 부분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특히 중거리 핵미사일 협정에 묶여 있었던 반면 중국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을 타격할 수 있는 지대지, 지대공 중거리 미사일을 운용할 수 없었다. 협정이 폐기된 이상 미국은 자국 및 동맹국에 대한 중국의 기습적인 공격력을 상쇄하기 위한 전력을 새롭게 운용하고자 할 것이다.   미중 핵전쟁 확전 가능성 패권 전이를 논할 때 과거의 경우 반드시 패권전쟁이 발생할 것으로 상정했지만, 20세기 이후에는 핵억지의 요인으로 패권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중 간에 군사충돌이 발생해도 핵억지가 작용하고 있어 확전은 어려우며, 심지어 군사충돌 자체가 억지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미중 간에 군사 충돌이 일어나면 핵전쟁으로 확전되는 확률이 완전히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미중 전쟁 중 중국이 핵무기를 결코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낙관론과, 경우에 따라서는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보는 비관론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중국은 핵무기로 공격받지 않으면 선제 핵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핵무기 선제불사용 원칙을 준수해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지휘통제 네트워크, 탄도 미사일 잠수함, 이동식 지상 미사일 발사대, 미사일 기지, 방공망 등을 초기에 공격하고 위협을 가할 경우 중국이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미중 간에 통상전이 지속되면서 미국은 중국 본토의 주요 군사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고, 여기에는 중국의 핵미사일 기지가 포함될 수도 있다. 미국은 전쟁이 일어나면 주요 군사 목표물로 미사일 기지, 잠수함 등을 공격할 수 있는데 이는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이 핵운반 시설을 무력화시키는 공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은 핵무기와 통상무기 기지를 구별해 놓고 있고 미국도 중국의 A2AD 공격에 신중을 기할 것이기 때문에 핵전쟁으로의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Talmadge 2017).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통상 공격 속에서 핵전력이 점차 파괴된다고 평가하고 선제적인 핵사용을 고려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가며 중국에 비해 압도적인 미국의 군사력이나 미국 주도의 동맹네트워크, 안보적 함의를 강하게 띠고 있는 인도태평양전략의 진화, 그리고 경제발전에 주력하여 사회주의 강대국을 실현해야 하고 국내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정적인 국제환경이 필요한 중국의 상황 등을 고려해 볼 때 미중 군사충돌의 가능성을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 미중 관계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놓고도 많은 논란이 있고, 미국, 중국 내에서도 많은 의견과 전략 담론들이 공존하고 있으며, 경쟁의 단계도 무역에서 시작하여 많은 이슈 영역이 놓여 있다. 무역, 기술, 에너지 등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경쟁이 지속될 것이며, 이와 더불어 군비경쟁과 동맹 경쟁도 지속되고, 아마도 군사충돌은 나중에 이르러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군사충돌, 더 나아가 본격적인 전쟁까지 여러 단계가 남아있다고 해서 반드시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상황은 예상보다 더 빨리 악화될 수 있고, 경쟁의 단계는 조속하게 하나씩 완결되어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중 간의 경쟁은 정책 대결을 넘어서서 상대방의 정체성에 대한 불신과 체제 대결 구도로까지 번지는 경향을 보인다. 상호 관여에서 상호 대결로 정체성의 관계가 변화될 때 국가이익과 국민들의 인식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양국에서는 전쟁을 상정한 다양한 논의가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있고, 미국의 경우 많은 학술논문들도 미중 간 군사충돌에 대해 구체적으로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군사충돌이 돌이킬 수 없는 적대감을 산출하고 동아시아 국가 다수에게 큰 고난을 안겨줄 것이 명확하므로, 우리는 미중 경쟁이 가져올 피해를 예상하고, 미중 양국이 새로운 타협과 협력적 질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     References 이승주. 2019. “미중 무역전쟁: 다차원적 복합 게임.” EAI 스페셜 이슈브리핑. 7월 11일. 하영선, 전재성. 2019. “인도·태평양을 둘러싼 미중의 포석 전개와 한국의 4대 미래 과제.” EAI 특별기획논평. 6월 6일.   Beckley, Michael. 2017. “The Emerging Military Balance in East Asia: How China's Neighbors Can Check Chinese Naval Expansion.” International Security 42(2): 78–119. Gompert, David C., Astrid Stuth Cevallos, and Cristina L. Garafola. 2016. War with China: Thinking through the Unthinkable. Santa Monica, Calif.: RAND Corporation. 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2019. 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19. Arlington, VA: U.S. Department of Defense. May 2. Caitlin Talmadge. 