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이미지로 승부하면 해볼만하다"
"한나라 지지자 최소 10% 이탈" 희망섞인 분석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범여권 주자들도 한나라당 경선 결과가 범여권 구도에 미칠 영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경선 결과에 반발하는 일부 한나라당 지지세력이 범여권으로 이탈할 경우 범여권 경선 구도에 작지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범여권 주자들은 대체로 이 전 시장에 대해 "자질과 도덕성 검증은 이제부터"라며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만큼 맞붙어도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온갖 의혹에 시달리는 이 전 시장의 한나라당 후보 확정을 계기로 그동안 관망세를 보여 온 범여권 지지층이 속속 결집하고, 21일부터 본격화하는 범여권 경선 과정을 통해 한나라당에 쏠려 있던 국민적 관심을 돌려놓는다면 해볼 만한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빚어진 각종 과열ㆍ혼탁 양상 등 여파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은 이 전 시장에 대해 명백한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만큼 이 전 시장의 대항마로 손 전 지사가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 근거로 `부패 후보` 대 `클린 후보`, `토목공사 후보` 대 `첨단산업 후보`, `냉전 후보` 대 `평화 후보`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그동안 이 전 시장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오던 손 전 지사 측은 이날 이 전 시장에 대한 강력한 검증 공세를 예고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한나라 경선에서 드러나지 않은 이 전 시장의 실체를 파헤칠 것"이라며 "손 전 지사는 앞으로 한층 강력한 자세로 대선 승리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 전 시장의 `실적형` 경쟁력에 맞선 정면대응을 자신했다. 정 전 의장은 "개성공단 후보가 청계천 후보를 이기고 대륙철도 후보가 대운하 후보를 이길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 전 시장의 도덕성은 장관 인사청문회도 통과하지 못할 수준"이라며 "한나라당이 최악의 선택을 했으며 한나라당은 지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의장을 돕고 있는 민병두 의원은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려 온 후보"라며 대선 필승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클린 이미지`를 비교우위로 내세웠다. 양승조 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표가 제기한 의혹 중 어느 것 하나 검증되지 않았다"며 "이 전 총리는 무엇보다 도덕성에서 확실한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 측은 "그동안 이 전 시장이 잽을 많이 맞았는데 외상은 미미하더라도 내상이 심하기 때문에 한방에 갈 수 있다"며 "이 전 총리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인물로 호남ㆍ충청권이라는 지지기반이 있기 때문에 인물이나 구도면에서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한명숙 전 총리 측도 이 전 시장이 서울 도곡동 땅 등 각종 흠결이 많아 승산이 높다는 생각이다. 특히 뚜렷한 개혁적 정체성을 가진 한 전 총리가 풍부한 국정 운영 경험과 통합의 리더십 등으로 승부를 걸 경우 이 전 시장에게 경쟁우위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은 온갖 의혹투성이인 데다 내세우는 경제 이미지도 1970년대 개발독재의 연장선"이라며 "한 전 총리가 이 전 시장과 대립각을 세울 경우 유리하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의원 측 김정현 공보특보도 "이 전 시장의 낡은 패러다임으로 21세기 국가를 경영할 수 있겠느냐"며 승리를 자신했다. 범여권 일각에선 "한나라당 지지층 가운데 최소 10% 이상이 경선 결과에 불복해 범여권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13일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범여권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응답이 27.8%나 됐다. 박 전 대표 지지자의 8.5%가 손학규 전 지사를, 4.3%가 정동영 전 의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이탈표가 곧바로 범여권으로 넘어오기보다는 일단 부동층으로 있다가 범여권 구도를 지켜보면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탈표가 범여권으로 흡수되려면 무엇보다 주자들의 지지도와 민주신당의 지지도가 함께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철 · 손일선 · 임성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