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는 국가이익뿐 아니라 국민의 삶과도 직결되는 외교안보 분야의 어젠다 설정과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2004년 6월에 18명의 외교안보 전문가로 국가안보패널(National Security Panel: NSP)을 구성하였다. 이후 국가안보패널은 《21세기 한국외교 대전략: 그물망국가 건설》(2006), 《동아시아 공동체: 신화와 현실》(2008), 《21세기 신동맹: 냉전에서 복합으로》(2010), 《위기와 복합: 경제위기 이후 세계질서》(2011), 《2020 한국외교 10대 과제:n복합과 공진》(2013), 《1972 한반도와 주변 4강 2014》(2015), 《미중의 아태질서 건축경쟁》(2017) 등 일곱 권의 책을 출판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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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Report 42] 경제위기 이후 국제 군사안보질서 변화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이상현 박사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어바나-샴페인(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국제관계연구소와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을 역임했다. 국제정치와 안보, 한미관계, 북한 문제를 주로 연구하며, 최근 논저로는 《동아시아 공동체: 신화와 현실》(공저)(서울: 동아시아연구원, 2008), 《지식질서와 동아시아: 정보화시대 세계정치의 변환》(공저)(파주: 한울, 2008),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공저)(성남: 세종연구소, 2008), 《한미동맹의 변환》(공저)(성남: 세종연구소, 2008),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Lee Myung-bak Government: The Vision of ‘Global Korea’ and Its Challenges”(The Korean Journal of Security Affairs, 2009), “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와 대북정책 전망”(<국방정책연구>, 2009), 《외교환경과 한반도》(공저)(성남: 세종연구소, 2009), 《조정기의 한미동맹: 2003~2008》(공저)(서울: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2009)등이 있다.         I. 서론   글로벌 차원에서 현재 진행되는 여러 변화는 국제 군사안보질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국제체제는 국제관계의 행위자 및 지역간 힘의 배분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는 21세기 국제질서의 변화를 이른바 ‘나머지의 부상(the rise of the rest)’으로 표현한다(Zakaria 2008). 이는 중국, 인도 등 국제정치에서 규모는 크지만 그 동안 경제적으로 침체해 있었던 거대국가들이 세계화의 영향으로 급격한 경제성장을 경험하면서 국제질서에서 미국 패권의 상대적 위축을 초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정확히 말하면 미국의 쇠퇴라기보다는 중국과 인도 등 나머지 국가들의 부상이고, 그 결과 국제질서는 이제 ‘포스트 아메리카’(Post-Americanism) 시대로 전환하는 중이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U.S. National Intelligence Council: NIC)의 세계질서 전망 보고서인 《Global Trends 2025》도 2025년까지의 향후 국제질서가 더욱 복합적으로 변하고, 미국이 여전히 초강대국이겠지만 지금보다는 ‘덜 지배적인 국가’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5년경 국제질서는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 행위자의 등장과 함께 세계화로 인한 경제발전, 인구 증가, 지역적 발전 격차 등으로 인해 더욱 다극화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초국가적 안보 어젠다가 등장하는데, 식량, 에너지, 물 등이 고도의 신 전략자원으로 등장하면서 이를 둘러싼 각축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기후변화, 신기술, 에너지 배분 등을 둘러싼 대립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러, 국제갈등 및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 WMD) 확산은 여전히 중요한 국제안보의 문제로 남을 것이고, 세계화에 따른 양극화의 결과 테러조직은 존속할 것이며, 첨단기술의 손쉬운 획득으로 이들의 테러역량도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이념적 대결은 사라지고 세계화의 후유증과 글로벌 세력판도 변화가 주된 갈등의 원인이 될 것이다(NIC 2008).   글로벌 질서의 미래에 관한 여러 분석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미국 패권의 상대적 약화와 중국의 부상이다. 자료의 출처와 추계 방식은 다르지만 대체로 여러 연구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국제질서에서 미국의 비중은 서서히 줄어드는 반면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부상국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의 추정에 의하면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 총량으로 볼 때 대체로 2030년경이면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추월해 세계1위로 등극할 전망이다(Goldman Sachs 2007).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10년 말로 이미 일본을 추월해 세계2위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미국의 패권적 지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된다. 한 편에서는 미국 패권의 쇠퇴가 논의되면서도 미국을 빼고는 국제질서를 논할 수 없다는 시각도 건재하다. 독일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의 발행인 요제프 요페는 〈포린어페어즈〉(Foreign Affairs) 기고문에서 미국의 패권 쇠퇴설을 10년마다 되풀이되는 근거없는 유행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미국의 힘과 사명감을 대신할 수 있는 나라가 없다는 현실엔 변함이 없다며 이런 미국을 ‘디폴트 파워’(default power)라 규정했다. 즉, 미국은 국제 질서의 기본 축인만큼 미국을 빼놓고는 아무 것도 논할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SIPRI)에 따르면 2008년 미국은 국방비로 6070억 달러를 썼다. 전 세계 국방비의 약 40%에 해당하는 이 액수는 2~10위 국가들의 국방비를 다 합친 것(4767억 달러)보다 많았다. 요페는 중국의 부상이 미국을 위협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부유해지기 전에 늙어버릴 것이라고 요페는 내다봤다. 유엔 '세계인구 전망'에 따르면 중국의 중위연령(인구를 일렬로 세웠을 때 정가운데 위치한 사람 나이)은 2005년 현재 33세에서 2050년 45세로 급격히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미국의 중위연령은 2050년에 41세로 강대국 중 가장 젊어질 것으로 예측된다(Joffe 2009). 