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지리적 인접성과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오랜 교류의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불신과 갈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간 마찰과 함께 양국 국민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인식의 차이와 국민감정의 충돌이 한일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냉각된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AI와 일본의 言論NPO는 2013년 3월 양국의 각 분야 민간 전문가 및 지식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상호 인식의 차이를 좁히고,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할 방안을 논의하는 “한일미래대화(Korea-Japan Future Dialogue)" 포럼을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EAI(원장: 손열)와 言論NPO(대표: 쿠도 야스시)는 2012년 미국 외교관계평의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가 주관하는 세계싱크탱크평의회(CoC: Council of Councils)의 한국과 일본의 대표기관으로서 처음 만나 한일양국 관계 개선과 발전방안을 논의한 끝에 나온 결과이다.

한일미래대화는 2013년 5월 제1차 도쿄회의를 시작으로 매년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양 기관이 공동개최하기로 하였다. 한일미래대화는 양국의 정계, 경제계, 학계와 문화계 각 분야별로 2-4인의 대표단을 구성하여 양국 국민들 사이의 인식 차이 및 국민감정을 악화시키는 요인들에 대해 서로 인식을 공유하며, 민간차원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다. 이를 위해 양 기관은 매년 한일관계 전반에 대한 평가와 양국 국민들의 상호인식을 조사하여 분석결과를 토대로 논의한다.

본 조사는 일반국민 인식 조사와 함께 양국의 전문가 및 지식인 그룹 대상의 인식 조사를 병행하여 일반대중과 오피니언 리더그룹의 한일관계에 대한 평가와 인식의 변화를 주기적으로 조사한다. 조사 결과는 한일미래대화 본 행사 일주일 전 한일 공동 국제기자회견을 통해 사전에 발표되며 이 과정에서 드러난 주요 이슈는 한일미래대화 본 행사에서 논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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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 EAI 한국외교 2021 전망과 전략] ③ 바이든 정부의 출범과 한국의 대일전략: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1.6em;} 편집자 주 신년기획 특별논평 “EAI 한국외교 2021 전망과 전략” 시리즈 세 번째 보고서의 저자인 손열 EAI 원장(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은 본 논평을 통해 부통령 시절부터 한일관계 개선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 온 바이든 당선자가 2021년 출범하는 미국 신정부를 이끌며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과 개입을 예측합니다.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국제적 연대를 구축하여 미국의 지구적 리더십을 회복하려는 바이든 정부가 중국 견제의 수단으로 한일 양국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미중 세력 경쟁 사이에서 공존을 모색하고 신(新)질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수출규제와 강제동원 해법을 연계하여 접근하는 일본의 원 트랙(one track) 외교와 달리, 역사문제와 안보-경제 협력 의제를 이원화하는 투 트랙(two track) 접근법을 촉구합니다.     박근혜 정부 외교의 최대 실패 사례가 위안부 문제로 롤러코스터를 타며 악화된 한일관계이었다고 한다면, 문재인 정부 5년에서도 한일관계는 또다시 실패 사례로 첫 손꼽힐 가능성이 크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형해화되었고,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 이후 양국은 상호 보복의 악순환을 거듭하며 수교 이래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른 피고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문제 해결을 둘러싼 대립이 지속되고 있고, 이 문제 진전 없이는 수출규제조치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에 대해 한국 정부는 WTO 제소 중이다. 작년 한 해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여러 노력을 경주했지만 일본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으며 국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새해 들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 배상 판결로 국면은 다시 경색되고 있다. 2021년 과연 변화가 올 것인가. 올해 한국외교에 최대급 대외변수로 주목되는 미국 바이든 신정부의 출범은 한일관계에 변화의 충격을 줄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남은 일 년 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   2013년의 바이든 2013년 12월 6일 조 바이든(Joe Biden) 부통령은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서울을 방문하여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전략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며 미국은 한국에 베팅하고 있다”라고 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강력히 촉구하였다. 도쿄-베이징-서울을 도는 6일간의 외교 일정은 대단히 전략적으로 설정된 것이었다. 바이든은 12월 3일 도쿄에서 아베 총리에게 한일관계 개선과 협력이 일본의 이익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익임을 강조하였고, 베이징에서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확장과 미국 기자에 대한 언론 탄압을 강력히 항의한 후, 서울에서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공조와 한일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미중 전략 경쟁 구도 속에 한국의 위치, 그리고 한일관계의 위상을 설정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바이든은 한일 간에 고유한 역사문제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 그는 아베 총리가 역사문제에 전향적인 자세로 나올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관계 개선을 설득하고, 12월 26일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기 전 직접 전화하여 이를 만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바이든의 본심은 중국의 도전에 맞서는 전략적 협력에 있었기 때문에,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한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미일 정상회의를 기획하고 한국의 참여를 종용하였다. 2014년 3월 헤이그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삼자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은 한일 양국 사이 중재자로 나섰고, 이후 위안부 교섭에 깊숙이 관여하여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의 바이든 이제 바이든 정부의 출범과 함께 미국이 한일관계에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 것인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정부는 2019년 여름 한일 양국의 대충돌에 우려의 시선을 보냈지만, 그 원인인 역사문제에 대해 어떠한 개입 및 중재 시도도 하지 않았다. 반면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GSOMIA) 종료 선언과 같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훼손할 수 있는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한 반대 입장을 취하였고 결국 한국 정부는 선언을 번복하기에 이르렀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지구적 리더십 회복을 위해 동맹 관계의 강화와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국제적 연대를 추구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거래중심적이고 양자주의적 접근과 달리 집합적 접근(collective approach)과 다자주의로 중국의 도전에 대항하고자 한다. 미국의 물리적 능력의 상대적 쇠퇴를 만회하는 방법으로 동맹·파트너국들과 공동보조를 통해서 군사적 억제, 인권과 민주주의를 통한 규범 공세, 중국 시장의 차별적 규제 장벽에 대한 압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에 대한 중추적 역할 요구는 2013년보다 더욱 커졌다. 바이든 정부의 신(新)전략은 분명 예측불가의 트럼프 외교에 비해 일본에 안정감과 예측가능성을 높여주는 동시에 상당한 도전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일본이 2021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전략적 과제에 직면할 것임은 비교적 용이하게 예상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은 방위비 증액으로 실질적 군사력을 증강하여 지역의 안정(즉, 대중 억지)에 공헌하라는 압박을 가할 것이다. 둘째, 민주주의 국제 연대에 주도적 참여를 요청할 것이다. 일본은 표면적으로 가치 외교를 내걸었지만, 홍콩과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탄압 문제 대응에서 보듯이 기본적 인권보다 국가 주권을 존중하는 입장을 취해 왔기 때문에 향후 난처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끝으로 대중국 전열을 정비하는 차원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강하게 요구받을 것이다.   스가 총리의 고민 스가 요시히데(菅 義偉) 정부는 준비되어 있는가. 1월 1일 신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드러나듯 스가 총리는 아베 외교를 답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일동맹을 기축으로 하면서 호주, 인도, 유럽, 아세안 등과 협력하여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실현에 나서며, 동시에 중국, 러시아, 근린제국과의 안정적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아베 총리와 마찬가지로 납치문제 해결을 강조할 뿐 한국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작년 9월 신임 총리 기자회견에서도 잘 드러난 바 있다. 