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급변하는 현재의 한미동맹과 동북아 안보 지형에서 한국의 전시작전권 회수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저자는 한국의 경제 규모, 군사력, 국방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측면에서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한 명분이 충분함을 주장합니다. 나아가, 신 교수는 전시작전권 전환은 남북 관계와 대북 협상에서도 한국이 이점을 차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 Global NK Zoom&Connect 원문으로 바로가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은 기존 미국 동맹정책의 기조를 흔들고 있다. 트럼프는 MAGA 대통령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며 두 번이나 당선되었다. 그 방법은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다. 미국 우선주의는 국제질서에서 유엔과 다자주의 무용론으로 나타난다. 동맹정책에서는 기존의 호혜관계 대신 관세 부과와 미군주둔비 증액 등 책임 전가와 각자도생으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동맹 포함, 모든 관계는 트럼프가 주도하는 양자 간의 거래로 정의된다. 트럼프와의 거래에서 승자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트럼프와 미국이 더 많은 것을 얻어야 한다.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독일을 포함한 NATO 회원국들의 국방비를 GDP의 2% 수준으로 올리라고 압박했다. 당시 독일의 미온적인 반응에 대해 트럼프는 독일 주둔 미군을 철수해 폴란드로 이전하겠다고 협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년이 지난 2024년 다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미국의 NATO 탈퇴를 우려한 유럽 정상들은 2025년 6월 NATO 정상회담에서 2035년까지 DP의 5% 수준까지 국방비를 증액키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방위분담금 인상은 물론 국방비 증가와 미국산 무기 도입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미 국방부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약 28,500명 중 약 4,500명을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2025년 8월 25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트럼프가 과연 어떤 안보 청구서를 내밀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 군사 장비의 큰 주요 구매국"이라면서 한국의 무기 구매 확대를 언급했다. '주한미군 감축 계획'을 묻는 기자 질문에는 감축 대신 미군 주둔지 땅의 소유권을 미국에 넘기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는 임대 형식의 독일과 일본 사례와 달리 미군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한국 상황을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어찌 됐건 주한미군 땅을 소유하고 싶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최소한 미국이 쉽게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은 속내를 드러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방위비용 논란은 없었지만, 정작 중요한 주한미군 문제는 이 대통령의 방미를 전후하여 제기된 ‘한미동맹의 현대화’이다. 관련하여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정책을 총괄하는 앨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은 한국이 대북억제와 한반도방위를 책임지고 주한미군은 대중국 견제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동맹에 비용전가를 원하는 트럼프와 대중국 견제를 원하는 미국방부의 전략적 이해가 합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주한미군의 주력 임무가 ‘대북 억제’에서 ‘대만 등 한반도 인근 지역 관리’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한미동맹의 임무를 북한 억지에서 중국 억제로 확장시키고, 한국의 방위비 분담 증대, 전시작전권 전환, 주일미군과의 연계 강화 등을 수반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현 정부는 이러한 복합적 문제의 장기적 해결책으로 전시작전권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시작전권 전환은 노태우 정부 때 논의가 시작되어 노무현 정부 이후 본격 추진되었다. 그 사이 북핵 고도화와 한반도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보수 진보 정부를 오가며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아직 한국군이 독자적 작전을 수행할 능력과 안보 환경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급변하는 한미동맹과 동북아 지정학에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한국의 방위책임 확대는 한미동맹의 시대적 과업이 되었다. 한국군의 역할 확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요구는 실제 점점 강화되어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후통첩은 시간문제이다. 둘째, 세계 5위의 군사 대국으로 인정받는 한국이 한국방위를 책임지는 것은 제삼자가 보기에도 당연해 보인다. 셋째, 전작권 전환을 위한 우리 군의 국방비 증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예산 증가 요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비용은 지금보다 많게는 두 배의 예산을 쓰라는 미국의 요구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이면서 우리에게는 필수적인 장기투자의 이중 효과를 가진다. 넷째, 전작권 전환을 통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 감소는 대중국, 대미 안보 협상에서 우리의 협상력을 강화 시킬 것이다. 