거기에다 각종 소프트파워까지 감안하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러한 글로벌 차원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향후 국제 군사안보질서의 유형과 미국의 대응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 이하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질서의 성격 변화, 군사안보 위협 형태의 변화, 그리고 중국의 급부상과 군사현대화에 따른 미국의 대응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기로 한다. II. 21세기 군사안보 위협의 변화   탈냉전, 9.11, 국제금융위기 이후까지 전반적인 국제안보환경의 변화에서 핵심은 주요 행위자간 힘의 변화, 전쟁 양상의 변화, 경제구조의 변화, 지역통합으로 인한 주요 행위자의 등장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머지의 부상’과 결부된 복합적 국제질서, 다중심•무중심 네트워크형 국제질서 등장은 군사안보 위협의 형태와 대응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1. 단극(unipolarity), 무극(non-polarity), 그리고 G2시대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제질서의 다극화를 더욱 촉진하고 있다. G-7/8 체제는 이제 G-20 체제로 확대되었다. 시장이 세계화되면서 이제는 경제와 외교를 구분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금융과 시장은 더 이상 하위정치가 아니라 이미 상위정치(high politics)가 되었다(Burrows and Harris 2009, 35-37). 탈냉전 이후 국제정치 구조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 냉전 종식 후 국제정치 학자들은 미국이 단극의 순간을 맞았다고 진단했다(Krauthammer 1990, 91). 그러한 단극체제는 ‘순간’(moment)으로 끝나고 국제체제는 새로운 질서로 변하고 있다. 단극시대는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G2시대’로 서서히 이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 세계는 무극질서에 들어섰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리처드 하스(Richard Haas)는 21세기 국제질서의 특징을 무극(non-polarity)이라고 규정한다. 그러한 질서는 하나나 둘, 혹은 여러 국가들이 지배하는 질서가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힘을 가진 많은 행위자들로 구성된다. 20세기의 국제질서는 다극체제에서 시작해 양극체제로, 그리고 냉전 종식과 함께 단극체제로 이행해왔다. 하지만 국제체제 속에서 힘의 분포가 분산되면서, 무극체제는 다른 종류의 힘을 가진 여러 중심으로 구성되는 특징을 보인다. 오늘날의 국제질서는 미국 외에도 중국,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인도, 일본, 러시아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외견상 다극체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국제질서가 고전적 의미에서 다극체제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여러 개의 힘의 중심이 존재하지만, 그 중 상당수가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상 오늘날 국제체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국민국가가 힘의 독점을 상실했다는 데 있다는 것이 하스의 설명이다. 오늘날 국민국가는 위로는 지역 및 국제적 조직으로부터, 밑으로는 각종 준군사조직으로부터, 그리고 옆으로는 각종 비정부기구(non-governmental organization: NGO)와 기업으로부터 도전받고 있다. 요컨대, 오늘날 국제관계에서 힘은 ‘여러 곳에, 여러 손에’ 분산돼 있다(Haas 2008). 오늘날 미국의 우위는 여러 면에서 도전 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상대적 약화와 전반적인 반미감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대신할 라이벌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여전히 미국과 나머지 국가들간 힘의 격차가 너무 크고, 다른 한편 미국이 적대 연합 결성을 초래할 만큼 다른 나라들의 국가이익을 위협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날 세계 모든 국가들이 경제활동을 위해 의존해야 하는 물자와 사람, 기술, 투자의 자유로운 흐름을 유지하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그런데도 단극체제는 끝났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역사적 요인이다. 국가가 발전하듯이 다른 조직들도 발전한다. 기술과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이들 조직의 부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둘째는 미국의 정책 때문이다. 미국은 전후 질서를 복구하면서 몇 개의 힘의 중심을 구축했는데, 그것이 미국의 힘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킨 원인 중 하나이다. 이라크전쟁처럼 미국의 힘을 지나치게 소진한 ‘제국주의의 과잉 전개’(imperial overstretch)도 이에 기여했다. 셋째, 국가나 다른 조직의 성장, 혹은 미국 정책의 실패 외에도 세계화의 불가피한 결과이다. 세계화는 이 세상 거의 모든 것―이메일, 마약, 온실가스, 상품, 사람, 바이러스, 심지어 무기―의 탈국경 흐름을 양과 속도 면에서 크게 팽창시켰다.   무극체제의 속성은 새로운 위협요인과 취약성을 낳고 있다. 이란이나 북한 같은 핵확산 사례, 에너지, 테러리즘 등은 대표적 요인들이다. 이러한 무극의 시대에 국제정치질서의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네트워크시대의 국제질서는 강대국 위주의 현실주의 정치 시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양상들을 내포하고 있다.   국제질서의 변화를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적 시각이 있다. 우선 전통적 국제정치 주류이론인 현실주의 입장, 즉 구조적 현실주의와 패권안정이론에서 국가들의 행태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국가 간 힘의 배분상태다. 국제 제도와 레짐은 강대국간 세력균형의 부산물로서, 국제레짐의 형성은 패권의 존재 유무에 달려있다. 절대적으로 우월한 힘을 갖고 있는 패권국이 존재하는 단극체제에서 국제레짐은 형성되고 유지되지만, 그 패권국이 쇠퇴하면 국제레짐도 쇠퇴하게 된다. 따라서 패권국은 소위 ‘안정자’(a stabilizer)로서 세계경제체제의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Kindleberger 1973, 305). 한편, 제도주의자들은 국제정치의 구조에 집중하는 패권안정이론과는 달리 국제레짐이 제공하는 긍정적 기능과 효과를 강조한다. 이들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국가들이 제도적 효용을 얻기 위해 국제레짐을 형성하고 유지한다는 기능주의적 접근법을 취한다(Keohane 2005). 따라서 다자주의의 특정 형태보다는 국가간 협력을 저해하는 거래비용과 정보비용을 감소시키는데 있어서 제도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한다. 즉 국제제도의 형성 주체는 공통의 이익을 공유한 여러 국가들이다. 이들은 국가들의 무임승차로 인한 시장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국제제도를 창출한다. 국제제도 창설을 위한 국제협력에 동참하는 국가들의 숫자가 임계점을 넘기만 하면, 국제제도는 형성될 수 있다. 이 임계점은 소수 국가의 연합이나 패권국의 참여로 충족될 수 있다. 따라서 국제제도는 주요국가간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상황에서 패권국이 아닌 국가들의 협력으로도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일단 형성된 국제제도는 이후 국가 행위에 영향을 미쳐 국제협력이 지속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네트워크 권력론 시각은 21세기 국제질서의 새로운 속성인 네트워크화에 초점을 맞춘다. 네트워크는 ‘이로운 협력을 가능케 하도록 서로 연결된 행위자들의 집합’으로 정의된다(Grewal 2003, 89-98; 2005, 128-144; 2008). 이때 네트워크의 중심 요소는 표준(standard)이다. 표준은 한 네트워크에 속하는 구성원을 서로 연결하는 특정 방식으로서, 구성원 간 협력을 촉진하는 공유된 규범 또는 관행을 의미한다. 네트워크권력은 특정 네트워크의 표준이 그 네트워크 구성원 또는 비구성원에 대해 미치는 영향력이다...(계속)

