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는 국가이익뿐 아니라 국민의 삶과도 직결되는 외교안보 분야의 어젠다 설정과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2004년 6월에 18명의 외교안보 전문가로 국가안보패널(National Security Panel: NSP)을 구성하였다. 이후 국가안보패널은 《21세기 한국외교 대전략: 그물망국가 건설》(2006), 《동아시아 공동체: 신화와 현실》(2008), 《21세기 신동맹: 냉전에서 복합으로》(2010), 《위기와 복합: 경제위기 이후 세계질서》(2011), 《2020 한국외교 10대 과제:n복합과 공진》(2013), 《1972 한반도와 주변 4강 2014》(2015), 《미중의 아태질서 건축경쟁》(2017) 등 일곱 권의 책을 출판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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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Report 33] 동맹의 역사

전재성 교수는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숙명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술로는《라인홀드 니이버의 기독교적 현실주의 국제정치사상》,《현실주의 국제제도론을 위한 시론》,《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와 베트남 파병을 둘러싼 미국의 대한(對韓)정책》등이 있다.         I. 서론   인간 집단이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집단과 군사적 협력관계를 맺어온 역사는 유구하다. 그러나 누가 군사력을 소유하고 있는지, 동맹을 맺는 정치적 주체가 누구인지, 동맹을 맺는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 군사기술의 수준은 어떠한지 등에 따라 군사적 동맹관계의 형태와 내용은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유럽의 지역질서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근대 국제정치에서 군사적 동맹은 군사력을 독점하고 있는 근대 국민국가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근대 국제정치의 단위인 근대국가가 전쟁국가, 경제국가, 식민지국가의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때, 군사력의 운용을 둘러싼 제반 정책이 국민국가의 결정에 달려있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주권을 소유한 국민국가들이 무정부상태적으로 조직되어 있는 근대국제정치에 고유한 현상이며, 근대 이전과 이후의 동맹은 현재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근대 국제정치에서 국가들이 동맹을 맺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력균형이다. 국가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는 국가 이상의 국제제도가 부재한 상태에서 국가들은 자력구제의 원칙에 의해 안보를 추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타국과의 군사동맹을 통해, 공격국가, 혹은 패권국가로부터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30년 전쟁을 마감한 베스트팔리아조약에서 국민국가의 영토군주들은 자국을 통치하는 제반 자율성을 획득해나가기 시작하였고, 그 과정에서 동맹체결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후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동맹은 여전히 국민국가들에 의해 체결되고, 종식되고, 기능하고 있다.   21세기 초 세계에는 다양한 동맹들이 존재하고 있다. 지구 군사적 차원에서 미국의 유일지도체제가 지속되고 있고,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세력은 현재로서 사실상 존재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21세기 동맹론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질문이 떠오른다. 냉전 시기까지 첨예하게 존재하였던 미소 양대진영의 세력균형과 이에 기반한 동맹체제의 논리는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가? 즉, 미국이 유일패권체제를 확립한 현재, 군사적 세력균형의 논리는 작용하지 않으며, 지금의 동맹체제들은 미국의 세력에 편승하여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이익균형의 동맹들로 구성되는가? 그렇다면 현재의 동맹들은 명시적 적을 상정한다기 보다는 군사적 위협 대응 이외의 다른 정치적 목적을 도모하고 있는가?   본 장은 근대 국제정치체제 하 동맹의 역사를 이론적 관점을 고려하여 살펴봄으로써 현재에 제기되고 있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부분적으로나마 구해보고자 한다. 본 장이 동맹의 역사적 개관을 통해 보이고자 하는 바는, 첫째, 21세기 초 미국의 군사적 단극체제가 지속되고 있더라도, 미국의 패권성에 대한 균형의 필요성 자체가 소멸한 것은 아니며, 향후의 사건 전개에 따라 미국에 대한 균형정책에서 파생되는 동맹결성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지구적 군사단극체제 하에서 지역적 세력균형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으며, 모든 지역적 분쟁에 미국이 군사적 균형자로 기능할 수 없는 만큼, 지역적 차원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동맹체제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셋째, 탈냉전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국민국가 이외의 세력들이 주장하는 정치적 목적들이 부각되기 시작하였으며, 일부의 목적들은 군사적 수단과 결합되었다. 9.11 테러에서 명백하게 드러난 바와 같이 테러집단과 같은 비국가적 군사집단들은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를 군사적 위협으로 삼는 국민국가들은 테러에 대항하기 위해 군사적 동맹을 지속할 필요를 느낀다.   넷째, 현재의 세력배분구조는 미국의 군사적 단극체제가 분명해 보이지만, 중국 등 새로운 강대국들이 경제적으로 부상함으로써 세력전이(轉移)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부상한 국가들이 군사적으로 성장하여 새로운 세력배분구조를 형성할 가능성을 예측하는 상황에서, 예방적 군사동맹을 유지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즉, 향후의 세력배분구조에 대한 예측불가능성, 혹은 불확실성 자체가 균형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많은 국가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지구질서에 순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측불가능하고 불리할 수 있는 배분구조의 등장을 막기 위해 부분적으로 현재의 동맹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군사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군사적 기술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이 전 세계 군사비의 40% 이상을 지출하고 있지만, 군사기술의 연구발전비는 세계 비용의 80% 이상을 지출하며, 군사기술의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군사적 세력균형을 도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대부분의 국가는 미국 주도의 질서에 순응하고 있다.   여섯째, 세계화, 정보화, 민주화와 같은 대조류로 인하여 국제정치 자체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데, 주목할 만한 변화는 국민국가의 모든 정책에 대한 국내, 국제적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증가한 것이다. 예전에 외교정책 일반, 특히 군사정책에 관한 정부의 결정은 일반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도 않았으며, 비판의 대상이 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민주화와 정보화된 정치환경에서 정부가 모든 결정을 공개적으로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여론의 영향력은 절대적으로 강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론이 국제정치에 대해 도덕주의적, 자유주의적 경향을 강하게 띰으로 인하여, 국가들의 동맹정책은 단기적 군사이익 보다는 국가들 간의 가치정향의 일치성, 외교정책의 정당성 등이 더 중요한 결정요소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제 동맹은 상호 간의 가치의 일치, 신뢰의 정도, 정당성의 요소를 고려하여 결성되고, 유지되고, 또 종식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역사상에 걸쳐 매우 서서히 일어났으며, 사실 탈냉전기 동맹의 변화는 급작스러운 부분이 많다. 본 장은 17세기 이후 유럽과 세계의 동맹체제의 변화를 역사적으로 개괄함으로써 현재 일어나고 있는 동맹의 변화를 더 명확히 보여주고자 한다...(계속) 

