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韓-中 경제공생의 길 찾자

  • 2003-07-07
  • 이근기자 (매일경제 )

지난해를 기점으로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부상했고 또한 최대 해외투자 대상국이 됐다. 한국과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중국은 전세계적으로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외국인투자 유치국이 됐다.
 
한 해에 500억달러 이상 투자를 유치하고 있으니 한 해 몇 십억달러 운운하는 한국과는 비교가 안된다. 그런데 중국 총수출의 반 정도를 이런 외자기업들이 하고 있으니 이들이 중국 기적의 주역인 셈인데 이런 외국인 투자의 60% 이상이 화교자본이니 화교가 중국 성장의 엔진인 셈이다.
 
전세계의 화교 5000만명, 중국 내 공산당원 5000만 명 해서 이 두 `5000만명`이 중국을 지배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5000만명을 추가한다면 실질적 구매력을 가진 도시소비자층이다. 어쨌든 이러한 2~3개 5000만 집단이 지배하는 중국은 이제 우리에게 무엇인가. 구매력 기준 세계 제2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을 보는 시각이 소극적 위협론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위기라는 말이 위험과 기회의 합이듯이 중국위협론에서 중국기회론으로 발상을 전환할 때 양국 공생의 길은 보인다.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해온 미ㆍ일 양국 경제가 침체였음에도 불구하고 2002년까지 우리가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요인은 내수와 중국 특수 때문이었다.
 
그런데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내수 거품이 꺼진 지금 남은 것은 중국뿐이다. 세계 최대 공장이 된 중국은 최종소비재 생산을 중심으로 성장을 가속화할수록 더욱더 많은 중간재, 자본재를 한국과 주변국에서 수입해야 한다.
 
이는 과거 수출한국이 일본에서 중간재, 자본재를 수입해야 했던 수입유발형 수출구조와 비슷하며 바로 이 구조 덕분에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안정적인 흑자 구조로 정착되고 있다. 즉, 한ㆍ중간의 무역이 초기 산업간 무역에서 같은 산업 내에서 최종재와 중간재를 교환하는 산업 내 무역으로 변하고 있으며 이는 양국간 경제통합의 고도화를 의미한다.
 
이런 현상이 시사하는 바는 우선 중국 경제가 고도 성장할수록 한국은 좋다는 것이다. 시장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국의 성장이 한국의 공동화를 불러일으키는 성장이면 곤란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위 의 한ㆍ중 무역구조가 시사하는 바는 한국의 공동화 여부는 중국쪽 책임이라기 보다는 한국 하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즉 중국이 필요로 하는 중간재와 자본재를 한국이 계속 공급할 수 있느냐 여부다. 우리는 그 동안 수입유발형 수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몇 십년 동안 외쳐 온 결과 어느 정도 부품소재 산업기지로서의 위상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몇 십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것에도 알 수 있듯이 부품소재 산업 육성은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 이 점에서는 중국도 마찬가지며, 그 때까지가 한국에 남은 시간이다.
 
하나의 해결책이 한ㆍ중ㆍ일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존재한다. 그것은 고령화, 쇠퇴화 길을 걷고 있는 일본의 부품소재 산업을 한국이 유치하는 것이다. FTA 진행 속에서 이것이 이뤄진다면 한국은 공동화를 피하면서도 중국이 성장할수록 공생할 수 있는 기반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해외 출로를 찾고 있는 일본의 자본재 산업이 한국을 건너뛰고 바로 중국으로 간다면, 그리고 중국의 자본재 산업이 급속히 발달한다면 한국이 설 땅은 없으며 앞날은 캄캄하다.
 
정리하자면 향후 한ㆍ중 공생의 길은 한ㆍ중이 어떤 산업을 육성할 것인가 하며 서로 경쟁하는 산업간 접근이 아니라 같은 산업 내에서 최종재와 중간재를 주고받거나 중국은 제조공정, 한국은 연구개발ㆍ마케팅 및 제조업이 필요로 하는 각종 지식집약적 전문서비스 등 한ㆍ중이 서로 다른 가치사슬을 담당하며 분업하는 산업내 접근방식이다.
 
이 접근이 현실화되느냐 여부는 중국이나 일본보다는 한국에 달려 있다. 즉, 한 국 산업의 가치사슬 구조의 고도화, 부품소재 및 연구개발 부문 육성, 외국인 투자 유치, 이에 필요한 고급 인재 육성 등이 선결돼야 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