이상현 2011-02-07조회 : 14738
단행본
21세기 신동맹 : 냉전에서 복합으로

복합의 21세기를 읽어라   오늘날 우리는 복합의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다. 냉전시대 미소 중심의 양극과 탈냉전 미국 독주의 단극, 그리고 오늘날 팍스 아메리카의 상대적 퇴조와 중국의 부상을 비롯한 새로운 중진 세력의 등장은 G8에 이어 G20으로 상징되는 국제질서의 다극화로 나아가고 있다. 변화는 단순히 다극화에 머물지 않는다. 국제기구, 유럽연합과 같은 지역공동체, 국제비정부기구나 다국적기업과 같은 초국가적 행위자, 지방정부나 시민조직 등이 국제 무대에 실질적 행위자로 등장함으로써 복합성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등장인물뿐이겠는가? 국제정치의 무대 또한 다차원화, 복합화 되고 있다. 과거의 안보나 경제 중심의 단순무대에서 벗어나 안보·번영·환경·문화의 중앙무대, 정보지식의 기반무대, 통치의 상층무대로 이루어진 3중 복합무대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복합의 시대는 단순히 갈등과 협력 중의 택일이 아니라, 갈등과 협력, 위기와 발전, 협력과 번영 그리고 공생이 서로 얽히고 설키어 공존하는 복잡한 양상을 보여준다. 더 이상 ‘적과 동지’ 식의 냉전적 사고로는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할 수 없다.   21세기 동맹, 생존과 번영의 복합 그물망 짜기   복합의 시대에 동맹전략의 해법은 다양한 행위자와 중층적 이슈들을 망라하는 그물망식 접근에서 찾을 수 있다. 국가 일변도, 혹은 군사 중심의 접근 방식으로는 복합시대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 더구나 여전히 냉전적 분단의 상황에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새로운 복합 그물망 동맹전략에 대한 이해와 개발이 절실하다.   지금까지 우리의 생존전략에서 가장 큰 축이었던 한미 군사동맹을 21세기에 맞게 강화해야 한다. 군사동맹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다양한 주인공들과 중층적 무대를 포괄하도록 그물망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그물망의 개발도 필요하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물망을 최대한 넓혀서 전략적 우호협력 관계를 사실상 21세기형 동맹관계로 키워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 또한 복합 그물망 속에 엮어낼 수 있어야 한다. 신동맹의 그물망 속에 북한이 정상적으로 위치해야만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외적 그물망 치기와 함께 치밀하고도 견고한 국내 그물망이 필수적이다.   《21세기 신동맹 : 냉전에서 복합으로》   동아시아연구원(EAI)의 외교안보연구팀인 “국가안보패널”은 지난 1년 반 동안의 집단 토론과 연구의 결과를 묶어 마침내 세 번째 단행본을 출간하였다. EAI 국가안보패널에 소속된 학자 총 11인이 참여한 이 책은 오늘날 복합동맹의 등장을 세계사적 시각에서 조망하고 한반도의 실천적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복합동맹과 동맹의 역사에 대한 총론에서 시작하여, 미국의 신동맹전략에 대한 심층 분석, 동아시아의 일본과 중국, 그리고 유럽과 러시아 및 중동지역의 동맹정책과 변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냉전의 유산이 해결되지 않은 분단의 현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가 교차하는 한반도의 국제정치적 위치 속에서, 피아의 구분이 아닌 중층적 복합동맹이라는 새로운 대외 구상은 필수적이다. 21세기의 생존과 번영을 지탱해 줄 “복합”의 화두를 던짐으로써 보다 창조적이고 현실적인 논의와 함께 생산적 정책개발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목차       1부 서 序 1장 21세기 복합동맹_형성과 전개 | 하영선 2장 동맹의 역사 | 전재성   2부 미국 3장 21세기 미국의 동맹질서 구상_역사를 통한 조망 | 마상윤 4장 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정책 기조와 주요 아젠다 | 이상현 5장 미국의 안보실행전략 | 이동선 6장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및 한반도 동맹정책 | 신성호   3부 동아시아 7장 21세기 일본의 동맹전략_권력이동, 변환, 재균형 | 손 열 8장 21세기 중국의 동맹정책_변화와 지속 | 조영남   4부 유럽과 중동 9장 21세기 미국과 유럽 동맹관계의 변환 | 김준석 10장 21세기 러시아의 동맹 및 우방 정책의 변화와 전망 | 신범식 11장 중동 지역의 세계관과 동맹 | 인남식   부록   독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단행본의 원고를 일부 공개합니다.

하영선 2010-11-15조회 : 15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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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Report 41] 21세기 러시아의 동맹 · 우방 정책의 변화와 전망

신범식(辛範植)교수는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러시아 국립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MGIMO)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교수직과 한국슬라브학회 총무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21세기 유라시아도전과 국제관계》(편저), 《러시아의 선택: 탈소비에트 체제전환과 국가 · 시장 · 사회의 변화》(공저), Russian Nonproliferation Policy and the Korean Peninsula (공저), 《시베리아 기행: 러시아전문가 8인의 횡단보고》(공저) 등이 있다.         I. 서론   소련 붕괴 이후 복잡다단한 국내 및 대외정치의 변동을 거쳐 온 러시아는 2008년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21세기 세계정치의 주역으로 부상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기 위하여 부심하고 있다. 바깥으로부터 주어지는 도전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변화하고 있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 및 세계경제의 위기에 따른 국제정치적 구도의 변화 그리고 지역정치의 재편에서 기인하는 불안정성의 증대 등으로 요약될 수 있으며, 안으로는 유가변동에 휘둘리지 않는 러시아 경제발전의 안정적 구조의 창출 및 주권민주주의의 합리적 안정화 그리고 사회적 양극화의 극복 등과 관련된 과제일 것이다.   이러한 안팎의 도전에 대응하면서 강대국 러시아의 지위와 역할을 강화하고 러시아의 발전에 우호적인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러시아의 대외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친구”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새 세기의 “친구”는 과거 냉전 시기에 이념적 분열구조에 입각한 “동맹”의 개념과는 차별화되는 동반자로서의 면모를 필요로 한다.   사실 소련 붕괴 이후 급속히 변화하는 국제적 환경 속에서 러시아의 엘리트들은 국가정체성 및 대외전략에 대한 인식의 혼란을 경험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국의 새로운 대외관계의 핵심을 구성하게 될 동맹 내지 우방전략을 과거의 정형적이고 고정적인 냉전적 동맹개념에서 탈피하여 무정형적이면서 다변적인 새로운 개념적 기반에 입각하여 사고하여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고, 따라서 과거와는 다른 매우 복잡하고 다층적인 동맹ㆍ우방 관계의 네트워크를 새롭게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러시아가 현재 추구하고 있는 동맹ㆍ우방관계의 네트워크 구조는 지역적으로 파편화된 특성을 지니는 한편 이러한 동맹ㆍ우방의 구조가 다시 비대칭적으로 결합되는 특징을 띠면서 복잡하게 발전해 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지리적 특성, 즉 유라시아에 위치한 중간자로서의 특성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탈냉전 이후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격동 속에서 상실한 러시아의 국제정치적 지위와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온 러시아 엘리트들의 지구적 및 지역적 수준에서의 위협인식 및 대응전략과 관련된 사고방식이 그만큼 다기화 되고 정교화 되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소련 붕괴 이후 발전되어 온 러시아의 동맹ㆍ우방 정책이 어떤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어떤 특징을 지니게 되었는지를 밝히고 향후 그 발전과정을 전망해 보도록 할 것이다.   II. 러시아의 국제환경에 대한 인식 및 안보전략의 변화   러시아의 소련 붕괴 이후 급변하는 세계질서에 대한 인식은 몇 가지 중요한 계기를 통하여 변화하면서 발전해 왔다. 첫 번째 시기는 소련의 붕괴 이후 러시아가 체제전환의 과정에서 겪게 된 내외환경의 심각한 변화로 혼란에 빠진 시기이다. 둘째 시기는 푸틴의 등장과 함께 러시아 실용주의적 전방위multi-vector 외교를 통해서 자국의 영향력을 차츰 회복해 가는 시기이다. 그리고 세 번째 시기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해 중-러 협조체제를 바탕으로 균형적인 다극화 질서를 추구해 나가는 시기이다. 각각의 시기에 러시아가 인식하는 주변 환경과 위협 그리고 대응외교의 전반적인 요지는 [표-1]에서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표-1]을 바탕으로 각 시기의 주요한 특징을 러시아가 국제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자국의 위상 및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안보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보자...(계속) 

