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전문가들, 2005년 한반도와 정치를 말한다

  • 2004-12-27
  • 김병국 외 (미디어 다음)

동아시아연구원이 정치학자 135명의 설문조사를 통해 올해 국내, 국제 정치 분야 10대 뉴스를 선정한 데 이어 그 두 번째 순서로 2005년 국내 및 국제정치 분야에 대해 전망한 내용을 소개한다.

정치학자들은 2005년 한국 정부가 추진해야 할 외교적 과제들과 이에 대한 구체적 전망 및 추진방법으로 대체로 한미동맹 강화 및 이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는 상당히 엇갈린 전망들도 있었다. 이어서 정치학자들이 새해 역점을 두어야 할 국내 정치 분야로 꼽은 것은 경제 살리기, 국론 분열 중단, 그리고 상생의 정치 등이었다. 국내 분야에 대한 설문에는 전체 참여자 135명 가운데 1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전문가들, 2005년의 한반도와 국제정치를 말한다>


"한미동맹 강화 필요" vs"미국 일변도 외교 자세 지양"


 
부시 미 대통령이 워싱턴의 아이젠하워 이그제큐티브 오피스 빌딩에서 재선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첫째, 전문가들이 꼽은 새해 한국 외교의 최대과제는 한미동맹 강화로 모아진다. 진덕규 한림대 한림과학원 교수는 2005년 한국정부가 역점을 둘 과제로서 “대외적인 신뢰회복, 특히 미국과의 우방관계를 복원하는 일”이라고 지적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김동규 인천기능대 교수 역시 한미관계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또한 “미국은 국제사회의 정의이다. 우리는 미국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무슨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현실에 대한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전형권 전남대 교수는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정착에 있어 지나친 미국일변도의 외교적 자세를 지양하고, 한미공조와 남북공조의 균형을 추구”하는 자세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2005년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해서는 다소 어두운 전망이 주를 이루었다. 김의영 경희대 교수, 류재갑 경기대 교수, 이지수 명지대 교수 등은 지금과 같은 대미 접근 자세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전망하면서 국익을 고려한 좀 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경북대 인문과학연구소 채장수 박사는 “차기 부시정권의 내각도 네오콘의 입장이 더욱 강해지고 있으나, 2기에 들어선 부시정권으로서는 더 이상 일방주의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해외 주둔 미군재배치 과정에서, 역설적이게도 남한 정부의 입지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북핵 문제, "한국 정부 적극적 역할 필요"vs"대미 관계 강화"
"북한문제 해결 전망은 불투명"
 
전문가들이 꼽은 두 번째 핵심 과제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다. 북핵 문제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시급해 해결해야할 시급한 과제라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의 해법과 전망을 제시하는 데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존재한다. 우선 북한 핵문제와 관련하여 한국 정부의 적극적 역할에 기대하는 입장과 미국, 일본 등 기존의 동맹관계의 확대 강화를 우선시하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한국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는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의 김용현 박사는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한미간의 합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북핵문제 해결의 전기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미국과의 입장 차이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 및 북한 역시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임으로써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김용직 성신여대 교수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북핵 위기를 타결하기 위해 한국이 중간자 역할을 하려면 대미관계를 강화하여야 하며, 그래야만 북한이나 중국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며 “국제정치에서 영향력은 말이 아니라 힘(power)에 기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현실인식의 객관성을 강조하였다.

북한문제 해결전망에 대해서 대다수 응답자들은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한미동맹도 정부간의 위협인식과 정책선호의 차이로 균열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북핵 문제의 처리가 상당한 진통과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남창희 인하대 교수 역시 “2기 부시 신행정부의 대북정책 정향이 정립되고, 북한의 대응전략이 구체화되면 6자회담에서의 북핵 포기-체제보장-경제원조라는 큰 틀의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타협안의 각론에 들어가서 이견의 노출과 미-북한 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호 불신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 된다”고 전망하였다. 그러나 하상식 창원대 교수의 지적처럼 “한 두 차례의 위기 국면이 있을 것으로 보지만, 결국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될 것”이는 낙관적 전망도 있었다.


"새로운 한미동맹 틀 마련하면서 북핵 위기 평화적 해결해야"
 
셋째, 전문가들은 한국정부의 외교역량 강화를 위해 구체적인 제안들을 내놓고 있다. 김병국 고려대 교수는 2005년 국제 정치를 “미국이 원하는 대테러전 수행과 한국이 원하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 사이에서 접합점을 찾아 새로운 한미동맹의 틀을 마련하면서 북한 핵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이중의 과제가 2005년의 최대 현안이 될 것이다”고 전망하면서 “노무현 정부는 위의 현안을 국제정치가 아니라 국내정치의 관점으로 접근함으로써 한반도 긴장과 화해의 국면 사이를 오가고 동맹의 불신을 살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이중의 과제를 국제정치의 논리에서 풀어나가려고 하는 자세다”고 제언했다.

