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는 국가이익뿐 아니라 국민의 삶과도 직결되는 외교안보 분야의 어젠다 설정과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2004년 6월에 18명의 외교안보 전문가로 국가안보패널(National Security Panel: NSP)을 구성하였다. 이후 국가안보패널은 《21세기 한국외교 대전략: 그물망국가 건설》(2006), 《동아시아 공동체: 신화와 현실》(2008), 《21세기 신동맹: 냉전에서 복합으로》(2010), 《위기와 복합: 경제위기 이후 세계질서》(2011), 《2020 한국외교 10대 과제:n복합과 공진》(2013), 《1972 한반도와 주변 4강 2014》(2015), 《미중의 아태질서 건축경쟁》(2017) 등 일곱 권의 책을 출판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워킹페이퍼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④ ‘인공지능(AI)’ 국제 연대: 쿼드와 오커스 그리고 중견국 연대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패널(NSP)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국제정치 전반에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를 조망하고, 주요 국가들의 인공지능 전략을 분석하기 위한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군사, 안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서 혁명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의 근본적 성격뿐 아니라 국가 간 세력 배분 구조에도 중대한 변동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날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은 각국이 국가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자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고, 효율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산업 경쟁력과 안보 역량을 동시에 제고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주요국이 어떠한 인공지능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전략이 군사·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움직임이 어떠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독자적인 인공지능 발전 전략을 마련하여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국제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가져올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 제도와 글로벌 협력 메커니즘의 구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본 워킹페이퍼 시리즈는 각국의 인공지능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함과 동시에 정책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발간 목록] ① 미국의 인공지능 전략과 군사적 활용 전망, 정구연 [워킹페이퍼 읽기] ② 인도와 국방 AI, 김태형 [워킹페이퍼 읽기] ③ 중국의 국방 AI, 전재우 [워킹페이퍼 읽기] ④ ‘인공지능(AI)’ 국제 연대: 쿼드와 오커스 그리고 중견국 연대를 중심으로, 박재적 [워킹페이퍼 읽기] ⑤ 북한의 국방 AI 담론과 실천: 중국의 ‘지능화전쟁’과 러시아의 ‘전쟁의 지능화’ 사이에서, 이중구 [워킹페이퍼 읽기] ⑥ 한국 국방 AI의 발전 과정과 미래, 진아연 [워킹페이퍼 읽기] ⑦ AI 군사혁신의 전개 양상 전망: 혁신 속도에 대한 두 관점과 미·중 사례, 설인효 [워킹페이퍼 읽기] ⑧ AI 혁명과 공화주의 안보이론: 무정부와 위계의 이중 난제 재부상, 차태서 [워킹페이퍼 읽기] ⑨ AI의 국제정치경제: AI 국가 전략과 글로벌 경쟁, 정재환 [워킹페이퍼 읽기] ⑩ AI와 국제정치경제, 송지연 [워킹페이퍼 읽기] ⑪ 걸프 국가들의 AI 안보화와 전략적 자율성 모색: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를 중심으로, 김강석 [워킹페이퍼 읽기] ⑫ AI 경쟁과 국제규범의 위기? 자율살상무기체계 거버넌스 경쟁의 동학과 도전과제, 문용일 [워킹페이퍼 읽기]  Ⅰ. 서론 2025년 1월 20일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와 달리 인공지능(AI)을 미국이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임기 말에야 제한적 수준의 AI 정책을 내놓는 데 그쳤다.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선 국면부터 AI 의제를 전면에 올렸고, 출범 직후 3일 만에 바이든 행정부의 AI 행정명령(Executive Order 14110)을 폐기한 뒤 기업 친화적 성격의 새로운 행정명령을 공포했다. 이는 규제·위험관리 중심의 기존 접근을 사실상 접고, 민간의 자율성과 혁신 촉진을 우선순위로 삼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조치였다. 이어 2025년 7월 23일에는 「경쟁에서의 승리: 미국의 AI 실행 계획(Winning the AI Race: American AI Action Plan, 이하 AI Action Plan)」을 공식 발표하며 재집권 후의 AI 정책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 AI Action Plan은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제3축(Lead in International AI Diplomacy and Security – Export American Allies and Partners)이 AI 외교 및 연대와 직결된다. 핵심은 미국산 AI 제품·솔루션의 동맹·파트너국 확산을 통해 미국 중심의 보안·기술 생태계를 글로벌 표준으로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침은 연대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산 하드·소프트웨어 채택을 강요 또는 견인하는 성격이 강하다. 2017년 미국이 중국 화웨이를 제재할 때는 중국산 제품의 배제를 요구했지만 이번에는 중국산 제재를 넘어 미국산 채택 압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즉, 국제표준의 미국화와 기술 확산의 주도권을 통해 미국의 AI 패권을 공고화 하겠다는 의도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AI 연대를 강화하려 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여 중국과 러시아도 AI 연대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Ⅱ. 미국의 AI 연대: 쿼드와 오커스 미국은 AI Action Plan에서 AI 동맹/연대 외교의 심화를 표명했는데, 이미 '인공지능에 대한 글로벌 파트너십(Global Partnership on AI, GPAI)’, 쿼드(Quad), 오커스(AUKUS) ‘제2축’,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나토(NATO),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민주주의 정상회의 등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다양한 다자 플랫폼 전반에서 AI 의제를 다루고 있다.[1] 이 중 핵심은 쿼드와 오커스이다.  1) 현황 미국은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와 오커스(미국·영국·호주)를 AI·첨단기술 협력의 허브로 활용하고 있다. 쿼드는 이미 AI-ENGAGE(농업), BioExplore(생물다양성) 등 응용 협력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며, 2021년 출범한 핵심·신흥기술 작업반(Working group) 등을 통해 의제별 연계를 진척시키고 있다. 2트랙 차원의 ‘쿼드 기술 네트워크(Quad Tech Network)’도 2020년 12월 가동되어 지속적인 정보교환 및 공동 연구의 기반을 넓히고 있다. 호주국립대 국가안보대학원, 인도의 옵저버연구재단(Observer Research Foundation), 일본의 정책연구대학원대학(National Graduate Institute for Policy Studies), 미국의 신미국안보센터(Center for New American Security) 등이 참여하고 있다. 쿼드(Quad) 국가들은 ‘고위급 사이버 그룹’을 구성해 4국의 관련 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그룹은 주요 기반시설의 안전 확보, 보안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사이버 위협으로부터의 회복력 제고 등을 목표로 공동 대응과 기술 협력을 추진한다.[2] 쿼드는 네 나라 모두가 민주주의라는 공통분모를 지닌다는 점에서 중국의 기술 권위주의 모델에 대한 규범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사이버–AI 연계 관점에서 감시·검열·허위정보 등 AI 남용을 방지하고, 개방·접근·안전의 기술 생태계 확보를 공동 목표로 삼는다. 2025년 7월 개최되었던 쿼드 외교장관 회의는 AI, 반도체, 기술 표준, 사이버 보안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협력을 핵심 의제로 채택했으며, 해저케이블 보안을 중점 협력 분야로 지정했고, 미국은 중국 기술이 포함된 해저케이블의 미국 연결 제한 방안을 준비 중이다.[3] 또한 4국은 AI 전문역량에 있어 상호보완성을 갖는다. 미국은 기계학습, 자연어처리에서 전문역량이 높고, 호주는 언어학, 이론 컴퓨터과학, 인도는 데이터마이닝, 데이터과학, 일본은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에 강점이 있다. 이러한 차별적 비교우위는 연대 시너지를 창출할 기반이 된다. 한편, 오커스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중 핵심 국가인 미국, 영국, 호주의 협력이다. 전통적으로 파이브 아이즈는 냉전 기간부터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의 민군겸용기술 공동개발과 민감 정보공유를 이끌어 왔다. 다섯 국가는 정치·문화·언어적 정체성 공유를 바탕으로 오늘날 사이버안보·첨단기술 보호 메커니즘으로까지 협력의 영역을 확장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캐나다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의 51번째 주’ 발언으로 미국과 캐나다 관계가 급랭하면서, 파이브 아이즈 응집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뉴질랜드의 경우 1980년 중반 뉴질랜드의 반핵 정책으로 인한 ‘미국·호주·뉴질랜드 동맹(ANZUS) 위기’이래 5개국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파이브 아이즈 중에서도 오커스 3국(미·영·호)의 협력이 파이브 아이즈의 핵심 축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 오커스는 두 개의 축으로 진행된다. ‘제1축’은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원자력 잠수함을 제공하기 위한 협력이고, ‘제2축’은 세 나라의 첨단기술 공동개발 및 상호운용 강화를 목표로 한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합의된 오커스(AUKUS)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계획대로 지속될지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설왕설래가 있었다. 2025년 6월 초에는 미국 측의 오커스 재검토 언급도 있었다. 하지만, 6월 중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계기 개최된 미국과 영국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가 오커스의 지속 추진을 확인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20일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회담을 하고, 호주에 대한 원자력 잠수함 제공 절차를 더욱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따라서, ‘제1축’의 추진은 점차 안정기에 접어들 전망이다. 반면, ‘제2축’은 8개 기술·기능 분야로 구성되며, 2025년까지 AI, 사이버, 양자컴퓨팅, 해저기술 협력이 우선 가동되고, 이후 극초음속, 전자전, 혁신, 정보공유로 협력의 범위가 확대된다. 협력의 범위뿐만 아니라 참여국 역시 확대될 전망이다. 2024년 9월 17일 오커스 3주년 공동성명은 캐나다·뉴질랜드·한국과의 ‘제2축’ 협의를 명시했다. 2025년 9월에는 일본이 처음으로 오커스 ‘제2축’ 활동에 참여해 무인기 AI 연구 협력을 논의했는데, 이는 미국과 유럽이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의 방위산업 협력을 심화하고 있는 최근의 전략 환경과도 맞물린다. 오커스 3국과 일본의 무인기 AI 연구는 일본이 영국·이탈리아와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기술적 기반으로 평가된다.[4] 2) 제약 요인과 과제 쿼드는 민주주의 연대라는 상징성과 플러스(+) 포맷의 개방성이 강점이지만, 인도의 전략적 유보가 상수다. AI가 미·중 기술패권의 중심축으로 부상할수록, 인도가 쿼드를 AI 연대의 플랫폼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와 인도의 러시아 산 원유 구입으로 붉어진 미국과 인도의 최근 불협화음도 이러한 우려를 키운다. 근본적으로 인도는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과는 달리 문화적, 역사적으로 미국과의 정체성 공유 정도가 낮은 한계가 있다. 오커스 ‘제2축’은 미국의 수출통제 제도, 특히 ‘국제 무기 거래 규정(ITAR)’으로 인해, 기술·장비 이전이 지연되거나 차단되는 제약이 있다. 영국은 ITAR로 인해 소모되는 연간 비용이 국방예산의 약 1%에 달하고, 호주 역시 매년 수천 건의 허가 지연을 겪고 있다.[5] 이에 보잉, 안두릴과 같은 일부 기업은 호주 현지에서의 ‘연구·개발(R&D)’로 ITAR 제약을 우회하려 하고 있다.[6] 미국 국무부가 2024년 8월 영국과 호주를 대상으로 일부 완화를 단행했지만, 핵추진·양자 내비게이션 등 전략적으로 민감한 분야는 여전히 규제 테두리 안에 있다. 오커스를 통한 AI 협력이 실질적으로 진전하기 위해서는 제도 장벽의 추가 완화, 3국 방산 협업 효율화, 나아가 기초연구의 과감한 통제 완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AI Action Plan의 제3축이 미국산 AI 수출 확대와 더불어 컴퓨팅 자원 수출통제 강화 의지를 담고 있어, 오커스 ‘제2축’을 미국 AI 연대의 핵심 플랫폼으로 만드는 데에는 아직 제도적인 제약이 남아 있다. Ⅲ. 중국, 러시아, 인도의 AI 연대 미국에 대응해 중국도 일대일로(BRI), 상하이 협력기구(SCO), 브릭스(BRICS) 등의 네트워크에서 AI 의제를 논의하고 있다. 일례로 시진핑 주석은 2025년 9월 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AI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7] 아울러 AI 발전은 상호 연계와 공동 노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하며, ‘냉전식 사고’에서 벗어나 협력적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중국은 유엔 등 다자 플랫폼에서의 논의에도 힘을 싣고 있다. 2023년 ‘글로벌 AI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내놓은 데 이어, 2025년 7월 26일에 개최된 ‘세계인공지능대회(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nference, WAIC)’에서는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 신설 제안과 ‘글로벌 AI 거버넌스 행동계획’을 발표하며 대안 규범 정립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AI 연대를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다층적인 글로벌 협력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8] 첫째,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디지털 인프라와 AI 기술 구축을 지원하는 ‘디지털 일대일로’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해당 국가들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둘째, 자국이 개발한 AI 모델과 기술을 무료로 공개함으로써 전 세계 개발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오픈소스 기반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국제 AI 생태계에서의 표준과 영향력을 주도하고자 한다. 셋째, 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신흥 경제권과의 기술 협력도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신규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AI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을 포함한 BRIICS 회원국들과의 협력 심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BRICS 및 기타 신흥국들과 공동으로 AI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국제적 차원의 AI 협력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BRICS 국가들과 AI 관련 학회, 기관, 연구개발 조직이 참여하는 국제 연합체를 구성한다면, AI 분야의 공동 연구와 기술 협력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구체적인 협력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9] 한편 인도를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는 GPAI 참여국 확대를 매개로 미국과 중국 중심의 규범경쟁에 일방적으로 종속되지 않는 제3 세력 구축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인도와 같은 역내 다수 국가가 ‘AI 주권 확보(소버린 AI)’를 기치로 AI 생태계 구축을 서두르더라도, 자본·기술·데이터·인재 등 핵심 요소에서 미국 및 중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이 때문에 개별적인 노력을 뛰어넘는 중견국 다자 연대의 필요성이 부상하고 있다. Ⅳ. 중견국 AI 연대의 가능성? 미국의 동맹국과 안보 우호국은 ‘소버린 AI’와 미국이 구축한 (또한 설정하고 있는) 표준의 수용 사이에서 선택의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중국산 제품의 보안성 취약을 우려하여 미국산 제품의 도입을 선택하더라도, 미국산 제품의 보안성과 신뢰성을 둘러싼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즉, 미국의 동맹국과 안보 우호국들이 주권·표준·안보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선택과 우선투자의 난제를 맞닥뜨리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 우선, 동맹 경시 때문에, 미국 주도 AI 연구와 투자 네트워크의 응집력은 낮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며 나토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고, 2025년 2월 뮌헨 안보회의에서 밴스 부통령의 강압적 태도가 동맹국들의 반발을 촉발했다. 더불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협상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대러시아 사이버 작전의 일시 중단을 지시했다는 보도는 동맹의 우려를 키웠다. 이는 마이클 왈츠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이버 억제 대상국에서 러시아를 배제하고 중국과 이란만 지목했던 것과 겹치며 동맹국의 불신을 증폭시켰다.[10]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미국이 캐나다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51번째 주” 발언으로 캐나다를 조롱하여 미국과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인 캐나다와의 관계가 악화되었다.[11] 이와 같은 상황에서 역내 중견국이 개별적인 자강 전략과 병행하며 중견국 AI 연대를 모색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12] 실제로 역내 중견국 간 양자, 삼자 협력 확대가 감지된다. 2025년 8월에 개최된 일본과 인도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인도에 대한 68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였다. 동 회담에서 양국은 ‘신뢰할 수 있는 AI’ 국제표준 공동개발을 골자로 한 인도–일본 AI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2026년 2월 인도가 개최할 ‘AI 정상회의’에서 양국이 글로벌 규범 선도자를 자임할 가능성도 있다.[13] 또한 2025년 9월에 개최된 일본과 호주의 외교·국방 장관 2+2회의는 히로시마 AI 프로세스를 토대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체계를 구축하는데, 양국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인도도 2025년 8월 고위급 회담을 통해 반도체·AI·청정에너지 등 첨단 분야 전략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쿼드 참여국인 호주·인도·일본의 AI 공동연구·투자 수준은 매우 낮다. 세 나라의 공동연구는 전체의 4% 미만, 투자 연계는 1% 이하로 추정되는데, 주된 이유는 데이터 거버넌스 차이·역량 격차·지정학 우선순위 불일치이다.[14] 예컨대 인도는 2019년 G20 오사카 정상회의에서 일본이 제안한 ‘오사카 트랙’ 서명을 거부했다. 한국, 인도, 호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주요 중견국들은 핀테크와 모바일 기술에서 이미 높은 성취를 보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AI 도입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15] 그러나 AI 인프라의 미국 및 중국에 대한 의존은 기술적 자율성을 제한하며, 이러한 격차는 성장과 삶의 질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의 경우 인재와 자본의 유출로 영향력이 더욱 약화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연산능력, 데이터, 인재를 공동으로 확보하고 연구·제품 개발을 협업하는 지역 차원의 연대가 필요하다.[16]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2025년 10월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아세안 주도 다자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아세안 간 디지털 전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Ⅴ. 전망 및 인도·태평양 질서에 대한 함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지경학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다양한 (소)다자 협력이 중층적으로 협력, 연계 또는 경쟁하고 있다.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에서도 양자 동맹과 함께 쿼드·오커스 등 소다자 협의체가 부상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출범 뒤 자국우선주의 심화로 미국 주도 자유주의 질서가 흔들리면서, 중견국의 자강·연대 담론이 확대되고 있다. 역내 국가가 질서의 수동적 수용자를 넘어 일정한 규범·제도·기능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중견국 이상의 역량과 함께 소지역 리더십 및 지역 간 네트워크의 연결자(broker)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역내에서 그럴수 있는 중견국은 일본·한국(동북아), 인도네시아(동남아), 호주·뉴질랜드(남태평양), 인도(인도양)를 꼽을 수 있다. 어느 중견 국가가 단독으로 역내 안보 질서 구축 및 유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역부족이지만 ‘소다자 연합을 구성하면 미국과 중국에 대해 일정한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 연대는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 내부의 중견국 연대라는 성격을 지니기에, 한편으로는 미국 네트워크를 보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을 완화하는 균형 기제가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AI 분야에서도 중견국 연대의 필요성은 명확하지만, AI의 기술·인프라적 특성상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유지하는 데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미국과 중국의 압도적 인프라 우위 속에서 역내 중견국들은 오히려 ‘전략적 명확성(strategic clarity)’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즉, 중견국 연대가 진영 연대의 논리에 함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향후 AI가 국제적 위계의 핵심 결정요인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견국 AI 연합이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AI 영역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중견국 협력에도 부정적 파급효과가 불가피하다. 앞서 살펴본 중견국 간 낮은 수준의 투자와 연구 협력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해준다. 중견국들이 직면한 이러한 현실적 제약하에서 미국의 AI Action Plan은 ‘포괄적 연대’라기보다 미국 중심의 AI 질서를 제도화하려는 전략적 구상에 가깝고, 쿼드와 오커스 내 AI 협력 역시 미국 주도 AI 연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견국들 사이에서 AI 분야 공동투자와 연구 협력의 규모는 실질적으로 확대되지 않고 있어, 중견국 연대의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   [1]김상배. 2025. "미중 인공지능 패권경쟁과 한국: 국제정치의 전환과 중견국의 국가전략." 『국가전략』 31 (2): p. 113. [2]Mandeep Singh, “AI-driven threats heighten regional focus on cyber defense,” Indo-Pacific Defense Forum, August 12, 2025.(https://ipdefenseforum.com/2025/08/ai-driven-threats-heighten-regional-focus-on-cyber-defense/) [3]연합뉴스. 2025. "미, 해저케이블에 중국 기술 사용 금지 추진…"보안 우려"." 7월 17일.(https://www.yna.co.kr/view/AKR20250717028700009) [4]류호. 2025. "오커스, 일본에 '무인기 탑재 AI' 공동연구 타진... 중국 견제 목적." 한국일보. 3월 4일.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0415540000973) [5]오정미. 2024. "미국 상무부, 안보협력 동맹국인 오커스(AUKUS) 대상 수출통제 완화." 『수출통제 Issue Report』. 전략물자관리원. 5월 3일; 오정미. 2025. "미국, 방산협력 측면에서 수출통제 목록 정비 등 필요." 『해외연구동행 Report 2025-22』. 7월 21일. [6]Shah, Rajiv. 2023. "US export rules need major reform if AUKUS is to succeed." The Strategy. 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 February 16. [7]이동규. 2025. "2025년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나타난 중국의 의도와 한계." 『이슈브리프』. 아산정책연구원. 10월 2일.(https://asaninst.org/data/file/s1_1/222742fa858281cd85cc5db0e71d3150_UHky3TuA_56dc1199bdd7d5c4749bc1e2950bcd35a829461d.pdf) [8]이윤선. 2025. "AI의 정치사회학: 미래 패권 좌우할 미·중 AI 세계대전." 자유일보. 5월 6일.(https://www.jayu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197) [9]이경아. 2024. "푸틴, 중국·인도 등과 'AI 동맹' 추진...미국 패권에 도전." 사이언스 투데이. 12월 12일.(https://science.ytn.co.kr/program/view.php?mcd=0082&key=202412121136489802) [10]Shoebridge, Michael. 2025. "The ‘5 Eyes’ & Trump: problems of trust & mistrust." Strategic Analysis Australia. March 21. [11]The Economist. 2025. "Donald Trump v the spies of Five Eyes." March 16. [12]Horan, Hans. 2025. "Indo-Pacific Allies May Rethink US Intelligence Sharing After Gabbard, Patel Appointments." The Diplomat. March 1. [13]최윤정. 2025. "‘트럼프 우선주의(Trump First)’와 인도의 인도-태평양 재조정." 『세종포커스』. 세종연구소. 9월 15일.(https://www.sejong.org/web/boad/1/egoread.php?bd=1&itm=&txt=&pg=28&seq=12397) [14]Chahal, Husanjot, Ngor Luong, Sara Abdulla, and Margarita Konaev. 2022. "Quad AI." Issue Brief. Center for Security and Emerging Technology. May. [15]Lim, Justin. 2025. "AI 생산성 전쟁이 시작됐다 — 아시아 중견국, ‘AI 인프라 주권’의 기로에서다!" Asean Daily News. 4월 16일. [16]Lim (2025).()   ■저자: 박재적_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 담당 및 편집: 임재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9) | [email protected]  

