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 대선 패널 조사] ⑧ 권위주의와 포퓰리즘: `차악의 선택` 대선은 권위주의적이고 포퓰리스트적인 유권자들을 집결시켰나?
ISBN 979-11-6617-383-7 95340
1. 들어가며
이번 20대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오명을 단 채 진행되었다.[1] 양대 후보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각각 당내에서 비주류였거나 아웃사이더로서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이었음에도 특유의 포퓰리스트적 정책과 극단주의적 스타일로 당파적 지지자들을 집결시키며 각 당의 경선에서 승리하였다. 선거 기간 내내 많은 언론에서도 이들의 포퓰리스트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특성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의 대두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90년대 이후 권위주의적 리더와 포퓰리스트 운동정당의 대두는 유럽, 미국, 남미 등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에 대한 기존 연구는 주로 정치적 공급자 차원인 정당과 정치 엘리트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 들어 수요자 차원인 일반 시민의 ‘권위주의 성향(authoritarian attitudes)‘과 ‘포퓰리즘 성향(populist attitudes)‘에 초점을 맞추고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즉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의 대두라는 현상 이면에서는 이러한 권위주의적·포퓰리스트적 지도자에 지지를 보내는 시민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이러한 권위주의포퓰리즘 성향을 가지고 있는가? 권위주의포퓰리즘 성향은 무엇으로부터 형성됐는가? 이러한 권위주의포퓰리즘 성향이 이번 20대 대선의 투표 선택에 영향을 미쳤는가? 본 보고서는 이러한 질문에 간략히 답하고자 한다. 특히 이론적으로는 두 성향이 좌우 이념 성향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좌우 권위주의 성향과 좌우 포퓰리즘 성향으로 각각 나누어 이러한 관계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2. 유권자의 권위주의 성향과 20대 대선
① 권위주의 성향의 분포
기존 연구에서 개인의 권위주의 성향은 크게 사회질서와 안보를 중시하는 ‘권위주의적 공격성(authoritarian aggression),‘ 전통과 보수를 수호하는 ‘관습주의(conventionalism),‘ 그리고 권위와 위계질서에 순종하는 ‘권위주의적 복종(authoritarian submission)‘이란 세 가지 하위 개념으로 정의된다.
권위주의 성향의 척도로는 각각의 하위 개념을 복수의 설문항을 통해 측정하는 방식이 있으나, 본 설문조사에서는 문항 수의 제약으로 그러한 엄격한 수준의 측정은 실시하지 못했다. 이를 대리할 변수(proxy)로 본 분석에서는 ‘정치체제에 대한 선호’ 문항을 통해 권위주의 성향을 간접적으로나마 측정하였다. 선호하는 정치체제에 대한 보기 중 ‘어떤 상황에서는 권위주의 정부가 민주주의 정부보다 낫다’를 선택한 응답자를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응답자로 보았다. (아래의 모든 분석에는 표본에 따른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를 적용하였다.)
[그림 1] 선호하는 정치체제
2차 패널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1,104명 중 62.0%에 해당하는 절대다수가 ‘항상 민주주의 정부가 더 낫다’라 응답하여 전반적인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지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다(14.5%)‘란 응답과 더불어 ‘어떤 상황에서는 권위주의가 더 낫다(21.9%)‘란 응답 역시 무시하지 못할 비중을 보였다. 본 분석의 조작적 정의에 따르자면 전체 응답자의 21.9%가 권위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 할 수 있는 것이다.[2] (‘모름/무응답’을 선택한 1.6%는 이후의 분석에서 결측치로 처리하였다.)
[그림 2] 성별에 따른 권위주의 성향 분포
이러한 분포를 성별에 따라 살펴보면, 남성과 여성의 권위주의 성향이 각각 25.1%과 19.5%로 여성보다 남성에서 권위주의 성향이 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통상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에서 권위주의적 성향이 강하게 관찰되는 것과 일맥상통한 결과이다.
