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파병은 에너지 안보와 연결

  • 2004-08-02
  • 채병건기자 (중앙일보)

이라크 파병은 한국에 대논쟁을 일으켰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의 외교안보센터(소장 김태현.중앙대)는 본사와 대한상공회의소의 후원으로 최근 "이라크 파병과 한국의 국가이익"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다음은 보고서 요약.

 

지난해 9월 미국이 추가 파병을 요청한 이후 1년 가까이 지속된 논쟁에서 불거진 의문은 "파병으로 추구하는 국익은 무엇인가"이다. 이 문제는 한.미동맹은 무엇이며, 앞으로 양국 관계를 어떻게 설계하는가와 직결된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동맹관계를 설정할 때 "미국 주도 반테러전 참여" "반대" "중립"의 세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20세기 미국은 주둔 미군의 "인계철선 역할"로 동맹국들의 생존을 고정적으로 보장해 주는 대신 미국의 리더십에 따르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21세기 미국의 군사전략은 "유동군" 개념에 입각, 신용의 개념을 바꿨다. 20세기 "혈맹"에게 고정된 신용을 보장했다면, 21세기에는 신용 관계로 확정되는 "신맹(信盟)"에게 유동적 신용을 제공하고 있다.

 

파병은 에너지 안보와도 연결돼 있다. 이라크전은 미국의 중동 거점을 기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라크로 옮기는 중동전략 재편의 일환이다. 향후 카스피해로 이어지는 중앙아시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까지 연결된다. 카스피해는 세계 최후의 미탐사.미개발 유전지대다. 파병으로 한국도 카스피해로 진출하는 거점을 확보, 에너지 안보를 증진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북한도 고려할 점이다. 북한이 사라지면 한국의 안보 고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일본이 지역 패권 경쟁에 나설 경우 북한보다 더 큰 고민을 한국에 안겨줄지 모른다. 통일 한국은 북한 재건에 엄청난 재원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에 중.일과 국력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과정에서 외부 간섭 없이 통일에 매진하려면 지역 균형자인 미국이 한반도에서 나가지 않도록 끈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냉혹한 국제정치 현실에서 "국익 극대화"가 파병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이다. 외환위기 때 우리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받았다. 파병을 철회하면 만일의 경우 제2의 외환위기를 겪을 때 그때처럼 안보 분야의 축적된 "신용"을 통해 재활의 방편을 마련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결국 파병은 미래의 보이지 않는 죽음을 막기 위한 전략적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