신범식 2009-12-28조회 : 1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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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Report 40] 21세기 미국-유럽 동맹관계의 변환

김준석 교수는 현재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논문으로는《국가연합의 재조명: 미국,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유럽연합》,《유럽연합과 규범권력》,《유럽정체성의 규범적 기초》등이 있다.          I. 들어가며   1991년 소련의 해체와 함께 냉전이 미국과 서방측의 사실상의 승리로 종결되었을 때 많은 이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역시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한 것으로 믿었다. 1949년 처음 등장한 이래 나토는 약 반세기에 걸쳐 소련과 그 동맹국들의 위협으로부터 서유럽 국가들의 안보를 성공적으로 보장해 왔다. 하지만 대다수 동유럽 국가들에서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하고, 소련으로부터의 안보위협이 사실상 사라짐에 따라 나토 역시 그 역사적인 소명을 다한 것으로 보였다. 애초에 동맹결성의 원인을 제공한 위협요인이 사라진 마당에 동맹이 지속되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이 동맹의 존속에 대한 반대여론이 매우 높았다. 케네스 월츠Kenneth Waltz가 1990년 11월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나토는 “사라져가는 것”이라고 증언했을 때, 그러한 발언은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로서의 견해를 반영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 미국에 팽배해 있던 나토 회의론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월츠의 그러한 증언이 있은 후 20여년이 경과한 오늘날 나토는 여전히 미국, 캐나다, 터키와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을 포괄하는 동맹조직으로 그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나토는 단순히 그 생명을 연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구 유고슬라비아 지역의 내전에 개입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대 탈레반 전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을 뿐만 아니라,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이라크 재건사업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는 등 세계의 분쟁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나토가 공동의 위협에 대한 공동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방어동맹defense alliance이라는 본래의 존재이유를 넘어서 새로운 역할과 위상을 모색해 왔음을 의미한다. 또 1999년 폴란드, 체코, 헝가리의 나토 가입을 시작으로 2004년에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발트해 3국 등 7개국, 그리고 지난 2009년 4월에는 크로아티아와 알바니아가 새로운 회원국으로 가입함으로써 동맹국의 숫자를 냉전 종식 이전의 16개국에서 28개국으로 증가시켰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역할과 외연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주적’主敵 혹은 ‘공동의 적’이 사라진 시대에 나토와 같은 동맹의 역할은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물론 그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특히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인해 불거지기 시작한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들 사이의 갈등, 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다시 주장하고자 하는 러시아의 존재, 2008년 러시아-그루지야 전쟁 등으로 인한 유럽 주변 정세의 불안정성 증대, 회원국 확대에 따른 동맹의 궁극적인 비전에 관한 견해차의 증가 등은 나토의 미래에 관한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재 나토의 미래를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과연 오래 창설 60주년을 맞은 이 군사동맹이 ‘외부의 적에 대한 공동의 군사력사용을 위한 국가들의 연합’이라는 동맹의 고전적인 역할 틀을 넘어 ‘다기능, 다목적 동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성공하느냐의 여부이다. 이 질문에 아직 확실하게 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나토의 모습을 희미한 형태로나마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리처드 베츠Richard K. Betts가 지적한바 나토의 세 가지 역할을 구분해 볼 수 있다 (Betts 2009).   첫째, 나토는 유럽대륙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하는 국가들 간의 무력충돌이나 내전 등으로 인한 갈등상황을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수단을 사용하여 해결하는데 힘을 기울여왔다. 즉, 역외域外, out of area 혹은 동맹의 경계선 밖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분쟁을 억제하거나 사전에 예방하여 불안정 요인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나토의 주요 임무들 중 하나가 되었다.   둘째, 나토는 점차 자유민주주의, 시장자본주의 국가들의 연합체, 베츠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러한 국가들의 “사교클럽”gentlemen’s club으로서의 성격을 강화해 왔다. 이제 나토 회원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거나 새롭게 가입하는데 있어서 안보전략상의 이해관계 못지않게 정치적, 이념적, 상징적인 이해관계가 중요한 동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셋째, 최근 들어 나토의 동맹의제에서 러시아의 부상에 대한 견제라는 목표가 점차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냉전시대에서와 같은 적대관계가 부활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탈냉전시대에서도 러시아는 나토의 “타자”他者로서 근본적인 융합이 불가능한 존재이자 견제와 통제의 대상이다. 이러한 경향은 동유럽 국가들의 나토 가입과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러시아의 공세적인 외교정책노선으로 인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나토의 다기능, 다목적 동맹으로의 변환에서 또 하나의 변수는 미국과 유럽 사이의 관계가 계속 이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냉전의 종식과 공동의 적의 소멸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1999년의 코소보 사태에 대한 개입과 2001년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아프간 전쟁을 나토가 주도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군사력의 사용방식에서부터 동맹의 궁극적인 비전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슈들을 두고 충돌했다. 특히 2003년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 사이의 논란 속에서 동맹의 존재이유에 대한 회의론이 심각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9년 출범한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European Security and Defense Policy, ESDP은 양자 간 관계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이 공동의 외교안보정책을 통해 유럽 국가들이 국제정치무대에서 유럽연합의 독자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점차 분명해지면서 나토와 유럽연합 사이의 관계설정 문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27개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모두가 그러한 목표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또 이들 사이에 ESDP의 성격과 목표에 관해 상당한 견해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외교안보분야에서 단일한 국제정치행위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은 분명하다. 이미 유럽연합은 아프리카를 비롯하여 세계 여러 분쟁지역에 개입하여 재건과 복구, 치안과 평화유지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부분적으로 나토의 역할과 중첩되면서 나토와 유럽연합의 관계, 미국과 유럽의 관계에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본 장에서는 이상과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냉전 종식 이후 변화하는 국제정치 환경 속에서 미국과 유럽의 동맹관계가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 살펴본다. 특히 오바마 신행정부의 출범과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의 도래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이하여 양자 간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를 전망한다. 이를 위해 다음의 제2절에서는 1990년대 이후 나토의 변환과정을 살펴보고, 2009년 오바마 행정부의 등장으로 예상되는 동맹의 발전방향을 전망한다. 제3절에서는 유럽외교안보정책의 등장으로 초래된 나토와 유럽연합 사이의 관계변화에 대해서 살펴보고 21세기 미국-유럽 관계의 미래를 전망한다...(계속) 