그는 한국을 전혀 거론하지 않아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우려를 일으켰었다. 더욱이 문제는 스가 총리가 대외정책 차원에서 일관되고 전략적인 대응을 하기 어려운 국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위기가 지속되면서 2020년 일본의 GDP는 –6.4%로 예측될 정도로 경제는 전후 최악의 상황에 빠졌으며, 새해 들어 연일 감염자 수 기록을 경신하자 정부는 제2차 긴급사태 선언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론은 차갑게 돌아서 니케이 여론조사 결과 내각 지지율이 9월의 74%에서 12월 42%로 급락하였다. 스가 내각은 코로나 대책과 경제 활성화 대책에 올인해야 할 처지이고 외교정책에 전향적 자세로 나설 여유가 없어 보인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관계 개선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이다. 미국의 관계 개선 압력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 작년 11월 13일 EAI-브루킹스 연구소 공동세미나에서 마크 내퍼(Marc Knapper)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는 한일 양국이 미국과 함께 역내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동행해야 한다며 관계 개선 압력을 가한 바 있다. 또한 국내 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시한에 쫓기면서 사태를 방치하다가 양국 간 보복의 악순환이 재연된다면 문재인 정부는 엄청난 부정적 유산을 차기 정부에 떠넘기는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현 정부 최대의 외교과제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을 활용하고자 하는 데 있다. 작년 11월 각각 스가 총리를 면담한 박지원 국정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은 2021년 도쿄 올림픽의 외교적 활용을 언급한 바 있다. 2018년 평창 올림픽에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초청한 사례처럼 일본이 도쿄올림픽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할 수 있다면 남북관계, 북일관계, 그리고 한일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과제와 전략 문재인 정부에게 한일관계 개선에 주어진 시간은 1년에 불과하다. 지난 10년에 걸쳐 양국 정치 지도층 간 민족주의적 갈등이 국민 전반으로 확산되어 반일(反日)과 혐한(嫌韓)의 감정적 대립이 자리 잡았음을 상기해 보면 문재인 정부와 스가 정부가 서로 수용 가능하고 국민적 눈높이에 맞는 징용과 위안부 문제 해법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스가 정부의 입장은 아베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징용 문제를 일으킨 쪽은 한국이기 때문에 한국 측이 책임지고 해결해 달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1월 8일 서울지방법원의 위안부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서도 일본은 국제법(‘주권면제’원칙)과 2015년 정부간 합의를 위반한 한국측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법부 판단 존중,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전제로 한일 양국이 협력하는 방식의 해법을 찾자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고, 문재인 정부가 선거의 해에 전향적 발상으로 나올 가능성도 크지 않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전략은 투 트랙(two track) 접근 즉, 역사문제와 안보-경제 협력 의제를 이원화하고 탈동조화(decoupling) 하자는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다. 이는 본래 미국이 제안한 원칙이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한일관계 개선(즉, 정상회담 개최)의 조건으로 삼는 이른바 원 트랙(one track) 외교를 고수하자 미국은 투 트랙을 강력히 권고한 바 있다. 현재 상황은 그 반대로서 아베 정부와 스가 정부는 수출규제와 강제동원 해법을 연계하는 원 트랙 접근을 고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관계 개선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되, 투 트랙 접근으로 풀어갈 정책 의제와 로드맵을 선명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표면적으로 투 트랙 외교를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설득력을 갖지 못한 까닭은 안보-경제 분야 등에서 일본과 적극적으로 협력에 임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한국 외교가 이른바 ‘북한우선(North Korea First)주의’에 기울어져, 일본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한 정책협조 유인과 동력을 찾지 못하는 탓이다. 일본은 남북관계 개선의 방해자(spoiler) 일 수는 있지만 동시에 여타 영역에서 협력의 중추적 동반자이다. 2021년은 협력 트랙의 본격적 가동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역사 트랙에서 정부는 복잡다단한 강제동원과 위안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려는 시도는 접어야 한다. 일본이 1965년 청구권 협정을, 한국이 사법부 판결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고 대치하는 현재 상황을 극복하려면 양국 정치 지도층이 배타적 민족주의 정서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 지도부로 연내 해결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현안 해결보다 관리에 주력하여 사태 악화를 방지하고, 관계 개선의 동력은 협력 트랙 쪽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강제동원의 경우, 일본기업 자산의 현금화 실시를 최대한 유예하고 일본 기업의 실질적 손해를 차단/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 양국이 또 한차례 보복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도록 정치력을 모아야 한다. 위안부 판결의 경우도 양국관계를 위기국면으로 몰고 간 강제동원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2015년 합의를 재활용하는 등, 대화 국면을 유지해 협력 트랙과의 탈동조화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협력 트랙에서 정부는 도쿄 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외교노력을 경주하되, 역사 문제와 연계해 해결하는 원 트랙 접근에 말려들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조급하게 징용 혹은 위안부 문제와 연계하는 패키지딜(package deal)을 시도한다면 2015년 위안부 합의의 교훈처럼 국내적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차기 정부에 커다란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보다 중요한 과제는 바이든 정부 등장으로 가중될 한미일 협력의 압력에 대한 전략적 대처이다. 바이든 정부는 집합적 접근 차원에서 한국과 일본을 필수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다. 안보, 무역, 개발, 가치/규범 등 다방면에서 한미일 협력을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을 정조준하는 경우, 한일 양국은 미중의 세력 경쟁 즉, 기성 질서를 전복하려는 중국의 시도 혹은 중국의 성장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시도에 편을 들 수 없다. 여기서 양국의 전략적 이익은 일치한다. 북한을 포함해 이들이 정당한 경쟁과 공존, 공생을 이루도록 신(新)질서를 함께 모색하고 설계하는 초보적인 협력을 시도해야 한다. 둘째, 수출규제 조치 해제를 위한 좁은 논쟁에서 벗어나,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반발로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이 횡행하며 비지구화(deglobalization) 혹은 반지구화(anti-globalization)가 진전되는 추세를 돌리기 위해 일본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일 양국의 번영과 안정의 토대인 자유주의적, 규칙 기반(rules-based) 국제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양국의 협력 과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수출규제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셋째, 코로나 바이러스의 지구적 확산은 국제질서에 커다란 충격을 가져다주고 있다. 국경을 넘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바이러스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보다 효과적이고 강력한 국제협조체제가 필요하다. 한일 양국은 상반기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감염병 제어 협력에 나서고, 이어 장기적 시야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구화(reglobalization)와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에 기여하기 위한 상호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끝으로 2021년 대일 정책은 국내 정치와의 디커플링 원칙을 지켜갈 수 있어야 한다. 올해는 선거의 해이므로 반일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정치적 선택에 유리한 토양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리고 선거 국면과 중첩될수록, 반일 강경론이 득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악의 사태를 예방하는 정부와 정치 지도층의 용기와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 저자: 손열_ EAI 원장,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시카고대학교 정치학 박사. 최근 저서로는 『위기 이후 한국의 선택』(2020), Japan and Asia's Contested Order (2019, with T. J. Pempel), Understanding Public Diplomacy in East Asia (2016, with Jan Melissen) 등이 있다.   ■담당 및 편집: 서정혜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7) / [email protected]     [EAI논평]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전문가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도록 마련된 담론의 장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손열 2021-01-08조회 : 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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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I 이슈브리핑] 여론조사로 보는 위기의 한일관계: 국민은 변화를 원한다