[그림 3] 세대에 따른 권위주의 성향 분포
세대별로는 젊은 세대의 권위주의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통상 우파 보수주의와 관련이 높은 권위주의 성향은 나이 든 세대에서 높게 나타나는데, 본 조사 결과에서는 이와 달리 20대와 30대에서 권위주의 성향이 나머지 세대에 비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최근 다른 조사들에서도 비슷하게 관찰되고 있는 젊은 세대의 보수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림 4] 좌우 이념에 따른 권위주의 성향 분포
이념 성향에 따른 분포를 보면, 진보 집단(11점 척도 중 0-4점)보다 보수 집단(6-10점)에서 권위주의적 성향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어떤 상황에서는 권위주의가 더 낫다’란 응답이 진보와 보수에서 각각 13.0%와 27.6%로, 두 배가 넘는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권위주의 성향 자체가 보수주의와 깊은 연관을 가지기 때문이다. 즉, 전통을 중시하고 사회의 위계적 질서를 수호하는 보수주의의 가치가 권위주의의 개념과도 연결되기에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본 문항에서 사용한 ‘권위주의 정부’란 표현이 우리나라의 역사적 맥락에서는 거의 배타적으로 ‘우파 권위주의 정부’를 상기시킨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이해될 수 있다.
[그림 5] 당파성에 따른 권위주의 성향 분포
정당 지지 별로 살펴보면, 마찬가지로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 지지 집단에서 권위주의 성향이 높게 나타났다. 1차 패널조사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사람 중 2차 패널조사에도 참여한 사람들의 30.7%가 권위주의 성향을 보인 것이다. 반면 진보 계열인 더불어민주당 지지 집단에서는 17.6%만 해당 성향을 보여, 전체 응답자 평균을 하회하였다. 정당 지지에 이념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는 만큼, 이러한 결과 또한 위와 같이 권위주의와 보수주의와의 연관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② 권위주의 성향의 형성 배경
그렇다면 이러한 권위주의 성향은 어떤 배경을 통해 형성되는가? 개인의 권위주의 성향을 형성하는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위협에 대한 인식’(perception of threat)이 주요한 원인이라 알려져 있다. 내가 속한 세상이 위험한 곳이라 느끼고 내집단의 가치와 사회경제적 지위가 위협을 받고 있다 여길수록, 내집단의 결속과 집단 안보를 추구함으로써 권위주의 성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맥락에서 내집단의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은 크게 경제적 어려움과 코로나로 인한 위협을 들 수 있다. 즉, 경제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인식할수록, 그리고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미흡하다 여길수록 위협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권위주의 성향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
[그림 6] 가계 경제에 대한 회고적 평가에 따른 권위주의 성향
[그림 7] 국가 경제에 대한 회고적 평가에 따른 권위주의 성향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자신의 가계와 국가 경제에 대한 지난 5년간의 평가에 따른 권위주의 정도를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가계와 국가 경제 모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할수록 권위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우 나빠졌다’고 평가한 집단에서는 양쪽 모두 권위주의 성향의 비중이 3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림 8] 정부의 코로나 대응 평가에 따른 권위주의 성향
정부의 코로나 대응 평가 역시 기존 이론과 마찬가지로 권위주의 성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할수록(11점 척도 중 0-4점) 권위주의 성향을 지닌 집단의 비중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긍정적으로(6-10점) 평가한 집단에서는 15.3%만이 권위주의 성향을 보인 반면, 부정적으로 평가한 집단에서는 두 배에 가까운 29.3%이 해당 성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③ 권위주의 성향과 정치 태도
다음으로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집단이 일련의 쟁점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갖는지 살펴보았다. 앞서 정의한 권위주의의 개념을 생각할 때 이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쟁점들 중 본 설문에서 조사된 것으로는 ‘대통령제 개헌’, ‘대북 안보’, ‘여성할당제’가 있다. 전통과 기존 질서를 수호하고 내집단의 안보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집단에서는 개헌에 반대하고(현 대통령제 유지), 대북 안보를 강화하며, 여성할당제에 반대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분석 결과는 예상과 같이 현행 헌법 유지, 대북 안보 강화, 여성할당제 반대에 지지하는 비중이 권위주의 성향을 가진 집단에서 모두 평균보다 높게 나왔다. 특히 권위주의 성향이 우파 보수주의와 연관이 깊다는 점을 고려하여 권위주의 집단을 이념 성향에 따라 좌·우로 나누어 본 결과, 우파 권위주의 집단에서 그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대북 안보 강화와 여성할당제 반대는 보수 집단의 평균(각각 73.7%와 38.9%)에 비해서도 훨씬 높게 나타났다(각각 86.0%와 49.0%). 이를 통해 권위주의 성향은 (이념적 요소를 통제한 후에도) 관련 쟁점에 대해 보다 극단적 입장을 가지게 함을 알 수 있다.
