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는 국가이익뿐 아니라 국민의 삶과도 직결되는 외교안보 분야의 어젠다 설정과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2004년 6월에 18명의 외교안보 전문가로 국가안보패널(National Security Panel: NSP)을 구성하였다. 이후 국가안보패널은 《21세기 한국외교 대전략: 그물망국가 건설》(2006), 《동아시아 공동체: 신화와 현실》(2008), 《21세기 신동맹: 냉전에서 복합으로》(2010), 《위기와 복합: 경제위기 이후 세계질서》(2011), 《2020 한국외교 10대 과제:n복합과 공진》(2013), 《1972 한반도와 주변 4강 2014》(2015), 《미중의 아태질서 건축경쟁》(2017) 등 일곱 권의 책을 출판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논평이슈브리핑
[EAI 논평 제1호] 한미정상회담의 평가와 과제 : 북한 제재전략에서 “공진화”(coevolution) 전략으로

냉전 초기에 만들어져 올해로 56세를 맞이하는 한미동맹은 지난 20년 동안 급변하는 탈냉전기의 변화를 겪어왔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그 동안 냉전을 넘어선 전략적 공동 비전을 명시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다. 노무현 행정부는 한미동맹의 변환을 겪으면서 기지이전, 전시작전권 환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 많은 이슈를 다루어 왔지만, 한미 간 전략적 비전을 공유하기보다는 상향식 문제 해결에 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행정부는 작년 부시 행정부와 함께 그간 소원했던 한미관계를 복원하고 향후 발전을 위한 많은 이슈들을 다루었지만, 본격적인 동맹 비전은 이명박-오마바 파트너십에 미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로 나온 동맹비전은 안보문제를 넘어 양국 공통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공동비전은 군사 이슈를 넘어 가치와 체제, 경제와 환경, 인권 등의 포괄적 분야에서 양국 협력의 향후 방향을 보여주었다. 동맹의 지리적 범위 또한 한반도와 아태지역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 확장되었다.   한미동맹의 미래는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외교전략은 더 이상 한반도에 갇혀 있을 수 없다. 동아시아와 지구 전체를 상대로 새로운 외교전략을 마련해야 할 만큼 국력이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이명박 행정부는 ‘글로벌 코리아’ (Global Korea)라는 국가전략의 구호를 내세웠지만 갈 길이 멀다. 보다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채워나가고, 국내의 강력한 컨센서스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의 미래비전은 한국의 전략적 도약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 역사 사상 유례 없는 경제위기와, 개전 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아프간 사태, 약화된 리더십을 복원해야 하는 등 과도기적 문제들 속에서 한국과 같은 동맹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장고 끝에 마련된 공동비전이 구체적 정책으로 현실화되는 앞으로의 과정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의 장기적 공동비전을 만들어 내고, 이에 입각하여 북핵 문제, 동맹의 지구적 역할 규정, FTA 등 비군사 이슈를 포함한 주요 문제들을 다루는 포괄적 논의의 장이었다. 그러나 북핵 국면의 심각성 때문에 정상회담의 상당부분은 북핵 문제에 집중되었다. 북핵 문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인식과 전략목적, 정책방향 등에서 상당한 일치점을 보여주었다. 우선 양 정상은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라는 전략적 목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핵 국가의 지위를 갖겠다는 북한의 선언에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 단호한 거부의 입장을 드러냈다. 북핵 폐기를 추진하는 구체적 정책에 대해서도 양 정상은 일치된 견해를 표명하였다.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한은 “도발하고 보상받는 패턴”을 반복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고질적 패턴을 끊고 일관되고 효과적인 경제제재를 통하여 북한의 근본적인 행동변화를 촉구하기로 한 것이다.   북핵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한미 양국이 목적과 추진방법에서 이번처럼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새롭다. 북한의 행동이 유례없이 도발적이기도 하지만, 양국의 국가이익이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UN 제재결정 과정을 통하여 중국 등 주요국들이 동참하여 한미의 협력이 더 원활해진 것도 하나의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간 프라하, 카이로 등 여러 연설을 통하여 ‘핵 없는 세계’를 추구하면서 ‘폭력적 극단주의’를 징벌하겠다는 단호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를 통해 강건한 외교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미국 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정치적 행보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식 속에 북한은 이란, 이라크, 쿠바 등과는 달리, 적극적 외교의 대상국에서 벗어나 이제는 핵 없는 세계를 폭력적 극단주의로 위협하는 세력에 근접해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목적으로 내걸고 제재 국면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안보리 1874호 제재안의 효과적인 실행을 추구하는 동시에 북한 없는 5자회담의 구상을 내보였다.   문제는 제재 이후의 국면에서 부딪히게 될 북핵을 넘어선 북한 문제 전반이다. 대북 제재가 성공할 경우, 혹은 기대만큼 성과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북핵 해결의 새로운 출발점은 어디인가? 제재를 견디지 못한 북한이 회담장으로 돌아올 경우, 북핵 문제는 물론 북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한미 간의 새로운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는가? 더욱이 강성대국 건설과 후계구도를 놓고 선군 논리를 강화하는 북한이 이미 두 번째 맞이하는 경제제재에 물러서지 않을 경우, 한미 양국은 어떠한 대안을 가질 수 있는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다루는 원칙에 관해 양국 정상이 원칙적 의견 일치를 보인 것은 평가될 만하나, 앞으로의 문제를 보다 유연하고, 신중하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지금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경우 맞이하게 될 ‘다른 길’(another path)을 강조하였다. 북한이 주목할 만큼 선명한 모습의 길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북한의 체제와 정권의 미래에 대한 한미 양국의 명확하고, 신뢰할 만한 논의를 확신하지 못한다면, 북한은 ‘다른 길’보다는 현재의 선군의 길에 명운을 걸 것이다. 중국 등 주변국 역시, 제재공조를 넘어선 비전이 마련되지 않으면 한국이 초청하는 5자회담에 참가하기를 주저할 것이다. 5자회담은 난관을 겪고 있는 6자회담보다 몇 배 어려운 회담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소외’를 걱정할 중국이 5자회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만들려면 6자회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5자회담에서 비핵화 북한이 21세기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으로 부상하도록 돕는 방안을 새롭게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5자회담이 의미있게 추진되려면 한국은 이제부터 국민적 합의와 국가적 지혜에 기반해서 ‘다른 길’에서 펼쳐질 수 있는 새로운 ‘패턴’을 구상하고 동시에 국제적 합의를 위해 주변국의 협조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이 작업은 백년에 유례 없는 글로벌 금융위기, 끝이 보이지 않는 테러와의 전쟁에 발목이 잡혀 한반도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룰 수 없는 오바마 행정부보다 이명박 정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제재와 함께 ‘출구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해야 할 시점에 당면해 있는 것이다. 새로운 북한 선진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스스로 비핵화와 번영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변화와 더불어 21세기적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가는 주변국의 변화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기존의 햇볕정책과 제재정책을 넘어서는, 제3의 전략, 북한과 주변의 “공진화”(coevolution) 전략이다.   북핵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논란이 예상되었던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는 본격적으로 표면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21세기 한미동맹은 북핵을 넘어서 세계적 차원의 많은 문제를 만나게 될 것이다. 한미동맹의 미래를 놓고 미국이 무엇보다 원하는 바도 한국의 세계적 역할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의 군사적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지는 않았다. 그러나 공동비전에서 언급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지구적 차원의 안보문제를 둘러싸고 향후 양국 정부는 남북한 안보관계, 한국/미국 내 국민여론과 정치상황, 중국 등 주변국가의 이해관계를 저울질하면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번 아프간 사태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은 장기적 협력을 염두에 두고 서로의 입장을 양해하는 가운데 비교적 신중한 접근방법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앞으로 무수히 생겨날 많은 지구적 이슈들이다.   한국은 미국의 주니어 파트너로 지구안보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인질사태나 해적사태를 생각해 보면 한국의 지구적 지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우리의 지구 전략과 병행되는 한미동맹의 전략을 구체화해 놓아야 한다. 사실 한국군은 이미 글로벌 포스로서 세계평화와 지역안정을 지키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역할은 북한 핵 위기가 악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서는 민간 차원의 기여에 중점을 두는 것이 한미동맹의 역할분담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 양국이 합의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된다.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선 국제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무엇보다도 평화건설을 위해 중요성이 늘어나고 있는 지역재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역할분담이 한미동맹과 미국의 국익, 그리고 국제평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 오바마 정부와 확실한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   한미 간에, 그리고 양국 내에 한미관계의 미래를 놓고 벌어지는 많은 논쟁은 불가피하고 또 바람직하기도 하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둘러싼 한미 양국의 견해차를 인정하면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FTA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적절한 추진방법을 찾고자 하는 견해를 표명하였다. 한미 FTA 자체를 비판하면서 재협상을 논의했던 과거보다 진일보한 입장이다. 쉽지 않을 비준을 앞두고 FTA 불씨를 지켜나가는 데 합의한 것은 실업대란에 처한 미국, 대선 때 한미 FTA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오바마의 선거전략 등을 감안할 때 평가할 만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역시 미국과의 FTA를 눈앞의 경제적, 전략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수단이란 인식을 넘어 지구 경제위기 속에서 보호주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부상하는 동아시아 경제네트워크와 세계 최대 경제국을 연결함으로써 세계경제에 활력을 제공하는 지구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대승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향후 한미관계를 둘러싼 국내의 논쟁 또한 상호 차이를 인정하면서 합리적 타협점을 찾는 성숙한 민주주의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이다. 북핵 문제, 한미동맹, FTA 등의 문제에 대해 진보 대 보수의 이념적 대립을 극복하고 진정한 국가이익을 둘러싼 합리적이고 지속적인 논쟁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정부 역시 이러한 논쟁에 귀를 기울이고 보다 장기적인 정책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향후 사태 전개의 핵심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정책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를 구축하고 상생의 여야관계를 만드는 데 성공하느냐에 있다. 외치는 내치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과제부터 우선 풀어야 한다.         위원장 하영선 (서울대학교)   위원 김성호 (연세대학교) 손    열 (연세대학교) 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학교) 전재성 (서울대학교)   [EAI 논평]은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깊이 있는 분석과 적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AI 논평]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 안보넷 2020-06-04조회 : 22278
