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표심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다. 투표 막바지까지 알 수 없는 부동층의 선택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패널 여론조사는 동일한 응답자 집단을 대상으로 수 차례 여론조사를 시행함으로써 한국 사회와 정치의 주요 사안에 대한 유권자의 인식과 태도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EAI는 주요 선거에서 패널 여론조사를 시행해 왔으며, 특히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치러진 2017년 조기 대선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유권자의 선호가 막판까지 요동쳤음을 밝혀 내었다. 그리고 유권자들의 선택에 미친 요인에 대해 분석하였다. 후보자 개인으로서 인물에 대한 선호, 정당 선호, 대통령 탄핵과 사드 배치의 정치적 이슈 요인, 미디어의 효과를 비롯해 특히 텔레비전 토론회의 영향 등이 최종 표심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내었다. EAI는 국회 입법조사처와 함께 “2017년 대통령선거와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 학술회의를 개최하여 패널 여론조사의 주요 결과를 발표하였다. 또한 패널 여론조사가 가지는 선거연구의 학술적 중요성을 고려하여, 《변화하는 한국 유권자》 시리즈의 단행본을 발간하였다.

기타
주권재민을 실현하는 대통령

동아시아연구원은 2002년 《대통령의 성공조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조건》 (2007년), 《2013 대통령의 성공조건》 (2012년) 프로젝트를 통해 5년마다 민주화 이후 바람직한 대통령의 역할, 권한, 책임에 관한 제도화 방안을 강구해왔다. 2017년 대선의 해를 맞아, EAI는 2016년 6월 23일 안희정 충청남도지사를 초청해 《2018 대통령의 성공조건》 제9차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국민이 주인인 새로운 시대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국가 리더십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의 관건은 선거 과정에 있다. 선거 과정에 입후보하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주권자들과 계약관계를 맺느냐가 결정되는 것이 선거 공간이다. 현재까지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의 선거는 그 시대적 과제에 부응해서 지도자를 뽑았는데 이제는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지배 엘리트들이 대중을 어떻게 통치하느냐 하는 지배 방식과 체제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논의하지 말고 민주주의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는 민주주의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 민주주의 시대의 확고한 약속은 주권자가 주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리더의 관점에서 어떤 사태를 보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선거 과정에서 가능하면 주권자와의 더 높은 수준의 계약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용도와 기능을 약속하기보다는, 가치와 방향을 위임 받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용도와 기능은 구체적인 정책 현장에서의 타협의 영역으로써 구체적인 정책 하나하나가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선출직 공직자들이 선거 공간에서 주권자들과 어떤 식의 신탁 계약을 맺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위대한 신탁이 가능하도록 민주주의의 기본 철학인 주권재민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 비교정치학이나 기존 정치이론에서 나오는 것처럼 지배 엘리트와 대중과의 관계로서 선거 공간을 보지 말아야 한다. 이 역사와 삶의 현장으로서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그들과 신탁을 맺으려는 노력을 하는 정치인들의 자세가 필요하다.     자치 분권의 나라     주권재민의 원리를 보다 충실하게 실천하는 방식으로 지방자치를 발전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중앙집권체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대부분 중앙집권체제 내의 공적 행정 업무 일부를 지방에 위임하는 형태로 지방자치를 하고 있다. 업무의 권한, 기획, 재정을 중앙정부가 다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하청업체에게 맡기듯 지방자치단체에 일부 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 방식은 국가라는 절대적 존재로부터 발생한 업무를 기관이 수행하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국민들이 왜 세금을 내느냐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왜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세금을 국가에 내야 할까? 가장 크게는 침략당해서 목소리를 빼앗기거나, 폭력과 범죄로부터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지 않으려고 세금을 낸다. 시장의 원리나 개인의 책무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공공행정적 수요가 있기 때문에 세금을 내서 공무원을 두는 것이다. 알맞은 수준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민주주의 주권자가 참여할 수 있는 적절한 정부 형태가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국가의 주인인 주권자들이 민주주의를 신장시키고 주권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국가 행정에 대해서 주인 노릇을 하게 할 것인가의 관점으로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     장관, 한 다리 건너의 손님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지위는 약간의 입헌군주적 성격, 미국 대통령의 대표성과 국회의원의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어 굉장히 복잡하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구성이 명확하지 않다. 그 중 가장 핵심은 대통령 통치력의 최고도화를 위한 수단이 청와대에 있다. 법과 제도, 의회와 민주주의 여론 정치를 뛰어 넘어서 국가 어젠다를 끌고 갈 수 있는 파워라고 하는 의미로서의 통치력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이 국가를 효과적으로 끌어가 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현재의 우리 대통령제를 만들어놓은 이유라 하겠다. 대통령이 어떠한 리더십을 구사할 것이냐에 따라서 청와대 비서실은 그 체제가 바뀐다. 가장 믿을만한 방안은 유능한 내각을 구성하고 장관들과 대통령이 좋은 파트너십을 형성해 청와대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이상적 파트너십을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지금처럼 비서들이 나서서 감시자(watchdog) 역할을 하게 된다. 청와대 비서실 문제를 보건대, 대통령이 현재의 헌법 내에서 어떠한 지위를 형성할 것이냐에 대한 본인의 리더십 성격이 청와대의 비서실의 모습을 절대적으로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경우, 파트너십을 형성하려면 내각이 정치적 파워게임의 결과에 따라 구성되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대통령이 어젠다에 대해서 각 부처와 맺는 관계의 방식에 있어서 각 부처 장관들과 충분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대선 때 캠프를 짜서 갑자기 정책자문단을 구성해서 몇 차례 자문을 받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어떤 정향성을 가지고 서로 간의 가치나 방향에 대해서 공유해야 한다. 이 공유하는 틀이 정당이다. 정당이 이 공유의 틀들을 통해 워싱턴의 싱크탱크나 전문가처럼 소통을 하고 호환성이 있어야 서로를 믿고 맡긴다. 그런데 이러한 네트워킹 과정이 없기 때문에, 모든 대통령의 집권은 허약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참모들이 대통령의 의중을 잘 몰라 답답할 때가 있다. 의중을 잘 파악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커지다 보면 청와대 비서실의 권력이 세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장관들은 한 다리 건너의 손님이 되고 내각의 수행능력, 기획능력이 저하된다.     고시제도: 공정하지 못한 사회     우리나라에서 가장 머리 좋고 뛰어난 엘리트들이 모두 공무원시험 한 곳에 몰리고 있는 구조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그 좁은 공간에 많은 기회가 있다고 사람들은 믿고, 또 거기에 많은 기회가 있기 때문에 그 좁은 문에 다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력, 지연, 부와 같은 것을 통해서 사람들이 공정한 대우를 못 받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돈을 벌면 학벌을 더 얻으려고 하고, 자식도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각자 자기 삶의 보람과 긍지에 대해서 생각하기보다 불공정으로부터 억울함을 당하지 않기 위한 출세를 먼저 생각한다. 이 구조를 깨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빈부나 계급이나 출신이나 이런 것과 상관 없이 한 인간으로서의 자기 능력과 소질을 가지고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을 주고 이를 담보해 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좁은 문에 들어가서 공무원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갖도록 공정한 사회의 길을 주어야 한다.     정당의 역량 강화     국회 사무처나 국회 스텝들의 역량이 축적되어야 한다. 정당은 정당대회를 통해서 당권 경쟁이 붙을 때마다 각료들이 바뀌고, 의원들과 스텝들의 관계는 거의 주종관계처럼 되어있다. 이러한 구조를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대통령 후보자는 자기 조직을 만들기 위해 당을 지배하거나 대한민국을 지배하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캠페인 조직을 만드는 것과 당과 국가를 지배해서 자기의 조직을 만드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이제까지는 대통령 출마자가 집권의지와 그 포부를 위해서 자기의 모든 사재와 정치자금을 동원해서 정당을 꾸려가야 하는 것이 한국 정당의 모습이었다. 대통령 출마자는 자신의 선거 운동 베이스 캠프로서 정당을 생각한다. 정당 후보자라고 한다면, 자기의 참모조직을 만들어서 정당을 접수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일원으로서 정당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은 본인의 팔을 가지고 국가를 접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국가의 틀 내에 자신이 들어간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관료조직도 전문성과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고, 정당 조직도 자기 나름의 뿌리를 가질 수 있다. 이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가 바뀔 때마다 정당도 바뀌는 것이다.               안희정 충청남도지사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 경선캠프 사무국장, 민주당 노무현 후보 비서실 정무팀장, 민주당 최고위원을 거쳐 충청남도지사를 역임했다.     사회자 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 교수     토론 강원택 서울대 교수 김석호 서울대 교수 김재일 단국대 교수 김태영 경희대 교수 나태준 연세대 교수 박원호 서울대 교수 박형준 EAI 거버넌스센터 소장, 성균관대 교수 이내영 EAI 여론분석센터 소장, 고려대 교수 한규섭 서울대 교수 한승준 서울여대 교수 한정훈 서울대 교수 배진석 EAI 수석연구원 김보미 EAI 선임연구원    

