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고 있다는 한국인은 집계 이래 처음으로 과반에 달했지만, 한국에 호감을 가진 일본 국민은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동아시아연구원은 28일 일본의 아시아-태평양 이니셔티브(API), 미국의 한국경제연구소(KEI)와 함께 이런 내용이 담긴 '제1회 한미일 국민상호인식 조사 및 제12회 한일 국민상호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한국인 73% '트럼프에 나쁜 인상'…81% '美 고관세 반대'
각 기관이 최근 한국인 1천585명, 일본인 1천37명, 미국인 1천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한 바에 따르면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힌 한국인은 지난해 18.2%에서 올해 30.2%로 12%포인트 증가했다.
미국에 대한 불신이 30%대를 넘어선 것은 집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미국을 신뢰한다'는 비율은 73.2%에서 66.3%로 하락하며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본도 미·일 관계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한 비율이 44.7%로 긍정적 인식(23.6%)을 크게 앞질렀다.
미국과 자국 간 관계가 악화했다고 인식하는 한국인과 일본인은 각각 27.6%, 34.9%였다.
양국의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주된 이유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과 미국의 관세 정책, 높은 방위비 분담 등이 꼽힌다.
한국인의 73.1%와 일본인의 70.1%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의 높은 상호관세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힌 한국인과 일본인은 각각 80.9%, 76.5%였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 및 투자 제한에 대한 반대 의견도 양국 모두 절반(한국 57.6%, 일본 50.3%)이 넘었다.양국에 주둔한 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 수준과 관련해서는 한국인의 53.0%가 '너무 많이 부담하고 있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31.9%, '너무 적게 부담한다'는 4.1%였다.
일본 역시 절반이 넘는 56.7%가 '너무 많이 부담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적절하다'는 19.8%, '너무 적게 부담한다'는 3.7%였다.
◇ 엇갈린 한일 호감도…보수적 성향일수록 일본 호감도 커
한일 관계에서 양국의 감정은 엇갈렸다.
한국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일본인은 2023년 32.8%에서 올해 51.0%로 급증하면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일본인은 올해 기준 24.8%로, 2019년 이후 가장 낮았다.
반면에 '일본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한국인은 지난해 41.8%에서 올해 52.4%로 증가하면서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일본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한국인은 37.1%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일본인 중 10.5%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호감을 가졌다고 응답했다. '비호감'과 '잘 모름·어느 쪽도 아님'은 각각 39.2%, 50.3%였다.
한국인 중 32.5%는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 대해 호감을 가졌다고 밝혔다. '비호감'과 '잘 모름·어느 쪽도 아님'은 각각 32.5%, 35.0%였다.
한국인의 이념 성향에 따른 일본에 대한 비호감 수준의 경우 진보적 성향은 51.1%, 보수적 성향은 22.7%였다.
반면에 일본에 대한 호감 수준에선 진보적 성향은 39.4%, 보수적 성향은 69.6%로 집계됐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 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도자 인상이 국가 이미지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야당 지도자 시절 (일본과 관련한) 발언들과 전통적인 더불어민주당의 대일정책 스탠스가 일본 국민 인상에 남아 있어서 부정적으로 작용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작년 연말부터 이어진 계엄과 탄핵, 한국 내에서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것 아니냐는 인상이 (일본인에게) 작용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