김준석 2009-12-28조회 : 1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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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Report 39]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및 한반도 동맹정책

현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성호 교수는 미국 터프츠 대학 플레쳐 스쿨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 국방부 아태안보연구소 (APCSS) 연구교수, 미국 부르킹스연구소 동북아연구소 객원연구원, 워싱턴 East West Center 객원연구원등을 역임하였다. 연구관심은 동아시아 안보와 국가전략, 한미동맹과 한반도, 인구변화와 동북아 국제정치 등이다. 최근 논문으로는 Demographic Peace: Rapid Aging and Its Implication for Northeast Asian Arms Rivalry, The ROK-US Alliance in the 21st Century: A Smart Alliance in the Age of Complexity,《핵 테러에 대한 두 가지 접근: 부시와 오바마》등이 있다.         I. 들어가는 말   8년의 공화당 부시 행정부에 이어 2009년 새로이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많은 변화와 개혁을 예고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실용적 접근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자유의 확산이라는 이상주의를 추구한 부시 행정부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고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이전 행정부와의 전적인 결별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향후 펼쳐질 정책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연속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을 불필요한 전쟁으로 비판하고 이라크에서의 조속한 철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렇다고 해서 오바마가 자유민주주의의 신장이라는 미국 외교의 기본가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오바마는 선거 중 발표한 그의 외교안보구상에서 미국의 지도력 쇄신을 가장 기본목표로 설정하였다.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 쇄신하겠다는 오바마의 목표는 2차 대전이후 세계의 패권국가로 군림해온 미국 외교의 변함없는 이해와 목표를 반영한다. 그러나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서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와는 차별성을 강조한다. 공격적이고 일방주의 외교로 비판을 받은 부시 행정부에 비해 오바마는 불필요한 우방과의 마찰을 피하고 다자외교를 통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회복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동시에 환경 및 에너지 문제의 해결, 국제 빈곤퇴치를 위한 노력 등에서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한다(Obama 2007). 그러나 오바마의 새로운 접근이 과연 얼마나 현실화 될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본 논문은 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정책이 가지는 변화와 연속성이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인가를 조명코자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변화와 연속성이 한국정부가 21세기에 함께할 동맹으로 제시한 한미 “전략동맹”에 가지는 정책적 의미와 우리의 대응방안을 제시코자한다.   II.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동맹정책   1. 오바마와 아시아, 그리고 경제위기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첫 흑인인 오바마 대통령은 유년시절을 아시아에서 성장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다. 오바마는 고등학교까지의 하와이 시절 중 6살 때인 1967년 어머니를 따라 인도네시아로 이주하여 1971년까지 롤로라는 이름의 인도네시아 계부와 함께 자카르타의 서민촌에서 생활하였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생활은 오바마에게 미국 바깥세계, 특히 아시아를 생생하게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당선이전 오바마가 쓴 두 개의 저서에서 묘사하는 인도네시아의 상황과 경험은 일반 미국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통찰력과 풍부한 이해력을 보여준다(Obama 2004, 28-52; 2006, 271-276). 이러한 오바마의 경험은 초강대국 미국바깥 세계의 현실을 이해함으로써 현재 미국이 처한 국내외적 문제점을 직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다 주었다. 비록 미국이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강대국의 면모와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바로 이러한 점이 모든 이의 질시와 경계를 불러일으킴으로써 미국에게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현실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인도네시아에서의 생활은 이제껏 대서양 건너 유럽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진 이전 미국 대통령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아시아에 대한 이해와 감정을 대통령 오바마가 가질 수 있는 주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오바마가 청소년기를 보낸 하와이 역시 백인 보다는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 각종 동남아시아 인등 아시아계 유색인종이 하와이 원주민과 더불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오바마의 개인적 성장 경험과 배경은 향후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의 아시아 정책은 현재 미국이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과 테러와의 전쟁에 비해 그 중요성이 당장은 떨어진다. 오바마 행정부의 주 관심은 경제위기 극복에 맞추어져 있다. 10 퍼센트에 육박하는 실업률, 주택가치의 폭락과 불경기로 인한 중산층의 몰락, 세계 최고의 수익률과 경쟁력을 내세워 미국 경제를 이끌어 가던 금융산업의 끝을 알 수 없는 부실, 그리고 미국 자동차 산업의 GM, 포드, 크라이슬러 3개 대표주자의 몰락 등 미국 경제는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많은 위기론자들이 이야기하는 1929년의 대공황 혹은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치명적인 경제침체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8천억불이 넘는 금융구제안을 취임직후 발표하였고, 미국의 가장 큰 부동산 담보대출 회사인 프레미 맥Freddie Mac과 패니메이Fannie Mae는 물론 AIG, 시티은행과 같은 미국 최고의 민간 금융회사가 현실적으로 정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동시에 이번 금융위기로 제기된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고치기 위한 과감한 개혁을 추구하기도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가진 첫 의회연설은 경제위기 극복과 더불어 의료보험, 에너지, 환경, 그리고 교육문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New York Times 2009).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수십년간 논란속에 미루어온 의료보험 개혁과 온실가스 제한 등 산적한 국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오바마 행정부의 노력은 당분간 외교안보문제 자체가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예견한다. 매일 매일 터져 나오는 각종 경제하락 지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은행권과 대기업의 새로운 부실 가능성, 의료보험 등 정부의 각종 개혁안과 예산을 둘러싼 의회와의 복잡하고 힘겨운 줄다리기, 그리고 이와 관련된 수많은 정책 논쟁과 언론을 통해 터져 나오는 각종 스캔들을 대응해야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정부에게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최고의 힘과 영향력을 가진 미국의 운명은 다양한 국제문제를 함께 다루어야 하는 과제를 여전히 안겨준다. 지속되는 테러와의 전쟁, 중국의 부상이나 러시아의 견제와 같은 전통적인 강대국 외교,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 관리, 에너지, 환경문제 및 빈곤 퇴치와 인권 문제 등 실로 미국에게 안겨진 외교 안보 과제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문제는 미국이 복잡한 바깥 세계의 문제들을 과거와 같이 주도적으로 다룰 만한 시간과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경제위기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미국패권의 쇠퇴에 대한 경고는 국제정치에서 미국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비록 국내 경제문제 해결이 오바마 행정부의 가장 중요 현안이 될 것은 틀림없지만, 여전히 세계의 가장 큰 패권을 지닌 미국은 밖으로부터의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야 할 의무를 동시에 가진다. 오바마 행정부에게 아시아 정책은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그리고 미국의 세계정책이라는 큰 틀 속에서 추진될 것이다...(계속) 

신성호 2009-12-28조회 : 12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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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Report 38] 미국의 안보실행전략