2018 대통령의 성공조건 제9차 라운드테이블 2016-12-15조회 : 9801
기타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처하는 비전과 용기

동아시아연구원은 2002년 《대통령의 성공조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조건》 (2007년), 《2013 대통령의 성공조건》 (2012년) 프로젝트를 통해 5년마다 민주화 이후 바람직한 대통령의 역할, 권한, 책임에 관한 제도화 방안을 강구해왔다. 2017년 대선의 해를 맞아, EAI는 2016년 6월 13일 김동연 전 국무조정실장을 초청해 《2018 대통령의 성공조건》 제7차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견지망월(見指忘月)   정부가 다양한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을 제시할 때 사회는 달을 쳐다보라고 가리키는데 정부는 달을 쳐다보지 않고 손가락을 쳐다본다. 청년 실업, 장기 저성장, 양극화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런 문제들은 손가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예를 들면, 기준금리를 최대 수준으로 낮춘다, 재정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정책들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인 달을 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을 보는 견지망월이다. 그렇다면 과연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는데, 이것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사람 문제이고 두 번째는 사회적 구조의 문제이다. 사람 문제는 사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인재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자기 스스로의 가치와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좁게는 제도권 교육을 포함한 사회화(socialization)의 문제이다. 즉, 우리는 사람 문제를 잘못 다루고 있다.   두 번째는 사회적 구조 문제다. 우리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는 사회적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단절되어 교육의 기회도 부의 정도에 따라 좌우되며, 사회적 지위까지 대물림이 되는 폐쇄적 구조라 할 수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적 이동(social mobility)이 단절된 사회가 고착화 되면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없다. 이대로 악화된다면 20년 혹은 30년 후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기득권 카르텔(cartel)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기득권 카르텔 구조가 너무 굳어지고 있다. 카르텔에 속한 사람들이 누리는 사회적 지대(social rent), 또는 초과 이윤이 너무나 커지고 있고 내부의 사람들끼리 그 이윤을 더 키우려고 하는 욕망이 팽배해 있다. 그 외부에서는 피 튀기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사회 구조의 문제다. 이러한 사회적 구조의 문제가 달인데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다. 손가락만을 보고 총수요 늘리자, 청년 실업 정책 만들자 식의 해결 방법은 한계가 있다.   새 패러다임에 대한 대처   지금 우리 사회는 이미 과거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 속으로 들어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안에 있기 때문에 패러다임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과거에 인식했던 패러다임이나 성공 경험이나 경로 의존성을 완전히 깨트려야 새로운 패러다임에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 당시에 살았던 사람은 산업혁명이 주는 의미와 파장에 대해서 잘 몰랐다. 지나고 보니 엄청난 인류 역사, 경제, 문명사의 획기적인 변환기였던 것이다.   산업혁명기 생산기술의 발달은 총수요의 확대와 화폐경제의 획기적 변화를 야기했고, 이러한 경제의 양적 성장 위에 사회 및 국가 전체의 부가 축적되었다. 농촌 인구의 도시유입으로 인한 도시화의 가속화, 신산업의 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의 새로운 현상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인류는 근대의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정작 그 속에서 살고 있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변화가 인류 역사의 상당부분을 규정했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성하는 과정이었음을 인식하지 못했다. 지금 우리는 이미 새로운 패러다임 속으로 한 발짝 들어와 있다. 과거의 원리와 기준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금까지 인류는 지속적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고 팽창시켜왔다. 전쟁이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의 양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혁명기 때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이 시대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사이 과거와는 전적으로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도자로서의 과제   첫 번째는, 비전이다. 지도자는 5년 후, 10년 후, 어떤 국가를 지향해야 할 지에 대한 비전이 확실하게 있어야 한다. 복지의 경우, 많은 정치권이나 관료나 학계에서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에 대한 논쟁을 한다. 이것은 달은 저기에 있는데 손가락만 쳐다보는 격이다.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의 문제보다 더 앞서야 할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 제도의 모습은 무엇이고, 그때의 복지 철학은 무엇이고, 그 철학에 의한 우선 순위는 무엇이고, 여기에서 나온 보육은 어떻게 해야 하냐의 물음으로 이어져야 한다. 아무도 복지국가나 복지 철학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두 번째는 용기다. 대통령은 자기 임기 중, 또는 임기 후에 자신이 인기 없는 대통령을 하겠다라는 결심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본인이 이야기하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 용기와 자기 실행이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서는 이러한 용기 있는 모습을 보기 쉽지 않다. 장관이 되어서 자기가 하는 일에 소신과 용기를 가지고 공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 더불어 그 자리가 자신의 마지막 자리라고 결심을 한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지도자가 비전을 가지고, 당대에서 인기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만 버려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세 번째는 소통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지도자의 소통에 목말라하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지도자는 자신이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하면서 자기만족을 하면 소통이라고 할 수 없다.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추고 마음을 열지 않으면 소통이 되지 않는다. 네 번째는 실력이다. 이는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사람이고 하나는 일의 맥이다. 사람을 알아보고 쓸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어떤 일을 추진하는 데에 있어서 달성하고자 하는 정책 목표가 있을 때에, 어떤 맥을 짚고 어디를 쳐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를 정확히 알지 못 하면 정책과 일이 오히려 왜곡된 효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을 알아보고 쓸 수 있는 능력, 일의 맥을 짚어볼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문제 해결 능력, 즉 일머리다. 일머리가 없으면, 의도가 아무리 좋고 정책 목표가 타당하고 그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결정의 과정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갖춰져서 가장 좋은 대안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   통합, 선택과 집중   결국은 누가 대통령이 됐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 특히 기득권층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고 사회적 합의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이 시대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도자뿐만 아니라 더 가진 사람, 배운 사람의 희생,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진정성이 선행이 되어야 한다. 사회통합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국정 운영과 정책의 문제를 가지고 그 안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배열해봐야 큰 효과가 없다. 완전히 새로운 각도에서 어젠다 세팅을 해야 하는데, 특히 역사의식을 통해서 근본적인 원인과 기본에 대해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하고, 불굴의 용기를 가지고 어떤 비판도 감수하고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진정성과 실력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 ■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은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 사무관, 세계은행 선임정책관, 기획예산처 재정정책기획관,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을 거쳐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사회자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 교수       토론 강원택 서울대 교수 김석호 서울대 교수 김재일 단국대 교수 김태영 경희대 교수 나태준 연세대 교수 박원호 서울대 교수 박형준 EAI 거버넌스센터 소장, 성균관대 교수 이내영 EAI 여론분석센터 소장, 고려대 교수 한규섭 서울대 교수 한승준 서울여대 교수 한정훈 서울대 교수 배진석 EAI 수석연구원 김보미 EAI 선임연구원        

2018 대통령의 성공조건 제7차 라운드테이블 2016-12-05조회 : 1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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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치에서 배우는 대통령의 성공조건