편집자 주 2019년 7월 1일 일본정부의 수출규제 선언으로 촉발된 한일 양국관계 경색은 무역갈등,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넘어 지소미아 종료선언 등 안보갈등으로 이어지며 교착상태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손열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 연세대 교수는 2020년도 9월 일본의 겐론(言論)NPO와 공동으로 실시한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결과>와 이어 <제8회 한일미래대화>의 논의로부터 도출된 5가지 주요 특징들을 바탕으로 현 상황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한국의 대일 여론이 급락하였으며 2030 청년세대가 이러한 추세를 주도한 점; 일본에서 대한(對韓) 호감도의 하락세가 반등한 점; 양국 국민들의 자국 정부의 상대국에 대한 정책과 태도에 대한 지지도가 30% 전후에 그치는 점; 양국 정부의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 입장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바뀌고 있다는 점; 역사갈등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심각하다는 점을 토대로 현 상태를 방치할 경우 위기가 올 수 있으며, 반일과 혐한을 넘어서는 현명한 해결책을 강구할 것을 양국에 촉구합니다.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6px;}   한국과 일본의 외교 관계는 일찍이 겪어 보지 못한 상태에 접어들었다. 2019년 7월 1일 아베 전 총리의 수출규제 선언으로 굉음을 내고 폭발한 양국관계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일본 상품 불매운동과 같은 경제갈등과 지소미아(GSOMIA) 종료 선언이란 안보갈등으로 이어지며 대형 외교 참사를 기록했다. 그 배경이 된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이란 역사문제는 미해결 상태로 양국관계를 옥죄고 있다. 양국 정부간 교섭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서로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으며, 법원으로부터 일본기업 자산에 대한 매각 명령과 현금화 조치가 취해지면 일본 정부의 보복조치로 양국은 또 한차례 격랑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이 글은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의 겐론(言論)NPO가 2020년 9월 공동으로 실시한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결과와 이어 양 기관이 공동 주최한 <제8회 한일미래대화>의 논의로부터 도출된 현재 한일관계 주요 특징들을 뽑아내고 해석과 처방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 특징은 한국의 대일 여론이 급락하였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 꾸준히 상승해 온 대일 호감도가 20% 포인트 급락하였고, 비호감도는 22% 포인트 증가하였으며, 2030 청년세대가 이러한 추세를 주도하였다. 둘째는 일본에서 대한(對韓) 호감도의 하락세가 반전하였다는 점이다. 일시적 반등인지 상승 추세 전환인지에 대한 분석이 요구된다. 셋째, 양국 국민은 자국 정부의 상대국에 대한 정책과 태도에 대해 30% 전후의 지지도만을 보이고 있는 바, 이는 현재 상황 그리고 정책에 상당한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넷째, 구체적으로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을 둘러싼 양국 정부의 입장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바뀌고 있다는 점, 따라서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음을 특기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양국 정부가 장기 교착 국면을 타개하지 못하고 사태를 방치할 경우 또 한차례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한편으로 국민 여론의 변화를 민감하게 읽고 징용문제에 대한 전향적 정책을 향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동시에, 다른 한편 양국간 신뢰 회복을 위한 포괄적 전략을 동시에 마련하여야 한다.      1. 한국의 일본 호감도 급락, 청년세대의 이탈       · 한국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 19.4%p 급락, 비호감도 21.7%p 급상승    · 2030 청년세대의 반감 급증, 비호감도 급상승을 견인   이번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가장 큰 변화는 한국 내 대일 호감도의 급락이다.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2019년 49.9%에서 71.6%로 급증하였다. 반대로 일본에 대한 긍정적 인상은 2019년 31.7%에서 12.3%로 급감하였다. 한국 내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2015년 이후 증가 추세였음을 감안 시 이 변화는 자못 충격적이다(15.7%->21.3%->26.8%->28.3%->31.7%).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2015년 72.5%에서 2019년 49.9%로 하락추세를 나타냈으나, 2020년 71.6%로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2015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치솟았다. 반면, 일본의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하였고, 긍정적 인상은 상승하였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지속적으로 하향추세였으나(29.1%->26.9%->22.9%->20%), 2020년 호감도가 5.9% 포인트 상승한 25.9%로 반등을 나타냈다.    [그림 1] 상대국에 대한 인상(2013-2020)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래 한일 양국 국민의 선호도 변화가 10% 한계 내에서 변동해왔음을 비추어 보면 이번 20% 내외의 급격한 변화는 분명히 추세를 이탈한 수치이다.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인가.    [그림 2] 한국 연령별 선호도 변화 추이     [그림 3] 일본 연령별 선호도 변화 추이     [그림 4] 2020년 한국 연령별 호감도 증감      그림 2와 그림 3에서 보듯이 그동안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를 견인했던 연령층은 20대와 30대이다. 양국 모두 청년층의 호감도가 여타 연령층에 비해 높았음을 고려하면 2020년 한국측 결과에서 청년층의 호감도 급락, 그리고 비호감도의 급증은 심각한 변화이다. 그림 4에서 보듯이 30대의 비호감도는 전년대비 무려 83.6% 치솟았고, 호감도는 전년대비 71.2% 하락하였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높은 연령대인 20대 역시 비호감도는 55.8% 증가, 호감도는 53.8% 감소하였다. 따라서 올해 한국의 대일 호감도 급락과 비호감도 급증은 대체로 2030 세대의 변화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2030세대의 대거 이탈 요인은 무엇일까.    최대 요인은 2019년 7월 당시 아베 정부의 반도체 부품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선언이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경제의 생명선이라 불릴 만큼 전략산업이므로 이를 정조준한 수출규제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조치라 할 수 있다. 당시 정부가 이를 “경제침탈”로 규정할 만큼 강력히 반발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아베 정부는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체계에 문제가 있어 제재를 가한다는 즉, 국가안보 차원에서 수출규제를 실시한다는 논리를 펼쳤으나, 한국 국민 중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설사 관리체계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그것이 일본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어서 그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조치를 취한 것인지 대다수의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이 조치는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과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혹은 무대응)에 대한 일본정부의 강한 불만이 보복조치로 표현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또 추후 양국 간 교섭과정에서 그렇게 밝혀졌다.    두 번째로 지적할 점은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과 수출규제 조치 과정에서 드러난 아베 전 총리와 핵심 지도부의 한국에 대한 태도와 발언이다. 기왕의 양국간 갈등은 역사문제에 한국이 공세를 펼치고 일본이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유형이었다면, 아베 정부는 한국측의 역사문제를 다루는 방식과 태도를 공격하며 맞대응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아베 전 총리는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 ‘법의 지배가 통용되지 않는 나라,’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고 반복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이런 언사를 관방장관이나 외무대신도 반복하였고, 심지어 고노 다로 당시 외무대신은 한국 대법원 판결을 ‘폭거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 맹공을 퍼부었다. 국교정상화 이래 일본의 정부지도자가 한국정부의 정책과 태도를 비판한 적은 있어도 한국의 국가정체성을 비난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이렇듯 거친 언사는 한국정부와 언론의 강한 반발을 초래, 국민감정을 자극하였고, 그 결과 양국간 감정적 대립의 악순환을 가져왔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2030세대의 반응이다. 