현재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소재 East-West Center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안보와 국제관계이론이다. 저서로는 Power Shifts, Strategy, and War (Rutledge, 2008)가 있으며, 최근의 주요 학술논문으로는 A Nuclear North Korea and the Stability of East Asia (Australian Journal of International Affairs, 2007)와 Democratization and Alliance Policy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2007) 등이 있다.         I. 서론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의 취임은 미국인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국민들 사이에서 역사상의 일대 전환점으로 인식되며 큰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새 지도자의 영도 하에서 앞으로 취하게 될 진로에 대한 관심은 미국의 선택이 국제체제에 미칠 정치 및 경제적 파장을 고려할 때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세계안보질서에서 차지하는 독보적인 위치로 인해 오바마 행정부 안보정책의 성격과 내용은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에게 미국의 안보정책은 국가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므로 이 문제는 각별한 중요성을 지닌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정부의 안보전략에 나타나게 될 주요 특징들을 고찰해 보는 것은 큰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이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채택할 안보실행전략(국가안보를 달성하기 위해 활용하는 정책수단)에 대해 전망해 보고자 한다.   논문의 핵심주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오바마 정부는 기본적으로 절제되고 균형 잡힌 안보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군사력의 사용을 원칙적으로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무력행사를 가급적 자제할 것이며, 민주주의의 확산과 가치동맹의 확대를 추구하는데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이러한 현실주의적 정책기조를 바탕으로 국제제도와 경제원조 등의 자유주의적 외교정책수단의 활용도 아울러 적극적으로 추구할 것이다.   세간의 기대와는 달리, 오바마 행정부는 안보실행전략에 있어 부시 행정부 말기와 비교했을 때 급격한 단절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2기에 들어서며 1기에 보였던 이상주의의 과잉 문제를 상당부분 극복하고 전략적 현실에 순응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오바마 정부도 전쟁과 경제위기 등 구조적 제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급작스런 전략적 전환을 시도할 수 없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초당파적 국정운영을 강조하며 공화당계 인사를 요직에 기용하는 것도 전략상의 연속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개진하기 위해 이 글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첫 번째 절에서는 먼저 탈냉전기 미국이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활용해온 네 가지 실행전략에 대해 각기 살펴본 후에 이들 전략수단이 근래에 어떤 방식으로 배합되어 사용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두 번째 절에서는 향후 오바마 정부의 안보전략에 대해 전망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핵심주장을 정리하고 한국의 국방정책 수립과 관련된 함의를 도출한다.   Ⅱ. 탈냉전기 미국의 안보전략   1. 주요 개별실행전략   21세기 제반 안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은 군사•외교•경제적 측면에서 다양한 전략 수단(실행전략)을 활용해 왔다. 이러한 실행전략들은 크게 아래에 열거된 네 개의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The White House 2002, 1-2). 두드러진 특징으로 미국정부는 민주주의 확산, 경제적 유대관계 확대, 국제제도의 확충 등 자유주의적 전략수단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군사력의 사용을 배제하지 않았을 뿐 더러 새로운 안보위협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군사변환(military transformation)을 통한 군사적 우위의 확보도 아울러 추진했다. 이 실행전략들은 안보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인 동시에 실천적 하위목표(과제)로서 기능했다.   (1) 민주주의 확산   냉전종식 이후 미국은 민주주의 확산의 전략적 중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특히 부시(George W. Bush) 행정부는 민주주의가 테러리즘의 발본색원과 강대국간 갈등의 예방과 해소 등 주요 안보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장기적 방안이라고 믿었다(The White House 2006, 3, 15, 36). 이러한 판단은 민주주의 제도의 정치적 효과에 관한 여러 가정에 기반하고 있었다. 첫째로 민주주의 정치과정을 통해 민의가 정책결정에 효과적으로 반영되고 시민의 정치참여 기회가 확대됨으로써 정치적 불만이 해소되고 테러를 자행할 동기가 약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 제도가 확산될수록 테러집단의 입지가 줄어들게 된다고 믿었다. 둘째로 민주주의 국가들은 서로 전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정치제도의 확산은 안정적인 국제질서 구축에도 기여한다고 보았다(Doyle 1983). 이 같은 민주주의 확산전략은 이라크, 팔레스타인, 레바논 등지에서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히고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추진되었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들로 구성된 “가치동맹”의 결성 및 확장도 아울러 도모해왔다(Bork 2005; Daalder and Lindsay 2004). 이러한 노력은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사이에는 보다 긴밀한 협력이 가능하다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Gaubatz 1996; Lipson 2003; Reed 1997, 1072-1078).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는 굳건한 동맹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민주주의 제도의 전파는 미국주도의 동맹 네트워크를 강화 확장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또 민주국가 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민주주의 확산을 촉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럽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를 확대하여 폴란드를 비롯한 여러 중동부 유럽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였고, 그루지야를 포함한 구소련 국가들을 새로 동맹에 편입하고자 시도했다. 한편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호주와의 안보동맹을 공통의 가치에 기반을 둔 포괄적 동맹으로 변환하고자 노력하는 한편, 인도를 비롯한 기타 민주국가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또 중동지역에서는 민주정치제도를 지닌 이스라엘과의 “특수한 관계”를 한층 더 공고히 해왔다(Mearsheimer and Walt 2007)...(계속) 

이동선 2009-12-28조회 : 1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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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Report 37] 21세기 미국의 동맹질서 구상 : 역사를 통한 조망