동아시아연구원은 2002년 《대통령의 성공조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조건》 (2007년), 《2013 대통령의 성공조건》 (2012년) 프로젝트를 통해 5년마다 민주화 이후 바람직한 대통령의 역할, 권한, 책임에 관한 제도화 방안을 강구해왔다. 2017년 대선의 해를 맞아, EAI는 2016년 5월 9일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초청해 《2018 대통령의 성공조건》 제6차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독일 정치에서 배우다   독일은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었다. 인류에 큰 범죄를 지었으나 국제사회의 신뢰를 이미 회복했으며 경제적으로도 EU를 이끌며 번영을 누리는 등 여러 방면에서 가장 모범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독일의 번영을 가능케 한 것은 정치이며 정치적 성공의 핵심에 수상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독일 정치가 성공적으로 평가 받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권력의 분산   독일 정치의 첫 번째 특징은 권력 집중이 아닌 권력의 분산에 있다. 독일은 연방정부와 16개의 지방정부로 구성되는 연방제를 취하고 있다. 입법부는 하원과 상원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하원의 경우,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정원이 598명이다. 상원은 인구와 관련 없이 주의 크기를 반영해서 각 주 대표 69명으로 상원을 이루며 지방정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각 주의 재정이나 권한에 관한 사항은 반드시 상원의 동의를 받도록 되어있다. 독일은 지방정부와 연방정부의 집권당이 다른 경우가 많고, 상원이 지방과 중앙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상당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하여 특정 정당 차원에서 이해가 조정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같은 당이라도, 중앙당과 지방당이 또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특정 정당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지 않다.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존경 받는 인물이 선출되기 때문에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따라서 독일의 경우 수상이 다른 나라의 의원내각제와 달리 독점적인 권한을 누릴 수는 없는 체제로 되어 있다. 특히 연방장관과 연방수상의 관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독일 기본법 65조에 의하면, 연방수상은 국가 정책에 관해 가이드라인은 제시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연방장관의 업무에 관해서는 연방장관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방수상이 결코 연방장관의 업무에 대해서 함부로 관여할 수 없다. 사법부도 헌법재판소, 일반법원, 특별법원이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다. 이와 같이 권력을 쪼개고 쪼개서 분산시켜 놓았다. 특히 독일의 선거제도는 다당제이기 때문에 일당이 과반수를 얻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1949년 이후에 지금까지 한번도 예외 없이 연정을 해오고 있다. 연정을 통해서 다시 정부의 권력이 분산되는 것이다. 연정을 하지 않으면, 즉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으면, 국정을 운영할 수 없는 그런 체제로 되어 있고, 이러한 정신에 입각해서 수상이 정치를 해나가고 있다. 권력 행사를 굉장히 절제하고, 권력의 상당 부분을 상대방에게 이양하는 정치이다.   정책의 계승과 발전   독일 정치의 두 번째 특징은 정권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정책이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계승, 진화, 발전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통일정책이든 경제정책이든 정권이 바뀌면 과거 정부의 정책은 중단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정치가 되풀이되었다. 독일의 경우 전 정부의 정책이 계속 진화하고 계승되면서 발전한다. 대표적으로 빌리브란트의 동방정책이 중도우파의 수상에 의해서 계속 진화, 발전되었고, 슈뢰더 사민당의 정책이 기민당의 메르켈 총리에 의해서 계속된다. 또한 독일 정치는 연정을 하기 때문에 연정의 파트너 하나는 집권당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독일의 정책 결정 프로세스는 매우 신중하다. 정당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책결정자가 대화와 타협을 해서 이루어진 정책이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 없다. 정책 단절로 인한 국가적 피해는 굉장히 크다. 우선 국제사회에서 이전 정부와 다른 새로운 입장을 취함으로써 국제관계에서 신뢰를 잃게 된다. 또한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지지했던 정당이 어렵게 만든 정책이 다음 선거에 져서 사라져버리게 되는 악순환은 국민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 국력이 소비되고 낭비되는 결과를 낳는다.   중후한 정치   세 번째 특성은 중후한 정치다. 독일의 정치는 경박하지 않고 대단히 두텁고 무거운 정치다. 인기영합주의나 포퓰리즘을 지향하지 않는다. 일시적인 지지율에 연연해서 어떻게 하면 지지율을 올릴까 하는 식의 접근을 경계한다. 독일의 경우 수상이나 고위 관료는 어느 날 갑자기 인기의 바람을 타고 나타나는 그런 사람이 없다. 대부분 연방수상이나 장관 수행 경험이 있든지, 다양한 경험과 경륜을 가진 검증된 사람이 수상이 된다. 독일은 일단 수상이 되면 국민들이 끝까지 지지한다. 아이젠하워 수상은 14년, 콜 수상은 16년, 메르켈은 수상은 12년째 수상직을 맡고 있다. 장기적인 비전을 다루는 국가정책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독일 정치인들은 끝없이 국민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주는 정치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빌리 브란트이다. 그는 1970년 12월 7일에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던 인물이다. 그 밖에도 독일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국제사회에 반성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국민들이 잘못된 정치에 휘말리지 않도록 경계하는 올바른 정치를 보여주었다.   개헌의 필요성   1987년 헌법이 30여년 동안 한 자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 또는 정치가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현재의 헌법은 권력을 분산하고 대화와 타협이 바탕이 되는 정치 체제에 맞지 않는다. 장기적인 국가비전을 가지고 국가를 발전시켜나가는 적합한 제도라고 할 수 없다. 그동안 정보화 사회로의 변화, 환경 문제, 난민 문제, 생명권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기본권 문제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지방자치제도, 통일 대비 내용,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제도, 감사원의 독립 여부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통일 문제와 관련하여,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독일인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1949년 독일은 헌법을 만들며 일시적인 통일 헌법을 다시 만들 생각으로 헌법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고 기본법이라고 명시하며 통일과 관련된 조항 두 가지를 포함시켰다. 23조에는 독일 연방에 속했던 주가 독일 연방에 편입되기를 바라는 결의를 하면 바로 독일 연방으로 귀속되는 흡수 통일을 의미한다. 한편, 146조는 독일 통일이 되면 총선을 하고 제헌의회를 구성하고 제헌헌법 제정하는 것을 포함한다. 제헌의회를 만들어서 제헌헌법 만드는 것은 굉장히 복잡하고 국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 조항에 의해서 동독 정부가 5개주를 부활시키고, 그것이 서독 연방에 편입되는 방법으로 통일을 했다. 두 가지 가능성을 다 열어두었는데, 만약 23조에 의해서 통일을 하지 않았다면 독일 통일은 굉장히 지난한 문제였을 것이다.   대통령의 철학과 소신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철학과 소신이다. 이것은 인기에 영합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통치자 나름대로의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국가의 장래와 국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원칙을 정하는 것이다. 아이젠하워 수상 집권 초기, 당시 소련의 스탈린 수상이 분단된 독일을 통일시켜서 중립국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는 굉장히 매력적인 제안으로 야당인 사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기민당과 국민들도 상당 부분 찬동하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아이젠하워 수상은 독일이 서방 세계의 일원으로 서방 경제체제와 서방 군사동맹 안에 있어야 장래가 보장된다는 소신을 가지고 국민들의 미움을 잠재웠다. 만약 아이젠하워가 인기에 영합하여 끌려갔다면, 서구유럽에서 현재와 같은 독일의 리더십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철학과 소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포퓰리즘이나 인기를 쫓게 되면 당장은 쉬운 선택일 수도 있고 지지도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민과 나라는 멍들어간다. 독일 정치인에서 봤던 것처럼 대통령은 탈 권위하고, 끊임없이 학습하고 소통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하며, 자신의 생각을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유연성과 포용성을 가져야 한다. 그리하여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 인사권을 과감히 단계별로 이양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분산하고 나누고 포용하고 하는 그런 자세를 갖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           김황식 前 국무총리(現 김황식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원, 법원행정처 차장, 대법관을 거쳐 감사원 원장을 역임했다.     사회자 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 교수   토론 강원택 서울대 교수 김석호 서울대 교수 김재일 단국대 교수 김태영 경희대 교수 나태준 연세대 교수 박원호 서울대 교수 박형준 EAI 거버넌스센터 소장, 성균관대 교수 이내영 EAI 여론분석센터 소장, 고려대 교수 한규섭 서울대 교수 한승준 서울여대 교수 한정훈 서울대 교수 배진석 EAI 수석연구원 김보미 EAI 선임연구원                

