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규 국방대 교수는 2026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 전략과 이에 맞선 중국의 핵 능력 강화가 충돌하는 가운데 변화하는 동북아 군사안보 지형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저자는 미국이 단극시대의 종언을 인정하면서도 압도적 군사 우위를 통해 중국을 억제하려는 반면, 중국은 비대칭 전력과 수직적 핵 확산을 통해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 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안보 환경과 인구 절벽의 내부 위기 속에서 한국이 전작권 전환과 한미동맹 현대화를 전략적 기회로 삼고, AI 기반의 유·무인 복합체계 등 한국식 ‘전략적 대체’ 태세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2026년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개요 동아시아연구원은 새해를 맞아 급변하는 세계질서와 국제정세를 전망하는 「2026년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를 발간합니다. 2026년 국제정치는 미·중 전략 경쟁의 구조화, 동맹 질서의 재편, 지정학과 경제·기술 안보의 결합, 그리고 인공지능과 군사·안보 환경의 급속한 변화가 중첩되는 전환기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일 뿐 아니라, 중견국과 지역 질서 전반에 새로운 선택과 전략적 사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본 시리즈는 미국을 출발점으로 일본, 중국, 인도·태평양, 국제정치경제, 인공지능(AI), 국방, 북한, 유럽에 이르기까지 주요 행위자와 핵심 이슈를 순차적으로 조망함으로써, 2026년 세계질서의 구조적 변화와 그 함의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각 논평은 단기적 현안 분석을 넘어 중장기 전략 환경을 진단하고, 한국 외교·안보 전략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2026년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발간 순서 1. EAI 선정 2026년 국제정세의 10대 트렌드 2. 미국 3. 일본 4. 중국 5. 인도·태평양 6. 국제정치경제 7. 인공지능(AI) 8. 국방 9. 북한 10. 유럽 |
1. ‘새로운 애치슨 라인’의 공포
2025년 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1년은 2차대전 이후 전후 질서를 구축해 온 미국이 걸어온 길에 대한 자기부정의 시간이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핵심이익이 걸려있는 문제에 대해서만 관여한다는 원칙에 따라 동아시아에서 전방 방위 역할을 일본, 한국, 대만 등 동맹국에게 분담하고 미군 주력은 제2 도련선 밖으로 물러나는 방향의 안보전략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미국 정책 커뮤니티에서 높아지자(김양규 2025/09/16) 한국에서는 미국이 제2의 애치슨 라인을 그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었다(중앙일보 2025/04/01; 이백순 2025/10/22). 이러한 우려는 1950년 1월, 애치슨(Dean Acheson) 미 국무장관이 미국의 극동 방위선에서 한국을 제외한다고 선언한 후 반년이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경험에서 기인한다. 동맹국들에게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의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실은 미국의 핵심이익 영역에서 한반도를 배제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라는 의심이 든 것이다.
그런 와중에 11월 15일 경주 APEC 정상회의를 통해 30년 넘게 번번이 좌절됐던 원자력추진잠수함(SSN) 건조를 트럼프 행정부가 “승인(approve)”하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지지를 보내자 ‘외교적 쾌거’라는 표현이 신문 지면을 가득 메웠다. 공포와 환희를 극단적으로 오가는 가운데 12월 5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이 공개되었다. 이번에는 전략서 전문에서 북한이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부각되며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한반도가 배제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이유미 2025/12/06).
지난 한 해 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과도한 수준의 유연성과 다분히 거래적인 행보를 생각하면 2026년 한국이 직면할 한반도 안보 환경 또한 녹록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서반구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미국의 세력권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에 대한 세력균형을,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협상을 통한 거래적 접근을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전재성 2026/01/02)는 왜 그런 선택을 하고 있을까? 미국의 2026년 국방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까? 중국은 어떤 국방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두 초강대국이 그리는 그림이 만나면 서태평양에서 형성될 군사질서는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그렇다면 2026년 한국의 국방전략 과제는 무엇이며 한국은 어떤 대비가 필요할까?
2. 미국의 국방전략 변화: ‘단극시대 종식’ 속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추구
이번에 발표된 NSS에서 강조하듯, 전략(strategy)은 “목표와 수단을 연결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이고, “평가하고, 분류하며,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이 핵심적인 과업이다. 이 때문에 NSS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문을 포함하여 문서 전반에 우선순위에 대한 예민한 인식을 여러 차례 강하게 드러낸다(Whitehouse 2025). 국익을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전략에 대한 논의에서 ‘무엇이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가?’라는 질문은 NSS가 공개되기 이전에도 작년 한 해 동안 꾸준히 제기되었다.