중국 관련 주한미군의 역할을 최소화하거나 한국의 독자적 안보 정책을 중국에 내세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지난 80년간 미국의 지도력하에 수립된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무역의 전도사이던 미국이 패권주의와 보호무역을 전면에 내세우며 전 세계를 협박하고 있다. 한미동맹과 세계 무역을 기반으로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룬 한국도 이제 매우 다른 미국을 상대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군사력과 경제력, 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다. 동시에 변화하는 미국의 모습과 한국의 역할에도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 얼마 전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이 단순히 두 대통령의 첫 만남을 넘어 21세기 한미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이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재미동포 간담회에서 “72년 한미 동맹의 새 길을 여는 중요한 여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군사동맹으로 시작된 한미 관계는 이제 경제동맹을 넘어 기술동맹을 아우르는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그 시발점은 새로운 한국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자각이다. 미중에 이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기술 경제와 5위의 군사력을 가진 한국은 더 이상 미국의 선의에만 기댈 수 없다. 21세기 미중 전략 경쟁에서 한국이 미국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커진 현실도 자각해야 한다. 한반도의 전략적 위치는 미국의 인도 태평양 군사전략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반도체 생산은 미중의 AI 경쟁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AI 경쟁의 또 다른 축인 에너지원 확보에서 한국의 원전 건설과 소형원전 기술 역시 미국이 필요한 능력이다. 자동차, 배터리, 화학, 항공 등 제조업 분야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는 미국 내 일자리와 차세대 산업 발전에 중요하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 조선업에 구원 요청을 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현대화 요구로 한국은 대북억제 공백 방지, 국방 주권 확보, 미·중 경쟁 속 외교 균형 유지라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단기적으로 전략적 유연성의 범위와 조건을 협의하고, 중장기적으로 첨단 군사능력 강화와 다자 안보협력 확대가 요구된다. 전시작전권 전환은 21세기 한미동맹 현대화에 변곡점이 될 것이다. 한국전쟁 이래 한국은 1990년대 평시작전권 전환을 통해 자주국방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이후 한국의 재래식 전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탱크, 자주포, 군함과 잠수함, 전투기를 자체 생산하여 수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전쟁의 눈과 귀가 되는 감시와 정찰, 정보 능력은 미국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트럼프의 압박에 의한 한국의 국방예산 증액은 정밀타격·C4ISR정보자산·사이버·미사일 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전시작전권 전환은 이러한 능력을 보완하여 명실상부한 자주국방의 마지막 단추를 끼우는 것이다.
전작권 전환은 장기적 남북 관계와 대북 협상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북한은 한국군을 미국의 하수인이라며 한반도 안보문제에서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대화하는 통미봉남 정책을 펼쳐왔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비핵화 불가’를 못박고 남북관계 단절을 재차 천명하였다. 김정은의 연설은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고 한미 양국의 비핵화 요구에 대한 기선제압의 의미를 가진다. 또한 남북 ‘적대적 두 국가’가 단순한 수사가 아닌 한반도 두 체제 분단 구도와 상황을 영구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전작권 전환은 북한이 한국의 군사적 자주권을 더는 무시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한반도의 군사 작전을 주도할 군사강국 한국과 핵 및 군비통제 등의 주요안보 현안을 놓고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군의 날 연설에서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자주국방은 필연이라 말했다. 북한 GDP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와 세계 5위 군사력을 갖춘 군사 강국으로서 강력한 자주국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회복하여 대한민국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주도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전작권 전환은 한반도의 평화구축에서도 한국이 주도적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여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안보이익이자 국가이익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한국 외교의 근간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미국만을 바라보는 외교는 더는 유용하지 않다. 싱가포르의 리센룽 전 총리는 세계 무역 질서에서 미국이 사라진 World Minus One인 세계에서도 여전히 나머지 국가들이 자유무역과 비교우위에 입각한 교역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안보 질서에서도 이제 미국의 일방적인 도움을 바랄 수 없게 되었다.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의 두 축을 더욱 튼튼하게 재구성하는 한미동맹 현대화를 기대해본다. ■
■ 신성호_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11) | leesj@ea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