2018 대통령의 성공조건 제6차 라운드테이블 2016-12-04조회 : 1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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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읽는 눈과 사람을 아끼는 마음

동아시아연구원은 2002년 《대통령의 성공조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조건》 (2007년), 《2013 대통령의 성공조건》 (2012년) 프로젝트를 통해 5년마다 민주화 이후 바람직한 대통령의 역할, 권한, 책임에 관한 제도화 방안을 강구해왔다. 2017년 대선의 해를 맞아, EAI는 2016년 4월 11일 변양균 전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현 옵티스 및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회장)을 초청해 《2018 대통령의 성공조건》 제4차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시대를 읽는 눈   대통령의 첫 번째 조건은 현재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느냐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을 보면,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서 상당부분 해야 할 임무를 완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이끌었고, 전두환 대통령도 그 당시 경제를 비롯하여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개방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개방을 도모했다. 노태우 대통령도 남북관계가 경직되어 있었지만 탈냉전의 국제정세를 읽고 북방외교를 추진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문민정부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군부의 정치 개입을 근절시키고 불법적인 정치자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IMF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으며, 정보화시대에 맞추어 IT기반을 위한 광케이블 등 정보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였다. 그리하여 오늘날 전세계의 인터넷 강국의 기본을 다졌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주어진 상황을 고려하여 정책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리더십을 가질 때 대통령은 성공할 수 있다. 1997년 즈음부터 해서, 약 15년 전부터 우리나라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즉 대기업에서의 성과와 수익이 중소기업으로 흘러 들어가고, 전반적인 국민 소득이 증가하는 경제적 흐름을 낙수효과라고 할 때, 한국은 지난 15년 동안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낙수효과만을 생각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잘 사는 사람들의 돈이 아래쪽으로 흐를 것이다, 대기업의 부가 중소기업을 일어서게 할 것이다 라는 식의 논리는 더 이상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게 된 지 15년이 넘었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예로, 우리나라 경제개발 시기에 45세부터 50세까지 98만 명이었던 인구 수가 내후년에는 436만 명까지 증가해 정점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의 일생 중에서 가장 많은 소비를 하고, 다시 말해 가장 많은 돈이 시점이 만 45세부터 만 50세까지인데, 이 인구는 소비 파워를 가지는 엄청난 인구이다. 그러나 2018년도 이후로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고 이미 그런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성장이나 경제 운영 면에서, 소비 부분이 굉장히 위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인구 구조를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인구 상황을 고려할 때 기존의 정책이 가지는 한계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소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45세부터 50세의 인구를 위해 저비용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이 비용을 적게 들이고도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정책, 예를 들어 레저 또는 교육 비용이 적게 들게 하는 정책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한다. 이처럼 대통령은 시대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눈이 필요하다.   만능 대통령이 아닌 전문 대통령   정책을 발표하고 입안해서 시행까지 평균 3년이 걸린다. 정부가 무엇을 하겠다 발표하고 난 뒤에 실제로, 첫 삽을 뜨기까지는 3년이 걸린다. 이를 보면 5년제라는 것이 시기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도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평상시에 자신이 꿈꾸고 시대적 사명으로 생각하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기회가 왔을 때 우선순위를 따져 가장 중요한 것 한 두 개를 선정하여 잘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제학에 네팔이 왜 못사느냐 라는 질문에 대해 아버지와 아들이 주고 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설명한 것이 있다. 아들이 네팔에 가서 잠깐 머물면서 보니 네팔사람들이 지붕도 잘 수리하는 등 미국인과 비교해보니 압도적으로 재능이 좋았다. 이런데도 왜 네팔 사람들이 못 사느냐라고 아버지에게 질문을 하였다. 아들은 아버지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그 재주가 많다는 네팔 사람들의 특성이 경제적으로 낙후된 네팔의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 가지에 집중해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나머지 문제에서도 교환가치를 가질 수 있다. 혼자서 다 하면 거래나 교환가치가 생기지 않는다. 이처럼 대통령도 절대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   신의와 의리   세 번째로 갖춰야 할 조건으로, 대통령은 사람을 아껴야 한다. 정치에서는 많은 경우 사람을 소모품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며, 주변 사람을 소모품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결국 신의와 의리가 있어야 한다. 물론 조직폭력배들도 신의와 의리를 강조하지만 정의가 없다. 정치적 정의 실현에 기반한 신의와 의리는 다르다. 어떤 정치지도자가 신의와 의리를 지키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면, 그 옆에 있는 참모들도 성심을 다해 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의리가 없는 사람이면, 주변 사람들이 자기가 언제 버려질 지 몰라 자기 보신만 생각하게 된다. 훈민정음 해례본 발표문에 보면 “세종대왕이 직접 만드셔서 발표하셨다.”라고 나온다. 혼자서 그것을 만들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왜 훈민정음은 오로지 세종대왕의 독자적 창제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일까?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여 유추해보면, 중국과의 관계와 신하에 대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당시 중국과 조선의 관계에서 보건대, 중국에게 조선의 한글창제는 사대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한글이 한자를 잘 읽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을 해도 중국은 조선이 독자적인 문자를 갖게 되는 것을 경계할 것이 분명하였다. 그래서 한글창제에 참여한 학자들을 모두 명기하게 된다면, 그 신하는 결국 중국에 소환 당하여 고초를 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나 혼자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오직 본인의 이름만 명기한 것이 아니라 신하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처럼 주변 사람을 아끼고 신의를 지키는 것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 중 하나다.   일반적인 오해1: 국가를 경영한다   사람들이 굉장히 착각하기 쉬운 부분이, 기업 경영과 국정 운영이 유사할 것이라고 본다는 점이다. 사실은 정반대다. 기업 경영을 잘 하는 사람일수록 국정 운영을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은, 예를 들면 서구 사회에서 정치를 꿈꾸는 사람은 10대에 처음 당에 입당을 해서 당과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우고, 당의 전문가, 정책 전문가로 성장해 나간다. 이렇게 행정과 정치의 경험을 터득하게 되면 국정 운영을 잘해나갈 수 능력과 감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경험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국가를 ‘경영’하겠다고 나선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업은 돈을 버는 곳이지만, 국가는 돈을 얼마나 잘 쓰느냐에 운영의 성패가 달려 있다. 그리고 기업은 사람을 편의에 따라 해고할 수 있지만, 국가는 함부로 할 수 없다. 내쳐야 하는 사람일수록 더 보살펴 주어야 하는 것이 국정의 논리이다. 그리고 기업 경영은 “agree”를 추구하고 의사 일치를 이루어서 결정하고 집행하는 데 반해, 국정 운영은 “agree to disagree”라고 표현할 수 있다. 즉 상대방의 반대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국가를 이끌고 나가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전략적 선택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대통령을 잘 해낼 수 있는 인물이라기보다는 국방부 장관과 같이 그러한 덕목이 요구되는 자리에 더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하겠다.   일반적인 오해2: 단기적 통치술=정치   두 번째로 대통령은 단기 전략에 집착하면 안 된다. 그 중 한 가지 예로 우리나라가 TPP에 처음부터 가입하지 않은 것은 굉장히 큰 실수로 볼 수 있다. 역사가 무엇인지, 그리고 국가가 무엇인지, 또한 우리나라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힘 있는 중견국(strong medium sized country)으로 성장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었던 처사라고 본다. 우리 나라가 TPP의 주도국이 되어도 모자란데, 농민들이 데모를 하면 어쩌지, 또 반대 세력이 뭘 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앞서서 TPP 문제를 후일로 미루고, 가입도 나중에 하고, 따라가고, 뒤에 숨으면 제대로 된 국가의 판단이라고 할 수 없다. TPP에 가입하지 않는 바람에 우리나라 기업의 대 탈출이 또 일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우 GDP의 100퍼센트 이상을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무역의존도는 20퍼센트 밖에 안 된다. 이럴진대 우리가 일본보다 뒤늦게 TPP에 가입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일본은 수출이 23% 정도로 TPP를 안 해도 살 수 있는 나라다. 그런 일본조차도 쌀 개방을 우리보다 훨씬 앞서서 하고 TPP 주도국이 되었다. 무역의존도 100%인 나라가 가입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것이다. 상황 모면을 위한 단시안적 판단이 올바른 통치라고 할 수 없다. 긴 안목에서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인 오해3: 참모의 잘못   마지막으로 잘못 임명된 참모는 있어도, 잘못하는 참모는 없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참모 탓을 많이 한다. 일반 국민도 그렇고, 언론도 비서실장을 비판하거나 주변의 참모들에 대해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참모 임명은 누가 했는가? 다름 아니라 대통령이다. 참모는 — 물론 대단히 지략이 뛰어난 참모가 있을 수는 있지만 — 결국 다 최고 책임자와 그의 권력을 구성하는 하나의 부분이라 하겠다. 정말 가까운 핵심 참모들은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의 능력과 행태와 같은 것은 임명한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우리는 그 임명권자를 비판하기보다는 참모가 잘못했다고 비난한다. 결국 상황에 대한 책임은 참모가 지고 물러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 상당히 팽배해 있다. 이는 우리가 여전히 왕정시대를 정신적으로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왕은 잘못을 범할 수 없다는 사고방식이다. 모든 것을 다 소화할 수 있는 제갈공명과 같은 천재적인 참모가 있기를 바라고 혹은 당연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5년마다 바뀌는 대통령제에서 어떻게 제갈공명 같은 참모를 둘 수 있겠는가? ■         변양균 옵티스 및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회장은 기획예산처 기획관리실장, 기획예산처 차관, 기획예산처 장관을 거쳐 청와대 비서실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사회자 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 교수   토론 강원택 서울대 교수 김석호 서울대 교수 김재일 단국대 교수 김태영 경희대 교수 나태준 연세대 교수 박원호 서울대 교수 박형준 EAI 거버넌스센터 소장, 성균관대 교수 이내영 EAI 여론분석센터 소장, 고려대 교수 한규섭 서울대 교수 한승준 서울여대 교수 한정훈 서울대 교수 배진석 EAI 수석연구원 김보미 EAI 선임연구원      

