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는 국가이익뿐 아니라 국민의 삶과도 직결되는 외교안보 분야의 어젠다 설정과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2004년 6월에 18명의 외교안보 전문가로 국가안보패널(National Security Panel: NSP)을 구성하였다. 이후 국가안보패널은 《21세기 한국외교 대전략: 그물망국가 건설》(2006), 《동아시아 공동체: 신화와 현실》(2008), 《21세기 신동맹: 냉전에서 복합으로》(2010), 《위기와 복합: 경제위기 이후 세계질서》(2011), 《2020 한국외교 10대 과제:n복합과 공진》(2013), 《1972 한반도와 주변 4강 2014》(2015), 《미중의 아태질서 건축경쟁》(2017) 등 일곱 권의 책을 출판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워킹페이퍼
[NSP 연구보고서]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중 통화금융 패권 경쟁과 통화전쟁: 통화금융책략의 관점

초록   미중 경쟁 관계는 통화정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통화금융 패권은 다른 국가들에게 경제질서와 제도를 직, 간접적으로 강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막강한 권력 수단이다. 이전까지 경제성장에 비해 낙후되어 있었던 중국의 금융 시장은 2007년 금융 위기 이후 전기를 맞았고 자본 및 채권시장에서도 중국의 약진은 괄목할 만하다. 물론 여전히 절대적인 규모에서는 미국 시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성장세는 확연하다. 제도적인 차원에서도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자본시장 개방과 금융자유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브레튼우즈 체제의 잠재적 대항마로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신개발은행(NDB) 등의 설립을 주도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각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을 이어가면서 양자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는 동시에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서서히 고조시켰고 (부분적으로는 그 결과로서) 위안화의 가치절상이 일어나면서 양국 간의 알력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환율조작국에 대한 강경한 조치가 거론되고 환율조작 우려국가에 대한 미국 재무부의 기준이 변화하는 등 중국에 대한 압박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막대한 대외부채 및 안보이슈에서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 그리고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100일 행동 계획"에 대한 중국의 동의 등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공격적 수사가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물밑에서 격화되고 있는 이른바 '화폐전쟁'의 유탄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중국의 금융보복 등으로 한국을 위시한 주변국가에 떨어질 위험은 상존한다.         본문   "이런 역사적 경험을 볼 때, 앞으로 미중 통화금융 관계도 순탄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금융통화 문제는 경제적 문제인 동시에 안보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발간된 전략보고서에서도 지경학(geoeconomics)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NSC 2010; Blackwill and Harris 2016; Shatz 2016). 이런 맥락에서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요한 세계 질서의 6가지 구성요소들 중 첫 번째가 ‘세계통화체제를 규제하는 UN-브레튼우즈 체제, 규칙, 제도 및 절차’라는 평가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Swaine et al 2013, 175). 중국 역시 금융통화 문제를 경제적 시각으로만 보고 있지는 않다. 중국은 경제외교를 통해 세계금융통화체제에서 ‘적응자’(適應者)로 남기 보다는 ‘구도건설자’(構建者)가 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Reilly 2013; Heath 2016; Zha 2106; Dargnat 2016). 새로운 국제금융기구들의 설립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의 궁극적인 목적이 현상유지가 아니라 ‘대항 패권’(counter hegemony)을 형성하는 데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Ikenberry and Lim 2017)."   " 위안화 국제화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세계통화금융질서에서 중국이 가지고 있는 경제 규모에 걸맞은 위상과 영향력을 제고시키는 것이다. 둘째, 외환거래의 증가에 수반되는 환율의 변동폭을 축소함으로써 환위험을 감축하는 것이다. 셋째, 기축 통화국으로서 외환보유고를 감축하는 동시에 화폐주조차익(seiniorage)을 영유하는 것이다(Frankel 2012). "   "그런데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에 대해 중국은 1985년 일본이 당한 플라자 합의(Plaza Accord)와 같은 조치를 예방하기 위해 환율제도 및 금융제도 개혁을 통해 위안화를 점진적으로 평가절상 시켜왔다(Kuroda 2004).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세계경제 불균형의 책임을 자인한 것은 아니다. 중국은 불균형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미국을 반박하였다. 첫째, 중국은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음으로써 위기 극복에 기여했다. 둘째,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 수출세 환급 조치를 취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적자를 중국의 책임이라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Bowles and Wang 2006)."   " 미국은 중국의 반박에 대해 ‘점잖은 무시’라는 태도를 취하였다. 실제로 미국이 1980년대 중반 일본에게 플라자 합의를 강요한 것과 같은 강압적 방법을 중국에 사용하지는 않았다(McKinnon and Liu 2013; Frankel 2015; 김기수 2015).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표 7]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이 무역 흑자의 1/5 정도를 미국 자본시장에 재투자함으로써 미국이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데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무역적자를 통한 자본 유출이 채권 구매를 통해 자본 유입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 차이메리카(Chimerica)나 공동의존(codependency)―에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Ferguson and Schularick 2007; Hung 2013; Roach 2014; Galantucci 2015)."   " 2015년 중반 주식시장의 폭락은 중국 금융의 발전이 단선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이 사건의 후폭풍이 채 가시기도 전인 8월 중국인민은행이 도입한 시장친화적인 환율 제도는 통화전쟁의 불씨를 다시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전일 시장의 거래 종가를 매매기준율에 반영하는 이 제도는 위안화 국제화에 필수적인 금융자유화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 제도의 도입 이후 위안화 환율이 지속적으로 평가절하되었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또 다른 형태의 통화전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Morrison 2015b, 50)."          저자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영국 London School of Economic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분야는 국제정치경제와 기업•국가 관계이다. 저서로는 《국제정치학 방법론의 다원성》(2014), 《국제기구와 경제협력.개발》(2015), 《국제기구와 환경.농업.식량》(2015), 《국제기구와 과학.기술 협력》(2015), 《복합세계정치론》(2012, 이상 공저)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제학의 위기 - 국제정치경제학에 주는 함의〉 (2012, 국제정치논총), 〈수렴과 다양성의 이분법을 넘어〉 (국가전략, 2012) “Pulling South Korea away from China's Obit: The Strategic Implications of the Korea-US Free Trade Agreement ”(Journal of East Asian Affairs, 2007) 등이 있다.      

