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북한경제개발 5개년 계획 평가] ②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본 ‘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정책 조정과정
정승호
인천대학교 교수

Editor's Note

정승호 인천대 교수는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북한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지난 5년간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어떻게 수정되고 집행되었는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문을 통해 심층 분석합니다. 저자는 해당 기간을 제재 대응을 위한 자력갱생 강화기, 팬데믹 위기 속 국가 통제 심화기, 그리고 도농 격차 해소를 위한 지방발전 정책 전환기로 구분하여 시기별 정책 기조의 역동적인 변화 과정을 추적합니다. 정 교수는 나아가 북러 밀착이라는 기회요인과 지방 사회의 불안정성이라는 위기요인이 교차하는 현시점에서,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위시한 차기 경제 전략의 향방을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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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이하 5개년계획)’은 5년 전 7차 당대회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이하 5개년전략)’과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발표되었다. 2016년 ‘5개년전략’ 발표 당시 노동신문은 이를 “우리 혁명의 최후 승리를 앞당겨 나가기 위한 휘황한 설계도”라고 표현할 만큼 야심 찬 성장전략이었다.[1] 당시 전략은 중화학공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강조하였으며, 경제정책 측면에서는 기업과 협동농장에 일정 수준의 경영 자율권을 부여하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전면적 확립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또한 대외적으로는 20개가 넘는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해외자본 유치를 확대하는 전략도 병행하였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시장화 확대와 무역 증가로 인한 김정은 정권 전반기(2012~2016)의 비교적 양호한 경제 상황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2]

 

그러나 ‘5개년전략’ 제시 이후 북한의 대내외 환경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2016~2017년 연이은 핵·미사일 실험에 대응하여 유엔 안보리는 강도 높은 경제제재를 도입했고, 그 효과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제재 완화를 시도했으나,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이러한 구상은 무산되었다. 이어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례없는 국경봉쇄가 시행되면서 북한경제는 과거 ‘고난의 행군’에 비견될 정도의 심각한 침체 국면을 맞게된다.

 

<표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5개년전략’ 발표 당시와 ‘5개년계획’ 발표 당시의 경제 상황은 뚜렷이 대비된다. ‘5개년계획’ 발표 직전 4년간 평균 무역액은 약 31억 달러로 이전 시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였고, 경제성장률은 플러스에서 –2.9%로 전환되었다. 또한 정부 예산 수입 증가율도 1.6%p 감소하면서 국가재정 여건 역시 악화되었다. 이에 따라 ‘5개년계획’은 자력갱생, 자급자족을 핵심으로 한, ‘정비, 보강’ 전략으로 그 역할이 크게 축소되었다.

 

<표1> 5개년계획과 5개년전략 발표전 4년간의 주요 경제지표의 평균

 

 

5개년전략 발표(2016)

4개년 평균

5개년계획 발표(2021)

4개년 평균

무역액(백만 달러)

7,004

3,125

경제성장률 (%)

0.6

-2.9

예산수입액 증가율 (%)

5.2

3.6

출처: 무역액, 경제성장률은 통계청 북한통계, 예산수입액은 이종규(2022)

 