(1) 전략적 재검토의 배경: “리프먼 갭(Lippmann Gap)”과 우선순위 논쟁
처음 이 문제를 가장 선명하게 제기한 사람은 콜비(Elbridge Colby)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다. 지난 2025년 3월 4일 정책차관 지명자 신분으로 참석한 의회 청문회에서 콜비는 국가가 달성하고자 하는 대외 정책 목표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자원 및 정치적 의지 사이의 불일치 문제, 즉 “리프먼 갭”(the Lippmann Gap)을 지적하며, 미국이 전 세계 모든 위협에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대신, (1)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가용 자원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거부적 억지력 확보에 집중적으로 투입하면서 동시에 동맹국들이 자신의 안보를 위해 더 많은 국방 비용을 지불하고 책임을 분담하도록 촉구할 것과, (2) 미국 본토 방어와 국방 산업 기반의 혁신을 핵심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한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의 전 수석 고문이자 콜비와 함께 미국의 NDS를 함께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칼드웰(Dan Caldwell)은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역량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제1도련선 내 미군의 생존성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보았다. 이는 사실 새로운 주장이 아니며 2020년대 초 미국의 정책 커뮤니티에는 워게임을 돌려보면 제1도련선 내 미중이 군사적으로 충돌시 미국이 상당히 불리한 것으로 나온다는 인식이 확산 되어 있었다. 개전 초기에는 미국이 우세하나 그 이후에는 미국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심지어 미국이 군사적 목표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1도련선 내 미중 분쟁 발생시 미국과 중국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의 비율이 10,000:1에 이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Allison 2020). 따라서 주한미군 병력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등 미군 주력은 괌이나 호주 등 제2도련선으로 후퇴시켜 전력을 보존하고, 한국 등 동맹국이 전방 방위를 책임지는 방식을 제안하였다(Kavanagh and Caldwell 2025).
그러나 콜비 뿐 아니라 파파로(Samuel Paparo) 인태사령관도 미군이 제1도련선에서 물러날 경우 지역 내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에서 압도적 역량을 갖추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동인이 급격히 줄어들어 동맹 네트워크가 붕괴될 것으로 우려했다. 콜비는 예전부터 미국이 직접적인 소모전에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동맹국들이 ‘반패권 연합(Anti-hegemonic Coalition)’에 참여할 수 있는 동인을 미국이 제공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고(Colby 2021), 파파로 사령관도 중국의 A2/AD 방어망 밖에서 무인 전력과 타이폰 미사일, 해군·해병대 원정 선박 차단 체계(NMESIS), B-21 스텔스 폭격기 등 장거리 타격 능력으로 제1도련선 내에서의 대중 억지력을 유지한다는 전략을 제시하였다(Paparo 2025).
따라서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신 국방전략 방향을 두고 칼드웰 류의 논의와 콜비 류의 논의가 경쟁을 벌인 것을 알 수 있다. 전자는 미국의 군사력을 괌과 호주가 있는 제2도련선으로 후퇴시키고, 1도련선의 방어는 동맹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의 ‘역외 균형(Offshore Balancing)’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들은 불필요한 해외 개입을 축소하고 ‘본토 방어’에 집중하자는 흐름이다. 후자의 경우 본토 방어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미래 성장 동력의 핵심인 인태지역이 여전히 중요하고, 이 지역에서 중국이 패권으로 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동맹국들에게 충분한 역량 제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입장을 견지하는 세력은 중국에 대한 충분한 억지력 유지, 인태지역의 동맹 네트워크 관리 등에 방점을 찍는 견해를 견지한다.
(2) 칼드웰 vs. 콜비: NSS vs. NDS?
NSS는 이같은 미 국방정책 커뮤니티 내 논쟁 맥락을 고려하여 읽어야 한다. 서문에서 트럼프는 취임 후 자신의 핵심 업적을 언급하며 국익의 우선순위를 암시하는데, 곧 (1) 미국의 국경 회복, (2) 미군 내 급진적인 젠더 이데올로기와 ‘워크(woke) 광기’ 제거, (3) 1조 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군사력 강화, (4) 동맹 재건 및 공동 방위에 대한 동맹국들의 기여 확대, (5) 에너지 생산과 자립 회복, (6) 핵심 산업 리쇼어링이었다.