이왕휘 2017-08-21조회 : 12616
워킹페이퍼
[NSP 연구보고서] 중국 국방비 증가의 현황과 함의

초록   미중 군사 경쟁 문제 분석에서 중국의 군비 지출 추이는 초미의 관심사다. 주변국 및 경쟁국들의 우려와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중국은 인구와 영토, 경제력에 비해 국방비 지출이 결코 과도한 것이 아님을 역설하고 있으며 가용한 자료와 정보를 살펴보면 이러한 주장에도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자료와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도이다. 국방비의 구체적인 세부항목별 지출 및 변동 현황, 각 군별 지출비율 변화 등 실제로 중국의 군사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방비 지출 추이에 관해서는 외부에서 관찰하고 검증할 수 있는 믿을 만한 데이터가 여전히 태부족인 실정에서 총액과 대략적인 항목만으로 국방비 지출의 효과를 파악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무엇보다 공개된 국방비 자료에서 무기연구개발 비용 및 해외 첨단 무기 도입 비용 등이 누락된 것으로 추정되는 점은 우려할 만한 문제다. 위협요소(경쟁국), 정책의지(국내정치와 지도부), 부담능력(경제력)이라는 세 가지 변수를 고려하면 중국이 당장 국방비를 급격히 증액하거나 변화를 줄 가능성은 적지만 이러한 지출 내역의 불투명성과 낮은 신뢰도로 인해 오히려 안보 딜레마가 가중되고 그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더더욱 실제 무기 획득 및 군사력 강화를 위한 지출 세목 공개를 꺼리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   "중국 국방비의 절대액은 분명 증가하고 있지만 장기적 추이를 볼 때 증가율은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부터 2013년까지 24년간 연평균 국방예산 증가율은 15.1%이다. 이를 각 정부 시기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장쩌민 집권 시기(1990-2002)는 연평균 15.95%이고, 후진타오 집권 시기(2003-2012)에는 14.66%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시진핑 집권 이후(2013-2017)에는 9.52%이다. 중국 국방비 증가율은 중국 부상과정에서 오히려 감소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국방비 증가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시진핑 정부에서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의 국방비는 상당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경제력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관리되고 있다. 우선 1990년부터 2013년까지 24년간 연평균 국방예산 증가율은 15.1%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5.5%였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실질 국방예산 증가율은 9.6%였다. 이는 국방예산 증가율이 같은 기간 연평균 실질 경제성장률 9.9%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4년의 경우를 보면 당시 국방비는 12.2% 증가했지만 그 해 물가상승률이 3.5%였던 것을 감안하면 실질 국방비 증가율은 8.4%였다. 이는 당시 국민총생산(GDP) 증가율 7.5%를 다소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중국은 실제로 국방예산이 중국의 경제성장과 연동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국방비 관련 자료의 투명성이 이전에 비해 제고되고 있기는 하지만 국방비의 사용 내역에 대해서 여전히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국방 예산의 항목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항목이 빠져 있어 국방비의 투명성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중국은 1998년 국방백서 출간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중국의 국방비 지출 내역을 대략적으로 병력, 훈련, 장비 세 영역으로 분류하여 발표 했다. 중국정부는 2008년 백서까지는 국방비 영역을 별도로 구성하여 지출 내역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일본, 러시아 등 다른 국가들과의 국방비와 비교하는 내용도 포함하여 중국의 국방비가 결코 상대적으로 많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런데 2010년 이후 중국의 국방비가 이들 국가를 능가하면서부터는 이러한 비교 자료를 더 이상 내놓지 않고 있다. 국방비 사용 내역은 인건비(34%), 운영유지비(34%), 전력투자비(32%)로 구성되어 있다는 매우 개략적인 내용이 전부이다. 그마저도 2013년 이후부터는 국방백서가 특정 주제 형식으로 변화하면서 국방비 관련 영역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 정부의 방어적 해명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중국이 의도적으로 국방 예산에서 군사력 증강에 소요되는 지출을 축소하거나 감추려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군현대화에 핵심적인 요소인 과학기술 연구개발비가 국방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진핑 정부에서 ‘군민 융합발전(军民融合)’ 이 유난히 강조되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中华人民共和国国务院新闻办公室 2015). 이는 공식적으로는 첨단 국방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민간영역 기술 발전과의 접목을 적극 모색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군민 융합발전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은 중국이 국방비에서 포착되고 있지 않지만 사실상 국방관련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증대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등 외부 연구기관들은 중국 국방비에 연구개발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국방비에 연구개발비를 추산하여 발표하고 있다."   "국방비 지출내역과 관련하여 또 하나의 쟁점은 시진핑 정부 들어서 해공군력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군 예산 배분이 군별로 어떠한 변화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또한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최근의 중국 군 전투력 증강 현황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시진핑 정부 들어서 해양강국을 지향하고 있고 군 구조 개혁과정에서도 해공군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정책의지라는 측면에서는 시진핑 정부가 경제발전과 군사력 증강, 즉 이른바 ‘강국몽(强國夢)’ 실현을 위해 ‘강군몽(强軍夢)’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둘 것인가 하는 정책선택의 문제가 검토될 필요가 있다. 중국정부는 다른 강대국에 비해 여전히 국민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이는 역설적으로 정책결정자의 정책의지가 반영될 여지가 여전히 적지 않게 남겨져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향후 중국이 경제 성장률이 계속 하락할 경우에도 국방비 지출을 확대해 갈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우선 중국이 지금까지 경제성장을 위하여 국방비를 증가해 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향후 국방비 증액을 제약하는 현실적인 경제사회적 요인이 적지 않다. 경제성장률 저하, 경제구조조정의 부정적 결과, 인구 노령화, 복지지출 수요의 증가 등으로 인해 국방비 지출의 감소와 국방산업의 쇠퇴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신성호 2012, 8-10). 중국이 이미 뉴노멀(new normal; 新常態)이라는 중속 성장시대에 진입하고 있고. 특히 현재 중국의 국운이 걸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속성장기에서와 같은 두 자릿수 국방비 증가율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실제 중국은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7%대의 국방비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직면한 국내적 과제와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에 대한 해공군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미국과 무리한 군사력 경쟁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요컨대 중국은 분명 중국의 꿈 실현을 위해 ‘강한 군대 건설’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강군몽은 장기적인 맥락에서 경제발전 우선 전략하에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필요하게 확장시키지 않기 위해 상황을 관리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즉 중국은 강국화의 정책의지는 분명하지만 부상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주변 정세에 대한 판단과 전략적 접근은 중국의 공격적인 국방비 증액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저자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통일부 정책자문위원과 한중전문가 공동연구위원회 집행위원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 대외관계 및 중국 소수민족, 중국의 민족주의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시진핑체제 외교정책의 변화와 지속성,” “China’s policy and influence on the North Korea nuclear issue: denuclearization and/or stabil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중국 미래를 말하다》(편저), 《중국의 영토분쟁》(공저) 등이 있다.        