이들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수치심, 적개심, 열등감에 따른 반일감정으로 일본을 대하지 않는다. 한국을 일본과 다름없는 선진국으로 동등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을 매력적인 대중문화와 식문화를 가진 쇼핑과 여행하기 좋은 나라로 평가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의 대일 인식 호전을 주도한 점은 여기에 있다. 반면, 지난 1년간 2030세대는 일본의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와 언행이 부당하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을 대일 상품·여행 불매운동 등으로 강렬히 표출해 왔다. 기성세대의 역사로부터 형성된 뿌리깊은 반일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이는 일본이 부당한 정책을 시정할 때 이들이 바로 호감의 추세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2. 일본의 여론, 바닥을 찍고 예상외 반등       · 반한(反韓), 혐한(嫌韓) 여론의 한계    · 중요성 인식 여전하고, 관계 개선 지지   한국의 대일 호감도 급락과는 반대로 일본의 대한 호감도는 반등하였다. 2013년 31.1%에서 꾸준히 하강하여 작년 20%까지 내려온 일본의 호감도는 지난 1년 양국간 외교전쟁을 방불케 하는 거친 비난과 경제보복 조치의 교환, 상호 경원의 분위기를 배경으로 추가 하락이 예상되었으나 의외로 5.9% 반등에 성공하였다([그림 1]). 이번 변화가 지속적 상승 추세를 이룰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분석을 해 보아야 하는 과제이지만, 일본의 하강 곡선이 바닥에 근접하면서 반등에 성공한 것은 주목할 일이다.    한국의 미디어와 지성계는 일본 사회에 광범위하게 확산된 반한과 혐한 분위기에 깊은 우려를 표시해 왔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부정적 인상을 갖는 이유([그림 5])를 보면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일본 여론은 한국의 특정 정책이나 사건에 대한 반대보다도 한국인의 태도에 대한 위화감을 표시하고 있다. 조사 결과, 작년과 다름없이 ‘역사문제 등으로 일본을 계속 비판해서’(55.7%)라는 항목을 첫째로 꼽고 있는 것처럼 일본 국민은 역사 인식 자체보다는 한국이 역사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위화감을 보이고 있다. 이어서 ‘한국인의 감정적인 말과 행동 때문에 (23.1%)’, ‘한국인의 이해하기 힘든 애국적 행동 때문에 (21.6%)’ 등을 꼽고 있듯이 일본 여론은 한국이 반일감정에 사로잡혀 역사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본다. 일종의 정체성 시비라 할 수 있다.    [그림 5] 상대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이유     반면 일본 국민 다수는 여전히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계 개선 노력을 지지한다. 일본 국민의 과반인 48%는 한일관계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그림 6]), 38.8%는 관계개선을 지지하고 있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거나(7.3%) 한일관계의 미래에 관심이 없다는 의견(7.6%)에 비해 다수를 점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림 7]).    일본사회에서 한일관계를 지탱하는 20%의 하한선이 확인되었다고 해서 향후 반등을 이어갈 것이라고는 예단할 수 없다. 여론이 20% 언저리에 머물 것인지 새로운 추세선을 만들어 낼 것인지는 양국 정부의 정치력과 외교력에 달려 있다.    [그림 6] 한일관계의 중요성(2013-2020)      [그림 7] 한일관계 회복 노력    3. 상대국에 대한 자국 정부의 정책 지지도 높지 않다      · 한국의 아베 전 총리에 대한 호감도, 일본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 1%대      - [한국] ‘한국에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인상, 호감 1.1%, 비호감 90%      - [일본] ‘일본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인상, 호감 1.5%, 비호감 49.7%    · 한국정부의 대일정책 지지도 30.8%, 일본정부의 대한정책 지지도 29.6%   한일 양국 국민의 상대방에 대한 낮은 호감도보다 더욱 낮은 것이 바로 상대국 정상에 대한 호감도이다. 한국인의 아베 전 총리에 대한 호감도와 일본인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1% 남짓하며, 한국인의 아베 전 총리에 대한 비호감도는 역대 최고로 90%에 이르고 있다. 상대국 전체에 대한 인상이 한국은 12%(2019년은 32%), 일본은 26%라고 보면, 국가와 지도자 혹은 정부 사이에 일정한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상대국이 자국 지도자에게 강한 비호감을 표시하는 경우 상대국에 대한 외교 (특히 공공외교)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실제로, 일본인의 문재인 정부의 대일정책에 대한 긍정평가는 2.8%, 부정평가는 57.3%이며, 한국인의 아베 정부의 대한정책에 대한 긍정평가는 5.4%, 부정평가는 78.4%에 이르고 있다.    [그림 8] 문재인 정부의 대일정책 평가    [그림 9] 아베 정부의 대한정책 평가   나아가 양국 국민은 자국의 상대국에 대한 외교정책에 제한된 지지를 표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아베정부의 대한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29.6%이며, 한국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대일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30.8%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에 대한 40-50%대의 지지도에 비하면 10% 이상 낮은 수치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상호 호감도 저하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양국 국민의 인식은 변하지 않고 있다. 지난 8년간 한국의 경우 80% 이상, 일본의 경우 50% 내외의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그림 6). 이렇듯 한일관계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수교 이래 최악의 관계에 대한 불편함, 특히 역사문제에서 시작된 갈등이 경제보복, 안보보복으로 이어지는 사태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대법원 판결 처리에 양국 정부간 교착상태가 2년에 이르는 사태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상대국 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역으로 한일 정부 당국은 이러한 여론의 변화를 반영하는 정책 조정이 필요한 시점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4.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 국민은 새로운 해법을 원한다      · 한국에서는 ‘사법부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의 배상조치 혹은 강제집행’을 선택한 응답이 2019년 58.1%에서 36%로 급감    · 일본에서는 ‘한일협정에 배치되는 강제집행에 일본기업이 따를 필요 없다’는 응답이 29.3%   양국이 당면한 최대 현안이며 시급한 해결 과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에 따른 배상 판결을 둘러싼 양국간 시비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흥미로운 결과는 해법과 관련한 여론의 변화가 보이는 것이다. 핵심은 한국정부의 원론적 입장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크게 하락한 점이다.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기업이 배상조치해야 하며, 이에 불응할 경우 강제 집행해야 한다’는 해법이 작년 58.1%에서 올해 36%로 22% 포인트 하락하였다. 이와 함께 현재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방안 즉, 양국 기업과 민간이 재단을 설립하여 피해자에 보상해야 한다는 방안(6.2%)을 더하면 약 42%의 국민이 현재 정부의 노선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한국 정부와 민간이 금전적 지원을 대신 맡는다는 방안(18.2%), 중재 혹은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13.2%) 등의 의견이 2019년에 비해 지지가 증가하였고, 놀랍게도 일본 정부의 입장인 ‘대법원 판결이 한일협정에 배치되므로 일본기업이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 14%의 지지를 얻고 있다. 요컨대 한국측에서는 정부가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 10] 대법원 판결로 양국이 대립하는 상황에 대한 해결 방안     일본의 경우도 흥미롭다. ‘한국 대법원 판결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과 배치되므로 일본기업은 한국정부의 집행에 따를 필요가 없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해 일본 국민의 29.3%만이 지지를 표시하고 있다. '잘 모르겠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34.6%로 전체 응답자의 1/3 이상을 차지하며,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란 의견도 15.9%로 세 번째를 차지하고 있듯이, 다수는 어떤 해법도 가능하지 않거나 쟁점과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의사 표시가 어렵다고 본다. 일본 여론 역시 정부가 취하고 있는 원칙적 입장에 대해 제한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입장으로는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요컨대, 일본 측에서는 한일 갈등 상황에서 한국이 잘못하고 있다는 여론, 한국이 한일협정이란 국가간 약속을 어기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어 있고, 해결 가능성은 낮다는 인식, 특히 문재인 정부와는 어렵다는 인식이 드러나고 있는 반면, 한국측은 전향적인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다.      5. 역사갈등의 부정적 파급효과 심각: 상황 방치하면 위기 올 수 있다      · 무역분쟁에 대해 강경 대응보다는 조속한 해결 선호    · 현금화 상황이 도래할 경우 상호 강경 대항조치 지지    · 수출 규제 이후 윈윈 협력의 가능성    강제동원 판결 처리를 둘러싼 정치적, 외교적 대립과 갈등은 경제와 안보관계에 부정적 파급효과(spillover)를 가져오고 있다.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검토라는 보복 조치로 극명하게 드러난 이른바 정경분리 원칙의 훼손은 수교 이래 한일관계에 유례없는 최악의 선례를 남기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양국 경제협력 및 안보협력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확대한 데 있다.    