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지속적으로 연평균 경제성장률 9%를 상회하는 고도의 성장을 이루었다. 이러한 중국의 고속 성장은 국내 및 지역적 차원을 넘어 지구적 변화를 견인하고 있으며, 이는 안보와 경제 등 전통적 이슈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환경 등 신흥 이슈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중국의 변화가 인류의 공생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바람직한 아태 질서 설계도를 마련하고, 한국의 역할을 제시하고자 EAI는 2018년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이라는 중장기 연구사업을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다.

 

아-태 에너지·자원 협력 구상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 간의 무역 분쟁은 무역과 기술 영역에 대해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금융과 에너지, 군사·안보 부분에는 아직 대립이 본격화되고 있지 않다. 동아시아 연구원은 아-태 지역에서 에너지·자원 분야의 협력이 미·중 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오히려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미완의 영역이자 가능성을 지닌 영역으로 바라보고, 중견국인 한국이 주축이 되어 미·중 간 협력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아-태 에너지·자원 협력 구상>은 한샘DBEW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인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프로젝트(2018-2021)의 제2차년도 사업이다.

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미중경쟁의 미래와 한국의 전략 II: 정치규범과 체제 갈등_기획의도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6px;} "미중경쟁의 미래와 한국의 전략 II: 정치규범과 체제 갈등"     EAI는 '미중 경쟁의 미래와 아태 신문명 건축' 연구의 제2회로 정치·규범편 스페셜리포트를 게재합니다. 미중 전략경쟁은 2018년 무역전쟁, 2019년 기술전쟁을 거쳐 2020년에 들어 정치, 규범 차원의 대립과 갈등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관세 장벽 카드와 첨단 기술 관리 카드를 활용하여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동시에 인권과 민주주의 등 가치와 이념 카드를 내밀며 중국 정치 체제를 압박하고 있고 중국은 강력히 맞서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이 분야에서 경쟁과 갈등의 수위는 높아갈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분석과 전망을 제시하고자 EAI는 스페셜리포트 시리즈 총 2편을 아래와 같이 게재합니다.   1. 김헌준, 미중 규범 경쟁: 인권과 민주주의, 한국의 대응 2. 이동률, 미국의 중국 체제 압박: 배경, 특징, 전망     [EAI 스페셜리포트]는 특정 주제 하의 논평들과 연구 회의의 결과물을 모아 기획·편집한 보고서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2020-11-25조회 : 9803
멀티미디어
[MBN-동아시아연구원 외교전략 심포지엄] 미중 전략 경쟁과 한국의 중견국 외교

  동아시아연구원(원장 손열)은 MBN과 공동으로 를 10월 29일(목)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개최하였습니다. 미중 안보 경쟁과 한국의 전략, 미중 무역·기술 경쟁과 한국의 전략, Empowering Middle Powers through Cooperative Networks 세션으로 진행되었으며, 세션 별 참석자들은 격화되는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중견국 협력 방안에 대하여 깊이 논의하였습니다. 본 심포지엄은 사전 신청한 현장 참석자와 실시간 온라인 청중이 함께하는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제3세션 진행을 위하여 호주, 독일, 인도네시아를 화상으로 연결하였습니다.    프로그램 프로그램 11:30-11:55 개회사 손  열          동아시아연구원 원장, 연세대학교 교수 환영사 장승준          MBN 대표이사 사장 축사 정세균          국무총리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11:55-12:00 기조발언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 12:00-13:00 오찬 격려사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 격려사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13:00-14:10 제 1세션 <미중 안보 경쟁과 한국의 전략> 사회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발제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 전재성           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교수 토론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14:20-15:30 제 2세션<미중 무역ž 기술 경쟁과 한국의 전략> 사회 이숙종           동아시아연구원 시니어펠로우, 성균관대학교 교수 발제 배영자           건국대학교 교수 이승주           동아시아연구원 무역·기술·변환센터 소장, 중앙대학교 교수 토론 이왕휘           아주대학교 교수 임형규           ㈜ 창림 대표, 카이스트 발전재단 이사 15:30-16:00 Coffee Break 16:00-17:20 제 3세션 사회 손  열             동아시아연구원 원장, 연세대학교 교수 패널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Hervé Lemahieu   호주 Lowy Institute Asia Power and Diplomacy Program 디렉터 Hanns Maull        독일 SWP, 시니어펠로우 Marty Natalegawa  前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 17:20-17:25 폐회사     개회식   제1세션   제2세션   제3세션   제3세션 (한국어 통역)  

2020-10-30조회 : 10018
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미중경쟁의 미래와 한국의 전략 I_④ 미중 디지털 통화 경쟁: 디지털 위안 대 디지털 달러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6px;} 편집자 주 본 스페셜리포트에서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로운 경쟁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미중 간 디지털 통화 경쟁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2008년 최초의 암호자산 등장은 국제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저자는 중국이 주도하는 "디지털 위안"에 맞서 전자화폐 시장을 먼저 선점하려는 미국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러나 디지털 통화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이 가지고 있는 각국만의 유리한 조건으로 인하여 최종 승자를 예측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 아래는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전문은 상단의 첨부파일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1. 