이동률 2017-07-06조회 : 10257
워킹페이퍼
[NSP 연구보고서] 미국의 국방예산 추이와 미국의 안보전략

초록   오바마 행정부의 임기가 종료되고 트럼프 정부가 등장하면서 향후 미국의 군사력 정도와 군사전략, 더 나아가 미국의 세계전략을 알기 위해서는 미국의 군사비 지출의 추세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군사비는 동아시아의 군사질서에 핵심적 요소이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했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재정적 뒷받침 여부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기간부터 “힘을 통한 평화” 전략을 주장하며 국방비 삭감에 반대하고, 병력 수와 무기 현대화 등 전력 강화를 강하게 주장하여 왔으나 전반적으로 미국의 지구적 개입전략은 유지될 전망이다. 자동예산삭감조치 등 예산안 통과 과정의 난관과 우여곡절 속에 결정된 5,850억 달러의 국방예산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활동, 이슬람국가의 증강, 에볼라에 대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점증하는 사이버 안보 위협, 중국의 부상, 그리고 우주 영역에서의 군사적 도전에 대응하는 것 또한 주요 과제로 삼아 전력누수 최소화 및 우위 유지를 위해 고심한 결과물이었다. 6,187억 달러 규모의 2017년 예산 역시 러시아와 중국, 북한, 이란, 이슬람국가를 미국의 5대 위협으로 상정하고 큰 틀에서 전년도 예산과 비슷하되 이들 위협에 대한 대응 및 기수 개발 예산을 증액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구체적으로는 해, 공군력의 기술적, 수적 우위 유지, 육군의 기동성 극대화, 우주 및 미사일 전력 강화, 지구적 정보전 및 정찰전 역량 강화, 반테러 전쟁 수행 역량 강화 등으로 세분해볼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에서는 재균형전략 기조를 유지하면서 지리적 배분, 작전 능력, 정치적 지속성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괌을 전략적 허브로 삼아,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북한의 위협, 남중국해 우발사태 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중요성도 밝히고 있다. 남중국해 관련해서는 동남아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해양 안보 이니셔티브(Maritime Security Initiative)를 향후 5년 간에 걸쳐 시행하며, 4억 2,500만 달러 규모의 예산을 할당한다고 계획하고 있다.   트럼프의 동아시아 안보전략과 대중 전략을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취임 이후 현재까지는 그 골자에는 변함이 없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지속되고 있고, 미국은 한편으로는 경제회복 전략을 수행하겠지만 아시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구적, 지역적 차원의 미국의 군사력 투사는 비단 안보의 측면에서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미국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는 측면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트럼프 정부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안보전략에서 소극성을 띨 수도 있지만 향후 경제회복 추세에 따라 다시 적극적인 대외개입에 나설 수도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전략을 논하고 있고, 이슬람국가나 북한, 그리고 중국 등 주요 위협과 경쟁 상대에 대해 적극적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의 안보전략에 중요한 변수는 미중 간의 군사력 균형이고, 미중 양국의 군사비 지출과 주요 예산 활용 방향은 미중 전략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양국의 군사비 추세와 전략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양국의 군사경쟁에서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할 전략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본문 중에서   미국의 국방비는 2015년 기준 전 세계 국방비의 36%를 차지할 만큼 여전히 압도적이다. 미국에 이어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영국, 인도, 프랑스, 일본이 따라오는데 2위부터 9위까지의 국방비를 다 합쳐도 미국보다 여전히 작은 액수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 10위의 국방비를 지출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방비의 증가율로 보면 중국이 가장 빠른 국방비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미국에서는 재정적자로 인해 지속적으로 국방비를 감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왔다. 그러나 액수로 보면 여전히 미국이 중국의 두 배 이상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군사비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미국의 국방비는 중동에서 전쟁 수행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고, 기본 예산 역시 전 세계에 걸쳐 있어 동아시아만 놓고 보면 미중 군사비 격차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   9.11 테러 이후에는 국방예산 중 기본 예산은 레이건 시대의 최대 지출 수준으로 상승하는데 반해 전력규모는 그만큼 증가하지는 않는다. 육군과 해병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 전투를 위해 2000년대 말 증가하기는 하지만 해공군이 축소되면서 전체 전력규모에 큰 변화는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전력규모는 유지된 채, 2010년도부터는 예산은 점차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소규모 군대의 효율적 군비 마련에 치중하는 기술집약적 군대를 위한 예산지출의 형태를 띠게 된다. 현재 미국 국방비 지출의 중요한 원칙은 최대한 예산 증가세를 완화시키되 소규모 전력의 효율적 전투력 확보 및 장비 개발에 치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2016년 국방예산을 편성하면서 지정학적 도전을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활동, 이슬람국가의 증강, 에볼라를 지적하고 있다. 또한 점증하는 사이버 안보 위협, 중국의 부상, 그리고 우주 영역에서의 군사적 도전도 함께 적시하고 있다. 반면 미국 국방태세의 문제점을 들고 있는데, 1) 미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유지하고 있는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 2) 과거와 같이 모든 영역에 걸친 군사대비태세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 3) 국방부 개혁에 대해 의회의 반대가 증가했다는 점, 4) 미래 자원 동원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는 점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기간부터 미국의 국방력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해왔고 미국의 군대를 다시 강한 군대로 만들겠다고 선언해온 만큼 국방비 증가 노력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함, 군대규모, 핵무기 등 다양한 부분에서 국방비 증가를 주장해왔고 오바마 대통령이 시작한 1조 달러 규모의 군 현대화 계획도 가속화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277척인 해군 함정 수도 350척으로 증강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군 전투기도 현재보다 100대 증가한 1천200대로 증가시키는 한편, 50년 이상 배치 기간이 초과한 노후기를 현대화하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병력 규모 역시 현재의 47만 5천명에서 54만 명 수준으로 증대하겠다고 밝혔고, 해병대 역시 1만 명을 늘려 36개의 대대로 확대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의 안보전략에 중요한 변수는 미중 간의 군사력 균형이고, 미중 양국의 군사비 지출과 주요 예산 활용 방향은 미중 전략을 반영할 것이다. 미국의 행정부는 국방비 감축 압박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병력 감축 경향을 상쇄하기 위해 무기와 장비 현대화, 최첨단 기술 확보를 추구했다. 이 가운데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에 맞서기 위해 다양한 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해공군 전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향후에도 이러한 경향은 지속될 것이고, 이 가운데 미중 간의 군사기술 격차는 상당 기간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 발전에 따라 중국의 군사비 증가 추세가 지속될 수 있고, 중국의 군사전략이 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지구적 안정을 유지하려고 하는 미국과의 경쟁 결과는 여전히 지켜보아야 할 바이다.         저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동아시아연구원(EAI)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이론, 국제관계사, 한미동맹 및 한반도 연구이다. 주요 저서 및 편저로는 《남북간 전쟁 위협과 평화》(2006, 공저), 《정치는 도덕적인가》(2012), 《동아시아 국제정치-역사에서 이론으로》(2011) 등이 있다.       