2017. “Would China Go Nuclear? Assessing the Risk of Chinese Nuclear Escalation in a Conventional War with the United States.” International Security 41(4): 50–92. U.S. Department of Defense. 2018. Assessment on U.S. Defense Implications of China’s Expanding Global Access. December.     ■저자: 전재성_ EAI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외교부 및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이론, 국제관계사, 한미동맹 및 한반도 연구 등이다. 주요 저서 및 편저로는 《남북간 전쟁 위협과 평화》(공저), 《정치는 도덕적인가》, 《동아시아 국제정치: 역사에서 이론으로》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최수이 EAI 선임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6) I schoi@eai.or.kr     [EAI논평]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논평 시리즈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전재성 2020-06-05조회 : 9506
논평이슈브리핑
[EAI 논평] <미중 경쟁의 미래 - 자원 편>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의 미중 경쟁

.a_wrap {font-size:14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0px;} 편집자 주 EAI는 중국의 미래 성장이 인류의 공생과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바람직한 아태 질서 설계도를 마련하고 한국의 역할을 제시하고자, 2018년부터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이라는 중장기 연구사업을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 사업의 첫 단계 연구가 마무리됨에 따라, EAI는 그간의 연구 성과를 지난 4~5월에 걸쳐 영문 워킹페이퍼 시리즈로 발간하였습니다. 그 후속 시리즈로, EAI는 미중 관계의 미래를 조망하는 4편의 보고서로 구성된 “미중 경쟁의 미래: 4단계 경쟁 동학" 스페셜 이슈브리핑 시리즈를 기획하였습니다.  그 시리즈의 세 번째 보고서로, 이왕휘 아주대 교수가 집필한 미중 에너지 확보 경쟁에 관한 이슈브리핑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은 향후 20년간 에너지 수요가 가장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미국은 오는 2020년을 기점으로 에너지 순수출국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에너지 수급이라는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미국과 중국은 상호보완적인 입장에 있는 관계로 양국 간 에너지 협력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나 미중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에너지 부문에서의 양국 관계도 ‘윈윈 게임’에서 ‘제로섬 게임’으로 그 성격이 바뀌었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특히, 에너지 자원이 가지는 안보적 함의를 고려할 때, 무역전쟁이 협상을 통해 종식된다 하더라도 중국은 미국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 할 것인 바, 에너지 교역의 확대가 안보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고 저자는 평가합니다.     들어가며 이 글은 2040년 세계 에너지 시장에 대한 영향을 시장 및 정책의 관점에서 전망한다. 시장의 관점에서는 장기적으로 에너지 자원의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검토해야 한다. 에너지를 생성하는 자원의 공급과 수요는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에 따라 좌우된다. 정책의 관점에서는 주요 자원의 공급과 수요는 한 국가는 물론 대륙 내에서도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자원안보를 둘러싼 지경학적 측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단기적으로 무력 충돌, 경제 제재, 테러 등과 같은 사건은 에너지 시장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21세기 들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은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더 많은 에너지와 더 적은 탄소’라는 구호가 시사하듯이, 전 세계적 차원에서 탄소배출량 감축은 대체 에너지의 사용 증가로 인한 에너지 믹스의 조정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의 개선을 통한 사용량의 절대적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세계 에너지 시장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의 장기적인 변동 추세와 함께 국제정치적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요소는 중국의 경제 성장이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경제성장과 에너지 소비는 동시에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장기 전망을 제공하는 국제에너지기구(IEA),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엑슨모빌, BP 모두 중국의 에너지 수요가 2040년까지 연평균 1.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된 미국의 셰일 혁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석유위기 여파로 1975년 도입된 원유 수출 금지 조치가 2015년 12월 해제된 이후 수출이 급증하여, 1948년부터 석유 순수입국이 되었던 미국은 2018년 12월 석유 순수출국이 되었다. 