논평이슈브리핑
[이슈브리핑] Six Things You Should Know About Kim Jong Un’s 2018 New Year Address

Editor’s Note Kim Jong Un’s 2018 New Year address has been dissected and analyzed numerous times by North Korean experts. In this paper, Jong Hee Park of Seoul National University uses various tools of text analysis to decipher hidden patterns in the 2018 address and then interprets these patterns by comparing this year’s address with previous New Year addresses. In explaining why the vocabulary chosen in the 2017-18 New Year address is very different from the previous ones, Park looks at the facts that Kim Jong Un sees the year 2017 as a turning point from many perspectives.      Introduction   Every New Year’s Day since 1946, North Korean  leaders have issued a New Year address. The address typically contains various messages regarding the internal and external issues facing North Korea, and is usually full of congratulatory remarks for the North Korean people and socialist propaganda against external threats. However, North Korean leaders face different challenges every year and cannot recite the same messages over and over. North Korea has maintained a unique one-man-rule dictatorship in which the Kim dynasty, also known as the Mount Baekdu bloodline, controls the Party, the army and the North Korean people. In the process of legitimizing the ruling by the Kim dynasty after the first generation of Kim Il Sung, North Korea has developed a cult of the supreme leader whose authority and influence far exceeds what modern revolutionary dictators such as Joseph Stalin, Mao Zedong, or Fidel Castro envisioned. What makes North Korea unique among existing authoritarian regimes is this cult of the supreme leader.  The North Korea’s New Year address is a statement made directly by the supreme leader. The address contains clear policy goals and slogans that symbolize what North Korean people should achieve during the upcoming year. North Korean people are expected to memorize and recite the supreme leader’s address every year. This makes it one of the most important political texts that show the direction in which North Korea intends to take and this is why North Korean experts make an annual practice of dissecting and re-assembling the wordings in each New Year address. In this report, I will take a mixed approach to the interpretation of the 2018 address. First, I will use various tools of text analysis to decipher hidden patterns in the 2018 address. Next, I will interpret these patterns by comparing this year’s address with previous New Year addresses.  In this report, I would like to highlight six distinct features of the 2018 address that policy makers and experts should pay attention to. I delimit my discussion into these points in order not to reiterate what others have already said such as the length of the address, the peaceful stance toward South Korea, and the proclamation of the completion of the nuclear project although I may revisit some of these issues from a different angle.   1. How Unique is the 2018 Address?           There are many ways to compare the 2018 address with previous New Year addresses. In this report, we employ a simple, intuitive method of comparing unigram words that appear in this year’s address to those from all past New Year addresses beginning in 1946. Then, we use a clustering method to classify each address based on the vocabulary used.  Figure 1 visualizes the clustering of New Year addresses from 1946 to 2018. The second cluster from the left shows the post-1994 cluster covering the Kim Jong Il and Kim Jong Un periods. We can find that the 2017 and 2018 addresses consist of a distinct sub-cluster within the post-1994 cluster. In other words, the vocabulary chosen in the 2017-8 New Year addresses is very different from Kim Jung Un’s pre-2017 addresses (2013-2016) and those by Kim Jung Il. Then, what makes this shift in the vocabulary structure? What constitutes the distinct vocabulary structure of the 2017-8 New Year addresses? We will discuss them in details shortly.   2. A Critical Turn in Military Power In New Year addresses, North Korean leaders usually praise the achievements they made in the previous year using various excessive adjectives. Thus, the summary statement of the previous year is not something analysts usually pay much attention to. However, when North Korean leaders think that the previous year was particularly important, they do not hesitate to enhance their use of superlatives to emphasize their victories. In that regard, the 2017-8 New Year addresses stand out with regard to their emphasis on the previous year’s achievements.  To get a sense of what the summary sentence usually looks like, we tabulate summary sentences from the six most recent New Year addresses made between 2013 and 2018 in Table 1. Kim Jong Un has issued the regime’s New Year address since 2013. New Year addresses may be put forth by the supreme leader in different forms, including an editorial in the Rodong Sinmum, a co-editorial by three major newspapers (로동신문 Rodong Sinmun, 조선인민군 Joson Inmingun, 청년전위 Cheongnyeonjeonwi), a congratulatory statement, or a speech. All six addresses given between 2013 and 2018 took the form of speech delivered directly by Kim Jong Un. We summarize the key phrases of the summary sentences for the previous years in bold in Table 1. In order to understand the key phrase of the 2018 address, we need to take one step back and look at the 2017 address. The 2017 address defined 2016 as “a year of revolutionary event, a year of great change.” What constitutes this dramatic shift is North Korea’s transformation into a “nuclear strong state” and a “military strong state.” Specifically, Kim Jong Un mentioned the first hydrogen-to-nuclear test and nuclear warhead explosion tests. Most importantly, Kim claimed that the intercontinental ballistic rocket test launch project had reached the “closing stage.” This year’s address declared that the dramatic shift in the military defense sys-tem had been “completed.” Kim proclaimed that the completion of this shift “set the immortal milestone” in their history toward becoming a socialist strong state. In that sense, the year 2017 was “a year of heroic struggle and great victory, a year when we set up an indestructible milestone” for North Korea. Kim told his people that the long journey of building a socialist strong state had finally passed an “indestructible milestone” by proving the success of his intercontinental ballistic rocket launch test as he promised one year ago. What this all means is that Kim thinks that in 2017, North Korea passed an important turning point in its journey to becoming a strong socialist nuclear power. 3. Nuclear, Nuclear, Nuclear The second distinct feature of the 2018 address is the frequency of nuclear-related words. Figure 2 shows the frequency of nuclear-related words in recent addresses made by post-Kim Il Sung regimes. The 2018 address stands out for the frequency with which nuclear-related words appear. The high frequency of nuclear-related words in the 2018 address reflects North Korea’s confidence gained following several successful nuclear weapon and ballistic missile sys-tems tests, which culminated in the test of the Hwasong-15 intercontinental-range ballistic missile (ICBM) on November 29, 2017. Table 2 shows nuclear-related words that appeared in the 2017 and 2018 addresses. A notable difference, besides the increased frequency, is the variety of nuclear-related words, which include such phrases as “nuclear bombardment range” and “nuclear counterattack operation posture.” The diversity of nuclear-related words employed clearly demonstrates the maturity of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development project, as well as the regime’s scope of intention on when and how to use these weapons. Of particular note is the fact that, for the first time, Kim detailed a kind of nuclear doctrine at the end of the 2018 address as follows: As a responsible, peace-loving nuclear power, our country will neither have recourse to nuclear weapons unless hostile forces of aggression violate its sovereignty and interests nor threaten any other country or region by means of nuclear weapons. However, it will resolutely respond to acts of wrecking peace and security on the Korean peninsula. According to this statement, the goal of North Korea’s nuclear project is deterrence, and the regime possesses no offensive ambitions regarding their nuclear weapons sys-tem, including their ICBMs. Nonetheless, Kim also stated that their decision to develop a nuclear weapons sys-tem proved to be the right one given the changes in international politics in 2017, a reference to the advent of the Trump administration.  