전재성 2017-04-10조회 : 10260
워킹페이퍼
[NSP 연구보고서] 미중 경쟁 관계와 북한

초록   북한의 대외관계는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세력 경쟁 변화에 큰 영향을 받아왔다. 제2차 대전 이후 냉전초기에는 미국과 소련의 경쟁관계에 큰 영향을 받아 왔다. 냉전이 종식되고 1990년대 초반 이후 미국의 단극(unipolar) 질서가 형성되기 시작하자, 북한 지도자들은 한반도 주변의 세력구도 변화가 북한에게 불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중국의 급격한 경제적, 군사적 부상으로 미국의 단극 질서가 미중간의 세력경쟁구도로 변화하자 동북아에서 북한의 안보환경도 새롭게 변하기 시작했다.   한반도의 현상유지(status quo)를 원하는 중국의 부상과 미중관계의 변화는 북한의 대외정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글은 미중 경쟁관계의 구도가 북한의 대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분석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북한의 대외정책은 상당히 복잡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미중 경쟁시대에 북한의 대외정책이 냉전시대 미소 경쟁구도 하에서 추구했던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2006년 10월 핵무기 실험을 감행한 이후 공세적인 정책을 펼쳐 왔는데, 이는 북한이 인식하는 한반도 주변 대외환경이 냉전종식 직후의 미국 중심 단극질서가 더 이상 아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중 경쟁구도에서 북한의 대외정책은 북한의 핵실험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이 글은 2010년대 들어 진행된 북한의 핵실험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과정을 통해 북한의 대외정책을 살펴본다.         본문 중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중관계의 변화 가능성이 언급되었지만 중국의 대북정책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중국이 북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북제재를 일부 이행하였지만 중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북원조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인 원유와 식량 원조를 중단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2013년 중순에도 중국이 대규모의 대북 식량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당시 중국은 북한문제의 연착륙(soft landing)을 바라고 있었으며, 북중관계의 안정을 중요시하고 있었다고 평가된다.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비롯되는 불안정 요인이 중국의 경제성장과 대외전략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경계하였다.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북한의 대중정책에는 중국에 연루(entrapment)되지 않고 버림(abandonment)받지 않으려는 동맹의 딜레마(alliance dilemma)가 일정부분 작동하고 있었다(Snyder 1984). 중국은 북한 때문에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시키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반면,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에 압도당하지도 버림받지도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미중 경쟁구도를 활용하여 북한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기회로 이용하려 했다. 북한 역시 미중 경쟁관계를 활용하여 대중정책과 남북관계에서 중국을 지렛대로 이용하면서도 일정한 견제장치를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   결국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 2321호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한미일의 독자제재를 반대하고 있으며, 북핵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은 북한 및 관련 각 측이 냉정하고 자제하는 자세로 긴장 국면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추가적 행동도 하지 않기를 촉구하고,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준수 및 이행하여 대화 복원 및 재개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현재 한반도 정세를 관리․통제할 것을 촉구”하였다. 중국 언론들 역시 북한의 핵실험은 비난하면서도, 북핵문제가 북한과 한미 사이의 문제라고 강조하고, 북핵문제보다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더 비난해 왔다. 이는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을 수용할 수는 없지만 평화협상 요구는 받아들인 것으로 중국의 전략이 비핵화-평화협상 틀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 체제의 성격 변화를 외부에서 강제하는 것이 단기간 내에 북한을 변화시키는 방법일 것 같지만, 실제로 외부적 강제는 외부 환경에서도 큰 반발을 가져오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특히 미중관계가 경쟁구도로 지속될 경우 이러한 정책은 실제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북한의 내부 변화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시장화에서 시작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시장화가 더욱 활성화되도록 하는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북한 비핵화에 더 효율적인 정책이 될 수도 있다. 더불어 북한의 대외 개방성을 높이기 위한 정보화 노력도 필요하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현 상황을 관리하면서 장기적으로 변화의 체제 성격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미중경쟁 구도하에서 북한의 변화를 꾀하는 전략이 될 것이다.         저자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 주립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분야는 북핵 문제를 비롯한 동북아 국제관계 및 안보문제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International Relations Theory and the North Korean Nuclear Crisis,” “Offensive Realism, Weaker States, and Windows of Opportunity: The Soviet Union and North Korea in Comparative Perspective,” “The Second Nuclear Crisis and U.S. Foreign Policy,” and “Rethinking the East Asian Balance of Power,” 그리고 “전망이론을 통해 본 북한의 핵정책”(2006) 등이 있다.        