본 연구는 이와 같은 대내외적 제약 속에서 추진된 ‘5개년계획’의 전개 과정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논의 내용을 중심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김정은 시기에는 당의 공식 의사결정기구가 복원되었으며,[3] 특히 당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 동안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주요 정책 조정기구로 기능하였다. 전원회의는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이 모두 참석하는 회의로, 7기에는 6회 개최되었으나 8차 당대회 이후 8기에서는 상반기(6월), 하반기(12월)에 각각 열리며 총 13회 개최되었다.[4] 일반적으로 6월 전원회의는 상반기 사업 실적을 평가하는 중간 점검의 성격을 지니며, 12월 전원회의는 연간 사업 평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전원회의에 제시된 결과보고는 북한 스스로의 정책 평가뿐 아니라,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른 정책 조정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전원회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경제정책과 그 기조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표 2>와 같이 세 기간으로 구분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첫 번째 기간은 경제제재 강화와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자력갱생 노선이 강화된 시기(7기 후반~8기 초반)이다. 이 시기에는 제재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기존 시장화 발전의 핵심이었던 유통 부문에 대한 국가통제가 강화되었으며, 이에 더해 자립경제 노선 역시 한층 강조되었다. 둘째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국가 통제가 강화된 시기(8기 중반)로, 사회·경제 전반에서 통제가 심화되면서 전원회의 주요 안건 역시 비상방역대책에 집중되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기간은 경제정책의 초점이 지방 발전정책으로 전환된 시기(8기 후반)이다. 팬데믹 장기화와 이에 따른 통제 중심 정책의 지속은 주민들의 피로감과 불만을 누적시켰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지방경제 중시 기조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 군사지원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일정 수준의 경제적 지원이 확보되면서, 구조적 문제였던 도농 격차 해소를 추진할 여지가 생겼을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 과정은 ‘5개년계획’이 당초 제시된 목표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조정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이하 본문에서는 각 시기별 전원회의 결정문을 중심으로 ‘5개년계획’의 조정 과정을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표2> 대내외 환경변화와 전원회의 주요 논의내용 정리

기간

대내외 환경변화

전원회의 논의결과 (경제정책)

7 후반기

~ 8 초반기

(2019~2021.2)

-2017 경제제재 심화

-2019 하노이 북미회담 실패

-2020 코로나 팬데믹 확산, 북중국경 봉쇄(20.01)

-7 5(19.12) : 대북제재 정면돌파, 국가상업체계 복원 (상업유통 부문에 대한 국가통제 강화)

- 7 6(20.08) : 5개년전략 실패예고

- 8 1(21.01) : 5개년계획 발표 (자력갱생, 자급자족)

- 8 2(21.02) : 중앙집권적 경제통제 강화

8 중반기

(2021 중반~2023)

- 2021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

- 2022 코로나 종식선언(22.08)

- 2023 북중국경 봉쇄 해제(23.08)

-8 3(21.06) : 비상방역대책

- 8 4(21.12): ‘새시대 농촌강령발표

- 8 5(22.06) : 비상방역 대책

-8 6(22.12) : 성과지표를 축소하여 ‘12 중요 고지제시

- 8 9(23.12) : ‘12 중요고지초과달성 발표

8 후반기

(2024~)

-내부: 코로나 방역, 경제에 대한 국가통제로 강화로 사회·경제적 불안정성 심화

- 대남: 적대적 대남정책으로 전환

- 대외: 대러 무기지원 시작(23.9), 러북정상회담, 신조약 체결 (24.6),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24.11~) 북러관계 긴밀화

- 8 11(24.12) : 지방발전 정책 추진 강조

- 8 12(25.06) : 9 당대회 소집 의결

- 8 13(25.12): 5개년계획 완수 선언, 지방발전 정책 대상 20 · 확정



2. 시기별 전원회의 논의 내용

 