머리말 2008년 역사상 최초로 암호자산(cryptoasset; 加密资产)인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후 약 2,000여 종 이상의 가상화폐가 거래되고 있다. 2019년 6월 페이스북은 27개 핀테크 기업들과 함께 세계통화(global currency)를 지향하는 리브라(libra; 天秤币)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IT기업과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도 디지털 통화(digital currency; 数字货币)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노르웨이, 동카리브, 바하마, 스웨덴, 스위스, 싱가폴, 영국, 일본, 중국, 캐나다, 태국, 프랑스, 홍콩 및 유럽연합(EU) 중앙은행들이 중앙은행디지털통화(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中央银行数字货币)의 발행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 중 캐나다, 영국, 일본, ECB, 스웨덴, 스위스 중앙은행은 2020년 1월에 디지털화폐 연구 그룹을 결성하였다(Adrian and Mancini-Griffoli 2019; Nelson 2019; Kiff et al. 2020; Allen 2020; 한국은행 2019). 코로나 19위기 발생 이후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봉쇄의 결과 금융 거래에서 비대면(untact) 지급 결제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통화의 사용 범위와 금액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디지털 통화 개발 경쟁에서 가장 앞서있는 국가는 중국이다(Wang 2019). 2014년부터 블록체인(blockchain; 区块链)에 기반을 둔 디지털 통화를 개발해온 중국인민은행은 2019년 말부터 CBDC인 디지털통화전자지불(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 数字货币电子支付)― 이하에서는 디지털 위안으로 약칭―을 주요 민간 금융기관들과 함께 시범 운용하고 있다. 중국이 디지털 통화 경쟁에서 미국을 앞서게 될 수 있었던 계기는 비트코인 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013∼17년 중국은 비트코인의 최대 채굴국이자 최대 거래국이었다. 금융시장 불안정 증폭과 자본도피의 통로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강력히 규제하였지만, 중국 정부는 핀테크 발전을 위한 블록체인 개발은 적극적으로 장려하였다(이왕휘 2017). 이런 점에서 디지털 위안은 암호자산 산업이 시행착오를 통해 얻는 시장 경험과 기술 발전의 성과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디지털 위안에 대한 미국의 최초 대응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에서 나왔다.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은 27개 핀테크 기업들과 함께 2019년 6월 디지털 통화인 리브라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10월 23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 청문회에서 리브라가 달러화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을 제어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중국이 몇 달 안에 비슷한 아이디어를 착수하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리브라는 주로 달러화에 기반을 둘 것이기 때문에 나는 리브라가 세계에서 미국의 금융 지도력은 물론 우리의 민주적 가치와 감독을 확대할 것이라고 믿는다. 미국이 혁신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금융 지도력은 보장되지 않는다(Zuckerberg 2019, 1).   저커버그의 중국 경고론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 의회 및 중앙은행은 리브라를 디지털 통화로 공인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페이스북의 독점적 지위가 시장경쟁은 물론 국내정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을, 중앙은행은 리브라가 법화 (legal tender)를 독점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반대 분위기 속에서 페이스북은 2020년 4월 리브라를 전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디지털 통화보다는 국가별로 사용될 수 있는 지급결제 수단으로 전환하였다. 그 결과 리브라는 더 이상 디지털 위안의 경쟁자 역할을 하기 어렵게 되었다. 디지털 위안의 상용화가 가까워지자, 그동안 CBDC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었던 미국 중앙은행이 CBCD- 이하에서는 디지털 달러로 약칭 -의 개발을 선언하였다. 2020년 8월 13일 라엘 브레나드(Lael Brainard)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중국이 자체적인 CBDC 버전 개발에서 빠르게 앞서고 있다”(Brainard 2020b)고 지적하였다. 디지털 달러의 플랫폼 개발과 관련된 실무는 보스턴연방준비은행과 MIT 디저털 통화 이니셔티브(Digital Currency Initiative)가 담당하기로 하였다. CBCD가 향후 기축통화 경쟁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위안이 위안화 국제화를 추동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세계통화금융질서는 달러화 블록과 위안화 블록으로 양분될 수 있다(Bansal 2020). 이렇게 되면, 그동안 기축통화로 군림해왔던 미국 달러화의 과도한 특권(exorbitant privilege)은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디지털 달러가 출범하여 디지털 위안을 견제한다면, 위안화 블록의 확대는 어려워질 것이다. 이 때문에 디지털 통화를 먼저 선점하려는 미중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 저자: 이왕휘_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영국 London School of Economic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정치경제와 기업·국가 관계이다. 공저로는 《일대일로: 중국과 아시아》(2016), 《동아시아지역 거버넌스와 초국적 협력》(2019), 《남·북·중 경제 협력 방안 연구》(근간)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일대일로 구상의 지경학: 중아합작(中俄合作) 대 연아타중(連俄打中)〉(국가안보와 전략 2017), 〈핀테크(金融科技)의 국제정치경제: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국가전략 2018), 〈미중 무역전쟁: 미국 내에서 보호주의에 대한 저항과 중국의 대미 로비〉(국가안보와 전략 2018)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내선 209) j.baek@eai.or.kr     [EAI 스페셜리포트]는 특정 주제 하의 논평들과 연구 회의의 결과물을 모아 기획·편집한 보고서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이왕휘 2020-08-26조회 : 10304
