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북한 핵 있지만 큰 위협 안돼…세계화 개방은 OK, 쌀은 NO

  • 2004-09-30
  • 김태현 외 (중앙일보)

[창간 39주년 특별기획] 한국인 대외인식 조사

한국인은 미국을 좋아하면서 싫어한다. 미국의 세계경찰 역할을 비판(74%)하면서도 한.미 동맹은 통일 후에도 유지돼야 한다(91%)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을 가졌다고 믿지만(75%) 아주 심각한 위협으론 느끼지 않는다(62%). 세계화가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만(81%)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쌀 시장은 보호해야 한다(78%)고 여긴다.

◆ 이중적 의식 구조=한반도의 안보와 경제, 국제사회의 주요 문제에 대한 대부분 한국인의 인식은 이처럼 이중적이다. 이는 한반도 주변 4강과 북한 등에 대해 한국인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른 것이다. 조사는 한국인이 이들 나라를 얼마만큼 좋아하는가(감정적 차원), 이들 나라가 한국에 얼마나 유익한가(인지적 차원), 한국에 대한 이들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행동적 차원)의 세 가지 측면에서 이뤄졌다.






◆ 미국.중국 좋고 일본.북한 싫어해=세계 15개 나라에 어느 정도 호감을 갖고 있는지를 물어 이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다수가 영국(62점).미국.중국 등의 순으로 좋아하는 나라를, 이라크(33점).일본.북한 등의 순으로 싫어하는 나라를 꼽았다. 한국의 주변국들 중에선 미국과 중국이 58점으로 호감도가 가장 높았으며 일본이 45점으로 가장 낮았다. 북한은 46점으로 낮은 편이었다. 다만 우리 사회의 이념적 분열상을 반영하듯 북한에 대해선 극단적인 입장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20점 이하를 준 응답자만 놓고 보면 북한 21%, 일본 10%, 미국 8%, 중국 3%였다. 80점 이상을 준 사람들은 미국 8%, 북한 6%, 중국 5%, 일본 2%로 나뉘었다.

호감도를 물은 15개 나라 중 캐나다(57점).브라질.독일(55점)이 50점 이상이었고, 멕시코(49점).이스라엘(47점).인도(46점)가 북한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 안보.통일엔 미국이 가장 유용=손익 계산은 어떻게 따지고 있을까. 안보와 통일에 대해 한반도 주변 4강과 북한이 이로운 영향을 미치는지,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판단을 물었다. 안보와 통일 모두에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답하면 100점, 모두 해롭다고 답하면 0점, 하나에는 이롭고 다른 하나에는 해롭다거나 두 가지 모두 "그저 그렇다"고 답하면 50점을 부여해 평균 점수를 냈다. 그 결과 한국인의 대외인식은 대체로 낙관적이었다. 주변국에 대한 평균점수가 모두 50점을 넘었다. 안보.통일에 대해 주변국들이 모두 유용하다고 믿고 있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83점, 중국 78점, 일본 70점, 러시아 69점, 북한 59점의 순이다.

◆ "반미감정은 과장"=싫고 나쁜 감정이나 손익계산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주변국들이 ▶북핵 문제▶한국의 안보▶통일 문제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영향력을 평가하는 질문이다.

세 개의 문항 각각에 대한 "영향 없음""어느 정도의 영향""매우 큰 영향"의 선택에 점수를 부여한 뒤 이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평균을 냈다. 이 결과 우리의 운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나라는 북한과 미국이 각각 74점과 73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중국(65점).일본(53점).러시아(45점)의 순이었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 사회의 반미감정은 어느 정도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을 미국보다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조사는 고구려사 왜곡이 문제되기 전에 실시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 손익을 따졌을 때 미국은 가장 유용한 나라였고, 현실적으로 우리의 운명에 매우 큰 영향을 지닌 나라로 생각하고 있었다. 미국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냉철히 현실을 평가할 때 이른바 용미(用美)를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한국민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분석=김태현 중앙대 교수
글=전영기 기자<chunyg@joongang.co.kr>

동아시아연구원(EAI)이 미국·멕시코 기관과 공동 조사

이 조사는 한국.미국.멕시코의 전문가 집단이 공동으로 기획, 분석했다. 한국에선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김병국 고려대 교수), 미국에선 시카고외교협회(CCFR), 멕시코에선 경제연구교육센터(CIDE).멕시코외교협회(COMEXI)의 4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 단체에 소속된 학자 22명이 공동 기획과 분석을 했다. CCFR는 1974년부터 미 국민의 대외인식을 조사해온 국제 여론조사 전문기관이다. 한국인을 포함한 국제 여론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며, 한국의 설문조사는 중앙일보가 후원했다. 조사는 한국.미국.멕시코 등 세 나라 국민 4145명을 상대로 진행됐다. 한국인 1000명, 멕시코인 1500명이며 미국인은 일반인 1195명, 여론주도계층 450명을 상대로 했다. 중앙일보는 EAI가 분석한 한국인의 대외인식 내용을 30일자에 소개하고, 10월 1일엔 3개국 국민의 대외인식의 차이점과 공통점 등을 비교해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