전재성 2009-12-28조회 : 13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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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Report 34] 일본의 21세기 동맹전략 : 권력이동, 변환, 재균형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손열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중앙대학교 교수, 도쿄대학 외국인연구원, 와세다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연구관심은 일본정치경제,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지역주의이며, 최근 저술로는《21세기 동아시아: 경합하는 국제사회》(2009),《소프트파워의 정치: 변화하는 일본의 정체성》(2009), Japan’s East Asian Community (2009), Japan Between Alliance and Community (2009)등이 있다.         I. 서론   2009년 11월 오바마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하면서 매력공세(charm offensive)를 펼쳤다. 천황에게 깊은 90도에 가까운 깊은 절을 하여 화제를 불러일으킨 후, 산토리홀연설에서 본인이 취임 후 맞이한 첫 외국지도자가 일본수상이었으며 미국 국무장관이 취임 후 첫 순방지를 아시아로 정한 것은 50여 년만이며 일본이 그 첫 번째 방문국이었음을 상기시켰다. 이어서 미국은 아시아-태평양국가이며, 자신은 태평양적 정체성을 갖고 있고, 미일관계는 “불멸의 동반자(indestructible partnership)”이라고 선언하였다. 그는 미일관계가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초석으로서의 군사동맹의 동반자를 넘어서 경제회복과 균형성장, 기후변화, 비확산, 인간안보 등 지구적 이슈영역에서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Obama 2009).   여기까지는 과거 부시정부의 대일정책과 차이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미국의 동아시아전략 속에서 일본의 지위는 변화하고 있다. 부시의 미일동맹이 동아시아외교의 초석(cornerstone)이었다면 오바마는 기존의 동맹이 갖는 한계를 인식한 위에서 복합적인 지역전략을 구사하고자 한다. 그는 중국과의 동반자관계를 강조하면서 이것이 일본과의 동맹약화를 의미하지 않음을 덧붙이고 있다. 나아가 아세안 및 APEC란 다자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또한 군사와 경제를 넘는 소프트파워적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요컨대, 이는 아태담당 국무차관보인 켐벨(Campbell 2008)의 이른바 “균형력(power of balance)”이란 개념으로 이해된다. 미국은 근대적 의미의 세력균형을 넘어 서로 다른 이슈영역간의 균형, 양자와 다자간의 균형,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균형, 다양한 행위주체에 의한 균형을 이루어 가고자 한다. 동아시아관계에 있어서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보다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전략구상의 이면에는 그간 부시의 미국이 대테러전 수행과정에서 보여준 하드파워 중심 전략의 한계가 노정되어 오면서 소프트파워적 관점에서 새롭게 동맹의 의의를 찾게 된 측면이 있다(Armitage and Nye 2007b). 군사력에 대한 과도한 경사가 초래한 부작용을 치유하려는 모색이다. 보다 중요하게는 2008년 9월 서브프라임 위기를 계기로 추락하고 있는 미국의 하드파워(경제력)의 영향이다. 미국은 대공황 이래 최대의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자국경제 추스르기에도 바쁜 실정이다. 대외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하드파워의 여력이 축소되는 속에서 이를 소프트파워로 보전하여야 한다. 2007년까지 미국의 소프트파워론이 하드파워의 과잉을 소프트파워로 보완(complement)하려는 담론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면 불과 1년 후인 2009년 초의 소프트파워론은 하드파워의 쇠퇴를 메워나가야 하는 기울어가는 초강대국의 아쉬운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클린턴의 스마트외교(Clinton 2009a), 게이츠의 균형전략(Gates 2009), 그리고 캠벨의 균형력(2008)이 이런 고민 속에서 등장한다. 미국은 동맹국 및 기타 우호세력과의 협조를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양자 및 다자적 전략적 관계를 균형적으로 활용해 가려는 사고가 상대적으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삼중의 고민을 안고 있다. 첫째, 동아시아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미국의 능력과 의지가 초래하는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즉, 미국이 추구하는 새로운 전략적 관계구상에 대비하여야 한다. 이는 미국이 부과하려 하는 더 많은 역할과 부담, 혹은 반대로 미국의 일본통과하기(passing)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둘째, 이 고민은 21세기 들어서면서 일본이 부딪치고 있는 새로운 지정학적 환경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 중국의 급속한 부상이 그 핵심이다. 이질적 정치체제인 데다가 역사문제로 정체성의 갈등상황을 연출해 온 상대가 일본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양국간 경제역전은 사실상 초읽기에 접어들었고, 군사비는 역전을 넘어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이다. 끝으로 일본경제는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수출시장이 축소되면서 상상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드파워의 상대적 쇠퇴가 완연한 만큼 외교적 수단의 제약을 안고 있다.   일본이 20세기초 영일동맹적 발상으로 21세기에 미일동맹을 활용해서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 일본은 한편으로 당시 세계패권국인 영국과 동맹을 맺고, 다른 한편으로 부국강병을 일관되게 추구하여 러시아를 꺾고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반면, 21세기 동아시아의 전략환경은 국제정치의 단위체와 장場의 속성이 달라 전통적 균세와 자강의 전략으로 성공을 이끌기는 불가능하다 (하영선 2006). 21세기 핵심국가로서 미국은 동아시아를 국민국가라는 노드node 중심의 전통적 세력균형 혹은 전통적 상호의존의 장을 넘어서, 다양한 행위자(노드)가 다양한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수평적이고 유연하며 다층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집합체로서 인식하고자 한다. 이러한 장에서 미국은, 균형력적 표현을 빌리자면, 통합(integrating), 혁신(innovating), 투자(investing)로 엮는 아시아네트워크(iAsia)의 건설자(designer)인 동시에 운영자(administrator)를 지향하고 있다 (Campbell 2008, 25-26). 여기서 동맹은 새로운 의미를 띤다. 전통적 동맹이 노드의 크기와 속성에 따라 형성되는 제도이라면, 새로운 동맹은 노드와 링크를 엮어가는 네트워크적 발상 하에서 상이한 속성의 행위자들이 서로 다른 층위에서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조정하고 규율하는 복합동맹네트워크로 규정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미국은 일본과 군사, 반테러, 경제, 환경, 에너지의 영역에서, 또한 양자, 지역, 지구의 층위에서 복합적 동맹을 추구하며, 동시에 다자관계도 균형적으로 활용하는 네트워크적 동맹을 추구하고 있다. 여기서 일본은 보다 복합의 네트워크 속에 새롭게 위치되고 있는 것이다.   자민당 장기집권체제를 무너뜨리고 등장한 하또야마 민주당정권은 새로운 전략환경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엄중한 상황에 놓여있다. 민주당정권은 근대적 동맹만으로 21세기를 헤쳐갈 수 없다. 대안으로서 하또야마는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 동아시아공동체의 추진이란 새로운 외교전략을 선보이고 있다(Hatoyama 2009). 그러나 단순히 동맹에서 공동체로의 상대적 이동으로는 21세기 동아시아를 헤쳐가기 어렵다. 동아시아는 복잡한 공간이므로 보다 복잡한 사고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동맹을 모색해야 한다.   이 글은 일본이 당면한 21세기 전략환경 하에서 추진해 온 동맹정책의 변화와 그 요인을 분석하고자 한다. 그 구성은 다음과 같다. 다음 절은 일본이 마주한 전략환경을 기술한다. 그 핵심은 중국의 하드파워적, 소프트파워적 이중 부상에 따른 위협인식이다. 제3절은 동맹에 대한 일본 국내의 서로 다른 인식 속에서 특정 전략이 부상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미국과의 동반 변환, 동아시아공동체 추진이 주 사례가 될 것이다. 제4절은 두 전략의 결과로서 재균형의 과제, 하토야마정권의 대응을 전망하고자 한다...(계속) 