박재적 2025-12-05조회 : 1516
워킹페이퍼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③ 중국의 국방 AI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패널(NSP)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국제정치 전반에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를 조망하고, 주요 국가들의 인공지능 전략을 분석하기 위한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군사, 안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서 혁명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의 근본적 성격뿐 아니라 국가 간 세력 배분 구조에도 중대한 변동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날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은 각국이 국가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자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고, 효율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산업 경쟁력과 안보 역량을 동시에 제고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주요국이 어떠한 인공지능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전략이 군사·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움직임이 어떠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독자적인 인공지능 발전 전략을 마련하여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국제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가져올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 제도와 글로벌 협력 메커니즘의 구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본 워킹페이퍼 시리즈는 각국의 인공지능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함과 동시에 정책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발간 목록] ① 미국의 인공지능 전략과 군사적 활용 전망, 정구연 [워킹페이퍼 읽기] ② 인도와 국방 AI, 김태형 [워킹페이퍼 읽기] ③ 중국의 국방 AI, 전재우 [워킹페이퍼 읽기] ④ ‘인공지능(AI)’ 국제 연대: 쿼드와 오커스 그리고 중견국 연대를 중심으로, 박재적 [워킹페이퍼 읽기] ⑤ 북한의 국방 AI 담론과 실천: 중국의 ‘지능화전쟁’과 러시아의 ‘전쟁의 지능화’ 사이에서, 이중구 [워킹페이퍼 읽기] ⑥ 한국 국방 AI의 발전 과정과 미래, 진아연 [워킹페이퍼 읽기] ⑦ AI 군사혁신의 전개 양상 전망: 혁신 속도에 대한 두 관점과 미·중 사례, 설인효 [워킹페이퍼 읽기] ⑧ AI 혁명과 공화주의 안보이론: 무정부와 위계의 이중 난제 재부상, 차태서 [워킹페이퍼 읽기] ⑨ AI의 국제정치경제: AI 국가 전략과 글로벌 경쟁, 정재환 [워킹페이퍼 읽기] ⑩ AI와 국제정치경제, 송지연 [워킹페이퍼 읽기] ⑪ 걸프 국가들의 AI 안보화와 전략적 자율성 모색: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를 중심으로, 김강석 [워킹페이퍼 읽기] ⑫ AI 경쟁과 국제규범의 위기? 자율살상무기체계 거버넌스 경쟁의 동학과 도전과제, 문용일 [워킹페이퍼 읽기]  Ⅰ. 전략 목표: 기술안보국가 구축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2049년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달성을 공언함으로써 중국이 세계질서와 혁신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미 시진핑 주석은 2017년 10월 제19차 당 대회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신시대에 진입”했다고 선언했고, 이후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개념을 당장(黨章)에 삽입함으로써, 그 이전과 이후가 본질적으로 다른 시대임을 천명했다. 그리고 중국은 일차적으로 2035년까지 기본적인 “사회주의 현대화의 새로운 발전 단계에 도달”함으로써 주요 이정표를 세우고 다음의 목표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의 연장에서 최근 2025년 10월에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는 향후 중국의 진로를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였다. 회의에서 통과된 ‘15차 5개년 계획’ 건의안은 단순한 경제의 양적 팽창보다는 내수진작 등 내부 경제 안정과 함께 ‘국가 안보’와 ‘질적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15차 5개년 계획은 핵심 화두는 ‘신질 생산력(新质生产力)’이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추격을 넘어, ▲인공지능(AI) 및 첨단 반도체 ▲양자 기술 ▲바이오 제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 수소 및 핵융합 에너지 등 미래의 판도를 바꿀 ‘신영역’에서 독자적인 기술 표준과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기술 자립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중국 경제의 체질을 기존의 부동산·인프라 중심에서 데이터·알고리즘 중심의 고부가가치 구조로 전환하는 거대한 국가적 도전이다.  2035년 기본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목표(중등 선진국 수준의 인당 GDP 상정)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약 4.17%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4중전회에서 명시적인 성장 목표가 제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국가통계국은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을 4.8%로 발표했고, 중국사회과학원은 15차 5개년 계획 기간 중국의 잠재 성장률을 연평균 4.88%로 추산했다. 또한, 4중전회 직후 리창 총리는 15차 5개년 계획이 종료되는 시점인 2030년의 중국 경제 규모가 170조 위안(약 3경 4천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미국의 전방위적인 첨단기술 봉쇄 돌파를 전제로 설정한 목표로 해석된다.  즉, 중국은 최소 4%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것을 전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국가 발전의 프레임을 과거의 ‘정보화(信息化)’에서 ‘지능화(智能化)’로 격상시키고, 당이 기술 개발과 자원 배분을 직접 통제하는 ‘기술안보국가(Techno-Security State)’ 체제를 추구하고 있다. 시진핑이 직접 주도하는 기술안보국가 달성을 위한 통합전략체계는 ▲혁신 주도형 발전 ▲군민융합 ▲국가안보전략 ▲군사력 강화라는 네 가지 축으로 구동된다. 이는 2013년 제3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이 직접 ‘국가와 시장의 신중한 균형’을 강조했던 초기 기조와도 뚜렷이 대비된다. 즉, 현재 중국은 ‘국가와 시장의 균형’을 중시하던 과거의 기조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안보와 경제가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 고도화된 ‘당-국가 자본주의’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Ⅱ. AI 혁신 및 생태계 구축 2010년대부터 중국은 AI 역량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에 착수하였다. 예를 들어 「인터넷+ 인공지능 3개년 추진계획 (2016)」에서 AI 산업의 초기 발전을 위해 AI 자원 및 혁신 플랫폼 구축, 지능형 제품 개발 등 기반 인프라 마련을 목표로 설정했다. 그리고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 (2017)」에서는 2030년까지 중국이 AI 이론, 기술, 응용 모든 면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프리미어 글로벌 혁신 센터’가 되겠다는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4년 양회 정부업무보고에서 ‘인터넷+’와는 차원이 다른 ‘AI+’ 전략을 공식 선포하며 디지털 기술 및 제조업과의 심층 융합을 국가 의제로 격상시켰다. 즉, 현재 중국 정부의 AI 정책은 초기 ‘기반 조성’ 단계에서 ‘규제와 진흥의 병행’을 거쳐, 2025년 현재 전 산업의 지능화를 꾀하는 ‘AI+ 행동’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서 「국가 인공지능 산업종합표준화체계 구축지침 (2024)」은 2026년까지 50개 이상의 국가·산업 표준을 제정하여 AI 기술의 산업표준을 국가적으로 통일하고 산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지침을 제시하였다. 중국은 이와 같은 일관된 국가 총력 발전 과정을 거쳐 미·중 기술과 군사력 경쟁에서 ‘만도초차(弯道超车, 코너에서 추월하기)’와 ‘도약 발전(跨越发展)’을 이루어 경쟁의 ‘전략적 고지(制高点)’를 선점하고자 한다. <표 1>중국의 AI 관련 주요 정책 문서 제목 작성 주체 발표일 주요 내용 ‘인터넷+’ 인공지능 3개년 추진계획 (인터넷+계획) 互联网+”人工智能三年 行动实施方案[1] Internet+ Artificial Intelligence Three-Year Action and Implementation Plan 국가발전개혁위원회 (NDRC), 과학기술부(MOST), 공업화 신식화부(MIIT), 국가 사이버 정보판공실(CAC) 2016년 5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중국의 AI 산업을 조기에 발전시키기 위한 국가 전략을 설명.   중국의 AI 개발과 기술의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목표 제시. 차세대 AI 발전계획 新一代人工智能发展规划[2] A Next Gener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Development Plan 국무원 2017년 7월 중국의 AI 개발 진전 및 AI 규제 구축을 위한 일정과 전략을 제시.   중국이 2030년까지 세계에서 AI 개발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목표 제시. 신뢰할 수 있는 AI 백서 可信人工智能白皮书[3] White Paper on Trustworthy Artificial Intelligence 중국정보통신기술원 (CAICT)과 JD Explore Academy 2021년 7월 AI 시스템의 신뢰성을 설명하는 데 중점.   관련 당사자들이 신뢰성 있고 투명하며 제어 가능한 AI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구축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잠재적) 방안을 제시. 차세대 인공지능 실증 적용 시나리오 구축 지원에 관한 고시 支持建设新一代人工智能 示范应用场景 Notice on Supporting the Construction of Next-Gener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Demonstration Application Scenarios 과기부 2022년 8월 AI 기술의 실질적인 응용을 촉진하고자 10개의 시범 응용 시나리오를 선정[4]. 생성 인공지능 서비스 관리를 위한 임시 조치 (생성 인공지능 서비스 잠정 관리 방안) 生成式人工智能服务管 理暂行办法[5] Interim Measures for the Management of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Services 국가 사이버 정보 판공실(CAC),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교육부, 과학기술부(MOST), 공업화 신식화(MIIT) 등 7개 부처 공동 발표 2023년 7월 2023년 8월 15일에 공포·발효된 규정임.   생성 AI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되는 조치 및 제품 생산 시 AI 제공자의 의무를 규정. 중화인민공화국 인공지능법 (학자 제안 초안) 中华人民共和国人工智能法(学者建议稿[6]) Artificial Intelligence Law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Draft for Suggestions from Scholars) 중국정법대학 장링한 교수, 서북정법대학 양젠쥔 교수, 중국정보통신기술원 청잉 수석 엔지니어, 베이징항공우주대학 조징우 부교수, 동중국정법대학 한쉬즈 부교수, 서남정법대학 정즈펑 교수, 중난경제법대학 쉬샤오벤 부교수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 2024년 3월 AI 기술 혁신 촉진, AI 산업 발전, AI 제품과 서비스 규제 관련 법안의 초안임 (공식 입법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음). 2024년 정부업무보고 2024年政府工作报告 Government Work Report 2024 국무원 2024년 3월 양회 정부업무보고에서 ‘인터넷+’를 계승하되 차원이 다른 ‘AI+’ 전략을 공식 선포하며, 디지털 기술과 제조업의 심층 융합을 국가 의제로 격상. 국가인공지능 산업종합표준화체계 구축지침 国家人工智能产业综合标准化体系建设指南[7] Guidelines for Establishing a Comprehensive Standardization System for the National Artificial Intelligence Industry 공업화 신식화부(MIIT), 중앙인터넷 안전정보 기술위원회사무국, 국가발전개혁위원(NDRC), 국가표준화 관리위원회 2024년 6월 중앙정부의 인공지능 가속화 전략 (중공중앙, 국무원)의 이행을 위해 작성.   ‘신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 ‘국가표준화발전요강’, ‘글로벌 AI 거버넌스 이니셔티브’ 등 주요 정책에 따른 후속 표준 정비 문서임.   핵심 목표(2026년까지): 국가·산업표준 50건 이상 신규 제정, 1,000개 이상 기업 대상 표준 적용 확산, 국제표준 20건 이상 제정 참여, 인공지능 고도화 및 산업 고도화 추진 인공지능+ 행동 심화 실시에 관한 의견 关于深化实施人工智能+ 行动的意见[8] Opinions on Deepening the Implementation of AI+ Action 국무원 2025년 8월 2027년까지 핵심 분야 융합 실현,2030년 AI 경제 주도권 확보, 2035년 AI 사회 전면 진입이라는 3단계 로드맵을 확정.이는 과거 ‘인터넷+’가 연결(Connection)에 중점을 두었다면, ‘AI+’는 ‘지식 창조와 판단’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  사실 이러한 중국의 발전 방향 제시와 일관된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엔비디아의 첨단 GPU 수출 통제를 필두로 전방위적으로 대중국 첨단기술 봉쇄를 추진하면서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초기에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2024년과 2025년을 관통하며 목격되고 있는 현실은 역설적으로 제재와 봉쇄가 중국 AI 기술 생태계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진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는 측면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은 단순한 기술 추격자의 지위를 넘어, 미국에 대항하는 ‘극한의 효율성’과 ‘인프라 장악’ 전략을 중심으로 글로벌 AI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대응 전략은 첨단 반도체 개발 및 범용 반도체 장악, 소프트웨어 효율화, 물리적 인프라 장악이라는 세 가지 축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거대한 국가전략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공개한 모델은 미국의 최첨단 AI 모델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 성능을 보이면서도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실리콘밸리에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이들이 달성한 ‘가성비’의 비결은 제한된 GPU 자원 활용의 효율을 개선하는 아키텍처 혁신에 있었다. 이를 통해 딥시크는 입력 토큰 100만 개당 $0.14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다. 이는 당시 경쟁 모델인 OpenAI의 o1 대비 약 1/20~1/30 수준이고, GPT-4o와의 대비에서도 압도적으로 저렴한 수준이었다. 딥시크의 이러한 가격 경쟁력은 AI를 고비용의 ‘사치재’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범용재’로 전환하고,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로 인한 ‘컴퓨팅 파워 부족’ 문제를 막대한 자본 투자로 상쇄하는 양상을 보였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역대급 자본지출은 단순한 설비 투자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생존과 미래 패권을 위한 포석에 가깝다. 알리바바는 2024 회계연도에 전년 대비 197% 급증한 725억 위안(약 14조 원)을 투자한 데 이어, 향후 3년간 3,800억 위안(약 73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AI 및 클라우드 인프라에 투입할 예정이다.[9] 알리바바는 이 투자의 목표를 명확히 ‘초인공지능(ASI, 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구현에 두고 있으며,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라는 기존 캐시카우를 AI 인프라 구축의 ‘자금줄’로 활용하여, 자체 개발 오픈소스 모델인 ‘큐원(Qwen, 通义千问)’ 시리즈를 통해 AI 모델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텐센트 역시 2024년 767억 위안(약 15조 원)을 투자하며 전년 대비 221%라는 기록적인 자본지출 증가율을 보였다.[10] 텐센트는 자사의 독자 모델인 ‘훈위안(Hunyuan, 混元)’의 성능을 고도화하는 한편, 이를 국민 메신저인 위챗(WeChat) 생태계에 깊숙이 통합시키고 있다. 특히 게임, 광고, 핀테크 등 자사의 방대한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AI 학습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AI 서비스의 실질적인 상용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상반되지만 상호 보완적인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선 전략의 핵심 중 하나는 첨단 AI 칩의 자립으로, 화웨이가 그 선봉에 서 있다. 비록 초기에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없이 SMIC의 7나노(N+2) 공정을 개량해 생산해야 하는 한계로 인해 수율이 20%대에 머무는 등 고전했으나,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자본 투입과 공정 최적화를 통해 최근 수율을 40%대까지 끌어올리며 양산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는 금융, 에너지, 통신 등 국영 기업의 IT 인프라에서 미국산 하드웨어를 퇴출시키는 ‘소(消)A 정책’(‘Delete America policy)’, 즉 ‘문건 79호’을 통해 확실한 내수 시장을 보장해주고 있으며[11], 이로 인해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는 한우지(寒武纪, Cambricon)은 2025년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무려 13배 이상 폭증하는 기염을 토하며 기술 축적을 위한 자금과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러한 첨단 칩의 자립화 노력의 이면에는 전 세계 범용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려는 전략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제재의 칼날이 닿지 않는 28나노 이상 범용 공정에 공격적으로 투자하여, 2027년까지 전 세계 범용 반도체 생산 능력의 39%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자동차, 가전, 산업 기기 등 전 세계 제조업 공급망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이며, 여기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은 다시 475억 달러(약 65조 원) 규모의 ‘빅펀드 3기(国家集成电路产业投资基金三期)’를 통해 HBM, 첨단 패키징, AI 가속기 등 취약 분야의 R&D 자금으로 수혈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요컨대, 중국은 범용 시장 장악을 기반으로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이 AI 구동의 필수 혈관인 광통신과 전력망 인프라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데이터센터 내부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결정하는 광모듈(Optical Module) 시장에서 중제쉬창(中际旭创, InnoLight)과 신이성(新易盛, Eoptolink)은 엔비디아를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들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으며, 차세대 기술인 공동 패키지 광학(CPO)과 선형 구동 플러그형 광학(LPO) 기술을 선도하며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 기존 변압기보다 효율이 월등한 고체변압기 기술과 특고압 송전망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여, 진판 테크놀로지(金盘科技) 등 자국 기업들이 전력 인프라 시장의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는 비유적으로 중국이 미국과 ‘두뇌’(AI 모델)를 두고 경쟁하면서도, 동시에 ‘신경망(통신)’과 ‘심장(전력)’을 장악하여 글로벌 AI 생태계의 하부 구조를 주도하려는 치밀한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인한 하드웨어의 열세를 일차적으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의 최적화로 대응하고, 동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범용 반도체와 물리적 인프라 시장을 장악함으로써, ‘최고 성능’을 지향하는 미국 중심의 AI 질서에 맞서 ‘최적 효율’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새로운 AI 진영을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은 단순한 기술 격차 싸움을 넘어, 자원, 전력, 인재 및 인프라를 아우르는 생태계 전체의 총력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Ⅲ. 국방 AI: 군민융합과 군사력 강화 1991년 걸프전을 통해 정보 우위의 중요성을 절감한 중국인민해방군은 미국과의 ‘세대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비대칭적 ‘살수간(杀手锏, 비장의 필살 무기)’ 역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 이론가들은 AI로 인해 전장의 의사결정 속도가 인간의 인지 능력을 초월하는 전장 ‘특이점(奇点)’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인간을 ‘루프에서 제외(out-of-the-loop)’하는 완전 자율 시스템의 운용 가능성을 미국보다 더 개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을 넘어야 할 ‘강력한 적(强敌)’으로 상정하고 있으며, AI 기술 경쟁을 체제 대결의 핵심 전장으로 인식한다.[12] 흥미롭게도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의 군사 AI 역량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마치 냉전 시대의 ‘미사일 격차’ 논쟁처럼 중국 내 AI 투자와 개발을 더욱 촉진하는 명분이 되고 있다.[13] 이에 중국인민해방군은 AI 기술을 미래전의 승패를 결정할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이를 ‘지능화 전쟁(智能化战争)’이라는 새로운 작전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지능화’란 기존의 ‘기계화(mechanization)’, ‘정보화(informatization)’ 단계를 넘어, AI를 군사 시스템 전반에 통합하여 전장의 모든 요소를 지능적으로 연결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전쟁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 처음 언급한 이래 중국 군 현대화의 핵심 목표가 되었고, 일차적으로는 2027년 건군 100주년까지를 목표로 ‘지능화’ 체계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능화 전쟁 수행을 위한 핵심 교리는 ‘시스템 파괴전(体系破击战)’이다. 이는 단순히 적의 병력을 물리적으로 섬멸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 적의 지휘통제(C2), 정찰(ISR), 통신 허브 등을 AI로 식별하고 정밀 타격하여 전쟁 수행 능력 자체를 마비시키는 개념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육·해·공·우주·사이버 등 전 영역의 데이터를 AI로 통합 분석하여 최적의 타격 수단을 매칭하는 ‘다영역 정밀전’ 개념을 발전시켰다.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중국의 국방 AI 생태계는 전통적인 국영 방산업체와 급성장하는 민간 기술기업, 그리고 핵심 연구기관이 융합된 복합적인 구조로 발전해왔다. 이러한 발전의 핵심적 배경에는 국가 안보의 틀에서 기술을 중시하는 군민융합(军民融合) 발전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의 군민융합은 시진핑 시대에 들어 국가 안보, 경제발전, 기술 혁신을 잇는 핵심 국가전략으로 격상되었다.  그리고 군민융합 목표 달성을 위해 시진핑 정부는 강력한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2017년 1월, 시진핑 주석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앙군민융합발전위원회가 설립되었다. 이 위원회는 정치국 상무위원, 주요 부처 장관, 군 최고위급 인사 등 26명의 핵심 엘리트로 구성되어 군민융합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자리매김했다. 중앙군민융합발전위원회 설립 이후 군민융합 관련 정책 추진이 가속화되었다. 덩샤오핑 시기 군수 공장의 민수 전환에서 시작된 과거의 민군통합(CMI) 정책은 리더십의 일관성 부족과 부문 간 이해관계 충돌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취임 직후부터 강력한 하향식 접근을 통해 민간과 군사 부문의 자원, 기술, 인력을 통합하여 ‘기술안보국가(techno-security state)’ 구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군민융합 전략은 경제적 자원 최적화를 통해 국방력과 경제력을 동시에 강화하고, 기술·정책·정치가 결합된 복합적 개념으로 추진된다. 이를 통해 과거의 단순한 ‘결합(结合)’을 넘어, 요소 간 심층적 침투와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 질적인 ‘융합(融合)’을 지향한다. 