황지환 2017-04-10조회 : 10841
워킹페이퍼
[NSP 연구보고서] 위안화 국제화와 한국의 금융외교: 삼립불가능성과 전략적 선택

초록   본고는 기존의 국제금융통화질서에 가장 큰 도전이 되고 있는 중국 위안화 국제화와 이에 대한 한국금융외교의 정책방향을 논한다. 한국에 있어 위안화 국제화 문제는 단순히 무역과 투자의 안정성 확보와 관련한 환율정책에 국한되지 않는다. 위안화 국제화와 달러 대체가능성은 한국외교의 최대 함수인 미중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본고는 금융외교전략(financial statecraft) 이론을 활용하여 위안화 국제화에 대응하는 한국금융외교의 정책선택지들을 분석하고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고는 각 국가가 처한 금융외교의 정책목표 사이의 양립불가능성을 논의한 Cohen(1993)의 연구를 기초로 삼고 강대국이 아닌 한국과 같은 신흥국/중견국의 금융외교전략을 이론화한 아미조와 카타다(Armijo and Katada 2014)의 연구를 보충하여 대위안화 한국금융외교의 정책선택지를 제시한다. 기실,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한국금융외교정책은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미 적지 않게 제시되었다. 기존의 정책제안들은 ‘위안화 국제화의 활용’에 방점을 두며 경제적 비용과 편익에 치우쳐진 경향이 있다. 금융외교의 정책목표가 경제성에만 국한되지 않고 통화정책 자율성(monetary policy autonomy) 확보, 글로벌 거버넌스 외교 등도 포함한다고 볼 때 다차원적 분석이 요청된다. 따라서 본고의 분석은 금융외교전략 이론을 적용하여 기존에 제시된 정책제안들의 타당성을 정치/경제/외교측면에서 접근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시 말해, 본고는 특정정책의 우월성을 선택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며, 타당성에 대한 평가도 특정정책에 대한 타당도가 아니라 그 정책이 선택되었을 때 수반될 수 있는 정책 간의 상충점(trade-off)을 논한다. 이를 통해 본고는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체계적이며 종합적인 정책리스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본문 중에서   한국에 있어 위안화 국제화 문제는 단순히 무역과 투자의 안정성 확보와 관련된 환율정책에 국한되지 않는다. 위안화 국제화와 달러 대체가능성은 한국외교의 최대 함수인 미중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투사되고 있는 미국의 정치, 군사, 경제적 영향력과 리더십은 국제통화시스템에서 달러의 우월적 지위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가령 국제통화시스템이 달러 일극체제가 아닌 위안화, 유로 등이 달러와 경쟁하는 복수통화체제로 이행한다면 미국은 선진 7개국 정상회담(G7),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등 정책공조의 장에서 기존의 일방주의 정책에 제동이 걸리며 정치적 리더십 약화를 경험할 수 있다. 복수통화체제는 미국의 거시경제 자율권이 행사되는 폭이 감소하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는데, 이는 미국이 복수통화체제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환율 걱정 없는 통화발권을 더 이상 고려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복수통화체제는 미국의 군사력도 약화시킬 수 있다. 복수통화체제는 미국의 차입능력 감소를 가져오게 되어 미국의 군사비 지출을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앞으로도 더욱 강력하게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여 국제통화체제의 패권을 놓고 달러체제에 도전할 것인가? 앞서 논의한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한 배경을 고려한다면, 중국의 목표는 적어도 달러와 경쟁하는 위안화가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중국과 중국의 위안화가 국제기축통화 요건을 다 맞출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중국 내부에서도 성급한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는 위안화 국제화, 혹은 기축통화화가 중국에 혜택만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향후 10-15년간 위안화와 달러의 기축통화 전쟁은 국제정치의 장에서 최대, 최고의 이슈가 될 전망이다. 본고의 서론에서 논의하였듯, 기축통화의 경쟁결과는 미중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 경제, 군사, 안보를 포함하는 국제질서가 재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대 국제정치의 역사에서 국제기축통화를 보유하지 않았던(혹은 국제통화질서를 지배하지 않았던) 패권국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중국몽’을 접지 않는 한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정책은 다양한 형태로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 어떤 정책조합을 선택할 것인가? 정책조합 선택의 가장 중요한 대외적 조건은 위안화 국제화의 전개가 삼립불가능성의 요소인 환율안정화, 통화정책 자율성, 자본자유화에 각 요소 별 혹은 전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다. 대내적 조건은 한국의 거시경제흐름, 금융산업과 국내 금융인프라의 국제경쟁력, 정부 금융통화정책의 전반적인 기조 등으로 볼 수 있다. 삼립불가능성에 따라 상기한 세 가지 정책목표 모두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정책조합이 부재하기 때문에 이들 간의 우선순위 설정이 위안화 국제화에 대응하는 한국금융외교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세 정책 간의 순차성(sequence)을 고려한 미시적인 정책연계 전략도 미래지향적으로 설계해 볼 수 있겠다.         저자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 캔자스 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고 남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구성주의, 동아시아 지역협력 및 금융지역주의, 그리고 다자주의 무역 질서이며 저서 및 편저로는 《동아시아 지역질서의 복합 변환과 한국의 전략》(2014, 공편), 《국제정치학 방법론의 다원성》(2014, 공편), 《China’s Rise and Regional Integration in East Asia: Hegemony or Community?》(2014, 공저) 등이 있다.            