[표 1] 권위주의 성향에 따른 쟁점 입장
|
현재 헌법 유지 |
대북 안보 강화 |
여성할당제 반대 |
|||
비중(%) |
찬성 응답자수/ |
비중(%) |
찬성 응답자수/ |
비중(%) |
찬성 응답자수/ |
|
전체 응답자 |
39.6 |
=422/1066 |
48.0 |
=520/1084 |
28.3 |
=309/1090 |
권위주의 집단 |
40.3 |
=94/234 |
65.2 |
=156/239 |
38.1 |
=91/240 |
진보(0~4) 집단 |
25.9 |
=69/266 |
13.7 |
=38/274 |
19.8 |
=54/271 |
보수(6~10) 집단 |
47.0 |
=180/384 |
73.7 |
=287/389 |
38.9 |
=154/395 |
좌파 권위주의 집단 |
23.5 |
=8/35 |
26.0 |
=9/36 |
32.7 |
=12/36 |
우파 권위주의 집단 |
45.2 |
=47/103 |
86.0 |
=91/106 |
49.0 |
=53/108 |
④ 권위주의 성향과 투표 선택
[표 2] 권위주의 성향에 따른 투표 선택(단위: 명)
투표 선택 |
투표 안함 |
이재명 투표 |
윤석열 투표 |
기타 투표 |
합계(명) |
전체 응답자 |
43 |
494 |
526 |
29 |
1093 |
(4.0%) |
(45.2%) |
(48.1%) |
(2.7%) |
(100%) |
|
‘항상 민주주의’ |
19 |
351 |
285 |
21 |
677 |
(2.8%) |
(51.9%) |
(42.1%) |
(3.2%) |
(100%) |
|
‘어떤 상황에서는 |
13 |
81 |
145 |
2 |
241 |
(5.2%) |
(33.6%) |
(60.4%) |
(0.8%) |
(100%) |
|
‘상관 없음’ |
11 |
56 |
85 |
6 |
158 |
(7.2%) |
(35.2%) |
(53.8%) |
(3.8%) |
(100%) |
|
합계 |
43 |
488 |
516 |
29 |
1076 |
(4.0%) |
(45.3%) |
(47.9%) |
(2.7%) |
(100%) |
마지막으로 권위주의 성향은 이번 대선의 투표 선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투표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흔히 나타나는 투표율의 과대 응답이 본 조사에서도 관찰되었다. 전체 응답자의 96.1%가 투표를 했다고 응답하여, 이번 대선 투표율인 77.1%를 훨씬 웃돈 것이다. 투표했다고 응답한 사람 중 48.1%는 윤석열 후보, 45.2%는 이재명 후보에 투표하였다고 답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권위주의 성향을 지닌 집단은 이재명 후보에 비해 윤석열 후보에 더 많이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60.4%의 표가 윤석열 후보에게 간 반면, 이재명 후보는 해당 집단에서 33.6%의 표를 얻는 것에 그쳤다. 반면 항상 민주주의가 낫다고 응답한 집단에서는 반대로 이재명 후보에 대한 투표율(51.9%)이 윤석열 후보(42.1%)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권위주의 성향과 우파 보수주의와의 밀접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표 3] 좌우 권위주의 성향에 따른 투표 선택(단위: 명)
|
투표 안함 |
이재명 투표 |
윤석열 투표 |
기타 투표 |
합계(명) |
진보(0~4) 집단 |
5 |
230 |
30 |
8 |
273 |
(1.8%) |
(84.2%) |
(10.9%) |
(3.1%) |
(100%) |
|
보수(6~10) 집단 |
13 |
66 |
311 |
8 |
398 |
(3.2%) |
(16.6%) |
(78.1%) |
(2.0%) |
(100%) |
|
좌파 권위주의 집단 |
1 |
30 |
5 |
0 |
36 |
(2.8%) |
(82.1%) |
(15.1%) |
(0.0%) |
(100%) |
|
우파 권위주의 집단 |
4 |
12 |
90 |
2 |
107 |
(3.8%) |
(11.0%) |
(83.4%) |
(1.9%) |
(100%) |
이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자 이념 성향을 함께 고려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진보에서는 일반적인 진보 이념을 가진 집단에 비해 좌파 권위주의 집단의 이재명 후보 지지가 소폭 하락한 반면(84.2%에서 82.1%),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가 상승하였다(10.96%에서 15.1%). 반대로 보수 진영에서는 우파 권위주의 집단이 일반적인 보수 집단에 비해 윤 후보에 대한 지지가 상승하였다(78.1%에서 83.4%). 반면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16.6%에서 11.0%)는 더욱 감소하였다.