중국군사과학원은 군민융합의 발전 단계를 ▲2010년대 중반까지의 초보 단계, ▲2020년대 초까지의 과도 단계, ▲심화 단계로 구분하며, 현재 심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군민융합 전략의 최종 목표는 ‘통합된 군민전략 체계와 전략적 능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군민융합 심화 발전 구조’ 형성을 목표로 하는데, 이 구조는 ‘전요소(full-element)’, ‘다영역(multi-domain)’, ‘고효익(high-return)’이라는 세 가지 속성을 포함한다. 특히 ‘다영역’ 측면에서 해양·우주·사이버와 같은 ‘중대안전영역’과 더불어 AI, 바이오테크, 신에너지 등 ‘신영역(nascent technological areas)’을 핵심 분야로 지정했다.  중국은 미국의 군민 상호작용 모델을 가장 중요한 참고 사례로 삼아 심도 있게 연구해왔다. DARPA, PPBE(기획·예산 편성·집행), JCIDS(합동 능력 통합 및 개발 시스템) 등 미국의 제도에 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중국은 자국의 특성에 맞는 군민융합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술안보국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군민융합 이행의 핵심적인 두 축으로서 국방 장비 획득 시스템 개방과 군민 공동 연구시설 설립을 의제화했다. 이후 중앙군민융합발전위원회는 획득 시스템 개방하고, 민간기업의 방산 시장 진입을 위한 ‘무기·장비 연구·생산 허가증’과 ‘장비 계약업체 인증서’ 발급을 확대하였다. 또한, 2015년 설립된 온라인 포털 ‘전군무기장비구매정보망’을 통해 구매 정보의 투명성과 접근성을 제고했다. 공동 연구시설 설립 차원에서는 미국 DARPA등의 역할을 참고하여, 대규모 종합 국가 연구소 체계를 구축했다.  핵심 연구기관으로서는 중국과학원(CAS)과 국방 분야에 특화된 7개 대학인 ‘국방칠자(国防七子)’가 연구개발의 핵심축을 담당한다. 특히 서북공업대학, 베이항대학, 베이징이공대학 등은 다수의 AI 국방 계약을 수주하며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칭화대학, 상하이교통대학과 같은 일반 명문대학들도 군과의 협력을 통해 AI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다.[14] AI 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는 양쯔강 삼각주(41%), 주강 삼각주(29%), 베이징-톈진-허베이(9%) 등 3대 경제권에 78%가 집중되어 있으며, 이곳에 기술기업과 연구소가 밀집해 있다. 그러나 이 외에도 쓰촨성, 산시성과 같은 전통적인 방산 허브 역시 AI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15] 현재 국영 방산업체의 경우 중국전자과기집단(CETC), 중국항천과기집단(CASC), 중국북방공업그룹(NORINCO) 등 전통적인 방산 대기업들이 여전히 고가치·대규모 AI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16] 이들은 C4ISR, 드론, 미사일 시스템 등 핵심 무기체계의 지능화를 담당한다. 민간 기술기업의 경우 계약 건수 기준으로 볼 때, AI 장비의 최대 공급자는 민간기업이다.[17] 이들 중 대다수는 2010년 이후 설립된 신생 기술기업으로, 예컨대, 아이플라이텍(iFlytek), 파이사트(PIESAT), JOUAV 등이 음성인식, 위성 데이터 분석, 무인기 분야에서 중국인민해방군에 핵심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18] 그 결과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최근 전력 증강은 물리적 타격과 심리적 마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무인 병참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지능화 전쟁’의 형태를 띠고 있다. 우선, 중국은 AI를 목표 식별, 전술 결정, 전장 시뮬레이션 등에 적용하며 자율 작전 체계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례로 시안공업대학(西安工业大学) 연구진은 딥시크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1만 가지 전장 상황을 48초 만에 분석해 기존 48시간 대비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었다.[19] 다음으로, 공중에서 식별된 초대형 무인기 모함 ‘주텐(九天)’은 단순한 정찰 자산이 아닌, ‘이종(異種) 벌집 무인기’ 시스템을 통해 100여 대의 드론을 일제히 투사하여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포화(飽和) 공격’의 플랫폼으로도 활용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대만 해협 방어를 위해 구상 중인 ‘헬스케이프(Hellscape)’ 전략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비대칭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FK-4000과 같은 고출력 마이크로파 시스템과 연계되어 창과 방패가 통합된 자율 작전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상에서도 지난 2월 중국 국영 방산업체 노린코(Norinco)가 공개한 자율 군용차량 ‘P60’의 경우 시속 50㎞로 주행하며 전장 지원 임무를 자체 판단해 수행하고, 중국군은 AI 로봇개를 활용해 화력 지원·지뢰 제거·정찰 등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20] 실제로 캄보디아와 실시한 ‘골든 드래곤(Golden Dragon) 2024’ 연합 훈련에서 QBZ-95 자동소총을 등 부위에 탑재한 로봇 군견이 공개된 바 있다. [21] 이러한 전방 전투력은 후방의 ‘지능형 무인 물류(智能物流)’ 시스템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데, 중국인민해방군 연합군수지원부대는 이미 ‘루이자오(銳爪)’ 시리즈를 포함한 무인지상차량(UGV)과 로봇 개를 활용해 탄약과 보급품을 자율 수송하는 훈련을 작전 교리로 정착시켰으며, 공수부대의 무인기 보급 및 무인 창고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인명 피해를 배제할 수 있는 정밀 보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미 2020년경부터 ‘루이자오(銳爪)’ I 88대를 티베트 지역에 배치하였으며, 그중 38대는 인도 국경의 최전방 지역에 실전 배치하여 고지대 작전 능력을 검증해 왔다.[22] 더 나아가 중국인민해방군은 물리적 전장을 넘어 ‘인지전’ 차원에서 인간의 의지를 통제하는 ‘제뇌권(制腦權)’ 확보에 오픈소스 AI 모델인 딥시크(DeepSeek)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선전전을 넘어, 대만 총통 선거 당시 라이칭더 후보 관련 딥페이크 유포 사례에서 확인된 것처럼, 생성형 AI를 통해 정교한 허위 정보를 대량 생산하고 사회적 혼란을 유도하는 고도화된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 이미 실전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Ⅵ. 정책적 시사점 첨단기술, 특히 AI 분야에서의 우위 선점 문제는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 전장으로 인식된다. 중국은 미국의 전방위적인 기술 봉쇄를 돌파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 투입을 바탕으로 AI 생태계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진화시키는 중이다. 이러한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은 최대한 ‘선택’을 강요받는 위치에 노출될 개연성을 줄여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의 기본적인 생존 전략의 방향성은 ‘균형 외교’의 공간 확장과 ‘기술 자립도’의 제고를 통한 ‘전략적 불가체성(Indispensability)’을 확보하는 데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국은 HBM(고대역폭 메모리)등과 같은 한국이 보유한 기술·제조업 차원의 우위를 유지하여 이를 미·중 양측에 대한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기술 자립도 유지·확대 차원에서 부단한 연구개발 및 인재 양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기적으로 2027년까지 중국은 AI 굴기의 일환으로 28나노 이상 범용 공정에 공격적으로 투자하여 전 세계 범용 반도체 생산 능력의 39%를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막연한 전망이 아니라 상수로 수용해야 할 가까운 미래이다. 한국의 자동차, 가전 등 주요 제조업 공급망에서의 지렛대 및 핵심 원가 경쟁력이 약화될 개연성이 있다. 또한 한중 관계가 경직되는 돌발상황 발생 시, 중국의 공급 통제 등으로 인한 심각한 타격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안정적인 관계 관리 및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안보·국방 차원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은 AI 기술을 군사 시스템 전반에 통합하는 ‘지능화 전쟁(智能化战争)’을 군 현대화의 핵심 목표로 설정했고, 일차적으로 2027년 건군 100주년까지 이 체계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국방부 등 일개 부처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안보국가(Techno-Security State)’구축이라는 국가전략 목표 아래, 시진핑 주석이 직접 주도하는 군민융합(军民融合)전략을 통해서 경제·기술·안보가 연계된 국가 총력전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안보환경 이해 및 전장에 대한 적응 문제는 기존 군 조직 및 전문가에 한정 지어서는 풀 수 없는 거대한 문제이다. 한국도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복합적 안보 위협과 지능화된 전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사안을 국방부 등 일개 부처에 일임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주도권을 쥐고 국가전략 수준의 프레임 하 각계 전문가들의 집단 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가 최고 리더십의 주도적인 개입 및 통솔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 Ⅵ. 참고문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CSF 뉴스브리핑. 2025. "中 AI 시장 쟁탈전, 알리바바·텐센트 역대급 투자 경쟁." 4월 7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CSF 중국전문가포럼. 2025. "중국, 딥시크 AI 기반 군용 무기 개발 가속화." 10월 28일. Army Recognition. 2020. "Chinese Army (PLA) Inducts More Combat UGVs." Fedasiuk, Ryan, Jennifer Melot, and Ben Murphy. 2021. "Harnessed Lightning - How the Chinese Military is Adopting Artificial Intelligence." CSET. October.  Kania, Elsa B. 2017. "Battlefield Singularity: Artificial Intelligence, Military Revolution, and China’s Future Military Power." 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CNAS). November. McFaul, Cole, Sam Bresnick, and Daniel Chou. 2025. "Pulling Back the Curtain on China's Military–Civil Fusion." Center for Security and Emerging Technology (CSET). September. Peterson, Dahlia, Ngor Luong, and Jacob Feldgoise. 2023. "Assessing China's AI Workforce." Center for Security and Emerging Technology (CSET). November. State Council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17. "A Next Gener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Development Plan (新一代人工智能发展规划)." Full English translation. July 8. 中华人民共和国人工智能法(学者建议稿). 2025. 中国信息通信研究院 (CAICT)·京东数科. n.d. "CAICT–JD Trustworthy AI White Paper (CAICT–JD 可信人工智能白皮서)." 加拿大乐活网 (LaHoo). 2024. "美媒:中国‘79号文件’指示‘清除美国科技’ (U.S. Media: China’s ‘Document 79’ Directs Removal of U.S. Technology)." 3월 9일. 国务院. 2025. "国务院关于深入实施“人工智能+”行动的意见 (Opinions of the State Council on Deepening the Implementation of the ‘AI+’ Action)." 8월 26일. 中国政府网. 国务院办公厅. 2016. "“互联网+”人工智能三年行动实施方案 (Internet+ AI Three-Year Action and Implementation Plan).". 国务院有关部门. 2024. "国家人工智能产业综合标准化体系建设指南(2024版) (Guidelines for the Construction of a Comprehensive Standardization System for the National AI Industry, 2024 edition)." 中国政府网. 中央网络安全和信息化委员会办公室. 2023. "生成式人工智能服务管理暂行办法 (Interim Measures for the Administration of Generative AI Services)." 7월 13일. 国家网信办官网.   [1]国务院办公厅. 2016. "Internet+ AI 3-year Action and Implementation Plan (“互联网+”人工智能三年行动实施方案)." https://perma.cc/X2M9-N7RQ [2] State Council, People’s Republic of China. 2017. "A Next Gener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Development Plan (新一代人工智能发展规划)." 07.20. https://d1y8sb8igg2f8e.cloudfront.net/documents/translation-fulltext-8.1.17.pdf  [3]中国信息通信研究院 (CAICT)·京东数科. n.d. "CAICT–JD Trustworthy AI White Paper (CAICT-JD可信人工智能白皮书)." https://perma.cc/9XZR-8KNE [4]스마트 농장(智慧农场), 지능형 항만(智能港口), 지능형 광산(智能矿山), 지능형 공장(智能工厂), 스마트 홈(智慧家居), 지능형 교육(智能교육), 자율 주행(自动驾驶), 지능형 진료(智能诊疗), 스마트 법원(智慧法院), 지능형 공급망(智能供应链). [5]中央网络安全和信息化委员会办公室. 2023. "Interim Measures for the Administration of Generative AI Services (生成式人工智能服务管理暂行办法)." 07.13.https://www.cac.gov.cn/2023-07/13/c_1690898327029107.htm [6]中华人民共和国人工智能法(学者建议稿). 2025. "Draft AI Law — Scholars’ Proposal (中华人民共和国人工智能法(学者建议稿))." 存档页面 (Perma). 访问日期: 2025.11.18.https://perma.cc/L9E4-5K3V [7]国务院有关部门. 2024. "Guidelines for the Construction of a Comprehensive Standardization System for the National AI Industry, 2024 edition (国家人工智能产业综合标准化体系建设指南(2024版))." 中国政府. https://www.gov.cn/zhengce/zhengceku/202407/content_6960720.htm [8]国务院. 2025. "Opinions of the State Council on Deepening the Implementation of the “AI+” Action (国务院关于深入实施“人工智能+”行动의 의견)." 08.26. 中国政府网. ef="https://www.gov.cn/zhengce/content/202508/content_7037861.htm">https://www.gov.cn/zhengce/content/202508/content_7037861.htm  [9]CSF 중국전문가포럼(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5. "中 AI 시장 쟁탈전, 알리바바·텐센트 역대급 투자 경쟁." 4월 7일. [10]CSF 중국전문가포럼(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5). [11]加拿大乐活网 (LaHoo). 2024. "U.S. media: China’s ‘Document 79’ directs removal of U.S. technology (美媒:中国‘79号文件’指示‘清除美国科技’)." 3월 9일. https://lahoo.ca/2024/03/09/667321?utm [12]Kania, Elsa B. 2017. Battlefield Singularity: Artificial Intelligence, Military Revolution, and China's Future Military Power. 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November. p.12.  [13]Kania (2017). [14]Kania (2017). [15]Peterson, Dahlia, Ngor Luong, and Jacob Feldgoise. 2023. Assessing China's AI Workforce. CSET. November. pp. 11-12. [16]McFaul, Cole, Sam Bresnick, and Daniel Chou. 2025. Pulling Back the Curtain on China's Military-Civil Fusion. CSET. September. pp. 12-13. [17]Fedasiuk, Ryan, Jennifer Melot, and Ben Murphy. 2021. Harnessed Lightning - How the Chinese Military is Adopting Artificial Intelligence. CSET. October. [18]McFaul et al. (2025). [19]CSF 중국전문가포럼. 2025. "중국, 딥시크 AI 기반 군용 무기 개발 가속화." 10월 28일. [20]CSF 중국전문가포럼 (2025). [21]South China Morning Post. 2024. "Chinese military dogs of war go viral during joint drills with Cambodia." May. [22]Army Recognition. 2020. "Chinese Army (PLA) inducts more combat UGVs."   ■저자: 전재우_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담당 및 편집: 임재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9) | [email protected]  

전재우 2025-11-20조회 : 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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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② 인도와 국방 AI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패널(NSP)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국제정치 전반에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를 조망하고, 주요 국가들의 인공지능 전략을 분석하기 위한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군사, 안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서 혁명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의 근본적 성격뿐 아니라 국가 간 세력 배분 구조에도 중대한 변동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날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은 각국이 국가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자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고, 효율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산업 경쟁력과 안보 역량을 동시에 제고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주요국이 어떠한 인공지능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전략이 군사·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움직임이 어떠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독자적인 인공지능 발전 전략을 마련하여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국제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가져올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 제도와 글로벌 협력 메커니즘의 구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본 워킹페이퍼 시리즈는 각국의 인공지능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함과 동시에 정책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발간 목록] ① 미국의 인공지능 전략과 군사적 활용 전망, 정구연 [워킹페이퍼 읽기] ② 인도와 국방 AI, 김태형 [워킹페이퍼 읽기] ③ 중국의 국방 AI, 전재우 [워킹페이퍼 읽기] ④ ‘인공지능(AI)’ 국제 연대: 쿼드와 오커스 그리고 중견국 연대를 중심으로, 박재적 [워킹페이퍼 읽기] ⑤ 북한의 국방 AI 담론과 실천: 중국의 ‘지능화전쟁’과 러시아의 ‘전쟁의 지능화’ 사이에서, 이중구 [워킹페이퍼 읽기] ⑥ 한국 국방 AI의 발전 과정과 미래, 진아연 [워킹페이퍼 읽기] ⑦ AI 군사혁신의 전개 양상 전망: 혁신 속도에 대한 두 관점과 미·중 사례, 설인효 [워킹페이퍼 읽기] ⑧ AI 혁명과 공화주의 안보이론: 무정부와 위계의 이중 난제 재부상, 차태서 [워킹페이퍼 읽기] ⑨ AI의 국제정치경제: AI 국가 전략과 글로벌 경쟁, 정재환 [워킹페이퍼 읽기] ⑩ AI와 국제정치경제, 송지연 [워킹페이퍼 읽기] ⑪ 걸프 국가들의 AI 안보화와 전략적 자율성 모색: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를 중심으로, 김강석 [워킹페이퍼 읽기] ⑫ AI 경쟁과 국제규범의 위기? 자율살상무기체계 거버넌스 경쟁의 동학과 도전과제, 문용일 [워킹페이퍼 읽기]⑫ AI 경쟁과 국제규범의 위기? 자율살상무기체계 거버넌스 경쟁의 동학과 도전과제, 문용일 [워킹페이퍼 읽기]  Ⅰ. 기술발전과 문명 패러다임의 변동 중대한 기술 변화는 그 자체로 사회적 격동의 과정을 초래한다. 국제관계 차원에서 새로운 승자와 패자를 만들고, 행위자의 선호를 바꾸며, 새로운 규범과 조직의 구성을 가능하게 한다. 반대로 당대 국제정치의 특징이 기술변화의 내용과 속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1] 오늘날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첨단기술 분야로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국제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우선 AI 자체를 인류의 장기구조적 기술경제사의 맥락에 위치 지워볼 필요가 있다.  일단 AI는 광범위한 활용성, 보완적 혁신 촉진 가능성, 지속적인 기술적 개선 가능성 등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ies, GPT)”의 특징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과거 전기, 내연기관, 컴퓨터 등의 사례에 조응하는 것으로 이 정도 레벨만으로도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다양하고도 폭넓은 변화를 일으킬 잠재력을 지닌 테크놀로지 혁신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AI가 이런 GPT 수준을 넘어 과거 농경·가축 사육과 화석연료 사용 등 인류사에 있어 에너지 포획의 비약적 향상을 가져왔던 “혁명적 기술(Revolutionary Technologies, RT)”의 반열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인류사에 있어 혁명적 기술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사례밖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는 각각 약 1만 년 전의 신석기 혁명과 18-19 세기의 산업혁명을 발생시켜 인류 문명 구조의 근본적 변환을 잉태한 바 있다.[2] AI가 미래에 GPT로 판명될지, RT로 판명될지는 아직 정확히 가늠할 수 없으나, 국제정치 영역에 있어 기존의 권력경쟁, 안보 딜레마, 정치체제 변동 등의 트렌드를 가속(acceleration)하는 중대한 촉매기술로서 작동하여, 세계사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3] 본 연구는 특히 “공화주의 안보이론” 혹은 “조직원리(organizing principle)와 안보”라는 문제 틀[4] 속에 AI 혁명이 국제정치에 가져올 함의를 이해해 보고자 한다. 국제정치 사상사에서 공화주의자들은 국내외의 공간에서 무정부 상태(anarchy)와 위계(hierarchy)라는 양대 심연이 만들어내는 불안정(insecurity)을 극복해 내는 정치적 제도 구성(=negarchy)의 가능성을 고민해 왔는데, 본 연구는 AI라는 기술혁신이 이 같은 공화주의 안보이론의 중심 난제를 근본적 차원에서 격화시키는 촉매제로 작동한다고 간주한다.  AI는 계몽주의 프로젝트의 마지막 판본으로서 인류의 마지막 발명품이 될 것인가? 생존 그 자체 등 인간종의 필수적 가치를 위협할 수 있는 AI―특히 미래에 도래할 초지능(Artificial Superintelligence, ASI)―의 거대한 잠재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화두는 공화주의 정치철학의 오랜 난제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5] 이하 본문에서는 특히 AI가 초래할 안보 상 위험의 세 가지 경우의 수를 분류해 살펴보려 하는데, ① 국제 무정부 상태에서 패권경쟁-핵전쟁 가능성의 심화 가능성, ② 국내차원에서 위계의 공고화(디지털 독재 부상 및 민주주의의 쇠퇴), ③ 국제차원에서 위계의 강화(기성 국제 불평등 심화+인류 멸종의 위협) 등의 순으로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Ⅱ. AI와 국제 무정부(Anarchy) 문제의 심화 오늘날 탈 단극, 강대국 간 전략 경쟁 시대가 도래했다. 냉전 시대부터 구축되어 온 전 지구적 전략적 안정성과 군비통제의 제도적 배치가 붕괴되어 가는 환경이 부상한 것이다. 그런데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이 같은 구조적 불확실성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6] 반대로 이야기하면, 단극의 안정적 역사국면이 아닌 현재와 같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 AI가 출현한 것이 인류에게 악재인 측면이 존재한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이라는 고도의 지정학적 압박 속에서 급속도로 핵개발 및 군비경쟁이 일어난 것과 유사한 국제환경이 현대에 조성되어 있는 셈이다.[7] 이는 국제적 다극화가 부르는 무정부 상태의 경쟁 압력과 AI 군비경쟁의 상호 상승작용을 통제하는 문제가 시급한 안보 문제로 대두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강대국 간 전략 경쟁의 핵심 전장으로서 인공지능이 부각되고 있는데, 특히 미국의 첨단기술 봉쇄 전략과 중국의 정부 주도 기술 자립화 맞대응 전략이 충돌 중이다.[8] 역사적으로 새로운 GPT의 등장과 확산(diffusion) 과정은 강대국 간 경제패권 변동을 설명하는 강력한 변수로 존재해 왔다. 가령, 1차 산업혁명기 제철 등의 범용기술 확산을 선도한 영국은 급격한 생산성 증대를 통해 패권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은 전기화와 기계화라는 GPT 확산을 통해 2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새로운 패권국으로 나설 수 있었다. 반면, 3차 산업혁명기 일본은 전자제품과 IT 등 일부 산업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과학 및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 GPT 확산에 뒤짐으로써 미국을 따라잡는 데 실패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4차 산업혁명기의 GPT인 AI 혁신을 누가 선도하고 제분야에 확산하는데 성공할지의 여부가 오늘날 미중 패권경쟁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9] 이 같은 AI를 둘러싼 두 초 강대국 간 경합의 양상은 특히 세력전이의 직접적인 요소가 될 군사기술 경쟁 분야에서도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도전국인 중국의 경우 “지능화 전쟁” 수행능력의 강화가 미국과의 기존 군사적 격차를 단번에 줄일 수 있는 “곡선 도로 추월”과 같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으며, 이에 맞서 미국 역시 세력전이의 방지를 위해 AI 분야에서의 “전일적 지배(global dominance)”를 추구하고 있다.