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국회가 중심이다] 1 책임지는 與黨이 돼라

  • 2004-04-20
  • 박찬욱 (조선일보)

개원 즉시 국정비전 밝혀야… 특정집단에 휘둘려선 안돼

 

조선일보는 아시아재단과 공동으로 2003년 초부터 동아시아연구원(EAI) 정치개혁연구팀(팀장 서울대 박찬욱 교수)의 선거·정당 개혁 및 국회 개혁 방안에 대한 연구를 후원해 왔습니다. 지난해 11월 1차로 선거·정당 개혁 연구결과를 6회에 걸쳐 보도한 데 이어 2차로 국회 개혁 연구결과를 6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여대야소" 정국에서 여(與)의 역할

 

17대 국회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여대야소의 정국에서 의정을 주도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복권과 입당 절차가 뒤따르면 열린우리당은 법적으로도 집권당이다.

 

열린우리당은 17대 국회 벽두에 국정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의 구현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책임 있는 여당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번 총선은 탄핵 쟁점에 의해 거의 좌우되었고, 정책 경쟁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은 무슨 정책을 우선해서 추진할지를 밝히고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명실공히 ‘여당 기질’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여당은 제도정치권 밖의 사회운동이나 거리의 정치를 이끄는 시민혁명 세력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어디까지나 대의민주정치를 주도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또한 열린우리당은 미더운 여당으로서 국민에게 다가오려면 분파 간의 원심적 대립으로 인해 구심적 응집력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국정 운영에 있어서 대통령과 한 팀을 이룬다. 하지만 과거의 여당처럼 대통령에 예속되고 행정부를 비호하는 전위대 역할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제에서는 여당이 대통령을 벗어나 홀로 서는 자율을 견지할 수 있을 때에만 의회 역시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한다.

 

열린우리당은 시민사회와의 관계에서도 자율을 확립하고 양질의 대의민주정치를 운영해야 한다. 흩어져 존재하는 수많은 일반인들의 뜻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조직된 이익 집단과 시민단체가 내는 요란한 소리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여당이 시민사회를 상대로 겸허하지만 당당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국회의 위신이 바로 선다.

 

열린우리당의 책임과 자율은 국회의 알찬 국정 심의를 견인하는 역량을 전제로 한다. 특정 지역과 부문에 예산을 배정하는 식의 시혜 정치는 국회를 향한 시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 여당일수록 폭넓은 일반 이익을 실현하는 정책 대안 마련에 부심해야 한다.

 

17대 국회 막바지에는 차기 대선도 예정되어 있다. 늦어도 그 시점이 되면 열린우리당은 국정 수행에 대한 대대적인 심판을 받게 된다. 그 기준은 자율을 실천하고 정책역량을 보여주었는지가 될 것이다.

 

박찬욱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