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돈줄 봉쇄' 北변화 불러올 수 있을까

  • 2006-07-25
  • 이상연기자 (경향신문)

'돈줄 봉쇄' 北변화 불러올 수 있을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미·일이 주도하는 대북 경제제재 정책은 북한의 낮은 경제 의존도와 한·중의 유보적 입장 등으로 한계가 있다는 민간 연구기관의 지적이 나왔다. 굳이 제재를 한다면 인도적 지원은 제외하면서 제한적이고 선택적으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이 기관은 조언했다. |관련기사 3면

 

민간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 ‘북핵문제 해결의 경제적 수단:보상과 제재의 효과와 한계’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미국은 대북 식량지원 축소, 중유공급 중단 등 대북 경제제재를 주요 대북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북으로부터 핵포기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북의 핵동결 파기, 핵보유 선언,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경우도 미사일 발사 후 조총련계 자금의 북송제한 등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그동안 유사정책들의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했다. 미·일의 경제제재가 북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기는 하겠지만 북으로 하여금 핵포기를 선택토록 할 만한 수단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대북 경제제재 영향력이 제한적인 이유로 ▲북에 있어 경제문제와 안보문제의 본질적 비대칭성 ▲대북 경제제재 목표의 불확실성 ▲북의 낮은 국제경제 의존도 ▲북의 중앙집권체제 ▲한·중의 유보적 입장 등을 꼽았다. 특히 최근 가중되고 있는 미·일의 압박도 한·중의 미온적 대응으로 효과가 상쇄됐다고 풀이했다.

 

중국이 대북 무역 중단, 식량·원유 제공 중단 조치를 취하면 북의 경제도 작동불능 상태에 빠지겠지만 중국의 대북 경제제재 동참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서는 추론했다. 1990년대 이후 북의 가장 중요한 무역상대인 중국은 북에 최소한의 지원을 제공해 대(對) 중국 의존성을 지속시키고 이를 근거로 한반도 문제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보고서는 파악했다.

 

보고서는 한국 역시 대북 경제제재에 적극 나서기에는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거론했다. 남북교역 및 경협 중단은 사실상 남북관계의 전면 중단, 한반도 위기 고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의 대외신인도 하락, 외국인 투자 축소, 주가 하락 등의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보고서는 미·일의 대북 경제제재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결론짓고 굳이 제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도 첫째, 인도적 지원을 ‘선택카드’에서 제외하고 둘째, 제한적이고 선택적인 제재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도적 지원은 압박효과가 적은 데다 중장기 남북 신뢰구축과 직결돼 사용하기 위험하고, 제재가 선택적이어야 북한의 반발 및 부작용이 적다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

 

보고서를 대표 집필한 박종철 통일연구원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북의 미사일 발사 이후 미·일이 다양한 대북 제재 방안을 들고 나왔지만 목표가 북의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 복귀인지, 6자회담 복귀인지, 아니면 김정일 정권 붕괴인지 불분명하다”며 “이 때문에 한·중의 협조도 잘 안되고 북으로서는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재무부의 방코델타아시아(BDA) 금융제재의 경우 북으로 하여금 핵포기는 몰라도 협상장으로 돌아오게 하는 정도의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정책적 수단의 목표가 뚜렷해야 관련국들이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아연구원은?

 

재단법인 동아시아연구원(EAI)은 한반도 및 동아시아 지역의 주요 이슈를 연구·분석, 실천적 접근법을 제시하는 민간 연구기관이다. 동아시아 지역내 민주주의·시장경제·평화적 지역공동체 수립을 지향하고 있으며 2002년 5월 설립 이후 다양한 저널에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김병국 고려대 정외과 교수가 각각 이사장과 원장을 맡고 있으며 학자 및 정책 결정자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