가톨릭대 국제학부 조교수 및 국제교류처장. 마상윤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과정을 마친 후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1960년대 한국의 민주주의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국내정치개입에 대한 연구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된 연구분야는 미국외교정책, 한미관계, 냉전외교사이며, 최근에는 미국의 동맹관계를 비교적 관점에서 고찰하기 위해 부시-블레어 시기의 미영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최근 출판된 논문으로는 From ‘March North’ to Nation-building: Interplay of U.S. Policy and South Korean Politics during the Early 1960s,《데탕트기의 한미갈등: 닉슨, 카터와 박정희》(공저),《영국학파의 국제사회론》, Alliance for Self-reliance: ROK-US Security Relations, 1968-71 등이 있다.         2008년 11월 4일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버락 후세인 오바마 후보가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지난 수년간 부시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가 대단히 낮았다는 점과 관련된 변화에 대한 열망, 그리고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 여부에 대한 관심 등으로 인해 2008년의 미국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미국 국내외적 관심 속에 진행되었다.   우리는 2009년 1월 정식 출범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어떠한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한반도에서의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깊은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의 기본 목적은 미국 대외정책과 동맹전략이 역사적으로 그려온 궤도를 살펴봄으로써 미국 새로운 행정부에게 주어진 대외적 행동의 공간이 어떠한 것인지를 분석하는 데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성장배경과 신념 및 리더십 스타일 등과 같은 개인적 요인이 향후 4년간의 미국대외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가 물려받게 될 미국대외정책의 환경과 조건은 어떠한 것이며, 또 그러한 조건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작용하여왔는지를 이해하는 것 역시 향후 미국외교 특히 동맹정책을 전망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일 것이다.   아래에서는 우선 미국의 외교전통을 살펴보고, 다음으로 20세기 이후 미국의 동맹정책을 역사적으로 리뷰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리뷰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미국 동맹정책을 지속성과 변화의 측면에서 전망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I. 미국의 외교 전통   미국의 외교전통을 이야기할 때 흔히 두 개의 개념쌍이 거론된다. 하나는 고립주의와 국제주의의 쌍이다. 오래 전부터 미국외교의 역사에는 고립주의와 국제주의는 주기적 순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왔다(예를 들어 Klingberg 1952). 그러나 기본적으로 고립주의는 건국 이후 미국이 상대적 약소국에 머물러 있었고 지리적으로 구세계로부터 어느 정도 차단되어 있던 시기의 산물이다. 미국은 국력의 성장과 함께 국제적 지위와 역할을 강화해 왔다. 특히 ‘미국의 세기’로 불리는 20세기 이후 미국의 국제적 위상 확대와 함께 국제주의 기조도 강화되어 왔다. 적어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외교의 국제주의적 기조는 거의 상수로서 유지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국제주의 기조가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대외적 관심과 대내적 관심이 상대적 고조와 퇴조를 반복하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소련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 세력이 사라지면서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의 여론이 고립주의로 회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미국의 대외정책 엘리트층에서 폭넓게 제기된 바 있었고(Schlesinger 1995, 1996), 비슷한 맥락에서 부시 행정부 출범 직후 9.11 테러참사 이전의 외교정책에 대해 영국의 토니 블레어 수상과 같은 유럽 지도자들은 미국이 좁게 정의된 국익만을 중시하고 국제적 리더십 발휘에 소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외교여론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미국의 여론이 전반적으로 고립주의보다는 국제주의에 가까운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Kull and Destler 1999). 이는 다양한 분야에 걸친 미국의 이해가 이미 세계의 안정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국제주의와 고립주의의 이분법까지는 아니어도 상대적인 의미에서 미국외교가 대외개입에 대하여 적극적 자세를 나타내는지 아니면 국내문제에 보다 치중하면서 국제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 자세를 취하는지의 구분은 가능할 것이다.   미국 외교전통에 대한 또 다른 개념쌍은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미국적 가치와 이상을 추구하는 데 상대적으로 강한 집착을 보인다는 특징을 나타낸다. 이러한 특징은 미국 예외주의의 발현으로 이해된다.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시장자본주의를 미국의 핵심적 가치로 체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치를 렌즈로 삼아 세계를 파악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미국은 직간접적으로 이러한 가치들을 세계의 보편적 가치로 확산 및 전파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Ikenberry 2000; Smith 1994).   그러나 미국 예외주의라는 동전의 또 다른 측면은 미국의 국력이다. 20세기 이래로 오늘날까지 미국은 군사력과 경제력 그리고 지식과 기술력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압도적 지위를 유지해 왔으며, 이는 현실주의적 국익추구의 바탕이 되어 왔다. 그러나 동시에 압도적 국력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미국은 자신의 가치를 반영하는 국제 질서를 조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올 수도 있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은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결합이라는 각도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1970년대 초 닉슨-키신저 외교의 예를 통해 볼 수 있듯이 미국에서 자유주의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이상을 결여한 현실주의는 미국인들에게 크게 환영받지 못해왔다(Kissinger 1994, 742; Schlesinger 1999, 96). 미국 외교전통에 있어서의 문제는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결합 여부가 아니라 그러한 결합이 어떠한 비중과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국제주의에 보다 가까워지느냐 아니면 고립주의에 상대적으로 가깝게 되느냐를 결정하고, 또한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결합 비중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을 두 가지로 파악한다. 그것은 첫째, 대외적 위협의 등장과 소멸 또는 그에 대한 미국의 인식 변화이며, 둘째, 미국 국력의 상대적 부침이다.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인식이 어떠하냐에 따라 미국은 대외개입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는 또한 미국의 힘과 가용자원의 크기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아래에서는 이 두 가지 변수를 중심으로 20세기 이후 미국 동맹전략의 역사적 전개를 살펴보고자 한다...(계속) 

마상윤 2009-12-28조회 : 1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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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Report 36] 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정책 기조와 주요 어젠다

