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이호령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준 함의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한반도에 재래식 군사 충돌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북한의 무기와 전술, 반미전선 연대 구축 도모, 그리고9.19 군사합의 파기로 인한 JSA 재무장화를 고려했을 때 북한의 기습공격 역량은 한층 더 강화되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 북한이 ‘강대강’ 구도를 고조시켜 한미의 대응태세를 시험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아울러, 북한이 한반도 내 상호 불확실성과 취약성을 증대시키려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대비태세를 강화하는 한편, 군사적 긴장과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들도 준비하여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한반도 위기는 그동안 북한의 수많은 국지도발에도 불구하고, 1차 핵위기, 2차 핵위기를 거치며 북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따른 핵·WMD 위협에 따른 위기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은 한반도의 위기 양상을 재고토록 한다. 전략무기 현대화에 중점을 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재래식 포탄이 모자라서 북한의 재래식 구형 무기를 구입할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의 늪에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는가 하면, 이스라엘은 2011년 최첨단 로켓 요격·방어체계인 아이언 돔 배치[1]에도 불구하고 하마스의 약 7천 발의 로켓 기습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완전 제거(혹은 무력화)를 목표로 가자지구로 지상군을 투입시키며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하지만, 엄청난 민간인의 피해 발생으로 이스라엘 또한 바람직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과 중동의 이러한 상황은 한반도와 멀리 떨어져 있는 전쟁과 무력충돌의 이야기가 아니다. 첫째, 북한의 대남 기습공격 가능성과 전술 및 무기들은 우크라이나전과 하마스 공격을 통해 이미 현시 됐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 러시아에게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형 방사포나 미사일 제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Murphy 2023/10/15; 한도형 2023/10/25). 또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로켓이나 기습 전술은 북한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하마스는 이번 이스라엘 공격에 북한제 F-7 로켓추진 유탄발사기(RPG)를 포함해 북한제 무기 사용 정황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하마스의 기습공격 전술도 북한 전술과 유사해 북한의 대남 기습 도발 공격 유형과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Kim et al. 2023/10/19; <중앙일보> 2023/12).

 

둘째, 러시아, 하마스, 그리고 하마스에게 무기를 지원해 온 이란은 모두 북한이 전략적 연대를 강조해 온 반미연대 국가들이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러시아에게 유리한 전략환경을 조성해 줄 뿐만 아니라, 하마스의 거짓정보 확산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반격은 아랍의 반이스라엘연대와 아랍의 반미연대로 발전될 수 있다. 북한은 한반도의 긴장 조성 혹은 무력충돌을 통해 유럽, 중동에 이어 동북아시아에 이르는 반미전선 연대를 도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미연대의 공간 확장이 자신의 전략공간 확대로 오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북한의 9.19 군사합의 파기다. 11월 21일 북한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1차, 8월 2차 군사정찰 위성 실패에 이어 세 번째 군사정찰 위성을 발사했다. 합참은 20일 북한이 군사정찰 위성 발사를 중단하도록 경고하며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 등 필요한 조치로 대응한다고 최후통첩을 건넸지만, 북한은 다음날 만리경 1호를 실은 천리마 1형을 발사했다. 이에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 제1조 3항의 비행금지구역의 효력만을 정지시키고 군사분계선 인근의 감시정찰 활동을 재개했다. 그러자, 다음날 북한은 “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를 즉시 회복할 것”이라며 사실상 완전 파기를 선언했다 (<조선중앙통신> 2023/11/23). 또한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9.19 군사합의 완전 파기 선언 다음날, 북한은 2018년 비무장 지대에서 파기했던 11개 GP를 복원하기 시작했고 JSA 근무병들에게 권총을 차게 함으로써 JSA의 재무장화를 추진하고 있다. 9.19 합의 파기에 따라 남북 모두 빠르게 9.19 합의 이전으로의 복구와 대응태세를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러한 3가지 특징은 북한의 다차원적인 공격 양상과 기습공격으로 한반도에 재래식 군사 충돌부터 핵확전에 이르는 위기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북한은 2021년 8차 당대회 이후 전술핵 능력 강화를 앞세운 ‘핵무력 대업 완성’을 제시하며 5대 전략무기 조기 달성을 촉구하며, 탄두, 투발 수단, 연료의 표준화, 다종화를 비약적으로 추진해왔다. 더욱이 8차 당대회 이후 북한이 시험 발사한 신형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탄도 및 순항 미사일이나, 액체연료에서 액체앰플화 및 고체연료 기반의 미사일로 빠르게 전환한 점이나, 포병중시정책에 기반한 장사정포-초대형방사포-신형 탄도 미사일 섞어 쏘기 훈련이나, 대남적대시정책 강화 등을 추진해 온 점을 볼 때, 북한의 기습공격 역량은 한층 더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한미는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 신설 및 이를 통한 핵대응 기획과 운용 강화, 그리고 10년 만에 ‘맞춤형 억제 전략(Tailored Deterrence Strategy: TDS) 개정 등 대북 확장억제의 실행력 강화에 초점을 둔 적극적 방어정책으로 빠르게 선회해왔다(국방부 2023). 한미는 맞춤형억제전략의 기획, 운용, 연습, 대비태세 등 모든 영역에서 한미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즉, 북한 핵 공격에 대한 억지부터 대응에 이르기까지 한미는 핵·재래식 전력의 통합(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 CNI)의 기획, 운용, 연습 등을 통해 북한의 핵강압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자 한다.