이용욱 2017-03-29조회 : 9685
워킹페이퍼
[NSP 연구보고서] 미중 핵 군사 전략 경쟁

  초록     미중 간 경성권력(hard power) 경쟁은 핵 군비와 핵 전략 경쟁을 빼놓고 논하기 어렵다. 본고는 미국과 중국의 핵 무기 체계 및 전력을 대륙간탄도탄(ICBM),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전략폭격기로 대별되는 전통적인 핵3원 체제(nuclear triad)의 틀에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중 간의 핵 전략과 전력 격차 또는 편차가 어떠한 함의를 가지는지에 대해 논한다. 현재까지의 전개는 중국이 과거 소련과 같이 본격적으로 미국과 핵 군비 경쟁에 돌입하는 징후나 유인은 거의 감지되지 않으며 기존의 비선제공격 원칙 및 최소억제 원칙에 기초한 방어적 핵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어떠한 원인에서든 미중 간의 갈등과 불신이 고조되면서 안보 딜레마가 표면화할 경우, 중국이 핵 전력 보강에 집중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 핵문제, 양안 관계, 미사일방어체제(Missile Defense)의 역설적인 불안정 효과(destabilizing effect), 그리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체계 한국 배치는 동북아 지역에서 지속되어온 미중 간 핵 균형 혹은 핵 평화의 내구력을 시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본문   "조만간 중국의 국방 예산은 현재 미국 예산 6000억불의 절반에 도달하고 미국의 국방예산 축소에 따라 그 격차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미국의 군사력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중국은 여전히 본토를 중심으로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아태지역에서의 미중 군사력은 이미 균형에 수렴해 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점증하는 미중 군사경쟁 가운데에서도 가장 핵심 분야라 할 수 있는 전략무기 분야의 경쟁은 어떠한가? 특히 전략 핵 무기와 관련한 분야의 경쟁은 어떠한가를 살펴보는 것은 미중 군사 전략 경쟁의 중요한 단면을 보여준다."   "양적인 면에서 미국의 지상핵전력 감축은 핵무기의 현대화 노력과 병행되어 진행되고 있다. 적은 수의 핵무기를 보유하여 보다 안정적 핵 균형과 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를 추구하면서도 그 성능을 개선하여 핵공격 및 억제 능력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1964년 10월 핵실험에 성공한 이래 “최소 억제”(Minimum deterrence) 개념에 근거한 핵 정책을 고수해 왔다. 중국은 핵무기 보유 국가 중 1964년에 첫째로 “선제불사용”(no first use: NFU) 정책을 채택하여 핵무기를 오직 중국에 가해지는 핵공격에 대항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할 것이라 천명하고 있다. 즉 중국은 다른 핵무기 보유 국가에 핵으로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점과 핵무기로 공격 또는 이를 이용하여 협박하는 행위를 비핵보유국, 비핵지대에 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은 다른 핵국가에 비해 상당히 다른 접근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핵무기의 효용에 대해 매우 제한된 입장을 가진다. 그 결과 중국은 냉전기간 동안 미소가 각자 만개가 넘는 핵탄두를 개발하며 핵 경쟁을 벌이는 동안 지금까지 250개 미만의 핵탄두를 보유하는데 그치고 있다."   "중국의 핵무기 정책은 적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고 그에 대응하여 반대로 적에게 충분한 손상을 줄 수 있는 핵 반격역량에 대한 추구를 가장 우선시한다. 이러한 중국의 핵무기에 대한 최소접근은 핵무기의 절대적인 수뿐 아니라 무기체계에서도 나타난다. 미국과 소련이 냉전기간 지상과 바다, 하늘에서 핵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핵 3원 체제”의 모든 분야에서 양적, 질적 핵 경쟁을 벌였다면, 중국의 핵전력은 최소규모의 지상발사 대륙간탄도탄에 주로 의지해왔다."   "중국은 최근까지 지상발사 중장거리 핵미사일을 핵억제의 주요수단으로 삼아왔다. 미국의 러시아의 핵 3원 체제에 비해 지상발사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1원 체제를 채택해온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중국은 추가로 잠수함발사탄도탄 개발에 새로운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중국 해군이 현재 보유한 잠수함 전력은 50대 이상의 디젤전지 추진의 공격용 잠수함, 5대의 핵추진 공격형 잠수함과 함께 4대의 전략핵 잠수함으로 아시아 최대의 전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아직은 중국의 전략핵잠수함 전력이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으로 등장할 지는 미지수이다. 중국은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핵억제 전력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으며, 중국 해군에게는 인력이나 지휘통제 체제 등 전력 운용 면에서 이와 관련한 경험도 없다. 실제로 중국이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배치한다 한들 유사시 전개할 곳 역시 마땅치 않다."   "21세기 미국의 핵전략은 불량국가로의 핵확산과 테러리스트에 핵무기 및 물질이 이전되는 것을 저지하는 것에 가장 큰 우선순위를 부여한다(Arbatov 2010).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미국과 세계가 핵무기 근절 목표를 위해 나아갈 것을 제시하였다. 동시에 미 국방부는 여전히 러시아, 중국과의 안정적인 핵균형에 힘쓰면서 다른 동맹과 파트너에 대한 핵우산 제공과 더불어 잠재적인 지역적 위협에 대한 억제 능력 강화에 주안점을 두어왔다. 그러나 동시에 대규모 핵전쟁의 가능성이 희박해진 현실에서 핵무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감축코자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구소련과의 전면적인 핵전쟁 위협이 사라진 냉전 이후 지속적으로 핵무기 감축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잠재적 핵경쟁자나 북한이나 이란과 같이 핵개발을 추구하거나 비확산협약을 준수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전의 적극적인 핵억제 정책을 추구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냉전시기 미국은 유럽에서 구소련의 막강한 재래식 전력에 대항하기 위해 필요시, 적의 핵공격이 없더라도 핵사용을 불사하는 선제핵공격에 바탕을 둔 핵억제 전략을 채택하였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와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를 포함한 지속적인 핵 감축 노력을 통해 전략적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여전히 러시아가 가장 강력한 핵무기국가로 자신들의 핵전력을 지속적으로 유지, 개선, 현대화하는 점을 주시하고 미국도 낙후된 미국의 핵전력 보강에 새로운 투자를 할 것을 밝힌다. 주목할 것은 미국이 최근 들어 급속히 전력이 보강되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 노력을 언급하면서 특히 핵전력의 양적, 질적 보강 노력과 더불어 장차 중국의 전략적 의도에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미국 핵정책의 과제로 러시아와 더불어 중국과의 핵무기 전략적 안정 유지에 노력할 것이 제시되는 이유이다."   "중국의 핵전략은 여전히 냉전시기부터 이어진 비선제공격 원칙에 입각한 최소억제 능력의 유지 및 2차 보복 능력의 확보로 축약된다. 중국은 1964년 핵무기를 개발한 이래 외부의 핵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이른바 ‘선제불사용’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같은 2015년 발표된 국방백서에 따르면 중국은 어떤 핵국가에 대해서도 1차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선제공격”(no first use: NFU) 노선에 입각한 방어적 핵전략을 견지해 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여전히 중국의 핵무기 능력과 정책방향(독트린)의 불투명성에 대해 의구심을 보인다. 한 가지 사실은 중국이 점차 핵무기의 다양화와 근대화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비선제공격 원칙을 확인한 2015년 국방백서에서 중국에 대한 핵공격이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핵무기체계를 최적화하고, 조기경보체계를 개선하며, 지휘통제, 미사일 침투, 신속대응, 생존력과 핵능력 보호 등의 핵전력 보강과 현대화를 지속할 것임을 밝혔다."   "미중 간 양적인 핵전력의 차이는 무기체계의 질적 비교를 통해 더욱 벌어진다. 우선 중국은 미국에 비해 핵 3원 체제를 갖고 있지 않다. 이는 핵억제에 가장 중요한 2차 보복능력을 위한 핵전력의 생존성이 현저히 떨어짐을 의미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막강한 전략핵잠수함 전력을 운용하여 적의 본토에 대한 선제공격에도 충분한 2차보복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중국이 최근까지도 극히 적은 수의 지상발사미사일에만 핵전력을 의지하고 있었다."   "수천 개의 핵무기가 서로를 겨눈 채 전면 핵전쟁을 준비하던 핵전략 경쟁이 20세기 미소간 냉전의 핵심이었다면, 21세기 미중 간의 신냉전은 적어도 핵무기 분야에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증하는 미중 간의 견제와 긴장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될 경우 핵무기 체계와 핵전략에서 미중 간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면적인 핵전쟁 필요성이나 그 가능성을 상정하지 않지만, 미국의 압도적인 핵군사력이 중국의 아태지역에서의 군사안보이익 추구에 주요한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다. 만일의 대만사태나 남중국해 등에서의 상황 발생 시 중국이 재래식 군사력을 투사하는 과정에 미국이 압도적인 핵위협으로 이를 저지하려는 압력을 행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핵전력 현대화 및 증가 노력은 이러한 중국의 우려를 반영한다."   "핵군축과 핵 없는 세계를 추구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가 중국의 핵전력 강화의 주요 요인이 되는 현실은 왈츠가 역설한 미사일방어의 부작용이 작동하는 사례이다. 북한의 핵개발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깰 뿐 아니라 미중의 핵경쟁을 촉발한다면 이는 남북한은 물론 미중과 동아시아 모두에게 참으로 안타까운 비극이다."         저자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터프츠 대학교 플레쳐 스쿨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분야는 군사안보, 미국 외교 정책, 동아시아 및 한반도 정세이며, 저서 및 논문으로는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정착》(2008, 공저), “Dilemma of South Korea’s Trust Diplomacy and Unification Policy”(2014, International Journal of Korea Unification Studies) 등이 있다.          