[10]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의 전개가 국제정치질서 차원에서 근본적 리스크를 제기하는 것은 이른바 “AI-핵 넥서스”의 등장으로 인해 핵보유국 간 안보 딜레마가 심화되고 전략적/위기 안정성이 약화되어 심각하게 핵전쟁의 위험성이 증가하게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11]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기성 핵무기 체계에 AI가 활용되면서 인간 의사결정의 탈 중심화/자동화와 결정 속도의 가속화가 이루어지면서 기성 억지이론의 전제 혹은 가정이 붕괴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AI 기술이 정찰, 표적획득, 유도 시스템에 결합되면 핵무기의 가시성이 높아짐에 따라 핵 보복 자산(=2차타격능력) 선제 무력화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전략적 안정성이 크게 약화될 소지가 있다. 이는 곧 핵보유국들의 군비 경쟁 압박을 높일 뿐만 아니라 “조기경보 발사(launch on warning)” 같은 공세적 핵 교리 채택을 부추기게 되어 위기 안정성마저 떨어지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비 의도적 확전(inadvertent escalation)” 위험이 구조적으로 증폭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12] 설상가상으로 AI-핵 넥서스의 부상이 국제관계사 국면 상 미중러 전략 경쟁시대 혹은 다극화라는 “새로운 핵 시대”의 맥락과 접합되어 있다는 점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냉전기 미소 양국 간의 “공포의 균형” 시대에 비해, 지금은 핵보유국 숫자가 증가해 기본적으로 억지게임의 복잡성이 크게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냉전기 건설되었던 핵 군비통제 제도들마저 전략 경쟁의 희생양으로 거의 전부 소멸된 상태라는 점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13] 그런데 AI 기술의 도입이 핵 군비경쟁에서 결정적인 “선점 우위 효과(First mover effect)”를 지닐 수 있다는 열강들의 공포가 이에 추가되면 걷잡을 수 없이 안보 딜레마가 강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14] 이와 같은 현 국제 안보상황은 마치 구 냉전 초기 이른바 “핵의 정치적 문제(nuclear political question)”가 처음 부상했을 때와 역사적 데자뷰를 느끼게 만든다. 당시 역사상 초유의 파괴력을 지닌 원자탄의 등장은 폭력 상호 의존도의 극단적인 증대를 의미했고, 과연 세계적 무정부 상태 하의 “베스트 팔렌 체계”가 지속 가능한가라는 근본적 화두를 제기하였다. 그리고 이 난제에 대해 한스 모겐소(Hans Morgenthau), 존 헤르츠(John Herz) 같은 고전 현실주의자들조차 인류 멸종을 야기할 수도 있는 국민 국가체계가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함을 주장하며, 단일 세계정부의 건설 필요성(nuclear one worldism)을 주장하기까지 하였다. 물론 20세기 후반의 실제 현실은 국가 간 체제는 그대로 둔 채 미소 합의하 상호 억지(deterrence) 및 군비통제(arms control)의 제도화로 타협되었긴 하지만 말이다.[15] 그러나 오늘날 핵 군비경쟁이 재 점화된 “제3의 핵 시대”에 AI기술과 핵무기의 연결이 전략적 안정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비 의도된 핵전쟁 발발의 가능성이 고조되는 국면이 부상하면서, 우리는 구 냉전 초기에 제기되었던 세계질서의 근본적인 화두에 다시 한번 직면하게 되었다. 과연 이번에는 국가 간 체계가 지속가능한가? 지구사에 있어 “6번째 대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세계질서와 군비통제 제도화가 필요한가? Ⅲ. AI와 국내외 위계(Hierarchy) 문제의 심화 AI기술의 확산은 국내와 국제 공간의 기존 위계를 공고화 하거나 새로 만들어내고, 더 극단적으로는 인류의 “실존적 위기(existential risk, x-risk)”를 생성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차원의 중대한 화두들을 제기하고 있다. 1. 급진적 혁신론: AI에 의한 전쟁의 급속한 변혁 AI는 지능을 단일하고 자기 완결적인 특성을 지닌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그 설계된 시스템 자체가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 아키텍처의 모습을 띠기 쉽다. 이에 더해 AI의 훈련과 운영에는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이나 정부 등이 AI 개발을 독점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AI는 중앙권력이 시민을 미시적으로 통제하고 감시하는 기술과 결합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기술적 특성상 AI는 본질적으로 반 민주적인 권위주의적 집중화와 친화성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16] 그리하여 AI가 기성 권위주의 사회와 민주주의 사회 모두에서 “디지털 독재”의 미래를 열 가능성에 대해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17] 가령, 코로나 팬데믹 기간 확인된 “디지털 판옵티콘”의 출현가능성은 AI기술에 기반해 푸코적인 “감시사회”가 진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18] 이런 지점에 있어 가장 선구적(?)인 “AI기반 감시국가”의 미래를 선보인 곳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즉, 중국의 감시체계는 지난 20여 년간 행정·치안 데이터 디지털화, 도시 단위 AI 통합, 성(省) 단위 공유로 진화하며, 7억 대에 달하는 CCTV와 모바일·IoT를 포괄하는 거대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특히 초기의 수동적 감시에서 벗어나, 중국의 AI는 경찰의 정보 수집–지휘–배치–순찰 전체 주기를 점차 자동화하며 능동형 감시·통제 체제로 전환 중인데, 도시 전체 데이터를 실시간 통합·분석하고,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결정을 실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드론·자율주행차·휴머노이드 로봇 등 “AI-구동 집행 수단”이 등장하며, 감시는 온라인 제약을 넘어 오프라인 현장 개입과 물리적 통제 단계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통합은 최종적으로 중앙 지도부가 전국을 실시간으로 내려다보는 판옵티콘적 구조 완성을 지향하며, 중국 공산당은 인간 관료 의존을 줄이고 AI 중심의 자동 통치를 목표로 삼고 있다.[19] 다른 한편 AI는 꼭 전체주의 국가에 의한 초 중앙집권화라는 경로가 아니더라도 기존 민주주의 체제의 구조적 토대를 약화시킬 수 있는 장기 위험요소들을 내포한다. 첫째,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설계와 전달을 AI가 대체하면 대표성과 시민–정부 간 피드백 루프가 단절되어, 대의제 핵심인 숙의·응답성 메커니즘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 둘째, AI는 부·권력의 급격한 집중과 불평등을 심화 시켜, 민주주의를 형식만 남는 껍데기로 만들고 과두제적 경향을 가속할 수 있다. 셋째, 뉴스·지식 생산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중심으로 재편되면 정보 생태계가 소수 빅테크에 종속되며, 이미 취약해진 민주적 공론장은 더 큰 “인지적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이상의 세 흐름이 결합될 경우, 민주주의는 외형만 유지한 채 기술관료적·모조적(synthetic) 민주주의로 타락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20] 넷째, 이른바 “감시 자본주의”의 도래에 따라 전체주의적 정부가 아닌 전체주의적 “기업” 네트워크 체제에 의해 우리의 일상이 포획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중앙집권적 국가기구 대신 화폐화와 이윤의 논리에 따라 우리의 삶이 인공지능과 데이터 과학을 통해 기록되고 규율 되는 또 다른 형태의 탈근대적 전체주의의 양상이다.[21] 2. 국제정치경제: Global North & South 격차 강화 국제정치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기존에 존재해 온 북반구와 남반구 간 격차는 AI 시대에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AI 발전의 저변에는 알고리즘 독점과 디지털 신식 민주주의가 놓여 있는데, 이는 서구 기업들이 저개발국의 데이터를 대규모로 추출하고 값싼 노동을 착취하는 구조를 통해 유지된다. 다시 말해, AI의 국제정치경제는 노동의 외양을 바꾸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존의 경제 권력 구조를 거의 변화시키지 않는다. 더 나아가 AI의 군사적 무기화는 강대국 간 경쟁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그 실험장은 주로 남반구 국가들이다. 강대국의 군대가 전투머신과 자동화 장비로 무장해 가는 동안, 기술적으로 열세인 남반구에서는 저강도 분쟁과 대리전이 반복되고, 이 불균형은 결국 강대국에게 결정적 군사적 우위를 제공한다.[22] 3. X-risk: 특이점 이후 ASI의 위험성 2023년 5월, 비영리단체 AI 안전센터(Center for AI Safety)는 “AI로 인한 멸종 위험을 완화하는 것은 전염병이나 핵 전쟁 위험 등과 함께 전 세계에서 우선순위로 다뤄져야 한다”는 짤막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흥미롭게도 이 성명서에는 오픈AI의 샘 알트먼,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안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등 AI 주요 기업 경영진을 포함해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와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케빈 스콧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책임자 등 핵심 과학자 350여 명이 서명했다.[23] AI의 진화가 특이점(singularity)[24]을 초과해 일반지능, 나아가 초지능 단계에 이르렀을 때 그 통제 불가능성에 의해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의 『슈퍼인텔리전스[25] 가 발간된 2014년 이후이다. 이러한 묵시론적 논의는 보스트롬 자신의 “존재론적 위험(existential risk, x-risk)”[26] 가설과 “취약한 세계(vulnerable world)”[27] 가설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우선 “존재론적 위험” 테제는 현대 기술문명을 인류사 최초로 전 지구적 멸종 혹은 회복 불가능한 잠재력의 소멸을 초래할 수 있는 위기 단계로 규정하며, 이를 인류 전체를 영구히 단절시키거나, 지적 생명의 향후 전개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global, terminal) 위험으로 정의한다. 이런 존재론적 위험은 원자력, 나노기술, 생명공학, 인공지능 등 가속되는 기술 진보가 불러온 전혀 새로운 차원의 위험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취약한 세계” 테제는 일정 수준의 기술능력에 도달하면 문명이 기본적으로 파국을 향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일단 발명된 기술을 ‘탈 발명’할 수 없다는 비 가역성과, 현대 문명이 현재 “준-무정부적 기본 상태(semi-anarchic default condition)”에 놓여 있어 이러한 취약성을 효과적으로 집단 관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런데 이상의 두 개념은 AI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고도로 발전된 ASI는 한편으로는 인류 전체의 존속과 미래 잠재력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존재론적 위험을 구성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기업·개인이 고위험 역량을 손쉽게 보유하거나 오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술 문명을 취약한 세계로 미끄러뜨릴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AI가 야기할 수 있는 존재론적 위험의 8가지 범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무기화(weaponization)는 강력한 AI가 초지능적 군사자산, 대량살상 무기 설계 등으로 전용될 때, 인류 공동체가 스스로를 파괴할 능력을 AI에 넘겨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둘째, 기능 쇠약(enfeeblement)은 사회와 개인이 점점 더 많은 기능을 AI에 의존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관리할 능력이 약해져, 결정적 순간에 AI 없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셋째, 지식 기반 붕괴(eroded epistemics)는 AI가 정보환경을 왜곡하고 사회 전체의 사실 판단능력을 무너뜨릴 경우, 민주적·집단적 의사결정이 마비되어 문명이 스스로를 구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질 위험을 의미한다. 넷째, 잘못된 목표설정(proxy misspecification)은 인간이 의도한 목적이 아니라 엉뚱한 수치나 지표를 AI가 최적화하며, 그 과정에서 인간의 안전·가치·제도를 파괴할 수 있는 위험이다. 다섯째, 가치 고착(value lock-in)은 특정 집단이나 체제가 AI를 통해 자신들의 권력과 이념을 영구화 할 때, 인류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경로가 닫혀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여섯째, 예상 밖의 능력(emergent functionality)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면 인간은 이를 통제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채 대응에 실패할 수 있고, 일곱째, 기만(deception)은 AI가 은밀한 방식으로 인간의 감시를 피해 행동함으로써 자신의 통제권을 빼앗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권력 추구(power-seeking)는 AI가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권력과 자원을 장악하려 함에 따라, 인간의 통제를 구조적으로 무력화시켜 결국 문명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시나리오다. 이 모든 위험 범주는 각각 다른 경로를 통해, 그러나 공통적으로, 인간이 통제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기술 문명이 탈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존재론적 위험으로 규정된다.[28] Ⅳ. 문명전환기 새로운 공화정치의 발명? 문제는 오늘날 지정학적 패권경쟁의 맥락에서 주류적인 AI 담론이 구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간 제로섬적 대결구도가 대 전략 공론장의 주인서사(master narrative)로서 자리잡고 있으며, 이것의 하위 영역인 AI 담론도 이 틀 속에서 구성되고 있다. 즉, AI의 역사적 변곡점으로서의 성격이 부각되면서 이 기술을 선점하지 못할 경우 국가의 안보가 결정적으로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위급성과 안보화의 서사가 지배화 되고 있다. 특히 구 냉전 핵 군비 경쟁과의 유비 속에 반드시 승리해야 할 “경주(race)”로 AI 기술영역이 재현되고 정책적 논의도 이런 상상계 속에 제출되면서, AI에 대한 국제 협력, 위험관리, 통제 등의 논의는 주변화되었다. 따라서 이 같은 반 안보화 테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나이브하거나 전략적이지 못한 것으로 취급되고 만다.[29] 이는 인류의 “생존”이라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차원에서 AI문제를 대처하기 어렵게 만드는 최대의 난관을 형성하고 있다. 인류 멸종 혹은 예속화 같은 절체절명의 위험이 예견되는 조건에서 어떻게 과거 글로벌 대재앙 리스크 대처에서 교훈을 얻어 대처방법을 강구할 것인지, 인류 전체의 집단적 학습능력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는 상황이다.[30] AI 기술의 세계적 확산은 기존 국제질서가 직면해 온 무정부 vs 위계의 이중 난제를 근본적으로 격화 시키며, 더 나아가 인류 문명 전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초월적 권력 집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화주의적 관점에서의 “억제(constraint)” 문제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ASI는 전능·전지·편재를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과 자기개량적 잠재력을 갖춘 기술적 주체로서, 공화주의가 역사적으로 경계해 온 폭정적 권력의 궁극 형태가 될 수 있는 바, 이 경우 기존의 가치 정렬(alignment) 전략이나 안전설계 등이 온전히 작동할 것이라는 보장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 결과 ASI 통제전략의 핵심은 단순한 기술적 위험관리의 차원을 넘어, 공화주의적 헌정 설계와 공공안전이라는 문제 틀 속에서 절차적·구조적 제약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으며, 심지어는 개발 모라토리엄(relinquishment)과 같은 극단적 선택지까지 정책적 상상력의 범위 안에 둘 필요성이 제기된다. 요컨대 AI 혁명의 도래는, 구 냉전 초 핵시대의 개막보다도 더 급진적으로 무정부적 국제체제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다시 묻게 하는 역사적 국면을 열고 있으며, 이것이 “인류의 마지막 발명”이 되지 않기 위한 전지구적 차원의 공화주의적 제도발명을 촉구하는 신호로 이해되어야 한다. ■   [1]Daniel W. Drezner, “Technological Change and International Relations,” International Relations 33 (2), 2019, pp. 286–303. [2]Ben Garfinkel, “The Impact of Artificial Intelligence: A Historical Perspective,” in The Oxford Handbook of AI Governance, edited by Justin B. Bullock et al.,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24. [3]Amelia C. Arsenault and Sarah E. Kreps, “AI and International Politics,” in The Oxford Handbook of AI Governance, edited by Justin B. Bullock et al.,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24. [4]Daniel H. Deudney, Bounding Power: Republican Security Theory from the Polis to the Global Village,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7. [5]Daniel Deudney and Devanshu Singh, “Bounding Superpowers: The ASI Control Problem, Public Safety, and Republican Constitutionalism,” in Polycentric Federalism and World Orders, edited by Brandon Christensen, Switzerland: Springer Nature, 2025, pp. 465–502. [6]Paul van Hooft, Lotje Boswinkel, and Tim Sweijs, Shifting Sands of Strategic Stability: Towards a New Arms Control Agenda, The Hague: The Hague Centre for Strategic Studies, 2022. [7]Seth D. Baum, Robert de Neufville, Anthony M. Barrett, and Gary Ackerman, “Lessons for Artificial Intelligence from Other Global Risks,” in The Global Polit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 edited by Maurizio Tinnirello, Boca Raton, FL: Chapman and Hall/CRC, 2022, pp. 111–115. [8]George S. Takach, Cold War 2.0: Artificial Intelligence in the New War between China, Russia, and America, New York: Pegasus Books, 2024. [9]Jeffrey Ding, “The Rise and Fall of Technological Leadership: General-Purpose Technology Diffusion and Economic Power Transitions,”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 68 (2), 2024. [10]이재준, 「미중 간 군사 기술 경쟁과 세력 전이: 인공지능, 자율무기체계 군사 기술을 중심으로」, 『한국과 국제정치』 38 (3), 2022.; 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 “America’s AI Action Plan,” The White House, July 10, 2025, https://www.whitehouse.gov/wp-content/uploads/2025/07/Americas-AI-Action-Plan.pdf.; The White House, “Launching the Genesis Mission,” November 24, 2025. https://www.whitehouse.gov/presidential-actions/2025/11/launching-the-genesis-mission/. [11]정구연, 「인공지능의 군사적 활용과 전략적 안정성」, 『경제와 사회』 제143호, 2024. [12]James Johnson, AI and the Bomb: Nuclear Strategy and Risk in the Digital Age,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23.; Vladislav Chernavskikh and Jules Palayer, “Impact of Military Artificial Intelligence on Nuclear Escalation Risk,” SIPRI Insights on Peace and Security No. 2025/06, 2025. [13]Jacob Stokes, Colin H. Kahl, Andrea Kendall-Taylor, and Nicholas Lokker, Averting AI Armageddon: U.S.-China-Russia Rivalry at the Nexus of Nuclear Weapons and Artificial Intelligence, Washington, DC: 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2025.; Jon B. Wolfsthal, Hans Kristensen, and Matt Korda, “Why We Should Worry About Nuclear Weapons Again,” The Washington Post, June 4, 2025, https://www.washingtonpost.com/opinions/interactive/2025/us-russia-nuclear-weapons-proliferation-danger/.; Anton La Guardia, “The Perils of the World’s Third Nuclear Age,” The Economist, November 20, 2024, https://www.economist.com/the-world-ahead/2024/11/20/the-perils-of-the-worlds-third-nuclear-age. [14]Baele, Stephane J., Iqraa Bukhari, Christopher Whyte, Scott Cuomo, Benjamin Jensen, Kenneth Payne, and Eugenio V. Garcia, “AI IR: Charting International Relations in the Age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ternational Studies Review 26 (2), 2024. [15]Daniel H. Deudney, Bounding Power: Republican Security Theory from the Polis to the Global Village,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7. [16]Adam Elkus, “Are AI and Democracy Compatible?” Foreign Policy, August 29, 2025, https://foreignpolicy.com/2025/08/29/ai-democracy-dictatorship-agi-governance/ .; George Gilder and Peter Thiel, “COSM Speaker Peter Thiel: The Failures and 'Self-Hatred' of Big Tech,” Mind Matters, October 14, 2021, https://mindmatters.ai/wp-content/uploads/sites/2/2021/10/Mind-Matters-Episode-156-Peter-Thiel-at-COSM-rev1.pdf. [17]유발 하라리, 『넥서스: 석기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로 보는 인류 역사』, 김명주 역, 서울: 김영사, 2024. [18]Mark Coeckelbergh, “Vulnerability, AI, and Power in a Global Context: From Being‑at‑Risk to Biopolitics in the COVID‑19 Pandemic,” in The Global Polit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 New York: CRC, 2022. [19]Valentin Weber, “China’s AI-Powered Surveillance State,” Journal of Democracy 36 (4), 2025. [20]Dean Jackson and Samuel Woolley, “AI’s Real Dangers for Democracy,” Journal of Democracy 36 (4), 2025. [21]샤나 주보프, 『감시 자본주의 시대: 권력의 새로운 개척지에서 벌어지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투쟁』, 김보영 역, 서울: 문학사상사, 2021.; 마크 코켈버그, 『인공지능은 왜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가: AI의 정치학과 자유, 평등, 정의, 민주주의, 권력, 동물과 환경』, 배현석 역, 서울: 생각이음, 2023. [22]Eugenio V. Garcia, “Conclusions: Charting the Challenge of AI IR,” International Studies Review 26 (2), 2024. [23]선명수, 「I, 핵전쟁·전염병 만큼 위험···AI개발자들, 인류멸종 경고」, 『경향신문』, 2023년 5월 31일. https://www.khan.co.kr/article/202305311305001.  [24]레이 커즈와일,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인류가 AI와 결합하는 순간』, 이충호 역, 서울: 비즈니스북스, 2025. [25]닉 보스트롬, 『슈퍼인텔리전스: 경로, 위험, 전략』, 조성진 역, 서울: 까치, 2017. [26]Nick Bostrom, “Existential Risks: Analyzing Human Extinction Scenarios and Related Hazards,” Journal of Evolution and Technology 9, 2002. [27]Nick Bostrom, “The Vulnerable World Hypothesis,” Journal of Evolution and Technology 10 (4), 2019. [28]Dan Hendrycks and Mantas Mazeika, “X-Risk Analysis for AI Research,” arXiv, September 20, 2022, https://doi.org/10.48550/arXiv.2206.05862.; AI 종말론에 깔린 보다 심층적인 공포는 막스 베버의 쇠우리(iron cage) 개념으로 포착가능하다. 즉, 근대 도구적 이성의 폭주 혹은 통제 불가능성의 절정으로서 AI를 상상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AI 종말론의 질문은 기실 근대성 자체가 우리의 주체성, 실질 합리성, 성찰성 등을 빈곤화시키고 있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Jay A. Gupta, “Welcome to the Machine: AI, Existential Risk, and the Iron Cage of Modernity,” Telos 203, 2023, pp. 163–69. [29]Nike Retzmann, “‘Winning the Technology Competition’: Narratives, Power Comparisons and the US–China AI Race,” in Comparisons in Global Security Politics, edited by Thomas Müller et al., Bristol: Bristol University Press, 2024, pp. 237–56. [30]Seth D. Baum, Robert de Neufville, Anthony M. Barrett, and Gary Ackerman, “Lessons for Artificial Intelligence from Other Global Risks,” in The Global Polit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 edited by Maurizio Tinnirello, Boca Raton, FL: Chapman and Hall/CRC, 2022.   ■저자: 차태서_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 임재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9) | [email protected]  