이상현 박사는 미국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국제관계연구소와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을 역임했다. 국제정치와 안보, 한미관계, 북한 문제를 주로 연구하며, 최근 논저로는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Lee Myung-bak Government: The Vision of ‘Global Korea’ and Its Challenges (2009),《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와 대북정책 전망》(2009),《외교환경과 한반도》(공저, 2009),《조정기의 한미동맹: 2003~2008》(공저, 2009),《동아시아 공동체: 신화와 현실》(공저, 2008),《지식질서와 동아시아: 정보화시대 세계정치의 변환》(공저, 2008),《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공저, 2008),《한미동맹의 변환》(공저, 2008) 등이 있다.         I. 오바마 시대 개막과 변화하는 국제안보환경   오바마 행정부가 당면한 국제안보환경은 매우 유동적이면서도 과거처럼 미국이 압도적 우위에서 주도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현재 국제체제는 국제관계의 행위자간 및 지역간 힘의 배분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 오바마가 후보 시절 애독했다는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 2008a)의 『The Post-American World』는 21세기 국제질서의 변화를 이른 바 ‘나머지의 부상(the rise of the rest)’ 으로 표현한다. 중국, 인도 등 국제정치에서 규모는 크지만 그동안 경제적으로 침체해 있었던 거대국가들이 세계화의 영향으로 급격한 경제성장을 경험하면서 국제질서에서 미국 패권의 상대적 위축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확히 말하면 미국의 쇠퇴가 아니라 중국이나 아시아의 부상을 넘어서는 나머지 국가들의 부상이고, 그 결과 국제질서는 이제는 ‘포스트 아메리카 (Post-Americanism)’ 시대로 전환하는 중이다.   포스트 아메리카 세계질서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복합성’이다. 정치군사 질서는 여전히 미국이 지배하는 단극적 질서가 유지되겠지만 군사 외의 모든 차원―경제, 산업, 금융, 사회, 문화―에서는 힘의 분포가 미국 지배로부터 이탈하는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정치•군사적 폭력은 전세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정보혁명의 결과 군사안보의 충돌 양상은 과거에 비해 실시간으로 지구촌 주민들에게 전달되면서 과대포장되고 더 큰 충격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군사력을 앞세워 국제문제를 일방적으로 해결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추세이다. 정치•군사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 총량규모는 지난 15년간 두 배 이상 팽창했고 동 기간 무역은 133% 증가했다. 전쟁, 테러, 내전은 일시적으로 국제경제 침체를 초래할 수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세계화의 물결에 압도당한 것이 현실이다. 세계화와 국제경제의 팽창의 결과 신흥부상국―특히 중국, 인도, 브라질―들의 경제성장에 고취된 신민족주의가 분출하고 있다. 다양한 민족적 관점의 분출은 정보혁명 덕분에 더욱 확대재생산되어 배포되고, 목소리 큰 행위자들의 증가는 곧 주요 국제문제에 있어서 갈수록 합의가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이는 곧 미국이 여전히 초강대국이지만 혼자 힘으로 국제문제를 리드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Zakaria 2008b).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ational Intelligence Council: NIC)의 국제질서 전망 보고서(NIC 2008)도 2025년까지의 향후 국제질서가 더욱 복합적으로 변하고, 미국은 지금보다 ‘덜 지배적인 국가’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5년경 국제질서는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 행위자 등장과 함께 세계화로 인한 경제발전, 인구 증가, 지역적 발전 격차 등으로 인해 더욱 다극화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초국가적 안보 어젠다가 등장하는데, 식량, 에너지, 물 등이 고도의 신 전략자원으로 등장하면서 이를 둘러싼 각축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기후변화, 신기술, 에너지 배분 등을 둘러싼 대립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러, 국제갈등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은 여전히 중요한 국제안보의 문제로 남을 것이고, 세계화에 따른 양극화의 결과 테러조직은 존속할 것이며, 첨단기술의 손쉬운 획득으로 이들의 테러역량도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이념적 대결은 사라지고 세계화의 후유증과 글로벌 세력판도 변화에 따른 이유로 인한 갈등이 주된 갈등의 원인이 될 것이다.   국제질서에서 이러한 변화는 실상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국제질서는 냉전 종식 이후 갈수록 복합화되는 데 비해 부시 행정부는 군사력을 앞세운 단극적 행동규범을 고수했고, 그것이 부시 행정부 대외정책 실패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러한 일방주의 외교의 유산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I. 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정책 기조   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의 기조는 대화와 협력, 다자 안보체제와 파트너십을 통한 국제문제의 해결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오바마는 부시-체니 정권의 대외정책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대화를 통한 외교적 접근을 거부해왔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는 외부에 미국이 일방주의적이고 오만한 모습으로 비춰지게 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리더십을 발전시키고 공고히 하는데 심각한 장애가 되었다. 미국의 일방주의는 전세계적으로 반미감정이 확산되는 데 주된 원인이 되었다.   오바마는 테러, 핵확산, 전염병 등의 복잡한 사안들은 강력한 국제적인 조력 없이 미국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우호국뿐만 아니라 적대국에 대해서도 지도자와의 회담 등을 통해 기꺼이 테이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대화를 통한 방안을 모색하는 미국에 세계는 리더십을 따르는 것으로 화답할 것이며, 테러리즘,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같은 도전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오바마와 바이든은 NATO의 회원국들을 더욱 공고히 하여 집단안보에 기여할 수 있게끔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또한 NATO가 더욱 안정된 작전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수립하고, 지휘관들이 전장에서 보다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투자, 재건을 격려할 계획이다.   또한 아시아에서의 양자적 관계를 넘어 6자회담과 같이 지속적인 정상간의 만남, 특정사안에서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동아시아에서의 한국, 일본, 호주등과의 인프라를 연결함으로써 안정과 번영을 증진시키고 중국으로 하여금 국제적인 규범에 따라 공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개전 이후 이미 4,000명이 넘는 미군이 사망했지만 현재 이라크 정부는 자국민들을 이끌고 나가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진력을 위한 진정한 정치적 통합, 조정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의 실패한 직접적인 결과라는 입장이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미국 신정부의 대외정책에서 예상되는 변화의 방향은 대체로 ‘통합과 균형,’ 국제제도의 위상 회복, 다자적 접근 강조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오바마 시대에는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후유증을 탈피하기 위해 국제제도와 다자적 접근을 활용할 가능성이 증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한 변화의 가능성은 이미 부시 행정부 2기 이후 미국 내에서도 나오기 시작한 일방주의 외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에서 예고되고 있었다. 미국외교에서 ‘윤리적 현실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대테러전쟁에서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은 현실주의와 도덕성의 조합을 바탕으로 추구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Lieven and Hulsman 2006). 스마트파워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하드파워 만으로 안보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미국의 신뢰와 지도력을 훼손하고 미국의 패권을 오히려 저해하기 때문에 미국 원래의 제도와 가치, 문화에 기반한 소프트파워를 배양•조합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Armitage and Nye 2007). 군사력의 사용에 있어서도 미국의 힘과 국제적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skepticism) 증대가 정당성 위기의 근원이며, 군사행동의 내용, 절차, 규범적 기초가 정당할 때 정당성을 획득한다고 주장한다(Daalder and Kagan 2008).   대선 과정에서 오바마를 지지했던 싱크탱크들도 여러 가지 중요한 외교안보 개념들을 제시하였다.   ‘책임지는 주권(responsible sovereignty)’은 국가주권의 행사에는 다른 국가는 물론 자국 국민들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동반한다는 개념을 강조한 것이다. 전통적 주권개념이 국경의 신성불가침, 타국 내정에 대한 불간섭 원칙에 근거했다면, 책임지는 주권은 국내정치적 행위가 초래하는 외부적 효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Managing Global Insecurity 2008). 피닉스이니셔티브 보고서에서 언급한 ‘전략적 리더십(strategic leadership)’ 이란 미국의 힘과 지위를 상호 이익을 위해 행사하겠다는 것을 말과 행동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공동의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리더십은 세계의 모든 이들이 이를 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전략적 리더십은 군사력을 대체 보완할 수 있는 정치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만약 군사력을 사용해야만 하는 마지막 결정의 순간에 직면한다면 이는 단지 국가의 관점만이 아닌 국제적 의무와 부합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Center for New American Security 2008). 미국진보센터에서 제시한 ‘지속가능한 안보(sustainable security)’ 의 핵심은 미국의 국가안보, 개인들의 안전과 안락한 삶을 위한 인간안보, 세계 전체의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집단안보, 이 세 가지 접근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안보를 위한 선결조건은 세 가지 핵심적인 선결조건은 첫째, 대다수 세계인들을 통합시킬 수 있는 정당한 원칙, 둘째, 대외정책 도구의 범위에 대한 전략적 유용성 증대, 셋째, 국제체제가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활성화 하는 것 등이다(Smith 2008). 마지막으로, 신미국안보센터 보고서가 제시한 ‘균형력(power of balance)’ 은 세력균형(balance of power)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세력균형이 주로 군사력에 입각한 국가간 관계의 제로-섬 측면을 강조하는 것에 비해 균형력은 국가가 국제체제의 다양한 행위자 중 하나일 뿐이고, 외교와 무역을 통해 제로-섬(Zero-Sum)이 아닌 윈-윈(Win-Win) 상황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Campbell, Patel and Singh 2008). 이들 표현은 모두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나 편향된 외교전략에 대한 균형잡기 측면을 강조한 표현들로서 오바마 행정부 대외전략의 정향을 시사하는 개념들이다...(계속) 

이상현 2009-12-28조회 : 15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