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금리인하

  • 2004-08-17
  • 이근 (한국일보)

며칠 전 한국은행은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이자율을 전격적으로 내렸고, 이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면서 경제가 살아 날 것 같은 기대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이자율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요. 우선 이자율은 기업의 투자에 영향을 미칩니다. 일정한 자금을 생산에 투자하는 것의 기회비용은 은행에 넣어 이자를 받는 것이므로, 최소한 이자율보다는 높은 수익을 내는 사업기회에만 투자합니다.

 

이런 논리에서 보면이자율을 내리면 상대적으로 수익성 있는 투자기회가 늘어나고 자금 조달비용이 싸져 투자가 늘어나게 됩니다. 이자율은 자본 유출입 즉 국제수지에 영향을 미칩니다. 높은 이자율을 좇아 외국자본이 유입되기도 하고 낮은 이자율 때문에 나가기도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과정은 자기 조절적입니다. 이자율이 낮아 자꾸 자본이 나가다 보면 국내에 자본이 부족해지고 결국 이자율은 다시 오르게 됩니다. 이런 조정은 국내외 이자율이 같아질 때까지 계속됩니다. 이자율은 환율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낮은 이자율 때문에 자본이 나가면달러가 외환시장에서 줄어들고 따라서 달러의 가격이 올라가게 됩니다.

 

즉 환율이 상승하게 됩니다. 1달러에 1,200원 하던 달러가 1,250원이 되는 것이죠. 또 이자율의 하락은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위에 설명한 내용을 기초로 한국은행의 이자율 인하의 효과를 생각해보죠.

 

첫째, 이번 인하가 어느 정도 투자를 자극하는 효과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이자율이 이미 많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저조한 데는 노사관계, 인력공급, 각종 규제, 그리고 경기 불확실성 요인들이 더 크다고볼 때 투자 진작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한국은 금리를 인하했지만 미국 등은 오히려 이자율을 인상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돈이 국내를 떠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이번 금리인하는 자본유출을 가속화해 국내 통화공급을 줄이고 결국 이자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한은은 이자율을 추가로 인하해야 한다는 일종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자본유출에 따른 환율상승 효과는 수출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수출은 지금도 잘되고 있다는 점과 그 반대로 외산 원자재 수입 비용 상승을고려할 때 결국 채산성만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별로 달가운 일이 아닐 수있습니다. 반면 원화의 가치하락은 한국처럼 수입이 많은 경제에서는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넷째, 이자율 인하는 신용불량자 등의 이자율 부담을 줄여주는 등 소비를자극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의 소득과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상황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 같은 예상대로 투자 자극효과도 작은 반면 환율 인상과 소비 자극으로물가만 상승시킨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을 현실화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근본적 해결책은 노사관계의 안정화, 중소기업 인력문제 해결(외국인 노동자 정책 등), 각종 규제 완화(토지 사용, 출자제한, 부채비율), 교육 의료레저 등 서비스 산업의 개방과 육성, 고급전문 인력 양성, 대학교육의 질향상을 통한 청년실업 해결,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안정화 등입니다.

 

이번 금리인하는 환자의 병에 대한 근본치료가 아니라 진통제를 투입한것입니다. 자본 유출, 스태그플레이션 등 이 진통제의 부작용은 고려하지않고 단기적으로 위기를 넘기고 보자는 비개혁적 처방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