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는 국가이익뿐 아니라 국민의 삶과도 직결되는 외교안보 분야의 어젠다 설정과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2004년 6월에 18명의 외교안보 전문가로 국가안보패널(National Security Panel: NSP)을 구성하였다. 이후 국가안보패널은 《21세기 한국외교 대전략: 그물망국가 건설》(2006), 《동아시아 공동체: 신화와 현실》(2008), 《21세기 신동맹: 냉전에서 복합으로》(2010), 《위기와 복합: 경제위기 이후 세계질서》(2011), 《2020 한국외교 10대 과제:n복합과 공진》(2013), 《1972 한반도와 주변 4강 2014》(2015), 《미중의 아태질서 건축경쟁》(2017) 등 일곱 권의 책을 출판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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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R6 북한체제위기와 한국의 대북정책

개요 1월 25일 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패널(회장 하영선 EAI 이사) 보고서 제6호 "북한 체제위기와 대북정책"이 발간되었습니다. 이번 호의 대표집필은 서울대 국제대학원의 신성호 선생님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북한 체제가 처한 딜레마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북한핵문제를 체제위기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스스로 체제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북핵문제 및 남북관계 해결에 근본적 장애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정책 제언으로서 우선 "핵 없는 북한에 대해 과감한 지원", "대북 선제군사수단 배제", "국제공조를 통한 다자적 접근"이라는 새로운 접근원칙을 제시합니다. 부록 목록 1. 2005년 북한 로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신년 공동사설 “전당, 전군, 전민이 일심단결하여 선군의 위력을 더 높이 떨치자” 2. 2004년 북한 로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신년 공동사설 “당의 령도밑에 강성대국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혁명적공세를 벌려 올 해를 자랑찬 승리의 해로 빛내이자” 3. 북한 발표 자료 - 조선외무성 대변인 성명, “미국의 <북조선인권법안>은 대조선 적대선언," 조선중앙통신 (2004년 10월 5일) - 로동신문 “조선민족 대 미국의 대결구도를 실천으로 해결해야 한다,” 조선중앙통신 (2004년 9월 30일) - 조선외무성 대변인 성명, “공화국주민들에 대한 미국과 남조선당국자들의 유인랍치행위를 규탄" , 조선중앙통신 (2004년 8월 3일) - 노동신문, "북침을 겨냥한 모험적인 불장난 <을지 포커스 렌즈-04>," 조선중앙통신 (2004년 8월 11일) 4. Nicolas Eberstadt"s Paper "North Korea"s Survival Game: Understanding The Recent Past, Thinking About The Future," Paper Prepared for Towards a Peaceful Resolution with North Korea: Creating International Engagement Framework,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Washington, D.C. February 12-13, 2004   저자 신성호, 서울대학교 교수

신성호 2005-01-25조회 : 1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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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R2 이라크 파병과 국가이익

개요 미국으로부터 추가파병 요청이 있은 후 거의 1년간 지속된 고통스런 논쟁을 통해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질문에 직면하게 되었다. 첫째, 이라크 전쟁은 과연 역사적 명분을 찾을 수 없는 잘못된 전쟁인가? 둘째, 이라크 파병을 통해 추구하려고 하는 한국의 국익은 과연 무엇인가? 셋째, 이라크 파병이후의 한미관계는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 1988년 자국민 쿠르드족 5,000명을 화학무기로 학살하고 수많은 인권유린을 행한 후세인 정권은 1991년 걸프전 종료 직후부터 2002년까지 무장해제에 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17차례나 지속적으로 거부했다. 유엔이 외교적 압박과 경제봉쇄를 통해 제재를 가했지만 사담 후세인은 ‘부분적인’ 협력을 통한 지연전술을 폈을 뿐 ‘전면적인’ 협조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후세인의 ‘WMD 게임’은 WMD 보유 가능성에 대한 미 행정부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후세인의 폭정은 WMD 의혹과 결부되어 비록 ‘절차적 정당성’ 획득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내용적 정당성’을 상당히 제공한 상태였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를 ‘선제공격 독트린’의 즉각적인 대상으로 삼아 군사적 공격을 가하기에는 WMD 관련 정보가 불충분했다. 결국 이라크전의 정당성 문제가 논란의 핵심이 되었으며, 이러한 논란은 종전 후 이라크 내 저항세력의 사기를 올려주어 사태의 악화를 초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사태의 해결여부는 중동전체의 미래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데 국제사회가 공감하고 있으므로(유엔 결의 1546호), 한국의 이라크 파병은 한국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거시적 중동질서유지와 이라크에 대한 인도주의적 기여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열어놓은 ‘판도라의 상자’를 어떻게 해서든 닫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제사회의 주요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반테러전쟁이 미국만의 문제인 것처럼 방기할 경우 결국 무질서가 난무하는 테러리스트들의 세상이 도래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 한국의 이라크 파병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9․11 이후 국제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미국은 동맹관계를 평가하는 데 있어 미국이 주도하는 반테러전쟁에의 참여 여부를 가장 큰 기준으로 적용해오고 있다. 