손 열 2009-12-28조회 : 13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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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Report 35] 중동 지역의 세계관과 동맹

인남식 교수는 외교통상부 외교안보연구원 겸임교수이며 중동 이슬람 지역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인남식 교수는 연세대학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학사 및 석사학위를 받았고 영국 더럼대학(University of Durham)에서 중동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외에도 교육방송EBS 영국 통신원, 카이로 알아흐람 (Al-Ahram) 신문사 정치전략연구소 (Centre For Political Science and Strategic Studies)에서 방문연구원 등의 활동을 하였다. 주요저서는《국제분쟁의 이해》(2000),《이라크 민주정부 수립의 전망과 함의》(2004) 외 다수가 있고 연구분야는 중동정치 및 테러리즘이다. 최근 저서로는《자발적 네트워크 테러리즘의 등장과 의미》(2009),《파키스탄과 미국의 딜레마》(2008) 등이 있다.         I. 서론   중동지역 의 정치적 불안정성은 만성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소위 ‘체질적인 불안정성’(inherent quality of instability)이라는 표현이 상용될 만큼 고질적인 분쟁 구도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전후 식민체제가 해체되면서 독립을 성취했던 국가의 상당수가 중동-아프리카 지역이었다는 사실과 연관된다. 기본적으로 부족단위의 유목문화 전통(nomadic tradition)을 유지하고 있는 아라비아반도, 레반트 지역 및 마그레브 지역에 인위적으로 국경이 만들어지고 국가 단위의 정치공동체가 세워졌다. 이는 5세기 넘도록 오토만 제국의 속주에 편입되어 정치와 유리되어 살던 중동지역 대다수의 주민들에게는 생경한 형태의 정치공동체였다. 따라서 국가단위의 자율성은 취약한 상황이 유지되었다. 이에 식민체제의 재편과 맞물려 중동지역 내에서의 국가 건설, 체제 형성과정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외부세력의 개입은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외삽적 요인은 역내 신생국 내정에 영향을 미쳐 정치 불안을 가중시켰다. 냉전체제 하에서의 중동의 지정학적 의미와 석유자원에 대한 관심이 일차적 원인이다.   이러한 외삽적 요인과 더불어 중동지역 내부의 문제 역시 지역 불안정성을 가중시켰다. 혼재하는 종파, 종족 갈등 및 역사적 분쟁 요인이 중첩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하는 배경이 되었다. 중동내부문화를 구성하고 있는 부족주의, 이슬람 및 지대추구행태 등의 문화, 정치, 종교 및 경제 요인이 결합되면서 좀처럼 안정화 기조가 정착되지 못했다. 정체성에 기반한 동맹 구도는 양면적이다. 내부 결속과 연대를 구성함과 동시에 ‘타자화’ 및 ‘배제’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연 및 민족 그리고 종교 정체성이 선명하고 강한 중동에 있어서 정체성 기반 동맹구도는 그만큼 배타성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고질적 사회 갈등구도를 창출한다 (Ramsbottom 2005).   상기 내외 요인으로 인하여 반세기 이상 혼돈과 갈등이 증폭되면서 중동 지역은 동맹과 연대의 현상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냉전 초반에는 동서 진영론으로 인한 갈등이 반영되어 과거 식민모국과의 긴장 속에서도 바그다드 조약(Baghdad pact) 등의 냉전 동맹이 이루어지면서 외부 세력과 중동지역 국가 간 협력이 긴밀히 이루어지는 형태를 나타내기도 했다. 냉전이 본격화되면서 중동지역은 ‘아랍 대의’(Arab cause)에 입각한 정치적 결속운동이 일어났고, 이는 아랍 민족주의로 승화되면서 이념적 대결구도에서 탈피하여 민족, 문화적 공동체를 구축하려는 시도도 나타났다.   냉전의 붕괴는 중동에서 새로운 동학과 지형을 배태했다. 대척점에 서서 반세기의 갈등 구조를 형성해 온 이념의 틀이 무너지면서 21세기 새로운 갈등구도에 관한 성찰들이 제기되었다. 중동지역과 관련하여 여타 지역과는 달리 문명담론이 급격히 부상하면서 헌팅턴의 테제가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고, 후쿠야마의 세계관이 미국 및 서방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와 맞물려 그동안 수면 하에 잠복해 있던 ‘이슬람 부흥운동’이 본격적으로 정치화하기 시작했다. 9.11로 인해 반테러•비확산 노선이 가시화되고 아프간,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중동의 정치지형에 변화가 찾아왔다. 이란이 부상하고, 이란 이슬람 혁명노선에 동참하는 국가와 정치단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중동지역에 편만한 반미 정서는 테러리즘의 확산을 추동하였으나 이슬람 테러리즘의 핵심인 알 카에다 류와의 연계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이란이 주도하는 반미, 반이스라엘 연대가 힘을 얻고 있다.   이란의 부상과 시아 연대(Shiite coalition)의 확대는 새로운 형태의 동맹 구도가 출현함을 의미한다. 기존의 문화공동체에 입각한 아랍 민족주의가 쇠퇴한 후, 이념적 공백상태에 있었던 중동 지역에 초월적 가치에 입각한 이슬람 동맹이 등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 맞물려 걸프왕정 및 세속주의 공화정을 중심으로 한 순니 아랍 권위주의 국가들의 긴장이 높아지며 이란 및 시아 연합에 대한 일종의 ‘대응 동맹’ 구도의 출현도 감지된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의 출현은 이러한 역학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와 맞물려 고전적인 동맹관계를 유지해 온 미국과 이스라엘간의 연대는 과연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궁금증이 깊어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고는 중동지역의 동맹과 연대를 구성하는 기본적 단위인 정체성의 층위를 먼저 살펴보고, 이에 기반한 지배이념의 변화를 추적한다. ‘아랍’이라는 문화적 정체성에서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정체성으로 변환하는 추이 자체를 최근 중동 동맹질서 변화의 배경 변수로 판단한다. 최근 중동지역 내 일반적 정치현상으로 포착되는 이슬람 부흥운동과 맞물린 정치적 연대 결성의 변화 양상을 추적함으로써 중동지역의 전반적 정치지형을 파악하려 한다. 더불어 부시 행정부의 강력한 일방주의 정책에 맞섰던 이슬람 부흥운동이 오바마 행정부의 새로운 중동정책에 어떻게 조응해 나갈 것인지를 전망한다...(계속) 