1) 자력갱생 노선 강화기 (7기 후반~8기 초반)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일관되게 요구한 핵심 의제는 대북제재 해제였다. 이는 대북제재가 북한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음을 보여준다. 2016년부터 잇달아 채택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 수출의 90%를 차지하던 무연탄, 철광석, 의류 수출을 전면적으로 금지했고, 주요 외화 수입원이던 해외 노동력 파견도 금지하였다. 이는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 조치였다. 특히 ‘5개년전략’ 추진에 결정적 장애가 된 것은 2017년 마지막으로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97호였다.[5] 해당 결의는 기계·금속·전기전자 등 중공업 재건에 필수적인 자본재의 대북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대중국 북한 수입 통계를 보면, 2018년 이후 기계·전기전자·수송기계 등 주요 자본재 수입이 거의 중단된 것으로 나타난다. 김정은 위원장은 8차 당대회에서 ‘5개년전략’의 성과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다”고 평가했는데, 이는 자본재 수입 차단에 따른 중공업 투자 차질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제시된 8차 당대회의 ‘5개년계획’은 ‘7기 5차 전원회의(2019.12)’ 결정문의 정책 기조를 상당 부분 계승하였다.[6]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정책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제재 장기화 속에서 재정 여건을 개선하려는 의도로 ‘국가 유통 강화 정책’이 추진되었다.[7] 전원회의는 “국가의 통일적 지도와 관리 강화”를 강조하며 “국가상업체계 및 사회주의 상업의 복원”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기조는 8차 당대회에서도 “경제사업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와 전략적 관리 강화”라는 구호로 이어졌고, 이어 열린 8기 2차 전원회의(2021.02)에서는 “당의 결정·지시를 태공(태만)하는 단위와 본위주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통제 강화를 주문하였다. 이는 당·군·내각 소속 기업들이 특권을 이용해 독자적으로 대외무역을 하거나 시장과 연계해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이러한 중앙집권적 유통 통제는 곡물 부문에서는 양곡판매소, 소비재 부문에서는 국영상점의 확대 운영으로 구체화되었다. 유통 부문은 북한 시장화가 가장 발달한 영역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는 시장활동의 축소를 초래하였다. 즉, 김정은 집권 전반기 경제성장의 핵심 요인이었던 분권화, 시장화를 지향했던 경제정책이 후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둘째 방향은 자립경제 노선의 강화이다. 7기 5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모든 당조직과 일군들은 시대가 부여한 중대한 임무를 떠메고 자력갱생의 위력으로 적들의 제재·봉쇄 책동을 총파탄시키기 위한 정면돌파전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인식은 8차 당대회에서도 이어지며, “5개년계획의 기본 종자, 주제는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이라고 선언하였다. 자립경제 노선은 대외무역을 최소화하고 국내 생산 기반을 완결적으로 구축하려는 북한의 기본 경제노선이지만, ‘5개년계획’에서는 그 중요성이 한층 더 강조되었다. 특히 ‘원료·연료·설비의 국산화’, ‘식량의 자급자족’이 핵심과제로 설정되었다.[8]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이라는 구호와 함께 ‘수입병 근절’, ‘국산화’, ‘자원 절약’, ‘노력 동원’ 등이 함께 언급되었는데, 이는 제재로 인한 무역 봉쇄 상황에서 비전략 부문 기업과 일반 주민들에게 어려움 감내를 요구하는 정치적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9]

 