좌우 이념과 투표 선택 간의 강한 관계성을 통해 이번 대선의 투표 선택은 상당 부분 유권자의 이념 성향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작게나마 권위주의 성향 역시 투표 선택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념 변수를 통제한 상황에서도 권위주의 성향이 보수 후보인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소폭이나마) 증가시키고 진보 후보인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정리하면, 이념의 영향력이 투표 선택에 중대한 영향력을 미친 가운데, 권위주의 성향은 보수 후보인 윤석열 후보에 대한 투표 선택을 조금 더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3. 유권자의 포퓰리즘 성향과 20대 대선
① 포퓰리즘 성향의 분포
포퓰리즘은 어떤 한 가지로 정의되지 않는 다면적이고 모호한 개념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포퓰리즘을 정치 운동이나 스타일을 넘어 하나의 사상과 이념으로 보되, 기존의 자유주의나 보수주의와 같이 명확하게 정의된 입장을 가지기보다는 다양한 특징을 가질 수 있는 폭넓은 사상들의 집합으로 보고 있다.
가장 자주 이용되는 카스 무데(Cas Mudde)의 정의에 따르면 포퓰리즘은 “사회를 궁극적으로 ‘순수한 국민’과 ‘부패한 엘리트’라는 동질적이고 적대적인 두 집단으로 나누고, 정치란 국민의 뜻의 표현이 되야 한다고 여기는 얇은 사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포퓰리즘의 세 가지 특징으로는 국민이 최고의 주권을 가지며 모든 국가의 주요 정책결정은 ‘국민의 뜻(will of the people)’에 따라야 한다는 ‘국민 중심주의(people-centrism),‘ 기성정치와 정치 엘리트를 부패한 것으로 보는 ‘반(反)엘리트주의(anti-elitism),‘ 그리고 이러한 국민과 엘리트를 이분법적 선악 구도로 몰고 가는 ‘마니교적(Manichean) 이분법’을 들 수 있다.
[그림 9] 포퓰리즘 분포
포퓰리즘의 척도로는 이 세 가지 특징을 각각 여러 관련 문항을 통해 설문조사하는 방식이 있으나, 본 조사에서는 문항 수의 제약으로 엄격한 수준의 측정은 실시하지 못하였다. 부족한 대로, 포퓰리즘의 특징을 잘 집약하면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문항 중 하나인 ‘우리 사회의 주요 정책결정 방식’에 대한 문항을 사용하여 포퓰리즘 성향을 측정하였다. 구체적으로, ‘귀하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정책은 국회나 정치인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 의해 직접 결정되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 5점 척도 보기를 사용하였다.
분석 결과, 응답자의 대다수가 이러한 의견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과 ‘매우 찬성’을 합한 응답이 전체의 72.6%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반해 반대의 응답은 ‘반대’와 ‘매우 반대’를 합쳐 9.5%에 불과했다. 하나의 문항에 대한 이러한 결과만으로 우리 국민의 포퓰리즘 성향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엘리트와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의 반감과 불신이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하나의 문항으로 측정하는 점을 고려해 가장 극단적인 ‘매우 찬성’이라 응답한 집단(31.6%)을 본 분석에서는 포퓰리즘 성향을 가진 집단으로 보도록 하겠다.[3] (이후의 분석은 ‘모름/무응답’을 결측치로 처리한 후 진행하였다.)