중단기적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2018년 3월 무역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에너지 교역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즉, 미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수출을 증가시켰다. 동시에 중국은 수입선의 다변화(러시아와 중동의 비중 축소)와 대미 무역적자 축소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수입량을 증가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2019년 들어 무역전쟁이의 악화로 양국 사이의 무역이 급속하게 줄어들어 선순환 구조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있다. 타협을 통해 무역전쟁이 종식되더라도, 미국의 공격적 의도를 절감한 중국이 미국 에너지 자원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이하 이 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다음 절에서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 대한 2040년까지 전망을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검토한다. 미국과 중국의 협력과 갈등이 중단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미중 갈등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함의를 간략하게 논의한다.   세계 에너지 시장의 장기적 변화 추세 에너지 소비를 추정할 때 사용되는 주요 변수는 인구 증감, 에너지 원단위(Energy Intensity; 1차 에너지 소비량을 GDP로 나눈 값으로, GDP 1,000달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양), 일인당 국내총생산(GDP), 순 증감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일인당 GDP이다.   <표 1> 1차에너지 수요 증가 기여분 출처: Contributions to Primary Energy Demand Growth, Energy Outlook Downloads and Archive (BP 2019)   역사적으로 경제 성장으로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에너지 소비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경제가 성숙하게 되면 잠재 성장률, 인구 증가율, 에너지 원단위가 낮아지기 때문에, 일인당 에너지 소비는 정체되거나 감소하였다. 이런 과거의 경험을 보면, 2040년까지 신흥국에서 에너지 소비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선진국에서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1> 1인당 에너지소비량과 1인당 GDP (2000, 2015, 2040년) 출처: Annual International Outlook 2018: Summary (EIA 2018, 4)   신흥국 중에서도 중국과 인도의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 이유는 양국의 경제성장 기여분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2040년까지 세계 경제의 성장 기여분의 약 80%는 신흥국에서 나오는데, 약 1/3이 중국, 1/5이 인도의 몫이다.   <표 2> 세계 경제성장 기여분 출처: Global GDP Growth and Regional Contributions, Energy Outlook Downloads and Archive (BP 2019)   에너지 소비량은 중국보다는 인도에서 더 빨리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증가율은 1995-2017년 사이 평균 5.1%에서 2017-40년 사이 평균 1.1%로 급감하는 반면, 인도는 같은 기간 5.1%에서 4.2%로 조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증가율 둔화는 잠재 경제성장률의 저하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성 증대와 에너지 소비가 많은 제조업 비중 하락에서 기인한 것이다. 2020년 이후 증가율에서는 인도가 중국을 추월하겠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중국보다는 인도에서 더 빨리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증가율은 1995-2017년 사이 평균 5.1%에서 2017-40년 간 평균 1.1%로 급감하는 반면, 인도는 같은 기간 5.1%에서 4.2%로 조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증가율 둔화는 잠재 경제성장률의 둔화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성 증대와 대체에너지 개발에서 기인한 것이다. 증가율에서는 2020년 이후 인도가 중국을 추월하겠지만, 절대적 소비량에서는 중국이 순증가분의 약 20%를 차지하여 2040년에는 인도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표 3> 1차에너지 소비 출처: Primary Energy Consumption, Energy Outlook Downloads and Archive (BP 2019)   공급 측면에서는 에너지 믹스에서 가장 큰 비중을 가지고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를 관리하고 예방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청정 에너지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이 석탄 사용을 우선적으로 감축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와 천연가스의 비중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표 4> 1차에너지 수요: 연료 출처: Primary Energy Demand: Fuel, Energy Outlook Downloads and Archive (BP 2019)   2017년부터 2040년까지 석유와 천연가스의 생산량은 약 0.