본문에서 밝히는 국가안보 우선순위(Priorities)는 이러한 트럼프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런데 (1) 대규모 이주 시대 종식과 국경보안, (2) 핵심 권리와 자유의 보호(예. ‘정치적 올바름’과 “Woke 문화” 척결), (3) 동맹국에 대한 부담 분담 및 전환(Burden-Sharing and Burden-Shifting), (4) 평화를 통한 재정렬 노력(예. 캄보디아-태국, 코소보-세르비아 등 주변부 갈등 봉합), (5) 경제 안보(예. 균형 무역, 공급망 확보, 재산업화, 에너지 우위 등)로 구성된 동 리스트에서 중국은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국내 언론은 NSS에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만 주목했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다. 문서 전체를 통틀어 중국은 총 21번 언급되는데, 미국 국가안보 전략의 큰 그림을 제시하는 이 문서에서 중국을 ‘군사적 억지’의 대상으로 언급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심지어 아시아 지역 전략을 논의하는 절의 제목은 “경제적 미래 담보, 군사적 대결 방지(Win the Economic Future, Prevent Military Confrontation)”이다. 해당 절에서 이전 민주당 행정부가 가진 중국에 대한 잘못된 관점(예. 경제적으로 성장한 중국이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편입될 것이라는 기대)에 대한 비판,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자율시스템·에너지 등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해 승리해야 한다는 내용은 언급되나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해야 한다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어서 등장하는 군사적 위협을 정리한 절에서도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그 중요성을 ‘반도체 생산’과 매년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약 3분의 1이 지나는 남중국해의 가치와 연관되어 설명한다. 한국은 단 3차례 언급되는데, “순 해외 자산을 보유한 국가”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필요한 나라로 언급될 뿐이다(Whitehouse 2025).
따라서 NSS는 콜비 보다는 칼드웰 측 관점에 손을 더 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견제’와 ‘북한 위협 대응’이 명시되지 않은 것은 단순 누락이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경제 우선, 대결 회피, 동맹 비용 압박’이라는 핵심이익 우선순위를 더 민감하게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물론,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 내용은 곧 공개될 NDS의 몫으로 남겨두었을 가능성도 있다.
(3) 2026 국방전략서(NDS) 전망: 단극시대의 종결 속 압도적 군사력 유지
그렇다면 미국의 국방전략 방향을 정확히 읽기 위해서는 NSS보다 NDS 내용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NDS 내용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서는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연설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NSS가 발표되기 이전의 2025년 5월 31일 샹그릴라 대화 연설과 NSS가 발표된 직후 12월 6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연설을 비교해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헤그세스는 미군의 3대 핵심목표로 전사 정신(Warrior Ethos) 회복, 군 재건(Rebuilding), 억지력 회복(Reestablishing Deterrence)을 꼽는다. 억지력의 우선순위로는 본토 방위와 골든돔을 먼저 언급하기는 하지만, 이후 상당히 많은 분량을 대중국 억지를 설명하는 데 할당한다.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며 “시진핑이 2027년까지 대만을 침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라고 군에 지시했다는 것은 공개된 정보”라고 주장한다. 이어서 국방부의 최우선 과제로 서태평양 지역에 “전방에 배치된 전투 신뢰성이 높은 전력(forward-postured, combat credible forces)”을 통해 제1·제2도련선을 따라 ‘거부에 의한 억지(deterrence by denial)’를 구현하는 것과 이를 위한 필리핀과의 안보 협력 방향을 제시한다. 아울러, 앞서 파파로 사령관이 밝힌 NMESIS와 같은 무기체계, 그리고 동맹국과 첨단기술 무기 플랫폼의 상호운용성 제고 등을 언급한다(Hegseth 2025a). 전반적으로 콜비가 그리는 대전략 그림에 잘 부합되는 연설이었다.
그런데 12월 연설에서는 분위기가 바뀐다. 서두에서부터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역임한 와인버거(Caspar Weinberger)의 이름을 딴 와인버거 독트린을 언급하여 해당 내용을 소개한다. 핵심은, 미국 또는 동맹국의 중대한 국가이익이 걸려있는 문제에서만 군을 투입하고, 명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만 군사적으로 개입하며, 군 병력의 투입은 최후의 수단으로서만 고려한다는 것이다. 군사력의 사용은 신중해야 한다는 자제의 논리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어서 군의 ‘4대 핵심 노력’으로 다음을 언급한다. (1) 미국 본토 및 서반구 방어(예. 군 병력을 투입해 국경 봉쇄, 마약 카르텔 소탕, ‘골든 돔’ 구축, 서반구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 (2) 대결이 아닌, 힘을 통한 중국 억제(예. 중국을 지배(domination)하는 것이 아닌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을 유지, 제1도련선에서 ‘거부에 의한 억지’ 구현,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 유지), (3) 동맹 및 파트너의 부담 분담 증대(예. GDP의 5% 국방비 지출 목표 제시), (4) 미국 방위 산업 기반의 초격차 확보(예. 역동적인 벤더(vendor) 중심 시스템으로 전환하여 무기 생산 속도와 규모를 증대)가 그것이다(Hegseth 2025b).