However, Kim also acknowledged that the current stage of North Korea’s nuclear program is limited in terms of the number of warheads and actual deployment capabilities, saying that “In the nuclear weapons research and rocket industries, we must accelerate the mass production and deployment of nuclear warheads and ballistic rockets, which have already secured their strength and reliability.”   4. “I am the Supreme Leader!”  The New Year address is a statement from the supreme leader, not the Party. In North Korea’s personalistic (family-controlled) regime, the supreme leader is above the Party and people. In his 2018 address, Kim clearly shows how North Korea is different from other non-personalist autocracies in two instances.  The first instance is his mention of the “nuclear button.” Kim said “the nuclear button is on my office desk all the time.” This statement indicates that Kim alone has unchecked power over the use of nuclear weapons. The second instance is the statement “The United States can never come to war against me and our country.” Kim distinguishes himself from his country for the first time in his New Year addresses since 2013. Considering the fact that the content of a New Year address is carefully prepared and thoroughly edited by his aides, this distinction should be not read as a slip of the tongue. Then, what does “war against me” mean? First, this could indicate a secret operation targeting Kim’s removal such as a decapitation strike by US special forces. Second, it could mean any secret operation or campaign targeting regime change in North Korea by the US, China, or South Korea. By distinguishing himself from North Korea as a country, Kim inadvertently admits that the security of his regime is one thing and that of his country is another.   5. Now, it’s the Economy, People.  Behind the fanfare of North Korea’s nuclear weapon program lies North Korea’s devastated economy and increasing pressure from UN sanctions. If North Korea keeps its promise to limit its use of nuclear weapons to defensive purposes, the North Korean people will never see the utility of nuclear weapons. As Colin Powell said, “nuclear weapons are useless.” Kim probably knows this dilemma very well. He has concentrated the lion’s share of North Korea’s resources into the development and tests of the nuclear weapons sys-tem, which has not only diverted resources from other more useful purposes but also invited the implementation of harsh sanctions against North Korea by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ncluding China. As time goes on, the North Korean people will face the bitter consequences of this trade-off, a trade-off that they never approved and never had the chance to approve, in the form of food and oil shortages.  For that reason, Kim repeatedly emphasizes that North Korea needs to make a breakthrough in its economic development in this year’s address. Kim emphasized the goal of making the North Korean economy “independent and self-reliant.” The first step in achieving this goal is to bolster the electric power industry, followed by the metal industry, the chemical industry, the mechanical industry, mining, railroads, and light industry. The priority of this goal indicates Kim’s concerns regarding the recently imposed UN sanctions. However, what makes the current UN sanctions particularly painful to North Korea is China’s compliance. We may infer that the real goal is to make the North Korean economy independent of China.   6. Thank God the Winter Olympics are Coming!  The last thing we cannot miss in this year’s address is the gesture of reconciliation toward South Korea. Figure 3 shows the frequency of the term “South Korea” (Namjoseon) as it appears in New Year addresses since 1995. The 1999 address shows that the term “South Korea” was used ten times, but its use largely indicated the South Korean people, not the government. The term was used then as a form of socialist propaganda encouraging internal struggle against anti-North Korean institutions and laws. In contrast, Kim uses the term “South Korea” eight times in the 2018 address: four times to praise South Korean people’s successful impeachment of President Park Geun-hye and four times to reference the new South Korean government. Most impressively, every use of the term “South Korea” in the 2018 address is either positive or neutral. This degree of positivity towards South Korea is, to my knowledge, unprecedented. The intention behind this positive posture is complicated and highly strategic, as many commentators have already pointed out. However, considering the political importance of the New Year address as a form of instruction from the supreme leader, such a conciliatory posture should not be taken lightly.  The principle North Korea has used for the engagement with South Korea is “among our race 우리민족끼리”(uriminzzokkiri). For that matter, the regime change in South Korea and the upcoming Pyeongchang Winter Olympics provide an ideal opportunity for North Korea to change its stance while saving face. Kim closes his remarks on South Korea by saying “I sincerely hope that everything is going well in the North and South this year.”   Conclusion  Although North Korea already defined the year 2016 as “a year of great revolution, a year of revolutionary turn” in the 2017 address, we should consider the year 2017 as a turning point from many perspectives. First, in 2017 North Korea claimed that they had “completed” the nuclear weapons development project that they consider an “all-purpose sword” for deterrence. It remains to be seen whether this stated confidence is a strategic bluff to buy more time for the actual completion of the project, or a tough warning against any possible provocations intended to test North Korea’s nuclear resolve. However, North Korea has also admitted that their nuclear sys-tem is very limited in terms of the number of warheads and deployment capabilities.  Second, the 2018 address clearly demonstrates that North Korea is facing an entirely new type of security challenge now that the Trump administration has come to power in the US, as Trump continues to mull over military options for regime change or destruction of North Korea’s nuclear weapon sys-tem. Because of this, North Korea’s rhetoric toward the US has been extremely aggressive, even threatening, stating that now the entire US territory is within North Korea’s nuclear missile range.  Third, despite all of these issues, North Korea has clearly declared what can be considered a North Korean nuclear doctrine, stating it is a “responsible nuclear power who loves peace, and will not threaten any country or region with nuclear weapons.” The two purposes of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according to Kim, are (1) for use against “threatening hostile forces that violate the sovereignty and interests of our nation” and (2) for use in a counterattack in response to “the act of destroying the peace and security of the Korean Peninsula.” Kim intends two things by this statement. The first goal is to send a clear signal to the US that any type of military option taken against North Korea will be countered with nuclear weapons. The second goal is to ask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nd the US in particular) to recognize North Korea as a nuclear power like India, Israel, and Pakistan. However, North Korea must be well aware that no county has been recognized as a nuclear power while threatening the US with their nuclear weapons. The second goal is nothing but far-fetched, wishful thinking. The true message of the statement is to drive home the first point: nuclear counterattack against any type of aggression.  