2) 코로나 위기 속 국가통제 강화기 (8기 중반)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된 2021년부터 북한의 최우선 국가사업은 비상방역이었다. 8차 당대회에서는 이를 ‘세계적인 보건위기에 대한 대처’ 수준으로만 언급했지만, 8기 4차 전원회의에서는 코로나 비상방역사업을 ‘국가사업 제1순위’로 규정하며 “사소한 해이와 빈틈, 허점도 없이 강력하게 전개해야 할 최중대사”로 강조하였다. 이러한 기조 하에서 고강도 방역정책이 시행되었고, 그 결과 민생의 어려움도 크게 가중되었다. 생활, 생산, 사업 단위별로 격폐(봉쇄)가 실시되면서 집단 격리생활이 일상화되었고, 이는 오히려 결핵이나 수인성 전염병 등 다른 감염병이 확산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였다 (한하린, 이대은, 2022). 언론보도와 탈북자 증언을 종합하면, 코로나19가 바람, 먼지, 바닷물 등을 통해 감염된다는 비과학적 방역지침으로 인해 조업과 입산이 금지되면서 어업 종사자나 뙈기밭 경작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주민들의 생활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기간 중 전원회의 결정문에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농촌문제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진 점이다. 특히 8기 4차 전원회의 보도에서 농촌문제가 전체 논의의 1/3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있게 다루어졌다. 회의에서는 ‘새시대 농촌강령’이 채택되었는데, 이는 1964년 ‘우리나라 사회주의 농촌문제에 대한 테제’ 이후 두 번째로 제시된 농촌 관련 강령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시장화 확산 이후 도농 간 생활수준과 경제적 격차가 심화되면서 농촌의 상대적 박탈감과 농민들의 불만이 누적된 것이 이번 강령 채택의 주요한 배경으로 보인다. 이는 강령의 내용에서도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난다. 기존 ‘사회주의 농촌테제’에서는 발전한 도시가 낙후된 농촌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도농 간 격차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새시대 농촌강령’은 도농 간 격차의 구조적 심각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면서 사회 전반의 균형적, 동시적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10] 구체적으로 전원회의에서는 ‘전국 농촌마을 개조사업’을 특별히 중시해야 할 과업으로 제시하며, ‘농촌 살림집’ 건설을 전면적으로 추진할 것을 천명하였다. 2025년 2월 노동신문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약 1,500개 농촌 마을에 8만 700여 세대의 주택이 건설되었으며, 현재도 2만 세대 이상이 건설 중인 것으로 보도되어, 해당 정책이 실제 국가 중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11] 이와 함께 협동농장이 국가로부터 대부받고 상환하지 못한 부채를 전액 면제하는 농촌지원 정책도 병행하여 발표되었다.[12] 한편 4차 전원회의에서는 농업 생산량 증대를 통한 식량문제의 ‘완전 해결’을 중점사업으로 제시하였는데, 이는 대북제재와 코로나 충격으로 경제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체제 유지를 위해 식량 기반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22년 8월 코로나 종식을 선언한 이후 전원회의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경제목표와 성과를 제시하기 시작하였다. 8기 6차 전원회의에서는 ‘12개 중요고지’가 새롭게 제시되었는데, 이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모든 산업 부문을 동시에 성장시키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판단 아래 핵심 분야에 목표를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후 9차(2023.12)와 11차(2024.12) 전원회의에서 ‘12개 중요고지’의 달성률이 보고되었으며, 그 주요 내용은 <표 3>과 같다. 북한은 2023년, 2024년 모두 ‘12개 중요고지’의 연간 생산목표(연초 목표대비)가 달성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한국은행이 추정한 북한경제 성장률, 즉 2020~2022년까지 마이너스 성장 이후 2023년에는 3.1%, 2024년에는 3.7%의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되었다는 평가와도 대체로 부합한다. 특히 한국은행은 2024년 북한 성장률 추정치를 발표하면서 성장의 배경으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 지방발전 20x10 정책 등 대내 정책사업 추진과 대외적으로 북러 협력이 확대되면서 제조업, 건설업, 광업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하였다.[13]

 

다만 2024년 이후 금속, 화학 등 기간공업의 세부 목표와 발전방향이 제시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산업 전반의 균형적 발전보다는 핵심 부문 중심의 제한적 전략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표3> 9차, 11차 전원회의에 보고된 경제부문 성과

 

 

 

2023

2024

 

12 고지

달성률

달성률

농림어업

알곡

103

107

통나무

109

104

수산물

105

101

광업

석탄

100

110

경공업

101

101

중화학공업

압연강재

102

127

유색금속

131

106

질소비료

100

103

시멘트

101

101

전기가스수도업

전력

100

101

건설업

살림집

109

-

서비스업

철도수송량

106

108



3) 지방경제 발전정책으로의 전환기 (8기 후반)

 

2024년부터 북한 당국의 경제정책의 중심이 ‘지방경제’로 급격히 변화되었다. 그 출발점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시정연설을 통해 제시한 ‘지방발전 20×10’ 정책이었다. 이는 매년 20개 시, 군에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여 10년 내에 전국의 모든 시, 군을 현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북한의 기초 행정단위인 시·군·구역 등 전국 211개 지역(2011년 기준)임을 고려할때, 이는 사실상 포괄하는 전국 단위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 평가할 수 있다. 같은 해 8월 김정은 위원장은 지방공장 건설현장을 시찰하면서 공장 건설과 함께 병원 등 보건시설, 복합문화시설, 양곡관리시설을 포함한 ‘3대 필수 대상 건설’을 병행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후 열린 8기 11차 전원회의(2024.12)에서는 이 정책을 “당의 중대한 정치적 문제이자 최대 숙원산업으로 간주해 최우선 혁명과업으로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정책”으로 규정하였다. 실제로 2024년에는 1차 연도 대상지 20개가 선정되어 2025년에 완공되었으며, 2025년에도 21개 지역이 새롭게 선정되어 공사가 진행 중이다. 대부분 식료, 일용품, 수산가공, 가구 등 경공업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들이다.[14]