신성호 2017-02-16조회 : 10993
워킹페이퍼
[NSP 연구보고서] 미국과 중국의 대 아시아 경제 전략: 투자 원조 연계를 중심으로

초록   미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는 주로 지역아키텍처의 재설계를 둘러싼 경쟁의 측면이 부각되고 있으나, 그 근저에는 양자, 소다자, 다자 차원의 경제 관계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은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 관계를 강화해왔다. 미국의 관점에서 볼 때, 지역아키텍처 재설계의 핵심은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선제적으로 차단하여 자국에 유리한 지역 질서를 구축하려는 것이며, 이를 위해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 관계를 다각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경제 관계의 조정은 향후 미국과 중국의 협력과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세계 질서의 변화와 지역아키텍처의 재설계의 성격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그 저변에서 작용하는 미중 양국의 상호 경제 관계뿐 아니라, 미중 양국이 아시아 또는 지구적 차원에서 다른 국가들과의 경제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는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무역과 그를 기반으로 한 무역아키텍처의 형성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면, 향후 경쟁의 무대는 투자와 원조,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지역 질서의 설계로 더욱 확대되어 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일대일로정책과 그 제도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을 추진하고, 미국이 일본 등 주요 우방국들에 대해 참여를 사실상 거부하도록 하는 등 동아시아 지역의 지역 아키텍처를 둘러싼 경쟁은 이미 그 영역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정책 및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 추진과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 관계를 기반으로 한 지역아키텍처 건설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이 글에서는 그 중에서도 투자와 원조의 연계라는 관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략을 검토한다. 이를 위해, 미국과 중국의 대외원조와 투자 규모의 변화 추이를 바탕으로 미중 양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형성하고 있는 경제 관계를 검토하고 이어 중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와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을 투자와 연계의 고리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며 끝으로 미국과 일본이 일대일로와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인식에 근거하여 정책 공조를 실행하는 양상을 검토한다.          본문   이 글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지역 아키텍처를 재설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 관계의 변화를 검토하였다. 지역 아키텍처 재설계와 역내 국가 간 경제 관계의 변화는 서로 쌍방향적 영향을 미치며 동아시아 지역 질서의 변화 성격을 가늠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글은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주요국들이 투자와 원조를 연계하면서 경제 관계를 조정하는 현상을 검토하였다.   이 연구로부터 몇 가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동아시아 국가 간 경제 관계가 과거보다 포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직적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동아시아 주요국들은 무역과 생산을 중심으로 경제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지역 경제 질서를 수립하려는 경쟁을 시도하였다.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 등과 관련한 논의와 협상이 지속적으로 진행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중국이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을 창설하고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역과 생산뿐 아니라, 투자, 금융, 원조 등으로 동아시아 국가들 간 경제적 상호 작용의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또한 개별 영역이 독자적 중요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영역 간 연계가 점차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무역과 생산, 생산과 투자, 투자와 원조 사이의 연계가 확대ㆍ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일대일로와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투자와 원조를 긴밀하게 연계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일본 역시 국내적으로 원조 절차를 개선하는 한편 새로운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원조ㆍ투자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둘째, 미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주요국들이 지역 아키텍처의 재설계라는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경제적 수단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전략적 목표와 경제적 수단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지경학적 사고가 요청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거시적 차원에서 경제ㆍ안보 연계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과도한 안보화와 과소 안보화 모두 이러한 전략적 접근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ㆍ안보 연계의 효과적 방법과 적절한 수준을 수립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지역 아키텍처를 재설계하는 새로운 게임에 돌입하고 있다. 이 게임은 하드파워 경쟁과 소프트파워 경쟁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과거 강대국 간 경쟁과 그 성격을 달리 한다. 지역 아키텍처를 재설계하는 게임의 최상층에서 경쟁과 제한적 협력을 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소프트파워 경쟁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은 역내 국가들로부터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Goh 2013). 이는 한국과 같은 중견국이 지역 아키텍처를 재설계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이 열려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공간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한국에 유리한 지역 아키텍처를 형성할 수 있는지는 한국 외교의 과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계속)           저자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일본정치,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 정치경제, 동아시아 지역주의 등이며, 저서 및 편저로는 Trade Policy in the Asia-Pacific(2010, 공저), Northeast Asia: Ripe for Integration? (2008, 공저) 등이 있다    