5월 연설과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강조점에 있어서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첫째, 5월에는 국내와 국외 안보 우선순위를 같이 언급하며 본토방위와 중국 억지 사이에 위계가 없는, 동시에 추진하는 목표처럼 언급되었으나 12월 연설에는 중국 억지가 두 번째 과업으로 우선순위가 확실히 규정되었다. 둘째, 5월 연설에는 미 국방력의 주요 노력 노선을 중국 억지 맥락에서 설명하였으나 12월 연설은 미사일·사이버 방어 및 3대 핵전력(nuclear triad) 현대화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군사력 강화 논의를 본토방위 맥락에서 설명한다. 셋째, 가장 흥미로운 부분인데, “단극시대는 끝났다(unipolar moment is over)”는 것을 명시적으로 선언하면서도, 인태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이 “매우 강력하여 (다른 국가들이) 침략을 아예 고려조차 하지 못하는(so strong that aggression is not even considered)” 구도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추후 공개될 NDS가 칼드웰 류의 시각에 수렴하지는 않겠지만, 콜비가 2025년 8월 말 경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초안 버전보다는 더 NSS에 가까운 형태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더 이상 미국이 세계 패권의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말과, 인태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이 중국보다 압도적으로 강력하여 ‘힘에 의한 평화’를 이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말이 NDS를 관통하는 핵심 원칙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 원칙은 일견 매우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집중,” “우선순위 설정,” “목적의 명확성”이라는 키워드 중심으로 생각하면 그 진의를 짐작할 수 있다. 즉, 불법이민 단속과 마약문제 해결을 위한 군사력 투사와 서반구에서 압도적인 역량 유지 및 사용이 미 국방정책의 핵심이 되고, 동시에 인태지역에서는 A2/AD를 내세운 중국의 제1도련선 내 재래식 군사력 우위를 ‘상쇄’하는 전략과 이에 필요한 능력을 구비하는 그림인 것이다.
예를 들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파파로 사령관이 워싱턴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시한 “지옥도(Hellscape)” 구상이다. 중국이 대만 침공을 감행할 시 수천 개의 무인 잠수정, 무인 수상정, 공중 드론(aerial drones)을 대만 해협에 즉각적으로 투입하여 동 지역을 “무인 지옥”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는 중국이 속전속결로 대만을 점령하는 ‘기정사실화(fait accompli)’ 전략을 쓰지 못하게 만들면서 중국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게 강제하는 동시에 미군의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이다(Washington Post 2024). 이 외에도 미국은 본토 방위에 집중하면서도 중국에 대해 압도적 군사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인데, 그 핵심은 후술하게 될 동맹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3. 중국의 국방전략 변화: ‘전략적 대체’에서 핵 강대국 경쟁으로
헤그세스가 ‘단극 시대의 종결’을 공식화한 이면에는 중국 군사력의 비약적 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서태평양 제1도련선 내에서 중국의 재래식 전력과 정보화 무기체계(정밀타격, 사이버, 대(對)우주무기 등)는 이미 미국의 독점적 지위를 무너뜨린 것으로 평가된다. 구매력 평가(PPP) 기준으로 미국 국방비의 50%를 넘어선 중국(Robertson 2025)은 그 막대한 규모의 재정을 제1도련선 내 군사력 구축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더 나아가 최근 중국이 보여주는 수직적 핵 확산의 속도는 중단기적으로 미국과의 경쟁에서 중국이 상당한 수준의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확보하게 될 것을 보여준다.
(1) 제3차 대만위기(1995-1996)와 “전략적 대체” 태세 태동
제1도련선 내 중국의 군사력 증강 과정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는 커닝햄(Fiona S. Cunningham)이 제시한 “전략적 대체(Strategic Substitution)” 개념이다(Cunningham 2025). 지난해 4-5월 인도-파키스탄 간 군사충돌 사례와 같이 핵 보유국이 다른 핵무장 국가와 국지전 형태로 충돌할 때, 전면전은 피하면서도 자국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 그동안 많은 이론적 검토와 정책적 논의가 있었다.