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브리질에서 석유 생산량이 1%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이 브라질보다 최소 3배 이상 생산량이 많기 때문에, 절대적 차원에서는 미국의 증가량이 가장 클 것이다.   <표 5> 석유 생산 출처: Oil Production, Energy Outlook Downloads and Archive (BP 2019)   오염물질을 상대적으로 덜 배출하는 천연가스 생산은 유럽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량의 증가폭을 볼 때 미국과 러시아의 비중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표 6> 천연가스 생산 출처: Gas Production, Energy Outlook Downloads and Archive (BP 2019)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 세계적 차원에서 에너지 수요와 공급 추세를 예상해보면, 대륙 사이에 편차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아시아와 유럽은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하며, 유라시아, 아프리카 및 아메리카는 그 반대다. 2017-40년 사이 변동폭을 보면 아시아의 결핍과 아메리카의 잉여가 가장 크다. 따라서 향후 20년 동안 아시아와 아메리카는 에너지 교역을 통해 상호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   <그림 2> 화석연료(석유, 가스, 석탄) 교역 수지 출처: Energy Outlook 2019 (BP 2019, 71)   아시아에서 20년간 에너지 수요가 가장 많이 증가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에너지 수요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도시화라고 할 수 있다. 도시화는 일인당 GDP를 상승시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향후 20-30년 동안 미국 전체 인구보다 많지만 유럽연합(EU) 전체 인구보다 적은 3~5억 명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험적으로 볼 때, 현재 중국과 유사한 소득수준을 가진 국가들의 도시화 비율이 70%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중국에서는 도시화가 최소 20∼30% 더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미국과 유사하게 발전할 경우 80%, 한국과 일본과 같이 과정을 따를 경우 90%에 이를 것이다. 반면, 에너지 수요의 증가 속도는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다.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을 강조하는 ‘공급측 개혁’은 장기적으로 중국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2017-40년 사이 에너지 원단위가 약 5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중국 정부는 원유 및 석탄보다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더 많이 사용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믹스를 변경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2014년 4월 중국 국무원이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를 통해 제시한 ‘천연가스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메커니즘 설립에 관한 의견’(關與建立保障天然氣穩定供應長效機制的若干意見)에 반영되어 있다. 아직까지는 중국의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천연가스의 비중은 5% 미만으로, 미국의 30%, EU의 24%, OECD 국가의 26%, 전 세계 평균 24%와 비교해 아주 낮은 수준이다. 중국이 산유국으로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기는 하나 소비량이 생산량보다 빨리 증가하기 때문에 수입의존도는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다. 2017-40년 사이 석유 수입의존도는 67%에서 76%, 천연가스 의존도는 38%에서 43%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천연가스의 비중이 단기간에 급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우선 천연가스의 가격이 석탄은 물론 석유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라 소득 수준이 높은 대도시에서만 감당할 수 있다. 또한 천연가스를 운송하는 인프라(가스관, 도시가스 배관, 천연가스 충전소 등) 등도 지역적으로 불균등하다. 현재 중국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는 셰일가스, CBM 등과 같은 비전통 가스보다 전통 천연가스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에도 주의해야 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3년 천연가스 사용인구는 2.4억 명, 도시의 가스보급률은 32%였다. 이를 감안할 때, 천연가스 비중은 2016년 6%에서 2040년에는 약 13%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제조업의 비중이 줄어드는 동시에 에너지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신기술의 도입으로 에너지 소비량은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7-2040년 사이 에너지 원단위가 약 36%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기후변화 예방이란 차원에서 청정 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믹스에서 화석원료의 비중이 줄어들고 대체 에너지의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셰일가스 혁명으로 생산량이 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천연가스의 비중이 2018년 28%에서 2040년에는 