인남식 2009-12-28조회 : 1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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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Report 36] 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정책 기조와 주요 어젠다

이상현 박사는 미국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국제관계연구소와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을 역임했다. 국제정치와 안보, 한미관계, 북한 문제를 주로 연구하며, 최근 논저로는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Lee Myung-bak Government: The Vision of ‘Global Korea’ and Its Challenges (2009),《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와 대북정책 전망》(2009),《외교환경과 한반도》(공저, 2009),《조정기의 한미동맹: 2003~2008》(공저, 2009),《동아시아 공동체: 신화와 현실》(공저, 2008),《지식질서와 동아시아: 정보화시대 세계정치의 변환》(공저, 2008),《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공저, 2008),《한미동맹의 변환》(공저, 2008) 등이 있다.         I. 오바마 시대 개막과 변화하는 국제안보환경   오바마 행정부가 당면한 국제안보환경은 매우 유동적이면서도 과거처럼 미국이 압도적 우위에서 주도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현재 국제체제는 국제관계의 행위자간 및 지역간 힘의 배분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 오바마가 후보 시절 애독했다는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 2008a)의 『The Post-American World』는 21세기 국제질서의 변화를 이른 바 ‘나머지의 부상(the rise of the rest)’ 으로 표현한다. 중국, 인도 등 국제정치에서 규모는 크지만 그동안 경제적으로 침체해 있었던 거대국가들이 세계화의 영향으로 급격한 경제성장을 경험하면서 국제질서에서 미국 패권의 상대적 위축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확히 말하면 미국의 쇠퇴가 아니라 중국이나 아시아의 부상을 넘어서는 나머지 국가들의 부상이고, 그 결과 국제질서는 이제는 ‘포스트 아메리카 (Post-Americanism)’ 시대로 전환하는 중이다.   포스트 아메리카 세계질서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복합성’이다. 정치군사 질서는 여전히 미국이 지배하는 단극적 질서가 유지되겠지만 군사 외의 모든 차원―경제, 산업, 금융, 사회, 문화―에서는 힘의 분포가 미국 지배로부터 이탈하는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정치•군사적 폭력은 전세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정보혁명의 결과 군사안보의 충돌 양상은 과거에 비해 실시간으로 지구촌 주민들에게 전달되면서 과대포장되고 더 큰 충격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군사력을 앞세워 국제문제를 일방적으로 해결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추세이다. 정치•군사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 총량규모는 지난 15년간 두 배 이상 팽창했고 동 기간 무역은 133% 증가했다. 전쟁, 테러, 내전은 일시적으로 국제경제 침체를 초래할 수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세계화의 물결에 압도당한 것이 현실이다. 세계화와 국제경제의 팽창의 결과 신흥부상국―특히 중국, 인도, 브라질―들의 경제성장에 고취된 신민족주의가 분출하고 있다. 다양한 민족적 관점의 분출은 정보혁명 덕분에 더욱 확대재생산되어 배포되고, 목소리 큰 행위자들의 증가는 곧 주요 국제문제에 있어서 갈수록 합의가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이는 곧 미국이 여전히 초강대국이지만 혼자 힘으로 국제문제를 리드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Zakaria 2008b).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ational Intelligence Council: NIC)의 국제질서 전망 보고서(NIC 2008)도 2025년까지의 향후 국제질서가 더욱 복합적으로 변하고, 미국은 지금보다 ‘덜 지배적인 국가’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5년경 국제질서는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 행위자 등장과 함께 세계화로 인한 경제발전, 인구 증가, 지역적 발전 격차 등으로 인해 더욱 다극화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초국가적 안보 어젠다가 등장하는데, 식량, 에너지, 물 등이 고도의 신 전략자원으로 등장하면서 이를 둘러싼 각축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기후변화, 신기술, 에너지 배분 등을 둘러싼 대립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러, 국제갈등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은 여전히 중요한 국제안보의 문제로 남을 것이고, 세계화에 따른 양극화의 결과 테러조직은 존속할 것이며, 첨단기술의 손쉬운 획득으로 이들의 테러역량도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이념적 대결은 사라지고 세계화의 후유증과 글로벌 세력판도 변화에 따른 이유로 인한 갈등이 주된 갈등의 원인이 될 것이다.   국제질서에서 이러한 변화는 실상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국제질서는 냉전 종식 이후 갈수록 복합화되는 데 비해 부시 행정부는 군사력을 앞세운 단극적 행동규범을 고수했고, 그것이 부시 행정부 대외정책 실패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러한 일방주의 외교의 유산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I. 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정책 기조   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의 기조는 대화와 협력, 다자 안보체제와 파트너십을 통한 국제문제의 해결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오바마는 부시-체니 정권의 대외정책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대화를 통한 외교적 접근을 거부해왔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는 외부에 미국이 일방주의적이고 오만한 모습으로 비춰지게 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리더십을 발전시키고 공고히 하는데 심각한 장애가 되었다. 미국의 일방주의는 전세계적으로 반미감정이 확산되는 데 주된 원인이 되었다.   오바마는 테러, 핵확산, 전염병 등의 복잡한 사안들은 강력한 국제적인 조력 없이 미국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우호국뿐만 아니라 적대국에 대해서도 지도자와의 회담 등을 통해 기꺼이 테이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대화를 통한 방안을 모색하는 미국에 세계는 리더십을 따르는 것으로 화답할 것이며, 테러리즘,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같은 도전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오바마와 바이든은 NATO의 회원국들을 더욱 공고히 하여 집단안보에 기여할 수 있게끔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또한 NATO가 더욱 안정된 작전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수립하고, 지휘관들이 전장에서 보다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투자, 재건을 격려할 계획이다.   또한 아시아에서의 양자적 관계를 넘어 6자회담과 같이 지속적인 정상간의 만남, 특정사안에서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동아시아에서의 한국, 일본, 호주등과의 인프라를 연결함으로써 안정과 번영을 증진시키고 중국으로 하여금 국제적인 규범에 따라 공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개전 이후 이미 4,000명이 넘는 미군이 사망했지만 현재 이라크 정부는 자국민들을 이끌고 나가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진력을 위한 진정한 정치적 통합, 조정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의 실패한 직접적인 결과라는 입장이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미국 신정부의 대외정책에서 예상되는 변화의 방향은 대체로 ‘통합과 균형,’ 국제제도의 위상 회복, 다자적 접근 강조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오바마 시대에는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후유증을 탈피하기 위해 국제제도와 다자적 접근을 활용할 가능성이 증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한 변화의 가능성은 이미 부시 행정부 2기 이후 미국 내에서도 나오기 시작한 일방주의 외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에서 예고되고 있었다. 미국외교에서 ‘윤리적 현실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대테러전쟁에서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은 현실주의와 도덕성의 조합을 바탕으로 추구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Lieven and Hulsman 2006). 스마트파워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하드파워 만으로 안보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미국의 신뢰와 지도력을 훼손하고 미국의 패권을 오히려 저해하기 때문에 미국 원래의 제도와 가치, 문화에 기반한 소프트파워를 배양•조합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Armitage and Nye 2007). 군사력의 사용에 있어서도 미국의 힘과 국제적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skepticism) 증대가 정당성 위기의 근원이며, 군사행동의 내용, 절차, 규범적 기초가 정당할 때 정당성을 획득한다고 주장한다(Daalder and Kagan 2008).   대선 과정에서 오바마를 지지했던 싱크탱크들도 여러 가지 중요한 외교안보 개념들을 제시하였다.   ‘책임지는 주권(responsible sovereignty)’은 국가주권의 행사에는 다른 국가는 물론 자국 국민들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동반한다는 개념을 강조한 것이다. 전통적 주권개념이 국경의 신성불가침, 타국 내정에 대한 불간섭 원칙에 근거했다면, 책임지는 주권은 국내정치적 행위가 초래하는 외부적 효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Managing Global Insecurity 2008). 피닉스이니셔티브 보고서에서 언급한 ‘전략적 리더십(strategic leadership)’ 이란 미국의 힘과 지위를 상호 이익을 위해 행사하겠다는 것을 말과 행동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공동의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리더십은 세계의 모든 이들이 이를 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전략적 리더십은 군사력을 대체 보완할 수 있는 정치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만약 군사력을 사용해야만 하는 마지막 결정의 순간에 직면한다면 이는 단지 국가의 관점만이 아닌 국제적 의무와 부합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Center for New American Security 2008). 미국진보센터에서 제시한 ‘지속가능한 안보(sustainable security)’ 의 핵심은 미국의 국가안보, 개인들의 안전과 안락한 삶을 위한 인간안보, 세계 전체의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집단안보, 이 세 가지 접근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안보를 위한 선결조건은 세 가지 핵심적인 선결조건은 첫째, 대다수 세계인들을 통합시킬 수 있는 정당한 원칙, 둘째, 대외정책 도구의 범위에 대한 전략적 유용성 증대, 셋째, 국제체제가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활성화 하는 것 등이다(Smith 2008). 마지막으로, 신미국안보센터 보고서가 제시한 ‘균형력(power of balance)’ 은 세력균형(balance of power)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세력균형이 주로 군사력에 입각한 국가간 관계의 제로-섬 측면을 강조하는 것에 비해 균형력은 국가가 국제체제의 다양한 행위자 중 하나일 뿐이고, 외교와 무역을 통해 제로-섬(Zero-Sum)이 아닌 윈-윈(Win-Win) 상황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Campbell, Patel and Singh 2008). 이들 표현은 모두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나 편향된 외교전략에 대한 균형잡기 측면을 강조한 표현들로서 오바마 행정부 대외전략의 정향을 시사하는 개념들이다...(계속) 