 

지방중심 정책 자체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왜 이 시점에 지방경제가 정책의 중심으로 부상했는가이다. 특히 지방경제 발전정책의 핵심인 ‘지방발전 20×10’의 추진 배경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제시되고 있다. 다수의 연구들은 그 배경으로 도농 격차의 확대에 따른 사회 불안정성의 심화를 지적한다.[15]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과 지방 간 경제적 격차가 확대되면서, 지방 주민들의 불만과 이에 따른 통제력 약화가 심각한 정치적 문제로 인식되었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지방발전 정책이 추진되었다는 해석이다. 도농 격차의 확대는 여러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의 북한사회변동조사에 따르면, 2013~2020년 조사에서 모두 ‘농장원’이 ‘북한 내에서 가장 못 사는 직업’으로 지목되었다. 또한, 유니세프의 2017년 MICS(Multiple Indicator Cluster Survey) 자료에 따르면, 가계자산 하위 20%에 속하는 가구 비율은 평양이 0.4%에 불과한 반면, 양강도는 63.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북한 당국의 공식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4년 1월 개최된 제8기 19차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16]에서 “지방 주민들에게 초보적 생필품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것이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고 언급하며, 중앙과 지방 간 격차 해소를 “반드시 실행해야 할 정치투쟁과업”으로 규정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러 경제관계 확대에 따른 자금 및 물자 유입 가능성도 지방발전 정책 추진의 또 다른 배경으로 제기된다.[17] 김정은 위원장은 2024년 2월 성천군 공장 착공식 연설에서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과 노력, 시멘트·강재를 국가에서 전부 보장한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러시아와의 군사, 경제 협력 과정에서 확보된 재원이 지방발전 정책에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북제재와 코로나 국경봉쇄로 인해 장기간 경제적 제약을 받아온 북한이 대규모 자금과 물자가 소요되는 지방공업공장 건설을 본격화한 점을 고려하면, 이른바 ‘전쟁 특수’로 확보된 일부 자원이 지방발전 정책에 투입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지방경제 발전정책이 실제로 지방과 농촌 주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을까? 정치국 확대회의 내용을 보면, 지방공업공장 건설은 중앙에서 자금·자재·설비를 보장하고 건설 노동력은 군인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건설 과정에서 주민 부담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 북한 당국이 필요에 따라 애국미, 기금 납부 등 각종 세외부담을 부과해 온 전례를 고려할 때, 향후 지방공장 건설과 유지 과정에서 주민들의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새로 건설된 지방공장이 안정적으로 가동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통일부 조사에 따르면 2016~2020년 사이 공장 가동률이 60% 이하라는 응답이 47.2%에 달해 이전 5년(30.3%)보다 17%p 증가하였다.[18] 기존 공장조차 원료·전력 부족으로 정상 가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지방공장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지방경제 중심 정책은 ‘5개년계획’의 수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5개년계획’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한된 자원을 핵심 과제에 투입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국가 자원이 지방공업공장과 관련 부대시설 건설에 집중될 경우, 기존 ‘5개년계획’의 핵심 과제인 ‘12개 중요고지’ 이행에도 일정한 조정이나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19]

 

3. 결론 및 향후 전망

 

