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단일계좌 안 거친 돈은

  • 2003-11-14
  • 임성학 (조선일보)

선거법 위반 혐의 모두 후보가 책임지는 연좌제 도입해야

 

정치자금문제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정치권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지금이 정치자금 개혁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개혁 추진 방향은 첫째로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 둘째로 정치자금 위반에 대한 감시와 처벌 강화, 마지막으로 정치자금의 수요를 감소시켜 정치인이 더 이상 불법자금에 손 내밀지 않아도 되는 정치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선결과제는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을 선관위에 등록한 ‘단일계좌’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등록된 단일계좌를 거치지 않은 수입과 지출은 모두 대가성 있는 불법 정치자금으로 간주하여, 기부자와 수여자 모두를 엄중하게 처벌하여야 한다.

 

단일 계좌를 통해 정치자금의 수입·지출 내역이 드러나면 유권자들의 후보자 선정의 판단자료가 될 수 있으며, 선관위, 검찰, 경쟁 정치세력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시민단체도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10만원 이상 기부자의 신상공개 의무화, 회계보고의 투명성 강화 등의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90년대 이후 9번의 정치자금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불법 정치자금 수수가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사전적으로 정치자금제도의 위반을 감시하고 적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점, 사후적으로 위반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복권과 사면의 남용을 들 수 있다.

 

정치자금의 감독은 주무기관인 선관위가 정기조사·수시조사를 통해 감시하고, 불법 사실이 적발된 경우 검찰·경찰 등에 고발하여 수사하도록 해야 한다.

 

선관위의 제한된 인력과 조직을 감안할 때, 단속 선거구를 무작위로 선정하여 철저하게 단속·감시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것이다. 19세기 말 부패정치로 얼룩졌던 영국정치를 개혁한 글래드스톤 수상(William E. Gladstone)의 노력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개혁의 성공요인은 선거관련법 위반자에 대한 피선거권 박탈과 후보가 몰랐던 위반에 대해서도 후보가 책임지는 연좌제 적용 등의 처벌 강화였다. 정치자금법 위반자의 경우 선거법과 마찬가지로 공직 출마의 기회를 제한하여야 한다.

 

또한 정치자금법 공소시효를 3년에서 적어도 5년으로 연장하고, 선거와 정치자금 사범에 대해서는 사면조치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 정치자금 개혁의 방향은 고효율 저비용 정치제도를 확립하여 정치자금의 수요를 최소화해야 한다. 고비용의 조직동원 방식에서 저비용의 미디어정책 대결방식으로 정치운동을 전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임성학, 중앙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