이상현 2009-12-28조회 : 14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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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Report 37] 21세기 미국의 동맹질서 구상 : 역사를 통한 조망

가톨릭대 국제학부 조교수 및 국제교류처장. 마상윤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과정을 마친 후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1960년대 한국의 민주주의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국내정치개입에 대한 연구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된 연구분야는 미국외교정책, 한미관계, 냉전외교사이며, 최근에는 미국의 동맹관계를 비교적 관점에서 고찰하기 위해 부시-블레어 시기의 미영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최근 출판된 논문으로는 From ‘March North’ to Nation-building: Interplay of U.S. Policy and South Korean Politics during the Early 1960s,《데탕트기의 한미갈등: 닉슨, 카터와 박정희》(공저),《영국학파의 국제사회론》, Alliance for Self-reliance: ROK-US Security Relations, 1968-71 등이 있다.         2008년 11월 4일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버락 후세인 오바마 후보가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지난 수년간 부시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가 대단히 낮았다는 점과 관련된 변화에 대한 열망, 그리고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 여부에 대한 관심 등으로 인해 2008년의 미국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미국 국내외적 관심 속에 진행되었다.   우리는 2009년 1월 정식 출범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어떠한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한반도에서의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깊은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의 기본 목적은 미국 대외정책과 동맹전략이 역사적으로 그려온 궤도를 살펴봄으로써 미국 새로운 행정부에게 주어진 대외적 행동의 공간이 어떠한 것인지를 분석하는 데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성장배경과 신념 및 리더십 스타일 등과 같은 개인적 요인이 향후 4년간의 미국대외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가 물려받게 될 미국대외정책의 환경과 조건은 어떠한 것이며, 또 그러한 조건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작용하여왔는지를 이해하는 것 역시 향후 미국외교 특히 동맹정책을 전망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일 것이다.   아래에서는 우선 미국의 외교전통을 살펴보고, 다음으로 20세기 이후 미국의 동맹정책을 역사적으로 리뷰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리뷰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미국 동맹정책을 지속성과 변화의 측면에서 전망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I. 미국의 외교 전통   미국의 외교전통을 이야기할 때 흔히 두 개의 개념쌍이 거론된다. 하나는 고립주의와 국제주의의 쌍이다. 오래 전부터 미국외교의 역사에는 고립주의와 국제주의는 주기적 순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왔다(예를 들어 Klingberg 1952). 그러나 기본적으로 고립주의는 건국 이후 미국이 상대적 약소국에 머물러 있었고 지리적으로 구세계로부터 어느 정도 차단되어 있던 시기의 산물이다. 미국은 국력의 성장과 함께 국제적 지위와 역할을 강화해 왔다. 특히 ‘미국의 세기’로 불리는 20세기 이후 미국의 국제적 위상 확대와 함께 국제주의 기조도 강화되어 왔다. 적어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외교의 국제주의적 기조는 거의 상수로서 유지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국제주의 기조가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대외적 관심과 대내적 관심이 상대적 고조와 퇴조를 반복하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소련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 세력이 사라지면서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의 여론이 고립주의로 회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미국의 대외정책 엘리트층에서 폭넓게 제기된 바 있었고(Schlesinger 1995, 1996), 비슷한 맥락에서 부시 행정부 출범 직후 9.11 테러참사 이전의 외교정책에 대해 영국의 토니 블레어 수상과 같은 유럽 지도자들은 미국이 좁게 정의된 국익만을 중시하고 국제적 리더십 발휘에 소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외교여론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미국의 여론이 전반적으로 고립주의보다는 국제주의에 가까운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Kull and Destler 1999). 이는 다양한 분야에 걸친 미국의 이해가 이미 세계의 안정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국제주의와 고립주의의 이분법까지는 아니어도 상대적인 의미에서 미국외교가 대외개입에 대하여 적극적 자세를 나타내는지 아니면 국내문제에 보다 치중하면서 국제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 자세를 취하는지의 구분은 가능할 것이다.   미국 외교전통에 대한 또 다른 개념쌍은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미국적 가치와 이상을 추구하는 데 상대적으로 강한 집착을 보인다는 특징을 나타낸다. 이러한 특징은 미국 예외주의의 발현으로 이해된다.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시장자본주의를 미국의 핵심적 가치로 체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치를 렌즈로 삼아 세계를 파악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미국은 직간접적으로 이러한 가치들을 세계의 보편적 가치로 확산 및 전파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Ikenberry 2000; Smith 1994).   그러나 미국 예외주의라는 동전의 또 다른 측면은 미국의 국력이다. 20세기 이래로 오늘날까지 미국은 군사력과 경제력 그리고 지식과 기술력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압도적 지위를 유지해 왔으며, 이는 현실주의적 국익추구의 바탕이 되어 왔다. 그러나 동시에 압도적 국력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미국은 자신의 가치를 반영하는 국제 질서를 조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올 수도 있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은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결합이라는 각도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1970년대 초 닉슨-키신저 외교의 예를 통해 볼 수 있듯이 미국에서 자유주의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이상을 결여한 현실주의는 미국인들에게 크게 환영받지 못해왔다(Kissinger 1994, 742; Schlesinger 1999, 96). 미국 외교전통에 있어서의 문제는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결합 여부가 아니라 그러한 결합이 어떠한 비중과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국제주의에 보다 가까워지느냐 아니면 고립주의에 상대적으로 가깝게 되느냐를 결정하고, 또한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결합 비중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을 두 가지로 파악한다. 그것은 첫째, 대외적 위협의 등장과 소멸 또는 그에 대한 미국의 인식 변화이며, 둘째, 미국 국력의 상대적 부침이다.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인식이 어떠하냐에 따라 미국은 대외개입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는 또한 미국의 힘과 가용자원의 크기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아래에서는 이 두 가지 변수를 중심으로 20세기 이후 미국 동맹전략의 역사적 전개를 살펴보고자 한다...(계속) 