 

따라서 북한은 9.19 합의 파기 이후 ‘강 대 강’ 구도를 한층 더 고조시키며 한미의 대응태세를 시험하고자 할 것이다. 특히,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에 따른 비무장지대의 무장화, 서해평화수역의 파기 등의 대가를 가시화시키는 도발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군사분계선 지대의 GP 복구 과정과 전연지대로의 신형 무기 투입·배치 과정에서 화력연습 등을 핑계로 도발을 단행할 수 있으며, 서해 NLL 일대에서 해상 화력훈련 등 NLL 해상경계 무력화 조치 등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공중에서는 피아식별이 모호한 무인기 침투나 해저에서는 수중 어뢰 공격 등 회색지대 도발을 추진할 수도 있다.

 

북한은 이러한 도발을 통해 한반도에 더 큰 상호 불확실성과 취약성을 증대시키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공세적인 전략적, 전술적 의도와 액션 등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은 북한군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관찰하며 현장 지휘관이 즉각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권한 위임과 대비태세를 향상시킴으로써 북한의 취약성을 높이는 한편, 북한이 위기의 사다리를 내려오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들을 논의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점도 동시에 강조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국방부. 2023.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 11월 13일. https://www.yna.co.kr/view/AKR20231113098300504

 

<조선중앙통신>. 202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성.” 11월 23일.

 

<중앙일보>. 2023. “하마스, 북한제 로켓추진 유탄발사기 사용…한국 정부, 제재 가해야.” 단독 인터뷰. 월간중앙. 12월 8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3283#home

 

한도형. 2023. “북, 1년 전부터 러시아 지원용 무기 대량생산.” 자유아시아방송. 10월 25일. https://www.rfa.org/korean/in_focus/nk_nuclear_talks/armsproduce-10252023084739.html

 

Kim et al. 2023. “Evidence shows Hamas militants likely used some North Korean weapons in attack on Israel.” AP News. October 19. https://apnews.com/article/israel-palestinians-hamas-north-korea-weapons-703e33663ea299f920d0d14039adfbb8

 

Murphy, Matt. 2023. “미국, 북한의 러시아 군사 장비 지원 정황 포착...’컨테이너 1000개 분량 (번역).” BBC News 코리아. 10월 15일.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2j915x8p3no

 


 

[1] 평균 요격률 90%의 ‘아이언 돔’은 현재 10개 포대를 배치해 운용하고 있으며, 1개 포대는 3~4개 발사대를 갖고 있고 1개 발사대는 최대 20발의 요격 미사일을 쏠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한 번에 600~ 800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고 90% 요격률을 적용하면 500~700개의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으므로 한 번에 수천 발의 기습 포화공격에 대해서 아이언 돔의 요격 능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담당 및 편집: 박지수,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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