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미중경쟁의 미래와 한국의 전략 I_ ③ 미중 국제 기축통화 전략경쟁과 한국의 대응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6px;} 편집자 주 본 스페셜리포트에서 이용욱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위안화 국제화에 따른 미국과 중국의 국제 기축통화 경쟁전략을 탐구합니다. 저자는 미-중 통화경쟁전략(currency statecraft)이 국제 기축통화 결정요인인 경제력, 통화의 신뢰성, 국내금융시장의 유동성 및 제도적 기반, 통화 네트워크, 군사력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구사될 것으로 예측하며 논의를 전개합니다. 미국 달러 체제와 위안화를 포함한 복수기축통화체제 가운데, 저자는 한국의 종합적 국익과 세계 질서의 안정과 번영에 도움이 될 방안에 대하여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책 선택폭 확대를 위하여 수출시장 다변화, 핵심 기술 보유 등의 기초체력을 지속해서 키워 나가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 아래는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전문은 상단의 첨부파일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1. 들어가며 2019년 미-중 무역 분쟁 개시이래 미-중 충돌은 화웨이를 비롯한 IT 산업인 위쳇, 틱톡, 텐센트 제재로 날로 확전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최근 디지털 위안화 출시와 맞물려 달러와 위안화의 격돌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부시 행정부 당시 재무부 장관이었던 헨리 폴슨(Henry Paulson)이 포린어페어지(Foreign Affairs) 2020년 5월 19일 자에 중국 위안화 도전에 직면한 달러의 미래에 대해 기고하였을 뿐만 아니라 벤자민 코헨(Benjamin Cohen, 2017, 2019), 헤롤드 제임스(Harold James, 2020), 에스워 프라사드(Eswar Prasard, 2017, 2020) 등 저명한 국제금융통화 전문가들이 달러 패권의 종언 가능성을 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후술하듯 2009년 이후 진행된 위안화 국제화는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고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안화의 현재 위상은 달러보다 현저히 미약하다. 또한 대다수의 전문가 역시 단기간에 위안화가 달러에 필적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따라서 달러의 미래에 대한 미국발 경고음은 다음의 두 가지 모두 혹은 적어도 두 가지 중 하나의 해석 가능성을 열어둔다. 먼저, 달러 패권을 뒷받침하고 있는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조건이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일 수 있다. 다음으로,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가 그동안의 투자 기간을 거쳐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방관하는 태도를 취하였는데 최근 입장을 선회하여 위안화 국제화에 대응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가 디지털 위안화에 대응하는 디지털 달러 출시를 고려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임으로써 미-중 통화경쟁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지하다시피 통화전쟁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위안화가 달러에 대응할 만큼 국제화를 이루면 미-중 관계는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먼저, G-7, G-20 등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세계 거시경제 조정을 미국의 뜻대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은 통화 패권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금융 권력 때문이다. 위안화 국제화는 이러한 미국의 일방주의를 약화시킬 수 있다. 둘째, 미국의 거시경제 자율권의 대폭적 감소도 예상된다. 다시 말해 미국이 인플레이션 걱정 없이 달러를 마구 발행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전 세계적인 달러 수요는 달러 유동성 증가로 인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일정 부분 상쇄시킨다. 마지막으로,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게 되면 미국의 차입 비용이 증가하여 이에 따른 군사비 지출이 제약된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이 달러체제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이다(이용욱 2017, 165-166).  이러한 맥락에서 이 글은 미국과 중국의 국제 기축통화 경쟁전략을 탐구한다. 미국의 달러 방어 대전략은 무엇일까? 경제번영네트워크(EPN: Economic Prosperity Network)처럼 미국의 동맹국과 우호국을 달러동맹으로 묶을 것인가? 미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약화시킬 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정책 수단은 무엇인가? 초기 진압 수단은 무엇일 수 있으며 중장기 전략은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적극적인 위안화 국제화 정책과는 별도로 중국이 미국 공세에 대응하며 달러 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이 글은 위안화 국제화와 달러 체제 방어 과정에서 미-중 양국이 상대방 압박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전략과 이러한 전략이 쌍방 간에 끼칠 피해규모 산출의 근거를 초보적으로나마 제시해 본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유로, 파운드, 엔화의 비중이 합쳐서 평균 30~35% 내외라고 볼 때, 위안화 국제화를 둘러싼 미-중간의 전략 경쟁은 위안화의 비중이 10~15%를 상회하기 시작할 때 첨예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때 달러 비중은 50% 미만으로 지금과 같은 패권적 통화 지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2장은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추진 배경과 현황을 간략히 검토한다. 정량적 분석과 정성적 분석을 혼합하여 위안화 국제화의 성과를 살펴보는데 최근 전개되고 있는 달러 체제의 위기 징후와 위안화 상승 국면을 주목해본다. 3장은 미-중 통화경쟁전략을 분석한다. 미-중 통화경쟁전략(currency statecraft)이 국제 기축통화 결정요인인 경제력, 통화의 신뢰성, 국내금융시장의 유동성 및 제도적 기반, 통화 네트워크, 군사력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구사될 것으로 예측하며 논의를 전개한다. 4장은 한국의 대응 전략을 피력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 저자: 이용욱_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 캔자스 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고 남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구성주의, 동아시아 지역협력 및 금융지역주의, 그리고 다자주의 무역 질서이며 저서 및 편저로는 《동아시아 지역질서의 복합 변환과 한국의 전략》(2014, 공편), 《국제정치학 방법론의 다원성》(2014, 공편), 《China’s Rise and Regional Integration in East Asia: Hegemony or Community?》