박태우 대만국립정치대 교수는 “김정일 정권의 불확실성과 한-미간의 동맹체제에 균열이 보이는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외교안보정책에 있어 확실한 노선을 정하고, 중국의 원활한 협력과 함께 기존의 한미일 동맹 체제를 정상적으로 가동할 때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나올 것이다”고 제언했다. 즉,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중국, 일본과의 긴밀한 관계 유지를 주문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태건 인하대 교수는 좀 더 포괄적 제언을 내놓았다. 이 교수는 “중국과 일본의 관계와 관련하여 한-미 유대관계의 견지 및 EU, ASEAN 등과의 다변 외교 전개를 통한 균형 유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종철 국방대 교수 역시 “안보 외교 역량 강화, 가령 외교부 확대, 국방부 군사외교 강화, PKO 파견 확대 등을 대외 개입적 전략 구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전문가들, 2005년의 국내정치를 말한다>


"정치권 갈등 이대로면 내년 경제도 어렵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 천정배 원내대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김덕룡원내대표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처리 문제 절충을 위한 4자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첫째, 경제 살리기다. 경기 침체로 국민들의 고통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공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정치권의 소모적 공방에 따른 민생 법안 처리 지연과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친노와 반노로 사분오열된 국론의 폐해가 경제 침체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지적은 상호 긴밀한 연관성을 맺고 있다.

홍득표 인하대 교수는 “달러 환율의 방어가 한계에 이르러 만일 1$=900원 대로 내려가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수출전선은 비상이 걸리고 무역적자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또한 국내 투자가 위축되고 내수가 진작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 생활이 IMF때 보다 훨씬 더 악화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고 지적하였다. 박승식 대진대 교수는 “정부의 경제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기대하기 어렵고, 이념적 대립은 심화될 것 같다”며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즉, 경제와 정치가 서로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 긴밀한 연관성에 기초해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헌근 부경대 교수, 성장환 대구교대 교수, 홍승걸 국민대 교수 그리고 전락희 단국대 교수는 현재와 같은 정치권의 소모적 갈등이 지속되는 한 2005년도 경제도 낙관하기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봉기 계명대 교수는 “정치적 극단주의로부터 벋어나 경제발전에 대한 국민적 에너지 집결해야한다”고 전제하면서 “여야지도자의 정치력 발휘가 필요하다. 아직도 정치를 모르고 혁명만 하려는 386세력과 시대착오적으로 이념대립에 빠진 극우 보수 세력의 퇴진이 요구 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전형권 전남대 교수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는 과감한 재정정책과 생산적 복지정책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행정수도이전의 무산으로 발목이 잡힌 국가균형발전전략 또한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국가발전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은 막아야"
 
둘째,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은 막아야 한다. 정치권의 대립 속에 올 한해는 국민적 대립이 최고조에 달했다고도 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행정수도 이전, 이라크 파병, 주한미군 기지이전 등 연일 시민들이 거리를 매웠다. 한쪽에서는 찬성을, 다른 한쪽에서는 반대를 부르짖는 시위로 거리는 몸살을 앓았다. 안성호 충북대 교수는 “여야통합과 남남공조가 중요하다. 과거사문제, 보안법문제 등 예민한 사안에 대하여 열린우리당이 포용력을 발휘해야한다.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리면서 문제를 점차 개선하면서 풀어가는 지혜가 요망됨. 국민여론을 존중해야 한다”고 국민 통합의 중요성을 지적하였다. 이상엽 한서대 교수 역시 “대통령이 대립각을 세워 한쪽편의 결집을 유도하는 정치스타일로 국민이 불안해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현 상황을 진단하였다.

하세헌 경북대 교수, 국제문제조사연구소의 이인호 박사, 한인희 대진대 교수, 경북대 홍철 박사 등도 정부의 모호한 혹은 편향된 정책이 국론 국민 통합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에 대해 오일환 한양대 교수는 “지금까지 집권세력은 "분열의 정치" 시도였다. 그러나 이는 결국 개혁의 실종을 수반한다. 새해의 화두는 국민통합이어야 할 것이며, 타협을 염두에 둔 점진적이고 온건한 개혁으로 선회해야 할 것이다”고 제언했다.

한편 박봉규 공군사관학교 교수는 “지역별, 성별, 연령별 균열 완화 예상 소득별 균열 심화 전망 실질적인 분배 구조 개선에 신경 써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즉 그 원인진단과 대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표출되었지만, 국민 통합의 과제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하겠다.


"여야 상생의 정치 여전히 어려울 듯"
 
셋째, 여야 상생의 정치다.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는 대목이다. 국론분열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거나 격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사에 응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상생의 정치가 현 상황에서 더욱 절실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전망은 회의적이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현재의 정부여당의 태도나 야당의 대응 방식을 볼 때, 대화의 정치를 확립하는 것을 쉽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송병헌 전 한성대 강사도 “현재 여당이 과연 이러한 방향의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 불투명.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의 관계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는 한 개혁정책의 지속추진은 난항을 겪을 것이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천진환 인천대 교수도 “현 정부는 국회를 정상화 하려는 의도보다는 오히려 국회를 분열시킴으로써 정부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국민과의 신뢰 회복에도 힘을 쏟지 않으려 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불투명한 전망 속에서 유종해 연세대 명예교수는 “가능성이 적다하더라도 양당이 노력해주시길 바란다”는 간곡한 주문을 내놓기도 하였다. 한편 김용직 성신여대 교수 “여당의 4대법안의 소모적 논쟁을 조기에 타협에 의해 종식시키고 안정 속에 발전을 할 수 있는 화합형, 발전형, 능률형, 선진형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치 엘리트들 간의 타협과 대화의 정치 정착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영선 우석대 교수는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해야하고, 서로 협상과 타협의 정치를 하면서 양보하면서 큰 것을 얻어야 한다”는 원론적 전제를 통해 “국회에서 Cross Voting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긍정적일 것”이라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김병국 고려대학교 교수

이내영 고려대학교 교수

정원칠 동아시아연 선임연구원

정한울 동아시아연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