냉전시대에 미국은 동맹국들을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대가로 미국의 리더십을 따르도록 요구했었으나, 21세기 미국의 동맹개념은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세계화된 국제사회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신용’을 제공하는 대신 미국의 리더십을 인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 동맹은 20세기적 ‘혈맹’(血盟) 개념으로부터 21세기적 ‘신맹’(信盟) 개념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이라크 파병은 미국과의 신맹을 이룩하기 위한 투자, 즉 ‘용신’(用信)의 과정이다. 미국은 이라크의 재건을 통하여 바그다드를 중동의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의 중심지로 만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라크가 재건에 성공할 경우 한국은 미국과 함께 카스피해 서쪽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되어 에너지 안보를 제고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이라크 평화재건을 통해 이라크인의 인간안보(human security)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한미간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인간안보를 위해 한미양국이 협력한다는 것은 한미동맹이 전통적인 군사안보적 성격을 뛰어넘어 인류의 보편가치를 지향해 간다는 것을 뜻한다. 한미동맹의 지속 필요성에 한미 양국이 공감하는 이상, 북한의 위협이 사라진 이후에 한미동맹을 재조정하기보다는 그 이전에 동맹의 ‘21세기적 비전’을 설정해 나가는 것이 한미관계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가치를 공유하고, 위협에 대응하기보다는 평화를 주도해 나가는 동맹, 보다 유연하고 독자성이 제고되는 가운데 수직적 관계보다는 수평적 관계를 실현하는 동맹, 더 나아가 상호 운용성이 지금보다 더 확대된 ‘포괄적 지역안보동맹’(comprehensive regional security alliance)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한미 포괄적 동맹 관계는 전통적인 군사 위협에 대처한다는 차원보다는 새로운 안보 위협, 즉 테러, 마약, 환경오염, 불법인구이동, 해적 행위 등에 포괄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21세기형 ‘인간안보동맹’(human security alliance)으로 발전해 나가야 하며,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의 여부는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통해 한미양국간 신뢰가 얼마만큼 회복되는지에 달려있다. 상호신뢰에 바탕을 두고 미국과 한국이 정치․안보․경제 분야를 망라한 신용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 때 진정한 21세기형 동맹, 즉 신맹(信盟)의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반테러전쟁을 미국만의 전쟁이라고 치부해버릴 경우 미국 혼자만의 힘으로 반테러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없는 이상 국제사회는 무질서와 혼돈이 뒤범벅된 세상, 즉 테러리스트들이 바라는 세상이 될 수밖에 없다. 유엔이나 다른 강대국들이 미국의 힘을 대신할 수 없는 이상 미국이 국제관계를 보다 현명하게 관리해 나가도록 국제사회의 성원들이 지원하고 조언해야 한다.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 속에서 우리는 당장의 ‘보이는 죽음’과 미래의 ‘보이지 않는 죽음’을 구별할 수 있어야만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순간의 전략적 판단 실수로 당장의 보이는 죽음을 피할 수 있을지언정 미래에 보다 큰 규모로 더욱 치명적인 형태로 보이지 않는 죽음을 자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세계화된 국제금융사회에서 신용을 잃어버렸을 때 우리는 ‘IMF 사태’라는 뼈아픈 경험을 했고, 그나마 안보분야에서 쌓은 신용 덕분에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파병을 철회함으로써 당장의 보이는 죽음을 막을 수 있을지라도 우리가 제2의 금융위기를 겪게 되었을 경우 안보분야의 축적된 신용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미래의 보이지 않는 죽음을 막기 위한 전략적 투자가 바로 이라크 파병인 것이다.   저자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2004-08-03조회 : 18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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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R2 이라크 파병과 국가이익

개요 미국으로부터 추가파병 요청이 있은 후 거의 1년간 지속된 고통스런 논쟁을 통해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질문에 직면하게 되었다. 첫째, 이라크 전쟁은 과연 역사적 명분을 찾을 수 없는 잘못된 전쟁인가? 둘째, 이라크 파병을 통해 추구하려고 하는 한국의 국익은 과연 무엇인가? 셋째, 이라크 파병이후의 한미관계는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 1988년 자국민 쿠르드족 5,000명을 화학무기로 학살하고 수많은 인권유린을 행한 후세인 정권은 1991년 걸프전 종료 직후부터 2002년까지 무장해제에 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17차례나 지속적으로 거부했다. 유엔이 외교적 압박과 경제봉쇄를 통해 제재를 가했지만 사담 후세인은 ‘부분적인’ 협력을 통한 지연전술을 폈을 뿐 ‘전면적인’ 협조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후세인의 ‘WMD 게임’은 WMD 보유 가능성에 대한 미 행정부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후세인의 폭정은 WMD 의혹과 결부되어 비록 ‘절차적 정당성’ 획득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내용적 정당성’을 상당히 제공한 상태였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를 ‘선제공격 독트린’의 즉각적인 대상으로 삼아 군사적 공격을 가하기에는 WMD 관련 정보가 불충분했다. 