[그림 10] 성별에 따른 포퓰리즘 성향 분포
이러한 포퓰리즘 성향을 먼저 성별에 따라 살펴보면, 남녀에 따른 뚜렷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비슷한 분포를 보인 가운데, 전반적인 찬성의 수치는 여성(74.4%)이 남성(72.3%)에 비해 다소 높게 나타났으나, 본 분석에서 조작적으로 정의한 포퓰리즘 성향(‘매우 찬성’ 응답)의 비중은 남성(33.8%)이 여성(30.1%)에 비해 조금 높게 나타났다.
[그림 11] 세대에 따른 포퓰리즘 성향 분포
세대별로는 2030세대보다 이후의 세대에서 좀 더 높은 찬성 비율을 보였다. 40대에서 ‘찬성’과 ‘매우 찬성’의 합이 79.1%로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18-29세에서는 64.7%, 30대에서는 63.5%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매우 찬성’으로 측정된 포퓰리즘 성향을 보더라도 40대와 50대가 각각 36.9%와 38.2%로 높게 나타났다.
[그림 12] 좌우 이념에 따른 포퓰리즘 성향 분포
포퓰리즘은 여러 사상들을 포괄하는 얇은 이념으로, 기존의 좌우 이념과의 연계를 통해 실질적인 정치적 입장을 갖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포퓰리즘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즉 좌파와 우파 포퓰리즘 모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본 설문 결과에서는 보수에 비해 진보 집단에서 훨씬 높은 비중의 포퓰리즘 성향이 관찰되었다. 보수의 27.4%만이 ‘매우 찬성’에 응답한 반면, 진보에서는 41.1%가 해당 보기를 선택하였다.
당파성도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 지지 집단(40.9%)에서 국민의힘(24.8%)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의 포퓰리즘 성향이 관찰되었다. 이는 우리 국민의 포퓰리즘 성향이 보수보다는 진보 집단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이론적으로는 좌우 포퓰리즘이 모두 존재하나 우리나라에서 포퓰리즘이란 우보다는 좌와 밀접하게 연관된 개념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진보 계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개인적 정치 스타일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언론과 학계에서 포퓰리스트적 스타일과 정책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따라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 정치적 스타일까지 함께 지지하고 공유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이것이 이러한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다.
[그림 13] 당파성에 따른 포퓰리즘 성향 분포
② 포퓰리즘 성향의 형성 배경
[그림 14] 민주주의 만족도에 따른 포퓰리즘 성향
이러한 포퓰리즘 성향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과 반엘리트주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특히 최근 대의 민주주의의 대표성 악화가 민주주의에 전반적인 위기를 초래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못할수록 이에 대한 반감이 ‘국민이 직접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표출될 수 있다.
민주주의 만족도와 포퓰리즘 성향 간 관계를 살펴본 결과, 전반적으로 이러한 예상이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못하는 집단(33.4%)에서 만족하는 집단(29.7%)에 비해 소폭이나마 포퓰리즘 성향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물론 ‘중간’ 집단에서 해당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34.4%) 두 변수 간에 뚜렷한 관계가 관찰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국민의 포퓰리즘 성향의 형성에 대해서는 추후 보다 심도 있는 연구가 수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 반(反) 기성정치와 반엘리트주의 등 포퓰리즘의 기본적인 특성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 여겨진 ‘정부에 대한 신뢰’와 ‘정치인에 대한 호감도’ 등의 설문항에서는 포퓰리즘과의 뚜렷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우리 국민의 포퓰리즘 성향의 연원에 대해서는 향후 보다 정교한 분석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③ 포퓰리즘 성향과 정치 태도
[표 4] 포퓰리즘 성향에 따른 쟁점입장
|
복지 확대 |
대북 안보 강화 |
여성할당제 반대 |
|||
비중(%) |
찬성 응답자수/ |
비중(%) |
찬성 응답자수/ |
비중(%) |
찬성 응답자수/ |
|
전체 응답자 |
44.6 |
=484/1085 |
48.0 |
=520/1084 |
28.3 |
=309/1090 |
포퓰리즘 집단 |
44.9 |
=154/343 |
38.8 |
=132/341 |
24.4 |
=84/342 |
진보(0~4) 집단 |
68.1 |
=182/267 |
13.7 |
=38/274 |
19.8 |
=54/271 |
보수(6~10) 집단 |
29.1 |
=116/398 |
73.7 |
=287/389 |
38.9 |
=154/395 |
좌파 포퓰리즘 집단 |
59.6 |
=65/109 |
11.3 |
=13/113 |
19.5 |
=21/109 |
우파 포퓰리즘 집단 |
33.4 |
=36/109 |
68.0 |
=69/102 |
30.0 |
=32/107 |
다음으로 포퓰리즘 성향을 보이는 집단(‘매우 찬성’ 응답자)의 여러 쟁점에 대한 태도를 살펴보았다. 포퓰리즘은 국민 중심주의, 반엘리트주의, 선악의 이분법 등의 특징을 공통으로 가지지만, 구체적인 쟁점 입장에서는 좌우 이념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좌파 포퓰리즘은 복지, 노동권, 시장에 대한 정부의 역할 강화 등 경제적 문제에, 우파 포퓰리즘은 자국민 중심주의, 반(反) 난민, 반(反) 다원주의 등의 사회문화적 이슈에 초점을 둔다고 여겨진다.