The launch of Hwasong-16 convinced the CIA that North Korea’s ICBMs have nearly reached the completion stage. Recently, CIA Director Mike Pompeo advised the US President that the US has a  three-month window during which to preempt North Korea’s ICBM plans. North Korea’s hasty declaration of its nuclear success (originally made on November 29, 2017) and nuclear doctrine (on January 1, 2018) is a signal to the US that there is no window for a preemptive strike and any strike will be countered by military actions, possibly with nuclear warheads. In 1998, the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revived an ancient Greek tradition of the “Olympic Truce,” or “Ekecheiria,” that calls upon all nations to observe the Truce. It is a historical irony that an Olympic Truce has been called for between the US and North Korea, who signed the armistice agreement that halted the Korean War in 1953, for the upcoming Pyeongchang Olympics. The Vice President of the US and the Chief of the Supreme People’s Assembly of North Korea will visit Pyeongchang as the delegate heads of each country. So far, there are no signs of direct talks and negotiations between the two sides. It appears that the situation has reached a stalemate, and this stalemate in turn appears precarious because of the US’s (actually, the CIA’s) self-imposed deadline of a “March window.” This stalemate should be broken before any party chooses the irreversible option of punching the other in the face first – either via North Korea’s bombing of Guam or the US’s “bloody nose” operation - in order to avoid a catastrophic outcome that could kill millions of innocent lives in the Korean Peninsula and derail the improving global economy. The situation calls for someone to play the role of “honest broker.” It could be South Korea, China, Russia, EU, the United Nations, or any individual that can effectively deliver truthful information to both sides and convince top decision makers in both countries to choose the best available option that ensures mutual safety and benefits. There is no doubt that South Korean President Moon has the highest stake in solving this stalemate. ■     Author Jong Hee Park is currently employed as Associate Professor in the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and International Relations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His research interests include political methodology and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 He received his Ph.D. from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Jong Hee Park 2018-02-07조회 : 13418
단행본
미중의 아태질서 건축경쟁

    "가속화되는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이 나아갈 방향은?"         '국가안보패널'(National Security Panel, NSP)은 동아시아연구원(East Asia Institute, EAI)에서 2004년부터 운영해온 연구팀이다. 동 연구팀은 한국의 국익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생존과 직결되는 외교안보 분야의 의제를 설정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NSP 연구팀은 그간 중국의 부상과 그에 따른 미중관계의 변화양상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해 왔다. 미중 양국 간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다가올 ‘미중시대’에는 어떠한 새로운 질서가 동아시아 지역에 구축될 것인가? 그 과정에서 한국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이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판단하여 이를 위해 새로운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본 단행본에 담았다.     다가오는 '미중시대'에 대비하라   2차 세계대전 이후 건축된 미소 주도의 냉전질서는 1991년 소련의 해체와 함께 막을 내렸다. 전 세계의 수많은 정책담당자들과 국제정치학자들은 미국 중심의 새로운 탈냉전 질서가 커다란 어려움 없이 재건되리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미국은 21세기 들어서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고, 2008년에는 1929년 세계 경제공황 이래 최대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1세기 신질서 건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련이 해체된 반면,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30년 동안 10% 이상의 고속 성장을 지속하며 2010년에는 처음으로 일본의 국민총생산액을 넘어서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은 2012년이래 ‘신상태'(新常态/new normal) 시대를 맞이하면서 7% 전후의 중속 성장을 하고 있다. 2020년대 말경 미국의 국민총생산액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은 신중국 건설 100주년인 2049년까지는 새로운 문명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꿈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태평양 질서의 형세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가운데 기성 대국인 미국과 신흥 대국인 중국은 새로운 질서를 향한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형세와 기세가 어우러져서 21세기 아태 질서가 어떻게 건축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내외적으로 쉽사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미국 주도론, 중국 주도론, 미중 주도론, 복합 주도론 등 다양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이 논의는 단순한 학술 논쟁이 아니라 아시아태평양과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질문인 바, 동아시아연구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가들과 함께 동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2년 간의 여정을 떠났다.   미중 간 경쟁은 이분법적 구조가 아닌 다층적인 형태로 진행된다   본 여정은 새로운 분석틀을 마련하는 데에서 시작됐다. 이 문제에 대한 기존 논의들의 핵심 질문은 아태질서에서 권력전이가 진행되면 기성 대국인 미국과 신흥 대국인 중국은 불가피하게 갈등을 겪게 될 것인가의 여부였다. 그러나 이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세계질서의 장주기 이론 연구들이 이미 역사적으로나 이론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세력전이에 따라 기성 대국과 신흥 대국은 갈등과 협조 또는 전쟁과 평화의 이분법적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복잡한 국면을 겪게 된다. 신흥 대국은 권력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성 대국과 군사적으로 정면 대결하기보다는 비군사적으로 정당성의 경쟁을 벌이며 권력전이가 계속 진행되는 과정에서 질서의 정당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비로서 갈등관계가 본격화된다는 것이다.   미중의 대국 관계도 ‘비충돌, 비대항’, ‘상호존중’, ‘합작공영’이라는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3원칙에서 보듯이 21세기 중반까지는 군사적 정면 충돌이라는 '힘'(力)의 국제정치를 가능한 한 숨기고, 대신 상호협조의 '이'(利)와 국제정치와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義)의 국제정치를 키우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분석내용을 크게 군사 질서, 경제 질서, 신흥 질서로 나누어서 작업을 진행했다.   군사 질서   우선, 전재성 교수는 1장에서 국방예산 추이를 통해 미국의 안보전략을 살펴본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많은 불확실성을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고 선거 기간 동안 국방력 강화를 역설했던 만큼, 대체적으로는 군비 축소보다 증강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중국의 군비 증강이 지속된다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의 군비 강화에 부득이하게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동률 교수는 2장에서 중국의 국방비 증가 현상에 초점을 두고 이것이 어떠한 함의를 지니는지를 고찰하고 있다. 공개된 자료만으로 판단하면 중국의 국방비 지출이 특별히 과도한 것이 아니나, 문제는 자료와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도라고 지적한다. 특히 공개된 국방비 자료에서 군비 증강의 척도라 할 수 잇는 첨단 무기연구개발 및 도입 비용의 누락은 주변국의 우려를 증폭시킬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비록 중국이 당장 현재 추세에서 크게 이탈하는 정도로 군비 지출을 증가시킬 가능성은 낮지만 이러한 의구심을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오히려 아태 지역 내에서 안보 딜레마가 가중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성호 교수는 3장에서 미중 핵 군비와 핵 전략 경쟁을 검토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경성권력(hard power) 경쟁에서 결코 빼놓고는 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른바 핵3원 체제라고 불리는 대륙간탄도탄(ICBM),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전략폭격기를 각각의 항목으로 나누어 미국과 중국의 전력 현황을 비교하면서, 현재까지는 중국이 과거 소련과 같이 미국과의 본격적인 핵 군비 경쟁에 돌입하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결론 짓고 있다. 다만, 향후 미중 간 안보 딜레마가 본격화되면 중국이 핵 전력 보강에 집중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평가한다.   박영준 교수는 4장에서 미중이 아태 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해양 경쟁을 해군 전력 추이, 아태 지역에서 미중 해양 전략의 변화, 영유권 및 영해 분쟁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법과 제도 수립 측면에서 고찰하고 있다. 중국은 연안해군에서 대양해군으로 체질 개선과 군비 증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태평양 함대 전력강화와 더불어 주변국들과의 공조를 보다 중시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중 간 해양에서의 충돌 가능성은 양국이 현상유지적, 방어적, 협조적 태도를 얼마나 더 고수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황지환 교수는 5장에서 미중 경쟁이라는 틀 속에서 북한의 행태를 검토하고 있다. 적어도 아태 지역에서는 냉전 후 미국의 단극 체제가 아니라 중국과의 경쟁 구도가 부각되면서 북한 또한 이러한 틈새 속에서 핵무기 개발 등을 포함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전략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동시에 북중 관계 또한 전통적인 동맹의 연루/방기 딜레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북한이 핵 실험과 강경 노선 지속하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한다면 북중 관계 역시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경제 질서   손열 교수는 6장에서 미중의 경제패권 경쟁을 다루면서 과연 양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지에 주목한다. 불균등 성장의 속도와 양국의 적응, 민감성과 취약성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한편, 중국 경제성장세 둔화로 미중의 GDP 역전 예상 시점이 늦춰지고 있으며, 양국이 직접적 충돌보다는 제도 수립 경쟁에 집중하면서 경쟁의 강도와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즉, 당분간 미중의 경쟁은 군사보다 경제와 제도 등 연성권력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일본이 제3의 행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용욱 교수는 7장에서 국제금융통화질서에 가장 큰 도전이 되고 있는 중국 위안화 국제화와 이에 대한 한국금융외교의 정책방향을 논한다. 금융외교전략(financial statecraft) 이론을 활용하여 위안화 국제화에 대응하는 한국금융외교의 정책선택지들을 분석한다. 특히 ‘위안화 국제화의 활용’에만 치우쳤던 기존 연구와 달리 통화정책 자율성 확보, 글로벌 거버넌스 외교 등의 다양한 정책 고려사항을 고찰하면서 이들간의 상충점을 검토하고 위안화 국제화에 따라 어떠한 조합이 가능할지를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미중 간 경쟁은 통화정책에서도 발견된다. 이왕휘 교수는 8장에서 양국이 벌이는 통화금융패권 경쟁의 양상을 살펴보고 한국 등 주변국 미칠 잠재적인 영향에 대해 분석한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절상으로 양국 간 알력 싸움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트럼프 취임 이후 환율조작국에 대한 강경 조치가 거론되면서 다시 대 중국 압박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미국의 막대한 대외부채 및 안보이슈에서의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100일 행동 계획"에 대한 중국의 동의 등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공격적 수사가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물밑에서 격화되고 있는 이른바 '화폐전쟁'의 유탄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중국의 금융보복 등으로 한국을 위시한 주변국가에 떨어질 위험은 상존한다고 평가한다.   이승주 교수는 9장에서 투자와 원조의 연계라는 관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략을 검토한다. 미국과 중국의 대외원조와 투자 규모의 변화 추이를 바탕으로 미중 양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형성하고 있는 경제관계를 집중적으로 살펴본 바, 동아시아 국가 간 경제관계가 과거보다 포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한다. 