결국 이라크전의 정당성 문제가 논란의 핵심이 되었으며, 이러한 논란은 종전 후 이라크 내 저항세력의 사기를 올려주어 사태의 악화를 초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사태의 해결여부는 중동전체의 미래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데 국제사회가 공감하고 있으므로(유엔 결의 1546호), 한국의 이라크 파병은 한국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거시적 중동질서유지와 이라크에 대한 인도주의적 기여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열어놓은 ‘판도라의 상자’를 어떻게 해서든 닫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제사회의 주요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반테러전쟁이 미국만의 문제인 것처럼 방기할 경우 결국 무질서가 난무하는 테러리스트들의 세상이 도래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 한국의 이라크 파병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9․11 이후 국제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미국은 동맹관계를 평가하는 데 있어 미국이 주도하는 반테러전쟁에의 참여 여부를 가장 큰 기준으로 적용해오고 있다. 냉전시대에 미국은 동맹국들을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대가로 미국의 리더십을 따르도록 요구했었으나, 21세기 미국의 동맹개념은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세계화된 국제사회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신용’을 제공하는 대신 미국의 리더십을 인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 동맹은 20세기적 ‘혈맹’(血盟) 개념으로부터 21세기적 ‘신맹’(信盟) 개념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이라크 파병은 미국과의 신맹을 이룩하기 위한 투자, 즉 ‘용신’(用信)의 과정이다. 미국은 이라크의 재건을 통하여 바그다드를 중동의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의 중심지로 만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라크가 재건에 성공할 경우 한국은 미국과 함께 카스피해 서쪽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되어 에너지 안보를 제고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이라크 평화재건을 통해 이라크인의 인간안보(human security)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한미간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인간안보를 위해 한미양국이 협력한다는 것은 한미동맹이 전통적인 군사안보적 성격을 뛰어넘어 인류의 보편가치를 지향해 간다는 것을 뜻한다. 한미동맹의 지속 필요성에 한미 양국이 공감하는 이상, 북한의 위협이 사라진 이후에 한미동맹을 재조정하기보다는 그 이전에 동맹의 ‘21세기적 비전’을 설정해 나가는 것이 한미관계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가치를 공유하고, 위협에 대응하기보다는 평화를 주도해 나가는 동맹, 보다 유연하고 독자성이 제고되는 가운데 수직적 관계보다는 수평적 관계를 실현하는 동맹, 더 나아가 상호 운용성이 지금보다 더 확대된 ‘포괄적 지역안보동맹’(comprehensive regional security alliance)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한미 포괄적 동맹 관계는 전통적인 군사 위협에 대처한다는 차원보다는 새로운 안보 위협, 즉 테러, 마약, 환경오염, 불법인구이동, 해적 행위 등에 포괄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21세기형 ‘인간안보동맹’(human security alliance)으로 발전해 나가야 하며,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의 여부는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통해 한미양국간 신뢰가 얼마만큼 회복되는지에 달려있다. 상호신뢰에 바탕을 두고 미국과 한국이 정치․안보․경제 분야를 망라한 신용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 때 진정한 21세기형 동맹, 즉 신맹(信盟)의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반테러전쟁을 미국만의 전쟁이라고 치부해버릴 경우 미국 혼자만의 힘으로 반테러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없는 이상 국제사회는 무질서와 혼돈이 뒤범벅된 세상, 즉 테러리스트들이 바라는 세상이 될 수밖에 없다. 유엔이나 다른 강대국들이 미국의 힘을 대신할 수 없는 이상 미국이 국제관계를 보다 현명하게 관리해 나가도록 국제사회의 성원들이 지원하고 조언해야 한다.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 속에서 우리는 당장의 ‘보이는 죽음’과 미래의 ‘보이지 않는 죽음’을 구별할 수 있어야만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순간의 전략적 판단 실수로 당장의 보이는 죽음을 피할 수 있을지언정 미래에 보다 큰 규모로 더욱 치명적인 형태로 보이지 않는 죽음을 자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세계화된 국제금융사회에서 신용을 잃어버렸을 때 우리는 ‘IMF 사태’라는 뼈아픈 경험을 했고, 그나마 안보분야에서 쌓은 신용 덕분에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파병을 철회함으로써 당장의 보이는 죽음을 막을 수 있을지라도 우리가 제2의 금융위기를 겪게 되었을 경우 안보분야의 축적된 신용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미래의 보이지 않는 죽음을 막기 위한 전략적 투자가 바로 이라크 파병인 것이다.   저자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2004-08-03조회 : 18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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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R1 북핵문제와 6자회담: 평가와 전망