한일 경제관계에 대해서 한국 측은 일본과 ‘윈-윈(win-win) 관계 가능’하다는 응답이 41.6%에서 34.3%로 감소하였고, ‘윈-윈 관계 어렵다’가 37.4%에서 45.4%로 증가하였다. 일본에서는 긍정적 의견이 43.6%에서 25.1%로 급감하였고, 부정적 의견은 19.7%에서 37.7%로 급증하였다. 양국간 ‘경제적 상호의존’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 것이다.    [그림 11] 한일 경제관계에 대한 의견   군사안보 면에서도 지난 1년 사이 양국간 신뢰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한국인에게 일본에 대한 군사적 위협인식은 38.3%에서 44.1%로 증가하였다. ([그림 12]) 일본의 경우는 미세한 증가를 보였다 (12.3% ->13.4%). 보다 구체적인 질문으로 양국간 군사충돌의 가능성이 있는 독도 주변에서의 분쟁 가능성에 대해 한국에서는 ‘수년 이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13.7%), ‘먼 장래에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36.1%)는 응답율이 증가하였다.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응답은 54.8%에서 39.5%로 감소하였다. 일본에서도 양국간 군사분쟁 발생 가능성이 ‘먼 장래에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19%)는 응답이 증가하였고,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응답이 2019년 57%에서 40.9%로 감소하였다.   [그림 12] 군사적 위협을 느끼는 국가·지역     [그림 13] 독도 주변에서 한일 군사분쟁 발생 가능성   한편, 한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2019년 66.2%에서 2020년 53.6%로 감소하였다. ‘어느 쪽도 아니다’가 25%에서 35.4%로 증가하였다. 일본에서도 ‘어느 쪽도 아니다’가 45.8%에서 50.6%로 과반수를 넘어섰다. 2019년 지소미아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던 바 있듯이, 무역분쟁만큼이나 군사분쟁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였고, 한일 간, 한미일 간 안보협력에 대한 조심스러운 입장이 드러났다.    [그림14] 한미일 안보동맹 강화 필요성   이렇듯, 한일 양국 사이 경제적, 군사적 위협 인식의 증대는 역사문제로 인한 외교 갈등의 여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상호 전략적 이익의 수호를 위해서 현안의 해결이 더욱 중요하다. 문제는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의 집행 과정에서 일본 자산의 현금화가 단행될 경우 일본 정부의 보복조치가 예정되어 있고 이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국민의 54.2%가 대항조치에 찬성하는 반면, 대항조치 반대는 5.4%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의 경우, 무역분쟁 해소를 위해 서로 타협하며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30.6%),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분쟁상태는 우려스럽다’(17.7%) 등 협상론이 ‘피해를 입더라도 일본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17.9%) 등 강경론보다 우위에 있다. 문제는 일본이 대한 보복조치를 단행할 경우이다. 여론은 ‘맞대응은 보복의 악순환을 야기하므로 대항조치 취소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33.9%) 보다는 ‘한국정부도 대응조치를 강구해야 한다’(54%)는 입장이 우위에 있고, 만일 대항조치를 취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강력 대응해야 한다’(46%) 또는 ‘지소미아 종료조치 같은 안보수단을 동원해야 한다’(9.4%)와 같은 강경론을 지지하고 있다. 이렇듯 사안을 방치하면 강경론이 부상하고 대치와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결론에 대신하여   양국 국민들은 한일관계 악화, 정부간 대치 국면의 장기화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외교적 교착상태가 1년 4개월을 넘어서고 있으며 또 한차례 위기의 파고가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다. 국민 여론은 가능한 한 여러 옵션을 고려하며 일본기업 자산의 현금화 시한을 연장하면서 강제동원 문제 해법을 찾아달라는 데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정부 간 불신과 감정 대립이 위험수위에 접근해 있다는 점이다. 강제동원은 한일 갈등의 현상이지 원인은 아니다. 두 정부는 상호 무시와 보복 게임을 반복하면서 불신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다. 한국 대법원 판결 시비, 동해상 일본 초계기 레이더 照射 사건 진실공방, 수출규제 보복과 응수, 지소미아 종료 선언 등을 거쳐, 올해 코로나 19로 양국이 사실상 격리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사사건건 상대방을 물고 늘어지는 비(非)대면 외교전쟁에 여념이 없다.    이런 상태로는 설사 강제동원 관련 묘수를 찾아낸다 해도 반일(反日)과 혐한(嫌韓)의 이중주로서 갈등하는 양국관계 파고 속에서 난파할 수 있다. 징용문제를 해결하면 한일관계가 정상화될거라는 건 희망사항이다. 관계회복을 위한 보다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시각에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여기서 양국 시민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양국 정치 지도층은 근대 민족주의의 배타적, 퇴행적 요소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도층이 반일과 혐한의 감정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이에 따라 부정적 여론이 환기되어 국민감정 충돌의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어 온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양국 시민들은 국가를 우회하는 여러 교류를 지키고 확산해가야 한다. 무엇보다 한일관계의 미래를 담당할 20-30대 청년세대 사이의 건강한 대화와 이해 증진이 핵심적이다. 양국 시민사회는 탈근대적, 탈국가중심적, 탈민족주의(배타적 민족주의)적 사고에 기반하여 공생과 번영의 관계를 이끄는 중심 행위자이다. 이들이 주도적 역할을 통해 청년세대가 역사의 무대에 본격 등장하도록 길을 터 주어야 한다.■     ■ 손열_ EAI 원장,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시카고대학교 정치학 박사.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원장과 언더우드국제학부장, 지속가능발전연구원장, 국제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하였고, 도쿄대학 특임초빙교수, 노스캐롤라이나대학(채플힐),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방문학자를 거쳤다.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2019)과 현대일본학회장(2012)을 지냈다. Fullbright , MacArthur, Japan Foundation, 와세다대 고등연구원 시니어 펠로우를 지내고, 외교부, 국립외교원,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국제교류재단 자문위원, 동북아시대 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전공분야는 일본외교,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국제정치, 공공외교. 최근 저서로는 Japan and Asia's Contested Order (2019, with T. J. Pempel), Understanding Public Diplomacy in East Asia (2016, with Jan Melissen), “South Korea under US-China Rivalry: the Dynamics of the Economic-Security Nexus in the Trade Policymaking,” The Pacific Review (2019), 32, 6, 『한국의 중견국외교』(2017, 공편) 등이 있다.   ■담당 및 편집: 이은지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7) / [email protected]     [EAI이슈브리핑]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시리즈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손 열 2020-10-22조회 : 1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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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I] 제8회 한일미래대화 개최 <세계질서 변화 속 한일협력: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은 가능한가>

  .a_wrap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1.6em;} 동아시아연구원(원장 손열)은 최종현학술원, 일본 겐론NPO(言論NPO)와 공동으로 제8회 한일미래대화(Korea-Japan Future Dialogue)를 10월 16일(금)~10월 17일(토) 한국고등교육재단 컨퍼런스홀에서 개최하였습니다. 2020년 한일 상호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계, 학계, 재계, 문화계, 청년대표 등 각계 각층의 민간패널을 구성하여 <세계질서 변화 속 한일협력: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논의하였습니다. 본 행사는 한국과 일본을 화상으로 연결하였으며, 사전 신청한 현장 참석자와 일본과 한국의 실시간 온라인 청중이 함께하는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0/17 공개회의 프로그램 시간 프로그램 13:00 ~ 13:40 개회사 - 손 열 동아시아연구원 원장, 연세대 교수 - 오구라 가즈오  일본국제교류기금 고문; 전 주한일본대사 환영사 - 박인국 최종현학술원 원장; 전 유엔대사 축사 - 이홍구 전 국무총리 - 엔도 가즈야 외무성아시아대양주국 참사관 13:40 ~ 14:55 세션 I 2020년 한일 국민상호인식조사 주요 결과에 따른 한일관계 분석 15:00 - 16:30 세션 II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 한일 양국의 과제 및 향후 전망 16:40 – 18:15 세션 III 한일 청년 대화 18:15 – 18:20 폐회   주요내용요약(파일첨부) 국민감정이 한일관계를 좌지우지한다? 한일 청년세대의 키워드에 주목해야: 반 꼰대감정, 문화 콘텐츠와 미디어 리터러시 ‘전략적 이익’이라는 이름의 한 배를 탄 한국과 일본 한국, 신안보협력체제 쿼드(Quad)에 참여할까? 