본 보고서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논의 내용을 중심으로,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이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어떻게 조정되어 왔는지를 분석하였다. 분석은 전원회의 논의의 성격과 정책 기조 변화를 기준으로 세 시기로 구분하여 진행하였다. 첫 번째 시기(7기 후반~8기 초반)에는 하노이 회담 실패와 제재 장기화를 배경으로 자력갱생과 자급자족 노선이 전면적으로 제기되었다. 이 과정에서 국가 유통 통제가 강화되었고, 시장화와 분권화를 지향하던 김정은 집권 전반기의 경제정책은 일정 부분 후퇴한 것으로 평가된다. 두 번째 시기(8기 중반)에는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비상방역이 국가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였고, 사회, 경제 전반에 대한 통제가 극대화되었다. 이 시기 전원회의 논의는 농촌문제가 핵심의제로 부상하여 ‘새시대 농촌강령’ 채택되었는데 이는 누적된 도농 격차와 농민 불만에 대한 대응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시기(8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북한의 경제정책은 지방경제 중심 정책으로 전환되었다. ‘지방발전 20×10’ 정책의 본격 추진은 단순한 산업정책의 변화라기보다, 장기간의 통제와 경제난으로 누적된 사회적 불안정을 완화하려는 정치적 선택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이 시기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관계가 밀착되면서, 북한이 일정 수준의 자금과 물자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대외 여건 변화는 ‘12개 중요고지’ 달성 보고와 지방공업공장 건설 등 대규모 정책 추진을 가능하게 한 배경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상의 정책 조정 과정을 통해 북한이 직면한 위기요인과 기회요인도 보다 분명해진다. 현재 북한의 가장 큰 위기요인은 지방과 농촌 사회를 중심으로 한 사회 불안정성의 증가이다. 식량과 상품 유통에 대한 국가 통제 강화, 그리고 고강도 코로나 방역은 북한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농촌을 중심으로 불만을 증폭시킨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이후 언론 보도와 탈북자 증언을 종합하면, 농촌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농장원에서 노동자로 신분을 전환하거나, 도시로의 거주지 이동을 위해 뇌물을 사용하는 행위가 확산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생계를 위해 농장을 이탈해 금광, 탄광, 건설 현장에서 소속 없이 일하는 무적자도 증가하면서, 농촌 사회에 대한 통제력은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들은 팬데믹 기간과 그 이후 지방, 농촌 사회의 불안정이 누적되었음을 보여주며, ‘새시대 농촌강령’과 ‘지방발전 20×10’ 정책이 제시된 중요한 배경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북러 간 경제협력의 강화는 북한에게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군수물자 생산을 중심으로 한 중공업 부문의 생산 증대는 한국은행의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에서도 일부 포착된다. 비록 ‘5개년계획’의 목표가 ‘12개 중요고지’로 축소되었지만, 2023년과 2024년에 연속적으로 목표 달성이 보고되었고, 대규모 자원이 투입되는 지방공업공장 건설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었던 점은 러시아로부터의 일정한 지원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5년 12월 개최된 8기 마지막 13차 전원회의에서 “올해 경제 발전 목표들과 함께 5개년 계획이 완수되었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2025년을 “5개년 계획 수행의 마지막 계선(경계)을 돌파하고 새로운 단계로 이행할 수 있는 동력을 충전한 역사적 전환의 해”로 규정하였다.[20] 이러한 발언을 고려할 때, 향후 제9차 당대회에서 제시될 새로운 경제계획은 성장 목표를 보다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이번 전원회의에서 지방발전 정책 대상 20개 시·군이 확정된 것을 볼 때, 차기 경제계획에서도 지방발전 정책은 핵심 사업으로 포함시켜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앞서 언급한 8기 시기의 위기요인과 기회요인은 제9차 당대회 이후에도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추진 중인 지방발전 정책이 실제로 지방과 농촌 사회의 불안정을 완화하고, 중앙의 통제력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는 향후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한편 기회요인으로 작용해 온 북러 관계 역시 향후 북한 경제정책의 방향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 진행 여부에 따라 북한이 전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의 규모와 성격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1] 이석기, 2021.

[2] 홍제환, 김석진, 2021.

[3] 김인태, 2025.

[4] 제8차 당대회에서는 당중앙위원회 위원 139명과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 111명을 선출되었다.

[5] 김석진, 2021.

[6] 이석기, 2021.

[7] 최지영, 2024.

[8] 홍제환, 김석진, 2021.

[9] 임수호, 2021.

[10] 송현진, 2024.

[11] 노동신문, 2025.2.18.