복지 확대, 대북 안보 강화, 여성할당제 반대가 포퓰리즘 집단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본 결과, 포퓰리즘 성향 자체가 이들 이슈에 대한 입장을 강화하지는 않았다. 각 쟁점에 대해 찬성하는 비중이 전체 응답자에 비해 아주 소폭 높거나(복지 확대), 오히려 적은 것으로(대북 안보 강화, 여성할당제 반대) 나타난 것이다. 포퓰리즘을 좌우로 구분한 결과, 기존 이론과 마찬가지로 좌파 포퓰리즘은 경제 이슈인 복지 강화, 우파 포퓰리즘은 사회문화적 이슈인 대북 안보와 여성할당제에 보다 강한 입장을 보였으나, 이 또한 일반적인 진보·보수 집단에 비해서도 약한 지지를 보였다. 즉 앞선 권위주의와 달리 포퓰리즘 성향으로 인한 정치 태도의 극단화 경향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쟁점 입장은 좌우의 이념 성향에 강하게 영향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④ 포퓰리즘 성향과 투표 선택
[표 5] 포퓰리즘 성향에 따른 투표 선택(단위: 명)
포퓰리즘 성향 |
투표 안함 |
이재명 투표 |
윤석열 투표 |
기타 투표 |
합계(명) |
전체 응답자 |
43 |
494 |
526 |
29 |
1093 |
(4.0%) |
(45.2%) |
(48.1%) |
(2.7%) |
(100%) |
|
포퓰리즘 |
10 |
188 |
139 |
10 |
346 |
(2.9%) |
(54.2%) |
(40.1%) |
(2.8%) |
(100%) |
마지막으로 포퓰리즘 성향과 투표 선택 간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포퓰리즘 성향을 가진 집단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투표(54.2%)가 윤석열 후보(40.1%)에 비해 높았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앞서 살펴본 대로 포퓰리즘 성향이 진보적 이념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와 관련이 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표 6] 좌우 포퓰리즘 성향에 따른 투표 선택(단위: 명)
이념/포퓰리즘 |
투표 안함 |
이재명 투표 |
윤석열 투표 |
기타 투표 |
합계(명) |
진보(0~4) |
5 |
230 |
30 |
8 |
273 |
(1.8%) |
(84.2%) |
(10.9%) |
(3.1%) |
(100%) |
|
보수(6~10) |
13 |
66 |
311 |
8 |
398 |
(3.2%) |
(16.6%) |
(78.1%) |
(2.0%) |
(100%) |
|
좌파 포퓰리즘 |
3 |
98 |
8 |
4 |
112 |
(2.7%) |
(86.7%) |
(7.2%) |
(3.4%) |
(100%) |
|
우파 포퓰리즘 |
4 |
24 |
79 |
2 |
108 |
(3.7%) |
(21.8%) |
(72.8%) |
(1.8%) |
(100%) |
이념 변수를 통제한 [표 6]에 따르면 좌우 이념성향이 투표 선택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 가운데, 포퓰리즘 변수는 이러한 경향을 다소나마 강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 집단 평균에 비해 좌파 포퓰리즘 집단에서 이재명 지지가 소폭 상승하였고(84.2%에서 86.7%) 보수 진영에서는 윤석열 지지가 소폭 감소한(78.1%에서 72.8%)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국민의 포퓰리즘 성향은 좌파 진보 이념과 좀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러한 성향이 (이념 변수를 통제한 후에도) 적게나마 투표 선택에 영향력을 미쳤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4. 나가며
권위주의와 포퓰리즘 성향을 측정하는 방법에 한계가 있고, 다양한 변인들을 통제하지 않은 단순 기술분석이다. 때문에 그 결과를 지나치게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위주의와 포퓰리즘 성향이 적지 않은 수준으로 관찰되고 투표 행동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는 본 분석의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많은 학자들이 오늘날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의 부상에 대한 책임이 비단 정치 엘리트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에게도 있음을 말하고 있다. 