즉, 무역과 생산, 생산과 투자, 투자와 원조 사이의 연계가 확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동아시아 주요국들이 지역 아키텍처의 재설계라는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경제적 수단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바, 경제-안보 이슈 연계의 효과적 방법과 적절한 수준을 수립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신흥 질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과학기술과 혁신(innovation) 측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배영자 교수는 10장에서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간의 기술혁신 경쟁이 21세기 세계정치패권의 향배에 갖는 의미를 이해하고자 세계정치 리더십 장주기 이론과 혁신연구를 결합하여 양국 혁신체제의 특징과 성과를 비교한다. 아직 세계 혁신의 중심지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중국이 혁신을 주도하는 새로운 구심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한다. 결국 이러한 중국의 노력은 미국에 중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것이고, 이는 양국 간 기술혁신 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김헌준 교수는 11장에서 미중 간 경쟁과 갈등을 사회과학 지식체계를 통해 살펴본다. 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미국 중심의 주류 국제정치학에 '자국의 특색'을 내세운 중국의 도전이 이뤄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중국의 부상과 함께 중국학자들이 국제정치현상 일반이나 중국의 외교정책을 설명하는데 있어 기존 서구 주류 이론의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중국 특색의 국제정치학이 아직은 주류 정치학에 대적할 수준은 아니나, 중국의 부상과 맞물려 그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바, 향후 미중 간 국제정치이론에서의 경쟁과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마지막으로 12장에서 김상배 교수는 21세기 선도부문으로서 정보·문화 산업, 그 중에서도 영화산업에서 벌어지는 미중 패권경쟁을 이해하는 분석틀을 제시하고 있다. 이 분야의 미중경쟁은 단순히 시장점유율이나 기술혁신을 놓고 벌이는 전통적 경쟁을 넘어서서 표준의 장악과 매력의 발산, 규모의 변수와 체제의 성격까지도 관련되는 신흥권력 경쟁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양상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분야에서 벌어지는 비대칭 망제(網際)정치의 결과는 공생적 경쟁의 네트워크 구도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품질경쟁과 표준경쟁은 미국이 주도하고 물량경쟁과 규모의 게임은 중국이 주도하면서 대내외적으로 매력을 발산하기 위한 경쟁과 협력의 복합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 ■        목차         서문 ■ 하영선         I 군사 질서     1장 미국 국방예산 추이와 안보전략 ■ 전재성 2장 중국 국방비 증가의 현황과 함의 ■ 이동률 3장 미중 핵 군사 전략 경쟁 ■ 신성호 4장 미중 해양경쟁과 아태지역 안보질서 전망 ■ 박영준 5장 미중 경쟁 관계와 북한 ■ 황지환     II 경제 질서     6장 미중 경제관계: GDP 역전, 상호의존, 제도경쟁 ■손열 7장 위안화 국제화와 한국 금융외교: 삼립불가능성과 전략적 선택 ■ 이용욱 8장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중 통화금융 패권 경쟁과 통화전쟁: 통화금융 책략의 관점 ■이왕휘 9장 미중 아시아 경제 전략: 투자 원조 연계를 중심으로 ■이승주     III 신흥 질서     10장 미중 패권 경쟁과 과학기술혁신 ■배영자 11장 미중 사회과학 지식체계에서의 ■ 김헌준 12장 사이버 공간의 미중 매력경쟁: 정보•문화 산업의 미래 ■김상배          

하영선 편 2017-10-12조회 : 1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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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연구보고서] 미중경제관계: GDP 역전, 상호의존, 제도경쟁

초록 미중 패권 경쟁은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패권전이 이론에 따르면 구조적 차원에서는 불균등 성장의 속도와 점진적 적응 여부에 따라 평화적인 패권 교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복합적 상호의존 이론은 양국 간 민감성과 취약성이 얼마나 불균형한지에 따라 판이한 전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구성주의이론은 실제 권력과 위신의 괴리 정도가 패권 경쟁의 성격과 강도를 좌우한다고 본다. 손열 소장(EAI 일본연구센터)은 중국 경제성장세 둔화로 미중의 GDP 역전 예상 시점이 늦춰지고 있으며, 양국이 직접적 충돌보다는 제도 수립 경쟁에 집중하면서 경쟁의 강도와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패권전이, 복합적 상호의존, 구성주의 등 어떠한 주요 국제정치이론으로 분석하더라도 당분간 미중의 경쟁은 군사보다 경제와 제도 등 연성권력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미중 아시아 태평양 패권 경쟁 속에서 양국이 드러내고 있는 실제 역량과 수사의 간극을 메울 국가로 일본의 역할에 주목하면서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본문   "그렇다면 미중 간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의 역전 시기는 언제일까. 2010년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중국이 7.5% 성장, 미국이 2.5% 성장세를 지속하고, 위안화가 연 3% 정도 달러화 대비 평가절상될 경우 2019년 미중 역전이 일어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2014년에 이코노미스트는 2021년, 골드만 삭스는 2027년에 역전이 될 것이라 전망하였다. 2015년 미 농무부(Department of Agriculture)는 2030년 전망을 내어 놓았는데, 미국이 24.8조 달러로 여전히 1위를 지키는 반면 중국은 22.2조로 미국과의 차이를 좁히고 있으나 여전히 역전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림 1] 참조). 요컨대 시간이 지날수록 즉, 최근으로 올수록 미중 경제 역전 시점이 길어지고 있는데,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의 여진 속에 나왔다고 할 수 있는 2010년 이코노미스트 전망을 정점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즉,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의 확산보다는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추세가 감소하고 있는 데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경제 성장률의 완화와 더불어 미국 경제의 견조한 회복세가 양국 간 경제력 역전의 시점을 늦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력 격차의 축소라는 구조적 추세는 양국 간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배경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양국 간 경제관계의 상호의존성과 보완성 정도에 따라 갈등의 정도가 완화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이 주창하는 ‘신형대국관계’는 바로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세력전이에 따른 패권갈등과 전쟁의 양상과 현재 미중 간 관계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전제의 출발점인 것이다. 신형대국관계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상호의존은 상대국이 잘 하지 않으면 자국이 성공할 수 없는 관계를 의미한다. 미국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미래를 써 나가야 한다.”라며 화답한 바 있다."   "미중 양국은 상대국 시장에서 직접 경쟁을 벌이는 한편, 아태지역의 경제질서 건축의 주도권을 놓고도 본격적 경쟁에 나서고 있다. 여기서 주도권 장악 능력은, 서론에서 언급하였듯이, 자국의 경제력 등 물질적 능력에 한정되지 않고 지역 경제네트워크의 규칙과 규범, 플랫폼을 설계하는 능력과 연관된다. 즉, 지역 내 정당한 경제질서의 컨텐츠를 제공하는 능력이라 표현할 수 있다. "   "중국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이면에는 미국의 TPP란 강력한 무기에 맞대응하기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다양하고 화려한 비전과 제안 이면에는 중국이 가지고 있는 경제력에 걸맞는 매력적인 컨텐츠를 제시하지 못하는 데에 따른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RCEP은 주로 관세 자유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구세대형 FTA이라 할 수 있으며, 또한 추구하는 자유화율 역시 높지 않다. 21세기 무역 현실을 담는 새로운 무역 거버넌스 규범과 규칙 수립과는 거리가 있다. FTAAP도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있으며, 일대일로의 경우 인프라 투자가 우선이며 무역을 통한 네트워크 형성은 아직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10월 TPP 협상이 타결되면서 중국은 아태 무역 거버넌스 차원에서 수세에 몰렸다."   "트럼프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첨단 제조업과 금융부문의 눈부신 성장을 가져온 반면, 탈산업화(deindustrialization)로 인해 제조업 부문의 좋은 일자리가 축소되고 서비스 부문의 나쁜 일자리가 양산되면서 상대적으로 저임금, 저교육, 저소득 계층이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을 회생시키는 핵심수단으로 통상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2017년 3월 발표된 미무역대표부(USTR)의 “2017년 무역 어젠다”(2017 Presidential Trade Agenda)는 미국우선(America First)이란 기본 원칙 하에서 (1)무역정책에서 국가주권의 수호, (2)미국 통상법의 엄격한 적용, (3)모든 가용 수단(레버리지)을 동원한 해외시장 개방, (4)새롭고 더 낳은 무역협정의 체결이란 네가지 우선순위를 제시하며 자유주의적 다자규범 보다는 경제민족주의에 근거한 관리무역(managed trade) 활용을 중시하고 있다."   "아태지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미국우선주의와 양자주의(bilateralism)에 기초하고 있다. 양자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의 힘의 우위를 최대한 활용하여 미국우선 무역협정을 실현하겠다는 의도로서, TPP 탈퇴는 이런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미국은 주요국과 양자협정으로 추진하고자 하며 일본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고, 한미 FTA 재협상도 이런 맥락에서 재기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아태 지역에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치사슬(value chain) 혹은 생산 네트워크의 원활한 작동을 돕기 위한 메가 FTA 혹은 다자 FTA 추세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 된다. 당장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 정부의 일련의 행보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TPP 탈퇴와 한미 FTA 재협상 요구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공공연한 경제민족주의적 언사는 한일 양국이 동조하는 미국주도 아키텍처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중국에 리더쉽 획득의 기회를 가져다 주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세계화의 기수를 자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서비스, 상품, 투자, 금융 등 여러 부문에서 개방정도가 낮다는 사실은 중국이 전면적 개방•개혁으로 나서지 않는 한 역내 개방무역질서와 경제통합을 주도할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은 저수준의 자유화를 지향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런 점에서 RCEP은 설사 성사되더라도 지역무역질서를 주도하고 통합력을 제고하는 기제가 되기는 어렵다. 실제 중국의 경우 국제다자규범의 준수보다는 위반의 사례가 빈번하다. 겉으로는 세계화를 천명하면서 정경분리 원칙을 어기면서 한국의 사드(THAAD)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을 지속하는 행위가 그것이다. "   "이렇듯 트럼프 정부의 대중 강경책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고 중국이 정당한 지역경제질서를 제시하면서 주도권을 행사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은 결국 아태 질서의 공백을 의미한다.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일본의 지위 상승이다. 호주와 싱가폴을 중심으로 TPP 11(또는 TPP minus USA)을 대안으로 추진하는 움직임에 중추적 행위자(pivotal player)는 일본이다. 현재 11개 회원국중 최대 경제국인 일본이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경우 동력을 받을 수 있으나, 과연 일본이 미국을 제외한 지역다자협력을 주도할 수 있을지, 미일 FTA에 어느정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흥미로운 관찰거리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아태 지역의 자유주의적 통상질서 재건을 위해 적극적인 경제외교를 펼쳐야 한다. 현재 미중 양국이 이를 담당할 능력과 의지가 보족한 조건하에서 오히려 한국에게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은 TPP 이후(post-TPP) 통상질서 건축을 위해 RCEP, 한중일 FTA, FTAAP 등을 추진하는 한편 한일 FTA 교섭 재개도 이런 차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저자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미국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EAI 일본연구센터 소장과 지구넷 21회장, 연세대학교 지속가능발전연구원장과 국제학 연구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경제, 일본정치경제, 통상정책의 정치경제 등이며, 최근 논문으로는 "The Role of South Korea in the Making of a Regional Trade Architecture," "The Abe Effect on South Korea's Trade Policy," "Regionalization, Regionalism and the Double-Edged Public Diplomacy in East Asia" 등이 있다.            