(2014, 공저)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내선 209) j.baek@eai.or.kr     [EAI 스페셜리포트]는 특정 주제 하의 논평들과 연구 회의의 결과물을 모아 기획·편집한 보고서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이용욱 2020-08-20조회 : 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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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I 스페셜리포트] 미중경쟁의 미래와 한국의 전략 I_② 미중 경쟁 전망과 한국의 대응 전략: 반도체 부문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6px;} 편집자 주 본 스페셜리포트에서 배영자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욱 심화되어가고 있는 미중 간 반도체 경쟁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중국은 ‘중국제조2025’ 발표와 함께 반도체 기술혁신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혁신에 맞서 미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 기업들의 성장을 견제해오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자는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중요한 파트너인 것을 고려하여 한국의 국익에 기반한 사안 별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 아래는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전문은 상단의 첨부파일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1. 들어가며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본격화되어온 미중 무역 갈등의 핵심에 첨단기술, 특히 반도체가 자리 잡고 있다. 주지되듯 반도체는 5G,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바이오·헬스, 인공지능 등 소위 4차산업혁명의 물리적 구현을 위한 핵심 부품이고 첨단 반도체의 안정적 확보는 4차산업혁명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이슈이다. 반도체는 또한 각종 첨단무기의 성능을 결정하는 주요한 부품으로 대표적인 민군겸용(dual use)기술이다. 반도체 기술은 상업적 필요에 의해 민간기업 주도로 발전해 왔으나 정부 역시 구매자로서 그리고 투자 지원 및 각종 지원정책을 통해 반도체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Weiss 2014). 미국은 195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주도해왔고(Morris 1990, Brown and Linden 2016), 중국은 ‘중국제조2025’ 발표 전후로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반도체 기술혁신을 빠르게 강화하며 미국에 도전장을 던졌다(Lewis 2019). 중국의 도전에 대해 미국은 관세부과, 거래 제한, 해외투자 규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의 반도체 기술혁신을 견제해 왔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견제는 중국 반도체 기술혁신을 위협하면서 기존에 형성되어 온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을 변화 시켜 향후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변모될 것인지가 주목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국 정부의 반도체 분야 자주적 혁신능력(自主創新)의 노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 역시 자국 반도체 산업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향후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부문 갈등은 어떤 양상으로 지속될 것인가? 미중 갈등의 격화로 반도체 부문의 글로벌 밸류체인은 어떻게 변모될 것인가? 한국은 미중 반도체 경쟁에 어떻게 대응해 나아가야 하는가? 본 연구는 이러한 질문을 염두에 두고 이제까지 미중 반도체 갈등을 정리해 보고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전망하면서 한국의 대응 전략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저자: 배영자_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해외투자의 정치경제, 과학기술과 국제정치, 인터넷과 국제정치, 과학기술외교이다. 주요 저서 및 편저로는 《네트워크와 국가전략》(2015 공저), 《네트워크로 보는 세계 속의 북한》(2015 공저), 《중견국의 공공외교》(2013 편저)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내선 209) j.baek@eai.or.kr     [EAI 스페셜리포트]는 특정 주제 하의 논평들과 연구 회의의 결과물을 모아 기획·편집한 보고서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배영자 2020-08-18조회 : 10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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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I 스페셜리포트] 미중경쟁의 미래와 한국의 전략 I_ ① 미중 5G 경쟁 2.0과 한국: 다변화 전략과 중견국 외교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6px;} 편집자 주 본 스페셜리포트에서 이승주 EAI 무역ž기술ž변환센터 소장(중앙대 교수)은 미중 간 5G 경쟁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저자는 미국의 화웨이 전략에 동조하는 국가들이 증가함으로써 미중 5G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양상 속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 추구하는 5G 공급 사슬의 재편 과정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사한 상황을 직면하고 있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미중 사이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 아래는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전문은 상단의 첨부파일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미중 5G 경쟁의 국면 전환 미중 5G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미중 5G 경쟁 동학의 변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 화웨이 전략의 재구성, 중국의 공세적 외교, 주요국에서 중국 경계론의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미중 5G 경쟁 2.0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견제를 점진적으로 체계화하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부터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부과하였으나, 화웨이와 거래하는 미국 기업들의 반발과 화웨이 견제를 위한 국제 협력을 확대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는 등 상당한 허점이 드러났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하반기부터 화웨이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이는 한편, 미국 기업과 외국 정부에 희생과 일방적 동참을 요구하던 데서 탈피하여 새로운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정책의 전환을 시도하였다. ‘경제 번영 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EPN)’는 이러한 시도의 일환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기업과 우방국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공급 사슬의 형성을 제시하는 등 국제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전략적 변화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변화의 단초는 중국의 공세적 외교에서도 만들어졌다. 