역사문제로부터의 디커플링과 반보 전진을 위한 단계적 접근 지극히 사적이고도 문화적인, 청년들의 한일관계     동영상보기   개회사   세션 1   세션2   세션3     참가자 명단 한국측  김현기 중앙일보 편집국장 김호섭 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남기정 서울대학교 교수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의동 경향신문 논설위원 손 열 동아시아연구원 원장; 연세대학교 교수 박영준 국방대학교 교수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 박인국 최종현학술원 원장; 전 유엔대사 박철희 서울대학교 교수 양기호 성공회대학교 교수 양미강 전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운영위원장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이기호 샤프전자부품㈜대표이사 이숙종 동아시아연구원 시니어펠로우; 성균관대학교 교수 이정환 서울대학교 교수 이원덕 국민대학교 교수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훈상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전재성 동아시아연구원 소장; 서울대학교 교수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조형진 초록뱀미디어 대표이사 지영미 WHO COVID-19 긴급위원회 위원; 한국국제교류재단 보건외교특별대표 최상용 전 주일대사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일본측  고다 요지(香田洋二) 전 해상자위대 자위함대사령관  가토리 데루유키(香取照幸) 조치대학 종합인간과학부 교수, 전 후생노동성 연금국장 고조 요시코(古城佳子) 아오야마가쿠인대학 교수 곤도 세이치(近藤誠一) 곤도문화외교연구소 대표; 전 문화청장관  구도 야스시(工藤泰志) 겐론NPO 대표  권용석 히토츠바시대학 부교수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학 교수 사카모토 하루카(坂元晴香) 도쿄대학 국제보건정책학교실 특임연구원  소에야 요시히데(添谷芳秀) 게이오대학 명예교수  야마구치 즈요시(山口壯) 자유민주당 중의원의원  오구라 가즈오(小倉和夫) 일본국제교류기금 고문; 전 주한국 대사  오시타니 히토시(押谷仁) 도호쿠 대학 대학원 의학계 연구과 미생물 분야 교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대책 전문가 회의 위원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학 명예교수  오쿠조노 히데키(奥薗秀樹) 시즈오카현립대학대학원 국제관계학과 준교수; 현대한국 조선연구 센터 부센터장  이토 아비토(伊藤亜人)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명예교수  후루카와 요시히사(古川禎久) 자유민주당 중의원의원, 전 재무부대신

2020-10-21조회 : 10617
opinion
[EAI·言論NPO 공동기자회견] 제8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발표

.a_wrap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1.6em;}   ◆ 제8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한국의 글로벌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 손열)과 일본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겐론NPO(대표 구도 야스시)는 한일 양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한일국민 상호인식 조사’를 2020년 9월과 10월에 걸쳐 실시하여, 그 조사결과를 10월 15일 목요일 오후 1시에 발표한다. 한일 국민상호인식조사는 2013년부터 매년 실시했으며, 올해로 8회째를 맞는다. 본 조사는 양국 국민의 상대국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파악하여, 양국 국민 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식의 차이를 해소하고 상호이해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20년 조사의 주요 결과는 10월 15일 오후 1시 한국과 일본에서 화상으로 연결하여 국내외 외신기자들이 참여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다. 본 기자회견의 발표 자료는 (1) 본 요약발표문 (2) 주요 데이터 테이블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내외신 기자회견 · 일시: 2020년 10월 15일 목요일 13:00~14:00 · 장소: 프레스센터 19층 매화실 · 발표: 손열(동아시아연구원장, 연세대 교수), 구도 야스시(겐론NPO 대표 · 대상: 한국 및 일본 포함한 국내외 방송사, 신문사, 인터넷 언론사 기자 · 언어: 한국어(韓國語)-일본어(日本語) 동시통역   본 조사의 자세한 결과는 이후 동아시아연구원과 겐론NPO가 공동으로 10월 16~17일 한국과 일본을 화상으로 연결하여 개최하는 ‘제8회 한일미래대화’ <세계질서 변화 속 한일협력: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은 가능한가>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제8회 한일미래대화를 통해 양국의 민간 전문가와 지식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현재 악화되고 있는 양국 국민 인식 차이를 좁히고 한일 관계를 개선할 방안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할 계획이다.   ◆ 프로그램 시간 프로그램 13:00 ~ 13:05 인사말 - 손 열 동아시아연구원 원장, 연세대 교수 - 구도 야스시 겐론NPO대표 13:05 ~ 13:20 2020 <한일상호인식조사> 한국 조사 결과 소개 - 손 열 동아시아연구원 원장, 연세대 교수 13:20 ~ 13:35 2020 <한일상호인식조사> 일본 조사 결과 소개 - 구도 야스시 겐론NPO대표 13:35 ~ 14:00 Q&A - 참석 기자 전체

2020-10-15조회 : 10426
논평이슈브리핑
[EAI 논평] 좌절하는 한일관계: 다가오는 위기, 멀어지는 해법

.a_wrap {font-size:16px; font-family:Nanum Gothic, Sans-serif, Arial; line-height:26px;} [편집자 주] 작년 7월 1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시작된 한일 무역 갈등이 1년이 되었습니다. 한일 양국은 역사문제, 경제문제, 안보문제를 연계하며 악수(惡手)에 악수(惡手)로 대응하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저자인 손열 EAI 원장, 연세대 교수는 문제의 핵심이 정부 간 불신과 감정 대립에 있다고 진단하고, 반일(反日)과 혐한(嫌韓)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강제 동원과 수출규제의 해법을 찾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자국중심주의에 빠진 미국의 중재 역할도, 정치권의 자정 노력도 기대하기 힘든 현 상황에서 한일 양국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합리적 판단에 기초한 한일관계 재건축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좌절과 시련을 넘어서기 위한 인고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고 전망합니다.     7월 1일로 한일 무역 갈등 1년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국을 향한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3종 수출을 규제한다고 전격 선언을 하여 양국관계는 얼어붙었다. 이에 한국은 일본 상품 보이콧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거치며 경제 보복을 주고 받은 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이하 지소미아) 종료 선언으로 갈등을 증폭시켜 미국의 개입을 불러왔다. 일본 기업의 강제동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 처리를 둘러싼 역사 갈등이 경제 갈등과 안보 갈등으로 비화된 3중의 갈등구조는 이제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과 현금화(現金化) 시한이 다가오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일본 정부가 공공연히 보복을 예고하는 데 대해 한국 정부과 여당은 “지난 1년 기습적인 일본의 조치에 흔들리지 않고 정면돌파하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다”고 자평하면서 “소재, 부품, 장비 국산화 전략 시즌 2를 시작”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양국 미디어, 정치권과 정부의 관심은 수출규제조치에 따른 양국의 손익계산서, 향후 일본의 추가 보복 가능성과 정도, 한국의 대항 조치 등 표면적인 이슈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정부 간 불신과 감정 대립이 위험수위에 접근하고 있다는 데 있다. 두 정부는 상호 무시와 보복 게임을 반복하면서 불신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다. 코로나 19로 양국이 사실상 자가격리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사사건건 상대방을 물고 늘어지는 비(非)대면 외교전에 여념이 없다. 이제 한일관계는 정상적인 외교 관계라 보기 어려운 상태에 돌입했다. 문제는 정치다. 양국 정치지도층과 정부는 현금화 시계를 늦추는 꼼수와 미봉책으로 보복과 항전의 제2라운드를 잠시 미룰 수는 있어도, 반일(反日)과 혐한(嫌韓)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강제 동원과 수출규제 해법을 찾기 어렵다. 정치는 코로나 19의 엄중한 사업환경 속에서 원치 않는 한일 경제 디커플링(decoupling)으로 고통받는 기업들, 그리고 한일 양국을 삼각안보협력과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묶고자 고심하는 미국에 좌절감을 가져다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풀리지 않는 갈등의 후과(後果)는 빛바랜 민족주의에 좌절하는 청년 세대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감정 대립의 소용돌이 구조 한일 갈등은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유례없는 사태다. 지난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천황 사죄 요구 발언으로 본격화된 갈등은 2013년 아베 총리의 침략 부인 발언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 2014년 위안부 해법 공방과 국제 공공외교전으로 이어졌다.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 이후 갈등은 오히려 깊어졌다. 부산소녀상 설치 소동, 대선후보 5인의 합의 파기·재협상 공언, 위안부 합의 재검토, ‘화해·치유재단’ 해산 등을 부단히 비판하며 아베 정부는 한국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로 매도, 자국민의 분노를 일으키는 데 성공하였다. 한국이 역사문제로 “골포스트”를 옮겨 가며 끊임없이 자국을 괴롭히는 행태를 묵인할 수 없다며 공세적인 한국정책으로 전환하였다. 한국 대법원 판결을 “국제법 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국제법 위반 상황을 조속히 시정”하라는 강공을 펼치며, 나아가 무역 보복이라는 과격한 공격 카드를 선택한 것도 이러한 한국 때리기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아베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수출 규제 선언은 한국경제의 급소를 겨눈 비수였으나 금수(禁輸) 조치로 이어지지 못해 애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했다. 