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경제·경영학자 53% 경제 더 악화

  • 2007-01-01
  • 송성훈기자 (매일경제)

 ◆ 대표 경제ㆍ경영학자 100인 설문조사 / 매경ㆍ동아시아硏 공동기획 ◆

 

"올해는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과 위험이 매우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한국 경제에는 두 가지 불확실성 또는 위험이 만만치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나는 대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정치적 불안정이 사회 전체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그에 민감한 민간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원화 강세와 세계경기 후퇴에 따른 수출기업의 수익 감소 가능성이다. 새해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경제ㆍ경영학자들의 시각이 크게 어두워졌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희망의 불씨를 언급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할 정도다.

 

매일경제가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 김병국 고려대 교수)과 함께 기획한 이번 한국 대표 경제경영학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쉽게 확인된다.

 

올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8.3%에 불과했다. 지난해 조사 때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56.3%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충격적이다.

 

긍정적 시각을 가진 경제학자가 7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또한 올해 경제가 지난해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본 경제ㆍ경영학자는 53.3%에 달해 지난해 조사 때 기록했던 1.6%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 자체가 1년 새 완전히 뒤집힌 셈이다. 이처럼 올해 한국 경제를 좋지 않게 보는 이유는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대통령 선거에 따른 국내 정치 상황"(29.5%)을 올해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꼽았다. 배진영 인제대 국제경상학부 교수는 "올해는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논리보다 정치적 논리에 한국 경제가 휘둘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북핵문제를 포함한 남북 관계"(18.9%)가 그 뒤를 이었다. 경제외적인 문제가 새해 한국 경제에 가장 큰 복병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 셈이다.

 

여기에 노사 갈등을 포함한 각종 사회 갈등도 13.1%로 나타나 한국 경제에서 정치ㆍ사회적인 변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를넘어섰다.

 

경제 이슈로는 부동산시장 불안(13.9%)과 가계부채 증가(13.1%)가 부각됐지만 정치 이슈에 묻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경제정책 우선순위도 보다 명확하게 잡아 나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다른 어떤 정책보다 "기술혁신, 투자제고 등 장기 성장잠재력 확충"(26.2%)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이어 올해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로는 일자리 창출 정책(15.6%), 적극적인 통상정책(14.8%), 부동산시장 안정(12.3%)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북한 안보 위험에 대한 대처를 중요한 과제로 꼽은 경제학자도 7.4%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반면 환율이나 금리와 같은 거시변수 안정을 주요 과제로 선정한 학자는 6.6%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졌다.

 

실명을 밝히기 꺼린 한 경제학자는 "차세대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한 중소ㆍ벤처기업 정책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며 "장기적 플랜과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단기적인 실적 쌓기용 정책이 난무하고 있고, 이마저도 일선 중소ㆍ벤처기업들에는 올바르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마디로 차세대 성장동력 개발에 별다른 소신이나 의지를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현재 한국 경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의 활동 규제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 성장동력 저하와 경직화된 노동시장과 같은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운용 방향을 분배 위주보다는 성장 중시로 잡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