홍콩 보안법 통과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보여준 강경한 정책,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과정에서 드러난 중국 체제의 문제점, 이를 만회하기 위한 ‘마스크 외교(mask diplomacy)’는 일정한 성과 못지않게, 한계와 문제를 드러냈다. 일련의 사태 전개 과정에서 중국이 주요국들과 긴장 관계를 형성하면서, 미중 5G 경쟁도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중국 경계론이 화웨이 장비의 리스크에 대한 의구심으로 확산하였다. 이처럼 2020년 상반기 이후 미중 5G 경쟁에는 새로운 변화의 동학이 작동하기 시작하였다. ‘미중 5G 경쟁 2.0’이라고 할 수 있다. 미중 5G 경쟁 2.0은 5G 경쟁이 지구화되는 질적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기존 미중 중심의 5G 경쟁 1.0과 차별화된다. 5G 경쟁 1.0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반 화웨이 전략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국제 협력을 추구했으나, 국제 협력의 외연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한편, 5G 경쟁 2.0에서는 영국, 독일, 인도 등 주요국들이 5G에 대한 기존 입장을 전환하거나 그 가능성을 보임으로써 5G 경쟁이 본격적으로 지구화되는 변화가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에 반 화웨이 전선에 동참하라는 일방적으로 압박하던 공세적 접근에서 벗어나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국제 협력을 확대하는 변화를 보여주었다. 이 글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 화웨이 전략의 변화와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5G 경쟁의 새로운 동학을 살펴본다. 구체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5G 경쟁 2.0이라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된 국제적ž국내적 배경을 검토하고, 미국과 중국의 5G 전략을 고찰한다. 이러한 분석에 기반하여 미중 5G 경쟁 2.0에 대한 한국의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한국은 미중 5G 경쟁과 관련하여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추구해왔다. 이는 미중 미래 경쟁력의 관건일 뿐 아니라 안보적 영향력이 지대한 5G 경쟁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한편, 미중 5G 경쟁이 2.0이라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전략적 모호성을 보완하는 새로운 전략이 요구된다. 미중 전략 경쟁이 첨예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미중 5G 경쟁 2.0의 핵심은 공급 사슬의 재편과 이를 위한 국제 협력의 확대이다. 한국은 공급 사슬의 재편, 더 나아가 세계 경제 질서의 재편 과정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건설적인 역할을 모색하는 중견국 외교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 저자: 이승주_ EAI 무역·기술·변환센터 소장 ·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통상의 국제정치, 글로벌 디지털 거버넌스 등이다. 주요 저서 및 편저로는 《사이버 공간의 국제정치경제》(이승주 편), “Institutional Balancing and the Politics of Mega FTAs in East Asia,” 《Northeast Asia: Ripe for Integration?》(공편), 《Trade Policy in the Asia-Pacific: The Role of Ideas, Interests, and Domestic Institutions》(공편)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내선 209) j.baek@eai.or.kr     [EAI 스페셜리포트]는 특정 주제 하의 논평들과 연구 회의의 결과물을 모아 기획·편집한 보고서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이승주 2020-08-13조회 : 10039
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미중경쟁의 미래와 한국의 전략 I: 경제갈등의 4대 핫스팟(hotspot)_기획의도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6px;} "미중경쟁의 미래와 한국의 전략 I: 경제갈등의 4대 핫스팟(hotspot)"     EAI는 2018년 [미중 경쟁과 한국의 전략]이란 중점 연구과제를 설정한 이래, ‘중국의 미래성장의 지속가능성’ 연구, ‘미중 경쟁 속 아태 에너지 협력 구상’ 연구를 수행하였고, 이어 ‘미중 경쟁의 미래와 아태 신문명 건축’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① 미중 경제규모 백중세가 예상되는 2030년과 양국간 군사비 규모 수렴이 예상되는 2050년을 두 분기점으로 하여 향후 30년, 길게는 50년의 구조적 변화를 내다보고, ② 양국간 대립과 충돌이 벌어지는 이슈영역을 선별, 분석하여 부문별 갈등의 성격과 범위, 전개 양상을 밝히며, ③ 종합적으로 아태지역에서 갈등의 심화 경로를 예측, 제시한 후, 이에 따른 한국의 단계별 전략을 마련하는 대형과제이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쉽은 정당성 약화(delegitimation)와 비집중화(deconcentration)이란 리더쉽 주기의 두 국면을 거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패권의 정당성과 지배력이 저하되면서 중국은 다양한 이념적 견제과 실제적 균형을 추구하고, 미국은 중국의 본격적 균형전략과 이에 따른 비집중화 국면의 도래를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예방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의 동학은 이미 무역과 기술 무대에서 시작되었고, 금융와 통화, 정치와 규범, 군사 무대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 연구의 일부는 총 3회에 걸친 스페셜리포트 시리즈 – 경제편, 정치·규범편, 군사편 - 로 구성되어 게재된다. 첫 시리즈는 경제 무대에서 미중경쟁의 핫스팟(hotspot)인 5G, 반도체, 기축통화, 가상화폐를 선정하여 미중 대립구조와 갈등의 양상, 타협의 가능성과 한국의 대응전략을 제시한다. 보고서의 게재 일정은 다음과 같다.   이승주, 미중 5G 경쟁 2.0과 한국: 다변화 전략과 중견국 외교 (8월 13일 발간) 배영자, 미중 경쟁 전망과 한국의 대응 전략: 반도체 부문 (8월 18일 발간) 이용욱, 미중 국제 기축통화 전략경쟁과 한국의 대응 (8월 20일 발간) 이왕휘, 미중 디지털 통화 경쟁: 디지털 위안 대 디지털 달러 (8월 26일 발간)     [EAI 스페셜리포트]는 특정 주제 하의 논평들과 연구 회의의 결과물을 모아 기획·편집한 보고서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AI <미중경쟁의 미래와 한국의 전략> 연구팀 2020-08-13조회 : 9531
논평이슈브리핑
[EAI 논평] 왜 시진핑은 국가 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하는가?