37%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은 2020년 1차에너지원의 자급자족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량의 증가 속도가 소비량의 증가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남는 분량을 해외로 수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2015년 12월 오바마 행정부는 석유 수출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1953년 이후 에너지 순수입국이었던 미국은 2020년 순수출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3> 미국의 총 에너지 교역 수지 (전망치 기준) 출처: Annual Energy Outlook 2019: with projections to 2050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2019, 13)   향후 미국의 1차에너지 수출은 석유보다는 천연가스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 수출은 203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 감소하겠지만, 천연가스의 수출은 2050년 이후에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LNG 수출은 2018년 전년 대비 61% 급증하여 세계 4위의 수출국이 되었으며, 건설 중인 설비가 완공되는 2020년에는 최대 수출국이 될 것이다. <그림 4> 자원별 순에너지 수지 (전망치 기준) 출처: Annual Energy Outlook 2019: with projections to 2050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2019, 13)   현재 미국의 천연가스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로 수출되고 있다. 생산량이 급증하는 2020년 중반 이후 미국은 새로운 수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국가는 극소수이다. 국제가스연맹(International Gas Union: IGU)에 따르면, 2018년 백만 톤 (MT) 기준으로 세계 시장에서 LNG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는 일본(25.4%), 중국(16.7%), 한국 (13.6%), 인도(7.1%) 순이다. 2018년 전년 대비 수입량을 39% 증가시켰던 중국은 2025년에 이르면 일본을 제치고 최대 수입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입하는 ‘노드 스트림(Nord Stream) 2’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시장에 대한 수출 전망은 밝지 않다. 따라서 미국 가스업계는 대중 수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그림 5> 미국의 천연가스 교역 (전망치 기준) 출처: Annual Energy Outlook 2019: with projections to 2050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2019, 19)   무역전쟁이 미중 에너지 관계에 미친 영향 무역전쟁 발발 이전에 LNG는 미중 경제협력의 모범사례로 간주되었다. 중국의 미국산 LNG 수입은 미국의 공급 과잉 해소, 중국의 무역흑자 축소와 수입 다변화(카타르, 호주 및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 제한)라는 공동의 이해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무역전쟁 전에 미국은 LNG 교역을 통해 미대중 무역적자를 약 170억 달러 규모 정도 줄이는 한편, 중국은 에너지 수입비용을 약 18억 달러 정도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었다. 이러한 상호이익 때문에 대규모 장기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도 교역이 급속하게 늘어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 <그림 6> 액화천연가스(LNG) 교역 전망 (국가 및 대륙 별) 출처: Energy Outlook 2019 (BP 2019, 98)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미중 정상회담(2017년 4월 7일)에서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대중 무역적자 축소를 위한 ‘100일 행동계획’(100 day action plan; 百日计划)에 합의하였다. 5월 11일 양국의 상무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10개 합의안 중에 네 번째가 중국의 미국산 LNG 수입이었다.   미국은 중국과 우리 무역 상대국들이 미국으로부터 LNG 수입하는 것을 환영한다. 미국은 LNG 수입 인가와 관련하여 다른 FTA 미체결국과 동일한 혜택을 줄 것이다. 중국 기업은 언제든지 각 당사자의 상업적 고려에 따라 장기 계약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계약 방식의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2017년 4월 25일부로 미국 에너지부는 FTA 미체결국에 1일 192억 입방 피트 규모의 천연가스 수출을 인가하였다.    2016년 처음 시작된 중국의 미국산 LNG 수입은이 합의 후 급증하였다. 2017-18년 교역량을 보면, 중국 전체 LNG 수입에서 미국의 비중은 약 4%, 미국 전체 LNG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10%를 살짝 넘어섰다. 미국 기업과 중국 기업의 공동 개발 투자에 대한 논의도 급진전되었다. 이와 동시에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중국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430억 달러를 공동으로 투자하는데 합의한 후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은 LNG 수출시설 확충에 착수하였다. 2018년 2월 미국 셰니에르(Cheniere) 에너지는 세계 3위이자 중국 최대 석유회사인 중국석유집단(中國石油集團; CNCP)와 최초로 대규모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무역전쟁은 윈윈 게임을 제로섬 게임으로 전환시켰다. 