핵심은 스나이더의 “안정-불안정 역설(Stability-Instability Paradox)” 개념(Snyder 1965)에서 제시하듯, 핵 문턱을 넘지 않으면서 재래식 전력만을 사용하여 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한가이다. 재래식 전력에서 우위에 있을 경우는 파웰(Robert Powell)의 ‘제한된 보복(limited retaliation)’ 개념에 기초한 “조정된 확전(calibrated escalation)” 태세를, 재래식 전력이 상대국보다 열세에 있을 때는 쉘링(Thomas Schelling)의 ‘우연에 의한 확전(Threat that leaves something to chance)’ 개념에 입각한 “핵 벼랑끝 전술(nuclear brinkmanship)” 태세를 채택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Kim 2023).
그런데 커닝햄은 중국이 ‘벼랑끝 전술’도, ‘조정된 확전’도 아닌 ‘제3의 길’을 택했다고 분석한다. 그 계기는 1995-96년 제3차 대만해협 위기였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가 급파한 두 척의 항모 전단 앞에서 중국은 대응 수단이 전무한 “레버리지 결핍(Leverage Deficit)”의 굴욕을 맛봤다. 그런데 위기 이후 중국은 미국과 같은 고비용 플랫폼(항모 등)을 모방하는 군비 경쟁을 벌이지도,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원칙을 파기하며 벼랑 끝 전술로 나가지도 않았다.
대신 중국은 “정보화 시대의 무기(Information-Age Weapons)”를 조합한 비대칭 역량 구축을 선택했다. 이것이 바로 ‘전략적 대체’다. 중국은 항모 킬러인 DF-21D/DF-26 대함탄도미사일(ASBM), 미군의 눈과 귀인 정찰위성 및 지휘통제(C4ISR)망을 마비시키는 위성 요격 무기(ASAT), 그리고 전력망과 지휘체계(NC3)를 겨냥한 공세적 사이버 역량에 집중했다. 그 결과 중국은 제1도련선 내에서 강력한 A2/AD 환경을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미국이 전지구적으로는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 있을지라도, 대만 해협이나 남중국해라는 특정 전구(Theater)에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거부적 억지’ 달성에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2019년 미 국방부가 실시한 워게임에서는 제1도련선 내 군사적 충돌 18번 중 18번 모두 미국이 중국에 패배하여 미 정책커뮤니티에 엄청난 충격을 주기도 하였다(Kristof 2019).
(2) 수직적 핵 확산: ‘최소 억제’의 종언과 상호확증파괴(MAD) 추구
커닝햄의 설명은 흥미롭지만 한 가지 중요한 변화를 간과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핵탄두 수를 급격히 확장하는 수직적 핵확산(vertical proliferation) 국면에 있다(그림 1). 기존의 ‘전략적 대체’가 대미 재래식 전력 열세에 대응함에 있어 ‘벼랑끝 전술’ 대신 ‘비대칭 정보무기’ 개발로 상쇄하는 방어적 성격을 보였다면, 미 국방부가 우려하고 있는 급격히 빠른 속도의 핵무기 능력 증강은 중국의 안보 전략이 다시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왜 성공적인 전략적 대체 전략을 넘어 핵 능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가?
[그림1] 중국 핵탄두 추정 그래프 (SIPRI 데이터 활용, 제미나이3.0 제작)
가장 핵심적인 동인은 미국과의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 관계 수립을 통한 전략적 안정성 확보에 있다. 21세기 첨단기술이 추동한 군사혁신, 특히 ‘정확성’과 ‘투명성’ 혁신은 “새로운 대군사타격의 시대(the new era of counterforce)”를 열었고(Lieber and Press 2017), AI의 군사적 활용은 그 변화 속도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김양규 2024). 따라서 기존 200기 정도의 핵무기는 이미 최소 억제(Minimum Deterrence) 전략을 이행하기에도 역부족인 상태라고 볼 수 있다. 2025년 기준 중국이 보유한 운용 가능한 핵탄두는 600기에 달하고, 2030년쯤에는 1,0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2020년까지 중국의 핵무기 보유량이 200기 정도에 머물렀던 것을 기억할 때 이는 매우 가파른 성장세다(SIPRI 2025; DoD 2025). 명백히 핵탄두 과보유(redundancy)를 통한 2차 공격능력(second-strike capability) 확보 시도로 읽히는 부분이다.
질적 성장도 무서운 기세다. 2022년까지만 해도 3대 핵전력(nuclear triad) 차원에서 중국은 미사일 전력을 제외하면 미국에 상당한 열세를 보였다(Wu 2021/2022). 그러나 현재 100기 이상의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일로에 DF-31급 ICBM을 장전하여 “조기 경보 반격(Early Warning Counterstrike: EWCS)”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사거리가 약 10,000km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JL-3를 6척의 전략핵잠수함(SSBN) 진(Jin)급 잠수함(Type 094)에 탑재해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공중 급유 기능을 갖춘 H-6N 폭격기에 이어 H-20 스텔스 폭격기를 개발 중이다(DoD 2025).