이승주 2017-01-23조회 : 10835
워킹페이퍼
[NSP 연구보고서] 미중 패권 경쟁과 과학기술혁신

초록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과학기술과 혁신(innovation)의 측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은 군사력과 경제력의 동력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위상을 과학기술과 혁신의 고찰하는 것이 곧 양국 군사력과 경제력의 미래 및 패권의 향배를 가늠하는데 기여한다. 본 연구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간의 기술혁신 경쟁이 21세기 세계정치 패권의 향배에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세계정치 리더십 장주기 이론과 혁신연구를 결합하여 양국 혁신체제의 특징과 성과를 비교하였다. 아울러 장주기이론에서 논의하는 여섯 번째 K-파동의 선도 부문을 주도하기 위한 중국의 노력과 이에 대한 평가들을 살펴보면서 중국 혁신 역량의 발전 잠재력과 한계를 확인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현재 단계에서 양국의 혁신역량을 평가해 보면 지표상으로는 중국이 연구개발 인력 배출 및 연구개발투자 금액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되나 논문이나 특허 등의 연구개발성과에서는 아직 미국과의 격차를 많이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다만 중국에서 많은 혁신기업들의 부상과 일부 지역에 혁신생태계가 형성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이다. 현재 세계혁신의 중심지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중국이 혁신을 주도하는 새로운 구심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기술혁신에 대한 명시적인 관심을 배경으로 중국 혁신 역량을 지속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중국의 노력은 혁신의 선두 국가인 미국에 중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즉, 급속한 역량 강화에도 여전히 미국에 뒤쳐지고 있다는 자신감과 열등감이 뒤섞인 중국의 입장이 여전히 최고의 혁신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미국의 불안한 우월감과 교차하는 상황 속에서 양국의 기술혁신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본문   I. 문제의 제기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21세기 세계정치의 가장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이다. 미국은 경제성장의 둔화 및 수출 감소와 다양한 대내외 도전에도 불구하고 21세기에도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의 경제성장은 지속될 수 있으며,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는 패권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까? 세계정치 패권은 군사력 경제력은 물론 규범이나 가치 등의 소프트파워, 해당 국가의 의지와 비전 등 다양한 요소에 토대하여 구성되고 행사된다. 미중 경쟁을 축으로 형성되는 21세기 세계정치를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양상을 관찰하고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특히 과학기술과 혁신(innovation)의 측면에서 중국의 패권 도전 양상을 분석한다. 과학기술은 유사 이래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군사력과 무기체계 발전의 핵심적인 동력이었다. 아울러 서구 근대 과학혁명과 이에 토대한 산업혁명이 진행된 이후 과학기술은 국민경제 성장을 추동해 온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과학기술에 내재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세계관은 민주주의 진보 등 근대적 가치를 태동하고 실현하는데 중요한 토대였다. 즉 과학기술은 군사력과 경제력의 동력임과 동시에 합리성과 보편성을 대표하는 가치로 인식되어 왔다. 과학기술과 혁신의 관점에서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위상을 고찰하는 것은 양국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혁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으며 그 성과는 어떠한지 알 수 있게 하고 양국 군사력과 경제력의 미래 및 패권의 향배를 가늠하는데 기여한다.   미국과 중국은 21세기 자국의 위상을 강화하는데 기술혁신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혁신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각각 일정 부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어 왔다. 본 연구에서는 양국의 기술혁신 노력과 성과를 알아보고 이것이 21세기 세계 패권 경쟁에 시사하는 바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과학기술 및 혁신과 세계정치 패권에 관한 기존 연구들을 검토하면서 과학기술혁신과 세계정치 패권과의 관계를 고찰한다. 이어서 과학기술혁신 부문에서 진행되어 온 중국의 도전과 현재 양국 과학기술 혁신 현황을 과학기술 투입, 산출, 정책 등에 관한 기존 연구들을 토대로 다양하게 비교하며 살펴본다. 아울러 세계경제 성장을 이끄는 선도 부문(leading sector)에서 중국의 도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고찰하면서 과학기술혁신 부문에서 중국 도전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한다.    II. 기술혁신, 패권, 세계정치질서변화   1. 중국 대외전략 논쟁: 화평발전론 vs. 대미 전략적 경쟁론   세계정치 패권과 과학기술 혁신에 대한 연구는 각각 분리되어 진행되어 왔다. 본 연구에서는 국제정치학 패권연구와 혁신 연구(Innovation Studies) 성과들을 결합하여 세계정치패권과 혁신 관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 패권경쟁을 과학기술 혁신 측면에서 고찰하고자 한다. 국제정치학에서 세계정치 패권에 대한 연구는 국제정치경제질서의 안정성과 패권국의 역할을 중심으로 고찰한 패권안정이론(Hegemonic Stability Theory)이나 강대국의 패권경쟁을 설명하는 세력전이 이론(Power Transition Theory) 등에서 논의되어 왔다. 패권안정이론은 국제정치경제질서에서 개방과 안정을 위해 패권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Gilpin 1983; Kindleberger 1973; Webb and Krasner 1989). 세력전이이론에 따르면 패권국은 압도적인 능력(capability)과 의도(intention)로 위계적으로 형성된 국제질서를 이끄는 중심국가이다(Kugler 2011; Organski 1958). 강대국 중 하나가 산업화를 통하여 국력이 신장되어 패권국에 대한 도전세력으로 등장하게 되면서 체제내의 위기가 시작되며, 도전국가의 국력이 패권국을 따라잡는 세력전이 현상이 일어날 때 국가간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하였다. 패권을 압도적 힘의 우위에 토대한 지배 혹은 리더십으로 인식한 이 이론들은 패권국의 역할, 패권국 교체와 전쟁을 중심으로 국제정치경제질서에서 패권국의 존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들은 특정 국가가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조건으로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간단히 언급했을 뿐 패권국으로 부상하거나 쇠퇴하는 요인과 상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세계정치 리더십 장주기(Leadership Long Cycle) 이론은 세계정치경제질서의 패권국 교체를 기술혁신 중심으로 설명하였다(Modelski and Thompson 1996). 이들은 패권이라는 개념보다는 리더십(leadership)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1500년 이후 세계질서에서 리더십은 약 100년 장주기로 교체되었으며 이는 약 50년 주기로 진행된 기술혁신 콘드라티에프 주기(이하 K-파동)와 공진화(coevolution)해 왔다고 주장하였다. 콘드라티에프는 물가, 임금, 저축률 등의 지표를 토대로 세계경제에 불황과 호황의 주기가 40-50년 주기로 반복되어 왔다고 주장하였고(Kondratieff 1935), 슘페터는 이 주기가 기술혁신과 관련 있음을 제시하였다(Schumpeter 1939). 슘페터에 의해 발전된 K-파동이 근대자본주의 경제의 역동성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과는 달리, 모델스키 등 은 중국 송나라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서기 900년 이후 현재까지 19번의 K-파동이 존재하였으며 두 개의 K-파동당 하나의 패권국의 등장과 쇠퇴가 일치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K-파동이 GDP, 가격, 불황 등 일반적인 경기지표가 아닌 선도 부문(leading sector)의 부상과 성장으로 구성되며 해당 부문에서 혁신이 군집적으로 진행되면서 세계경제의 순환을 이끈다고 보았다. 선도 부문의 기술혁신은 특정 지역 및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선도 부문을 이끄는 국가는 세계정치경제질서와 규범체계 재편을 주도하면서 패권국으로 부상한다. 미국은 19세기 후반 이후 전기, 철강, 전자, 석유, 자동차 부문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자국 주도의 세계정치구조와 규범체계를 구성하면서 세계 패권국으로 등장하였고 1970년대 이후 진행된 정보통신 기술혁신을 주도하면서 패권국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보았다. 현재의 세계경제는 19번째의 주기의 하강국면이 진행되면서 20번째 주기가 태동하는 시점으로 보았다.           저자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해외투자의 정치경제, 과학기술과 국제정치, 인터넷과 국제정치, 과학기술외교이며 저서 및 편저로는 《네트워크와 국가전략》(2015, 공저), 《네트워크로 보는 세계 속의 북한》(2015, 공저), 《중견국의 공공외교》(2013, 편저) 등이 있다.      

배영자 2017-01-16조회 : 1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