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동아시아연구원
20대 대통령선거 투표자 분석
보수 94%…진보서도 92%
경제문제 최우선 과제 응답
저출산·청년고용 등 현안도
90% 가까이 중요하다 지목
외교안보도 이념 무관 중시
세금 개혁도 75%가 꼽아
◆ 달라진 대선 표심 ② ◆
윤석열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국민은 차기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일자리, 물가 등 경제 문제를 꼽았다. 대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용산 집무실' 이전을 내세우면서 모든 국정 방향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이 돼가는 과정에서 시사점이 크다. 문재인정부 시절 1순위로 추진됐던 복지 확대 문제는 상대적으로 국민의 관심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성인 11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자리, 물가, 경제성장 등 경제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관심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91%가 '중요하다 혹은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제시된 일곱 가지 국정과제 중에서 응답자들이 경제 문제의 중요도를 가장 높게 평가한 셈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응답자의 이념적 성향을 막론하고 경제 문제를 최우선의 가치로 꼽았다는 사실이다. 대체로 성장을 중시하는 보수 성향의 응답자 중 93.6%가 경제 문제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한 데 이어 진보 성향의 응답자 중 92.2%도 경제 문제가 중요한 국정과제라고 답했다. 중도 성향의 응답자 중 87.9%도 경제 문제의 중요도를 인정했다.
국민이 그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정과제는 '저출산, 청년 고용, 주거 등 청년 문제'였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이 주요한 공략 대상으로 꼽았던 2030세대를 향한 정책이 원활하게 마련되기를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응답자 중 87.3%가 '중요하다 혹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만 18~29세에서는 91.8%까지 그 비율이 올랐다.
그 뒤를 '북핵, 한일 관계 등 외교안보 문제'가 이었다. 응답자 중 86.8%가 이 국정과제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보수 성향의 응답자 중 무려 91%가 외교안보 문제가 중요하다고 답했고, 진보 성향의 응답자도 86.3%가 공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지지한 이들이 다른 후보 지지층보다 외교안보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점이다. 심 후보 지지층에서는 93.6%가 외교안보 문제가 중요한 국정과제라고 답했고, 윤 당선인 지지층은 89.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층은 85.8%가 외교안보 중요도에 뜻을 함께했다.
기후 위기, 에너지, 탄소중립 등 환경 문제는 77.8%가 '중요 또는 매우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환경 문제를 더 심각하게 인지했다는 것이 특이한 점으로 꼽힌다. 향후 환경 문제에 봉착하게 될 미래 세대 당사자들보다 고령층이 더 해당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셈이다. 만 18~29세는 71.9%만이 환경 문제를 중요한 국정과제로 인식했지만, 만 60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83.3%에 이르렀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법인세 등 세금개혁은 응답자 중 74.6%의 지지를 받았다. 흔히 세금개혁을 통해 부자가 더 혜택을 본다고 여겨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소득이 낮을수록 되레 세금개혁이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올라갔다. 가구 소득이 월 600만~700만원 구간인 응답자는 70.6%만 세금개혁의 중요도를 인정했지만, 월 200만~300만원 구간에 있는 이들은 77.7%가 세금개혁이 중요한 국정과제라고 답했다.
투표 후보별로 보면 윤 당선인에게 투표한 이들이 세금개혁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82%, 이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은 67%에 그쳤다. 대선 당시 진보 진영 측에서도 부동산 감세 정책을 내세웠고 현재 민주당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부동산 감세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배경에 대해 설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헌이나 정당·국회 개혁이 차기 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라고 답한 이들은 응답자 중 71.1%였다. 심 후보를 지지한 이들 중에서는 86.1%가 해당 문제의 개선이 중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 확대' 문제가 중요하다고 답한 이들은 68.5%에 그쳤다. 이번 조사에서 언급된 7개 국정과제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셈이다. 진보 성향 응답자에게는 84.7%의 지지를 받았지만 보수 성향과 중도 성향은 각각 60.5%, 65.3%만이 '중요하다 또는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연령층으로 분석하면 진보 지지층이 몰린 40·50대에서는 70%를 웃돌았지만 나머지 연령층에서 60%대에 그쳤다. 심 후보 지지층의 92.7%와 이 후보 지지층의 79.2%가 복지 확대 중요성을 역설한 반면, 윤 당선인 지지층은 59.9%만이 복지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
[박윤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