이러한 핵 능력 증강은 앞서 언급한 ‘정보화 무기’와 결합하여 치명적인 시너지를 낸다. 특히 핵과 재래식 탄두의 신속 교체가 가능한 DF-26 미사일의 실전 배치는 ‘핵 얽힘(Entanglement)’의 딜레마를 초래한다. 국지전 상황에서 미군이 중국의 재래식 미사일을 타격하려 할 때, 중국은 이를 핵 공격 시도로 오인하여 ‘사용하지 않으면 잃는다(use-it-or-lose-it)’는 공포 속에 핵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이는 미중 간 재래식 분쟁이 우발적 핵전쟁으로 비화할 위험을 급격히 높인다. 동시에 역설적으로 이러한 공포가 미국의 개입을 억제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만약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여 중국이 미국에 대하여 신뢰성 있는 2차 공격능력을 보유하고 미중간 확고한 MAD가 형성되면,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포기”하기 어려운 동학이 작동하여 동 작전 전구 내에 있는 동맹국들에게 제공하는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이는 견고한 미 동맹 네트워크에 균열을 발생시키는 강력한 요인이 될 수 있다.
(3) 중국의 『2025 국방백서』: 제1도련선 내 우위와 장기적 미중 군사균형 추구
급격한 군사력 증강을 통해 중국이 중장기적으로 그리고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보 지형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2049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최종 상태(end-state)를 달성하기 위해 제시한 3단계 군사 현대화 로드맵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은 2027년 건군 100주년 전까지 기계화, 정보화, 지능화의 융합을 완료하여, 제1도련선 내 분쟁, 특히 대만 유사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고 ‘전략적으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역량을 완비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한 방어 능력 확보가 아니라, 서태평양에서 미국에 대한 ‘전략적 상쇄(Strategic Counterbalance)’를 달성하여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기 어렵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2035년까지는 국방 및 군대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완성하고, 2049년에는 미군과 대등하게 전 지구적 작전이 가능한 ‘세계 일류 군대(World-class forces)’를 건설하여 패권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DoD 2025).
2026년은 그 과정에 있다. 2025년 5월 발표된 『신시대의 중국 국가안보(新时代的中国 国家安全)』백서는 “총체적 국가안보관(总体国家安全观)”을 핵심지침으로 둔다(State Council Information Office 2025). 이는 안보의 개념을, 군사를 넘어 정치, 경제, 문화, 사회, 기술 등 20개 이상의 영역으로 확장한 개념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고품질 발전과 고수준 안보의 선순환(必须推动高质量发展和高水平安全良性互动)”을 강조하는 것인데, 이에 의하면 미국의 대중국 무역 통제와 공급망 디커플링 시도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체제 생존을 위협하는 안보 문제’가 된다. 식량, 에너지, 핵심 기술의 자립자강(self-reliance)은 곧 국방력 강화를 위한 전제 조건이 되며, 역으로 강력한 군사력은 중국의 ‘발전할 권리(Right to Development)’를 외부의 강압으로부터 지켜내는 방패가 된다.
둘째, 그러면서도 중국은 핵심이익 영역을 서열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핵심이익을 “정권, 주권, 영토 완정, 인민복지, 경제·사회 지속 가능한 발전(国家政权、主权、统一和领土完整、 人民福祉、经济社会可持续发展)”으로 규정하되, “정치안보를 최우선시해야 한다(坚持把政治安全摆在 首位)”는 인식을 명확히 드러낸다. 여기서 정치안보는 곧 ‘중국공산당의 영도 지위’와 ‘사회주의 체제’의 수호를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만 문제는 타협 불가능한 ‘핵심 이익 중의 핵심’으로 격상된다. 둥쥔 국방부장은 2024년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 핵심이익 중의 핵심(The Taiwan question is at the core of China’s core interests)”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Dong 2024). 중국에게 대만 통일은 영토의 회복을 넘어,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정치 안보)을 증명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인 셈이다. 따라서 중국은 ‘평화 통일’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면서도, 무력 사용을 절대 포기하지 않으며,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체제 위협’으로 간주하여 핵 억지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하드파워를 넘어 규범 경쟁에서도 미국에 맞서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SI)’는 미국 주도의 동맹 체제를 ‘냉전적 사고’이자 ‘배타적 소다자주의’라고 비판한다. “절대안보(绝对安全, absolute security)” 추구 반대, 다자주의와 ‘공동 안보’ 개념에 기초하여 대화와 협력을 통한 분쟁 해결을 주장하며 미국 주도 동맹 체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Dong 2024). 이로써 미중 경쟁 사이에서 중립을 원하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을 규합하려 한다. 이는 미국의 포위망을 뚫고, 중국 중심의 새로운 안보 거버넌스와 파트너십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장기적인 포석이다.