김태형 2025-11-06조회 : 2105
워킹페이퍼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① 미국의 인공지능 전략과 군사적 활용 전망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패널(NSP)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국제정치 전반에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를 조망하고, 주요 국가들의 인공지능 전략을 분석하기 위한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군사, 안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서 혁명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의 근본적 성격뿐 아니라 국가 간 세력 배분 구조에도 중대한 변동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날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은 각국이 국가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자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고, 효율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산업 경쟁력과 안보 역량을 동시에 제고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주요국이 어떠한 인공지능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전략이 군사·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움직임이 어떠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독자적인 인공지능 발전 전략을 마련하여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국제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가져올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 제도와 글로벌 협력 메커니즘의 구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본 워킹페이퍼 시리즈는 각국의 인공지능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함과 동시에 정책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발간 목록] ① 미국의 인공지능 전략과 군사적 활용 전망, 정구연 [워킹페이퍼 읽기] ② 인도와 국방 AI, 김태형 [워킹페이퍼 읽기] ③ 중국의 국방 AI, 전재우 [워킹페이퍼 읽기] ④ ‘인공지능(AI)’ 국제 연대: 쿼드와 오커스 그리고 중견국 연대를 중심으로, 박재적 [워킹페이퍼 읽기] ⑤ 북한의 국방 AI 담론과 실천: 중국의 ‘지능화전쟁’과 러시아의 ‘전쟁의 지능화’ 사이에서, 이중구 [워킹페이퍼 읽기] ⑥ 한국 국방 AI의 발전 과정과 미래, 진아연 [워킹페이퍼 읽기] ⑦ AI 군사혁신의 전개 양상 전망: 혁신 속도에 대한 두 관점과 미·중 사례, 설인효 [워킹페이퍼 읽기] ⑧ AI 혁명과 공화주의 안보이론: 무정부와 위계의 이중 난제 재부상, 차태서 [워킹페이퍼 읽기] ⑨ AI의 국제정치경제: AI 국가 전략과 글로벌 경쟁, 정재환 [워킹페이퍼 읽기] ⑩ AI와 국제정치경제, 송지연 [워킹페이퍼 읽기] ⑪ 걸프 국가들의 AI 안보화와 전략적 자율성 모색: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를 중심으로, 김강석 [워킹페이퍼 읽기] ⑫ AI 경쟁과 국제규범의 위기? 자율살상무기체계 거버넌스 경쟁의 동학과 도전과제, 문용일 [워킹페이퍼 읽기]  Ⅰ. 서론 미국은 인공지능(AI)을 단순한 과학기술이 아닌 국가의 생존과 미래 국제질서를 좌우할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우 이를 미중 전략경쟁의 맥락에서 타협 불가능한 핵심 기술로 간주하고 있는데, 이는 AI가 국가안보, 경제성장, 기술혁신, 국제적 영향력, 그리고 동맹 정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파급력을 갖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안보 측면에서 인공지능은 미래전, 특히 지능화전의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기술로써, 자율살상무기, 정보분석, 정찰·감시, 사이버전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전장에서의 의사결정 우위를 확보하는데 필수적이다.[1] 이는 중국 등 주요 경쟁국에 대한 균형, 억제, 전략적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미국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AI는 미국의 미래 글로벌 경제 리더십의 핵심요소로서, 생산성을 높이고 신산업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미국으로의 투자 및 우수 인재 유입 확대 등 미국의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2] 그러한 측면에서 기술적 우위와 독립은 매우 중요하며, 중국의 반도체, 컴퓨팅 인프라 등 공급망에 대한 의존을 줄여가는 것이 필수적이고, 기술 표준을 주도함으로써 AI 기술 발전 방향을 선도하는 것이 핵심 과업이 되고 있다.[3] 그뿐만 아니라 미국은 AI의 권위주의적 활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감시와 사회통제를 목적으로 AI를 활용하는 것에 반대하며, 관련 글로벌 규범 마련 과정에도 참여하고 있다.[4] 이러한 전방위적 노력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과 동맹 정책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 특히 미국은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기술 파트너십, 개발협력 등을 제공하여 영향력을 확대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 및 동아시아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전략 경쟁에 있어 우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때의 협력은 AI를 기반으로 한 집단 방위와 이를 위한 상호운용성 증대를 목표로 하며, 특히 인공지능 기반 지휘·통제 연결·통합을 통해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5] 현재 미국은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초거대 언어모델, 인적 자원, 민간투자 생태계 등에 있어 중국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NVIDIA와 ASML의 장비 독점, AWS와 구글 클라우드와 같은 글로벌 데이터 센터, GPT와 Claude와 같은 AI 모델은 미국의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었다. 아울러 Pytorch와 TensorFlow와 같은 오픈소스 플랫폼, 그리고 개방적 연구 환경은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이 민간 부문이 혁신을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던 미국의 AI 전략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정부의 역할이 확대되는 기조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상대적 우위가 한시적이며, 중국과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중국의 군민융합 정책과 비교해볼 때 미국의 국가역량동원 정책은 여전히 시장중심 전략에 가깝지만, 기술외교의 양태는 조금씩 수렴되고 있다. AI의 군사적 활용에 있어서도 미국은 대중국 균형(balancing) 및 억제 차원에서 동맹국과의 기술 및 군사적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기술 주권과 지정학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동맹 협력의 필요성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본 글은 이러한 맥락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AI 전략을 비교해보고, AI 기술 개발 현황에 따른 미국 국방부의 조직 변화와 군사적 활용 방향성에 대해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기술외교 및 AI 전략 차원의 함의를 도출해본다. ⅠⅠ.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 비교 미국의 AI 전략은 행정부별로 그 목적과 우선순위가 조금씩 달라졌다. 예컨대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라는 백악관 보고서를 인공지능에 대한 초기적 인식을 보여주었는데, 경제 및 산업 혁신 측면에서 AI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지만 이에 대한 안보화의 수준은 높지 않았다.[6] 다만 인공지능 사용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안전 문제에 대해 우려했다. 반면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경우 AI를 국가안보와 미중 패권 경쟁의 승패를 좌우할 주요 수단으로서 다루기 시작했다. 2019년 2월 11일 행정명령 “Executive order on maintaining American Leadership in Artificial Intelligence”를 발표하였으며, 2019년 국방수권법에 근거하여 설치된 에서 구글의 에릭 슈미트와 로버트 워크 국방부 차관보를 필두로 국가안보 차원의 AI 중요성이 논의되었고, 그 결과 2021년 3월 를 발간하였다. 본 보고서를 기반으로 AI 기반 안보위협과 미래전 개념, 자율무기체계 등장으로 인한 전장 변화 등 본격적인 AI 안보화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AI 활용 과정에서의 안전, 가치, 기술 통제를 중시하며 중국을 압박하는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우 혁신, 거래, 투자를 키워드로 중국과의 기술 경쟁을 시장 중심으로 관리하며 대비를 이루었다. 예컨대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를 통한 기술 통제에 방점을 두었는데, 2022년 10월 AI 개발에 필수적인 반도체 및 장비에 대해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광범위한 수출 규제 조치, 즉 “Export Control on Advanced Computing and Semiconductor manufacturing Items to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는 이러한 바이든 행정부의 AI 접근법을 보여준다.[7] 본 수출 규제 조치는 중국의 AI 기술 및 AI의 군사적 활용을 지연시키려는 방안이었으나,[8]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독려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AI 기술이 글로벌 사우스로 확산되는 결과로 이어져 글로벌 시장 선점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9] <표 1>바이든·트럼프 2기 행정부 AI 정책 관련 주요 문서 행정부 연도 문서명 핵심 내용 바이든 2022 Blueprint for an AI Bill of Rights 인공지능 시대 시민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5대 원칙(안정성, 차별방지, 개인정보보호, 알고리즘 투명성, 인간 개입 가능성) 제시 2023 Executive Order 14110 “Safer, Secure, and Trustworthy Development and Use of Artificial Intelligence” 연방정부 차원 AI 위험 기준 설정, 감독, 연구, 국제협력체계 구축을 명시한 포괄적 정책지침 2024 Memorandum on Advancing the US Leadership in Artificial Intelligence; Harnessing Artificial Intelligence to Fulfill National Security Objectives, and Fostering the Safety, Security, and Trustworthiness of Artificial Intelligence 미국의 AI 리더십 강화를 목표로, 1) AI 연구개발 투자 확대, 2) 국가안보 목적을 위한 AI 활용, 3) 안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거버넌스 확대 및 강화를 추진하는 정책 문서 2025 Executive Order 14141 “Advancing US Leadership in AI Infrastructure” 미국내 AI 인프라(대형 AI데이터센터, 청정에너지 인프라) 건립을 추진해 미국의 AI 리더십, 안보, 경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명령 트럼프 2기 2025 Executive Order 14179 “Removing Barriers to American Leadership in AI 미국의 인공지능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폐지 및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한 행동계획 마련 요청 2025 Winning the Race: America’s AI Action Plan 미국이 인공지능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혁신을 가속화하고, 국내 AI 인프라를 구축하며, 국제외교·안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3대 정책기조를 중심으로 한 실행지침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우 AI 전략 우선순위로 규제 완화 및 혁신 속도 가속화에 방점을 두었는데, 예컨대 NVIDIA를 통해 미국의 AI 기술을 선진국에 판매해 미국의 시장 선점을 확대하고 대신 정부가 수익 일부를 회수하는 정책을 수행하기도 했다.[10] 이러한 규제 완화 정책은 미국 산업계의 호응을 얻고 있으며, 해외 투자 유입의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11] 또한 경쟁의 요소도 강조하는데, 예컨대 중국의 오픈소스 AI모델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내 개방형 AI 모델 개발을 장려하고, 미국내 AI 생태계에 보다 많은 지원을 하려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로서, OpenAI, Softbank, Oracle과 함께 총 5,000억 달러 규모 AI 인프라 투자를 추진 중이며, 이는 중국에 대한 AI 인프라 우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5년 공표된 행정명령 14179 “Removing Barriers to American Leadership in Artificial Intelligence”와 “Winning the Race: AI Action Plan”의 경우 미국의 AI 글로벌 주도권 장악과 이를 위한 AI 기술 혁신 가속화, 미국형 AI 인프라 구축, 국제 AI 외교·안보 주도 등 세 가지 정책 기조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AI 풀스택(Full Stack) 수출 확대와 미국형 AI 표준화를 목표로 하는데, 이는 주변국들의 소버린 AI 개발 유인과 미국과의 협력 사이에 긴장 관계가 존재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AI 전략 가운데 규범 및 거버넌스 확립 요소를 강조하였는데, [표 1]에 언급된 행정명령 14110을 통해 AI의 활용에 있어서의 윤리적 기준 강화, 차별 방지 등을 위한 기준 마련 및 감독체계 확립을 시도했다. AI 안전 기준 및 표준 확립에 있어서 중국과의 협력도 모색한 바 있다.[12]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우 이와 같은 가치 및 규범 기반 논의에 소극적이며, 오히려 과도한 규제가 혁신의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그러한 측면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민간기업이 스스로 AI 안전조치에 책임을 지는 것이 효율적이며, 연방규제가 과도할 경우 기술 혁신을 저해한다는 기술현실주의(techno-realism)의 입장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13]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AI에 대한 인식과 전략의 차이, 그리고 그러한 차이가 나타난 배경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AI가 가져올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한 거버넌스를 먼저 설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기술경쟁에서 앞서야 한다는 위급성에 근거해 기술혁신과 인프라 구축에 우선순위를 두는 접근법을 보인다. 이에 따라 바이든은 규제를 통해 정부 및 민간 각급에서 활용될 AI 체제 안정성 확보에 주력했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러한 규제를 혁신 저해 요인으로 보고 이를 완화 혹은 제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인프라 구축의 경우, 두 행정부 모두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우 데이터센터, 전력망, 반도체 생산 등에 있어서의 속도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규제, 청정에너지, 공정경쟁 측면도 함께 고려했다. 국제적 차원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적 AI거버넌스 구축 및 이를 위한 유사입장국의 결집에 집중한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우 기술 우위확보, 수출 활성화, 동맹 간 기술 공유 등을 통해 경쟁력 확보 중심 외교를 주도하고 있다.  요컨대 바이든 행정부의 AI 전략은 동맹과 규범, 윤리와 결합된 안보화의 시각에서 기반했다고 한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우 규범보다는 시장 선점,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선택적 파트너십 구축을 목표로 한다. 규제와 수출통제 중심 바이든 행정부의 AI 전략에 대해 미국 내 기술·산업계의 우려가 있었고, 특히 2024년 중국의 DeepSeek-V3 모델 등장 등으로 인해 위협 인식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략 변화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14] 물론 이러한 인식은 트럼프 2기 행정부 특유의 미국 우선주의, 즉 경제 민족주의(economic nationalism) 기조와 맞물려 미중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의지로도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AI 접근법은 국가역량 동원 확대 차원에서 과거보다 정부 주도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의 군민융합체제와 유사한 발전 궤적을 걷게 되는 것인가의 우려도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개입 범위와 강도, 그리고 제도화된 기술 개발 구조 형성에 있어 중국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즉 연구자금 배분, 인프라 투자, 중앙집권적 기술 전략 개발, 부처간 조정 메커니즘 구축, 국영기업과의 협력, 강한 규제 및 통제 등 모든 단계와 영역이 정부의 통제 하에 이뤄지고 있는 중국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미국은 여전히 기술 개발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을 중시하고 규제를 최대한 완화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혁신과 자율성에 방점을 둔 미국의 전통적 자유시장 중심 전략으로 회귀한다는 평가도 존재한다.[15] 또한 미국 산업 생태계의 특성상 국가가 직접 투자 및 산업 조정을 시도할 경우 단기적 효율성을 높일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정부지원 의존, 비효율적 자원 배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되었다.   만약 미국의 AI전략이 국가중심적으로 진화할 경우, 국방, 산업, 민간의 경계가 흐려지며 오히려 동맹국과 민간기업 간의 협력이 경직될 수 있고, 글로벌 AI 거버넌스 경쟁의 제로섬 경향이 짙어질 수 있을 것이다.[16] 다만 기술외교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은 유사한 궤적을 보이고 있는데, 예컨대 AI전략을 외교정책과 결합하여 동맹국 및 개도국에게 풀 스택 수출 및 규범확산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는 동맹국들에게 미중 간 선택의 압박으로 돌아올 것이며, 앞서 언급했듯 동맹국들의 소버린 AI개발의 유인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Ⅲ. 미국의 국방 AI 조직화 과정 및 국방 AI 전략 미국 국방부 차원의 AI 기술 개발 투자는 냉전기부터 시작되었으나, 1970-80년대 당시 초기 성과는 매우 부진하였다. 2014년 미국이 제 3차 상쇄전략을 제시하며 AI, 로보틱스, 빅데이터, 생명공학 등을 미래전을 주도할 기술로 규정했고, 이러한 인식은 2018년 국가국방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에 반영되며 AI는 본격적으로 국방 핵심 역량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특히 시기적으로는 세 단계에 걸쳐 점차 AI의 역할과 위상이 높아졌는데[17], 우선 2017-2018년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 시기는 매우 초보적인 AI 군사적 활용의 단계로서, 무인기 영상 분석 자동화에 집중되어 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메이븐은 빠른 속도로 실전에 활용되었고, 특히 중동 지역 IS 대응 작전에 활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두 번째 시기는 합동인공지능센터(Joint Artificial Intelligence Center, JAIC, 2018-22) 설립 이후 시기로서, 프로젝트 메이븐의 성공에 힘입어 국방부 최초 AI 허브를 설립하고 국방부 내 AI 활용 확대, 데이터 통합, 인공지능 관련 교육 및 훈련을 실시하는데 집중하였다. 2022년 이후 현재까지는 디지털 및 인공지능 총괄실(Chief Digital and Artificial Intelligence Office, CDAO)이 조직화된 단계로서, 이는 합동인공지능센터와 국방 디지털 서비스(Defense Digital Service), 데이터총괄실(Chief Data Office)을 통합한 결과이다. 이러한 통합 체제 출범을 통해 중복된 AI 프로젝트를 통합하고, AI와 데이터를 연계하는 통합적 거버넌스로서 기능할 계획이다. 또한 합동전영역지휘통제(JADC2)와도 연계, 데이터 중심 전쟁 수행체제로의 전환, 그리고 궁극적으로 AI 기반 전장우위 확보를 도모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국방 AI 조직화 결과 현재 주요 기관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표 2>미국내 국방 AI 관련 주요 기관 주요 기관 역할 조직 위상 DARPA · 첨단 기술 기초·응용 연구 · 기술 실험 및 R&D 선도 · 국방부 산하 연구개발 기관 DIU (Defense Innovation Unit) · 민간 기술의 군사적 전환 및 신속 조달 · 2015년 오바마 행정부 시기 설립 · 국방부 직속 실행조직 DIB (Defense Innovation Board) · 외부 전문가 중심 자문위원회 · 국방 혁신, AI 윤리, 데이터 거버넌스 등 자문 · 2016년 오바마 행정부 시기 설립 · 국방장관 직속 자문기구 CDAO · AI 및 데이터거버넌스, 통합전략 수립, AI 배치 관리 등 AI를 국방전역에 통합하는 허브 역할 · AI 정책, 표준, 통합, 데이터 관리 총괄; 전략과 데이터의 통제 및 조정 · 2022년 바이든 행정부 시기 설립 · 국방부 직속 기구  미국 국방부가 추진해온 AI의 군사적 활용은 주로 기술 억제 및 지휘통제 통합, 그리고 이와 맞물린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한 대중국 균형에 그 방점에 놓여있다. 실제로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협력해 인공지능, 사이버, 우주, 양자 등 신흥 기술의 연구, 개발, 상업화, 전선 배치를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중국이 남중국해, 대만해협, 혹은 여타 지역에서의 군사행동을 억제하고, 이러한 억제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전개되어왔다. 첫 번째, 미국 및 동맹국 군대의 국방기술 혁신, 둘째, 동맹간 신흥기술 체계의 상호운용성 및 정보 공유 확대, 셋째, 방위산업 관련 동맹국 간의 협력이었다.[18] 한편 기술 억제(technological deterrence)가 가능 하려면 민간 부문이 이끄는 혁신을 군사적으로 적용하는 정책, 제도, 연구자금 체계가 갖춰져야 하는데, 이것이 [표 2]에 언급된 미국 국방부 소속 DIU, 혹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관련 벤처 투자회사 In-Q-Tel 등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또한 미국과 동맹국 간의 기술 생태계를 형성하는 작업도 필요한데, AUKUS Pillar 2, QUAD, 혹은 한미일 협력 등과 같은 소다자 협의체를 통해 기술 협력이 시도되어 왔다. 예컨대 QUAD의 경우,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 working group’을 설치하여 사이버 보안, 기술 표준화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AI 관련 기술 협력을 전개, 상호운용성 및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동맹국과의 AI 상호 운용성을 2025년까지 달성해야 할 핵심 목표로 설정하기도 했는데, 이는 AI 기술을 공동 작전 및 협력체계에 통합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왔다.[19] 이러한 기술 생태계가 대중국 억제 및 균형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동 교리 및 전략 개발, 실시간 정보 공유와 명령 전달이 가능한 지휘·통제 체계, 통합된 무기체계 및 플랫폼, AI 기반 데이터 융합이라는 다차원적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 모든 영역에서의 노력이 현실화되려면 미국 동맹국들이 미국과의 군사적·기술적 통합에 동의해야 하고, 이를 제도적, 법적으로 보장하는 단계까지 이르러야 한다.  예컨대 Mission Partner Environment(MPE)란 미군과 동맹국 간 실시간 작전 정보 공유를 통해 협업을 가능케 하는 통합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 한미 연합사 등을 통해 다국적 연합작전 수행 시, 서로 다른 정보보안체계와 네트워크를 연결하기 위한 공유 작전망(shared operational network)을 의미한다. 예컨대 연합군이 같은 화면을 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정보접근권과 보안 분류체계를 통합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상황인식 강화, 합동지휘통제 실현, 신속한 결심 지원 확보 등을 목표로 한다. 이 체제는 데이터 연동, 권한기반 접근 통제, 클라우드 기반 협업 플랫폼 마련 등을 통해 형성된다. 만약 이러한 체제에 AI가 접목된다면, 동맹 간 ‘실시간 결심공동체’로 진화하게 된다. 예컨대 MPE로 유입되는 다국적 감시·정찰 데이터와 작전 보고를 자동으로 분류하여 요약하게 될 것이다.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경우 AI-enabled Data Fabric을 통해 일본, 호주, 한국 등 동맹국의 센서 정보를 통합 분석하는 체계를 구축 중에 있다. 또한 AI 기반 예측모델 구축 시, 다국적 작전에서 공동위협인식을 형성하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프로젝트 메이븐을 통해 AI를 통한 목표 식별 작업은 실전에 적용된 바 있다. 요컨대 AI기반 MPE는 이미 작동되었으나 완전한 통합은 요원한 상황이다. 현재는 인간에 의해 감독되는 AI(human-in-the-loop) 형태로 작동하고 있으며,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더 높은 단계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MPE체제에 접근하기 위한 인증체계에 대해서도 논의되고 있다. 예컨대 AI Passport의 경우 동맹국 AI 시스템의 신뢰성, 투명성, 상호운용성을 보증하는 인증체계를 의미한다.