손열 2017-08-23조회 : 1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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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연구보고서]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중 통화금융 패권 경쟁과 통화전쟁: 통화금융책략의 관점

초록   미중 경쟁 관계는 통화정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통화금융 패권은 다른 국가들에게 경제질서와 제도를 직, 간접적으로 강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막강한 권력 수단이다. 이전까지 경제성장에 비해 낙후되어 있었던 중국의 금융 시장은 2007년 금융 위기 이후 전기를 맞았고 자본 및 채권시장에서도 중국의 약진은 괄목할 만하다. 물론 여전히 절대적인 규모에서는 미국 시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성장세는 확연하다. 제도적인 차원에서도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자본시장 개방과 금융자유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브레튼우즈 체제의 잠재적 대항마로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신개발은행(NDB) 등의 설립을 주도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각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을 이어가면서 양자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는 동시에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서서히 고조시켰고 (부분적으로는 그 결과로서) 위안화의 가치절상이 일어나면서 양국 간의 알력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환율조작국에 대한 강경한 조치가 거론되고 환율조작 우려국가에 대한 미국 재무부의 기준이 변화하는 등 중국에 대한 압박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막대한 대외부채 및 안보이슈에서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 그리고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100일 행동 계획"에 대한 중국의 동의 등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공격적 수사가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물밑에서 격화되고 있는 이른바 '화폐전쟁'의 유탄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중국의 금융보복 등으로 한국을 위시한 주변국가에 떨어질 위험은 상존한다.         본문   "이런 역사적 경험을 볼 때, 앞으로 미중 통화금융 관계도 순탄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금융통화 문제는 경제적 문제인 동시에 안보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발간된 전략보고서에서도 지경학(geoeconomics)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NSC 2010; Blackwill and Harris 2016; Shatz 2016). 이런 맥락에서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요한 세계 질서의 6가지 구성요소들 중 첫 번째가 ‘세계통화체제를 규제하는 UN-브레튼우즈 체제, 규칙, 제도 및 절차’라는 평가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Swaine et al 2013, 175). 중국 역시 금융통화 문제를 경제적 시각으로만 보고 있지는 않다. 중국은 경제외교를 통해 세계금융통화체제에서 ‘적응자’(適應者)로 남기 보다는 ‘구도건설자’(構建者)가 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Reilly 2013; Heath 2016; Zha 2106; Dargnat 2016). 새로운 국제금융기구들의 설립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의 궁극적인 목적이 현상유지가 아니라 ‘대항 패권’(counter hegemony)을 형성하는 데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Ikenberry and Lim 2017)."   " 위안화 국제화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세계통화금융질서에서 중국이 가지고 있는 경제 규모에 걸맞은 위상과 영향력을 제고시키는 것이다. 둘째, 외환거래의 증가에 수반되는 환율의 변동폭을 축소함으로써 환위험을 감축하는 것이다. 셋째, 기축 통화국으로서 외환보유고를 감축하는 동시에 화폐주조차익(seiniorage)을 영유하는 것이다(Frankel 2012). "   "그런데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에 대해 중국은 1985년 일본이 당한 플라자 합의(Plaza Accord)와 같은 조치를 예방하기 위해 환율제도 및 금융제도 개혁을 통해 위안화를 점진적으로 평가절상 시켜왔다(Kuroda 2004).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세계경제 불균형의 책임을 자인한 것은 아니다. 중국은 불균형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미국을 반박하였다. 첫째, 중국은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음으로써 위기 극복에 기여했다. 둘째,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 수출세 환급 조치를 취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적자를 중국의 책임이라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Bowles and Wang 2006)."   " 미국은 중국의 반박에 대해 ‘점잖은 무시’라는 태도를 취하였다. 실제로 미국이 1980년대 중반 일본에게 플라자 합의를 강요한 것과 같은 강압적 방법을 중국에 사용하지는 않았다(McKinnon and Liu 2013; Frankel 2015; 김기수 2015).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표 7]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이 무역 흑자의 1/5 정도를 미국 자본시장에 재투자함으로써 미국이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데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무역적자를 통한 자본 유출이 채권 구매를 통해 자본 유입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 차이메리카(Chimerica)나 공동의존(codependency)―에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Ferguson and Schularick 2007; Hung 2013; Roach 2014; Galantucci 2015)."   " 2015년 중반 주식시장의 폭락은 중국 금융의 발전이 단선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이 사건의 후폭풍이 채 가시기도 전인 8월 중국인민은행이 도입한 시장친화적인 환율 제도는 통화전쟁의 불씨를 다시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전일 시장의 거래 종가를 매매기준율에 반영하는 이 제도는 위안화 국제화에 필수적인 금융자유화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 제도의 도입 이후 위안화 환율이 지속적으로 평가절하되었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또 다른 형태의 통화전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Morrison 2015b, 50)."          저자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영국 London School of Economic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분야는 국제정치경제와 기업•국가 관계이다. 저서로는 《국제정치학 방법론의 다원성》(2014), 《국제기구와 경제협력.개발》(2015), 《국제기구와 환경.농업.식량》(2015), 《국제기구와 과학.기술 협력》(2015), 《복합세계정치론》(2012, 이상 공저)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제학의 위기 - 국제정치경제학에 주는 함의〉 (2012, 국제정치논총), 〈수렴과 다양성의 이분법을 넘어〉 (국가전략, 2012) “Pulling South Korea away from China's Obit: The Strategic Implications of the Korea-US Free Trade Agreement ”(Journal of East Asian Affairs, 2007) 등이 있다.      