2018 대통령의 성공조건 제4차 라운드테이블 2016-11-28조회 : 1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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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고 공감하는 청와대, 협력하는 국회

동아시아연구원은 2002년 《대통령의 성공조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조건》 (2007년), 《2013 대통령의 성공조건》 (2012년) 프로젝트를 통해 5년마다 민주화 이후 바람직한 대통령의 역할, 권한, 책임에 관한 제도화 방안을 강구해왔다. 2017년 대선의 해를 맞아, EAI는 2016년 4월 20일 박재완 성균관대학교 국정전문대학원 원장(前 기획재정부 장관)을 초청해 《2018 대통령의 성공조건》 제5차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국정운영의 일관성과 연속성 확보   1987년 체제의 핵심은 5년 단임 대통령제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6명의 대통령을 경험했고, 그 중에서 수평적 정권교체가 두 차례 있었다. 문제는 정책의 일관성, 연속성 면에서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상당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보좌진의 시계(視界)를 5년으로 제한시킨다. 즉 국익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정책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고,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에 대통령과 보좌진의 관심이 편중된다. 청와대 내에 중장기 전략을 전담하는 국정기획수석과 미래기획위원회의 부활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5년 단임대통령제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개헌논의가 필요하다. 영국, 캐나다, 독일 등 의원내각제 국가의 경우 국민의 신임을 얻는 정권은 10년 가까이 이어진다. 대통령제라면 단임제보다는 중임제가 국정운영의 일관성과 연속성 확보에는 유리하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해는 관료사회에서 두드러진다. 대통령이 장기적 비전을 바탕으로 전략을 만들어 관료사회를 독려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관료들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해법을 모색하기보다 대과 없이 여론의 지탄을 받지 않을 정도로 몸을 사릴 가능성이 높다. 단임 대통령의 잔여 임기가 줄어들수록 관료들의 정권에 대한 충성심은 약해진다. ‘눈치 보기’가 늘어나고 때론 ‘줄 서(대)기’도 서슴지 않는다. 같은 정부 내에서도 정책의 연속성은 문제가 된다. 5년 단임 대통령제라는 헌법적 한계와는 별도로 총리, 장관, 공공기관장 등 정무직 공무원의 임기가 짧기 때문이다. 5년 단임제가 유지된다면 원칙적으로 이들의 임기는 대통령과 함께 가는 것이 옳다. 최소한 2년 반은 돼야 하고,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능력 있는 정무직 공무원에게는 임기와 관계 없이 일을 계속 맡겨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관료들에게 전문성과 장기적 관점의 책임성을 요구하기 어렵다. 국정운영의 일관성 및 연속성과 관련해 전임 정권과 과도하게 차별화 하려는 정치문화도 큰 문제다. 정권이 바뀌면 전임 정권의 핵심 정책은 쉽게 부정된다. 박근혜 정부를 포함해 민주화 이후 모든 정권이 전임자와 차별화하려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헌법가치를 훼손할 만큼 치명적인 정책은 거의 없었다. 국제사회에서 충분히 존중 받고 있는 모범 정책조차도 전임 정권의 핵심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되지 못하고 오히려 부인되었다. 문제를 조정하고 수정해 발전시켜 승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국회와 바람직한 협력관계 정립   성공하는 대통령의 핵심 조건 중의 하나는 국회와 바람직한 협력관계를 정립하는 것이다. 청와대는 국회를 동반자로 인정하고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첫째, 대통령은 특정 정당이나 계파의 실질적인 수장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여당 국회의원을 대통령 특보로 임명하면서 그런 이미지를 구축할 수는 없다. 둘째, 청와대의 정무라인을 강화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정무라인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총선 이후 협치가 강조되는 정치환경 변화에 적응하려면 예전처럼 여야, 그리고 캐스팅보트를 쥔 제2 야당까지 별도로 관리하는 정무라인이 확충되어야 한다. 매우 어렵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지만, 마음 열고(虛心) 귀 기울이는(善聽) ‘높은 길’(high road)이 오히려 지름길이다. ‘식물국회’가 발목을 잡아 국정이 난맥이라고 남 탓하는 방식은 ‘낮은 길’이다. 셋째, 여당과는 다양한 경로의 ‘당정협의’를 가동해야 한다. 총리와 당 대표가 만나는 고위당정회의, 장관과 정책위의장이 만나는 실무당정회의 등 기존 당정협의체 외에도 청와대 정무라인과 원내대표단, 청와대 정책 라인과 정책위 의장단 간의 당정협의회가 신설될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야당과도 실무선의 ‘정책협의회’를 신설해 정부 정책을 충분히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국회의 선진화와 재정건전성 확보   대통령의 노력과는 별개로 국정의 핵심 동반 및 협력자로서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국회는 정쟁으로 대통령을 발목 잡는다거나 방만한 재정팽창을 시도한다는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스스로 불가역 확약기제(irreversible commitment device)를 확대해 변화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우선적으로 의정 시스템의 제도화 수준을 높여 국회 활동이 예측 가능하도록 운영해야 한다. 공청회나 청문회(월), 소위원회(화), 상임위(수), 법사위와 특위(목), 본회의(금) 등으로 요일 별 의사일정을 정례화하고, 본회의 의안도 상임위 통과 순서로 결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둘째, 방만한 재정팽창에 스스로 제동을 거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의무지출이 생기면 소요재원 마련 방안을 함께 고려해 재정건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페이고(PAYGO) 원칙을 따라야 한다. 국회 예산심의도 정부 예산 편성과 마찬가지로 총액배분-자율편성(top-down)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예결특위가 거시예산을 심의해 심의지침을 확정하면, 상임위는 이에 준해 부처별 미시예산을 심의해야 쪽지예산의 폐해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국회로 대표되는 정치권은 대선이나 총선과 같은 정치 일정이 국가 재정에 짐이 되지 않도록 쇄신책을 마련해야 한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과 정당은 세금 인상 약속보다는 선심성 지출의 유혹에 빠져 무책임한 공약을 제시하기 쉽다. 그 결과 재정건정성은 악화된다. 이러한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 공약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 최소한 대선이나 총선 3개월 전에 각 정당은 핵심공약과 공약 이행의 소요비용과 재원마련 대책을 담은 재정추계를 선관위에 등록하고, 선관위는 공약의 소요예산을 검증해 선거 1개월 전에 공표해 유권자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 공약등록제는 선거 후 무리한 공약을 이행하느라 경제에 부담을 지우는 폐습을 근절하고, 정치인과 정당의 책임성을 높여 정치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획기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과 행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정책은 국회의 입법 및 예산 협조를 필요로 한다. 이런 핵심 정책과 이에 필요한 예산은 대통령과 행정부가 발표 전에 여야와 사전에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실행되는 핵심 법률과 예산은 여•야•정이 함께 모여 서명하고 대통령이 공포하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국회가 대통령을 ‘발목 잡는다’는 오해도 불식될 수 있고, 해당 정책은 힘을 받게 된다.   소통하고 공감하는 전환형 리더십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으로 대통령 개인의 덕목과 리더십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시대상황이 변했고 주변 환경은 더 엄중해졌다. 경제는 선진국 문턱의 ‘깔딱 고개’에서 정체되어 있다. 장기침체에 빠진 세계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치명적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는 한국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집단 간 갈등은 심화되고, 개발시대와 달리 해결의 여지도 줄었다. 누구도 손해보지 않으면서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이익이 되는 이른바 ‘파레토 개선’(pareto improvement)의 여지가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성숙하지 못한 대의정치는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처럼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과 별도로 혁신을 촉발할 수 있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우선적으로 요청된다. 카리스마형(charismatic) 리더십보다는 전환형(transformational)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 리더십의 필수조건은 통찰력과 설득력이다. 정치공학적 사고보다는 정책 마케팅 능력이 더 필요하다. 보좌시스템 역시 정치공학에 자질 있는 참모보다는 정책 마케팅 능력에 출중한 참모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또 하나의 리더십 스타일은 권위형 혹은 방임형 리더십보다는 민주형 리더십이다. 이 리더십의 필수조건은 소통과 공감 능력이다. 마음 열고(虛心) 귀 기울이며(善聽) 스스로 돌아볼 줄 아는(自省) 리더만이 중층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바탕을 둔 민주형 리더십은 권한을 위임하고 책임은 리더 스스로에게 돌린다. 전환형, 민주형 대통령의 리더십은 앞서 거론한 한국정치의 제도화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         박재완 성균관대학교 국정전문대학원 원장(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대통령비서실 서기관, 17대 국회의원,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국정기획수석비서관, 고용노동부 장관을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했다.   사회자 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 교수   토론 강원택 서울대 교수 김석호 서울대 교수 김재일 단국대 교수 김태영 경희대 교수 나태준 연세대 교수 박원호 서울대 교수 박형준 EAI 거버넌스센터 소장, 성균관대 교수 이내영 EAI 여론분석센터 소장, 고려대 교수 한규섭 서울대 교수 한승준 서울여대 교수 한정훈 서울대 교수 배진석 EAI 수석연구원 김보미 EAI 선임연구원            