[12] 협동농장의 재정부담을 경감해 주는 조치는 1968년 ‘사회주의 농촌테제’ 발표시에도 있었다. 당시 김일성은 1964년부터 1966년까지 3년에 걸쳐 농업현물세를 완전히 없애기로 결정하였다. 협동농장의 농업현물세는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 중 일정비율(25~27%, 실제는 30%)을 국가에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세금이었다.

[13] 이투데이, 2025.08.29.

[14] 김두환, 2025.

[15] 이상근, 2024; 조동호, 2024; 한기범, 2024.

[16]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중앙위원회의 집행기구로서 당의 일상적인 정책 결정과 집행을 담당한다. 노동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당대회이며, 김정은 집권 이후 당대회는 통상 5년 주기로 소집되고 있다. 당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 동안의 주요 당무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관장하며, 다시 전원회의와 전원회의 사이의 당무는 정치국 회의를 통해 처리된다. 정치국 확대회의는 정치국 위원뿐만 아니라 정치국 후보위원 등 하위 간부까지 참석하는 형식으로 개최되는 회의이다. 정치국 회의는 통상 정치국회의(확대회의), 정치국 상무위원회, 정치국 협의회를 모두 포함하여, 제7기에는 총 23회, 제8기에는 2025년 5월 기준으로 총 30회 개최되었다. 김인태, 2025.

[17] 이상근, 2024.

[18] 통일부, 2024

[19] 양문수, 2025

[20] 통일뉴스, 2025.12.12.

 

참고문헌

 

김두환. (2025). 북한 ‘지방발전 20×10 정책’ 동향과 전망. 『KDI 북한경제리뷰』, 제27권 제9호. 한국개발연구원

 

김석진. (2021). 북한경제발전 5개년 전략은 왜 실패했을까. 통일연구원.

 

김인태 (2025) 김정은 시대 당ᆞ정 시스템의 운용과 주요 정책결정 사례 분석, 『INSS 전략보고』, 국가전략연구원.

 

노동신문 (2025.02.18.). “사회주의 농촌이 변모된다: 1. 사계절 울리는 새집들이 경사의 노래소리”

 

송현지. (2024). 북한 새 시대 농촌혁명강령의 특징과 전망. 『세계농업』 2024년 겨울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양문수. (2025). ‘경제발전 5개년계획’ 성과 평가 및 전망.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이상근. (2024). 북한 ‘지방발전 20X10 정책’ 추진의 특징 및 파급영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석기. (2021). 북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 평가와 시사점. 산업연구원.

 

이종규 (2022). 북한의 재정 추이와 주요 이슈, 『KDI 북한경제리뷰』, 제24권 제4호, 한국개발연구원,

 

이투데이 (2025.08.29.), “한은 "작년 북한 경제 3.7% 성장…8년 만에 최고”

 

임수호 (2021). 8차 당대회이후 북한의 경제전략 기조와 시사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동호 (2024), 최근 북한의 정책 변화 분석 -‘두 개의 국가론’과 지방발전정책을 중심으로-’, 『KDI 북한경제리뷰』, 제26권 제5호. 한국개발연구원

 

최지영 (2024). 북한의 국가 유통 강화 정책과 시장지표의 변동. 통일연구원.

 

통일부. (2024).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 보고서. https://www.data.go.kr/data/15129660/fileData.do#

 

『통일뉴스 (2025.12.12.), “당 제8기 제13차전원회의 마쳐...'9차당대회 준비 중요문제' 등 다뤄”

 

한기범 (2024). 북한의 ‘지방공업 발전 정책’ 평가. 아산정책연구원

 

한하린, 이대은. (2022). 북한 코로나19 통제 현황과 전망. 『KIEP 세계경제포커스』 Vol.5 No. 30.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홍제환, 김석진. (2021) 김정은 시대 북한경제: 경제정책, 대외무역, 주민생활. 통일연구원

 

DPRK Central Bureau of Statistics and UNICEF (2018) 2017 DPR Korea MICS. https://www.unicef.org/dprk/reports/2017-dpr-korea-mics-survey

 

 


 

■ 정승호_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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