이왕휘 2017-08-21조회 : 1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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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연구보고서] 중국 국방비 증가의 현황과 함의

초록   미중 군사 경쟁 문제 분석에서 중국의 군비 지출 추이는 초미의 관심사다. 주변국 및 경쟁국들의 우려와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중국은 인구와 영토, 경제력에 비해 국방비 지출이 결코 과도한 것이 아님을 역설하고 있으며 가용한 자료와 정보를 살펴보면 이러한 주장에도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자료와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도이다. 국방비의 구체적인 세부항목별 지출 및 변동 현황, 각 군별 지출비율 변화 등 실제로 중국의 군사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방비 지출 추이에 관해서는 외부에서 관찰하고 검증할 수 있는 믿을 만한 데이터가 여전히 태부족인 실정에서 총액과 대략적인 항목만으로 국방비 지출의 효과를 파악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무엇보다 공개된 국방비 자료에서 무기연구개발 비용 및 해외 첨단 무기 도입 비용 등이 누락된 것으로 추정되는 점은 우려할 만한 문제다. 위협요소(경쟁국), 정책의지(국내정치와 지도부), 부담능력(경제력)이라는 세 가지 변수를 고려하면 중국이 당장 국방비를 급격히 증액하거나 변화를 줄 가능성은 적지만 이러한 지출 내역의 불투명성과 낮은 신뢰도로 인해 오히려 안보 딜레마가 가중되고 그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더더욱 실제 무기 획득 및 군사력 강화를 위한 지출 세목 공개를 꺼리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   "중국 국방비의 절대액은 분명 증가하고 있지만 장기적 추이를 볼 때 증가율은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부터 2013년까지 24년간 연평균 국방예산 증가율은 15.1%이다. 이를 각 정부 시기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장쩌민 집권 시기(1990-2002)는 연평균 15.95%이고, 후진타오 집권 시기(2003-2012)에는 14.66%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시진핑 집권 이후(2013-2017)에는 9.52%이다. 중국 국방비 증가율은 중국 부상과정에서 오히려 감소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국방비 증가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시진핑 정부에서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의 국방비는 상당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경제력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관리되고 있다. 우선 1990년부터 2013년까지 24년간 연평균 국방예산 증가율은 15.1%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5.5%였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실질 국방예산 증가율은 9.6%였다. 이는 국방예산 증가율이 같은 기간 연평균 실질 경제성장률 9.9%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4년의 경우를 보면 당시 국방비는 12.2% 증가했지만 그 해 물가상승률이 3.5%였던 것을 감안하면 실질 국방비 증가율은 8.4%였다. 이는 당시 국민총생산(GDP) 증가율 7.5%를 다소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중국은 실제로 국방예산이 중국의 경제성장과 연동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국방비 관련 자료의 투명성이 이전에 비해 제고되고 있기는 하지만 국방비의 사용 내역에 대해서 여전히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국방 예산의 항목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항목이 빠져 있어 국방비의 투명성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중국은 1998년 국방백서 출간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중국의 국방비 지출 내역을 대략적으로 병력, 훈련, 장비 세 영역으로 분류하여 발표 했다. 중국정부는 2008년 백서까지는 국방비 영역을 별도로 구성하여 지출 내역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일본, 러시아 등 다른 국가들과의 국방비와 비교하는 내용도 포함하여 중국의 국방비가 결코 상대적으로 많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런데 2010년 이후 중국의 국방비가 이들 국가를 능가하면서부터는 이러한 비교 자료를 더 이상 내놓지 않고 있다. 국방비 사용 내역은 인건비(34%), 운영유지비(34%), 전력투자비(32%)로 구성되어 있다는 매우 개략적인 내용이 전부이다. 그마저도 2013년 이후부터는 국방백서가 특정 주제 형식으로 변화하면서 국방비 관련 영역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 정부의 방어적 해명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중국이 의도적으로 국방 예산에서 군사력 증강에 소요되는 지출을 축소하거나 감추려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군현대화에 핵심적인 요소인 과학기술 연구개발비가 국방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진핑 정부에서 ‘군민 융합발전(军民融合)’ 이 유난히 강조되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中华人民共和国国务院新闻办公室 2015). 이는 공식적으로는 첨단 국방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민간영역 기술 발전과의 접목을 적극 모색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군민 융합발전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은 중국이 국방비에서 포착되고 있지 않지만 사실상 국방관련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증대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등 외부 연구기관들은 중국 국방비에 연구개발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국방비에 연구개발비를 추산하여 발표하고 있다."   "국방비 지출내역과 관련하여 또 하나의 쟁점은 시진핑 정부 들어서 해공군력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군 예산 배분이 군별로 어떠한 변화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또한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최근의 중국 군 전투력 증강 현황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시진핑 정부 들어서 해양강국을 지향하고 있고 군 구조 개혁과정에서도 해공군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정책의지라는 측면에서는 시진핑 정부가 경제발전과 군사력 증강, 즉 이른바 ‘강국몽(强國夢)’ 실현을 위해 ‘강군몽(强軍夢)’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둘 것인가 하는 정책선택의 문제가 검토될 필요가 있다. 중국정부는 다른 강대국에 비해 여전히 국민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이는 역설적으로 정책결정자의 정책의지가 반영될 여지가 여전히 적지 않게 남겨져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향후 중국이 경제 성장률이 계속 하락할 경우에도 국방비 지출을 확대해 갈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우선 중국이 지금까지 경제성장을 위하여 국방비를 증가해 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향후 국방비 증액을 제약하는 현실적인 경제사회적 요인이 적지 않다. 경제성장률 저하, 경제구조조정의 부정적 결과, 인구 노령화, 복지지출 수요의 증가 등으로 인해 국방비 지출의 감소와 국방산업의 쇠퇴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신성호 2012, 8-10). 중국이 이미 뉴노멀(new normal; 新常態)이라는 중속 성장시대에 진입하고 있고. 특히 현재 중국의 국운이 걸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속성장기에서와 같은 두 자릿수 국방비 증가율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실제 중국은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7%대의 국방비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직면한 국내적 과제와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에 대한 해공군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미국과 무리한 군사력 경쟁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요컨대 중국은 분명 중국의 꿈 실현을 위해 ‘강한 군대 건설’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강군몽은 장기적인 맥락에서 경제발전 우선 전략하에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필요하게 확장시키지 않기 위해 상황을 관리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즉 중국은 강국화의 정책의지는 분명하지만 부상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주변 정세에 대한 판단과 전략적 접근은 중국의 공격적인 국방비 증액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저자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통일부 정책자문위원과 한중전문가 공동연구위원회 집행위원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 대외관계 및 중국 소수민족, 중국의 민족주의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시진핑체제 외교정책의 변화와 지속성,” “China’s policy and influence on the North Korea nuclear issue: denuclearization and/or stabil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중국 미래를 말하다》(편저), 《중국의 영토분쟁》(공저) 등이 있다.        

이동률 2017-07-06조회 : 10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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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연구보고서] 미중 경쟁 관계와 북한

초록   북한의 대외관계는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세력 경쟁 변화에 큰 영향을 받아왔다. 제2차 대전 이후 냉전초기에는 미국과 소련의 경쟁관계에 큰 영향을 받아 왔다. 냉전이 종식되고 1990년대 초반 이후 미국의 단극(unipolar) 질서가 형성되기 시작하자, 북한 지도자들은 한반도 주변의 세력구도 변화가 북한에게 불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중국의 급격한 경제적, 군사적 부상으로 미국의 단극 질서가 미중간의 세력경쟁구도로 변화하자 동북아에서 북한의 안보환경도 새롭게 변하기 시작했다.   한반도의 현상유지(status quo)를 원하는 중국의 부상과 미중관계의 변화는 북한의 대외정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글은 미중 경쟁관계의 구도가 북한의 대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분석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북한의 대외정책은 상당히 복잡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미중 경쟁시대에 북한의 대외정책이 냉전시대 미소 경쟁구도 하에서 추구했던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2006년 10월 핵무기 실험을 감행한 이후 공세적인 정책을 펼쳐 왔는데, 이는 북한이 인식하는 한반도 주변 대외환경이 냉전종식 직후의 미국 중심 단극질서가 더 이상 아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중 경쟁구도에서 북한의 대외정책은 북한의 핵실험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이 글은 2010년대 들어 진행된 북한의 핵실험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과정을 통해 북한의 대외정책을 살펴본다.         본문 중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중관계의 변화 가능성이 언급되었지만 중국의 대북정책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중국이 북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북제재를 일부 이행하였지만 중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북원조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인 원유와 식량 원조를 중단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2013년 중순에도 중국이 대규모의 대북 식량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당시 중국은 북한문제의 연착륙(soft landing)을 바라고 있었으며, 북중관계의 안정을 중요시하고 있었다고 평가된다.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비롯되는 불안정 요인이 중국의 경제성장과 대외전략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경계하였다.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북한의 대중정책에는 중국에 연루(entrapment)되지 않고 버림(abandonment)받지 않으려는 동맹의 딜레마(alliance dilemma)가 일정부분 작동하고 있었다(Snyder 1984). 중국은 북한 때문에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시키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반면,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에 압도당하지도 버림받지도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미중 경쟁구도를 활용하여 북한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기회로 이용하려 했다. 북한 역시 미중 경쟁관계를 활용하여 대중정책과 남북관계에서 중국을 지렛대로 이용하면서도 일정한 견제장치를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   결국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 2321호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한미일의 독자제재를 반대하고 있으며, 북핵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은 북한 및 관련 각 측이 냉정하고 자제하는 자세로 긴장 국면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추가적 행동도 하지 않기를 촉구하고,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준수 및 이행하여 대화 복원 및 재개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현재 한반도 정세를 관리․통제할 것을 촉구”하였다. 중국 언론들 역시 북한의 핵실험은 비난하면서도, 북핵문제가 북한과 한미 사이의 문제라고 강조하고, 북핵문제보다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더 비난해 왔다. 이는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을 수용할 수는 없지만 평화협상 요구는 받아들인 것으로 중국의 전략이 비핵화-평화협상 틀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 체제의 성격 변화를 외부에서 강제하는 것이 단기간 내에 북한을 변화시키는 방법일 것 같지만, 실제로 외부적 강제는 외부 환경에서도 큰 반발을 가져오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특히 미중관계가 경쟁구도로 지속될 경우 이러한 정책은 실제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북한의 내부 변화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시장화에서 시작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시장화가 더욱 활성화되도록 하는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북한 비핵화에 더 효율적인 정책이 될 수도 있다. 더불어 북한의 대외 개방성을 높이기 위한 정보화 노력도 필요하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현 상황을 관리하면서 장기적으로 변화의 체제 성격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미중경쟁 구도하에서 북한의 변화를 꾀하는 전략이 될 것이다.         저자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 주립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분야는 북핵 문제를 비롯한 동북아 국제관계 및 안보문제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International Relations Theory and the North Korean Nuclear Crisis,” “Offensive Realism, Weaker States, and Windows of Opportunity: The Soviet Union and North Korea in Comparative Perspective,” “The Second Nuclear Crisis and U.S. Foreign Policy,” and “Rethinking the East Asian Balance of Power,” 그리고 “전망이론을 통해 본 북한의 핵정책”(2006) 등이 있다.        