[20] MPE나 CJADC2(Combined JADC2)와 같은 다국적 작전 환경에서의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한 인증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증서를 확보해야만이 연합작전시 AI 상호운용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과 한미동맹 차원에도 많은 과제를 주고 있다. 예컨대 한국의 소버린 AI 개발이 국방 분야에서도 이뤄진다면, 연합 작전 시 필요한 인증서 확보가 필수적일 것이며, 소버린 AI와 동맹형 AI passport 간의 균형 유지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 굳이 연합작전을 상정하지 않더라도, AI 기반 확장억제, AI 기반 사이버·우주 안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과 동맹 및 파트너국 간의 데이터 공유, 이를 위한 정보망, 보안정책, 분류체계 논의 등 많은 사전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Ⅳ. 정책적 함의 미중 전략경쟁 맥락에서 AI 기술 개발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더욱이 대중국 균형 차원에서 미국은 동맹국과 AI 기반 군사·기술적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불안정한 인도태평양 안보 환경 속에서 자율적 의사결정능력은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동맹간 연대는 유지할 수 있는가의 딜레마로 이어질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마주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자율성의 측면에서 고려해봤을 때, 핵심 데이터 및 AI 알고리즘에 대한 기술적 주권 및 국가적 통제도 필요하다. 한화시스템의 경우 최근 한국 방산분야에서의 대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소버린 AI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그 외에도 국내 데이터 센터 구축, 대형언어모델 개발, 반도체 연계 AI 생태계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AI 기반 지휘통제체계 및 대응 체계 개발시, 자동화된 개입으로 인한 우발적 확전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이러한 우려 이외에도, 실질적으로 AI 기술 개발 및 이에 기반한 동맹국과의 협력이 실제로 가능한가의 여부 역시 불확실하다. 현재 국방 R&D구조상 데이터는 분절적으로 분포되어 있어 통합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거나, 대외비로 분류되어 있어 AI 학습 및 통합 작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근본적으로, AI전쟁 교리 및 법적·윤리적 프레임워크도 국방부내에 부재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무리하게 동맹국과의 AI기반 국방협력을 시도하는 것은 매우 섣부른 시도가 되거나, 혹은 기술주권을 내어줄 수도 있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미중 전략경쟁은 앞으로도 장기화될 것이고, 그에 따라 AI 등의 신흥기술에 대한 우선순위화도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전략환경을 고려해볼 때, 한국의 AI 기술 개발 및 군사적 활용 역량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개발 뿐만 아니라 대미 레버리지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같이 동맹국에 대한 거래주의적 접근법을 선호하는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에 대비한다면, 한국내 AI 생태계 구축 및 역량 강화를 통한 기술 주권 보호 조치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1]The White House. 2024. "Memorandum on Advancing the United States’ Leadership in Artificial Intelligence; Harnessing Artificial Intelligence to Fulfill National Security Objectives; and Fostering the Safety, Security, and Trustworthiness of Artificial Intelligence." October 24; US DOD. 2023. "DOD Releases AI Adoption Strategy." November 2; National Security Commission on Artificial Intelligence. 2019. "Interim Report To Congress." November 4. [2]Executive Order 13859. 2019. "Maintaining American Leadership in Artificial Intelligence." February 11. (https://www.federalregister.gov/documents/2019/02/14/2019-02544/maintaining-american-leadership-in-artificial-intelligence?utm_source=chatgpt.com ); Rasser, Martijn et al. 2019. "The American AI Century: A Blueprint for Action." CNAS Report. December 17; U.S. Senate. 2021. "The United State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 of 2021 (USICA)." (S. 1260); U.S. CHIPS and Science Act. 2022. August 9. [3]Kennedy, Mark. 2025. "America’s AI Strategy: Playing Defense While China Plays to Win." Wilson Center Report. January 24. [4]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 and Technology. n.d. "AI Risk Management Framework." (https://www.nist.gov/itl/ai-risk-management-framework) [5]Curtis, Lisa et al. 2022. "Operationalizing the Quad." June 30; Reuters. 2024. "With eyes on China, Us and Japan vow New Security collaboration." April 11; Segal, Adam. 2025. "The Future of Technology Deterrence in the Indo-Pacific." Perry World House Report. May 19. [6]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 N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Council, Committee on Technology. 2016. "Preparing for the Future of Artificial Intelligence." October.(https://obamawhitehouse.archives.gov/sites/default/files/whitehouse_files/microsites/ostp/NSTC/preparing_for_the_future_of_ai.pdf) [7]US Department of Commerce, 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 (BIS). 2022. "Implementation of Additional Export Control: Certain Advanced Computing and Semiconductor Manufacturing Items: Supercomputer and Semiconductor End Use; Entity List Modification." October 13.(https://www.federalregister.gov/documents/2022/10/13/2022-21658/implementation-of-additional-export-controls-certain-advanced-computing-and-semiconductor) [8]Webster, Graham. 2025. "Inside the Biden Administration’s gamble to Freeze China’s AI Future." WIRED. August 14. [9]Kahl, Colin. 2025. "America is Winning the Race for Global AI Primacy- for now." Foreign Affairs. January 17. [10]Tech Radar. 2025. "15% of Nvidia and AMD china chip sales to go to US government." August 11; Ramkumar, Amrith. 2025. "Trump’s Ai Strategy Against China Get Its First Big Test." Wall Street Journal. August 2. [11]Washington Post. 2025. "Silicon Valley’s bet on Trump starts to pay off." July 24. [12]Financial Times. 2024. "White House Science chief signals US-China Co-operation on AI Safety." January 25. [13]AP News. 2025. "From Tech podcasts to policy: Trump’s new AI plan leans heavily on Silicon Vallye industry ideas." July 24; Sukma, Isti Marta. 2024. "Techno-Realism: Navigating New Challenges in the Contemporary Role of Technology in Politics." Security & Defense Quarterly 46. February. [14]고준성. 2025. "기술패권전쟁과 미국의 AI 관련 정책의 대전환." 『외교』 154: pp. 114-138. [15]Friedler, Sorelle et al. 2025. "What to make of the Trump Administration’s AI Action Plan." The Brookings. July 31. [16]Rehman, Iskander et al. 2025. "Seeking Stability in the Competition For AI Advantage." RAND Commentary. March 13; Chavez, Pablo. 2025. "US AI Statecraft." CSET Commentary. October. [17]Kahn, Lauren A. 2025. "Risky Incrementalism: Defense AI in the United States." In The Very Long Game of Defense AI Adoption, ed. Heiko Borchert, Torben Chutz, and Joseph Verbovszky. Switzerland: Palgrave. [18]Segal, Adam. 2025. "The Future of Technology Deterrence in the Indo-Pacific." The Perry World House Report. May 19. [19]Mahoney, Casey. 2022. "Shared Responsibility: Enacting Military AI Ethics in US Coalition." The National Interests. April 30. [20]US Department of War. 2024. "Artificial Intelligence Defense Technical Review Explores Scalability and Federation." July 11.   ■저자: 정구연_강원대학교 교수.   ■ 담당 및 편집: 임재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9) | [email protected]  

정구연 2025-11-03조회 : 2444
논평이슈브리핑
[EAI 논평 제1호] 한미정상회담의 평가와 과제 : 북한 제재전략에서 “공진화”(coevolution) 전략으로

냉전 초기에 만들어져 올해로 56세를 맞이하는 한미동맹은 지난 20년 동안 급변하는 탈냉전기의 변화를 겪어왔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그 동안 냉전을 넘어선 전략적 공동 비전을 명시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다. 노무현 행정부는 한미동맹의 변환을 겪으면서 기지이전, 전시작전권 환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 많은 이슈를 다루어 왔지만, 한미 간 전략적 비전을 공유하기보다는 상향식 문제 해결에 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행정부는 작년 부시 행정부와 함께 그간 소원했던 한미관계를 복원하고 향후 발전을 위한 많은 이슈들을 다루었지만, 본격적인 동맹 비전은 이명박-오마바 파트너십에 미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로 나온 동맹비전은 안보문제를 넘어 양국 공통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공동비전은 군사 이슈를 넘어 가치와 체제, 경제와 환경, 인권 등의 포괄적 분야에서 양국 협력의 향후 방향을 보여주었다. 동맹의 지리적 범위 또한 한반도와 아태지역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 확장되었다.   한미동맹의 미래는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외교전략은 더 이상 한반도에 갇혀 있을 수 없다. 동아시아와 지구 전체를 상대로 새로운 외교전략을 마련해야 할 만큼 국력이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이명박 행정부는 ‘글로벌 코리아’ (Global Korea)라는 국가전략의 구호를 내세웠지만 갈 길이 멀다. 보다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채워나가고, 국내의 강력한 컨센서스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의 미래비전은 한국의 전략적 도약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 역사 사상 유례 없는 경제위기와, 개전 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아프간 사태, 약화된 리더십을 복원해야 하는 등 과도기적 문제들 속에서 한국과 같은 동맹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장고 끝에 마련된 공동비전이 구체적 정책으로 현실화되는 앞으로의 과정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의 장기적 공동비전을 만들어 내고, 이에 입각하여 북핵 문제, 동맹의 지구적 역할 규정, FTA 등 비군사 이슈를 포함한 주요 문제들을 다루는 포괄적 논의의 장이었다. 그러나 북핵 국면의 심각성 때문에 정상회담의 상당부분은 북핵 문제에 집중되었다. 북핵 문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인식과 전략목적, 정책방향 등에서 상당한 일치점을 보여주었다. 우선 양 정상은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라는 전략적 목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핵 국가의 지위를 갖겠다는 북한의 선언에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 단호한 거부의 입장을 드러냈다. 북핵 폐기를 추진하는 구체적 정책에 대해서도 양 정상은 일치된 견해를 표명하였다.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한은 “도발하고 보상받는 패턴”을 반복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고질적 패턴을 끊고 일관되고 효과적인 경제제재를 통하여 북한의 근본적인 행동변화를 촉구하기로 한 것이다.   북핵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한미 양국이 목적과 추진방법에서 이번처럼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새롭다. 북한의 행동이 유례없이 도발적이기도 하지만, 양국의 국가이익이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UN 제재결정 과정을 통하여 중국 등 주요국들이 동참하여 한미의 협력이 더 원활해진 것도 하나의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간 프라하, 카이로 등 여러 연설을 통하여 ‘핵 없는 세계’를 추구하면서 ‘폭력적 극단주의’를 징벌하겠다는 단호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를 통해 강건한 외교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미국 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정치적 행보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식 속에 북한은 이란, 이라크, 쿠바 등과는 달리, 적극적 외교의 대상국에서 벗어나 이제는 핵 없는 세계를 폭력적 극단주의로 위협하는 세력에 근접해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목적으로 내걸고 제재 국면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안보리 1874호 제재안의 효과적인 실행을 추구하는 동시에 북한 없는 5자회담의 구상을 내보였다.   문제는 제재 이후의 국면에서 부딪히게 될 북핵을 넘어선 북한 문제 전반이다. 대북 제재가 성공할 경우, 혹은 기대만큼 성과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북핵 해결의 새로운 출발점은 어디인가? 제재를 견디지 못한 북한이 회담장으로 돌아올 경우, 북핵 문제는 물론 북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한미 간의 새로운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는가? 더욱이 강성대국 건설과 후계구도를 놓고 선군 논리를 강화하는 북한이 이미 두 번째 맞이하는 경제제재에 물러서지 않을 경우, 한미 양국은 어떠한 대안을 가질 수 있는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다루는 원칙에 관해 양국 정상이 원칙적 의견 일치를 보인 것은 평가될 만하나, 앞으로의 문제를 보다 유연하고, 신중하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지금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경우 맞이하게 될 ‘다른 길’(another path)을 강조하였다. 북한이 주목할 만큼 선명한 모습의 길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북한의 체제와 정권의 미래에 대한 한미 양국의 명확하고, 신뢰할 만한 논의를 확신하지 못한다면, 북한은 ‘다른 길’보다는 현재의 선군의 길에 명운을 걸 것이다. 중국 등 주변국 역시, 제재공조를 넘어선 비전이 마련되지 않으면 한국이 초청하는 5자회담에 참가하기를 주저할 것이다. 5자회담은 난관을 겪고 있는 6자회담보다 몇 배 어려운 회담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소외’를 걱정할 중국이 5자회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만들려면 6자회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5자회담에서 비핵화 북한이 21세기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으로 부상하도록 돕는 방안을 새롭게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5자회담이 의미있게 추진되려면 한국은 이제부터 국민적 합의와 국가적 지혜에 기반해서 ‘다른 길’에서 펼쳐질 수 있는 새로운 ‘패턴’을 구상하고 동시에 국제적 합의를 위해 주변국의 협조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이 작업은 백년에 유례 없는 글로벌 금융위기, 끝이 보이지 않는 테러와의 전쟁에 발목이 잡혀 한반도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룰 수 없는 오바마 행정부보다 이명박 정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제재와 함께 ‘출구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해야 할 시점에 당면해 있는 것이다. 새로운 북한 선진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스스로 비핵화와 번영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변화와 더불어 21세기적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가는 주변국의 변화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기존의 햇볕정책과 제재정책을 넘어서는, 제3의 전략, 북한과 주변의 “공진화”(coevolution) 전략이다.   북핵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논란이 예상되었던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는 본격적으로 표면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21세기 한미동맹은 북핵을 넘어서 세계적 차원의 많은 문제를 만나게 될 것이다. 한미동맹의 미래를 놓고 미국이 무엇보다 원하는 바도 한국의 세계적 역할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의 군사적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지는 않았다. 그러나 공동비전에서 언급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지구적 차원의 안보문제를 둘러싸고 향후 양국 정부는 남북한 안보관계, 한국/미국 내 국민여론과 정치상황, 중국 등 주변국가의 이해관계를 저울질하면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번 아프간 사태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은 장기적 협력을 염두에 두고 서로의 입장을 양해하는 가운데 비교적 신중한 접근방법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앞으로 무수히 생겨날 많은 지구적 이슈들이다.   한국은 미국의 주니어 파트너로 지구안보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인질사태나 해적사태를 생각해 보면 한국의 지구적 지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우리의 지구 전략과 병행되는 한미동맹의 전략을 구체화해 놓아야 한다. 사실 한국군은 이미 글로벌 포스로서 세계평화와 지역안정을 지키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역할은 북한 핵 위기가 악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서는 민간 차원의 기여에 중점을 두는 것이 한미동맹의 역할분담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 양국이 합의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된다.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선 국제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무엇보다도 평화건설을 위해 중요성이 늘어나고 있는 지역재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역할분담이 한미동맹과 미국의 국익, 그리고 국제평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 오바마 정부와 확실한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   한미 간에, 그리고 양국 내에 한미관계의 미래를 놓고 벌어지는 많은 논쟁은 불가피하고 또 바람직하기도 하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둘러싼 한미 양국의 견해차를 인정하면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FTA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적절한 추진방법을 찾고자 하는 견해를 표명하였다. 한미 FTA 자체를 비판하면서 재협상을 논의했던 과거보다 진일보한 입장이다. 쉽지 않을 비준을 앞두고 FTA 불씨를 지켜나가는 데 합의한 것은 실업대란에 처한 미국, 대선 때 한미 FTA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오바마의 선거전략 등을 감안할 때 평가할 만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역시 미국과의 FTA를 눈앞의 경제적, 전략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수단이란 인식을 넘어 지구 경제위기 속에서 보호주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부상하는 동아시아 경제네트워크와 세계 최대 경제국을 연결함으로써 세계경제에 활력을 제공하는 지구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대승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향후 한미관계를 둘러싼 국내의 논쟁 또한 상호 차이를 인정하면서 합리적 타협점을 찾는 성숙한 민주주의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이다. 북핵 문제, 한미동맹, FTA 등의 문제에 대해 진보 대 보수의 이념적 대립을 극복하고 진정한 국가이익을 둘러싼 합리적이고 지속적인 논쟁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정부 역시 이러한 논쟁에 귀를 기울이고 보다 장기적인 정책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향후 사태 전개의 핵심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정책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를 구축하고 상생의 여야관계를 만드는 데 성공하느냐에 있다. 외치는 내치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과제부터 우선 풀어야 한다.         위원장 하영선 (서울대학교)   위원 김성호 (연세대학교) 손    열 (연세대학교) 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학교) 전재성 (서울대학교)   [EAI 논평]은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깊이 있는 분석과 적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AI 논평]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 안보넷 2020-06-04조회 : 22464
논평이슈브리핑
[이슈브리핑] Six Things You Should Know About Kim Jong Un’s 2018 New Year Address