마상윤 2009-12-28조회 : 1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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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Report 38] 미국의 안보실행전략

현재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소재 East-West Center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안보와 국제관계이론이다. 저서로는 Power Shifts, Strategy, and War (Rutledge, 2008)가 있으며, 최근의 주요 학술논문으로는 A Nuclear North Korea and the Stability of East Asia (Australian Journal of International Affairs, 2007)와 Democratization and Alliance Policy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2007) 등이 있다.         I. 서론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의 취임은 미국인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국민들 사이에서 역사상의 일대 전환점으로 인식되며 큰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새 지도자의 영도 하에서 앞으로 취하게 될 진로에 대한 관심은 미국의 선택이 국제체제에 미칠 정치 및 경제적 파장을 고려할 때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세계안보질서에서 차지하는 독보적인 위치로 인해 오바마 행정부 안보정책의 성격과 내용은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에게 미국의 안보정책은 국가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므로 이 문제는 각별한 중요성을 지닌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정부의 안보전략에 나타나게 될 주요 특징들을 고찰해 보는 것은 큰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이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채택할 안보실행전략(국가안보를 달성하기 위해 활용하는 정책수단)에 대해 전망해 보고자 한다.   논문의 핵심주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오바마 정부는 기본적으로 절제되고 균형 잡힌 안보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군사력의 사용을 원칙적으로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무력행사를 가급적 자제할 것이며, 민주주의의 확산과 가치동맹의 확대를 추구하는데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이러한 현실주의적 정책기조를 바탕으로 국제제도와 경제원조 등의 자유주의적 외교정책수단의 활용도 아울러 적극적으로 추구할 것이다.   세간의 기대와는 달리, 오바마 행정부는 안보실행전략에 있어 부시 행정부 말기와 비교했을 때 급격한 단절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2기에 들어서며 1기에 보였던 이상주의의 과잉 문제를 상당부분 극복하고 전략적 현실에 순응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오바마 정부도 전쟁과 경제위기 등 구조적 제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급작스런 전략적 전환을 시도할 수 없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초당파적 국정운영을 강조하며 공화당계 인사를 요직에 기용하는 것도 전략상의 연속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개진하기 위해 이 글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첫 번째 절에서는 먼저 탈냉전기 미국이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활용해온 네 가지 실행전략에 대해 각기 살펴본 후에 이들 전략수단이 근래에 어떤 방식으로 배합되어 사용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두 번째 절에서는 향후 오바마 정부의 안보전략에 대해 전망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핵심주장을 정리하고 한국의 국방정책 수립과 관련된 함의를 도출한다.   Ⅱ. 탈냉전기 미국의 안보전략   1. 주요 개별실행전략   21세기 제반 안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은 군사•외교•경제적 측면에서 다양한 전략 수단(실행전략)을 활용해 왔다. 이러한 실행전략들은 크게 아래에 열거된 네 개의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The White House 2002, 1-2). 두드러진 특징으로 미국정부는 민주주의 확산, 경제적 유대관계 확대, 국제제도의 확충 등 자유주의적 전략수단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군사력의 사용을 배제하지 않았을 뿐 더러 새로운 안보위협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군사변환(military transformation)을 통한 군사적 우위의 확보도 아울러 추진했다. 이 실행전략들은 안보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인 동시에 실천적 하위목표(과제)로서 기능했다.   (1) 민주주의 확산   냉전종식 이후 미국은 민주주의 확산의 전략적 중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특히 부시(George W. Bush) 행정부는 민주주의가 테러리즘의 발본색원과 강대국간 갈등의 예방과 해소 등 주요 안보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장기적 방안이라고 믿었다(The White House 2006, 3, 15, 36). 이러한 판단은 민주주의 제도의 정치적 효과에 관한 여러 가정에 기반하고 있었다. 첫째로 민주주의 정치과정을 통해 민의가 정책결정에 효과적으로 반영되고 시민의 정치참여 기회가 확대됨으로써 정치적 불만이 해소되고 테러를 자행할 동기가 약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 제도가 확산될수록 테러집단의 입지가 줄어들게 된다고 믿었다. 둘째로 민주주의 국가들은 서로 전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정치제도의 확산은 안정적인 국제질서 구축에도 기여한다고 보았다(Doyle 1983). 이 같은 민주주의 확산전략은 이라크, 팔레스타인, 레바논 등지에서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히고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추진되었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들로 구성된 “가치동맹”의 결성 및 확장도 아울러 도모해왔다(Bork 2005; Daalder and Lindsay 2004). 이러한 노력은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사이에는 보다 긴밀한 협력이 가능하다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Gaubatz 1996; Lipson 2003; Reed 1997, 1072-1078).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는 굳건한 동맹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민주주의 제도의 전파는 미국주도의 동맹 네트워크를 강화 확장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또 민주국가 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민주주의 확산을 촉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럽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를 확대하여 폴란드를 비롯한 여러 중동부 유럽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였고, 그루지야를 포함한 구소련 국가들을 새로 동맹에 편입하고자 시도했다. 한편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호주와의 안보동맹을 공통의 가치에 기반을 둔 포괄적 동맹으로 변환하고자 노력하는 한편, 인도를 비롯한 기타 민주국가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또 중동지역에서는 민주정치제도를 지닌 이스라엘과의 “특수한 관계”를 한층 더 공고히 해왔다(Mearsheimer and Walt 2007)...(계속) 