2018 대통령의 성공조건 제5차 라운드테이블 2016-11-28조회 : 9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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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어젠다가 대통령 성공의 열쇠

동아시아연구원은 2002년 《대통령의 성공조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조건》 (2007년), 《2013 대통령의 성공조건》 (2012년) 프로젝트를 통해 5년마다 민주화 이후 바람직한 대통령의 역할, 권한, 책임에 관한 제도화 방안을 강구해왔다. 2017년 대선의 해를 맞아, EAI는 2016년 3월 31일 박형준 동아대학교 교수(前 국회사무처 사무총장) 을 초청해 《2018 대통령의 성공조건》 제3차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시대적 추세와 민심을 읽는 대통령   단임제 대통령에게 5년은 매우 짧은 시간이다. 기존 시스템을 관리하는 시기라면 덜하겠지만, 국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구조적 전환기에 준비가 부족한 대통령이 집권했다면 그 5년이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만큼 5년 단임 대통령제는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과 대통령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주문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우선 시대적 추세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글로벌 경제시스템과 국제정치관계의 동향을 파악해 중장기적 접근을 통해 상황을 해석해야 한다. 국내 경제적 사회적 정세는 물론 정치적 세력관계 및 정치지형을 간파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요구와 민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어젠다 종합적이고 동태적인 분석에 기반해야       이런 요소들에 대한 종합적이고 동태적인 분석에 기반해 국정 중심 이념과 우선과제를 선정해야 한다. 어떠한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집권 5년을 운영할 것인지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게 이른바 대통령의 어젠다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어젠다 세팅이 집권 5년 성공의 50퍼센트 이상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자신들의 대통령 어젠다가 있었다. 노태우 정부는 글로벌 변화를 간파하고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한중수교 등의 북방정책을 펼쳤다. 김영삼 정부는 금융실명제와 군정종식 등을 일관성 있게 추진했다. 의도와 결과가 어긋나 단기자본 중심의 금융자율화가 외환위기의 원인이 된 측면도 있지만, 사실 김영삼 정부야말로 집권 5년 동안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에서 가장 준비가 많이 된 대통령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김영삼 대통령이 후보로 확정되는 순간부터 당선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준비할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고, 대통령의 스타일 자체가 지식인들을 광범위하게 인재 풀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집권 전부터 상당한 연구가 이뤄졌다. 김대중 정부는 집권 직후 마주한 상황이 위기 그 자체였기 때문에 외환위기 극복과 복지체계 확립이라는 과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 기초생활수급제도 도입이나 의약분업 등의 과제에서 일정한 자기철학과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 어젠다는 매우 논쟁적인 사안들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탈권위주의를 기치로 세웠지만, 실제로는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등 이른바 ‘4대 개혁 입법’과 행정수도 이전 등 쉽게 합의를 끌어 내기 어려운 주제들이 국정의 중심에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과제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과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글로벌 국가위상 정립 과제들을 중심에 놓았다. 그 성과가 현 정부에서 축적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은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가 거의 유일한 어젠다인데, 시행성 측면에서 여러 논쟁적인 요소들이 있다. 이런 중심적 과제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준비되고 실행되었는가? 지금까지의 대통령 어젠다 시행 사례를 관찰해보면 실행 전략 및 노하우, 즉 프로세스 매니지먼트의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정권 인수팀을 실질적으로 가동시킨 대통령이 있었는가? 구체적인 집권 초기 계획을 세운 대통령은? 정권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전략은 세워졌는가? 우선 과제의 목표가 뚜렷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잡혔는가? 그리고 그 과제에 대한 집중력을 제대로 발휘했는가? 국민들의 에너지를 모으고 국정에 대한 민심의 긍정적 흐름을 이끌어냈는가?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는 대통령은 거의 없다. 그나마 김영삼 대통령이 정권인수팀을 실질적으로 가동시킨 유일한 사례다. 정권 5년의 우선 과제를 1, 2년 차에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모두들 얘기하지만, 정권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전략도 대부분 즉흥적이고 순발력에 의존한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물론 선거 캠프 역시 선거 캠페인에 주력한 나머지 정권을 맡았을 때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거의 계획이 없었다. 선거 공약과 대통령 어젠다 준비는 다른 차원이다. 2007년 대선 경험을 소개하자면, 당시 이명박 후보가 각별한 관심을 보여 대통령 어젠다를 준비할 기획팀이 가동되었지만 선거 메커니즘에 매몰되어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그 결과 인수위와 정권으로 체계적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외환위기라는 주어진 환경 변화 때문에 어젠다를 쭉 밀고 나갈 수 있었을 뿐이다.   대통령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   대통령의 덕목과 관련해서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최종 의사결정자가 가져야 할 통찰력이다. 외부에서 보면 대통령은 굉장히 중요한 결정만 할 것 같지만, 대통령은 사실 매우 사소한 결정도 하게 된다. 사소한 것까지 대통령이 일일이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와는 별개다. “누구에게 꽃을 보내라.”라는 것은 매우 사소한 결정이지만, 이런 결정이 정권에 피해를 줄 때는 엄청난 파급력이 생긴다. 이런 작은 결정부터 큰 결정까지 대통령의 통찰력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중요한 것과 시급한 것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하고, 그 통찰력은 개인의 감정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국정운영의 동태적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국정의 본질은 복잡성과 다면성이다. 모든 문제들이 풍선 효과로 연결되어 있고 얽혀 있다. 