결론적으로 중국 국방백서와 전략 문건들이 가리키는 2026년 이후의 미래는 명확하다. 중국은 공산당 체제 유지라는 정치 안보를 위해 대만 통일 기반을 완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최소한 제1도련선 내에서는 미국을 군사적으로 압도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력은 군사력을 키우는 자양분이고, 군사력은 경제 발전을 보장하는 안전판이다. 이 견고한 ‘발전-안보 복합체’가 미국의 ‘힘에 의한 평화’와 충돌할 때, 서태평양에서 미중 전략경쟁의 파고는 앞으로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4. 중장기 동북아 군사질서 전망: 제1도련선 내 미중 ‘창과 방패’의 대결
미중의 국방전략 변화 속 중단기 동북아 군사질서는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앞서 향후 공개될 NDS는 “단극 시대는 끝났다”고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미국의)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를 비전으로 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6년 이후 전개될 미중 군사 균형의 모습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를 핵 경쟁, 제1도련선 내 비핵무기 경쟁, 동맹네크워크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자.
먼저 기저층위(Base)가 되는 핵 경쟁 차원에서는 여전히 중국이 미국에 비해 확실한 열세라는 점이 중요하다. 중국의 수직적 핵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현재 600여 기 수준의 핵무기로는 냉전기 미소가 형성한 수준의 MAD 상태에 도달하기 어렵다. 정밀성과 투명성 군사혁명 시대에 MAD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도 훨씬 더 많은 양의 핵탄두가 필요하다. 따라서 중국은 핵 능력을 ‘최후의 보루’이자 미국의 핵 강압을 차단하는 방패로 깔아두되, 실제 군사전략의 중심부에는 여전히 커닝햄이 말한 ‘전략적 대체’ 태세를 유지할 것이다. 다시 말해, 핵 전면전보다는 정밀타격 미사일, 사이버, 우주무기 능력을 활용해 제1도련선 내 미국의 군사적 개입 비용을 높이는 비대칭적 거부 전략을 중국 국방전략의 중심에 둘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미중 군사경쟁의 핵심은 결국 제1도련선 내 비핵 전력의 충돌, 곧 중국의 ‘접근거부(방패)’와 미국의 ‘투사/돌파(창)’의 싸움이 될 것이다. 주목할 점은 정보화 시대 무기와 비대칭 전략이 중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첨단무기 경쟁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중국보다 앞서있다. ‘무인 지옥도’ 개념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은 중국의 A2/AD 방패를 뚫기 위해 중국이 썼던 방식 그대로, ‘비대칭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대만 해협을 수천 개의 무인 무기체계로 뒤덮어 중국의 상륙 함대를 타격하며 “한 달 동안 끔찍하게 괴롭히겠다(make their lives utterly miserable for a month)”는 이 구상은 미국 버전의 ‘반접근(Anti-Access)’ 전략인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핵심은 NSS나 헤그세스도 강조한 것처럼 물량 공세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산업기반, 즉 제조업 분야 경쟁력이다. 2026년 이후의 서태평양은 이처럼 미중이 서로의 군사력 투사를 거부하는, 창과 방패가 뒤섞인 혼란스러운 교착 지대가 될 것이고, 핵심 승부처는 첨단기술 무기의 생산력에 달렸다.
한 가지 추가로 더 고려해야 할 중요한 문제는 안보 파트너십 네트워크이다. 사실 미국이 단극 시대 종식 후에도 압도적 우위를 자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압도적 ‘기술 패권’이 아니라 ‘동맹 네트워크’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하는 ‘부담 분담(Burden Sharing)’은 단순히 안보를 지키기 위해 동맹국들이 돈을 더 내라는 요구를 넘어, ‘역량 분담(Capability Sharing)’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11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에 원자력추진잠수함(SSN) 건조를 승인하고, 필리핀에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시스템인 타이폰(Typhon)과 이동식 정밀타격 미사일 네메시스(NMESIS) 체제를 배치하는 움직임(임화섭 2025/05/12)은 미국의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미국은 동맹국 역량을 강화하고 상호운용성을 높여, 동맹의 자산으로 중국을 포위하고 전방 방위망을 형성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스쿼드(S-Quad)와 같은 소다자 협의체를 촘촘히 연결하는 ‘격자형 안보 네트워크’ 구축 노력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박재적 2026).