제한적인 방법으로나마 살펴본 본 분석결과는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우리나라는 여러 번의 정권교체 속에서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고, 이 가운데 보다 극단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특히 당파적 지지자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경선 과정에서는 보다 극단적 입장을 보이는 후보들이 승리를 거듭하고 있다. 2030의 젊은 세대에서 권위주의 성향이 높게 나타나고, 민주주의 수준에 만족하지 않는 집단에서 포퓰리즘 성향이 높게 나타난다는 결과는 앞으로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해질 수 있음을 예고해 우려를 자아낸다. 다수의 의견과 민주적 규범이 중요한 민주주의에서 국민 다수가 민주적이기보단 권위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지도자에 환호를 보낸다면 민주주의 체제 자체마저 담보할 수 없다. 구소련과 동유럽, 남미, 동남아 등지에서 우리는 이미 수많은 신생 민주주의의 몰락을 경험하고 있다. 위아래에서 나타나는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의 대두 속에 우리 또한 예외가 아닐 수 있음을 명심하고 향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지켜볼 필요가 있다. ■
[1] 2022년 2월 15일 현재,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https://www.kinds.or.kr/)에서 지난 3개월간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키워드로 검색해본 결과, 전체 일간지 및 방송사에서 총 397건의 기사가 검색되었다.
[2] 이 수치가 비교적 관점에서 얼마나 높은 것인지는, 동일한 문항을 사용한 다른 설문조사를 찾기 어려워 정확히 가늠하기는 힘들다. 유사한 설문으로는 세계가치설문(World Value Survey)의 ‘강한 지도자’에 관한 설문으로 6차 조사 결과, ‘의회와 선거를 개의치 않는 강한 지도자에 의한 통치가 좋은 통치이다’란 질문(보기는 4점 척도)에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 기준 민주주의에 해당하는 국가들에서 응답자의 47.1%가 ‘찬성’ 혹은 ‘매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유사한 설문으로 2020년 조사된 우리나라의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유권자 정치의식조사에서 ‘민주주의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어떤 정부 형태보다 낫다’란 설문(보기는 4점 척도)에 20.0%의 응답자가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혹은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수치들을 볼 때, 그리고 본 문항에서는 ‘상관 없음’이란 중간 보기가 들어간 것을 고려할 때 21.9%란 수치는 적지 않아 보인다.
[3] 유사한 문항을 사용한 하상응(2018)의 연구에서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중요한 정책은 정치인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만들어야 한다’(보기는 5점 척도, 1: 매우 반대~5: 매우 찬성)란 질문에 대한 전체 응답자의 평균값은 3.77이었다. 프랑스를 사례로 한 Vasilopoulos와 Jost(2020)의 연구에서는 같은 문항에 대한 평균값이 3.7을 기록하였다. 본 설문조사에서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정책’이란 완화된 표현을 사용하였음에도 3.94의 평균값을 나타내, 이번 대선에서 우리 국민의 포퓰리즘 성향이 비교적 강하게 나타났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 정동준_인하대학교 사회교육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며 비교정치와 정치과정, 정치체제 등을 강의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University of Florida)에서 정치학(비교정치)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인하대에 오기 전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였다. 탈공산주의 민주화, 선거와 정당, 시민사회와 정치태도 등을 주된 관심분야로 연구하고 있다. Comparative Politics, Perspectives on Politics, Electoral Studies 등을 포함하여 다수의 국제 및 국내저널에 논문을 게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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