다면적인 성격 때문에 사안에 따라 국민들의 생각도 갈린다. 기계적인 절충이 아니라 동태적인 균형감각으로 사안마다 중용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능력은 지식과 경험을 뛰어넘는 것이다. 여러 폭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면서 리더십을 키우지 않은 경우라면 동태적인 균형감각을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민주화, 정보화 시대에는 민의에 대한 감수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 본질은 소통 및 공감능력이다. 현 정부는 물론 지난 정부에게도 정부의 국정과제가 제대로 홍보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4대강 사업의 취지는 좋지만 홍보를 못했다.”라는 비판은 사실 제대로 된 비판이 아니다. 그것은 홍보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였다. 일방향 홍보는 소통이 아니다. 넷째, 민주주의에 기반한 권력운용과 이에 대한 정치적 능력이 중요하다. 대선이 끝나면 이너서클(inner circle)의 일부 세력에게 인사가 집중되는 경향이 생긴다. 정권 초기에 대통령의 권력운용과 관련된 국민적 이미지에 한계가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이너서클의 함정을 벗어나야 분열과 갈등을 치유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민주주의 조건 안에서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점이다.   보좌진의 능력이 곧 대통령의 능력   보좌진의 능력이 곧 대통령의 능력과 정권의 능력 상당 부분을 규정한다. 특히 초기 보좌진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선거 캠프에 있던 정권인수 준비팀이 인수위원회로, 그리고 청와대 참모로 이어져야 전문성이 생긴다. 정책을 제공하는 능력과 국정을 운영하는 능력은 별개다. 정권에 참여해서 국정에 참여하려는 전문가들은 정권인수 준비팀부터 시작해 현실정치와 마주쳐서 집중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둘째, 대통령의 그림자로서 비서실장의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이는 청와대를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실세형 비서실장이다. 비서실장에게는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이 그대로 요구된다. 한국 정치시스템에서 비서실장은 사실상 부통령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권력완장형 인사’, ‘얼굴 마담형 인사’, ‘정책 무능자’는 절대로 피해야 한다. 셋째, 청와대 및 국정경험 인사의 적절한 배치가 필요하다. 수직적이든 수평적이든 정권교체 이후 청와대는 아마추어들로 가득하다. 초기 청와대 구성에는 국정경험자들을 곳곳에 배치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정에서 경험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 넷째, 가능하다면 전직 청와대 직원들 가운데에서도 일부는 남겨놓은 것이 바람직하다. 이전 정부가 무엇을 하려고 했고, 무엇이 되지 않았는지를 알아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효과적인 회의체계의 확립이다. 청와대의 세 축은 정무, 정책, 홍보인데, 이 세 라인의 유기적 소통과 건강한 긴장관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 라인 간에는 논쟁이 필요하고, 이 논쟁은 대통령 앞에서 하는 것이 더 좋다. 논쟁의 결론만 보고 받는 것이 아니라 논쟁의 과정을 들어야 대통령에게 통찰력이 생길 수 있다.   집권 1년의 중요성   집권 5년 성공의 열쇠는 집권 1년 차의 개혁 어젠다와 실행에 있다. 김영삼 정부는 기획에 의해서, 김대중 정부는 주어진 조건에 의해서 각각 1년 차에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했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기 프로그램의 준비부족과 조준 오류로, 이명박 정부는 초기 청와대의 경험 부족과 광우병 사태로 집권 1년 차를 허비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비전 부재와 어젠다 세팅 부족으로 관리 수준에 머물렀다. 차기 정부는 집권 1년 차에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개혁 과제의 선택지가 이전 정부보다는 훨씬 넓은 편이다. 구조적 전환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정치, 경제, 사회 개혁과제를 발굴해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청와대의 조정기능과 부처의 자율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부처가 하는 일이 대부분 정무와 홍보와 연결이 되어 있다. 그래서 정무와 홍보에서 청와대의 조정기능은 불가피하다. 국정기획수석과 홍보수석이 주관하는 차관회의에서 부처별 칸막이를 걷어내고 정무와 홍보 분야를 전체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다음 정책 측면에서는 부처의 자율성 확대가 필요하다. 정책 그 자체의 조율 기능은 국무총리실에 있기 때문에, 국무조정실장을 잘 활용해 1차적 조정 기능을 확충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장관에게 산하기관에 대한 인사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부여할 것인지의 논의가 관건이다. 인사권을 대폭 줘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거 후 불가피하게 ‘낙하산 인사’가 생길 수는 있다. 공공기관의 인사 개방성 확보와 기득권 혁파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고민해볼 수는 있다. 그렇지만 장관의 자율성 확대가 원칙이다. 그래야 장관이 일을 할 수 있다.   대통령과 의회 관계 숙의와 협치를 통한 적대적 구조 해소 필요   대통령과 의회 관계 모델을 보면, ‘제왕적 대통령제’인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무능한 대통령’을 제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와 정부의 대립 시스템에 대한 근원적 고민이 필요하고 이것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은 개헌을 통한 정치 시스템의 전환이다.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더라도 숙의와 협치를 통해 정부와 국회의 대립, 양당 간 적대적 구조 해소가 필요하다. 적대적 정당 구조에서 효율적 수행이 불가능하고 이는 대통령을 무능화 시킨다. 여야가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동시에 중요한 의제들을 여야가 함께 끌어내서 국정 수행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통령과 정당의 대화를 일상화해야 한다.■         박형준 동아대학교 교수는 중앙일보 기자, 청와대 홍보수석, 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공동대변인, 대통령실 홍보기획관, 정무수석비서관, 사회특별보좌관을 거쳐 국회사무처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사회자 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 교수   토론 강원택 서울대 교수 김석호 서울대 교수 김재일 단국대 교수 김태영 경희대 교수 나태준 연세대 교수 박원호 서울대 교수 박형준 EAI 거버넌스센터 소장, 성균관대 교수 이내영 EAI 여론분석센터 소장, 고려대 교수 한규섭 서울대 교수 한승준 서울여대 교수 한정훈 서울대 교수 배진석 EAI 수석연구원 김보미 EAI 선임연구원      

2018 대통령의 성공조건 제3차 라운드테이블 2016-11-17조회 : 1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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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기 어려운 대통령: 미래전략과 녹색성장의 경우를 중심으로