Editor’s Note Kim Jong Un’s 2018 New Year address has been dissected and analyzed numerous times by North Korean experts. In this paper, Jong Hee Park of Seoul National University uses various tools of text analysis to decipher hidden patterns in the 2018 address and then interprets these patterns by comparing this year’s address with previous New Year addresses. In explaining why the vocabulary chosen in the 2017-18 New Year address is very different from the previous ones, Park looks at the facts that Kim Jong Un sees the year 2017 as a turning point from many perspectives.      Introduction   Every New Year’s Day since 1946, North Korean  leaders have issued a New Year address. The address typically contains various messages regarding the internal and external issues facing North Korea, and is usually full of congratulatory remarks for the North Korean people and socialist propaganda against external threats. However, North Korean leaders face different challenges every year and cannot recite the same messages over and over. North Korea has maintained a unique one-man-rule dictatorship in which the Kim dynasty, also known as the Mount Baekdu bloodline, controls the Party, the army and the North Korean people. In the process of legitimizing the ruling by the Kim dynasty after the first generation of Kim Il Sung, North Korea has developed a cult of the supreme leader whose authority and influence far exceeds what modern revolutionary dictators such as Joseph Stalin, Mao Zedong, or Fidel Castro envisioned. What makes North Korea unique among existing authoritarian regimes is this cult of the supreme leader.  The North Korea’s New Year address is a statement made directly by the supreme leader. The address contains clear policy goals and slogans that symbolize what North Korean people should achieve during the upcoming year. North Korean people are expected to memorize and recite the supreme leader’s address every year. This makes it one of the most important political texts that show the direction in which North Korea intends to take and this is why North Korean experts make an annual practice of dissecting and re-assembling the wordings in each New Year address. In this report, I will take a mixed approach to the interpretation of the 2018 address. First, I will use various tools of text analysis to decipher hidden patterns in the 2018 address. Next, I will interpret these patterns by comparing this year’s address with previous New Year addresses.  In this report, I would like to highlight six distinct features of the 2018 address that policy makers and experts should pay attention to. I delimit my discussion into these points in order not to reiterate what others have already said such as the length of the address, the peaceful stance toward South Korea, and the proclamation of the completion of the nuclear project although I may revisit some of these issues from a different angle.   1. How Unique is the 2018 Address?           There are many ways to compare the 2018 address with previous New Year addresses. In this report, we employ a simple, intuitive method of comparing unigram words that appear in this year’s address to those from all past New Year addresses beginning in 1946. Then, we use a clustering method to classify each address based on the vocabulary used.  Figure 1 visualizes the clustering of New Year addresses from 1946 to 2018. The second cluster from the left shows the post-1994 cluster covering the Kim Jong Il and Kim Jong Un periods. We can find that the 2017 and 2018 addresses consist of a distinct sub-cluster within the post-1994 cluster. In other words, the vocabulary chosen in the 2017-8 New Year addresses is very different from Kim Jung Un’s pre-2017 addresses (2013-2016) and those by Kim Jung Il. Then, what makes this shift in the vocabulary structure? What constitutes the distinct vocabulary structure of the 2017-8 New Year addresses? We will discuss them in details shortly.   2. A Critical Turn in Military Power In New Year addresses, North Korean leaders usually praise the achievements they made in the previous year using various excessive adjectives. Thus, the summary statement of the previous year is not something analysts usually pay much attention to. However, when North Korean leaders think that the previous year was particularly important, they do not hesitate to enhance their use of superlatives to emphasize their victories. In that regard, the 2017-8 New Year addresses stand out with regard to their emphasis on the previous year’s achievements.  To get a sense of what the summary sentence usually looks like, we tabulate summary sentences from the six most recent New Year addresses made between 2013 and 2018 in Table 1. Kim Jong Un has issued the regime’s New Year address since 2013. New Year addresses may be put forth by the supreme leader in different forms, including an editorial in the Rodong Sinmum, a co-editorial by three major newspapers (로동신문 Rodong Sinmun, 조선인민군 Joson Inmingun, 청년전위 Cheongnyeonjeonwi), a congratulatory statement, or a speech. All six addresses given between 2013 and 2018 took the form of speech delivered directly by Kim Jong Un. We summarize the key phrases of the summary sentences for the previous years in bold in Table 1. In order to understand the key phrase of the 2018 address, we need to take one step back and look at the 2017 address. The 2017 address defined 2016 as “a year of revolutionary event, a year of great change.” What constitutes this dramatic shift is North Korea’s transformation into a “nuclear strong state” and a “military strong state.” Specifically, Kim Jong Un mentioned the first hydrogen-to-nuclear test and nuclear warhead explosion tests. Most importantly, Kim claimed that the intercontinental ballistic rocket test launch project had reached the “closing stage.” This year’s address declared that the dramatic shift in the military defense sys-tem had been “completed.” Kim proclaimed that the completion of this shift “set the immortal milestone” in their history toward becoming a socialist strong state. In that sense, the year 2017 was “a year of heroic struggle and great victory, a year when we set up an indestructible milestone” for North Korea. Kim told his people that the long journey of building a socialist strong state had finally passed an “indestructible milestone” by proving the success of his intercontinental ballistic rocket launch test as he promised one year ago. What this all means is that Kim thinks that in 2017, North Korea passed an important turning point in its journey to becoming a strong socialist nuclear power. 3. Nuclear, Nuclear, Nuclear The second distinct feature of the 2018 address is the frequency of nuclear-related words. Figure 2 shows the frequency of nuclear-related words in recent addresses made by post-Kim Il Sung regimes. The 2018 address stands out for the frequency with which nuclear-related words appear. The high frequency of nuclear-related words in the 2018 address reflects North Korea’s confidence gained following several successful nuclear weapon and ballistic missile sys-tems tests, which culminated in the test of the Hwasong-15 intercontinental-range ballistic missile (ICBM) on November 29, 2017. Table 2 shows nuclear-related words that appeared in the 2017 and 2018 addresses. A notable difference, besides the increased frequency, is the variety of nuclear-related words, which include such phrases as “nuclear bombardment range” and “nuclear counterattack operation posture.” The diversity of nuclear-related words employed clearly demonstrates the maturity of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development project, as well as the regime’s scope of intention on when and how to use these weapons. Of particular note is the fact that, for the first time, Kim detailed a kind of nuclear doctrine at the end of the 2018 address as follows: As a responsible, peace-loving nuclear power, our country will neither have recourse to nuclear weapons unless hostile forces of aggression violate its sovereignty and interests nor threaten any other country or region by means of nuclear weapons. However, it will resolutely respond to acts of wrecking peace and security on the Korean peninsula. According to this statement, the goal of North Korea’s nuclear project is deterrence, and the regime possesses no offensive ambitions regarding their nuclear weapons sys-tem, including their ICBMs. Nonetheless, Kim also stated that their decision to develop a nuclear weapons sys-tem proved to be the right one given the changes in international politics in 2017, a reference to the advent of the Trump administration.  However, Kim also acknowledged that the current stage of North Korea’s nuclear program is limited in terms of the number of warheads and actual deployment capabilities, saying that “In the nuclear weapons research and rocket industries, we must accelerate the mass production and deployment of nuclear warheads and ballistic rockets, which have already secured their strength and reliability.”   4. “I am the Supreme Leader!”  The New Year address is a statement from the supreme leader, not the Party. In North Korea’s personalistic (family-controlled) regime, the supreme leader is above the Party and people. In his 2018 address, Kim clearly shows how North Korea is different from other non-personalist autocracies in two instances.  The first instance is his mention of the “nuclear button.” Kim said “the nuclear button is on my office desk all the time.” This statement indicates that Kim alone has unchecked power over the use of nuclear weapons. The second instance is the statement “The United States can never come to war against me and our country.” Kim distinguishes himself from his country for the first time in his New Year addresses since 2013. Considering the fact that the content of a New Year address is carefully prepared and thoroughly edited by his aides, this distinction should be not read as a slip of the tongue. Then, what does “war against me” mean? First, this could indicate a secret operation targeting Kim’s removal such as a decapitation strike by US special forces. Second, it could mean any secret operation or campaign targeting regime change in North Korea by the US, China, or South Korea. By distinguishing himself from North Korea as a country, Kim inadvertently admits that the security of his regime is one thing and that of his country is another.   5. Now, it’s the Economy, People.  Behind the fanfare of North Korea’s nuclear weapon program lies North Korea’s devastated economy and increasing pressure from UN sanctions. If North Korea keeps its promise to limit its use of nuclear weapons to defensive purposes, the North Korean people will never see the utility of nuclear weapons. As Colin Powell said, “nuclear weapons are useless.” Kim probably knows this dilemma very well. He has concentrated the lion’s share of North Korea’s resources into the development and tests of the nuclear weapons sys-tem, which has not only diverted resources from other more useful purposes but also invited the implementation of harsh sanctions against North Korea by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ncluding China. As time goes on, the North Korean people will face the bitter consequences of this trade-off, a trade-off that they never approved and never had the chance to approve, in the form of food and oil shortages.  For that reason, Kim repeatedly emphasizes that North Korea needs to make a breakthrough in its economic development in this year’s address. Kim emphasized the goal of making the North Korean economy “independent and self-reliant.” The first step in achieving this goal is to bolster the electric power industry, followed by the metal industry, the chemical industry, the mechanical industry, mining, railroads, and light industry. The priority of this goal indicates Kim’s concerns regarding the recently imposed UN sanctions. However, what makes the current UN sanctions particularly painful to North Korea is China’s compliance. We may infer that the real goal is to make the North Korean economy independent of China.   6. Thank God the Winter Olympics are Coming!  The last thing we cannot miss in this year’s address is the gesture of reconciliation toward South Korea. Figure 3 shows the frequency of the term “South Korea” (Namjoseon) as it appears in New Year addresses since 1995. The 1999 address shows that the term “South Korea” was used ten times, but its use largely indicated the South Korean people, not the government. The term was used then as a form of socialist propaganda encouraging internal struggle against anti-North Korean institutions and laws. In contrast, Kim uses the term “South Korea” eight times in the 2018 address: four times to praise South Korean people’s successful impeachment of President Park Geun-hye and four times to reference the new South Korean government. Most impressively, every use of the term “South Korea” in the 2018 address is either positive or neutral. This degree of positivity towards South Korea is, to my knowledge, unprecedented. The intention behind this positive posture is complicated and highly strategic, as many commentators have already pointed out. However, considering the political importance of the New Year address as a form of instruction from the supreme leader, such a conciliatory posture should not be taken lightly.  The principle North Korea has used for the engagement with South Korea is “among our race 우리민족끼리”(uriminzzokkiri). For that matter, the regime change in South Korea and the upcoming Pyeongchang Winter Olympics provide an ideal opportunity for North Korea to change its stance while saving face. Kim closes his remarks on South Korea by saying “I sincerely hope that everything is going well in the North and South this year.”   Conclusion  Although North Korea already defined the year 2016 as “a year of great revolution, a year of revolutionary turn” in the 2017 address, we should consider the year 2017 as a turning point from many perspectives. First, in 2017 North Korea claimed that they had “completed” the nuclear weapons development project that they consider an “all-purpose sword” for deterrence. It remains to be seen whether this stated confidence is a strategic bluff to buy more time for the actual completion of the project, or a tough warning against any possible provocations intended to test North Korea’s nuclear resolve. However, North Korea has also admitted that their nuclear sys-tem is very limited in terms of the number of warheads and deployment capabilities.  Second, the 2018 address clearly demonstrates that North Korea is facing an entirely new type of security challenge now that the Trump administration has come to power in the US, as Trump continues to mull over military options for regime change or destruction of North Korea’s nuclear weapon sys-tem. Because of this, North Korea’s rhetoric toward the US has been extremely aggressive, even threatening, stating that now the entire US territory is within North Korea’s nuclear missile range.  Third, despite all of these issues, North Korea has clearly declared what can be considered a North Korean nuclear doctrine, stating it is a “responsible nuclear power who loves peace, and will not threaten any country or region with nuclear weapons.” The two purposes of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according to Kim, are (1) for use against “threatening hostile forces that violate the sovereignty and interests of our nation” and (2) for use in a counterattack in response to “the act of destroying the peace and security of the Korean Peninsula.” Kim intends two things by this statement. The first goal is to send a clear signal to the US that any type of military option taken against North Korea will be countered with nuclear weapons. The second goal is to ask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nd the US in particular) to recognize North Korea as a nuclear power like India, Israel, and Pakistan. However, North Korea must be well aware that no county has been recognized as a nuclear power while threatening the US with their nuclear weapons. The second goal is nothing but far-fetched, wishful thinking. The true message of the statement is to drive home the first point: nuclear counterattack against any type of aggression.  The launch of Hwasong-16 convinced the CIA that North Korea’s ICBMs have nearly reached the completion stage. Recently, CIA Director Mike Pompeo advised the US President that the US has a  three-month window during which to preempt North Korea’s ICBM plans. North Korea’s hasty declaration of its nuclear success (originally made on November 29, 2017) and nuclear doctrine (on January 1, 2018) is a signal to the US that there is no window for a preemptive strike and any strike will be countered by military actions, possibly with nuclear warheads. In 1998, the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revived an ancient Greek tradition of the “Olympic Truce,” or “Ekecheiria,” that calls upon all nations to observe the Truce. It is a historical irony that an Olympic Truce has been called for between the US and North Korea, who signed the armistice agreement that halted the Korean War in 1953, for the upcoming Pyeongchang Olympics. The Vice President of the US and the Chief of the Supreme People’s Assembly of North Korea will visit Pyeongchang as the delegate heads of each country. So far, there are no signs of direct talks and negotiations between the two sides. It appears that the situation has reached a stalemate, and this stalemate in turn appears precarious because of the US’s (actually, the CIA’s) self-imposed deadline of a “March window.” This stalemate should be broken before any party chooses the irreversible option of punching the other in the face first – either via North Korea’s bombing of Guam or the US’s “bloody nose” operation - in order to avoid a catastrophic outcome that could kill millions of innocent lives in the Korean Peninsula and derail the improving global economy. The situation calls for someone to play the role of “honest broker.” It could be South Korea, China, Russia, EU, the United Nations, or any individual that can effectively deliver truthful information to both sides and convince top decision makers in both countries to choose the best available option that ensures mutual safety and benefits. There is no doubt that South Korean President Moon has the highest stake in solving this stalemate. ■     Author Jong Hee Park is currently employed as Associate Professor in the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and International Relations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His research interests include political methodology and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 He received his Ph.D. from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Jong Hee Park 2018-02-07조회 : 13626