명분상 자가당착에 빠졌기 때문이다. 아베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 국제법 질서 위반 상태를 시정하라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강제동원 판결과 같은 정치 이슈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 규제를 가해 정경분리 국제규범을 훼손하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드러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주도하며 자유주의 국제질서 수호를 주장해 온 일본 정부는 국제적 신뢰가 흔들릴 것을 우려하여, 수출 규제가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수출 관리의 적절한 시행을 요구하는 조치”라며 강제동원 보복 논리를 부인하였고, WTO 무역 규범에 위배되지 않는 사안으로 포장하기 위해 한국기업에 대한 수출허가를 내어 주고 이 사실을 특별히 공개하는 고육책을 썼다. 이런 가운데 한국기업들은 제3국 조달이나 국내 생산 등으로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피해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의 대응은 일본의 약점을 파고드는 기민함과 집요함을 보여주기에 역부족이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일감정이 고취되면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 “일본으로부터 자립”을 추구하는 슬로건과 함께 일본 상품 보이콧 등 강렬한 반일 정책이 이어졌으나 국내적 단일대오 차원의 의미를 넘지 못했다. 더 큰 실책은 지소미아 종료 선언을 통해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철회란 두 쟁점을 연계하는 전략을 추진한 것이다. 한국은 지소미아란 안보 이슈로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여 일본의 변화를 촉구하고자 하였으나, 미국은 대중 공동전선을 흔드는 사안으로 인식하여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였다. 지소미아 종료 선언은 일본 안보의 급소를 찔렀다기보다는 오히려 한국 안보에 흠집을 내고 아베의 실책을 외교적으로 덮어 준 무리수였다. 돌이켜 보면 한일 양국은 악수(惡手)에 악수(惡手)로 대응하는 어리석은 공방을 펼쳤고, 한국 내 반일감정, 일본 내 혐한 감정을 고양하여 양 정부 간 불신을 위험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 본래 국가간 불신과 갈등의 소용돌이는 이익의 대립에 따른 안보 딜레마 상황에서 전개되는 데 비해, 한·일의 경우는 이익보다는 감정이 갈등의 소용돌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상호 감정 대립이 공유된 이익을 해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초래하고, 나아가 이익의 훼손이 다시 감정 대립을 악화시키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논란으로 가속화된 갈등의 소용돌이는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도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수출관리체제 향상을 위한 한국 측의 성의 있는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변변한 이유 없이 규제를 풀지 않는 데 대항하여 한국측은 일본에 대한 WTO 제소절차를 전격적으로 재개했고 지소미아 카드 재활용을 암시하고 있다. 출입국 갈등에 이어 해묵은 군함도 산업유산 유네스코 등재공방을 벌였고, 일본측이 한국의 G7 참여 반대 의사를 보이자 한국측은 “몰염치로는 세계최고수준”이라며 말폭탄을 쏟아 냈다. 불신과 감정이 빚어낸 외교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디커플링과 미국의 중개역할 이렇듯 감정 싸움의 악순환을 억제하는 요인은 두가지를 꼽을 수 있다. 경제적 상호의존과 제3국의 중재 역할이다. 지난 위안부 합의 교섭의 경우를 보면 박근혜 정부의 대일 강공 드라이브에 의해 한미일 협력이 약화되어 미국의 전략적 우려가 커지고, 경제거래 축소로 경제계의 피해와 비즈니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하면서 정책의 전환이 이루어졌다(손열 2018). 역사문제에 의한 갈등의 소용돌이 효과에는 하방경직성이 있다는 뜻이다. 경제적 상호의존은 국가간 갈등을 억제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미중 전략 경쟁이 본격적인 안보딜레마와 갈등의 소용돌이로 빠지지 않는 이유는 다층위에서 전개되는 복합 상호의존의 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일 경제관계이다. 감정적 요인으로 양국 간 경제적 상호의존 수준이 저하될수록 역으로 정치·전략적 갈등 수준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일 간에는 일본의 반도체 품목 3종 수출 규제에서 보듯이 전략적 디커플링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 반도체 업체는 불화수소, 플루오린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국내 생산 혹은 제3국 조달 등 공급망 재편을 추구하고 있다. 경제 논리로는 순도 낮은 국산품을 사용할 이유가 없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일본업체와의 디커플링은 불가피하다. 보다 장기적으로 <그림 1>과 <그림 2>를 보면, 2012년을 기점으로 한일 경제의 디커플링 현상이 현저하게 전개되고 있다. 2012년 대비 2019년 양국 간 교역량은 27% 감소했으며, 2020년 1-5월분은 전년도 대비 약 9.3% 급감하였다. 투자부문의 디커플링은 더욱 뚜렷하여 2012-2019년 일본의 대한 투자는 69% 대폭 감소했다. 거시적으로 미중 디커플링의 위험 속에서 한일 정책당국은 이에 대항하는 자유주의 연대에 나서야 할 판에 상호 디커플링을 부추기고 있다.   불신과 감정싸움을 경제효과로 막을 수 없다면 미국의 중재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존재, 미군의 주둔이 한일관계의 안정화에 기여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은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의 숨은 주역이고 한미일 삼각협력 틀 속에서 한일안보협력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역사문제에 개입하여 한일 감정싸움을 완화하는 역할에는 역부족이다.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미국 오바마 정부는 핵심적인 중개 역할을 담당하였으나, 결국 합의는 형해화되었고, 역사 개입의 어려움을 실감했다. 더욱이 국제협조주의가 쇠퇴하고 자국중심주의가 부상하는 오늘의 미국 국내 분위기를 감안하면 미국의 적극적 중재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한일관계 재건축을 위하여 현재 양국 정부와 정치지도층은 민족주의적 정열로 한일관계를 ‘나와 남,’ ‘아군과 적군’으로 날카롭게 나누어 감정 대립의 외교전쟁을 벌이고 있다. 위기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설령 미봉책으로 일본기업 자산 몰수와 현금화의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해도,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적이 아닌 정당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권력 행사에 절제와 인내를 지키며 타협해 나가지 않는 한, 이에 근거하여 양자관계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합리적 판단을 수반하지 않는 한, 강제동원과 수출규제 해법을 찾기 어렵다. 현재 양국의 정치 상황으로 보아 퇴행적 민족주의에 근거한 반일 및 혐한 감정이 정치권 내부의 자정(自淨) 노력으로 치유될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양국은 좀 더 싸워야 해결의 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감정 대립과 미봉책이 교차하며 사회 전체적으로 좌절감이 무겁게 쌓여갈 때, 제2차 보복과 대항의 연쇄 속에서 서로 처절한 피해를 맛볼 때, 비로소 정치지도층의 자성과 개조가 나오지 않을까. 한일관계는 좌절과 시련,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다. ■     ■ 저자: 손 열_EAI 원장·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미국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장, 언더우드학부장, 현대일본학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경제, 일본외교정책, 동아시아 국제관계 등이다. 최근 저서로는 《저출산 고령화의 외교안보와 정치경제》(2019, 공저), Japan and Asia's Contested Order (2018, with T.J. Pempel), 《한국의 중견국외교》 (2017, 공저), Understanding Public Diplomacy in East Asia (2016, with Jan Melissen) 등이 있다.   ■담당 및 편집: 오승희 EAI 수석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2) / [email protected]     [EAI논평]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전문가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도록 마련된 담론의 장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손열 2020-07-01조회 : 11962
논평이슈브리핑
[EAI 논평 제4호] 글로벌 시대의 한일관계