EAI는 2002년 《대통령의 성공조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조건》 (2007년), 《2013 대통령의 성공조건》 (2012년) 프로젝트를 통해 5년마다 민주화 이후 바람직한 대통령의 역할, 권한, 책임에 관한 제도화 방안을 강구해왔다. 2017년 대선의 해를 맞아, EAI는 2016년 3월 14일 김상협 우리들의 미래 이사장(KAIST 경영대학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을 초청해 《2018 대통령의 성공조건》 제2차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무엇이 대통령의 성공조건인가? 불분명한 정의   지지율이 높은 대통령, 인기가 많은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인가? 업적과 인기가 비례한다면 좋은 잣대가 될 텐데 과연 그런 것일까? 당장은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미래를 내다보고 일을 한 대통령은, 그래서 지지와 인기를 잃어버린 대통령은 과연 실패한 지도자일까? ‘어젠다 2010’을 통해 인기 없는 정책을 고수하다가 선거에는 지고 말았지만 ‘독일병’을 고친 것으로 평가되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과연 실패한 대통령일까? 의외로 대통령의 성공을 정의하는 기준은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 권력의 물리적 측면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각축과 갈등에 초점을 두어온 언론과 일부 학계의 속성 때문이다. 대통령이 하고자 했던 일을 과연 얼마나 성취했으며, 이것이 나라와 국민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 성취가 해당 정권의 임기에 그치지 않고 계승되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느냐가 평가의 기준으로 추가되어야 한다. 이른바 역사적 유산으로 공공재를 남겼느냐의 여부로 대통령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성공을 가로막는 5가지 장애물   대통령의 성공을 어렵게 만드는 외부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통령을 권력자로 보려는 시각이 만연해 있다. 야당, 언론, 시민사회는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목격하고 체험한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밖에서 보듯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막강하지 않았다. 인사권이나 예산편성, 국가 의제 설정 등에 대통령이 행사하는 권력도 실제로는 수많은 견제와 압력 속에서 이뤄졌다. 둘째,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허구적 레토릭이다. 노무현 정부 이래 대통령직(presidency)의 권위는 실추한 반면 국회권력은 제왕적 국회(imperial congress)라고 불릴 정도로 커졌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은 국회, 특히 야당에 대한 협상능력을 상실한 현직 대통령이 입법처리를 호소하며 ‘서명정치’로 거리에 나서게 하는 촌극을 만들었다. 관료와 이해집단의 힘은 조용하지만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셋째, 시한부 정권의 한계다. 이른바 ‘87년 체제’의 단임제적 속성은 경제기획원의 폐지와 함께 필연적으로 국가정책의 ‘단기주의’를 불러왔다. ‘과객정권’의 한계를 간파한 정치권과 관료집단, 재벌과 노동계 사이에 현상유지에 관한 묘한 네트워크가 형성된 것이다. 국정운영에 관한 학습과 축적, 계승발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넷째,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와 선거 주기의 불일치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법률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연임에는 제한이 없고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는 세 번 연임에 12년이 보장되어 있다. 이로 인해 대통령과 여권 정치세력의 안정적 제휴는 제도적으로 방해 받고 있으며, 선거 유불리에 따라 오히려 집권세력에게 원심력을 부추기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과를 불문하고 직전 정권에 대한 무조건적 차별화 혹은 폄하 신드롬이 대통령의 성공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심지어 처벌의 시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전직 대통령의 활동공간을 봉쇄하거나 무시함으로써 대통령직 자체에 대한 존중을 차단하고 국정운영의 경륜을 사장시킨다. 결국 현직 대통령이 재직기간 중 ‘임기 후’를 염두에 두게 함으로써, 국정에 매진하는 노력을 분산시킨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인색한 평가, WHY?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다만 국제사회의 평가보다 국내 평가가 인색한 것은 사실이다. 취임 첫 해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성과도 국내에서는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알다시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업가 출신이다. 대통령에 취임해서도 국정운영보다 국가경영이라는 표현을 내심 선호했다. 기업가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한다. 일에 몰두해 난관을 뚫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이 기업가의 덕목이다. 다만 ‘웨스트 윙’(West Wing) 의 대사에 나오듯, 정치에는 ‘사실 그대로의 세계’ (what it is)와 ‘그렇게 보이는 해석의 세계’(what it looks like)가 엄존한다. 이명박 정부는 후자 측면의 국정운영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다. 기업가적 정치 수완의 필연적 결과일지 모르겠으나, 결과에 치중하다 보니 프로세스 관리에 미흡했다는 자성이 든다   소통을 통한 협치 거버넌스 부재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인 예가 된다. 4대강 사업은 그 규모나 중요성에 비해 사업목적과 방법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의견수렵 과정이 부족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완료 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았듯이, 4대강 사업도 완료된 후에는 국민들이 이를 제대로 평가할 것이라는 결과지향적 사고가 그 바탕에 깔려 있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공권력이 지배하던 시절은 효율과 결과가 모든 것을 압도했지만, 87년 체제 이후 이른바 절차적 민주주의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귀담아 들어야 할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 중 이른바 소통의 문제로 지불한 비용은 실로 컸다. 홍보를 열심히 했지만 일방에 그쳤다. 경청과 협치의 거버넌스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인수위 당시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국정홍보처를 폐지하고 청와대 출범 초기에 시민사회 담당조직을 별도로 두지 않은 것은 이 점에서 뼈아픈 실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인재등용을 통한 정치적 저변구축 미흡   이명박 정부가 성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렇게 보이는 해석의 세계’를 위한 정치적 저변 구축이 상대적으로 미흡했기 때문이다. 즉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적 인적 자산 양성을 등한시했다. 국회야말로 대통령의 성공을 돕거나 방해하는 가장 막강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정부는 국회에서 활동할 인재를 키우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대통령이 일을 열심히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설득과 옹호의 인프라 구축도 그만큼 중요하다. 이 점에서 이명박정부는 해석 혹은 평가의 세계에서 불리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미래전략과 정책의 지속성: 녹색성장의 경우   직접 담당했던 일을 사례로 정책의 지속성 문제를 얘기하고자 한다. 국정기획수석실 미래비전비서관으로 내게 부여된 본격적 임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인 200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6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국가비전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건국60주년 기념사업단 설치와 더불어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를 설립하고 글로벌 자문위원회도 구성했다. 당시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고질적 문제는 대략 세 가지로 집약되었다. 첫째, ‘한강의 기적’이 끝난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과거의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 둘째, 정파간 갈등의 심화 속에 단임제가 고착화되면서 단기 업적주의에 편승해 중장기 미래전략의 토대가 실종되었다는 점, 셋째, 공산품 수출을 비롯해 한국의 하드파워는 상당 수준에 올랐지만 국제사회에서 영향력과 입지는 대단히 제한적이라는 점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 새로운 국정운영의 기술(statecraft)이 필요했는데 동시대 최고의 도전으로 다가온 기후변화는 이를 위한 절호의 소재로 인식되었다. 기후변화는 분명 커다란 위기지만 이에 제대로 대응한다면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 좌우를 가리지 않는 초당적 이슈이며 중장기적 대책을 필요로 한다는 점,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한다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기 때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첫 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기후변화라는 네거티브 어젠다를 녹색성장이라는 포지티브 어젠다로 전환해 국정 최우선 순위로 끌어올린 배경이다. 국제사회의 트렌드는 녹색성장이다. 하지만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가 바뀌면서 녹색성장은 금기어 비슷한 존재가 되었다. 녹색성장 추진의 요체인 녹색성장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에서 총리실 소속으로 격하되어 유명무실해졌다. 미국 외교협회(CFR) 한국 보고서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 현 정부에 의해 격하되고 있는 점을 들어 “이전 정권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은 거미줄을 치게 될 운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국정의 축적은커녕 단절을 제도화한 현재의 국가 거버넌스 체제가 계속되는 한 역사에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성공한 대통령은 불가능하다.     김상협 사단법인 우리들의 미래 이사장(KAIST 경영대학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은 SBS 미래부장,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공동단장, 대통령실 미래비서관, 녹색성장환경비서관을 거쳐 대통령실 녹색성장기획관을 역임했다.   사회자 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 교수   토론 강원택 서울대 교수 김석호 서울대 교수 김재일 단국대 교수 김태영 경희대 교수 나태준 연세대 교수 박원호 서울대 교수 박형준 EAI 거버넌스센터 소장, 성균관대 교수 이내영 EAI 여론분석센터 소장, 고려대 교수 한규섭 서울대 교수 한승준 서울여대 교수 한정훈 서울대 교수 배진석 EAI 수석연구원 김보미 EAI 선임연구원    

2018 대통령의 성공조건 제2차 라운드테이블 2016-11-08조회 : 1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