‘동맹국의 안보 역량 증진’이 곧 ‘미국의 대중 억지력 상승’으로 연결되는 이 구상이야말로 중국에는 매우 뼈아픈 지점이다. 중국은 단순히 미군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군과 합동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한국, 일본, 필리핀의 정밀타격 미사일 및 해공군 전력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사적으로 지역 패권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는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를 와해시키는 것이며, 이를 위해 중국은 앞으로 강압과 쐐기전략(wedge strategies)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브릭스(BRICS) 및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시어티브(GGI)’를 제시하며 대안적 다자 제도를 구축하려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이동률 2026).
5. 2026 한국의 국방정책
미중간 제1도련선 내 군사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2026 한국의 국방전략은 어떤 대비가 필요할까? 트럼프 2기 행정부 하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이 “유연한 현실주의”에 기반한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고, 시진핑 주석의 중국 또한 핵심이익에 따라 국내정치적 이익을 최우선 하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냉철하게 ‘국익 중심’ 접근을 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한미동맹 현대화 과정에서 한국의 포지셔닝 문제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11월 경주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인 원자력추진잠수함(SSN) 승인을 단순히 30년 숙원 사업을 이룬 ‘외교적 쾌거’이자 자주국방의 상징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미국의 국방전략 변화 방향을 고려할 때 이는 우리에게 상당한 전략적 딜레마를 안겨주는 변화이기도 하다. 미국이 반대급부로 요구한 한국 내 미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정례화는 한국의 조선소가 미 해군의 병참 기지가 되는 것을 의미하고, 제1도련선 내 미중 군사 분쟁 발생 시 한국은 원치 않아도 중국의 주요 타격 목표에 오르게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한미동맹 현대화’의 방향을 미군의 인태지역 내 억지력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SSN을 포함하여 한국군의 역량 강화의 중심 목적을 ‘지역 분쟁 개입’이 아닌 ‘한반도의 전략적 안정성 강화’로 명확히 설정하고 대외적으로 발신해야 한다. SSN도 대중국 견제가 아닌,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을 상시 추적·감시하여 대북 억지태세에 한국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연루의 위협’은 피하고 미국의 안보 부담은 덜어줌으로써 한미동맹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둘째, 전작권 전환(OPCON Transfer)을 전략적 레버리지 활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반도 방위에 있어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정책 방향과 정확히 부합하는 의제로 미측이 환영할 만한 것이다. 실제 지난 11월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 (SCM)를 통해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은 올해 중에 “미래연합군사령부 본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추진”하는 것에 합의하여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nditions-based OPCON Transition Plan)’ 2단계를 마치고, 마지막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평가에 들어갈 예정이다(김호준, 이정현, 김철선 2025/11/14). 미국은 이제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고 실질적 역량을 갖춘 동맹국을 미국의 이익을 위해 원한다. 전작권 전환은 더 이상 ‘자주국방’이라는 원론적인 수준의 구호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한국은 전작권 전환 가속화를 지렛대 삼아, 한국의 실제 역량을 강화하여 대북 억지력을 높여야 한다. 감시정찰(ISR) 자산, 미사일 방어 체계, 우주 및 사이버 전력, AI의 군사적 활용 등 현재 한국군에게 부족한 핵심 능력을 구축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지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 기조에 부합하면서도 한국에게 ‘안보 역량의 퀀텀 점프’를 가져다주는 기회의 창일 수 있다.
셋째, 인구 절벽과 북·러 밀착의 구조적 압박에 대응하는 한국식 ‘전략적 대체’ 태세를 구축해야 한다. 북·러 군사협력 고도화와 계속되는 북한의 핵 능력 증강은 한국에 실존적 위협 요소임이 분명하다. 현재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지만 자구적인 노력을 확대해야 하며, 이때 중국이 상당한 성과를 거둔 정보화 시대 무기에 기반한 ‘전략적 대체’ 태세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더욱이 인구 절벽에 따른 병력 감소의 위협 속에서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의 조기 전력화는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 중 하나이다. 이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독자적인 작전 수행 능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미국의 AI 기반 국방개혁과 연계하여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되, 우리 지형과 전장 환경에 최적화된 독자적 알고리즘과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 국면에서 한국은 2026년을 혁신적인 국방력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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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규_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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