이동선 2009-12-28조회 : 1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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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Report 39]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및 한반도 동맹정책

현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성호 교수는 미국 터프츠 대학 플레쳐 스쿨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 국방부 아태안보연구소 (APCSS) 연구교수, 미국 부르킹스연구소 동북아연구소 객원연구원, 워싱턴 East West Center 객원연구원등을 역임하였다. 연구관심은 동아시아 안보와 국가전략, 한미동맹과 한반도, 인구변화와 동북아 국제정치 등이다. 최근 논문으로는 Demographic Peace: Rapid Aging and Its Implication for Northeast Asian Arms Rivalry, The ROK-US Alliance in the 21st Century: A Smart Alliance in the Age of Complexity,《핵 테러에 대한 두 가지 접근: 부시와 오바마》등이 있다.         I. 들어가는 말   8년의 공화당 부시 행정부에 이어 2009년 새로이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많은 변화와 개혁을 예고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실용적 접근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자유의 확산이라는 이상주의를 추구한 부시 행정부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고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이전 행정부와의 전적인 결별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향후 펼쳐질 정책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연속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을 불필요한 전쟁으로 비판하고 이라크에서의 조속한 철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렇다고 해서 오바마가 자유민주주의의 신장이라는 미국 외교의 기본가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오바마는 선거 중 발표한 그의 외교안보구상에서 미국의 지도력 쇄신을 가장 기본목표로 설정하였다.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 쇄신하겠다는 오바마의 목표는 2차 대전이후 세계의 패권국가로 군림해온 미국 외교의 변함없는 이해와 목표를 반영한다. 그러나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서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와는 차별성을 강조한다. 공격적이고 일방주의 외교로 비판을 받은 부시 행정부에 비해 오바마는 불필요한 우방과의 마찰을 피하고 다자외교를 통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회복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동시에 환경 및 에너지 문제의 해결, 국제 빈곤퇴치를 위한 노력 등에서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한다(Obama 2007). 그러나 오바마의 새로운 접근이 과연 얼마나 현실화 될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본 논문은 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정책이 가지는 변화와 연속성이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인가를 조명코자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변화와 연속성이 한국정부가 21세기에 함께할 동맹으로 제시한 한미 “전략동맹”에 가지는 정책적 의미와 우리의 대응방안을 제시코자한다.   II.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동맹정책   1. 오바마와 아시아, 그리고 경제위기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첫 흑인인 오바마 대통령은 유년시절을 아시아에서 성장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다. 오바마는 고등학교까지의 하와이 시절 중 6살 때인 1967년 어머니를 따라 인도네시아로 이주하여 1971년까지 롤로라는 이름의 인도네시아 계부와 함께 자카르타의 서민촌에서 생활하였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생활은 오바마에게 미국 바깥세계, 특히 아시아를 생생하게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당선이전 오바마가 쓴 두 개의 저서에서 묘사하는 인도네시아의 상황과 경험은 일반 미국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통찰력과 풍부한 이해력을 보여준다(Obama 2004, 28-52; 2006, 271-276). 이러한 오바마의 경험은 초강대국 미국바깥 세계의 현실을 이해함으로써 현재 미국이 처한 국내외적 문제점을 직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다 주었다. 비록 미국이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강대국의 면모와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바로 이러한 점이 모든 이의 질시와 경계를 불러일으킴으로써 미국에게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현실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인도네시아에서의 생활은 이제껏 대서양 건너 유럽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진 이전 미국 대통령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아시아에 대한 이해와 감정을 대통령 오바마가 가질 수 있는 주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오바마가 청소년기를 보낸 하와이 역시 백인 보다는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 각종 동남아시아 인등 아시아계 유색인종이 하와이 원주민과 더불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오바마의 개인적 성장 경험과 배경은 향후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의 아시아 정책은 현재 미국이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과 테러와의 전쟁에 비해 그 중요성이 당장은 떨어진다. 오바마 행정부의 주 관심은 경제위기 극복에 맞추어져 있다. 10 퍼센트에 육박하는 실업률, 주택가치의 폭락과 불경기로 인한 중산층의 몰락, 세계 최고의 수익률과 경쟁력을 내세워 미국 경제를 이끌어 가던 금융산업의 끝을 알 수 없는 부실, 그리고 미국 자동차 산업의 GM, 포드, 크라이슬러 3개 대표주자의 몰락 등 미국 경제는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많은 위기론자들이 이야기하는 1929년의 대공황 혹은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치명적인 경제침체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8천억불이 넘는 금융구제안을 취임직후 발표하였고, 미국의 가장 큰 부동산 담보대출 회사인 프레미 맥Freddie Mac과 패니메이Fannie Mae는 물론 AIG, 시티은행과 같은 미국 최고의 민간 금융회사가 현실적으로 정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동시에 이번 금융위기로 제기된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고치기 위한 과감한 개혁을 추구하기도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가진 첫 의회연설은 경제위기 극복과 더불어 의료보험, 에너지, 환경, 그리고 교육문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New York Times 2009).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수십년간 논란속에 미루어온 의료보험 개혁과 온실가스 제한 등 산적한 국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오바마 행정부의 노력은 당분간 외교안보문제 자체가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예견한다. 매일 매일 터져 나오는 각종 경제하락 지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은행권과 대기업의 새로운 부실 가능성, 의료보험 등 정부의 각종 개혁안과 예산을 둘러싼 의회와의 복잡하고 힘겨운 줄다리기, 그리고 이와 관련된 수많은 정책 논쟁과 언론을 통해 터져 나오는 각종 스캔들을 대응해야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정부에게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최고의 힘과 영향력을 가진 미국의 운명은 다양한 국제문제를 함께 다루어야 하는 과제를 여전히 안겨준다. 지속되는 테러와의 전쟁, 중국의 부상이나 러시아의 견제와 같은 전통적인 강대국 외교,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 관리, 에너지, 환경문제 및 빈곤 퇴치와 인권 문제 등 실로 미국에게 안겨진 외교 안보 과제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문제는 미국이 복잡한 바깥 세계의 문제들을 과거와 같이 주도적으로 다룰 만한 시간과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경제위기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미국패권의 쇠퇴에 대한 경고는 국제정치에서 미국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비록 국내 경제문제 해결이 오바마 행정부의 가장 중요 현안이 될 것은 틀림없지만, 여전히 세계의 가장 큰 패권을 지닌 미국은 밖으로부터의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야 할 의무를 동시에 가진다. 오바마 행정부에게 아시아 정책은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그리고 미국의 세계정책이라는 큰 틀 속에서 추진될 것이다...(계속) 

