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전문가ㆍ일반인 대외인식 비교-주한미군 감축은 안보에 부정적 67%

  • 2004-12-01
  • 정한울 외 (중앙일보)

"주한미군 감축은 안보에 부정적" 67%
일반 국민은 40% … 안보 우려 훨씬 높아


전쟁은 어떤 경우에 벌여야 하나. 미국은 언제 핵무기를 사용해야 할까. 참여정부에서 한.미 관계는 어느 정도 끈끈한가. 한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일반국민에 비해 현실주의적이고 다소 공세적이다.

 

한국이 외부 위협에 군사력을 행사하는 문제에 대해 일반국민의 30%가 "선제공격을 포함한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 반면 여론 주도층은 6%만이 전쟁을 무조건 반대했다. 이들은 대신 "상대국가의 군사적 공격이 임박"(43%)하거나 "선제공격을 받았을 때"(45%)에는 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답변했다. 88%가 선제공격을 받았거나 받을 가능성이 있을 때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김병국 고려대 교수)이 지난달 18일부터 30일까지 국내의 정치.국제정치 전문가 364명을 상대로 진행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일반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 9월 30일자 중앙일보에 보도됐다.

 

미국의 핵무기 사용 문제에 대해 일반국민은 60%가 "무조건 반대" 입장을 취한 반면 전문가는 52%가 "핵무기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미 동맹에 대해서도 여론주도층과 일반국민 사이에 상당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우선 주한미군 3600여명의 이라크 차출을 계기로 가속화하고 있는 미군 감축과 재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반국민은 이를 안보 공백으로 여기지 않는다.

 

"주한미군의 3분의1 감축 계획이 안보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답변은 일반국민이 40%(다소 부정적 34%, 매우 부정적 6%)인 반면, 전문가들은 67%(다소 부정적 59%, 매우 부정적 8%)여서 뚜렷하게 대비된다. 여론주도층은 주한미군 감축이 미군의 신속대응능력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한.미 당국의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군 감축과 후방 재배치가 결국 대북억지력의 약화로 이어진다고 본 셈이다.

 

또한 참여정부 하의 한.미 관계에서 일반국민의 경우 31%가 과거에 비해 악화됐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70%가 악화됐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일반국민에 비해 현재의 한.미 동맹을 위기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두드러진 이념 양극화=대미 인식에서 전문가 집단의 이념적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 흥미롭다. 자신의 이념성향에 대해 일반국민의 경우 25%가 진보, 46%가 중도, 40%가 보수라고 답했다. 반면 전문가 집단은 38%가 진보, 16%가 중도, 40%가 보수라고 응답했다. 전문가 집단 중도의 비율이 일반국민에 비해 낮다.

 

이 같은 전문가 집단의 이념 양극화 현상은 주요 외교적 쟁점에 반영되고 있다. "바람직한 한.미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일반국민의 31%가 "미국의 간섭이 없는 독자적 외교정책 추진"을 선호했고, "현재 수준 지지"는 32%, "한.미 동맹 강화 지지"는 37%였다. 반면 전문가들은 "독자 외교" 31%, "현재의 수준 지지"11%, "한.미 동맹 강화"가 46%다. 중도적 견해가 일반국민에 비해 적다. 이는 여론주도층이 전문가적 안목과 분석능력에 근거해 자신의 정치적 위치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안보 분야에서 국론 분열이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즉 정치권이나 학계, 시민단체 등 전문가 집단의 양극화가 국론 분열을 증폭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대통령보다 영향력 커=한국 전문가들은 대외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변수를 미국 정부로 지목해 7.7점을 줬다. 그 다음에 한국의 대통령과 국회의 영향력이 각각 7.4점과 5.5점이었다. 그 뒤를 이어 북한 정부 5.4점, 중국 정부 5.3점, 일본 정부 4.8점이었고 한국 국민은 4.5점, 이익 집단은 4.0점이었다.

 

한국의 전문가들이 미국의 영향력을 한국 대통령보다 높게 매긴 것은 국제정치의 현실이 냉엄함을 인식한 결과로 보인다. 다른 나라 정부들의 영향력을 한국 국민의 영향력보다 높게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주변 강국의 영향력에 부대낄 수밖에 없는 한국의 지정학적 상황이 전문가의 의식 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설문 조사 및 분석

 

동아시아연구원= 김병국 고려대학교 교수, 이내영 고려대학교 교수, 김태현 중앙대학교 교수, 정원칠 정치사회여론조사센터 부소장, 정한울 외교안보센터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