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 由紀夫) 일본 총리는 지난 달 23일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 참석 시 첫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10월 9일 서울에서 한일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바로 다음날인 10일에는 북경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하토야마 내각이 출범한 지 불과 3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한일 정상이 세 번이나 회담을 가졌다는 것도 특기할 만한 일이지만, 논의가 글로벌 어젠다, 한중일 협력, 한일 양자관계라는 세 개의 수준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그만큼 국제정치가 복잡해지고 복합화되면서 양자관계도 지역 및 범세계적 다자관계와 연결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층적 국제정치에 정상들이 직접 나섬으로써 정상회담 개최 수가 증가하는 것이 오늘날 국제정치의 추세이다.   그렇다면 한일 양 정상이 대면할 기회는 1년에 몇 번일까? 우선 매년 2회에 걸친 한일 셔틀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고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도 작년부터 정례화 되었다. 90년대부터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ASEAN Plus Three: APT), 동아시아 정상회의(East Asian Summit: EAS)에서는 매년 1회씩, 그리고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ia Europe Meeting: ASEM)에서는 2년에 한번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유엔총회는 물론 올 12월에 있을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 등의 국제기구관련 회의가 있고, 여기에 올해부터 G20 정상회의까지 정례화되었으니, 한일 정상이 직접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일은 아무리 적어도 연 7회 이상이다. 국제정치의 지구화(globalization)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 격상도 한몫한 결과이다.   10월 9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는 한일 양국의 우호 증진과 아시아 중시를 유난히 강조해 온 하토야마 외교노선의 의지 표명이 담겨 있다. 하토야마 총리가 양자 간 정상회담을 위한 첫 방문지로 서울을 선택한 사실은 한일관계가 일본외교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토야마 총리는 민주당 대표로 취임한 직후에도 최초 해외 방문지로 서울을 찾아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하고 한일 양국의 친선과 우의를 다짐한 바 있다. 그동안 일본외교에서 차지하는 대한외교의 비중은 한국외교에서 대일외교의 비중만큼은 크지 않았다. 최근 일본정부가 대한외교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 너무 커져버린 중국을 혼자 상대하기 보다는 한국과의 협력으로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일본의 동북아 균형전략이다. 둘째, 일본정부가 환경, 개발, 인간안보 등 지구촌 차원의 문제에 기여하는 글로벌 외교를 수행하는 데 있어,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고 경제발전 수준도 비슷한 한국이 매력적인 협력자로 보이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 가지 요인은 한국에게도 적용된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긴 호흡과 멀리 보는 시선으로 우호선린관계를 펼칠 호기를 만난 셈이다.   이에 따라서, 한일 정상외교의 어젠다는 영토 및 역사문제, 안보•경제관계의 조정 등 양자 간 현안에 머물지 않고 북핵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안보, 동아시아 경제협력체 구축 등 동아시아 지역 수준의 쟁점들, 그리고 더 나아가 글로벌 차원에서의 한일공조 모색으로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 역시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걸맞게 한일 양자관계, 동아시아 지역의 주요 현안,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를 핵심적인 의제로 다루었으며, 양국 정상은 세 차원의 현안들에 대해 대체로 의견 합치를 이루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구체적 개별의제가 별로 없었던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목받은 것은 하토야마 총리의 과거사 관련 발언들과 아키히토(明仁) 천황의 방한문제였다. 하토야마 총리는 과거사 직시를 바탕으로 하여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대한외교의 기본자세를 밝히고 이해를 구했다. 과거 식민지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의 뜻과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가슴에 안고 행동하겠다”고 했던 자신의 말과 일맥상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재일교포 지방참정권 문제, 강제병합 100년을 맞이하여 거론되고 있는 아키히토 천황의 방한 추진 문제에 관해서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총론적으로는 과거사 직시와 반성론의 입장을 명확하게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각론에서는 일본국민의 감정과 복잡한 역학 관계를 고려할 때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현되기까지는 간단치 않은 장애물이 존재하고 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 것이다.   특히 천황의 방한 문제는 이른바 천황의 ‘정치 이용’을 금기시하는 일본적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일본 국내에서는 매우 첨예하고도 민감한 이슈이다. 1992년 아키히토 천황의 중국 방문이 천안문 사태 이후 외교적 고립상태에 놓여있던 중국의 출구 전략에 이용되었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일본인들은 천황의 방문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한국측에서도 한반도 식민지배에 대한 공식적 사죄반성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가 한국 강제병합의 합법성 여부에 관해서는 여전히 애매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제병합 100년의 해에 천황을 초청하는 것이 적절한 일인지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양측의 현실을 감안할 때 천황의 방한을 과거사 문제의 종결 및 한일 민족 간 대화해의 결정적 계기로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나름대로 의미는 있으나, 양국 사회의 이해와 지지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에는 역풍이 우려된다.   동북아시아의 핵심 현안인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이른바 ‘그랜드 바겐(일괄타결)’에 대한 교감을 만들어 냈다. 동 구상에 대해 하토야마 총리는 ‘정확하고도 올바른 방안’이라고 평가하면서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 북핵 문제는 지정학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최대 피해 당사자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긴밀한 정책협조가 필요한 분야이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과 미국에게만 대화의 창을 열어 놓고 한일 양국과의 직접대화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긴밀한 대일 공조를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대북정책 주도권을 확보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 정부는 일괄타결 안에 일본이 중시하는 납치문제가 포함되어 있다고 밝힘으로써 지난 정부보다 일본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과 한중일 4국, 나아가 러시아까지 포함하는 5개국이 한국이 주창한 일괄타결안을 본격적으로 조율하기 시작한다면 그 과정에서 납치문제와 같은 안건이 남아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토야마 총리가 주장하고 있는 ‘동아시아공동체’의 경우, 그 방향과 비전은 바람직하나 구체적 내용과 실현 방법에 있어서는 막연하고 애매한 부분이 적지 않다. 자민당 정부 하에서 추구되었던 일본의 동아시아공동체 전략은 초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 대항하고 이를 견제하려는 일본 나름의 고육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의 문제를 내세우는 한편, 호주, 뉴질랜드, 인도를 포함하는 광역 동아시아지역주의의 주창을 통해 중국 견제를 시도하였던 기존의 입장이 하토야마 정부 하에서도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이와는 다른 새로운 발상과 전략이 나올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토야마 총리의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이 성공하려면 통상, 투자, 개발원조, 환경 등 기능적 영역에서 역내 연결망을 일찌감치부터 구축해 왔던 일본이 왜 동아시아 지역에서 리더십을 공고하게 구축할 수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야 할 것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한국의 ‘실용외교’ 및 중국의 ‘조화외교’에 화답하면서, 한중일 3국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지역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도록 ‘우애외교’의 비전과 철학,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이제 한일정상이 다루어 나갈 글로벌 차원의 이슈도 다양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 및 금융 분야의 협력에서부터 기후변화, 개발 및 환경, 인권 등의 분야에 이르기까지 한일은 상당부분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고, 양국 간 공조와 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특히 내년에 한국에서 개최될 G20 정상회의와 일본에서 열릴 APEC 정상회담이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양국의 협력 방안을 깊이 논의하였다. 한국과 일본은 근접한 경제발전 단계만이 아니라 유사한 정치•경제 제도를 지탱하는 규범과 문화를 공유하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개의 선진국이다. 양국이 국제적 위상에 맞는 지구촌의 당면과제에 책임감을 갖고 기여하려는 글로벌 외교를 펼치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한일 양국은 상호협력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국제적 공헌을 할 수 있도록 협력 가능한 글로벌 어젠다에 따라 분업과 협업체계를 고안해 내야 할 것이다.   2010년은 한일관계에서 보면 강제병합 100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임과 동시에 역사적인 G20 정상회담이 한국에서 개최되는 해이기도 하다. 동시에 한중일 정상회담 역시 한국에서 열리게 된다. 한일 양국은 뜻 깊은 2010년의 도래를 계기로 그 동안 양국관계를 대립과 반목으로 몰아갔던 역사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글로벌 질서의 개편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학교) 이원덕 (국민대학교)   [EAI 논평]은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깊이 있는 분석과 적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AI 논평]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숙종 · 이원덕 2020-06-04조회 : 8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