신성호 2009-12-28조회 : 1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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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Report 40] 21세기 미국-유럽 동맹관계의 변환

김준석 교수는 현재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논문으로는《국가연합의 재조명: 미국,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유럽연합》,《유럽연합과 규범권력》,《유럽정체성의 규범적 기초》등이 있다.          I. 들어가며   1991년 소련의 해체와 함께 냉전이 미국과 서방측의 사실상의 승리로 종결되었을 때 많은 이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역시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한 것으로 믿었다. 1949년 처음 등장한 이래 나토는 약 반세기에 걸쳐 소련과 그 동맹국들의 위협으로부터 서유럽 국가들의 안보를 성공적으로 보장해 왔다. 하지만 대다수 동유럽 국가들에서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하고, 소련으로부터의 안보위협이 사실상 사라짐에 따라 나토 역시 그 역사적인 소명을 다한 것으로 보였다. 애초에 동맹결성의 원인을 제공한 위협요인이 사라진 마당에 동맹이 지속되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이 동맹의 존속에 대한 반대여론이 매우 높았다. 케네스 월츠Kenneth Waltz가 1990년 11월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나토는 “사라져가는 것”이라고 증언했을 때, 그러한 발언은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로서의 견해를 반영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 미국에 팽배해 있던 나토 회의론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월츠의 그러한 증언이 있은 후 20여년이 경과한 오늘날 나토는 여전히 미국, 캐나다, 터키와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을 포괄하는 동맹조직으로 그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나토는 단순히 그 생명을 연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구 유고슬라비아 지역의 내전에 개입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대 탈레반 전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을 뿐만 아니라,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이라크 재건사업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는 등 세계의 분쟁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나토가 공동의 위협에 대한 공동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방어동맹defense alliance이라는 본래의 존재이유를 넘어서 새로운 역할과 위상을 모색해 왔음을 의미한다. 또 1999년 폴란드, 체코, 헝가리의 나토 가입을 시작으로 2004년에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발트해 3국 등 7개국, 그리고 지난 2009년 4월에는 크로아티아와 알바니아가 새로운 회원국으로 가입함으로써 동맹국의 숫자를 냉전 종식 이전의 16개국에서 28개국으로 증가시켰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역할과 외연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주적’主敵 혹은 ‘공동의 적’이 사라진 시대에 나토와 같은 동맹의 역할은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물론 그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특히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인해 불거지기 시작한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들 사이의 갈등, 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다시 주장하고자 하는 러시아의 존재, 2008년 러시아-그루지야 전쟁 등으로 인한 유럽 주변 정세의 불안정성 증대, 회원국 확대에 따른 동맹의 궁극적인 비전에 관한 견해차의 증가 등은 나토의 미래에 관한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재 나토의 미래를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과연 오래 창설 60주년을 맞은 이 군사동맹이 ‘외부의 적에 대한 공동의 군사력사용을 위한 국가들의 연합’이라는 동맹의 고전적인 역할 틀을 넘어 ‘다기능, 다목적 동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성공하느냐의 여부이다. 이 질문에 아직 확실하게 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나토의 모습을 희미한 형태로나마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리처드 베츠Richard K. Betts가 지적한바 나토의 세 가지 역할을 구분해 볼 수 있다 (Betts 2009).   첫째, 나토는 유럽대륙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하는 국가들 간의 무력충돌이나 내전 등으로 인한 갈등상황을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수단을 사용하여 해결하는데 힘을 기울여왔다. 즉, 역외域外, out of area 혹은 동맹의 경계선 밖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분쟁을 억제하거나 사전에 예방하여 불안정 요인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나토의 주요 임무들 중 하나가 되었다.   둘째, 나토는 점차 자유민주주의, 시장자본주의 국가들의 연합체, 베츠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러한 국가들의 “사교클럽”gentlemen’s club으로서의 성격을 강화해 왔다. 이제 나토 회원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거나 새롭게 가입하는데 있어서 안보전략상의 이해관계 못지않게 정치적, 이념적, 상징적인 이해관계가 중요한 동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셋째, 최근 들어 나토의 동맹의제에서 러시아의 부상에 대한 견제라는 목표가 점차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냉전시대에서와 같은 적대관계가 부활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탈냉전시대에서도 러시아는 나토의 “타자”他者로서 근본적인 융합이 불가능한 존재이자 견제와 통제의 대상이다. 이러한 경향은 동유럽 국가들의 나토 가입과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러시아의 공세적인 외교정책노선으로 인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나토의 다기능, 다목적 동맹으로의 변환에서 또 하나의 변수는 미국과 유럽 사이의 관계가 계속 이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냉전의 종식과 공동의 적의 소멸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1999년의 코소보 사태에 대한 개입과 2001년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아프간 전쟁을 나토가 주도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군사력의 사용방식에서부터 동맹의 궁극적인 비전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슈들을 두고 충돌했다. 특히 2003년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 사이의 논란 속에서 동맹의 존재이유에 대한 회의론이 심각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9년 출범한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European Security and Defense Policy, ESDP은 양자 간 관계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이 공동의 외교안보정책을 통해 유럽 국가들이 국제정치무대에서 유럽연합의 독자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점차 분명해지면서 나토와 유럽연합 사이의 관계설정 문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27개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모두가 그러한 목표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또 이들 사이에 ESDP의 성격과 목표에 관해 상당한 견해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외교안보분야에서 단일한 국제정치행위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은 분명하다. 이미 유럽연합은 아프리카를 비롯하여 세계 여러 분쟁지역에 개입하여 재건과 복구, 치안과 평화유지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부분적으로 나토의 역할과 중첩되면서 나토와 유럽연합의 관계, 미국과 유럽의 관계에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본 장에서는 이상과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냉전 종식 이후 변화하는 국제정치 환경 속에서 미국과 유럽의 동맹관계가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 살펴본다. 특히 오바마 신행정부의 출범과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의 도래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이하여 양자 간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를 전망한다. 이를 위해 다음의 제2절에서는 1990년대 이후 나토의 변환과정을 살펴보고, 2009년 오바마 행정부의 등장으로 예상되는 동맹의 발전방향을 전망한다. 제3절에서는 유럽외교안보정책의 등장으로 초래된 나토와 유럽연합 사이의 관계변화에 대해서 살펴보고 21세기 미국-유럽 관계의 미래를 전망한다...(계속) 

김준석 2009-12-28조회 : 12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