[편집자 주] 중국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3월 5일 개막했습니다. 특히, 이번 전인대에서는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 조항 삭제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이 통과될 예정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헌법 개정안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어, 사실상 시진핑 1인체제가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영남 서울대 교수는 헌법 개정안이 통과돼 장기 집권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이를 집단지도체제 붕괴 및 1인체제 등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합니다. 집단지도체제도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으며, 특히 개혁기에 총서기가 절대 권력을 가질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2018년 2월 26일 《인민일보》에 실린 한 편의 글은 전 세계의 중국 연구자와 언론을 깜짝 놀라게 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헌법 개정안 건의〉가 발표되었는데, 여기에 국가 주석의 연임을 2회(10년)로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던 것이다. 세계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시진핑의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 혹은 ‘종신제로의 회귀’로 평가했다. 원래 새로운 5년의 임기를 시작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의 첫 번째 연례회의는 두 가지의 의제로 인해 주목을 받는다. 첫째는 국가 지도자의 선출이다. 국무원 총리와 부총리, 전국인대 위원장과 부위원장, 최고인민법원 및 최고인민검찰원의 원장과 부원장 등이 선출된다. 이번에는 특히 신설된 국가감찰위원회 주임과 부주임이 선출된다. 둘째는 향후 5년 동안의 국가발전 전략과 정책이다. 전국인대 회의는 경제 및 사회 정책을 주로 결정한다. 그래서 공산당 대회가 총서기의 무대라면, 전국인대 연례회의는 총리의 무대가 된다. 총리가 경제 및 사회 정책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인민일보》는 “인민의 영수(人民領袖) 시진핑”이라는 제목의 특집란을 만들어 전국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전국정협)의 각종 모임에서 시진핑이 한 말을 집중 보도했다. “위대한 영수(偉大領袖) 마오쩌둥”을 모방하여 “인민의 영수 시진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공식 결정한 모양이다. 참고로 1977년에 화궈평은 “영명한 영수(英明領袖) 화궈펑”으로 불렸다. 반면 총리 리커창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총리가 〈정부 공작 보고〉를 발표하는 개막식 당일조차 리커창이 아니라 주석단에 한 자리를 차지한 왕치산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왕은 작년 공산당 19차 당 대회에서 ‘67세의 나이 규정’에 걸려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에서 물러났는데, 이번에 국가 부주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할 것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헌법〉에 따르면, 국가 주석은 총리 등 정부 지도자를 임명 및 해임하고, 훈장을 수여하며, 사면령을 반포하고, 긴급사태 및 전쟁 상태를 선포하는 권한을 행사한다. 겉으로 보면 큰 권한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명예직에 가깝다. 대신 공산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중앙군위) 주석이 실권을 행사한다. 실제로 국가 주석은 타국을 방문하거나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데 필요해서 만든 성격이 강하다. 시진핑이 총서기 직위(title)로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면 어울리겠는가? 그렇다면 시진핑은 왜 이 시점에서 국가 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이 조치가 국내외로 심한 반발을 초래하면서도 시진핑의 권력 강화에는 별 실익이 없다는 점이 분명한데 말이다. 이 조치가 ‘무리수’라는 점은 공산당의 행동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금년 1월에 공산당은 헌법 개정을 논의하기 위해 19기 중앙위원회 2차 전체회의(19기 2중전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공보〉(公報)로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 내용에는 다른 개정 사항은 다 있는데 국가 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 폐지만은 없었다. 국내외로 반발을 살 것을 우려해서 고의로 뺐던 것이다. 왕천 전국인대 부위원장은〈헌법 수정안〉(초안)을 설명하면서 두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많은 지역과 기관의 “당원, 간부, 군중이 일치하여” 연임 제한 규정의 폐지를 요구했다. 정치국은 2017년 9월 29일 헌법 수정을 결정하고 ‘헌법수정 소조(小組)’를 설치한 이후, 두 번에 걸쳐 당내외의 의견을 청취했다. 첫 번째는 2017년 11월에 주요 당정기관에 헌법 개정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이때 모두 118건의 의견서가 접수되었다. 두 번째는 2017년 12월에 헌법 수정안(초안)을 주요 당정 기관과 정치 원로에게 배포하여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이때도 모두 118건의 의견서가 접수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공산당 중앙은 기층의 요구를 확인할 수 있었고, 폐지 요구가 강력하고 일치되었기 때문에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둘째,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 통일된 영도를 옹호하는 데, 국가 영도 체제를 강화 및 개선하는 데에 유리"하다. 논리는 이렇다. 현행 〈당장〉(黨章)에는 총서기와 중앙군위 주석의 연임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데, 〈헌법〉에는 국가 주석의 연임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 장쩌민이 총서기, 국가 주석, 중앙군위 주석을 겸직하기 시작한 이래로, 최고 지도자의 세 직위 겸직은 관례가 되었다(중국에서는 이를 ‘삼위일체’(三位一體) 라고 부른다). 그런데 국가 주석에 대한 연임 제한 규정으로 인해 임기 규정의 불일치 문제가 있다. 결국 임기 규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헌법〉에 있는 국가 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을 폐기해야 한다. 