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북한 大예측: 3. 핵보유 기정사실화] 북, 핵폐기협상 질질 끌며 '핵보유국 인정' 노릴수도

  • 2007-01-03
  • 이하원기자 외 (조선일보)

북핵기정사실화때 한국은

32대1 南北소득차 무의미 ‘北風’ 대신 ‘核風’ 불 수도

 

‘핵 보유국’ 북한이 기정사실화되면 32 대 1이란 남한과 북한의 국민총소득 격차는 의미가 없어진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핵 보유국과 248km의 휴전선을 맞대고 살아야 되는 현실은 “공포 그 자체”(외교부 관계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 “정치·외교 주권 상실”

국방연구소 김태우 선임연구위원은 “핵은 군사적 무기만이 아니라 정치·외교적 무기다. 그 자체로 멈춰 있지 않고 계속 영향력을 증가시키며 발전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단순한 군사적 협박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으로 우리에 대한 영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정치·외교의 최고 목표는 북한의 핵 도발을 막는 데 맞춰질 수밖에 없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 ‘선진국 진입’ 비전은 부차적인 문제가 돼 버린다. “당장 12월 대통령 선거에 과거 북풍(北風)이 불었던 것처럼 핵풍(核風)이 불 가능성”(국책연구기관 연구원)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북한의 ‘핵 볼모’가 되면서, 이 정부가 추진했던 ‘자주외교’는 빛이 바랠 전망이다. 통일연구원 서재진 연구위원은 “미국 핵우산의 보호를 받는 상황이 심화되므로,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종속도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의 무기를 구입하거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미국의 요구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을 추진하는 정책은 꿈도 못 꾸게 된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국민여론 때문에 대북 포용정책은 유지하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최대의 정치적 목표는 전쟁만은 막자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가 분열 부를 남남갈등”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게 되면, 우리 정부가 보유한 재래식 무기는 사실상 효용성이 사라지게 된다. 경기대 남주홍 교수는 “우리 정부는 핵무기 방어를 하기 위해 적지 않은 군사비를 쓰겠지만, 이는 결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2002년 서해교전 당시처럼 도발해 올 경우, 과연 제대로 격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김희상 전 청와대 국방보좌관은 “핵전력과 비(非)핵전력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며 “앞으로 국지적 도발의 경우에도 특별한 대응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대한민국 디스카운트(Discount)’와 동의어(同義語)라는 판단이 경제계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은 “기존의 지정학적 요인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었다고 하지만, 핵 문제가 장기화될 땐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핵을 보유한 북한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문제로 남남(南南)갈등의 심화도 예상된다. 보수·진보 양 진영이 사활(死活)을 걸고 싸우는 의제가 돼, 국가분열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2차 핵실험 하면...
중국 “북한 붕괴는 안돼”, 미국 “核이전이 레드라인”
한국 “그래도 현상유지”, 북한 “추가제재도 버틸수 있어”

 

핵실험을 한 북한에 대한 전망 중 하나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버텨내면서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그렇게 전망하기 싫지만 확률적으로 가장 높다”고 말했다. 6자회담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유엔이 추가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그런 상황을 가정, 벌어질 일을 구성해 봤다.

 

◆ 중국

중국 외교의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공산당 외사영도소조가 베이징 중심부인 왕푸징(王府井) 근처 안가에서 극비 회의를 연다. 다이빙궈(戴秉國)·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 당·군·정 고위관계자, 학자들이 격론을 벌이지만 1차 핵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을 붕괴시킬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을 차단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북한은 2005년 원유 50만? 전량을 중국에 의존했다. 대신 중국은 북한을 격렬히 비난하는 외교부 성명을 내지만 북한에 치명적인 실질적인 조치는 쓰지 않는다.

 

◆ 미국

미국은 2차 핵실험 후 군사적 조치까지 가능한 유엔헌장 42조를 포함하는 결의안을 강력히 밀어붙였으나 이번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해상봉쇄와 교역 중단 가능성을 열어놓는 문구는 넣었으나 중국과 러시아는 해석이 다르다.

 

미국은 ‘중국과 한국이라는 두 구멍’(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이 있는 한 북한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내부적으로 ‘레드라인’을 핵물질과 기술 이전 차단으로 설정한다. 세종연구소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 영토를 위협할 수 있는 운반수단을 가졌다고 판단할 때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지만, 중국의 대응 수위를 보고 현상유지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여야와 보수·진보세력이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문제를 놓고 다시 격론을 벌이나 정부는 “우리 카드는 1차 핵실험 때 이미 소진됐다. 전쟁이 나지 않는 한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사업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은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며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만 거듭 주장한다. “한국만이라도 유엔 제재에 전폭 동참해 대북 제재를 강화하자”는 주장도 거세지만 정부·여당은 “전쟁하자는 거냐”고 일축한다. 차기 대선에 대한 관심, 긴장 상태의 만성화로 속수무책이다.

 

◆ 북한

김정일 위원장 주재로 열린 국방위원회에서 각국 반응을 점검하고 2차 핵실험도 성공이라고 자평한다. 참모들은 단둥 원유 파이프라인은 이상이 없다고 보고한다. 김 위원장은 군부 쿠데타, 식량·생필품 사정 악화에 따른 폭동 가능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지시한다. 제2의 ‘고난의 행군’ 준비 상황을 묻자 1990년대 중반은 식량 확보량이 300만t이하였지만 지금은 400만t은 넘어 아사자(餓死者·굶어죽는 사람)는 없을 것 같다고 보고한다. 미국이 레드라인을 핵 이전으로 설정했다고 보고하자 김 위원장은 “우리가 원래 핵 이전을 할 생각은 없었다”며 혹시라도 미국의 오해를 살 일은 하지 말라고 하고, 시간을 끌기 위해 2차 핵실험으로 중단돼온 6자회담 복귀를 시사하라는 지시도 내린다.


이하원 · 김민철기자


 

동아시아연구원(EAI) 기획 : 大예측-북한, 10년내 어떤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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