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캠프에 휘둘린 `문재인 청와대`…李·尹, 같은 실수해서는 안돼

  • 2022-01-03
  • 문재용 기자 (매일 경제)

강원택 서울대 교수

 

캠프 출신들이 靑요직 장악해

 

부동산규제·소주성 실패 초래

 

전문가 위주로 청와대 꾸리고

 

어설픈 공약은 과감히 버려야

 

정책실장 폐지, 장관에 인사권

 

각 부처가 국정운영 주체돼야

 

◆ 2022 신년기획 차기 대통령에게 바란다 / 청와대 개편 ◆

 

문재인정부 임기가 막바지에 다다르며 정권의 공과 과에 대한 평가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여권에서조차 현 정부의 실정(失政)으로 인정하는 정책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도 가장 뼈아픈 것이 규제 중심 부동산 정책과 임기 초 소득주도성장이다. 공교롭게도 두 정책은 참여정부·학계·문재인 대선캠프 경력을 모두 갖춘 `성골` 참모들이 주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동산 정책을 이끈 인물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며, 소득주도성장을 주창한 것은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다. 이들은 현 정부의 초대 청와대 사회수석·경제수석 비서관을 역임한 실세 중 실세로 민간의 거센 반발을 묵살하고 각자의 정책을 강행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문재인정부의 실패 사례를 언급하며 대통령 성공의 첫 번째 조건은 "청와대를 선거캠프 출신 중심이 아니라 역량이 있는 외부의 다양한 인사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정부 들어 유독 캠프 출신 인사들의 권한이 비대해졌는데, 현재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문재인정부와 같은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강 교수의 진단이다.

 

강 교수는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된 후 선거에서는 그래도 국민의 절반은 대변하는 세력이 집권해 청와대 참모진도 그 정도로 구성됐다"며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는 진보 진영조차도 온전히 대변하지 못하는 협소한 세력으로 채워졌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등판한 성골 실세 참모들의 정책은 결국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한때 60~80%대 지지율로 고공행진하던 현 정부를 수차례 곤두박질치게 만든 아킬레스건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에서조차 캠프 출신 참모들에 국정이 좌지우지되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더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킬 정도였다.

 

강 교수는 "대선을 치르면서 정권 창출에 도움이 되는 참모들을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집권 후에는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참모들로 진용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발 나아가 "선거 공약을 지키려고 하지 말라"고까지 주장했다. 청와대가 캠프에서 만들어진 어설픈 정책을 강행하는 곳이 아니라 공약을 냉정히 재평가하고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

 

강 교수는 거대 양당 대선주자가 중앙정치를 경험한 적이 없는 탓에 차기 정부 청와대에서는 현 정부에서 겪은 문제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치권에서는 중앙정치 경험이 없어서 겨우 말실수가 많은 정도를 걱정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청와대 비서실이 캠프 출신으로 꽉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청와대를 비교적 중립성을 갖춘 전문가들 위주로 구성하는 대신, 행정부처의 권한을 늘려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추진력 있게 끌고 갈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행정부처의 권한을 늘리기 위한 첫걸음으로 장관에게 인사권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청와대와 당에 파견을 다녀온 공무원들이 요직을 전부 꿰차고, 장관이 국장 인사도 마음대로 못하니 영(令)이 설 수 없다"며 "행정부가 정치권의 눈치만 보고 있는 탓에 수십 년에 걸쳐 길러낸 정부부처 역량이 심각하게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국가의 중대사를 청와대 참모회의가 아닌 장관들이 참여하는 국무회의에서 논의·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역할과 권한을 행정부처로 넘기기 위해 정책실장직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에 띈다. 강 교수는 2018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이의 갈등을 언급하며 "노무현정부에서 정책실장직이 신설되며 부처의 자율성과 기능이 약화됐다. 참모조직이 정책 추진을 담당하는 부처 위에 군림하는 모습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의 기획부터 실행까지 모두 관여하는 정책실장을 폐지하는 대신 청와대가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는 정도가 적절한 역할이라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이번 정부 청와대는 일견 조정 기능을 포기한 것처럼 보여 정권의 독단이 심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He is…

 

△1961년생 △서울대 지리학과 △서울대 정치학 박사 △런던정경대 정치학 박사 △한국정당학회장 △미래기획위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매일경제·동아시아연구원 공동기획

 

[문재용 기자 / 사진 =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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