단행본
미중의 아태질서 건축경쟁

    "가속화되는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이 나아갈 방향은?"         '국가안보패널'(National Security Panel, NSP)은 동아시아연구원(East Asia Institute, EAI)에서 2004년부터 운영해온 연구팀이다. 동 연구팀은 한국의 국익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생존과 직결되는 외교안보 분야의 의제를 설정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NSP 연구팀은 그간 중국의 부상과 그에 따른 미중관계의 변화양상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해 왔다. 미중 양국 간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다가올 ‘미중시대’에는 어떠한 새로운 질서가 동아시아 지역에 구축될 것인가? 그 과정에서 한국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이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판단하여 이를 위해 새로운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본 단행본에 담았다.     다가오는 '미중시대'에 대비하라   2차 세계대전 이후 건축된 미소 주도의 냉전질서는 1991년 소련의 해체와 함께 막을 내렸다. 전 세계의 수많은 정책담당자들과 국제정치학자들은 미국 중심의 새로운 탈냉전 질서가 커다란 어려움 없이 재건되리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미국은 21세기 들어서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고, 2008년에는 1929년 세계 경제공황 이래 최대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1세기 신질서 건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련이 해체된 반면,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30년 동안 10% 이상의 고속 성장을 지속하며 2010년에는 처음으로 일본의 국민총생산액을 넘어서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은 2012년이래 ‘신상태'(新常态/new normal) 시대를 맞이하면서 7% 전후의 중속 성장을 하고 있다. 2020년대 말경 미국의 국민총생산액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은 신중국 건설 100주년인 2049년까지는 새로운 문명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꿈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태평양 질서의 형세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가운데 기성 대국인 미국과 신흥 대국인 중국은 새로운 질서를 향한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형세와 기세가 어우러져서 21세기 아태 질서가 어떻게 건축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내외적으로 쉽사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미국 주도론, 중국 주도론, 미중 주도론, 복합 주도론 등 다양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이 논의는 단순한 학술 논쟁이 아니라 아시아태평양과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질문인 바, 동아시아연구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가들과 함께 동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2년 간의 여정을 떠났다.   미중 간 경쟁은 이분법적 구조가 아닌 다층적인 형태로 진행된다   본 여정은 새로운 분석틀을 마련하는 데에서 시작됐다. 이 문제에 대한 기존 논의들의 핵심 질문은 아태질서에서 권력전이가 진행되면 기성 대국인 미국과 신흥 대국인 중국은 불가피하게 갈등을 겪게 될 것인가의 여부였다. 그러나 이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세계질서의 장주기 이론 연구들이 이미 역사적으로나 이론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세력전이에 따라 기성 대국과 신흥 대국은 갈등과 협조 또는 전쟁과 평화의 이분법적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복잡한 국면을 겪게 된다. 신흥 대국은 권력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성 대국과 군사적으로 정면 대결하기보다는 비군사적으로 정당성의 경쟁을 벌이며 권력전이가 계속 진행되는 과정에서 질서의 정당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비로서 갈등관계가 본격화된다는 것이다.   미중의 대국 관계도 ‘비충돌, 비대항’, ‘상호존중’, ‘합작공영’이라는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3원칙에서 보듯이 21세기 중반까지는 군사적 정면 충돌이라는 '힘'(力)의 국제정치를 가능한 한 숨기고, 대신 상호협조의 '이'(利)와 국제정치와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義)의 국제정치를 키우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분석내용을 크게 군사 질서, 경제 질서, 신흥 질서로 나누어서 작업을 진행했다.   군사 질서   우선, 전재성 교수는 1장에서 국방예산 추이를 통해 미국의 안보전략을 살펴본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많은 불확실성을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고 선거 기간 동안 국방력 강화를 역설했던 만큼, 대체적으로는 군비 축소보다 증강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중국의 군비 증강이 지속된다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의 군비 강화에 부득이하게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동률 교수는 2장에서 중국의 국방비 증가 현상에 초점을 두고 이것이 어떠한 함의를 지니는지를 고찰하고 있다. 공개된 자료만으로 판단하면 중국의 국방비 지출이 특별히 과도한 것이 아니나, 문제는 자료와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도라고 지적한다. 특히 공개된 국방비 자료에서 군비 증강의 척도라 할 수 잇는 첨단 무기연구개발 및 도입 비용의 누락은 주변국의 우려를 증폭시킬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비록 중국이 당장 현재 추세에서 크게 이탈하는 정도로 군비 지출을 증가시킬 가능성은 낮지만 이러한 의구심을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오히려 아태 지역 내에서 안보 딜레마가 가중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성호 교수는 3장에서 미중 핵 군비와 핵 전략 경쟁을 검토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경성권력(hard power) 경쟁에서 결코 빼놓고는 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른바 핵3원 체제라고 불리는 대륙간탄도탄(ICBM),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전략폭격기를 각각의 항목으로 나누어 미국과 중국의 전력 현황을 비교하면서, 현재까지는 중국이 과거 소련과 같이 미국과의 본격적인 핵 군비 경쟁에 돌입하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결론 짓고 있다. 다만, 향후 미중 간 안보 딜레마가 본격화되면 중국이 핵 전력 보강에 집중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평가한다.   박영준 교수는 4장에서 미중이 아태 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해양 경쟁을 해군 전력 추이, 아태 지역에서 미중 해양 전략의 변화, 영유권 및 영해 분쟁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법과 제도 수립 측면에서 고찰하고 있다. 중국은 연안해군에서 대양해군으로 체질 개선과 군비 증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태평양 함대 전력강화와 더불어 주변국들과의 공조를 보다 중시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중 간 해양에서의 충돌 가능성은 양국이 현상유지적, 방어적, 협조적 태도를 얼마나 더 고수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황지환 교수는 5장에서 미중 경쟁이라는 틀 속에서 북한의 행태를 검토하고 있다. 적어도 아태 지역에서는 냉전 후 미국의 단극 체제가 아니라 중국과의 경쟁 구도가 부각되면서 북한 또한 이러한 틈새 속에서 핵무기 개발 등을 포함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전략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동시에 북중 관계 또한 전통적인 동맹의 연루/방기 딜레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북한이 핵 실험과 강경 노선 지속하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한다면 북중 관계 역시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경제 질서   손열 교수는 6장에서 미중의 경제패권 경쟁을 다루면서 과연 양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지에 주목한다. 불균등 성장의 속도와 양국의 적응, 민감성과 취약성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한편, 중국 경제성장세 둔화로 미중의 GDP 역전 예상 시점이 늦춰지고 있으며, 양국이 직접적 충돌보다는 제도 수립 경쟁에 집중하면서 경쟁의 강도와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즉, 당분간 미중의 경쟁은 군사보다 경제와 제도 등 연성권력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일본이 제3의 행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용욱 교수는 7장에서 국제금융통화질서에 가장 큰 도전이 되고 있는 중국 위안화 국제화와 이에 대한 한국금융외교의 정책방향을 논한다. 금융외교전략(financial statecraft) 이론을 활용하여 위안화 국제화에 대응하는 한국금융외교의 정책선택지들을 분석한다. 특히 ‘위안화 국제화의 활용’에만 치우쳤던 기존 연구와 달리 통화정책 자율성 확보, 글로벌 거버넌스 외교 등의 다양한 정책 고려사항을 고찰하면서 이들간의 상충점을 검토하고 위안화 국제화에 따라 어떠한 조합이 가능할지를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미중 간 경쟁은 통화정책에서도 발견된다. 이왕휘 교수는 8장에서 양국이 벌이는 통화금융패권 경쟁의 양상을 살펴보고 한국 등 주변국 미칠 잠재적인 영향에 대해 분석한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절상으로 양국 간 알력 싸움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트럼프 취임 이후 환율조작국에 대한 강경 조치가 거론되면서 다시 대 중국 압박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미국의 막대한 대외부채 및 안보이슈에서의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100일 행동 계획"에 대한 중국의 동의 등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공격적 수사가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물밑에서 격화되고 있는 이른바 '화폐전쟁'의 유탄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중국의 금융보복 등으로 한국을 위시한 주변국가에 떨어질 위험은 상존한다고 평가한다.   이승주 교수는 9장에서 투자와 원조의 연계라는 관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략을 검토한다. 미국과 중국의 대외원조와 투자 규모의 변화 추이를 바탕으로 미중 양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형성하고 있는 경제관계를 집중적으로 살펴본 바, 동아시아 국가 간 경제관계가 과거보다 포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한다. 즉, 무역과 생산, 생산과 투자, 투자와 원조 사이의 연계가 확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동아시아 주요국들이 지역 아키텍처의 재설계라는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경제적 수단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바, 경제-안보 이슈 연계의 효과적 방법과 적절한 수준을 수립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신흥 질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과학기술과 혁신(innovation) 측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배영자 교수는 10장에서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간의 기술혁신 경쟁이 21세기 세계정치패권의 향배에 갖는 의미를 이해하고자 세계정치 리더십 장주기 이론과 혁신연구를 결합하여 양국 혁신체제의 특징과 성과를 비교한다. 아직 세계 혁신의 중심지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중국이 혁신을 주도하는 새로운 구심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한다. 결국 이러한 중국의 노력은 미국에 중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것이고, 이는 양국 간 기술혁신 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김헌준 교수는 11장에서 미중 간 경쟁과 갈등을 사회과학 지식체계를 통해 살펴본다. 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미국 중심의 주류 국제정치학에 '자국의 특색'을 내세운 중국의 도전이 이뤄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중국의 부상과 함께 중국학자들이 국제정치현상 일반이나 중국의 외교정책을 설명하는데 있어 기존 서구 주류 이론의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중국 특색의 국제정치학이 아직은 주류 정치학에 대적할 수준은 아니나, 중국의 부상과 맞물려 그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바, 향후 미중 간 국제정치이론에서의 경쟁과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마지막으로 12장에서 김상배 교수는 21세기 선도부문으로서 정보·문화 산업, 그 중에서도 영화산업에서 벌어지는 미중 패권경쟁을 이해하는 분석틀을 제시하고 있다. 이 분야의 미중경쟁은 단순히 시장점유율이나 기술혁신을 놓고 벌이는 전통적 경쟁을 넘어서서 표준의 장악과 매력의 발산, 규모의 변수와 체제의 성격까지도 관련되는 신흥권력 경쟁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양상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분야에서 벌어지는 비대칭 망제(網際)정치의 결과는 공생적 경쟁의 네트워크 구도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품질경쟁과 표준경쟁은 미국이 주도하고 물량경쟁과 규모의 게임은 중국이 주도하면서 대내외적으로 매력을 발산하기 위한 경쟁과 협력의 복합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 ■        목차         서문 ■ 하영선         I 군사 질서     1장 미국 국방예산 추이와 안보전략 ■ 전재성 2장 중국 국방비 증가의 현황과 함의 ■ 이동률 3장 미중 핵 군사 전략 경쟁 ■ 신성호 4장 미중 해양경쟁과 아태지역 안보질서 전망 ■ 박영준 5장 미중 경쟁 관계와 북한 ■ 황지환     II 경제 질서     6장 미중 경제관계: GDP 역전, 상호의존, 제도경쟁 ■손열 7장 위안화 국제화와 한국 금융외교: 삼립불가능성과 전략적 선택 ■ 이용욱 8장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중 통화금융 패권 경쟁과 통화전쟁: 통화금융 책략의 관점 ■이왕휘 9장 미중 아시아 경제 전략: 투자 원조 연계를 중심으로 ■이승주     III 신흥 질서     10장 미중 패권 경쟁과 과학기술혁신 ■배영자 11장 미중 사회과학 지식체계에서의 ■ 김헌준 12장 사이버 공간의 미중 매력경쟁: 정보•문화 산업의 미래 ■김상배          

하영선 편 2017-10-12조회 : 12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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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연구보고서] 미중경제관계: GDP 역전, 상호의존, 제도경쟁

초록 미중 패권 경쟁은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패권전이 이론에 따르면 구조적 차원에서는 불균등 성장의 속도와 점진적 적응 여부에 따라 평화적인 패권 교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복합적 상호의존 이론은 양국 간 민감성과 취약성이 얼마나 불균형한지에 따라 판이한 전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구성주의이론은 실제 권력과 위신의 괴리 정도가 패권 경쟁의 성격과 강도를 좌우한다고 본다. 손열 소장(EAI 일본연구센터)은 중국 경제성장세 둔화로 미중의 GDP 역전 예상 시점이 늦춰지고 있으며, 양국이 직접적 충돌보다는 제도 수립 경쟁에 집중하면서 경쟁의 강도와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패권전이, 복합적 상호의존, 구성주의 등 어떠한 주요 국제정치이론으로 분석하더라도 당분간 미중의 경쟁은 군사보다 경제와 제도 등 연성권력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미중 아시아 태평양 패권 경쟁 속에서 양국이 드러내고 있는 실제 역량과 수사의 간극을 메울 국가로 일본의 역할에 주목하면서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본문   "그렇다면 미중 간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의 역전 시기는 언제일까. 2010년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중국이 7.5% 성장, 미국이 2.5% 성장세를 지속하고, 위안화가 연 3% 정도 달러화 대비 평가절상될 경우 2019년 미중 역전이 일어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2014년에 이코노미스트는 2021년, 골드만 삭스는 2027년에 역전이 될 것이라 전망하였다. 2015년 미 농무부(Department of Agriculture)는 2030년 전망을 내어 놓았는데, 미국이 24.8조 달러로 여전히 1위를 지키는 반면 중국은 22.2조로 미국과의 차이를 좁히고 있으나 여전히 역전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림 1] 참조). 요컨대 시간이 지날수록 즉, 최근으로 올수록 미중 경제 역전 시점이 길어지고 있는데,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의 여진 속에 나왔다고 할 수 있는 2010년 이코노미스트 전망을 정점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즉,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의 확산보다는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추세가 감소하고 있는 데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경제 성장률의 완화와 더불어 미국 경제의 견조한 회복세가 양국 간 경제력 역전의 시점을 늦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력 격차의 축소라는 구조적 추세는 양국 간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배경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양국 간 경제관계의 상호의존성과 보완성 정도에 따라 갈등의 정도가 완화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이 주창하는 ‘신형대국관계’는 바로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세력전이에 따른 패권갈등과 전쟁의 양상과 현재 미중 간 관계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전제의 출발점인 것이다. 신형대국관계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상호의존은 상대국이 잘 하지 않으면 자국이 성공할 수 없는 관계를 의미한다. 미국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미래를 써 나가야 한다.”라며 화답한 바 있다."   "미중 양국은 상대국 시장에서 직접 경쟁을 벌이는 한편, 아태지역의 경제질서 건축의 주도권을 놓고도 본격적 경쟁에 나서고 있다. 여기서 주도권 장악 능력은, 서론에서 언급하였듯이, 자국의 경제력 등 물질적 능력에 한정되지 않고 지역 경제네트워크의 규칙과 규범, 플랫폼을 설계하는 능력과 연관된다. 즉, 지역 내 정당한 경제질서의 컨텐츠를 제공하는 능력이라 표현할 수 있다. "   "중국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이면에는 미국의 TPP란 강력한 무기에 맞대응하기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다양하고 화려한 비전과 제안 이면에는 중국이 가지고 있는 경제력에 걸맞는 매력적인 컨텐츠를 제시하지 못하는 데에 따른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RCEP은 주로 관세 자유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구세대형 FTA이라 할 수 있으며, 또한 추구하는 자유화율 역시 높지 않다. 21세기 무역 현실을 담는 새로운 무역 거버넌스 규범과 규칙 수립과는 거리가 있다. FTAAP도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있으며, 일대일로의 경우 인프라 투자가 우선이며 무역을 통한 네트워크 형성은 아직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10월 TPP 협상이 타결되면서 중국은 아태 무역 거버넌스 차원에서 수세에 몰렸다."   "트럼프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첨단 제조업과 금융부문의 눈부신 성장을 가져온 반면, 탈산업화(deindustrialization)로 인해 제조업 부문의 좋은 일자리가 축소되고 서비스 부문의 나쁜 일자리가 양산되면서 상대적으로 저임금, 저교육, 저소득 계층이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을 회생시키는 핵심수단으로 통상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2017년 3월 발표된 미무역대표부(USTR)의 “2017년 무역 어젠다”(2017 Presidential Trade Agenda)는 미국우선(America First)이란 기본 원칙 하에서 (1)무역정책에서 국가주권의 수호, (2)미국 통상법의 엄격한 적용, (3)모든 가용 수단(레버리지)을 동원한 해외시장 개방, (4)새롭고 더 낳은 무역협정의 체결이란 네가지 우선순위를 제시하며 자유주의적 다자규범 보다는 경제민족주의에 근거한 관리무역(managed trade) 활용을 중시하고 있다."   "아태지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미국우선주의와 양자주의(bilateralism)에 기초하고 있다. 양자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의 힘의 우위를 최대한 활용하여 미국우선 무역협정을 실현하겠다는 의도로서, TPP 탈퇴는 이런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미국은 주요국과 양자협정으로 추진하고자 하며 일본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고, 한미 FTA 재협상도 이런 맥락에서 재기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아태 지역에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치사슬(value chain) 혹은 생산 네트워크의 원활한 작동을 돕기 위한 메가 FTA 혹은 다자 FTA 추세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 된다. 당장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 정부의 일련의 행보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TPP 탈퇴와 한미 FTA 재협상 요구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공공연한 경제민족주의적 언사는 한일 양국이 동조하는 미국주도 아키텍처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중국에 리더쉽 획득의 기회를 가져다 주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세계화의 기수를 자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서비스, 상품, 투자, 금융 등 여러 부문에서 개방정도가 낮다는 사실은 중국이 전면적 개방•개혁으로 나서지 않는 한 역내 개방무역질서와 경제통합을 주도할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은 저수준의 자유화를 지향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런 점에서 RCEP은 설사 성사되더라도 지역무역질서를 주도하고 통합력을 제고하는 기제가 되기는 어렵다. 실제 중국의 경우 국제다자규범의 준수보다는 위반의 사례가 빈번하다. 겉으로는 세계화를 천명하면서 정경분리 원칙을 어기면서 한국의 사드(THAAD)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을 지속하는 행위가 그것이다. "   "이렇듯 트럼프 정부의 대중 강경책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고 중국이 정당한 지역경제질서를 제시하면서 주도권을 행사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은 결국 아태 질서의 공백을 의미한다.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일본의 지위 상승이다. 호주와 싱가폴을 중심으로 TPP 11(또는 TPP minus USA)을 대안으로 추진하는 움직임에 중추적 행위자(pivotal player)는 일본이다. 현재 11개 회원국중 최대 경제국인 일본이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경우 동력을 받을 수 있으나, 과연 일본이 미국을 제외한 지역다자협력을 주도할 수 있을지, 미일 FTA에 어느정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흥미로운 관찰거리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아태 지역의 자유주의적 통상질서 재건을 위해 적극적인 경제외교를 펼쳐야 한다. 현재 미중 양국이 이를 담당할 능력과 의지가 보족한 조건하에서 오히려 한국에게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은 TPP 이후(post-TPP) 통상질서 건축을 위해 RCEP, 한중일 FTA, FTAAP 등을 추진하는 한편 한일 FTA 교섭 재개도 이런 차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저자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미국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EAI 일본연구센터 소장과 지구넷 21회장, 연세대학교 지속가능발전연구원장과 국제학 연구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경제, 일본정치경제, 통상정책의 정치경제 등이며, 최근 논문으로는 "The Role of South Korea in the Making of a Regional Trade Architecture," "The Abe Effect on South Korea's Trade Policy," "Regionalization, Regionalism and the Double-Edged Public Diplomacy in East Asia" 등이 있다.            

손열 2017-08-23조회 : 10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