첫 번째 근거는 우리가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 다만 헌법 수정안이 정치국 상무위원회, 정치국, 중앙위원회를 차례로 통과했다는 사실은, 정치 엘리트들이 이에 대해 합의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쩌민 등 일부 원로들이 반대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왕천이 전국인대 전체회의에서〈헌법 수정안〉(초안)을 설명하면서 국가 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의 폐지를 언급했을 때, 대표들은 우렁찬 박수를 보내면서 폐지에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공식 투표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압도적인 찬성표로 통과될 것은 확실하다. 두 번째 근거는 다른 방법으로 세 직위의 임기 규정을 통일할 수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 즉,〈당장〉을 수정하여 총서기와 중앙군위 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을 신설하면 된다. 그러나 시진핑은 그렇게 하지 않고, 반대로 〈헌법〉을 수정하여 국가 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은 ‘장기집권을 위한 포석’이나 ‘종신제로의 회귀’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대신 우리는 몇 가지의 다른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시진핑은 법적 근거를 이용하여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은 ‘개인 권위’와 막강한 인적 관계망에 기반해 권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법적 정당화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은 ‘직무 권위’를 이용하여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법적 정당화가 중요하다. 헌법 수정은 이 때문에 필요하다. 시진핑은 금년 2월 24일에 개최된 정치국 4차 집단학습에서 헌법 수호와 의법치국(依法治國: 법률에 근거한 국가 통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헌법과 법률을 초월하는 특권을 가질 수 없고, 일체의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는 모두 반드시 추징한다.”는 것이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헌법과 법률이 허용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즉,〈헌법〉이 수정되면 국가 주석을 무제한으로 연임할 수 있다. 국제무대에서 활용해야 하는 필요에 의해 국가 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했다는 지적도 있다. 시진핑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이라는 ‘중국의 꿈’ 실현을 국정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 당 대회에서는 21세기 중엽에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강대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시진핑 정부는 집권 2기를 시작하면서 외교 예산을 대폭 늘렸고, 왕치산과 양제츠 등 외교 역량을 크게 강화했다. 시진핑에게는 국제무대가 매우 중요한 활동 공간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공산당 20차 당대회 이후 시진핑이 국가 주석에서 물러난다면 총서기 직위로 국제무대에서 활동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모양’이 빠진다는 것이다. 잠재적 경쟁자의 출현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가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시진핑은 현행 규정을 이용해서도 2022년 공산당 20차 당대회 이후에 총서기와 중앙군위 주석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에는 국가 주석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한다. 이 경우 국가 주석을 이양 받은 사람은 시진핑의 장기 집권을 비판하면서 조기 퇴진을 압박할 수 있다. 2002년 공산당 16차 당대회에서 중앙군위 주석을 세 번째 맡은 장쩌민이 후진타오의 압력으로 2년 후에 중앙군위 주석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사례가 있다. 시진핑은 이런 싹조차 합법적으로 잘라버리겠다는 의도에서 헌법 수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시진핑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정책을 더욱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 헌법 수정을 시도한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 5년 동안 시진핑 정부는 440명에 달하는 장차관급 간부를 부패 혐의로 처벌했다. 여기에는 100여 명의 장군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총 3,000명에 달하는 장차관급 간부의 15%에 해당하는 방대한 규모다. 공산당 19차 당대회 이후 지금까지 4개월 동안에만 29명의 장차관급 간부가 처벌되었다. 강력한 부패 척결 정책은 국민에게는 ‘행복’이겠지만 당정간부에게는 ‘불행’이자 ‘고통’이다. 그래서 당정간부, 국유기업 경영자, 태자당 등 기득권 세력은 “앞으로 5년만 버티면 된다.”는 심정으로 ‘고난의 행군’에 돌입했다. 그런데 연임 제한 규정이 폐지된다는 소식은 이들에게 날벼락이다. ‘고난의 행군’이 5년으로 끝나지 않고 10년 혹은 그 이상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진핑 정부가 지속되면 기득권층의 부정부패가 발붙일 여지는 점점 좁아진다. 현재 시진핑 정부가 대담하게 추진하고 있는 군 개혁도 마찬가지다. 2015년 말에 시작되어 이제 첫발을 내디딘 군 개혁은 단기간에 완성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차로 230만 명의 병력 중 30만 명을 감축하는데 성공했지만, 진짜 어려운 과제는 이제부터다. 특히 2035년까지 ‘군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다. 현재 상황에서 볼 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시진핑밖에 없다. 그래서 공산당 원로와 정치 엘리트뿐만 아니라 일반 당원도 시진핑의 권력 연장에 찬성한다는 것이다.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과 장기 집권의 가시화가 중국에게 축복일지 아니면 재앙일지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중국 언론이나 관변 학자, 일부 해외의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으로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될 수 있고, 어려운 개혁 과제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지도력이 구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 이번 조치가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있다. 특정인이 권력을 장기간 독점하면 잘못된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증가한다. 