개요 2002년 10월 제2차 북핵위기가 발발한 이후, 21세기 한반도는 역사의 결정적 갈림길에서 또다시 북핵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중재자로서의 중국, 촉진자로서의 한국, 지원자로서의 일본과 러시아의 다자적 협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 원칙과 북한이 주장하는 ‘동결과 보상의 원칙’은 쉽사리 기본 합의를 마련하기 어려워 협상의 성공가능성은 확신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고, 새로운 문명표준의 역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지 못하면, 21세기 한반도 역사의 미래는 어둡다. 한국은 북핵위기의 전개과정에서 6자회담의 한 당사자로서, 북미간 협상의 촉진자로서 부심하여왔으나, 북핵위기의 타결을 바라는 입장에서 각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냉정하게 계산하고 행동하는 현실적 사고보다는 이상적 사고에 사로잡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왔다. 자신의 입장에 입각한 사고에 치중하여 이익에 입각한 사고에 철저하지 못한 탓이다. 북핵위기의 타결에 한국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각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냉정히 파악함과 동시에,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의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하여 현실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현재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의 전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동시일괄타결안을 북핵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CVID의 요구에 대해서 주한미군의 검증가능한 철수와 북미평화협정체결 및 관계정상화를 내용으로 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안전담보를 요구하고 있다. 만약 6자회담에서 핵문제가 타결되지 못할 경우, 북한은 군사적 해결을 위한 핵억제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포기와 핵억제력의 지속적 추진이라는 두 가지 대안은 현재로서 모두 성사되기 어려우며, 한반도에 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21세기 국가안보전략의 핵심으로 반테러전을 상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와 반테러동맹체제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분류하고 핵문제를 반(反)대량살상무기 테러전의 시각에서 다루고 있으며, 단지 핵없는 북한이 아닌 정상국가로 변화된 북한과 교섭을 한다는 강경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를 6자회담 타결의 목적으로 내세우며 이를 보증하는 북한의 선(先)행동을 회담성사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의 전략은 6자회담을 추진함과 동시에, 확산안보구상에 기반한 경제제재, 체제변환, 군사제재의 대안을 추진할 준비를 갖추어가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한국이 북핵문제 해결의 3원칙으로 내세운 북핵불용, 평화적 해결, 주도적 역할은 상호모순되기 때문에 동시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 다자회담과 확산안보구상의 이중접근에 기반한 미국과 일본의 입장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대북압박이 대안에서 특히 그러하다. 한국이 1, 2차 6자회담에서 제안한 3단계 안은 미국의 CVID 원칙과 북한의 동결원칙의 입장 차이를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북핵문제의 해결이라는 결과보다는 6자회담 진행 과정에 주력하는 과정관리의 입장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장기적, 중기적, 단기적 대안을 생각해 보건대, 장기적으로 한국은 민족적 국제공조를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이라는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의 해결책을 고안해야 한다. 북핵 문제의 21세기적 해결은 단순한 한반도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동북아 공생무대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다. 타자와 우리 민족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동시에 고려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중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북핵문제 자체가 복합적인 만큼, 관련당사국들이 기본적 합의를 이루고 나면, 현재의 6자회담을 보다 복합적으로 발전시키고, 양자, 다자를 결합하여 사안에 따라 적극적으로 운용하여야 할 것이다. 반면, 한국정부는 6자회담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북한과 미국의 전략이 대립하여, 강압외교를 거쳐 결국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때의 결과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 치명적 결과를 6자회담의 당사자들에게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21세기적 방식을 추구하는 북한 지도부의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새로운 리더십을 기반으로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재확인, 국제원자력위원회 및 핵확산금지조약의 규범준수 등을 실천해야 한다. 미국 및 당사국들은 북한에 대해 다자적인 법적, 경제적, 정치적 담보를 약속하여 북한이 21세기적 해결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합의해야 한다. 한편, 한국정부는 6자회담의 지속을 위하여 협상의 과정을 관리해 나가되, 북미간의 전략적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여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은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여 CVID 용어를 변경할 것과, 한국이 이미 제안한 바 있는 3단계안의 적극적 고려를 미국에 제안하여 일정한 반응을 얻은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CVID 용어 변경을 고려하고, 핵폐기에 관한 기존 입장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관한 미국의 입장과 북핵문제의 처리원칙이 변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하여야 할 것이다. 저자 하영선,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외교학과 교수 전재성, 서울대학교 교수

하영선 전재성 2004-06-16조회 : 187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