중국은 2018년 9월 18일 미국으로부터 수입품에 600억 달러 규모의 5,207개 세목에 대한 5%~10% 추가 보복관세를 부과하였다. 미국산 LNG에는 10%의 관세가 부과되었다. 이후 LNG 교역량은 급속히 감소하였다. 특히 중국이 미국산 LNG에 부과한 10%의 관세가 발효된 이후 거래가 급속히 줄었다. 무역협상의 중단과 재개가 반복된 2019년 3월에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한 건도 없었다. <그림 7> 미국의 LNG 수출(금액: US $) 출처: https://usatrade.census.gov (검색일: 2019년 6월 19일)   선적 실적도 수출 금액과 거의 동일한 양상을 보여준다. 미국의 대중 LNG 수출은 2017년 30척, 2018년 27척에서 2019년 4월까지 2척으로 추락하였다. 2018년도 수출 실적을 보면 중국의 미국산 LNG에 대한 10% 보복관세가 논의되기 전인 상반기에 18척인 반면, 관세 조치가 발표된 9월 이후를 포함한 하반기에는 그 절반인 9척으로 줄었다. 2019년에는 고위급 협상이 재개되었던 1월과 2월에는 각각 한 척에 불과했다. 중국은 미국이 5월 초 보복관세율을 25%로 인상한다고 발표한 이후 미국산 LNG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렸다. <그림 8> 미국과 중국의 LNG 교역 출처: US Department of Energy; Refinitiv Eikon shipping data (Reuters, “Trade War Cuts U.S. Liquefied Natural Gas Exports to China,” May10, 2019에서 재인용)   설상가상으로 2018년 말에 합의된 셰니에르와 중국 3위 석유회사인 중국석유화공(中国石化; Sinopec)과 160-180억 달러 규모의 20년 공급계약의 체결이 지연되고 있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급감하자, 석유가스기업을 대표하는 미국석유협회(American Petroleum Institute)는 2019년 5월 13일 미국 정부에게 무역전쟁의 중단을 촉구하였다.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의 미국산 LNG 수입은 더욱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중국이 미국의 추가 보복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할 경우, 중국 시장에서 미국산 LNG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세계 천연가스 시장이 생산자 시장이 아니라 소비자 시장이기 때문에 미국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중국은 2018년 기준 세계최대 생산국인 카타르(24.9%), 호주(21.7%) – 참고로 3, 4위는 말레이시아 (7.7%), 미국(6.7%) – 로부터 수입을 증가시킬 수 있다. 동시에 중국에게는 러시아로부터 북극항로를 통해 LNG, 파이프 라인을 통해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 있는 두 가지 대안이 남아 있다. 2019년 4월 중국석유와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가 러시아의 노바텍(Novatek)이 추진하는 ‘북극 LNG2(Arctic LNG2)’프로젝트 지분을 각각 10%씩 구매하기로 합의하였다.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가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는 러시아의 비중이 확대되면 중국이 일본 및 한국과 함께 동아시아 LNG 트레이딩 허브를 건설할 수 있다고 전망하였다. 이럴 경우 미국의 영향력은 더욱 제한될 것이다.   나가며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경제적인 차원에서 미국의 잉여와 중국의 결핍이라는 상호보완적인 관계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에너지 협력에 대한 기대는 매우 컸다. 특히 향후 20년간 미국에서 생산량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LNG에 대한 중국 내 수요가 급증하고 있었기 때문에 양국 간 교역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무역전쟁 이후 중국이 미국산 LNG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에너지 협력의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무역전쟁이 협상을 통해 종식되더라도, 중국이 미국산 LNG의 최대 수입국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졌다. 에너지 자원이 가지는 안보적 함의 때문에, 중국이 미국산 LNG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교역의 확대가 안보 관계를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저자: 이왕휘_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영국 London School of Economic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정치경제와 기업·국가 관계이다. 공저로는 《일대일로: 중국과 아시아》(2016), 《동아시아지역 거버넌스와 초국적 협력》(2019), 《남·북·중 경제 협력 방안 연구》(근간)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일대일로 구상의 지경학: 중아합작(中俄合作) 대 연아타중(連俄打中)〉(국가안보와 전략 2017), 〈핀테크(金融科技)의 국제정치경제: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국가전략 2018), 〈미중 무역전쟁: 미국 내에서 보호주의에 대한 저항과 중국의 대미 로비〉(국가안보와 전략 2018)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최수이 EAI 선임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6) I schoi@eai.or.kr     [EAI논평]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논평 시리즈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이왕휘 2020-06-05조회 : 9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