여러 사람이 아니라 혼자서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에, 또한 주위 사람들이 ‘불편한 진실’을 숨기고 최고 통치자의 구미에 맞는 정보만을 전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오쩌둥 시기에 실제로 이런 일이 날마다 벌어졌다. 그 결과 수천만 명의 인민이 목숨을 잃었다. 한편 국가 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의 폐지에만 관심이 쏠려 다른 개정 사항을 놓쳐서는 안 된다. 왕천이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이번에 모두 열 가지의 조항이 수정된다. 이 중에서 중요한 사항만을 살펴보면, 과학적 발전관과 함께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약칭 ‘시진핑 사상’)이 국가 지도이념으로 추가된다. 이는 우리가 예상했던 그대로다. 국가감찰위원회가 감독기관으로 신설된 것은 매우 중요한 조치다. 이렇게 되면서 전국인대가 선출하는 국가기관은 ‘일부양원’(一府兩院: 국무원, 최고인민법원, 최고인민감찰원)에서 ‘일부일위양원’(一府一委兩院)으로 확대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국가감찰위원회가 국무원 다음의 중요한 기관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중요한 개정은 '공산당 영도(領導)' 원칙이 〈당장〉에 이어 〈헌법〉에도 삽입된다는 점이다. 현행 〈헌법〉 제1조는 "사회주의 제도는 중화인민공화의 근본제도다."인데, 이 문장 뒤에 "중국공산당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다.”가 추가된다. 이는 공산당 19차 당대회에서 〈당장〉 수정을 통해 공산당 영도 원칙을 강화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수정 후의 〈당장〉에는 "당·정·군·민간·학교 등 모든 분야와, 동·서·남·북·중앙 등 모든 곳에서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黨是領導一切的)."는 표현이 추가되었다. 〈헌법〉은 시대 상황을 반영하여 수정되고, 공산당 영도 원칙의 삽입 여부는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마오쩌둥 시대의 〈헌법〉(1975년 제정) 제2조는 “중국공산당은 전체 중국 인민의 영도 핵심이다.”라고 규정했다. 이를 통해 공산당은 당원뿐만 아니라 전체 인민을 영도한다는 원칙을 법률로 정당화했다. 그런데 덩샤오핑 시대의 〈헌법〉(1982년 제정)은 이 조항을 삭제했다. 대신 위에서 살펴본 조항을 두었다. 이는 문화대혁명(1966-76년)을 일으킨 공산당이 자기 반성을 한 결과였다. 10년 동안 “대동란”(大動亂)을 초래한 주제에 무슨 염치가 있어 이 원칙을 인민에게 다시 강요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시진핑은 공산당 영도 원칙을 다시 〈헌법〉에 삽입하려고 한다. 이는 공산당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이며, 공산당 영도를 핵심으로 하는 현행 일당체제를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 40년 동안 추진된 개혁 개방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공산당은 문혁의 피해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따라서 이제는 공산당 영도 원칙을 당원뿐만 아니라 전체 인민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성과를 낸 공산당 일당체제를 더욱 공고히 유지하기 위해 공산당 영도 원칙을 〈헌법〉에 명기하려고 한다. 이는 향후에도 중국은 절대로 정치 민주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이다. 구소련의 고르바초프는 1989년 3월에 자유 경쟁 선거를 도입하여 인민대표대회를 새롭게 구성했다. 또한 그해 12월에 열린 인민대표대회 2차 회의는 소련공산당의 ‘영도 지위’를 명시한 헌법 제6조를 폐지함으로써 다당제의 길을 열었다. 그리고 바로 이 회의에서 고르바초프는 소련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이후 소련은 정치 민주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했고, 그 결과는 우리가 잘 알기 때문에 설명이 필요 없다. 이처럼 소련공산당의 몰락은 헌법에서 공산당의 ‘영도 지위’를 삭제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중국에서는 절대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공산당 영도 원칙을 〈헌법〉에 추가하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공산당은 세계사의 흐름을 거슬러 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기존의 ‘집단지도 체제’가 붕괴하고 대신 ‘일인체제’ 혹은 ‘절대권력’이 등장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여전히 타당하지 않다. 권위주의 체제에 여러 종류가 있듯이, 집단지도 체제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중국의 경우, ‘일인체제’ 혹은 ‘절대권력’은 마오쩌둥 시기에만 가능했다. 반면 덩샤오핑 이후 시기는 모두 집단지도 체제다. 단, 각 시기의 집단지도 체제는 실제 운영 방식이 다르다. 이 차이는 총서기와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 간의 권력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 점에 주의하지 않고 총서기의 권한이 강화된다고 곧바로 ‘일인체제’ 혹은 ‘절대권력’으로 부르는 것은 단순한 발상이다. 물론 총서기의 권한이 마오쩌둥의 권력만큼 강화되면 ‘일인체제’가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혁기에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 자세한 내용은 내가 현재 집필 중인《중국의 엘리트 정치》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조영남_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중국 베이징대 현대중국연구센터 객원연구원, 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방문학자를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개혁기 중국 정치의 진화와 발전, 중국 정치시스템, 중국 및 동북아 국가들의 정치발전 등이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개혁과 개방: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1》(2016),《파벌과 투쟁: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2》(2016),《텐안먼 사건: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3》(2016),《중국의 꿈》(2013), 《용(龍)과 춤을 추자》(2012), 《중국의 법치와 정치개혁》(2012) 등이 있다.     [EAI논평]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논평 시리즈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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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2020-06-05조회 : 9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