황지환 2017-04-10조회 : 1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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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 연구보고서] 미국의 국방예산 추이와 미국의 안보전략

초록   오바마 행정부의 임기가 종료되고 트럼프 정부가 등장하면서 향후 미국의 군사력 정도와 군사전략, 더 나아가 미국의 세계전략을 알기 위해서는 미국의 군사비 지출의 추세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군사비는 동아시아의 군사질서에 핵심적 요소이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했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재정적 뒷받침 여부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기간부터 “힘을 통한 평화” 전략을 주장하며 국방비 삭감에 반대하고, 병력 수와 무기 현대화 등 전력 강화를 강하게 주장하여 왔으나 전반적으로 미국의 지구적 개입전략은 유지될 전망이다. 자동예산삭감조치 등 예산안 통과 과정의 난관과 우여곡절 속에 결정된 5,850억 달러의 국방예산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활동, 이슬람국가의 증강, 에볼라에 대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점증하는 사이버 안보 위협, 중국의 부상, 그리고 우주 영역에서의 군사적 도전에 대응하는 것 또한 주요 과제로 삼아 전력누수 최소화 및 우위 유지를 위해 고심한 결과물이었다. 6,187억 달러 규모의 2017년 예산 역시 러시아와 중국, 북한, 이란, 이슬람국가를 미국의 5대 위협으로 상정하고 큰 틀에서 전년도 예산과 비슷하되 이들 위협에 대한 대응 및 기수 개발 예산을 증액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구체적으로는 해, 공군력의 기술적, 수적 우위 유지, 육군의 기동성 극대화, 우주 및 미사일 전력 강화, 지구적 정보전 및 정찰전 역량 강화, 반테러 전쟁 수행 역량 강화 등으로 세분해볼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에서는 재균형전략 기조를 유지하면서 지리적 배분, 작전 능력, 정치적 지속성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괌을 전략적 허브로 삼아,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북한의 위협, 남중국해 우발사태 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중요성도 밝히고 있다. 남중국해 관련해서는 동남아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해양 안보 이니셔티브(Maritime Security Initiative)를 향후 5년 간에 걸쳐 시행하며, 4억 2,500만 달러 규모의 예산을 할당한다고 계획하고 있다.   트럼프의 동아시아 안보전략과 대중 전략을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취임 이후 현재까지는 그 골자에는 변함이 없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지속되고 있고, 미국은 한편으로는 경제회복 전략을 수행하겠지만 아시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구적, 지역적 차원의 미국의 군사력 투사는 비단 안보의 측면에서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미국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는 측면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트럼프 정부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안보전략에서 소극성을 띨 수도 있지만 향후 경제회복 추세에 따라 다시 적극적인 대외개입에 나설 수도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전략을 논하고 있고, 이슬람국가나 북한, 그리고 중국 등 주요 위협과 경쟁 상대에 대해 적극적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의 안보전략에 중요한 변수는 미중 간의 군사력 균형이고, 미중 양국의 군사비 지출과 주요 예산 활용 방향은 미중 전략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양국의 군사비 추세와 전략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양국의 군사경쟁에서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할 전략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본문 중에서   미국의 국방비는 2015년 기준 전 세계 국방비의 36%를 차지할 만큼 여전히 압도적이다. 미국에 이어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영국, 인도, 프랑스, 일본이 따라오는데 2위부터 9위까지의 국방비를 다 합쳐도 미국보다 여전히 작은 액수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 10위의 국방비를 지출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방비의 증가율로 보면 중국이 가장 빠른 국방비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미국에서는 재정적자로 인해 지속적으로 국방비를 감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왔다. 그러나 액수로 보면 여전히 미국이 중국의 두 배 이상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군사비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미국의 국방비는 중동에서 전쟁 수행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고, 기본 예산 역시 전 세계에 걸쳐 있어 동아시아만 놓고 보면 미중 군사비 격차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   9.11 테러 이후에는 국방예산 중 기본 예산은 레이건 시대의 최대 지출 수준으로 상승하는데 반해 전력규모는 그만큼 증가하지는 않는다. 육군과 해병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 전투를 위해 2000년대 말 증가하기는 하지만 해공군이 축소되면서 전체 전력규모에 큰 변화는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전력규모는 유지된 채, 2010년도부터는 예산은 점차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소규모 군대의 효율적 군비 마련에 치중하는 기술집약적 군대를 위한 예산지출의 형태를 띠게 된다. 현재 미국 국방비 지출의 중요한 원칙은 최대한 예산 증가세를 완화시키되 소규모 전력의 효율적 전투력 확보 및 장비 개발에 치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2016년 국방예산을 편성하면서 지정학적 도전을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활동, 이슬람국가의 증강, 에볼라를 지적하고 있다. 또한 점증하는 사이버 안보 위협, 중국의 부상, 그리고 우주 영역에서의 군사적 도전도 함께 적시하고 있다. 반면 미국 국방태세의 문제점을 들고 있는데, 1) 미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유지하고 있는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 2) 과거와 같이 모든 영역에 걸친 군사대비태세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 3) 국방부 개혁에 대해 의회의 반대가 증가했다는 점, 4) 미래 자원 동원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는 점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기간부터 미국의 국방력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해왔고 미국의 군대를 다시 강한 군대로 만들겠다고 선언해온 만큼 국방비 증가 노력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함, 군대규모, 핵무기 등 다양한 부분에서 국방비 증가를 주장해왔고 오바마 대통령이 시작한 1조 달러 규모의 군 현대화 계획도 가속화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277척인 해군 함정 수도 350척으로 증강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군 전투기도 현재보다 100대 증가한 1천200대로 증가시키는 한편, 50년 이상 배치 기간이 초과한 노후기를 현대화하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병력 규모 역시 현재의 47만 5천명에서 54만 명 수준으로 증대하겠다고 밝혔고, 해병대 역시 1만 명을 늘려 36개의 대대로 확대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의 안보전략에 중요한 변수는 미중 간의 군사력 균형이고, 미중 양국의 군사비 지출과 주요 예산 활용 방향은 미중 전략을 반영할 것이다. 미국의 행정부는 국방비 감축 압박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병력 감축 경향을 상쇄하기 위해 무기와 장비 현대화, 최첨단 기술 확보를 추구했다. 이 가운데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에 맞서기 위해 다양한 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해공군 전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향후에도 이러한 경향은 지속될 것이고, 이 가운데 미중 간의 군사기술 격차는 상당 기간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 발전에 따라 중국의 군사비 증가 추세가 지속될 수 있고, 중국의 군사전략이 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지구적 안정을 유지하려고 하는 미국과의 경쟁 결과는 여전히 지켜보아야 할 바이다.         저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동아시아연구원(EAI)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이론, 국제관계사, 한미동맹 및 한반도 연구이다. 주요 저서 및 편저로는 《남북간 전쟁 위협과 평화》(2006, 공저), 《정치는 도덕적인가》(2012), 《동아시아 국제정치-역사에서 이론으로》(2011) 등이 있다.       

전재성 2017-04-10조회 : 9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